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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EGER(패션가 산책)

    JAEGER(예거)는 11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정통 브랜드다.1884년 독일의 의학 및 철학자인 구스타프 예거(Gustav Jaeger)의 이름을 따 영국에서 나왔다.구스타프 예거는 염색하지 않은 천연상태의 동물섬유가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고 그의 얘기가 유럽과 미국에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름을 본딴 브랜드인 예거는 가볍고 따뜻한 것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왔다.견고하기도 하다.기존 제품보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제품개발에 관심을 보였다.전통적인 취향을 보이면서도 변화에 뒤지지 않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단순하면서 편안하고 지루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현대적 고전주의」를 표방하며 현대와 전통을 함께 추구한다. 예거의 주 타깃은 30·40대이나 93년에는 젊은 층을 위한 예거 런던(Jaeger London) 여성복도 선보였다.직장이나 사회활동을 위한 정장,주말 및 레저를 위한 자유로운 옷,사교적 모임에 적합한 옷 등으로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나눠진다. 18개국에 270여개의 매장이 있다.신원 에벤에셀이 지난 해에 라이선스로 국내에 도입했다.현대백화점 압구정점,아크리스 백화점,광주의 송원백화점 등 서울 부산 광주 대전의 백화점 6곳과 직영점 4곳,대리점 6곳에서 판매중이다. 코트는 45만∼70만원,드레스는 30만∼45만원,재킷은 29만∼45만원,블라우스는 16만∼24만원,스커트는 16만∼23만원선.니트제품은 18만∼23만원,스카프는 5만∼10만원선이다.
  • 황장엽씨 서울도착을 보며/최평길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

    ◎민주체제 포용력으로 감싸자 한국에 온 칠순의 황장엽 비서를 보는 시각은 통일 견해만큼이나 다양하다.우선 황장엽은 그 근본이 철학자이고 그 나름의 민족주의자이며 북한 정권의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권력 소프트웨어 역할 황장엽은 북한정권이 들어선 이듬해인 1949년,그의 나이 26세에 모스크바 대학 대학원과 철학과에 입학하여 1년간 러시아어를 배우고 다시 3년간의 각고 끝에 1954년에 철학 준박사를 받고 귀국하면서 바로 김일성 대학 철학과장이 된다.그리고 김일성파·연안파·소련파들이 권력을 분점하고 전쟁복구 사업에 전력하여 북한 수준에서 학문활동공간이 있던 1956년 김일성대학 창립10주년 기념 논문집에서 학위논문 「부정의 부정 법칙」을 공산북한사회에 맞추어 발표하게 된다. 그 내용은 낡은 사회인 봉건사회가 부정된 것이 자본주의 사회이고,그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모순의 부정이 공산사회이며,공산주의사회 역시 자기부정으로 한단계 높은 자기긍정의 통합단계로 발전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축적되어온 자본주의 사회의 전통문화와 우수한 생산시설은 그대로 계승된다는 발전의 연속성을 인정하고 노동자계급을 공산사회주의에서 또 한번의 자기부정을 통해 단순노동자­피착취자가 아닌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역량을 가진 인간으로 그려내고 있다. 1956년 3월,20차 소련 공산당 대회에서 후루시초프가 밝힌 스탈린 개인숭배와 1인장기집권 비판 입김은 평양에도 들어온다.따라서 6·25전후복구와 경제발전의 지지부진함을 빌미로 소련파·연안파 제휴세력에게 협공당하던 1956년 제3차 노동당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김일성은 정치적으로 자주·경제적으로 자립,군사적으로 자위하는 국가를 이루기 위해 주체적으로 자기운명을 개척하고 노동당 주위에 하나로 뭉치자는 주체이론을 정립한다.이 시기로부터 황장엽은 김일성 정권의 정당성에 이론적 밑받침을 제공하고,이를 계기로 그의 나이 40대에 김일성 대학총장,50대에 최고인민회의 의장,60대에 사상담당비서,70대에 국제담당비서로 권력 핵심부에 진입한다.황장엽은 힘있는 집행부서보다는 사상 또는 국제분석 담당 분야에서권력 소프트웨어로서 일해왔다.러시아·중국,과거 동구 공산국가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 국제비서는 외무장관,KGB 등 대외부서의 보고서를 종합하는 외교안보의 최고위직이지만 북한에서 그의 당내 권력서열은 20위에 불과하여 김영남 외교부장이나 같은 비서인 계응태,전병호,한성룡 등은 오히려 10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민족주의자로서 고뇌 이렇게 황장엽은 권력 핵심부의 분명한 공산주의 사상가이기는 하지만,북한공산주의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올곧은 철학도였으며,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북한동포를 살리려 북한에서 남쪽으로 온 그나름의 민족주의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또한 그는 6·25전쟁 전인 1949년에 소련에 가서 유학생활을 하고 전쟁이 끝난 후인 1954년에 귀국하여 엄밀한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전범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극우·극화논리 극복을 따라서 황장엽의 망명동기가 민족주의자로서 고뇌와 번민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주체사상은 출범 초기에는 대내외 자주·자위·자립을 강조하는 정리된 하나의 이념체계였으나 70년대 이후 김일성 개인 우상화의 바이블이 되면서 황장엽은 스스로 이러한 변질된 김일성종교에 거리를 두게 되고,김정일은 아버지의 리더십과 차별화를 노리는 과정에서 스승인 황장엽보다는 신세대 황장엽을 대체하려는 것 같다. 그는 공산독재에 항거하여 저항운동을 벌였던 북한판 솔제니친은 아니다.그러나 이제 남한에 오는 그를 북한에서 경험하고 본 바 대로 정직한 북한 현대사를 쓰게 하고 남한에서 보고 싶었던 것을 보게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여,나머지 여생을 조용히 사색하고 집필하며 살 수 있도록 하는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의연함을 보여줄 때이다.그의 망명으로 그의 가족은 물론 12촌 친척까지 숙청이 되었다는 소식이 있고 보면 우리는 그의 인간적 비애를 이해하고,황장엽 리스트 폭로와 국내정국 타개용 카드 사용 그 자체가 국내정치적 이용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동시에 북한정보 획득같은 기술 접근방식보다는 원로철학가,북한전문가,지각있는 정보분석가들로 하여금 그의 대화 파트너가 되게 하여 본인 스스로가 자연스러운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황장엽을 보는 극우,극좌 논리를 극복한 우리의 균형감각이 필요한 때이다.
  • 「술과의 전쟁」 벌인다고 했지만(박갑천 칼럼)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이달들면서 주류업계로 하여금 방송광고를 못하게 하기 위한 「모든 가능한 조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이는 주류협회가 지난 50년동안 자발적으로 금지해온 술광고를 하겠다고 선언한데 따른 대응.지난해 「담배와의 전쟁」에 이어 「술과의 전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렇긴해도 이는 술판매촉진 광고를 규제한다는 것일뿐 술자체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이같은 클린턴 대통령의 지시는 금세기초엽에 워걱거렸던 이나라 「금주법」을 떠올리게 한다.1920년 7월17일 효력을 발생한 「주류의 제조·판매·운반 등을 금지하는 합중국헌법 제18조」가 그것이다. 「고귀한 동기와 원대한 목적을 가진 사회적·경제적 실험」(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말)이었던 이 금주법도 마시는걸 금지하는건 아니었다.만들고 팔고 수출입하는걸 규제했을 뿐이다.그래서 오히려 「음주의시대」가 되는 모순을 보이기도.가령 F S 피츠제럴드의 「말괄량이와 철학자」「재즈시대얘기」등이 그같이 두동진 모습의 사회상을 묘사한다.그뿐인가.밀조주·밀수입주가 나돌고 범법·폭력이 활개치면서 저 유명한 알 카포네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명언(?)을 뱉어내게도 한다.『나는 시민이 바라는 것을 공급했을 뿐이다.내가 범법자라면 선량한 시카고시민들 역시 유죄다』.이 금주법은 시행 14년후 폐지된다. 이런 옛일을 생각하더라도 클린턴 대통령의 대응에 「술과의 전쟁」이라 표현함은 외틀린 것임을 알수 있다.「술장사와의 싸움」이라하면 모를까.「술과의 전쟁」이라 하면 본디뜻과는 달리 술을 못마시게 한다는 뜻으로 여겨지기가 쉽다.또,제도가 못마시게 한다해서 마시지않는다 할수도 없다.되레 술꾼들의 주정섞인 베정적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술은 예나 이제나 두얼굴을 갖는다.잘만 마시면야 건강에도 좋고(술은 모든약 가운데 으뜸·「한서」식화지),사람의 관계를 매끄럽게 하는 『신이 내린 좋은 마실거리』(미국청교도 지도자·I 매서)로 된다.하지만 잘못마시면 『악마의 피』(영국속담)가 되어 패가망신한다. 술의 생리는 고금에 변함이 없다.그러니 장사꾼들이 광고로 마시기를 부추기거나 위정자가 제동건다 해서 회똘회똘 움직일 성질의 것은 아니다.그렇다.술꾼에게는 어느시대고 「술과의 화평」철학이 있어야 할뿐이다.그 화평이란 「균형이 잘잡힌 마시기」다.〈칼럼니스트〉
  • 반증의 참 뜻/송상용 한림대 사학과 교수(굄돌)

    「반증」은 철학자 포퍼 때문에 유명하게 된 말이다.포퍼는 논리실증주의자들이 이론을 평가하는 기준으로써 내놓은 검증가능성을 반증가능성으로 대치했다.이 경우 반증은 분명히 검증의 반대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신문에 「반증」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그것은 「증명」이란 뜻으로 쓰이고 있다.혹시 「오히려 증명한다」는 뜻이 있는가 해서 사전을 찾아 보았으나 없다.국어사전에 반증은 「어떤 주장에 대하여 반대되는 논거를 들어 증명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모든 신문이 반증을 사전에 있는 뜻과는 정반대로 쓰고 있으니 이해할 수 없다.더욱이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이 잘못을 지적한 국어학자를 본 일이 없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신문이 새로운 표현을 쓰면 모두 따라가는 것이 우리나라 신문의 병이다.이렇게 가다 보면 잘못된 것이 굳어버려 사전을 고쳐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지난 선거 때부터인 것 같은데 「맞대결」,「맞대응」이란 말이 나타나더니 곧 번져 계속 쓰이고 있다.「대결」,「대응」에는 「마주」라는 뜻이 들어가 있는데 「맞」은 왜 붙이는가? 군더더기다. 몸보신(보신),모음집(모음),무크지(무크),몸체(몸) 등도 널리 쓰이는데 물론 틀린 말들이다.이미 보편화된 「박수치다」도 「박수하다」 또는 「손뼉치다」가 옳다.요즘 많이 띄는 「3박5일간」은 「3박5일」로 써야 하며 「한달간」은 「한달동안」 또는 「일개월간」이 적절하다고 본다. 「수순」이란 말이 처음 등장했을때 일본말이라는 비난이 많았다.그러나 신문들이 그 말을 고집해 한국말로 만들어 버렸다.언론의 횡포가 아닐수 없다.언론은 우리말 다듬기에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다.잘못 굳어진 말의 악영향은 되돌이킬수 없다.새 말을 쓸 때는 국어학자들의 자문을 구해 신중히 해야 한다.
  • 문학과 지성사의 문고 「소설속의 철학」

    ◎국내외 명작 48편속의 철학적 의미/「무녀도」·「떠도는 말들」 등의 내면의미 탐구/불가분의 양자간 「사이좋은 대화」를 시도 가까운듯 하면서도 뜻밖에 서먹서먹한 것이 문학과 철학의 관계.어찌보면 인문학의 종형제같지만 철학은 차가운 회색두뇌뿐이라거나 턱없이 혈기 방장한게 문학이라며 서로 헐뜯기도 한다. 문학과지성사의 「문지 스펙트럼」문고로 나온 「소설속의 철학」은 멀고도 가까운 문학과 철학의 만남을 주선하는 책이다.지은이는 전주한일대와 부산대 철학교수인 김영민(38)·이광주씨(44).이들은 고전부터 현대까지 국내외 명작소설 48편에 깃든 철학적 의미를 읽어내면서 문학과 철학이 밉든 곱든 한 밧줄에 얽힌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재확인시켜 준다. 철학자들이 썼지만 철학의 낯 세우기나 이론풀이를 위해 문학을 들러리 삼는 것은 이 책의 목적이 아니다. 본격 비평이나 문학사적 순위매김을 일삼지도 않는다.지은이들은 스스로를 「작가와 더불어 글쓰는 자들,그 손가락들」이라고 규정하며 철학과 문학의 사이좋은 대화를시도한다.소설속에 묻혀있는 철학의 씨앗을 싹틔워 주거나 철학적 사유의 낭떠러지에서 소설의 날개를 빌리는 등 다리를 놓는 것이다. 김동리의 「무녀도」에는 잘 알려진 주요인물 세명이 등장한다.신들린 무당 모화와 예수교도가 된 아들 욱이,벙어리 귀머거리인 배다른 딸 낭이가 그들.소설을 읽던 철학자는 「이들중 누가 철학자일까」라는 물음으로 자연스레 이끌린다.피타고라스는 올림픽 축제에서 『승리의 월계관을 쟁취하려고 뛰는 사람,축제마당의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모든 것을 묵묵히 지켜보는 사람 세종류가 있는데 이중 마지막 사람이 철학자』라고 했다.지은이는 영혼구원의 목표를 추구한 욱이,인생을 한판 푸닥거리굿으로 살아간 모화,모든 것을 그림으로 남긴 낭이를 피타고라스의 세모델에 차례로 대응시킨다.전말을 관조하고 증언하는 이가 철학자라면 낭이가 이에 가장 가깝다는 것. 전화선 너머의 실체없는 말들에 시달리는 한 자서전 대필자를 그린 이청준의 「떠도는 말들」은 언어와 의미,이름과 실체가 서로를 떠나 유령처럼 겉돌게 된현대를 꼬집고 있다.지은이는 데리다의 어려운 개념인 「차연」이 이름이 또다른 이름을 지시할뿐 영원히 실질에 가닿지 못하는 이런 상황을 일컫는 것이라며 「양치기소년」들로 가득찬 현대사회를 비판한다. 이밖에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사르트르의 실존적 대자와 만나고 최인호의 「타인의 방」엔 마르크스의 소외와 물화가 깔려있으며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푸코의 지식의 권력과 잇닿는다. 「돈키호테」「주홍글씨」부터 엔도 슈사쿠,쿤데라의 「느림」,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 등 서양문학까지 꼼꼼히 챙겨 읽은 철학자들의 문학에 대한 애정이 돋보인다.
  • 생명윤리학회 조직을/송상용 한림대 사학과 교수(굄돌)

    영국·미국에서 양과 원숭이를 복제했다는 소식은 충격임에 틀림없다.지난 한달동안 신문들은 온통 이 문제로 덮이다시피 했다.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린이후 과학이 이토록 언론의 주목을 끈 일은 없었다. 동물의 복제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다만 수정란의 분열세포 아닌 체세포를 써서 성공했다는 데 뜻이 있다.그리고 인간복제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았어야 한다고 믿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것 같다. 핵산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분자생물학이 태어난지 반세기도 안되는데 생명과학의 발전은 정신을 못차릴 정도이다.인간복제 말고도 문제는 많다.사람의 유전정보를 모조리 밝히겠다는 야심적인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출발한 것은 7년전이었다.이 거창한 계획은 엄청난 약속과 위험을 함께 안고 있다.그밖에도 낙태,안락사 같은 해묵은 문제와 뇌사,장기이식 등 새 이슈가 있다. 첨단과학과는 거리가 머나 발등에 떨어진 난제로 아들을 좋아해 빚어진 성비 불균형이 있다.나는 이대로 가면 한국은 일처다부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곤 한다.내 얘기를 듣던 미국친구가 거들었다.전쟁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고.얼마나 끔찍한 생각인가. 유네스코는 국제생명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인간게놈과 인권에 관한 보편선언」을 채택하려고 5년째 모임을 갖고 있다.클린턴대통령은 슈피로 프린스튼대 총장을 생명윤리자문위원장에 임명했다.그의 위원회는 지금 동물복제의 법적·윤리적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꾸미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 중요한 문제에 관한 지침만드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의과대학들은 생명윤리학자를 채용해 연구와 교육을 맡길 때다. 무엇보다도 철학자·과학자·의사·변호사들이 생명윤리학회를 조직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시급하다.
  • 주체철학의 행방/송상용 한림대 사학과 교수(굄돌)

    6년전 나는 한국철학회 소광희회장과 함께 도쿄에 있는 조선대학교를 공식 방문했다.한민족철학자대회에 북한 철학자들을 초청하기 위해서였다.우리는 황장엽을 비롯한 북한의 지도급 철학자들에게 서울에 와서 주체철학을 맘껏 소개해 보라는 편지를 보냈다.그뒤 판문점을 통해 북한의 반응이 왔으나 대회 명칭문제로 교섭은 결렬되었다.끈질긴 남쪽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철학자간의 대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체철학은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라고 한다.사람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없지 않다.그러나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수령론에 이르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더구나 주체철학은 대를 이어 수령의 후계자를 받들 것을 요구한다.모든 전체주의에 개인숭배가 있지만 북한같이 철저한 예는 찾을수 없다. 분열되기 전 유고슬라비아에서 티토는 민족의 영웅이었다.그런데 그의 고향 쿰로베치는 민속촌 비슷한 평범한 마을이다.어디를 가나 담배가게,술집에까지 어김없이 티토의 초상화가 걸려 있지만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정성임을 알 수 있었다. 킴 리엔에 있는 호치민의 생가도 꾸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학자 집안의 소박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호치민은 「박 호」(호 아저씨)라는 애칭이 말해 주듯이 검소한 생활로 일관했다.화장해 달라는 호의 유언을 거슬려 미이라를 만들어 거대한 「랑주틱」(주석릉)에 안치한 것은 그의 후계자들이었다.문화대혁명도 「천안문 학살」도 없었던 베트남에서 호치민은 영원히 인민의 추앙을 받을 것이다. 김일성이 창시했고 김정일에 의해 발전되고 있다는 주체철학은 실은 황장엽의 작품이라고 한다.북한의 원로 철학자이며 김일성왕조를 떠받쳐 온 이데올로그인 그가 서울에 와서 자신이 한 일을 어떻게 정당화할지 궁금하다.
  • 불 지성 앙리 레비 감독 데뷔작/영화 「낮과 밤」 개봉 화제

    ◎“할리우드 아성 도전” 흥행여부에 관심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인 베르나르 앙리 레비(애칭 BHL)가 영화감독으로 변신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그의 처녀작은 프랑스와 미국 할리우드의 슈퍼스타 알랭 들롱과 로렌 바칼이 주연한 「낮과 밤」. 알랭 들롱과 바칼이 멕시코의 해변가를 무대로 펼치는 비극적인 애정을 그린 영화이다.BHL은 거물급 감독과 배우영화가 만들어낸 영화라는 자신감때문인지,처녀작에 대한 두려움때문인지 영화제 출품도 거부하고 있어 작품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낮과 밤」은 지난 7일 개봉되자 마자 거물급 주연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정작 영화자체보다는 철학자이자 작가인 BHL이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BHL이 영화 감독으로 변신한 표면적인 이유는 「기존 프랑스 영화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이자 자기도취적이면서 사색을 요구하는 무거운 프랑스 영화로는 흥행위주의 할리우드의 액션물에 대적할 수 없다고 프랑스 영화의 한계를 신랄히 비난한다.영화는 대중예술인만큼 일반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하면 「죽은 영화」라는게 그의 지론이다.프랑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려면 서부영화식의 액션을 많이 넣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래서 영화 「낮과 밤」에는 액션 장면이 여성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서정적인 사랑이야기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형식미와 미사여구,서술적인 대화를 바탕으로한 누벨 바그 영화라고 BHL은 강조한다. 감독으로 변신한 또다른 목적은 어릴적 꿈을 실현하려는데 있다고 그는 털어놓는다.30년전 험프리 보가트가 주연한 영화의 낭만적인 장면을 잊지 못해 직접 메가폰을 잡지 않을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뛰어난 연기력과 열정을 가진 영화배우는 많지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종합 조종하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한다.바로 이런 점은 그에 대한 거센 비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인이면 됐지 오지랍넓게 영화에까지 뛰어드느냐는 비난은 영화인들로부터 시작된다.명성에 눈이 먼 과대망상증 환자라는 심한 표현도 공개적으로 거론된다. 그를 아끼는 지성인들과 시민들도 감독변신에는 우려를 표명한다. 「낮과 밤」의 흥행여부는 아직 가려지지 않고 있지만 BHL은 감독직을 계속할 뜻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액션을 가미한 영화를 언제까지 만들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지구가 끝나는 날까지』라고 대답하고 있다.BHL의 감독 변신이 성공할지에 전프랑스가 주목하고 있다.
  • 낙관론이 그립다(송정숙 칼럼)

    요즘은 두 사람만 모여도 『…누구는 도둑이고 누구는 부패했고 …그자도 나쁘고 저자도 나쁘고,관리는 무능하고 부정하고,기업은 도둑이고,노동자는 게으르고,시민은 철이 없고,언론은 무책임해서 이 지경이 되었다』는 「논평」으로 들끓는다. 이런 논평은 거의 어김없이 이렇게 끝맺는다.『아무것도 되는 게 없어.끝났어.대한민국은 이제 끝났어』 그말이 어찌나 확신에 차 있는지 「대한민국이 끝나버린 일」이 그들의 「목표」였던 것처럼 보인다.그런 판정을 내려주기 위해 어디 외국에서 초빙해온 전문가처럼 「객관적」이고 「냉정」하기도 하다.그래도 뭔가 긍정적인 회생의 길이 있지 않겠나 조심스레 물으면 모멸하듯 『…틀렸어.이제 틀렸어…』하고 단호하게 뭉갠다. 그들은 흡사 「끝나버린 땅」에서 발을 쏘옥 빼고 멀지않아 떠나버릴 사람인 것 같다.이 나라가 「끝나버리는 일」과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한국인이 왜 이리 많은 것일까.「뭐 묻은 뒷발 털 듯」 늠름하게 떠나버릴 그들은 시원하겠지만 이곳 말고는 갈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는 사람은 참으로 괴로운 나날이다.그 가학증에 충만한 「끝났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예리한 칼끝에 심장을 찔려 철철 유혈이 흐르는 것 같은 아픔을 견뎌야 한다. ○흡사 「끝나버린 땅」으로 단정 버리고 떠날때 떠나더라도 남는 이들의 생명인 이 나라를 가지고 「끝났다」는 말을 그렇게 거듭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멀쩡하던 나라라도 이토록 「끝나버렸음」을 거듭 뇌면 서글퍼서 스스로 끝내버리고 말 것이다.하물며 이처럼 어려운 지경을 헤매는 나라가 회생할 의욕을 갖겠는가. 우리네 옛분들은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중요한 경구로 삼았다.비트겐슈타인 같은 언어철학자는 언어에는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사람의 목소리에 실려 한번 내뱉어진 말은 그 순간부터 그 말이 지닌 의미가 실현되기를 벼르며 살아서 우주공간을 떠다닌다는 것이다. 「끝나버리고」 「틀려버리기」를 벼르며 허공을 떠도는 말이 우리 주변을 주술처럼 옭아매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위가 눌린다. 이런 말이 우리의 오늘을 만든 원인에 대한 진단의 뜻인 줄은 안다.그러나 그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이처럼 자학하는 것은 우리땅을 황폐하게 만들고 그런 땅에는 어떤 회생의 희망도 깃들일 수 없다. 「네탓」을 들춰 「내탓」을 탕감시키려는 전술에만 혼신하느라고 노약남녀 가릴것 없이 삿대질투사가 되기를 서슴지 않는 정치권,당당하게 나서서 『내가 한 일이니 내가 해결한다』고 말하는 사람 하나 없는 풍토가 우리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절망스러운 일은 내 가족 내 후손의 뿌리가 묻힌 땅을 걸핏하면 「끝나버린 땅」으로 주박하는 일이다.비겁한 온건파 논리라고 비난할지 모른다.그러나 정의와 의분을 과시하기 위한 가혹한 채찍을 견디기에도 우리는 지쳤다. ○스스로 책임지는 풍토돼야 엊그제 영화채널이 보내준 「아폴로13」이라는 영화가 있다.달을 향해 떠난 유인 우주선이 사고를 만나 달착륙은 포기하고 천신만고끝에 귀환하는 이야기다.「지상」과 우주선이 일체가 되어 위기를 탈출하는 내용이 감동적이다.그중에서도 우주선에 동승하려다가 탈락한 동료가 지상의 모형우주선 안에서 동료를 위해 벌이는 두뇌씨름은극적이다.그는 마침내 착륙유도용 컴퓨터가동을 위해 단지 4암페어의 전력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여 우주선원을 무사히 구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겨우 4암페어의 전력이 해내는 역할과 그것을 찾아내는 능력의 무한함에 경탄을 하게 된다. 그 엄청난 사고의 원인은 동력장치의 「작은 코일」 하나의 결함 때문이었음도 알려진다.105이상에 이르는 부품의 우주선도 한낱 작은 코일 하나로 재앙에 이를수 있고 인류의 위대함의 극치인 달착륙선의 재앙에서 인간이 살아 돌아오기 위해서는 단 4암페어의 전력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호가 난파하는데 작은 코일 하나만한 잘못도 안 저지른 사람이 우리중에 있을까.우리 모두는 난파지경에 이른 대한민국호를 회생시키기 위해 단 4암페어의 전력으로라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그까짓!』하고 역할을 유기하면 이 재난은 헤쳐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끝났다!』는 말의 주박성에 무신경한 짓은 곤란하다.다른 사람까지도 탈기시켜 자포자기로 빠지게 만드는 악성전염균 같은것이 이 말에는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낙관론이 목마르게 그립다.
  • 주체사상 이론정립의 제1인자/황장엽 망명­누구인가

    ◎김일성대학 총장 역임… 김정일 가르쳐/김일성 살아있을땐 서열13위 최측근 12일 북경에서 우리나라에 망명을 신청한 황장엽(74)은 「김일성주체사상」을 체계화한 장본인으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을 거친 북한 지식층의 대표적 인물이다. 현재 북한 노동당 중앙위 비서국 국제담당 비서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과 국제평화자주재단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거물이기도 하다. 현재 북한 권력서열 24위인 황은 일부에서 관측하는 것처럼 김일성과 혈연관계는 아니나 김이 살아있을때는 북한 권력서열 13위로 김이 직접 자문을 구할 정도의 측근이었다. 황은 또 김정일에게는 김일성대학에서 마르크스­레닌 철학을 가르친 스승으로 김이 졸업한 뒤에는 주체사상에 관한 고문역할을 했다. 황은 모스크바유학시절 식당과 화장실 가는 길 밖에는 몰랐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의 학구파로 북한내에서는 새로운 사고의 철학자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최근 「시대가 변하는데 주체사상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등 개인적인 고뇌를 방문한 외국인사들에게 부지불식간에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김정일의 호전적이고 무모한 성격으로 인해 북한이 피폐해진데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며,수해와 식량난 극복문제와 대외관계 등에서도 김정일의 노선과 다른 발언이 감지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황은 침착하고 온순한 성격으로 두뇌가 명석하고 논리가 정연하며,남에게 흠을 잡히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 말이 적고 감정표현을 하지않는 편으로 술과 담배도 전혀 하지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은 모스크바 유학중에 연애결혼한 부인 박승옥(66)과의 사이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황의 주요경력은 다음과 같다. ▲1923년 2월17일 평안남도 출생 ▲53년 모스크바국립대학 유학.김일성종합대학 철학부 교원·강좌장 ▲59년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김일성종합대학 총장 ▲72년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장 ▲80년 노동당 중앙위 비서국 사상담당 비서 ▲87년 사화과학자협회 위원장 ▲93년 노동당 중앙위 비서국 국제담당 비서·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 ◎동반 망명 김덕홍/여광무역 사장·노동당 자료연구실 부실장/황장엽의 제1심복… 95년부터 북경 체류 황장엽과 함께 망명을 신청한 김덕홍(59)은 조선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으로 95년 4월부터 북경에 머물러왔다. 그는 황장엽의 제1심복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같은 두 사람의 관계에 따라 이번에 함께 귀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은 1938년 12월3일 평안북도 의주읍에서 태어나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뒤 조선경비대 제3191군부대 중사로 군복무를 마쳤다. 김은 이어 김일성종합대학의 교무부 지도위원과 노동당 중앙위 지도원·부과장·부실장을 지냈다. 현재는 여광무역 총사장말고도 노동당 중앙위 자료연구실 부실장과 국제평화주체재단 총재,재정관 겸 평양사무소장 직함도 갖고 있다. 가족으로는 부인과 1남3녀가 있다. ▷주요 망명·귀순 일지◁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87.2.8=김만철씨 일가 11명 ▲90.4.2=소련 유학생 박철진씨 등 2명 ▲90.8.4=소련 유학생 김지일씨 등 2명 ▲91.5=주콩고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고영환씨 ◇94년 ▲3.20=여만철씨 일가 4명 ▲5=강성산 정무원총리 사위 강명도씨 ▲5.7=황광철씨 형제 등 3명 ▲7.18=김일성대학 경제학부 강사 조명철씨 ▲8.13=이철수씨 일가 3명 ▲10.23=조창호 소위 ◇95년 ▲3.27=오수룡씨 일가 6명 ▲10.11=용성무역합영부장 최주활 상좌 ▲12.12=북한 최대무역회사인 대성총국 유럽지사장 최세웅씨 일가 4명 ◇96년 ▲1.7∼23=주잠비아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현성일·최수봉 부부 등 3명 ▲5.23=공군 이철수 대위 ▲5.31=과학자 정갑렬씨와 방송작가 장해성씨 ▲6.30=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 친척인 정순영씨 일가 3명 ▲12.9=김경호씨 일가 등 17명 ◇97년 ▲2.12=북한 노동당 황장엽 국제담당비서 북경주재 한국대사관에 망명신청
  • 한보사태와 교훈얻기(김호준 정치평론)

    『할 수만 있다면 교훈으로써 악을 고쳐라』 로마의 황제(AD161∼180)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나오는 말이다. 6년전 「수서사건」이 터졌을때 우리가 진상규명과 교훈얻기를 철저히 했더라면 이번 한보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6공시절 한보는 주택허가가 날 수 없는 서울 수서지구의 자연녹지를 택지로 불법개발·공급하여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했다.이 의혹사건의 배후에는 엄청난 권력이 숨어 있었다.그러나 검찰은 핵심 배후를 덮어둔채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 청와대비서관 1명과 떡값 몇푼 받아먹은 여야의원 5,6명을 잡아넣는 것으로 사건수사를 종결했다.검찰의 축소·은폐 수사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셌지만 끝내 어물어물 넘어가고 말았다.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정태수 한보회장으로부터 1백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것은 4년후 노씨의 비자금 수사과정에서였다. ○“제2의 수서사건” 부끄러운 일 만일 그때 우리가 수서택지의 진상을 성역없이 철저히 규명하여 백일하에 드러낼수 있었다면 그후 정경유착의 양상은많이 달라졌을 것이다.그때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 미봉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태수씨가 살아남을수 있었던 것이고 제2의 수서사건이라고 할 한보사태가 일어난 것이다.온 나라가 일개 기업인에게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농락당하다니 이처럼 부끄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이번 수사는 절대로 수서사건의 재판이 되어서는 안된다.한보사태의 원인과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전정권에서 이미 부도덕하다고 판정난 기업이 어떻게 개혁과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은 문민정부 아래서 더 비대해지고 더 큰 비리를 저지를 수 있었는지 국민들로선 이해가 안된다. 자본금이 1천억원도 안되는 회사가 은행에서 5조원이나 끌어썼다니 은행문턱이 높은줄만 아는 서민들로선 기가 찰 일이 아닐수 없다.더구나 5조원 가운데 2조원은 행방이 묘연하다니 아리송하기만 하다.검찰은 국민들의 이런 의문들을 속시원하게 풀어주어 「수서」때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수사가 끝나면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워야 한다.경우에 따라선 대선주자도 정리해 원죄없는 깨끗한 정권 창출의 바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또한 한보사태의 문제점을 적출·보완하여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실은 이 맨나중 일이 제일 중요한 과제다. 한보사건 수사는 이제 시작단계지만 앞으로 우리가 도전해야 할 과제는 벌써부터 허다하게 발견된다.가장 먼저 공략해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은행이 손을 놓으면 쓰러질 기업이 어디 한보뿐이겠느냐는 것이다.실명제 아래서 기업들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공공연하게 조성하고 있는 것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다.또 정치인들이 받는 억대의 「떡값」은 언제까지 치외법권적인 존재로 놔둘 것인가도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물론 아직은 진상규명에 역점을 두어야 할 때다. 과거에도 우리는 이런 대형비리·대형사고와 수없이 마주쳤고 그때마다 나라는 벌집 쑤신 것처럼 들끓었다.언론은 『누구 탓이냐』고 소리치며 속죄양을 찾기에 바빴고 야당은 『정권이 책임져야 한다』며 정치공세에 열을 올렸다.이번도 예외는 아니다.사건이 터지기가 무섭게 언론은 한보의 배후에 대통령 차남을 비롯하여 정치권의 실세들이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온갖 억측을 콩볶듯 튀겨냈다.그리고 야당은 대통령까지 물고 들어가는 초강공 전략을 구사했다. ○진상규명·재발방지 역점둬야 이런 엄청난 비리에 사람들이 통탄하고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지나친 격앙이나 혼란조장은 금물이다.지금처럼 경제회생이 절박한 과제로 다가온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종합적 사고와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잘못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사람 몇명 잡아넣는 일에 흥분해서는 안된다.그런 푸닥거리가 국민들의 울분을 삭이고 여론을 잠재우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처방은 못된다. 부패한 권력자들과 외압에 굴복한 은행장들 때문에 이번 사태가 났으니 그들만 징치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은 단견이다.문민정부 들어 금융비리 때문에 불명예 퇴진한 은행장이 18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사법처리만으로는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다.아무리 영향력 있는 로비와 힘센 압력을 동원하더라도 사업성이 없으면 대출을 받을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비리가 차단된다.대형 비리는 부패한 사람들이 저지른 인재라기 보다 잘못된 제도가 야기한 구조적 문제로 파악해서 교훈을 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논설위원실장〉
  • 외교와 문화/송상용 한림대 사학과 교수(굄돌)

    1960년 작가 카뮈가 교통사고로 죽었을때 서울에서 추모모임이 있었다.샹바르 프랑스대사가 연설을 했는데 가슴을 울리는 내용이었다.재작년 중국과학사의 대가 니덤이 95살의 삶을 마감했다.한국과학사학회는 추모강연회를 마련하고 해리스 영국대사를 초청했다.그가 니덤과 같은 케임브리지대학 키스 콜리지 출신이었기 때문이다.해리스대사의 추도사는 전문학자의 수준이었다. 연전 철학자 세르가 한국에 와서 강연을 한다기에 나가 보았다.프랑스대사관에서 문정관을 비롯해 다섯사람이나 와 있었다.그들은 세르교수와 한국학자들을 한국요리집에 초대해 만찬을 베풀었다.과연 문화대국은 다르다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가을 나는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주관한 생명윤리회의에 고려대 이세영 생명공학원장과 함께 참가했다.시락대통령이 개회사를 했고 환경부장관이 좌장을 본 중요한 회의였다.국가대표인 한국대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딱했다.대리라도 보내야 하지 않는가.북한은 대사와 3등서기관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그쪽은 그런데 나올 형편이 아닌데도 서기관이 이교수에게 진지한 질문을 퍼붓는 것을 보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도쿄에서 니혼대학 주최로 「21세기의 한국」을 주제로 한일학술교류 세미나가 있었다.16편의 논문이 발표된 알찬 모임이었다.한국유학생,민단간부,조총령 학자들도 방청했다.그러나 한국대사관에서는 아무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한일정상회담 직전이라 홍보효과도 있었음직한 데 말이다. 월드컵도 좋지만 한국외교도 이제 문화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외교관들이 정치인들 공항영접을 거부하고 문화행사에 쫓아다녀야 한다.작년에 부임한 이인호 주핀란드대사가 조용히 벌이고 있는 문화외교는 귀감이 될 만하다.
  • “화려한 외출 준비중”/「신세대 철학자」 수원대 이주향 교수

    ◎폭발적 인기 저서 「나는 길들여…」 후속타 구상 「신세대 철학자」로 불리는 이주향 교수(34·여·수원대)가 두문불출이다. 얼마 전까지 각종 라디오매체와 잡지 등에서 「고전의 소개자」로,「철학을 이야기하는 말꾼」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였다. 또 지난 9월에는 에세이집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로 대학생 등 젊은 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기에 그의 팬은 이교수의 칩거가 몹시 궁금하다. 이교수는 지금 「외출준비중」이다.『「나는 길들여…」책으로 90년대의 문화현상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그 가운데 한 장르를 택해 철학과 접목시켜 인간의 심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들여다보려고 해요』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1호로 받았다.현재 수원대 인문대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그러나 스스로 신세대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신세대의 특징인 「톡톡 튀는 성격」도 아닐 뿐더러 「소비사회의 전사」라 할 만큼 소비를 통해 개성을 확인하려는 신세대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아마도 90년대 들어 새롭게 드러나는 우리의 문화적 현상을 새로운 방법을 통해 철학적 접근을 해나가려는 시도 때문에 그런 호칭이 붙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이교수는 신세대에 애정이 많다. 「나는 남과 다르다」며 갖가지 개성으로 튀고 싶어하는 젊은 20대.그들이 그토록 애써 좇고자 한 개성이 유행 앞에 함몰되고 「어쨌든 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유행에 길들여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그였다. 그래서 혼란한 문화의 급류를 타고 있는 젊은이는 하늘의 소식을 땅에 전한 그리스 신화속의 헤르메스를 좋아하고 『우리의 삶을 반성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매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소망』이라는 이교수의 글을 더욱 고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이거룡씨 「인도철학사」 제2부 출간

    ◎B.C.6∼2세기 「인도사상」 해부/당시 불교·정통힌두교 철학적 친화성 초점/“「붓다」 절대성도 우파니샤드 전통위에 존재” 현대 인도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라다크리슈난의 「인도철학사」(한길사 펴냄) 제2부가 소장 인도철학자 이거룡씨(동국대 강사)에 의해 번역·출간됐다. 「인도철학사」는 인도철학사상 예외로 취급됐던 자이나교·불교·유물론 등에 대한 새로운 자리매김을 시도,인도철학을 세계철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고전.1부가 베다와 우파니샤드로 상징되는 아리아적인 사색의 결실이라면,2부는 비아리아적인 요소 즉 인도의 토착적 요소가 강조되던 기원전 6∼2세기의 인도사상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서사시 시대」라고 할 이 시기는 어느 때보다 다양한 학파들이 생겨났으며 일반대중 사이에는 성전서가 널리 유행하는 등 철학적 실험정신이 팽배했다. 이 책은 인도철학을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라는 세개의 축을 중심으로 살핀다.특히 불교와 정통 힌두교 철학간의 친화성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춘다.라다크리슈난은 불교를 힌두교가 발전 혹은 변형된 것으로 간주한다.그에 따르면 불교와 힌두교는 공동의 토대를 지니며 붓다는 우파니샤드의 전통위에 서있다.나아가 붓다의 사상이 아무리 독창적이라 해도 그 시대의 역사적인 상황을 떠나서는 이해될 수 없으며,붓다의 「절대존재」도 우파니샤드의 아트만 또는 브라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인도 사상사를 살펴볼때 불교는 언제나 힌두교 정통학파의 비판대상이 되어왔으며,그 비판의 핵심은 불교의 무아설과 그 근저에 놓인 찰나설이었다.그러나 라다크리슈난은 붓다의 침묵을 우파니샤드의 아트만에 대한 묵인으로 해석함으로써 전통적인 인도 사상가들의 불교이해와는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 자이나교에 대해 라다크리슈난은 어떤 입장일까.그는 우선 자이나교가 불교의 한 분파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불교와 자이나교가 제1원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출가 수행자집단을 지니며 어떤 명분으로든 산 생명을 죽이는 것을 죄악시하는 점은 비슷하다.하지만 자이나교의 개조인 바르다마나는 붓다와는 다른 역사적 인물일뿐 아니라 자이나교는 불교와 완전히 독립적인 종교라는게 그의 해석이다. 이와 관련,이거룡씨는 『세계종교로 발전했으면서도 인도 자체에서는 쇠퇴하고 만 불교에 비해 자이나교는 여전히 인도사람들의 사유체계를 지배하고 있다』며 『이는 자이나교가 힌두교에 가까운 형이상학을 지닌 종교일뿐 아니라 카스트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 도서출판 자작 아카데미 「흄의 철학」

    ◎「흄」은 극단적 「회의주의자」인가/저서 「인성론」 기초 영 경험론적 시각에 반기/“그는 도덕적 신념의 자연주의적 옹호자” 18세기 스코틀랜드의 경험주의 철학자이자 역사가,경제학자,문필가인 데이비드 흄(1711∼1776)은 근대 철학사에서 영미권을 대표하는 고전적인 철학자 가운데 한명이다.유럽대륙의 대표적인 근대철학자로 칸트를 꼽는다면,영미권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인물로 흄을 들 수 있다.그의 철학사상은 비트겐슈타인이나 콰인 등 현대 영미철학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을뿐 아니라 프랑스의 사회학자 콩트를 실증주의로 인도하는데도 일정한 몫을 담당했다.그러나 그의 철학은 지나치게 어려워 그동안 국내에 별로 소개되지 못했다.최근 도서출판 자작아카데미에서 펴낸 「흄의 철학」(최희봉 지음)은 이렇듯 「학문의 사각지대」에 머물렀던 흄에 관한 본격 연구서란 점에서 우리 철학계 안팎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흄은 지금까지 영국 경험론의 전통상 극단적 회의주의자로 간주되었으며,그에 대한 연구 또한 「인과성」이나 「자아동일성」의 문제 등 대부분 지엽적인 차원에서만 이루어졌다.그러나 이 책은 흄이 제시한 여러 논제들­경험론적·회의론적·자연주의적 논제들­을 하나의 해석틀 곧 자연주의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 주목된다. 흄의 자연주의는 이 책 전체를 통해 세가지 관점에서 제시된다.그것은 우선 그의 저서 「인성론」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의 사고와 지각,믿음 등이 어떻게 그리고 왜 발생하는가를 탐구하는 「인간학(Science Of Man)」에 초점을 맞춘다.흄의 자연주의는 또 콰인의 「자연화된 인식론」과 유사한 새로운 형태의 인식론으로,전통적인 기반주의적 인식론에 대한 대안으로서 제기된다.끝으로 흄의 자연주의는 비트겐슈타인의 경우와 비슷한 반회의주의로 귀결된다. 지은이는 이러한 논거에 입각해 흄을 극단적인 회의주의자로 보는 기존의 시각에 의문을 던진다.흄의 철학사상에 진리에 대한 회의주의적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진리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한 극단적 회의주의자는 아니라는 것이다.그는 또 흄의 철학을 콰인의 인식론과 비트겐슈타인의 자연주의와 비교,흄을 전통적 해석과는 달리 반기반주의자로 평가한다. 현대인식론의 주된 관심사인 「근본신념의 정당성 문제」와 흄 철학의 접목을 꾀하고 있는 것도 특기할만한 점.이와 관련 이 책은 『흄의 철학은 인과적 신념,물리적 대상의 존재에 대한 신념,자아의 존재에 대한 신념,도덕적 신념같은 우리의 근본신념들의 정당성에 대한 자연주의적 옹호였다』고 강조한다.
  • 인도철학 전공 이재숙씨 「우파니샤드 Ⅰ·Ⅱ」

    ◎힌두교 대표적 경전 첫 한글번역/난해한 범어­가득찬 상징·은유 “6년 산고”/「이샤 우파니샤드」·「케냐 아파니샤드」·「카타 우파니샤드」 등 모두 18개 실어 인류 최고의 지혜의 산물로 꼽히는 힌두교의 대표적 경전 「우파니샤드」(한길사)가 인도철학 전공학자 이재숙씨(31·한국외국어대 강사)에 의해 국내 처음으로 완역 출간됐다. 「우파니샤드」는 인도의 철학과 종교사상의 원류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 등 분야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불멸의 고전.그러나 이 책은 난해한 산스크리트어(범어)로 씌어진데다 작품 전체가 겹겹의 상징과 은유로 가득차 있어 그 사상의 핵심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6년간의 작업끝에 완성된 이번 「우파니샤드」 한글번역판은 그동안 미뤄져 왔던 국내 산스크리트어 문헌번역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파니샤드」는 현재 200여종이 전해진다.그러나 이 가운데 붓다 이전 즉 기원전 6세기 이전에 씌어진 우파니샤드만을 따로 「초기 정통 우파니샤드」혹은 「베다전통의 우파니샤드」로 분류,그 권위를 인정한다.「베다전통의 우파니샤드」가 순수한 사상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반면 이후에 씌어진 우파니샤드는 특정 종파 혹은 철학의 사상을 진하게 담고 있고 그 성격이 푸라나(신화)나 탄트라(비술:비술)에 가까운 것이 특징.이번에 출간된 「우파니샤드」는 전체 우파니샤드를 대표할만한 핵심적인 내용을 담은 「이샤 우파니샤드」를 비롯,「캐나 우파니샤드」「카타 우파니샤드」「프리샤나 우파니샤드」「문다카 우파니샤드」「만두키야 우파니샤드」 등 「베다전통의 우파니샤드」 18개를 모두 실었다. 『제자가 스승 바로 아래 아주 가까이 앉아 전수받는 지식』이라는 의미인 우파니샤드의 근본철학은 『대우주의 본체인 「브라흐만」(범)과 개인의 본질인 「아트만」(아)은 일체』라는 범아일여의 사상으로 요약된다.우파니샤드 사상은 힌두교뿐 아니라 불교,자이나교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으며 인도에서 생겨난 모든 사상들은 우파니샤드를 자양분으로 해 탄생하고 성장했다.『우파니샤드는 인도사상이라는 거대한 유기체에 젖줄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게 이씨의 지적이다. 우파니샤드 철학은 그 자체로 전파되기도 했지만 대개는 불교를 통해 퍼졌다.때문에 불교사상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우리가 흔히 불교용어로 여기는 열반이나 윤회,삼고,업 등도 알고 보면 불교 고유의 것이 아니라 우파니샤드에 이미 등장하는 관념이다.「우파니샤드」는 특정한 작가가 일정한 형식에 의해 서술한 것이 아니다.베다와 마찬가지로 그 문구를 쓴 사람은 「리시」(Rsi)라고 불리는 초월적 투시능력을 지닌 선지자로,신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그러나 「우파니샤드」를 단순히 종교경전으로만 볼수는 없다.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잠자리에 들기전 습관적으로 「우파니샤드」를 탐독했다는 사실은 이 책이 종교를 초월하는 깊은 사상성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 고려대 선정규 교수 「중국신화연구」 내

    ◎중국신화 34개의 기원·변천/선진시대이후 선재된 「신화군」 망라/“중 고대문화는 동이족 주축 다원주의” 민족문화의 원형질이자 민족문학의 축도로서의 신화.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크세노파네스가 신화에 관한 이론을 제시한 이래 신화는 오늘날까지 가장 중요한 학문적 관심사의 하나가 되어왔다.그러나 막상 신화의 세계를 이야기할때 비전문가들로서는 기껏해야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주요 신들의 이름을 대는 정도가 고작이다.최근 고려대 선정규 교수(중문학)가 펴낸 「중국신화연구」(고려원)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중국 신화에 대한 본격 연구서로 관심을 끌만하다. 중국 신화는 그리스·로마신화처럼 특정한 신화전문서로 전승된 것이 아니다.그것은 선진시대의 수많은 중국 고전에 산재돼 있으며,그나마 한대이후에는 대부분이 훼손·개조돼 신화의 원형이나 발전과정을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다.이 책은 이러한 중국 고전신화 가운데서도 비교적 고사성이 풍부한 34개의 신화를 골라 창세·자연·영웅·유명·신괴신화 등 5개장으로나눠 그 기원과 변천과정을 살핀다. 선교수는 이 책에서 특히 중국 신화가 「신화의 공간적 보편성」이란 명제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과 중국 신화의 주류가 동이족이며 따라서 고대 중국문화의 주체는 바로 동이족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주력한다. 지금까지 중국은 고대 문명국가중에서 진정한 창세신화를 갖고있지 않은 유일한 국가로 인식돼왔다.그러나 중국 전국시대의 시인 굴원의 「초사」중 「천문」편은 중국 신화 역시 신화의 생성과 유전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예를 들어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들고 돌을 달구어 하늘을 막았다는 여와의 인류창조 신화나 9년 홍수를 다스리다가 실패한 곤·우의 홍수신화를 보면 다른 민족의 창세신화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특질­자연에 대한 투쟁·정복의지의 표현이나 원시우주관의 축약 등­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것.나아가 중국 신화에는 세계 각 민족의 신화유형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신화군이 망라돼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지은이는 또 풍부한 문헌사례를 통해 중국고대문화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로 중원을 중심으로 하는 일원주의 문화권이 아니라 동이족을 주축으로 하는 다원주의 문화권에 기초하고 있음을 밝힌다.신화의 원류적 측면에서 볼때 인류기원 신화인 여와 신화와 자연신화인 동군신화,황제와 서왕모신화 등 몇몇을 제외하면,중국 신화는 대부분 동이족 아니면 북방계통의 신화라는 것이다.이와 관련,선교수는 『동북문화를 일방적으로 중원문화의 훈도아래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은 후대에 중국 역사의 주체가 바뀌면서 동북문화를 중원문화의 연계선상에서 파악,이 지역에 대한 정치적·문화적 지배권을 확실히 해두려 했던 역대 학자들의 고의적 편견일 뿐』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중국은 비록 한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엄연히 55개의 소수민족이 존재하는 다종족 국가다.때문에 중국신화에는 마땅히 소수민족의 신화도 포함돼야 한다.하지만 이 책에서는 주로 한족이 기록한 선진시대 고전에 뿔뿔이 실려있는 문헌신화만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어 아쉬움을 준다.지은이 또한 『어떤 학문 분야보다도폭넓은 지식과 체계적인 분석력을 필요로 하는 신화학은 집체적인 연구를 통해서만 비로소 완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로 중국 고전신화 영역 전반을 다루지 못한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 시간의식/에드문트 후설(화제의 책)

    ◎「현상학적 시간」을 통해 본 의식구조 현상학의 창시자인 오스트리아 철학자 후설(1859∼1938년)의 대표적 저서.순수한 감각자료가 시간적으로 구성되는 과정과 이같은 구성의 기초인 「현상학적 시간」을 통해 의식의 심층구조를 밝힌다.후설은 이 책에서 객관적 시간의 경과를 미리 상정한 다음 그 속에서 체험의 대상을 규정하지 않고,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내재적 시간을 통해 시간의식을 추적하는 방식을 택한다. 인식론의 혁명으로 불리는 후설의 현상학이 지성계에 미친 영향은 깊고 넓다.동시대 철학자인 셸러,하이데거,야스퍼스,사르트르,메를로­퐁티,가다머,그리고 후세대 철학자인 하버마스,데리다 등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20세기 문학사에도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마르셀 프루스트,제임스 조이스,버지니아 울프,윌리엄 포크너 등 이른바 「의식의 흐름」기법의 작가들은 후설의 「시간의식」의 세례를 받은 대표적 인물들이다.한길사 이종훈 옮김 1만5천원.
  • 외계 생명체 과연 존재하나/김영사간 데이비스의 「우리뿐인가?」

    ◎「하나뿐인 인간」에 대한 끈질긴 의문 해부/“우리는 장엄한 우주적 과정의 일부일뿐” 외계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탐사는 그 역사가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일찍이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헤로도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우리가 사는 이 세계와 같은 세계,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와 다른 세계 모두 무수히 존재한다.왜냐하면 숱한 원자들이 광대한 공간 속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우리는 이 세계에서 볼 수 있는 피조물들이 다른 모든 세계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으면 안된다』외계 생명체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최근 도서출판 김영사에서 펴낸 「우리 뿐인가?」(원제 Are We Alone?·이상헌 옮김)는 인류의 가장 오랜 물음 가운데 하나인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학교양서로 관심을 모은다.지은이는 「현대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 「현대물리학이 탐색하는 신의 마음」 「우주의 청사진」 「초힘」 등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과학저술가 폴 데이비스. 외계 생명체 논쟁은 최근 화성의 운석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발표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항공우주국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던 클린턴 대통령은 화성 생명체 발표 이후 새로운 지원을 약속했으며,「화성 글로벌 서베이어」호를 비롯한 우주탐사선들이 잇따라 발사될 예정이다.「외계 생명체 찾기」는 21세기 과학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외계 생명체에 관한 이론적 축적은 현대과학의 성과만은 아니다.그 중심사상은 에피쿠로스,데모크리토스,아리스토텔레스,피타고라스 등 그리스 고대 철학자들의 사유에 뿌리를 둔다.천문학 분야의 경험적 연구가 없없던 이 시대에는 외계에 대한 탐구가 대부분 사색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철학적 논쟁이 성했다.하나의 예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여러개의 세계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 반면 피타고라스 학파는 지구의 피조물 보다 우수한 존재가 달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그리스·로마시대 이후 서양의 정신을 지배한 기독교적 세계관은 외계 생명체,특히인간과 같은 지능적 생명체가 지구 밖에 존재한다는 가정 자체를 종교의 권위로 단호히 물리쳤다.망원경 등 새로운 관측기구의 등장으로 이같은 흐름은 한층 강화돼 19세기가 끝날 무렵까지 이어졌다.이 책에서는 외계 생명체 존재에 대한 부정론으로 브랜던 카터의 「인간적 원리」,엔리코 페르미의 「그들은 어디 있는가」,리처드 도킨즈,스티븐 제이 굴드의 「신다윈주의의 우연성」 논리 등이 소개된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인간의 끈질긴 탐사노력은 92년 시작된 미국 항공우주국의 대규모 「외계 지능체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약칭 SETI)」작업에 의해 커다란 전기를 맞았다.이 프로젝트가 외계로부터 온 전파신호나 메시지를 탐지하는데 성공해 외계의 「형제생명체」를 발견한다면 인류는 혹시 불확실성의 혼돈속에 빠지지나 않을까.이와 관련,데이비스는 우리의 세계관과 가치관,신념체계의 일대 지진을 예고하되 결코 희망의 단서를 잃지 않는다.『외계 생명체의 발견은 과학이 약탈해간 인간의 존엄성을 인간에게 되돌려 주고 인간이 창조의 중심이 아니라 거대하고 장엄한 우주적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지은이의 결론이다.
  • 식량패닉/아사이 다카시(해외신간 안내)

    서울신문은 지구촌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계의 전문가 및 석학이 펴낸 해외신간안내를 월 2회씩 싣습니다.매월 첫번째와 세번째 월요일자에 국제정치·첨단과학기술·교육·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간되는 화제의 신간을 서평을 곁들여 소개합니다.〈편집자주〉 ◎식량위기 타개위한 인구억제 등 강조 올해 초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식량재고 감소현상과 관련,식량부족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며 식량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생산증가,인구억제와 함께 생활양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경제평론가 아사이 다카시(천정 융)의 신저. 아사이는 이 책에서 「지금 인류는 세계적 곡물과잉시대에서 세계적 곡물수급의 핍박시대로 가는 대전환점에 서있다」고 말한다.지난 30여년간 세계 곡물생산량은 매년 3%씩 증산돼 인구증가율을 앞질러 왔으나 85년부터는 곡물생산증가율이 1%로 떨어져 인구증가율에 못미쳤다.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국민들은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소비를 원하고 있다.따라서 수년내에 식량부족현상이 지속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의 극복을 위해서 아사이는 중국의 인구억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이어 식량생산을 증가시키기 위해 아직도 적절하게 개발되지 못한 베트남 미얀마 등에 선진국의 농업기술과 자본을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또 생활양식을 변화시켜 육류의 섭취량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다.30% 수준에 불과하다.같은 섬나라인 영국의 식량자급률이 105%인 점과 비교하면서 아사이는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도시의 농촌화 ▲해외농업생산기지 마련 등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원제는 『식양バニック』이며 출판사명은 제이해원대,가격은 1천6백엔〈도쿄=강석진 특파원〉 ◎좋은사회/존 갈브레이스/살기좋은 사회의 면모와 걸림돌 해부 노력한 만큼 대가가 주어지는 사회.삶의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고 힘없는 어린이들이 빈곤 속에 내버려지지 않는 사회.일자리와 충분한 수입과 안정된 노년 등에 대한 걱정이 없고품위를 지킬수 있는 거주공간과 의료혜택이 보장되고 사회. 『풍요로운 사회』의 저자로 유명한 존 갈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 박사가 이번에는 『좋은 사회』라는 저서에서 구체적으로 거론한 좋은사회의 면모들이다.그러나 그는 현대의 기술 발달로 실현가능한 이런 사회가 경제정책 및 정치적 걸림돌때문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같은 선진국의 경우 완전한 자유시장의 신화에서 탈피해 공공부문,정부기능의 확대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완전 자유시장 신봉자들은 인플레와 재정적자에 대한 공포 때문에 정부의 인위적 개입을 극력 반대하고 있다.그러나 사회적 정의를 의식한 정책은 예외없이 경제적으로 마이너스의 효과를 초래한다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고 그는 반박한다.그렇게되면 빈곤층 복지,실업자 보호,누진 세제도 불가능해지고 나아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교육,건강,아동 복지에 대한 투자도 처음부터 차단된다는 것이다.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진보적이라는 비판이 없지 않으나 재선 가능성이 높은 미 클린턴대통령의 경제정책 근간을 읽을수 있는 기회를 준다. 원제는 『The Good Society』이며 휴턴 미플린(Houghton Mifflin)사 출간,152쪽,12.95달러〈워싱턴=김재영 특파원〉 ◎잃어버린 인류/알랭 핑키엘크로/합리주의 통한 인간성 회복의 길 제시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가운데 한명인 알랭 캥키엘크로(Alain Finkielkraut)가 20세기 대학살 등을 통해 인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인간성을 되찾는 길을 제시한 저서. 저자는 1차 및 2차 세계대전 등 20세기의 전체주의 전쟁들을 인간의 품성을 부인했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하면서 합리주의가 어떻게 해서 전체주의를 태동시켰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신은 죽었다」에서 시작된 인간의 신에 대한 모독은 인간 중심의 자만성을 불러일으켰고 인간의 지배는 인간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따라서 합리주의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을 찾을수 있는 왕도라고 인간성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저자는 마르크스주의와 레닌주의는 인간의 보편성 개념을 왜곡한 사상이라고 지적했다.그는 금세기의 문제점을 현대과학과 초자연에대한 믿음의 약화로 인한 위계질서의 붕괴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21세기를 앞둔 현시점에서 인간의 문제점은 모호함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끝났지만 타인에 대한 증오와 원한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밝히고 있다.책은 끝부분에 「잃어버린 인류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답을 유보하고 있다.현대인의 문제점이 모호함에 있는 것처럼. 원제는 『L'humanite perdue』,쇠유(Seuil) 출판사 발행,89프랑(약1만3천500원)〈파리=박정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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