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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이 소문 많이 내는 과학적 이유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소문에 더 민감하고 이를 잘 퍼트리는 것에 관한 과학적인 이유가 밝혀졌다. 이는 여성이 연애 경쟁자 등 자신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이들을 상대할 때 소문을 내거나 험담을 하는 등 간접적인 공격 전략을 취하기 때문이라고 연구를 이끈 트레이시 베일런코트 박사는 설명한다. 캐나다 오타와대학 심리학과 교수이기도 한 베일런코트 박사가 이끈 최근 연구에 따르면 15세 소녀 52%가 이러한 간접적 공격을 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같은 나이 소년 대부분은 직접적 공격을 취했으며 20% 만이 이런 간접 공격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차이는 여성이 추후 아이를 낳는 등 신체적 요건으로 남성보다 자신의 신체를 보호하는 데 더 신경 써야하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말하고 있다. 또한 이런 여성의 간접 공격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고,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나타난다고 한다. 참고로 직장에서 동성으로부터 간접 공격을 가장 받기 쉬운 유형은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한다. 베일런코트 박사는 “여성은 자신보다 쉽게 이성과 사귈 수 있는 동성을 험담한다”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몇몇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진이 시행한 실험에서도 여성은 얌전하게 옷을 입은 여성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는 의상을 입은 여성에 대해 더 많은 험담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회 철학회보 B’의 28일 자로 게재됐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공기업 인사 속도내고 지역편중 해소하길

    박근혜 대통령이 공석이던 감사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 등 주요 보직의 후보자를 지명했다. 내친김에 늦어도 너무 늦어진 공기업 수장들의 인사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4곳 가운데 1곳이 사실상 수장 공백인 지금의 상황은 극히 비정상적이다. 박 대통령이 자주 강조하는 대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후임 수장을 뽑지 못한 주요 공기업만 해도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투자공사, 자산관리공사, 기술보증기금 등 30곳이 넘는다. 일부 공기업 수장들 사이에서는 “현 정부 덕분에 수억 공돈이 생겼다”는 말까지 주고받는다고 한다. 인사 지연으로 자리 보전만 하고 있는 데도 적게는 몇 달, 많게는 1년치 월급이 들어와 표정관리 중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공기업 인선은 속도가 붙는 듯하다가도 번번이 제동이 걸리거나 가뭄에 콩 나듯 한두 군데 하는 선에서 그쳤다. 가까스로 공모 절차가 재개된 공기업도 좀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도로공사의 경우 임원추천위원회가 4명의 후보를 기획재정부에 추천했지만 재공모가 진행 중이다. 이쯤 되니 “청와대가 원하는 특정인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다시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공기업 부채는 이미 500조원을 넘어섰다. 일부 공기업은 공공요금을 올려 적자를 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요금 인상에 앞서 비용 절감 등 고강도 자구노력과 경영 쇄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수장 없는 공기업에 이를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속도 못지않게 특정 지역 편중 해소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4대 권력기관 고위직의 41%가 영남 출신이다.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것은 현 정부도 잘 안다. 오죽했으면 올 초 검찰총장에 채동욱씨를 지명하면서 “선산이 전북 군산에 있으니 호남 사람”이라는 코미디 같은 설명을 덧붙였겠는가. 인사 대탕평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한 청와대의 자괴감이 빚어낸 견강부회였을 것이다. 국민통합을 바란다면 국정철학 공유와 전문성 외에 지역 안배도 고려해 PK(부산경남) 독식론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 그래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파다한 판에 공기업 인선에서도 이런 잡음이 나와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속도를 핑계로 정권 창출 공신들을 무더기로 내려보내려 하지 말고 탕평 인사에 더 신경 쓰기 바란다.
  • 비키니 선발대회? 요지경속 中 ‘백만장자 맞선’ 현장

    비키니 선발대회? 요지경속 中 ‘백만장자 맞선’ 현장

    일부 중국 여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품게 했던 ‘백만장자의 공개구혼’이 사실상 참가 여성들을 속이려는 ‘쇼’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이런 쇼는 오히려 백만장자들을 ‘낚기 위한’ 사기임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는 수시로 백만장자의 ‘공개 구혼’ 이벤트가 열리는데, 이러한 행사는 재산이 많고 학력이 높은 남성 1인이 신부를 찾기 위해 열기도 하고, 때로는 백만장자가 단체로 참석해 여성들을 평가한 뒤 짝을 짓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 관영 CCTV의 보도에 따르면 백만장자 공개맞선행사의 상당수는 재력가와 결혼하기 위한 여성 참가자들의 돈을 노린 사기행각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4월 베이징과 상하이 등 4개 도시에서 동시에 열린 ‘백만장자 공개 맞선 장’은 재력이 뛰어난 남성과 결혼하려는 여성 참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현장에는 연예인을 연상케 하는 뛰어난 외모의 여성부터 딸의 손을 이끌고 나온 부모까지 각양각색의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첫 번째 ‘관문’으로 성형외과 전문의의 심사를 거치는데, 이 전문의들은 참가 여성이 현대의학의 힘을 빌린 ‘인공미인’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한다. 두 번째 관문은 손금과 관상으로 운명을 예측하는 철학자다. 여기에 성격을 판가름 하는 심리학자와 건강상태 전반을 살피는 의사까지 등장했다. 여성들은 비키니를 입고 몸매를 뽐내는 등 웃지 못할 관문들을 거쳐야 ‘주인공’인 재력가와 단독으로 면담에 들어갈 수 있다. 지난 7월 중국 국가공상총국이 이러한 행사를 조사한 결과, 위와 비슷한 행사를 주최한 조직은 자신들이 광저우에서 불법으로 운영하는 ‘중국미혼기업가클럽’이었다. 이들은 공개 구혼 행사를 통해 클럽에 가입된 백만장자와 여성들의 ‘다리’역할을 자처하고 나섰지만, 실제 재력가라 불릴 만한 회원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들은 연계조직을 통해 불법으로 돈을 갈취했다. 이른바 ‘학원’이라 불리는 곳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재력가와 결혼할 수 있는 소양을 쌓게 가르쳐준다’며 홍보를 해 왔다. 이들은 여성들에게 학원비 수 천 위안에서 많게는 수 만 위안까지 받은 뒤 재력가의 아내로서 갖춰야할 자세와 교양 등을 가르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런민대학교의 양쥐화 교수는 “재물욕심이 사람의 마음과 정신력, 판단력 등을 모두 흐리게 해서 속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지에서는 물질주의에 사로잡힌 여성들과 이를 이용하는 불법 업자 등에게 모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화보] 허가윤, “맞춤형 패션으로 나라별 해외팬 공략”

    [화보] 허가윤, “맞춤형 패션으로 나라별 해외팬 공략”

    아이돌 대표 패셔니스타인 포미닛의 허가윤이 패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최근 SBS E! <서인영의 스타뷰티쇼> 녹화에 허가윤이 공항 방문 전날은 패션에 대한 고민때문에 밤을 샌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허가윤은 한 번 입었던 패션 아이템은 절대 다시 입지 않으며, 최대한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하는 자신의 공항 패션 철학을 전했다. 평소 허가윤은 패션 감각을 키우기 위해 해외 패션 블로그를 자주 염탐한다고 전했다. 패션 잡지 또한 챙겨보지만 이는 유행 아이템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싼 명품이나 협찬품보다는 ‘나만의 아이템’으로 색깔 있는 패션블로거를 선호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나라별 맞춤형 스타일링으로 해외팬들을 공략한다고 밝혔다. 정열의 나라 브라질에서는 ‘올레드 정장패션’과 ‘블랙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파격적인 콘셉트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반면 작고 귀여운 여성들이 많은 필리핀이나 태국을 방문할 때는 최대한 말라보이도록 타이트한 의상에 러블리 메이크업을 즐긴다고 전했다. 허가윤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나라는 단연컨대 우리나라다. 걸그룹끼리 경쟁이 치열하다”며 콘셉트를 정할 때 다른 팀이 안 했던 것이 제 1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허가윤의 패션뷰티팁은 <스타뷰티쇼 시즌3>는 10월 29일 밤 9시 SBS Plus, 밤 11시 SBS E!, SBS MTV에서 공개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朴대통령, 검찰총장 후보 김진태 전 대검 차장 지명(종합)

    朴대통령, 검찰총장 후보 김진태 전 대검 차장 지명(종합)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새 검찰총장 후보에 김진태(61.사법연수원 14기.경남 사천) 전 대검차장을 지명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검찰조직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현재 현안이 되고있는 사건들을 공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마무리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 오늘 새 총장 내정자에 김 전 대검차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 수석은 “김 내정자는 총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서울고검장 등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며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고,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내 신망이 두터운 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전직 대통령 아들 사건, 한보비리 사건 등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었던 사건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한 분으로 검찰 총장의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지명에 앞서 황교안 법무장관은 지난 25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추천한 4명을 대상으로 국정철학 공유, 조직내 신망과 장악력, 도덕성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김 전 대검차장을 낙점, 박 대통에게 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는 이르면 11월 둘째주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게되며,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박 대통령이 김 전 차장을 검찰총장 후보에 지명한 것은 ‘혼외자 논란’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불명예퇴진한 이래 국가정보원 수사에 따른 검찰내분 등의 혼란을 추스르고 검찰조직을 정상화하는데 그가 최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한보비리 사건 등을 수사한 검찰내 대표적 특수통 검사다. 특히 4명의 후보 중 가장 연장자이며 사법연수원 기수도 가장 높아 검찰을 장악하면서 ‘검란’ 사태에 이른 조직안정을 꾀할 수 있는 인물로 청와대가 판단했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특히 김 전 차장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아끼는 인사로 알려지는 등 청와대와의 호흡, 즉 국정철학의 공유라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땄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벵거는 어떻게 슈제츠니를 ‘야신 모드’로 만들었는가?

    벵거는 어떻게 슈제츠니를 ‘야신 모드’로 만들었는가?

    “우리는 슈퍼스타를 사지 않는다. 우리는 슈퍼스타를 만들어 낸다” 위 문구는 축구계에 널리 알려진 벵거 감독의 명언 중 하나다. 선수가 부진할 때마다 그를 내보내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기 보다는, 이미 데리고 있는 선수를 끝까지 믿고 그에게서 최고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벵거 감독의 스타일이다. 지난 몇 시즌 팬들의 원성을 샀으나 벵거 감독의 끝없는 신뢰 속에 이번 시즌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한 아론 램지가 그 가장 정확한 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한 적도 없지 않지만, 벵거 감독은 자기 철학으로 이번 시즌 또 하나의 선수를 최고 수준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그 주인공은 26일 경기에서 아스날에 승점 3점을 안긴 슈제츠니 골키퍼다. 26일 열린 아스날 대 크리스탈팰리스 경기에서 아스날이 승점 3점을 가져가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선수는 다름 아닌 ‘야신 모드’의 슈제츠니였다. 최근 좋은 선방과 더불어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슈제츠니는 이날도 아르테타의 부상 이후 터진 크리스탈 팰리스의 골과 다름 없는 슈팅을 막아내며 아스날이 선두를 수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활약 속에 그는 다시 한 번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지난 시즌 후반기와 이번 시즌 개막 시점을 생각해보면, 이는 놀라운 반전이다. 지난 시즌에는 부진을 거듭하다 결국 No.2 골키퍼인 파비안스키에게 주전자리를 내줬으며, 이번 시즌에는 첫 경기부터 ‘예능’ 골키핑을 반복하며 아스날 팬들에게 “제발 골키퍼 좀 사라”는 구호를 외치게 했던 슈제츠니다. 당연하게도 여름 이적시장 내내 아스날은 골키퍼와 이적설에 연루되었으며, 결국 이탈리아 출신 골키퍼 비비아노를 임대해왔다. ‘한 때 반짝’했던 유망주 키퍼로 사라지는 가 싶었던 슈제츠니를 다시 한 번 EPL 최정상급 골키퍼로 주목 받게 만든 이는 두말 할 것도 없이 벵거 감독이다. 벵거 감독은 모든 이들이 한 때 ‘제 2의 부폰’이라 불렸던 비비아노를 선발로 기용하고 슈제츠니는 팔려가거나, 벤치 옵션이 될 것이라 예상했을 때 의혹을 불식시키며 “슈제츠니가 No. 1 골키퍼이며, 비비아노는 그의 백업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슈제츠니에게 다시 한 번 믿음을 실어줬다. 아스날은 최근 영국 유망주 골키퍼인 맷 메이시 영입해도 성공했는데, 비비아노를 임대하고 유망주 키퍼를 데려오며 슈제츠니에게 부진할 때는 언제든 다른 선수가 슈제츠니를 대체할 수 있다는 ‘채찍’을 주는 동시에, 그가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도 공식석상에서 “우리 팀의 No.1 키퍼는 슈제츠니다”라며 신뢰를 보이며 ‘당근’을 주고 있는 것이다. 벵거 감독의 ‘당근과 채찍’ 전략은 정확히 들어맞고 있다. 비록 비비아노는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며 “왜 영입된 것인가”하는 의문을 낳고 있지만, 한층 강해진 팀 내 경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벵거 감독의 신임 덕분에 슈제츠니는 자신이 “어쩌면 최고의 키퍼가 될 수도 있다”고 인정받던 그 시절의 모습을 연이어 보여주며 다시 한 번 팬들에게 “슈제츠니는 한 번 믿고 키워볼만한 키퍼”라는 믿음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과거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헤어드라이식의 강력한 벤치장악으로 유명했다면, 선수들이 언론과 팬들의 비판에 시달릴 때 이를 끝까지 믿어주고 그들에게서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는 데에는 벵거 감독을 따를 자가 없다. 슈제츠니가 과연 벵거 감독과 팬들의 믿음에 보답하고 아스날의 고질적인 골키퍼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벵거 감독의 또 다른 실패작이 되어 팀을 떠나게 될지를 지켜보는 것은 벵거 감독과 아스날의 행보를 지켜보는 또 다른 흥미거리다. 이성모 스포츠 통신원 London_2015@naver.com
  • 이성의 아버지 데카르트의 유골을 찾아라

    이성의 아버지 데카르트의 유골을 찾아라

    [데카르트의 사라진 유골] 러셀 쇼토 지음/강경이 옮김/옥당/392쪽/2만 2000원 ‘코기토’(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그 유명한 명제를 남긴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1596~1650). ‘유럽 철학이 플라톤에 대한 각주라면, 근대 유럽 철학은 데카르트에 대한 각주’라는 말 그대로 데카르트는 흔히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간주한다.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였고 17세기 근대과학의 등장이며 18세기 계몽주의, 19세기 산업혁명, 20세기 컴퓨터와 21세기 뇌과학에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연결된다는 그는 사후 관 뚜껑이 세 번이나 열리고 유골이 곳곳에 흩어지는 수난을 당했다. 왜 그런 고초를 겪어야 했을까. ‘데카르트의 사라진 유골’은 데카르트의 유골이 도난당하고 여러 차례 옮겨지는 과정을 추적한 탐정소설 분위기의 책이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매거진’ 칼럼니스트이자 암스테르담의 존 애덤스 연구원장. 탐정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분석해 문제를 풀어내듯 1인칭 화법으로 사후 데카르트의 수난을 파헤쳐 그의 삶과 사상을 재구성해 내는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데카르트에 관해 가장 긍정적인 평가는 ‘개인의 이성을 깨우고 학문의 진리를 이성으로 탐구하기 위해 애썼던 위대한 철학자’이다. 미신과 신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인류로의 첫발을 내디딘 선각자였다고 할까. 인간의 합리적인 이성의 힘을 주창하고 세웠던 만큼 왕과 교회의 절대적 힘에 편승한 당대 많은 세력들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옹호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함께 받았을 것이다. 책의 큰 흐름은 역시 데카르트의 사후 수난의 재구성이다. 이국 땅 스웨덴에서 숨을 거둔 지 16년 후 스웨덴 주재 프랑스 대사가 유골을 몰래 파내 프랑스로 옮겼고 유골이 안치된 파리 생트 주네비에브 성당이 혁명정부에 몰수될 위기에 처하면서 프랑스유물박물관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그 뒤 프랑스 혁명에 공헌한 위인들을 팡테옹(국립묘지)에 모셔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생제르맹 데 프레성당으로 다시 옮겨지기에 이른다. 책의 특장은 단지 데카르트 유골의 수난 과정 찾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데카르트의 유골을 추적하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서양 근대사를 장식한 굵직굵직한 명장면과 인물들을 자연스레 만나게 된다. 계몽주의자들의 비밀모임이며 프랑스혁명 절정기의 파리, 프랑스 아카데미데시앙스의 학회실, 초창기 인류학회의 현장들이 실감 나게 소개된다. 결국 사후 데카르트의 수난사는 유골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지성의 각축전이자 근대 철학·과학의 발전사였음을 보여주는 저자는 책에 이렇게 적고 있다. “데카르트의 철학은 공기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상식을 의심하라, 온도계라도

    상식을 의심하라, 온도계라도

    [온도계의 철학] 장하석 지음/오철수 옮김/동아시아/544쪽/2만 7000원 온도계는 열에너지를 측정하는 도구다. 물의 어는점(0℃)과 끓는점(100℃) 사이를 100 등분해 온도를 잰다. 미국 등에서는 물의 어는점(32℉)과 끓는점(212℉)을 180 등분한 화씨온도계를 쓴다. 온도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의 기온을 온도계에 표시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같다. 지금이야 당연시되는 명제이지만, 0도와 100도가 온도계의 고정점이 되기까지는 20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이 끓는점과 어는점 같은 온도계의 고정점을 확정하기 위해 분투를 벌였고, 온도계에 적절한 개수의 눈금을 그려 넣기 위해 한 세기 넘게 논쟁과 실험을 거쳤다. ‘온도계의 철학’도 비슷하다. 저자는 ‘온도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온도를 어떻게 정확하게 잴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뒤 그 답을 찾기 위해 꼬박 10년을 쏟아부었다. 그 결실이 바로 이 책이다. 온도계가 없던 시절에 어떻게 온도를 측정했고, 온도에 대한 개념을 만들었으며, 온도계를 발명했는가 등 온도 측정 역사의 발전 과정을 짚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책이 ‘상보적 과학’을 보여 주는 사례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보적 과학은 ‘역사와 철학 연구를 통해서 과학지식에 기여하는 학문’이다. 현대의 전문가적 과학에서 벗어난 과학적 물음을 던진 뒤 이를 확인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반인의 과학 지식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방식은 “상식이 된 과학의 기초 진리를 우리는 왜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가”라고 묻는 거다. 종교에선 보지 않고 믿어야 ‘진복자’다. 과학은 다르다. 진리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과연 진리인 건지, 허점은 없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또 증명해야 한다. 저자가 그 복잡한 과정, 그러니까 측정이 과학의 진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설명하기 위한 단초로 삼은 게 바로 온도계다. 온도계의 발명은 과학의 발달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열을 측정하기 위한 노력 덕에 18세기 이후 각종 열 관련 연구들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2004년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를 통해 영어로 출간됐다. 그해 과학철학 부문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러커토시상’을 받았다. 이듬해엔 영국 과학사학회가 과학사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저술가에게 주는 ‘이반 슬레이드상’도 받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의 베스트셀러로 친숙한 같은 학교 장하준 교수가 그의 친형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원칙주의’ 법관 황찬현 감사원장 내정

    ‘원칙주의’ 법관 황찬현 감사원장 내정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두 달 가까이 공석 중인 감사원장 후보에 황찬현(60)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지명했다.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연금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문형표(57)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는 김종(52) 한양대 문화예술대학장을 각각 내정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인선 내용을 발표하면서 “황 감사원장 후보자는 신망과 존경을 받는 강직한 법관”이라며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굿모닝시티 사기 분양 사건, 대우그룹 부실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했다는 평을 받았던 분으로 감사원장의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또 문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복지부 국민연금 심사 심의위원과 한국사회보장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KDI에서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으로 있는, 연금 및 복지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26일 ‘외압 논란’ 속에서 사퇴한 양건 전 감사원장의 후임으로 발탁된 황 후보자는 헌법에 보장된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며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뒷받침하는 임무를 부여받게 됐다. 황 후보자와 문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취임하게 된다. 특히 황 후보자는 국회의 임명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軍 장군 인사 단행’ 합참차장에 김현집…朴대통령 동생 박지만 육사 동기 대거 포진

    정부가 25일 중장급 이하 장군 인사를 단행했다. 군 창설 이래 최초의 해군 출신 합참의장이 탄생함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는 그동안 해·공군 몫이었던 합참차장에 육군 김현집(56·육사 36기) 중장이 임명됐다. 또 기무사령관에 이재수(55·육사 37기) 중장이 임명됐다. 장경욱 기무사령관이 지난 4월에 임명된 것에 비하면 이번 기무사령관 교체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재수 신임 기무사령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서울 중앙고, 육사 동기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장경욱 기무사령관은 진급이 되지 않아 올해 말 전역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전사령관에는 전인범(55·육사 37기), 수방사령관에 김용현(54·육사 38기) 소장이 각각 중장으로 진급해 새로 임명됐다. 육군 인사사령관에는 모종화(육사 36기) 중장이 임명됐다. 이밖에 신원식(육사 37기) 현 수방사령관이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김종배(육사 36기), 조보근(육사 37기) 소장은 각각 임기제 중장으로 진급해 교육사령관, 국방정보본부장에 보임됐다.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의 육사 동기인 37기가 기무사령관 등 군의 핵심 요직에 두루 포진한 것이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해군에서는 엄현성(해사 35기), 이기식(해사 35기) 소장이 중장으로 진급해 참모장과 해사교장으로 각각 임명됐다. 육군에서는 나상웅(3사 16기) 소장이 중장으로 진급해 군단장에 진출했다. 북한군 노크귀순으로 책임을 졌던 엄기학(육사 37기) 소장은 중장 진급과 함께 군단장에 임명됐다. 또 육사 41기인 이석구·김일수 준장 등 7명이 소장으로 진급해 사단장에 보임됐다. 육사 41기는 이번에 처음으로 사단장으로 진출했다. 박철균(육사 42기) 대령 등 58명은 준장으로 진급했다. 이번에 육사 38기와 41기가 최초로 각각 군단장과 사단장에 진출하게 됐다. 해군에서는 박성배(해사 38기) 준장 등 3명이 소장으로 진급, 함대사령관 등에 보임됐고, 해병대는 황우현(해사 37기) 준장이 소장으로 진급해 사단장으로 진출한다. 해군 준장 진급자는 김종삼(해사41기) 대령 등 11명이다. 해사 41기는 이번에 처음으로 별을 달았다. 공군은 신재현(공사 31기) 준장이 소장으로, 공평원(공사 33기) 대령 등 15명이 준장으로 진급했다. 여군에서는 간호병과인 최경혜(간호사관 22기) 대령이 준장으로 진급했다. 국방부는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면서 국가관과 안보관이 투철하고 통합작전 수행 능력과 덕망, 통솔력을 고루 갖춘 우수자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야금 옆에 놓인 논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가야금 옆에 놓인 논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나는 이 문장의 묘미가 강요하지 않는 여유로운 태도에 있다고 본다. 마지막에 ‘기쁘다’라고 단정하지 않고,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듣는 이의 의견을 묻는 형식을 취한 것은 참으로 민주적인 화법이라 하겠다. 얼마나 여유롭고 부드러운 물음인가!’(39~40쪽) 가야금 명인 황병기(77)는 외출할 때마다 늘 논어 명언집을 품고 다닌다. 자신이 가려 뽑은 100문장을 직접 A4 용지에 타자를 쳐서 만든 ‘핸드메이드 책’이다.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또 읽기 위해서다. 요즘 젊은이들이 스마트폰과 놀 때 그는 ‘논어’와 노는 셈이다. 그에게 논어는 ‘칡뿌리처럼 씹을수록 맛이 나고 재미가 솟는’ 경외의 대상이다. 그의 지극한 논어 사랑이 책으로 엮였다. 여러 번역본으로 논어를 읽고 또 읽어 온 그가 풀어쓴 논어 해설 에세이집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논어 백가락’(풀빛)이다. 그는 직접 뽑은 논어 100구절의 의미를 개인적 경험과 음악, 인생에 대한 철학 등을 넉넉히 녹여 입말처럼 술술 풀어낸다. 논어의 ‘발분망식’(發憤忘食)을 설명하기 위해 1999년 대장암 수술 투병기를 꺼내 놓는 식이다. 당시 병원에 입원해 수술받은 게 처음이었다는 그는 “죽음에 직면하며 비참한 지경에 달하니까 역으로 소녀처럼 아름다운 가야금곡을 작곡하고 싶은 발분망식의 충동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이후 그는 3주 만에 퇴원해 바로 가야금 독주곡 ‘시계탑’을 완성했다. 그해 3월에는 수술 후유증으로 기저귀를 차고 연주회를 잇따라 열었다. 죽음을 앞두고 더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웠던 당시를 떠올리며 그는 말한다. “이때 ‘논어’의 발분망식을 경험한 것 같다.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사람이 발분하면 오히려 더 뛰어난 정신활동을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최고의 장인은 힘을 최소한으로 들여서 일한다는데, 황병기 선생은 공자님의 ‘논어’에서조차 힘을 슬쩍 빼 버리는 진경을 보여 준다”고 평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대문구는 ‘평강공주’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 삶을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가장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 사는 것)라고 표현했다. 서대문구는 오는 31일 오후 2시 구청 대회의실에서 ‘에우다이모니아를 꿈꾸는 평생학습도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행복한 삶을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정책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실제로 구는 교육정책에서 지역공동체의 몫을 강조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이날 포럼은 평생교육 전문가와 일반 주민이 함께 학습을 통한 좋은 삶, 행복한 삶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역공동체 평생학습운동’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한다. 성공회대 김민웅·상지대 최돈민 교수와 한국직업능력개발연구원 김미숙 선임연구위원, 우수학습동아리 정성순 회장이 종합토론을 벌인다. 질의응답 시간도 갖는다. 구는 행복한 초·중학교 생활을 돕는 사업도 추진한다. 학생에게 교과목 위주의 성적 경쟁에서 벗어나 배우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구는 ▲학생들의 인성 함양과 진로적성 계발을 위한 프로그램 ▲학교폭력과 성폭력 예방, 다문화 이해 등 복리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학부모특강 등 학교와 연계해 진행할 수 있는 연극, 공예, 음악치료 등 교육 프로그램을 공모한다. 교과목 수업은 제외된다. 교육 기간은 다음 달부터 내년 2월까지다. 방과 후 시간이나 주말, 겨울방학 등에 운영할 예정이다. 아동청소년 프로그램 관련 수행 경험이 있는 서울시 소재 개인(사업자등록자), 법인, 대학을 포함한 기관 및 단체 등이 응모할 수 있다. 문석진 구청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앞으로도 평생학습 등 행복한 생활을 거드는 교육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사설] 국감장서 “미치겠다” 연발한 국책연구기관장

    그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한 편의 황당한 코미디가 펼쳐졌다. 주인공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안세영 이사장이었다. 취임 나흘째였던 만큼 업무파악이 미진한 것은 이해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술자리에서나 있을 법한 그의 답변 태도에서 예의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역사왜곡과 학문탄압을 걱정하는 지식인 모임’의 성명서에 서명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하도 서명한 게 많아서 기억이 잘 안 난다”면서 “미치겠네”를 연발했다. “공직자로 민간기업 및 공기업의 사외이사를 현재도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도 “외부활동을 벌여놓은 게 많은데 사외이사는 약과이고 연구회 포럼, 외국학자회까지 있는데 체력적으로 못 견딜 것 같다”며 질문의 취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23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평가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기관이다. 평가와 예산을 쥐고 있으니 한국개발연구원과 산업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국토연구원, 통일연구원 같은 내로라하는 연구기관도 연구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국무조정실의 감사 결과를 보면 운영 실태는 그야말로 엉망이다. 이사장의 소득세를 신고하지 않는 등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무시했고, 검사역을 선정할 때 감사와 사전협의해야 한다는 감사직무 규정을 위반했다. 또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경력 부풀리기가 드러났는가 하면 연구비와 해외 출장비를 지나치게 편성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렇듯 심각한 모럴해저드 탓에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온 책임자의 자세가 여당 의원들조차 참지 못하고 줄지어 질책할 정도였으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 안 이사장은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뉴라이트 정책위원회 위원장 출신이다. 야당 의원들로부터 공세의 표적이 된 것도 전력(前歷)과 무관치 않다. 그럴수록 국정철학을 공유했는지는 몰라도 임명되자마자 자질 논란부터 불거지는 인물이라면 정부 운영에 부담만 안길 뿐이다. 무엇보다 국정감사장을 희화화한 행태는 국회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청와대는 인사가 만사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 다시 읽는 키르케고르의 ‘실존 철학’

    다시 읽는 키르케고르의 ‘실존 철학’

    실존철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덴마크 사상가 쇠렌 키르케고르(1813~1855). 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의 이름과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현대의 사상가들 중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하이데거, 야스퍼스, 칼 바르트 등 여러 철학자들에게 ‘실존’이라는 화두를 고민하게 한 철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키에르케고어학회’(회장 황종환)는 올해 키르케고르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다음 달 2일 서울 홍익대에서 학술 심포지엄을 연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키르케고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버지의 권유로 코펜하겐대학 신학과에 입학했다. 초기에는 학업을 게을리 했지만 아버지와 스승인 묄러 교수가 세상을 떠나자 큰 충격을 받고 신학과 철학 학업에 매진한다. 1837년 즈음 그는 스스로 ‘대지진’이라고 부른 심각한 체험, 즉 ‘죄의식의 자각’을 통해 인생을 보는 눈과 기독교를 보는 눈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변화를 겪는다. 1841년 독일 베를린으로 간 그는 ‘신화와 계시의 철학’이라는 셸링의 강의에 참석해 감명받았으며 이듬해 코펜하겐으로 돌아와 반(反)헤겔주의적 저술 및 라이프니츠, 데카르트,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에 관심을 기울였다. 1843년 5월 그의 대표작이자 실존주의 철학의 탄생을 알리는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시작으로 실존의 영역들을 다룬 ‘반복’ ‘공포와 전율’ 등을 발표하다가 1855년 숨졌다. 국내에도 ‘죽음에 이르는 병’을 비롯해 키르케고르의 저서 대다수가 번역 소개돼 있다. 이번 학술 심포지엄에는 학회장인 황종환 한남대 교수를 비롯해 고광필 광신대 교수, 하선규 홍익대 교수, 홍경실 고려대 철학과 박사, 이승구 협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등이 발제자로 나선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문화단신]

    한국학중앙硏 24일 국제학술대회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오는 24~25일 ‘북미 지역의 한국학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한국학연구소장인 박경애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의 존 덩컨 교수, 하와이대의 이상협 교수 등 북미 지역 한국학센터소장을 비롯해 문학과 철학, 한국어 교육, 인류학, 여성학, 역사학 등 각 분야의 중견 학자들이 모여 미주 지역의 분야별 한국학 연구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발표한다. 퇴계·주자학 전승·발전방안 모색 한국국학진흥원은 22~23일 경북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퇴계학·주자학과 지역문화’를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연다. 이번 행사는 퇴계학의 본향 안동과 주자학의 발상지 중국 무이산 지역이 2010년부터 진행해 온 학술 교류의 네 번째 기획으로, 퇴계와 주자가 만들었던 인문적 가치와 문화를 현재 어떻게 전승,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자리다. 24일에는 퇴계의 일생을 돌아보는 답사 일정이 마련된다. 역사박물관 ‘근현대사 자료’ 展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다음 달 17일까지 기증 특별전 ‘아름다운 공유’를 연다. 2010년부터 지난 3년간 147명이 기증한 근현대사 자료 1만 2000여점 가운데 20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박물관 개관 이후 첫 기증전인 이 자리에서는 고종의 칙명(1902), 5·10 총선 관련자에게 수여한 감사장(1948), 새마을운동 교본(1973), 6·29선언 기념 보자기(1987), 상장과 통지표 등의 자료를 볼 수 있다.
  • [김일수 樂山樂水] 무엇이 참된 국민행복일까

    [김일수 樂山樂水] 무엇이 참된 국민행복일까

    낙엽 떨어지는 오솔길이 아니라도 좋다. 이 무렵 맑은 하늘과 마주하는 어느 곳에서나 일상인도 철학자가 될 수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삶이란 무엇이며, 개인과 공동체의 삶은 또 뭔가. 행복한 삶, 행복한 죽음에서처럼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개인 또는 가족의 행복을 넘어 사회공동체의 행복은 무엇이며, 우리 시대의 목소리가 된 국민행복은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국정감사장은 행복한지 모르겠다. 또 기업들은 추수하는 들녘처럼 행복한가.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에서, 근로자들은 일터에서, 군경은 그들의 임무에서 행복한가. 한때 갈등이 고조됐던 지역들은 지금 행복한가. 보통사람들이라면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하긴 힘들어도 그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행복을 꿈꾸며 살아 온 일상에서 누적된 경험들을 통해서일 것이다. 간혹 천신만고 끝에 바라던 꿈이 이뤄졌을 때 행복을 얘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나 첫아이를 가슴에 품은 한 부부가 큰 행복에 겨워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류의 행복은 갈증을 추겨 주는 한 모금의 물과 같아서, 지나고 나면 또 다른 목마름이 찾아온다. 인생의 행복은 흔히 부귀영화, 건강, 성취욕에 연계된 것들이지만 어느 하나 장구한 것 없으니 그것을 잡으려는 치열한 생존경쟁이란 실로 바람을 잡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추구는 포기할 수 없는 인권의 핵심이요, 기본권 중 기본권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국가나 사회공동체라면 그 구성원들의 행복한 꿈 실현에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옳다. 문제는 무엇이 참된 행복이며, 그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오늘날 국민행복과 관련된 정책들은 주로 의식주와 건강 등 삶의 외부적 조건과 연관된 것들이다. 그것은 기껏 삶의 부피와 양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행복은 삶의 질과 직결된 것들이다. 물론 물질문명과 소비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은 이 삶의 질조차 양적 크기로만 저울질하는 데 길들여 있다. 그러나 참된 삶의 질은 삶의 뿌리와 내면, 인간 심성의 속살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눈먼 소비주의는 알지 못한다. 근원적으로 인격의 정신적 즐거움은 선을 사모하는 마음, 진리를 기뻐하는 정신,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열정, 거룩함을 닮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삶의 공동체가 죄악으로 무너지고, 불의 때문에 파괴되며, 추함으로 갈등하고 더러움으로 타락할 때 실로 우리는 행복의 문 저밖에 버려진 셈이다. 물론 사회구조는 상당한 자생력과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통과 윤리, 법제도와 보이지 않는 질서들까지도 우리네 삶을 고비마다 추슬러 주기 때문이다. 국가나 사회공동체의 틀은 어느 정도의 불법이나 일탈을 견딜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행복을 갉아 먹는 불의나 갈등이 범람하면 비록 우리네 국가적·사회적 삶 자체가 해체되는 건 아닐지라도 그 삶의 질은 형편없이 피폐해 버린다는 점이다. 만약 선과 진리, 미와 성결에 대한 각자의 의지와 상호 간의 신뢰가 약화하면 사회적 갈등과 불신은 깊어지고, 공동체적 삶은 온전함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행복은 표면적으로 공표되는 통계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공동체 구성원 각자의 삶의 질과 그에 대한 현실적인 체감의 문제이다. 더 나아가 지금은 비록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라’처럼 우리네 삶의 긍정적 미래전망에 대한 기대와 신뢰, 그리고 사랑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구체적인 신뢰와 사랑이 없다면 국민행복은 정치적인 신기루에 불과하다. 광야 같은 세상을 지나는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 시공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오아시스이지, 결코 바람을 잡는 것 같은 추상적 유토피아가 아니다.
  • 단테의 ‘신곡’ 국립극장서 연극으로 재탄생

    단테의 ‘신곡’ 국립극장서 연극으로 재탄생

    이탈리아 시인 단테의 대서사시 ‘신곡’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연극으로 재탄생한다. 국립극장이 ‘국가 브랜드 공연’ 프로젝트로 1년여에 걸쳐 준비한 작품이다. 연출가 한태숙과 고연옥 작가, 배우 박정자와 정동환, 지현준 등이 뭉쳐 단테가 인류에 던진 인간에 대한 화두를 무대 위에 구현한다. 단테의 ‘신곡’은 35세의 단테가 지옥과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은 100편의 시, 1만 4233행으로 구성돼 있다. 평생을 사랑한 여인 베아트리체가 있는 천국으로 가기 위해 그는 죄를 지은 이들이 고통받는 참혹한 지옥, 참회를 통해 천국에 가려는 이들이 기약 없는 인내의 나날을 보내는 연옥을 거쳐간다. 인간의 한계를 목도하고 두려움과 연민, 공포를 느끼지만 결국 처절한 자기 인식의 고통과 구원의 희망을 품고 천국으로 향한다. 7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세계적인 고전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출가 한태숙은 ‘레이디 맥베스’,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등을 통해 고전과 현대가 맞닿는 지점을 강렬한 미장센으로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고연옥 작가는 ‘인류 최초의 키스’, ‘내 이름은 강’ 등을 발표했으며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로 이름나 있다. 고 작가는 “원작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기보다 원작에서 느껴지는 모호함과 혼돈의 날것을 그대로 보여줘 고전이 갖는 보편성의 무게를 더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작에 비해 지옥의 비중을 늘려 지옥의 천태만상을 극적으로 그릴 예정이다. 또 오케스트라와 국악기, 조명과 영상, 마임 등이 결합된 총체극으로 지옥과 연옥을 빚어낸다. 주인공 단테는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는 배우 지현준이 맡았다. 지난해 더 뮤지컬어워즈 남우신인상을 받았으며 지난 5월에는 1인 35역을 소화하는 모노드라마 ‘나는 나의 아내다’로 호평받았다. 극중 단테와 35세 동갑내기인 그는 “삶에 대한 고민의 해답을 찾지 못하던 시점에서 만난 작품으로, 나에게 한 걸음 나아가는 힘을 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를 여정의 길로 안내하는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연기 인생 44년차의 정동환이 연기한다. 금지된 사랑을 욕망하다 지옥의 고통으로 빠져든 여인 프란체스카는 연극계의 대배우 박정자가, 베아트리체는 최근 창극 ‘메디아’에서 호평받은 정은혜가 각각 맡았다. 다음 달 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원. (02)2280-4114~6.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해피투게더 2014’ 김샘학원 사업설명회 성황

    ‘해피투게더 2014’ 김샘학원 사업설명회 성황

    지난 상반기 학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국의 학원장들에게 ‘힐링’의 메시지를 전하며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김샘학원의 사업설명회가 이번 하반기에도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김샘학원은 10월 11일 창원을 시작으로 하반기 전국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 6개 도시에서 참가자들의 열성적인 지지 속에 성공적인 사업설명회를 개최했으며, 22일 울산지역 사업설명회를 마지막으로 하반기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힐링’이 컨셉이었던 상반기 사업설명회에 이어 하반기 사업설명회는 ‘해피투게더 2014’라는 컨셉을 전면에 내세우며, 김샘학원만의 특별한 교육철학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 됐다. 김샘학원 측은 “극심한 학원시장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김샘학원과 함께 그 돌파구를 마련, 모두 행복해지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설명회는 전국적인 수학학원 프랜차이즈 김샘학원의 지칠 줄 모르는 성장세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런 저력의 비결에 대해 김샘학원 측은 “입시제도나 교육정책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수학이라는 한 과목에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수학전문 김샘학원은 17년 동안 수학을 중심으로 성장한 학원으로 전국 70여 개의 가맹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수학교육업체로 아이들이 수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900여종에 달하는 수준별 교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끊임없이 고민하도록 유도하는 5단계 풀이법과 오답노트인 아카이브는 김샘학원만의 자랑이다. 200여 명의 학원장들로 성황을 이뤘던 김샘학원의 하반기 사업설명회는 22일 울산지역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특히 울산지역 사업설명회는 2013년 마지막 사업설명회인 만큼 다양한 프로모션과 혜택이 제공될 예정이다. 김샘학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ikimsam.com) 또는 전화(1566-2849)로 문의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의 눈] 학회의 추억/류지영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학회의 추억/류지영 국제부 기자

    96학번인 기자가 대학에 입학했던 때만 해도 전공과목 이외에 철학과 사상, 역사 등을 연구하는 공부모임(학회)들이 꽤 많았다. 대학생이 되면 최소 1년 정도는 과(科) 혹은 단과대 공부모임에 가입해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수요일 저녁마다 친구 자취방 같은 곳에 모여 ‘역사란 무엇인가’(E H 카), ‘철학과 굴뚝청소부’(이진경) 같은 책들을 읽고 토론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공부보단 저녁 식사를 겸한 뒤풀이 술자리가 더 재밌긴 했지만 말이다. 단과대 단위 공부모임 가운데 ‘학회평론’이란 곳이 있었다. 학회원 한 명이 동아리방에서 자작곡을 만든다고 통기타를 주물럭거리다 선배들에게 시끄럽다고 타박을 듣곤 했다. 당시 그 학생은 지금 유명인이 된 가수 이적(39)이고, 그가 만들던 노래는 ‘왼손잡이’(1995)라고 한다.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가 출연한 영화 ‘크로우’(1994)에 미쳐 있던 과 후배는 이 영화를 계기로 졸업할 때까지 대중문화 연구 동아리에 전념했고 결국 유명 인디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리드보컬(김남훈·35)이 됐다. 그의 예명인 ‘깜악귀’는 그가 열광하던 영화 제목에서 땄다. 학회 모임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썰렁한 농담으로 원성을 사던 과 선배(김낙호·38)는 유명 미디어·문화 평론가가 된 지금도 당시 별명인 ‘capcold’(정말 썰렁하다는 뜻)를 필명으로 쓴다. 과가 다른데도 자기네 학회에 와서 같이 공부하고 토론하자고 그렇게 조르던 룸메이트는 졸업 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차린 논술학원 사업이 크게 커져 프랜차이즈 학원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그가 이렇게 성공할 줄 알았다면 그때 못 이기는 척 학회에 따라가 같이 공부할 걸 그랬다. 대학 시절에는 학과 공부와 아르바이트로 바쁘기도 했고, 학회에서 다루는 책들이 너무 어려워 모임에 잘 나가지 않았다. ‘자본론’이나 ‘공산당 선언’ 같은 책들을 읽다가 그 논리에 빠져 ‘운동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불혹에 가까운 요즘에 와서야 그때 읽고 토론하며 밤새 이야기하던 인문학 고전들이 개인과 사회에 다양성과 창의성을 제공하는 가장 좋은 원천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최근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현역 의원 100여명이 참여하는 당내 역사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이끌자”는 명분하에 극우 역사관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 채택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과거 일본 자민당이 우리가 그토록 비난하는 극우 역사 교과서를 뿌리내리게 하려고 당내에 만들었던 ‘역사검토위원회’(1993)의 판박이다. 새누리당 안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벌어질 법도 한데 김 의원이 워낙 실세여서인지 가타부타 말 조차도 없다.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함)라는 고사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사상의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추구하기 위한 공부 모임이 특정 정파의 이념 도구로 악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superryu@seoul.co.kr
  • 소설 속 얼굴로 한국인 정체성을 읽다

    소설 속 얼굴로 한국인 정체성을 읽다

    한국인의 탄생/최정운 지음/미지북스/580쪽/2만원 두 가지 반전이 있는 책이다. 하나는, 묵직한 제목만 봐선 딱딱한 역사서 또는 사상철학서일 거라 짐작되지만 실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근대 문학을 주 재료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저자는 문학 전공자가 아닌 정치학자란 사실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담론을 집대성한 ‘오월의 사회과학’(1999)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은 최정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1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정치학자인 저자는 왜 한국인의 정체성의 근원과 진화 과정을 근대 소설의 주인공들에게서 탐색하려는 시도를 했을까. 저자는 우리의 근현대 사상사가 정통적인 방법론으로는 접근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는 책 도입부에서 “우리의 근현대 역사에는 서구의 경우와 같이 사상사로 읽고 분석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저서들, 텍스트가 거의 없다”면서 “사상사적 자료가 그나마 가장 풍부하게 남아 있는 분야가 있다면 문학, 특히 소설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들이 보여주는 내용은 사실과 이상과 고민을 포함한 역사적인 현실이며 그러한 역사적 현실의 재구성이 이 책의 목표”라고 썼다. 책은 구한말 망국과 국권 상실의 지옥 같은 불구덩이에서 태어난 근대 한국인이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는 혼돈의 시기를 헤쳐나오면서 어떻게 새로운 한국인상을 모색하며 정체성을 확립해왔는지를 근대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는 먼저 20세기 초반 신소설이라 불리는 최초의 근대 소설문학 작품 중 이인직의 ‘혈의 누’, 이해조의 ‘구마검’ 등을 분석하면서 구한말의 ‘홉스적 자연상태’, 즉 보호 기제가 모두 허물어져 생존만을 유일한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에 주목한다. 그러나 한일병합 직전에 이르면 피해자의 모습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종류의 한국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혐오의 대상이자 무의미한 존재인 대한제국의 ‘국민’ 대신 국가를 매개로 하지 않은 ‘민족’의 개념이 비로소 실체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이즈음, 민족주의자들은 개화 민족주의와 저항 민족주의로 갈라진다. 춘원 이광수가 1917년 발표한 ‘무정’의 ‘이형식’이 초기 개화 민족주의자라면 단재 신채호의 1916년작 ‘꿈하늘’의 주인공 ‘한놈’은 저항 민족주의자였다. 저자는, 개화 민족주의자들은 서구의 사상으로 새로운 지도자가 되길 열망했지만 정체성의 기반이 부족했으며, 저항 민족주의자들은 내면의 각성 없이 투쟁 본능만을 갖추고 있어 역사를 추동할 동력이 없었다고 분석한다. 상실감의 시대였던 1920년대, 지식인들은 강한 한국인을 길러내야 한다는 명제에 대체로 합의했다. 김동인은 초기작 ‘약한 자의 슬픔’‘목숨’ 등을 통해 강한 한국인의 모델을 찾아 헤맸지만 이런 노력이 작품 속에 제대로 구현되지는 못했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 서울을 배경으로 기이한 생태의 대도시 지식인들이 등장한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이상의 ‘날개’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파리한 지식인들의 초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편에선 강한 한국인을 창조하려는 작가들의 노력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저자는 춘원의 ‘유정’속 주인공 최석이 집요함을 핵심적 특징으로 하는 근대 한국인의 최신 모델이며, 이러한 춘원의 작업은 심훈의 ‘상록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한다. 같은 시대에 벽초 홍명희는 ‘임꺽정’이라는 새로운 민중영웅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춘원은 우파의 입장에서, 벽초는 좌파의 입장에서 유사하면서도 상이한 두 인물을 창시했고, 이 두 영웅의 모델은 현대 한국인에게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책은 벽초가 임꺽정을 통해 이성의 자리에 저항 정신을 심었으며, 원한과 증오에 기반한 순수한 저항 정신이 반지성주의를 확산시켰다고 주장한다. 기실 반지성주의는 일제 시대를 거치는 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풍토였다. 일제에 빌붙어 민족을 배신하고, 서구의 지식을 무작정 들여와 계몽하려는 근대 지식인들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생긴 반감이 1930년대 반지성주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렇게 형성된 반지성주의가 또 하나의 역사적 저주인 ‘교육만능주의’와 짝을 이뤄 오늘날 우리 사회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해방된 한국인들이 강한 유전자를 확립하기 위해 과도하게 힘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도덕성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근현대 역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그런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그간 엄청나게 먼 길을 왔고, 우리는 자부심을 느낄 자격이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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