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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새콤달콤 캬 ~ 집 나온 하우스 맥주

    [커버스토리] 새콤달콤 캬 ~ 집 나온 하우스 맥주

    “내 입맛에는 밍밍한 대기업 맥주와 달리 하우스 맥주는 향이 독특하고 달콤하면서도 새콤해요. 맥주가 살아 있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대기업 맥주를 마시면서 속았다는 느낌까지 들어요.” 지난 5일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하우스 맥주 전문점에서 만난 김모(44)씨는 풍미가 깊은 맥주 맛을 알고 싶으면 하우스 맥주를 맛보라고 권했다. 그는 2012년 한 해외 언론이 국산 맥주가 북한 맥주보다도 맛이 없다고 했던 평가에 동감했다. 이후 수입 맥주를 즐겨 마시다가 정착하게 된 것이 하우스 맥주. 김씨는 “맛의 차이는 국내 맥주와 수입 맥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공장 맥주냐 아니면 소규모로 만들어 싱싱한 하우스 맥주냐에 따른 것”이라고 나름의 맥주 철학을 설명했다. ●마니아들 “3월 5일은 맥주 독립일” 하우스 맥주 마니아들은 지난 3월 5일을 하이트·OB·카스 등 3대 대기업 맥주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독립일’과 같이 여겼다. 정부가 그동안 엄격하게 제한했던 하우스 맥주의 외부 유통을 전면 허용한 날이기 때문이다. 맥주를 만드는 공장이나 직영 판매점에서만 팔 수 있었던 하우스 맥주가 일반 호프집에 생맥주로 유통된다. 앞으로 병이나 캔에 담아 슈퍼, 마트 등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우스 맥주 제조업자들은 맥주 시장의 태풍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하우스 맥주 활성화에 장애물도 여전히 있다면서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업계에서 말하는 하우스 맥주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우스 맥주 공장은 통상 100% 보리만 사용해 맥주를 만든다. 하우스 맥주 업계 관계자는 “일반 대기업 맥주의 경우 보리 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옥수수 전분을 넣는 경우도 많은데 맥주에서 보리의 향과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우스 맥주가 신선한 이유는 유통기간이 짧아서다. 2~3주간 만든 맥주를 2~3일 만에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유통기간이 길면 효모가 죽는다. 풍미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하우스 맥주는 보리에 싹을 틔운 ‘몰트’를 분쇄하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물에 넣고 끓인 후 건더기를 걸러 낸다. 맥주 특유의 향을 내는 홉을 넣고 다시 끓인 후 다시 불순물을 거른다. 이 맥아즙을 냉각시켰다가 효모를 넣고 발효시키면 하우스 맥주가 된다. 라거 맥주는 3주, 에일 맥주는 2주가 걸린다. 하우스 맥줏집을 운영하는 임성빈씨는 “일반 맥주나 수입 맥주는 유통기간이 길기 때문에 맥주 속에 있는 효모를 다 죽이는 필터링 작업을 거친다”면서 “하지만 하우스 맥주는 유통기간이 짧아 필터링을 하지 않기 때문에 효모가 살아 있는 신선한 맥주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것도 하우스 맥주의 장점이다. 대규모의 자동화 공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몰트, 홉, 효모 등 재료를 바꾸거나 혼합 비율을 조정해 여러 가지 종류의 맥주를 만들어 낸다. 계절에 따라 종류를 바꾸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름에는 시원한 맥주를 자주 마실 수 있도록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겨울에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진한 맥주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홉·효모 혼합 비율 따라 다양한 맛 국내 하우스 맥주 생산 업체들이 모인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하우스 맥주 공장은 35곳이며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하우스 맥주 활성화를 위해 지난 1일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전에는 전발효조(발효시설) 50㎘, 저장조100㎘ 이상을 갖춰야 맥주 제조자 면허를 받을 수 있었지만 각각 시설 규모를 절반(전발효조 25㎘, 저장조 50㎘)으로 낮췄다. 하지만 하우스 맥주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맥주 시장을 지배하는 대기업들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우선 하우스 맥주는 국내 대기업 맥주보다 상당히 비싸다. 현재 일반 호프집에서 파는 하이트·OB·카스 생맥주의 평균 가격은 500㏄ 한 잔당 3750원이지만 하우스 맥주는 5500원으로 46.7%나 비싸다. 일부는 6000~7000원까지도 간다. 아예 고급화 전략으로 가기도 쉽지 않다. 수입 생맥주 가격(9000원)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류 업체와 하우스 맥주 업체가 일반 호프집에 납품하는 생맥주 가격도 500㏄ 기준으로 각각 950원, 1500원이다. 역시 하우스 맥주가 57.9% 비싸다. 일반 호프집 입장에서 굳이 비싼 값을 주고 손님들이 많이 찾지 않는 하우스 맥주를 사 올 필요가 없다. 하우스 맥주의 단가를 낮추면 되지 않을까. 하우스 맥주는 보리, 홉 등 원재료 구입비용과 인건비가 대기업에 비해 많이 든다. 대기업과 같이 원재료 대량 구매도 힘들고, 자동화 설비도 갖추고 있지 않다. 특히 맥주에 붙는 주세 등 각종 세금이 대기업 맥주보다 하우스 맥주에 더 많이 부과되고 있는 점이 고민이다. 현재 맥주 주세는 공장에서 출고되는 가격의 72%다. 대기업 맥주는 낮은 원가로 출고되니 세금이 적지만 출고가격이 높은 하우스 맥주는 세금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355㎖ 맥주 1캔당 붙는 주세를 기준으로 대기업 맥주의 주세는 395원이고 하우스 맥주는 710원이다. 하우스 맥주의 세금 부담이 대기업 맥주보다 79.7% 많다. 수입 맥주의 주세도 224~456원으로 하우스 맥주보다 적다. 하우스 맥주 업체들은 세금을 낮춰 달라고 건의했고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부터 하우스 맥주의 경우 300㎘ 이하 출고량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주세 부담을 20%가량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독일, 미국, 네덜란드 등 맥주 선진국들의 주세 제도를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이들은 맥주의 출고가격이 아닌 알코올 도수나 맥주 생산량에 일정한 세율을 매긴다. ●가격은 공장맥주보다 58%나 비싸 위스키는 맥주보다 세금이 높고 맥주 생산량이 적은 중소 맥주 업체는 대기업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는 얘기다. 차보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장은 “우리나라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에 소주나 위스키 등 도수가 높은 술과 똑같이 72%의 주세를 붙이고 있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2개 국가가 맥주 생산량에 따라 단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하우스 맥주만 세금을 더 내려 주는 방안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하우스 맥주 업체의 세 부담을 다소 낮춘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며 “당분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금 추가감면 등 세제 개편 필요” 하우스 맥주 대중화의 핵심은 슈퍼마켓 및 마트 판매지만 이 역시 어려움이 있다. 병이나 캔에 맥주를 담는 자동화 기계장치가 수억원에 달해 하우스 맥주 업체들이 구입하기에는 비싸다. 하우스 맥주 업체들은 이 기계를 살 수 있게 중소기업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입장이다. 종합주류도매업자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하우스 맥주를 취급하지 않으려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반 대기업 맥주에 비해 유통비용을 더 많이 요구해 납품단가가 비싸질 수도 있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내 주류산업은 식품산업 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산업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늘어나는 시대를 맞아 글로벌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하우스 맥주에 적용되는 세율을 대폭 내려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소기업형 맥주 업체 창업을 유도해 국내 농산물 소비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대전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시간제교사 정책, 교육철학 없다”… 교대생 동맹휴업

    “시간제교사 정책, 교육철학 없다”… 교대생 동맹휴업

    전국 교육대학교 학생들이 11일 교육부의 시간선택제 교사 제도 도입 움직임에 반발해 동맹휴업에 나섰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5개 권역별 집회를 열고 교육부에 시간선택제 교사 도입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수도권은 서울 서대문 독립문공원, 충청권은 세종시 교육부, 경상권은 부산역, 전라권은 광주 충장로, 제주권은 제주시청에서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교대련은 “1주일에 2~3일 일하고 이에 비례해 받는 월급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정규직’이라고 말하더라도 시간선택제 교사 신규 채용은 또 다른 비정규직 교사의 양산이 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교육의 질을 책임져야 할 교육부가 정부의 공공부문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을 아무런 교육철학 없이 그대로 추진하는 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조 등 교육 양대 단체에 이어 교대련까지 시간선택제 교사 도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정부가 시간선택제 교사 도입을 강행할지 주목된다. 지난달 7일 교육부가 입법예고해 16일까지 의견수렴 중인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은 신규 채용이 아닌 재직 중인 교사의 시간선택제 교사 전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교대련의 요구 사항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교육부는 또 이날 “최소 1년 이상 현직 교사의 시간선택제 전환 제도를 시범운영한 뒤 신규채용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대련은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시간선택제 교사가 도입된다면 나중에 신규 교사를 대상으로 도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8년째 도서관에 ‘출근’하는 박춘씨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8년째 도서관에 ‘출근’하는 박춘씨

    도서관과 주식, 세계관. 세 단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고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박춘(62·서울 강동구 둔촌동)씨에겐 그의 후반부 인생을 지배하는 키워드이자 서로 일맥상통한다. “세상을 살다 힘들고 어려울 땐 도서관으로 가라.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3년간 책을 읽어라. 그러면 지금과 다른 세상이 보이고 다른 삶을 찾을 수 있다.” 서울 송파구 동남로 263 송파도서관에서 8년째 책을 보고 있는 박씨는 두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는 2006년 가을부터 지하철을 타고 도서관으로 출퇴근을 계속하고 있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주는 건 도서관’이라는 그의 지론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회사나 학교를 다니며 바쁠 때는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 미처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찾게 된다. 그는 “도서관에 오면 그동안 흘려 넘겼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면서 “책을 읽으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을 하게 되면 뭔가 정리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는 또 “한 시대의 천재와 수재들이 온 힘을 쏟아부어 평생을 통해 터득한 지식과 지혜를 단 몇 시간 또는 며칠의 독서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 우리는 보통 행운아가 아니다”라고 했다. 봉제공장, 부동산중개업 등 자영업을 하며 살아오던 그는 2003년 가을 병원에 입원했다. 진단을 해보니 몸이 굳는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일명 ‘대나무병’으로 불렸다. 8개월 동안 병원을 다니며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았다. 의사가 1시간 이상 움직이라고 해 동네 운동장을 돌며 몸을 추슬렀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60만원을 줘 주식을 했다. 집안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자는 생각이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6개월 지나니 20만원이 남아 아들에게 돌려줬다. 2006년 11월부터 송파도서관에 나오기 시작했다. 아파트를 팔아 상가를 구입했으나 시행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빈털터리가 됐다. 아픈 몸으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아내가 근근이 생계를 꾸려갔지만 고교와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기엔 힘에 부쳤다. 인생의 나락에 빠져든 느낌이었다. 우연히 신문에서 강태공에 대해 쓴 칼럼을 읽었다.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리던 강태공이 70대에 위수에서 주 문왕을 만나고, 80대에 목야에서 은나라를 쳐부수고 재상이 돼 제나라 시조가 됐다는 내용이다.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강태공은 여든에 세상을 움직였는데 예순도 되지 않은 내가 움츠려 들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나이를 잊어 먹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건강을 되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도서관을 찾았다. 제대로 공부해서 주식도 해보기로 했다. 경제학, 회계학 등 경제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밑바닥을 다졌다. 워런 버핏과 벤자민 그레이엄의 주식 분석에 대한 책도 읽었다. 3년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가 준 100만원으로 다시 주식을 했다. 다행히 경제에 대한 기반을 다진 때문인지 손실을 보지 않았다. 그의 주식에 대한 기본원칙은 두 가지다. 첫째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고평가가 되면 매매한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과 같은 주식투자 달인들의 투자법이다. 또 하나는 재물의 값이 떨어지면 이제 오를 일만 남았고 반대로 값이 올라가면 내려간다는 것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나오는 내용이다. 주식의 가치는 경제학과 회계학을 공부하면 알 수 있다. 소액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나 애널리스트를 두고 있는 펀드사 등에 비해 자본력이 뒤지고 정보에 어둡다. 개미들이 큰 손을 당해낼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개미들처럼 주식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없다. 주식 매매의 기동성은 소액투자자들이 훨씬 뛰어나다. 그렇다면 주식이 쌀 때 사서 갖고 있다 값이 오르면 팔면 된다. 그는 이 원칙을 고수해 두 번째 주식투자에서는 실패를 하지 않았다. 수익률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주식은 두렵고 알면 알수록 겁이 난다고 했다. 주식을 하기에는 경제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문명의 시원, 자본주의 태동 등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로마, 중국, 영국·프랑스·독일, 일본 등 강국의 역사에 대해 공부했다. 자본주의를 태동시킨 중세 유럽사와 케인즈학파에 대해서도 책을 읽었다. 왜 근대로 접어들면서 서양이 동양을 점령하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이 일어났을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서구 문명이 오늘날 어떻게 지구의 표준적인 가치척도가 됐을까. 궁금증이 커지자 스스로도 종잡을 수 없었다. 마음 가는 대로, 닥치는 대로 책을 봤다. 동·서양 철학, 사상사, 신학, 사회사…. 송파도서관 3층에서 책을 보는 그는 종종 눈이 아프면 2층 어문학실로 가 잡지를 본다. 우연히 수필문학을 읽다 수필가를 공모한다는 공고를 봤다. 디지털에 문외한 이어서 휴대전화도 없는 그는 아들을 시켜 평소 써놓은 글 5편을 워드프로세서로 쳐 보냈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당선통지서가 날아와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는 수필반 동료에게 보낸 편지에서 “수필 장르는 체험의 문학으로, 나의 체험을 객관화하면서 나를 비추어보는 인간탐구의 문학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서 “통찰(성찰)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 데서 수필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인간이 살아온 자취와 생각의 틀을 지나치게 되면 글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러한 체험과 이를 기반으로 한 사유의 틀은 독서로 얻은 철학, 역사 등 지식을 통해 더 다듬어지고 심화될 것”이라면서 독서관을 피력했다. 그의 사고의 중심은 경제에 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문명은 소유권 보장과 사유권의 확대, 확장을 통해 진보해왔다”면서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세상을 이해하기 쉬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철학이야기’,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철학의 탄생’ 등 철학도서를 추천한 뒤 우리가 뿌리 내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알기 위해서는 ‘헌법이야기’ ‘이승만의 삶과 국가’ ‘한국전쟁’을 일독할 것을 권했다. 또 ‘존 메이너드 케인즈 Ⅰ,Ⅱ’ ‘자유의 길’ ‘국부론’ ‘자본론’ 등의 경제관련 책을 추천했다. 그는 오전 11~12시쯤 도서관으로 와 4~5시간 책을 보고 1시간 남짓 공원을 산책한 뒤 오후 7시쯤 아내 가게로 가 함께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간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종종 생각을 글로 옮기기도 한다. 서세동점에 대해 글을 쓰려다 보니 우선 우리나라 역사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있다. 1년 반이나 됐다. 세종, 세조, 선조, 인조실록을 떼고 요즘에는 광해군조를 읽고 있다. 그는 올바르게 살아가려면 옳음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하고 그래야지만 옳음을 체화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의 가방끈이 긴 것은 아니다. 전남 보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학력의 전부다. 그러나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과 안목을 길렀다. 이제 생을 정리할 나이가 됐다. 그는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한 번쯤 사회와 단절돼 도서관에 파묻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작은 목표를 세우면 분별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책을 좋아하면 괜찮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도서관에 오는 것이 고역이지 않겠느냐고 묻자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책과 담을 쌓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책과 인연이 있는 나를 찾을 수도 있다”면서 “도서관은 숨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코 나이 때문에 망설이지 말라”고 덧붙인다. 그는 책을 소화하는 방법은 저자의 지식과 체계를 다시 한번 자신의 사유의 공간을 거쳐 가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독서는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지만 산책을 하면 흡수한 지식을 다시 끄집어 내 나의 체계로 재해석하고 재정리하게 돼 독서보다 산책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책을 덮고 목련, 진달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오금공원으로 나갔다. stslim@seoul.co.kr
  • [구본영 칼럼] 공짜 복지, 지상천국을 건설한다는 그 약속

    [구본영 칼럼] 공짜 복지, 지상천국을 건설한다는 그 약속

    아직도 국민을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는’ 수준으로 보는 걸까. 6·4 지방선거를 겨냥한 온갖 선심성 공약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도 공짜버스 도입 등 무상 시리즈 공약들을 보라. 대부분 재원조달 계획은 모호하다. 후보들이야 보편적 복지의 당위성과 지방재정의 공공성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왠지 유권자들의 양식을 얕잡아 보는 것만 같다.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빼든 카드가 무상버스다. 이는 버스회사의 ‘완전공영제’가 전제돼야 한다. 말하자면 경기도 일원의 민간 버스회사들을 죄다 도 산하의 공사로 흡수하고 기사들을 지방공기업 직원으로 삼는 것을 뜻한다. 먼저 경기도지사 경선에 뛰어든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이 공영제 개념의 원조다. 김 전 교육감은 이보다 한 술 더 떠 공영 무상버스를 운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드는 엄청난 재원을 마련하려면 지방세를 올리거나, 다른 분야의 투자를 확 줄일 수밖에 없다. ‘공짜 공영버스’는 전 세계에서 소단위 지역은 몰라도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도입한 사례를 찾아 보기 힘들다. 천문학적 예산 때문이다. 원혜영·김진표 의원 등 새정치연합 경기지사 후보들조차 무상버스 공약에 비판적인 이유다. 하지만 몇 차례 선거판에서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교육 등 ‘3무공약’의 효험(?)을 맛본 탓인지 새로운 공짜 공약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나고 있다. 새누리당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 새정치연합 이낙연 전남지사 후보는 ‘100원 택시’ 공약을 합창하고 있다. 철학자 칼 포퍼가 말했다.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낸다” 고. 유권자의 분별력을 마비시키는 몰약 같은 공약들을 보면서 떠올린 경구다. 한때 사회주의에 경도됐던 그는 국가사회주의격인 히틀러의 나치즘과 공산주의를 싸잡아 ‘열린사회의 적’으로 지목했다. 국가가 뭐든지 다 해결해 준다는 메시아적 속삭임이야말로 인간의 존엄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전체주의를 합리화하는 사탕발림임을 지적한 셈이다. 우리의 반쪽 북한을 보라. 국가에 의한 100% 무상배급제란 사술(詐術)이 시장경제가 만능이라는 생각보다 더 위험함을 실증하고 있지 않은가. 예컨대 기초 의약품마저 태부족해 소수의 당 간부들을 제외한 보통 주민들은 중병에 걸리면 변변한 치료도 못 받고 사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면 말이다. 오죽하면 “북한은 무상 위에 잠자는 무(無)권리의 나라”(탈북여성 박사 1호 이애란씨)라고 하겠는가. 물론 파시즘이나 스탈린주의가 퇴조한 이후에도 국가 만능주의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으로 옷을 갈아입었을 뿐이다. 20세기 초 세계 10위 안 쪽 경제대국이었던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의 바다에 빠져든 이후 국가부도 위기에서 여태껏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처럼 세계 최빈국 대열로 추락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워낙 자원 부국이기 때문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여야 기초연금 협상이 아직도 난항을 겪고 있는 건 뭘 말하나. 지난 대선에서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연금을 쥐어 주겠다는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오버한 것임이 분명해졌다. 집권해 보니 재원 염출 방안이 아득해 지급대상을 소득 기준으로 70%선으로 줄이겠다는 것 아닌가. 여당의 공약 파기를 비난하는 야당은 더 가관이다. 친서민 정당을 자처, 부자증세를 외치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도 재벌그룹 회장에게까지 20만원을 줘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지 않았나. 이웃 일본에선 민주당이 2009년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등 선심 공약을 여럿 내걸고 54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집권 후 재원 마련이 어려워지자 포퓰리즘 공약임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머리를 숙여야 했다. 복지가 미래세대에게 재앙을 안기지 않으려면 재정능력을 감안, 그 혜택을 경제적 약자들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합리적이다. 부디 이번 선거가 이런 상식을 믿는 국민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 말도 요가 한다…인간과 말의 교감 화제

    말도 요가 한다…인간과 말의 교감 화제

    인간과 말이 교감하며 함께 요가 하는 모습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다. 9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말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가족이 말의 정서 발달을 위한 도마 인디아스쿨이라는 요가 학교를 운영, 관련 영상을 공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영상은 이 농장에서 행해지고 있는 요가 동작을 담은 것으로 한 남성이 말을 바닥에 똑바로 눕게 한 다음 뒷다리를 쭉 펴게 한다. 이어 그는 말의 앞가슴 쪽에서 자리를 잡고 물구나무서는 동작을 취한다. 이는 말의 두려움이나 예민성을 사라지게 하는 데 사용하는 독특한 요가 동작이라고 한다. 오스카 스카파티라는 남성과 그의 아들 크리스토발이 설립한 이 요가 스쿨은 길들지 않은 야생마나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거나 신경이 예민한 말들을 자신들이 개발한 독특한 요가로 안정을 취하게 해 길들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강압적인 교육이 아닌 비폭력 방식으로 인간과 말의 유대 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철학 아래 말들을 길들인다고 설명한다. 한편 이 학교는 아르헨티나 등 남미 이외에도 유럽에서 온 말들을 길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민박다나와 김윤희 대표 ˝여행은 멋지고 신나게, 준비는 쉽고 간편하게˝

    민박다나와 김윤희 대표 ˝여행은 멋지고 신나게, 준비는 쉽고 간편하게˝

    틀에 박힌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여행자가 많아지면서 한인민박의 인기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 세계 한인민박을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여행자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여기 여행자들 사이에서 최상의 서비스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자유로운 여행가 겸 행복한 사업가 김윤희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민박다나와(www.minbakdanawa.com)다. 민박다나와는 온라인 자유여행사 (주)사막이 운영하는 전 세계 한인숙소 포털사이트로 한인이 운영하는 민박, 호스텔, 콘도 등 다양한 숙박업체의 정보와 리뷰를 한눈에 비교하여 예약할 수 있고 유레일패스, 렌터카 예약 서비스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해외여행 준비의 필수 사이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윤희 대표는 여행업을 시작하기 전 IT 벤처기업에서 인정받는 웹디자이너로 일했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많은 업무와 야근에 지쳐갔고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쯤 직장생활을 접고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1년 2개월 동안 전 세계 20개국의 수많은 도시를 여행했어요. 그 시간은 제게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죠. 제가 경험한 행복했던 그 순간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2004년 11월 종로구 안국동에 여행카페 사막을 열었고 2년 뒤 같은 이름의 주식회사 사막을 설립하여 온라인 여행 서비스로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주)사막은 여행이라는 단어 하나에 가슴이 설레는 모든 자유여행자에게 자신만의 여행을 스스로 계획하고 만들 수 있도록 그와 관련된 필수 여행 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제공하고 있다. 그 여행 서비스의 첫 시작이 전 세계 한인숙소를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 민박다나와를 만든 것이었다. ˝해외여행 중 묵게 된 한인민박 사장님으로부터 한인민박을 홍보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었죠. 그때가 2008년이었는데 한인민박에 대한 관심이 여행자들 사이에 급격히 증가하던 시기였어요. 이는 분명히 여행업계의 틈새시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민박다나와는 2008년 6월 오픈 이후 한인숙소 등록률이 매년 50~60%씩 증가했고 그에 따라 매출도 매년 약 200%씩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현재 민박다나와는 전 세계 100개 도시 655개 한인숙소가 등록되어 있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민박다나와는 2013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자유여행 부문에서 줄곧 1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민박다나와가 자유여행 전문기업으로 급성장한 데에는 ´직원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김윤희 대표의 경영철학이 있었다. 행복한 여행을 소개하려면 직원들이 먼저 행복한 여행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연차 15일에 각종 공휴일을 붙여 길게 휴가를 쓸 수 있는 연차 붙여쓰기 독려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여행지원금으로 유럽·미주 등 장거리는 100만 원, 아시아 등 단거리는 50만 원을 지원합니다. 게다가 여행 계획서를 잘 써서 제출하면 지원금을 추가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는 비용이 들긴 하지만 직원들의 다양한 여행 경험은 반드시 고객들에게 생생하고 힘 있는 서비스로 돌아간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2014 대한민국 서비스 만족대상 한인숙소예약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민박다나와가 20여 개의 동종업체를 제치고 가장 높은 고객만족도를 얻은 것이다. ˝그동안 민박다나와의 서비스를 신뢰하고 이용해주셨던 여행자와 전 세계 한인숙소 민박주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임직원 모두가 여행자의 입장에서 또는 숙소를 운영하는 민박주라는 마음가짐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민박다나와는 한인숙소 예약 서비스 외에 유레일패스, 구간권 기차표, 전 세계 렌터카 예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 안에 신규 예약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또한, 여행정보와 커뮤니티 영역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민박다나와가 자유여행의 관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행을 떠날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 용기가 생긴다면 여행준비의 반을 끝낸 겁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서울광장] 권력의 비정상부터 정상화하라/박찬구 논설위원

    [서울광장] 권력의 비정상부터 정상화하라/박찬구 논설위원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선출된 권력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자리다. 유권자의 한 표를 얻기 위해 대통령과 국회의원 후보는 공약을 내걸고 심판을 받는다. 굳이 헌법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권력의 주인은 국민이다. 선거 한철 그럴듯한 공약으로 표를 얻고서 당선이 되면 공약(空約)으로 저버리는 행태는 분명 국민의 믿음과 희망에 등을 돌리는 일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에 어긋나는 비정상과 비상식이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의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공공부문과 법질서, 기업활동, 노사분야 등에 자리 잡은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비정상의 사전적 의미는 제대로가 아닌 상태 또는 바르거나 떳떳지 못한 상태로 요약된다. 사회 각 분야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는 데야 굳이 토를 달고 싶지 않다.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국정 과제가 설득력과 추진력을 얻으려면 위임받은 권력과 그 주변의 비정상부터 정상화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그러지 않고는 신뢰와 진정성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뿐이 아니다. 반값 등록금과 중·고교 무상교육,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무상진료, 군 복무기간 단축…. 대선 공약의 잇따른 파기와 후퇴는 과연 우리의 선거 문화와 정책 정당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백번 양보해 치열한 공약 전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공약의 현실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어쩌겠는가. 후진적인 선거 문화를 꾸짖고 제대로 된 정책선거를 강조하는 매질 정도에 그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권력의 주인인 국민에게 공약 파기와 후퇴에 대한 대통령 본인의 진정성 있는 해명과 사과는 있어야 하는 게 선출된 권력의 도리라고 본다. 그래야 제대로 되고 떳떳한 정상의 절차라고 할 수 있다. 국정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여당도 비정상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 국회 제1당의 원내대표는 입법부의 요직이며 권력이다. 민생·개혁 입법을 추진하고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하기 위해 끊임없이 야당과 협상하고 타협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그럼에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야당 대표에게 ‘너나 잘해’라고 막말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는 여야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가르는 비정상의 정치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막말·편파 방송으로 질타를 받아온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재승인 과정은 또 어떤가. 심사위원의 구성에서부터 심사 기준과 항목에 이르기까지 방송통신위원회의 면죄부·봐주기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이 야당 인사에게 하는 절반 정도라도 여권과 여당 인사에게 독설을 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결과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횡행했던 권언유착의 망령을 되살려서는 공익과 공정성을 추구해야 할 미디어 본연의 역할이 질곡과 비정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정권과 그 주변은 혹여라도 방송을 헤게모니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미디어가 살아야 여론의 광장이 열리고, 여론이 물 흐르듯 흘러야 권력의 정당한 행사도 가능하다. 대선에 개입하고 간첩수사 증거까지 조작한 국정원의 행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비정상의 극치라 할 만하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윗선을 수사하지 않고 도마뱀 꼬리를 자르는 꼼수로 기존의 조직을 유지하려 든다면 더 큰 국민의 심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인사와 조직을 비롯해 일대 혁신을 이룬 연후에야 국정원의 정상화를 운운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그 출발점과 목적지는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회복이라야 한다. 현 정권이 주창하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겸허한 믿음의 확인, 그리고 그 믿음에 부응하는 실천과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권력과 그 주변이 우선 정상화하지 않고는, 민주적 가치가 회복되지 않고는 비정상의 정상화도 요원한 일이다. 정치적 레토릭, 그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지 모른다. ckpark@seoul.co.kr
  • 저류지·빗물펌프장 증설 끝… “수방전선 이상 無”

    저류지·빗물펌프장 증설 끝… “수방전선 이상 無”

    해마다 장마철이면 침수피해를 되풀이했던 강서구 화곡동을 위한 수방대책이 벌써부터 가동 중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던 식’의 대책에서 벗어나 선제적 대책 마련으로 ‘소를 잃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노현송 강서구청장의 철학에 힘입었다. 구는 올해 240여억원을 들여 신월 빗물저류 배수시설과 빗물펌프장 용량 증설, 배수분구 사업 등에 나선다고 8일 밝혔다. 이를 통해 올해 침수피해 ‘제로’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 구청장은 “올해 빗물저류 사업과 펌프장 용량 증설 등 수방대책이 마련되면 상습 침수 지역인 화곡동 주민들이 두 발을 쭉 뻗고 여름을 지낼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안전한 주민생활이 공무원의 최고 소명’이라는 자세로 올 장마 전에 모든 사업을 마무리 짓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먼저 신월 빗물저류 배수시설 사업은 지하 40m에 지름 7.5m 규모로 연장 3.38㎞의 지하터널을 대심도 방식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지하 터널로 사용하다가 폭우 등으로 침수가 예상되면 화곡동과 신월동 저지대의 우수를 일시적으로 가둠으로써 침수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 이미 처리용량 증설공사를 마친 가양빗물펌프장을 제외한 5개 빗물펌프장의 처리능력을 크게 높인다. 올해 상반기에 빗물펌프장의 분당 배수능력을 공항펌프장은 540t에서 860t으로, 방화펌프장은 820t에서 1320t으로, 염창2펌프장은 860t에서 1240t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특히 10년 빈도의 강우에 맞춘 마곡1빗물펌프장을 30년 빈도로 처리 능력을 높인다. 또 30년 빈도에 견딜 수 있는 마곡2빗물펌프장을 추가로 만든다. 따라서 마곡지구는 내년까지 분당 배수량 4184t에서 6680t으로 늘어난다. 빗물이 안양천 등으로 빨리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수암거와 하수관 정비 공사도 병행된다. 특히 노후도가 심한 화곡1, 등촌1 배수분구에 모두 160억원을 투자해 하수관로를 보수·보강한다. 혹시나 일어날지 모르는 제2의 우면산 사태를 막기 위해 오는 6월까지 등촌동 봉제산 등 산 7곳에 낙석방지책과 19곳의 배수로도 설치하기로 했다. 구는 이달 안에 직원 430명을 침수가정 돌봄서비스 요원으로 선발, 침수취약지역과 지하주택 밀집지역 등 1172가구의 방문 점검과 실태조사에 나선다. 노 구청장은 “지역의 작은 빗물받이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꼼꼼히 살펴 침수피해가 없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면서 “현실성 있는 중장기 수방대책으로 국지성 집중호우 등 천재지변에도 버틸 수 있는 안전한 강서구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눈길 끄는 출마 예상자] 허태정 유성구청장 예비 후보

    [눈길 끄는 출마 예상자] 허태정 유성구청장 예비 후보

    허태정(49) 유성구청장은 운동권 출신이다. 충남 예산 출신으로 충남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정관과 과학기술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거쳐 지난 선거에서 구청장에 당선됐다.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대방 얘기를 많이 들으며 열정도 있다. 내년까지 지역 10개 동에 ‘작은 도서관’을 하나씩 만든다. 주민 소통의 장소가 되도록 행사와 공연도 연다. 국내 최대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점을 활용, 초등학생들에게 꿈을 심어 주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14개 과학연구기관과 협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1만 6000여명이 견학했다. 자치구 중 처음으로 복지재단을 만들었다. 구청이 법적 보호를 못 받는 가정을 찾아내면 ‘행복누리재단’에서 도와준다. 구청장실은 반으로 줄이고 민원실은 두 배로 늘렸다. 그는 “구정의 처음과 끝은 주민 참여와 소통”이라며 “공무원이 변하고 책임 있는 행정을 해야 지역이 변한다”고 강조한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아우디 공식딜러 태안모터스, 교육센터 8기 수료식

    아우디 공식딜러 태안모터스, 교육센터 8기 수료식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수입차딜러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차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사후관리를 책임질 서비스마인드가 함양된 인재가 절실해지면서 수입차판매 업체들이 딜러 전문성 강화에 나섰다. 아우디 공식 딜러 태안모터스(대표 서덕중, www.teianmotors.com)는 자체 교육센터에서 제8기 교육생 30명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일 열린 수료식에는 태안모터스의 임원진이 참석해 교육생들을 격려했다. 이번에 8기과정을 수료한 교육생들은 아우디 인천전시장, 일산전시장, 목동전시장, 용산전시장, 한강대로전시장, 도곡로전시장 등 태안모터스 6개 전시장에 실전 배치된다. 지난 7기까지의 교육생들이 실제 영업현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어 이번 8기 교육생에 대한 태안모터스의 기대도 크다. 8주간 진행된 교육에서는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교육이 아닌, 아우디의 전문가로 프로세일즈맨일 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이 진행됐다. 교육생들은 세일즈 프로세스뿐 아니라 금융과 중고차처리, R/P 등 외제차 딜러로서 갖춰야 할 모든 전문교육을 이수했다. 태안모터스 영업본부장인 심욱정 상무이사는 “태안모터스의 수입차 딜러 양성 전문교육은 업계에서도 놀랄 정도로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태안교육센터는 자동차 판매경력이 없는 이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수입차 전문딜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태안모터스의 서덕중 대표는 2012년 교육센터를 설립하고 현재 8기까지 총 117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서 대표의 이같은 교육 철학은 우수한 영업인재를 육성하고 아우디의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플랜에서 비롯됐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기존 교육센터를 동작구 대방동으로 확장 이전, 더욱 업그레이드된 교육환경을 마련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화건설의 아름다운 이웃사랑… 사회공헌 더 넉넉히

    한화건설의 아름다운 이웃사랑… 사회공헌 더 넉넉히

    한화건설(대표이사 이근포)은 그룹의 ‘함께 멀리’ 경영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2014년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해 활발하게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한화건설은 서울시 장애인 복지시설협회, 동천의 집, 구세군지역아동복지센터, 꿈나무마을 등 10여개 지역노인복지관, 장애인 및 아동시설과 연계를 맺고 야외활동 지원, 무료급식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정기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00여회 이상의 사회공헌활동에 1,900여명의 임직원들이 참여했으며, 올해 2,000여명의 임직원들이 1만여 시간을 목표로 사회공헌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의 꿈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의 ‘꿈에그린 도서관’ 조성사업은 2011년부터 시작한 한화건설만의 특화된 사회공헌활동으로 서울시 장애인복지시설협회와 손잡고 진행되고 있다. 한화건설이 장애인이 거주 또는 이용하는 장애인복지시설(거주시설, 복지관)에 도서관 정비 및 신규 리모델링을 통해 도서관을 신설하고, 장애인이 활동하는 영역에서 양질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2011년부터 4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화건설의 ‘꿈에그린 도서관’은 상징적인 의미로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시키고 장애인의 정서적 지지가 될 수 있는 교육적인 효과를 주고자 추진하는 사업이다. 꿈에그린 도서관 조성사업은 연간 사업계획을 미리 수립하여 시공장소 실사, 자원봉사자 규모, 시공일정 등에 관한 논의 후 매월 사업계획서를 수립하고, 진행하며 매월 한화건설 임직원의 직접적인 시공 참여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 3월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그린내’에 ‘꿈에그린 도서관’ 1호점 개관을 시작으로 2012년 12월 강북구 번2동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위치한 꿈에그린 도서관 19호점까지 개관을 완료했다. 지난해 3월에는 저소득 임대아파트 지역사회 아동 장애인 시설인 ‘평화종합사회복지관’에 ‘꿈에그린 도서관’ 20호점 개관을 시작해 12월에 성북구 서울시 장애인시설협회에 29호점까지 개관을 완료했고, 올해는 3월 강서뇌성마비복지관을 시작으로 30호점부터 39호점까지의 개관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저소득 임대아파트 내 아동 방과후교실, 북한 이탈청소년 대안학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한글과 우리 문화, 역사 교육이 필요한 소외계층 이용기관에 꿈에그린 도서관을 건립하여 우리 문화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장애청소년 및 저소득 임대아파트 내 방과후교실 아동이 이용하는 기존 공간을 꿈에그린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여 장애청소년과 미래의 주역인 아동들의 꿈과 희망이 자라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관을 방문하는 타 자원봉사자나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도서를 대여함으로써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인식개선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타 기업 자원봉사자들에게는 한화건설만의 특성을 살린 기업 사회공헌의 우수프로그램으로 모범이 되고 있다. 꿈에그린 도서관 조성사업’은 기획단계에서 장애청소년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장하는데 가장 필요한 문화체험 및 교육기회의 제공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가 적극 반영되었고,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킨 결과 그 동안 당사에서 시행했던 어느 사회공헌활동 보다 고객의 만족도 및 봉사활동의 완성도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평소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강조한 한화그룹의 신념을 반영해 지난해 3월부터 서울 특별시 꿈나무 마을을 방문해 보육원 아동들과 ‘한화건설과 함께하는 건축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새롭게 시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건축이라는 전문 분야에 초점을 맞춘 예술 활동이다. 한화건설 봉사자와 꿈나무 마을 어린이가 파트너십을 구축해 건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임으로써 일상적 삶 속에서 건축적 감수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의 참여도와 호응도가 높아 지속적으로 시행 할 계획이다. 올해는 한양대 건축학부,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과 ‘건축 꿈나무 여행’ 사회공헌활동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건축 꿈나무 육성 사회공헌활동’에 상호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화건설은 매월 임직원 봉사단을 지원하고 본 사회공헌활동에 필요한 사업비를 기부하게 된다. 또한 한양대는 건축학부 학생들로 구성된 봉사단을 지원하고,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은 한화건설, 한양대와 함께 해당 사회공헌활동을 기획, 운영하게 된다. 한화건설은 이번 한양대 건축학부와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대학 건축학과와의 협업을 통해 해당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건설과 함께하는 건축 꿈나무 육성 사회공헌활동’은 건설업에 맞는 재능기부형 봉사활동으로 건축에 대한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한화건설은 앞서 2013년 초부터 총 300여명의 임직원이 참여해 매월 “건축 꿈나무 육성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으며,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낸바 있다. 이 밖에도 한화건설은 매년 명절을 맞이하여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명절음식 나눔행사를 4년째 진행해 오고 있다. 설날에는 만두와 떡국을 만들고, 한가위에는 직접 빚은 송편과 추석음식을 만들어 소외계층에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매년 사랑의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과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설명절을 앞두고 노원구 하계동 ‘동천의 집’을 방문해 명절음식 나눔행사에 참여한 이근포 사장은 “한화 그룹의 ‘함께 멀리’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복지시설 등의 소외된 이웃들과 온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며 “단순한 물질적∙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한화건설은 근무시간을 활용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유급자원봉사제도’와 임직원이 낸 사회공헌 기금만큼 회사가 후원금을 지원해주는 ‘매칭그랜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본사와 현장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매월 4회 이상 진행되는 정기적 사회공헌활동이 성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찾아가는 봉사활동’을 전개해 이근포 사장이 봉사 현장을 직접 찾아 진두지휘하며 단순 기부와 금전적 지원이 아닌 전 직원이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직원 1인당 평균 봉사활동 시간을 대폭 늘리고 봉사활동 참여율 100%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화건설은 지난해 태풍 피해가 심각했던 필리핀 현장에서 수해 복구를 위한 재해지원금 10만 달러를 필리핀기독교재단과 필리핀 적십자사에 기부한 바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성동종합사회복지관의 개관 20주년을 기념하여 지역주민의 복지를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민주당 홍익표 국회의원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는 제 2회 대한민국 ‘행복나눔’ 사회공헌시상식에서 사회봉사 부문 국회보건복지위원장상을 수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정원 못 채우는 자율고, 근본적 해법 찾아야

    신입생 모집 5년째를 맞은 자율형 사립고가 2014학년도 입시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의 25개 자율고 가운데 22개교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난 것이다. 5년 연속 정원만큼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A고는 충원율이 57.1%에 불과했다. 교육 당국은 사회통합전형 자격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야 어떻든 이대로 가다간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은 뻔하다. 이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한 자율고에 대한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율고는 이명박 정부 때 고교 교육을 다양화하고 학교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출범 첫해부터 정원이 대거 미달하는 사태가 나더니 해가 가도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아 졸속 교육정책의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 강남의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구태여 일반고의 3배나 되는 등록금을 내고 진학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학부모들의 반응이었다. 그러면서도 내신성적 50% 안에 드는 학생들을 신입생으로 선발하다 보니 일반고를 죽이는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 비판에 직면하자 당국은 2015학년도부터 성적과 관계없이 추첨으로 뽑는 전형방안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자율고는 수월성 교육이라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채 고교 교육의 질서만 어지럽히는 누더기 정책이 되고 말았다. 올해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국제중학교 입시비리로 사회통합전형의 자격을 소득 8분위 이하로 제한하자 미달 사태가 심화된 것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당국의 단견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또 내년부터 소득 제한 요건을 완화할 텐가. 먼 장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당국의 조변석개(朝變夕改)식 교육 정책에 학생들만 멍들고 있다. 출발부터 잘못된 자율고 정책은 근본 취지부터 다시 생각하면서 바로 잡아야 한다. 일반고도 살려야 하고 수월성 교육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성적 상위 학생들을 위한 영재학교나 자사고가 수월성 교육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 자율고는 본래의 취지도 살리지 못한 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방편밖에 되지 못하고 있다. 살길은 대대적인 구조조정뿐이다. 지정을 자진 반납하거나 정원을 줄인 학교가 있듯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는 자율고의 자격을 박탈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의 교육 정책은 대통령의 교육 철학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게 사실이다. 교육당국도 중심을 잡지 못했다. 설익은 정책을 양산해서 시행착오를 겪고는 또다시 바꾸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문제투성이인 자율고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제도 개선 방안을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 현대인의 마음 어루만지는 힐링 신간 ‘우명선생 명저 모음집’

    현대인의 마음 어루만지는 힐링 신간 ‘우명선생 명저 모음집’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문득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이 내 앞을 가로막고 설 때, 그 질문에 곧바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너나 할 것 없이 ‘힐링’을 외치는 요즘,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마음수련의 설립자 우명 선생의 저서를 모은 명저 모음집이 출간됐다. 2012년 말 저서 ‘이 세상 살지 말고 영원한 행복의 나라 가서 살자’로 아마존닷컴 주간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한달 동안 차지하며 출판계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우명 선생은 마음수련의 설립자이자 시인이며 또한 수없이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길을 열어준 강연가이다. 대표작 ‘이 세상 살지 말고 영원한 행복의 나라 가서 살자’는 세계 최대의 국제도서상인 제17회 IPPY Awards에서 영성, 정신, 철학 분야에서 금상을, 2013 National Indie Excellence Awards와 2013 International Book Awards, 2013 Living Now Book Awards, 2012 eLit Awards 등도 우명 선생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 외에 2013 몽테뉴 메달과 에릭호퍼 북 어워드 같은 권위 있는 도서상에서도 최종후보에까지 오른 바 있다. 해외 언론에서도 좋은 평가를 잇달아 내렸는데,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는 “이 책의 인기는 인간의 존재와 본성 회복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반영한다”고 전했고 미국 보스톤 글로브지 역시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우명 선생의 저서 모음집은 △이 세상 살지 말고 영원한 행복의 나라 가서 살자 △진짜가 되는 곳이 진짜다 △살아서 하늘사람 되는 방법 △하늘이 낸 세상 구원의 공식 △영원히 살아 있는 세상 △세상 너머의 세상 △하늘의 소리로 듣는 지혜의 서 △시집 ‘마음’, ‘순리’, ‘불국토’ 등 10권의 도서와 17장의 CD로 이뤄져 있다. 우명 선생은 지난 한 해 동안 세계 30여 개국을 방문하며 마음수련의 방법과 깨달음의 가치를 알리며 대중의 참된 본성 회복을 이끌어 왔다. 우명 선생의 행보는 2002년 9월 UN-NGO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교육자협회(IAEWP :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Educator for World Peace)의 ‘마하트마 간디 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공로를 인정 받기도 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어진 뜨거운 호응은 결국 이번 모음집 발간으로 이어져 수많은 독자들과 우명 선생의 명강의를 기다려 온 팬들에게 보답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명 선생의 명저 모음집은 인터넷 교보문고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문의는 참출판사(02-325-4192)로 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구는 꽉 차 있다 성장 지상주의를 버려라

    지구는 꽉 차 있다 성장 지상주의를 버려라

    대붕괴/폴 길딩 지음/홍수원 옮김/두레/488쪽/2만 5000원 누가 마지막 나무를 쓰러뜨렸나/거노트 와그너 지음/홍선영 옮김/모멘텀/324쪽/1만 5000원 “지구는 꽉 차 있다.”(The Earth is Full) 2012년 미국의 강연 프로그램인 테드(TED)에서 유명 환경운동가 폴 길딩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이 네 단어로 압축했다. 지구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우리의 요구들로 가득하다. 경제활동은 실제 우리 삶의 규모보다 커졌다.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의 조사(2009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태 자원을 생산하고, 소비한 뒤 배출한 폐기물을 흡수하려면 1.4배 더 큰 지구가 필요하다. 길딩은 “지금까지 발전해 온 가속도로 시스템을 운영하게 되면 시스템은 작동을 중지하고 분열된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년 동안 이산화탄소를 우리 삶에서 삭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붕괴하는 문명을 살리는 비용보다 확실히 쉽고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번역돼 나온 ‘대붕괴’(The Great Disruption)는 길딩의 이론을 한데 모은 책이다. 책은 당장 ‘성장 지상주의’부터 버리라고 말한다. 경제 성장이 삶의 질을 높이고 빈곤·기아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믿었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깊어졌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모두 혜택을 누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됐다. 저자는 “경제를 신성불가침인 양 떠받들고 보호해야 하며, 경제 성장을 성취 측정의 잣대로 삼으면서 기존 기업들을 불가침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태도를 버리고 “기존 기업을 쓰러뜨려야 한다”면서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언급한다. 물리적인 붕괴가 아니라, 기업이 사적인 이윤 창출이 아니라 사회 공헌, 친환경 등의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경영 철학적 재정립에 가깝다. 아울러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 기준으로 1도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되돌리면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펼친다. 5년 안에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이고, 20년 이내로는 배출량을 아예 없앤다는 ‘1도 전쟁’ 프로젝트다. 20년째부터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면서 기후를 산업혁명 이전 상태로 되돌린다는 구상이다. 저자는 인류는 커다란 위기가 닥칠 때마다 ‘대각성’을 통해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가 급격하게 바뀌면 사람들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보호기금의 수석 경제학자인 거노트 와그너 역시 ‘누가 마지막 나무를 쓰러뜨렸나’에서 경제적인 관점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한다. 와그너는 2008년 금융위기와 현재 기후 문제를 같은 현상으로 놓고 “수조 달러의 늪에 빠져 있는 동안 위험을 다스리지 못하면 어떤 일을 겪는지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잘못된 인센티브를 바로잡고 외부 효과를 내재화하며, 사회비용을 개인화하는 강도를 높여야 할 때”라면서 다양한 방식의 해결책을 제안한다. 이득과 손실을 따지듯이 유류세를 올렸을 때와 3.8ℓ 석유를 사용했을 때 부담해야 할 사회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하고, 자연스럽게 행동을 유도하는 너지이론을 이용해 자동차 사용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식이다. 전 지구적으로 환경문제에 동참해야 한다는 저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뻔하거나 다소 이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바꿔 생각하면 전 세계가 나서야 할 긴박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책들은 들춰 볼 이유를 갖는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근대 태동기 유럽·신대륙엔 무슨 일이

    근대 태동기 유럽·신대륙엔 무슨 일이

    근대의 탄생 1·2/폴 존슨 지음/명병훈 옮김/살림/1권 936쪽, 2권 800쪽/각 4만원 중세의 신(神) 중심 세계관이 깨지고 14~16세기 르네상스, 17세기 종교개혁을 거쳐 도달한 18세기 후반. 인간 이성으로 구습을 타파하려는 계몽주의와 산업혁명,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천명한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이 시기에 근대가 출발했다고 보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영국 역사학자 폴 존슨은 19세기 초반, 좀 더 구체적으로 1815년부터 1830년까지 15년 동안 근대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그의 역작 ‘근대의 탄생’에 따르면 지난하고 파괴적인 나폴레옹의 전쟁이 근대의 실질적 탄생을 늦췄으며, 1815년 6월 18일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웰링턴 장군이 이끄는 영국·프로이센 연합군에 패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길고 긴 전쟁 뒤에 사람들이 강렬하게 원했던 것은 ‘안정’이었다. 근대적 변화는 그 요구의 바탕 위에서 솟구쳐 올랐으며 그 변화들은 사람들의 신념, 열정, 가치, 사고방식을 근대적으로 변화시켰다.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존슨은 다양한 자료들을 토대로 정치·군사·과학·종교·철학·예술 등을 뒤흔든 인물들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딱딱한 현대사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 낸다. 우선 예술 사조가 바뀌었음을 언급한다. 나폴레옹이 끔찍하게 좋아했던 고전주의 예술이 물러가고 그 자리를 빅토르 위고 같은 낭만주의 예술이 채운다. 프랑스가 세계 지성계에서 리더십을 상실하면서 문화가 국제화되기 시작한다. 유럽은 칸트의 관념론 철학, 괴테의 서정시와 희곡, 실러의 시극 등 독일 문화에 빠져들게 된다. 통신과 교통의 급격한 발전은 근대를 꽃피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륙을 넘나드는 인구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유럽인들이 대거 신대륙인 미국으로 이민했다. 유럽은 인구 급증과 기후 이상으로 인한 대재앙은 면한 반면 미국의 인디언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신대륙은 유럽에서 유입된 가축과 농산물, 동물과 해충, 곤충과 질병 등에 휩싸였다. 방적기 개발과 함께 목화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남부에서는 노예제도가 정착한다. 네이선 로스차일드라는 런던 금융계의 거목이 등장했고, 신용 거래와 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1825년엔 세계 최초의 금융위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1820년대 중반 무렵부터 민중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함으로써 세계는 민주주의 시대로 이행할 단계를 밟는다. 근대의 출발점에 대한 존슨의 주장은 책장을 넘기면서 점점 더 설득력을 얻어 간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커버스토리] 쉿, 조용히? 맘껏 떠들어!

    [커버스토리] 쉿, 조용히? 맘껏 떠들어!

    “엄마, 엄마. 나도 이거 알아. 콩나무야. 콩나물이 아니야.” 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언니네작은도서관’(이하 ‘언니네’). 이미경(46)씨가 동화 ‘잭과 콩나무’를 읽어주자 곁에서 음료수를 마시던 아들 양희준(8)군의 질문이 쏟아진다. 이씨의 소개로 도서관을 찾은 우미춘(35)씨는 8개월 된 딸에게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 동요가 은은히 흘러나오는 가운데 아이들은 색색의 안전매트 위에서 까르르 웃으며 노는 데 여념이 없다. 동네 사랑방을 꿈꾸는 ‘언니네’에서만 볼 수 있는 ‘시끌벅적한’ 풍경이다. ●큰 소리로 떠들거나 방바닥에 누워 책 읽어 비영리 민간단체로 지역공동체 활동을 꾸준히 해 온 ‘서울여성회’는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던 대림동에 지난해 12월 이름도 친근한 ‘언니네’를 열었다. 지역 사회 주민들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육성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 중 하나다. 서울여성회는 여성과 아이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을 고민하던 중에 누구나 편히 와서 쉬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떠올리게 됐다. 그래서인지 ‘언니네’는 큰 소리로 떠들거나 방바닥에 누워 책을 읽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책 놀이터’다.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낸 엄마들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찾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 신수연(41)씨는 “아이들이 ‘엄마 이게 뭐예요’라고 물을 때 ‘조용히 말해’라고 꾸짖지 않아도 된다”면서 “눈치 보지 않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이랑 놀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학부형들과 도서관을 찾은 김현진(35)씨 역시 “애들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이렇게 동네 엄마들이랑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나 건강 이야기도 하고, 가끔 서로 소소한 부탁도 하곤 한다”며 웃었다. 조민욱 서울여성회 사무국장은 “‘언니네’를 홍보할 때도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시끌벅적한 사랑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주민들끼리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마을 공동체의 거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소파 만들고 영어로 읽어주고… 재능기부 봇물 주민 참여도 적극적이다. 시민단체 활동가인 김선구(42)씨는 재능기부를 통해 ‘언니네’의 설립 초기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김씨는 도서관에 빔프로젝터를 설치하거나 고장 난 컴퓨터를 고치는 등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서울여성회 회원인 그는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을 만나서 놀고 어른들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가구업에 종사하는 송태근(39)씨는 어린이용 소파를 직접 만들어 기부했다. 영어로 된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등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조 사무국장은 “지금보다 더 많은 분들이 도서관을 이용해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를 깨달았으면 좋겠다”면서 “주민들이 도서관을 ‘내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동아리 모임을 직접 만들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2년 작은도서관을 활성화해 생활형 도서관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이후 ‘언니네’와 같은 작은도서관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4일 현재 문화부의 작은도서관 홈페이지(smalllibrary.org)에 등록된 곳은 모두 4052개. 2010년 3349개에서 2011년 3464개, 2012년에는 3951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도서관법에 따르면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 시설에 미치지 못하는 도서관을 의미한다. 숫자로 정의하면 의미가 더 명쾌해진다. ‘6·33·1000’. 6석 이상 열람석을 갖추고 33㎡ 이상 면적에 1000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을 뜻한다. 2005년 부산 북구 화명2동에서 주민 5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맨발동무’ 도서관은 ‘작은도서관’의 롤모델로 꼽힌다. 85㎡ 규모의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한 ‘맨발동무’는 운영이 탄탄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소문이 나면서 2010년 264㎡의 대천천환경문화센터 3층으로 장소를 옮겼다. 하루 방문객 150여명, 이용회원이 3000여명에 이를 만큼 성공을 거뒀다. 문화부 도서관정책과 관계자는 “2012년 ‘작은도서관 진흥법’을 제정하기 전부터 작은도서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1년 갑자기 숫자가 늘어났고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도서관’ 4052곳… 표준화 모델 필요 물론 갑자기 늘어난 덩치에 비해 아쉬운 점도 있다. ‘작은도서관’ 컨설팅 등을 하는 사단법인 ‘작은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의 변현주 사무국장은 “숫자는 늘었지만,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곳이 많고 규모 역시 ‘작은도서관’ 기준을 겨우 넘는 수준인 곳이 허다하다”면서 “처음에는 호기심에 방문을 해보지만 흥미가 떨어지면 방문객이 줄어들고 결국 외면을 받는 곳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윤소영 박사는 “‘작은도서관’이 성공하려면 설립자의 철학·운영과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잘 맞아야 한다”면서 “문화부가 ‘작은도서관’의 표준화 모델을 재정비하고 지자체에 대한 조례 표준안 등을 마련해서 수준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망각과 자유(강신주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감정수업’ ‘다상담’ 등의 저서로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저자가 타자에 대한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장자의 철학을 재해석한 책이다. 연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장자 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책에서 장자의 가르침을 통해 삶의 문제를 풀어보려 한다. 장자의 철학은 제물론에 나오는 ‘길은 걸어다녀서 이뤄진다’는 한마디로 규정할 수 있다. 장자는 우리를 평화와 행복의 길로 안내하는 길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장자가 만들라고 했던 길은 타자를 위한 길이다. 우리 인간은 타자에 대한 사랑과 연대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유와 행복, 사랑과 연대를 향한 도정에서 망각의 개념을 제시한다. 망각은 우리 삶을 좀먹는 기억들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216쪽. 1만 2000원. 삼국지 인물전(김재욱 지음, 휴먼큐브 펴냄) 문재인은 유표, 박원순은 유언, 진중권은 예형, 조국은 조자룡, 김한길은 원술, 안철수는 원소…. 삼국지의 등장인물과 한국 정치·사회의 인물을 절묘하게 비교하며 충고를 덧댄다. 고려대 한문학과에서 강의하는 저자가 페이스북에 올려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즉흥적 인물평’을 엮은 책이다. 책에는 총 32명이 등장한다. 문재인을 풍채 좋고 사람 좋은 성인군자였지만 천하를 경영할 뜻이 없었던 유표에 비유하면서 유비나 조조 같은 인물로 성장하려면 대중 속으로 뛰어들라고 조언한다. 김한길은 능력도 없으면서 전국옥새에 탐을 내 패가망신의 교과서가 된 원술에 비유했다. 안철수와 짝이 된 원소는 겉으로는 너그러운 것 같지만 시기하는 마음이 강하고 꾀는 많지만 결단력이 부족한 인물이다. 저자의 사견이 개입되긴 했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동치는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한눈에 파악하는 참고서가 될 만하다. 404쪽. 1만 5800원. 바람을 품은 돌집(김인철 지음, 도서출판 집 펴냄) 중견 건축가인 저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개발도상국 지원 사업으로 해발 3000m에 자리 잡은 네팔 중북부의 좀솜에 FM 방송국 건물을 지었다. 책은 그가 재능 기부를 결정한 때부터 지난해 10월 4일 ‘바람을 품은 집’을 개국하면서 마무리된 17개월간의 작업 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작업을 진행하는 내내 일방적으로 우리 문화를 이식하기보다 현지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그들의 방식으로 집을 완공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카트만두, 포카라, 무스탕, 간다키 강변의 마을들을 답사하며 그들의 역사와 문화, 건축적 특징을 공부하고 조사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답사 현장에서 본 것을 되새기며 좀솜마을 사람들이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다. 황량한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호박돌로 된 방송국 건물의 탄생 과정이자 건축가의 네팔 건축 답사기다. 288쪽. 2만원. 틀 안에서 생각하기(드루 보이드·제이컵 골든버그 지음, 이경식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대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고 및 행동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그럴까. 책은 이런 통념에 의문부호를 찍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낯익은 세상 안에서 ‘공식’이라 불리는 것들을 사용할 때 오히려 더 강력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 음악의 구조 안에서 더욱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기존 공식을 충실히 따를 때 더 큰 창의적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성을 끌어내는 해법들에는 특정한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기존 요소에서 한 요소를 제거하거나(핵심 제거), 다른 사용 환경에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부품이나 요소를 분리하고(요소 분할), 조금씩 바꿔 반복해 복제하는(다수화) 방식 등이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혁신 제품과 서비스 사례를 통해 공식을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기 쉽다. 428쪽. 1만 5000원.
  • [서울광장] 새삼스러운 말, ‘안철수’는 갔다/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새삼스러운 말, ‘안철수’는 갔다/진경호 논설위원

    ‘호랑이 굴에 들어가 보니 호랑이가 없더라’고 한, 참 ‘안철수’답지 않았던 그 말이 불안했던 이유가 패닉 상태로 접어든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실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방선거 보이콧 주장에서부터 당 해산론에 이르기까지 우악스럽게 터져 나오는 아비규환 너머로 그의 책사 윤여준이 진작 우려했던 ‘호랑이 굴에 들어간 사슴’이 어른댄다. 지난 한 달 사이 정치인 안철수의 변신과 변심에 대한 갖은 비판이나 환호는 이미 차고 넘친 터, 다 각설하고 하나만 짚겠다. 지방선거와 ‘안철수’의 상관관계다. 먼저 지방선거를 자기 정치의 승부처로 삼은 정치인 안철수의 선택은 치명적이고 부당한 오류다. 그의 정치적 운명이 아니라 지방자치를 기준으로 하는 말이다.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내 고장의 일꾼을 뽑는 선거다. 금배지들의 정치가 아니라 주민들의 자치를 위한 선거다. 이 나라 정치를 확 바꾸겠다며 ‘새 정치’라는 주소를 들고 지방선거의 문을 두드린 건 그래서 ‘검은 백마를 타겠다’고 우기는 것만큼이나 형용모순이다. 이런 자가당착으로 그는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이라는 고질을 더 키웠다. 정치철학의 빈곤, 그리고 나라보다 자신을 앞에 둔 사고체계가 아니고는 설명되지 않는 선택이다. 새 정치가 아니라 내 정치를 택했다. 그의 ‘지방선거 참전’이 없었다면 여당 공천, 야당 무공천이라는 초유의 비대칭 기초선거는 단언컨대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 단추라도 옳게 꿸 수는 결코 없는 까닭일까. 내 정치를 위한 그의 선택도 잘못됐다. 잘못 짚은 문일지언정 두드렸다면 열었어야 했다. 단기필마라 해도 제3의 길을 걷겠다고, ‘헌 정치’와의 연대는 없다고 다짐했다면 그 길을 갔어야 했다. 준척조차 낚지 못한 인재영입과 오합지졸의 조직력이라 해도 사즉생을 믿었어야 했다. 그래야 내 정치라도 한다. 한데 정치인 안철수는 옆집 문이 슬며시 열리자 냉큼 몸을 틀었다. 민주당이 던진 기초선거 무공천이라는 미끼를 덥석 물었다. 마땅한 내부 논의조차 없었다. ‘새 정치’의 이웃 말로 통했던 ‘안철수’라는 자산을 헐값에 ‘낡은 정치’에 팔아넘겼다. 세 번째 단추도 바로 꿸 듯싶지 않다. 당대당 통합이라는 정치공학으로 갓 1년 된 국회의원 안철수를 거대야당 대표로 앉히자마자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홀로 무공천’에 반발해 ‘선거 거부’(민병두)와 ‘당 해산’(신경민)을 주장하며 흔들기 시작했다. ‘안철수’라는 브랜드의 효용가치가 다했음을 뜻한다. “무공천 약속을 뒤집어 안철수는 죽고 당과 3000명의 후보들을 살리는 게 훗날 칭송 받을 대의”라고 한 강경파 정청래의 말은 충정보다 조롱에 가깝다. 당 저변에선 이미 새정치연합 후보임을 알릴 계책들이 춤을 춘다. 선거 때면 출몰하는 한 정치교수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1명씩 각 지역에 보내 하위정당을 만들고 이를 통해 당 후보들이 ‘기호 5번’을 부여받도록 하자는, 머리가 아까운 아이디어를 냈다. 중앙당이 각 시·도당에 공문을 보내 선거홍보물과 유니폼 등에 새정치연합 후보임을 알릴 표식을 담는 방안을 주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어디까지가 공천이고 무공천인지 경계마저 흐릿해지고 있다. 김기식 의원 말처럼 ‘주화입마’(走火入魔) 지경이다. 너무 열심히 무공을 연마하다 마귀가 들어 몸이 망가졌다. 그런데도 “무공천이 새 정치”라는 ‘바지 사장’은 못 본 척, 못 들은 척 대통령만 찾는다. 새정치연합의 분란이 어디로 향하든, 이도 저도 아닌 봉합에서부터 친노·비노 세력 결별까지의 시나리오 가운데 무엇이 안철수 앞에 펼쳐지든, 6·4지방선거는 이미 희대의 정치 코미디가 됐다. 선거까지의 혼란과 그 뒤의 후유증을 예약해 놨다. 한때의 새 정치 아이콘이 주인공인 웃지 못할 코미디다. 약속을 저버린 새누리당은 그냥 놔두고, 나만 비난하느냐 물을 텐가. 번복과 기망(欺罔)의 차이 때문이다. 인재 영입을 자신했던 지난해 8월만 해도 기초단체장 무공천은 시기상조라 했던 그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그의 가세로 더 기울었다. ‘안철수’는 갔다. 아니 없었다. 오지 않는 고도가 없었던 것처럼. jade@seoul.co.kr
  • [사설] 1급 인사 공직 분위기 쇄신 계기 삼아야

    박근혜 정부의 집권 2년차를 맞아 공직사회에 대폭적인 1급(고위공무원단 가급) 물갈이 인사 바람이 불어닥쳤다. 지난 1월 국무총리실의 1급 교체 인사가 단행된 이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인사 태풍이 다시 일고 있는 것이다. 대상자의 일괄 사표를 받은 부처도 적지 않아 그 교체 폭이 주목된다. 이 정부 들어 고위급 인사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다소 늦은 감도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가 특정 부처에서 끝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1급 인사가 예고된 곳은 기획재정부를 포함해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이다. 보건복지부도 1급 사표의 사실 여부로 혼선이 있었지만, 인사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안전행정부·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최근 수장이 바뀌어 인사 요인이 생겼다. 이번 인사는 정권교체 이후 어김없이 단행했던 여느 물갈이 인사와 별반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더 강하게 느껴진다. 기초연금 등 굵직한 정책들이 국회와 여론에 밀려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상황 등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청와대의 의지가 강하게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공공부문 개혁과 규제 개혁, 경제 살리기 등 이 정부의 3대 핵심 정책에 대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다소 느슨해진 공직의 기강을 잡아 분위기를 쇄신하고, 정책 추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만 한다. 국정철학에 걸맞은 인물이 전면에 포진되는 것이 마땅하다. 일부 부처가 이들 국정 현안의 대처에 미흡하다는 말도 이미 들려오는 마당이다. 그동안 1급 인사가 늦어지면서 못했던 국·과장 승진 인사도 마무리해야 한다. 후속 인사가 늦어져 조직원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장차관을 보좌하는 1급 직위는 정책 추진에 있어 중요한 바로미터가 된다. 실무를 책임지는 그 역할이 막중하다는 말이다. 인사를 하는 마당에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인사가 예정된 부처에서는 몇 명이 교체될지 등을 놓고 술렁인다고 한다. 조직의 동요가 없어야 추진 중인 정책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책상형보다는 현장 감각이 뛰어난 인물을 기용하는 것도 우리의 바람이다. 요즘의 정책은 한 곳에서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시대는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이 정부는 협업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현장 지자체는 최소한 두세 개의 부처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욱이 부처 산하 기관장 자리를 채우기 위한 몰아내기식 인사가 돼서도 안 된다. 벌써 어느 부처에서는 산하기관의 자리에 누가 내정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인사는 적재적소 배치의 문제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1급 교체 인사가 조직의 분위기를 일신시켜 당면 정책들이 제대로 추진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국고보조사업 이대로 괜찮나] 안행부도 모르는 국고보조사업

    [국고보조사업 이대로 괜찮나] 안행부도 모르는 국고보조사업

    국고보조사업에 따른 지방재정 악화를 거론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게 ‘과도한 복지비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전체 국고보조금 가운데 사회복지 분야가 절반 가까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진짜 ‘불편한 진실’은 지금도 연간 수십조원씩 지방으로 흘러가는 ‘토건’(토목·건설) 관련 국고보조사업이다. 그 중심에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광특)가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가 기획재정부에 퇴짜를 맞았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일 기재부에 광특 지역계정 한도액을 어떻게 산정하는지, 얼마씩 배분하는지 등의 기초 자료를 요청했다. 기재부에선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이어 “지역 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별 배분 내역과 관련 자료는 아예 만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광특은 광역발전계정, 지역개발계정, 제주특별자치도계정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광역계정은 소관 부처가 직접 편성, 운영하고 제주계정은 제주에 배정된다. 반면 지역계정은 시·도 자율 편성과 시·군·구 자율 편성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기재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의 세출 한도액을 산정해 배분한다. 익명을 요구한 광역자치단체 부단체장은 “그저 기재부가 광특 사업별로 우리한테 배분해 주면 받는다. 다른 지자체가 얼마씩 받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관련 주무 부처인 안전행정부조차도 광특 지역계정이 지역별로 어떤 기준으로 얼마씩 배분되는지 알지 못한다. 기재부에서 행정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자체에 전화해서 지역별 배분액 규모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2005년 신설된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를 2010년 개편하면서 생긴 광특은 지역의 특화 발전과 광역경제권의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내년부터는 지역발전특별회계로 개편될 예정이다. 광특을 담당하는 기재부는 지역계정의 지자체별 한도액, 산정 방식, 절차, 결과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김 의원은 “기재부가 광특을 안행부 특별교부세나 교육부 특별교부금처럼 지역을 통제하고 소관 국회 상임위를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광특으로 진행되는 사업 중 제주계정 78개를 뺀 209개(2012년도 기준) 가운데 도로 관련 사업은 105개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재정 규모로 보면 국비와 지방비가 약 1조 737억원과 5727억원으로 전체 국비 중에서 17.6%, 지방비 중에서 15.3%를 차지한다. 도로 관련 사업을 위한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가 따로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에 왜 심각한 도로 공급 과잉이 계속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광역시 관계자는 “토건사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지역구 의원과 단체장의 로비가 집중되는 게 바로 광특”이라고 귀띔한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도 “사회복지에 대한 철학이 투철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하는 것으로 자기 치적을 쌓으려 한다”면서 “사실 SOC 사업은 지금도 지자체 사이에서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광특 지역계정에서 자의적인 배정이 없다고 간주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면서 “로비에 휘둘릴 가능성이 큰 구조인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예산안 심사 때 항상 문제가 되는 쪽지예산은 거의 다 도로건설이고 토건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쪽지예산 재원이 모두 광특은 아니겠지만 출처를 좇아가다 보면 광특과 만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기재부 내부 자료에 따르면 광특 지역계정은 지자체 간 재정 상황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는 점도 드러난다. 투명성이 없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지자체가 재정력이 열악한 지자체보다 더 많은 투자 재원을 받기도 한다. 가령 지난해 가장 많은 지역계정 교부를 받은 경기 화성시와 가장 적은 교부를 받은 경북 문경시를 비교해 보면 재정력지수는 문경이 훨씬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성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원장은 “지자체에서 과거보다 SOC 분야 비중이 굉장히 줄어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도로나 건설은 이미 과잉 상태라는 걸 감안하면 일자리와 연결되는 지방재정 조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원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업무 성격상 기재부는 광특 관리에서 손을 떼고 예산 통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지자체에 대해 지방채 심사와 투융자심사 등 각종 통제 장치를 시행하는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향해 무리한 투자를 했다느니, 방만한 재정 운용을 했다느니 비난하는 것은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에 불과하다”면서 “국고보조사업에서 핵심은 중앙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역 난개발을 부추긴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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