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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답하라… ’ 11·18일 최종편

    매주 화요일 밤 11시 방영되는 케이블 채널 tvN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최종편이 11일, 18일 두 차례 나눠 방영된다. tvN 측은 “지난 1일 모든 촬영을 마쳤지만 촬영 분량이 예상보다 많아져 충분한 마무리를 위해 마지막 편을 11일, 18일 두 번에 나눠서 방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11일 편은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18일 편은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이다. 제작진은 “마지막 2개의 에피소드에는 좀 더 풍성한 스토리라인으로 시청자들이 궁금해했던 모든 것에 대한 의문을 해소시킬 예정”이라면서도 “추가 연장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시원(정은지)과 윤제(서인국) 등이 출연한 ‘응답하라 1997’은 1990년대 추억을 맛깔나게 복원해 내 최고 시청률 4%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 한국영화 제2의 전성기 비결은

    한국영화 제2의 전성기 비결은

    바야흐로 한국영화 전성시대다. 올 초부터 300만~400만명을 넘어서는 ‘중박’ 영화가 잇따라 터지면서 시작된 한국 영화의 흥행 열풍은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에 올라선 ‘도둑들’로 정점을 찍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55.7%. 2007년 이후 한동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 영화는 지난해 점유율 51.9%로 다시 50%대를 회복한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영화가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영화 10년 새 양적·질적 균형 성장 한국영화의 맷집이 눈에 띄게 강해진 것은 양·질적인 면에서 동반 성장이 가능했던 덕분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는 양적(관객수 기준)으로 2배 성장했다. 지난해 한국영화 총 관객수는 1억 5972만여명. 하지만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관객수가 이미 1억 3000여만명에 이르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2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2년 총 관객수 1억 513명의 2배에 이르는 셈이다. 양적 성장은 CJ, 롯데 등 대기업 자본이 유입되고 동네마다 복합상영관이 들어서면서 가속화됐지만, 커진 덩치에 비해 부족한 콘텐츠의 질이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됐다. 2012년은 그동안의 질적인 문제점을 극복한 해로 평가할 만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한국영화 돌풍의 원동력은 장르의 다양화다. 장르의 쏠림 현상은 늘 한국영화의 병폐로 지적됐다. ‘추적자’로 시작돼 2년여간 불었던 스릴러 열풍처럼 특정 장르가 흥행하면 투자·제작 방향이 그쪽으로 쏠렸고, 다양성의 부재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한국영화 흥행 1~10위를 보면 겹치는 장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범죄액션’(도둑들)을 필두로 정통멜로(건축학개론), 누아르(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법정물(부러진 화살) 등 다양한 장르가 동시에 성공을 거뒀다. 스토리 부재 등을 지적받아 온 한국영화의 콘텐츠도 약진을 보였다. 영화 관계자들은 2~3년 전부터 콘텐츠 개발에 자본과 시간을 투자한 결실을 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배급사들은 콘텐츠 기획팀을 내부에 두고 국내외 원작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웹툰 원작의 ‘연가시’나 일본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화차’가 대표적이다. 중소 배급사들은 규모보다는 기발하고 독특한 기획에 집중한 결과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부러진 화살’, ‘내 아내의 모든 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을 배급한 NEW의 박준경 마케팅팀장은 “요즘 충무로에는 스타, 감독 등 흥행 보증수표를 앞세운 안이한 기획이 사라졌다.”면서 “스타캐스팅이나 제작 규모가 아니라 콘텐츠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증명된 상반기”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이제는 캐릭터와 스토리 등 탄탄한 기획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 성공하는 등 거품이 빠지는 것 같다.”면서 “과거 조폭 코미디 등 장르 쏠림 현상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데 따른 학습 효과로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시간 차 공격을 통해 관객들에게 식상함을 주지 않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전성기 이끈 3040세대의 힘 3040세대의 힘도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존 한국 영화는 20대 관객을 겨냥한 작품이 많았으나 30~40대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낸 작품이 많았고, 나아가 50대 관객까지 이어졌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나 1990년대의 첫사랑 이야기인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 1990년대 X세대를 주인공으로 3040세대 주부들의 애환을 감성적으로 그린 ‘댄싱퀸’(감독 이석훈)이 대표적이다. 자신만의 감성과 연출력으로 승부수를 띄운 3040세대 감독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배급사 쇼박스의 최근하 과장은 “이전 영화의 흥행 패턴은 20대 초반 관객이 입소문을 내주고, 30~40대가 관람하는 것이 주된 패턴이었다면 올 상반기에는 3040세대 예매량이 부쩍 늘었다.”면서 “X세대로 불리며 문화적으로 혜택을 받고 자란 3040세대가 문화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직장 동료와 함께 관람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등 관객층이 두꺼워졌다.”고 말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처럼 10~20대에 한정된 로맨틱 코미디가 30대 기혼자 이상으로 외연을 확장해 성공하는 등 영화를 다루는 3040세대 감독과 프로듀서들의 감각과 연출력이 동시대의 관객들과 잘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적 정서 점차 옅어져… 문제점은? 한국영화 흥행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신파 코드 등 한국 정서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홍콩과 마카오를 배경으로 한 ‘도둑들’처럼 가족애와 사회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흥행 공식도 깨졌다. 반면 지난해 ‘마이웨이’나 ‘퍼펙트게임’, 올해 ‘코리아’처럼 애국주의나 신파 요소가 들어간 영화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 황동미 연구원은 “관객들이 신파를 좋아한다는 믿음이 점차 깨지고 있고, 강요된 감동이나 감정 과잉을 내세운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 평론가는 “올해 흥행작을 보면 유머 코드가 포함된 작품이 많았고, 구성의 재미와 편집의 속도가 강조된 기획물이 많았다.”면서 “현실에 지친 관객들은 거대 담론을 다루는 데 피로감을 느끼고 영화 자체의 오락성을 즐기는 풍토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전성시대라고는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거대 자본의 시장 독과점과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 등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황 연구원은 “한국영화 전성시대는 2000년대 중반 한국영화의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 제작이 경직된 이후 기획 강화, 제작비 절감 등을 거쳐 나온 결과”라면서 “아직도 한해 제작되는 영화의 3분의2는 10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이고, 배우 개런티는 줄지 않는 반면 스태프 인건비는 2000년대 중반 수준에 머무는 등 영화계의 불균형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훌리오와 에밀리아’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훌리오와 에밀리아’

    ‘훌리오와 에밀리아’는 프루스트의 소설과 청년 훌리오의 남다른 인연에 관한 이야기다. 학창 시절 훌리오는 교수의 충고에 따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기로 한다. 호숫가에서 책을 읽다 잠이 들었고, 볕에 익은 그의 가슴엔 책의 자국이 남았다. 그는 파티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낸 에밀리아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편을 다 읽었다고 말했고, 그녀는 예전에 이미 전편을 읽었다고 답한다. 우리는 안다, 두 사람 다 거짓말을 했음을. 훌리오와 에밀리아는 동거하면서 밤마다 프루스트를 읽기로 한다. 프루스트를 읽다 지친 걸까, 다 읽기도 전에 헤어진 걸까. 어쨌든 두 사람은 1편 ‘스완네 집 쪽으로’를 끝내 다 읽지 못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도전한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훌리오와 에밀리아’는 첫사랑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청년의 이야기다. 20대 후반의 훌리오는 아직 습작 시대를 통과 중이다. 그는 유명 작가 가즈무리로부터 사적 소설의 타이핑을 제안받는다. 작가는 소설이 첫사랑의 죽음으로 시작한다고 했다. 얼마 후 작가는 훌리오에게 작업을 못 하게 됐다고 연락한다. 훌리오는 네 권의 노트와 잉크를 사 대신 소설을 마무리한다. 8년 전에 사랑을 나눈 에밀리아가 불려 나오고, 그녀와 함께한 시간이 소환된다. 가슴에 인장을 남겼으나 다 읽지 못한 소설처럼 이뤄지지 않았기에 가슴에 상처로 남은 사랑이 있다. 프루스트가 세상과 담을 쌓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혼신을 쏟았듯이 훌리오는 첫사랑의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창가에 놓인 분재(영화의 원제는 분재를 뜻한다)는 그 노력의 증거다. ‘훌리오와 에밀리아’는 서로 연결된 창작의 이야기다. 훌리오가 자기 식으로 가즈무리의 소설을 완성하려 밤을 지새울 동안 이웃집 연인 블랑카가 그의 작업에 개입한다. 애초엔 타이핑을 도와주는 것으로 시작된 그녀의 협력은 점점 창작의 핵심에 접근한다. 그녀는 읽고 있는 소설이 가즈무리의 것이 아님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하지 않은 채 감상을 이야기하고, 그녀의 비평은 훌리오의 소설이 피와 몸을 얻도록 이끈다. 완성된 작품은 훌리오의 소설이면서 표면적으론 가즈무리의 것이고, 한편으로는 블랑카의 자취가 밴 것이기도 하다. 훌리오는 다 채운 네 권의 노트를 블랑카에게 준다. 가짜 가즈무리 소설을 선물로 받은 블랑카는 스페인으로 떠나고, 이후 이 소설을 발표한 가즈무리는 혹평을 듣는다. 훌리오는 첫 작품을 가슴에 묻는다. 우리는 누구의 작품을 읽은 것일까. ‘훌리오와 에밀리아’는 종이와 책이 모티브가 된 신선한 영화다. 영화의 타이틀은 종이로 디자인됐으며, 극 중 인물의 인연은 전부 책으로 이어져 있다. 에밀리아의 친구가 문학선생에게 빌린 책이 네댓 사람을 거치다 결국 돌려받을 수 없게 된 사연은 영화의 핵심 이야기는 아니지만 낯선 칠레 감독이 이야기하는 방식을 잘 보여 준다. 감독 크리스티안 히메네즈는 훌리오가 가즈무리의 소설인 양 꾸미고자 노트에 커피와 담뱃재 흔적을 남기는 모습을 빌려 영화가 현실을 재창조하는 작업임을 밝힌다. 프루스트의 소설이 그러하듯 도무지 극 전체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은 소소한 이야기들이 끼어들 때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라틴어 과외 학생과의 대화, 에밀리아 친구의 에피소드, 할머니의 핀잔이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려면 영화를 적어도 두 번은 봐야 할 것 같다. 흥미로운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 ‘촬영명소’ 종로, 관광명소로 키운다

    ‘촬영명소’ 종로, 관광명소로 키운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부터 최근 ‘신사의 품격’까지 종로구가 TV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구는 지역 주민과 연계해 상권 활성화 전략을 가동하고 각종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기로 결정했다. 27일 종로구에 따르면 미국 할리우드에서 투자한 최초의 한국 영화 ‘런닝맨’에 지역 내 대표적 상업 거리인 관철동에서의 추격신이 담겼다. 구는 최근 원활한 영화 촬영을 위해 차량 통제와 주차 등의 행정 조치를 적극 지원했고 지역 상인회인 관철동 번영회도 현수막을 내거는 등 촬영에 힘을 실었다. 영화는 내년에 개봉된다. 첫사랑의 아련한 감성으로 올해 400만명의 관객 몰이에 성공한 영화 ‘건축학개론’에는 누하동의 한옥마을과 창신동의 골목길 등이 담겨 올가을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을 예정이다. 2007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촬영했던 부암동의 산모퉁이 카페는 방문객들의 요청으로 갤러리와 카페를 겸한 공간으로 변신해 운영되고 있다. 부암동은 ‘제2의 삼청동’으로 불릴 만큼 아기자기한 소규모 카페들이 많이 생겨나 촬영 명소라는 점을 활용해 관광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 됐다. 최근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았던 ‘신사의 품격’의 촬영 장소인 원서동의 건축사무소 ‘공간’ 사옥은 이미 구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더킹’ 등에서 한양도성 성곽이 등장해 외국 관광객의 발길까지 이끌고 있다. 과거 대표적인 관광 명소는 북촌 한옥마을의 중앙고등학교로, 한류 열풍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겨울연가’가 촬영된 곳이다. 이곳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일본 관광객이 찾고 있어 학교 앞 문구점이 연예인 사진을 파는 기념품 가게처럼 보이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겨울연가 방영 후 북촌 한옥마을은 종로의 대표적 관광 명소로 부각돼 드라마 ‘개인의 취향’,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등에도 등장했다. 김영종 구청장은 “최근 한류에 힘입어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TV 드라마나 영화 속 촬영지를 둘러보러 우리나라를 찾고 있는 만큼 주변의 관광 인프라와 연계한 각종 테마관광 코스와 체험 상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워커힐도 ‘복고바람’

    워커힐도 ‘복고바람’

    첫사랑과 1990년대를 추억하게 만드는 영화 ‘건축학개론’ 이후에 복고 바람이 뜨겁다. 최근 한 케이블TV에서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전파를 타고 있으며, 1980~90년대 음악을 주로 틀어 ‘3040’ 직장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카페의 인기도 식을 줄 모른다. 이런 분위기에 호텔도 편승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은 펍&가라오케 ‘시로코’에서 추억을 상기시켜 줄 이색 복고 파티 ‘레트로네상스’(홍보물·Retro+Renaissance의 조합어)를 총 6회 진행한다. 24일부터 새달 7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오후 7시부터. 전문 DJ가 1970~90년대 팝과 가요를 신청받아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해 들려줘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입장료는 삿포로 맥주 1병을 포함해 1만 5000원(세금 포함). 워커힐 수제 소시지, 멕시칸 스타일의 나초, 캘리포니아 피자 등 안주는 2만원대부터다. 공식 페이스북에서 무료입장권 및 음료 증정이나 ‘8090’ 추억의 사진 공모전을 통한 초대권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파티 당일에는 복고 스타일의 복장을 한 고객에게 콘테스트를 통해 칵테일 5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02)455-500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명랑소설서 사회소설로 ‘변신’ 소외된 이웃의 삶 고스란히…

    명랑소설서 사회소설로 ‘변신’ 소외된 이웃의 삶 고스란히…

    “소년출세지만 ‘정신 차리자’라고 생각했어요.” 최근 소설집 ‘비행운’(문학과지성사 펴냄)을 낸 소설가 김애란(32)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2세에 대산문학상으로 데뷔했으니, 어른들이 인생에서 가장 기피해야 한다는 소년출세 아니냐.”고 질문하자 이런 대답을 턱 하니 내놓았다. 지난해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펴냄)이 1년 만에 25만부가 팔려 나가며 단박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을 때도 김애란은 “책마다 반응이 어떨지 모르고 예상할 수도 없는 것이니, ‘역시 정신 차리자’”라고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흰 피부에 커다란 검은 눈이 또렷한 김애란은 원래 유머러스하고 명랑한 소설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써온 단편소설을 묶어낸 ‘비행운’은 세상과 삶의 무게는 천근만 한 대형 바위로 꾹 눌러놓은 듯 묵직한 소설들로 꽉 채웠다. 표제작인 비행운(飛行雲)은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 형성되는 구름을 말하는데, 소설을 읽다 보면 행운이 없다는 뜻의 비행운(非幸運)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질 나쁜 채무자가 된 대학 졸업자로 죽어서도 박스를 줍는 할머니의 환영을 보고 오열하는 88만원 세대, 화장실과 동격으로 취급받지만 감옥에 있는 아들에게 사식을 넣어 주기 위해 명절 근무를 자청하는 원형탈모증으로 대머리가 돼 가는 공항 화장실 청소부, 첫사랑으로 인해 발 들인 다단계 판매업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학원 제자를 밀어넣고 그 제자가 자살하자 죄의식에 시달리는 전직 학원선생, 재개발 지역의 건물 잔해 위에서 양수가 터진 임부, 크레인 위에서 체불 임금을 요구하다가 실족한 아버지에 이어 홍수로 집을 잃고 다시 크레인에 올라야 하는 소년, 집안의 멸시를 받으며 어찌어찌 조선족과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뤘지만, 암으로 아내를 잃고 그 아내가 녹음한 테이프로 중국어를 익히는 택시기사 등이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20대뿐 아니라 50대도 읽는다면 통곡하고 싶은 심정에 빠질 만한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을씨년스러운 재개발지역을 다룬 소설은 어떻게 썼을까 싶었다. “취재를 일부러 하지는 않았는데, 지난 4년 동안 소설 속의 소재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내가 결혼 전에 살던 서울 회기동이 실제 재개발이 일어난 공간이고, 용산 사태도 벌어지고 해서 쓸 수 있었어요.”라고 김애란은 말했다. 22살 느닷없이 소설가 데뷔를 한 뒤로 ‘총알’(데뷔 전에 써놓은 미발표 작품들)이 많지 않아 청탁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쓰다 보니 시의적으로 민감해졌다. 또 처음에는 주변의 가까운 소재를 쓰다가 한발한발 밖으로 나가게 되면서 마주하게 된 사회적 소재들이다. 그는 “서산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지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에 진학하면서 살게 된 서울이란 공간이 하나하나 신기했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서 편의점, 고시원, 노량진, 신림동 이야기를 썼고, 공간의 이야기가 재개발 지역까지 확장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퇴고를 많이, 오래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1년 365일 중 300일 정도 소설을 쓰고, 첫날 200자 원고지 3장을 쓰고 다음 날 이어 4장째를 쓰는 것이 아니라, 첫 장부터 다시 쓰면서 4장을 마무리하는 식으로 쓴다. 김애란의 소설이 밀도가 높은 이유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정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10년째 소설가의 길을 가는 김애란은 “작가가 되려고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자신이 누구인지, 내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호기심과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작가가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소설을 쓰는 경지에 올라 평생 동안 소설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주말 영화]

    ●투캅스(EBS 일요일 밤 11시) 파트너인 김 형사와 환락가를 누비고 다니던 조 형사(안성기)는 불법영업을 하는 노래방에 있다가 급습한 시경 감찰반에 적발된다. 그러나 눈에 띄게 부를 축적해 둔 김 형사는 파면당하지만, 서민 아파트에서 가난하게 혼자 살고 있는 조 형사는 경고 처분만 받는다. 한편 이 사건으로 조 형사는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신참 형사를 새로운 파트너로 맞이하게 된다. 매사에 정석대로 일을 처리하는 강 형사(박중훈) 때문에 능청스럽게 세상사를 잘 적응해 가던 조 형사는 곤란을 겪는다. 그렇게 조 형사는 하는 일마다 원리원칙을 내세우며 반발하는 강 형사를 자기 편으로 만들어 예전 같은 시절로 돌아갈 궁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강 형사 앞에 수원(지수원)이라는 여자가 찾아와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협박받고 있다고 도움을 요청한다. 결국 강 형사는 영문도 모른 채 사건의 내막에 다가서기 위해 수원의 집을 방문하고 협박전화에 시달리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다. ●로맨스 조(KBS1 토요일 밤 1시 5분)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스타감독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 이 감독. 그는 새로운 시나리오 집필을 위해 프로듀서에게 떠밀리듯 허름한 시골 여관에 머무르게 된다. 그 곳에서 그는 심심풀이로 부른 다방 종업원에게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 조’의 러브스토리를 듣게 되는데…. 인기 여배우 우주현이 자살하던 날. 세상이 온갖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그녀가 작업한 마지막 영화의 조 감독이었던 ‘로맨스 조’는 영화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모든 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간 조 감독은 더 이상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음에 절망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 순간 우연히 다방 종업원과 마주치게 되고, 이를 통해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첫사랑 초희를 떠올린다. ●아파트(OBS 일요일 밤 11시 25분) 세련된 고층아파트, 화려하지만 차가운 공간에서 홀로 살아가는 세진. 그러던 어느 날 밤, 세진은 건너편 아파트의 불들이 동시에 꺼지는 현상을 목격한다. 그날 이후 매일 밤 맞은 편 아파트를 바라보던 그녀는 일정한 규칙을 발견하게 된다. 정확히 밤 9시 56분이 되면 건너편 아파트의 불이 동시에 꺼지는 것이다. 한편 건너편 아파트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주민들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러던 중 세진은 매일 밤 9시 56분에 아파트의 불이 꺼짐과 동시에 아파트의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진은 이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만, 오히려 범인으로 의심을 받으며 궁지에 몰린다. 그렇게 아파트는 점점 세진과 주민들을 조여오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공포 속으로 몰아 넣는다.
  • 朴 “호남 가장 많이 찾았다” 非朴 “朴 역사인식이 문제”

    朴 “호남 가장 많이 찾았다” 非朴 “朴 역사인식이 문제”

    26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첫 합동연설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민주통합당의 ‘텃밭’임에도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박근혜 후보를 비롯한 총 5명의 후보들은 연설회장으로 들어서면서 지지자들의 연호에 일일이 악수로 화답했다. 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후보와 비박(비박근혜) 후보들 간의 신경전은 초반부터 치열했다. 박근혜 후보는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통해 군부 독재에 대한 ‘사과’의 의미를 표현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5·16을 ‘대한민국 헌정사를 중단시킨 군부 쿠데타’로 규정하고 ‘박근혜 대세론’을 ‘이회창 대세론’과 대비시키며 대립각을 세웠다. 김 후보의 동영상이 중간에 끊겨 다시 상영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임태희 후보는 유일하게 지인의 찬조연설로 동영상을 대신했다. 박근혜 후보는 합동연설회에 앞서 광주 망월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 헌화·분향하고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최근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박 후보의 발언으로 ‘역사인식 논란’이 벌어진 상황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박 후보는 연설에서 5·16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호남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지난 2004년 당 대표가 된 이후 제일 먼저 찾은 곳이 호남이었고, 가장 많이 찾은 곳도 호남이었다.”면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매듭을 풀고, 영남과 호남의 매듭을 풀어, 팔도가 하나 되는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또 “다음 달이면 김대중 전 대통령 3주기를 맞게 된다. 살아생전 김대중 대통령이 저에게 ‘국민 화합의 최적임자’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호남 민심을 파고들었다. 이에 비박 후보들은 박 후보의 ‘역사인식’을 문제삼으며 각을 세웠다. 김태호 후보는 “젊은이들은 새누리당이 답답하고 구닥다리라고 말하는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5·16은 혁명이었다.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왜 쿠데타는 쿠데타고 혁명은 혁명이라고 시원하게 인정하지 못하나. 왜 진심으로 사과하지 못하나.”라고 힐난했다. 임태희 후보도 “5·16 지지가 50%가 넘는다고 하면서 반쪽 지지만 확고히 잡으면 된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역사파괴적 발상’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근혜 사당화’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문수 후보는 “제가 입당한 지 19년이 됐지만, 박근혜 후보는 탈당했다가 다시 들어왔다.”면서 “입당 19년 만에 이렇게 불통과 독선에 숨이 막힌 적이 없었다. 새누리당의 사당화와 독선을 누가 해결하겠나.”라며 박 후보의 ‘사당화 논란’을 언급했다. 김태호 후보 역시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 소통도 없고, 대화도 없다.”면서 “총선 이후 마치 대선에서 이긴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임태희 후보는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호남의 상당수 지역구에 공천을 하지 못한 데 대해 “4년 전 선거에는 31개 지역구에 전원 공천했는데, 이번에는 30개 지역구 중 13곳으로 절반에 가까운 곳이 공천을 못 받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지지율이 상승 추세인 안철수 전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에 대한 견제도 있었다. 김문수 후보는 “(박근혜) 대세론이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 안철수에게 역전당하고 있다.”면서 “안철수 같은 무경험자, 무자격자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수 있겠나. 저는 면허와 자격이 다 있고, 안철수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다.”라고 역설했다. 김태호 후보는 “안철수가 양식장에서 자란 양식 횟감이라면 나는 거친 파도와 싸운 자연산 활어 횟감이다. 안철수의 안풍, 김태호의 태풍으로 박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 갈등을 넘어 통합을 이룰 후보임을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는 “저의 처가는 순천이고, 저는 호남의 사위”라면서 연설 무대로 부인 설난영씨를 불러 어깨 위로 하트 모양을 만든 뒤 “저는 30년간 매일 동서화합을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상수 후보는 “김문수 후보는 사모님이 호남분이지만, 제 첫사랑은 광주아가씨였다.”면서 “광주 시민들이 두번째 사랑을 달라.”고 호소했다. 광주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전직 언론인인 사비오는 규칙적이고 편안한 삶을 유지했다. 수십 년 동안 허드렛일을 챙겨 온 하녀 다미아나가 일주일에 몇 번 찾아올 뿐 그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집 안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지냈다. 매주 일요일마다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는 것으로 세상과 소통해 왔던 그는 어느덧 아흔 살에 이르렀다. 아흔이 되기 전날 그는 오랫동안 연락을 끊었던 늙은 포주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처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어이없는 주문에 포주 로사 카바르카스는 준비하겠노라고 선뜻 답했고 아흔의 노인은 십대 소녀와 한 침대에 눕게 된다. 그것을 자신에게 주는 하룻밤 선물로 여긴 사비오는 이후 예기치 않은 상황에 면한다. 불현듯 그는 불안과 고통을 느꼈으며 이따금 솟아나는 질투심과 의혹이 평정했던 삶을 뒤흔들어 놓는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의 개봉은 조금 뜬금없다. 이미 절판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이 그리 인기 있는 작품이던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영화의 개봉은 아마도 ‘은교’와 대중의 만남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노작가와 소녀의 사랑 이야기란 점에서 두 작품은 얼핏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두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은교’의 이적요와 반대로 사비오(원작에는 따로 이름이 없다)는 한량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사창가를 들락거렸으며 창녀들과 즐긴 쾌락의 시간은 그가 평생 독신으로 사는 데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영화에서 소녀의 관점을 일부 더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일방적인 사랑 이야기다. 드러나지 않게 사랑을 가꾸는 노인의 복잡한 심리가 극을 이끄는 주 동인이다. 사연이 어찌 됐든 이 영화를 한국에서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십대 창녀라는 소재에 편협하게 반응한 외국에서 이 영화가 제대로 개봉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여든 중반의 나이에 발표한 원작은, 마찬가지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에서 따온 문구를 글에 앞서 소개한다. 삽입과 관련한 어떤 성적 관계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잠자는 미녀’의 문구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의 이후 방향을 암시한다. 이것은 노인이 새로운 삶의 시작점에서 발견한 ‘위대한 첫사랑’의 이야기다. 사랑에 미친 노인은 칼럼을 연애편지로 바꾸어 버리고 넋을 잃은 채 방황한다. 좀 건방지게 굴자면 내 눈에는 아흔 노인이 참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지금껏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프란체스코 로지의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아르투로 립스테인의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는다’ 같은 거장의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가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이야기를 이미지의 리듬 위에 얹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작가와 동갑인 헤닝 카를센의 선택은 탁월하다. 전작들보다 판이할 정도로 단순한 원작은 영화와 근사하게 어울리며 인물과 비슷한 연배에 도달한 카를센은 대사 대신 선명한 이미지를 앞세워 표현할 줄 안다. 일인칭 시점의 소설에 몇몇 장면을 과감하게 집어넣어 관객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원작에서 노인이 억누르던 외침을 스크린 위로 불러낸 마지막 장면은 그중 압권이다. 19일 개봉. 영화평론가
  • “내 드라마 안에 너 있다”

    “내 드라마 안에 너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김은숙 작가·왼쪽)과 ‘유령’(김은희 작가·오른쪽)의 작가들이 매주 시청자들에게 미션을 제공하고 있어 화제다. 시청자가 풀어야 할 미션은 두 작가가 서로의 드라마에 이름을 빌리며 친분을 드러낸 사실을 찾아내는 것. ‘신사의 품격 안에 유령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 드라마 작가들끼리 작품에서 서로 실명을 등장시키는 것이 매우 드문 일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시청자들 또한 회를 거듭할수록 작품 속에 숨겨진 두 작가의 친분을 드러내는 표시를 찾아내는 데 열을 올리며 쏠쏠한 재미를 찾고 있다. 먼저, 시청자 미션은 김은숙 작가가 첫선을 보였다. 한국 남성용 섹스앤더시티라는 평가를 받는 자신의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41세 꽃중년 4인방’(장동건,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의 첫사랑의 이름을 드라마 ‘유령’의 작가 이름과 같은 김은희로 설정한 것. 게다가 지난 1일 방송된 12회분에선 김은희에 대해 궁금해하는 서이수(김하늘)에게 임메아리(윤진이)가 “드라마 ‘유령’ 작가요? 아, 소간지(드라마 ‘유령’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소지섭의 별명)~!”라며 김은희 작가의 유령을 간접적으로 홍보했다. 이에 질세라 김은희 작가도 자신의 드라마 ‘유령’에 김은숙 작가를 등장시키며 시청자 미션 대열에 참여했다. 지난달 27일의 ‘유령’에서 의문의 살인을 당한 세광그룹 하청업체 CK전자 남상원 대표의 아내 이름을 김은숙으로 설정한 것. 김은숙은 남 대표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푸는 중요한 역할로 그려졌다. 각 작가의 이름 등장이 화제가 되고서 또 하나의 시청자 미션이 등장했다. 이른바 ‘유령에 신사의 품격 있다.’ 미션. 지난 11일 방송된 유령 13회에선 조현민(엄기준)이 해커 집단에 자신의 해임안을 찬성한 김병석 대표의 약점을 찾으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해커 집단은 즉시 김병석 대표의 컴퓨터에 접근해 비자금, 불법 횡령, 불법 부동산 등 그의 비리를 찾는 데 애를 썼다. 이 과정에서 김병섭 대표가 받은 메일을 해킹해 살펴보던 중 ‘드라마 신사의 품격 촬영 지원’이라는 제목의 메일이 시청자들의 눈에 포착됐다. 네티즌들은 이 장면을 캡처해 ‘유령 속 신사의 품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퍼나르며 화제가 됐다. 두 작가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러한 시청자 미션이 가능한 것은 두터운 친분의 힘이 컸다. 김은숙 작가와 김은희 작가는 지난해 7월 ‘SBS 2011상반기 작품상 시상식’에서 각각 ‘시크릿 가든’과 ‘싸인’으로 드라마부문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상하며 처음 만났다. 나이도 비슷해 금방 친해졌고, 이후 각별한 친분을 쌓아오다 ‘신사의 품격’과 ‘유령’을 동시에 선보이며 극중 인물로 서로 실명을 쓰게 됐다는 후문이다. 한편, 김은숙 작가는 신사의 품격에서 김은희 작가뿐만 아니라 전작 ‘시크릿 가든’의 현빈을 위한 깨알 같은 배려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극중 서이수(김하늘)가 윤리 교사로 재직 중인 학교의 이름을 ‘주원고등학교’로 설정한 것. 전작 시크릿 가든에서 극 중 현빈의 이름 김주원에서 따왔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여름방학에 만나는 우리 문화

    여름방학에 만나는 우리 문화

    요즘 여름방학이 예전만큼 길지는 않다. ‘주5일 수업’이 정착하면서 방학기간이 한 달 남짓하다. 그렇다고 방학동안 학원만 다닐 수는 없는 법. 문화예술을 배우는 예술학교에서 우리 문화를 경험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좋겠다. 국립극장은 31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 남산 국립극장 KB국민은행청소년하늘극장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름방학 어린이 예술학교’를 연다. 예술교육단체인 ‘이야기꾼의 책공연’이 준비한 ‘국립극장 이야기 해결단’은 책읽기의 확장판. 책을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책을 들려주고, 냄새를 맡고, 상상하게 하는 공연이다. 통합문화예술연구소 ‘넘나들이’의 ‘랩(RAP)소리난다-헬로, 미스터 래빗!’은 ‘수궁가’ 속 토끼의 상황을 자신의 현실에 비추어 생각하고, 엠싱(가사를 쓰고 랩을 하는 것)과 그래피티(낙서화)로 풀어낸다. 아이들이 힙합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수궁가인 셈이다. ‘아츠리퍼블릭’의 ‘예술로 만나는 세계사 여행-리틀 유네스코’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기울이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토론·음악·의상제작을 한데 섞어 공연을 만들고 발표하면서 소통 능력과 창의성을 키운다.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수강료 12만원(재료비 포함). (02)2280-5820. 국립극장은 아울러 ‘국립극장, 고고고(보고 듣고 즐기고)’의 신작 뮤지컬 ‘소나기’를 지역 문화예술회관에서 무료로 올린다.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국악과 희곡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해 공연을 쉽고 가까이 느끼도록 한 ‘국립극장, 고고고’는, 올해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린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를 바탕으로 국악과 뮤지컬을 버무렸다. 국립극장 문화예술인턴으로 구성된 예술단 ‘미르’가 1부에서 첫사랑을 주제로 한 국악을 연주하고, 2부에서 뮤지컬 ‘소나기’를 선보인다. 17일에는 충남 태안문화예술회관을 찾고, 21일에는 전북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오른다. 25일에는 강원 태백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다. (02)2280-4114~6. 국립국악원은 이달 말부터 2주에 걸쳐 초등학교 1년생부터 중학교 3년생이 참여할 수 있는 ‘청소년 국악강좌’를 서울 도봉구와 노원구에서 진행한다. 청소년 국악강좌에는 해금·가야금·단소 등 국악기를 배우는 시간과 국악원의 국악교육 전문가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강의하는 ‘어린이 사물북’, ‘장구와 전래동요’ 등이 준비돼 있다. 30일부터 다음 달 3일에는 도봉구 창5동 주민센터에서 열고, 6~10일에는 노원구 중계본동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1주일 동안 이어진다. 강좌가 끝나는 날에는 무대 위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뽐낼 수 있다. 현재 2차 접수(노원)를 하고 있다. (02)580-3396.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26일 TV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밤 7시 30분) 중국에서 온 효하씨는 결혼 6년차다. 28세로 현재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 살고 있다. 전업 주부지만 워킹맘 못지않게 바쁜 효하씨는 다문화센터에서 듣는 수업도 가지가지다. 이렇게 그가 공부에 대한 욕심이 남다른 이유는 어렸을 적 배우고 싶었던 학업을 어려운 형편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승승장구(KBS2 밤 11시 5분) 데뷔 25년차 전설의 그룹 ‘소방차’ 멤버 정원관, 김태형, 이상원이 두 번째 이야기를 전한다. 대한민국 1980~90년대를 뒤흔든 ‘소방차’의 정예멤버 해체 후 그들의 불화설과 해체 사연을 직접 밝히며 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친다. 이 밖에도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그들의 인기를 증언해 줄 몰래 온 손님도 만나 본다. ●호국보훈의 달 특집 다큐멘터리-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1, 2부(MBC 밤 11시 15분) 1부에서는 6·25 전쟁에 나가 유해로도 돌아오지 못한 국군용사들의 유해를 찾아본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활동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한국전쟁 중 유일하게 미군이 한국군의 작전지휘를 받으며 벌인 횡성전투를 둘러싼 음모론의 실체를 들어 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었던 은섭이. 엄마의 임신중독증으로 인해 한 달 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지내야 했다. 은섭이는 뇌손상으로 인한 장애가 생겼고, 현재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다. 때문에 혼자서는 활동이 불가능하고, 수시로 찾아오는 발작과 강직 증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아름다운 소원(EBS 오전 6시 30분) 경기 양평의 김형걸 할아버지는 아내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다. 평생을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성실하게 살아온 할아버지가 수줍게 꺼내 놓은 소원은 다름 아닌 첫사랑 찾기다. 한 소녀와 고등학교 시절 풋풋한 사랑을 나눴던 할아버지는 첫사랑 찾기에 나선다. ●대뜸 토크(OBS 오후 7시 5분) 대권 정국의 주연들을 ‘대뜸’ 찾아가 그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 보는 신개념 토크쇼를 시작한다. 오늘의 주인공 김영환 의원은 그동안 감춰 왔던 대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한편 유신 정권 당시 학내 시위를 주동한 일을 빌미로 수감 생활을 하게 된 그때 서방파 두목 김태촌과 맞붙은 사연을 털어놓는다.
  • ‘넝쿨당’은 어떻게 국민드라마가 됐나

    ‘넝쿨당’은 어떻게 국민드라마가 됐나

    올 상반기 ‘해를 품은 달’ 이후 히트 드라마는 톱스타가 즐비한 미니시리즈가 아닌 주말연속극에서 나왔다. KBS 2TV주말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이 바로 그 주인공. 이 드라마는 기존 주말극의 고정 시청층인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시청층까지 대거 흡수하며 40%대에 가깝게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기존 주말극의 공식을 파괴했다고 평가받는 ‘넝쿨당’이 국민드라마가 된 비결을 짚어 봤다. ‘넝쿨당’은 미니시리즈 ‘내조의 여왕’과 ‘역전의 여왕’을 히트시켰던 박지은 작가가 처음으로 도전한 주말연속극이다. 빠른 전개와 감각적인 스토리, 개성 있는 캐릭터 등 미니시리즈의 작법이 주말극에 그대로 접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내용 면에서도 고부 갈등을 소재로 다루던 기존의 가부장적인 홈드라마에서 벗어나 며느리의 입장에서 본 시댁 문화를 코믹하게 다루면서 젊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드라마를 제작한 로고스필름의 박민엽 이사는 “이전의 주말극이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바라본 며느리의 모습을 그렸다면, ‘넝쿨당’은 그 시각을 뒤집어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새롭게 조명했다.”면서 “주말연속극 판 미니시리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나 스토리가 눈에 띄게 젊어졌고, 기존의 주말 시청층인 50~60대는 물론 20~30대까지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캐릭터·스토리 젊은 시청자 ‘꽉’ ‘내조의 여왕’과 ‘역전의 여왕’에서 김남주와 호흡을 맞췄던 박 작가는 이번에도 김남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미니시리즈의 감성을 유지했다. 김남주는 “처음 주말극의 제의를 받았을 때 반신반의했고 미니시리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작가를 믿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KBS는 애초 박 작가와 20부작 미니시리즈를 계약했다가 50부작 주말극을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극의 분위기를 젊게 바꾸겠다는 전략을 세웠던 것.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은 “전작에서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박 작가의 성향을 볼 때 이야기를 조금 더 확대한다면 미니시리즈처럼 특화된 시청층이 아닌 광범위한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주말극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KBS에서 주말극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높은 만큼 작가 연령대를 낮춰서 미니시리즈 같은 가족극을 통해 젊은층을 흡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기 드라마는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이 손쉽게 되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넝쿨당’은 20~60대 각 세대를 대표한 캐릭터를 내세우고, 그들 각각의 사연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 재미를 준다. 2030에는 차세광(강민혁)과 방말숙(오연서)의 톡톡 튀는 솔직한 연애담과 천재용(이희준)과 방이숙(조윤희)의 순수하면서도 코믹한 사내 연애로 젊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는데 성공했고, 30대 기혼 시청자들에게는 차윤희(김남주)-방귀남(유준상) 부부의 사는 법이 공감을 얻고 있다.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게는 귀남의 입양을 둘러싼 작은어머니와 귀남의 관계, 일명 ‘갱년기 시스터스’로 나오는 세 자매(윤여정, 유지인, 양희경)의 이야기도 비중 있게 등장하면서 50~60대 주부 시청자들도 소외시키지 않았다. 지난 2월 25일~6월 17일 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가 집계한 ‘넝쿨당’의 성연령별 시청률 집계를 보면 60대 여성(26.8%)과 50대 여성(24.7%)이 1, 2위를 차지하고 60대 남성(22.3%)과 40대 여성(19.8%), 40대 남성(12.5%)이 그 뒤를 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적지 않은 남성들도 이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는 것.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남성 시청자들은 이상적인 사윗감과 남편감으로 통하는 귀남의 캐릭터와 극 초반 귀남과 아버지 방장수(장용)의 눈물 겨운 부정, 순정마초 천재용의 입체적인 캐릭터 등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화려한 카메오도 인기 비결 ‘넝쿨당’의 또 다른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적절한 풍자와 위트에 있다. 일명 ‘여왕’ 시리즈에서 직장 내 파벌 문화 등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꼬집었던 박 작가는 이번에는 일명 ‘시월드’라고 불리는 불평등한 시댁 문화를 풍자했다. 극중 차윤희는 임신한 뒤 육아에만 전념하기를 바라는 시댁 식구들에게 직장 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하고, 시도 때도 없이 딴죽을 거는 밉상 시누이와의 관계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맞서면서 통쾌함을 준다. 매회 등장하는 각종 패러디와 화려한 카메오도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 하나. 1회 때 고시생으로 등장한 김남주의 남편 김승우를 시작으로 홍은희, 양희은, 이수근, 지진희 등 연기자나 작가와 인연이 있는 연예인들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예능 작가 출신의 박 작가는 각종 코믹한 패러디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차태현이 차윤희의 첫사랑 태봉 역으로 나와 꾸민 영화 ‘건축학개론’의 패러디나 성시경이 한물간 가수 윤빈(김원준)과 벌이는 오디션 프로그램 배틀, SBS ‘짝’을 패러디한 ‘짝꿍’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3일에는 말숙의 상상 장면에서 사극 ‘여인천하’의 패러디까지 등장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기존의 가족드라마가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많이 보였다면 ‘넝쿨당’은 시선을 낮춘 풍자와 비틀기를 통해 공감지수를 높인 것이 인기 비결”이라면서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과 상관없이 상황을 갖고 꾸미는 패러디는 마치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시청층을 쉽고 빠르게 유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영화리뷰] ‘아부의 왕’ 성동일·송새벽의 처세술 찰떡궁합 명품 애드리브

    [영화리뷰] ‘아부의 왕’ 성동일·송새벽의 처세술 찰떡궁합 명품 애드리브

    코믹 연기의 달인 성동일과 코미디 연기의 신성 송새벽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아부의 왕’(20일 개봉). 직장은 물론 사회 생활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처세술로 꼽히는 아부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생활 밀착형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 준다. 영화는 자기 일만 잘해서는 성공할 수 없고, 직장 상사는 물론 동료들과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풀어 나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살 만한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단 어느 부분에서 대중과 교감을 할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아부의 왕’은 보험회사에 1등으로 입사해 기획팀에서 중요한 기획안을 도맡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지만, 융통성 없는 고지식한 성격의 동식(송새벽)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소신껏 일했지만 윗사람 비위 맞추기에는 소질이 없는 동식은 갑자기 영업팀에 발령을 받고 퇴사할 결심을 세운다. 하지만 때마침 어머니가 만년 교감이던 아버지를 교장으로 만들기 위해 덜컥 사채를 끌어다 로비한 것을 알게 된 뒤 결국 사채를 갚기 위해 보험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영화는 영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동식이 우여곡절 끝에 아부계의 숨은 전설로 통하는 혀고수(성동일)의 제자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아부를 ‘감성영업’이라고 주장하는 혀고수는 동식에게 아부의 기본인 침묵부터 가르친다. 이어 ‘3, 4, 5의 법칙’, ‘미소의 법칙’, ‘동조와 맞장구의 법칙’ 등 아부 비법을 전수하는 장면에서 상황에 딱 맞는 대사와 배우들의 애드리브 연기가 어우러져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극의 중반부터 동식의 개인사에 얽힌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작품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사채에 시달리던 동식이 계약을 따내기 위해 홈쇼핑 회장에게 비굴할 정도로 충성을 다하는 애잔한 모습은 샐러리맨의 애환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코믹하게 흘러가던 극 전개에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다. 여기에 동식의 첫사랑이 등장해 이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추가되면서 영화는 구심점을 잃고 산만하게 흘러간다. 아부를 소재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겠다는 기획은 참신했지만, 좀 더 치밀한 구성과 현실적인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생활 밀착형 코미디의 익숙함은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메시지나 페이소스는 약하다는 이야기다. 큰 변신을 보여 준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와 잘 맞는 배우들의 연기는 볼 만하다. 성동일은 ‘애드리브의 제왕’이라는 별명답게 능글맞은 혀고수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고, 로맨틱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 이후 샐러리맨 연기에 도전한 송새벽도 큰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아부계의 팜므파탈 예지 역으로 나오는 김성령의 캐릭터는 강렬하지만, 남자 주연들에 비해 비중은 작은 편이다. 영화 ‘밀양’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정승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만화는 내 사랑] ⑧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 장범준

    [만화는 내 사랑] ⑧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 장범준

    올 상반기 대중음악계 최대 이슈 중 하나는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다. 지난해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서 준우승을 하더니 올 3월 자작곡 11곡을 담아 발표한 데뷔 앨범이 상한가를 쳤다. ‘벚꽃 엔딩’, ‘이상형’, ‘첫사랑’, ‘여수 밤바다’ 등 8~9곡이 동시에 음원 차트 상위권을 석권했다. 두 달도 안 돼 13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을 정도. 톱 클래스 아이돌을 넘어서는 기록이다. 첫 단독 콘서트에 이어 지난달 시작한 전국투어 콘서트도 연일 매진이다. 이쯤 되면 버스커버스커가 만화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사람도 있겠다. 버스커버스커는 만화가 맺어준 밴드다. 리더이자 기타를 치는 장범준(23)과 베이스를 담당하는 김형태(20)는 상명대 천안캠퍼스 만화·디지털콘텐츠 학부 선후배 사이. 드럼을 두드리는 브래드(27)는 같은 학교 영어 강사였다. 밴드 로고나 1집 앨범에 그려진 멤버 캐릭터 이미지 모두 그림에 일가견이 있는 장범준의 손에서 빚어졌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장범준을 전화로 만나봤다. “연습도 하고 미니 앨범도 준비하고, 방송 녹화도 하고 광고도 찍고, 연예계 생활을 처음 해보고 있어요. 사실 얼떨떨하죠. 엄마도 (사람들이) 제 노래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는데요.” 좋아하는 작품을 물으니 ‘슬램덩크’, ‘ H2’, ‘격투맨 바키’, ‘킹덤’, ‘진격의 거인’ 등 일본 작품을 앞머리에 세운다. 국내 작품으로는 강풀 시리즈,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 하일권의 ‘3단합체 김창남’ 등을 꼽았다. 그림이 주는 느낌이 좋다며 의외로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를 보태기도 했다. “여러 가지로 세상을 느껴볼 수 있잖아요. 작가가 만들어가는 서정적인 분위기, 그런 게 특히 좋았죠.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감탄하기도 했어요. 사실 글자 읽는 것을 싫어하는 저로선 만화가 있어 너무 행복했어요. 딱딱한 위인전도 만화로 보면 정말 재미있었죠.” 만화와 음악 사이에서 연결 고리를 많이 느낀다고 한다. 만화를 그리는 식으로 음악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1집의 ‘여수 밤바다’ 같은 경우 인상적인 장면을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밤바다가 까만데 보이지는 않고, 모텔 불빛이나 조명이 아름답게 내려쬐는 장면들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노래를 썼죠.” 좋아하는 축구는 몸집이 작아서, 하고 싶은 노래는 가수 얼굴이 아니라서 중3 때 그림으로 진로를 잡았다는데 과연 솜씨는 어느 정도일까. 고2 때인 2006년 대구시 주최 대구만화캐릭터공모전에서 대상, 부천만화정보센터(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동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조선대 주최 전국학생미술실기대회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장범준은 “특기자 전형을 위해 공모전에 자주 나갔기 때문”이라고 겸손해 하는 한편, 입시 미술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입시 미술을 하다 보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학을 목표로 그리게 되죠. 그러다 보면 그림 실력은 느는데, 그리고 싶은 마음은 없어져요. 그래서 지금 음악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어요.” 표현이 더 자유롭고 다양해서 만화가 다른 어떤 순수 미술보다 진짜 그림 처럼 느껴진다는 장범준은 여전히 만화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 “원래 극화체로 만화를 그리는데, 패션 드로잉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죠. 언젠가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꼭 그려보고 싶어요.”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만화 캐릭터 대상 받은 신인가수 누군가 했더니…

    만화 캐릭터 대상 받은 신인가수 누군가 했더니…

    올 상반기 대중음악계 최대 이슈 중 하나는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다. 지난해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서 준우승을 하더니 올 3월 자작곡 11곡을 담아 발표한 1집 앨범이 상한가를 쳤다. ‘벚꽃 엔딩’, ‘이상형’, ‘첫사랑’, ‘여수 밤바다’ 등 8~9곡이 동시에 음원 차트 상위권을 석권했다. 두 달도 안돼 1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을 정도. 톱 클래스 아이돌을 넘어서는 기록이다. 첫 단독 콘서트에 이어 지난달 시작한 전국투어 콘서트도 연일 매진이다. 이쯤 되면 버스커버스커가 만화와 무슨 관련이 있냐는 사람도 있겠다. 버스커버스커는 만화가 맺어준 밴드다. 리더이자 기타를 치는 장범준(23)과 베이스를 담당하는 김형태(20)는 상명대 천안캠퍼스 만화·디지털콘텐츠 학부 선후배 사이다. 드럼을 두드리는 브래드(27)는 같은 학교 영어 강사였다. 밴드 로고나 1집 앨범에 그려진 멤버 캐릭터 이미지 모두 그림에 일가견이 있는 장범준의 손에서 빚어졌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장범준을 전화로 만나봤다. “연습도 하고 미니 앨범 준비도 하고, 방송 녹화도 하고 광고도 찍고, 연예계 생활을 처음 해보고 있어요. 사실 얼떨떨하죠. 엄마도 (사람들이) 제 노래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는데요뭐.” 중·고교 시절 좋아했던 작품을 물으니 ‘슬램덩크’, ‘ H2’, ‘격투맨 바키’, ‘킹덤’, ‘진격의 거인’ 등 일본 작품을 앞머리에 세운다. 국내 작품으로는 강풀 시리즈,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 하일권의 ‘삼단합체 김창남’ 등을 꼽았다. 그림이 주는 느낌이 좋다며 의외1로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를 보태기도 했다. “여러 가지로 세상을 느껴볼 수 있잖아요. 작가가 만들어가는 서정적인 분위기, 그런 게 특히 좋았죠.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감탄하기도 했지요. 사실 글자 읽는 것을 싫어하는 저로선 만화가 있어 너무 행복했어요. 딱딱한 위인전도 만화로 보면 정말 재미있었죠.” 만화와 음악 사이에서 연결 고리를 많이 느낀다고 한다. 만화를 그리는 식으로 음악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1집의 ‘여수 밤바다’ 같은 경우 인상적인 장면을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밤바다가 까만데 보이지는 않고, 모텔 불빛이나 조명이 아름답게 내려쬐는 장면들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노래를 썼죠.” 좋아하는 축구는 몸집이 작아서, 하고 싶은 노래는 가수 얼굴이 아니라서 중3 때 그림으로 진로를 잡았다는데 과연 솜씨는 어느 정도일까. 고2 때인 2006년 대구시가 주최 대구만화캐릭터공모전에서 대상, 부천만화정보센터(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동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조선대 주최 전국학생미술실기대회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장범준은 “특기자 전형을 위해 공모전에 자주 나갔기 때문”이라면서 입시 미술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입시 미술을 하다보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학을 목표로 그리게 되죠. 그러다 보면 그리는 실력은 느는데, 그리고 싶은 마음은 없어져요. 그래서 지금 음악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어요.” 만화가 표현이 더 자유롭고 다양해서 다른 어떤 순수 미술보다 진짜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장범준은 여전히 만화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 “원래 극화체로 만화를 그렸는데, 패션 드로잉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죠. 언젠가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꼭 그려보고 싶어요.”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난, 배우 이제훈… 어제는 샛별 이제는 스타

    난, 배우 이제훈… 어제는 샛별 이제는 스타

    영화 ‘건축학개론’과 드라마 ‘패션왕’으로 올 상반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며 맹활약한 배우 이제훈(28). 올 초까지만 해도 그의 이름 앞에는 ‘충무로의 샛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불과 6개월만에 청춘스타로서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뚜렷이 각인시켰다. 그 반년을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제훈을 만났다. →데뷔 5년 만에 스타덤에 올랐는데, 달라진 인기를 실감하나. -‘건축학개론’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동시에 ‘패션왕’으로 매주 TV로 인사를 드려서인지 팬층이 넓어진 것 같다. 그동안 ‘파수꾼’, ‘고지전’ 등 주로 영화 쪽을 다져서 젊은층에게 인지도가 있었는데, 이제는 초등학생은 물론 아저씨, 할아버지도 알아봐주셔서 참 신기했다. 스타라고 하기엔 아직 멀었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 상반기 영화와 TV 드라마를 종횡무진했는데. -연기를 배우고 출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많은 분들의 사랑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무리인 줄 알면서도 올해 영화 두 편과 드라마 한 편을 욕심내기 잘한 것 같다. 배우에게 좋은 작품은 축복과 같다. →‘건축학개론’의 어린 승민과 ‘패션왕’의 재혁은 너무나 상반된 캐릭터였다. -영화가 개봉한 뒤 드라마에서 저를 보시고 마치 다른 사람 같다면서 낯설어하는 분들이 계셨다. 저 역시 두 사람 모두 제가 연기한 인물인데, 흥미롭고 신기했다. 드라마 1회가 나간 뒤 어색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모두 제 안에서 창조된 인물이니까 시간이 흘러서 다른 연기를 보인다면 편하게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재혁이 워낙 극과 극을 오가는 인물이라 연기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재혁은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재벌 2세지만, 내면의 아픔과 진솔함을 끌어내려고 했다. 재혁은 성공과 사랑을 쟁취하고 싶은 욕망이 큰데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커 괴로워한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면 화를 내고 분노하고 과격한 언행을 일삼는다. 처음에는 저도 재혁이 다가가기 힘든 차가운 캐릭터였지만, 후반부에 순수한 사랑을 느끼고 순종적으로 변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따뜻한 사람으로 변모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재혁은 가질 수 없는 사랑에 집착하는 인물로 나왔는데 본인도 그런 경험이 있나. -그 정도까지 사랑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했는데 받아주지 않아서 그 사람의 앞날을 위해서 포기한 적은 있다. 나에게는 연기가 그런 대상인 것 같다. 해야 될 연기가 있으면 편하게 쉬지 못하는 성격이다. 감독님이 오케이를 하셨는데도 뭔가 더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한번 더 찍자고 하거나 스스로 연기에 만족하지 않으면 끝까지 그만두지 않는 버릇이 있다. →언제 다시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드나. -진심을 다해서 연기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거나 과연 그 진심이 이 작품 안에서 옳은 방향으로 연기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때다. →‘건축학개론’이 역대 한국 멜로 영화 1위에 올랐는데, 예상은 했나. 특히 어린 승민에 감정 이입한 남성 관객들이 많았는데. -세월이 지나더라도 좋은 시나리오로 작업한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멜로 영화 1위가 될 줄은 몰랐다. 그 시대에 캠퍼스 생활을 경험한 분들에게 첫사랑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여자분들 입장에서는 소심한 승민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표현하고 싶고 알리고 싶은 데 방법을 몰랐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나도 첫사랑의 추억이 연기에 영향을 준 것 같다. 1990년대에 초등학생이었지만, 노래나 의상 등 그 시대의 정서와 비슷한 면이 많다. →순수한 승민과 차가운 재혁 중 실제 이제훈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중간 쯤 되는 것 같다. 분명히 누군가 좋아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표현할까 전전긍긍하겠지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과감하게 다가갔을 것이다. 연기자로서는 다양한 모습을 선보일 수 있어서 둘 다 좋다. →올 상반기 자신의 연기 성적표에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 될 것 같다. 모니터를 할 때마다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보인다. 다음 작품을 만나게 되면 70~80점을 스스로 매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 현장에서 어려웠던 점은. -이틀, 사흘 밤을 새우면서 촬영하는 드라마 현장은 신세계 같았다. 어디로 흘러갈 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사나 장면이 바뀔 때 더욱 힘들었다. 쉬는 시간에도 연기를 잘 하려고 계속 대본을 보다 보니 나중에 꿈에서도 연기를 하고 있더라. 자고 일어나도 피곤이 풀리지 않았다.(웃음) →주로 남자 배우들과 연기하다가 또래 여배우들과 연기하니 어땠나. -영화와 드라마에서 멜로 장면이 많아 걱정이 앞섰다. 특히 키스신은 막상 해보니까 떨리기도 하고 너무 어려웠다. 배우와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데다 상대방이 화면에 예쁘게 나와야 하기 때문에 촬영이 쉽지 않았다.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고려대 생명공학과(세종캠퍼스)를 자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재입학한 사실이 화제를 모았는데. -원래 좋아하는 수학과 과학을 살려 생명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는데, 대학 2학년까지 다니면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묻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서 재롱 떨고 장기자랑하는 것을 좋아했다. 연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휴학을 하고 극단에 들어갔다. 2008년 한예종에 들어가 연극, 뮤지컬, 단편 영화 작업을 하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워낙 안해본 연기가 많아서 액션이나 스릴러 등 주어지는 대로 다 해보고 싶다.(웃음) 꽃미남 배우는 아니지만, 작품을 할 때마다 역할에 잘 어울리는 자신의 외모에 만족한다는 이제훈. 그는 항상 궁금하고 보고 싶게 만드는 배우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속이 꽉찬 ’진짜 배우‘의 등장에 마음 한 켠이 든든해졌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2012 대기획 SBS 스페셜(SBS 일요일 밤 11시 10분) 사방이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방. 그곳에는 초로의 사내와 젊은 사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멀찌감치 떨어진 채 말없이 앉아 있다. 그들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다. 누구보다 가까워야 할 부모 자식 간인데도 방 안의 두 사람은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과연 이들에게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재발견(KBS1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2015년 완공을 앞둔 경기 포천의 한탄강 댐. 인근의 여러 마을들은 댐이 완공되면 수몰된다. 이 때문에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탄강 인근에 위치해 예로부터 아름답기로 소문났던 교동 마을 사람들은 좀 더 높은 다른 부지로 마을 전체를 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귀남에게 용서 쿠폰을 받은 양실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이별 통보 문자메시지를 받은 말숙은 그 길로 세광을 찾아간다. 한편 윤희 부부는 재용의 레스토랑에서 만난 수지와 재용이 각각 귀남, 윤희가 자신들의 첫사랑이라고 하자 서로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찾아라! 맛있는 TV(MBC 토요일 오전 11시)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이 출연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아내 전미라가 해주는 집밥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절친 이현우의 집요한 추궁과 생생한 증언에 결국 장모님이 집에서 해주신 밥이라고 정정했다. MC 이현우, 권오중이 ‘윤종신에게 푸드송 영감을 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주제로 요리 대결도 펼친다. ●국회의원 정치성 실종사건(KBS2 일요일 밤 11시 45분) 동일 아빠의 죽음이 자신의 책임인 것만 같은 정치성은 이인자와 함께 섬을 떠난다. 떠나는 배 위에서 옛 추억에 잠긴 정치성은 인자에게 학창 시절 얘기를 들려준다. 그러던 중 인자와 함께 왔던 수행비서가 칼을 꺼내 정치성을 향해 다가간다. 격한 몸싸움 끝에 정치성과 이인자는 둘만 남게 되는데…….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SBS 일요일 오후 5시) 우여곡절 끝에 바누아트의 야수르 정상에 도착한 병만족에게 첫 시련이 찾아왔다. 바로 화산에서의 야영이다. 취침은 물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현재까지도 활동하고 있는 야수르 화산. 과연 병만족은 첫날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OBS 초대석(OBS 일요일 오전 6시 55분) 4·11 총선 당선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주는 안양 동안 지역의 새누리당 심재철 당선자와 함께한다.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7전 8기의 오뚝이 인생 등 늘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4선의 정치인이다. 프로그램에서는 그가 앞으로 국가와 지역을 위해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어본다.
  • [저자와 차 한 잔] 기행소설 ‘첫사랑뿐’ 펴낸 박인식

    [저자와 차 한 잔] 기행소설 ‘첫사랑뿐’ 펴낸 박인식

    산마루 흰 눈 위에 흩어진 핏빛. 10여년 전 그의 글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다. 그만큼 무섭고 아렸다. 잡지 ‘사람과 산’을 창간하기 전 이미 산 밑의 5000명을 정기 구독자로 확보했던 사나이. 힘들게 만든 잡지를 2년 이끌고 미련 없이 넘긴 뒤 산으로, 전업 작가로 떠난 그이. 여러 기행문과 대하소설 ‘백두대간’을 2권까지 내놓은 박인식(61) 작가가 200자 원고지 5000장 분량의 기행소설 ‘첫사랑뿐’(3권·바움)을 내놓은 것이 지난 연말이다. 넉달여 뒤늦게 책장을 100여쪽 넘길 즈음 푹 빠져들었고 그를 만나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인사동 술독을 마르게 했으며 황석영 작가 등과 더불어 ‘4대 구라’로 꼽히는 그를 봄바람 부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계동 한옥집 마당에서 만났다. ☞녹취록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원고지로만 작업하는 이유는. -글을 쓸 때의 집중력, 내 생각을 글로 옮길 때 느낌, 힘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오랜 세월 그렇게 써 와 익숙해졌다.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1993년에 카슈가르를 경유해 곤륜산맥의 막장으로 들어갔다. 고소증에 걸려 신내림을 경험했다. 하룻저녁에 장편소설 한 권 분량을 써 내려 갔고 곧바로 잃어버렸다. 오랜 시간 그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어떻게 그런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는지 고민하다 10여년 전에 내 전생의 삶이 거기 있었고 간절한 바람 같은 것이, 사랑이라 해도 좋고, 날 꼭 다시 찾아오게 만든 염원 같은 것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4~5년 묵힌 뒤 2년 전 파리에서 한달 동안 하루에 200자 100장씩 썼다. 곧바로 잠들고 다음 날 일어나 101쪽부터 200쪽까지 쓰고, 그게 몇 시에 끝나든지 오직 글 쓰는 데만 매달려 1권 반 정도를 썼다. 그 뒤 부처가 태어나 도를 깨치고 열반에 들 때까지 걸은 1500㎞를 100일 동안 걸은 뒤 ‘너에게 미치도록 걷다’를 냈다. 그 뒤 다시 파리 집에서 한달 써서 6000장을 완성했다. 그걸 5000장으로 줄여 낸 것이다. →긴 분량인데 꼭 하고 싶었던 얘기는. -개인이나 집단이나 갈등이 생기고 정반합을 거치는 복잡한 과정이 일어나는데 그것을 극복하는 에너지원 가운데 첫사랑의 숭고한 감정이 가장 앞선다고 본다. 감상적이라고, 너무 낙관적이라고 타박해도 뭐라 할 수 없겠지만 그런 정서, 감정 속에서 정말 이 우주 질서를 재편해 재미있게 활달하게 이끌 수 있는 에너지원은 그것밖에 없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 →더 집약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없나. -길면 긴 대로 기승과 파고 들어가는 집중력이 있다. 황석영 선배도 길게 쓰지 마라, 200자 900장 넘어가면 잘 안 읽는다, 그랬다. 그래서 타협한 게 이 정도다. 누가 ‘백년 동안의 고독’ 같은 걸 쓰겠나. 남이 안 쓰기 때문에 나는 쓰고 싶다. →아끼는 경구가 있다면. -마르케스는 “소설가는 모든 것이 신문기사로 실려도 좋을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보통 사람이 상식으로 여기는 것을 뛰어넘는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일 텐데, 인간이 어찌 저럴 수 있나 싶은 상황을 통해 역으로 인간의 길을 가리키는 것, 그것이 문학이라고 믿는다.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한국 사람과 산이 맺고 있는 관계를 살펴본 문학이 없었다고 본다. 내게 남겨진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백두대간’ 나머지 작업을 끝내고 한민족이 산과 맺고 있는 영성을 주제로 쓰고 싶다.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한국의 산들인 그런 얘기를 구상하고 있다. 그것만 마치면 더 이상의 글 욕심이 사라질 것으로 본다. →그럼 산행 계획은. -산행할 수 없는 나이가 되면 돌아오지 못할 산을 마지막으로 한 번 가고 싶다. 7000m급의 처녀봉을 정말 힘들게 등반한 뒤 사라지고 싶다. 글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어버이날 특집 꿈의 웨딩(KBS1 일요일 밤 10시 30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아온 서른 쌍 부부를 위한 가슴 찡한 결혼식이 펼쳐진다. 생애 꼭 한 번 입고 싶었던 순백의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입장하는 서른 쌍의 부부. 40여년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잔잔한 떨림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눈물의 결혼식 현장을 함께한다. ●어린이날 기획 아침마당(KBS1 토요일 오전 8시 20분) 제90회 어린이날을 맞아 ‘아침마당-가족이 부른다’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끼 많고 재주 많기로 소문난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노래로 하나 되는 화목한 가족 팀부터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요들송을 부르는 합창단 팀까지. 노래 뒤에 얽힌 사연까지 함께 들어본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윤희는 자신이 임신했을 거라 철썩같이 믿고 있는 청애와 막례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재용의 레스토랑에 온 규현은 이숙이 첫사랑이었다며 고백하고, 이숙은 짝사랑 고백에 눈물을 흘린다. 한편 말숙은 윤희의 옷과 신발을 빌린 뒤 제때 돌려주지 않아 청애와 막례에게 혼이난다. ●신들의 만찬(MBC 토요일 밤 9시 50분) 도윤은 백설을 데리고 간 수목장에서 지윤을 죽게 만든 건 백설이라고 못 박고, 도희에 대한 기사를 내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한편 모두가 알아버렸다고 직감한 인주는 절망한다. 준영이 친딸이라는 사실을 안 도희는 인주와 준영 모두 안타까워 가슴 아파하고, 백설은 보류했던 기사를 뿌려 기자들을 아리랑으로 불러 모은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0분) 첫 번째 이야기, 세계 영화계를 대표하는 미국 할리우드의 한 장소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으로 극심한 공포감에 기절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두 번째 이야기, 1971년 뉴욕에서 한 남자가 빼돌린 비밀문서가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데…. ●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6시 10분) 10시간의 논스톱 액션 서바이벌 게임 추격전으로 ‘런닝맨’ 역사상 가장 터프한 레이스가 펼쳐진다. ‘탈락시키고 싶은 런닝맨에게 투표하라.’ 하지만 생각 없이 적었던 투표 결과를 각자 책임져야만 한다. 한편 정체불명의 걸 그룹 멤버들의 등장과 함께 음모와 배신의 결정판, 그리고 흔들리는 믿음과 우정의 모습이 펼쳐진다. ●차인태의 명불허전(OBS 일요일 밤 10시 25분) 음악인 김광한은 마음에 감동을 주는 음악이라는 작은 파문으로 대한민국의 감성을 사로잡았다. 그는 결식아동을 위한 자선공연은 물론, 팝을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음악인생 46년이 흘러, 명실상부 DJ계의 전설이 된 그의 인생 이야기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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