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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석문학상에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백석문학상에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창작과비평사는 제24회 백석문학상 수상작에 진은영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일찍이 시인 자신이 제기한 ‘시와 정치’론에 대한 골똘한 시적 응답이자 언어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통해 사랑을 선언하고 약속하는 시집으로, ‘나’와 세계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게 하며 도처에 존재하는 슬픔의 공동체를 묵념의 시간에서 건져내는 적극적인 발걸음”이라 평가했다. 이어 “이 치열함으로 다다른 시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균형이 최고의 성취로 이어졌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심사평 전문과 수상소감은 ‘창작과비평’ 2022년 겨울호(198호)에 실린다. 200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진은영은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 가는 노래’ 등을 펴냈다.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와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저서도 출간했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백석문학상은 시인 백석의 업적을 기리고자 그의 연인이던 자야(子夜) 김영한 씨가 출연한 기금으로 1997년 제정됐다. 수상자에게는 상금은 2000만원을 준다. 시상식은 만해문학상·신동엽문학상·창비신인문학상과 함께 이달 하순 열린다.
  • 제3회 제주비엔날레 참여 주요 작가들 들여다 보니…

    제3회 제주비엔날레 참여 주요 작가들 들여다 보니…

    해녀의 삶과 시간을 기록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고... 제3회 제주비엔날레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에서는 강요배, 강이연, 김수자, 문경원&전준호, 레이첼 로즈, 왕게치 무투, 자디에 사, 팅통창 등 모두 16개국 55명(팀)이 165개 작품을 선보인다. #4·3 항쟁을 겪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제주의 아픈 역사를 주제로 다룬 민중미술 1세대 작가 강요배. 1980년대 초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걸개그림 등을 통해 대중과 교감했던 강요배(70) 작가는 1990년대 이후 제주에 정착하여 그 역사와 자연을 화폭에 담고 있다. 최근 제주의 변화무쌍한 날씨, 특히 바람에 집중하며, 그 바닷바람을 버티면서 자란 팽나무와 이를 둘러싼 조화로운 자연환경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작품 ‘폭포 속으로’와 영상 작업 ‘그날’은 제주의 물과 바람, 자연의 장엄함을 드러내고 있다. 자연의 풍광이 단순한 객체가 아니라 주체의 심적 변화를 관통하듯 펼쳐진다.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스펙터클한 자연의 움직임, 그 변화의 순간이 갈필의 터치로 제주의 역동적인 풍경이 되어 나타난다.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영상 설치 작업을 하는 강이연 작가. 강이연(40)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기계, 아날로그와 디지털, 현실과 가상 등 이분법적 구분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과학의 발전과 지식의 축적으로 인류는 무한한 확장을 추구하고 있지만, 인간은 결국 유한한 존재이며 모든 행동은 어떤 형태로든 되돌아온다는 것을 잊고 있다. 작가는 수많은 경계를 만들어내며 관계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최근에는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고 있다. 작품 ‘무한’은 원형 스크린을 투과한 빛이 흡수, 반사, 산란되는 과정을 거쳐 공간 전체로 퍼지는 작품이다. 강이연은 2017년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영국 왕립예술학교의 객원교수이자 영국 왕립예술학회의 펠로우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의 삶에 대한 성찰을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를 넘나드는 다학제적 예술가 김수자. 김수자(65) 작가는 대표작인 바느질과 보따리 작업에서 꿰매고 싸는 행위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시각적 요소를 넘어 철학적인 탐구를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점차 여성성 바깥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하여 최근에는 특수 필름을 이용한 무지개 스펙트럼 효과를 작품에 사용하고 있다. 고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호흡’은 특수필름을 이용한 장소 특정적 작품이다. 보따리 개념을 연장해 그는 건물과 공간, 안팎이 나뉘는 경계를 반투명 필름으로 감쌌다. #2015년 런던 프리제 아티스트상 수상 레이첼 로즈. 로즈(36·미국)는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그 명칭을 바꾸고 탈출하려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작가는 진짜와 가짜, 실외와 실내, 죽음과 삶 같은 반대되는 것들의 중간 지점을 연구하고, 소리와 이미지를 조작하여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영상과 함께 그림, 조각, 혼합 매체 등 다양한 형식을 사용하여 상호 연결성을 표현하며, 인류의 불안과 다층적 상호 연결성뿐 아니라 자연 세계, 기술 및 죽음과 역사에 대한 인문학의 관계를 묘사한다. 작품 ‘인클로저’는 17세기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을 배경으로 한 비디오 작업으로 봉건 사회가 자본주의로 변모한 역사의 분기점을 되짚어본다. #1969년생 동갑내기로 2009년부터 함께 활동하고 있는 문경원과 전준호 작가. 예술과 예술가의 역할에서 공통 문제의식을 공유한 두 작가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실천적이고 자기반성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주로 기후 변화와 정치·경제의 모순, 역사적 갈등을 다루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예술의 역할을 탐구한다. ‘이례적 산책’은 선박 고철을 이용한 조각 및 영상 설치 작업이다. 2018년 영국 테이트 리버풀 미술관에서 공개되었던 작업의 재제작품이다. 폐허가 된 리버풀 외곽의 모습을 선박 고철을 이용하여 표현하고 역사의 흔적을 영상으로 남겼다. 조선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가 산업이 쇠퇴함에 따라 불안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는 리버풀의 모습은 인류의 지향점을 고찰하게 만든다. 2012년 카셀 도큐멘타에서 발표되었던 ‘세상의 저편’의 연장선이기도 한 이번 작품은 버려진 물건을 줍는 주인공을 통해 시대의 불안과 욕망이 드러나는 풍경을 보여준다. 또한, 투명 인간처럼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주인공은 윤회를 떠올리게 한다. #아프리카와 미국 이중 민족의 정체성을 찾는 작가 왕게치 무투 무투(50·케냐)는 과거 아프리카 식민지 시대의 생활과 그 안에 존재하던 흑인 여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을 만든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불편한 시선을 패션, 의학, 성인 잡지 등의 콜라주와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오랫동안 케냐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는 아프리카인의 정체성과 미국에서의 삶이라는 이중 민족 정체성에 영향을 주었으며, 작가는 아프리카와 서양의 관점들을 비교, 탐구하며 서로 융합시키고자 했다. 그는 아프로퓨처리즘(Afrofuturism)의 대표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는 8개의 ‘바이러스’ 시리즈 중 하나이다. 바이러스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조각들은 모든 생명체를 대표하는 생물학적 발생을 나타내며 파괴와 재생을 동시에 상징한다. #해녀의 삶과 바다의 시간을 기록하는 작가 이승수. 이승수(45)작가는 오랜 시간 제주도 내 어촌계를 방문하여 해녀들이 사용했던 물옷, 오리발 등 폐물질 도구를 수집하고, 그 오브제로 해녀의 삶과 바다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해녀와 물고기의 관계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조망하기도 한다. 환경 위기를 체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해녀의 삶을 이야기하며 환경과 자연,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작업을 한다. ‘불을 피우는 자리’는 작가가 그동안 수집해온 해녀의 물옷, 오리발 등의 오브제들과 영상을 하나의 설치 작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전시장에 작은 ‘불턱’을 만들었다. ‘불턱’이란 제주어로 ‘불을 피우는 자리’란 뜻으로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물질로 언 몸을 녹이기 위해 불을 지피던 공간이다. #가족 배경, 의사소통 등 디아스포라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자디에 사. 자디에 사(39·캐나다) 작가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한국인의 정체성과 그 배경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며, 자신만의 ‘한국적인’ 것의 의미를 찾아간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주 들려주었던 한국 설화와 신화 이야기에 영향을 받아 한국의 의식 절차와 초자연적인 존재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를 작품으로 풀어낸다. ‘지구 생물과 공상가를 위한 달의 시학’은 한국 바리공주 설화를 바탕으로 조각, 빛, 소리가 결합된 멀티미디어 작품이다. 제주비엔날레는 제주도립미술관 등 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자연을 주제로 밀도 있는 작업을 펼쳐온 국내외 33명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가구를 만드는 아트 퍼니처 예술가 최병훈의 ‘태초의 잔상 2022’ 등을 준비했다.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콰욜라(Quayola, 이탈리아)의 기계의 눈으로 본 자연을 주제로 한 ‘프롬나드(Promenade)’ 작업을 필두로 종이와 연필로 물성과 형태를 구축한 조각한 황수연의 ‘큰머리 파도’ 작품을 선보인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 속의 인물 김만덕의 오마주가 드러나는 윤석남과 박능생의 작업이 흥미를 더한다.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는 제주 바다와 관련된 작품들로 해녀복을 수집하여 공동체의 이해를 확장하는 이승수의 ‘불턱’, 1년 내내 제주의 바다를 그렸던 노석미의 <바다의 앞모습’, ‘탐라순력도’를 재해석한 이이남의 미디어작업이 관객을 기다린다. 삼성혈에서는 자연으로부터 신화로 연결된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팅통창(대만)의 ‘푸른 바다 여인들’, 박지혜의 ‘세개의 문과 하나의 거울’, 그리고 오랜 시간을 지켜온 나무들의 공기와 바람을 다시 체험하게 하는 신예선의 ‘움직이는 정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가파도 AiR와 그 일대에서 동식물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해양쓰레기에 대한 경각을 불러일으키는 홍이현숙의 설치와 가파도의 폐가에 프레스코화를 그려 가파도와의 인연을 새로운 기억으로 완성한 아그네스 갈리오토(이탈리아)의 ‘초록 동굴’이 시선을 끈다. 미술관옆집 제주에는 관객의 참여를 작품의 핵심으로,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설치 미술과 공연을 선보이는 예술가 리크릿 티라바닛(태국)의 삶의 순환과 공유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 ‘무제 2022’을 선보인다. 입장권은 네이버 온라인으로 예약 가능하나, 주제관인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에서 현장 발권해야 한다.
  • 인디게임·어린이 등 미래에 투자하는 ‘스마일게이트’

    인디게임·어린이 등 미래에 투자하는 ‘스마일게이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큰 호황을 누린 게임회사들이 새 건물을 짓거나, 해외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사업 영역을 게임 밖으로 확장하는 가운데 스마일게이트가 유독 창작자, 개발 인재, 인디게임 업계, 어린이 등 ‘미래’에 투자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스마일게이트는 별도 계열사들을 두고 창업주인 권혁빈 이사장의 철학인 ‘미래 세대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14일 설명했다. 권 이사장이 직접 운영하는 ‘희망스튜디오’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한다. 지난달엔 희망스튜디오에 속한 ‘퓨처랩’이 BBC 마이크로비트교육재단이 개최한 ‘do your :bit 2022’에서 국내 최초 수상자를 배출했다. 퓨처랩은 스마일게이트멤버십(SGM)을 운영하며 창작자들에게 지원금, 개발 공간, 사용자 반응, 멘토링과 관계망을 지원한다.
  • 소통하며 현안 해결… 뜨거운 ‘1일 구청장실’ [현장 행정]

    소통하며 현안 해결… 뜨거운 ‘1일 구청장실’ [현장 행정]

    민선 8기에도 20개 모든 동 방문“길 낡아 부상 잦아” “해충 많아”민원 해결 위해 ‘사전 답사’까지‘성북TV’서도 생중계 실시간 채팅“성북로10가길에 사는데 주변 길이 너무 낡아서 어르신들이 넘어져 손바닥이나 얼굴을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서울 성북구 성북동 주민) “말씀하신 그 길을 사전에 제가 직접 가보니 많이 낡았더라고요. 길 일부가 개인 소유인데 동의를 구해서 말끔하게 보도를 포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이승로 성북구청장) 이 구청장이 현장에 등장하면 반드시 주민들과의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주민들이 평소 겪은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면 이 구청장은 작은 사안이라도 가볍게 듣지 않는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그 자리에서 방안을 제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주민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지난달 27일을 시작으로 16일까지 진행하는 ‘1일 현장 구청장실’은 이 구청장의 핵심 공약 사업으로 2018년 민선 7기 취임 초기부터 이어져 왔다. 구민 삶의 현장 가까이에서 지역 현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주민과 함께 대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 구청장은 민선 8기에도 어김없이 20개 모든 동을 방문해 각 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특히 이 구청장은 현장 구청장실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더욱 꼼꼼한 답변을 돌려주고자 ‘사전 답사’까지 했다. 현장 구청장실을 운영하기에 앞서 동별로 주민들의 민원을 취합하고, 각 민원과 제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담당 부서 직원과 해당 현장을 찾았다. 현장 구청장실이 진행된 첫날에도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성북동 주민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들은 ‘주변에 산이 있어서 해충 벌레가 많은데 독한 소독약보다는 친환경 포충기를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 ‘높낮이 차가 큰 경사로가 있는데 차량이나 보행자가 추락할 가능성이 있으니 난간을 설치해 달라’는 등의 의견을 제안했다. 사전에 현장을 다녀온 이 구청장은 주민들의 의견에 대해 일일이 답변했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주민들을 위해 현장 구청장실은 유튜브 채널 ‘성북TV’에서도 생중계됐다. 실시간 채팅을 통해 주민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더불어 이 구청장은 현장 구청장실이 열리는 날 이른 오전 시간에는 주민, 직원들과 함께 그날 방문하는 동네에서 대청소를 한다. 주민들을 미리 만나 작은 의견이라도 더 듣기 위해서다. 성북구 주민 김모씨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현장 구청장실에서 민원에 대해 구청장이 직접 속 시원하게 답해 줘서 후련했다”면서 “이번에는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구청장은 “민선 8기에도 현장에 답이 있다는 구정 운영 철학은 변함이 없다”면서 “45만 구민과 다시 현장에서 만나 소통하며 민생을 보살피고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 현대자동차그룹, 인도네시아 신수도에 ‘하늘 나는 택시’ 띄운다

    현대자동차그룹, 인도네시아 신수도에 ‘하늘 나는 택시’ 띄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네시아 신수도에 ‘하늘 나는 택시’를 띄운다. 현대차그룹은 14일 경제단체 및 기업 간 글로벌 협의체 ‘B20 서밋 인도네시아 2022’ 기간 중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신수도청과 인도네시아에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신재원 AAM본부장(사장) 등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신수도청은 인도네시아의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으로 지난 3월 신설됐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양측은 신수도 내 AAM 적용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실제로 기체를 날려보면서 AAM을 운영할 수 있는지 검증할 예정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항공 시장인 인도네시아는 1만 8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육로 교통이 발달하기 힘든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수도 이전 과정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길 원하고 있다. AAM을 통한 섬 거주민들의 이동 편의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세안(ASEAN) 시장에 도심항공모빌리티(UAM)과 지역항공모빌리티(RAM)를 아우르는 항공 시장을 열기 위한 첫발을 내딛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를 발판으로 향후 아세안 지역을 넘어 글로벌 AAM 생태계 조성에까지 나선다는 방침이다. 밤방 수산토노 인도네시아 신수도청장은 “신수도에 AAM을 도입하는 것은 인도네시아의 ‘살아있는 실험실’로서 배움과 노동,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는 신수도청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면서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신수도를 지속가능한 스마트 시티로 건설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신재원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하고 혁신적인 AAM 항공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통해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MOU는 현대차그룹의 비전과 약속을 구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과 RAM(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을 아우르는 AAM 개발 로드맵을 발표하고 친환경 항공 모빌리티 기체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항공 독립 법인인 슈퍼널을 통해 2028년 미국에서 UAM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 이후 RAM 기체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 스마일게이트, 계열사 통해... 코로나 때 번 돈 어디에 썼을까

    스마일게이트, 계열사 통해... 코로나 때 번 돈 어디에 썼을까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은 게임업계에 큰 호황을 불러왔다. 최근 3년 간 많은 중소 게임회사가 수백억~수천억원 매출을 올리고 중견 회사로 성장했으며, 중견 게임사는 대형,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각 게임사는 그간 벌어들인 돈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새 건물을 짓거나, 해외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사업 영역을 게임 밖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스마일게이트는 유독 창작자, 개발 인재, 인디게임 업계, 어린이 등 ‘미래’에 돈을 쓰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별도 계열사들을 주축으로 창업주인 권혁빈 이사장의 철학 ‘미래 세대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14일 설명했다. 애초부터 시작한 일이지만 ‘코로나19 특수’ 이후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권 이사장이 직접 운영하는 ‘희망스튜디오’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엔 희망스튜디오에 속한 ‘퓨처랩’이 BBC 마이크로비트교육재단이 개최한 ‘do your :bit 2022’에서 국내 최초 수상자를 배출했다. 대회는 전세계 아동청소년이 초소형 교육용 컴퓨터인 마이크로비트와 코딩을 활용해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경쟁하는 챌린지다. 퓨처랩은 국내 1만 900명이 참가하는 사전 챌린지를 열어 652개 팀 1216명의 프로젝트를 대회에 출품시켰다. 퓨처랩은 스마일게이트멤버십(SGM)을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창작자들이 게임 개발에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창작 지원금, 개발 공간, 사용자 반응, 멘토링과 관계망을 지원한다. 2020년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팀타파스(7기), 스팀 인디게임 부문 최다 판매 1위를 기록한 카셀게임즈(11기)가 SGM 출신이다. 코로나19 특수를 겪은 2020년 이후, 퓨처랩은 마이크로비트 글로벌 챌린지를 시작하는 등 활동 규모와 범위를 키웠다. 지난해엔 인디게임 창작 공모전을 개최하고, 인디게임 개발 장학팀 1기를 시작했다. SGM 인공지능(AI) 부문을 신설해 1기를 출범했으며, 교육자 소프트웨어 교육실험 지원 사업도 시작했다.희망스튜디오가 공익재단의 성격을 띤다면,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와 ‘오렌지플래닛’은 인디게임과 스타트업을 키워 수익도 내야 하는 계열사다. 스토브는 인디게임과 앱의 판로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2019년 ‘스토브인디’ 서비스를 시작한 뒤 올해 처음으로 시상식인 ‘스토브인디 어워즈’를 마련해 출품작을 접수했다. 총상금 1800만원이 걸린 시상식은 14일부터 예매를 시작한 자사의 연말 인디게임 페스티벌 ‘버닝비버 2022’에서 개최된다. 오렌지플래닛은 2014년 ‘오렌지팜’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는데, 2020년 지원 영역과 브랜드를 확장하고 지난해 오렌지 플래닛 창업 재단이 됐다. 스타트업의 멘토링과 직접 투자, 투자 연결 등을 지원한다. 돈 관리 앱으로 유명한 ‘뱅크샐러드’도 오렌지 플래닛의 품에서 탄생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권 이사장이 항상 하는 얘기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우리처럼 다른 스타트업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되자’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다른 회사와 달리 끊임없이 인디게임이나 창작자를 발굴하고 지원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 다 가진 者들의 두려움과 공포 적나라한 ‘어둠 속의 감시자’

    다 가진 者들의 두려움과 공포 적나라한 ‘어둠 속의 감시자’

    흔하디 흔한 혼령도 나오지 않고, 도끼나 흉기를 휘두르는 왈패도 등장하지 않는데 이 시리즈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무섭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많이 가질수록 두려운 것이 많아진다는, 속설을 반증하는 것일까 싶다. 지난달 23일 넷플릭스에 올라온 ‘어둠 속의 감시자’(The watcher) 일곱 편이다. 검지와 중지를 자신의 미간 사이로 향했다가 상대 쪽으로 돌려주며 입술을 달싹거려 겁주는 ‘내가 널 지켜보고 있다’가 몸서리치게 전해지는, 그런 시리즈다. 유혈이 낭자하지도 않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처럼 미친 사이코패스나 한니발 렉터 류의 소시오패스도 등장하지 않는데 무척 무섭다. 우리를 보호해주리라 믿는 절대적인 집 자체가 두려움과 공포의 원천일 수 있음을, 우리가 그만큼 가진 것이 많아, 또는 그렇게 느끼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공포에 스스로를 노출시킬 수 있는지 일곱 편을 보는 내내 절감했다. 뉴욕의 번화가에서 분주한 삶을 살아온 브래녹 가족이 뉴저지주의 한적한 교외 마을에 이주해 온다. 크고 넓어 뭇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집이다. 누군가 축하한다며 편지를 보내왔는데 오랫동안 이 집을 지켜봤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다짐한다. 스스로를 감시자로 칭하며 집안을 관찰한 듯 정확히 묘사한다. 심지어 부모가 자녀들을 부른 애칭마저 언급하며 자녀에게 간섭 좀 그만하라고 조언도 한다. 어느날은 부모가 마당에 선 채로 뒤돌아보니 자기네 집 이층에서 낯선 인간이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낯선 이가 수시로 들락거린 것 같은 느낌에 소스라친다. 편지는 계속 배달되며 수위가 차츰 높아진다.이웃들과 흉허물 없이 지내면 그나마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텐데 이웃들도 하나같이 수상하다. 부동산 중개인은 마음 편한 게 제일이라며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집을 내놓으라고 자꾸 부추긴다. 경찰에 연방 사법기관, 사립탐정까지 불러보지만 편지를 보낸 이의 정체는 묘연하다. 불안불안해 이대로는 못 산다고 판단해 가족은 딴 곳으로 이주한 뒤 세입자를 들였는데 세입자마저 편지 받는 일이 너무 싫다며 나가버린다. 결국 견디다 못한 가족은 손실을 감수하고 집을 팔아버린다. 그리고 다시는 안 돌아올 것처럼 했는데 아버지는 또 그 집을 바라보며 서 있다. 우리네 현실에 비춰볼 만한 대목이 여럿 나온다. 재건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태원 참사와 비슷한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는 플래카드가 문제가 된 서울 은마아파트, 집값 떨어지면 안되는데 어떤 인간이 수억원이나 헐값에 아파트를 내놓고 매각했느냐고 이웃들이 아우성 친다는 얘기, 마찬가지 이유로 침수 우려 지역이란 사실을 끝까지 숨겨야 한다고 주민들끼리 겁박하고 으르대는 일, 증여하면 세금 뭉터기로 토해내야 하니 줄이는 지혜(?)를 함께 나누자고 채근하는 일 등등 집을 둘러싸고 우리가 겁먹고 두려워하며 공포를 느끼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돌아본다. 기자는 드라마 못지 않게 2022년 대한민국을 사는 이들이 두려움과 공포 한 짐씩은 이고 산다는 사실을 이 시리즈 보며 새삼 되새기곤 했다. 2014년 일간 뉴욕 타임스에 실린 실화를 드라마로 옮긴 것인데 현실의 가족은 집을 매각하는 데 5년이 걸렸단다. 끝내 누가 문제의 편지를 보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드라마 막바지에 두 차례 반전이 있는데 뭐 흐지부지 되고 만다. 시즌2 만들려고 하나 보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다머 몬스터, 제프리 다머 스토리’를 제작한 라이언 머피에게 ‘어둠 속의 감시자’ 시리즈 제작자인 이언 브레넌과 힘을 합쳐 속편을 만들라고 주문했다니 기대된다. 브레넌이 직접 쓴 각본이 대단히 치밀하고, 철학 개념인 ‘오컴의 면도날’을 5회 제목으로 쓰는 등 근래 넷플릭스 시리즈 가운데 가장 지적인 시리즈로 꼽을 만하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상대를 마음껏 조롱하며 격분하게 만드는 날것의 대사가 살아 움직인다. 나오미 왓츠와 바비 카너베일의 연기 호흡에다 제니퍼 쿨리지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무명이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조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 파블로아트컴퍼니, ‘에듀테크 아시아 2022’서 ‘아트봉봉 AI 분석 체험’ 진행

    파블로아트컴퍼니, ‘에듀테크 아시아 2022’서 ‘아트봉봉 AI 분석 체험’ 진행

    미술 기반 에듀테크 기업 파블로아트컴퍼니(대표 김승아)는 지난 9~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에듀테크 아시아 2022’에 참가해 아트봉봉의 앞선 기술력을 선보였다고 14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아트봉봉 전시장에 이틀간 3000여 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고 전했다. 회사는 실시간 인터랙티브 드로잉 툴과 AI 진단 분석 체험, 실시간 온라인 미술 수업 시연, 스페셜 프리젠테이션 등으로 아트봉봉의 차별성과 우수성을 알렸다. 아트봉봉 체험 부스에서 방문객들은 현장에서 아트봉봉으로 그린 후 AI가 분석한 리포트를 이메일로 받았다. 가장 많이 사용한 색상, 활용한 드로잉 도구, 작품의 특성 등을 AI 빅데이터로 종합해 분석한 개별 진단 결과다. 한 참석자는 “내 그림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다양한 진단 결과를 보여주니 흥미롭다. 아트봉봉의 기술력이 어느 수준까지 높아질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트봉봉 수업 시연은 전회 만석돼 높은 관심을 받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학생이 돼 강아지 그리기, 크리스마스 트리 등 네 가지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다른 참석자는 “실시간 인터랙티브 드로잉 툴의 기술력이 놀랍다. 학생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양방향 소통 시스템과 수업 콘텐츠가 흥미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블로아트컴퍼니는 유수의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에게 아트봉봉을 소개하는 특별 세션도 진행했다. 백연지 인지심리사업실 박사가 연사로 나서 아트봉봉의 교육철학과 프로그램의 특장점을 소개했다. 특히, 특허 받은 디지털 드로잉 툴과 자체 보유한 AI 분석 및 진단 기술력을 언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갖는 경쟁력을 강조했다. 파블로아트컴퍼니는 “이번 박람회는 새로운 로고 출시와 함께 아트봉봉 2.0 서비스를 세계 시장에 소개하는 첫 관문”이라고 전했다. 기존 아트봉봉은 정해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일대일 위주로 수업했지만, 아트봉봉 2.0에서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학교나 학원, 기관 등에서 자체 수업을 개설해 일대일부터 일대다까지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회사 측은 “B2B 시장에서의 활용성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아 파블로아트컴퍼니 대표는 “아트봉봉은 전인적 디지털 아트 교육을 지향한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이 아트봉봉을 통해 상상력, 창의력, 디지털 문해력, 소통능력을 갖춘 미래 인재로 성장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 [전민식의 달달한 삶] 통각/소설가

    [전민식의 달달한 삶] 통각/소설가

    한 인간의 기억은 존재 그 자체다. 파편적으로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아무 때나 떠올라 편린이라고 오해하지만 기억은 조각으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기억은 중간의 이음새가 보이지 않을 뿐 그와 연이 닿은 모든 사람들, 모든 사물 그리고 순간들과 이음새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그 이음새는 기억을 공유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시키고 있다. 놀라운 건 이 연결이 70억 인구 중 단 하나도 비슷한 유형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누군가 이승을 떠나면 우리는 우주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이면서 가슴 아픈 것은 우주가 사라져도 기억은 남는다는 점이다. 꼭 20년 전 견우와 직녀가 만나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비가 많이 온다는 음력 칠월칠석에 청춘의 나이이던 동생이 카론의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갔다. 혹자들은 세월이 흘러가면 슬픔도 조금씩 옅어진다고 말한다. 인연 맺고 살아온 이음새 하나가 끊어졌을 뿐이라고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망각된다고들 말했다. 내가 보기엔 거짓말이다. 뼈와 살과 마음에 분명한 흔적이 남아 있는데 세월이 흐른다고 어찌 옅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 많은 일들이 서서히 망각의 늪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슬픔의 무게나 혹은 아픔의 무게가 가벼워지진 않는다는 걸 이즈음 깨달았다. 슬픔의 기억은 문신처럼 마음에 새겨져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는 걸 살며 배웠다. 우리곁에서 157개의 우주가 사라졌다. 마음이 아픈 건 그 우주와 이음새가 끊어졌다고 해도 남은 자의 기억은 옅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명한 색을 지닌 채 마음의 바닥에 깊이 가라앉을 뿐이다. 수년 전 봄에 수백의 청춘을 잃고 가슴 아파했던 기억이 조금이나마 마음 깊이 가라앉으려 하는데, 이번에 그 못지않은 참사가 일어나 다시 아픈 흔적들이 마음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섬의 수목장에서 일할 때 미국에서 변고를 당한 한 대학생이 안치되는 일이 있었다. 부모는 자식의 주검을 보지도 못했고 화장된 한 줌으로만 만났다. 그들은 가슴을 쥐어뜯고 뜯어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통증 때문에 오열하고 그 참담함과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고통의 문신 때문에 혼을 잃었다. 살아 있는 게 죄인 것 같은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어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네들은 뜬눈으로 남은 생을 보내게 될 터였다. 한 우주가 사라지면서 더이상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다. 살면서 품었던 희망과 꿈마저 모두 소멸되면서 내 마음은 물론 그네들의 마음도 새까맣게 타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아름다워도 모자랄 이 가을에 한두 명도 아니고 157명이 세상을 등졌다. 더 참혹했던 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그 157개의 우주가 큰 질량으로 희생해서 큰 기회가 온 것이라는 문장을 접한 뒤였다. 이 시대는 몇몇이 더 큰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청춘들이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아 손톱 끝에서 발톱 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기에 상식적인 아픔을 가지고 살아왔고 상식적인 슬픔을 느껴 왔다. 어른들의 무책임으로 생을 달리한 청춘들을 보면 단장의 슬픔 때문에 몇날 며칠 밤잠 설치고 끙끙 앓는 범인이라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고 더없이 참담했다. 나는 철학자나 종교인이 아니고 고매한 지혜나 지식을 지닌 어른은 아니지만 혼란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멀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또 무엇을 포용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살아 왔다. 그런데 오늘 자식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막막하다. 아무래도 나는 세상의 이치를 모르는 듯하다. 마음의 통각을 지니지 못한 냉인들도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간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
  • 40년의 여정, 공공미술과 조각의 인문학적 새 지평 열어[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40년의 여정, 공공미술과 조각의 인문학적 새 지평 열어[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영국의 현대미술 작가 앤터니 곰리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는 헨리 무어, 앤서니 카로에 이어 영국을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현대미술 작가다.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유리된 극점’으로 남북이 예술적으로 조우할 수 있는 작품을 한국에 제안한 바 있다. 1980년대 자신의 몸을 주된 소재로 주형을 떠 작업한 곰리는 신체 조각의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넓혀 왔다. 그의 이런 40년 이상의 작업은 미학적 조형미를 넘어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의 가능성을 질문하는 대형 공공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했다. 40년간의 곰리 조각의 여정이 어떻게 공공영역에서 새로운 조각의 지평을 열었는지 사례들을 통해 그의 인문학적 통찰을 살펴보자. 곰리는 다른 작가들과 매우 다른 교육을 받았다.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칼리지에서 고고학, 인류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불교의 교리와 위파사나 명상을 수련했다. 그는 이 시기를 ‘내면으로 깊이 침전하는 행위들을 체험했다’고 말한다. 서구의 교육을 받은 그는 예술적 기교의 천재성을 보이는 길이 아니라 역사와 철학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통해 내적 본질을 직시하게 됐다.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공부를 마친 뒤 영국으로 돌아온 곰리는 ‘실재’를 만들어 내는 조각가에 대한 꿈을 키운다. 이후 런던 골드스미스와 슬레이드 미술학교에서 조각 공부를 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인문학에서 동양사상 그리고 현대 ‘조각’으로 이어지는 탐구는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인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과 ‘존재로서의 조각’이라는 사상적 기반을 형성하게 했다. 또한 서구의 조각이 전통적으로 해 왔던 재현적 표현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추구하도록 만들었다.곰리가 1980년대부터 시작한 ‘라이프 캐스팅’(Life Casting) 기법도 인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하는 그의 태도에서 시작됐다. 살아 있는 신체를 본떠 만드는 조각 방법은 1960년대부터 조지 시걸, 두에인 핸슨 등 여러 작가가 해 왔으나 곰리는 자신의 나체를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이전 작가들과 차별점을 뒀다. 단순한 재현 방식에서 벗어나 내적 자아, 내면의 성찰을 위한 방법으로 조각에 접근하는 시도를 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나체를 본뜨는 과정을 동양의 명상이자 마음의 수련 과정에 비유했다. 몸을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석고에 갇혀 움직일 수 없는 인고의 과정과 시간은 작품에 고스란히 담긴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인체 조각이 아니며 정신적 산물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런 사고와 태도에서 곰리는 당시 활발히 진행되던 공공미술의 새로운 형태에 대한 개념을 제시했다. 공공미술이란 작품이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것에서 벗어나 관람객의 참여와 작품이 완성되는 모든 과정이 작품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개념이다. 곰리는 주목할 만한 사례도 남겼다. 이런 실험의 첫 작품은 그에게 터너상(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을 안겨 준 ‘필드’(Field) 연작이다. 테라코타로 만드는 대규모의 군상 조각들은 참여자들이 곰리의 방법에 따라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조각을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다. 천재적 작가가 혼자서 ‘만드는’ 미술이 아니라 작가가 설립한 개념에 공공의 창의적 상상력을 함께 보여 주는 ‘과정’이 미술이 된다. 이 작업은 1991년 시작돼 2003년까지 유럽, 미국, 호주,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진행됐다. 현지 주민들과 함께 만든 수백 개 혹은 수만 개 군상 형상들을 전시했고, 이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이 경험을 공유하는 일시적 공동체를 형성시켰다. 이렇게 제작된 막대한 양의 군상 조각물들을 통해 관람자에게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사회 속의 자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시했다.커뮤니티와의 소통을 통해 접근하는 프로젝트로는 유럽의 문화도시 사례를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북쪽 게이츠헤드에 세운 ‘북방의 천사’(Angel of the North)다. 높이 20m, 넓이 54m의 거대한 조각상은 대표적인 공공미술 작품 중 하나로 거론된다. 보잉747기의 날개 크기만 한 팔을 가진 조각 작품이다. 이 작품은 기념비적인 크기뿐만 아니라 이 작품이 지닌 의미와 지역에 가져온 변화 때문에 공공미술의 대표작으로 거론된다. 게이츠헤드는 작은 탄광도시였으나 탄광이 폐쇄되면서 쇠퇴하고 있었다. 게이트헤드 지방자치단체는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유럽 문화도시로 편입하기 위해 대형 조각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역 주민들은 엄청나게 반대했다. 선정된 작가인 곰리는 8년이 넘는 작품 제작 기간 동안 지자체, 지역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곰리는 작품을 통해 어떻게 지역을 변화시킬지, 어떻게 마을의 역사를 반영함과 동시에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의미를 담아낼지를 함께 고민해 ‘북방의 천사’를 탄생시켰다. 곰리의 ‘북방의 천사’는 잊혀져 가던 작은 도시를 세계적 문화관광 도시로 변화시켰다. 공공미술로 도시를 재생한 대표적 사례다. 곰리의 또 하나의 역작은 시민들 자체를 살아 있는 조각상으로 제시한 프로젝트다. 런던 트래펄가 광장의 네 번째 좌대는 원래 조지 3세의 기마상을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자금 부족으로 동상을 완성하지 못한 채 150년간 방치됐었다. 영국 정부는 1998년 이 좌대를 예술가들에게 빌려줘 임시 프로젝트를 실시했으며, 이목을 끌게 되자 2005년부터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네 번째 좌대 프로젝트’다.2009년의 작가로 선정된 곰리는 특별한 조각상을 설치하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들을 단상에 올려놨다. ‘나 그리고 다른 사람’(One&Other) 프로젝트가 진행된 100일 동안 1시간에 한 명의 참가자를 지원받아 릴레이로 사람들을 단상으로 올라가게 했다. 참가자 2400명은 체조, 뜨개질, 고백, 시위, 홍보, 일 등 다양한 행위를 보여 줬다. 이들의 행위는 개인적이지만 공개된 장소인 광장에서 이뤄져 공공적 성격을 얻었다. 또한 모든 행위들이 공론화돼 사회적 논의의 장이 됐다. 이 프로젝트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용해 만든 기념비이자 사람들 사이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회적 장을 형성한 새로운 조각이다. 곰리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시선은 현대미술에서 매우 새로운 시도다. 그는 작가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더 나아가 지역 공동체를 참여시키는 작업들을 통해 에술이 개인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을 탐구하며 인간의 존재 의미들이 구체화되는 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그에게 예술은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직접적이고 사회적인 실천 방안이기도 하다. 곰리는 예술에 무수히 던져진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질문의 답변을 다양한 실천적 방식을 통해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숨 프로젝트 대표
  • “尹철학 따를 분으로 재편”… 민주평통 사무처장 발언 논란

    “尹철학 따를 분으로 재편”… 민주평통 사무처장 발언 논란

    석동현 신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도록 자문위원 구성을 재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취임식에서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민주평통이 통일에 대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는 사회통합기구라는 점에서 설립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민주평통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취임식 연설 영상에 따르면 석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제20기 민주평통 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며 “그사이 모두 아는 바와 같이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새 대통령께서 취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대통령님의 국정 철학과 통일정책, 대북정책 등의 기조에 충실하게 따르고 또 그 자문에 응할 수 있는 분들로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을 재편해 민주평통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와 평화통일 정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 사무처장의 취임사는 자문위원단을 새 정부의 대북 기조를 따르는 인사들로 바꿔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내외 인사 2만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은 지난해 9월 임명됐다. 임기는 2년으로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평통이 평화통일 정책 수립에 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헌법 92조를 근거한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유의 역할에 어긋나는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평통법에는 주요 기능으로 ▲통일에 관한 국내외 여론 수렴 ▲국민적 합의 도출 ▲법민족적 의지와 역량의 결집이 명시돼 있다. 검사 출신인 석 사무처장은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불리며 지난 대선에서 캠프 대외협력특보를 지냈다.
  •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 ‘자문위원 물갈이’ 발언 논란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 ‘자문위원 물갈이’ 발언 논란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에 맞도록 자문위원 구성을 재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취임식에서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민주평통이 통일에 대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는 사회통합기구라는 점에서 설립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민주평통 유튜브채널에 게시된 취임식 연설 영상에 따르면 석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제20기 민주평통 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며 “그 사이 모두 아는 바와 같이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새 대통령께서 취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대통령님의 국정철학과 통일정책, 대북정책 등 기조에 충실하게 따르고 또 그 자문에 응할 수 있는 분들로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을 재편해 민주평통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와 평화통일 정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석 사무처장의 취임사는 자문위원단을 새 정부의 대북 기조를 따르는 인사들로 바꿔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내외 인사 2만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은 지난해 9월 임명됐다. 임기 2년으로 한차례 연임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평통이 평화통일 정책 수립에 대한 대통령 자문에 응하기 위해 헌법 92조를 근거한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유의 역할에 어긋나는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평통법에는 주요 기능으로 ▲통일에 관한 국내외 여론 수렴 ▲국민적 합의 도출 ▲법민족적 의지와 역량의 결집으로 명시했다. 검사 출신 석 사무처장은 지난 2013년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불리며 지난 대선에서 캠프 대외협력특보를 지냈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왜 위기가 참사로 바뀌는가/‘일당백’ 유튜버

    [정승민의 막론하고] 왜 위기가 참사로 바뀌는가/‘일당백’ 유튜버

    사고를 참사로 만드는 것은 당국자들이다. 현장의 다급한 목소리와 갈급한 신고 전화에도 경찰은 미적댔다. 늑장 보고를 받은 장관이 뒷북만 친 것은 불문가지다. 이태원 안전의 일차적 책임자인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구청장은 제3자적 태도로 일관했다. 아래부터 위까지 무능력과 무책임의 총체적 난맥상이다. 특히 고위직들은 위기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경우가 잦다. 재난은 매뉴얼에 맞춰 일어나지 않는다. 매번 뜻밖의 시점에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닥쳐온다. 현상 유지가 최우선 과제인 관료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일상의 질서는 규정대로 지켜 낼 수 있지만 위기의 순간에 딱 들어맞는 지침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고를 경고하는 정보를 과소평가하고 위험성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른바 ‘정상화 편향’이다. 길거리 압사라는 가능성을 가정조차 하지 않았기에 막상 현실로 일어나면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시민의 심장이 멈추고 호흡이 끊기는 절체절명의 국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언행을 늘어놓는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가 아니다’, ‘축제가 아니라 현상’ 등등이 대표적이다. 지적 능력이나 감수성이 부족하다기보다는 평상시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탓이다.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의 저작 ‘웃음’을 보면 난파된 여객선의 승객들을 구조한 세관원이 가장 먼저 건넨 말이 ‘신고할 물건이 있느냐’는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절박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대신 평소의 직업의식을 발휘하는 한심함은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이미 삶의 벼랑에서 떨어진 수많은 희생자들이 있는데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대장부’라는 시구를 인용한 경찰청장의 기개는 블랙 코미디다. 국민은 비상 상황에서 나라가 지켜 줄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세금을 내고 투표를 한다. 임명직과 선출직을 막론하고 공직자에게 국민은 존재의 원천이자 보호의 대상이다. 보이는 문제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상상하고 그것에 대처하는 ‘섀도복싱’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진정한 관료적 상상력이야말로 공동체가 마주하는 다양한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만능열쇠다. 미국의 안보 관련 담당자들은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온갖 극단적 위협과 위험을 논의한다고 한다. 평소 연습을 실전처럼 하다 보면 위기 상황에서도 과거에 얽매이는 정상화 편향을 극복하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즉, 개인과 조직이 위기관리 능력을 체질화하면 사건이 사태로 번지는 위험성은 막을 수 있다. 권위적 관료들이 득세하는 사회에서는 무엇이든 권력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보다는 감독하거나 규제하는 일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관리 주체가 모호해지는 사각지대나 시간대가 필연적으로 생겨나고 여기서 일어나는 말썽이 참극의 도화선이 되곤 한다. 일본의 사례를 보자. 2001년 아카시시에서 열린 불꽃축제에서 관객 11명이 깔려서 숨지고 24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폭 6m의 육교를 평소처럼 양방향으로 통행시키다 벌어진 사고였다. 군중 정리는 현대 도시에서 경찰이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지만 일본 경찰은 기초적인 훈련조차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일상적으로 행하는 명령과 지시를 축제나 행사에도 기계적으로 적용하다가 탈이 났다. 정부의 정체성은 안전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데 있다. 규정집이나 시스템도 마련해야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알려진 무지’를 내면화하는 일이다. 재난이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지만 어김없이 일어난다는 것을 인식하고 훈련한다면 사고가 위기로, 위기가 참사로 비화되는 빈도나 피해가 크게 줄어들리라 기대한다.
  • 카카오 멈춘 날 대한민국도 멈췄다… 디지털 기술, 일그러진 우리의 영웅

    카카오 멈춘 날 대한민국도 멈췄다… 디지털 기술, 일그러진 우리의 영웅

    디지털 기술이 초래할 암울한 미래를 그린 영화가 많다. ‘엑스 마키나’도 그중 하나다. 매력적인 여성 인공지능이 자신의 창조주와 연인처럼 굴던 남성 둘을 완벽하게 물 먹인 뒤 통제 공간을 벗어나 인간 세상으로 나간다는 게 대략의 얼개다. 이 영화에서처럼 기술이 자신의 삶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쯤은 세상 모든 이들이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없다. 지난달 빚어진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사용자 200만명 정도가 유사 앱으로 옮겨 갔다고 한다. 이 같은 탈카카오 현상은 지속될 수 있을까. 이용자들의 저항이 모여 패러다임의 변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디지털 폭식 사회’는 인류의 삶 깊숙이 파고든 기술만능주의와 기술이 끼치는 독성, 폭력 등을 비판한 책이다. 뭔가 문제가 있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도모해야 할 때라는 건 인식하고 있지만 뭐가 문제인지 헷갈려 하는 이들에게 문제의 본질을 알려 주고 개선 방향까지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책은 한국 사회를 ‘디지털 기술 폭식의 특징들을 가장 극단의 방식으로 보여 주는 스펙터클한 공간’으로 이해하고 있다. 별점이 영세업자의 생존을 좌우하고, 공유 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기사의 노동 방식을 길들이고, 플랫폼 알고리즘이 사회의 편견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혐오와 적대의 정치문화를 배양하고, 소비자의 평점과 댓글이 플랫폼 노동 수행성의 척도로 쓰인다. 여기에 시장 독점과 자본 축적을 넘어 중독과 의존을 유발하며 일종의 ‘의식 독점’까지 꾀하고 있다. 저자는 카카오톡을 국가기간망의 자리에 올려놓은 책임도 상당 부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신경증에 있다고 본다. 시장 포식자를 방관한 것도 모자라 ‘카카오톡 알림’ 등 카카오 플랫폼에 각종 공적 서비스를 얹혀 연동하는 관행을 이어 왔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대 플랫폼 공룡을 국가가 나서서 키운 꼴이라는 것이다. 카카오를 국가 인프라로 취급할수록 정부가 강력한 반독점 규제 정책을 펴기는 어려워진다. 저자는 “‘디지털 뉴딜’이란 신기루를 좇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디지털 경제 패권 국가’를 내세우는 걸 보면 우리의 기술 미래는 더 암울하다”며 “진정 현 정부가 국민과 새로운 민주적인 정책 합의(뉴딜)를 이루고자 한다면, 삶의 생태 조건을 회복하고 약자들을 살리고 디지털 인권을 보호하는 ‘정의로운 대전환’을 구상해야 한다”고 일갈한다.책은 별다른 성찰 없이 디지털 신기술을 흡입하는 우리 사회의 과잉 경향을 여러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1장은 메타버스와 아바타, 챗봇 이루다, 클럽하우스 등 우리 사회를 달궜던 기술문화 현상들이 대상이다. 2장은 알고리즘의 무자비성과 노동 인권 등을, 3장은 이른바 ‘한국형 뉴딜’과 ‘스마트 시티’ 등 중장기 기술 정책에 대해 비판한다. 코로나19로 드러난 자본주의의 민낯을 고발한 4장을 지나 5장에선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공공 데이터를 사회 혁신의 방향으로 이끄는 공동체 자치, 기술민주주의의 지향점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한 사회가 지향하는 기술 혁신의 철학과 방향을 수시로 확인하는 일은 중요하다”며 “청정의 비물질인 양 가장하는 첨단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독성 효과를 풀 방도를 마련하고, 플랫폼 알고리즘 등 디지털 기술이 노동자와 시민의 심신에 미치는 ‘독성’의 제거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그때는 정답처럼 보였던 바르사, 지금은 왜 오답이 됐나

    그때는 정답처럼 보였던 바르사, 지금은 왜 오답이 됐나

    카타르월드컵 중계에 흥분하다 차분히 들춰 볼 만한 책이 번역돼 나왔다. ‘축구 전쟁의 역사’를 쓴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사이먼 쿠퍼가 지난해 출간한 ‘바르사: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축구클럽의 내부 이야기’를 MBC 해설위원이자 풋볼리스트 편집장인 서형욱이 옮겼다. 표지에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그림이 들어간 것만 봐도 FC바르셀로나를 건축물로 탐구한 책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1992년부터 2020년 9월까지 바르사를 들락거리며 어린 시절의 영웅이었던 요한 크라위프, 페프 과르디올라, 리오넬 메시 등 화려한 스타들을 만나고 구단 임직원들을 들쑤신 발품이 놀랍고 부럽기만 하다.저자는 세계 최강의 축구클럽이라는 화려한 꾸밈 뒤에 여느 직장처럼 늘 뭔가를 새롭게 시도하다 휘청대기도 하는 진면모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쿠퍼가 보기에 이 구단은 ‘짜증 유발자’ 크라위프가 처음부터 단독 창조한 건축물이며 메시가 완성했는데, 바로 그 순간 추락하기 시작했다. 위대한 건축물이 완성된 순간 도시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처럼. 저널리스트답게 자신이 발견한 바르사의 원동력과 철학을 아주 재미있게 읊조리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상적인 축구는 언제나 스포츠 경제의 심장부인 서유럽 어딘가에서 펼쳐질 것이었다. 그게 바르셀로나였던 것은 국가를 세우지 못한 민족의 도시에 정서적 결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략)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게 될지 모른다. 나는 그저 현장에서 바르사의 축구를 보며 파 암 토마케트(카탈루냐 사람들의 주식)를 먹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뿐이다.” 말 없는 메시가 실은 지배욕 강한 무서운 인물이고, 바르사 사람들이 포메이션을 설명할 때 와인 잔과 설탕 상자를 이용한다는 점, 바르사 직원들이 커피 마시며 수다 떠는 아이스링크야말로 구단의 영혼을 발견하는 곳이며, 실은 구단 임원의 절반은 레알마드리드 구단 사람들과 친하고 연방정부와도 잘 지내려 한다는 점 등도 흥미롭다.
  • [책꽂이]

    [책꽂이]

    보이지 않는 숲(조갑상 지음, 산지니 펴냄) 잡지기자 김인철은 독자 투고란에 실은 기고 탓에 경찰서로 불려 가고, 글을 쓴 서옥주를 만나 인연을 맺는다. 시간이 흘러 고향인 여산으로 돌아와 교사로 일하게 된 김인철은 학교 공적비 훼손 사건에 얽힌 보도연맹·국가보안법의 어두운 과거를 알게 된다. ‘밤의 눈’으로 만해문학상을 받은 조갑상 작가의 신작 소설. 400쪽. 1만 8000원.이중 작가 초롱(이미상 지음, 문학동네 펴냄) 데뷔작 ‘하긴’으로 젊은작가상을 받은 이미상 작가의 첫 소설집. 지하철 여성 승객의 불안을 과장되게, 재치 있게 형상화한 ‘여자가 지하철 할 때’, 습작 시절 쓴 작품이 인터넷에 무단으로 유포당한 뒤 곤경에 처한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은 ‘이중 작가 초롱’ 등 8편의 단편을 묶었다. 356쪽. 1만 5500원.가장 인간적인 미래(윤송이 지음, 웨일북 펴냄) 대한민국 대표 인공지능 전문가인 저자가 인간과 AI의 새로운 공존이라는 주제로 철학자, 사회학자, 윤리학자, 공학자 등 다양한 분야 세계 석학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앞으로 닥칠 변화와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세계는 지금 어떻게 지혜를 모으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272쪽. 1만 8000원.가치학(사이먼 켈리 등 지음, 김상현·정언용·김진환 옮김, 서울경제경영 펴냄)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고객 가치 창출 여부다. 고객, 마케팅, 세일즈 분야가 협력해 고객 가치를 분석하고 통찰하는 일을 ‘가치학’(Value-ology)이라 칭한다. 이를 설명하고, 조직 내부에 도입해 결과를 끌어내는 구체적 방법을 제안한다. 180쪽. 2만 2000원.나비의 언어(웬디 윌리엄스 지음, 이세진 옮김, 그러나 펴냄) 나비의 주둥이는 빨대처럼 빨아먹는 게 아니라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어떤 나비는 월동하러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이동한다. 찰스 다윈을 비롯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허먼 스트레커 등 나비 연구가들의 재밌는 연구와, 나비와 인간이 함께해 온 발자취를 따라간다. 332쪽. 1만 8000원.가족의 무게(이시이 고타 지음, 김현욱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25년간 은둔형 외톨이 아들을 돌보다가 살해한 아버지, 생활 파탄으로 어머니와 함께 자살한 아들, 다섯 살 아들을 떨어뜨려 죽인 엄마. 살인 사건의 절반 이상이 친족 간에 벌어지고, 대부분 알려지지 않는다. 2015년부터 6년간 일본에서 벌어진 가족살인 사건을 추적해 이 시대 가족에 드리운 어둠을 드러낸다. 336쪽. 1만 8000원.
  • “촘촘한 정부 규제만으로는 사고사망 재해를 줄일 수 없어”

    “촘촘한 정부 규제만으로는 사고사망 재해를 줄일 수 없어”

    촘촘한 정부 규제만으로 사고사망 재해를 줄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일 고용노동부가 ‘지속가능한 중대재해 예방체계’를 주제로 개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자율’을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 교수는 “1960년대 영국도 공장법에 따라 감독관 증원과 불시감독 등 다양한 규제 도입 등을 추진했지만 중대재해가 줄지 않자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고민했다”며 “1970년 산업안전혁신을 위한 로벤스 위원회를 구성해 자율규제시스템에 기반한 새로운 안전보건 철학을 반영해 실천했다”고 소개했다. 자율규제에 대해 “정부가 제정해 강행적으로 시행하는 규범외에 사업주가 자율적으로 제정하는 행위규범의 이행도 법령의 준수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정부 규제만으로는 사고사망 재해를 줄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자율적인 안전보건 규범 제정과 그 이행에 대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측면에서 고려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전 교수는 “진정한 자율이라는 철학을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법·정책의 예측가능성과 이행가능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조차 안전역량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키기보다 경영책임자의 형사처벌을 피하는 데 관심이 집중돼 자율안전의 의지와 움직임이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며 “처벌 위주의 정책으로는 기업이 스스로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업주가 스스로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감소대책을 마련하는 ‘위험성평가’ 내실화를 강조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각 주체의 위상과 역할에 맞는 의무 부과와 중소기업 재해예방사업의 실효성 강화, 재해 원인조사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도 주문했다. 고용부는 이날 토론회를 마지막으로 의견 수렴과 세부정책과제 검토 등을 거쳐 이달 중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 가죽공방하, 10년 헤리티지 담은 패션 브랜드 ‘하준’ 론칭

    가죽공방하, 10년 헤리티지 담은 패션 브랜드 ‘하준’ 론칭

    가죽공방하(대표 김연하)는 지난달 30일 자사 패션 브랜드 ‘하준(HAJUN)’을 론칭했다고 10일 밝혔다. 하준은 하(HA)와 준(JUN)의 합성어로, 창업주와 디렉터인 외아들 이름을 따온 것이다. 이런 브랜드 작명은 패션 명가들의 전통을 넘어 하준의 브랜드 정신과 영속성을 대변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하준은 ‘미니멀리즘 인 클래식’이란 브랜드 슬로건을 내세우며 천연 베지터블 소가죽만을 고집하는 장인정신과 더불어 최적의 사용감을 위해 간결한 디자인과 여백의 미를 쫓겠다는 의식이 엿보인다. 이 같은 브랜드 철학은 하준 전 제품이 ‘엣지 코트’ 공정을 5회 이상 반복해 유려한 단면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나타난다. 또 론칭 첫 F/W시즌을 맞아 ‘부테로’(Buttero) 라인과 ‘푸에블로’(Pueblo) 라인을 선보인다. 두 라인 모두 이탈리아 ‘베라펠레(Vera Pelle) 협회’의 무두질 공정을 거친 프리미엄 가죽을 엄선했다. 김연하 대표는 “가죽이 지닌 본연의 가치에는 미니멀리즘과 고전이 함께 숨 쉬고 있다”며 “20대 후반부터 30대 초중반 여성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하준만의 패션 철학을 완성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한국적 색채를 살린 가죽 패션 라인을 개발해 세계로 입지를 넓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가죽공방하는 2013년 설립 이래 10년간 가죽공예업을 이어온 공예기업으로, ‘라미백’을 비롯한 하준의 상품은 브랜드 공식몰에서 판매 중이다.
  • [정은귀의 詩와 視線] 어느 밤의 이야기/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정은귀의 詩와 視線] 어느 밤의 이야기/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네위에네아래네곁에네밑에네옆에네너머네뒤에네안에 누가 밤을 면도날로… ―김혜순, ‘죽음의 자서전’ 중 시인은 예언자인가. 이토록 끔찍하고 서늘한 예언자인가. 시인은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을 지키는 이. 이름도 없는 가엾은 죽음을 통곡하는 사람. 2016년에 출간된 ‘죽음의 자서전’은 세월호를 통과한 이 나라의 슬픈 죽음들에 대한 곡(哭)이었다. 아이고 아이고 어이 어이…. 어린 날 누군가의 장례식에서 곡을 하는 아버지의 음성을 들으면서 망자와의 관계에 따라 다르게 변주되는 저 소리는 무엇으로 번역될 수 있을까 혼자 상상하곤 했다. 저 애도의 언어는 기막힌 슬픔인 동시에 어떤 동참과 초대, 연대라는 생각. 망자 앞에서 누구나 죄인이 되는 몹시 난감한 그 별리의 현장을 함께 지키는 그 곡(哭)을 이 겨울 우리는 다시 하고 있다. 그토록 힘들게 떠나보낸, 아직 아직도 앓고 있는 죽음이 다시 우리에게 온 것이다. 자유롭고 발랄한 이태원의 밤거리에서. 이 시를 다시 읽으니 참사 이후 너무 아파 죽음을 앞당겨 선언하고 앓고 통과하는 시인의 처연한 울음이 바로 지금 여기 다시 도착한 156명의 떼죽음을 곡하는 것 같아 말문이 막힌다. 이어지는 구절 “누가 밤을 면도날로 긁고 있다고 말해야 하나 / 면도날 긁힌 자리마다 밤이 잠깐씩 환해진다고 말해야 하나”를 읽노라면 망자를 보내는 마흔아흐레의 통곡이 한 매듭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다시 순환하듯 시작된 것만 같아 애통하기만 하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부끄럽다고 한다. 아직 죽지 않아서. 젊은이들이 제 명에 살지 못하고 이런저런 사고로 연이어 죽는 나라에서는 어른으로 사는 일이 부끄럽다. 시인은 “시 안의 죽음으로 이곳의 죽음이 타격되기를” 바라는 소망에서 이 시를 낳았다고 말하는데, 죽음을 적음으로써, 죽음을 부름으로써, 이제 다시는 죽음 따위 쓰고 싶지 않은 마음, 그 통곡이 시의 언어로 죽음을 곡하게 만든 것이다. 영어로 번역돼 캐나다 그리핀시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시집을 다시 읽던 10월 29일의 밤. 평화롭던 일상의 휴식과 놀이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의 죽음으로 바뀐 밤. 안전한 나라라는 믿음이 허구였음이 드러난 밤. 면도날로 날카롭게 베인 허약한 우리의 실체. 막 만난 이들의 숨결이 비명으로 차오른 그 밤의 죽음에 대해 우리는 아직 이해할 수 있는 말을 만나지 못했다. 국가가 정한 애도 앞에서 우리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헤맨다. 번호가 매겨진 주인 잃은 물건들도 곧 주인 없이 버려질 것이다. 철학자 데리다는 고정된 곳 없이는 애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밤의 통곡을 그 비석을 우리는 어디에 세워야 하는가.
  • 언론 자유 맨 앞줄, 신뢰도는 맨 뒷줄… 다시 창을 들 때다, 괴물 ‘진영논리’에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언론 자유 맨 앞줄, 신뢰도는 맨 뒷줄… 다시 창을 들 때다, 괴물 ‘진영논리’에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지난 5월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는 4만 5000여명의 군중이 모였다. 교황의 집전 아래 시성식이 열리는 자리. 이날 새롭게 성인으로 추대된 10인 중 한 사람이 눈길을 끌었다. 네덜란드의 티투스 브란즈마 신부다. 신부이기에 앞서 신문기자로 더 유명하다. 나치에 저항하는 글을 썼고, 결국 1942년 독일 다하우 수용소에서 독극물 주사로 처형됐다. 사후 80년 만에 가톨릭 성인의 명단에 오른 이 위대한 언론인을 보며 한국 언론의 지난날을 떠올린다. 편집국, 보도국에 기관원이 버젓이 버티고 앉아 있던 험악했던 한 시대는 갔다. 민주주의의 성숙과 함께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는 나라가 됐다. 인터넷 인프라와 각종 미디어 환경 등 한국 언론의 하드웨어 시스템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서도 맨 앞줄에 와 있다. 그러나 이에 걸맞은 무형의, 질적인 성장이 동반됐는지는 의문이다. ‘기레기’라는 모욕적인 수식어 속에 표류하는 한국 언론,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메타버스 게임의 대표작 마인크래프트의 가상공간에는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 2020년 개관한 ‘검열 없는 도서관’(The Uncensored Library)이다. 이곳에는 이집트, 러시아 등의 국가에서 금지된 기록물들이 소장돼 있다. 정치적 이유로 살해, 투옥, 추방된 기자들의 삭제된 기사를 마인크래프트 유저라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도서관은 층마다 각국 국기들로 장식돼 있다. 태극기는 1층에 있다. 1층은 언론 자유가 잘 보장되고 있는 나라들의 자리다. 이 도서관은 매년 언론 자유지수(PFI·Press Freedom Index)를 발표하는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세운 것이다. 올해 PFI는 노르웨이가 1위, 북한이 180위로 최하위이다. 일본은 71위, 중국은 175위, 한국은 43위다. 순위는 6개 지표에 의한 설문으로 정해진다. 다원주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자기검열 수준, 제도 장치, 뉴스생산 구조, 취재 및 보도의 투명성이다. 한국은 위로부터 두 번째 단계인 ‘양호한, 납득되는(Satisfactory)’으로 분류됐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한국 언론은 과연 납득할 만한, 만족한 수준인가? 권력이라는 괴물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는 것은 한국 언론의 오랜 숙명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괴물의 정체가 다르게 보인다. 이제 한국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건 권력이 아니라 정파성 혹은 진영 논리라는 이름의 괴물이다. 언론이 고유의 정치적 견해를 갖고 특정 이데올로기를 추구하는 것은 뭐라 할 수 없다. 정파성은 그 자체는 표현의 자유 범주 속에 보호돼야 한다. 건강한 의미의 정파성은 언론의 외형적 다원주의(external pluralism)로 이해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언론의 다원주의를 언론 정책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프랑스는 미디어의 다원주의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정파성이 정작 문제가 되는 건 이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선동할 때다. 불리한 뉴스는 의도적으로 누락 또는 축소하고 가짜뉴스를 진실인 양 보도한다. 또 상대 진영의 실수나 해프닝을 꼬투리 삼아 집중 기사화하는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의 행태를 보일 때이다. 작금의 한국 언론은 정파성을 지닌 정치적 행위자로 작동하면서 편향된 독자들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한 언론사는 대통령 부인 존칭을 그동안 써오던 ‘씨’에서 ‘여사’로 변경했다. 진보 성향의 이 언론사는 언어의 탈권위화, 성차별적 표현의 배제, 위계질서를 강화하는 언어 추방 등을 목표로 창간 후 29년간 ‘여사’ 대신 ‘씨’라는 호칭을 유지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이후 지지자들의 거센 요구에 굴복했다. 김정숙‘씨’는 김정숙 ‘여사’가 됐다. 그때의 그 사람들이 김건희 ‘여사’란 표현에 여전히 동의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진영 논리에 거슬리는 기사를 쓴 언론인이 독자들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은 예는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외부 논객도 마찬가지다.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찬물효과(chilling effect)다. 자기편 지지층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편향성이 심화되게 된다. 권력으로부터 고통스럽게 쟁취한 언론 자유는 진영 논리와 정파성이라는 새로운 괴물 앞에서 무너지기 직전이다. 뉴미디어의 범람은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한다. 플랫폼 중심으로 뉴스유통이 재편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입맛에 맞는 뉴스만 골라 보고 읽는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내가 검색한 키워드와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를 기억한 후, 같은 카테고리 내에서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아 유혹한다. 채널 간 치열한 경쟁 속에 정파적 저널리즘은 극단으로 치닫고, 편향된 정보만 찾는 사람들 사이에 분열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진실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보고 싶고 믿고 싶은 것이 곧 진실이 되는 시대다. 탈진실(Post-truth)의 시대. 객관적 진실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조작된 정보, 가짜뉴스가 진실의 자리를 꿰찬다. 예일대 교수 티머시 스나이더는 “탈진실은 파시즘의 전조나 다름없다”(Post-truth is pre-fascism)고 경고했다. 이쯤에서 다시 물어보자. 2022년 한국 언론은 탈진실과 가짜뉴스에서 자유로운가? 앞서 우리는 한국의 언론 자유지수가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여기 전혀 다른 시각도 있다. 옥스퍼드대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언론신뢰도 조사다. 2022년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이용자 67%가 뉴스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경험이 있다. 이유는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가 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조사 대상 46개국 중 40위로 참혹한 수준이다. 언론 자유는 아시아권 최고이지만 신뢰도는 바닥이다. 이유가 뭘까. 정파성, 진영 논리, 탈진리와 가짜뉴스, 4개의 키워드가 무겁게 맴돈다. 2013년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설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두 언론사의 같은 사안, 다른 관점의 사설을 나란히 배치해 비교, 분석하는 지면을 마련한 것이다. 진영 간 갈등을 떠나 의견 차를 차분하게 비교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한 기획이었다. 실험은 5년 3개월 만에 끝났다. 그리고 이제는 이런 시도조차 엄두를 내기 어려울 만큼 진영 간의 골이 깊어졌다. 한국 언론은 엄청난 위기다.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신뢰받는 언론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독자와 대중의 역할도 중요하다. 맑은 눈으로 언론을 감시하고, 내 안의 뿌리깊은 아집을 들어내야 한다. 홉스는 국가라는 거대한 창조물을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는 바다괴물로 상징하고 그에게 절대 권력을 부여했다. 한국 언론은 모진 고난과 희생을 감내하며 오랜 세월 이 괴물에 맞서 창을 갈고닦았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언론 자유는 여기에 기인한다. 그런데 더 무서운 괴물이 나타났다. 좌와 우, 양 진영이 각자 충성스럽게 모시고 있는 진영 논리라는 괴물이다. 이들은 정파적 언론과 독자의 맹목적인 과보호 속에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커가고 있다. 언론은 이 괴물이 우리 사회를 둘로 가르고 공동체적인 가치를 무너뜨리는 걸 지켜보면서도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 험악한 시절을 고통스럽게 극복한 자랑스러운 한국 언론은 이제 이 새로운 괴물들을 향해 다시 한번 날카롭게 창을 벼릴 때가 왔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박사. 경향신문 기자, EBS 이사. KDI 연구위원, 공기업 경영평가위원. 영화진흥위원, KBS·MBC·YTN·SBS 시청자위원을 역임했다. 주요 일간지에 기명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MBN, YTN, 채널A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저서로는 ‘신문경영론: MBA 저널리즘과 한국언론’, ‘철학자들의 언론강의’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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