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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워너비 우먼(김선걸·강계만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권선주 기업은행장, 손병욱 푸르덴셜생명 회장, 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 유리천장을 깨고 여성 리더가 된 15명의 ‘인생을 바꾼 결단’을 담았다. 268쪽. 1만 4000원. 곁에 서다(김중미·권해효 외 지음, 현실문화 펴냄) 동화작가 김중미, 배우 권해효, 변호사 권영국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인권단체인 ‘인권재단 사람’에서 강연한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묶었다. 272쪽. 1만 5000원. 다가올 역사, 서양 문명의 몰락(나오미 오레스케스·에릭 M. 콘웨이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기후 변화에 대한 탄탄한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구성한 가상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충분히 다가올 수 있는 섬뜩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려 냈다. 192쪽. 1만원. 남자의 품격(차용구 지음, 책세상 펴냄) 불의에 맞설 수 있는 힘과 배짱을 갖춘 남자, 난제를 능수능란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남자…. 남성다움의 전형으로 일컬어지는 중세의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고찰한 역사서다. 488쪽. 2만 3000원. 죽음에 관한 유쾌한 명상(김영현 지음, 시간여행 펴냄) 도대체 죽는다는 게 뭘까. 성인, 과학자, 철학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답을 찾고자 했던 죽음에 대해 동서고금의 역사와 철학을 망라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위트 있게 풀어냈다. 248쪽. 1만 3000원. 찬바람 부는 언덕(김명수 지음, 민은정 그림, 현북스 펴냄)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한 소녀의 삶을 다뤘다. 가난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을 지키고 싶었던 소녀가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내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112쪽. 1만 1000원. 조선의 소방관 멸화군(홍종의 지음, 장명희 그림, 파란정원 펴냄) 열세 살 무굴이가 아픔을 딛고 조선시대 소방관 멸화군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작가는 세종실록의 ‘장룡의 집에서 불이 났다’는 문장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했다. 184쪽. 1만원. 여름이 반짝(김수빈 지음, 김정은 그림, 문학동네 펴냄) 누군가에겐 둘도 없는 친구였고 누군가에겐 잠깐 같은 반 친구였던 ‘유하’의 죽음을 계기로 아이들이 내적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제1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196쪽. 1만 1500원.
  • [이광식의 천문학+] 우주의 진화 밝힌 ‘철학자 ​칸트’...외계 생명체를 예언하다

    [이광식의 천문학+] 우주의 진화 밝힌 ‘철학자 ​칸트’...외계 생명체를 예언하다

    -'천문학자' 칸트의 태양계 형성설 '순수이성비판'을 쓴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박사학위 논문이 철학이 아니라 천문학 이론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1755년에 발표된 칸트의 학위논문은 그 제목부터가 '일반 자연사와 천체 이론'이었다. 하긴 그 시대는 철학과 천문학 사이에 명확한 선이 없던 때이기는 했다. 하지만 칸트의 논문은 명확히 천문학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것도 우리 태양계의 생성에 관한 학설로, 흔히 성운설'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현대 천문학 교과서에도 ‘칸트의 성운설'(Kant’s Nebula Hypothesis)로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일찍이 뉴턴 역학에 매료되어 대학에서 철학과 함께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던 칸트는 ​틈틈이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하며 천문학을 연구한 천문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대선배인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이 뉴턴에 의해 붕괴되는 것을 보고 새로운 시대의 우주론에 깊이 빠져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체계는 세계를 달을 기준삼아 천상계와 지상계 둘로 쪼개고, 그 소통을 금지시켰다. 따라서 기왕의 천문학에서는 천상은 불변 완전한 세계이고 천체들은 올림포스 신들처럼 신성한 존재였다. 그러나 천상이든 지상이든 중력의 법칙이 온 우주를 관통한다는 것을 증명한 뉴턴의 역학 앞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뉴턴 물리학의 등장으로 천문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천상의 천체들 역시 지구처럼 질량을 가지고 중력으로 빈틈없이 묶여 있는 물체임이 밝혀지게 되었다. 즉, 지상의 물리학은 천상에서도 적용되며, 지상의 물리학을 통해 우주의 상황을 알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인간의 몸은 비록 지상에 매여 있지만, 우리의 지성은 온 우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제까지 항성천구에 붙어 있는 점으로 간주되었던 하늘의 천체들이 질량을 가진 물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나의 흥미로운 문제가 제기되었다. 천체들의 내력, 곧 우주의 역사라는 문제에 인류가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사실 태양계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태양계라는 개념이 생긴 것은 17세기 말에 이르러서였다. 그럼 이 태양계는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나? 세계의 탄생과 멸망에 관한 이론들은 고래로부터 각 문명권마다 있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인류는 이러한 생멸 이론을 태양계에 접목할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뉴턴 이후에야 비로소 천체 형성에 관한 이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뉴턴 사후 22년이 지난 1749년,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박물학자인 조르주 드 뷔퐁이 태양계 형성에 대한 주목할 만한 이론을 발표했다. 뉴턴에 깊이 영향 받은 뷔퐁은 태양계는 공통의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원은 혜성이 태양에 충돌해 거기서 물질들이 빠져나옴으로써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물질들은 중력으로 인해 뭉쳐져 둥근 형태를 이루었으며, 서서히 식어 행성이 되었고, 더 작은 덩어리들은 위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개의 천체가 충돌하는 것은 우주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심지어 은하들도 충돌하고 있다. 우리은하도 37억 년 후에 안드로메다 은하와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뷔퐁의 혜성 충돌설은 최초의 본격적인 태양계 형성설로, 이로써 그는 ‘우주 파국 이론’의 창시자가 되었다. -​칸트의 성운설과 섬 우주론 이 뷔퐁의 뒤를 이어 태양계 형성설을 들고나온 사람이 바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였다. 31살인 1755년에 발표한 '일반자연사와 천체 이론'에서 칸트는 뉴턴 역학의 모든 원리를 확대 적용하여 우주의 발생을 역학적으로 해명하려 했다. 이것이 바로 뒷날 유명한 ‘칸트-라플라스 성운설’로 알려진 우주 발생 이론이다. ​ 뉴턴이 생성 운동의 기원을 신의 '최초의 일격'으로 돌린 데 반해, 칸트는 우주의 생성과 진화에 사용되는 힘들을 물질에 내재하는 중력과 척력(반발 작용), 그리고 그 안에서 대립되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이 설에 따르면, 원시 태양계는 지름이 몇 광년이나 되는 거대한 원시 구름인 가스 성운이 그 기원이다. 천천히 자전하던 이 원시 구름은 점점 식어가면서 중력에 의해 중심 쪽으로 낙하하는 현상이 일어남으로써 수축이 이루어져 회전이 빨라지고, 마침내 그 중심부에 태양이 탄생되고 주변부에는 여러 행성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행성들이 자전하면서 거기에서 떨어져나온 것들이 바로 위성이다. 칸트는 이러한 방식으로 진화론적 생각을 역학 법칙에 따르는 천제 운동의 과학적인 설명과 결합시켰다. 엥겔스는 바로 이 점에서 칸트가 형이상학적 세계상을 극복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라고 보고, "현재의 모든 천체가 회전운동을 하는 성운 덩어리로부터 발생했다는 칸트의 이론은 코페르니쿠스 이래 천문학이 이룩한 가장 커다란 진보였다"고 평했다. ​ 칸트의 성운설은 행성들의 동일 평면상에서의 운동, 공전방향과 태양의 자전방향과의 일치 등을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초의 과학적인 태양계 기원설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칸트의 성운설은 한마디로, 태양을 비롯하여 행성, 위성, 혜성 들이 원초적인 근본물질들에서 분리되어 우주 공간을 채웠으며, 그 안에서 형성된 천체들이 태양계 공간을 운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칸트의 아래와 같은 추론은 현대 생물학자들의 견해에 접근하는 놀라운 예지의 소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고요함이 지속되는 것은 일순간일 뿐이다. 원소들은 서로를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 자체가 생명의 근원이다. 물질은 형태를 이루려고 분투한다. 흩어진 원소들 중 밀도가 높은 것은 가벼운 원소들을 주위로 끌어들인다.” '정신과 자연'의 저자인 영국의 생물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이 그의 책 안에서 “원자는 스스로 생명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한 말과 너무나 흡사한 주장이 아닌가! ​ -'외계 생명체'를 예언한 칸트 원시 태양계 형성의 얼개를 만든 칸트는 별들에 대해서도 기왕의 이론들과는 사뭇 다른 주장을 펼쳤다. 직접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하기도 했던 칸트는 별들 역시 태양과 다를 바 없는 존재로, ‘비슷한 체계 안에 들어 있는 중심‘이라고 보았다. 이로써 태양계와 별들 사이의 관계를 정립한 칸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원리를 은하계로까지 확대했다. 그는 은하계가 거대한 렌즈 모양을 하고 있으며, 별들이 은하 적도 부근에 밀집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리의 항성계가 다른 우주의 체계들, 성운들과 비슷하다고 보았다. 칸트는 자신의 우주론에 대해 갖고 있는 깊은 믿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나는 어떤 꾸밈도 없이, 운동 법칙대로 잘 정돈된 세계가 생겨나는 것을 보면서 만족한다. 그것은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우주와 아주 비슷해 보이므로, 나는 그것을 진실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 망원경으로 밤하늘에서 빛나는 나선 형태의 성운을 관측하기도 했던 칸트는 당시 성운으로 알려졌던 드로메다자리의 M31이 수많은 별들로 구성된 또 하나의 은하일 것이라는 구체적인 제안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나선형 성운에 ’섬 우주'(island universe)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주기까지 했다. 지금이야 이런 성운들이 외부 은하임이 밝혀졌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 은하 내부의 성간운이라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었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칸트의 추론 역시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생명은 천체들이 진화한 결과 생겨난 것이지, 신의 창조 행위로 생겨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칸트는 19세기의 진화론자처럼 ‘생명체는 특정한 외적인 조건들과 연계되어 있다’라고 인식했다. “나는 모든 행성들에 다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한 이것을 굳이 부정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태양의 티끌에 불과할 정도로 황량하여 생명체가 없는 지역들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모든 천체들이 미처 완전한 형태를 다 갖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거대한 천체가 확실한 물질상태에 도달하기까지는 수천 년에 또 수천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요컨대 외계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망원경을 통해서 우주가 점점 넓어져가고 새로운 별들이 계속 발견됨에 따라 다른 천체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18세기 중반 이후로 점차 넓게 퍼져갔다.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속에 있는 도덕률" 칸트의 이러한 우주 진화론은 창조자로서 신을 중심으로 한 목적론적 질서와 조화라는 견해와 모순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칸트는 이러한 자신의 시도가 우주의 기계적 완벽성을 순수하게 역학적으로 설명한 것인만큼 신의 완전성과 합목적성의 증거가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칸트의 우주 진화론이 당시에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학자들은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 외에는 잘 인정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나은 시대를 위해 유보되었던’ 칸트의 진화론은 그들이 보기엔 너무 직관적이고 모호하게 비쳤던 것이다. 그러나 뒤이어 나타난 아마추어 천문학자 허셜이 놀라운 발견들을 거듭하면서 칸트의 진화론을 뒷받침했다. 150센티밖에 안되는 조그만 키에, 80평생 고향 쾨니히스베르크(오늘날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백 마일 이상을 나가본 적이 없으면서도 우주를 누구보다 멀리 내다보았던 사람,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오후 우주의 시계추처럼 일정한 시간에 산책을 다녔던 사람, 노년에 이르도록 깊이 우주를 사색했던 철학자- 이런 것들이 '천문학자 칸트'를 규정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이다. 여담이지만,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칸트에게도 한번은 결혼할 뻔한 적이 있었다. 마을 처녀에게 청혼을 하여 승락까지 받았는데, 머리속엔 늘 생각으로 가득하고, 망설여지기도 하고, 또 깜박하기도 하여 세월을 죽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 처녀와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껏 차려입고 처녀의 집엘 갔으나, 아뿔싸! 벌써 20년 전에 이사를 갔다는 것이다. 이것이 칸트 생애에 있었던 로멘스의 총량이다. ​1804년 2월 12일 새벽, 칸트는 늙은 하인이 건넨 포도주 한 잔을 마시고는 "그것으로 좋다”(Es ist gut.)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삶을 마감했다. 향년 80세. 끝으로, 놀라운 직관과 예지로 그 시대의 어느 누구보다 우주의 진면목에 다가갔던 칸트의 묘비명은 우주와 인간을 아우르는 아름다운 내용으로 다음과 같다. “생각하면 할수록 내 마음을 늘 새로운 놀라움과 경외심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내 위에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이요, 다른 하나는 내 속에 있는 도덕률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오페라로 돌아온 파우스트, 악의 근원과 마주하다

    오페라로 돌아온 파우스트, 악의 근원과 마주하다

    “기다려라 사악한 것아! 내게 오라 사탄이여, 어서!” 젊음을 되찾기 위해 악마와 영혼을 거래한 늙은 철학자 파우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파우스트’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일생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다. 인간의 본성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의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은 여러 작곡가에 의해 수많은 오페라로 탄생했다. 총 16편의 오페라로 만들어진 ‘파우스트’ 중에서도 19세기 후반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 샤를 구노의 작품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과 독특한 분위기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이 창단 30주년을 맞아 오는 25일부터 나흘간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에는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세계적 오페라 연출가 존 듀와 무대 디자이너 디르크 호프아커가 합류해 200년 전의 세계를 현대적 무대연출로 보여줄 예정이어서 각별한 관심을 모은다. 존 듀는 세계 각지에서 170여편의 작품을 200여회 무대에 올린 연출가로 도르트문트 시립극장과 다름슈타트 주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했으며 독일과 영국, 오스트리아의 국립오페라단에서 연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오페라단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파우스트는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인간의 영혼을 다룬 심오한 작품”이라며 “악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때론 친숙하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어디에나 존재하는 악의 근원이 이번 연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르크 호프아커는 1991년 독일 뒤셀도르프 클라시케 필하모닉의 ‘돈 지오반니’의 무대디자이너로 데뷔한 이후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 독일 바이에른 극장,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극장 등의 무대작업을 맡는 등 유럽 각지에서 60여편이 넘는 오페라와 발레, 뮤지컬의 무대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번 오페라 ‘파우스트’에서는 발광다이오드(LED) 기둥을 이용해 강렬하고도 드라마틱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1775년 초고를 작성한 이후 수정을 거쳐 1832년 완성됐다.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는 는 초기 버전을 바탕으로 1859년 초연됐고, 발레 장면이 포함된 현재 버전으로 1869년 다시 발표됐다. 이번 공연의 오케스트라는 동양인 최초로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한 바 있는 윤호근이 지휘하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파우스트 박사 역에는 테너 이원종과 김승직, 인간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역에는 베이스 박기현과 전태현이 출연한다. 비운의 여주인공 마르그리트 역은 소프라노 정주희와 장혜지가 맡아 연기한다. 3만~15만원. (02)399-1783~5.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시론] 천경자와 천옥자/황인 미술평론가

    [시론] 천경자와 천옥자/황인 미술평론가

    천경자 화백의 타계 소식이 두 달이나 늦게 전해졌다. 천 화백의 본명은 천옥자다. 부모님이 주신 옥자(玉子)라는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 경자(鏡子)라는 이름을 지었다. 구슬(玉)을 버리고 거울(鏡)을 택한 셈이다. 그녀의 나이 18세,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를 입학하던 해의 일이다. ‘주체는 거울(鏡)에 비친 이미지를 동일시하려 한다’고 밝힌 건 철학자 라캉이다. 거울은 주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한 소품이다. 한반도의 여성에게는 주체를 추구하고 자의식을 갖는 것이 금기였던 어두운 시대가 있었다. 그런 시절에 그녀는 자신이 택한 새 거울 속에 화려한 이미지를 드러냄으로써 능동적인 주체를 이끌어 나갔다. 천 화백은 이중 삼중으로 변방으로 밀렸던 사람이다. 남성 우위의 사회 분위기에서 여류 화가가 설 수 있는 입지는 좁았다. 수묵화가 대세이던 한국화 화단에서 그녀의 화려한 발색의 채색화는 배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녀의 삶과 그림을 지지한 건 여성들이었다. 우월 의식을 가진 남성들은 그녀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어떤 수묵화 화가들은 그녀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녀를 변방으로 몰아붙였던 위세등등의 수묵화는 지금 거의 멸실 상태다. 천 화백의 그림은 빛을 더하며 살아남았다. 미술시장에서도 최고의 작품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과연 누가 승리자인가.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궁지에 몰렸던 천 화백이지만 그녀의 삶은 당당하고 활기가 넘쳤다. 1960년대라면 세계 일주 여행가로 김찬삼 교수가 거의 유일했다. 이 무렵부터 해외여행을 나선 천 화백은 잘 알려진 뉴욕은 물론 한국인들에게는 미지의 땅이었던 아프리카 등지를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인도, 중남미를 여행하고선 현장 사생 작품을 현대화랑에서 전시(1980년)했다. 당시 천 화백의 그림 속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을 모사하는 여대생들이 제법 있었다. 서글서글하면서도 짙은 음영의 슬픈 눈을 따라 그렸다. 젊은 여성들은 천 화백의 그림 속에 나오는 여자의 눈동자가 본 세상을 상상하며 그녀의 삶을 닮으려 했다. 그녀는 일류 문장가였다. 이국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그녀의 수필과 기행문을 읽으며 젊은 여성들은 멀고 막연한 세계를 상상했다. 천 화백은 젊은 한국 여성들에겐 꿈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천 화백은 여성운동가도 계몽주의자도 자처한 적이 없다. 그러나 그녀의 매력이 세상을 계몽했다. 이 땅의 여성들이 꿈속에서나 상상할 법한 과감한 삶을 그녀는 실제로 살았다. 어쩌면 비현실적일 수도 있는 그녀의 삶이 여성들에게 역설의 위안과 용기가 됐다. 올가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천경자상설전시실에 사람들의 발길이 유독 잦다. 많은 관람객이 그녀의 작품 앞에 줄지어 서서 지나간 한 시대를 기리고 있다. 석채를 담은 통, 평필, 세필, 아교를 녹이는 전기풍로 등 화구를 비치해 재현한 화가의 방 앞에서는 숙연한 모습이 되기도 한다. 천 화백의 늦은 부음과 함께 1991년에 있었던 ‘미인도’ 위작 사건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이번에는 국회까지 나서서 재감정 요청을 제기했다. 위작인지 진품인지는 공방 중이다. 그러나 24년 전과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논리에는 보충 설명의 부연이 아쉬웠다.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던 작가 측의 논리 역시 다소 자의적인 면이 있었다. 지금은 양측이 주장하는 근거가 상당히 논리적이며 실증적이다. 그때보다 수십 배가 늘어난 근거들이 조리 있게 제시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검증의 과정을 공유하고 있다. 결과에 관계없이 과거보다는 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되는 셈이다. 알게 모르게 24년간 우리 사회가 많이 진화했다는 걸 이번 사태가 증명해 주고 있다. 새 거울 속의 이미지를 좇아 천옥자에서 천경자를 택했던 그녀는 이번 사태에서 보듯 어느새 한국 사회를 되비추는 큰 거울이 됐다. 위작 논란과는 무연하게 그녀를 향한 세간의 열광은 점점 힘을 더해 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천 화백은 이 땅의 진정한 스타다. 정부가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는 일에 주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 김소월의 시 ‘부모’에 대한 한 생각-자의식 눈뜬 아이가 최초로 던진 ‘존재론적 물음’

    김소월의 시 ‘부모’에 대한 한 생각-자의식 눈뜬 아이가 최초로 던진 ‘존재론적 물음’

    -자의식에 눈뜬 아이가 최초로 던진 '존재론적 물음' 우리네 시인들 중에 소월만큼 그 시를 노랫말로 많이 징발당한 시인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한을 7·5조의 정형률과 토속어에 담아 절절하게 노래한 것이 그러한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한국 현대문학사 100년에서 최고의 시인으로 선정된 바 있는 소월은 '한국인의 심상을 최고의 격조로 수용한' 시인, '우리 시대 최고의 높이에 도달한' 위대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후대의 평자들에게서 받았다. 가곡과 가요로 대중에게 친숙해진 그의 시 중에 '부모'라는 작품이 있다. 1968년 세상에 선보인 이래 어버이날이 있는 오월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이 노래는 이제 가요로서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만큼 명곡이 되었다. 우선 이 시를 먼저 한번 감상하고 지나가기로 하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겨울의 기나긴 밤,어머님하고 둘이 앉아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이 이야기 듣는가?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김소월 시 '부모' 전문 (노랫말에는 원문 맨 끝의 '알아보랴'가 알아보리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운율상의 문제로 수정한 것으로 보이며, 뜻에는 별 차가 없는 듯하다.) 나 역시 이 시를 노래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노랫말을 듣는 순간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소월의 시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이 시의 해석에 있어서는 제목 '부모'가 시사하듯이 '효심'에 초점을 맞춰 풀이한 것이 대세인 듯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풀이이다.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라는 함축적인 말에서 부모를 알기 위해 내가 부모가 되어 그 마음을 헤아려 보기 전까지는 부모가 나를 어떻게 입히고 키우셨겠는가라는 것을 짐작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일 것이다." (<김소월 전작 시집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정음사)에서> 또는 1920년대라는 일제 강점기의 엄혹한 시대를 사는 한 천재시인이 '역사적 존재로서의 자신의 운명론을 아프게 토로한 시'라는 시각으로 해석을 하는 이들도 없지 않은 듯하다. 물론 그런 해석들을 할 만한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먼저 소월이 첫 연에 제시한 저 '공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겨울의 기나긴 밤,어머님하고 둘이 앉아옛 이야기 들어라. 저 공간은 천지사방이 칠흑의 어둠으로 싸여 있는, 호롱불 하나가 힘겹게 어둠을 밀어내며 만들어내고 있는 한줌의 원초적인 공간이다. 그것도 낙엽지는 소리만 우수수 들려올 뿐인 겨울밤의 시공간이다. 이 같은 원초적인 시공간 안에 두 모자는 마주 앉아 있고, 아이는 엄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는 스스로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나는 어쩌다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내용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어쩌다가 생겨나서 이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 걸까 하는 근원적인 의문이 아니었을까? 자의식에 눈뜨기 시작한 아이가 최초로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존재론적인 질문- 아, 내가 어쩌다 여기 있게 된 것일까? 그것은 17세기 철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가 한 저 원초적인 질문, '이 세상에는 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엇인가가 있는가?'란 물음과도 닿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다음에 한 말,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한 것은 그 물음에 지금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한 말이리라. 그래서인지 아이는 어머님에게 그런 물음을 던지지는 않았다. 자신이라는 존재의 근원이 되는 '부모'가 되어서 알아보려 한다는 다짐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소월은 자신의 어느 시 뒤에 쓴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시작(詩作)의 가치 여하는 적어도 그 시작에 나타난 음영(陰影)의 여하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음영의 가치 여하를 식별하기는, 곧 시작을 비평하기는 지난(至難)의 일인 줄로 생각합니다." 위 시 '부모'의 음영은 짧은 두 연이 지닌 단순한 진술 속에 숨어 있는 웅숭 깊은 존재론적 의미가 아닐까? '효심'이라든가, 옛 이야기 같은 것을 굳이 음영이라 할 수 있을까? 기나긴 겨울밤에 어머니에게 옛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하는 존재론적 자의식에 눈을 뜬 그 아이는 나중에 자라서 시인이 되었다. 그저 그런 시인이 된 것이 아니라, 대시인이 된 것이다. 위의 시에 구사된 시어들 속에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다. 정말 평이하기 짝이 없는 낱말들로 소월은 이처럼 웅숭 깊은 음영의 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소월을 천재시인이라 하는 연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일찍이 작가 김동인은 “소월의 시는 시골 과부라도 넉넉히 이해할 것이었다” 라는 찬사와 함께 “조선말 구사의 귀재-그것이 우리의 시인 소월이었다”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물론 나의 이런 해석이 시인의 마음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를 그렇게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자유이고, 그런 음영을 깔아놓은 시인 역시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음영이 풍부한 시일수록 명시가 된다는 점에서, 소월의 '부모'는 걸작이라는 이름에 값한다고 할 것이다. 소월의 저물녘은 참으로 스산했다. 스물 안팍의 5,6년 동안 불꽃처럼 맹렬히 시를 쏟아냈던 소월은 고향 곽산으로 돌아간 후 조부의 광산업을 돕다가 일이 실패하자 처가인 구성군으로 이사해, 동아일보 지국을 경영했다. 그러나 그마저 실패하는 바람에 심한 가난과 실의 속에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시골 장터에서 산 아편을 먹고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1934년, 그의 가슴에 '부모'의 시상이 처음으로 심어졌던 계절인 12월 24일이었다. 향년 33세. 4남 2녀를 둔 그의 자손 가운데 손녀와 증손녀가 남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손녀는 성악가 김상은으로, 몇해 전 그의 증조 외할아버지의 시로 된 노래를 모아 음반을 내기도 했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문화유랑기]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문화유랑기]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김소월의 시 ‘부모’...아이가 던진 '존재론적 물음' 우리네 시인들 중에 소월만큼 그 시를 노랫말로 많이 징발당한 시인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한을 7·5조의 정형률과 토속어에 담아 절절하게 노래한 것이 그러한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한국 현대문학사 100년에서 최고의 시인으로 선정된 바 있는 소월은 '한국인의 심상을 최고의 격조로 수용한' 시인, '우리 시대 최고의 높이에 도달한' 위대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후대의 평자들에게서 받았다. 가곡과 가요로 대중에게 친숙해진 그의 시 중에 '부모'라는 작품이 있다. 1968년 세상에 선보인 이래 어버이날이 있는 오월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이 노래는 이제 가요로서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만큼 명곡이 되었다. 우선 이 시를 먼저 한번 감상하고 지나가기로 하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겨울의 기나긴 밤,어머님하고 둘이 앉아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이 이야기 듣는가?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김소월 시 '부모' 전문 (노랫말에는 원문 맨 끝의 '알아보랴'가 알아보리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운율상의 문제로 수정한 것으로 보이며, 뜻에는 별 차가 없는 듯하다.) 나 역시 이 시를 노래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노랫말을 듣는 순간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소월의 시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이 시의 해석에 있어서는 제목 '부모'가 시사하듯이 '효심'에 초점을 맞춰 풀이한 것이 대세인 듯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풀이이다.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라는 함축적인 말에서 부모를 알기 위해 내가 부모가 되어 그 마음을 헤아려 보기 전까지는 부모가 나를 어떻게 입히고 키우셨겠는가라는 것을 짐작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일 것이다." (<김소월 전작 시집 "해가 산마루에 저물어도" (정음사)에서> 또는 1920년대라는 일제 강점기의 엄혹한 시대를 사는 한 천재시인이 '역사적 존재로서의 자신의 운명론을 아프게 토로한 시'라는 시각으로 해석을 하는 이들도 없지 않은 듯하다. 물론 그런 해석들을 할 만한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먼저 소월이 첫 연에 제시한 저 '공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겨울의 기나긴 밤,어머님하고 둘이 앉아옛 이야기 들어라. 저 공간은 천지사방이 칠흑의 어둠으로 싸여 있는, 호롱불 하나가 힘겹게 어둠을 밀어내며 만들어내고 있는 한줌의 원초적인 공간이다. 그것도 낙엽지는 소리만 우수수 들려올 뿐인 겨울밤의 시공간이다. 이 같은 원초적인 시공간 안에 두 모자는 마주 앉아 있고, 아이는 엄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는 스스로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나는 어쩌다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내용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어쩌다가 생겨나서 이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 걸까 하는 근원적인 의문이 아니었을까? 자의식에 눈뜨기 시작한 아이가 최초로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존재론적인 질문- 아, 내가 어쩌다 여기 있게 된 것일까? 그것은 17세기 철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가 한 저 원초적인 질문, '이 세상에는 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엇인가가 있는가?'란 물음과도 닿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다음에 한 말,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한 것은 그 물음에 지금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한 말이리라. 그래서인지 아이는 어머님에게 그런 물음을 던지지는 않았다. 자신이라는 존재의 근원이 되는 '부모'가 되어서 알아보려 한다는 다짐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소월은 자신의 어느 시 뒤에 쓴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시작(詩作)의 가치 여하는 적어도 그 시작에 나타난 음영(陰影)의 여하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음영의 가치 여하를 식별하기는, 곧 시작을 비평하기는 지난(至難)의 일인 줄로 생각합니다." 위 시 '부모'의 음영은 짧은 두 연이 지닌 단순한 진술 속에 숨어 있는 웅숭 깊은 존재론적 의미가 아닐까? '효심'이라든가, 옛 이야기 같은 것을 굳이 음영이라 할 수 있을까? 기나긴 겨울밤에 어머니에게 옛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하는 존재론적 자의식에 눈을 뜬 그 아이는 나중에 자라서 시인이 되었다. 그저 그런 시인이 된 것이 아니라, 대시인이 된 것이다. 위의 시에 구사된 시어들 속에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다. 정말 평이하기 짝이 없는 낱말들로 소월은 이처럼 웅숭 깊은 음영의 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소월을 천재시인이라 하는 연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일찍이 작가 김동인은 “소월의 시는 시골 과부라도 넉넉히 이해할 것이었다” 라는 찬사와 함께 “조선말 구사의 귀재-그것이 우리의 시인 소월이었다”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물론 나의 이런 해석이 시인의 마음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를 그렇게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자유이고, 그런 음영을 깔아놓은 시인 역시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음영이 풍부한 시일수록 명시가 된다는 점에서, 소월의 '부모'는 걸작이라는 이름에 값한다고 할 것이다. 소월의 저물녘은 참으로 스산했다. 스물 안팍의 5,6년 동안 불꽃처럼 맹렬히 시를 쏟아냈던 소월은 고향 곽산으로 돌아간 후 조부의 광산업을 돕다가 일이 실패하자 처가인 구성군으로 이사해, 동아일보 지국을 경영했다. 그러나 그마저 실패하는 바람에 심한 가난과 실의 속에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시골 장터에서 산 아편을 먹고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1934년, 그의 가슴에 '부모'의 시상이 처음으로 심어졌던 계절인 12월 24일이었다. 향년 33세. 4남 2녀를 둔 그의 자손 가운데 손녀와 증손녀가 남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손녀는 성악가 김상은으로, 몇해 전 그의 증조 외할아버지의 시로 된 노래를 모아 음반을 내기도 했다. 내로라 하는 수많은 가수들이 부른 소월의 명작 '부모'-. 그런 기분으로 다시 한번 감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동영상 www.youtube.com/embed/XhSHtm2KGGE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데스크 시각] 역사의 삶을 사는 개인/박록삼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역사의 삶을 사는 개인/박록삼 문화부 차장

    박종홍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오랜 시간 한국 철학계의 거두였다. 헤겔을 비롯한 서양철학, 주희 등 동양철학에 이르기까지 철학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그를 넘어서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다. 그는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의 명을 받아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의 초안을 만들며 대철학자가 아닌, 군사독재 정권의 이데올로그로 전락했다. 근대화는 개인의 가치를 부정하고, 국가와 민족의 절대성을 강조하며 이뤄졌다. ‘국민교육헌장’만으로 목적이 충족되지 않자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교과서 국정화를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국가의 이름으로 역사를 지배하는 시공간에서 개인의 존엄 따위는 숨 쉴 틈이 없었다. 숱한 희생과 절박한 외침이 켜켜이 쌓여 갔고, 전체주의와 공동체문화 등 상대적 대척점의 가치를 뚫고 개인은 어렵게 복원됐다. 여전히 긍정과 부정의 두 얼굴을 띤 채다. 42년의 시간이 흐른 2015년 가을 개인은 다시 한번 도전에 직면한다. 이제 개인은 건강한 공동체, 그리고 역사와 어떻게 조응할 수 있는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2017년 3월 국정 역사 교과서를 배포하겠다고 선언했다. 혜안의 결과물일 수 있다. 그의 아버지가 그랬듯 말이다. 실제 국정 역사 교과서가 공포를 심어 주건, 냉소를 심어 주건 골치 아프게 만드는 것들을 당장 눈앞에서 치워 버리는 것만으로 국민들 불쾌지수를 낮추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설문에서 근소하게나마 찬성 응답이 더 높게 나오기도 했다. 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을 보면 ‘역사 교과서 대못 박기’라거나 ‘빗나간 효심의 결정판’, 혹은 ‘보수층 총집결을 위한 선거용 포석’이니 하는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정부는 주체사상 교육, 좌편향 등 여러 근거를 갖다 대려 하지만 번번이 견강부회의 자충수가 되고 있다. 명백한 퇴행이다. 퇴행의 시작은 멀리 있지 않았다. 2008년 즈음 여느 술자리에서도 상대방이 누구건, 어느 쪽에서도 욕먹지 않는 방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 혹은 통합진보당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이었다. ‘노무현 반대, 통진당 반대’의 이름으로 술자리는 화기애애해졌고 맞장구 소리는 커져만 갔다. 좀 더 멀리 보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방사물폐기장 등을 둘러싸고 SNS 공간 속 개인은 재치있는 표현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과시했다. 대신 실제 삶 속에서는 ‘좋은 게 좋은 것’ 식으로 온화하게 인간관계를 맺는 쪽으로 흘러갔다. 결과는 엄혹했다. 그사이 전직 대통령은 죽었고, 한 정당은 법적으로 사망했고, 구럼비 바위는 산산조각 났고, 핵에너지 의존은 여전한 상태다. 개인이 SNS 공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국가는 실제 삶 속에서 법과 제도로 개인들을 조롱했다. 냉소와 회의를 안겨 줬고, 역사의 퇴행을 겪도록 했다. 진정성을 드러내는 일은 꼭 개인의 희생으로만 가능한 건 아니다. 개인의 이해관계가 사회의 이해관계와 늘 상반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 주말 만난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친구가 “내 아이는 대입전형 3년 예고제 때문에 2019년 고 3때까지 미우나 고우나 국정 교과서로 역사를 배워야 해. 그래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그냥 놔둘 수는 없지”라며 술잔을 털었다. 다행인 점은 자유로운 개인의 주체적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멀지 않다는 점이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은 개인이 공동체와 역사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youngtan@seoul.co.kr
  •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광화문·덕수궁·종로통 일대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광화문·덕수궁·종로통 일대

    광복 70년을 즈음해 최근 몇 년간 복고 바람이 거세다. 현재의 한국 사회가 보여주는 암울하고 각박한 삶의 풍경을 훌쩍 벗어나고 싶은 구성원들의 욕구가 사람들을 1980년대, 더 멀리는 1970년대까지 끌어간다. 저명 매거진 보그(2013. 12)는 복고를 “순수한 열정이 가득했던 시절을 되돌아보며 오늘의 ‘나’라는 존재가 갖는 진정한 의미를 반추하면서 최소한의 자긍심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정의했다. 바람 잘 날 없었던 한국의 현대사에서 87년 체제 성립 이후 97년 외환위기까지의 10년이 보기 드문 ‘좋은 시절’이었고, 최근의 복고 열풍 또한 이 시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90년대에 만개한 백화제방의 토대를 마련한 것은 실질적으로 80년대였다. 지금 한국 사회의 주도 세력인 386이 청춘을 보낸 시대,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영화, 드라마, 음악 등 각 분야의 복고 열풍 속에서도 80년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에세이는 70년대 말부터 80년대에 젊음의 한 시절을 보낸 필자의 체험과 기억을 통해 어느 틈에 중년이 돼 버린 386세대의 청춘을 재발견해 보고자 하는 시도다. 기획은 어떠한 세대론의 구축이 아니라 한 세대의 청춘이 몸담고 있었던 구체적인 ‘생활세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눈앞에 보이는 세상에 갇혀 살아가는 인간의 속성으로 인해 지나온 시대를 제대로 기억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에세이는 1년 남짓 격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간다. 많은 충고와 따뜻한 애정을 기대한다. [광화문 그곳은] ‘애플와인 파라다이스’라는, 사과로 만든 술이 있었다. 사과술이라면 칼바도스를 떠올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예전에는 그런 국적 불명의 와인이 더러 있었다. ‘캡틴큐’도 있고 ‘나폴레옹’도 있었다. 모든 것이 궁핍했던 시절 칼바도스는 언감생심, 이 정체불명의 술 파라다이스를 와인 글라스에 부어 놓고 미팅에서 만난 파트너와 온갖 ×폼을 잡곤 했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레마르크의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에 등장하는 오리지널 칼바도스를 마시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었다. 이 같은 국적 불명, 정체불명의 술을 기억하는 지금의 이 순간, 가슴이 갑자기 짠해져 온다. 그것은 기성세대에게 청춘의 한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짧은 인생 동안 정들었던 수많은 거리와 여인들을 다 음미하고 또 가슴에다 남겨 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말 소중한 것은 적어도 가슴 한편에 남아 가끔 슬퍼지거나 외로워질 때 순간순간 떠오르게 된다. 흑백사진처럼 화려하지 않으나 초라하지는 않고 조금은 코끝이 찡해지는 그런 순간과 장소가 있다. 광화문이다. 광화문 일대는 기성세대에게 그런 존재이자 장소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듯 특정 장소에도 이처럼 정드는 경우가 있다.이 땅의 기성세대에게 광화문, 덕수궁 돌담길, 종로통은 잠자고 있던 옛날 기억을 일깨워주는 절대적인 오브제가 된다. 이 몇몇의 장소를 떠올리는 순간만큼은 과거의 세계로 주유하게 된다. 그래서 이른바 금빛으로 빛나는 ‘기쁜 우리 젊은 날’로 돌아가 입가에 웃음을 띠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꽃이 아름다운 것은 지고 난 뒤가 그만큼 처참하고 황폐하기 때문이고 꽃다운 시절이 아름답다는 것은 꽃다운 시절이 다 가 버렸다는 의미가 아닌가.광화문, 그래서 일찍이 미당 서정주는 “광화문은 차라리 한 채의 소슬한 종교(宗敎)이자 낮달마저도 파르르 떨며 흐른다”고 노래했다. 기성세대에게 광화문, 종로통은 자신들의 청춘을 돌아보는 기제가 된다. 특히 이 일대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오리지널 서울 사람들에게는 특별난 추억이 있다. 개발연대 당시 도심 교통량을 해결하기 위해 광화문을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던 과거의 명문고들이 신개발지인 강남이나 목동으로 쫓겨가기 전 광화문 일대는 그 시절 청춘들이 몰려다니던 젊음의 거리였다. 북촌 인근의 경기고를 비롯해 서울고, 지금의 헌법재판소 자리에 있던 창덕여고, 창성동의 진명여고, 수송동 숙명여고, 정동의 이화여고, 배재고, 경기여고 등등 장안의 내로라하는 명문 중·고교들이 광화문 네거리를 중심으로 빙 둘러싼 형국이었다. 지금은 경복고, 중앙고 정도만 남아 있을 뿐 중동, 휘문, 양정, 배재 등 전통의 사학들은 개발 바람에 강 건너로 둥지를 옮겼다.광화문 일대 명문고들이 잉태한 또 하나의 현상은 유명 입시학원이다. 대성, 종로, 정일학원 등 이른바 3대 천왕 학원에다 기타 크고 작은 외국어 학원까지 가히 청춘들의 용광로에 비견될 만한 요소를 갖추게 된다. 그 당시 이 일대에는 고고장과 나이트클럽, 음악감상실, 분식센터, 빵집이 넘쳤으며 네거리는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들로 좁았다. 인터넷 예약이 없던 시절 어쩌다 교보빌딩 건너편 지금의 동화빌딩 자리에 있던 국제극장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도 걸린 주말이면 긴 줄이 신문로 덕수제과까지 이어졌다. [청춘의 데이트] 이런 지정학적인 변인과는 별도로 광화문을 낭만스럽게 만든 것은 덕수궁 돌담길이다. 돌담길은 그리 내놓을 것도 자랑할 것도 없는 서울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낭만을 선사하며 버티고 있다. 돌담길이 지금처럼 유명해진 데는 MBC가 한몫했다. 지금 정동 입구에 있는 경향신문은 여의도로 이전하기 전의 MBC 사옥이다. 고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멋쟁이 건물. 그런 MBC 건너편에는 이딸리아노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이름을 보고 이탈리아 식당으로 알면 오산이다. 지금처럼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식당 등등으로 분화되기 전에는 그저 종합 양식당 정도였다. 지상파만 있던 그 시절 이딸리아노는 방송사 앞에 위치한 덕에 문전성시를 이뤘다. 출연을 기다리거나 끝낸 연예인, 당대의 명망가들은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흔치 않은 방송 출연에서 오는 흥분을 달랜 뒤 돌담길을 따라 시청 쪽으로 나가 버스를 타곤 했다. 그래서 그 당시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 보면 유명 연예인이나 명사들과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잦았다.이딸리아노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짠해 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옛날 서울고, 이화여고 졸업생들이다. 모두가 가난했던 그 시절 식당은 장안의 명소였고, 이전하기 전의 서울고와 이화여고의 딱 중간에 자리한 탓에 두 학교 재학생들 간 정분이 유별났다. 조숙한 이들은 이미 고 1때 언약하고 또 그래서 결혼까지 성공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전해진다.지금의 기성세대가 휘젓고 다녔던 광화문, 종로통에는 묘한 냄새가 있다. 서울의 심장, 이 웅장한 네거리에는 혁명의 피 냄새도 있고 백성들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것 없는 왕조의 남루함도 배어 있다. 광화문 일대가 지금의 대중에게 감성적으로 먹혀드는 데는 노래 ‘광화문 연가’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봐야 한다. 노래는 거대 빌딩숲으로 숨막히는 광화문 일대에 따스한 온기를 입히고 있다. 메마른 도회인들에게 ‘연가’라는 매력적인 단어를 이용해 추억과 낭만이라는 덧칠 작업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는 의미다. 광화문은 누가 뭐래도 서울의 중심. 압구정동, 청담동, 강남역 일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광화문을 따라오기는 힘들다.[슬픔 & 그리움] 그러나 정작 덕수궁 돌담길에는 비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별에서 오는 후회 또는 상처들이다. 그래서 이문세는 노래 ‘광화문 연가’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연인들이 언젠가는 모두 이별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랫말처럼 세월을 따라 그 시절 청춘들은 모두 떠났고 언덕 밑 정동길엔 빛바랜 감리교회만 힘겹게 남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과거를 음미하게 된다. 연전에 세워진 작사자 이영훈의 추모비는 검박하지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기성세대의 연민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추모패에 새겨진 글귀다. 이처럼 광화문 네거리는 기성세대에게는 마르지 않는 추억의 샘이다. 저 브라질에 있는 해변 이름을 따온 ‘코파카바나’란 나이트에서 얼마나 마음 졸이며 고팅 파트너를 기다렸던가. 이 서울의 중심은 청춘의 한 자락에 그렇게 새겨져 남았다. 비록 턱없는 센티멘털리즘 때문에 다소간의 과장이 있긴 해도 광화문은 기성세대에게 열병처럼 지나온 젊은 날의 그리움과 슬픔을 안겨준다. 오, 장려했느니 그 시절들. 지나가 버린 것은 더 큰 그리움으로 다가온다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은 지금의 중년에게는 오히려 더 큰 슬픔이 된다.●김동률 교수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 매체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정부 공공기관 평가위원, KBS 경영평가위원, YTN·MBC·SBS 시청자위원, 방송통신심의위 특별심의위원, 영화진흥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와 EBS 이사, 다수의 TV 시사 프로그램 앵커로 활동하고 있다.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유려한 문장과 설득력 있는 글로 이뤄진 기명 칼럼을 주요 일간지에 꾸준히 게재하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에세이는 고교 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하다. 저서로 ‘신문경영론: MBA저널리즘’, ‘철학자들의 언론강의’, ‘인생 한곡’ 등이 있다.
  • 역사 속 인물들 펼쳐지는 도봉구길

    역사 속 인물들 펼쳐지는 도봉구길

    서울 도봉구는 우리 근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이름을 따 명예도로명을 지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명예도로 지정은 구가 추진하는 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사업과 연계해 진행하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최근 역사 교과서 등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민족과 국가를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사신 분들을 기려, 주민들과 학생들이 그 사실을 알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지정된 명예도로의 명칭은 ▲김수영길(방학로15길1~시루봉로5길1) ▲함석헌길(도봉로123길1~62) ▲전형필길(지도·시루봉로126~206) 등이다. 명예도로 사용기간은 5년이다. 김수영 시인은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자유시인으로 저항적인 시를 통해 독재에 맞섰다. 독립운동가이자 종교인, 철학자, 인문학자인 함석헌 선생은 ‘한국의 간디’라고 불릴 정도로 인권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은 훈민정음 해례본 등 민족문화유산 수호자 역할을 해 왔다. 구 관계자는 “김수영길은 520m, 함석헌길은 315m, 전형필길은 810m로 길지는 않다”면서도 “이 길을 방문한다면 인근의 기념관과 가옥을 꼭 한번 가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한편 구는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8월 ‘가인 김병로길’을 지정한 바 있다. 이동진 구청장은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딴 명예도로명 지정을 통해 역사 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역사문화관광벨트와 연결된 이 명예도로를 통해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자긍심은 물론 애국심을 불러 일으키고 역사적 인물들의 고귀한 정신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역사 속 인물들 펼쳐지는 도봉구길

    역사 속 인물들 펼쳐지는 도봉구길

    서울 도봉구는 우리 근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이름을 따 명예도로명을 지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명예도로 지정은 구가 추진하는 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사업과 연계해 진행하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최근 역사 교과서 등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민족과 국가를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사신 분들을 기려, 주민들과 학생들이 그 사실을 알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지정된 명예도로의 명칭은 ▲김수영길(방학로15길1~시루봉로5길1) ▲함석헌길(도봉로123길1~62) ▲전형필길(지도·시루봉로126~206) 등이다. 명예도로 사용기간은 5년이다. 김수영 시인은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자유시인으로 저항적인 시를 통해 독재에 맞섰다. 독립운동가이자 종교인, 철학자, 인문학자인 함석헌 선생은 ‘한국의 간디’라고 불릴 정도로 인권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은 훈민정음 해례본 등 민족문화유산 수호자 역할을 해 왔다. 구 관계자는 “김수영길은 520m, 함석헌길은 315m, 전형필길은 810m로 길지는 않다”면서도 “이 길을 방문한다면 인근의 기념관과 가옥을 꼭 한번 가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한편 구는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8월 ‘가인 김병로길’을 지정한 바 있다. 이동진 구청장은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딴 명예도로명 지정을 통해 역사 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역사문화관광벨트와 연결된 이 명예도로를 통해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자긍심은 물론 애국심을 불러 일으키고 역사적 인물들의 고귀한 정신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열린세상] 말은 민주정치, 행동은 중우정치/허만형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열린세상] 말은 민주정치, 행동은 중우정치/허만형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의 공천 규칙을 놓고 난투극을 벌이는 모습을 보니 또다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나 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들고나와 야당의 동참을 압박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를 발표하는 촌극을 벌였다. 안심번호 공천제가 청와대의 반발로 무산되자 여야 모두 공천심사기구 구성과 전략공천 문제로 시끄럽다. 여당은 친박과 비박, 야당은 친노와 비노로 나누어 공천 주도권 잡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때로는 물밑, 때로는 수면으로 갈등의 예각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접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을 앞세우던 정치인들은 공천이란 밥그릇 앞에서는 좀처럼 이 낱말을 꺼내지 않는다. 기득권을 지켜야 하기 때문인지 오로지 내년 총선에서의 생존을 위한 게임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양당 모두 당헌 당규가 있으나 모두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정치 게임의 관전자들이 지켜보면 심판 없는 운동경기를 보는 듯 난삽하기 짝이 없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공천 게임 참가 선수들의 안중에는 국민은 없는 듯하다.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그런 정책 문제를 다룰 인재 영입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내년 총선 후 구성될 20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는 막중하다. 청년실업률은 10%를 넘겨 청년의무고용제와 같은 극단적인 정책 수단이 요구된다. 65세 이상 노인 절반이 빈곤층이며,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아 연금 개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장기침체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빠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출범에 따른 대응책도 시급하다. 그런데도 자기 이익을 챙기기 위한 권모술수만 난무하는 정치 현상은 참으로 안타깝다. 국가의 미래보다는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려는 정치 현장을 보면 대한민국에 중우정치의 유령이 떠다닌다는 느낌을 받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민주주의의 산실이었던 아테네의 몰락 원인을 중우정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다수의 어리석은 군중이 이끄는 정치가 중우정치이며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중우정치꾼들이 들끓자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의 어두운 그림자, 중우정치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인기영합주의가 판을 치는 정치 행태, 정치만 있고 정책은 없는 정치 현장, 전문가는 드물고 정치꾼이 난무하는 정치집단, 정책관 없는 인기인만이 선택받는 정치시장 등 모두 우리 정치 현장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주의의 탈을 쓴 중우정치가 세를 얻으면 건전한 상식을 가진 유권자가 공직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진다. 덕목을 갖춘 인재는 공직 후보자 출마 기회를 얻지 못하고, 인기인이 출마해 유권자를 현혹시키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회를 줘도 공직 후보로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자연히 자격미달 후보가 앞장서서 공직에 출마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은 정치에 등을 돌린다. 마지못해 투표소에 가더라도 최고 중의 최고를 찍을 수 없어 조금이라도 덜 모자라는 사람을 찍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선거는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고, 후보자는 축제의 장을 장식하는 꽃이다. 적어도 공익관, 전문성, 그리고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어야 축제의 꽃으로서 의미가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현재의 19대 국회에 대해 국민 10명 중 8명은 잘못했다고 평가했고, 절반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현역 의원의 교체를 바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흠결 없는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기대하기란 어렵지만 적어도 공천이라는 정치 수단으로 중우정치가 판을 치는 현상은 막아야 한다. 누구 편은 되고, 누구 편은 안 된다는 접근은 중우정치를 낳는 통로만 제공할 뿐이다. 당 내에 인물이 없으면 당 외에서 찾을 수도 있다. 여야 모두 민주주의의 꽃이 될 인물을 선보일 공천심사기구의 구성을 기대한다.
  • [저자와 차 한잔] 1300년 한국철학 흐름 엮은 ‘한국철학사’ 발간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저자와 차 한잔] 1300년 한국철학 흐름 엮은 ‘한국철학사’ 발간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그런데, 교수님이 말씀하신 철학과 우리 현실은 다르지 않나요?” 전호근(53)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일반인 혹은 대학생들에게 고전철학을 강의할 때면 빈번히 나오는 질문 중 하나다. “그럼 손자병법만 읽으면 될 것 같나?”라고 되묻고 싶지만 꿀꺽 삼킨 뒤 “현답(賢答)이 필요한 질문이네요” 하면서 애써 피해 간다고 한다. 우문(愚問)이라는 뜻의 에두름이다. 물론 전 교수 역시 잘 알고 있다. 좌우 갈등과 대립이 극심한 현실에서 철학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쉴 새 없이 경쟁에 내몰리고 경제적인 공포와 삶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철학은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대상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연구실에서 만난 전 교수는 “많은 이들이 철학을 골치 아프고 까다로운 개념의 용어투성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서양철학처럼 그 사유 구조와 생성 배경이 우리네 삶과 유리된 것을 철학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최근 ‘한국철학사’(메멘토 펴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유기도 하다. ‘한국철학사’는 삼국시대 불교철학자 원효(617~686), 의상(625~702)부터 현대철학자 박종홍(1903~1976), 함석헌(1901~1989) 등에 이르기까지 1300년에 걸쳐 대표적인 철학자 35인의 삶과 사상을 통해 한국철학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짚어낸 책이다. 특히 쉬운 입말과 입글로 풀어내 철학에 덧씌워져 있는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혐의를 벗어내고자 했다. 그는 “한국이 근대화를 거쳐 갔지만 서양철학 아닌 한국철학만으로도 근대의 각종 현상을 설명하지 못할 부분이 없다”면서 “예컨대 원효의 명저인 ‘대승기신론소’나 퇴계 이황의 이기론은 한국 사회의 각종 모순 및 개인의 욕망과 도덕 문제 등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학 자체가 ‘지금, 여기’에 놓인 과제를 풀 수 있는 수단임을 말하는 동시에 한국철학이 서양철학에 의해 타자화되고 위계화되는 현상에 대한 지적이다. 특히 성리학 전공자답게 조선시대 지배계급의 사상이며 봉건시대의 이데올로기쯤으로 폄하되던 성리학에 대해 그가 펼치는 변론도 흥미롭다. 성리학은 유가의 계승이지만 공자, 맹자, 순자류뿐 아니라 도가의 우주론, 불교의 인식론이 종합된 이론으로 자리매김된다. 고리타분한 당대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을 포용하고 수용한 철학이라는 설명이다. 퇴계 이황, 율곡 이이는 물론 화담 서경덕(1489~1546) 등을 통해 이를 입증한다. 전 교수가 한 줄로 정리하는 1300년 한국철학의 정수는 ‘극단의 대립에 대한 화해와 통합, 타자에 대한 포용’에 있다. 현대불교 및 한국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강조되는 원효의 ‘화쟁(和諍)사상’을 비롯해 생명철학자 장일순(1928~1994)에 이르기까지 대립과 갈등 속에서 평화로운 공존 및 포용을 지향해 왔다. 그렇기에 한국 현대철학의 거인이면서 마지막 삶을 군사정권의 이데올로그로 살았던 박종홍과 끊임없이 권력과 맞서 싸워 왔던 함석헌, 유영모, 그리고 일제강점기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신남철(1903~?), 박치우(1909~1949)를 현대철학의 대표 지성으로 내세운 부분이 설명된다. 책과 강의를 통해 한국철학이 강조하는 화쟁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는 “철학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당신의 삶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 이미 철학을 할 준비를 끝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우리 집의 세계화(차인석 지음, 진형준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유네스코 한국위 사무총장, 국제철학인문학협의회장 등을 지낸 원로 철학자인 저자가 여러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했던 논문 중 다문화 세계에서 공존할 수 있는 글로벌 윤리를 주제로 골라내 엮었다. 존 듀이의 ‘위대한 공동체’ 개념을 기초 삼아 서구와 비서구 각각의 환경에 맞는 근대화,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개혁자유주의를 제시한다. 대항마 없이 폭주하는 신자유주의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모델이 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를 절충한 형태로서 개혁자유주의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로써 무한경쟁을 통한 승자독식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차분히 역설한다. 제목은 ‘세계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우리 집처럼 자신의 생활 세계로 받아들임’을 함의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 아닌 대안적 성찰과 고민이 돋보인다. 184쪽. 1만 2000원. 유럽의 첫 번째 태양, 스페인(서희석·호세 안토니오 팔마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매년 해외로 1500만명이 나가는 시대다. 또한 일부러 찾아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묵묵히 걷는 이들 역시 부지기수다. 스페인 자체가 낯선 때는 지났다. 하지만 스페인을 제대로 알고 떠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처음 만나는 스페인의 역사와 전설’이라는 부제를 붙일 만큼 스페인의 역사와 이야기, 전설을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스페인에 정착해 5년째 스페인 사람처럼 지내는 한국인과 국립 세비야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스페인 청년이 이베리아 반도 곳곳에 얽힌 역사의 흔적, 전설의 기억, 건축과 미술의 향기 등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책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스페인은 신화시대부터 시작해 대항해시대까지 페니키아,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 게르만, 무슬림 등 다민족이 지나간 공간이기에 민족과 문화별 전설의 원형이 고스란히 남았고, 또한 스페인만의 전설과 이야기를 창출해냈다. 392쪽, 1만 5000원.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시진핑 지음, 차혜석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11월 15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과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인민이 동경하는 행복한 생활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다’라는 주제로 발표한 연설을 시작으로 2014년 6월 13일 중앙재정경제 지도소조에서 한 ‘에너지 생산과 소비 혁명을 적극 추진하자’는 연설까지 담화, 연설, 문답, 회시, 축하서신 등 79편의 육성을 모았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중화민족의 부흥, 개혁, 경제발전, 법치, 문화, 국방, 통일, 중·미관계 등 외교, 생태, 부패척결 등 모든 부문에 걸쳐 그가 만들고자 하는 중국사회의 총체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중국몽(中國夢)을 얘기하며 대국굴기(大國?起)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해가는 시진핑 시대 중국 사회의 현 주소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가 만들어낼 앞으로 7년의 중국이 나아갈 방향 및 속도, 내용 등을 내다볼 수 있다. 564쪽, 2만 8000원.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대(제프리 삭스 지음, 홍성완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030년까지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지난달 열린 제70차 유엔 총회의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공식 채택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집대성한 책이다. 인류가 당면한 과제는 인구 증가와 재화 자원의 고갈이다. 그리고 부의 편중 등 사회 양극화, 기후변화 등 경제성장으로 파생되는 전 지구적 문제들이다. 빈곤, 불평등, 전쟁, 환경 파괴 등으로 드러난다. 인류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것들이다. 당연히 책의 내용은 대단히 방대하다. 한 국가 안의 소득 불평등, 국가끼리의 빈부 격차, 극단적 빈곤의 종식을 위한 공적개발원조, 지구위험한계선을 위협하는 식량·환경 문제, 분열된 모습의 통합, 보편적 의료,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등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시각 자료와 통계 등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며 개인과 사회, 국가의 행동지침임을 일깨워준다. 568쪽, 4만 2000원.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수도원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안젤름 그륀·요헨 차이츠 지음, 윤선아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독일 뮌스터슈바르자크 수도원의 재정담당 신부와 스포츠 브랜드 푸마의 최고 경영자 요헨 차이츠의 대담집. 안젤름 그륀 신부는 20여개의 사업장에 30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중소기업이기도 한 베네딕도 수도원의 재정을 30년 넘게 책임지고 있는 인물. 요헨 차이츠는 서른 살의 나이에 망해가는 기업 푸마의 회장에 취임한 뒤 거대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시킨 주인공. 두 사람이 성공과 책임, 경제와 복지, 문화와 가치, 돈과 양심에 대한 의견을 솔직하게 주고받았다. 임시 수도자로서 잠시 수도원에 머물렀던 차이츠 회장은 수도원의 조화로운 생활 방식이 경영에 적용되면 사람, 자연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미래의 경영 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륀 신부는 거대 기업을 찾아가 그들의 회의 방식과 치밀한 목표 설정, 운영 지침 등을 둘러본 뒤 수도원의 부족한 전문적 경영 기법을 보충했다. 296쪽. 1만 5000원.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이기화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한국 지진학 박사 1호’인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진의 비밀을 알기 쉽게 설명한 교양서.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부터 시작해 지진파, 지진 현상, 지진 재해 등 지진학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풀었다. 저자는 1978년 홍성 지진 발생 직전 서울대에 부임해 지진파 분석으로 한반도 지각 구조를 사상 처음 밝혀낸 주인공. 한반도 지각구조 형성의 지질학적 역사를 분석해 주목받았다. 책은 지진학의 역사와 기본 원리, 한반도의 지진 문제 등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이야기 식으로 풀어내고 특강 형식의 코너를 만들어 지진학의 핵심 원리를 소개해 눈길을 끈다. 특히 핵실험을 통해 인공지진을 유발함으로써 지진 예지 기술을 연구한 미국과 소련, 다양한 동물 본능까지 지진 예지에 응용한 중국, 19세기 근대화 초기부터 치밀하게 연구를 축적해 온 일본 등 성공과 좌절을 거듭했던 지진 예지의 다양한 역사가 흥미롭다. 320쪽. 1만 7500원. 함께 읽는 성서(송주성 지음, 우물이 있는 집 펴냄) ‘종교를 그대로 둔 채 부패한 윤리 체계, 국가 및 법률 체제를 바꾸는 것은 미친 짓이다.’ 시인 겸 독립문학자가 ‘현대 인문 지성’으로 꼽히는 인물들의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주장을 알기 쉽게 재구성, 서술했다. 철학자 니체·헤겔·하이데거·키르케고르,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프로이트·발터 벤야민, 오늘날 세계 최고의 스타 지식인이라는 슬라보이 지제크, 알랭 바디우, 르네 지라르, 카를 슈미트 등이 망라됐다. 이들을 도마에 올려 권력화, 보수화된 기독교 성서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신랄하게 던지고 있다. 신의 정의, 신과 인간의 관계, 신과 타자, 사랑과 용서, 죄와 벌, 구원의 시간과 현재, 욕망과 죄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이해 등 신학적 주요 주제들을 인문학적 차원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게 특징. 특히 성서 속에서 유대교의 패러다임과 예수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길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560쪽. 2만 2000원. 왜 눈떠야 할까(김신일·민영진·이만열 외 지음, 신앙과지성사 펴냄) ‘급변하는 현대 세계의 문화적 충돌과 다양성 속 그리스도인의 성숙한 문화를 창출할 길은 무엇일까.’ 기독교계에서 독창적인 시각과 신선한 글쓰기로 소문난 인물 16명이 세상과 진리에 대해 애정어린 성찰의 길을 제시했다. 환경, 사회, 교육, 여성, 복지, 국제관계, 영성, 성서, 역사, 신학, 인문학, 종교, 삶과 죽음 등에 대한 나름의 고민과 진정어린 충고를 담았다. 공통의 주장은 바로 보고, 바로 알고, 바로 믿어 제대로 통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이 세상과 진리에 바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수께서 십자가를 통해 보여주신 진정한 자유의 길은 배타나 독선, 구별됨이 아닌 관용과 공감, 환대의 길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우상과 맹신, 차별과 편견의 벽을 허물고 ‘지금 여기’에서 진리에 눈떠야 한다며 바른 믿음 생활의 길을 공통적으로 제시한다. 335쪽. 1만 5000원.
  • 한가위 연휴 읽을 만한 책 4권

    한가위 연휴 읽을 만한 책 4권

    ● 수도원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안젤름 그륀·요헨 차이츠 지음, 윤선아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독일 뮌스터슈바르자크 수도원의 재정담당 신부와 스포츠 브랜드 푸마의 최고 경영자 요헨 차이츠의 대담집. 안젤름 그륀 신부는 20여개의 사업장에 30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중소기업이기도 한 베네딕도 수도원의 재정을 30년 넘게 책임지고 있는 인물. 요헨 차이츠는 서른 살의 나이에 망해가는 기업 푸마의 회장에 취임한 뒤 거대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시킨 주인공. 두 사람이 성공과 책임, 경제와 복지, 문화와 가치, 돈과 양심에 대한 의견을 솔직하게 주고받았다. 임시 수도자로서 잠시 수도원에 머물렀던 차이츠 회장은 수도원의 조화로운 생활 방식이 경영에 적용되면 사람, 자연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미래의 경영 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륀 신부는 거대 기업을 찾아가 그들의 회의 방식과 치밀한 목표 설정, 운영 지침 등을 둘러본 뒤 수도원의 부족한 전문적 경영 기법을 보충했다. 296쪽. 1만 5000원.   ●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이기화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한국 지진학 박사 1호’인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진의 비밀을 알기 쉽게 설명한 교양서.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부터 시작해 지진파, 지진 현상, 지진 재해 등 지진학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풀었다. 저자는 1978년 홍성 지진 발생 직전 서울대에 부임해 지진파 분석으로 한반도 지각 구조를 사상 처음 밝혀낸 주인공. 한반도 지각구조 형성의 지질학적 역사를 분석해 주목받았다. 책은 지진학의 역사와 기본 원리, 한반도의 지진 문제 등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이야기 식으로 풀어내고 특강 형식의 코너를 만들어 지진학의 핵심 원리를 소개해 눈길을 끈다. 특히 핵실험을 통해 인공지진을 유발함으로써 지진 예지 기술을 연구한 미국과 소련, 다양한 동물 본능까지 지진 예지에 응용한 중국, 19세기 근대화 초기부터 치밀하게 연구를 축적해 온 일본 등 성공과 좌절을 거듭했던 지진 예지의 다양한 역사가 흥미롭다. 320쪽. 1만 7500원.   ● 함께 읽는 성서(송주성 지음, 우물이 있는 집 펴냄) ‘종교를 그대로 둔 채 부패한 윤리 체계, 국가 및 법률 체제를 바꾸는 것은 미친 짓이다.’ 시인 겸 독립문학자가 ‘현대 인문 지성’으로 꼽히는 인물들의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주장을 알기 쉽게 재구성, 서술했다. 철학자 니체·헤겔·하이데거·키르케고르,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프로이트·발터 벤야민, 오늘날 세계 최고의 스타 지식인이라는 슬라보이 지제크, 알랭 바디우, 르네 지라르, 카를 슈미트 등이 망라됐다. 이들을 도마에 올려 권력화, 보수화된 기독교 성서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신랄하게 던지고 있다. 신의 정의, 신과 인간의 관계, 신과 타자, 사랑과 용서, 죄와 벌, 구원의 시간과 현재, 욕망과 죄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이해 등 신학적 주요 주제들을 인문학적 차원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게 특징. 특히 성서 속에서 유대교의 패러다임과 예수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길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560쪽. 2만 2000원.   ● 왜 눈떠야 할까(김신일·민영진·이만열 외 지음, 신앙과지성사 펴냄) ‘급변하는 현대 세계의 문화적 충돌과 다양성 속 그리스도인의 성숙한 문화를 창출할 길은 무엇일까.’ 기독교계에서 독창적인 시각과 신선한 글쓰기로 소문난 인물 16명이 세상과 진리에 대해 애정어린 성찰의 길을 제시했다. 환경, 사회, 교육, 여성, 복지, 국제관계, 영성, 성서, 역사, 신학, 인문학, 종교, 삶과 죽음 등에 대한 나름의 고민과 진정어린 충고를 담았다. 공통의 주장은 바로 보고, 바로 알고, 바로 믿어 제대로 통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이 세상과 진리에 바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수께서 십자가를 통해 보여주신 진정한 자유의 길은 배타나 독선, 구별됨이 아닌 관용과 공감, 환대의 길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우상과 맹신, 차별과 편견의 벽을 허물고 ‘지금 여기’에서 진리에 눈떠야 한다며 바른 믿음 생활의 길을 공통적으로 제시한다. 335쪽. 1만 5000원.
  • [시론] 차이가 유커를 다시 부른다/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시론] 차이가 유커를 다시 부른다/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최근 한국 관광산업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펴낸 ‘관광동향분석’에 따르면 메르스가 발생한 5월 이후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6월에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 41%, 7월에는 마이너스 53%의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은 더 영향을 받아 6월은 마이너스 45%, 7월은 마이너스 63%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8월에 들어서면서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수준보다 6.6% 증가한 21만 6705명을 기록해 회복세로 돌아섰다. 중국 최대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가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그동안 국내 관광업계가 겪었던 어려움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메르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도 긴밀히 협력했다. 대규모 우호사절단을 중국 주요 도시에 파견하고, 케이팝 콘서트를 열고, 코리아그랜드세일을 조기 실시해 한국 방문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해외 관광을 떠나는 중국인이 연간 1억명이 넘는다. 2020년에는 2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방한 유커는 최근 몇 년간 약 20%씩 줄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을 대체하는 우리의 주 고객이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해외여행을 할 잠재 중국인 관광객 수가 많으니 한국에 오는 신규 관광객 수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다. 이미 한국을 방문했던 유커도 다른 목적지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2014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방문율이 약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가운데 50.4%는 여행 목적지로 일본과 한국을 저울질하다가 온 사람들이다. 어떻게 하면 중국인 관광객을 계속 유치할 수 있을까.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차이’를 강조한다. 반복적인 행동도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했다. 들뢰즈가 예로 든 것은 모네가 그린 ‘수련’ 작품이다. 아침·낮·저녁으로 시간에 따른 빛의 차이는 같은 대상도 다른 느낌을 만들기 때문에 여러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차이는 관광에서도 중요한 매력이다. 관광지로서 한국의 매력을 새롭게 하고 한국적 차이를 통해 유커의 지속적인 방문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첫째, 차이를 생성해야 한다. 주요 관광지와 거리가 중국식으로 바뀌는 것은 고민해 봐야 한다. 이것은 친숙하게는 만들지만 새로움을 주지는 못한다. 차이나타운 거리처럼 어느 한 곳에 국제 문화구역을 개발하는 것은 좋지만 전체적으로 중국식으로 변해 버리는 것은 한국적인 매력을 잃어 가는 것이다. 새로운 관광지와 콘텐츠를 계속 개발해야 한다. 서울을 예로 들면 광화문과 명동 중심의 전통적 관광지에서 벗어나 강남이나 한강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광 인프라, 프로그램, 이야깃거리를 확충해야 한다. 전국적인 범위에서도 수도권과 제주도 중심에서 다른 지방을 연계해 새로운 지방관광 콘텐츠와 매력을 연결시켜야 한다. 둘째, 있던 것을 변화시켜 차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기존 관광을 새롭게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지금까지 관광이 ‘성과’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관계’ 중심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이 혼잡과 소음으로 고통받는 관광은 오래가지 못한다.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관광이어야 하고, 진심으로 국민이 환대할 수 있어야 관광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 유커로 하여금 유명 관광지 뒤편, 골목의 재미를 체험하게 하는 것도 차이를 다양화하는 방법이다. 최근 주목받는 재래시장, 골목여행, 거리여행은 우리의 일상문화를 통해 소소한 즐거움을 특화시키는 전략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작은 축제는 화려하진 않지만 쉽게 다가가서 체험할 수 있는 생활문화다. 유커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차이를 관광 분야에서만 창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민간을 포함한 지자체와 범정부적 협조 등 다양한 사회 전반의 협력을 통해야 비로소 새로운 차이와 우리만의 매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차이의 매력을 통해 유커를 포함한 외래 관광객이 다시 방문하고 싶은 한국이 되길 기대한다.
  • [길섶에서] 교황의 구두/최광숙 논설위원

    누구나 신는 구두. 하지만 그 구두의 모양은 제각각이다. 마녀의 코처럼 앞부분이 뾰족한 구두가 있는가 하면 젖살이 오른 아기 볼처럼 둥근 구두가 있다. 가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앞사람의 구두를 보며 그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상상할 때가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구두 한 켤레’ 등 구두 작품을 8개나 남겼다. 칙칙한 어둠 속의 낡아 너덜너덜해진 구두는 신발을 끌고 다니며 일한 누군가의 땀이 배어 있는 듯해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 후세에 구두 그림을 놓고 철학자와 미술사학자 간에 논쟁이 벌어졌을 정도로 고흐의 구두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 구두의 주인은 힘들게 노동했던 농부의 아내라는 철학자의 주장보다는 고된 예술가의 삶을 산 고흐의 자화상이라는 미술사학자의 주장이 더 일리 있지 않을까. 어제 쿠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검은 구두 사진이 실린 신문을 봤다. 끈이 달린 아주 소박한 신발이다. 전임 교황은 빨간색 명품 구두를 신었다는데, 이번 교황의 구두는 고향 아르헨티나의 작은 구둣방에서 40년째 맞춰 신는 구두란다. 구두에도 신는 사람의 삶이 오롯이 담기기 마련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늘어만가는 ‘동물실험’… “우리도 고통을 느껴요”

    [송혜민의 월드why] 늘어만가는 ‘동물실험’… “우리도 고통을 느껴요”

    최근 뉴질랜드 환경과학연구소가 살아있는 돼지 5마리를 실험용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그 자리에서 총을 쏴 죽게 한 일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숨이 붙어있는 돼지의 머리에 총을 겨눈 것은 근거리에서 총에 맞을 경우 혈흔이 튀거나 흐르는 패턴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사람이 자살했을 때 혹은 타인에 의해 총상을 입었을 때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는 연구 자료를 축적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이 동물실험은) 그저 잔인하고, 동시에 변명할 여지가 없는 폭력적인 실험이었을 뿐”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는 수식어를 동반한 동물실험은 법의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실험방법 중 하나임과 동시에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동물실험…가장 많이 활용되는 동물은 설치류 동물실험이 체계를 갖춰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지만,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동물의 해부를 통한 동물실험은 존재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의 해부와 관찰을 통해 해부학을 발전시켰다. 이후 동물실험이 실시되는 분야와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를 시작으로, 현재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의류,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동물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의 수는 1억 5000만~2억 마리에 달한다. 이중 실험실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실험동물은 쥐나 생쥐 등의 설치류로, 무려 80%의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에서만 연간 설치류 3000만 마리가 좁은 우리나 실험용 테이블 위에서 죽어가고, 한국에서는 2013년 한 해 동안 175만 마리의 동물이 실험실에서 희생됐다. 최근 ‘각광받는’ 실험동물은 돼지다. 돼지는 장기구조가 인간과 매우 유사한 동물로, 주로 인공장기 및 신약 개발에 사용된다. 무균돼지, 질환모델 돼지 등 종류도 다양한데, 면역력을 낮춰 암이나 당뇨에 걸리게 한 뒤 치료약을 개발하는데 쓰이는 질환모델 돼지의 경우 마리당 가격이 수 천 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동물실험은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신약을 투여하거나 의료기기를 시험하는 위험한 임상실험을 대체해 줄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동물실험을 ‘임상 전(前) 실험’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동물이 인간을 대신해 ‘테스트’ 용도로 쓰인 것은 동물이 인간과 유사한 장기구조를 가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의식 즉 ‘인간은 동물 위에 있다’는 관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물은 동물을 위해 존재하고, 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여겼다. 중세 기독교에서도 동물이 인간에 의해 사용되는 것은 일종의 신의 섭리이자 운명이라고 간주했고, 때문에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동물을 죽이거나 사용하는 것은 죄가 아니었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는 언어의 존재다. 동물실험이 부당하지 않다는 주장에는, 인간은 동물과 달리 고유의 언어를 통해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고차원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내포돼 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동물에게도 인간과 다른 형태의 언어와 의사소통체계가 존재한다는 것,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현재의 상황을 판단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증명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은 ‘동물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인권에서 파생된 동물권은 호주 철학자 피터 싱어가 제시한 개념으로, 동물이 그저 실험도구나 식량, 옷의 재료 등으로 쓰여서는 안되며 하나의 생명체로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의 주장에 불과했던 동물권을 세계 최초로 헌법에 명시한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은 2002년 ‘국가는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생명의 자연적 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가진다’라며 동물권을 보장하기 시작했다. ▲‘돈 되는’ 실험동물…‘반대 목소리’와 ‘시장규모’의 아이러니한 비례성장 동물권이 확산되면서 동물실험이 비인간적인 학대와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동시에 동물실험의 시장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저 의학의 일부였던 과거와 달리 돈이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질환모델 동물의 경우 세계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11억 달러(약 1조 3010억 원)에 이르며, 2018년에는 18억 달러(약 2조 13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경우 현재 실험동물시장 규모는 약 2000억 원 수준이다. ‘동물실험 반대’와 ‘동물실험 시장’의 아이러니한 비례성장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의 잔인함을 비난하는 동물실험 반대 주장의 글 바로 아래에는 동물실험으로 돈을 버는 제약회사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글이 나란히 검색된다. 국내외 유수 대학들이 앞다퉈 초대형 동물실험연구소를 설립했다는 기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노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과거에는 없던 신종 바이러스가 속출하면서, 인류는 더 많은 신약과 인공장기를 필요로 하게 됐다. 동시에 인간의 몸을 직접적인 실험대상으로 삼는 임상실험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동물실험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 되어버렸다. 바이오 인공장기 연구와 세계 주식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제약업체들의 뒤에는 대규모 동물실험이 있다. 실험동물시장 규모가 지금 이 순간에도 확대되는 이유다. 이러한 현실의 저반에는 현대의 동물실험이 단순히 인간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닌, 자본의 논리에 따라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이미 숱한 동물의 피로 수혜를 입은 인간의 입장에서, 동물실험을 무작정 반대하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다만 과학의 발전이 더 많은 동물을 죽여 가며 결과를 도출해내는 방향보다, 더 이상 동물을 죽이지 않고도 답을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영국의 철학자인 제레미 벤담이 동물의 권리를 두고 남긴 다음의 말이, 어쩌면 동물실험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자 정답이지 않을까. “문제는 ‘그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가?’ 나 ‘그들이 말할 줄 아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고통을 느끼는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동물실험...꼭 필요한가요?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동물실험...꼭 필요한가요?

    최근 뉴질랜드 환경과학연구소가 살아있는 돼지 5마리를 실험용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그 자리에서 총을 쏴 죽게 한 일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숨이 붙어있는 돼지의 머리에 총을 겨눈 것은 근거리에서 총에 맞을 경우 혈흔이 튀거나 흐르는 패턴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사람이 자살했을 때 혹은 타인에 의해 총상을 입었을 때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는 연구 자료를 축적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이 동물실험은) 그저 잔인하고, 동시에 변명할 여지가 없는 폭력적인 실험이었을 뿐”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는 수식어를 동반한 동물실험은 법의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실험방법 중 하나임과 동시에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동물실험…가장 많이 활용되는 동물은 설치류 동물실험이 체계를 갖춰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지만,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동물의 해부를 통한 동물실험은 존재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의 해부와 관찰을 통해 해부학을 발전시켰다. 이후 동물실험이 실시되는 분야와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를 시작으로, 현재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의류,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동물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의 수는 1억 5000만~2억 마리에 달한다. 이중 실험실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실험동물은 쥐나 생쥐 등의 설치류로, 무려 80%의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에서만 연간 설치류 3000만 마리가 좁은 우리나 실험용 테이블 위에서 죽어가고, 한국에서는 2013년 한 해 동안 175만 마리의 동물이 실험실에서 희생됐다. 최근 ‘각광받는’ 실험동물은 돼지다. 돼지는 장기구조가 인간과 매우 유사한 동물로, 주로 인공장기 및 신약 개발에 사용된다. 무균돼지, 질환모델 돼지 등 종류도 다양한데, 면역력을 낮춰 암이나 당뇨에 걸리게 한 뒤 치료약을 개발하는데 쓰이는 질환모델 돼지의 경우 마리당 가격이 수 천 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동물실험은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신약을 투여하거나 의료기기를 시험하는 위험한 임상실험을 대체해 줄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동물실험을 ‘임상 전(前) 실험’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동물이 인간을 대신해 ‘테스트’ 용도로 쓰인 것은 동물이 인간과 유사한 장기구조를 가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의식 즉 ‘인간은 동물 위에 있다’는 관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물은 동물을 위해 존재하고, 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여겼다. 중세 기독교에서도 동물이 인간에 의해 사용되는 것은 일종의 신의 섭리이자 운명이라고 간주했고, 때문에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동물을 죽이거나 사용하는 것은 죄가 아니었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는 언어의 존재다. 동물실험이 부당하지 않다는 주장에는, 인간은 동물과 달리 고유의 언어를 통해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고차원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내포돼 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동물에게도 인간과 다른 형태의 언어와 의사소통체계가 존재한다는 것,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현재의 상황을 판단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증명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은 ‘동물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인권에서 파생된 동물권은 호주 철학자 피터 싱어가 제시한 개념으로, 동물이 그저 실험도구나 식량, 옷의 재료 등으로 쓰여서는 안되며 하나의 생명체로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의 주장에 불과했던 동물권을 세계 최초로 헌법에 명시한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은 2002년 ‘국가는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생명의 자연적 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가진다’라며 동물권을 보장하기 시작했다. ▲‘돈 되는’ 실험동물…‘반대 목소리’와 ‘시장규모’의 아이러니한 비례성장 동물권이 확산되면서 동물실험이 비인간적인 학대와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동시에 동물실험의 시장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저 의학의 일부였던 과거와 달리 돈이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질환모델 동물의 경우 세계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11억 달러(약 1조 3010억 원)에 이르며, 2018년에는 18억 달러(약 2조 13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경우 현재 실험동물시장 규모는 약 2000억 원 수준이다. ‘동물실험 반대’와 ‘동물실험 시장’의 아이러니한 비례성장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의 잔인함을 비난하는 동물실험 반대 주장의 글 바로 아래에는 동물실험으로 돈을 버는 제약회사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글이 나란히 검색된다. 국내외 유수 대학들이 앞다퉈 초대형 동물실험연구소를 설립했다는 기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노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과거에는 없던 신종 바이러스가 속출하면서, 인류는 더 많은 신약과 인공장기를 필요로 하게 됐다. 동시에 인간의 몸을 직접적인 실험대상으로 삼는 임상실험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동물실험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 되어버렸다. 바이오 인공장기 연구와 세계 주식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제약업체들의 뒤에는 대규모 동물실험이 있다. 실험동물시장 규모가 지금 이 순간에도 확대되는 이유다. 이러한 현실의 저반에는 현대의 동물실험이 단순히 인간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닌, 자본의 논리에 따라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이미 숱한 동물의 피로 수혜를 입은 인간의 입장에서, 동물실험을 무작정 반대하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다만 과학의 발전이 더 많은 동물을 죽여 가며 결과를 도출해내는 방향보다, 더 이상 동물을 죽이지 않고도 답을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영국의 철학자인 제레미 벤담이 동물의 권리를 두고 남긴 다음의 말이, 어쩌면 동물실험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자 정답이지 않을까. “문제는 ‘그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가?’ 나 ‘그들이 말할 줄 아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고통을 느끼는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마포에서 들어 보는 ‘토정비결’ 이야기

    마포에서 들어 보는 ‘토정비결’ 이야기

    마포 강변에 토정(土亭)을 짓고 백성에게 곡식을 나눠 줘 토정이라는 호가 붙은 이지함이 마포구 용강동에 동상으로 부활했다. ‘토정비결’의 저자로 알려진 이지함이 마포갈비의 고향인 용강동에 ‘토정 이지함 스토리텔링 거리’의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16일 “마포갈비는 마포구의 대표적인 음식문화이지만 마포갈비의 원조인 용강동이 먹고 마시는 소비 위주의 동네가 돼서는 안 된다”며 “용강동 방문객과 지역 주민들에게 먹을거리와 함께 이야깃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특화된 문화관광 자원이 필요했다”며 ‘토정 이지함 스토리텔링 거리’ 조성 사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시작된 용강동의 토정 이지함 스토리텔링 거리 조성 사업에는 모두 3억 7300만원의 예산이 들었다. 용강동 토정로는 마포갈비, 마포주물럭 등을 파는 식당을 비롯해 상점 340여개가 밀집한 거리다. 토정비결은 운수를 점치는 책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희망을 심어 주고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내용의 사언시구로 구성된 ‘조선시대의 자기계발서’로 평가된다. 이지함은 포천과 아산의 현감을 지냈으며 아산 현감으로 있을 때는 걸인청을 만들어 굶주린 백성을 구제했다. 박 구청장은 이지함이 ‘조선시대 경제철학자’라고 설명했다. 토정 이지함 거리에는 ‘운수대통, 토정로!’라는 주제로 이지함 동상, 관람객들이 이지함이 돼 소금을 나눠 줄 수 있는 조형물, 용강동을 상징하는 용의 동상 등이 세워졌다. 17일 이지함 동상 제막식과 함께 17~18일 이틀간 용강동 일대에서 제14회 마포음식문화축제가 열린다. 1970년 마포대교 준공과 함께 양념에 고기를 주물럭거린 주물럭과 갈비는 마포의 대표 음식으로 유명해졌다. 축제 기간에는 삼개공원에서 마포 대표 음식을 반값에 즐길 수 있으며 식당도 10% 싼 값에 음식을 판다. 박 구청장은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과 벨기에의 그랑플라스 광장은 요정 로렐라이와 오줌싸개 동상 같은 이야기가 없었다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용강동도 토정 이지함의 이야기가 있는 관광 명소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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