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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시립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공모사업에 선정

    이천시립도서관은 2018년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공모사업에 선정됐다고 9일 밝혔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인문학을 구현하고자 지역 주민이 이용하는 도서관을 통해 인문학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천시립도서관은 본 사업을 통해 강사료와 행사 운영비 등으로 국비 1000만원을 지원받아 함께 읽기 프로그램 ‘읽다’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천시립도서관 2018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읽다’는 3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수강생들이 미리 각 주제 도서를 읽고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1차 프로그램 ‘페미니즘, 문학을 읽다’는 ‘제인 에어’ ‘쇼코의 미소’ 등 매회 정해진 책 한 권을 읽고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2차 프로그램 ‘영화, 철학을 읽다’는 ‘영화가 나에게 하는 질문들’의 저자 원은정 작가와 함께한다. 영화의 장면을 통해 영화에서 말하고 있는 철학의 시선을 알아보고,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3차 프로그램 ‘문학, 인간을 읽다’는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을 읽고 우리가 가진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소설 재미있게 읽는 법’의 저자 조현행 작가와 함께 ‘필경사 비틀비’‘종의기원’ 등 6권의 책을 함께 읽는다. 이천시립도서관 2018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읽다’는 6월 1차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수강신청은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열린세상] 당신의 ‘온라이프’는 안전한가요/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당신의 ‘온라이프’는 안전한가요/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중국을 ‘신용사회’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야심 찬 계획하에 2014년 시작된 ‘신용평가시스템’(social credit system)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신용 점수가 나쁜 자국민 1200만명의 기차 여행과 900만명의 비행기 여행을 5월 1일부터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2년 동안 신용 점수가 낮은 국민에 대한 기차나 비행기 여행, 대출, 부동산 소유 등을 금지하는 정부의 규제를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지원자를 대상으로 시험 운영 중이라고 하지만 모든 규제는 실제 상황이다. 2020년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용 점수를 매기고 그에 대해 상과 벌을 주는 제도를 강제 시행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사업체 및 개인의 신용 점수를 평가하기 위해 9곳의 민간 기업에 평가 모델을 만들어 시행하도록 허가했다. 신용평가 프로젝트에서 선두주자는 세서미카드와 차이나 래피드 파이낸스다. 세서미카드는 알리바바의 자회사로, 알리페이와 연계돼 있다. 알리페이는 5억 2000만명의 사용자가 매일 쇼핑하고, 영화를 보고, 학교 등록금을 납부하며, 교통비를 지불하는 수단이다. 차이나 래피드 파이낸스는 중국인 8억 5000만명이 사용하는 채팅앱 위챗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회사다. 두 회사가 시행하는 신용평가만으로도 빅데이터의 양이 얼마나 거대할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중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각종 공공데이터에 이 민간 기업들 데이터까지 합쳐서 점수를 매기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한다. 실제로 점수는 어떻게 매길까. 신용평가의 항목은 개인 신용도, 보안, 재산, 소비, 사회 연결망 등 다섯 가지다. 전기요금, 통신요금 등을 마감에 맞춰 납부했는지, 각종 금융 관련 계약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전화번호와 주소가 정확한지,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연결된 친구는 몇 명이며 어떤 사람인지, 어떤 물건을 주로 쇼핑하는지 등을 통해 점수를 매긴다.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거나 헌혈을 하면 좋은 점수를 받는다. 좋은 점수는 보상으로 이어진다. 만약 세서미카드 신용평가 점수가 600점에 이르면 5000위안(약 82만 5000원)의 대출을 즉시 받을 수 있다. 650점에 이르면 보증금 없이 렌터카를 빌릴 수 있으며 공항에서 VIP 대우를 받는다. 666점이 넘으면 5만 위안(약 832만 7000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700점이 넘으면 별도의 서류 절차 없이 싱가포르 여행을 갈 수 있으며 750점이 넘으면 유럽 여행 비자를 패스트 트랙으로 받을 수 있다. 신용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이를 자신의 웨이보에 게시하며 자랑한다. 점수가 높은 사람은 취업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고 심지어 데이트 또는 결혼 상대를 찾을 때도 유리하다. 물론 점수가 깎이는 행동도 다양하다. 세금을 내지 않거나 암표를 판매하다가 적발되거나 대출금 납부 기한을 어기는 행동에 대해서는 점수가 깎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연결된 친구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정부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책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점수가 낮아진다. 게임 프로그램을 자주 구매하거나 장시간 게임을 하는 사람은 게으르다고 평가받는다. 벌은 기차나 비행기 여행 금지, 대출 및 부동산 구입 권한 정지 등이다. 예를 들면 기차의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기차표를 사지 않고 무임승차할 경우 180일 동안 기차표 구매를 할 수 없게 된다. 점수가 낮은 사람이 취업을 하거나 결혼 상대를 찾을 때 불리할 것임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중국인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만약 온라인 쇼핑을 하고 있다면,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활용하고 트위터 팔로를 하며 온라인 채팅을 한다면, 페이스북으로 친구와 교류하고 있다면 당신의 정보는 이미 차고 넘치게 확보돼 있다. 오프라인에 있는 내 존재가 이미 온라인에도 생성돼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루치아노 플로리디 옥스퍼드대 철학과 교수는 물리적 존재와 가상의 존재가 융합된 상태를 ‘온라이프’(onlife)라고 부른다. 우리의 온라이프에 대한 빅데이터 금맥을 손에 쥐고 수익으로 연결할 궁리만 하고 있는 인터넷 제국에 맞서 우리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 ‘사람이좋다’ 개그맨 박성호, 11살 연하 아내+‘쇼그맨’ 성공기 공개

    ‘사람이좋다’ 개그맨 박성호, 11살 연하 아내+‘쇼그맨’ 성공기 공개

    ‘사람이 좋다’ 코미디언 박성호의 이야기가 시청자를 찾아간다.8일 오후 방송되는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이하 ‘사람이 좋다’)에서는 코미디언 박성호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장모님 반대를 뚫고 11세 연하 미모의 아내와 결혼한 박성호 박성호는 2003년 한 대학 축제에서 이제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11세 연하 이지영 씨를 만났다. 박성호가 곰 인형을 선물하며 적극적으로 구애하며 결혼을 꿈꿨지만, 나이 차와 직업 때문에 장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박성호는 그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결혼에 임하는 각오를 쓴 각서를 작성해 장모님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고. 이후 2006년, 박성호는 당시 불과 23세였던 아내 이지영 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이지영 씨가 결혼을 결심한 건 다름 아닌 그의 책임감이었다. 박성호는 코미디언이 되고 방송은 물론 지방 행사까지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8년 동안 병상에 누워 계신 아버지를 홀로 보살펴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 지영 씨는 그 모든 것이 믿음직스러워 어린 나이에도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부부가 결혼한 지 어느덧 10년이 넘은 지금, 여전히 아내가 예쁘다는 박성호의 눈빛에선 꿀이 떨어진다. 아내의 생일 때마다 늘 꽃과 편지를 준비하는 로맨티스트다. 아빠를 능가하는 끼를 자랑하는 아들 정빈이와 뽀뽀를 부르는 귀염둥이 딸 서연. 그간 방송에서 잘 소개되지 않았던 박성호 가족이 함께 하는 사랑 가득한 일상이 공개된다.▲코미디언이 낯을 가리고 무대 공포도 있다? 사실 박성호는 코미디언이 되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심한 낯가림과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에 무대 울렁증을 겪어야 했던 것. 지금도 코미디 프로가 아닌 토크쇼에 나가면 얼어붙어 말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분장! 분장을 하면 다른 사람인양 180도 달라지는 박성호! 여기에 남다른 연기력이 더해져 명실공이 ‘분장개그의 끝판왕’이라 불린다. 갸루상, 앵그리버드 등의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전성기를 달릴 수 있었다. 사람들을 웃길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박성호, 그의 웃음 철학을 전한다. ▲가자, 미국 무대로! ‘박성호와 쇼그맨’ 해외 진출하다! ‘언제까지 개그를 할 수 있을까?’, 박성호가 코미디언으로서 가진 난제였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 그가 무대에 설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좁아졌기 때문이다. 공개코미디를 떠난 그의 선택은 후배 김재욱, 김원효, 정범균, 이종훈과 함께 ‘쇼하는 개그맨’(이하 쇼그맨)을 결성이었다. 이들은 공개 코미디 프로를 통해 저력을 쌓아온 실력파들이다. 개그뿐만 아닌 마술 등의 요소를 섞어 새로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쇼그맨은 개그맨으로서 처음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재외 국민들을 대상으로 미국 아틀란타, 달라스, LA, 뉴욕, 호주 시드니 등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는데 좌충우돌 미국 공연의 생생한 현장을 담았다. 박성호의 이야기는 이날(8일) 오후 8시 55분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사진=MBC 연예팀 seoulen@seoul.co.kr
  • 5급 공무원 합격자 329명 오늘 신임관리자 과정 입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8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5급 공채 합격자 329명을 대상으로 신임 관리자과정 교육을 진행한다. 이번 신임관리자 과정은 ‘올바른 공직 자세와 미래에 대비한 정책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진행한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직자가 갖춰야 할 기본 자세와 직무 전문성, 공직 리더십과 글로벌 역량 등 다양한 정책 역량을 기르는 맞춤형 교육을 운영한다. 입교 직후 3주간은 신임 공직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 정부의 국정철학·국정과제의 공유·실천을 위한 참여·체험형 학습 방식의 합숙 교육을 시행한다. 업무 사항별 역할극과 공직 가치송 만들기, 공직 비전 설계 등을 진행한다. 이후 직무 전문성과 리더십을 배양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며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직군·직무별로 반을 편성해 교과 교육으로 운영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주말 영화]

    ■인사이드 아웃(EBS1 일요일 낮 12시 10분)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 그곳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들. 이사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를 위해 어느 때보다 바쁘게 감정의 신호를 보내지만 우연한 실수로 ‘기쁨’과 ‘슬픔’이 본부를 이탈하게 되자 라일리의 마음에 큰 변화가 인다. 누구나 지닌 기쁨, 슬픔, 분노, 짜증, 두려움이라는 다섯 가지 감정을 의인화한 기발한 상상력과 추억, 꿈, 생각 등 머릿속 사고 체계를 기상천외한 세계로 형상화한 장면들이 경이롭다. ‘몬스터 주식회사’, ‘업’ 등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냈던 피트 닥터 감독이 딸의 변화를 겪으며 잉태해 낸 작품이다. 평소 밝고 명랑했던 딸이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딸아이의 머릿속을 탐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휩쓸었다. 2015년 작.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OBS 토요일 오후 1시 50분)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가 이끄는 반란군은 제국의 함대를 피해 얼음으로 뒤덮인 호스 행성에 새로운 비밀 기지를 마련했다. 루크를 찾으려 혈안이 된 악의 군주 다스 베이더는 우주 구석구석에 수천 개의 원격 조종 탐색선을 보낸다. 반란군은 제국군을 꺾을 재기의 기회만을 노린다. 루크는 제다이 기사이자 철학자인 요다로부터 훈련을 받으며 제다이로 기량을 갖추려 애쓴다.
  • 노벨문학상 취소시킨 미투… 한림원 “올해 수상 없다”

    노벨문학상 취소시킨 미투… 한림원 “올해 수상 없다”

    내년 수상 2명 선정… 평화상은 그대로 “신뢰 회복 위해 모든 노력 다하겠다” 종신위원 남편 성폭력 묵인했다 ‘뭇매’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림원 종신위원의 남편이 가해자로 연루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파문이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림원은 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차기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전에 한림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결정했다”며 올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대신 내년에 수상자 2명을 선정하기로 했다. 평화상 등 나머지 시상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내지 못한 건 7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0~1943년과 마땅한 수상자가 없는 경우였다. 1949년에는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가 선정됐지만 시상식은 이듬해 말에 열려 그해 수상자인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과 함께 상을 받았다. 이후엔 매해 시상했다. 이번 사태를 야기한 한림원의 미투 파문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성 18명이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왼쪽)에게 10여년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아르노는 한림원 종신위원 18명 중 한 명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오른쪽)의 남편으로, 문화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아르노는 2006년 한림원의 한 행사에서 빅토리아 스웨덴 공주의 몸을 더듬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폭로 직후 종신위원 3명이 프로스텐손의 해임을 요구했으나 한림원은 이를 무시했다. 이에 반발한 해당 위원이 집단 사직했고, 한림원은 여성 성폭행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사건으로 한림원의 첫 종신 사무총장인 사라 다니우스 총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프로스텐손도 결국 사퇴했다. 한편 노벨재단은 스웨덴 한림원의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 연기 결정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시상자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현재 취하고 있는 구체적인 조치들에 관해 알려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마르크스가 지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마르크스가 지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철학·경제·역사학자 마르크스 200돌 에세이·소설·전기 등 출간 열기 활발 경제적 불평등·빈곤·실업 폐해 심각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찰·관점 재조명카를 마르크스/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지음/홍기빈 옮김/아르테/1112쪽/8만원마르크스에 관한 모든 것/토머스 스타인펠트 지음/김해생 옮김/살림/424쪽/2만 2000원마르크스 2020/로날도 뭉크 지음/김한슬기 옮김/팬덤북스/372쪽/1만 6000원마르크스의 철학/에티엔 발리바르 지음/배세진 옮김/진태원 해제/오월의봄/476쪽/2만 3000원디어 맑스/손석춘 지음/시대의창/440쪽/1만 6800원마르크스 전기1·2/마르크스 레닌주의연구소 지음/김대웅·임경민 옮김/노마드/각 496·528쪽/각 2만 5000원공산당 선언/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심철민 옮김/도서출판b/142쪽/9000원유럽 전역에 혁명의 기운이 넘치던 1848년 나온 ‘공산당 선언’의 유명한 첫 문장 “유럽에는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그것은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다”는 “지구에는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그것은 마르크스라는 유령이다”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듯하다. 세상을 떠난 지 135년이나 된 독일의 철학자·경제학자·역사학자 카를 마르크스(1818~1883)의 생명력은 여전히 생생하다. 마르크스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호명되는 건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성찰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 터다. 수많은 추종자와 그에 못지않은 반대파를 거느린 이 논쟁적인 인물의 삶과 사상을 되짚어 보는 책들이 5일 그의 탄생 200돌에 맞춰 나왔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불평등, 실업, 빈곤 등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마주한 오늘날 그 한계를 해결하는 열쇠 중 하나로 마르크스의 철학과 사상에 주목한다. 특히 노동계급의 해방과 인류의 진보에 앞장선 혁명가로서 그려진 마르크스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정치사상사 속 마르크스의 실제 업적과 한계에 주목한 저서들이 눈에 띈다. 런던대 퀸메리칼리지의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교수가 2016년에 쓴 ‘카를 마르크스’는 19세기 유럽의 역사와 지성사적 맥락에서 마르크스의 사상과 삶을 재구성한 책이다. 해제를 쓴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라는 달팽이 껍질 속에 숨어 있는 ‘마르크스’라는 민달팽이의 모습을 꼬리에서 두 개의 뿔까지 총체적으로 그려 낸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를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마르크스 사상을 ‘대중화’한 결과물이라고 지적하며 오히려 만년의 마르크스는 한때 자신이 경멸하고 거부했던 러시아의 ‘미르’와 같은 촌락 공동체에 희망을 걸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에는 마르크스가 평생의 동반자인 예니와 함께 유럽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동안 그의 사상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방향으로 전환됐는지, 기독교와 국가 비판에 집중하던 마르크스가 왜 사회 문제와 프롤레타리아트에 주목하게 되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담겼다. 토머스 스타인펠트 스위스 루체른대 명예교수가 쓴 ‘마르크스에 관한 모든 것’은 마르크스의 난해한 사상을 에세이 형태로 풀어냈다. 명성, 선언, 음모, 돈, 자본, 소유, 언어, 학문 등 16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마르크스의 이론을 정리했다. 한 인물을 영웅·신화적으로 기술하는 전기로 쓰면 역사적 진실이 매몰될 수 있는 탓에 에세이 형식을 빌렸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정세적 변화를 분석한 ‘마르크스의 철학’은 2014년 프랑스에서 나온 증보판을 저본으로 삼아 국내에서 재출간됐다. 마르크스의 철학·역사·경제학적 저작을 서로 구분하지 말고 ‘열린 전체’로 볼 것을 강조하는 저자는 마르크스의 저작인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에서 ‘테제’를 독창적으로 독해하는 법, 이데올로기와 물신숭배 개념, 자본주의의 역사성에 대해 논의한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조망한 책도 눈길을 끈다. 정치사회학자 로날도 뭉크가 쓴 ‘마르크스 2020’은 역사, 자연, 발전, 노동자, 여성, 문화, 국가, 종교, 미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마르크스주의가 오늘날 어떻게 발전하고 쇠락했는지 보여 준다. 저자는 “마르크스는 혁명이라는 급진적 방법을 통해 경제적, 정치적 자유주의의 발전에 맞서지는 않지만, 심화되는 갈등과 새롭게 등장하는 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도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마르크스의 일대기를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도 있다. 언론인 손석춘씨가 쓴 장편소설 ‘디어맑스’는 마르크스의 후원자이자 절친인 엥겔스가 ‘라인신문’에서 일하던 청년 마르크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마르크스의 삶을 그렸다. 마르크스의 실제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마르크스 전기’(전 2권)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부설기관인 마르크스·레닌주의연구소가 1973년 방대한 문헌을 참고해 완성한 책으로, 국내에서는 1980년대 초판이 나왔고 이번에 재출간됐다. 마르크스의 유년 시절 이후 중요한 사건을 시간순으로 요약했다. 또한 올해로 출간 170주년을 맞은 마르크스의 대표 저작 ‘공산당 선언’도 새로운 번역으로 나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노벨문학상 취소시킨 미투…한림원 “올해 수상 없다”

    노벨문학상 취소시킨 미투…한림원 “올해 수상 없다”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림원 종신위원의 남편이 가해자로 연루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파문이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림원은 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차기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전에 한림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결정했다”며 올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대신 내년에 수상자 2명을 선정하기로 했다. 평화상 등 나머지 시상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내지 못한 건 7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0~1943년과 마땅한 수상자가 없는 경우였다. 1949년에는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가 선정됐지만 시상식은 이듬해 말에 열려 그해 수상자인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과 함께 상을 받았다. 이후엔 매해 시상했다. 이번 사태를 야기한 한림원의 미투 파문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성 18명이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에게 10여년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아르노는 한림원 종신위원 18명 중 한 명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으로, 문화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아르노는 2006년 한림원의 한 행사에서 빅토리아 스웨덴 공주의 몸을 더듬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폭로 직후 종신위원 3명이 프로스텐손의 해임을 요구했으나 한림원은 이를 무시했다. 이에 반발한 해당 위원이 집단 사직했고, 한림원은 여성 성폭행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사건으로 한림원의 첫 종신 사무총장인 사라 다니우스 총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프로스텐손도 결국 사퇴했다. 한편 노벨재단은 스웨덴 한림원의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 연기 결정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시상자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현재 취하고 있는 구체적인 조치들에 관해 알려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유니클로 and JW 앤더슨 콜라보레이션’ 두번째 컬렉션 인기 이어가

    ‘유니클로 and JW 앤더슨 콜라보레이션’ 두번째 컬렉션 인기 이어가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가 영국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JW 앤더슨(J.W. ANDERSON)과 콜라보레이션한 두 번째 컬렉션을 최근 출시한 이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2017 F/W 시즌 처음 선보인 유니클로와 JW 앤더슨의 협업은 ‘패션 민주주의’를 실현했다는 평가와 함께 작년 패션업계의 가장 대표적인 콜라보레이션 성공 사례로 언급될 만큼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이번 시즌 출시 당일에도 오전 8시부터 판매 시작한 온라인 스토어에서 2시간 만에 대표 상품인 ‘포켓터블파카’를 비롯해 4개 상품이 매진되고 5개 상품은 전체 수량의 80% 이상이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인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을 비롯해 롯데월드몰점 등 주요 매장 앞에는 오픈 전부터 대기줄이 형성되기도 했다. 2018 S/S ‘유니클로 and JW 앤더슨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은 완벽한 핏과 좋은 소재, 기능성을 추구하는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LifeWear)’ 철학과 JW 앤더슨의 혁신적인 스타일의 만남으로 누구나 일상에서 패셔너블하게 연출할 수 있다. 특히 영국 브라이튼 해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표현한 색상과 1950년대 워크웨어(workwear) 룩에서 영감을 받은 편안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아우터, 재킷, 팬츠, 버킷햇 등 다양한 데님 아이템과 유니크한 디자인의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비롯해 패치워크 및 러플 리본 등 JW 앤더슨만의 독창적인 디테일이 가미된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유니클로 and JW 앤더슨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은 지난 시즌에 첫 선을 보였음에도 유니클로의 대표적인 콜라보레이션으로 자리잡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으며, F/W 시즌이 끝난 이후에도 주요 패션 커뮤니티와 매장에 상품 재입고 요청이 쇄도했다”며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 철학 아래 패션 트렌드와 뛰어난 소재는 물론이고 입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중점을 둔 디자인을 선보이는 만큼, 이번 시즌 또한 폭넓은 연령층의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남성 및 여성용으로 제공되는 2018 S/S ‘유니클로 and JW 앤더슨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은 유니클로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인 명동중앙점을 비롯해 신사점, 잠실 롯데월드몰점, 롯데백화점 광복점, 대구 동성로중앙점 등 유니클로 11개 주요 매장 및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입 가능하다. 매장별 판매 상품은 상이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조선에 주자학 시대 열다…세계의 퇴계학으로 발전하다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조선에 주자학 시대 열다…세계의 퇴계학으로 발전하다

    12월 8일, 아침에 분매(盆梅)에 물을 주라고 하셨다. 유시(오후 5~7시)에 푸른 하늘에 갑자기 흰 구름이 몰려와 지붕 위에 모이더니 눈이 한 치 남짓 쌓였다. 잠시 뒤에 선생이 자리를 정돈하고 부축해 일으키게 하시고 일어나 앉아서 서거하시니, 곧바로 구름이 흩어지고 눈이 그쳤다.1570년 음력 12월 8일 조선의 대학자 퇴계 이황(李滉·1501∼1570년)이 세상을 떠나는 광경을 제자 이덕홍이 보고 기록한 것이다. 참으로 성자의 장엄한 낙조라 아니할 수 없다. ‘고칠현삼’(古七現三)이란 말이 있다. 현대에 나온 책을 세 권 읽으면 고전은 일곱 권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고전은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이 읽은 책이라 이미 검증돼 믿을 수 있다고 보증된 책이다. 우리나라 고전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가장 널리 영향을 끼친 책은 무엇일까. 신라 원효의 ‘대승기신론소’는 중국 화엄종에서도 채택돼 ‘해동소’(海東疏)로 불리고, ‘십문화쟁론’은 당나라 때 이미 인도에서 번역됐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읽히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많이 읽힌 고전은 아마 이황의 저술인 ‘퇴계집’이 아닐까 싶다. 퇴계집이야말로 조선에 본격적인 주자학 시대를 연 저술로 후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우리 고전 중 고전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황의 저술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건너가 일찍부터 간행됐다. 일본에서는 이황을 ‘주자 이후 일인자’로 칭송했다. 그중에서 1811년 무라지 교쿠스이가 편집한 ‘이퇴계서초’(李退溪書抄·전10권)는 이황의 편지를 가려 뽑은 책이다. 중국에서는 1945년 이전에 북경 상덕여자대학 재단에서 이황의 ‘성학십도’를 인쇄해 판매한 일도 있었으니, 유학의 본고장에서도 이황은 크게 존숭받은 셈이다. 현대에 와서는 대만 국립사범대학에 퇴계학연구회가 부설됐고, 미국과 독일에도 퇴계학연구회가 생겼다. 또한 국제퇴계학회가 창설돼 1976년 이래로 거의 해마다 한국·일본·대만·미국·독일·홍콩 등지에서 국제학술회의가 열린다.#주자학 시대 연 대학자 조선은 주자학의 나라라 하지만 이황 이전에는 주자학의 정밀한 이론이 학자들 사이에 수용되지 못했다. 고려 때 크게 유행한 불교의 영향도 남아 있었다. 이황 이전에도 ‘심경’, ‘근사록’, ‘성리대전’ 등 성리학 저술이 있었지만, 조선에서 ‘주자대전’을 최초로 완독하고 연구한 학자는 이황이다. 주자대전 완질은 중종 18년(1523년) 교서관에서 처음 간행됐으나, 20년 후인 1543년 43세의 이황이 처음 그 책을 입수했다. 이황은 주자대전을 읽고 연구한 지 13년 만인 56세 때 편저인 ‘주자서절요’를 완성했다. 주자대전의 편지 중에서 정수를 추려 모은 것으로, 비록 편저이지만 이황의 주자학 연구의 깊이를 유감없이 보여 준 명저다. 학자들이 방대한 주자대전을 다 읽지 않아도 주자학의 정수를 습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이 간행되자 학계 신진 학자들이 크게 호응해 이 책을 통해 주자학에 입문했으니, 조선에 본격적인 주자학 시대를 연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비롯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자서절요는 조선에서만 도합 8차례 활자와 목판으로 간행됐고, 일본에서도 4차례 목판본으로 간행됐다. 실로 ‘사서삼경’에 버금가는 권위와 영광을 누린 것이다. 한편 이황은 호남 선비들과의 우정이 특히 각별했다. 33세 때 성균관에서 하서 김인후와 만나 의기투합한 이후 환로에서 면앙정 송순, 석천 임억령, 금호당 임형수, 칠계 김언거 등과 사귀었다. 성균관 대사성으로 재직하던 58세 때에는 고봉 기대승을 만났다. 이황과 기대승이 주고받은 편지는 100여통이 넘지만, 기대승은 불과 세 차례 서울에서 이황을 만났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황은 문하에 출입한 제자 중에서 도산서당의 강석에서 직접 배운 영남의 많은 학자를 제치고 기대승을 가장 높이 인정했다. 그래서 이황이 벼슬을 그만두고 조정을 떠날 때 선조가 조정 신료 중 누가 학문이 뛰어난 사람인지 묻자 “기대승은 글을 많이 보았고 성리학에도 조예가 깊어 통유(通儒)라 할 만합니다”며 기대승을 추천했으니, 그가 기대승을 내심 가장 뛰어난 제자로 인정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황과 기대승은 유명한 ‘사칠논변’(四七論辯)을 펼쳤다. 이황은 기대승과 토론을 거쳐 “사단은 리가 발해 기가 이를 따르고 칠정은 기가 발해 리가 이를 탄다”(理發而氣隨之 氣發而理乘之)고 하는, 소위 ‘리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주장했다. 하나이면서 둘이요, 둘이면서 하나인 사단과 칠정의 관계와 개념을 더욱 분명히 분석하고 정의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주자학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향후 학계에 오랜 세월 토론할 큰 쟁점을 던졌다. 실로 주자학 역사에 대서특필할 큰 학문적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도산서원에서의 만년 꽃은 바위 벼랑에 피고 봄 고요한데 새는 시냇가 나무에 울고 물은 잔잔해라 우연히 산 뒤로부터 제자들을 데리고서 한가로이 산 앞에 이르러 서당을 보노라. 계상의 집에서 산을 넘으며 도산서당에 이르러 읊은 시로, 이황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회갑 해인 1561년에 지은 시로 학문이 원숙한 경지에 이른 노학자의 정신세계가 담담한 필치로 잘 그려져 있다. 이 시는 눈에 보이는 경치를 읊었을 뿐이라 일견 단조로워 보인다. 그렇지만 오히려 자신의 상념을 개입하지 않고 자연이 주는 잔잔한 감동을 그대로 그려낸 데에서 시의 울림은 오히려 크다. 우연히 본 경치를 그대로 읊어 놓은 작품인 데도 오래 두고 욀수록 작자의 깊은 정신세계가 느껴지면서 더욱더 좋다. 신유년(1561) 4월 15일에 선생이 조카와 손자 안도(安道) 및 덕홍(德弘)과 더불어 달밤에 탁영담(濯纓潭)에 배를 띄워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서 반타석(盤陀石)에 배를 정박했다가 역탄(灘)에 이르러 닻줄을 풀고 배에서 내렸다. 세 순배 술을 마신 다음 선생이 옷깃을 바루고 단정히 앉아 마음을 고요히 가다듬고 한참 동안 가만히 계시더니 ‘전적벽부’(前赤壁賦)를 읊으셨다. 제자인 이덕홍이 기록한 글이다. 이 무렵이 이황으로서는 도산서당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가장 안온하고 행복한 삶을 누렸던 시절이었다. 이후로 임금의 부름을 받아 출사와 사직, 상경과 귀향을 반복해야 했던 이황은 노병을 이유로 누차 간곡히 사임한 끝에 1569년 3월에야 69세 나이로 우찬성을 벗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해 뒤에 세상을 떠났으니 나이 70세, 1570년 12월 8일이었다. 1569년 3월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이듬해 12월에 세상을 떠났으니, 꿈에도 그리던 도산서원에서 안돈한 지 2년이 채 못 되었다. 이황이 세상을 떠났다는 부음을 듣자 선조는 3일간 정무를 보지 않음으로써 애도했다. 사후 영의정에 추증되었고 문순의 시호를 받아 문묘에 배향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최고의 추앙을 받고 있다. 이상하 한국고전번역원 교수 ■ 퇴계집 해제 총 63권…편지에 학문·인간적 면모 잘 나타나퇴계집은 도합 63권의 방대한 분량이다. 이 중에서 이황의 학문과 인간적 면모를 잘 보여 주는 것은 편지들이니, 어떤 것은 아름다운 문학 작품이 되고 어떤 것은 깊은 철학 논문이 된다. 이 중에서도 기대승과 주고받은 편지들이 특히 중요함은 말할 나위 없다. 이 밖에 68세 때 어린 선조 임금에게 올린 ‘무진육조소’와 ‘성학십도’는 이황의 대표적 저술이다. ‘천명도설서’, ‘심경후론’, ‘전습록변’ 등도 이황의 저술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도연명과 두보, 주희의 시를 배웠다고 하는 이황의 시도 매우 격조와 문학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이황의 인품은 대개 근엄하고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편지들을 보면 매우 자상하고 진솔하며 인정이 많고, 의외로 활달한 면도 보인다. 현재 퇴계학연구원에서 이황의 저술들을 샅샅이 모아 정리하는 정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정본에는 ‘퇴계집’을 간행할 때 빠진 글들을 다 수록하는데, 학문적인 가치는 그다지 크지 않을지 몰라도 이황의 일상과 인품을 읽을 수 있는 글이 많다. 오늘날 우리가 읽기에는 오히려 더 수월하고 재밌다. 끝으로 그중에서 이황의 해학을 엿볼 수 있는 짧은 편지 한 부분을 소개한다. 손자 안도가 과거에 급제한 것을 두고 겸사로 한 농담이다. “안도 녀석이 과거에 급제했고 게다가 혹 높은 등수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하니, 쑥대 그물에 범이 잡혔고 장님이 문지기를 선 셈이로군. 마음이 기쁘면서도 괴이쩍다.”
  • [6·13 재보선 인물] 배현진 “권력 눈치 안 보고 할 말 하는 ‘송파의 메르켈’ 될 것”

    [6·13 재보선 인물] 배현진 “권력 눈치 안 보고 할 말 하는 ‘송파의 메르켈’ 될 것”

    내 강점은 정치 빚 없는 참신함 ‘홍준표 키즈’ 수식어 연연 안 해 지역 현안 빨리 배우고 일할 준비 서울 송파을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배현진 후보는 지난 2일 “정치적으로 빚진 바 없다. 과거가 없어서 흰 도화지에 그림 그리듯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후보는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선거 사무소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강점을 ‘참신함’으로 꼽았다. 다음은 배 후보와의 일문일답.→경기도 부천에서 자랐다. 송파을에 지역 연고가 없는데. -송파에서 정치 인생을 시작하니 정치적 고향으로 생각한다. 송파 주민에게 자랑스러운 정치인이 되겠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의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비교해 자신의 강점을 꼽자면. -참신함이다. 상대 후보의 의정 경험은 당연히 인정한다. 뉴스를 10년 하면서 사회 현안을 매일 세밀하게 봐 왔다. 앵커 출신답게 송파 주민이 요청하는 것에 대해 빠르게 배우고 일할 준비를 하고 있다. →송파를 위한 공약은. -문화에 대한 갈증, 교육에 대한 필요, 치안 등 주민들의 요청이 다양하다. 세대별로 요청도 다르다. 공약(空約)이 아니라 진짜로 해드릴 수 있는 게 어떤 것인지 계속해서 주민들께 물으며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 바꿀까에 집중하고 있다. 차근차근 발표하겠다. →한국당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을 겪었다. 당이 어려운 건 당연하다. 국민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관건인데, 그동안 분열했던 모습을 많이 보였다. 단합해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쓰러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홍준표 키즈’라는 수식이 부담스럽진 않나. -전혀 안 된다. 오히려 거기에 얽매이면 바보라고 생각한다. →당에서 어떤 조언을 받나.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많은 분이 조언했다. ‘화려했던 생각에 머물러 있으면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봉사자가 될 수 없다’, ‘구두 굽을 낮추고 허리를 숙이고 너의 머리를 숙여라’, ‘국민을 향한 마음과 책임을 무겁게 하라’는 등을 마음에 새긴다. →배현진의 정치 철학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국민 의견을 대변하겠다. 송파 목소리 듣고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겠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 하겠다. →본보기로 삼는 정치인이 있다면. -마거릿 대처나 앙겔라 메르켈 같은 정치인이 되고 싶다. 여성 특유의 포용력과 매섭게 결정하고 추진하는 결단력을 갖춘 정치인이 목표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김정은 ‘트럼프에 맞춤형 제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맞춤형 제안’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3일 ‘2018 남북 정상회담 평가와 북·미 정상회담 전망’이란 주제로 개최한 외교안보포럼에서 4·27 판문점 선언의 의미와 향후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논의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이 있기 전 충분한 사전 조율로 합의문을 작성해 가는 데 익숙한 정상국가 지도자 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도 김 위원장이 어느 정도 전략적 결단 속에서 미국에 과감히 비핵화와 관련된 내놓을 것들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했다.  그는 남북 정상이 지난달 27일 정상회담을 통해 서명한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 “굉장히 이행 가능성이 높다”며 “판문점 선언의 내용도 실천적 선언의 내용으로 구성됐고 문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이 합의를 이행해야겠다는 이행 의지도 굉장히 강하다”고 평가했다.  향후 과제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이후 한반도에 대해 우리가 비전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란 말을 정치화시켜 북한의 비핵화 이후 주한미군이 핵전략 자산을 갖지 않고 한반도에 핵무기와 관련된 전략자산도 전개하지 않는 것이 전제되는 한반도 비핵지대화 비전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의 성과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 역량에 대부분 의존했지만 이 힘을 확대·발전시키려면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를 반영하도록 외교안보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요구한 조건과의 교환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CVID를 완료하는 시점에 맞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확인하고 외부 공격에 대해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약속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또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과제로 의제의 단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원하는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와 납치자 문제 등의 의제는 북한과 직접 대화를 재개해 해결하도록 하는 등 비핵화 프로세스의 지연을 방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안양시, 이웃과 공감대 형성위한 ‘아파트 인문학‘ 사업 추진

    경기 안양시는 시민 주도 ‘아파트 인문학 사업’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아파트에 거주 시민이 이웃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생활공동체를 구성해 인문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도시의 중요한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은 아파트를 비롯하여 시립도서관, 작은도서관, 평생교육시설 등에서 시민이 주체적인 인문강좌를 운영할 수 있게 지원한다. 시민공동체가 자체 회의를 통해 인문 강좌의 주제·일시·장소·강사를 선정하면 시에서 지원한다. 강좌의 주제는 문학, 역사, 철학, 문화·예술, 심리 등과 더불어 인간의 창조적인 모든 활동을 아우르는 넓은 범위에서 선택할 수 있다. 희망하는 인문도서도 주민공동체 당 5권을 지원하고, 연말에 시립도서관, 작은도서관 등에서 관리할 계획이다. 참여 시민공동체는 연간 인문강좌를 4회 진행한다. 지난달까지 아파트 인문학 사업에 참여할 시민공동체를 모집한 결과 15개의 모임(동아리) 시민 177명이 참여했다. 이에 따라 60회 이상의 시민 주도형 인문강좌가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필운 시장은 “아파트 인문학 사업을 통해 이웃들과 소통하면서 정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며 “시민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인문학을 접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해 시민 중심의 인문도시 안양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라스’ 권율, 윤계상-이제훈-조진웅 발언 해명 방송 ‘진땀 뻘뻘’

    ‘라스’ 권율, 윤계상-이제훈-조진웅 발언 해명 방송 ‘진땀 뻘뻘’

    배우 권율이 ‘라스’에 출연해 사전 인터뷰를 통해 밝힌 같은 소속사 배우 윤계상-이제훈-조진웅과 관련한 이야기에 대해 적극 해명한다. 또 절친이기에 꺼낼 수 있는 윤계상의 과한 다이어트를 폭로하며 입담을 뽐낼 예정이다.2일 방송될 고품격 토크쇼 MBC ‘라디오스타’(기획 김구산, 연출 한영롱)는 같은 소속사이자 절친한 네 명의 배우 권율-한예리-최원영-고성희가 함께하는 ‘사람이 좋다’ 특집으로 꾸며진다. 권율은 과거 절친한 배우 윤계상의 1+1(원 플러스 원)으로 타 방송에 출연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이번엔 당당하게 ‘라디오스타’ 제 1열에 착석했다. 그는 시작부터 현 소속사의 계단 한 칸 정도는 기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라며 입담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권율이 당황한 건 다름 아닌 같은 소속사 배우이자 절친인 윤계상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 그는 자신이 한 윤계상 관련 사전 인터뷰와 관련해 MC들과 진실공방을 벌이며 적극 해명하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안겼다. 권율은 이후에는 윤계상의 ‘무 탄수화물 단백질 과식’ 다이어트 식단까지 폭로해 스튜디오를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고. 그는 다이어트를 하는 윤계상이 식사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감탄(?)한 이유를 밝혀 모두를 폭소케 했다. 권율은 윤계상 뿐 아니라 ‘이제훈과의 여행은 피곤하다’, ‘조진웅 결혼식 사회가 불편했다’ 등 같은 소속사 동료들과의 일화를 얘기한 것과 관련해서도 적극 해명에 나서며 진땀을 뻘뻘 흘려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고. 권율은 이름을 개명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 ‘종교지도자’라고 언급했는데, 이와 관련해 또 다시 해명을 해 MC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밖에도 권율은 차범근 축구교실 1세대라고 밝히며 볼 좀 차는 ‘아이돌’을 지목해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권율은 화를 내는 순간에도 자신의 감정을 체크하는 습관을 고백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같은 습관에는 남다른 ‘배우 철학’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모은다. 윤계상-이제훈-조진웅까지 자신이 한 얘기에 줄줄이 해명에 나서는 배우 권율의 ‘해명 방송’은 오늘(2일) 수요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라디오스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열린세상] 아무거나 하기/유효상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장

    [열린세상] 아무거나 하기/유효상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장

    작년에 8400만명이 넘는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한 프로야구는 올해도 구름 관중을 동원하며 일찌감치 대박을 예감하고 있다.철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 프로야구 140년 역사에 커다란 이정표를 남기며 ‘머니볼’이라는 영화의 소재가 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성공 스토리가 야구계에 회자되면서 야구는 물론 모든 스포츠 분야에 데이터의 중요성과 과학적 분석이 자리잡게 됐다. 야구 전문가들은 무사에 주자가 진출하면 ‘희생번트’ 전략을 쓰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미 메이저리그의 수십 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전문가들의 믿음과는 달리 무사에 주자가 있을 때 희생번트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득점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작 무사에 주자가 나가면 희생번트를 지시하는 감독들이 여전히 많다. 이는 득점 확률이 더 높더라도 정상적인 공격으로 득점을 못 하게 되면 감독이 특별한 전략을 쓰지 않아서 득점을 못 했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득점 가능성이 낮더라도 번트라는 전략을 쓰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점수를 내면 감독의 성공이고, 만일 희생번트가 실패해서 점수를 얻지 못하더라도 감독의 문제가 아닌 선수의 실수가 되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번트의 유혹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다르게 뛰기’의 저자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의 마이클 바엘리 교수는 유럽 프로축구의 패널티킥에 대해 연구를 했는데, 페널티킥을 하는 선수의 3분의1은 골대 왼쪽, 3분의1은 오른쪽, 나머지 3분의1은 중앙으로 공을 찬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이러한 데이터를 알고 있는 골키퍼는 과연 어떤 대응을 했을까. 당연히 확률상으로 좌우로 움직이지 않고 골대의 중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 된다. 그런데 결과는 정작 중앙을 지키는 골키퍼는 거의 없고, 왼쪽으로 50% 오른쪽으로 50% 몸을 날렸다. 가운데를 지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나 만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실점을 하게 되면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서 골을 먹느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실점을 할 가능성이 더 커지더라도 막연히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열심히는 했지만 운이 없어서 공을 막지 못했다고 변명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실제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골키퍼들은 골을 먹는 그 자체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실점을 했다고 힐난하는 관중들의 시선을 더 두렵게 느낀다. 이는 사람들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기보다는 실패했을 때 타인의 시선을 더 의식해 결과가 더 좋지 않을지라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근거가 있더라도 ‘아무거나 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믿는 인간의 인지적 편향을 ‘행동편향’이라고 한다. 행동편향은 특히 어떤 상황이 새롭거나 불분명할 때 자주 나타나며, 교육 수준이 높은 분야에서 훨씬 더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철학자 잭 보웬은 인간들은 실패를 하더라도 ‘그래도 최소한 노력은 했잖아’라며 자위하는 것이 훨씬 심적으로 덜 괴롭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행동편향성을 갖는다고 했다. 아무런 데이터나 논리적인 분석도 없이 일단 그냥 행동으로 옮긴다. 그러고 나면 더 나아진 게 없더라도 기분은 나아진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종종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이러한 행동편향 때문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수시로 거래하고, 새로운 부서를 맡게 되면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 때문에 무리하게 신규 사업을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새로 들어선 정권마다 정부 조직 개편을 반복하게 되며, 새로 바뀐 장관은 항상 대입제도를 손보려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대학입학제도는 최근 25년간 무려 12번이나 변경됐다. 다음달에 또다시 선거가 돌아온다. 이제는 아무거나 하는 분들은 절대 사절이다.
  • “37세 삶 마칠 때까지… 무력 아닌 문력으로 日에 항거”

    “37세 삶 마칠 때까지… 무력 아닌 문력으로 日에 항거”

    독립 유공자 등 200여명 참석 英대사 “자유 향한 영국인의 노력” 구한말 대한매일신보(서울신문 전신)를 창간하고 항일구국 운동을 벌인 어니스트 베델(한국명 배설·1872~1909) 선생의 109주기 경모 대회가 1일 선생의 묘역이 있는 서울 마포구 양화진의 100주년기념교회에서 열렸다.베델선생기념사업회(회장 최도열) 주최로 열린 이날 대회에는 대회장인 이규택 전 국회의원과 강만희 서울남부보훈지청장,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를 비롯해 광복회,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원과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일제의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앞장서신 민족의 은인 베델 선생의 은혜에 미력하지만 보답하는 마음으로 정의를 구현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대회사를 통해 “선생께서는 오대양 육대주가 한집이며, 오색 인종을 한형제로 여기신 큰 철학자이시며 우리나라의 은인이자 겨레의 스승”이라고 추모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서면으로 보낸 경모사에서 “선생께서는 무력이 아닌 문력으로 일본에 항거하셨고 37세에 짧은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나라를 지키고자 하셨다”고 말했다. 스미스 대사는 “선생의 고향인 영국 브리스틀은 저의 고향이기도 하다”며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이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로 인해 자유를 향한 한국의 투쟁에 숭고한 기여를 한 영국인의 노력이 아직도 기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영만 서울신문 사장은 이경형 주필이 대독한 경모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는 분단 73년 만에 드디어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역사적 기회를 맞고 있다”면서 “대한매일신보의 창간 정신과 지령을 계승한 서울신문은 국내 신문 중 가장 오래된 언론으로서 이념과 정파에 기울어짐 없이 언론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경모대회는 단국대 음악대학 현악합주 솔올오케스트라의 영국 국가와 애국가 연주, 대한독립군가선양회 합창단의 독립군가 합창, 헌시 낭독, 헌화와 분향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왜, 우린 고성능에 열광하는가

    왜, 우린 고성능에 열광하는가

    자율주행차 등 시장 급변에도 운전 자체 즐기는 고객들 많아 ‘워라밸’ 중시하는 세태도 반영 업체는 미래기술력 확보 ‘든든’ “RPM(분당 엔진 회전수)은 차량 성능을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현대차의 N모델은 RPM보다 BPM(심장 박동수)이에요. 한국 소비자들도 조만간 심장을 뛰게 하는 짜릿한 선물을 만나게 될 겁니다.”●현대차 i30 N TCR ‘WTCR’서 종합 1·2위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을 책임지는 알베르트 비어만 총괄 사장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N 개발을 공식화했다. 고성능 경주차 ‘i30 N TCR’을 앞세워 독일 뉘르부르크링의 ‘지옥의 레이스’에도 도전한다. i30 N TCR은 현대차가 판매용으로 개발한 첫 서킷용 경주차다. 이 차는 지난달 초 개최된 세계 최정상급 투어링카 대회 ‘2018 WTCR’ 개막전에 출전해 고성능 경주차 25대의 경합 속에 종합 순위 1, 2위에 올랐다. 지난해 9월 유럽 시장에 출시된 i30 N은 지난 2월까지 6개월간 총 1741대 판매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3월 흩어져 있던 고성능차 사업과 모터스포츠 사업의 국내외 상품기획과 영업·마케팅을 한곳으로 모아 글로벌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자 고성능차 및 모터스포츠 사업을 전담하는 ‘고성능사업부’를 신설했다. 또 자동차 퍼포먼스의 최정점에 있는 고성능차와 모터스포츠 사업을 본격화했다. 올 하반기엔 N모델의 하나인 벨로스터N을 국내에 처음 출시한다. 벨로스터N은 일상적인 주행에서도 폭발적인 달리기 성능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고성능 2.0 터보 엔진을 바탕으로 최고출력 275마력과 최대토크 36.0㎏·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고성능 차 분야에선 유럽이나 일본차들이 멀리 앞서 달리는 모습이다. 이를 잘 아는 현대차도 몇 년 전부터 N 개발에 공을 들여 왔다. 포화상태에 이른 자동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국내 기술도 수입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다.●BMW도 고성능 신모델 총 6종 출시 BMW의 경우 올해 발표할 신차는 BMW와 미니(MINI) 차량을 합쳐 총 14가지다. 이 중 BMW의 고성능 M 모델인 뉴 M5와 뉴 M4 CS, 뉴 M2 컴페티션 등 3가지와 미니 JCW 클럽맨 JCW 컨트리맨, JCW 컨버터블 등 고성능 존쿠퍼워스(JCW) 모델 3가지를 합쳐 총 6종의 고성능 신모델이 나온다. BMW 관계자는“고성능 모델은 최근 국내 판매량이 BMW M은 2016년 대비 지난해 21.8%, MINI JCW의 경우 30.2%가 증가했을 정도로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BMW코리아는 ‘뉴 M5’를 올해 2분기 출시한다. 뉴 M5는 럭셔리 4도어 비즈니스 전통 세단을 기반으로 고성능 드라이빙을 선호하는 운전자에게 적합한 차량이다. 기존 M5의 완전변경차량으로, M트윈파워 터보 기술이 접목된 4.4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뉴 M5는 최고 600마력, 최대토크 76.5㎏·m의 힘을 낸다. M브랜드 최초로 사륜구동이 적용됐다.최근 출시한 인피니티 ‘뉴 Q60’은 디자인과 퍼포먼스 두 가지를 겸비한 차로 평가받는다.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자극할 400마력대 출력과 이 같은 성능을 외관으로 표현하려는 디자인 철학이 조화를 이뤘다. 국내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시장을 개척한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고성능에 특화된 SVR 버전을 선보였다. 최고 575마력, 최대 71.4㎏·m의 힘을 내며, 최고시속은 280㎞, 정지상태에서 100㎞/h 도달시간은 4.5초에 그친다. 그런데 전기차 등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이 미래 자동차 시장의 키워드가 돼버린 상황 속에서도 자동차 회사들은 왜 고성능차에 매달리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운전하는 게 즐겁다’는 것이다. 비싼 가격에도 스포츠카 느낌의 고속주행과 강렬한 사운드 등을 즐기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스피드에 대한 본능, 운전 본연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고객층은 미래에도 여전히 두터울 것으로 자동차 업계는 분석한다. 또 일과 삶의 조화를 일컫는 ‘워라밸’(Work-life-Balance)을 중시하는 젊은층이 주중엔 출퇴근용으로 차를 쓰다가 주말엔 도심을 빠져나가 질주를 즐기거나 여행을 떠나는 세태도 반영됐다. 미래기술력 확보 차원도 있다.‘어려운 문제를 잘 풀면 쉬운 문제도 잘 푼다’는 얘기다. BMW 코리아 마케팅 총괄 볼프강 하커 전무는 “고성능 차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은,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어서 결국 브랜드 이미지까지 높여 다른 차량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시흥거주 19대 문재인대통령후보 특위·선대위원 등 33인 임병택 시흥시장 예비후보 지지선언

    시흥거주 19대 문재인대통령후보 특위·선대위원 등 33인 임병택 시흥시장 예비후보 지지선언

    경기 시흥에 거주하는 19대 문재인대통령후보 특보·선대위원 등 33인이 임병택 더불어민주당 시흥시장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임 예비후보 측은 1일 시흥시청 시민관에서 시흥에 거주하는 19대 문재인대통령 후보 특보를 비롯해 특위위원장과 특별위원, 선대위원 등 33인이 임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고 밝혔다. 33인은 지지선언문에서 “임병택 더불어민주당 시흥시장 예비후보는 촛불정신을 계승하고 시흥 변혁과 발전의 적임자로 적극 지지한다”며 “시흥시장 예비후보 중 오랫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하며 정신을 이어받은 유일한 후보”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들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노무현을 지켰듯이 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킬 의리의 정치인”이라며 “노사모 사무국장과 노무현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백원우 의원 보좌관, 시흥출신 경기도의회 재선의원으로서 국가와 경기도·시흥시 발전을 위해 일해 온 검증되고 준비된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또 33인 지지자들은 임 예비후보를 “주변도시에 비해 낙후된 시흥발전을 위해 중앙정부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후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정신과 국정철학에 동의하는 시흥시장 후보이자 현 정부 성공에 가장 협력적이고 대통령의 든든한 파트너로 지지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시흥시장 후보는 2~3일 1차 경선 휴대전화 여론조사와 오는 4~5일 결선 여론조사를 실시해 선정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씨줄날줄] 양심적 병역 거부/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양심적 병역 거부/진경호 논설위원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은 그 자체로 논쟁적이다. “군에 갔거나 다녀온 사람은 모두 비양심이란 거냐”는 원초적 거부감에서부터 “대체 그 양심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느냐”, “학업 단절, 경력 단절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등 현실적이고도 법철학적인 난제가 논란을 뜨겁게 달궈 왔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 거부’는 ‘전쟁에 반대할 권리’, 즉 ‘반전권’ 등과 함께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conscientious objector’를 그저 기계적으로 옮긴 표현에 불과하다. ‘개인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정도로 바꾸는 게 보다 적확하고 사회 저변의 거부감도 다소나마 줄일 듯하다.문제는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라는 헌법적 가치 충돌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점이다. 우리 헌법이 지닌 이 태생적 이율배반 속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대신 감옥을 택한 사람은 1950년 이후 지난해까지 대략 1만 97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지금도 매년 600~800명 정도가 교도소를 택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대부분이고, 일부 다른 종파 신도와 성소수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병역의무’ 쪽에 손을 들어 줬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거부한 경우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88조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도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하급심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에만 44건의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등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이 70건을 넘어섰다.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무’에 일방적으로 희생되도록 해선 안 된다는 게 대개의 논거다. 법무부가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 때 좌초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29일 밝혔다. 논쟁의 관점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양심’과 ‘비양심’의 틀을 넘어 이들 종교적 병역 거부자들이 우리 사회에 병역보다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주는 것이다. 사회복지요원이 답일 듯하다. 우리는 이미 공중보건의, 산업특례요원 등 다양한 사회 수요를 반영한 대체복무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다. 엄정한 심사로 ‘양심’을 가리고, 이들을 요양원 같은 사회복지시설에서 현역병 이상의 복무 기간 동안 봉사토록 한다면 ‘양심’을 빙자한 병역 기피나 형평 논란은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관련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성숙한 논쟁을 기대한다.
  • [백지연의 생각의 창] 더 멀리 걷는 꿈

    [백지연의 생각의 창] 더 멀리 걷는 꿈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러시아 교민 가족들이 들려준 학교 이야기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러시아 학교 일과 중에는 ‘산책시간’이 있어 학생들이 그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배려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그 시간에 산책을 포함해 운동이든지 공부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학교 수업 시간에 산책할 수 있다니.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잠시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원 과외까지 병행하는 대다수의 한국 학생들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나 역시 돌아보니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한 후로는 함께 산책하는 일은 정말 까마득한 기억이 됐다. 아이가 다섯 살 무렵 가까운 산과 넓은 공원이 있는 지금의 동네로 이사 왔다. 가장 마음을 설레게 했던 것은 여러 가지 길로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하루하루 미묘하게 다른 공기를 쐬는 일이 좋아서 걷고, 달리기도 하고, 뒤늦게 자전거 타기도 시작했다. 유치원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도 얼마나 바깥 활동을 많이 하는 곳인가였다. 아이가 옷에 흙이 잔뜩 묻어 돌아와도, 때로는 물장난으로 흠뻑 젖어 돌아와도 마음이 편했던 시절이었다.작가이자 활동가인 리베카 솔닛은 ‘걷기의 인문학’(반비ㆍ2017)에서 마음을 가장 잘 돌아보는 길은 ‘걷는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이 책은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로서 ‘걷기’를 주목한다. 저자는 걷기의 역사가 ‘생각의 역사’를 구체화하는 일임을 다양한 문화적 고찰을 통해 입증해 보이고 있다. 그에 따르면 걷기는 ‘그 자체가 수단이자 목표인 행위’다. 걷기는 육체의 무의지적 리듬, 예를 들면 숨을 쉬는 것, 심장이 뛰는 것에 가장 가까운 행위다. 우리는 걸으면서 ‘사유와 육체 사이의 풍부한 잠재적 관련성, 어떤 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상상과 연결되는 방식’을 체감할 수 있다.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에 가까운 보행, 몸을 움직임으로써 만드는 사유의 시간은 어른뿐만 아니라 경쟁과 속도 체제를 사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이다. 어릴 때 자연스럽게 추구할 수 있었던 산책의 시간은 어느 순간 등을 구부정하게 숙이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시험과 경쟁에 최선을 다하기를 요구하는 학습 환경에서 아이들은 뭐든지 열심히 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해석하고 통찰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을 달달 외우고 수많은 유형의 문제를 풀어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이주민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수자 문제를 진솔하게 서술한 이항규의 ‘후아유’(창비ㆍ2018)는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식 교육의 힘과 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는 한국 학생들의 성실함이 좋은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그의 말대로 “우리가 하라고 시키는 일이 정말 가치 있는 일인지, 이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능력에 맞게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는지”에 대한 고민은 어른들이 답하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멀리 나아가는 꿈을 꾸는 탐색의 시간과 일상의 기쁨을 누리며 충실하게 사는 일은 얽혀 있다. 진은영의 시가 간절하게 일러주는 것처럼 ‘멀리 있으니까’ 좋은 그 무엇들을 꿈꿀 수 있어야 가까이 있는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홍대 앞보다 마레 지구가 좋았다/내 동생 희영이보다 앨리스가 좋았다/철수보다 폴이 좋았다/국어사전보다 세계대백과가 좋다/아가씨들의 향수보다 당나라 벼루에 갈린 먹 냄새가 좋다/과학자의 천왕성보다 시인들의 달이 좋다//멀리 있으니까 여기에서//김 뿌린 센베이 과자보다 노란 마카롱이 좋았다/더 멀리 있으니까/가족에게서, 어린 날 저녁 매질에서//엘뤼아르보다 박노해가 좋았다/더 멀리 있으니까/나의 상처들에서//연필보다 망치가 좋다, 지우개보다 십자나사못/성경보다 불경이 좋다/소녀들이 노인보다 좋다//더 멀리 있으니까//나의 책상에서/분노에게서/나에게서//너의 노래가 좋았다/멀리 있으니까//기쁨에서, 침묵에서, 노래에게서//혁명이, 철학이 좋았다/멀리 있으니까//집에서, 깃털 구름에게서, 심장 속 검은 돌에게서”(진은영, ‘그 머나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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