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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의 밤 적시는 칸초네­영화음악

    ◎한우리오페라단,19일 예술의 전당 은은한 선율의 칸초네와 감미로운 영화음악들만을 골라 유명 성악가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칸초네와 영화음악의 밤’이 19일 하오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한우리오페라단이 가족단위 음악여행 행사로 마련한 기획공연으로 박성원·신영조·김종호 등 7명의 테너와 바리톤 김흥완·유영성,베이스 김원경 등 국내 정상의 남자성악가 10명과 소프라노 윤성혜·백소영,메조소프라노 김순미 등 여자성악가 3명 등 총 13명의 성악가가 출연해 똑같이 2곡씩을 선사한다.또 바이올리니스트 장성식과 불교계의 첼리스트 법현 스님은 연주자로 특별출연한다.피아노는 정미애와 전혜승. 연주곡목은 전설적인 성악가 카루소의 사랑과 일대기를 노래한 ‘카루소’를 비롯해 칸초네 ‘오 솔레미오’와 ‘돌아오라 소렌토로’,영화 ‘물망초’의 주제가인 ‘날 잊지 말아요’ 등 대표적인 칸초네와 추억의 영화음악 가운데 추린 20여곡. 이외에 전출연진이 동시에 나와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가로 유명한 ‘백학’을 비롯해 ‘푸니쿨리 푸니쿨라’,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중 ‘축배의 노래’ 등 4곡을 함께 부르며 법현 스님은 ‘예스터데이’를 첼로독주로 연주한다.또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함께 하는 피아노 3중주의 순서도 마련된다.문의 3142­2184.
  • ‘인간 JP’ 진솔한 삶의 얘기 토로/3당대선후보 TV토크쇼

    ◎“외국인 며느리 본건 국제화의 모범” 위트도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4일 3당 후보 초청 토크 쇼인 MBC의 ‘임성훈입니다’에 출연해 ‘낭만의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개구장이 시절부터 첫사랑,결혼얘기에 이르기까지 ‘정치인 김종필’이 아닌 ‘인간 김종필’로서의 진솔한 삶의 얘기를 110분동안 들려줬다. 김총재는 이날 토크 쇼에서 고교시절 읽었던 바이런의 싯구를 암송했으며 서울대 사대에서 배웠다는 오르간 솜씨도 선보였다.중학교 3학년때는 세계문학전집을 다 읽었으며,책을 읽느라 학교도 가지 않았을 정도의 문학도였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소개로 박영옥여사와 결혼할 때 시인 브라우닝의 ‘한번,단 한번,단 한사람에게’라는 싯구를 인용했다고 전하고 대학시절 농촌에서 한글 계몽활동을 하던 과정에서 이화여대 학생을 좋아했던 첫 사랑의 경험을 전했다. 김총재는 부부싸움을 하면 말을 하지 않으며 남편감으로 70∼80점짜리라고 말했으며 청구동 자택에 있던 부인은 토크쇼 진행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를소중하게 생각해주는 남편은 90점짜리는 된다”고 애틋한 부부애를 나타내기도 했다. 과테말라 출신의 며느리를 얻은데 대해 “인도 왕비를 얻은 시조 김수로왕의 유지를 받들어 국제화에 앞장선 것”이라고 받아 넘겼으며 “정치를 하느라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부정을 표시했다. 김총재는 담배와 술은 각각 지난 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이후와 지난해 총선에서 유세이후 끊었다고 밝히고 한우 한근 값(1만2천∼1만3천원)도 알아 맞추는 꼼꼼함을 자랑하기도 했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이용숙 지음(화제의 책)

    ◎뒤라스 자유분방한 삶과 문학세계 프랑스의 여성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1914∼1996)의 자유분방한 삶과 문학세계를 조명한 전기.레지스탕스 활동가,소설가,시나리오 작가,극작가,영화감독 등 다양한 충위의 삶을 산 뒤라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다.인도차이나의 밀림에서 보낸 어린 시절,앙텔므와의 결혼과 이혼,아이의 유산과 작은 오빠의 죽음,마스콜로와의 동거와 헤어짐,알콜중독과 혼수상태로 죽는 순간까지 서른다섯살 연하의 애인 얀 앙드레아와 함께 한 노년의 삶….그의 복잡다단한 사생활은 글쓰기속에 녹아들어 끝없이 새로운 작품을 탄생케 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해 품었던 증오와 반항,그리고 사랑은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를 비롯한 많은 작품속에서 되살아났다.또 인도차이나에서 겪은 중국남자와의 첫사랑은 ‘연인’이란 작품을 낳았으며 짤막한 단상과 독백이 어우러진 ‘이게 다예요’는 그의 문학적 유서같은 작품이다.뒤라스의 소설은 전통적인 소설요소를 배제,등장인물이 거의 없고 구성이 간단하며 대사가 절제되 있는 것이 특징.때문에 그는 스스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누보 로망 계열의 작가로 꼽힌다.특히 그의 대표작 ‘모데라토 칸타빌레’는 누보 로망의 경향을 보이는 작품으로 지적된다.정우사 5천500원.
  • 등골이 오싹 ‘마녀들의 밤’/어드벤처게임 새달중순 출시

    ◎어느날 첫사랑의 여인 피살/진상 파헤치려 나서는데…/시나리오 다양… 매번 색다른 맛/1천5백가지 효과음 ‘으스스’ ‘마녀들의 밤’은 일본 빅터 인터랙티브 소프트사가 만든 게임. 국내에서는 하이콤(02­795­5765)에서 다음달 중순쯤에 출시한다.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스릴과 서스펜스가 가득찬 공포물이다. 장르는 크게 보면 어드벤처.정확하게는 ‘사운드 노벨’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속한다.‘사운드노벨’이란 추리소설과 게임을합친 형식으로 92년 일본에서 처음 선보였다. 그래픽은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다양한 사운드를 통해서 음산한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게임은 주인공이 어느날 한 여성의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수화기 너머에서 “살려달라”는 다급한 구조 요청이 이어진 뒤 전화는 끊어진다. 얼마뒤 주인공은 그녀가 살해됐다는 신문기사를 읽게 되고 또 그녀가 자신의 첫사랑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고민끝에 주인공은 살인사건의 진상을 알기 위해 그녀가 선생님으로 있던 학교로 찾아간다. 게임은 몇번씩 플레이해도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를 즐길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여러 가지 갈래가 있는데,게이머가 선택하는 갈래에 따라 각각 다른 스토리 진행과 엔딩을 볼수 있다.단지 대사를 몇줄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시나리오 전체가 크게 바뀌기 때문에 요즘 흔히 보는 ‘멀티 시나리오’시스템과는 또 다르다. 즉 주인공과 인물들과의 관계,상대방에 대한 감정,일어나는 사건 등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시나리오를 끝내고 다시 플레이하면 처음보다 갈래가 더 늘어난다.크게는 모두 34가지의 시나리오가 있는데 이것을 모두 클리어하면 게임의 하이라이트인 ‘완전판’에 도전할 수 있다. 중간중간 대사나 행동이 바뀌는 것까지 포함하면 시나리오는 모두 150여가지나 된다. 전체적으로 난이도는 높지 않은 편. 게이머는 추리소설을 읽듯이 화면에 나타나는 내용을 읽다가 필요한 때만 마우스로 클릭하면 다음 동작으로 넘어간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사운드다.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등장하는 1천500가지의 효과음은 으시시한 분위기를자연스럽게 연출하고 있다. 멀리서 들리는 여성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흉가의 문을 열때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숲속을 지날때 나는 음산한 바람소리,캄캄한 어둠속에서 홀로 책장 넘기는 소리 등이다. 뛰어난 사운드에 비해 그래픽은 평범하다.3D 화면없이 거의 2D로 처리했고,동영상도 나무에 자동차가 부딪히는 장면등 극히 일부에만 들어 있다. 스토리 전개상 어쩔수 없다고는 하지만,흉기를 사용한 잔인한 살인 장면이라든가 피가 흥건하게 흐르는 시체 모습 등 몇몇 곳은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수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윈도95 전용.
  • 올들어 60% 증가… 바이러스 기승

    ◎안철수연,1분기 모두 72종 발견/68%가 국내제작… 대부분 변종/통신에 저작도구 공개돼 확산 컴퓨터 바이러스가 급증하고 있다. 안철수 컴퓨터바이러스 연구소는 올해 첫 석달동안 국내에서 발견된 컴퓨터 바이러스가 모두 72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5종보다 60%나 늘어났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소는 이 가운데 국산 바이러스가 차지한 비율은 68.1%(49종)로 지난해에 이어 여전한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이번에 발견된 국산 바이러스의 특징은 대부분 변형 바이러스라는 것.변형 바이러스는 공개된 원형 바이러스의 저작 프로그램이나 소스를 응용해 만든 바이러스를 일컫는다. 외국산 「NRLG」바이러스는 이 기간에 24종이나 한국산 변형 바이러스로 둔갑해 출현,저작도구 공개의 폐해를 잘 보여준 실례라고 연구소측은 지적했다.또 같은 외국산인 「IVP」바이러스의 변형 바이러스도 13종이나 발견됐다고 밝혔다.이 바이러스는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지난 2월 사설 게시판에 저작도구가 올려지면서 창궐한 것으로 연구소측은 분석했다. 월별로보면 1월엔 한국산 파일 바이러스인 「시스터보」,2월엔 IVP시리즈중 COM,EXE파일을 감염시키며 파일크기를 765바이트 증가시키는 「IVP.765」가 기승을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IVP.765는 감염파일을 실행하면 주말연속극 첫사랑의 주인공 이름을 출력시켜 일명 「첫사랑」바이러스라고도 불린다.3월엔 COM파일만 감염시키며 파일크기를 1천120바이트 증가시키는 외국산 바이러스 「우주여행」이 강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종류별로는 파일 바이러스가 67종,부트 바이러스가 4종,부트/파일 바이러스가 1종으로 분석됐다.
  • 릴케­영혼의 모험가/볼프강 레프만(화제의 책)

    ◎독 시인 릴케의 삶과 예술세계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룬 전기.도서출판 책세상의 「위대한 작가들」 시리즈 첫째권이다.릴케는 물리적 대상에서 조형적 본질을 포착하고자 한 「사물시」라는 서정시의 새로운 양식을 개발,전통적인 독일 서정시에 일대 혁명을 몰고온 인물.이 책은 첫사랑 소녀에게 바친 처녀시집 「삶과 노래」에서부터 말년의 걸작 「두이노의 비가」「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에 이르기까지 릴케의 구체적인 작품세계를 살핀다. 지옥같았던 장크트 푀ㄹ텐 육군유년학교에서의 생활,1차세계대전 당시 40살이 넘는 나이로 군대생활을 하는 병약한 시인의 모습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릴케의 면모를 엿보게 하는 것도 이 책의 특징.릴케의 생애를 좇다보면 그의 삶이 사랑으로 점철되었으며,그가 수많은 여인들과 예술적인 교감을 나눴음을 알게 된다.릴케는 평생의 연인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를 통해 러시아와 톨스토이의 세계로 걸어 들어갔으며,아내 클라라의 손에 이끌려 파리와 로댕을 발견했다.한편 출판사측은 「릴케」에 이어 「토마스 만」「플로베르」「횔덜린」「헤밍웨이」「카프카」 등 5권을 올 안으로 낼 계획이다.김재혁 옮김 2만5천원.
  • 유인촌 레파토리 컴퍼니 「택시 드리벌」

    ◎한 택시기사의 하룻방 ‘상상의 세계’/여승객 두고내린 가방 둘러싼 심리묘사/「젊은작가 시리즈」 1편… 28일부터 문예회관서 26살 동갑내기인 극작가 겸 연출가 장진과 무대미술가 도현진이 젊은 연극 「택시 드리벌」을 무대에 올린다.오는 28일부터 3월18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소극장에서 공연할 이 연극은 극단 유인촌 레파토리컴퍼니가 「젊은 작가 시리즈」1편으로 기획한 것. 장진은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연극계에서는 이미 소문난 「재주꾼」.SBS 코미디작가 출신으로 영화 「개같은 날의 오후」를 각색하고 이 영화에서 게이를 사랑하는 사진가로 출연한 그는 이어 연극 「늙은 도둑 이야기」「무엇이 될 꼬하니」에서도 연기를 선보였다.또 「천호동 구사거리」로 일간지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했으며 지난 해에는 자작 희곡 「허탕」으로 연출에 데뷔했다. 현재는 영화제작사 제이콤 소속으로 영화 「쿠데타」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20대 중반에 이 정도 일을 한꺼번에 해낸 인물이면 눈여겨 볼 만하다. 반면 도현진은 이 연극이 첫 작품.고려대 심리학과 재학시절 사이코드라마를 하면서 무대미술에 매력을 느껴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이번 연극을 위해 무대모형을 수차례 짓고 부수는 중이다. 「택시 드리벌」은 언뜻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택시 드라이버」를 연상케 하지만 영화내용과는 무관하다.장진의 작품 어디서나 등장하는 서울시내 택시 운전기사 장덕배의 이야기다.「드라이버」를 「드리벌」로 오기한 것은 주인공인 무지렁이 기사 장덕배가 극중에서 내뱉는 말을 그대로 옮겼기 때문. 연극은 하룻밤 동안 생긴 일을 그린다.소시민 장덕배는 어느날 한 여자가 택시에 두고내린 가방을 집에 가지고 와 밤새 그 주인을 상상한다.상상속 가방 주인은 첫사랑 연인과 같은 아름다운 여인이 된다.이때 그의 분신인 서낙이 나타나 『가방을 열고 신분을 확인하라』고 충동하고 또다른 분신 지마는 『열지마,현재대로 살아』라고 억누른다.장덕배는 밤새 고민을 하지만 결국 새벽이 밝아오면서 자신의 세계인 택시로 되돌아간다. 「택시 드리벌」은 장덕배의 상상과 회고가「비언소」처럼 구성극으로 진행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줄거리가 이어진다. TV 활약이 많은 연극배우 최민식이 장덕배 역으로 오랜만에 본고장 연극무대에 서고 분신 서낙에 엄정화,지마에 유인촌·박선영(더블 캐스팅),택시손님으로 권성덕 이용이가 나온다.(02)3444­0651.
  • 새내기 탤런트 최지우(’97 젊은 문화주역:6)

    ◎한국판 「이자벨 아자니」 스타탄생 예감/94년 방송계 첫발… “나만의 연기세계 펼터” 요즈음 방송가에서는 싱그러운 미소가 돋보이는 한 새내기 탤런트에 온통 시선이 집중돼 있다. 172㎝의 늘씬한 키에 균형잡힌 몸매,그리고 오똑한 코와 시원시원한 눈매가 스타탄생을 예감케 하는 「한국판 이자벨 아자니」 최지우(22). 현재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KBS­2TV 주말드라마 「첫사랑」에서 부잣집 딸이라는 사실을 숨긴채 가난한 고시준비생을 사랑하는 석희 역으로 나와 드라마의 한 축을 훌륭하게 끌어간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 94년 MBC 공채 23기로 방송계에 들어선 최지우는 사실 그동안 적지않은 M­TV 드라마에 출연했다.「전쟁과 사랑」에서 정신대로 끌려가 비운을 맞는 여인 역으로 나왔는가 하면,「베스트극장」 등에서 단발성 주연을 맡기도 했다.그러나 당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해 연기자의 꿈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다. 그녀에게 행운의 여신이 찾아든 것은 지난해 5월 피카디리극장 앞에서 열린 「이자벨 아자니 닮은꼴선발대회」.영화 「디아볼릭」을 홍보하느라 마련한 이 이벤트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최지우가 누구냐』는 입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특히 이 대회가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의 주요배역 캐스팅이라는 옵션이 걸린 탓에 최지우는 곧바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행운도 거머쥐었다. 또하나 색다른 기회가 찾아왔다.개그맨 김형곤과 함께 「병사와 수녀」라는 소극(소극)무대에 서게된 것.이 연극 한편으로 『연기자는 다양한 연기를 통해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나름의 연기관을 실천에 옮겨 연기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데뷔 2년만에 모 의류회사와 CF출연 계약을 맺어 CF계에도 입성한 최지우는 남학생 뿐 아니라 여학생들에게서 받는 팬레터도 많은데다가 그들이 사슴같은 이미지를 딴 「밤비」라는 이름의 팬클럽을 만든다는 소식에 더없이 행복하기만 하다. 이처럼 폭넓은 인기에 흥분하는 최지우이지만 연기에 대한 생각만은 진지하고 다부지다.『한꺼번에 여러편에 출연하기 보다는 한 작품에 최선을 다하면서 나만의 연기영역을개척하고 싶다』는 말에서 「최고」가 될만한 최지우의 무한한 가능성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 연기자 「겹치기 출연」 해결책 없나

    ◎신인·중견급 불문 잘나가면 “모시기”/시청률경쟁 급급… 전문인 육성 겉돌아 안방극장에서 연기자들의 「겹치기 출연」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겹치기 출연」은 채널의 차별화를 무시한 「포맷 베끼기」「맞대응 편성」등과 함께 시청자들의 「짜증지수」를 높여주는 큰 요인의 하나. 이는 또한 시청률 지상주의를 추구하는 방송사측과 잘못된 「스타 시스템」이 결합,방송프로그램의 후진성을 부채질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래도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중견들의 겹치기는 봐줄만 하다.현재 KBS-2의 「첫사랑」과 SBS의 「임꺽정」에 동시 출연중인 송채환이나,「첫사랑」 「임꺽정」외에 MBC 「전원일기」와 SBS 「연어가 돌아올때」 등 4편의 드라마에 나오는 유인촌은 나름대로 변신의 연기력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대부분 연기력보다는 단순히 외모나 갑자기 떠오른 인기만으로 배역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그러다 보면 과거 MBC의 「사과꽃 향기」나 현재 SBS의 「연어가…」처럼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출연자를 도중하차시키거나 배역을 아예 빼버리는 경우도 있다. 얼마전 방송을 시작한 MBC의 「사랑한다면」에 출연중인 심은하는 「스타 시스템」의 편협성을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얼굴.제작진은 이 드라마를 위해 2∼3명의 스타급 연기자를 놓고 그중 드라마 분위기에 가장 어울릴 것같은 심은하를 캐스팅했다고 한다.가능성있는 그 또래의 많은 여자연기자들은 무시한 채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스타 3명으로 캐스팅의 범위를 스스로 좁혀버린 것이다.심은하는 이밖에 새해들어 방송될 SBS 드라마 두편에도 주연으로 캐스팅돼 「미모와 인기」를 무기로 안방을 누빌 예정이다. 의존하는데서 나오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스타를 꿈꾸는 연기지망생은 많으나 자질과 연기의 기초를 제대로 갖춘 신인들을 찾기 힘들다』는 제작진들의 강변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그러나 방송사들이 해마다 탤런트 선발대회를 통해 예비신인들을 뽑아놓고도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이와 관련,방송위원회 발행 「방송과 시청자」12월호에 실린비평에서 대중문화평론가 강헌씨는 『한국영화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영화배우 안성기가 리듬을 잃은 겹치기 출연으로 그동안 이룬 공을 하나씩 잃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연기자의 프로의식과 방송사의 전문인 육성노력 없이 「겹치기 출연」이 계속될 경우 방송프로뿐 아니라 우리의 대중문화 전체가 궤멸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 백민석씨 장편 「내가 사랑한 캔디」

    ◎90년대 학번/그들의 지향없는 ‘공허’/어느 고3생의 대학시절까지의 기록/욕망과 허기로 살아가는 신세대의 저항 백민석씨의 두번째 장편소설 「내가 사랑한 캔디」가 김영사에서 나왔다. 우리나라에 그런 작가가 있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릴 이들도 많겠지만 알만한 사람은 모두 백씨를 장래 문단의 재목감으로 꼽는다.지난해 8월 펴낸 첫 장편 「헤이,우리 소풍 간다」(문학과지성사)는 소설은 아무튼 인문적이어야 한다는 전통적 관념에 신물이 난 「언더그라운드」 문인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섰다. 지난해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발표한 원고지 200장짜리 동명 중편을 350장 더 늘린 「…캔디」는 첫 장편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80년대초 철거와 폭력이 난무한 빈민촌에서 자란 젊은이들의 살풍경한 의식을 보여줬던 「헤이…」의 독한 쓰라림에 비해 90년대 학번의 지향없는 공허감을 그린 「…캔디」의 어투는 경쾌하기까지 하다.문장을 뚝뚝 분질러놓아 읽기에 고통을 주던 잦은 쉼표도 사라졌다. 소설은 고3부터 대학시절까지 한 청년의성장기록.그중 「캔디」와의 연애담이 기둥 줄거리를 이룬다.동명 만화의 주인공과는 달리 남자인 캔디는 고교시절 「나」의 동성연애자.하지만 대학에 들어가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갑자기 남성다움을 과시하더니 첫사랑의 기억을 부인해 버린다. 이같은 중심에 작가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으로 첨단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세세한 묘사를 입힌다.세상 모든 과일들을 조합,끝없는 메뉴를 제공하는 백화점 청과물식당 「U.F.O」는 무한히 증식하는 자본주의의 욕망을 닮았고 이한열,김귀정 등의 영정으로 벽을 덮은 카페 「지리산」은 어느새 살은 내리고 액자로 요약된 90년대 학생운동의 몰골로 읽힌다. 현대사회의 이런저런 체제에 버티던 이들도 하나둘 쓴웃음속에 사라져간다.캔디는 나를 지워버리고,제도권 교육에 항의,사표를 던진 고릴라 선생은 추레한 환자가 돼 병실을 찾은 학생들을 쑥스럽게 맞는다.뭐라 말할 수 없이 얄팍해진 삶을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싸구려 인생,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다투는 이유이다』라고 노래한다.주인공은이 모든 것을 가로질러갈 방법으로 「총잡이」를 꿈꾸지만 탈주범 지강헌은 실패했고 기말리포트로 내기로 한 총잡이 소재의 소설은 작심에 그친다.열한시에 정지한채 고여버린 시간처럼 항의조차 무력해진 요즘 청춘들의 초상을 작가는 이전세대와 완전히 구분되는 새로운 소설공간에다 그려보고 있다. 사이버문화에 에워싸인 세대의 정황을 말한 작품은 많지만 그 문명을 백씨처럼 아예 「살아버린」 작가는 거의 없었다.한없이 증식하는 욕망과 결코 채워지지 않는 허기사이에 끼인 신세대를 백씨는 가장 현대적인 어투로 그려내고 있다.민음사 편집부의 장은수씨는 『백씨는 자연에 대한 기억자체가 없이 태생부터 인공문명에 근원을 둔데다 이런 정황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첫번째 세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라면서 『바로 이처럼 현대의 아이이기 때문에 또한 언젠가는 현대문명에 가장 효과적인 소설적 저항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손정숙 기자〉
  • 음주살인(외언내언)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경구가 있다.술이 사람을 마시는 단계는 인사불성,억제력의 상실,필름의 단절로 이어진다.대취한 다음날 술이 깬 뒤 가물가물한 기억속에 만용과 망언에 대한 술꾼들의 후회는 참담할 수밖에 없다 공자는 예기에서 「술과 음식은 기쁨을 함께 하는 것」이고 「노인을 봉양하며 병을 낫게 하는 것」이라고 예찬하고 있다.술의 효능을 설명한 말이다.그러나 술이 사람을 마실 지경에 이르면 패가망신의 도구가 된다해서 선인들은 경계해마지 않았다. 대학 입학시즌이 되면 죽음을 부른 대학가의 음주풍속이 보도되곤 한다.얼마전 대전에서 신입생환영회에 참석했다가 선배들의 강요로 과음한 학생이 목숨을 잃었는데 보름만에 이번에는 인천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동아리모임에서 소주 2병을 마시고 신입생이 숨진 것이다.귀중한 인명을 빼앗아가는 신입생환영회의 「술먹이기 풍습」은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냉면그릇에 2홉들이 소주 2병을 가득 부어 신입생들에게 강제로 돌린다.이른바 「사발식」이라는 거다.상대방의 주량에 상관없이,여학생에 대한 예외도 없는 무차별 방식이다.젊은이다운 낭만도 멋도 없는 사생결단의 드라이한 음주문화다.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볼 수 있었던 하이델베르그대학생의 낭만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시정이나 낭만은 커녕 살인예비의 음모를 꾸미는 것처럼 살벌하다.이 해괴한 풍속이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황폐한 신세대의 내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신입생 술먹이기」는 가혹행위이며 일종의 괴롭힘이다.거기에는 문화적 전통성도,지성적인 어떤 의미도 함축되어 있지 않다.일제군대의 신고식따위가 되살아난 것이 아닌가 싶다.어떻든 그것의 폭력성과 야만성은 대학가에 어울리지 않는 반지성적 행패다.자유와 방종을 전매특허로 내세우는 신세대들이 과음·폭음을 남성다움의 호기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그것은 호기가 아니라 무지한 치기에 불과하다.〈반영환 논설고문〉
  • 「안개속의 풍경」(영화탄생 100년/감동의 명화:끝)

    ◎두 남매의 경험통해 절망적 현실해부/탈신화의 탁월한 시각 돋보인 걸작 한때 인류문명의 요람이었던 그리스는 식민통치와 군사독재로 얼룩진 수난과 격동의 현대사를 지니고 있다.그리스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테오 앙겔로풀로스는 예리한 역사적 시각을 갖고 그러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응시해왔다.「유랑극단」과 「구세주 알렉산더」와 같은 그의 작품들은 그러한 응시의 탁월한 결과물들이다. 「안개속의 풍경」에서 그가 초점을 맞춘 시공간은 오늘날의 그리스 현실이다.이 영화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찾아나선 어린 두 남매(알렉산더와 불라)가 황무지와 같은 오늘날의 그리스를 가로질러 여행하면서 겪는 고통스런 경험들을 그리고 있다. 공연할 극장을 구하지 못해 바닷가를 배회하는 유랑극단,시가행진을 벌이는 군인들,11살의 소녀 불라를 강간하는 트럭운전사,거리에서 죽어가는 말에게 무관심한 사람들,불라가 첫사랑을 느낀 청년이 동성연애자라는 사실 등등.두 남매의 경험들은 그리스의 현실이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그러나 앙겔로풀로스는 그리스의 절망적인 현실에 절망만 하지 않는다.그가 절망의 터널로 들어간 이유는 그 터널의 끝 어딘가에 있을 희망을 찾기 위해서다.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알렉산더는 이렇게 말한다:『태초에 어둠이 있었어.태초에는 어둠만이 있었는데… 그후에 빛이 만들어졌지』 「안개속의 풍경」에서 서로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는 것 같은 두 남매의 경험의 파편들에 질서와 형식과 의미를 부여하는 구성원리로 서술적 방법 대신에 신화적 방법을 택하고 있으면서도 앙겔로풀로스는 신화의 원래 의미를 파괴,탈신화화하고 있다.이러한 탈신화화의 탁월한 시각화의 예가 바다에서 건져진 거대한 손의 석상이 헬리콥터에 의해 도시위로 운반되는 장면이다.이 장면은 현대인이 신화로 삼고 의존하고 있는 것들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가를 암시한다. 앙겔로풀로스의 표현기법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롱 테이크의 사용이다.관객의 의식을 조종하여 관객들을 수동적 수용자로 만드는 몽타주의 편집방법과는 달리 롱 테이크의 사용은 관객들도장면의 의미를 창조하는데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역사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와 서정성이 조화를 이룬 이 걸작은 우리로 하여금 두 남매를 따라 암울한 그리스 땅을 여행하면서 동시에 절망속에서 희망을 더듬어 찾는 영혼의 여행을 떠나게 한다.
  • 12살진희 눈에 비친 세상살이/은희경씨 장편소설「새의 선물」출간

    ◎60년대 시골마을 무대… 당시 세태 비판 「소설이 너무 어려워진다」거나 「사설만 길고 알맹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찾아볼만한 소설.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인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바로 아기자기한 소설적 재미를 듬뿍 얹은 요즘 드물게 「얘기다운」 얘기다. 개발경제의 기치가 드높던 69년 자그마한 시골마을을 무대로 한 소설의 화자는 열두살 진희.이 꼬마는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옥희보다 배는 조숙하지만 「양철북」의 오스카에 견주면 한결 또래다운 깜찍함이 반짝인다. 그 나이에 더 이상 성장할 게 없을 만큼 삶을 알아버렸다고 단언하는 영리한 진희.그 뒤엔 엄마가 전쟁통에 실성,딸을 집의 나무기둥에 묶어두고 자살해버린 상처체험이 감춰져있다.다락방에 깔린 대학생 삼촌의 책을 죄다 읽어치운 진희앞에서 어른들은 함부로 속을 드러낸다.고고한체 하는 이들의 심술과 허세가 남달리 통찰력있는 아이의 시선으로 익살스러우리 만큼 적나라하게 들춰지는 묘미가 읽는 이의 배를 움켜쥐게 만든다. 어디서든 볼 법한평범한 등장인물들의 사연엔 당시의 세태와 삶을 굴절시키는 구조적 힘에 대한 비판도 은연중 묻어나고 있다. 남편의 술주정과 폭력에 시달리는 광진테라(양복점)아주머니는 아이를 들쳐업은 채 터미널을 떠나는 버스가 일으킨 먼지구름속에 망연히 서서 고달픈 삶을 훌쩍 벗어나고픈 심사를 달랜다.육군상사였던 남편이 사병들을 기합주다 못을 밟아 파상풍으로 죽었어도 아들에게 뒤를 받들 장군이 되라고 당부하는 「장군이」엄마는 군사정치가 만연했던 당시의 웃지못할 삽화다. 그런가하면 윤정희·신영균 주연의 「여진족」이며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암호를 제목으로 딴「도라 도라 도라」 따위 영화,이성교제의 요긴한 수단이었던 펜팔 등이 당시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진희의 대학생 허석에 대한 아련한 첫사랑,피부하얀 현석과의 키스 등은 이 책을 한편의 깔끔한 성장소설로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고 있다. 지난 여름 전북 무주 적정산의 안국사에 틀어박혀 어떤때는 하루 2백장씩 써내려가며 두달만에 작품을 완성한 지은이는 이번 작품에잠시 얼비치고 있는 진희의 성년시대도 별개의 소설로 풀어 써 볼 계획이다.
  • 길소뜸/분단의 비극적 현실 영상화(영화탄생 100년/감동의 명화)

    ◎이산가족 찾기서 착안… 국제영화제서 수상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85년 화천공사 제작)은 한국 현대사의 농축이다.필자는 북(함경남도)의 아버지,남(제주도)의 어머니 사이에서 장남으로,부산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자랐다.그래서 곧잘 나의 탄생은 분단의 산물이라고 말하곤 한다.성장기 나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명절이면 술타령과 꺼이꺼이 우시는 것이 우선적으로 떠오른다.그것이 한의 삭힘이라는 것을….북에 두고온 아내와 자식과의 재회는 물론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라는 자책감과 좌절감을 이기기 위해 쓰디쓴 소주에만 의지했을 뿐이다.끝내 아버지는 간경화로 돌아가시며 단 한말씀,할아버지를 부르는게 아닌가. 평론가의 문턱에 들어설 즈음,그러니까 꼭 10년전 여름 대한극장 개봉때 관람한 「길소뜸」은 직업상의 이유로 반복해서 볼적마다 이러한 것들이 나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특히 변변치 못한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생면부지의 아들을 자신의 장남으로 입적시키기 위해 가족들과 회의를 하는 김동진(신성일 분)의 모습은분단후 모든 아버지 세대들에게 헤어나올 수 없는 운명의 고리로 짓누르는 아픔을 더해준다. 추억과 현실,역사와 오늘의 모습이란 무엇일까.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아무리 퍼내어도 풋풋한 추억이지만 세월이 훨씬 지나 변화된 모습으로 마주한 현실에서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다.33년만의 해후와 애타게 찾던 그 아들(한지일 분)이 눈앞에 있건만 본능의 직감을 거부하고 법의학에 의한 친자확인 결정도 애써 부인하고 돌아설 수 밖에 없는 민화영(김지미 분)의 현실이 야속한 드라마 작법같지만 이것이 곧 사실주의 미학에 입각한 객관적인 서술의 정직한 태도이다. 대체로 인간은 경우는 다르지만 하나의 인생 안에 두개의 세계를 간직하게 마련이다.동진은 1남2녀와 사려깊은 남편을 둔 화영의 다복한 형편에 비교할때 초라한 모습이다.그는 두개의 가정을 잊어본 적이 없다.현재의 가족인 아내와 다섯아들을 거느리고 달동네에 살면서 마음속에 간직한 또하나의 가정,즉 추억의 가정을 한번도 기억 밖으로 내몬적이 없다. 이처럼 분단이후 우리사회 내부에 내재하는 또 한번의 비극적 현실을 임권택 감독은 끔찍하리만치 엄격하게 통제된 카메라(정일성)의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영화 「길소뜸」의 원인은 TV이며 결과는 필름이다.83년 KBS­TV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에서 착안한 것이지만 TV보다 한층 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였다.제36회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진출했으며 제22회 시카고영화제 「게츠 세계평화상」도 수상한 작품이다.
  • 희대의 살인마들 공판 표정/방청객 몰려 사회적 파장 실감

    ◎“왜 유죄냐” 욕설·독기 그대로/지존파/“나같은 흉악범은 사형 마땅”/온보현 희대의 두 살인마에 대한 공판이 31일 상오와 하오 두차례에 걸쳐 서울형사지법 법정에서 열렸다. ○…「지존파」일당의 선고공판이 열린 417호 대법정에는 이른 아침부터 2백여명의 방청객들이 들어차 이 사건에 쏠린 사회적 관심을 반영. 김기환은 첫공판과 지난 19일 결심공판때와 마찬가지로 느린 걸음으로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입정,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나 선고공판인 때문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방청객들을 한차례 훑어본뒤 착석. 이어 고개를 숙인채 강동은·김현양·강문섭·문상록·백병옥·이경숙이 차례로 입정했으며 김현양은 팔꿈치까지 올라온 가죽수갑에 묶인 두손을 쉬지않고 부비며 들어와 초조한 심정을 표출. ○…각자의 생년월일만을 확인,간단하게 인정신문을 마친 재판부는 곧이어 『피고인들의 자백과 관련증거들로 볼때 피고인들에 대한 범죄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범행동기·살해방법·사회적 파장등으로 나누어 차분히 선고문을 낭독. 재판부는 「한탕주의」에 사로잡혀 저지른 이들의 범행이 「가진자」에 대한 맹목적인 질시에서 비롯되었으며 범행의 동기를 사회의 부조리 탓으로 돌리는 이들의 책임전가를 엄중히 질타. 재판부는 또 『모두 결손가정에서 자라 사회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자란 점이 인정되나 이들과 같이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나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다수의 젊은이들이 이 사회에 엄존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들의 범행동기가 설득력이 없음을 강조. ○…김기환은 선고공판이 끝난뒤 호송차에 타기전 『전두환·노태우는 무죄인데 나만 왜 유죄냐』며 마구 욕설을 퍼부은뒤 『세상은 ×같은 것이여』라고 해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전혀 참회하지 않는 모습. 징역 5년의 구형을 받고 이날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경숙은 선고를 받은뒤에도 집행유예의 의미를 모르는듯 잠시 멍한 표정. 곧이어 옆자리에 앉은 여교도관에게 몇마디를 묻고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며 만감이 교차하는듯 감격의 눈물. ○…지존파에 이어 이날 사형이 구형된 온보현피고인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용서를 빈다』며 『사형만은 피해달라는 변호인의 말은 지금 이자리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도 나같은 흉악범들에게는 전혀 쓸모없다』는 의외의 최후진술을 했다. 온은 『희생된 사람들과 유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하신다면,또 다시는 나같은 흉악범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부디 법정최고형인 사형에 처해 달라』고 재판부에 마지막 심경을 전한뒤 『형의 집행도 하루속히 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주문.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현상수배되지 않았더라면 자수하지 않고 범행을 계속 저질렀겠느냐』는 질문에 온이 또렷한 목소리로 『네.아마 그랬을 겁니다』라고 응답하자 방청석에서는 일순 술렁거리며 『저런…』이라는 한숨과 함께 꾸짖는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온은 또 2차범행이 실패로 돌아간뒤 인근 경찰서에 자수할 생각으로 『내가 목격자다』라며 전화를 걸었으나 『네가 범인인 것을 알고있다.자수하지 않아도 목소리가 녹음돼 현상수배를 하면 잡을수 있다』라는 경찰의 말을 듣고 갑자기 반감이 생겨 범행을 계속하기로 작정했다고 진술. ○…온은 지난13일 구속기소된 이래 15년전 헤어진 「첫사랑」을 나눈 여자와의 면회는 허용했으나 가족들을 포함,담당 국선변호인의 면회조차 거부하고 이날 법정에 선 것으로 확인.
  • 우리영화 제작 활기/신예­원로감독 “연출 대결”

    ◎「남자는 괴로워」「마누라죽이기」 등 촬영 돌입/유현목감독/「말미잘」로 40년 영화인생 결집/김의석감독/통일후 「남남북녀」의 사랑 그려 가을철을 맞아 우리 영화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감독들과 중견 또는 원로 감독들이 잇따라 메가폰을 잡아 풍성한 수확을 기대케 하고 있다. 「투캅스」로 주가를 높인 강우석감독의 「마누라 죽이기」,「첫사랑」등으로 독특한 영상기법을 보여준 이명세감독의 「남자는 괴로워」,「결혼이야기」 「그여자 그남자」를 연출했던 김의석감독의 「남남북녀」,「김의 전쟁」 「비상구는 없다」 이후 활동이 뜸했던 김영빈감독의 「테러리스트」,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김성홍감독의 「손톱」과 배창호감독의 「젊은 남자」,유현목감독의 「말미잘」,김수용감독의 「사랑의 묵시록」등이 그것이다.이처럼 신·구세대의 지명도 있는 감독들이 한꺼번에 영화 촬영에 들어가는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다. 강우석감독이 최근 촬영에 들어간 「마누라죽이기」는 강짜 마누라에게 기죽어 살면서 자나깨나 마누라가 죽기를 바라던남편이 드디어 직접 마누라를 죽이겠다고 나서지만 실수만 연발한다는 코미디 영화.「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후 처음으로 박중훈과 최진실이 콤비를 이뤘다. 8월 중순 촬영을 시작한 이명세감독의 「남자는 괴로워」는 샐러리맨의 애환을 담는다.안성기를 만년 과장으로,박상민을 마마보이 신입사원으로 등장시켜 일상적인 소재속에 삶의 의미를 돼새기게 한다는 계획. 최근 독립사무실을 낸 김의석감독의 「남남북녀」는 삼성 나이세스와 공동으로 제작된다.남북이 통일된 뒤 남한출신 남자와 북한 출신 여자가 만나 각종 해프닝 끝에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줄거리.10월초 크랭크 인 예정. 이달 안으로 촬영에 들어갈 김영빈감독의 「테러리스트」는 경찰인 형과 테러리스트인 동생의 대조적인 삶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정의에 대한 불감증을 일깨우는 작품.최민수 이경영이 캐스팅됐다. 김성홍감독의 데뷔작 「손톱」은 갖출 것을 다 갖춘 여자에게 그렇지 못한 친구가 갖는 질투를 소재로 한 드릴러물.상대방의 열등의식을 자극한 말 몇 마디가 치명적인 상처가 되고 그로 인해 인간의 본성이 흥미진지하게 펼쳐진다. 지난달 촬영에 들어간 배창호감독의 「젊은 남자」는 물질과 쾌락의 도시 서울에서 허황된 야심을 쫓는 젊은이의 비극적 인생을 그리는 신세대 청춘영화.TV 탤런트 이정재와 신은경이 캐스팅됐다. 9월초 촬영을 시작한 유현목감독의 「말미잘」은 섬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을 서정적 영상으로 그린다는 계획.80년 「사람의 아들」 이후 14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유감독이 영화 인생 40년을 결산할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 하고 있다. 8년만에 메카폰을 잡는 김수용감독의 「사랑의 묵시록」은 목포 고아의 어머니로 불렸던 일본 여인 다우치 지즈코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10월초 촬영에 들어간다. 영화계에서는 이와관련,『외화를 수입하지 않고 한국영화만을 제작하는 영화사가 늘고 있는데다 대기업의 제작비 지원으로 영화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진단하고 『기대를 모으는 감독들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드는 만큼 흥행 전망도 밝다』고 반기고 있다.
  • 중견무용가 원필녀씨 창작춤판/내일까지 국립극장…「동천」등 3편공연

    중견무용가 원필녀씨(한국무용·한성대 강사)가 가을맞이 창작춤판을 벌인다.9일 하오7시,10일 하오4시 국립중앙극장 소극장. 「시적 이미지의 무용화」로 압축되는 이번 무대에 올릴 작품은 「남색끝동」「동천」「울음이 타는 가을강」등 세편이다.김영태씨가 대본을 쓴 「남색끝동」은 조선조 양반부녀층의 한을 다룬 작품.폐쇄된 심창에 갇혀 엄격한 일상을 보내야했던 우리 옛여인들의 곰삭은 한과 이를 극복하려는 무언의 의지를 원씨 특유의 유연한 춤태로 풀어낸다. 미당의 시「동천」을 춤으로 꾸민 「동천」은 시인이 고향으로 돌아와 선운사 옆 생가에서 꾼 꿈을 소재로 한 독무.이제는 찾을 길 없는 첫사랑의 흔적을 춤으로 어루만진다. 「울음이 타는 가을강」은 박재삼 시인의 동명의 시를 토대로 한 서정성 넘치는 군무.붉게 타는 저녁노을의 심상풍경을 배경으로 울음도 원망도 노여움도 시샘도 모두 강물에 던져버린다는 심오한 내용을 계시적인 춤사위속에 담는다. 『미당·박재삼 시인의 흙내나는 토속마당이 주는 설움과 희열,남색끝동 자락에얼룩진 조선조 여인의 한을 뛰어넘는 고귀한 정신을 가장 한국적인 춤동작을 통해 드러내 보이겠다』는 것이 원씨의 안무의도이다.525­3999
  • 돛대에 불붙이는 여자/이석영 지음(화제의 책)

    한때는 서울 압구정동·이태원등지에서 카페·디스코테크를 경영하며 「압구정족」으로서 화려한 생활을 했던,그러나 지금은 이혼녀에 전과자라는 허울만 남은 34살 여자의 고백수기. S대 생활미술과를 졸업한 지은이는 별 생각없이 응모한 조일광고상 카피부문에서 조선일보사장 상을 받을 정도로 디자인 부문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23살 때 첫사랑과 결혼,명동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남편은 도박에 깊숙이 빠져갔고 그 뒤치다꺼리를 위해 압구정동에 카페를 열면서 그녀의 삶은 점차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사는 여인의 모습과 함께 그가 경험한 「압구정족」의 세계가 세밀히 그려졌다. 서울기획 5천원.
  • 세계적소프라노 조수미의 자전에세이/「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화제

    ◎“「신이 준 목소리」 극찬한 카라얀에 바친다” 서문/“나는 이렇게 세계무대에 섰노라”외쳐/첫사랑 실패·로린 마젤과의 일화 등 밝혀 서울음대의 낙제생이 세계적인 프리마돈나가 되기까지.소프라노 조수미씨(31)가 펴낸 자전적 수필집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가 화제가 되고 있다.20대 시절을 회고한 이 책은 바로 조수미의 성공사.특유의 오기와 자신만만함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필치로 『나는 이렇게 세계 무대에서 성공했노라』고 당당히 외치고 있어 후련함 마저 안겨 준다. 조수미는 현재 1년 3백65일 가운데 3백30일을 집 밖에서 보내야 할 정도로 바쁜 연주일정을 보내고 있다.한가하게 책 쓸 시간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지난 겨울부터 이 책을 준비했다는 조수미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 대기실에서,혹은 연주 틈틈이 무대 뒤에서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조수미의 당돌함에 가까운 자신감은 첫사랑 이야기에서 부터 드러난다.19 82년,첫눈에 마음에 든 K에게 이미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이렇게 말한다.『그 여자친구 정리하고 나와 사귀지 않겠느냐』고.K와 사귀는 1년 동안 서울음대 수석입학생 조수미의 성적은 엉망진창이 됐고,자신의 뜻이라기 보다는 교수님과 부모님에 의해 이탈리아로 보내졌다. 조수미는 『젊음이란 본질적으로 오만한 것』이라고 말한다.자신의 목소리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것이다. 지휘자 로린 마젤과 밀라노의 라 스칼라극장에서 라벨의 난곡 중의 난곡인 「소년과 마술」을 공연할 때 였다.첫 연습이 끝나자 마젤은 조수미에게 『거의 절대음감을 갖고 있구먼』이라며 칭찬했다.이에 대한 조수미의 대답은 『마에스트로,저는 거의가 아니라 완벽한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습니다』였다고 한다. 조수미가 연주회 때 한국 디자이너들의 드레스를 즐겨 입는다는 사실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소프라노는 노래 뿐 아니라 의상이나 행동까지 관심의 초점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최근에는 앙드레 김의 옷을 주로 입는다.얼마 전 연주가 끝나자마자 프랑스 최고의 디자이너 가운데 한사람인 크리스티앙 라크루와가 찾아와 옷에대해 극찬을 하고 갔다.그럴 때면 자신의 노래가 좋았다는 평을 들은 것 만큼이나 어깨가 으쓱해 진다는 것이다. 조수미는 카라얀이 발굴한 마지막 스타이다.조수미를 오디션한 카라얀은 『도대체 지금까지 어디에 숨어있었어』라면서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었다.한국에서 배웠다고 하자 카라얀은 『불가능해,한국에도 그렇게 뛰어난 선생들이 있단 말인가.역시 한국은 대단한 나라야』라며 감탄했다.카라얀은 한국에 대해 끊임없는 호감을 가졌다고 한다.내한공연 당시 부인이 세종문화회관에서 핸드백을 잃어버렸으나 다음날 고스란히 돌아온 다음부터 였다는 것이다. 조수미는 카라얀이 세상을 떠나기 전날 『가슴이 답답해 못견디겠어,숨을 못 쉬겠는 걸』하는 것을 무심히 지나쳐 버려 아직도 가슴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조수미는 서문에 이 책을 카라얀에게 바친다고 썼다.로마에서 이 책을 받았을 조수미는 지금 쯤 카라얀의 묘가 있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교외 아니프의 교회 앞 작은 동산으로 달려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수미는 오는 7월16일 부산문예회관,18·20일 서울오페라극장에서 우리가곡 만을 레퍼토리로 한 독창회를 갖는다.
  •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세상/차범석(일요일 아침에)

    자고나면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들이 날마나 일어나는 세상이다.그래서 세상은 살맛 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픽션의 세계보다도 논픽션의 세계가 더 흥미있게 받아들여지는지 모르겠다.그러나 문제는 세상을 흥미위주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진실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사람답게 살수있는 세상을 원하는 일에는 예외가 있을수 없다.그래서 우리는 신문을 읽거나 방송뉴스에 귀를 기울이는데 인색하지 않는다.그런데 근자에 와서 나는 그 신문이나 방송에 대해서 짜증이 날 때가 있다.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울화통이 터지다 못해 당장에 신문구독을 중지해야겠다고 마음 먹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이유는 간단하다.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꼬락서니가 보기 싫기 때문이다. 나는 다섯종의 일간지를 받아보고 있다.그 가운데 한 신문은 고향에서 발행하고 있는 일간신문이다.그러다보니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읽는데 약 한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는 꼴이다.그것도 큼직큼직하게 뽑아낸 표제만을 훑어보는 식이다.자세한 기사내용은 여간해서는 들여다봐지지가 않는다.왜냐하면 사건은 날마다 새로운 사건인 데도 그 내용은 그 소리가 그 소리이고,그 얼굴이 그 얼굴에다 사회적 비리나 부정의 내막은 3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다른 점이라곤 없으니 옛날에 본적이 있는 낡은 영화를 보는 격이다.굳이 달라졌다면 그 부정의 수법이나 규모의 크기가 35㎜에서 시네마스코프로 변했다는 점일게다.속고 속이고,등치고 빼앗고,끼리끼리 돌려가며 나눠먹는 꼬락서니는 나만의 불만은 아닐게다.그래서 웬만한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고 시민들 가슴마다에서 타오르는 불길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지난 5월19일 왕년의 미국 대통령 부인이기도 했던 재클린여사가 세상을 떠났다는 보도가 있었다.나는 그녀의 화려했던 시절의 모습이 반사적으로 떠올랐다.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라는,다소는 감상적이고도 허무한 생각에 잠기기도 했었다.그런데 그날부터 24일 장례식날까지 날마다 각 신문에는 그녀의 한 평생을 되살리기라도 하듯 손바닥 크기보다도 더 큰 사진을 서너가지씩 실었는가 하면,심지어는 그녀의 첫사랑이었다는 남자의 사진까지도 싣고 있었다. 오나시스 재클린,그는 누구인가.그 여자의 죽음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건가.현직 대통령의 영부인인가? 아니면 여성으로서의 모든 미덕과 깨끗한 사생활이 만인의 본보기란 말인가.그 여자의 생애가 5일동안 보도될 만큼 찬란했으니 우리 한국인의 가슴마다 영원히 새겨두란 말인가.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동안 광주에서 날라온 신문에는 5·18정신의 계승과 진상조사 종결을 외쳐대는 함성이 귀에 들려올 정도로 생생하게 보도되었다.14년전의 광주의 비극은 광주지역 사람만의 비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그리고 그 진상은 다 밝혀졌으니 그만 덮어두는게 좋다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화려하고 분망하게 살다간 외국여자의 죽음에 그토록 지면을 아낌없이 제공했던 신문이 국내인사의 죽음에는 어떠했는지 물어봐야겠다.평생을 서예와 민주항쟁에 헌신하다가 타계한 강원도 어느 가난한 선비에겐 몇줄의 기사로 마감하는 그 심사는 무엇인가.농민을 살리자면서 농민을못살게 하는 정책이 있는가 하면,우리 것을 살리자면서 외국 것에만 눈이 뒤집힌 일부 예술가들의 착각을 어떻게 볼것인가.한편에선 자연을 보호하자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그 자연을 갉아먹는 인간송충이가 큰소리치는 세상이다.5대강이 병들고 생물이 죽어가도 기업은 살아남아야 하는 것인가. 정치가도,군인도,그리고 교육자도 돈에만 눈이 혹하여 물밑으로만 기어다니는 세상을 지켜보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번져가는 불길을 지켜보는 꼴이다.그래서 누군가가 그 불길을 잡아주고 시원스럽게 꺼주기만을 고대하는 데도 부채질만 더해가는 세상이니 어찌할 것인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는 소리가 번져가는 데도 결국은 「나」만 살게해주고 「우리」만 잘 살게 하자는 이기주의의 불길이 더 가속도로 번지고 있다.그래서는 안된다고 불길을 잡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부채질만 하는 세상에서 나는 자꾸만 왜소해지는 것 같다.그러나 나는 부채질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다고 읽기 싫은 조간신문을 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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