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첫사랑
    2026-07-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640
  • [씨줄날줄] 로미오와 줄리엣/우득정 논설위원

    누구나 젊은 시절에는 한번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죽음조차도 갈라놓을 수 없는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사랑을 꿈꾼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400여년이라는 시공을 넘어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것도 가장 완벽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덫에 걸려 안타까운 종말에 이르는 주인공을 그렸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적인 죽음조차도 지울 수 없는 사랑의 향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젊은이는 커플링 반지를 낀 눈 앞의 연인을 로미오나 줄리엣인 듯 착각하고, 황혼녘에 다다른 이들은 기억 저 너머 빛바랜 흑백사진에서 가슴 저민 향수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을 찾아낸다. 중년의 일본 여성들이 ‘겨울연가’의 발자취를 더듬어 한국 땅을 찾는 것도 삶의 무게에 짓눌리기 전 열병과도 같았던 첫사랑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라고 하지 않았던가. 영화 ‘러브 스토리’나 ‘타이타닉’ 등이 세계인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원조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세속적인 계산이나 이기주의가 똬리를 틀기 전, 한점의 티끌마저도 타락의 징벌인 양 두렵게 느껴지던 시절, 바로 그 영혼에 아침이슬처럼 다가온 사랑이었던 까닭에 모두가 가슴 두근거렸으리라. 영국 BBC는 최근 이탈리아 북부 작은 도시에서 실제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한 비극적인 사랑의 종말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남편(71)의 극진한 보살핌 끝에 아내(66)가 4개월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으나 바로 직전 시름에 빠진 남편은 자살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지금도 가슴터질 듯한 지극한 순애보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더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오늘날 세태다. 젊은이들의 결혼조건을 보면 ‘사랑’보다 ‘돈’이 먼저다. 올리비아 핫세가 줄리엣으로 출연한 고전판(1968년)이나 클레어 데인즈가 출연한 현대판(1996년)을 본 네티즌들은 “사랑 때문에 왜 죽니”라고 되묻는다.‘이혼율,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라는 ‘첨단한국’에 걸맞은 반응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따금 실락원을 그리워하고 꿈꾼다. 시인들이 죽는 날까지 젊은 시절 꾸었던 꿈의 자락을 놓지 않듯이.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쿵푸허슬 장르/예매율 액션/22.89%(15세) 감독/배우는 저우싱츠/저우싱츠·황성의·양소룡 어떤 줄거리 도끼파 조직과 숨은 고수들의 ‘맞짱 뜨기’ 이래서 좋아 리얼리티 무시한 ‘황당 코미디’의 최고 경지 이래서 별로 점잖고 논리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홈피 반응은 “신나게 웃다가 한순간 눈물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장르/예매율 애니메이션/19.97%(전체) 감독/배우는 미야자키 하야오/기무라 다쿠야 어떤 줄거리 저주로 노파가 된 소피와 마법사 하울의 모험기 이래서 좋아 반전, 자연친화의 메시지에 러브스토리까지… 이래서 별로 ‘센과 지히로의 행방불명’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기대했다면…. 홈피 반응은 “아기자기한 스토리들, 너무 이쁜 그림들” ●뉴 폴리스 스토리(21일 개봉) 장르/예매율 액션/10.50%(15세) 감독/배우는 진목승/청룽·사정봉·양채니 어떤 줄거리 부대원을 잃은 경찰반장, 복수에 나서다 이래서 좋아 청룽의 ‘리얼’액션과 익스트림 스포츠의 환상 결합 이래서 별로 허술한 내러티브와 웃기지 않는 청룽 홈피 반응은 “강력한 액션과 드라마, 역시 성룡!” ●엘렉트라(21일 개봉) 장르/예매율 액션/8.76%(15세) 감독/배우는 롭 바우만/제니퍼 가너·고란 비스닉 어떤 줄거리 여성 전사 엘렉트라의 액션 블록버스터 이래서 좋아 최강의 암살자들이 벌이는 현란한 필살기 이래서 별로 신나는 볼거리, 그러나 허전한…. 홈피 반응은 … ●샤크 장르/예매율 애니메이션/8.05%(전체) 감독/배우는 비키 젠슨 등/윌 스미스·안젤리나 졸리·르네 젤위거 어떤 줄거리 상어 대부와 영웅 꿈꾸는 작은 물고기의 대결 이래서 좋아 다양한 패러디와 스타들의 변신을 보는 즐거움 이래서 별로 흔한 주제와 단선적 줄거리 홈피 반응은 “넘 귀엽고 신난다.” ●키다리 아저씨 장르/예매율 드라마/8.05%(12세) 감독/배우는 공정식/하지원·연정훈 어떤 줄거리 눈처럼 투명하고 순수한 청춘들의 애틋한 로맨스 이래서 좋아 첫사랑의 환상에 집착하는 이들이라면… 이래서 별로 지루함은 참기 어려워∼. 홈피 반응은 “가슴 따뜻한 이야기, 마무리는 아쉽지만” ●마더 데레사(21일 개봉) 장르/예매율 드라마/6.79%(전체) 감독/배우는 파브리지오 코스타/올리비아 허시 어떤 줄거리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한 테레사 수녀의 일대기 이래서 좋아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 이래서 별로 … 홈피 반응은 “투박한 곳에서 피어나는 진심” ●몽정기2 장르/예매율 코미디/6.71%(15세) 감독/배우는 정초신/이지훈·강은비·전혜빈 어떤 줄거리 호기심 많은 여고생들, 발칙한 상상에 빠지다 이래서 좋아 생각보다 ‘야하지’않은 여고생들의 성장기 이래서 별로 걸러지지 않은 대사와 과장 심한 유머 홈피 반응은 “기승전결 없는 에피소드의 연속”
  • [문학이 머문 풍경] 박목월의 고향 ‘경주’

    [문학이 머문 풍경] 박목월의 고향 ‘경주’

    첫사랑의 기억만큼 평생을 따라다니는 게 있을까. 박목월(1916∼1978)도 그랬다. 목월의 가슴 아픈 첫사랑의 무대는 그의 고향인 경주.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 산골에서 태어난 목월은 10리 길을 걸어 건천 읍내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 시절 목월은 이웃에 살고 있던 동갑내기 K와 첫사랑에 빠진다. 서로 사랑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목월과 K는 사랑을 맹세했다. 그러나 대구 계성학교로 유학(?)을 떠났던 목월은 어느날 K가 시집갔다는 소식을 접한다. 목월이 열다섯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뒤 금융조합에 취직한 목월은 첫사랑을 잊을 수 없었던지 건천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목월은 K가 남편과 사별하고 친정에 와 있음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신작로에서 우연히 K와 마주쳤지만 K는 줄달음을 쳐 어디론가 달아나버렸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후 K는 재혼을 해 아들 하나를 낳았고 이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슬픔의 씨를 뿌리놓고 가버린 가시내는 영영 오지를 않고…/한 해 한 해가 저물어 질 고운 나무에는 가늘은 가늘은 핏빛 연륜이 감기었네〉(가시내사 가시내사…) 〈목이 가는 소년은 늘 말이 없어 새까만 눈만 초롱초롱 크고…/귀에 쟁쟁 울리듯 차마 못잊는 웃녘 사투리 연륜은 더욱 새빨개졌네〉(가시내사 가시내사 가시내사) 〈이제 소년은 자랐네> 목월의 처녀작의 하나인 ‘가버린 가시내’는 첫사랑 K가 주인공이다. 국도변 작은 읍내 풍경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목월이 K와 사랑을 약속했던 건천 읍내는 아직 옛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첫사랑의 굳은 맹세는 산산조각이 나 버렸지만 신작로 주변 적산가옥하며 목월이 K와 함께 다녔던 초등학교 주변 풍경은 변한 게 별로 없다. 한가로운 신작로를 따라 목월과 K가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것만 같은 상상을 하기에 충분한 풍경이다. 첫사랑을 잊지 못해 읍내 신작로를 혼자 쓸쓸하게 걸어다녔을 목월. 남편과 사별후 친정집으로 돌아와 군데군데 묻어있는 목월과의 첫사랑 추억에 가슴 아파했을 K. 목월이 K와 우연히 해후한 그날. 아마도 두 사람은 아무말도 못한 채 화석처럼 굳어버렸을 게다. 건천읍내에서 경주시내 방향으로 가다 모량초등학교 바로 옆길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목월의 생가다.1980년초까지만 해도 남아있던 토담집 생가는 헐리고 새집이 들어서 이제 목월과는 무관한 집이 돼 버렸다. 정지용이 북에는 소월, 남에는 목월이라 했건만 목월의 생가 보존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목월 선생 생가인 줄 알았다면 집을 헐어버리지 않았을 거요. 우린 몰랐어요.”목월선생 생가에 새집을 짓고 27년째 살고 있는 70대 농부는 불쑥불쑥 찾아오는 불청객들이 싫지는 않다는 표정이다. 하기야 잘 살아보자며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시인의 초가 생가를 보존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누굴 탓할 일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아쉽다. 하지만 마을 주변을 둘러보면 목월의 서정을 풍부하게 키워주었던 선도산이며 단석산은 아직 그대로여서 다행스럽다. 지금은 보리밭으로 변했지만 목월의 생가 주변은 밀밭 천지였고, 목월에게 밀밭은 사색의 공간이었다. 생가에서 다시 국도 방향으로 나와 국도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가면 작은 강이 흐른다. 경주시내를 끼고 흐르는 형산강의 상류지역인 강나루는 아직 얕고 푸른 강물이 차분하게 흐른다. 살얼음이 낀 강나루는 푸르기만 하다. 국민 애송시인 ‘나그네’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아마도 목월은 혼자 가만히 밀밭 사잇길을 지나 강나루에 우두커니 앉아 젊은 문학도의 고단함을 강물에 흘려보냈을 것이다. 경주에는 황성숲(얼룩송아지)과 보문관광단지(달), 건천초등학교(윤사월)에 목월시비가 세워져 있고 해마다 5월이면 황성숲에서 목월 백일장이 열린다. 살아 생전에 목월은 백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고향을 찾아 어린 문재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곤 했다. 내년 말에는 토함산 자락에 소설가 김동리와 함께 하는 ‘동리·목월 문학관’이 문을 연다. 경주가 고향인 동리는 젊은 날 목월의 문학친구다. 목월의 제자인 시인 서영수(67·목월기념사업회)씨는 “늦었지만 목월 문학관이 들어서게 돼 다행”이라면서 “문학관이 문을 열면 목월 선생은 고향인 경주에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몽정기2 장르/예매율 코미디/20.63%(15세) 감독/배우는 정초신/이지훈·강은비·전혜빈 어떤 줄거리 호기심 많은 여고생들, 발칙한 상상에 빠지다 이래서 좋아 생각보다 ‘야하지’않은 여고생들의 성장기 이래서 별로 걸러지지 않은 대사와 과장 심한 유머 홈피 반응은 “기승전결 없는 에피소드의 연속” ●쿵푸허슬 장르/예매율 액션/22.46%(15세) 감독/배우는 저우싱츠/저우싱츠·황성의·양소룡 어떤 줄거리 도끼파 조직과 숨은 고수들의 ‘맞짱 뜨기’ 이래서 좋아 리얼리티 무시한 ‘황당 코미디’의 최고 경지 이래서 별로 점잖고 논리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홈피 반응은 “신나게 웃다가 한순간 눈물도” ●알렉산더 장르/예매율 액션/4.58%(15세) 감독/배우는 올리버 스톤/콜린 파렐·발 킬머·안젤리나 졸리 어떤 줄거리 꿈을 좇아 세상 끝까지 나아갔던 영웅 알렉산더 이래서 좋아 장대한 전투신과 화려한 이국적 풍광 이래서 별로 주제를 장황하게 말하는 내레이션과 긴 러닝타임 홈피 반응은 “트로이보다 더 리얼한 전쟁신” ●샤크 장르/예매율 애니메이션/5.41%(전체) 감독/배우는 비키 젠슨 등/윌 스미스·안젤리나 졸리·르네 젤위거 어떤 줄거리 상어 대부와 영웅 꿈꾸는 작은 물고기의 대결 이래서 좋아 다양한 패러디와 스타들의 변신 보는 즐거움 이래서 별로 흔한 주제와 단선적 줄거리 홈피 반응은 “넘 귀엽고 신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장르/예매율 애니메이션/6.51%(전체) 감독/배우는 미야자키 하야오/기무라 다쿠야 어떤 줄거리 마녀의 저주로 노파가 된 소피와 마법사 하울의 모험기 이래서 좋아 반전, 자연친화의 메시지에 러브스토리까지 이래서 별로 ‘센과 지히로의‘이상을 기대했다면…. 홈피 반응은 “아기자기한 스토리들, 너무 예쁜 그림들” ●월드 오브 투모로우 장르/예매율 SF·액션/13.50%(전체) 감독/배우는 케리 콘랜/주드 로·기네스 팰트로·안젤리나 졸리 어떤 줄거리 1939년 인류 최초의 로봇이 습격하다 이래서 좋아 고전미와 SF의 상상력이 결합 이래서 별로 어둠침침하고 흐릿한 화면과 뻔한 스토리 홈피 반응은 “다소 유치하긴 하지만 킬링타임용으론 그만” ●키다리 아저씨 장르/예매율 드라마/15.36%(12세) 감독/배우는 공정식/하지원·연정훈 어떤 줄거리 눈처럼 투명하고 순수한 청춘들의 애틋한 로맨스 이래서 좋아 첫사랑의 환상에 집착하는 이들이라면… 이래서 별로 지루함은 참기 어려워∼. 홈피 반응은 … ●오션스 트웰브 장르/예매율 드라마/9.23%(12세) 감독/배우는 스티븐 소더버그/조지 클루니·브래드 피트·캐서린 제타 존스 어떤 줄거리 훔친 돈을 되갚기위해 다시 뭉친 오션 패밀리 이래서 좋아 더욱 화려해진 캐스팅과 영상 이래서 별로 돌아온 그들, 솜씨는 예전만 못하네 홈피 반응은 “생각만큼 재미있는 영화는 아닌듯”
  • ‘키다리 아저씨’-아날로그식 짝사랑, 지금도 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나를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상상은 다분히 사춘기 소녀적인 취향이긴 해도 꽤나 근사한 일임에 틀림없다. 미국 여성작가 J 웹스터의 동명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 ‘키다리 아저씨’(감독 공정식·제작 유빈픽쳐스)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아주 고전적인 사랑의 테마를 스크린위에 옮겨 놓는다. 일찍 부모를 여의었지만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라디오 방송작가 영미(하지원)에겐 대학 등록금을 대신 내주고, 힘들 때마다 격려의 손길을 보내주는 후원자가 있다. 영미는 그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며 애틋한 마음을 간직하는 한편 방송국 자료실 직원 준호(연정훈)와 가슴 설레는 첫사랑을 시작한다. 영화는 원작의 큰 틀을 그대로 빌려왔지만 영미가 우연히 발견한 메일속 커플의 사랑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으로 녹아들면서 원작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일견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무관한 듯 보였던 대목, 즉 영미가 메일속 그녀의 안타까운 짝사랑 상대를 찾아주려했던 과정이 액자밖 스토리와 교묘하게 포개지는 막판 반전은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영미가 선물로 받은 대형 곰인형, 영미와 준호의 새벽 꽃시장 데이트 등 몇몇 장면의 아이디어도 반짝인다. 하지원, 연정훈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코믹커플 정준하, 신이의 감초 연기도 무난한 편. 하지만 요즘 같은 광속의 시대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홀로 가슴앓이하는 아날로그식 ‘짝사랑’을 스크린에서 바라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 10여분의 클라이막스에만 기댄 듯한 감독의 순진함, 혹은 우직함이 안쓰럽다.13일 개봉.12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송일곤감독의 신작 ‘깃’

    ‘꽃섬’‘거미숲’의 송일곤(34)감독이 내놓은 신작 ‘깃’은 맑은 수채화같은 멜로영화다. 슬픔을 겹겹이 껴안은 세 여인의 여정을 따라가는 로드무비(꽃섬), 독특한 질감의 심리 미스터리극(거미숲)등 이전 작품들에서 드러난 감독의 성향에 비춰보면 다소 뜻밖의 선택이다. 스스로 ‘느닷없는 멜로영화’라고 표현할 정도로 송감독 자신에게도 낯선 장르다. ‘깃’은 지난 10월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인 옴니버스영화 ‘1,3,6’에서 먼저 선보였던 작품. 헤어진 첫사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년 만에 우도를 찾은 한 남자가 그곳에 머무는 동안 마침내 마음속에서 옛사랑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사랑을 예감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렸다. “2년반 매달린 ‘거미숲’촬영을 끝내고 지친 심신을 추스릴 요량으로 떠난 우도 여행에서 건져올린 작품”이라는 감독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영화는 보는 내내 관객들에게 편안한 휴식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옛사랑을 잊지 못하면서도 그녀가 오지않는 것에 오히려 안도하는 현성(장현성)의 미묘한 감정과 탱고 무용수가 되고 싶어하는 소연(이소연)의 순수한 열정은 변덕스러운 자연에 온몸을 내맡긴 외딴 섬의 풍광과 어울려 애틋한 여운을 전한다.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는 건 탱고다. 소연이 붉은 색 스커트를 입고, 머리에 깃을 꽂은 채 멋지게 탱고를 추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은 한낮의 혼곤한 꿈처럼 현실과 팬터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영화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반면 해변에서 소연과 현성이 손을 맞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툴게 추는 탱고는, 두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묘한 감정의 변화를 리듬감있게 보여준다. 화질과 사운드 면에서 제작비 7000만원의 디지털영화가 안고 있는 한계는 있지만 사랑과 기다림, 꿈, 열정 등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영화로는 손색이 없다.1월14일 개봉.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새드라마 ‘쾌걸 춘향’ 한채영

    새드라마 ‘쾌걸 춘향’ 한채영

    ■ 새드라마 ‘쾌걸 춘향’ 한채영 “다혈질에 단순무식하고, 툭하면 주먹부터 나가고, 만날 ‘택택’거리고….(웃음)그래도 알고 보면 오직 한 남자에게만 순정을 바치는 좋은 여자라니까요.” 낯설다. 디지털카메라 경품에 눈이 멀어 나이트클럽에서 ‘그네쇼’를 펼치는 성춘향이라니. 이 새로운 춘향이는 옥에 갇혀 속절없이 서방님만 기다리던 누군가와는 많이 다르다.‘얼짱’,‘몸짱’,‘공부짱’에 싸움 실력까지 특출해, 어지간한 불의(不義)는 암행어사가 나설 것도 없이 자신이 직접 처단해버리는 ‘쾌걸(快girl·제작진 표현)’이란다. 철없고 단순한 몽룡이를 어르고 달래 명문대는 물론 사법고시까지 합격하게 만드는 ‘열녀’. 어찌보면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새해 1월3일 첫방송되는 KBS2 새 월화드라마 ‘쾌걸춘향’(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전기상 지병현)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패러디된 주인공 성춘향역을 맡은 한채영(24)은 “처음으로 실제의 나와 똑같은 배역을 받았다.”며 무척 신나는 눈치였다. “으, 그동안 팔자에도 없는 도도하고 능력있는 캐리어우먼 역만 맡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이번에는 말투 같은 것부터 그대로 저인지라, 연기가 아닌 것처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모든 배역을 직접 캐스팅 한 전기상 프로듀서도 “당돌하고 발랄한 새 춘향 캐릭터가 한채영 원래 성격과 잘 들어맞아 연기에 쉽게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8세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국을 떠나있었던 한채영은 의외로 고전인 ‘춘향전’을 읽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아, 사실 처음에는 심청이랑 헷갈려서,‘아버지 때문에 바다에 뛰어드는 애’라고 아는 척하다가 주위의 빈축을 산 적도 있지요.”그녀는 “내가 파악하는 춘향이는, 한국 전통의 순종적인 여인상을 대변하는 일편단심 열녀”라면서 “이번 춘향이도 다른 것은 다 바뀌지만 일편단심 하나만은 똑같이 유지된다. 끝까지 지킨다.”고 말했다. 실제 성격도 그럴까.“그럼요. 원래 성격이 단순해서, 누가 한번 좋아지면 그 뒤에 더 좋은 사람이 와도 흔들리지 않아요. 좀 손해보는 성격이죠. 물론 다소곳, 얌전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지만. 누가 내 남자 뺏어가려고 시도하면 직접 찾아가서 응징할 것 같은데요.” 주먹까지 쥐어보이며 웃었다.“그대로 ‘죽음’이다.”라고 말했다. 몽룡의 싫은 점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따지기에 구체적인 이상형이 존재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한채영은 “글쎄, 전 좀 많이 긴데.”라며 머뭇거리더니 정말로 ‘목록’을 죽 읊었다.“일단 제가 많이 어린지라, 얼굴을 상당히 따집니다. 우선 보기에 좋고 멋져야 해요. 그리고 성격은 착하지만, 유약해선 안 되고, 터프하면서 말수가 적은 과묵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어느 정도의 유머는 있어야 하고….” 계속 이어지는 ‘목록’ 열거도 끊을 겸,“극중에서처럼 이상형에게 능력 없으면 내조로 키워줄 거냐.”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즉시 튀어나오는 대답.“제가 능력 있잖아요. 사랑만 있다면 능력은 없어도 상관 없습니다. 제가 열심히 일해서 먹여살릴 겁니다.(웃음)아무리 일 잘하고 능력 있어도 옆에 좋아하는 사람 없으면 불행할 것 같으니까요.” 한채영은 마지막으로 “이번 쾌걸춘향이 사실상 첫 주연에 첫 본격 코믹 연기다. 기대도 크지만 안 해봤던 캐릭터라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많이 부담되기도 한다.”고 털어놓으면서 “그래도 처음으로 딱 맞는 배역을 맡아 신나게 연기하고 있다. 처음에 좀 어색하게 보여도 계속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글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러브스토리 in 남원 KBS2 새 월화드라마 ‘쾌걸춘향’은 고전 ‘춘향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패러디한 로맨틱 코미디물.‘미안하다, 사랑한다’의 후속작으로 새해 1월3일부터 16부작으로 방송된다. 기생의 딸 춘향(한채영)은 생활고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밤무대 가수의 딸로 다시 태어났다. 몽룡(재희)은 공부와는 담을 쌓은 경찰서장 아들, 변학도(엄태웅)는 끈질기게 춘향이를 노리며 도움을 주는 연예기획사 사장. 여기에 몽룡의 첫사랑 채린(박시은)이 원작에는 없는 창작 캐릭터로 일과 사랑 모두에서 춘향과 경쟁하며 재미를 더해줄 예정이다. 전기상 프로듀서는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너무 흔해 평소 주목했던 춘향전을 패러디하게 됐다.”면서 “고전을 빌려 오늘날 젊은이들의 사랑과 일, 우정 등 가치관을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쑹메이링 첫사랑은 장제스가 아니었다

    |베이징 연합|지난해 10월 106세 일기로 숨진 장제스(蔣介石) 전 대만 총통의 미망인 쑹메이링(宋美齡) 여사의 첫 사랑이 중국 언론에 공개됐다. 중국 인터넷 포털사이트 신랑(新浪·Sina)은 26일 베이징오락신보(北京娛樂信報)의 기사를 옮겨 소개했다. 쑹메이링의 첫 사랑은 당시 같은 미국 유학생이던 류지원(劉紀文)이었으나 장제스가 류지원에게 압력을 가해 결혼을 방해하고 쑹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쑹메이링은 미국 웨슬리대학 유학시절 오빠 쑹즈원(宋子文)의 소개로 광저우(廣州) 출신으로 도쿄(東京) 유학을 거쳐 뉴욕에 공부하러 온 류지원을 만났다. 두 사람은 급속하게 가까워져 뉴욕에서 가족 몰래 조촐한 약혼식도 올렸다. 그러나 쑹이 유학을 마치고 상하이로 돌아온 뒤 당시 집권 국민당의 실력자로 부상하던 장제스가 쑹메이링을 보고 국민당 최고지도자 쑨중산(孫中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쑹을 부인으로 맞기 위해 치밀한 공작을 벌였다. 장제스는 우선 첫 부인을 쫓아내고 류지원에게 쑹과 헤어지도록 압력을 가했다. 당시 장제스는 류지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류지원은 미국 및 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뒤 상하이에서 쑹메이링과 결혼할 계획이었으나 정치적 출세욕 때문에 쑹과의 결혼을 포기했다. 광저우 집에 들렀을 때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존경하는 구완이(古緩儀) 선생이 장제스와 대화를 나눴다며 그의 상하이 행을 포기시켰다. 얼마 후 류지원은 난징(南京) 시장에 임명됐으며 쑹메이링은 장제스와 결혼했다. 쑹메이링의 러브 스토리에 대한 자세한 사연은 역사가와 연구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류지원이 쑹메이링의 첫 사랑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 [2004 결산] 사라진 별들-꽃은 졌으나 그 향기는 영원하리라

    세월은 정직하다. 그 어김없는 흐름에 올해에도 각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사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사람은 가도 자취는 남는 법. 그들이 남긴 지혜와 역정은 오롯이 남아 후세의 귀감이 된다. 현실이 실타래처럼 꼬일 때마다 그들의 부재가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각부 종합 ■ 국내 ●정·관계 지난 9일 한국 외교계와 야당사에 큰 획을 그은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과 이민우 신민당 전 총재가 나란히 타계해 세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 전 장관은 10여년 동안 한국 외교사의 주요 현장을 지킨 ‘외교사의 산 증인’으로 65년 한·일협정을 비롯, 베트남 파병 등 외교사의 길목에서 기틀을 다졌다.1958년 4대 민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는 6선을 거쳐 87년 신민당 총재로 정계 은퇴하기까지 정치 인생 40여년을 외곬으로 야당을 지켰다. 유도 10단으로 대한유도회장, 대한체육회 고문 등을 역임하며 남다른 체력을 자랑하던 5선 의원 출신의 신도환 전 신민당 최고위원도 세월을 비켜가지 못했다. 관계 인사로는 장예준 초대 동력자원부 장관을 비롯, 79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이한빈 전 부총리,98년 한은법 개정 뒤 첫 한은 총재에 부임해 외환위기 타개를 이끌었던 전철환 전 한은 총재, 내무부와 보건사회부 장관을 거친 뒤 노태우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홍성철씨 등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밖에 5·16 직후 군정에 반대하다 군복을 벗은 원충연 전 국가재건최고회의 공보실장이 캐나다에서 생을 마감했고 최규하 전 대통령의 부인 홍기 여사도 세상을 떠났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수사받던 안상영 전 부산시장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시절 인사·납품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던 박태영 전 전남지사는 ‘자살’로 삶을 마감해 충격을 던졌다. ●재계 카지노의 대부로 불렸던 전낙원(77)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지병으로 타개했다. 그는 73년 국내 최초의 서울 워커힐호텔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관광공사로부터 인수, 이를 기반으로 호텔과 면세점, 건설 등 관광·레저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파라다이스그룹을 일궈냈다. 대한산업그룹 창업주의 아들로 40여년간 대한전선을 중견그룹으로 키워낸 설원량(62) 대한전선 회장도 지난 3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박남규(83) 전 조양상선그룹 회장도 해체된 조양상선그룹의 재기를 보지 못하고 지난 2월26일 세상을 떴다. 또 장기하(72) 전 진로그룹회장은 9월에, 이은범(76) 전 범양사 사장은 5월에, 양회문(53) 대신증권 회장은 9월에 타개했다. ●사회·체육계 사회분야에서는 종군위안부로 고통을 겪은 김순덕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만년에 김 할머니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머물며 종군위안부의 피해실태를 증언하고 일본의 사죄를 촉구했다. 원일한 전 연세대 재단이사와 설대위 전주예수병원 원장 등 두 사람의 미국인도 눈에 띈다. 원씨는 연세대와 YMCA를 설립한 언더우드가(家)의 3세이다. 미국 이름이 데이비드 존 실인 설씨는 전쟁 고아와 버림받은 노약자를 위해 평생을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체육분야에서는 1970년대 씨름왕 김성률씨와 국가대표 농구선수 출신 이원우씨, 송만덕 한양대 배구감독 등이 많지 않은 나이에 부음을 알려 안타까움을 더했다.1935년 프로자격을 얻은 한국인 프로골퍼 1호로 국제대회 첫 출전과 국내대회 첫 우승 기록을 보유한 연덕춘씨도 타계했다. ●문화예술계 문화예술계에서는 우리 문학의 든든한 뿌리 역할을 해온 큰 인물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져 안타까움을 남겼다. 연작시 ‘초토의 시’에서 한국전쟁의 고통을 초월해 구원의 세계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줬던 한국 시단의 원로 구상(85) 시인은 7개월여의 폐질환 투병 끝에 지난 5월11일 별세했다. 교과서에 수록된 시조 ‘다보탑’으로 친숙한 시조 시인 김상옥(84)은 부인 김정자 여사가 먼저 세상을 뜨자 식음을 전폐하고 슬퍼하다 장례식 이틀만인 지난 10월31일 세상을 하직해 세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국민의 애송시 ‘꽃’의 시인 김춘수(82)는 기도폐색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4개월간 투병을 벌이다 지난달 29일 끝내 타계했다.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과꽃’‘꽃밭에서’등 350여편의 주옥 같은 동시를 지은 아동문학가 어효선(79)도 지난 5월15일 소천했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농부 작가 전우익(79)은 지난 19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등의 저서를 통해 그가 전해준 소박한 삶의 소중함은 더욱 가치있게 다가온다. 1953년 출판사 ‘일조각’을 설립, 반세기 동안 출판 외길을 걸어온 출판계 원로 한만년 대표도 ‘한국사신론’(이기백 저),‘고가연구’(양주동 저) 등 기념비적인 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예술계에서는 60년대 한국 액션영화를 누빈 악역 스타이자 영화배우 독고영재의 부친인 원로배우 독고성(75)이 지난 4월10일 별세했다.‘빨간 마후라’를 작곡한 작곡가 겸 평론가 황문평(85)도 800여곡의 영화·드라마 음악을 남기고 유명을 달리했다. 재즈계, 타악 연주계의 거목인 김대환(71),‘오뚜기 인생’의 가수 겸 음반제작자 김상범((66),‘곡예사의 첫사랑’을 부른 가수 박경애(50)도 올해 우리가 떠나보낸 스타들이다. ●학계 올해 학계도 훌륭한 스승을 잃었다. 사학계에서는 동양사학계의 거목 고병익(80) 박사와 연세대 황원구(74) 교수가 5∼6월 잇따라 별세했다. 실증주의사관의 확립자로 불리는 국사학계의 태두 서강대 이기백(80) 교수도 6월 타계했다. 한글학회에서도 ‘한글지킴이’ 허웅(86) 한글학회 회장이 1월26일 눈을 감았고 지난달 21일에는 KBS 라디오프로그램 ‘바른 말 고운 말’로 유명한 한글재단 한갑수(91) 이사장마저 세상을 떠났다. 진보사회과학계의 큰별 서울대 김진균(67) 교수도 2월14일 별세했다. 민족과 계급을 중심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한 김 교수는 늘상 정권의 핍박에 시달렸지만 그가 만든 산업사회연구회는 진보학술운동의 모태였다.‘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학술단체협의회’도 김 교수의 작품이다. 과학기술분야에서도 육각수이론을 창안해 ‘물박사’로 통했던 전무식(72) 박사와 한국 핵의학분야를 개척한 전 서울중앙병원장 이문호(82) 박사가 8월13일, 지난 5일 각각 별세했다. 또 전 과학기술처장관 최형섭(84) 박사도 5월29일 타계했다. 화학야금학을 공부한 최 박사는 박정희 정권 시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초대소장, 과기처 장관을 지내면서 과학발전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을 받았다. ●종교계 올해 종교계는 화계사 조실 숭산 스님(세수 77)의 입적이 무엇보다 큰 뉴스였다. 지난달 30일 원적에 든 숭산 스님은 달라이 라마, 틱 낫한 등과 함께 세계 4대 생불로 추앙받으며 한국 불교의 세계화에 진력해왔다.1966년 일본 홍법원 개설을 시작으로 40년 가까이 세계를 돌며 32개국에 120여개의 선원을 세웠다. 세계일화(世界一花, 세계는 한 꽃)라는 가르침 속에 한국 불교 세계화에 일생을 바친 숭산 스님은 5만여 눈푸른 납자와 제자들을 뒀다. 기독교 쪽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회장을 지낸 조용술 목사가 지난달 15일 84세로 별세했다.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신대를 나와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재단이사장,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상임고문 등을 맡으며 복음 전파와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 국외 한 시대를 풍미한 지구촌의 별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숱한 영광과 오욕의 세월을 뒤로 하고 한줌의 흙이 됐으나 그들이 남긴 자취는 또렷하다. 올해 사라진 인물들을 되돌아본다. 야세르 아라파트(75) 35년간 팔레스타인 독립투쟁을 이끈 중동의 풍운아. 이집트 태생으로 지난달 파리의 군병원에서 사망했다.59년 무장단체 ‘파타운동’을 설립했다.67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96년 자치정부 수반이 됐다. 테러와 평화협상을 병행하면서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94년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말년에는 부패와 개인축재 등의 의혹에 시달렸다. 그의 사망으로 중동의 평화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로널드 레이건(93) 구두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나 B급 영화배우에서 미 40대 대통령(81∼89년)에 올랐다. 뛰어난 정치감각과 유머로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 중 한 사람이 됐다. 공급경제학 ‘레이거노믹스’를 추진했고 우주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스타워스’를 구상, 냉전 종식에 기여했다. 퇴임 이후 알츠하이머병으로 고생하다 지난 6월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타계했다. 자크 데리다(74) 이성 중심의 전통적 서양철학에 반기를 든 ‘해체론’의 창시자. 알제리에서 태어난 프랑스 현대철학의 거두로 10월 파리에서 췌장암으로 숨졌다. 언어의 명료성과 통일성이 아니라 다극적 의미를 강조, 니체나 하이데거와 같은 ‘반(反)철학’의 후계자로 평가된다. 레이 찰스(74) 노래로 미국 내 흑백통합을 이룬 흑인 솔 음악의 거장.7살 때 시력을 잃고 15살 때 고아가 됐으나 천부적인 자질로 13차례나 그래미상을 받았다.‘아이 캔트 스톱 러빙 유(I can’t stop loving you)’는 한국에서도 유명하다.8월 사망했다. 말론 브랜도(80) ‘대부’의 돈 콜리오네 역으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배우.‘워터프런트(50년)’와 ‘대부(73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나 두번째 상은 북미 인디언에 대한 미국의 차별정책에 항의해 거부했다.‘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51년)’,‘지옥의 묵시록(79)’ 등에서 열연했다.7월 타계. 크리스토퍼 리브(52) 가슴에 ‘S’자를 달고 붉은 망토를 걸친 불멸의 ‘슈퍼맨’.78년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슈퍼맨에 발탁된 뒤 83년까지 3차례 시리즈에 출연했다.95년 승마대회에서 목뼈가 부러져 전신이 마비됐다. 재활치료 끝에 휠체어를 타고 영화에도 출연했으나 10월 심장마비로 숨졌다. 장애인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했다. 에스티 로더(97) 지난 4월 타계한 미 화장품업계의 여왕. 그가 창안한 ‘공짜샘플’과 ‘고급매장’ 전략은 20세기 모든 마케팅의 표본이 됐다. 부엌에서 만든 미용크림으로 46년 에스티 로더를 창업했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현재 세계 130여개국에서 50억달러어치의 화장품을 판다. 프랜시스 크릭(88) 1953년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처음 발견한 영국의 생물학자. 지난 8월 결장암으로 미 샌디에이고에서 숨졌다. 인간의 유전정보가 다음 세대로 복제되는 과정을 밝힌 공로로 62년 노벨상을 탔다. 생명공학 산업의 기초를 일궈 다윈과 멘델에 견줄 만한 과학자로 평가된다. 이밖에 할리우드의 여배우로 ‘킹콩’의 페이 레이(96)와 앨프리드 히치콕의 스릴러 ‘사이코’에서 열연한 재닛 리(77)가 8월과 10월에 각각 세상을 떠났다. 스페인 내전을 카메라에 담은 전설적 사진작가 앙리 브레송(96)은 8월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슬픔이여 안녕’의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69)은 9월에 타계했다. 자신을 마담으로 부르도록 한 네덜란드의 여왕 줄리아나(94)는 1월에, 장징궈(蔣經國) 전 타이완 총통의 부인인 장팡량(蔣方良·88)은 지난 15일 사망했다. 1968년 북한에 피랍된 미 첩보함 푸에블로호의 함장 로이드 부커(76)는 1월에 죽었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창시자 셰이크 아메드 야신(66)은 이스라엘의 헬기 공격으로 숨졌다. 의약업계의 황제 잭 에커드(91)와 이탈리아 자동차 왕국 피아트의 움베르토 아그넬리(69)는 5월에 운명을 달리했다.
  • [27일 TV 하이라이트]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SBS 오후 11시5분) 이승환 김현철 옥주현 신정환 천명훈 타블로가 말하는 ‘애인과 진실게임을 할 때 제일 먼저 묻고 싶은 질문은?’.10∼40대 남녀 1만명에게 들어본다. 너의 진짜 첫사랑은 누군지, 나랑 결혼할 것인지, 몇 번 키스해 봤는지 등 궁금증의 결과를 함께 지켜본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과학계의 이슈 Top5을 집어본다. 첫 번째로 황우석 교수가 생명공학 분야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해 한국이 생명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메카로 부상했다. 두 번째는 한국의 핵무기 개발 의혹. 세 번째는 과학기술 부총리제 도입으로 과학기술 중심사회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미래의 조건(EBS 오후 11시) 2005대입이 진행되면서 EBS 수능방송의 반영률이 관심을 끌고 있다. 분석 결과는 85%로 체감 반영률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수험생들도 대체로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다. 시행 첫 해,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출범부터 각종 논란과 효과까지를 되짚어보고 그 실효성을 점검해 본다. ●열전 가수왕(iTV 오전 9시10분) 푸근하고 인자한 미소의 박진도, 고상한 분위기의 절정가수 한영주, 어딜 가나 무대를 사로잡는 유현상, 두 손가락으로 좌중을 휩쓰는 방실이, 없어서는 안 될 ‘우리의 가수’ 설운도가 출연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우리 이웃의 삶이 묻어나는 흥겨운 마당을 철도청에서 함께 한다. ●왕꽃 선녀님(MBC 오후 8시20분)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병원에 간 소정은 뜻밖에도 “마지막으로 시도한 임신이 성공했다.”는 의사의 말에 감격해 어쩔줄 모른다. 초원은 소정의 임신 소식에 기뻐하며 아이를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한편 준영은 맛깔스럽게 음식을 준비해 무빈의 부모를 초대한다. ●용서(KBS2 오전 9시) 6년 후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수형을 의젓하게 키운 수민은 온갖 궂은 일을 마다 않고 열심히 살아 가는 억순이가 되어 있고, 강화로 아예 이사한 재훈은 사진관을 새로 내고 수민네를 돌봐 주고 있다. 세찬이도 무럭무럭 자라 형우의 집안엔 웃음꽃이 항상 피어 있다. ●TV문화지대(KBS1 오후 11시35분) 올 한 해 가장 많은 뉴스를 만들어 낸 드라마 ‘겨울연가’. 그 겨울연가를 제작한 윤석호 PD. 그는 최근 일본의 키네마준보상의 ‘한·일우호 공로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윤석호 감독을 만나, 그의 작품세계와 드라마에 대한 열정을 들어본다.
  • “신자들과 부대끼던 본당시절 가장 행복”

    “사랑도 풋풋한 첫사랑이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성직생활 52년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어오면 난 서슴없이 ‘가난한 신자들과 울고 웃었던 본당신부 시절’이라고 대답한다. 일선 본당신부 시절이라고 해봐야 안동본당과 김천본당을 합해 2년 반밖에 안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추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 김수환(82) 추기경의 회고록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평화방송·평화신문 펴냄)가 나왔다. 김원철 평화신문 기자가 직접 김 추기경의 구술을 글로 정리했다. 책에는 가난한 옹기장수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1998년 서울대교구장직을 은퇴하고 혜화동 주교관에 머물기까지의 삶의 자취가 담겨 있다. 일본 상지대 유학 시절 한 평생 영적 스승으로 모시게 될 독일인 신부 게페르트를 만나고, 학병으로 끌려가 목숨 걸고 탈출을 감행하고, 신부가 되기 전 부산의 한 여인으로부터 청혼을 받고 갈등을 겪던 사연 등 비화도 공개돼 눈길을 끈다. “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서부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든 사람이 이기잖아요.” 1980년 정월 초하루, 김 추기경은 새해 인사차 방문한 보안사령관 전두환 소장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12·12 사태에 대한 이해를 구하러 온 모양인데 추기경이 그렇게 말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책은 1972년 서울대교구에서 발행하던 월간지 ‘창조’에 김지하의 장편 풍자시 ‘비어(蜚語)’가 실리는 바람에 홍역을 치렀던 사건,“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지나가시오.”라며 군사정권의 폭압에 맞섰던 일 등 70∼80년대 민주화 이야기도 담담하게 들려준다. 김 추기경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제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느 정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삶은 어느 날 이승의 생을 마감하고 하느님 앞에 섰을 때 온전히 드러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TV드라마 술자리 너무 잦다

    TV드라마 술자리 너무 잦다

    ‘TV드라마가 술 권하는 사회를 만든다?’ TV드라마에 음주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나와 시청자들에게 과음 등 좋지 않은 음주 습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연맹(회장 정광모)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드라마 22편에서 방영된 음주장면을 모니터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음주장면이 가장 빈번하게 노출된 드라마는 KBS 2TV 단막극 ‘사랑과 전쟁’이었으며, 나머지들도 주인공의 지나친 음주 장면을 당연한 듯 빈번하게 방영했다. 특히 ‘사랑과 전쟁’은 9월10일 방영분인 ‘토사구팽’(50분)편에서 음주장면이 10번이나 나와 평균 5분마다 음주 장면이 방영됐다. 이 보고서는 특히 드라마속 여주인공들이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과음을 하는 등 지나친 과음 장면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최근 종영한 KBS2 TV ‘오 필승! 봉순영’,MBC ‘아일랜드’,KBS2 TV ‘두번째 프러포즈’,KBS2 TV ‘애정의 조건’,MBC ‘황태자의 첫사랑’ 등에서는 여주인공들이 술의 힘을 빌려 사랑을 확인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술을 마셔 정신을 잃고 길가에 쓰러지는 등 장면이 빈번하게 노출됐다. 또 소주나 양주를 병째 또는 사발에 부어서 그대로 마시거나(황태자의 첫사랑, 남자가 사랑할 때, 애정의 조건, 그대는 별 등), 소주를 혼자 3∼5병을 마시는 (섬마을선생님, 애정의 조건) 등 지나친 음주가 분노, 괴로움의 표현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복고풍 드라마 겨울안방 점령

    안방극장도 불황과 추위에 몸이 움츠러든 것일까. 현재 방영되거나 곧 전파를 탈 TV드라마들을 보면,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복고’추세를 반영하듯 ‘과거지향’적인 작품들이 많다. 이미 흥행이 검증된 ‘고전’을 리메이크하거나, 과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해 ‘추억’과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역사적 사실과 과거 성공한 인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관이 명관 내년 1월3일 첫 전파를 타는 KBS 2TV 미니시리즈 ‘쾌걸 춘향’은 고전 ‘춘향전’을 2005년도 판으로 리메이크한 작품. 춘향은 첫사랑이자 서울지검장의 아들인 이몽룡을 공부시켜 명문대에 합격시키는 당찬 여성으로, 변학도는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 신분을 이용해 춘향을 유혹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시대극 가운데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SBS 대하드라마 ‘토지’도 박경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이번에만 세번째 리메이크되는 작품. 월·화 드라마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SBS 미니시리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도 과거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TV외화 시리즈 ‘하버드대의 공부벌레들’과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다모’를 연출한 이재규 프로듀서가 내년 3월 SBS를 통해 선보일 미니시리즈 ‘훼숀 70s’는 지난 세기 패션계를 주름잡았던 두 인물인 코코 샤넬과 엘자 스키아파 렐리의 대결 구도에서 모티프를 따온 작품.70년대 국내 패션 예술과 산업의 성장 과정을 그린다. ●‘팩션’드라마 속속 등장 과거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faction:fact+fiction)’작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년 1월8일 첫 방송 예정인 MBC 주말드라마 ‘제5공화국’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들과 12·12 쿠데타,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정치사를 드라마화한 작품. 현재 방영 중인 KBS2TV 대하드라마 ‘해신’과 KBS1TV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각각 최인호와 김훈의 소설을 각색, 장보고와 이순신 두 역사적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실존 인물인 삼성 고 이병철 회장과 현대 고 정주영 명예 회장을 모델로 한 MBC‘영웅시대’도 과거 60∼70년대 격동기의 ‘재벌 이야기’에 정치적 혼란 상황을 함께 녹여 드라마화했다. KBS 김현준 드라마 1팀장은 “대리만족 등 시청자들의 심리적 욕구를 꿰뚫는 것이 드라마 기획시 최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라면서 “최근 ‘고전’을 리메이크하고,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좋았던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불황기 시청자들의 심리가 드라마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오! 마이 God 연기자 윤계상

    오! 마이 God 연기자 윤계상

    티끌 하나 묻지 않은 해맑은 웃음부터 날카로운 눈매의 섬뜩함까지. 윤계상(26)의 얼굴에 그렇게 많은 표정이 숨어있는지는 그를 마주하기 전까지 미처 몰랐다. 사실 영화 ‘발레교습소’를 보는 내내 깜짝 놀라긴 했다. 스타 윤계상이 아닌, 영화 속 어수룩한 청년 민재가 스크린 속에서 자연스러운 청춘의 날갯짓을 보여줬으니까. 그를 몰랐다면 ‘어쩜 저렇게 평범하게 생겼을까.’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우리 시대 고3의 자화상을 담아낸 윤계상. 한국영화계의 대단한 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는 단숨에 ‘배우’의 대열에 올라섰다. # 생각 또 생각하면서 캐릭터에 푹∼ 빠졌죠. 그의 숨겨진 ‘배우의 끼’를 먼저 발견한 건 신혜은 프로듀서. 방송 토크쇼에 나와서 딴 짓을 하는 엉뚱한 모습에 반해 “특이한 캐릭터”라며 2년전부터 ‘찜’해두었단다.‘발레교습소’의 민재 역을 찾으면서 신 프로듀서는 윤계상을 떠올렸고,‘혹시 만나보고 아니면 3일만에 바꿔버리자.’며 변영주 감독과 그를 찾았다. 그런데 반응은? “제가 너무 민재랑 비슷해서 놀라셨대요.”(웃음) 그는 자연스러운 연기의 공을 모두 감독에게 돌렸다.“뭘 물어봐도 ‘글쎄, 민재라면 어땠을까.’라며 질문만 던지시죠. 그러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고, 캐릭터에 빠져 있다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와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이모네 집에서 온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다가 울컥 감정을 쏟는 장면. 암에 걸린 친구의 동생이 보기 흉하다며 아파트에서 쫓겨나자 민재의 감정이 갑자기 폭발한다.“처음엔 시비조로 ‘이모, 연판장에 서명했어?’라고 연기를 했죠. 감독님이 ‘과연 민재라면 그럴까?’라고 묻더라고요. 생각해보니까 민재의 캐릭터는 그런 게 아니었어요.” 짝사랑하던 수진(김민정)과 관계를 맺는 장면에서도 처음엔 ‘뽀뽀’정도를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이건 키스신이 아니라 섹스신이야.” 감독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결국은 작품의 의도대로 순박하면서도 참을 수 없는 청춘의 솔직한 사랑을 연기해냈다.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연기를 터득하는 이번 과정이, 그에게는 스스로를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확고한 계기가 되었던 것. # 10대땐 민재와 정반대인 문제아였어요. 실제 그의 10대는 어땠을까.“민재랑 정반대였어요. 오히려 침 뱉고 때리는 양아치쪽에 가까웠죠. 고2때는 가출한 적도 있어요.” 가수활동을 할 때는 이 모든 걸 감추고 싶었는데 이제는 “연기자로서 도움이 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는 그. 이젠 이를 포용할 만큼 성숙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 속에서처럼 10대 시절엔 아버지에게 대들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단다.“제가 하두 말썽만 피워서 god 활동을 할 때부터 아버지께서 ‘저런 끼가 있었나. 어허 참’이라며 신기해하셨어요.” god 3집으로 KBS 가요대상을 수상했을 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네가 내 아들인게 자랑스럽다.’는 칭찬을 들어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기뻤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두웠던 청춘의 긴 터널을 통과한 지금,10대들에게 할 말도 많을 듯싶다.“고교 시절엔 말하지 않고도 부모가 알아주길 바랐던 것 같아요. 자신을 닫아버리지 말고 대화로 벽을 허물었으면 해요. 부모님들도 전체를 다 경험한 건 아니니까 자식들에게 보다 열린 마음으로 다가갔으면 하고요. 영 아닌 길이라고 생각돼도 그 길이 그 아이에겐 행복일 수 있잖아요.” 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연기는 내사랑~ 그는 god 활동을 하면서도 “내 것을 가지고 싶었고 그게 연기였으면…”이란 생각을 막연히 해왔다. 무명시절때 혁이형(장혁)이 3∼4시간동안 연기에 대한 열정을 뿜어내며 말하는 걸 보면서 신기하면서도 부러웠다는 그는 그 때부터 연기의 꿈을 남몰래 품어왔는지도 모른다. 가수에 대한 미련은 안 남았을까.“god의 명예에 금가는 일은 안 할 거예요.” 그럼 god라면? “군대 갔다와서 불러주면 또 모르죠. 그래도…연기가 너무 좋아요.” 모든 스태프들이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볼 땐 왕자가 된 기분이었고,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돼가는 과정에선 “내가 예술을 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는 그. 첫사랑의 설렘처럼 들뜬 모습을 보니, 그는 정말 연기와 사랑에 빠진 듯 했다. ■ 저 군대가요~ 영화 ‘발레교습소’는 새달 3일 개봉하고, 윤계상은 그로부터 나흘 뒤 군대를 간다.1급 현역 판정을 받고 춘천 102보충대대로 입소할 예정. 이번 영화로 연기력을 인정받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 주인공 이영애의 상대역으로 캐스팅이 거의 확정된 때라 더욱 아쉬움이 클 듯.“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날 영장이 날아왔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을테지만 “시간이 없어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단다. 군대가기 전날까지 영화 홍보로 스케줄이 빽빽히 차 있다. 그래도 오히려 이렇게 정신없이 보내다가 군대에 가는 편이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가수였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지 않아서 지금까지는 제 연기를 좋게 봐 주셨지만,2년 뒤에는 아니겠죠.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연기 공부를 해서 놀랄 정도로 변한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겨울연가 감독 “반짝 韓流 안되게 내실 다져야”

    겨울연가 감독 “반짝 韓流 안되게 내실 다져야”

    “‘욘사마’ 같은 스타 한 명이 한류(韓流)의 원동력이란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특히 한류라는 결과에만 천착한, 외형만 그럴싸한 드라마 제작 붐은 오히려 한류의 불씨를 소진시킬 위험이 있죠.” 올 한해 일본열도를 ‘한류 열풍’의 소용돌이로 몰고간 문화 콘텐츠는 단연 ‘욘사마’ 배용준과 드라마 ‘겨울연가’였다. 하지만 그 성공 뒤에는 한류 드라마 ‘대표’ 연출자 윤석호(47) 감독의 숨은 힘이 있었다. 윤 감독은 한·일 우호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영화상인 일본의 영화잡지 ‘기네마순보사’가 주는 기네마 순보상 특별상 ‘한·일 우호 공로상’의 수상자로 선정돼 30일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상을 받는다. “지금 아시아권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은 심하게 말하면 ‘그들이 우리의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죠. 한류가 ‘한류(寒流)’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좀더 내실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일본인들이 열광하고 있는 ‘겨울 연가’와 ‘욘사마’는 그들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갖는 ‘환상’에서 기인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국내 현실에서는 그같은 인간 냄새 나는, 순수한 정서를 느끼기 힘들다는 것. 그는 특히 한류를 염두에 두고 드라마를 제작하는 시스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드라마 속에 순수한 마음과 첫사랑 등 인간 정신의 ‘진정성’을 담는 본질적인 노력이 담겨 있어야 ‘한류’에 걸맞은 기획이 된다고 생각해요.‘열매’를 먼저 보고 스타 배우와 이국적 화면 구성에 신경쓰는 등 내용보다는 드라마의 외형적 측면을 앞세운 기획은 오히려 한류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어요.” 그는 드라마 한류 열풍은 ‘경쟁의 힘’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보다 양질의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한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의 치열한 경쟁이 실제 ‘고품질’의 드라마를 양산했다는 것이다. 한류 열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본 그는 국내 드라마 제작에 대해 조언해 달라는 질문에 “드라마는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성이 커졌다.”면서 “단기간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드라마는 한류는 물론 국가 이미지 차원에서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속 ‘한류 열풍’의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욘사마’ 혼자만의 힘으로 ‘겨울연가’가,‘한류 열풍’이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그 뒤에 가려진 수많은 조연들의 눈부신 연기와 제작진들의 눈물겨운 땀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시네마 천국]로맨틱 영화 ‘노트북’

    ‘노트북’(The Notebook·26일 개봉)은 사랑의 나이를 귀엣말처럼 속삭여주는 로맨틱 영화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청춘에 나눴던 벼락 같은 사랑에서, 생의 끝자락에 반추해보는 깊고 적요한 사랑까지. 주제어 ‘사랑’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온도와 농도를 달리 하며 극을 관통하는, 모처럼 사려깊은 할리우드산 드라마다. 17세의 부잣집 딸 엘리(레이첼 맥애덤스)와 시골 목수 노아(라이언 고슬링)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진다. 7년이 흐른 뒤 결혼을 앞둔 엘리는 우연히 신문광고에서 노아의 소식을 접하고 그를 찾아온다. 첫사랑을 한순간도 잊지 못한 노아, 미래를 보장해줄 능력있는 남자와 이미 약혼한 엘리는 현실의 완강한 벽 앞에서 다시 좌절한다. 아련한 회고담의 얼개로 살을 붙여가는 사랑이야기다. 치매로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노파(지나 롤랜즈)와, 매일같이 그녀를 찾아와 소설을 읽어주는 노인(제임스 가너)을 통해 한편의 러브스토리가 화면에서 재구성되는 식이다. 웬만큼 눈치있는 관객이라면 두사람이 엘리-노아 커플임을 꿰맞추는 건 시간문제. 따사로운 자연광선이 스민 고즈넉한 사랑이야기를 기다려온 관객, 특히 중년관객들에게 맞춤일 듯하다. 잔잔한 감동으로 기억되는 영화 ‘병 속에 담긴 편지’의 원작자 니컬러스 스파크스의 동명소설이 원작.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클릭 세상속으로] ‘술꾼’ 나르는 억척 여성들

    [클릭 세상속으로] ‘술꾼’ 나르는 억척 여성들

    주말인 지난 20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서울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라디오에서 낯익은 노래가 흘러나오자 그녀가 흥얼거린다.‘쿵짝 쿵짝 쿵짜라 쿵짝∼’하는 유행가의 가사마냥 한 구절 한 고비마다 인생의 운전대를 이리 꺾고 저리 꺾었을 ‘봉천동 문 여사’, 아니 ‘문 기사’는 오늘도 서울의 밤거리를 내달린다. 고1과 고3 두 아들의 엄마인 문정희(49·가명)씨는 ‘여성 대리 운전사’이다. 신문 광고를 보고 찾아간 업체에 면접까지 보고 채용된 ‘직원’이다. 일은 고되지만 수입이 좋은 편이어서 두달째 운전대를 잡고 있다. ●여성 대리운전 계속 늘어 3000∼4000명 한국대리운전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대리운전자는 12만∼15만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여성 대리운전자는 3% 정도인 3000∼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여성 전용’대리운전 업체도 수도권에서만 1년새 10여곳이나 생겨났다. 강남 논현동에 있는 S업체 사장 장모(44)씨는 “보증을 잘못 선 현직 은행 지점장의 사모님도 있다.”고 귀띔했다. 장씨는 30∼40대 여성이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은 우리 사회에서 운전면허만 있으면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고 출퇴근도 자유로운 것이 이 일의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여성 운전자의 절반은 주부이다. 남편이 직장을 잃거나 계약직으로 밀려난 뒤 나선 맹렬 아줌마들인 것이다. ●현직 은행지점장 부인도 운전대 잡아 기자를 올림픽 공원 앞에서 신림사거리까지 데려다 준 문씨는 학습지 교사로 10여년을 일하다 피부관리실을 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불황 탓에 100만원의 월세를 내기도 힘이 들었다. 지금 그녀는 ‘투잡스’족이다. 낮에는 화장품 방문판매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한다. 평일은 3∼4건, 주말엔 5∼6건으로 한달 수입은 150만∼200만원. 친정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지만, 두 아들은 고생한다는 말도 없다며 섭섭해한다. 19일 밤 광화문에서 방배동까지 대리운전한 김수진(34·가명)씨는 미혼이다. 그녀 역시 낮에는 웨딩플래너로 일한다. 지난 8월 대리운전을 시작했지만 벌써 중견급이다. 한달도 못돼 그만두는 사람이 절반을 넘는 탓이다. ●과속·난폭운전 싫어하는 분이 고객 여성 대리운전자를 찾는 고객은 남성이 90%를 차지한다. 여성 기사는 요금이 2만원으로 남성보다 5000원이 더 비싸지만 인기가 좋다. 문씨는 “남성 기사들이 과속이나 난폭운전을 일삼는다는 인식이 많아 여성 기사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그렇지만 남자 손님들의 이상한 시선은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 손님은 10명 중 1명 꼴로 ‘커피라도 한잔 하자.’며 은근히 유혹하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의외로 남자들은 사업하다 망한 얘기부터 바람 핀 얘기, 부인 몰래 다시 만난 옛사랑 이야기도 서슴없이 털어 놓는다.”면서 “그 와중에도 내가 첫사랑과 닮았다며 작업성 멘트를 날리는 고객이 있었다.”고 혀를 찼다. 고객은 연예인부터 의사, 대기업 중역, 회사원, 부동산업자까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망라한다. 최근에는 불황 탓인지 값비싼 술집이 많은 강남보다는 강북이나 서울 외곽지역에서 대리운전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술기운에 얽힌 세상사는 한편의 ‘블랙 코미디’. 문씨는 고급 외제차의 주인을 강남의 한 고급주택가에 내려줬다가 멋쩍은 경험을 했다.“왜, 남의 집 앞에 차를 세우느냐.”는 집주인과 손님 사이에 싸움이 붙은 것. 대리운전자에게까지 쓸데없는 ‘허세’를 보이려다 망신을 당한 셈이었다. ●“어설픈 부자들이나 외제차 몰아요” 실제로 밤마다 운전대를 잡는 이들에게는 고객의 등급도 배기량에 따라 나뉜다. 외제차와 그랜저급, 그리고 소나타 이하.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은 뜻밖에 “최상급 손님은 의외로 그랜저급”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씨는 “어설픈 부자들이나 외제차를 타지 정말 최상층의 부자나 사회 지도층 인사는 그랜저 정도의 승용차를 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씨는 “외제차 타는 부자들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고 총평했다. 외제차 주인들은 대리운전기사들은 꿈꾸기 어려운 고급 음식점과 술집, 해외 골프여행을 화제로 올리며 “당신도 시간나면 가보라.”며 상처를 주기도 한다. 요금으로 3만원을 내밀었더니 “잘못 주셨다.”며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봉천동 문 여사와 내년 봄 성수기가 되면 본업에만 충실하겠다는 웨딩플래너 김씨. 이들은 오늘 밤에도 ‘술통’을 ‘배달’하며 내일을 꿈꾼다. 홍희경 박지윤기자 saloo@seoul.co.kr
  • ‘하나와 앨리스’ 이와이 슌지 감독

    ‘하나와 앨리스’ 이와이 슌지 감독

    이 남자의 감성 연령은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일까. 첫사랑의 애틋함과 설렘을 아름다운 영상에 담아낸 ‘러브레터’‘4월 이야기’의 일본 영화감독 이와이 슌지(41). 지난 17일 국내 개봉한 신작 ‘하나와 앨리스’에서도 10대 사춘기 소녀의 감수성 묘사에 탁월한 그의 장기를 다시 한번 발휘했다. 개봉 하루전 앨리스역의 배우 아오이 유(19)와 함께 서울에 온 그를 만났다.“지난번 부산영화제에 왔을 때 서울 개봉때도 방문하고 싶다는 부탁을 했다.”고 소감을 밝힌 그는 “2년 동안 내 영혼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는 생각으로 만든 작품인 만큼 관객의 가슴속에 오래 남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나와 앨리스’는 소꿉친구인 열일곱살 동갑내기 하나(스즈키 안)와 앨리스의 일상에 카메라 렌즈를 들이댔다. 기억상실증이라는 깜찍한 거짓말로 점찍어뒀던 선배를 남자친구로 만드는데 성공한 하나. 거짓말을 믿게 하려고 끌어들인 앨리스가 선배를 좋아하면서 뜻하지 않은 삼각관계에 휘말린다. 하지만 이들의 삼각 로맨스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갈등 구조이기는 하나 궁극적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다. 그보다는 하나와 앨리스 또래의 사춘기 소녀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와이 슌지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학교생활에 동아리활동, 연애 고민에 가정문제까지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바쁘게 살아가더라는 것. 영화에는 아이들의 이런 분주한 일상이 섬세한 터치로 그려진다. 10대 소녀들의 이야기에 집착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글로 쓰는 모든 것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세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공교롭게도 청춘물을 연달아 촬영하게 됐다. 내 관심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삶에서 경험하는 신비로움과 신기함이다. 앞으로도 이런 점들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 ‘하나와 앨리스’는 지난해 인터넷사이트에서만 볼 수 있는 ‘네트무비’용 단편영화로 선보였다가 300만명 접속이라는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장편으로 완성됐다. 이와이 슌지는 감독, 각본, 편집, 음악까지 1인4역을 소화해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취화선(SBS 밤 12시) 임권택 감독의 2002년작. 최민식, 유호정 주연. 구한말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1850년대 청계천 거지소굴 근처에서 거지패에게 맞고 있던 어린 승업을 김병문이 구해준다. 승업은 맞은 이유를 설명하며 그림을 그려 보인다. 김병문은 거칠지만 비범한 승업의 실력을 눈여겨봐뒀다가 나중에 역관 이응헌에게 소개한다. 승업은 이응헌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면서 그림에 대한 안목을 키워가던 중 이응헌의 여동생 소운에게 한눈에 반한다. 하지만 가슴 설레는 첫사랑은 소운의 결혼과 함께 끝나고 만다. 승업은 몰락한 양반가문의 딸인 기생 매향의 생황 연주에 매료되고, 매향은 승업이 그려준 그림에 제발을 써넣으며 아스라한 인연을 맺어나간다. 계속되는 천주교 박해로 승업은 그녀와 두 번의 이별과 재회를 나눈다. 매향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승업은 그녀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그릇을 본다. 승업은 그 안에서 자신이 그토록 도달하려는 경지를 보고, 조선의 운명인듯, 또한 스러져가는 자신의 운명인 듯 홀연히 세상을 등지고 사라져간다.120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역(KBS1TV 밤 11시50분) ‘철도원’으로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후루하다 야스오 감독과 주연배우이자 일본의 국민배우라 불리는 다카쿠라 겐이 함께한 작품. ‘철도원’보다 18년이나 전(1981년)에 만들어졌지만, 홋카이도의 눈 덮인 아름다운 경관과 기차가 등장하는 풍경에서 마치 ‘철도원’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2000년 국내 개봉 제목은 ‘엑기’. 당시 등급제를 이유로 34분이나 삭제된 채 상영된 일이 벌어져, 영화 가위질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97분
  • [길섶에서] 7080 콘서트/이기동 논설위원

    7080 가수들의 콘서트가 안겨주는 감동은 남다른 데가 있다. 훌쩍 나이든 모습들, 예전처럼 맑은 목소리도 아닌 그들의 노래가 중년들을 사로잡는 까닭이 무엇일까. 눈가의 잔주름, 조금은 펑퍼짐해진 몸매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청중석 여인들의 표정에는 세월에 대한 보상심리, 회한이 뒤섞인 결연함이 느껴진다. ‘나 어떡해’ ‘그대로 그렇게’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편지’ 등등. 집단추억에라도 빠져드는 것일까. 노래를 함께 부르며 행복해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장발단속 통기타 유신반대 통금 사랑, 그리고 실연의 아픔과 폭음, 입영열차….7080세대들의 의식 한가운데 자리한 이 집단추억들을 공연이 되살려주는 것인지 모르겠다. 연극, 미술, 오페라에까지 7080을 주제로 한 이벤트가 성업이고, 공연 횟수가 잦아지며 너무 상업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추억은 추억일 뿐. 중년의 모습으로 홀연히 나타났다 다시 떠나간 첫사랑처럼, 이 열기도 식어갈 것이다. 콘서트의 열정도 결국 중년들에겐 젊은 시절과의 영원한 이별을 앞둔 통과의례이리라.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