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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세훈 ”공유 어린이집, 서울시 전체로 확대할 것”

    오세훈 ”공유 어린이집, 서울시 전체로 확대할 것”

    오세훈,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조은희의 공유어린이집 찾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는 22일 당내 경선 상대였던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대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공유어린이집’을 찾았다. 오세훈 후보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4동 주민센터에서 ‘공유어린이집 현장간담회’를 갖고 “공유어린이집은 투자 비용도 없이 이용률 또한 획기적이라 하니 귀가 번쩍 뜨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유어린이집이란 3~7개의 국공립·민간·가정 어린이집을 하나로 묶어서 아이들을 같이 키우는 보육 시스템을 말한다. 오 후보는 과거 자신이 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도입했던 ‘서울형 어린이집’을 언급하며 “보육현장에서 괜찮은 시도였다”며 “각 시장들마다 철학이 다르고 색깔이 다르게 나왔었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후보 역시 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기반으로 했지만 예산의 효율성을 고려, 민간·가정 어린이집에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서울형 어린이집을 도입한 바 있다. 반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서울형 어린이집보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에 골몰했다.국공립 확충과 함께 공유어린이집 확대도 공약 오 후보는 “서울형 어린이집을 도입했던 취지는 국공립이 늘어나기를 많은 부모님이 바랐기 때문”이라면서도 “빨리 (민간 어린이집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수준을 올려야 하는데 토지구매비까지 포함하면 하나에 50억원씩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임 시장이 국공립을 많이 만들어 현재 3분의 1 정도가 됐다. 제 공약은 50%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거기에 더해 지난번 서초구에 조은희 구청장이 시도한 공유어린이집은 시스템만 바꾼 것인데 새로 짓는 것도 아니고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지만 이용이 효율적이라는 소식에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세훈 후보는 현장 일정을 마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초구가 발굴한 좋은 정책, 서울시 전체로 확대해 잘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예술의 경계 지우다 문학에 미술 입히다

    예술의 경계 지우다 문학에 미술 입히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라는 야심적 행사가 열리고 있다. 봄날 햇살 가득한 오후 참으로 오랜만에 덕수궁을 찾았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지인인 윤효 시인과 동행했는데, 윤 관장은 김인혜 학예연구실 근대미술팀장과 함께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우리는 김 팀장의 꼼꼼하고도 친절한 설명을 통해 이번 전시의 내용과 함께 1930년대를 전후로 한 한국 예술사의 빛나는 장면들을 충실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꽤 익숙한 문인들 사이로 가끔씩 돋을새김되는 생소한 이름의 화가들이 퍽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문학사와 미술사는 그렇게 한 몸이 되어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다.●경계를 허무는 예술, 동행자로서의 미술관 전시장 첫 코스는 이상(李箱)이 차린 ‘제비다방’ 분위기를 담았다. 제비다방 사진이 남아 있는 것은 없지만 이상의 ‘자화상’(1928)이 걸려 있었다는 증언은 있으니, 이 공간은 그런대로 90여년 전 경성거리를 탐사하는 기분을 밝혀 주었다. 전시 기획 가운데 단연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1930년대 전후 잡지들이 문인과 화가를 결합시켜 만들어낸 ‘화문’(畵文) 장르였다. 가령 ‘여성’ 1938년 3월호에 백석의 유명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발표됐는데, 그의 절친인 화가 정현웅이 그림을 함께 그려 넣어 이 작품은 아름다운 채색 시화로 남은 것이다. 이들 말고도 이상과 구본웅, 김기림과 이여성, 이태준과 김용준, 김광균과 최재덕, 구상과 이중섭 등 문학과 미술이 주고받은 ‘이인행각’(二人行脚)은 우리에게 풍요롭고 아득한 시간의 힘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렇게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순간은 수많은 파생적 아우라(Aura)를 만들어 간다. 서로 분야가 다른 예술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 내는 이러한 접점은 우리를 그 안으로 초대해 숱한 이야기를 건네 온다. 문학을 품은 미술, 미술이 녹아든 문학이 협업해 이루어 낸 이러한 융합의 차원이야말로 그야말로 윤 관장의 생애를 빼닮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화두는 언제나 ‘시화일률’(詩一律)이었다.“문인과 화가는 같은 울타리 안에서 함께 어울리면서 예술적 동반자로 살아왔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그런 풍경이 보편적이었지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 문인과 화가가 동석하는 일은 드물어졌고, 좋게 말해 전문화라지만 통섭과 융합의 관점에서 보자면 빈곤해진 형국이라고 윤 관장은 말한다. “우리나라의 장르 결벽증도 이러한 융합 지향의 움직임을 다소 방해하는 것 같고요.” 윤 관장은 1982년 미술평론가로 등단해 40여년 동안 우리 미술 현장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다. 서양미술사가 주류인 우리 미술계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동아시아미술이나 제3세계 미술에도 관심을 갖고 그것의 실체를 추적했다. 나아가 그는 미술이 단순한 감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삶이라는 실체 안에서 ‘생활미술’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재작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맡으면서 구체적으로 형태를 갖추어 대중들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4관 체제다. 과천, 덕수궁, 서울, 청주 각각의 특성화 작업을 통해 효율적 운영을 하고 있다. 그는 “미술관을 한마디로 은유하면 친구이자 동행자”라고 했다. “관람객의 눈높이와 취향이 워낙 다양하니까 이제는 쌍방 소통이 필요하다”고도 부연했다. 미술관 규모가 커지고 각각 특성화하면서 미술인들의 역할과 국민들의 기대가 함께 커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에게는 예술적 담론을 만들어 내는 모체가 되고, 일반 관객들에게는 문화적 취향을 충족해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하는 미술관이 되게끔 하는 것이죠.” 윤 관장은 무엇보다 한국 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연구 기능을 강조한다. 전시 기능 위주에서 연구하고 교육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수립하는 미술관을 생각하니 정말 ‘윤범모 브랜드’를 보는 듯하다. “우리 미술을 중심에 두는 주체적 자존심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시작의 스승으로서의 독서와 여행 윤 관장은 시집을 다섯 권 펴낸 시인이다. 미국 뉴욕에 잠시 체류하던 1980년대에 그는 첫 시집 ‘불법체류자’(1988)를 상재했다. 등단이라는 절차가 생략된 채였다. 그 시집은 후기에서 밝혔듯이 “불법이라, 정처를 찾지 못하고 언제까지 방황해야 할 것인가. 언제 합법적 공간에서 여유 있는 체류가 가능할까” 하는 젊은 날의 고백을 담은 성장 기록이었다. 이 시집은 모국의 역사, 이를테면 우리가 분단 시대를 겪고 민주화 운동을 치르면서 필연적으로 가지게 된 역사철학적 고민을 담고 있다. 그곳에서 느낀 백인문화도 비판적으로 담아내면서 ‘시인 윤범모’가 노래해 갈 시적 의제(agenda)를 오래전부터 만들고 있었다. 미술에서 우리 것을 강조했듯이, 시에서도 우리의 역사와 숨결을 가득 불러온 것이다. 시인은 미대생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결같은 답변을 한다. “좋은 그림은 좋은 시와 마찬가지 원리를 품고 있죠. 독만권서(讀萬券書) 행만리로(行萬里路)!” 책을 많이 읽고 먼 곳을 여행하라는 말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고 한다. 젊었을 때부터 그는 이 말을 지침 삼아 실천하려고 애썼고, 독서와 여행은 한때의 직업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책과 여행이 시작(詩作)의 스승인 셈이다. “미대생들에게 세계문학전집 100권 읽기를 숙제로 내줍니다. 인문학적 배경이 부실하면 그만큼 그림 바탕이 허술해지죠.”그는 한국 미술사를 공부하다가 불교 미술에 주목하게 되었고 그 가운데 ‘석굴암’이 역시 이 땅 최고의 걸작임을 깨달았다. 그런데 석굴암 관련 문헌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객관적 논증은 어렵지만 그는 특유의 상상력으로 석굴암을 알아가게 됐고 어느새 그 발견 과정을 시로 쓰기 시작했다. 그때 비로소 시를 천천히 공부할 시간을 가졌고 2008년에 등단 절차를 치렀다. 이어 시집들을 균질적이고 지속적으로 펴내면서 시인으로의 길에도 매진하고 있다. ‘노을 씨, 안녕!’(2009), ‘멀고 먼 해우소’(2011), ‘토함산 석굴암’(2015), ‘바람 미술관’(2020)으로 이어지는 그의 시는 “가슴에 내리꽂히는/ 하늘의 죽비 소리”(‘노을 씨, 안녕!’ 속 ‘천둥소리’)로, “소나기 죽비를 불러 모아/ 절마당을 가득 채우고”(‘멀고 먼 해우소’ 속 ‘달빛 소나기’) 있는 달빛으로 다가온다. 특별히 석굴암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복원한 토함산 석굴암은 우리로 하여금 석굴암에 대한 경모와 감동의 서사를 경험하게끔 해 주는 장편 연작 시집이다. 이 시집에 대해 시인은 “석굴암의 가치가 국제무대에서 재인식되는 계기에 조그만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후기’)고 썼다.●동량 만들어 일가를 이루어가는 ‘시인 윤범모’ 미술학도로서 시를 써 가는 삶은 어떤 것일까? “시는 왜 쓰는가 하고 항상 묻지요. 왜 이런 끌탕을 자초하는가. 시인은 스스로 천형(天刑)을 안아 들이는 존재 같아요. 좋은 시는 좋은 삶과 직결될 것이니 얼마나 어려운 경지입니까?” 그러고 보니 최근 발표한 작품에서 그는 “집 한 채 세우는 데는 천지가 도와야 합니다/ 동량(棟樑) 만들어 일가(一家)를 이루는데 쉬워서야 되겠습니까”(‘시와 소금’ 2021년 봄호 중 ‘늙은 목수의 이야기’)라고 노래했다. 동량을 만들어 일가를 이루어 가는 어려운 도정을 두고 윤효 시인은 “세상의 이치를 한꺼번에 잡아 일필휘지하는 필력”이라고 의견을 주었다. 그렇게 시인은 시를 통해 “캄캄한 밤/ 염치불구하고 박차는 문/ 멀고 먼 해우소 가는 길에/ 드디어 터지는 오도송(悟道頌)”(‘멀고 먼 해우소’)을 얻어 갔다. 그에게 시는 형상 없는 그림이요, 그림은 형상 있는 시였던 셈이다. 시와 그림은 한 몸이고 한마음이라는 엄정한 사실이 체현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릇을 만들던 사기장(沙器匠)은 물레를 버리고 자유를 얻었습니다. 불상을 깎던 불모(佛母)는 만년에 자신이 만든 불상은 가짜라고 깨부수었다는 이야기. 나는 무애행(無碍行)에서 한 소식을 얻고자 희망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풍류까지 곁들여 있다면 비단 위의 꽃일 테고요.” 윤범모 시인은 자신의 예술관을 이렇게 피력한다. 불가적 깨우침과 치열한 삶의 탐구가 결속한 그의 시가 무애행으로 펼쳐질 것을 예감케 해 준 순간이었다. 덕수궁관 관람객이 대개 장년층일 거라는 나의 예측은 보기 좋게 날아갔다. 젊은층이 단연 많았기 때문이다. “원래 덕수궁은 중년 이상이 주된 층이었는데, 저도 놀랐죠. 새로운 변화로 매우 좋은 일입니다. 외국인들이 ‘다이내믹 코리아’를 미술관에서 느낀다고 합니다.” 오래전 이상은 그의 유작 ‘실화’(失花)에서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라고 썼다. 지금도 윤 관장은 ‘우리 것’이 중심에 서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를 꿈꾸면서 자신만의 비밀을 키워 가고 있을 것이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정주영 명예회장 20주기… 현대家 조용한 추모

    정주영 명예회장 20주기… 현대家 조용한 추모

    오는 21일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20주기를 맞아 고인의 업적과 철학을 기리는 조용하면서도 다채로운 추모행사가 열린다.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위원회는 18일 ‘청년 정주영, 시대를 통하다’란 주제로 다양한 추모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현대자동차그룹 계동사옥에는 정 명예회장의 흉상이 설치됐다. 추모 사진전은 본관 로비에서 22일부터 4월 2일까지 진행된다. 사진전은 정 명예회장이 생전 강조한 5가지 정신인 ‘도전·창의·혁신·나눔·소통’을 테마로 한다. 또 정 명예회장의 집무실을 그대로 재현하고 그 옆에 현대차 최초의 독자모델 포니와 포니를 재해석한 ‘아이오닉5’의 전기 콘셉트카 ‘45’를 함께 전시한다. 온라인 추모 사진전은 ‘아산정주영닷컴’(www.asan-chungjuyung.com)에서 9월 20일까지 진행된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고인의 사진과 함께 강연·인터뷰·자서전에 실린 어록을 담은 추모집 ‘영원의 목소리’를 발간하고 전국 도서관에 배포한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현대예술관 미술관에서 ‘아산 정주영’ 사진전을 열고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14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19일에는 현대중공업 본관 로비에 있는 흉상 앞에서 추모식을 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옥 로비에 정 명예회장의 흉상을 세우고 추모전 ‘불굴의 도전 정신’을 진행하며 고인을 추모한다. 매년 기일 전날인 20일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 함께 모여 했던 정 명예회장의 제사를 비롯한 가족의 추모행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폭 축소해 조촐하게 진행된다. 8월 16일인 정 명예회장의 부인 변중석 여사의 14주기 제사도 앞당겨 함께 지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범현대가 가족과 그룹 임직원은 21일 이전에 경기 하남시 창우동 선영을 찾아 참배할 예정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왕정의 조건(김백철 지음, 이학사 펴냄) 김백철 계명대 사학과 교수가 조선 시대를 체계적으로 조망하고 왜곡된 역사관을 바로잡고자 쓴 역사서. 조선 왕정을 추동해 나간 이념 체계를 알아보고 국가의 실제 운영 방식에 주목한다. 저자는 한국이 고대에는 일본보다 더 강력한 국가상을 가졌다는 재야의 인식이 식민지 근대화론과 마찬가지로 제국주의 시대 왜곡된 관념이라고 지적한다. 489쪽. 2만 5000원.인공지능과 흙(김동훈 지음, 민음사 펴냄) 철학자의 시각에서 인공지능(AI) 시대 인문학이 물질과 감각에 주목한다는 점에 착안해 인류 역사 속 상상력이 어떻게 현실에서 재창조됐는가를 소개한다. 르네상스인들이 흑사병과 전쟁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현실을 딛고 일어선 과정, 로마 시대 화장품에서 마스크팩을 찾아낸 과정 등을 시대별로 짚어 봤다. 388쪽. 1만 8000원.섬Ⅰ·Ⅱ(이하림 지음, 무당거미 펴냄) 방송 PD 출신 이하림 작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칼럼을 에세이집으로 펴냈다.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 혼돈의 시대, 인생사의 향수, 영화감독과 예술품에 대한 견해 등을 담고 있다. 1권 404쪽, 1만 5800원. 2권 344쪽, 1만 4800원.베르디 오페라(박종호 지음, 풍월당 펴냄) 클래식 음악 전문 출판사 풍월당 박종호 대표가 직접 쓴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삶과 오페라 이야기. ‘나부코’, ‘리골레토’, ‘아이다’ 등 유명 오페라 26편이 쓰인 시기와 배경, 동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베르디의 생애를 정리했다. 376쪽. 2만 3000원.살아있다는 달콤한 말(정영훈 지음, 모요사 펴냄) 혈액암 4기 판정을 받은 정영훈 KBS 기자가 자신의 투병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 6차례의 항암 치료 끝에 가까스로 생존한 저자가 ‘우리는 왜 몸과 마음이 온전할 때는 삶의 나날에 제대로 감사해하며 살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312쪽. 1만 6000원.누군가 아픈 밤(정인 지음, 호밀밭 펴냄) 노근리 평화상을 받은 정인 작가가 여성의 시각에서 해체되는 가족과 아픔을 다룬 소설집. ‘화마’, ‘누군가 아픈 밤’, ‘소리의 함정’, ‘아무 곳에도 없는’ 등 6편의 소설은 부부간 신뢰, 가족의 죽음, 혼혈 여성 등을 소재로 상처를 극복하려면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260쪽. 1만 4000원.
  • 정주영 회장 20주기… 현대家 조용하면서도 다채로운 추모전

    정주영 회장 20주기… 현대家 조용하면서도 다채로운 추모전

    오는 21일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20주기를 맞아 고인의 업적과 철학을 기리는 조용하면서도 다채로운 추모행사가 열린다.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위원회는 18일 ‘청년 정주영, 시대를 통하다’란 주제로 다양한 추모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현대자동차그룹 계동사옥에는 정 명예회장의 흉상이 설치됐다. 추모 사진전은 본관 로비에서 22일부터 4월 2일까지 진행된다. 사진전은 정 명예회장이 생전 강조한 5가지 정신인 ‘도전·창의·혁신·나눔·소통’을 테마로 한다. 또 정 명예회장의 집무실을 그대로 재현하고 그 옆에 현대차 최초의 독자모델 포니와 포니를 재해석한 ‘아이오닉5’의 전기 콘셉트카 ‘45’를 함께 전시한다. 온라인 추모 사진전은 ‘아산정주영닷컴’(www.asan-chungjuyung.com)에서 9월 20일까지 진행된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고인의 사진과 함께 강연·인터뷰·자서전에 실린 어록을 담은 추모집 ‘영원의 목소리’를 발간하고 전국 도서관에 배포한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현대예술관 미술관에서 ‘아산 정주영’ 사진전을 열고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14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19일에는 현대중공업 본관 로비에 있는 흉상 앞에서 추모식을 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옥 로비에 정 명예회장의 흉상을 세우고 추모전 ‘불굴의 도전 정신’을 진행하며 고인을 추모한다. 매년 기일 전날인 20일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 함께 모여 했던 정 명예회장의 제사를 비롯한 가족의 추모행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폭 축소해 조촐하게 진행된다. 8월 16일인 정 명예회장의 부인 변중석 여사의 14주기 제사도 앞당겨 함께 지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범현대가 가족과 그룹 임직원은 21일 이전에 경기 하남시 창우동 선영을 찾아 참배할 예정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文대통령 “한반도 비핵화 빈틈없는 한미 공조 계속할 것”

    文대통령 “한반도 비핵화 빈틈없는 한미 공조 계속할 것”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특히 한미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빈틈없는 공조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50분간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한미 양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70년 동반자로서 공동의 도전에 함께 대처해나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두 외교안보 수장이 취임 후 우선적으로 함께 한국을 방문한 것은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미국의 귀환, 외교의 귀환, 동맹의 복원을 환영하며 국제 사회는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개별 장관 회의에 이어 오늘 5년 만에 2+2(외교·국방장관) 회담이 열렸고 방위비 분담 협정에 가서명했는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한미 동맹이 더욱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튼튼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국 국민들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으로서 한미 동맹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을 든든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저희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처음으로 순방하는 순방지로서 한국을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한미동맹이 얼마나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강조해달라고 했고, 동맹에 대해 재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동맹을 좀 더 키워나가고 강화시켜나가는 부분 또한 중요하겠다’는 것도 꼭 전해달라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오스틴 장관도 “한미 동맹이 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보 번영에 있어 핵심축이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어서는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다시 말씀드린다”면서 “전세계적으로 다이내믹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만큼 중요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군인의 머리카락 길이/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군인의 머리카락 길이/김상연 논설위원

    친구가 입대 전날 머리를 빡빡 깎고 나타났을 때 멋있고 늠름해 보였다. 그런데 얼마 후 내가 군대에 가기 위해 머리를 밀 때는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찬란했던 과거가 싹둑 잘린 머리카락과 함께 스러지는 것 같았고 두려운 미래가 파르라니 생경한 짧은 머리 위에서 노려보는 것 같았다. 그때는 왜 군인이 되려면 머리를 깎아야 하는지 철학적 질문을 던질 여유가 없었다. 속세와 절연해야 진정한 군인으로 거듭난다는 출처 불명의 신화 앞에서 머리카락 따위에 인권이 스며들 여지는 없었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의 교리가 지배한 조선에서 머리카락을 함부로 자르는 것은 불효였다. 하지만 1895년 고종은 일제의 강요로 머리를 깎는 모범(?)을 보인 뒤 백성들에게도 단발령을 내린다. 이 땅에서 군인 삭발의 역사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물론 대부분의 국가가 군인들에게 짧은 머리를 규정하고 있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긴 머리는 관리하기 불편하고 비위생적이기 십상이다. 머리에 부상을 입었을 때도 짧은 머리가 치료하기에 유리하다. 잠깐 한눈을 팔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군인이 헤어스타일에 신경쓰는 모습은 왠지 불안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하루 이틀 군대 생활하는 것도 아닌데 그 오랜 기간 머리카락을 규제하는 건 비인간적인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외모를 가꿀 천부적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어느 누가 반박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계급에 따라 머리 길이 규정이 다르다면 엄연한 차별이다. 계급은 어디까지나 조직의 위계일 뿐 인격의 위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군대는 간부급에 비해 병사들의 머리카락이 더 짧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국가인권위는 사회적 신분에 따른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이므로 규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각 군은 모든 장병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두발 규정을 개정하기로 하고 이달 초부터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앞서 미군은 지난달 24일부터 여군 용모 규정을 바꿔 매니큐어와 립스틱을 바르고 다양한 머리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귀걸이 착용도 허용했다. 남자 군인은 투명한 매니큐어를 칠할 수 있게 했다. 병사의 개성을 허용하면 ‘당나라 군대’가 될까 걱정하는 것은 편견이다. 인격이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군인보다는 인격과 개성을 존중받는 군인이 전쟁터에서 더 자발적으로 싸울 것이다. 내친김에 미군처럼 좀더 폭넓게 개성을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무래도 입대를 앞두고 머리를 빡빡 깎는 것은 서글프다. 조국의 부름을 받은 젊은이가 서글퍼서야 되겠는가. carlos@seoul.co.kr
  • ‘절대 부수지 않는다’ 재건축 철학…佛 건축가 2명 프리츠커상 수상

    ‘절대 부수지 않는다’ 재건축 철학…佛 건축가 2명 프리츠커상 수상

    ‘절대 부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거주 공간 리모델링 작업을 해 온 프랑스 건축가 안 라카통(왼쪽·65)과 장 필리프 바살(오른쪽·67)이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외곽 몽트뢰유에서 활동하는 라카통과 바살은 낡은 건축물을 허물지 않고 기존 구조물을 활용, 저렴한 비용으로 주택 기능을 살리는 재건축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 왔다. 자신들의 건축철학을 두고 바살은 “절대 건물을 무너뜨리지 않고, 나무를 자르지 않고, 꽃을 꺾지 않는다”며 “원래 있었던 물건들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대표작은 1960년대에 건축된 파리 외곽의 아파트 ‘부아르프레트르 타워’ 리모델링 작업이 꼽힌다. 두 사람은 당시 이 타워를 철거하려던 파리시의 계획을 거부하고 기존의 바닥을 확충해 각 가구에 생태 발코니를 설치하는 등 건축물을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VR 예술작품’ 감동까지 그대로 살려

    ‘VR 예술작품’ 감동까지 그대로 살려

    이탈리아 사크로 쿠오레 가톨릭대 심리학과, 오솔로지코 연구소, 미국 귀네드 머시대 철학과,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존스홉킨스의대 정신의학·행동과학과, 독일 막스플랑크 실증미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가상현실(VR) 기술로 구현한 예술작품이나 자연은 실제와 똑같은 감동과 경외감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3월 1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성인 남녀 50명을 대상으로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과 그림 속 장소인 생레미 드 프로방스의 풍경을 현장에 있는 것처럼 360도 모든 방향에서 볼 수 있도록 한 가상현실 영상, 일반적인 동영상을 보도록 한 뒤 각각 느낀 감정을 측정했다. 그 결과 고흐 작품과 VR 영상은 비슷한 수준의 감동과 경외감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동정] 한국동양철학회장에 장윤수 대구교대 교수

    △ 한국동양철학회는 제25대 회장에 장윤수 대구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취임했다고 17일 밝혔다. 임기는 2023년 2월28일까지 2년. 장 교수는 경북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중국 시안(西安)의 시베이(西北)대 객원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중국 신유학, 한국 성리학, 동양 교육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동양철학회는 1982년에 창설됐고, 연 2회 학술지 ‘동양철학’을 발행하고 있다.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할 수는 없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무슨 뜻인지 알쏭달쏭 난해하다. 하지만 ‘성격은 운명’이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형상기억합금에 비유할 수도 있다. 삼각형 기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부모나 선배 권유로 사각형의 길을 ‘원해서’ 선택하지만, 결국 방황 끝에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삼각형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다.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자신의 성향을 바꾸기 어려운 성소수자의 입장도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이 말을 누구보다 좋아했던 인물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발판삼아 철학적 의미에서 인간에게는 자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든 인간은 외적인 강제뿐만 아니라 내적인 필요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관용’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옹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철학자들을 ‘부드러운 정신’의 소유자와 ‘딱딱한 정신’의 소유자로 나누는 유명한 구분법을 세운 바 있다. 이 구분법은 ‘타세계적 인간’과 ‘현세계적 인간’으로 바꾸어 표현할 수도 있는데, 철학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확대 적용할 수 있다. 모든 인간에게는 타고난 재능과 품성과 성향, 다시 말해 ‘달란트’가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모든 사람을 권력과 금력 순서로 ‘앞으로 나란히’ 세우는 풍토로 말미암아 많은 타세계적 인간이 현세계적 영역에 매달리고 있음을 본다. 그 결과 미래의 셰익스피어가 대기업 총수를 꿈꾸는가 하면, 미래의 칸트가 국회의원 금배지에 넋을 빼앗기는 안타까운 현실이 빚어진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런 낭비가 없다. “너 왜 의사 하냐?” “엄마가 하라고 해서요.” 대학병원 교수와 신참 수련의가 나눈 대화다. TV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이다. 젊은이들이 진로와 적성을 스스로 찾지 못하는 세태를 풍자한 대사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물질 만능 세상에서 돈이면 그만이지 자아 발견이 대수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돈 때문에 한 번뿐인 인생을 낭비하도록 몰아대는 시스템은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제도 교육은 재능과 개성을 메피스토펠레스에게 팔아넘기는 출세주의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 아닐까. 3월 신학기에 떠오른 생각이다. 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 독일 놀이공원 내 롤러코스터와 사랑에 빠진 여성의 사연

    독일 놀이공원 내 롤러코스터와 사랑에 빠진 여성의 사연

    사물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은 한 사물성애자 여성의 사연이 세상에 공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 출신 예술가 가엘 엥겔(43)은 독일에서 만난 한 롤러코스터와 사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 등 여러 매체 보도에 따르면, 엥겔은 5년 전 한 롤러코스터와 운명적으로 만났다고 밝혔다.엥겔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하는 이 롤러코스터의 이름은 스카이 스크림. 라인란트팔츠주 하슬로흐에 있는 놀이공원 홀리데이 파크 안에 있는 이 놀이기구의 제원은 길이 263m, 높이 45.7m, 최고속도 시속 99.8㎞를 자랑한다. 12세 때부터 사물에 대해 성적으로 끌린 적이 있었다는 엥겔은 스카이 스크림에 관한 감정은 이전과 전혀 달랐다고 말한다.엥겔은 “사람들은 내게 단지 롤러코스터에 성적으로 끌리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스카이 스크림과 만나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면서 “그와 육체적인 융합을 이루고 싶은 게 내 꿈”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과거 세 차례에 걸쳐 남성들과 진지하게 만남을 가져봤다는 그녀는 “내 삶을 망친 과거의 연애에 대해 철학적으로 돌아볼 생각은 없다. 내가 사귄 남성들은 술 때문에 문제가 많았고 이런 문제는 내게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면서 “하지만 스카이 스크림과의 관계에서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본인 소유의 물건이 아닌 놀이공원 안에 있는 롤러코스터가 연애 대상이 되면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스카이 스크림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모형을 만들어 집에 장식해두고 있다. 또 엥겔은 스카이 스크림이 인쇄된 베개를 안고 자거나 관련 상품도 사 모으고 있다. 놀이공원에서 구매한 기념품들은 자신에게 있어 스카이 스크림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와 같은 존재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특히 그녀는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자신에게 맞는 연애 형태를 찾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그녀는 “스카이 스크림과의 만남은 내게 있어 성적인 관계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줬다”면서 “그래서 난 그와 계속 연결돼 있다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 기념품을 수집한다”면서 “이제 어디서든 사랑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스카이 스크림은 내 작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그와 만나면서 사랑이 뭔지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물성애는 움직이지 않는 특정 물체에 초점을 둔 성도착증의 일종이다. 이 질병이 있는 사람은 특정한 물체나 고정 구조물에 관한 강렬한 매혹, 사랑, 헌신적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중 일부는 인간과의 성적, 심지어 가까운 감정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대표적인 사물성애자로는 2007년 프랑스에서 에펠탑과 결혼했다고 주장한 에리카 에펠이 있고, 지난해 말에는 서류가방과 결혼했다는 러시아의 한 여성이 나타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세계 최초 컴퓨터?…2100년 전 ‘안티키테라 기계’ 비밀 일부 풀었다

    세계 최초 컴퓨터?…2100년 전 ‘안티키테라 기계’ 비밀 일부 풀었다

    2100년 전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진 수수께끼의 천문학 계산장치 ‘안티키테라 기계’가 120년 전 처음 발견됐을 때 과학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수동식 장치는 우주의 움직임을 표시함으로써 다른 다섯 행성의 움직임과 달의 위상 그리고 일식·월식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위대한 업적을 어떻게 이뤘는지는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부분적으로나마 이 수수께끼를 풀었고 해답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톱니바퀴 등 부품을 복원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가디언 등 현지언론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오늘날 부품으로 안티키테라 기계의 복제품을 만들어내 고대의 기술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UCL의 연구저자인 애덤 부이치크 박사는 “우리의 복원은 현재 남아있는 유물로부터 과학자들이 수집한 모든 증거에 부합한다고 확신한다”면서 “과거 다른 학자들이 복원했지만 이 기계의 3분의 2는 소실돼 그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세계 최초의 아날로그 컴퓨터로도 알려진 안티키테라 기계는 1901년 그리스 안티키테라 섬 앞바다에서 찾아낸 침몰한 화물선에서 유물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 난파선은 기원전 1세기쯤 소아시아(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 흑해와 에게해, 동지중해에 둘러싸인 지방)에서 로마로 향하던 중 폭풍우를 만나 크레타 섬과 페로폰 제도 사이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랫동안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탓에 부식돼 파편화한 이 기계는 처음에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몇십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당시 기계공학의 집대성으로 밝혀졌다. 원래 약 30㎝ 높이의 나무상자 안에 들어있던 이 장치는 일종의 메뉴얼인 비문으로 뒤덮여 있고 문자판과 바늘에 연결된 30개 이상의 청동 톱니바퀴가 들어 있다. 손잡이를 돌리면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행성 등 천체가 움직이는 방식인 것이다.영국 런던 과학박물관의 기계공학 전문가 마이클 라이트 박사는 안티키테라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해 작동하는 복제품을 만들었지만 이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안티키테라 기계는 82조각으로 분해됐을 만큼 심하게 파손돼 있어 이들 연구자의 복원 작업은 너덜너덜해진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과 같다.UCL 연구진은 라이트 박사 등과 함께 고대 그리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가 묘사한 안티키테라 기계와 수학적 방법에 관한 비문 내용을 사용해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고안했다. 이 해결책을 통해 이 기계의 거의 모든 톱니바퀴는 불과 25㎜ 깊이의 공간 안에 들어간다.연구진에 따르면, 안티키테라 기계는 태양과 달뿐만 아니라 수성과 금성, 화성, 목성 그리고 토성의 움직임을 동심원상에 표시했다. 이 장치는 태양과 행성들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고 가정했기에 태양이 중심인 경우보다 그 경로를 톱니바퀴로 재현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안티키테라 기계가 어떻게 하늘을 표현했는지에 관한 진정한 이해를 돕는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들의 설계가 확실한지 아니면 이를 당시 제조 기술로도 만들 수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주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동심원상의 고리는 중첩돼 속이 빈 축 위에서 회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금속 가공용 선반 없이 어떻게 이런 부품을 만들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연구진이 복원한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와 별개로 안티키테라 기계에 관한 수수께끼는 여전히 많다. 이 장치가 당시 장난감이었는지 아니면 교구였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리고 당시 그리스인이 이런 기계 장치를 만들 기술이 있었다면 그 지식으로 무엇을 더 만들어냈냐는 것이다. 부이지크 박사는 “금속은 매우 귀해서 재활용됐겠지만, 이와 비슷한 장치를 발견하는 등의 사례가 없다는 점은 이상한 일”이라면서 “만일 고대 그리스인이 안티키테라 기계 제조 기술을 가졌다면 왜 이를 시계 같은 다른 장치를 고안하는데까지 확장하지 않았을까?”라고 되물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아빠 아는 사람이 부원장이랬는데ㅋㅋ” 5년 전 비리에 금감원 내홍

    “아빠 아는 사람이 부원장이랬는데ㅋㅋ” 5년 전 비리에 금감원 내홍

    채용비리 개입 인사 승진에 ‘시끌’“비리 탓에 상여금 삭감 등 고통받는데…”노조 “원장의 인사 철학의 문제”‘금융 검찰’인 금융감독원이 내홍으로 시끄럽다. 노조는 부당한 승진 인사가 있었다며 윤석헌 금감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부원장들은 직원들을 달래려 호소문까지 올렸다. 노사 간 충돌의 원인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책은행 임원의 아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벌어진 채용비리 사건이 있었다. ●국책은행 부행장 아들 뽑으려 채용인원 늘리고 없던 전형 만들기도 2015년 10월 금감원은 5급 직원을 뽑기 위해 신입 공채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채용인원이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갑자기 3명 더 늘었다. 그리고 전직 수출입은행 부행장인 김모씨의 아들이 합격한다. 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이모 당시 금감원 총무국장은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김용환 당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청탁을 받고 김 전 부행장의 아들을 뽑았다. 아들 김씨는 애초 합격권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있었다. 이 전 국장 등은 김씨를 뽑기 위해 채용인원을 늘렸다. 이후 면접 과정에서 아들 김씨에게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애초 채용 절차에 없었던 세평 조회를 실시해 당시 합격권이었던 3명을 탈락시켰다.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 전 총무국장은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금감원 직원 A씨다. 선임조사역이었던 그는 당시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를 조작하거나 합격권 응시자 평판을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작성해 윗선의 채용비리를 도왔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이 일로 2018년 정직 처분을 받았다. 또, A씨는 지역인재로 구분되기 위해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의 학부를 졸업했다고 허위 이력을 기재한 지원자를 합격시키는데도 관여했다. 이 지원자는 카이스트 대학원을 다녔을뿐 학부 과정은 서울의 한 대학에서 마쳤다. 이 지원자는 친구에게 보낸 문자에서 “아빠가 아는 사람이 부원장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물어봐야지. 국장급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대ㅋㅋㅋㅋㅋ”라고 했다. 카이스트 학부 졸업 허위 이력은 채용 담당 직원 중 한명이 알아채 내부에서 문제제기했지만 묵살됐다. A씨는 또 민원전문역을 채용하면서 면접 점수를 조작해 당락을 바꾸는 등 모두 3건의 채용 비리에 가담한 사실이 2017년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문제는 A씨가 지난 2월 인사에서 팀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금감원 측은 “A씨는 이미 정직 처분에 따른 승진 불이익 기간이 끝났다”면서 “정당한 이유없이 계속 승진에서 누락시킬 수는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감원 노조의 입장은 다르다. 오창화 노조위원장은 “불이익 기간이라는 건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최소 기간을 뜻하는 것”이라면서 “결국 이번 승진인사는 인사권자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윤 원장 등이 금감원 직원의 채용비리를 심각하게 바라본다면 인사상 불이익을 더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 측은 또 채용비리 탓에 금감원이 손해배상금으로 1억 2000억원을 내놓는 등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A 팀장에 구상권 청구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경력 없는 국회의원 아들, 점수 조작으로 금감원 합격 최근 부국장으로 승진한 B씨의 인사도 구설에 올랐다. 그는 2014년 당시 금감원을 맡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임영호 전 의원의 자녀 부정 채용을 추진하던 윗선이 서류전형 기준 변경을 요청했을 때 이에 동의했다. 임 전 의원은 당시 최수현 금감원장과 행정고시 동기였다. 최 전 원장은 비서실장을 통해 담당 부원장보에 아들 임씨의 채용을 두고 “잘 챙겨보라”고 말했다. 금감원 담당 간부들은 아들 임씨의 점수를 임의로 조작했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나와 실무수습 경력을 밟지 않은 그는 법률전문가로 최종 합격했다. 이 부정채용을 지시한 부원장과 부원장보는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 실형을 살았다. 채용비리로 고위 임원들이 실형을 받은 건 금감원 개원 이래 처음이었다. 다만, B씨는 “특정인을 부당하게 합력시키려고 점수를 조작하지 않았고,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알면서 따른 건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김근익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 부원장들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부원장들은 “직원들 간 갈등을 초래하고, 조직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내부 갈등만이 부각돼 금감원이 매우 불공정한 조직으로 비칠까 봐 하는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제대로 된 사과 표현도 없었고, 앞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채용비리의 영향으로 금감원은 2024년까지 3급 이상 직급의 정원을 2017년과 비교해 35% 미만으로 낮추고, 상여금도 삭감하는 등 직원들이 연대책임을 지고 있다. 이 때문에 비리와 무관한 다수의 직원들은 인사를 두고 비판적일 수 밖에 없다. 노조는 윤 원장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연임 포기 선언을 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 원장은 “인사권은 대통령에 있기에 연임 포기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15일 청와대 앞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2030 세대] 안쪽 방의 공무원들/김현집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역사·철학과

    [2030 세대] 안쪽 방의 공무원들/김현집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역사·철학과

    내가 나를 간지럽힐 수는 없다. 내 손이 어디로 갈지를 뇌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이 나를 간지럽힐 때 내가 간지럽다. 뇌는 정보를 오는 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쉴 틈 없이 우리의 경험을 걸러 내고 미리 계산하고 예측한다. 영국에서 ‘인지철학’(cognitive philosophy)이란 독특한 과목을 가르치는 앤디 클라크 교수는 이를 ‘예측처리’(predictive processing)라고 부른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손으로 도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통해 생각을 ‘다르게’ 다룬다. ‘예측처리’하는 뇌는 연필을 쥔 손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계속 고민한다. 연필은 필기도구일 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꾼다. 이 현상을 클라크는 ‘확장된 정신’(the extended mind)이라고 불렀다(‘mind’는 번역하기 까다로운 단어다. 흔히 사용되는 ‘마음’은 오역에 가깝다). 우리의 정신은 뇌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의 몸, 손에 익숙한 물건, 이 모두 정신의 연장 혹은 도구인 셈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는 우리 정신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군대에 들어와 처음 몇 달 동안 훈련소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경험을 했다. 불편했지만 뭔가 개운한 것이, 내 몸이 가벼워진 것 같은 뜻밖의 경험이었다. 다시 휴대전화를 쓰게 됐을 때 터치스크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잠시 헷갈렸다. 수개월 동안 치지 못했던 피아노도 건반에 손가락을 올리면 곧 익숙해졌는데, 스마트폰은 ‘버튼이 어디에 있지’ 하며 헤맸다. 옥스퍼드대의 철학 교수 데릭 파핏(1942~2017)은 사유 과정에 의식적인 생각은 거의 없다고 봤다. 예를 들면 사람의 뇌 안에는 고급 공무원이 한 명 앉아 있다. 그가 종이에 ‘문제’를 하나 적고선 그것을 서류함에 넣는다. 그러면 저 ‘안쪽 방’의 공무원들이 그 ‘문제’에 대해 열심히 고민한 다음 답을 찾아 다시 서류함에 넣어 두는 식이다. 파핏의 사유 방법이다. 위대한 철학자가 아니라도 샤워를 하거나 화장실에서 아이디어가 문득 떠오르는 경험은 누구나 했을 것이다. 무의식 속에서 일하는 공무원들 덕분이다. 그 무의식의 공간을 스마트폰이 채우고 있으면 생각에 장애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 스마트폰을 곁에 두고, 사용하지 않으려고 끝내 유혹을 뿌리친 사람도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마트폰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받는 탓이다. 스마트폰에 대한 연구는 이미 시작됐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순간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는 순간에도 우리의 무의식이 흐르는 것이다. 갈수록 스마트폰 의존이 심해진다. 의존은 중독으로 이어지고 중독은 폐해를 가져온다. 어떻게 사유해야 할지 모르겠다. 세상을 보는 눈이, 세상을 이해하는 뇌가 달라졌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더이상 상상할 수 없게 됐으니까. 숙제 하나가 또 늘었다.
  • [책 속 한줄] 복종의 익숙함

    [책 속 한줄] 복종의 익숙함

    많은 이들이 흥분을 즐거움으로, 자극을 관심으로, 소비를 존재로 착각한다.(38쪽) 사회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1960년대에 쓴 에세이 4편을 엮은 ‘불복종에 관하여’(2020, 마농지)에서 불복종의 의미를 강조한다. 명령이 아닌 양심과 신념에 복종하고, 자신의 의지를 긍정하는 불복종은 역사를 만든 창조적 행위의 시작이다. ‘이유 없는 반항’이나 분노와 억울함에서 비롯된 맹목적인 불복종과 다르다. 인간이 독립과 자유로 나아간 건 ‘탯줄’을 잘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안전하고 보호받는 느낌 때문에 순응과 복종에 익숙하다. 냉전 시기 당시 부유한 국가에 사는 대중일수록 풍요에 익숙하고 핵전쟁을 비롯한 문명의 파괴를 체념한 듯 받아들였다는 게 프롬의 지적이다. 반면 불복종 ‘모범 사례’로 제시한 버트런드 러셀은 말하고 경고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파국에 맞선다. 그가 평화주의자이거나 감상적 낭만주의자여서가 아니다. 삶에 대한 사랑, 현실적인 경험에 뿌리를 둔 불복종의 역량 덕분이다. “인간의 역사는 불복종의 행위로 시작됐고 복종으로 종말을 고하게 될지 모른다.”(9쪽) 반세기 전 프롬의 말이 익숙한 착각과 복종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야 한다는 경고로 들린다. jiye@seoul.co.kr
  • [길섶에서] 치통/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인간의 삶에서 꼭 필요한 다섯 가지 복(五福)으로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꼽는다. 풍족하게 오래 살고, 즐거움이 가득해 근심 걱정이 없는 삶을 말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일생이지만 아쉽게도 그런 삶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철학적인 삶을 채우기란 쉬운 것이 아니니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건강하고,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래서 흔히 치아가 튼튼한 것, 자손이 많고 무탈한 것, 부부의 백년해로, 손님 대접할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 명당에 묻히는 것 등을 오복으로 더 많이 꼽는다고 한다. 한결 욕심을 내려놓은 듯해 더욱더 공감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바람이 아닐까. 치통이 생겼지만 며칠째 꾹꾹 참고 지낸다. 장기간 복용하는 약이 있어 치과를 찾는 게 선뜻 내키지 않는다. 더군다나 자꾸만 줄어드는 치아 수를 떠올리면 우울감만 더 깊어져 가급적 치과 방문을 꺼리게 된다. 그사이 고통은 점점 심해지고 애꿎은 신세 한탄만 깊어진다. 큰 욕심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오복 중의 첫 번째로 꼽히는 치아조차 건강치 못하다고 생각하니 괜히 초라해진다. “지지리 복도 없지.”
  • 박영선 “LH 수사 검찰 뒤에 숨어… 옳지 못한 태도”

    박영선 “LH 수사 검찰 뒤에 숨어… 옳지 못한 태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 “검찰이 뒤에 숨어 있다. ‘어떻게 하는지 보자’는 자세로 읽히는데, 옳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검경 공조 수사 방안을 묻는 질문에 “만약 검찰이 지금까지 정의롭게 수사했고 당당하다면 ‘우리가 이번에 LH 사건은 이런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어느 누구도 그런 말 못하지 않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후보는 “공직을 이용해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을 반드시 몰수하고 관행처럼 이어온 고리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절연해야 한다”며 “조사 결과를 살핀 후 당과 대통령께 제 생각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검찰개혁에 대해 “어느 정권도 검찰개혁을 해낸 정권이 없다는 점에서 점수를 드린다”면서도 “개혁을 너무 몰아치면 기득권의 반발과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여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대해서도 “때가 이르다고 본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해서는 “국정원 수사 당시 제가 국회 법사위원장을 해서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아 왔다”며 “윤 전 총장과 안철수 후보 관계, 윤 전 총장과 다른 후보 관계를 봐도 관계에 있어서는 제가 가장 편하게 (윤 전 총장과)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심 퀴어 축제와 관련한 질문에 박 후보는 “서울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제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시대적 변화와 포용정신, 다양성을 함께 공감해 가고 그 과정이 굉장히 중요한 리더십 포인트”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그는 “혁신은 아이들 밥그릇에 차별을 두려 했던, 시대에 뒤떨어진 실패한 경험으로 이룰 수 없다. 혁신은 새 정치를 한다며 10년간 이집 저집 방황하던 뿌리 없는 철학에 기대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비판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배민’ 봉진이형 또 사재 털었다… 직원·라이더에 1000억 격려금

    ‘배민’ 봉진이형 또 사재 털었다… 직원·라이더에 1000억 격려금

    지난 2월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전 재산의 절반(약 5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이번엔 사재를 털어 직원과 배달대행기사(라이더)에게 1000억원대 주식과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통 큰 기부’에 이어 구성원들과도 성과를 나누겠다는 그의 ‘통 큰 보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김 의장이 11일 지급 대상자에게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그리고 회사의 경영자로서 라이더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면서 “아시아에 진출해 더 큰 도전을 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땀 흘려 애써 주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개인적 선물을 전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번 증여는 사회 환원용 재산과는 별도로 김 의장의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사 개인 보유 주식을 처분해 나누는 형태다. 우선 지난달까지 입사한 우아한형제들, 우아한청년들(배민라이더스 운영사), 해외법인 전 직원 1700여명에게 1인당 평균 약 5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차등 지급한다. 또 소속 직원이 아닌 라이더 가운데 1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서 하루 20건 이상 배달한 날이 연 200일 이상인 모든 라이더에게 1인당 200만∼5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준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라이더 가운데 일정 건수 이상의 배달을 수행한 1390명에게는 격려금 100만원씩을, 배달 전용 마트인 B마트 창고 직원과 기간제 직원 등 830여명에게는 1인당 100만∼150만원의 격려금을 준다. 앞서 재산 절반 이상(약 5조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빌 게이츠를 롤모델로 언급하며 사회 환원 방식에 대해 임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청취하는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김봉진 의장도 더기빙플레지에 가입하면서 향후 교육 불평등 문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를 돕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수동적인 기부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적극적인 기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체적인 이슈를 지정해 꾸준히 후원을 지속하는 이도 있다. 김정주 넥슨 NXC 대표는 2018년 사재 1000억원을 내놓기로 하고 전국에 어린이 재활 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전·충남 넥슨 어린이재활병원, 서울대병원 어린이완화의료센터에 각각 50억원을 냈다. 재능 기부에 나서는 창업가도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가인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돈 기부뿐만 아니라 인맥과 인사이트를 전체 사회를 위해 써야 한다”며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지배구조 이슈와 자녀입사 문제(카카오), 수수료 횡포 논란(우아한형제들) 등이 불거진 시점에 기부를 발표한 것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도 일부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들의 기부는 ‘철학’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초고속 인터넷망, 무선통신 등을 기본 바탕으로 사업을 일군 만큼 사회 인프라 도움 없이 성장할 수 없었다는 일종의 부채 의식을 가졌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맨손에서 부를 이룬 한국산업 1세대 기업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석근 서강대 교수(사회적기업센터장)는 “미국에서는 사회 전체로부터 도움을 받아 기업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경영인이 많아 기부 등 사회 환원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면서 “국내에서도 의식 전환이 일어나 이익 환원에 적극 나서는 이들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박영선 “검찰, ‘LH수사’ 뒤에 숨어…‘검수완박’은 일러”

    박영선 “검찰, ‘LH수사’ 뒤에 숨어…‘검수완박’은 일러”

    관훈토론회…퀴어축제 질문엔 즉답 피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뒤에 숨어 있다. ‘어떻게 하는지 보자’는 자세로 읽히는데, 옳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檢, 그 동안 정의롭게 수사했다면 말할 수 있어야” 박영선 후보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검·경 공조 수사 방안을 묻는 질문에 “만약 검찰이 지금까지 정의롭게 수사했고 당당하다면 ‘우리가 이번에 LH 사건은 이런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 어느 누구도 그런 말 못하지 않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야기를 하면서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건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직 이용한 부당한 이익 취득은 반드시 몰수” 박영선 후보는 “공직을 이용한 부당한 이익 취득을 반드시 몰수하고 과거로부터 관행처럼 이어온 고리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절연해야 한다”며 “조사 결과를 살핀 후 당과 대통령께 제 생각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오늘 발표 결과를 보고 장관 한 사람의 경질로 절연할 수 있는 부분인지 아닌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개혁, 文정부만 해내…‘검수완박’은 일러” 검찰개혁에 대해선 “지금까지 어느 정권도 검찰개혁을 해낸 정권이 없다는 점에서 점수를 드린다”면서도 “다만 저는 단계적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개혁을 너무 몰아치면 기득권의 반발과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여권 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주장에 대해서도 “시기적으로 때가 이르다고 본다”고 했다. “내가 윤석열과 가장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야권 잠룡으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해서는 “국정원 수사 당시 제가 국회 법사위원장을 해서 간간이 일이 있을 때 연락을 주고받아왔다”며 “윤 전 총장과 안철수 후보 관계, 윤 전 총장과 다른 후보 관계를 봐도 관계에 있어서는 제가 가장 편하게 (윤 전 총장과)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앞서가지만 속도감 너무 빠르면 단점”“이낙연, 신복지체계 평가…조금 더 단호해야” 박 후보는 여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의 장단점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앞서가는 정책을 구현하는 것이 장점인데 속도감이 너무 빠를 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에 대해선 “돌봄영역이 공공영역으로 크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복지체계를 새로 구축하는 부분에서 브랜드를 만드신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 더 단호해야 하지 않나 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대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선 잠룡) 분류는 언론에서 하는 것이지 저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저는 서울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퀴어축제, 서울시민과 공감대 형성해야” 즉답 피해도심 퀴어 축제와 관련한 의견을 묻는 말에는 “서울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제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시대적 변화와 포용정신, 다양성을 함께 공감해가고 그 과정이 굉장히 중요한 리더십 포인트”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혁신은 아이들 밥그릇에 차별을 두려 했던, 시대에 뒤떨어진 실패한 경험으로 이룰 수 없다. 혁신은 새정치를 한다며 10년간 이집 저집 방황하던 뿌리 없는 철학에 기대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비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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