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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지개발지구 환경오염/ 시흥시 정왕동 르포

    경기 시흥시 정왕동 봉화산 일대 69만 8000평에 대규모 임대아파트를 지어 미니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지난 5월 말 환경부의 사전 환경성 검토 결과 대기오염이 심해 택지로는 부적합하고 개발하더라도 오염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지역 주민들은 방치되고 있는 땅이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택지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환경부는 개발반대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환경부의 입장은 녹지대로 보존하자는 것보다는 주변이 공장지대이기 때문에 공기가 나빠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쪽에 가깝다.물론 주민들의 개발 주장은 재산권 행사를 위해서다.현장을 찾아가 오염 상태를 살펴보았다. ■시흥시 정왕동 르포/ 폐차·타이어·가구 ‘쓰레기 몸살' 4일 오전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흥시 정왕동 오이도 전철역을 지나 오른쪽으로 취재차량을 몰아 1㎞쯤 들어가자 봉화산 토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한국수자원공사가 십수년간 이곳에서 흙을 캐내 쓰고 복원을 했다고 하는데 한눈에 제대로 뒤처리를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웃에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고 전철도 다니고 있는데 이곳만 황량한 땅으로 버려져 있는 게 첫눈에 거슬렸다. 말이 산이지 거대한 흙더미나 다름없었다.산으로 연결돼 있는 평지는 장맛비로 곳곳에 웅덩이가 패어 시뻘건 황토물이 고여 있었다. 한때는 꽤 높은 산이었다고는 하지만 흙을 퍼내는 바람에 30∼40m 남짓한 높이로 낮아진 산봉우리에 오르자 자갈밭 벌판에 자동차경주를 벌인 듯 바퀴자국이 깊게 나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민들은 주말이면 이곳에서 행글라이더와 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려 사람들이 북적인다고 했다.황토 먼지가 얼마나 날릴지 상상이 됐다.안전장치 하나 마련돼 있지 않은 곳에서 자동차 경주가 열린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옆에 있는 또다른 산으로 가보았다.꾸불꾸불하게 난 길을 덜컹거리며 달린지 10여분.숲속 곳곳에 마구 내다버린 쓰레기와 드럼통,녹슨 농기구들이 보였다.산모퉁이를 돌아서자 몰래 갖다버린 듯 수명이 다한 폐차도 세워져 있었다.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사용되는 한 곳에는 차량으로 실어다 놓은 폐가구들이 비에 젖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산 밑을 일구어 만든 밭과 논 가운데는 컨테이너로 지은 가건물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한 허름한 가건물에 들어가보니 온갖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다.어떤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듯 가재도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철조망이 둘러쳐진 토취장(土取場)은 잡풀들만 무성했다.붉은 황토가 군데군데 파헤쳐져 있었다.마치 군인들이 훈련하는 각개전투장을 연상케 했다. 우거진 숲이나 초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도저히 녹지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곳이었다.환경보전이라는 명목으로 개발을 중단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 이해될 듯도 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한 노인은 “누구 땅인지도 모르지만 푸성귀라도 심어먹는 재미로 돌밭을 일구어 3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정왕동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는 이 노인 말로는 봉화를 올렸다고 해서 봉화산이라고 이름붙여졌다는데,까뭉개지고 뻘건 속살을 드러낸 이곳 어디에도 봉화를 올렸음직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비포장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쳐진 철조망에는 땅 매매를 알선한다는 부동산 광고판들도 즐비했다.개발과 함께 토지가 수용되면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급히 심어놓은 듯한 과실수들도 보였다. 개발예정지를 뒤로 하고 시흥시 정왕역 앞으로 나왔다.역 앞 역시 도로건설과 곳곳에 건물을 새로 짓느라 어수선했다.역 앞에 들어선 ‘역전프라자’건물 바로 앞에서는 최근 마사회의 장외마권발매소(TV경마중계소)가 들어선 것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확성기 소리가 요란스러웠다.부동산업소들도 즐비하게 있었다.한 부동산업자는 정왕동에만 300곳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정왕동은 신흥도시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어느 도시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도시화의 몸살을 앓고 있는 듯했다.정왕동에는 60개 아파트단지가 있고,13만여명이 살고 있다.정왕전철역·오이도전철역이 있으며,인근에 월곶해양관광단지·오이도선착장이 있다. 또 정왕동과 대부도를 연결하는 3㎞의 제방이 있어 주말이면 많은 행락객들이 이곳을 찾는다.특히 시화산업단지 2단계 추가 확장사업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인구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시흥시와 주민들은 시의 특성상 산업단지와 인접해 있고 중소기업 배후도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추세라며 주택 추가건설은 필수적이라고 했다.이런 상황에서 토취장을 방치하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정왕동 바르게살기위원회 이재방 대표는 “대기오염 문제가 나올 때마다 으레 이곳 단지를 들먹이는데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먼지 속에서 살고 있는 특수인간”이냐고 되묻고 “오염배출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생각은 않고 애꿎은 주민들 민원만 앞세워 지역개발을 미루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8월부터는 새마을지도자협회 자원봉사회 등 직능단체들과 힘을 합쳐 정왕동 토취장 택지개발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시흥 유진상기자 jsr@ ■양 부처 입장차/ 개발·보전 줄다리기 ◇건교부- 공단입주업체와 주변 인구가 계속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택지개발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환경부에서 제동을 건 환경오염 요소에 대해 저감 대책을 마련한 뒤 다시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대기에 영향을 미치는 오염 요소가 대기를 통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알아보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환경오염 요소 저감 대책을 마련,다시 환경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환경부에서 지적한 환경오염 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미세먼지만 기준치를 넘어섰을 뿐 나머지 항목은 기준치 이하였다.”면서 “미세먼지가 초과한 것도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3월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황사 등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흥시 관계자 역시 미세먼지가 기준치를 넘어섰다는 데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했다. 시 관계자는 환경오염도로 치면 안산시 신길동도 마찬가지일 텐데 택지개발지로 허가를 내준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환경부는 택지지구 지정 후 사전 환경성 검토와 구체화 단계에서환경영향평가를 한다.지난 3월 정왕지구에 대한 1차 사전환경성 조사 결과대기오염 지역으로 택지개발은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바람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지역에 대규모 건물이 들어설 경우 건물에 막혀 대기오염이 심화된다는 주장이다.또 녹지공간이 사라짐으로써 주거 생활환경이 더욱 악화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무엇보다 환경오염 영향이 큰 시화단지와 남동측 반월공단에 악취 배출 업소 300여곳이 입주해 있어 주민들의 민원 발생이 많다는 이유를 꼽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오염요소 저감 대책이라면 가구수를 줄여 고밀도 아파트를 저밀도로 바꾸고 녹지대를 늘리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지역은 택지개발 지구에서 반드시 제외해야 하고 산림·녹지공간이나 자연생태공원,체육공원 등으로 활용해야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교부가 환경부에서 내린 택지개발 부적합 판단 사유를 충족시키는 안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건교부가 택지 개발을 계속 고집할 경우 환경영향평가로 다시 제동을 걸겠다.”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정왕동 택지지구는 경기 시흥시 정왕동 봉화산 일대는 지난 87년 한국수자원공사가 토취장 허가를 얻어 최근까지 흙을 채취해왔다.토취작업을 위해 마을 주민들을 이주시켰으며 주변 땅을 매입하거나 임차했다.현재는 토취작업이 모두 끝났고 복토작업과 산림 복원까지 마쳤다. 토취장으로 사용되기 전 봉화산은 꽤 높았던 산으로,정상에 오르면 서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풍광도 좋았다고 한다.하지만 토취 과정에서 산은 없어지고 주변 땅 역시 돌과 잡풀만 자라는 황무지로 변한 채 방치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2월 수자원공사 소유 40만평,개인 소유 28만 8000평 등이곳 68만 8000평에 대해 그린벨트를 해제,2003년부터 2007년까지 1만 6000여가구의 대단위 주택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시화·남동공단이 가깝고 서해안고속도로와 국도 39호선,지하철 4호선이 편리하게 연결되며 서울에서 20㎞ 가량 떨어져 있는 등 입지 여건이 좋다는 설명이었다. 이 지역은 시화산업단지,남동공단,반월공단 등 3개 공단이 인접해 있어 대기오염이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인근 공단에는 400여개의 화학·도금업체,2700여 공장에서 악취를 내뿜고 있다.정왕동 옆 5만 5000가구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97년 입주 후부터 지금까지 5700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이 아파트도 원래는 준공업 지역이었으나 노태우(盧泰愚) 당시 대통령의 국민주택 200만호 공급 정책에 따라 주거용지로 바뀌었다. 97년에는 대기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공단과 주택단지 사이에 높이 10m의 거대한 방풍벽을 3.8㎞ 길이로 만들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환경부가 조사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의 미세먼지 평균 측정치는 94.7㎍/㎥로 기준치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상기자
  • 15일 개봉 “오아시스”- 장애인과 건달의 낯선 사랑이야기

    ‘초록 물고기’‘박하사탕’을 연출한 이창동감독의 새 영화 ‘오아시스’(제작 이스트필름·15일 개봉)는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아주 찐한 멜로”다.18세 이상 등급이 될 성애물이란 얘기가 아니다.가진 거라곤 ‘반쪽도 안되는’초라한 남녀가 세상을 다 품고도 남을 푸짐한 사랑을 주고 받는,조금은 낯선 사랑이야기다. 한겨울에 반팔셔츠를 입고 거리를 서성대는 남자는 첫눈에도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교도소를 나온 첫날부터 넉살좋게 무전취식하다 다시 철창신세를 질 뻔한 홍종두(설경구).무슨 맘에서였을까. 자신의 뺑소니 사고로 죽은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뇌성마비를 앓는 피해자의 딸 한공주(문소리)를 만난다.그런데 사지가 뒤틀린 여자를 보는 종두의 시선에는,어찌 된 영문인지 처음부터 온기가 스며 있다. 전과 3범인 사회부적응자와 장애인의 사랑.드라마의 골간만 짚어본다면 이렇게 무질러 표현할 수도 있겠다.하지만 얼마 안가 그것이 위험한 선입견이었음을 깨닫게 된다.둘의 사랑은 억척스럽기는 커녕 물흐르듯 자연스럽고 유쾌한 구석까지 엿보인다. 공주의 명의를 빌려 장애인용 새 아파트로 오빠 부부가 이사가 버리자 종두는 낡은 아파트에 혼자 남은 공주가 안쓰럽다.“이만하면 이쁜 얼굴이야.”“발도 예쁘네.”휠체어 없이는 한발짝도 운신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인 공주에게 종두의 장난섞인 몇마디는 ‘원기소’같다.여느 연인들처럼 밤늦은 전화데이트를 시작하더니 어느새 음식점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자장면을 시켜먹으면서도 즐거운 사이가 돼 있다. 온전치 못한 남녀의 사랑에 얼마나 고비가 많을까를 걱정하던 관객들에게 영화는 이즈음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든다.감독은 “전과자와 장애인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사랑의 판타지가 삶을 끌어가는 데 얼마나 멋진 동력이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영화에는 실제로 판타지가 펼쳐지곤 한다.육체적 장애를 사랑의 걸림돌로 느낄 때마다 공주는 온전한 육체의 안온한 상황을 애타게 꿈꾸고 상상한다. 삶의 간절한 판타지를 은유하는 제목 ‘오아시스’는 공주의 방에 걸린 양탄자 그림이기도하다.영화는 화끈한 러브신 없이도 얼마든 ‘찐한 멜로’가될 수 있음을 자랑한다.그림에 비치는 나무 그림자가 무섭다는 여자를 위해 한밤중에 생나무가지를 잘라내는 남자,그에게 라디오 볼륨을 높여 화답하는 여자는 현실에 없을 사람들만 같다. 큼지막한 감상포인트로 설경구의 여유있는 넉살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콧소리 섞어 “∼하걸랑요.”식의 익살맞은 대사를 구사하는 그의 변신은 팬들에겐 충분히 유쾌하다. 그러나 들인 공력에 비해 빛이 나지 않는 기술상의 허점도 보인다.공주의 환상을 재현하고자 세트를 통째로 태국으로 옮겨 찍은 장면,청계고가도로를 최초로 통제하며 찍은 종두의 구애 장면 등은 어설프다.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베네치아 59' 진출작. 황수정기자 sjh@
  • “서로 조국 응원” 얄궂은 부부, 국내 유일 한국인 아내·포르투갈인 남편

    어느 나라를 응원해야 하지?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포르투갈인 부부인 카를로스 산토스(27)와 임미선(29)씨가 월드컵 한국-포르투갈전을 앞두고 묘한 고민에 빠졌다. 한국을 응원하자니 남편이 서운해 할 것 같고 남편을 따르자니 한국을 배반하는것 같고….남편 산토스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유일한 한국-포르투갈인 부부다.산토스는 한 해외 포장이사 회사의 마케팅 부문에서,임씨는 독일계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열광적인 축구팬이다.임씨는 안정환 선수를,산토스는 루이스 피구 선수를 좋아한다.임씨는 한·미전이 열린 지난 10일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출근,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했다.축구가 생활인 포르투갈에서 출생한 산토스는 주말마다 조기축구회에 나가 동네 사람들과 땀을 흘리고 있다. 산토스는 “한국인의 열광적인 응원이 선수들에게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는 것 같다.”면서 “포르투갈 선수들이 잘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95년 캐나다 위니펙의 한 대학 도서관에서 처음 만났다.어렸을 적 캐나다로 이민을 가 당시 대학생이었던 산토스는 어학연수중인 임씨에게 첫눈에 반했다.산토스는 “환하게 웃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쑥스러워했다. 이들은 96년 나란히 귀국한 뒤 서울에 눌러앉게 됐다.“장모님”,“아버님”이라며 ‘애교’를 부리는 산토스의 넉살에 임씨의 부모도 흔쾌히 결혼을 승낙했다. “이번 만큼은 서로 조국을 응원해야죠.” 결국 두 사람은 각자 한국과 포르투갈을 응원하기로 했다.산토스는 포르투갈 국적,임씨는 한국 국적을 그대로 갖고 있다. 결혼 2년째인 임씨 부부는 1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집에서 TV를 시청하며 선의의 응원전을 벌일 생각이다.두 팀 모두 16강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이게 되는 만큼 “결코 질 수 없다.”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그러나 산토스와 임씨는 “스포츠 정신에 따라 열심히 싸우고,두 팀이 함께 16강에 올랐으면 좋겠다.”며 손을 꼭 잡았다. 윤창수 박지연기자 geo@
  • 일본 北알프스/ 3000m 고봉 “여기가 天界”

    일본은 섬나라이면서 산의 나라다. 해발 3000m가 넘는 험준한 산들이 즐비하다.그 고봉들은 열도의 정중앙에 버티고 있다.남알프스,중앙알프스,북알프스로 이루어진 일본 알프스의 세 산맥중에서도 기타(北)알프스는 일본 최고의 산악 비경 지대로 꼽힌다.중북부 지방의 도야마(富山)나가노(長野)기후(岐阜)현은 그 지붕 아래 자리한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매우 아름다운 곳이지만 의외로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테야마 구로베(黑部) 알펜루트 알펜루트의 길은 4월에 열린다.11월말부터 다음해 3월말까지는 폭설로 그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는다.도야마현 도야마시 서부에 위치한,일본에서 최대인 쇼묘폭포(350m)의 웅장한 교향곡은 그 길의 열림을 축하하는 장엄한 서막이다. 알펜루트는 다테야마(立山·3015m)의 고원지대와 산악풍경을 공개하고자 설벽(雪壁)을 뚫어 만든 길.3000m급 다테산 연봉들을 가로질러 도야마현과 나가노현을 잇는 90여㎞의 산악관광도로다.세계적으로 희귀한 이 도로는 첫눈이 내리는 11월 중순쯤 폐쇄된다.테야마역(立山驛·케이블카)∼비조다이라(美女平·고원버스)∼무로도(室堂·트롤리버스)∼다이칸보(大觀峰·로프웨이)∼구로베댐(黑部·트롤리버스)∼오기사와(扇澤·노선버스)를 다양한 교통편으로 연결,색다른 여행의 맛을 제공한다. 만년설이 녹는 여름철 산기슭에는 희귀한 고산식물과 수줍은 듯 살포시 내려앉은 야생화,울창한 삼나무와 원시림이 펼쳐지지만 고도를 높이면 한겨울 설원의 장관을 볼 수 있다.정상인 무로도(2450m)를 관통하는 높이 20m의 까마득한 설벽도로(snow wall)가 압권.푸른 하늘과 흰눈의 극명한 조화가 현실을 잊게 만든다. 비조다이라의 수호신인 1000년 된 아름드리 삼나무는 영겁의 풍파도 잊은 채 오늘도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며 그 기개를 뽐내고 있다. ▲구로베(黑部)협곡·구로베댐 협곡은 안개비에 잠겨 있다.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V자 협곡 사이로는 산정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유백색 물이 엄청난 속도로 흘러간다.구로베협곡은 다테야마와 쓰르기산을 주봉으로 하는 다테야마 연봉과,하리노키산·가시마야리를 잇는우시로다테야마 연봉이라는 2대 설령(雪嶺)사이에 있다.도처에 있는 절벽·폭포와 원생림에 둘러싸인 대협곡이다.게다가 보기 드문 다우(多雨)·폭설지대이면서 급경사진 하천이기 때문에,수력발전에 극히 유리한 조건을 갖추었다.구로베호(湖)왼쪽에는 너도밤나무의 원생림 속에서 삼림욕을 만끽할 수 있는 왕복 1시간 정도의 산책로가조성돼 있다. 험준한 등반로 탓에 구로베협곡은 원래 전문 등반인들만 찾던 곳이다.그러나 40년전 구로베댐 건설공사때 건설자재를 운반하던 협궤 산악열차를 댐 완공후 개방하면서 일반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했다.기타알프스 알펜루트와 이어지는 코스로 일본중부 산악지방 최고의 비경으로서 일본인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대자연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해 150만∼2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높이 186m,길이 492m 규모에 해발 1454m에 위치한 구로베댐은 시공 7년여만인 1963년 6월에 완공됐다.협곡 사이에 자리한 어마어마한 그 규모가 찾는 이에게 불가사의한 힘을 느끼게 만든다.6월부터 댐의 물을 방류하기 시작하는데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다. 글·사진=도야마(일본) 박주목특파원 parkjm@ ■여행 가이드 ▲가는길= 아시아나항공은 주 4회(월·금·토 낮12시5분,수 오후5시)인천공항에서도야마행 직항편을 띄운다.1시간50분 소요.도야마공항에서 도야마역까지는 버스로20분 걸리고,역에서 구로베협곡 탐방을 시작하는 다테야마역까지는 1시간 간격으로 기차가 다닌다.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www.flyasiana.com)와 일본JSS(Japan Support System·0261-72-7765)에서도 안내해 준다. ▲음식·온천= 일본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온천이다.도야마와 그 인근에도 전통 온천지구가 많이 있다.유메노유(나가노현 오마치 온천지구·0261-22-2611·www.yumenoyu.co.jp)고도부기(기후현 오쿠히다온천지구·0578-9-2016)온천여관등 이 유명하다.다다미가 깔린 일본 전통 온천여관의 풍미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1박2식에 10만원 정도. 온천여관에서 제공하는 일본 전통음식은 소박하면서도 정갈하다.여주인의 정성과 손맛이 음식에 그대로 배어나 이국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보호어종이긴 하나 요즘에는 양식에 성공해 대량 공급되는 이와나 구이도 일품.일본남자의 전통복인 유카타를 입고 하는 온천욕도 분명 색다른 경험이다. ■세계문화유산 가미고지… 곳곳 화산활동 ▲인근 가볼만한 곳= 나가노현 호타카마을의 아트 힐(0263-83-5100)에서는 일본의 지역문화 수준을 엿볼 수 있다.아이맥스영화관,문화센터,퍼팅골프장,식당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었다.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유리공예.공방에서 자체 제작한 수준높은 유리공예 작품은 투명하고 오색영롱한 유리나라의 감흥을 묘하게 불러일으킨다.인근에 있는 다이오 와사비농장(0263-82-2118)은 일왕에게 진상하는 일본 최고 품질의 와사비를 생산한다.전과정을 볼 수 있게끔 관광농장 형태로 꾸며놓았다. 기후현 다카야마시는 17세기 에도시대의 가옥과 풍물이 잘 보존돼 일본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옛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대표적인 축제는 봄·가을에 열리는 다카야마 마쓰리로 일본 3대 축제로 꼽힌다.3층으로 만든 화려한 전통수레 야타이가 동원되고 그 위에서 수동인형들이 다양한 묘기를 보여준다.야타이 가이칸박물관(0577-32-5100)에는 일본 건국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타고 다녔다는 야타이가 원형대로 보존돼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무게가 2∼3t이며 축제때는 80∼100명의 사람들이 끈다. 기후현 아즈미마을의 가미고지(上高地)는 가을 단풍놀이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국립공원으로 그 웅장한 산세에 압도당하기 마련이다.가미고지는 기타알프스 등산로의 시발점.등산로 곳곳에 지금도 활동중인 화산작용으로 생긴 수증기 분출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
  • SBS문화재단 ‘TV문학상’ 수상자 발표

    SBS문화재단(이사장 윤세영 SBS회장)은 17일 제4회 TV문학상 수상자를 선정,발표했다. 최우수상은 박예경씨의 ‘첫눈’,우수상은 장문선씨의 ‘마법의 성에 가다’와 박서연씨의 ‘나팔꽃’,이윤정씨의‘사랑은 눈물을 믿지 않는다’가 각각 뽑혔다.최우수상수상자에게는 1000만원과 상패,우수상 수상자에게는 각 500만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 이 주일의 TV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19일까지 오후7시) 두 딸을 둔 정찬선·정애현 부부는 시각장애인이다.하지만 이들의 교육관은 비장애인보다 훨씬 전문가적이다.두 딸의 손을 잡고 연극을 보고 뮤지컬을 보고 그림 전시를 감상한다.보고 난 후엔 반드시 토론을 하고,두 딸을 위해 컴퓨터 게임을 직접 설치해 주기도 한다.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 이상의 사랑을나누며 동화같은 삶을 그려나가는 시각장애인 부부의 유쾌한 교육일기를 함께한다. ●21세기 여성특강-박혜란의 일상의 페미니즘(EBS 16일 오전10시) 과거 스스로 놀고 먹는다고 생각하던 전업주부들이 이제는 당당히 ‘내 직업은 가정주부’라고 말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평가해보고사회참여를 원하는 주부들에게 이 사회가 내어주는 몫을점검한다.주부의 재취업문제와 시간제 근무자에 대한 부당한 처후 등 개선되어야할 문제들을 짚어보고 자원봉사 차원의 사회진출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와!e멋진 세상(MBC 17일 오후7시20분) 주당들을 성불의길로 인도하기 위해 술집 경영에 뛰어든 별난 스님의 사연을 ‘신 비법을 찾아라!’에서 만난다.뒤이어 탤런트 이잎새가 ‘신체험 멋진도전!’을 통해 벨기에서 펼쳐지는 계란축제에 참가하고 ‘신 인류를 찾아라’에서는 영국의 한 신부가 하나님의 말씀을 신자들에게 좀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광대모습을 한 현장을 공개한다. ●베스트극장-4월 이야기(MBC 19일 오후9시55분) 단짝인 윤경의 오빠와 결혼한 춘녀는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에 과부가 된다.대학생인 춘녀는 그후에도 시어머니인 황씨를 엄마라고 부르며 윤경과 자매처럼 살아간다.어느 날 숨겨둔애인이 있는 윤경은 어머니가 맞선자리를 주선하자 춘녀를 대신 내보낸다.캐주얼 복장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진우는 당찬 춘녀의 모습에 반하게 되는데…. ●아스테릭스(KBS1 명화극장 21일 오후 11시20분) 1959년처음 발표돼 꾸준히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동명의인기 만화 시리즈가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졌다.때는 기원전 50년.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정복군을 앞세워 끝까지 저항하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삼키려고 갖은 책략을 꾀한다.그러나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라는 두 영웅의 지략에 번번이 실패한다는 줄거리.제라르 드 파르디유가힘센 뚱보 오벨릭스,파르디유의 단골 파트너이자 인기 코미디언인 크리스티앙 클라비에가 작고 영리한 아스테릭스를 맡았다.‘이탈리아의 채플린’이라 불리는 로베르토 베니니는 로마 정복군 대장 역.코믹 만화를 원작으로 과장된 상상력이 넘실대지만 ‘유럽 간판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무게중심을 잘 잡아준다. ●랜덤 하트(MBC 주말의 명화 20일 오후 11시10분) 시드니 폴락 감독이 15년 동안이나 ‘눈독’들이다 만들었을 만큼 애착이 유별났던 작품.집착력 강하고 거친 성격의 수사관 더치(해리슨 포드)와 하원의원인 케이(크리스틴 스콧토마스)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감당하기 힘든 시련에 부딪힌다.사고 수습과정에서 더치의 부인과 케이의 남편이 불륜관계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상이한 성장환경과 성격의 더치와 케이는 배신의 상처를 함께 달래며 조금씩 가까워진다.하지만 둘 사이엔 갈등이 있다.더이상의 진실에 대해알고 싶지 않은 케이와는 달리 더치는 경찰의 도박 매수사건을 계기로 알게 된 내부비리와 아내의 불륜을 점점 깊이 조사하려 든다.연출에 제작까지 겸한 폴락 감독은 중년 남녀의 사랑만들기를 주제로 액션과 로맨스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했다.하지만 통쾌한 액션을 기대하기엔 해리슨 포드가 너무 늙어버린 느낌이다. ●이유없는 반항(EBS 일요시네마 21일 오후 2시) 니콜라스 레이 감독이 1955년 제임스 딘과 나탈리 우드를 내세워만든,구구한 설명이 필요없을 할리우드 화제작.사회와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로,단 세편의 작품을 찍고 요절한 제임스 딘의 두번째 작품이다.이사온 첫 날부터 술을 마시다 경찰서에 잡혀간 짐(제임스 딘)은 그 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주디(나탈리 우드)와 플라토(살 미네오)를 만난다.주디에게 첫눈에 호감을 느낀 짐은 주디의 남자친구 버디와 자동차 경주게임을 벌이다 버디의 죽음을 목격하고 죄책감으로 방황한다.
  •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작/ ‘흔들리는 構圖’

    *** ‘흔들리는 構圖’-박소연. 말보다 깊은 기억 바랑에 가득 채워보이지 않는 그곳, 뜬눈으로 걸어간다. 끝없이 타는 목마름 발길마다 밟으며한 걸음 내딛으면 또 다가서는 생(生)의 갈증기어이 넘아야 할 불혹의 기나긴 고비마다바래고 주름진 흔적 혈흔(血痕)으로 남는다. 난타당한 푸른 수액 꽃가지에 동여매고맨발로 계단을 건너 당도한 세월의 길렌즈 속 흔들리는 구도(構圖), 돌아서서 지운다. 삭정이 성긴 힘줄 안으로 삭혀두고막막한 저 발자국 정수리에 또 새길까지워도 뚜렷이 남는 육면체를 꿈꾸며. ■‘박소연’ 당선소감. 예고 없이 첫눈 내리던 날 기차 여행을 했다.싸늘한 들녘에 참으로 오랜만에 은빛 고요가 쌓인다.애써 어둠을 잡아둔그 대지 위에 의미가 되지 못한 언어들이 마구 뒹굴고 있었다.얼기설기 구도를 짜며 내 문학의 길도 그렇게 젖거나 마르곤 했다. 한 겨울,떠오르는 감정들을 밤새도록 끌어안을 수 있었던많은 나날에 감사드린다.밥 보다 더 배부른,차보다 더 향기로운 시조를 창작하면서 삶을 배우고 일렁이는 감정들을 삭히고 삭혔다.‘첫눈의 설레임을 어떻게 풀어낼까’하고. 고민할 때 신문사로부터 뜻밖의 ‘당선’ 소식을 받았다.사방으로 흩어지는 눈송이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더니 초조,기다림,환희의 나팔소리로 바뀌었다. 내 이제,나의 삶에도 형광색의 무대를 마음껏 꾸밀 수 있으리라 믿고 싶다. 그 동안은 바람에 부서지고 어둠에 찢겨지는 가설무대였다면 이젠 혼자서도 넉넉히 마임을 할 수 있는 작은 단상이었으면 한다.열병처럼 쏟아지는 언어들을 모아 몸짓으로 풀어보리라.때로는 단아하게 또 유장하게. 부족한 작품을 흔쾌히 뽑아주신 신문사와 심사위원님께 먼저 깊이 감사 드린다.겉으로는 신랄하게,속으로는 따뜻하게보듬어 준 곽홍란 시인과 문우들께 이 벅찬 기쁨을 바치고싶다. 또 어설픈 아내에게 내색조차 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준 남편,엄마 작품이라고 줄줄 읽으며 즐거워하는 아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심사평. 총응모작을 둘로 나눠 두 심사위원이 각자에게 할당된 작품을 가려뽑는 1차 심사가 있은 뒤,그 뽑은 작품을 또 서로 바꿔 읽어서 몇편만을 고르는 2차 심사를 가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남은 작품이 김미영의 ‘복천동 고분(古墳)’과 김종길의 ‘산수유’,박소연의 ‘흔들리는 구도(構圖)’ 등 세 편이었다. 이들 세 편도 모두 조금씩의 결점을 내보이고 있었다.예컨대,‘복천동 고분’은 시어의 불필요한 남용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는데 ‘무덤’,‘토우’ 등 이 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어들이 두세 번씩 쓰이고 있는 점이었다.‘산수유’에서도 ‘노랗게,노랑,노란’ 이라는 봄을 가리키는 단어가 짧은 시속에 세 번씩이나 사용되고 있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더 좋은 시어로 바꾸어놓을 수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었다. 끝까지 거론된 작품들이 예년의 당선작 수준을 크게 뛰어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신춘의 화려한 등단을 가리는 이 불꽃튀는 경선이 분명 신인다운 패기와 참신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데에 역점을 두게 되면,이러한 생각에 가장 접근한 작품이 바로 ‘흔들리는 구도’였다.군데군데 설익은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뽑은 데에는 함께 투고한 ‘폐광,그후’ 등이작자의 역량을 뒷받침해 주었음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당선작에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아울러 앞으로의 정진을 기대한다. 박시교 윤금초
  • 2001 길섶에서/ 첫 눈

    며칠 전 점심 자리에서 한 후배가 연애담을 들려주었다.많은 연인들이 그랬듯이 그 후배도 현재 부인과 사귀다 고비를 맞았다고 한다.그래서 늦여름에 일단 헤어지며 “첫눈이올 때 덕수궁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하자. 그때 한쪽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 사이는 끝난 것으로 매듭짓자”는 약속을했다. 하루는 눈 비슷한 게 오는데 후배가 보기에는 영락없는 진눈깨비였다.“에라,눈이라 치고….” 후배는 약속장소에 나가 기다린 끝에 그 여성을 만나 지금 잘 산다는 이야기였다. 지난주 월요일 새벽 서울에는 올 겨울 들어 ‘사실상’ 첫눈이 내렸다.‘사실상’이라고 말한 까닭은 기상청이 인정한 ‘공식적인’ 첫눈은 지난달 27일 이미 내렸기 때문이다.사실상 첫눈도,공식적인 첫눈도 양이 적거나 새벽에 내려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그래서 아마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연인들은 지금 초조할지 모른다.그러나 무슨 상관이랴,내가 모른 첫눈은 상대도 몰랐을 것을.연인들이여,함박눈 펑펑 내리는 ‘진짜’ 첫눈을 기다리자. 이용원 논설위원
  • 새영화/ 나쁜남자

    김기덕 감독의 새 영화 ‘나쁜 남자’(내년 1월11일 개봉·제작 LJ필름)가 국내 개봉도 하기 전에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아 화제다.데이비드 코슬리 베를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난 18일 내년 2월 열릴 제52회 영화제의 장편경쟁부문에 이 영화를 공식 초청했다. 김 감독의 작품이 언제나 그랬듯 이번 영화도 보통사람의보통정서로 바라볼 때는 아주 극악스럽고 저열하다.‘극악’과 ‘저열’은 감독 스스로가 자신의 영화를 평할 때 입버릇처럼 상용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섬짓할 정도의 극악스러움은 첫 장면부터 노출된다.거리의군중들 틈새로,첫눈에도 깡패로 뵈는 남자가 다소곳이 벤치에 앉은 건너편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본다.한순간에 깡패의눈에 들어버린 여자는 인물화 속 모델처럼 곱다.스물한살의꽃다운 미대생 선화(서원)와,백주에 그에게 강제로 입맞춤하는 깡패 한기(조재현).둘의 이미지는 빛과 어둠처럼 대각선모서리에 놓였다. 줄거리는 단순하고 극단적이다.사창가 뒷골목에 빌붙어 살던 한기는 멀쩡한 애인까지 있는 여대생과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선화를 창녀로 만들기로 한다.지갑을훔쳐 달아나다 괴한들에게 ‘신체포기 각서’를 써주면서도선화는 그 모든 것이 한기가 놓은 덫인 줄 까맣게 모른다. 그러나 선화가 사창가로 끌려들어간 이후로 영화는 더이상한기를 속물인간으로 내몰진 않는다.선화가 삶을 포기해가는 모습을 한기는 거울 뒤에 숨어 연민 가득한 눈으로 참을성있게 지켜보고 돌봐줄 뿐이다. 세세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여지도 많다.선화가 납득될 만큼의 처절한 저항없이 창녀로 전락해가는 과정,이렇다할 동기없이 한기를 사랑하게 되는 선화,화해를 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던 종결 부분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다시파는 한기와 그를 묵묵히 따르는 선화의 심리 등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에 대한 감독의 해명.“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얘기를하고 싶었다.그림으로 치면 반추상화다.” 적나라한 구토,날카로운 유리조각이며 둘둘 감아 만든 종이칼로 몸을 찌르는 장면 등은 빼고 보탤 것 없는 ‘김기덕 표’이다. 황수정기자 sjh@
  • 새영화/ ‘바닐라 스카이’

    미국 할리우드 소식에 귀밝은 이들은 훤히 꿰고 있을 이야기.미남배우 톰 크루즈가 10년을 하루같이 잉꼬부부로 살던 니콜 키드먼과 결별한 뒤 새 애인을 만난 영화는? 스페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로맨틱 스릴러 ‘오픈 유어 아이즈’(1997년)를 리메이크한 작품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21일 개봉)다.불과 4년전 호평받은 작품을 어떻게 다시 요리했는지보다 실제 연인으로 발전한남녀주인공의 눈빛이 더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톰 크루즈와 ‘제리 맥과이어’를 함께 찍었던 캐머룬 크로 감독은 ‘할리우드산’답게 원작에다 재주껏 양념을 쳤다. 원작을 본 사람들이 십중팔구 “좀더 명료하고 가벼워졌으며 겉포장이 고급스러워졌다”고 평할 만하다. 이야기의 뼈대는 거의 그대로이다.남자 주인공의 직업이레스토랑 사장에서 뉴욕의 잘 나가는 젊은 출판사 사장으로 바뀐 정도다. 바람둥이 데이비드(톰 크루즈)는 생일파티에 온 친구의애인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성가신 옛 애인 줄리(캐머룬 디어즈)를 떼내려고 “스토커”라 내몰자 배신당했다는 분노에 줄리는 데이비드를 자동차에 태우고 동반자살을 감행한다.간신히 살아남은 데이비드는 괴물같이 망가진 얼굴 때문에 가면을 쓰지 않고는 소피아를 똑바로 보지 못한다. 감독은 남녀의 로맨스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우뚱 쏠리게만들었다.원작과 비교할 때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어지럽게맴도는 데이비드의 내면심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소피아와의 내밀하고 진한 사랑을 화면 중심으로 자주 끌어냈다. 그러나 영원히 살고 싶어 냉동인간이 되기를 자처했던 데이비드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막판에 영화는 SF 심리스릴러로 급선회하는 분위기마저 띤다. 황수정기자
  • [씨줄날줄] 우물안 일류대

    ‘김마담 이번 일만 잘되면….’ 1960년대 주류를 이뤘던뒷골목 건달 영화에 감초처럼 등장하던 대화 한 토막이다. 짙은 선글라스 차림으로 ‘사랑방’ 다방에 진을 치고 앉아허무 맹랑한 ‘대박’을 노리다 끝내는 골탕을 먹는 그들의 얘기는 보통 사람들의 위안 거리가 되곤 했다.‘이번 일’이 잘 되더라도 정진하고 근신하는 품성을 갖추지 못한그들은 끝내 ‘패자’로 굴러 떨어지곤 했다. 서울대 학생이 공부를 안 한다.세계적 석학 6명으로 구성된 서울대 최고자문위원단 블루리본패널(Blue Ribbon Panel)의 서울대 종합 진단 보고서의 결론 한 토막이다.학습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인 하루 2시간도 공부하지 않는학생이 전체의 70%에 이른다.1시간도 공부하지 않는 수가전체의 40%로 숫제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낸다는 얘기다.서울대 학생들이 누구인가.공부의 달인들이 하루 아침에 돌변했다.‘잘된 이번 일’에 안주한 것이다. 공부 안 하기는 교수도 닮은 꼴이다.발표한 논문의 인용도와 건수를 평가한 ‘교수 1인당 연구의 효과성 지수’가 1. 6점이었다.13.2점의 하버드대나 7.1점의 스탠퍼드대는 차치하고 미국의 중상위권 주립대인 워싱턴대의 2.5점에도 못미쳤다.‘우물안 일류대’였다.그러나 교수의 정년 보장률은100%였다.30%의 하버드대나 40%의 스탠퍼드대에 비길 바가아니었다.한번 서울대 교수가 되기만 하면 65세 정년까지탄탄대로다.역시 ‘이번 일’이 잘된 경우이다. 세상은 요즘 갖가지 ‘게이트’로 지독한 홍역을 치르고있다.정당하지 못하게 일을 하면서 금품을 주고 받았다고한다.의혹이니 진상은 더 지켜 봐야 할 것이지만 굴뚝에선연기가 났으니 무언가 있기는 있었나 보다.이번엔 다시 들어 보는 ‘정치 브로커’라는 게 불거졌다.오랜 정당 생활을 하면서 쌓은 인맥을 활용해 ‘게이트’의 징검다리가 되었다는 것이다.역시 ‘이번 일’이 잘됐기 때문이다. 서울대 보고서가 알려지던 날 서울에는 눈이 내렸다.사실상의 첫눈이었다.한여름 손톱에 들인 봉숭아 물이 첫눈 내릴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고 한다.소중한사랑을 얻기란 쉽지 않음을 깨우쳐 준다.부단히 노력하고근신하라고 가르쳐 준다.블루리본패널은 서울대의 역할과영향을 고려할 때 개혁은 필수적이라고 결론지었다고 한다. 결코 서울대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저마다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 볼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 베를린영화제 진출 ‘나쁜남자’ 여주인공 서원

    ‘진짜 배우’는 스크린 속에서만 존재하는 건 지도 모른다.신인 배우 서원(21)을 보면 불쑥 그런 생각이 든다.‘저 앳된 얼굴 어디에서 그토록 처절한 눈물 연기가 나왔을까’ 싶다. 내년 베를린영화제 본선 진출을 이미 보장받아 화제인 김기덕 감독의 새 영화 ‘나쁜 남자’(제작 LJ필름)의 여주인공. 영화속에서 그는 풋풋한 여대생에서부터 스스로의 삶을철저히 내팽개치는 창녀 역할을 두루 해냈다. “영화 속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영 딴판”이라는 기자의 말에 맑은 미소를 지으며 그가 조용조용 말문을 연다. “워낙 수줍음을 많이 타요.게다가 이런 인터뷰 자리가익숙지 않아서.(뜸을 들이다)어떻게 연기를 했나 싶죠?(웃음) 그래도 일부러 내숭은 떨 줄 모르는 솔직한 성격이에요.” 극중 이름은 선화.서양미술사책을 끼고 벤치에 앉은 다소곳한 모습이 거리를 배회하던 깡패 한기(조재현)의 눈에띄면서 인생이 곤두박질친다.깡패가 첫눈에 반해 사랑하고만 여자.뭣 하나 부러울 것없는 여대생을 온전히 가질 수없다는 자격지심에 깡패는 여자에게 치명적인 덫을 놓아창녀로 만들어버린다. “지난 봄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온몸에 좍 전율이일었어요.강렬한 캐릭터에 대뜸 욕심이 나더라구요.제가워낙 색깔있는 영화를 좋아했어요.한때는 프랑스 독립영화들만 목매고 보러다닌 적도 있었으니까. 김 감독님의 영화를 저열하고 극악하다고들 평하잖아요?하지만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그런 색깔있는 작품세계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이죠.” 얘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신인답지 않다.옆에서 듣고 있던 감독이 씩 웃으며 ‘답사’를 한다.“극과 극의 캐릭터를 오가는 선화 역은 대한민국의 어느 배우도 못해냈을 겁니다.” 이번이 두번째 영화.김 감독의 지난해 화제작 ‘섬’에서다방아가씨로 당찬 조연을 했던 게 이력의 전부다.하지만연기에는 신인 티가 눈곱만큼도 나지 않는다. “용산 기지촌을 뻔질나게 들락거렸다”는 그는 “나중엔그곳 사람들과 공터에 어울려 배구를 하기도 했을 정도”라며 눈을 반짝인다. 대학(서울예대)을 졸업한 그는 요즘 뮤지컬 공부에 푹 빠졌다.인터뷰끄트머리쯤에서 내숭엔 소질이 없다던 말이사실로 확인된다.“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을 묵혀두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 희망사항 하나만 꼽아달랬다.빼고 보탤 것없는 ‘화통한’ 신세대 스타일의 답이 돌아온다. “꼭 톱스타가 우상이어야 하나요? 추상미,김호정 언니같은 배우가 좋아요.연기력에 카리스마까지 갖춘….당장꿈은요,더도 덜도 말고 재현오빠(조재현)랑 같은 TV드라마에 출연하는 거예요.”황수정기자 sjh@.
  • 12~13일 중부에 눈

    12∼13일쯤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서는 ‘실질적인 첫눈’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기상청은 9일 주간예보를 통해 “12∼13일쯤 한반도 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눈이나 비가 내리겠다”면서 “서울의 아침 수은주가 13일에는 영하 3도,14일에는 영하 7도까지 곤두박질치는 등 기온도 크게떨어져 춥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12∼13일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기압골이 크게 발달하고 있으며 기온도 낮아져 상당히 많은 양의 눈이내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전영우기자 anselmus@
  • 첫눈 데이트 상대 1위는 원빈·송혜교

    첫눈 데이트 상대 1위는 원빈·송혜교

    첫눈이 내릴 때 가장 생각나는 연예인은 원빈과 송혜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전문 인터넷방송국 NGTV(www.ngtv.net)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5일까지 이용자 5,113명에게 ‘첫눈 내리면가장 먼저 전화 걸어서 알려주고 싶은 연예인’을 물어본결과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펼친 탤런트 원빈과 송혜교가 각각 32.39%와 28.86%의 지지를 얻어1위에 올랐다. 남자 2위에는 역시 ‘가을동화’에서 열연한 송승헌(27.76%)이 랭크됐고 차태현(24.08%),이병헌(5.02%),정우성(4.34%),장동건ㆍ유지태(이상 3.21%) 등이 뒤를이었다. 여자 연예인 가운데서는 송혜교에 이어 전지현(26.20%),김희선(24.35%),이나영(7.17%),임은경(5.97%),김민희(3.76%),김효진(3.70%) 등이 ‘첫눈 데이트’ 상대로 꼽혔다. 이송하기자 songha@
  • 서울에 어젯밤 첫눈…적설량 기록못해

    올 겨울들어 서울지방에 첫 눈이 내렸다. 기상청은 27일 “이날 오후 8시41분부터 9시58분까지 1시간여동안 눈발이 날리는 것이 관측돼 서울지방의 공식적인첫 눈으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그러나 “눈은 내린 즉시 녹거나 비로 바뀌어 적설량을 기록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첫눈은 지난해보다 15일,평년에 비해 5일쯤 늦었다.이날내린 눈은 서해상에서 만들어진 따뜻한 비구름이 차가운대륙고기압과 만나 서울 및 경기지방으로 이동하면서 형성됐다.인천과 수원지역에는 비가 내렸다. 이창구기자 window2@
  • SBS창사 11주년 특집극 2편

    SBS는 창사 11주년을 맞아 특집 드라마 2편을 마련,시청자를 찾아간다. 먼저 안방 문을 두드리는 것은 교통사고로 인해 한 가정이 겪게 되는 비극을 그린 ‘짧은 만남 긴 이별’(14일 오후8시50분).약 3시간에 걸쳐 방영할 드라마는 ‘가정의 소중함’을 주제로 삼아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큰 회사의 전문경영인인 창렬(한진희)은 슬하에 하버드로스쿨을 졸업한 아들 인호(남성진)를 두고 있다.인호는그동안 사귀어 온 혜림(김민희)과 결혼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다. 한편 형섭(선우재덕)은 1.5톤짜리 트럭으로 개인 용달을하는 운전수.다섯살 배기 딸을 둔 그는 곧 전세집을 벗어나 자기집을 가질 계획으로 기쁨에 차있다.어느날 형섭은술을 마신채 맞은 편에서 운전해오던 창렬의 차와 충돌한다.창렬과 함께 타고 있던 인호는 죽고 형섭 또한 식물인간이 된다.가해자건 피해자건 사고의 아픔은 온전히 남은사람들의 몫이다. 남편과 아들을 함께 잃은 명숙(김해숙)과 식물인간이 된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신애(박지영)는 슬픔의 나락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두번째 드라마는 ‘여름이야기’(16일 오후10시 55분).사춘기 시절 흔히 겪는 이성에 대한 속앓이를 거대한 스케일의 시골 여름 풍경에 녹인 작품이다.지난 5월 ‘SBS TV문학상’에서 최우상을 수상했다. 왈가닥 승민(서지희)은 동네 골목대장.냇가에서 다슬기를잡던 중 군청에서 자연학교로 파견나온 공무원 윤권(오대규)을 보고 첫눈에 반해 윤권의 행동을 주시한다.한편 승민을 좋아하는 동네친구 훈재(서현석)는 번번히 승민이 윤권를 따라다니는 것에 훼방을 놓는다.그러나 앙숙인 훈재와 승민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승민은 훈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사랑의 감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사랑인 줄 몰랐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동화처럼 아름답다.쏟아질 것 같이반짝이는 반딧불,시원한 계곡,미로처럼 아름다운 포도밭배경이 유년으로 안내하는 붉은 카페트처럼 펼쳐진다. 이송하기자
  • 11월 해외영화제 화제작 3편

    가벼운 코믹물들이 극장가를 독식하다시피하는 이때 ‘편식’이 우려됐다면 11월 개봉되는 몇 작품들을 눈여겨봐두자. 올해 유수 해외영화제들에서 크게 주목받았으나 어렵지 않게 관람할 수 있는 화제작 3편을 소개한다. ◆아들의 방=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항구마을.정신과 상담의 조반니(난니 모레티)는 평범하고 단란한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다.출판사에 다니는 아내 파올라(로라 모란테),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안드레(주세페 산펠리체)와 딸 이레네(야스민 트린카)와 함께 하는 생활은 행복으로 넘친다.그러나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아들이 뜻밖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다. 이탈리아의 국민배우 난니 모레티가 시나리오,감독,주연까지 도맡은 영화 ‘아들의 방’(The Son's Room·11월3일 개봉)은 이런 비극적 설정 아래 이야기를 풀어가는 심리드라마이다. 아들을 영원히 떠나보낸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죽은 아들의 방에서 새삼 아들의 체취에 오열하고,아들의 여자친구를 보며 아들이 느꼈을 감정의 결을 더듬어보려는 부모의 애절함이 대목대목 절절히묘사돼 있다. 어찌보면 TV드라마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진부한 소재다.이렇다할 극적 장치없이 깊은 감동의 울림을 끌어내는 건 분명 영화의 힘이다.모르긴 해도 마음약한 관객은 눈자위가 빨개져서 극장문을 나서기 십상일 것이다. ◆왕의 춤=“음악과 영화는 이렇게 만나는 거야!” 격조있는 음악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모처럼 반가운 작품이선보인다. 프랑스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왕의 춤’(Le Roi Danse·11월10일 개봉)은 그가 앞서 만든 ‘가면 속의 아리아’,‘파리넬리’와 동일한 계보에 놓이는 음악영화다. 배경은 루이 14세가 전제군주로서 맹위를 떨치던 17세기프랑스.루이 14세(브누아 마지멜)와 그에게 충성을 바친 작곡가 륄리(보리스 테랄),희극작가 몰리에르(체키 카리요)등 실존인물들의 이야기를 뿌리삼아 그들의 인간적 갈등과 예술적 방황을 그렸다. 덕분에 카메라는 왕실 안팎의 움직임에 초점이 맞춰졌다. 어린 나이에 즉위한 루이 14세는 정치적 압박과 어머니의섭정 속에서 춤에 빠져 산다.그런 그의 곁에서 정치적 욕망을 키우며 그와 동성애 관계에까지 빠지는 왕실악단 지휘자 륄리,거칠지만 순수한 작가혼을 불태우다 끝내 왕의 눈밖에 나 파국으로 치닫는 작가 몰리에르의 부침(浮沈)이 이야기의 중심얼개가 된다. 철저한 고증덕분에 프랑스 왕실역사의 한 단면과 예술장르의 발전사까지 실감나게 들여다볼 수 있다.얼굴을 황금빛으로 칠한 왕이 직접 추는 왕실발레,궁정발레에서 연극을 거쳐 오페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중세 프랑스 왕실의 예술편력 등은 특별한 감상포인트.17세기 이후 단 한번도 연주된 적이 없다는 ‘밤의 발레’같은 륄리의 미공개 음악도감상할 수 있다. ◆폴락=추상표현주의 시대를 개척한 미국의 전위화가 잭슨폴록(폴락·Jackson Pollock·1912∼1956)의 전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애드 해리스 감독이 직접 주연한 ‘폴락’(Pollock·11월10일 개봉)은 ‘액션 페인팅’이란 미술용어를낳기까지 폴록의 작가정신,사랑,갈등 등을 균형있게 담아냈다. 뉴욕의 무명화가 잭슨 폴록(에드 해리스)에게 여류화가 리(마샤 게이 하든)가 찾아와 작업실을 둘러본다.첫눈에 천재성을 감지한 리는 잭슨의 영원한 후원자가 되겠다며 동거를 시작한다.알코올 중독과 신경쇠약에 시달려온 잭슨은 그림에 대한 강박에 휩싸여 기행을 일삼으며 방황한다. 그러나 리는 자신의 작품활동을 포기하면서까지 잭슨을 독려하고 그의 천재성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인다. 미술 애호가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는 영화다.폴록 특유의강렬한 색채와 추상적 이미지의 작품들이 시종 화면을 채운다.폴록의 라이벌이었던 윌렘 드 쿠닝(발 킬머)과 미술관운영자 페기 구겐하임,미술평론가 클리멘트 그린버그 등 당대 유명 미술인들의 이야기를 살짝살짝 들여다보는 재미도쏠쏠하다. 황수정기자 sjh@
  • 새 영화/ 아멜리에, 오리지날 씬

    ■‘아멜리에’. ‘아멜리에’(Amelie·19일 개봉)는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엽기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델리카트슨’‘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에이리언4’등불과 3편의 영화로 독자적 작품세계를 구축한 장 피에르 주네 감독작.기괴한 분위기의 과거 작품들에서 벗어나 귀엽고깜찍한 여주인공 아멜리에를 내세웠다.아멜리에는 무심한 아빠와 일찍 돌아가신 엄마 덕에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수줍은 처녀로 자란다. 지금 이 순간 몇쌍이나 오르가슴을 느끼고 있을까를 상상하기 좋아하는 아멜리에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소명으로 삼는다.몰래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아멜리에는 첫눈에 반한 니노에게 다가서기 위해 007을 방불케하는사랑 작전을 수행하는데…. 아멜리에 역의 ‘프랑스의 신성’ 오드리 토투는 오드리 헵번을 좋아해 부모님이 붙여 준 이름. 헵번이 다시 부활한 듯한 매력을 선보인다.니노역의 마티유 카소비츠는 ‘증오’‘크림슨 리버’로 입증한 연출력을 뛰어넘는 연기력을 과시한다. ■‘오리지날 씬’.‘오리지날 씬’(Original Sin·12일 개봉)은 세기의 섹시스타 안젤리나 졸리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 흥분을 불러 일으킨다. 19세기 쿠바의 아바나를 배경으로 안젤리나 졸리와 부유한커피상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편지와 사진만으로 맺어진 결혼생활을 시작한다.곧 모든 것이 돈을 노린 졸리의 음모였음이 드러나지만 반데라스는 그녀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두 스타가 펼치는 나신의 섹스장면은 압도적인 매력을 발휘한다.아바나의 끈적끈적한 풍광과 ‘키스 직전의 입술’부터 시작해 아래로 타고 내려가는 졸리의 관능미도 볼거리.요부와 진정한 사랑앞에 갈등하는 여인의 두 얼굴을 완벽히 그려내는 졸리의 연기는 그녀의 입술에만 머무는 눈길을 거부한다. 하지만 너무 뻔하게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 스릴러영화인‘오리지날…’의 흠이다. 윤창수기자 geo@
  • 2001 길섶에서/ 봉숭아

    큰아들은 인천에 살고,작은아들은 부천에 살고,딸들은 시집 보내고,영감님마저 먼저 떠나버려 할머니 혼자 사는 시골집 장독대에 봉숭아가 소담스럽게 피었다.큰딸 처녀적에 “첫눈 올 때까지 간수하면 신랑감 만난다”며 손톱에 물을 들여주던 그 봉숭아다. 자세히 보니 꽃대 아래서는 연방 꽃이 피는데 위에는 대추씨만한 씨주머니들이 조랑조랑 매달렸다.아직 덜 여문 것은풀색,위로 갈수록 노르스름하다.초가을 바람이 우수수 꽃대를 흔들어 댄다.그 때를 기다렸던가.유난히 탱글탱글한 씨주머니 하나가 툭 터지면서 까만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경이롭다.2세들이 넓은 세상에 살라고 자식들을 바람에 실어 멀리 떠나 보내는 봉숭아의 모성이.그러고 보니 씨앗 주머니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터질 수 있도록 다섯 조각으로나눠져 있지 않은가. 이제야 알 것 같다.늙은 어미 혼자 두고 제 살길 찾아 뿔뿔이 떠난 자식들이건만 인천 사는 큰아들,부천 사는 작은아들이 대견하기만한 어머니 마음을. 김재성 논설위원
  • 내일 개봉 ‘인디안 썸머’

    노효정 감독의 데뷔작 ‘인디안 썸머’(제작 싸이더스·5일 개봉)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 하나.거짓말처럼 운명적인 사랑이 있다는 데 관객이 먼저 동의해야 한다.충무로 최고 여배우 반열에 오른 이미연이 주연한 영화는 얼핏 설득력이 모자라 보일만큼 극단적인 이야기구도를 지녔기 때문이다. 준하(박신양)는 첫눈에도 소탈한 변호사다.양복바지 밑에어울리지도 않는 운동화를 신고다니고,돈 안되는 국선변호를 번번이 자청하는 혈기가 그래보인다.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신영(이미연)을 만난 것도 그런 과정에서다.일체의 변호를 거부한 채 죽기만을 기다리는 신영을 그는 뭔가에 이끌린듯 끈질기게 변호한다. 앞길 창창한 젊은 변호사와 여자 사형수의 이룰 수 없는사랑.삶을 체념한 신영을 바라보는 준하의 애틋한 눈빛이처음부터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냄새를 피운다. ‘인디안 썸머’는 늦가을에 문득 찾아오는 짧은 여름날을 뜻한다.낭만과 탄식이 반반씩 어울린,은유 가득한 제목이다.그러나 그를 받쳐줄만큼 드라마의 짜임새가 탄탄치 못한 게 아쉽다.카메라로 솜씨좋게 담아낸 실제 늦가을의 풍광과 광선은 복고풍인 듯하면서도 인상적이다.‘영원한 제국’‘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의 시나리오 작가였던감독이 각본을 직접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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