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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 국책사업 유치 줄줄이 실패

    전북도가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행정력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전북도와 도의회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했던 수출용 신형 연구원자로 유치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입지여건 등이 타 시·도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으나 결국 유치전에서 부산시에 패해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산림박물관 역시 지리산을 앞세워 경남, 대전, 전남 등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나 쓴잔을 들었다. 첨단의료복합단지와 로봇랜드 테마파크 사업은 도청 해당 실·국에서 여러 차례 유치전 참여를 검토만 했다가 신청조차 해보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새만금지구에 민간육종연구단지를 유치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는 “늑장 대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과학벨트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도 전북도는 유치전 참여 선언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유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늑장을 부렸다. 더욱이 “새만금지구는 과학벨트 유치에 최적지”라며 호기롭게 유치전 참여를 선언했다가 최근 들어서는 돌연 발빼기 수순을 밟고 있다. 이같이 전북도가 치밀한 유치 전략이나 상황 분석 없이 의욕만 앞세운 유치전에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경주, 새달 ‘U-관광 시대’ 연다

    천년고도 경주에 ‘U-관광 시대’가 새달 열린다. 경주시는 최근 스마트폰 이용자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3월부터 관광객들이 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관광정보를 얻을 수 있는 ‘U-관광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2008년 10월부터 지금까지 21억원을 들여 GPS 기반을 증강하는 것은 물론, 무선 인터넷 U-Zone, 포털·모바일 등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시는 이미 이 서비스의 하나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와 문화관광 포털 사이트를 통해 관광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첨단 IT와 관광 서비스를 접목한 ‘U-관광 서비스’가 본격 가동되면 관광객들은 자신의 위치 및 관광 정보의 실시간 안내를 비롯해 유적지별 인물의 일대기, 문화재 및 유적지 사진, 경주 및 신라 관련 드라마 및 영상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볼거리와 먹을거리, 숙박, 쇼핑, 편의시설, 유적지별 이동 거리 등 각종 정보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편리하고 생동감 넘치는 관광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밖에 관광객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경주 관광과 관련한 글을 올리면서 관련 콘텐츠를 링크할 수 있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시는 문화관광 포털사이트를 통해 관광 정보를 제공하고, 주요 지역에는 무선 인터넷과 와이파이 존도 구축 중이다. 이태현 경주시 부시장은 “앞으로 U-관광 서비스로 무선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을 통해 더욱 편리하고 즐겁게 경주를 관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신종탈세 ‘콕’ 잡는다

    국세청이 ‘첨단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세청은 파생 금융상품과 전자상거래 등을 이용한 신종 탈세수법을 조기에 색출하고 이에 대응해 첨단 세무조사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8일부터 ‘첨단탈세방지센터’(FAC)를 발족한다고 7일 밝혔다. 국세청이 ‘첨단탈세 과학수사대’(CSI)라는 별명을 가진 FAC를 출범시킨 것은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신종 탈세기법을 철저히 뿌리 뽑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FAC는 국세청 본청 조사국(수도권센터)과 대전·광주·대구·부산 등 4개 지방청에 설치되며, 전체 규모는 1개 과(課)인 30여명이다. FAC가 앞으로 맡게 될 주요 업무로는 우선 신종 금융거래 기법 등을 이용한 탈세수법 조기 색출이 꼽힌다. 권도근 FAC 준비단장은 “선물·스와프·옵션·장기보험 등 공격적인 조세 회피 금융상품 거래, 전자세금계산서와 인터넷뱅킹을 위장한 거래 등을 이용한 탈세수법을 조기에 찾아내고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기획재정부 금융정보분석원(FIU)과의 공조를 강화해 음성적 현금거래와 차명계좌를 이용한 지능적 탈세혐의자를 정밀 추적, 관리할 방침이다. 사이버 거래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통한 변칙거래 적발 및 관리 강화도 FAC의 중요한 업무가 된다. 전자상거래(B2C), 사이버오픈마켓(C2C), 인터넷 대부업, 앱 스토어, 소셜 커머스(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다수의 공동 구매자를 모아 특정 제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업) 등처럼 유·무선 인터넷을 이용한 변칙거래 유형을 발굴해 세무 검증을 실시, 탈세를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전자화폐, 사이버머니, 게임 머니 등을 사용하는 거래에서의 변칙거래 유형도 집중 타깃 중 하나다. FAC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가 과학적인 조사를 통한 과세 증거자료 확보다. 계약서 등 각종 문서의 위·변조를 통한 탈세행위가 만연돼 있지만 각종 장비와 수법의 발달로 이를 적발해내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FAC는 과학적인 조사기법을 통해 손으로 작성된 문서의 가필, 덧칠 여부는 물론 필적·인영·잉크·작성시기 등을 분석해 동일성 여부를 판독, 감정함으로써 과세 자료를 법적 증거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첨단 전산조사기법 개발도 FAC의 빼놓을 수 없는 주요 기능이다. 이런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국세청은 FAC에 전산조사전문요원, 전자상거래 관리사,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등 해당 분야 전문자격을 갖춘 ‘정예 직원’을 집중 투입했으며 2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 첨단장비도 확보할 계획이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디자인 보이/이현숙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디자인 보이/이현숙

    상쾌한 냄새에 눈을 떴다. 햇빛 반사율 17프로, 은은하게 펼쳐진 햇살 무늬 빛과 방안 공기를 채운 나무 향은 마치 숲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생생했다. 어젯밤 잠들기 전 설정해 놓은 기상 프로그램 중 2번 ‘숲 속 통나무집’이다. ‘해변의 아침’이나 ‘강변의 산책’ 등 몇 가지 중에 선택한 것이다. 자고 일어나는 장소로는 자연이 제일 좋은 건가? 프로그램에는 산이며 강, 바다 일색이었다. 몸의 상태가 좋다. 역시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건가 보다. 집은 벌써 깨끗하게 정리정돈되어 있었다. 벽걸이 화면으로 엄마 얼굴이 보였다. “령아, 식탁 위에 있는 것 먹고 화상 수업은 빼먹지 마. 너 요즘 수업시간에 늦는다는 정보가 엄마 블로그에 떴더라. 그리고 몸 디자인!” 한쪽 눈을 찡긋하는 엄마 얼굴이 보였다. 오호! 바로 오늘이다. 나는 쾌재를 부르며 집을 나섰다. 아파트 현관에 파란색 새 자동차 씽씽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갈 곳은 이미 입력되어 있다. 내가 타자마자 씽씽이가 소리 없이 움직였다. 오늘은 몸 디자인을 위해 전신성형병원에 들르는 날이다. 몸 디자인은 21세기 중반 성장기 아이들의 필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안 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거다. 키가 자라는 속도에 맞추어 성장판을 조절하고 팔다리와 몸의 각 부위를 보기 좋게 가꾸는데, 원한다면 얼굴 프로그램과 병행하기도 한다. 나는 얼마 전에 몸 디자인을 시작했다. 얼굴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한참 늦었지만 조르지 않았으면 열세 살인 지금도 방치되고 있을 거다. 엄마는 이런 면으로 보면 너무 유행을 모르는 것 같다. 요즘 이 프로그램 없이 크는 아이가 어디 있다고. 오래전부터 얼굴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아이들도 많은데 말이다. 차창 밖으로 새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지은 쇼핑몰이다. 화려한 외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참, 생일선물!’ 오늘 저녁에 하나의 생일파티가 있는 걸 깜빡했다. 얼른 선물을 사 놓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씽씽이의 몸체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바닥으로 살짝 내려앉았다. “씽씽. 왜 이래? 무슨 일이야?” 얼마 전 출시된 컨셉트 카인 씽씽이는 모든 기능이 전자동이고 차체 문제까지도 스스로 진단하는 최신 자기부상 승용차다. 바닥에 촘촘하게 장치된 전자석에 씽씽이의 센서가 반응해 자유롭게 이동하는 거다. -차체 이상 발견, 잠시 기다려 주세요. 스피커에서 씽씽이의 기계음이 나왔다. “아이 참, 왜 하필 지금이야?” 발을 동동거리며 팔짱을 끼는데 차창으로 어떤 남자애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톡톡. 나보다 나이가 좀 많아 보이는 남자애가 차창을 두드렸다. 씽씽이의 스피커에서는 제작회사에 상황을 전하는 기계음이 계속 들렸다. 열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 차창을 내렸다. 헉.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조각한 듯 아름다운 얼굴 하나가 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네 차 고장 났지? 내 차 때문이야.” 보기와는 달리 묵직한 목소리였다. “내 차에 문제가 생겨 네 차까지…….” 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눈엔 햇빛에 반짝이는 머릿결과 자그맣게 떨리는 속눈썹만 보였다. “아예, 괜찮아요. 제작사와 연락이 되니까 알아서 할 거예요. 우리 차는 최신…….” 내 말에 남자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아찔한 미소였다. 그 애의 차에서는 바이올린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곧바로 도착한 정비사 아저씨들이 씽씽이를 점검했다. 문제는 자체 내장된 메모리와 블랙박스로 파악이 될 것이다. 정비사 아저씨가 아빠와 통화하는 얘기를 들으니 남자애의 차량 자기가 지나치게 높아져 옆에 있던 우리 차가 이상 작동한 것이라고 했다. ‘첨단 자동차가 이렇게 쉽게 고장이 나나?’ 첨단이라면 뭐든지 완벽하고 그럴듯한 줄 알았는데 지금 씽씽이를 보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나는 제작사에서 지원하는 비상차를 거절하고 걸었다. 병원을 향하는 동안 내 머릿속은 아까 보았던 남자애로 가득 찼다. 반듯한 눈, 코, 입에 떨리는 속눈썹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형 그 자체였다. 정말 인형 같은 모습이었다. 근데 그런 애의 취향이 나이든 할아버지처럼 늘어지는 바이올린 음악이라니. 그 애의 차에서 흘러나오던 바이올린 음악을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바이올린 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간간이 오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였다. 다시 귀를 기울였다. 그 소리는 쇼핑몰 중 어딘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줄지어선 가게들을 훑어보았다. 모퉁이 끝에 어떤 할아버지가 들어가는 가게가 있었다. 골동품 가게였다. 새 쇼핑몰에 골동품 가게? 궁금한 맘으로 골동품 가게로 걸어갔다.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밝아 보였다. 가게에는 가지런히 정리된 오래된 물건과 바이올린 선율이 가득 차 있었다. 바이올린 소리가 미끄러질 듯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가게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내 맘도 편안해졌다. “오케이! 정했어. 하나의 생일선물은 이 음악!” 나는 바로 음원을 구입하고 하나에게 파일로 보냈다. ‘히히 계집애 펄쩍 뛰겠지? 웬 케케묵은 음악이냐고? 오늘 이 언니에게 영감을 준 음악이니 영광인 줄 알아라. 지하나.’ “야아. 너무 멋지다. 하나야, 이번엔 성공이구나. 축하해.” 생일잔치의 주인공인 하나가 딱 달라붙은 은색 스타킹에 흰 레이스 목도리를 두르고 나타났다. 아이들이 우르르 하나 앞으로 다가갔다. 동그랗게 커진 눈과 오똑한 코, 주먹만큼 작고 갸름해진 얼굴이 완전히 사이버 아바타 같았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 지하나. 정말 멋져.” 오래전에 얼굴 프로그램에 들어간 하나는 우리의 관심 대상 1호였다. 하나의 성공은 우리의 성공과 다르지 않았다. 나와 몇몇 아이들이 하나를 에워쌌다. “응, 이번엔 꽤 달라 보이지? 맞아. 프로그램 디자이너를 좀 바꿨어.”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며 고개를 쳐드는 하나는 이미 미스테라였다. 지구상의 모든 여자들이 우러러본다는 현세대의 여신. 안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하나 옆에 딱 달라붙어 부담스러울 정도로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아이들의 표정은 감탄과 부러움 일색이었다. 하나가 공기 중으로 떠오를 것만 같았다. 내 머릿속에도 내 얼굴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지하나. 잘 돼도 너무 잘 됐다. 초대가수의 노래가 시작되자 아이들이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는 알록달록한 알탱캡슐이 보기 좋게 접시에 담겨 있었다. 하나가 앞으로 나가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여러분 앞에 놓인 알탱캡슐이 보이시죠? 이 알탱캡슐은 얼마 남지 않은 북극빙하를 녹인 순수한 물과 필수영양소들이 혼합된 첨단제품이에요. 오늘 이 자리를 빛내려 우리 아빠가 북극 마에니 지방에 직접 주문한 거죠. 어때요?” 하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알탱캡슐을 들여다보았다. 짓궂은 아이들은 알탱캡슐을 서로 던지고 입으로 받아먹기도 했다. 또 첨단이냐 싶었다. 알탱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어쩜 알탱에도 이런 센스라니. 알탱캡슐은 색깔도 가지각색이었지만 모양도 하나하나가 다 달랐다. 곰돌이, 별, 달과 같은 모양에서 자동차, 로켓과 우주선 그리고 알 수 없는 모양까지……. 역시 각기 다른 모양이 보기 좋다. 나는 곰돌이 모양의 알탱캡슐을 하나 집어 들었다. “령아. 정말 대단하지 않냐? 이런 최신 캡슐, 어디 가서 우리가 먹어 보냐? 지하나 정말 대단해.” 지현이가 소곤거리자 옆에 있던 세리가 말했다. “치, 하나가 대단하니? 걔네 아빠가 대단한 거지. 그나저나 하나 얼굴 말이야. 저거 열두 번 성형한 거래. 그야말로 대단하지 않냐?” 친구들은 칭찬인지 시샘인지 모를 말들을 떠들어댔다. “야, 령. 넌 얼굴 프로그래밍 어떻게 할 거니?” 나는 세리의 말에 그냥 알탱캡슐만 뒤적거렸다. 한숨이 나왔다. 열두 번이라니…. 놀라 입을 떡 벌릴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우리 집은 그럴 만한 처지가 못 된다. 초대가수들이 들어가자 아까와는 다른 음악이 나왔다. “뭐 이런 음악이래? 여기가 무슨 골동품가게냐? 선사시대도 아니고.” 세리가 투덜거렸다. 내가 하나에게 선물한 바이올린 음악이었다. “이게 어때서? 얼마나 고상하냐? 물 흐르듯이 아주 자연스럽고 말이야” 내 말에 세리가 콧방귀를 뀌었다. 하나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령, 어때? 네가 선물한 음악인데. 마음에 드니? 친구들도 아주 좋아하는 거 같지?” 하나가 비아냥거렸다. 무안했다. 친구들 앞이라 더 그랬다. 그래서 나도 하나에게 질세라 허리를 펴고 또박또박 말했다. “하나야. 자라는 아이들일수록 마음을 진정시키고 편안하게 하는 이런 고전음악을 자주 들어줘야 한단다.” “뭐? 잘도 둘러댄다. 아무튼 이 음악 아주 생뚱맞았어. 너나 가져.” 하나가 쌀쌀맞게 말했다. 기운이 쪽 빠졌다. 그 멋진 남자애를 네가 봤어야 하는데. 조각 같은 얼굴에 바이올린 소리가 얼마나 잘 어울렸는지 말이야. 그때였다. 하나의 뒤로 어떤 사람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내 눈이 휘둥그레지자 하나도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어, 오빠 왔구나?” 하나의 사촌 오빠였다. 하나는 우리에게 사촌 오빠를 소개했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말했다. “저, 저 기억하세요? 오늘 아침에 차가 고장 나서……. 참, 이 음악 좋아하시죠? 헤헤 이거 오빠 차에서 나오던 음악이잖아요.” “네? 누구?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의 사촌 오빠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당황스러웠다. 다시 보니 우리 또래는 아닌 것 같고 어른스러운 맵시가 나는 것이 고등학생쯤으로 보였다. 근데 처음 보는 것 같은 저 눈빛은 뭐야? 하나와 사촌 오빠는 옆에 있는 우리는 아랑곳없이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슬그머니 내 자리에 앉았다. 지현이와 세리도 분위기에 맞춰 자리에 앉았지만 역시 관심은 하나의 사촌 오빠에게 있었다. 누가 봐도 멋지겠지. 나는 가수를 보는 체하며 사촌오빠를 훔쳐보았다. 역시 잘 생겼다. 음악은 어느새 최신 곡, 사이버 아이돌 ‘트웬퓨릿’의 노래로 바뀌어 있었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들썩거렸다. 하나를 보니 속이 쓰리고 사촌오빠에게 무시를 당하고 나니 내 기분은 완전 맥이 빠졌다. 나는 일찌감치 파티장을 빠져나왔다. 새로 개장한 쇼핑몰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개장행사가 있는지 건물입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리고 눈길을 끄는 가게들은 어찌나 많은지. 가게진열장을 구경하느라 기웃거리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갔다. 인상을 찌푸리며 돌아보니 하나의 사촌 오빠였다. 친구들과 건들거리며 몰려가는 폼이 아까 하고는 많이 달라보였다. 고개를 싹 돌리고 모른 척했다. 알은체하고 싶지 않았다. 습도와 온도가 적절하게 조절된 병원은 쾌적했다. 화상전화로 예약과 시술에 관한 얘기는 다 끝났지만 최종적으로 내 실제 얼굴을 측정하기 위해 들른 것이다. 예약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 나는 병원 현관을 어슬렁거렸다. 현관에 있는 화면에서는 아까부터 같은 광고가 반복되고 있었다. -가을맞이 토털프로그램 대할인. 흘려 듣다 생각해 보니 지금이 가을인가 여름인가 헷갈렸다. 온도와 습도는 늘 알맞게 조절되고 나무와 풀들도 시스템에 의해 늘 푸르고 생생하기 때문이다. -가을맞이 재디자인! 얼굴을 말끔히 다시 고쳐 드립니다. 그럼 그렇지. 역시 얼굴 프로그램이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뒤돌아보는데 자동문이 열리며 하나의 사촌 오빠가 들어왔다. 나는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뒤이어 들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닮은 얼굴이었다. ‘어? 하나의 사촌 오빠가 쌍둥이인가?’ 키는 조금 달랐지만 얼굴은 비슷했다.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오빠들의 뒷모습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키와 덩치가 다른 쌍둥이도 많으니까. 고개를 돌리고 의자에 앉으려는데 또 몇몇 사람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하나, 둘, 셋, 넷……. 어떻게 된 일이지? 하나의 사촌 오빠들이 이렇게나 많아? 눈이 휘둥그레지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 -가을맞이 재디자인! 얼굴을 말끔히 다시 고쳐 드립니다. 인기 절정 ○○디자이너! 서두르세요. 기간은 오늘까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등 뒤에서 울리는 광고 문구가 귓가에 맴돌았다. 어지러웠다. ‘그럼 나는 하나의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안 예뻐져도 괜찮아. 그냥 생긴 대로 살래. 병원을 나서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달렸다. 선사시대까지라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늘이 파랬다. <끝>
  • [열린세상] 新 ‘제정일치(祭政一致)’ 시대의 암운/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新 ‘제정일치(祭政一致)’ 시대의 암운/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정치인은 사이비 종교인을 닮아간다. 종교인은 사이비 정치인을 빼닮는다. 언행과 행태만 봐선 정치인인지 종교인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원시부족시대나 중세시대에 끝난 줄 알았고 오늘날엔 극소수 광신국가에만 남아 있는 제정일치(祭政一致), 그 구시대의 유물이 왜곡·변형된 형태로 되살아나 우리사회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과거의 제정일치는 같은 사람이 동시에 종교지도자 겸 정치지도자의 역할을 맡는 것을 의미했다. 요즘의 제정일치는 정치인과 종교인이 따로 있지만 서로를 어설피 흉내내서 그 언행과 사회적 기능상 수렴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인의 불안하고 광폭한 심리를 반영하고 더욱 조장하는 것으로 개탄 받아야 마땅하다. 정치인의 사이비 종교인화(化)는 자기가 선(善)이고 상대는 악(惡)이므로 양보란 있을 수 없다는 절대주의적·이분법적 사고와 행동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정파를 불문하고 근래 정치인 간의 대결과 상호 공격은 종교전쟁을 연상시킬 만큼 전면적·지속적이고 험하다. 정의의 이름으로 상대방에 저주를 퍼붓는 정치인은 신의 이름으로 이교도를 멸하는 제사장, 귀신을 쫓아내는 굿판의 주술사와 다르지 않다. 내 입장과 네 입장 사이에서 중간적 조정을 시도하거나 대화로써 의견을 모아가는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종교인의 사이비 정치인화(化)는 전문성 있는 판단을 요하거나 정파적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현안에 대해 특정 입장을 외쳐대고 압력을 행사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일부 종교인의 행태는 정책현안마다 우리 집단에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계산해 상황에 따라 로비, 소송, 시위를 주도하는 이익단체간부와 다르지 않다. 신의 가호를 믿고 일반 신도를 동원하기 때문에 더 위선적이고 위험하다. 인간이 자존하며 남을 존중할 수 있도록 보편적 성찰의 가치를 설파하는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이 아니다. 정치인과 종교인 모두가 수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의 문제지만 사회 전체에 끼치는 폐해가 크다는 데에 사안의 심각함이 있다. 몇몇 정치인의 행태가 보여주는 섬뜩한 주술적 저주행위와 성전(聖戰), 그리고 몇몇 종교인의 언행에 나타나는 배타적 이익압력 활동과 정치세력화는 자극적 소재를 갈구하는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으로 딱 좋다. 존재를 내세우려 호시탐탐하던 좌우 사회집단들의 논란 소재로도 적격이다. 그 결과, 사회의 과장된 관심을 끌고, 보다 심각하게는 사회 전체를 격앙된 갈등으로 몰아넣는다. 냉철하게 정책현안을 다루어야 할 정치인과 차분한 성찰의 덕을 퍼뜨려야 할 종교인이 각자의 본분을 잊고 어설피 닮아가며 사회갈등을 풀 수 없는 쪽으로 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제정일치 현상이 퍼지는 이면에는 대중의 불안감이 근본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가 너무도 빨리 비예측적으로 변하는 가운데 대중은 항상 불안감을 느끼고 사회의 원자화로 인해 위안처로 의지할 마땅한 구심점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안한 대중일수록 냉철한 정치인과 성찰적 종교인에게서 만족을 못 느낀다. 대신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단순하게 재단하고 나는 좋고 상대방은 나쁘다고 규정해 심리적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정치인 같기도 하고 종교인 같기도 한 짝퉁에게 끌릴 위험성이 있다. 사회구조 변화 및 사회 구심점 해체의 속도가 빠른 미국과 유럽에서도 제정일치 현상이 어느 정도 목격되기 시작한 이유일 것이다. 대중의 마음에 나만 옳다는 맹신을 심고 남을 향한 무조건의 적대심을 불어넣고 있는 일부 인사는 실은 정치인이나 종교인이라는 고상한 명칭의 자격이 없는 사이비일 뿐이다. 이제 더 이상의 과도한 사회갈등을 막기 위해 정치인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본분으로, 종교인은 관용과 성찰이라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이런 당위적 요청을 그들이 귀 기울여 듣고 실천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일반대중이 근본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시대 속에서도 건전한 이성과 상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신제정일치의 암운이 벗겨지는 한 해를 소망하며 든 생각이다.
  • “보병이 깃발 꽂는 시대 아니다”

    “보병이 깃발 꽂는 시대 아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에서 여성들은 치마에 돌을 실어 날랐다. 칼과 창은 남성들 몫이었다. 그리고 400여년이 흐른 오늘 이 땅에 여성 장군이 탄생했다. 16일 여군 전투병과로는 처음으로 장군(준장) 진급이 예정된 송명순(52·여군 29기) 대령의 약진은 반만년 무(武)의 역사를 새로 쓰는 출발점이다. 송 대령의 장군 진급은 단순한 남녀평등의 의미를 넘어 전쟁과 군대의 개념에 대한 인식에 대전환을 요구하는 기념비적 사건이다. 단단한 완력으로 대변되는 육체적 무의 역사에 종언을 고하고 두뇌에 기반한 소프트웨어적 무의 역사로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첨단무기가 승패를 좌우하는 현대전에서 남녀 간 신체적 우열은 무의미해졌다. 버튼 하나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폭탄이 날아가기 때문에 거대한 창검을 휘두르는 남성의 근육질은 화석 속의 추억이 되고 있다. 이미 우리 군엔 여성 전투기 조종사와 여성 공격형 헬기 조종사가 활약하고 있다. 송 대령도 이날 “지금은 보병이 깃발을 꽂는 시대가 아니다.”고 했다. 사실 여성 장군 탄생은 시간 문제였다. 몇년 전부터 각군 사관학교에서는 여성 생도가 남성들에 비해 성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사회 전반적인 여성 맹위 추세가 마지막 금녀(禁女)의 영역인 군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송 대령도 “내가 발탁된 이유는 개인적인 역량을 떠나 조직의 잠재적인 역량이 평가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군은 2001년 간호병과에서 처음 장군을 배출했으나 전투병과 출신은 송 대령이 최초다. 현재 대한민국 여군은 6347명이다. 1981년 임관해 29년차인 송 대령은 “오늘이 터닝 포인트(전환점)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군이 여성 인력을 최적의 장소에 활용하면 많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 위주의 직장 문화에서 여성이 성공하기는 갑절로 어렵다. 하물며 남성 조직 중에서도 남성 조직인 군대에서 여성들이 별을 달기 위해 쏟아야 하는 노력은 상상하기 힘들다. 과거 많은 여군 장교들이 암과 같은 중병에 걸린 것은 여성이 군대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여군들은 집안일까지 야무지게 맡아야 하는 이중삼중의 노고를 견뎌내야 한다. 송 대령 역시 군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임무와 가사의 병행을 꼽았다. 그는 “군 조직의 특성상 많은 지역을 돌아다녀야 했고, 아이를 키우기에 안정된 환경이 아니고 비상대기일 때는 막막했지만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아픈 나날을 달게 회고했다. 송 대령의 남편은 육군 항공병과 한서문 중령으로 내년 12월 전역한다. 송 대령은 “내가 먼저 대시해 남편을 잡았다.”면서 “남편은 하늘보다 높은 것이 지아비라고 늘 주장하기 때문에 군복을 같이 입고는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육군본부 무관연락장교인 중위 때 남편을 만나 1985년 결혼했으며 대학교 3학년 딸과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아들이 크면 해병대에 보내기로 하고 이름을 마린(영어로 해병의 뜻)으로 지었을 정도다. 국방부는 영어에 능통한 송 대령이 내년 초 정식 진급하게 되면 합참 해외정보차장 직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상연·오이석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김정은 대장님’ 카페 엄중처벌해야 마땅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친북 카페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 회원들이 지난 23일 벌어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위대한 당의 위대한 력사가 완성되었다.’며 찬양하는 글을 올렸다. 이 카페의 매니저 황길경은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무력으로 확인해 준 사건’이라고 연평도 포격에 의미를 부여하며 ‘김정은 대장님이 하고 계시니 여러분은 늘 긴장하고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탄을 넘어 경악스럽다. 이 카페에 대해 지난 3년 동안 네티즌들의 신고가 수천건이나 된다는데 관계 당국은 그동안 뭘 했는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도 네이버는 어떻게 이런 카페가 버젓이 운영되도록 방치해 왔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에 올라온 글의 내용과 댓글은 북한 찬양 일색이다. 매니저 황길경은 지난 9월 말 김정은 등장 당시 ‘기백의 장군 김정은 대장의 공식 출현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합니다’라는 편지 글에서도 김정은을 할아버지 수령님의 풍모를 그대로 갖춘 진짜 청년이라고 찬양하기도 했다. 김정일에 대해서는 폐하라고 표현했다. 장난이나 소영웅주의로 보기에는 어이없는 내용들이다. 이적(利敵) 목적으로 글을 올렸다면 법에 따라 엄중처벌해야 마땅하다. 첨단 매체를 이용한 사이버 친북 행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경찰이 지난해 인터넷상 친북 불법 선전물을 적발해 수사한 뒤 삭제조치한 것만 1만 4430건이나 된다. 선전물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상과 업적을 전파하고 대남 혁명투쟁을 선동한다. 친북 성향 사이트들은 북한의 선군(先軍)정치를 노골적으로 찬양하고 반미·반정부 감정을 부추긴다. 젊은 층에 왜곡된 판단력을 심어 줄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배후 세력을 가려내 엄벌해야 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세력을 절대 용납해선 안 된다.
  • [씨줄날줄] 화양극장/김성호 논설위원

    요즘 영화상영관이라면 보통 멀티플렉스를 떠올린다. 여러 개의 상영관을 갖춰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복합상영관. 멀티플렉스의 홍수 속에서도 40대를 넘긴 중장년층과 나이든 세대에게 상영관은 단관극장으로 각인된다. 입장권 한 장을 사 극장에 들어가면 몇번씩이라도 같은 영화를 반복해 볼 수 있는 극장. 동시상영이라도 걸리면 표 한 장으로 두 영화를 볼 수 있던 추억의 공간이다. 첨단시설의 편리함은 없지만 삐걱대는 의자며 끈적이는 바닥의 허름함에도 함께 울고 웃던 공유의 공간. 필름 수가 적어 한 영화를 보려면 특정 개봉관엘 가야만 했던 시절, 이 단관극장은 많게는 1000석씩 갖춰 손님을 맞으며 활황을 누린 문화공간이었다. 1907년 한국 최초의 영화관 단성사를 필두로 ‘영화 1번지’를 형성한 서울 종로통의 피카디리·서울·파고다·허리우드며 을지로의 국도, 초동의 스카라. 부산 남포동의 국도, 광주 계림과 태평, 대구의 대구·자유, 대전의 대전·신도·중앙…. 90년대 후반부터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멀티플렉스에 밀려 문을 닫거나 시설을 바꿨지만 이름만 들어도 향수와 추억을 부르는 단관들이다. 서울에 남은 마지막 단관 화양극장이 사라질 모양이다. 서울시가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24층짜리 관광호텔을 지으려고 재개발계획을 추진 중이다. 1964년 정초, 임권택 감독의 ‘단장록’을 상영하며 문을 연 700석 규모의 극장. 개봉관으로 바뀐 뒤 1980년대 ‘천녀유혼’‘영웅본색’ 같은 홍콩영화 명소로 주목받았지만 역시 멀티플렉스의 바람에 꺾인 극장이다. 1998년 시사회 전용관으로, 지난해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뒤 지난 10월 노인전용 문화공간으로 개관했지만 여전히 단관 화양의 이름이 높다. ‘미션’ ‘자유부인’ ‘고교 얄개’ 같은 추억의 영화를 보여주며 서울 서부지역 젊은이들의 해방구 역할을 하기도 한 유일한 단관. 지난달 서울시가 노인들의 휴식처와 문화공간으로 개관한 청춘극장은 서울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한 명칭이었다. 관광호텔 건축계획은 시민들의 의견 수렴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지만, 화양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향수와 추억의 공간이자 유일하게 단관 명맥을 유지하던 화양의 퇴장이 안타깝다. 새로운 것이 모두 좋기만 할까. 맘속 고향처럼 옛것의 훈훈함에 젖을 수 있는 단관극장 하나만이라도 남겨 둘 수는 없는 것인지….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충북 오송 교통·의료 중심지로 뜬다

    충북 청원군 오송이 오는 28일 경부고속철 2단계 개통과 함께 충북 지역의 고속철 시대를 활짝 연다. 여기에다 충북도가 오송2생명과학단지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섬에 따라 교통과 의료바이오산업 중심의 지역경제 활성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충북도에 따르면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 구간(동대구~부산)이 개통되면 11월 1일부터 청원군 강외면 오송역에서 고속열차 운행이 시작된다. 이날 오송역에서 첫 기적을 울리는 기차는 부산발 서울행 기차로 오전 6시 39분 오송역에서 출발한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지난 12일 열차표 예매를 시작했다. 오송역은 국내 유일의 고속철도 분기역으로 경부선과 호남선이 모두 지나간다. 오송역이 개통되면 하루 20여 차례 KTX가 정차하며, 중부권 지역이 전국 주요 지역과 긴밀히 연결된다. 하루 이용객은 2만 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송과 전남 목포를 잇는 호남고속철도 구간이 2014년에 완공되면 오송역은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 충청 지역과 세종시의 관문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276억원이 투입된 오송역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2만 65㎡로 오는 28일 준공된다. 도 관계자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청주권에서 서울까지 출퇴근도 가능하다.”면서 “충북이 교통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다양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도는 이미 준공된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이어 오송2생명과학단지 조성을 위해 15일 청원군 강외면 일원 333만㎡에 대한 지구지정을 고시하는 등 이 일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의 보건복지부 산하 6개 국책기관이 오는 12월까지 오송단지에 입주하면서 이미 의료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2단지를 추가로 조성하는 것이다. 지구지정이 끝나면 사업 시행자인 충북개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실시 설계, 보상 물건 조사를 거쳐 내년 하반기에 보상과 동시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2015년 준공을 목표로 77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오송2단지에는 바이오·제약 기업 등이 들어설 생산·연구용지가 조성되고, 주거와 교육을 비롯한 정주 여건이 갖춰지게 된다. 계획 인구 2만 8000명의 오송2단지가 조성되면 3만 6000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되고 3조 9000억원의 연간 산업 생산액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특허스타 중소기업 400개 육성

    특허청은 13일 2012년까지 특허스타기업 400개를 육성하는 내용의 중소기업 지식재산경영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지식재산(IP)에 강한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육성하고 최근 상표·디자인 분야 중소기업 분쟁 증가에 대처키 위한 조치다. 특허스타기업은 중소·벤처기업으로 핵심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사업화 및 특허경영을 통해 지역경제를 선도하게 된다. 이를 위해 특허청은 2012년까지 1800억원(지자체 600억원)을 투입, 4600여개 중소기업에 대한 지식재산 창출·보호·활용 및 인프라 지원에 나선다. 이 중 성과가 우수한 400개를 스타기업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스타기업에는 3년간 특허정보종합컨설팅을 통해 선행기술조사와 출원비용 지원, 시작품제작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첨단부품·소재 IP-연구개발(R&D) 연계지원사업과 민간 IP 전문가 파견 등을 중소기업 전용 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상표권 특별사법경찰대의 위조상품 단속도 국내 토종 브랜드 보호를 강화해 시장 확대 및 중소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계획이다. 특허청은 체계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표준 지식재산 경영 컨설팅 모델을 마련하는 한편 관계 부처 및 지자체와 협력체계도 강화한다. 우종균 산업재산정책국장은 “우수 지재권 창출지원사업의 역량을 중소기업에 집중해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뒷받침하겠다.”면서 “특히 중소제품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 브랜드·디자인 창출지원사업을 내년부터 16개 광역단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피플 인 스포츠] 프로농구 SK 신형 엔진 김효범

    [피플 인 스포츠] 프로농구 SK 신형 엔진 김효범

    “뭐해? 왜 (패턴대로) 안 돌아? 자신 있게 쏴!” 프로농구 SK 신선우 감독의 불호령이 코트를 쩌렁쩌렁 울린다. 타깃은 새 얼굴 김효범(27). 여러 선수가 번갈아 경기에 나서지만 김효범은 30분 이상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만큼 ‘키 플레이어’다. 김민수와 방성윤이 부상으로 라운드 초반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 ‘끝내 줄’ 선수는 외국인 테렌스 레더와 김효범뿐이다. 明 ‘우승청부사’ 김효범은 모비스와의 5년 인연을 정리하고 지난 6월 SK로 옮겼다. 5년간 25억원을 받는 SK의 신형엔진. SK는 기존 주희정-김민수-방성윤의 ‘초호화라인’에 레더-마퀸 챈들러, 김효범까지 가세했다. 언제나 그랬듯(?) 막강한 멤버지만 문제는 헐거운 조직력과 부상이다. 하지만 김효범은 거침없었다. “최소 6강은 가요. 목표는 리그 1·2위로 4강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거지만요.” 팀 분위기도, 컨디션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정도’로 최고란다. 아직 호흡이나 패턴이 몸에 익진 않았어도 상승세는 확실하다. 필리핀으로 전지훈련 와서 매 경기 3점슛을 5개 이상 꽂아넣고 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 밑에서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친 덕분인지 신 감독의 가르침도 잘 이해한다. “신 감독님이랑 유 감독님이 라인(?)이라고 들었어요. 훈련량 많고, 공수 패턴도 다양하고요. 수비가 안 되면 코트에 못 서는 것도 비슷해요.” 모비스 때 우승만 정규리그 4번, 챔프전 2번을 챙겼다. 2000년 이후 우승컵이 없는 SK의 ‘우승청부사’로 손색이 없다. 승부욕은 여전하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보단 먼저 팀 성적을 내고 싶어요. 개인성적이 아무리 좋으면 뭐해요. 팀이 잘해야 빛도 보는 거잖아요.”란다. 暗 농구판의 유승준? 민감한 국적문제에 대해서도 처음 입을 열었다. 11살 때 이민을 떠난 김효범은 현재 캐나다 국적이다. KBL이 해외동포 특별조항을 만들어 문호를 개방하며 한국땅을 밟았다. 흑인 못지않은 점프력에 호쾌한 슬램덩크까지, 단숨에 ‘아트 덩커’로 주목받았다. 김효범은 2005년 입국하며 “군대 문제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뛴다면 국가대표를 하고 싶다.”고 했다. 병역문제에 무지하던 시절. 취재진의 말에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던 것이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됐다. 그의 관련 기사에는 어김없이 ‘검은 머리 외국인’, ‘양키 고 홈’이란 악플이 달린다. KBL 규정상 전혀 문제가 없지만, 비난은 오롯이 선수 몫이다. 상처를 받으면서도 다 읽는다고. “첨엔 굉장히 흔들렸는데 이젠 무감각해졌어요. 계속 맞으면 피멍이 들다가 결국 굳은살이 붙어서 안 아프잖아요.” 담담히 말했지만 서글픈 미소를 머금었다. 국가대표와 군대 발언이 ‘공수표’는 아니었다. “선순데 당연히 국가대표로 뛰고 싶죠. 근데 그땐 태극마크는 꿈도 못 꿀 실력이었잖아요.” 설명대로 김효범은 데뷔 후 3년간은 밋밋한 선수였다. 허리부상도 겹쳤다. 기량을 검증하려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뛰다 보니 어영부영(?) 여기까지 왔단다. 태극마크를 달 반열에 오른 지금, 어느덧 28살이다. 한국 국적을 회복하려면 2년이 걸린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공익판정이 날 텐데, 그럼 국가대표를 못 한대요.(규정상 공익기간 중 국가대표 차출이 안 됨) 상무를 가야 되는데 거기도 나이제한이 있어서 전 못 가요. 그렇다고 30살에 현역을 가기엔…저희 가족은 누가 책임져요.” 숱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났다. 논란과 고민은 던져놓고 어쨌든 김효범은 묵묵히 달릴 뿐이다. 글 사진 마닐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김희철·박수진, 피부과서 5개월만의 ‘부부애’ 과시

    김희철·박수진, 피부과서 5개월만의 ‘부부애’ 과시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이 드라마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박수진과의 여전한 ‘부부애’를 인증했다.김희철은 5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수진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사진과 함께 “오랜만에 수와철~ 피부과에서 다 쥐어짰음. 아 나 머리 다 뻗쳤네. 바로 라디오 가야되는데. 드라마 끝나고 첨 만났음. 수의 말 ‘오빤 진짜 공과 사가 칼이네’ 난 우주대스타니까~ 수 얼굴 진짜 쪼끄맘”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김희철과 박수진은 올해 초 방영됐던 SBS 주말드라마 ‘천만번 사랑해’에서 하룻밤 실수로 아이를 갖게 돼 결혼을 한 철부지 없는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둘의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이건 부부애가 아니라 자매애다”, “머리가 어떻게 된거냐. 추노 스타일이네”, “희님도 얼굴 쪼그맣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사진 = 김희철 트위터서울신문NTN 강서정 인턴기자 sacredmoon@seoulntn.com 서울신문NTN 오늘의 주요뉴스 ▶ 정용진, 한지희와 열애설 트위터 통해 심경고백 ▶ 쌈디 ‘충격 과거사진’ 공개...삭발, 퍼머 등 헤어 변천 눈길 ▶ 정애리, 딸 최초 공개...친구같은 모녀 일상 ‘눈길’ ▶ 엠마 왓슨, 숏커트 파격 변신…록스타 연인 영향? ▶ 미스홍콩 추녀 논란… 선발 뒷거래 거물 스폰서 의혹
  • [재보선 D-1…판세·관전포인트] ‘서울 은평을’ 정권실세 vs 野단일화 ‘최대승부처’

    [재보선 D-1…판세·관전포인트] ‘서울 은평을’ 정권실세 vs 野단일화 ‘최대승부처’

    “이제 선택만 남았다.”7·28 국회의원 재·보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3일간의 선거운동은 27일 자정 모두 마무리된다. 6·2 지방선거에 이어 야권은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심판론에 불을 댕긴 반면 한나라당은 지역 맞춤형 일꾼들을 앞세워 설욕을 벼르고 있다. 전국 8개 선거구에서 펼쳐지는 ‘미니 총선’의 판세와 선거구별 관전포인트를 짚어 본다. ●서울 은평을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가 서서히 ‘아성’을 회복하고 있는 은평을에서는 선거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서야 야권 단일 후보가 정해지는 등 마지막까지 최대 승부처다운 극적인 구도가 연출되고 있다. 이 후보는 당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철저히 ‘나홀로 선거’에 임하며 토박이들의 마음을 돌리고 있다. 뉴타운에 새로 입주한 주민들에게는 ‘개발 당근’도 적절히 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를 겨눈 야권의 맹공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장상 후보는 여론조사에서는 다소 뒤처지고 있지만, 막판 단일화로 야당 지지층을 결집시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향우회 등을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호남세’ 역시 무시 못할 변수다. ●인천 계양을 인천 계양을은 ‘포스트 송영길’로 불리는 민주당 김희갑 후보의 우세가 점쳐진다. 호남 출신 정착민과 20·30대 젊은 유권자가 많은 지역답게 민주당이 지난 지방선거 때부터 외쳐온 ‘정권심판론’의 약발이 여전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세 번째 출마한 한나라당 이상권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이 후보는 김 후보가 낙하산 공천 논란에 휩싸인 틈을 타 동정여론과 함께 지역일꾼이라는 호감도를 넓혀가고 있다. 6·2 지방선거에 빗대 ‘여야 후보가 뒤바뀐 경남도지사 선거 재탕’이라는 말도 나온다. ●광주 남구 민주당의 정통적 텃밭답게 장병완 후보의 우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의 선전이 호남의 패권자인 민주당을 떨게 만들었다. 표심층 밑바닥에선 ‘공천=당선’ 공식을 민주당에 안겨준 데 대한 반감 기류가 감지되기도 한다. 표심의 요동은 진보의 고향, 광주의 또 다른 정치 실험으로 받아들여진다. 타성에 빠진 민주당에 대한 경고와 함께 대안 정치세력에 대한 관심이 이변을 낳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오 후보의 선전은 한나라당이 후보 공천을 포기하며 싱겁게 끝날 것 같은 승부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만은 사실이다. ●강원 원주 한나라당 이계진 전 의원의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강원 원주는 민주당 박우순 후보의 우세가 점쳐진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실패에 따라 여권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데다 한나라당 이인섭 후보와 보수 성향의 무소속 함종한 후보의 지지층이 일정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당에 대한 반감이 고착화되면서 취임과 함께 직무정지를 맞은 이광재 강원지사에 대한 동정론이 민주당 지지세로 등을 돌리고 있다. 선거를 이틀 앞둔 26일 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 원주지역위원회가 ‘이명박 정권의 독주 견제’를 명분으로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 막판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원 태·영·평·정 한나라당 염동열 후보와 민주당 최종원 후보가 맞붙은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은 최 후보가 약간 앞서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역 출신인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후광이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공천실패에 따른 도정공백”을 주장하며 탈환전에 나섰지만, 지역 정서에 자리매김한 ‘이광재 동정론’은 민주당이 내세운 “최종원을 뽑아 이광재를 살리자.”는 주장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원 철·화·양·인 접경 지역인 철원·화천·양구·인제의 경우 3성 장군 출신의 안보 전문가를 내세운 한나라당 한기호 후보가 박빙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친노(친노무현) 인사인 민주당 정만호 후보의 추격전이 한창이다. 강원의 다른 보궐선거지역 2곳과는 다르게 ‘이광재 동정론’이 많이 퇴색해 있는 게 특징이다. 타 지역에 비해 낙후돼 있다는 지역 정서는 특정 정당 보다는 ‘지역 일꾼론’에 더 높은 호감도를 드러내면서도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과 소(小)지역주의가 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한나라당 소속이던 구인호 후보의 탈당 뒤 무소속 출마가 보수 진영 지지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충주 충주에서는 ‘경제일꾼론’을 앞세운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윤 후보가 경제통이자 현정권 실세라는 점이 개발 욕구가 강한 충주시민들의 표심을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에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꾸준히 표밭 관리를 해 ‘가산점’도 얻었다. 하지만 충북 지역은 전통적으로 ‘야성(野性)’이 강한 지역인 데다 충주에서 민선시장 3선에 이어 내리 재선 국회의원까지 지낸 이시종 현 충북지사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충남 천안을 한나라당 김호연 후보와 민주당 박완주 후보가 2강(强) 경쟁 속 자유선진당 박중현 후보의 추격전까지 뒤엉킨 혼전 판세다. 그야말로 초박빙 접전지다. 김호연 후보와 박완주 후보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박상돈 전 의원에게 나란히 고배를 마신 뒤 두 번째 격돌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지만, 이번 보궐선거는 예측불허다. 빙그레 회장을 지냈던 김호연 후보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약속하며 지역발전론을 들고 나선 반면 지방선거에서 안희정 후보 대변인을 지낸 박완주 후보는 “이명박 정권 심판의 완성”을 호소하며 세종시 문제로 여권에 돌아선 충청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홍성규·유지혜기자 cool@seoul.co.kr
  • [지역개발 현장] 충주 첨단산업단지

    [지역개발 현장] 충주 첨단산업단지

    7일 충북 충주 이류면 본리와 완오리에 걸쳐 있는 충주 첨단산업단지 현장.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정리된 널찍한 산업용지와 시원하게 뻗은 도로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기업도시와 함께 충주지역 발전을 견인할 첨단산단 조성공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첨단산단 면적은 199만 2339㎡(60만 4000여평). 2003년 시작돼 올 4월에 끝난 부지조성 공사에만 2155억원이 들어갔다. 이곳에 입주가 결정된 곳은 유한킴벌리 등 30개 업체. 태양광모듈을 생산하는 대유디엠씨는 이미 12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지어 가동 중이다. 유한킴벌리와 첨단소재 원료 생산업체인 우조화학, 광학용필름을 만드는 코이즈는 공장을 짓고 있다. 서울금속 등 올해 안으로 20여곳이 추가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분양률 85%… 연내 20여곳 착공 첨단산단 북쪽에는 유한킴벌리 충주공장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한낮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않고 크레인에 몸을 실은 인부들이 건물 외벽 마무리 공사를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상 4층 공장 건물 옥상에선 10여명이 지붕 철제구조물을 설치하느라 분주하다. 올 하반기 준공예정인 유한킴벌리 충주공장은 충주 첨단산단에 입주하는 공장 가운데 가장 크다. 공장부지가 축구장의 17배에 달한다. 2080억원이 투입되고 공장 규모만 12만 2892㎡(3만7240평). 400여명이 근무하게 된다. 현재 산업용지 분양률은 85%를 기록하고 있다. 충주시는 서너개 기업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다. 경기불황 등을 감안할 때 성적이 괜찮은 편이다. 서울에서 1시간이면 올 수 있고,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IC에서 5분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3.3㎡당 30만원 저렴한 땅값 장점 또한 3.3㎡당 30만원 대의 저렴한 토지가격도 이곳의 장점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단 치고는 쾌적한 환경까지 갖췄다. 상업용지 4만 1777㎡, 주거용지 23만 5387㎡는 분양이 모두 끝났다. 단독 주택지는 경쟁률이 평균 15대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첨단산단 조성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1994년 용역 발주를 시작으로 추진된 첨단산단은 당초 540만㎡로 개발될 예정이었다. ●단독택지도 경쟁률 15대1로 인기 하지만 1998년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사업추진이 보류됐다가 2002년 규모를 축소해 재추진돼 지금에 이르렀다. 한차례 큰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충주시와 토지주택공사의 합작으로 기업유치에 성공하면서 1만여명의 고용유발효과와 8500여명의 상주인구 발생이 기대되고 있다. 충주시는 “2016년쯤 첨단산단이 완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인접한 기업도시와 함께 첨단산단이 충주지역경제의 한 축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충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서울 구청장 새꿈새구정]④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서울 구청장 새꿈새구정]④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키 186㎝라는 그는 “조금씩 줄었다 늘었다 한다.”며 웃었다. 두 볼에 드러난 보조개가 이웃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을 풍겼다. 1시간이나 이어진 대화를 신길동에서 시작해 신길동으로 끝냈다. 30여년 거주한 제2의 고향이어서다. 대화에서 영등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듬뿍 담았다. 또 ‘의리’를 특별히 강조했다. 조길형(53)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4일 “어렵게 지낸 시절을 잊지 않겠다. 지금까지 그랬듯 발 아래만 내려다보며 살겠다.”고 밝혔다. 행정 일반에 대해서는 ‘전문가’인 직원들에게 믿고 맡길 생각이며, 큰 줄기만 직접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전남 영광 출신인 그는 “가난해서 한 입이라도 덜려면 일찍 터를 닦아야겠기에 1971년 주린 배를 움켜쥐고 상경했다. 신길동에 자리를 잡았는데,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1988년 자율방범대를 조직했다. 열악한 주변환경 탓에 아이들이 도둑질을 하는 등 삐뚤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빈곤층을 위해 일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목민관(牧民官)에 오른 지금 각오를 더 다졌다. ●보육정보센터 확충·우수高 육성 지원 먼저 안전한 도시로 가꾸겠다고 그는 강조했다. 약자층일수록 사회안전망의 그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는 “자율방범대 등 관련 조직들을 꼼꼼하게 점검해 각종 범죄를 예방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은 만능이 아니며, 오히려 무용지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는 이야기다. 역시 어렵게 지내던 시절부터 뼈저리게 느낀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첨단장비를 아무리 잘 갖춰도 제대로 작동하는 데 결정적인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했다. 현재 신길4동에 있는 보육정보센터가 비좁아 늘릴 예정이라는 청사진도 내보였다. 2008년 연면적 1763㎡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그럴듯한 센터를 만들었지만 더 많은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더욱 알찬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게 된다. 어르신들을 위한 사업을 총체적으로 맡을 노인종합복지타운과 엄마들이 안심하고 가정을 돌보도록 돕는 여성복지회관도 세운다. 아이들을 위한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6·2지방선거를 전후해 핫이슈로 떠올랐던 무상급식 문제를 손꼽았다. 조 구청장은 “재정 형편상 어렵다고 치더라도 초등학교 6학년부터라도 실시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미래를 짊어질 새싹들의 건강을 맨앞에 내세워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식단 공급에 신경을 쓸 예정이다. ●아이들 위한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의리와 얽힌 이야기도 선거 때 내걸었던 공약에 담겼다. 고속철도차량(KTX)을 영등포역에 정차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정부, 국회 등 요로에서 몇차례나 검토를 약속했던 까닭은 현실성 때문이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스스로 의리에 무게를 두듯 다른 공약들을 실현하는 데 온힘을 기울이겠지만, KTX 문제는 이미 기초의회에 몸담았을 때부터 약속한 만큼 공약(空約)으로 남지 않도록 관련 기관들이 지켜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그는 이 문제를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하루 유동인구 27만~30만명이나 된다는 점은 영등포역에 KTX를 정차시킬 이유로 충분하다고 조 구청장은 밝혔다. 영등포에서 KTX를 이용하는 인구가 하루 2170명으로 분석돼 연간 수입도 458억원 발생한다고 역설했다. 승객들이 굳이 서울역이나 용산역까지 가야 하는데 시간가치와 도로개선 비용으로 환산할 경우 연 2543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그런데 2005년 9월 한국철도 경영진 면담 등 영등포구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선거 뒤 검토’를 공언해놓고 시간이 흐른 뒤 깔아뭉갰다고 한다. KTX정차 실현과 관련해 추억(?)도 들려줬다. 영등포역에서 내장산 단풍 관광객들을 위해 KTX를 두차례 운행했던 2006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민 700여명이 열차를 탔다. 임시운행이 가능했던 것만 봐도 KTX를 영등포역에 정차시키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조 구청장은 거듭 말했다. 조 구청장은 “자율방범대 운영 등으로 1994년 제1회 ‘용감한 구민상(賞)’을 받았던 때의 정신을 지켜 사랑이 꽃피는 영등포 실현에 앞장서겠다.”며 활짝 웃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지역 기초의회에서 뼈가 굵은 인물이다. 4대와 5대 때 두차례나 의장을 지냈다. 소수의석이던 민주당 출신이면서도 두루 좋게 평가받았을 정도로 친화력을 뽐낸다. 현재 사단법인 아시아사랑나눔 부회장과 민주당 서울시당 상무위원을 맡고 있다. 소탈한 만큼 ‘보도블록 행정’으로 대변되는 전시행정을 없애야 한다는 소신을 정책 방향으로 잡았다.
  • 누가 떠오르는가… 쉿! 그 입 다물라

    누가 떠오르는가… 쉿! 그 입 다물라

    짐[朕]. 중국 진시황제가 황제를 지칭하는 1인칭 대명사로 정한 단어다. 뜯어볼수록 절묘한 선택이다. 짐의 원래 뜻은 ‘징후’나 ‘조짐’. 언제 어디서든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으나 실체는 쉬이 드러내지 않는, 최고권력의 속성을 함축하고 있다. 권력이란 거기서 풍기는 미묘한 아우라다. 따라서 연극 ‘리 회장 시해사건(큰 사진)’을 말하려면, ‘징후’나 ‘조짐’만으로 얘기해야 한다. 극 중 대사 몇 개만 보면 감은 퍼뜩 온다. 리 회장이 둘째 아들 리정현 상무를 질타한다. “재경부고 청와대고 그것들 다 내 돈 먹고 큰 놈들이야. 첨부터 길을 잘 들여놓아야 해. 전직 관료 나부랭이들 관리하는 거 앞으로 리 상무가 맡으라고.” ‘블루노트 사건’이 터지자 맏아들 리정렴이 리 회장을 비난한다. “온 세상이 다 압니다. 후계구도 만드느라 회사 주식 불법으로 증여한 거, 수시로 엄청난 정치자금 지원한 거, 그거 감추느라 기하급수의 돈봉투 돌리는 거. 온 나라가, 아니 온 세계가 다 압니다.” 블루노트 사건을 청와대가 화끈하게 무마해준 뒤 기분이 흡족해진 리 회장이 말한다. “그 놈의 민주화가 늘 걸림돌이었는데 이번엔 그 민주화가 우릴 살리는구만.” ●법률 자문까지 받아 민감한 대목 3~4곳 삭제 머리에 이름 하나 번쩍 떠오르는가. 쉿! 그 입 다물라. 짐은 절대 발설되어서는 안 되는 ‘조짐’ 혹은 ‘징후’니까. 이 작품은 김광림(작은 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쓰고 연출했다. 맞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 연극 ‘날 보러와요’를 만든 그 사람이다. ‘리 회장 시해사건’은 변호사 법률자문까지 받아 민감한 대목 3~4곳을 삭제하고 올린 공연이다. 김 교수를 ‘추궁’했다. 눙치는 대답이 돌아왔다. →현실과 지나치게 깊게 얽히면 연극적으로 손해 아닙니까. -(웃으면서) 그런 거 아니에요. 모티프는 벽초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 양반편에서 따왔어요. 전 주인을 몰락시킨 라이벌 양반집에 하인으로 들어가 신임을 얻은 뒤 복수하는 어느 하인 얘기예요. 너무 재밌어서 3년 전부터 쓰기 시작했고, 양반 간 경쟁이나 양반과 하인의 수직적 관계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기업 간 인수합병(M&A)과 비서 진숙경이라는 캐릭터가 떠올랐어요. 그러다 재벌가 얘기가 된 겁니다. →극 중 ‘블루노트 사건’은 뭐라 하실 겁니까. 딱 무슨 파일 사건 같은데요. -그것도 미국 어느 주에서 위락시설 지으면서 생겼던 실제 사건에서 따온 겁니다. 그 사건에 ‘블루노트’라는 것이 실제 등장해요. 우리나라는 너무 좁다 보니 조금만 비슷해도 직접적으로 대입되는 것 같아요. →블루노트 사건 뒤 리 회장이 그 유명한 독수독과론을 읊는데도요? -나라가 좁다 보니 다 그 얘기처럼 보이는 것 뿐이라니까요. 하하. (탁 하면 척 하고 알아먹으라는 듯) 그리고 그건 뭐… 다 아는 얘긴데 별달리 특별하달 수 있을까요. →그러면, 법률자문 끝에 지웠다는 내용을 설명해줄 수 있습니까. -그건…, 법에 걸려서 안 될 겁니다. 이미 지운 건데. 하하하. →리 회장을 지나치게 악마화한 거 아닙니까. 많이 먹기만 하고 배설하지 않아서 피똥이나 싸대는 존재로 그려지고. -그 설정도 임꺽정에서 따온 거에요. 그러니 홍명희가 대단한 선생이죠. 동서고금을 통틀어 큰 재산, 큰 권력에는 항상 문제가 있어왔습니다. 부와 권력이란 게 속성상 그리 아름답지 않잖아요. →그러면 제목은 왜 ‘살해’가 아닌 ‘시해’인가요. -그 사람들 입장이에요.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개인적으로 재벌가 사람과 접촉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을 시해라고 생각할 겁니다. 후련한 직설화법과 함께, 연출과 무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 전통 연희의 현대적 해석을 지향하는 극단 우투리의 작품답게 큰 춤판이 두어번 벌어지는데, 여기 나오는 동작은 ‘양주별산대’와 ‘한국무용 제동작 24가지’를 응용한 것이다. 춤만 익히는 데 하루 8시간씩, 석 달간 연습했단다. 그래도 김 교수는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보니 안무가의 요구를 100% 소화해내지 못했다.”며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작품 중간에 큰 춤판… 조주선 명창의 판소리 곁들여 서울연극제 기간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공연(5~9일) 때는 아예 사각형 무대를 만들어 마당놀이처럼 만들었다. 그러나 오는 19일부터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으로 옮겨 다음달 6일까지 관객과 다시 만날 때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공간 등의 문제로 평면 무대로 바뀌게 됐다.”며 김 교수는 아쉬워한다. 이 바람에 배우들의 무대 등장과 동선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배우들로서는 두 번 준비하는 셈이 됐다. 극 사이사이 4계절에 빗대 인생무상을 노래하는 판소리의 주인공은 조주선 명창이다. 극은 비슷한 장면과 대사가 반복되면서 약간씩 살을 덧붙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관객들의 기억과 기대감을 자극해 가며 극의 긴장도를 끌어올리는 기법이 흥미롭다. 또 한 가지 얘깃거리는 리 회장으로 나오는 배우가 세풍(稅風) 사건의 주역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라는 점. 경기고 연극반 출신 연극인 모임인 화동연우회 소속으로 캐스팅됐다. 예술 한번 하려다 아버지에게 뺨 맞고 늙어서야 뒤늦게 무대에 올랐다는데, 연기가 능청스럽다. (02)3272-233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전통시장 문화의 옷 입다] (3) 100년 역사 지역 명물

    [전통시장 문화의 옷 입다] (3) 100년 역사 지역 명물

    광주광역시 양동시장과 충남 아산의 온양시장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갖은 풍파와 어려움 속에서도 각각 호남 최대·최고 시장, 전국 유일의 왕실온천과 함께 왕실의 식재료 공급처였다는 자부심을 간직하고 있다. 양동시장은 막걸리 열풍에, 온양시장은 수도권 전철 연장 운행을 계기로 과거의 영광 재현에 나섰다. ■ 光州 양동시장 - 홍어가 이끄는 ‘美鄕 100년’ 광주광역시 양동시장은 문화관광형 시장 중 ‘지역문화형’이다. 점포수만 1311개로 광주·전남지역 최고의 역사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양동에 가면 모든 걸 구할 수 있다.”는 말이 지금도 통용될 만큼 이 지역의 첫손 꼽히는 전통시장이다. 구도심에 위치한 데다 주변에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입점했지만 시장 내 빈 점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양동시장엔 없는게 없다” 양동시장은 ‘양동 미향(美鄕) 100년의 장’을 지향한다. 역사와 과거의 향수를 음미할 수 있는 문화발전소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광주비엔날레, 세계김치문화축제, 5·18주간 등 세계적인 문화 축제를 시장과 연계 광주에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첨병으로 ‘홍어(洪魚)’를 활용키로 했다. 양동시장은 전국 유통 홍어의 90%를 차지하는 등 명실공히 세계 1위의 홍어 시장이다. 홍어 점포만 97개에 달할 정도로 ‘홍어=양동’으로 통한다. 최근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홍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골다공증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성 고객도 늘고 있다. 양동시장문화발전소의 대표작은 시장 옥상에 들어설 어진관으로, 홍어레스토랑이다. 호남에서는 친근한 음식이고 탈이 없는 음식이라지만 독특한 냄새 등으로 대중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상인회를 중심으로 홍어를 활용한 퓨전요리 개발에 나섰다. 또 홍어나 홍어 응용상품을 판매하는 상설부스와 홍애전(紅愛廛) 등도 운영해 구매와 전통 홍어 먹거리, 퓨전 요리 등을 맛볼 수 있는 핵심 아이템으로 육성키로 했다. 김지원 PC(Project Coordinator·문화기획자)는 “양동시장은 호남경제권 전통시장의 거점으로 의미가 있다.”면서 “시장 홍보를 위해 지역 여행사 및 시티투어 프로그램과 연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요장터 등 지역밀착형 전환 지난해 5·18 주간에 양동시장은 ‘30년 전 그때 그 가격’ 행사를 벌여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행사 수익금은 전액 기부해 의미를 되새겼다. 지역의 관심에 상인회는 해마다 행사를 열기로 했다. 양동시장은 도매기능이 강해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업소들이 많다. 정작 시민들이 장을 보는 저녁시간대에 시장 불이 꺼지면서 지역과 단절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양동시장 상인회는 지역밀착 및 끊어진 시민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한 첫 사업으로 ‘시장 속 시장’인 토요시장을 운영키로 했다. 5월부터 12월까지 매주 토요일 시장 중심도로(250m)를 활용, 차량 통행을 차단하고 수작전(秀作廛)·만물전(萬物廛)·토요경매·시장공작소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수작전에서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가진 전통시장의 대표 상품 특판 프로그램으로 제철에 맞는 즉석 젓갈 등을 담가줄 예정이다. 만물전은 없는 게 없는 시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장공작소는 장터를 찾는 방문객이 필요한 물품을 직접 만드는 행사로, 의류와 홈 인테리어·가구 제작이 가능한 부스를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김영호 상인연합회장은 “상인회 조사결과 시장 매출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면서 “문화관광형시장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고객이 찾고 활력이 넘치는 시장으로 변모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태창 시장경영지원센터 문화관광형시장사업추진기획단장은 “양동시장의 장점은 규모가 크고 지하철역명에 시장 이름이 들어갈 정도로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광주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아산 온양전통시장 - 시니어들 추억의 온천여행 2008년 12월15일 수도권전철이 아산까지 연장 운행하면서 잊혀 가던 온양전통시장이 북적이고 있다. 문화관광형시장 지정은 ‘달리는 말에 채찍’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왕실온천, 1960~70년대 국내 최고 신혼여행지로의 추억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온양시장은 평일에도 등산복 차림의 시니어들로 활기가 넘친다. 지방 소도시 시장에서 보기 드문 현상으로 수도권 전철이 운행되면서 생긴 변화다. 아산시에 따르면 2008년 759만명이던 관광객이 지난해 1027만명으로 35.3% 증가했다. 일평균 7000명 이상이 아산을 찾은 것이다. 대부분 시니어들로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내려와 온천을 즐긴 뒤 식사와 장을 본 뒤 상경한다. 구매력이 높지는 않지만 하루 7000만원 이상을 아산의 전통시장에서 대부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주말 매출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아산시와 시장연합회는 관광과 건강을 연계, 시니어 중심에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시관광형 시장을 컨셉트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김일규 아산시 지역경제과장은 “온양은 시내 전체가 온천인 특색이 있다.”면서 “온양시장은 아산의 유일한 시장으로 전철역과 인접해 있고 먹거리와 살거리가 충분해 관광객이 많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콜라텍, 온궁수라상 등 선봬 ‘365일 따뜻한 온양시장’을 기치로 휴양과 관광·건강 등에 초점을 맞춰 시니어카페와 온궁수라상·온등거리·토요장터 등 4대 사업을 준비 중이다. 시니어카페는 온천 후 어른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을 반영해 조성한 핵심 공간이다. 시장 내 825㎡ 면적에 온궁보양식을 판매하는 푸드코트와 장기·바둑 등을 즐길 수 있는 쉼터(일소일소·一笑一少 ), 콜라텍 등을 6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또 시장 내 5개소에 온천수를 활용, 건강을 기원하는 ‘온양 트레비 분수’도 설치키로 했다. 이색 프로그램으로 온궁수라상을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선보인다. 임금이 온궁에서 식사를 했던 과정을 재연하는데, 일반인도 참여시킬 계획이다. 수라나인들이 시장에서 직접 장을 봐서 수라간(시장 주차장)에서 음식을 만들면 온궁(온양관광호텔)에서 어가가 수라간으로 이동한다. 왕은 왕족과 관광객을 불러들여 주연을 베풀게 된다. 토요장터는 지역에 외국인 근로자 등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다문화장터로 운영할 계획이다. 매주 금요일 저녁 외국인 먹거리 경연대회 등을 열어 입상자에게 장터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키로 했다. 윤성진 PC는 “온궁수라상과 토요장터 등은 가족 및 주말 관광객과 연계토록 했다.”면서 “수라상에 올랐던 보양음식과 임금이 먹던 간식류는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옛 중심지 활성화 추진 온양시장은 역과 인접한 데다 온천 후 시장을 거쳐야 하는 등 입지적으로 최적의 접근성을 갖추고 있다. 상설시장과 3개 골목시장(맛내는 거리·멋내는 거리·샘솟는 거리)이 합쳐졌는데 전철 개통 후 역과 인접한 멋내는 거리와 맛내는 거리가 중심지로 부상했다. 더욱이 젊은층이 멋내는 거리에 집중되면서 한 블록 건너인 샘솟는 거리와 단절된 양상이다. 시와 상인회는 과거 시장의 중심인 상설시장과 샘솟는 거리의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샘솟는 거리에 들어설 토요장터는 ‘S자’ 동선에, 노점상 중심의 과거 시장 모습을 담을 계획이다. 황의덕 상인연합회장은 “전철 개통 후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관광객이 편하게 찾고 즐길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산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피아노를 연주하는 옷까지 등장

    피아노를 연주하는 옷까지 등장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운동화에도 컴퓨터 칩이 들어가는 시대가 됐다. 5일 밤 12시30분 SBS TV에서 방영하는 특집 다큐 ‘패션, 과학을 입다’는 과학과 패션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패션 하면 자기만의 개성과 멋을 연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요즘 들어서는 다양한 기능과 결합하고 있다. 총알을 막는 방탄복에서 스스로 열을 내 체온을 유지해 주는 발열 재킷에 이어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원피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접목된 ‘웨어러블 컴퓨팅(wearable computing)’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 3월 대구에서 열린 국제섬유박람회 때는 웨어러블 컴퓨터 패션 디자이너 오에 미즈코의 쇼가 눈길을 끌었다. 미즈코는 피아노 원피스와 함께 600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이용한 웨딩드레스, 로봇을 입는 옷을 무대에 등장시켜 충격을 안겨 줬다. 국내 연구도 활발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광통신을 가능케 해주는 섬유를 이용해 주머니에 든 MP3를 꺼내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손동작만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효과를 낼 수 있는 ‘핑거 모션 인식 시스템’ 연구도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아이언맨2’ 등에서 선보이는 기술이다. 또 얇은 천 한 장을 오디오 스피커로 활용할 수 있는 ‘직물형 오디오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디자이너 이명수는 헤드셋에서 나오는 레이저빔을 손바닥에 투영해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움직이는 ‘무선통합 컨트롤러’를 연구 중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LED 조명을 점퍼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첨단 소재 연구도 활발하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강도가 강철의 5~7배나 되는 ‘아라미드 섬유’. 방탄복과 방탄 헬멧에 제격이다. 벌목작업 현장에서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 옷을 입으면 거대한 전기톱마저 사람을 해칠 수 없다. 또 소방복에는 형상기억합금이 응용되고, 전도성 섬유를 써서 체온을 유지해 주는 발열 재킷도 있다. 에코 열풍에 힘입은 친환경 섬유도 관심거리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수현 작가, 인터넷에 글 “인생은.. 많이 응원해달라”

    김수현 작가, 인터넷에 글 “인생은.. 많이 응원해달라”

    SBS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수현 작가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글을 남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 작가는 지난 17일 디시인사이드의 ‘인생은 아름다워 갤러리’에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곳은) 재미있는 놀이터군요. 아지매에서 할매된지 오래됐으니 ‘땅파고 묻어라’소리만 붙어있지 않으면 할매라 소리도 상관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진 내용과 관련, “조공에 대해서는 부담가질 필요없어요. 트윗에서 조공 얘기한 친구에게 답글은 달았습니다만 그냥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천천히, 되는 대로 하세요.”라며 “‘인생은 아름다워’느긋하게들 즐겨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김 작가는 이어 디시인사이드를 훑어본 듯 “무르팍도사 합성사진 많이 웃었네요. 포테이토엉클도 첨 알았구요. 하하. 모쪼록 유쾌한 갤러리로 유지하시고 응원 많이 해주세요.”라고 마무리지었다. 한편 인기 드라마 작가인 김수현씨는 지난 22일 모 방송에서 대종상 시나리오상 수상을 거부했던 사실을 밝혀 화제를 낳고 있다. 사진=디시인사이드 서울신문NTN 김진욱 기자 actio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제주 첨단기술단지 준공 ‘다음’ 등 35개 기업 입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25일 제주시 아라동에 조성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준공식을 갖는다. 첨단과학기술단지는 JDC가 추진 중인 제주국제자유도시 6대 핵심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아라동 일대 부지 109만 8000㎡에 IT·BT 산업단지를 조성했다. 단지 주변에는 제주대, 제주산업정보대, 하이테크산업진흥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입주 기업은 재산세 5년간 면제를 비롯, 법인세 3년간 100%, 2년간 50% 감면 혜택을 받는다. 또 취득·등록세도 면제되고 고용 보조금도 지원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이 부여된다. 이 단지에는 현재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모두 35개 IT·BT관련 기업들이 입주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특히 외국 기업 중 최초로 중국의 태양광전지제조업체인 기가솔라에너지가 올해 단지 내 5만 3000㎡의 부지에 5000억원을 들여 태양광전지 부품생산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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