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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베리아 대탐방](6)첼랴빈스크의 한국인 학교

    [첼랴빈스크 이도운특파원] 1999년 10월 24일 오전 10시.우랄산맥 동남쪽기슭의 첼랴빈스크 시(市)는 차갑지만 평온한 초겨울의 일요일 아침을 맞고있었다. 첼랴빈스크 중심부 샬레스키 구(區)의 인민예술센터 2층.러시아 주민들에게는 귀에 설은 말들이 자그맣게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너,우리” “아버지,어머니,감사합니다” 첼랴빈스크의 한국어 학당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어 선생님은 박(朴)바실리씨(63).첼랴빈스크 공대 교수였던 박씨는 3년전 은퇴한 뒤 지역 한인회 일을 돌보고 있다.98년 10월부터는 카레이스키(고려인·한국계 러시아인) 청소년을 모아 한국말을 가르치고 있다. 오(吳) 비알레타(15)와 안드레(9) 남매,지(池) 알렉산더(15)와 알로샤(9)남매,리(李) 알렉산더(14)와 발레라(8)남매,리 게나(14),박 이스크라,그리고 바실리씨의 한인회 업무를 도와주는 30대의 김(金) 로자씨 등이 이날 수업에 참가했다. 이들은 교육부 국제교육진흥원이 펴낸 ‘재외국민용 한국어’의 러시아판교재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박씨가 주(駐)러시아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다. 그러나 교재가 너무 어렵기도 하고,또 모자라기도 해서 타슈켄트 고려인회가 만든 한국어 교재와 박씨가 스스로 만든 유인물을 함께 쓰고 있다. 박씨가 만든 교재에는 세고기(쇠고기),맵은(매운) 고추,바드세요(받으세요)등 철자법이 틀리는 단어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오자(誤字)를 지적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박씨 자신도 5년전부터 책과 비디오를 보며 스스로 한글을 익혀 가르치는 것이다.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가진 학생들은 난방도 되지 않는 추운 교실에서 두손을 ‘호호’ 불며 열심히 한글을 읽어나갔다. 박씨는 학생 한 사람,한 사람에게 책을 읽도록 하고 한국말로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2시간으로 예정된 한글 수업은 1시간만에 끝났다.날씨가 너무 추워 어린 학생들이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박씨는 대신 학생들을 모두 피아노 앞으로 모이게 한뒤 음악수업을 시작했다.박씨의 반주에 맞춰 학생들은 한국어 교재에 나와 있는 애국가를 합창했다. 합창이 끝난 뒤 박씨는 ‘하느님’ ‘보우하사’ ‘보전하세’의 뜻이 무엇인지 물었다.박씨는 학생들에게 몇차례 애국가를 가르치면서도 세 낱말의 뜻을 몰라 가사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업이 모두 끝난 뒤 발음이 좋은 오 비알레타에게 “왜 한국어를 배우느냐”고 물었더니 “그저 알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지 알렉산더는 “한국어는 발음이 너무 어렵다”고 푸념했고,리 게나는 “한국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한국어를 배워두면 나중에 한국 기업들이 진출했을 때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지않겠느냐”며 어린 학생들을 불러모았다고 한다.그러나 학생들이 그 말을 믿고 온 것은 아니다.그들은 생김새와 사는 방식이 러시아사회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가져왔던 것이다.따라서 그들의 한국어 학습은 ‘나의 정체’를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첼랴빈스크 주(州)에는 100여명의 카레이스키가 살고 있다고 한다.이들은추석이나 설날같은 명절이면 이 곳 문화센터에 모여 떡,김치,국수 등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첼랴빈스크주 정부의 마카로브 블라디미르 문화원장은 “한국인을 비롯한소수민족의 전통을 존중하고,가급적 그들의 행사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박씨의 집을 방문했다.러시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방 2개 짜리아파트였다. 첼랴빈스크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이스라엘 태생의 부인 이레나는 취재진을 위해 닭고기 요리를 준비했다.식사중에 박씨는 서울에서 온 편지 한통을 보여줬다.“어려운 환경에서 한국어 교육에 전념하는 것을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이 편지는 국회 교육위원회의 박범진(朴範珍·국민회의)의원이 보낸 것이다.박의원은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서 박씨의 활동을발견하고 격려편지를 보낸 것이다.박씨는 3주 동안 사전을 찾아가며 편지를읽어냈다고 한다. 부인 이레나는 “한국인이나 유태인이나 머리가 좋고 생활력이 강하다”고말하고 “그러나 유태인은 세계 어디를 가나 서로를 돕는 마음이 강한데,한국인은 그런 점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dawn@ *우랄지역에 사는 우리동포들시베리아를 여행하다 보면 얼어붙은 대지에 굳세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우리 동포들을 자주 만날 수 있게 된다. 예카테린부르크 국립 우랄대학의 철학과 김근복(金根福·67·러시아명 블라디미르 김)교수.그는 우랄 카레이스키의 대부(代父)로 통한다.첼랴빈스크와페름 등 각 지역의 한인회는 김교수를 중심으로 연락체계를 갖고 있다. 국립 레닌그라드대 철학과를 졸업한 김교수는 우랄대학에서 뿐만 아니라 예카테린부르크 시와 스베르들로프스크 주 당국으로부터도 학문적,사회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우랄대학 본관 2층에는 ‘우랄고려인협회’ 사무실이 있다.대학에서 특별히 제공한 것이다.우랄대학은 한국의 광운대·숭실대·안양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물론 김교수가 다리 역할을 했다.김교수는 올해는하나로통신과 협조해 우랄 대학에 인터넷 설비를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김교수의 큰 아들 아카디 씨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환교수를 지내다 지난달말 예카테린부르크로 돌아왔다. 예카테린부르크 오페라단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도 한국인인게르만 김이다. 페름 주(州)의 고려인협회는 ‘아리랑회’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회장인 김수복씨(54·러시아명 레프 하리토노비치 김).사업가인 그는 아리랑회의 부회장인 김 게오르기 겐나디에비치 등 페름시에 사는 한국인들과 함께 ‘카레이스키 패밀리’를 이끌고 있다.김회장의 패밀리에는 카레이스키 뿐만 아니라북한을 탈출,중국을 경유해 이곳으로 넘어온 동포와 조선족도 섞여 있다. 김회장은 페름 석유대학을 나와 정유공장 고위간부를 지내다 4년전 “내 사업을 하고 싶어서”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김회장은 현재 시 중심부에현대식 시장을 짓고 있다.시장은 주로 고려인과 중국인에게 분양할 생각이다.갈수록 숫자가 늘어나는 중국인들은 카레이스키 패밀리의 잠재적인 경쟁자가 되고 있다. 1999년 10월29일 밤.김회장은 취재진을 공사가 한창인 시장터로 안내했다. 간이 건물에 한국식당이 차려져 있었다.중국에서 건너온 아낙네들이 준비한쌀밥과 두부를 넣은 청국장,고추장으로 볶은 닭·돼지·쇠고기로 만찬을 함께 했다. 페름의 인투리스트 호텔 옆의 재래시장에서 갖가지 김치를 팔고 있는 김올랴씨(35)를 만났다.김씨는 “내가 만든 김치는 고려인이 아니라 러시아인에게 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한국인들은 모두 김치를 스스로 만들어 먹기 때문에 사지는 않는다고 했다.최근에는 한국에서 유학이나 사업을 위해우랄지역으로 건너가는 한국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우랄공대의 이상동(李相洞·39)씨.부산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우랄공대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한편으로 그는 러시아 대학생 선교회를 이끌고 있다.이씨는 “러시아의대학생들은 한국학생 못지않게 똑똑하다”면서 “현지에 정착해 이들에게 한국의 각 분야를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부인과 두 아이도 예카테린부르크로 데려왔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보일러 회사 ‘올림부스’ 러시아 지사 책임자 홍기정씨(26).2년전 예카테린부르크에 왔다.홍씨는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면서 맞게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세금과 물류비용”이라면서 “한국과 시베리아가 철도로 이어지기만 한다면 더없이 좋은 사업환경을 맞게될 것”이라고전망했다.
  • [쉽게 읽기] 인류학자 박정진의 밀레니엄 문화읽기

    ‘여자의 아이를 키우는 남자’라는 이상야릇한 부제가 붙은 ‘인류학자 박정진의 밀레니엄 문화읽기’는 흥미로운 책이다.우선,저자의 이력부터가 이채롭다.그는 의대에서 국문과로 옮겨 공부했고 기자 활동을 거친 시인이다. 문화인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소장학자인 동시에 지난 몇년간 십수종의 책을 간행한 저술가이기도 하다. 다채로운 이력에서 짐작이 되는 바가 있겠지만,자유로운 글쓰기가 그의 책의 주요한 특징이다.그만큼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는다.‘…문화읽기’도 그런 경우이다.이 책은 규범적인 문화론이 아니다. 이를 테면 보통명사로서의 ‘문화’가 왜 21세기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는가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하지 않는다.그보다는 짤막한 생각과 간결한 필치를 통해 여러 경로로 ‘문화’를 ‘난타’하는 자유분방한 방식을 선보인다.권위적이고 규범적이며 관성에 익숙한 글쓰기가 아니라 도전적이고 자유로우며 새로운 글쓰기라는 점에서 ‘게릴라’적인 성향이 강하다. 총 10장,161편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정치,경제,종교,역사,철학,문화인류학 등 인문학의 중요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전문적인 고급 학술 논의도 전혀 학술적으로 독자들을 압박하지 않으며 간명하게 처리한다.그래서 이 모두를 관통하는 저자의 생각이 일목요연한 체계를 갖춘 모습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얼핏보면 사통팔달을 염원하는 다양한 관심이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의 권력이야기에서부터 민족주의,종교론,언어론,예술론,동서양철학과 비교문화론 등 갖가지 다채로운 소재들을 등장시키고 거기에서 파생하는 보다 작은 소재들을 반복해서 다룸으로써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을통합하여 이해해야 하는 새로운 문화적 각성이 필요함을 감추어서 이야기한다. 즉 새로운 세기의 문화적 각성이라는 것이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하는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시적 직관이 돋보이는 문장,기자의 문체가 지니는 비판적 간결함,폭넓은 독서와 깊은 사유를 보여주는 학자의 진지함 등이 미덕이다. 밑줄을 치고 싶은 문장들 중에는 이런 것도있다.“한국은 (……) 마피아와 같은,비밀결사의 국가이다.마피아의 세계란 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힘에 의해 움직이며 합리성보다는 패거리의식이 더 중요한 세계이다.(……) 공론은보스의 사론(私論)이기 일쑤이다.마피아의 세계란 보스가 죽지 않으면 권력이동이 전혀 불가능한 세계이다.”(제 2장:명분의 노예,한국;‘깡패와 창녀,그 야성의 회고’중에서) 불교춘추사 펴냄.값 9,000원. 윤재웅 문학평론가 동국대 강사
  • [올해 국정 어떻게] 건교부 국토정책국

    “과장님 그래도 생생하네요.며칠씩 야근을 하고도….체력이 좋으신 편입니다.” 21일 오전 8시50분.경기도 과천 정부 제2청사 4동 516호.건설교통부 국토정책국장방에 모인 국·과장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덕담 아닌 덕담을 건넨다.지난해 하반기부터 제4차 국토계획을 수립,발표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하느라 연일 야근을 하고 있는 국토정책국 직원들은 “힘은 들어도 새 천년의 국토비전을 제시하는 보람있는 일을 하기 때문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토정책국은 건교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중 하나인 국토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국토의 보전과 효율적인 이용에 관한 업무를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곳. 지난해 국토정책국에서는 새 천년을 맞아 새로운 국토운영전략과 청사진을담은 제4차 국토종합계획을 수립,올해초 공식 발표했다.국토종합계획은 헌법에 명시된 법정계획으로 국토 및 지역정책의 지침이자 국토발전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국토에 관한 최상위 국가계획이다. 제4차 국토종합계획은 21세기에 전개될 세계경제의 전면적 자유화,지식정보화,지방자치의 성숙 등 여건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국토비전과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수립됐다. 지난 97년 연구에 착수,2년여에 걸쳐 총 160여명의 석학들이 참여해 만든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 및 16개 시·도와 협의를 거쳐 이견을 조율했다.국·과장은 물론 실무자들까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을 돌며 공청회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명실상부한 국민의 계획으로 확정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국토정책국 직원들은 나날이 계속되는 야근과 고된작업에도 불구하고 한마음으로 21세기의 국토 청사진을 마련하는 작업에 동참했다. 최재덕(崔在德)국토정책국장은 “올해 우리 국의 중점 업무는 우선 제4차국토종합계획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위한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데 있다”며직원들을 독려했다.그는 또 대통령 신년사에서 ‘지역균형발전 3개년 기획단’을 설치하기로 함에 따라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종합적인 지역균형발전 3개년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했다.국제비즈니스업무단지 조성을 적극 검토하고,부문별로 분산추진되고 있는 SOC 종합투자조정계획을 올 상반기중에 수립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오늘도 국토정책국 직원들은 차가운 겨울 밤바람을 맞으며 퇴근길에 나서고 있다. 박성태기자 sungt@ *김윤기 건교부장관은 누구 김윤기(金允起)신임 건설교통부장관은 '탱크'라는 별명에 걸맞게 강한 업무추진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실무와 이론을 겸비,미래를 내다보는예측력 또한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64년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ROTC 2기로 임관,군생활을 마쳤다.그 영향때문인 듯 지금도 무인의 인상과 기질이 강하게 느껴진다. 제대후 한국감정원 근무를 거쳐 78년 한국토지공사 전신인 토지금고에 입사한 뒤 20여년동안 ‘토공맨’으로 한우물을 파면서 남긴 굵직굵직한 실적들이 이를 대변한다. 80년대초 토공 조사부장 시절 주택대란과 부동산투기를 예견,‘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주위의 비난을 무릅쓰고 별도 팀을 구성해 전국의 택지개발가능후보지를 물색했다. 이때 만든 택지현황조사서라는 방대한 문건은 이후 정부의 택지개발업무가 본격화되는 기초가 됐다. 김장관은 ‘탱크’‘카리스마’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랫사람에게농담 한마디 하고 나서 얼굴이 붉어지는 순진함(?)도 갖고 있다.그는 조직의수장이 갖춰야 할 필수덕목인 과단성과 부하직원들과의 친화력으로 바탕조직을 이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환용기자 dragonk@
  • “각부처 다양한 목소리 원만히 조정”

    최재욱(崔在旭) 신임 국무조정실장은 14일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묵은 과제들을 발굴해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실장은 “현대 사회는 지역과 직업 등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각 부처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목소리를 무리없이 조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장관 출신답게 한강·낙동강 등의 수질개선을 위한 지방자치단체간의 이견 조정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고,실업문제도 지속적인 조정이 필요한사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박총리가 최실장과 조영장(趙榮藏)비서실장을 모두 자민련에서 데려오자 총리실의 일부 직원들은 “자민련이 친정체제를 갖추려는 것 아니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최실장은 그런 지적에 대해 “박총리의 철학과 인생관,공직관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보필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실장은 이날 오전 국무조정실 직원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내가 행정의 전문가는 아니다”라고 솔직히 인정하고 “배우는 자세로 일하겠다”고말했다. 최실장은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5공화국 때 청와대 공보비서관으로 기용된뒤 경향신문사장과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13대 총선 때 전국구로 정치에입문했다.최실장은 박총리가 지난 90년 민자당 최고위원을 지낼 때 비서실장을 지내며 핵심측근이 됐다. 지난 97년 대통령 선거 직전 박총리가 자민련에 입당,총재직을 맡게 되자곧바로 총재비서실장으로 임명돼 대선 직후까지 박총리를 보좌했다. 이어 국민의 정부 첫 내각에서 환경장관으로 발탁됐고 이번에 다시 장관급인국무조정실장에 기용되는 행운을 안았다. 이도운기자 dawn@
  • 서울대 논술 ‘도덕성 갖춘 인간이란‘ 출제

    서울대 정시모집 논술·면접고사가 10일 실시됐다. 서울대는 논술시험에서 계열 공통으로 계몽주의시대 사상가 루소의 ‘에밀’의 제 2부 가운데 한 대목을 제시문으로 출제했다. ‘어린이들에게 이성적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루소의 주장에대해 ‘도덕성을 갖춘 이성적 인간이란 어떤 인간이며 아이들에게 도덕교육은 불가능한가’라는 논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동시에 ‘도덕성을갖춘 이성적 인간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해서도 기술할 것을 요구했다. 출제위원장 백종현(白琮鉉·철학과)교수는 “새로운 세기를 맞아 인간사회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볼 것을 요구하는 문제였다”고 밝혔다. 총점의 1∼4%(8∼32점)가 반영되는 면접시험에서는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의 원인과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서해안 교전 당시 금강산 관광을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는 등 시사성이 강한문제가 출제됐다. 서울대는 당초 30일로 예정된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를 앞당겨이르면 오는24일쯤 발표할 예정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I)고봉준

    ◆ 혁명적 담론에서 생성적 담론으로의 넘어서기-백무산論 ◆ [1]90년대는 이른바 포스트-모던 담론의 시대이다.현대 영·미 철학과 프랑스철학의 흐름을 대표하는 이 담론들은 근대 서구 철학의 주춧돌인 합리적 이성과 동일화 논리를 전략적으로 해체시키면서 탈근대적 사유를 정초시킨다. ‘다양성(차이)’의 긍정을 통한 ‘탈근대’적 사유로 공약되는 이들 포스트주의 담론의 격랑은 우리 문학에도 새로운 문제틀을 촉발시켰다.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사회적 주체의 생성을 이미 틀지워진 구조 속으로 몰아 넣거나 이념의 족쇄로부터 풀려난 반사회적 주체들을 양산함으로써 오히려 문학의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90년대적’이라는 사회학적 관용구는 이러한 포스트담론들에 대한 한국적 반향의 일종이다.그리고 이러한 90년대적 사유의 한극점에서 ‘근대성’담론이 새롭게 논의되고 있다. 근대성(Modernity)에 대한 논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지난 세기와 새롭게 도래하는 밀레니엄의 분별지를 이룬다.보편적인 의미에서 탈근대란 근대적 주체(코기토)의 파산을 선고하는 조종(弔鐘)이며,동시에 서구적 거대 담론의 시효만기를 의미한다.코기토로 표상되는 합리적 이성은 역사의 구조와 과정을 논리화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일상적 경험을 비롯하여 이성으로 인식될 수 없는 사건들을 배제시킴으로써 탈근대적 사유의 법정에서 유죄선고를 받았다.탈근대적 사유란 결국 탈근대적 주체의 발견과 그 주체의 욕망에 대한 문제를 사유하려는 행위와 다름 아니며,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사유를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의 출현과 새로운 세기의 도래를 경험하고 있다.그러나 탈근대적 사유의 한국적 수용은 거대담론이 개인으로부터 강탈해 간 일상성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이전의 역사가 축조한 문제의식을 생활세계로부터 퇴출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또한 탈근대성 논의들은 근대와 탈근대를 적대적 모순의관계로 설정함으로써 상호배제라는 극단적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근대와 탈근대의 문제의식이 이처럼 화해할 수 없는 관계 속에 놓일 때 결국 그들은 서로의 굴절된 욕망만을 투영하는 거울,즉 일란성쌍둥이 이상의 의미는 아니다.이러한 역설의 질곡 속으로 빠져들지 않고 근대를 넘어서려는 담론들이 노자(老子)철학과 불교적 사유를 근간으로 최근 우리 문학에서 시도되고 있다. 백무산의 언어는 근대를 가로지르며 그 너머의 세계로 횡단하고 있다.첫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1988)에서부터 ‘길은 광야의 것이다’(1999)에 이르기까지를 관통하고 있는 그의 시의 핵심은 ‘생성’과 ‘소멸’의 문제이다.80년대라는 정치적 현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초기 시에서 이러한 대립은 자본주의 체제의 비인간적 현실을 고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그러나 ‘인간의 시간’(1996)이후 그의 시는 ‘혁명’으로 표상되는 근대적 패러다임에 대한 철저한 자기부정,생태학적·불교적 사유의 탄력적인 수용을 통해 ‘생성’이라는 탈근대적 언어로의 횡단을 모색하고 있다.물론 이때의 ‘생성’담론은 여타의 탈근대적 사유들이 보여주는 탈역사적인 특성들과는 달리 역사성의 대지라는 근대적 지반에 뿌리내리고 있으며,나아가 근대적 산물의 성과를 부정하지도 않는다.그렇기 때문에 백무산의 사유는 근대와 탈근대의 ‘경계’를 드러낸다.경계,그것은 80년대와 90년대,근대와 탈근대의 이중적 관계를 가로지름으로써 생성적 사유로 넘어서려는 언어적 전략이다.이 글은 그의 언어가 펼쳐 보이는 사유의 궤적을 따라 근대의 문턱을 조심스레 넘어보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2]백무산의 시는 노동자와 자본가라는 두 진영의 ‘확연한 갈라섬’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된다.‘갈라섬’이란 곧 배제의 원리이며,그러한 단절을 통해서이들 두 진영은 각자의 정체성을 획득한다. 초기시 ‘만국의 노동자여’와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는 피지배세력의 저항이 모순의 극단적 양태인 적대적 분열을 통해 본질적인 힘을 추동받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그리고 이러한 적대적 분열의 자장은 “밥 가운데서 죽은 밥과 산 밥을 보았다”처럼 ‘밥’이라는 매개물을 통해서구체화된다. 1)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펄펄 살아 튀는 밥을 먹으리라/먹은 대로 깨끗이 목숨 위해 쓰이고/먹은 대로 깨끗이 힘이 되는 밥/쓰일 데로 쓰인 힘은 다시 밥이 되리라/살아 있는노동의 밥이 -‘노동의 밥’부분2)무슨 밥을 먹는가가 문제다/우리는 밥에 따라 나뉘었다/그 밥에 따라 양심이 나뉘고/윤리가 나뉘고 도덕이 나뉘고 또 민족이 서로 나뉘고//… 그래서밥은 계급적이고//노동자의 가슴에/노동자의 피가 흐르는 것은/밥이 다르기때문이다 -‘만국의 노동자여’부분‘밥’은 곧 현실의 질서를 규정하는 절대적 기준이다.1)에서 노동자의 밥은 ‘피가 도는 밥’‘펄펄 살아 튀는 밥’‘먹은 대로 깨끗이 힘이 되는 밥’처럼 생명성을 지니는 반면,자본가의 밥은 단순한 소모의 대상 이상으로 의미화되지 않는다.여기서 ‘밥-힘(노동)-밥’으로 연결되는 노동자의 밥은 생성의 힘을 선취하고 있다.표제시 2)에서 ‘밥’은 ‘양심’‘윤리’‘도덕’‘민족’등의 상부구조적인 모든 질서를 나누는 분별지이다.따라서 ‘밥’을 둘러싼 투쟁이란 경제투쟁의 차원을 넘어선 ‘생명’이라는 새로운 문제틀을 함의한다.이제 밥은 단순히 음식과 경제의 표상이 아니라 진리 그 자체이며,동시에 그 진리를 판가름하는 ‘메타-진리’인 것이다.‘밥’을 통한 사물의 재분할은 인간을 ‘죽은 자’와 ‘산 자’로,‘밥’을 ‘죽은 밥’과 ‘산 밥’으로 그리고 ‘역사’를 ‘죽은 역사’와 ‘산 역사’로 새롭게 규정하는 계기가 된다.밥은 곧 세계를 구획짓는 새로운 질서이다.그 새로운 질서에 의해 생명의 계열(산 밥-산 자-산 역사)은 노동(자)의 세계를,그리고죽음의 계열(죽은 밥-죽은 자-죽은 역사)은 자본(가)의 세계를 표상한다. ‘만국의 노동자여’가 ‘밥’을 매개로 한 대립의 세계를 형상화한다면,‘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는 ‘시간’을 둘러싼 대립의 세계를 그려 보인다.여기서 ‘시간’이란 노동의 소외와 물신화라는 정치경제학적인 의미에 깊이 침윤되어 있다. 인간의 역사는 시간을 둘러싼 투쟁이다/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을 뺏고/되찾는 투쟁의 역사다//…자본가!…자연을 개조하고 한 역사를 개조하고/이윤을 위해 인간의 시간을/이윤의 시간으로 전환해 버리는 힘의 소유자…자본가들은 드디어 세상의 모든 시간을 제압했다…인간의 시간을 제압해 버렸다…그 누구도 어떠한 계급도자본의 시간으로부터/자유로울 수 없는 세계를건설했다…파업에는 혁명이라는 괴물이 숨어 있다고/파업에는 죽어가는 생명을 되살리는/피빛 혁명이 숨어 있다고-‘서시-생존의 경쟁’부분근대적 성격을 띠는 ‘자본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자연의 시간’과 대립적으로 인식된다.이때 ‘인간의 시간’이란 분절되고 선분화된 직선적 흐름이 아니라 생명의 새로운 생성과 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살아 있는 시간’이다.‘살아 있는 시간’만이 ‘움직임’과 ‘새로운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그러나 근대 자본주의는 발전의 논리를 내세움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절대적인 분리를 초래하였다.‘시계’라는 근대적 장치의 등장은 그러한 분리가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표상이다.그 과정에서 ‘시계’는 인간의 노동을수량화함으로써 합리적인 노동시간의 분배와 측정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착취하는 기계가 되었다.반면 파업을 통해 구가하는 생명의 되살림이란 결국 자본주의적인 시간 혹은 ‘죽음의 시간’과 대조되는 ‘살아 있는 시간’의 발견이다.그가 ‘자본론’에서 발견한 ‘돈으로 왜곡된 시간’역시 결국 이러한 근대적 시간관으로부터의 탈주 욕망에 대한 역설(力說)적 표현이라 할수 있다. [3]‘인간의 시간’은 90년대가 지난 시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우리의 기억 속에서 80년대는 여전히 ‘불의 시대’이다.80년대는시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 ‘황홀하게 조응’함으로써 시가 그 자체만으로도 혁명적 세계관으로 받아들여지던 뜨거운 시대였다.그러나 그 뜨거운 서사는 결국 ‘패배’라는 단어 뒤에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종결되었다.‘인간의 시간’은 시인의 긴 침잠이 자기부정의 여정이었음을 고백하는 낮은 목소리로 시작된다.누가 이런 길 내었나/가던 길 끊겼네/무슨 사태 일어나 가파른/벼랑에 목이 잘린 길 하나 걸렸네//옛 길 버리고 왔건만/새 길 끊겼네/…지난 길 다 버린 뒤의 경계//아,나 이제 경계에 서려네/칼날 같은 경계에 서려네//나아가지도 못하나 머물지도 못하는 곳//아스라히 허공에 손을 뻗네/나 이제 모든 경계에 서려네-‘경계’부분한 시대를 길의 이미지로 표상한다면 90년대란 ‘벼랑’이 아닐까?이때 벼랑이란 “옛 길 버리고 왔건만/새 길 끊긴”참혹한 현실의 상징이다.‘옛 길’과 ‘새 길’이 모두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벼랑에 목이 잘려’위태롭게 걸려 있는 길,그것은 ‘경계’이다.두 길의 이중주가 만들어 놓은 예각으로서의 경계란 일종의 정치적 망명상태이며,‘나아가지 못하나 머물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불분명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임에 틀림없다.시집 도처에서 발견되는 한숨과 자조의 강박적 반복은,그가 ‘경계’위에서 지나온 삶을 허무는 고투를 경험하고 있음을 알려준다.이러한 자기부정을 통해 그는 “그대가 잃은 길도 집도/진작 허물어져야 했던 것이네”“차라리 길이었으므로 갈수가 없었습니다”“이미 난 길은 길이 아니네/이미 지어진 집은 집이 아니네”처럼 ‘무위(無爲)’의 세계를 발견한다. 대지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을 거역한다/소모와 죽음의 행로를 걸어온,/날로썩어가고 황무지만 진전시켜온/죽은 시간을 전복시킨다/대지는 단절을 꿈꾼다/모든 것이 모든 것에 순응하는 지휘계통/대지는 이렇게 혁명을 하는 것/잠든 씨 알갱이들과 언 땅 뿌리들을/불러내는 것은 봄이 아니다/스스로 자신을 밀어올리는 것/생명의 풀무질을 충만하게 가두고/안으로 눈뜬 초미의 주의력을 늦추지 않는 것/시간과 봄은 생명력의 배경일 뿐//역사가 강물처럼 흐른다고 믿는가/그렇지 않다/단절의 꿈이 역사를 밀어간다-‘인간의 시간’부분 무위의 세계는 곧 조화와 융합,즉 대자연의 세계이다.그 세계에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깃들어 있다.‘배려’란 본질적으로 ‘타자성’에 대한 인정이며,나아가 지난날 인간이 구가해 온 폭력적 이성에 대한 반성이다.“모든것이 모든 것에 순응하는 지휘계통”은 바로 생명의 본원적인 흐름이며,그러한 자연의 질서란 그 속에 어떠한 ‘지휘계통’도 내포하지 않는다. 이처럼 자연의 질서란 ‘내재적’사유로서의 ‘생성’을 근간으로 한다.그러나 이때의 ‘생성’과 ‘생명’은 ‘역사’라는 근대적 사유와의 관계장 속에 놓임으로써 근대적 가치 전체로부터 수직적인 초월을 모색하지는 않는다. 즉 생성이란 부르주아와 자본으로 점철된 근대적 시간관의 형이상학적 역사,나아가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근대 이성의 부정태에 대한 거역의 차원이지 결코 황금시대를 동경하는 복고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퇴행성 의지는 아니다.이러한 사유에 의해 혁명적 담론은 새롭게 구성된다.생명이 대지의 내부에 존재하듯 혁명이란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라는 내부적 사건에서 촉발되는 것이다.‘잠든 씨 알갱이’와 ‘언 땅 뿌리’를 불러내는 것이 결코 ‘봄’이 아니듯이 혁명이란 인간의 외부적 상황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그것은 밖으로부터의 변혁이 아닌 안으로부터의 과정이어야 한다.그 내부의 힘이 곧 ‘단절의 꿈’이고 또한 그것이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이다.따라서 이제 ‘혁명’이란 대지와 자연의 질서를 닮은 형태여야 하며 그것의 인간적 현상이 곧 노동이다.‘인간의 시간’은 생성으로서의 역사가 언제나 단절의 맹아를 잉태하면서 접힘과 풀림을 반복하는 운동임을 보여주고 있다.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II)고봉준

    [4]백무산의 언어는 ‘갈라섬’의 단성성에서 ‘배려’의 다성성으로,‘변혁’의 근대성에서 ‘생성’의 탈근대성으로 횡단하고 있다.이는 곧 그의 사유가 ‘외부적’사유에서‘내재적’사유로 변모하고 있음을 증거한다.‘길은 광야의 것이다’는‘생성’이라는 내부적 사유를 근간으로 하는‘출렁거림의 언어’세계이다.여기서 생성이란 노자(老子)적 의미에서 현(玄),‘상도(常道)의 세계’이다. 그 세계는 물질이 아직 어떤 형태를 부여받지 않은 미분화와 원질료의 세계이며,따라서 그것은 무수한 가능성으로서의 불교적 공(空)관념과도 유사하다.이 출렁거림의 언어 속에서 우리는 탈근대의 한 지평을 목격한다. 이것은 씨앗이 아니라/작은 구멍이다//이 텅 빈 구멍 하나에서/어느날 빅뱅이 시작된다-‘풀씨 하나’부분내 생애도 무너지고/세상도 온통 균열이 지는 통에/그 쬐그만 냉이꽃 한송이가/아주 쬐그만 것이 그 무심한 것이/바람도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그 쬐그만 것이’부분봄날 졸음보다 작은 힘이/꽃잎 떨어져 휘어진 물결보다 작은 것들이/어깨선굽은 그 작은 곡선보다 미세한 굴곡이-‘거대한 것인줄 알지만’부분‘생명’이란 거대한 그 무엇이 아니라 ‘텅 빈 구멍’‘쬐그만 것’‘작은힘’‘작은 것’‘미세한 굴곡’처럼 본질적으로 작고 사소한 것이다.이때생명이란 그 자체가 근원적인 에너지이자 일종의 ‘내재성의 장’이다.여기서 내재성의 장이란 근대적 사유가 만들어 놓은 제동과 관성으로서의 구조적 배치를 넘어선 ‘생성’의 차원을 의미한다.생성의 사유란 이처럼 근대적거대 질서에 대한 탈전체화와 연결되어 있다. 생성이란 일종의 현동체(생명)이다.그것은 비역사적이고 단일한 상수(常數)가 아니라 그 자체가 특정한 운동과 변화에 대한 경험에서 역사적·문화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결과이다.반면 근대 자본주의,특히 근대적 사유에서물질의 흐름은 생명체 본연의 역동적인 성질이기보다는 그것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힘에 순응하는 질서이다.그러나 생성의 세계는 이러한 근대의 시·공간을 벗어난다.근대적 욕망의 배치가 모두 해체된 생성적 시·공간이 바로‘모태’와 ‘광야’이다.자본주의로 표상되는 근대적 시간관이 노동을 단순한 교환가치의 매개로 전유하는 미분적 시간이라면,생성의 시간이란 적분의시간이다.또한 생성의 공간으로서의 ‘광야’란 ‘슬픔’‘공포’‘상실’등의 감정이 틈입하지 못하는,아직 감정이 생겨나지도 않은 유동적 자유활동의 장이다.그곳에서 생성은 삶과 죽음을 초월하여 다만 에테르처럼 ‘출렁거림’으로써 역동적으로 존재한다.‘출렁거림’이란 곧 물질을 명사와 형용사가 아닌 동사의 차원에서 파악하려는 인식의 산물이다. 생성으로서의 “생명이란 물질이 기울어진 것”처럼 일정한 틀 속에서 주형(鑄型)되지 않으며,또한 “누가 최초의 불꽃인지/누가 중심인지/알 수 없다/알 필요도 없다/중심은 처음부터 무수하다”처럼 중심을 갖지도 않는다.꽃은 피었다 지고/지고 또 피는 것이 아니라//같은 눈 같은 가지에 다시 피는 꽃은 없다 언제나 새 가지 새 눈에 꼭 한번만 핀다네-‘꽃은 단 한번만 핀다’부분또한 생성이란 근본적으로 차이와 반복의 영원회귀적인 운동이다.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카오스의세계도,또한 코스모스의 세계도 아니다.오히려 그것은 그러한 미분화의 이전 상태라는 점에서 카오스모스의 세계다.인용시에서 ‘꽃’이라는 생명체는 ‘피고-지는’반복적 운동과 ‘꼭 한번만 피’는 차이의 운동을 동시에 현존시킨다.이처럼 생성의 사유는 사물을 존재(being)의 그물에 구속시키지 않고 힘과 강도라는 사건의 차원에서 이해한다.따라서 생성의 사유란 곧 ‘생명’을 무한생성의 운동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며,나아가 현존하는 것의 긍정적 이해 위에서 동시에 그것의 부정…생성·소멸하는어떠한 변화도 역동적인 운동의 흐름 속에서 파악하는 사유이다. 백무산의 시는 생성의 사유를 통해 근대의 울타리를 넘어선다.이때 그러한사유는 차이와 반복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내재적 장’으로서 ‘허공’을 필요로 한다.이 지점에서 백무산의 시는 불교적 사유와 마주친다.시집전편에 걸쳐 ‘허공’‘비움’‘구멍’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나타나는 허공의 이미지는 불교적 공(空)개념과 유사하다.또한 그것은 우주의 생성과 팽창을 가능하게하는 근원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스토아적인 우주론과도맥락을 같이 한다. 근대적 사유가 ‘권력’이라는 ‘중심’의 논리라면 ‘허공’을 중심으로 하는 생성의 사유는 공(空)과 만(滿)이 각각의 잠재태라는 깨달음을 근간으로한다.따라서 허공이란,꽃이 “마침내 자신의 몸 하나/마저 비워버”릴 때에야 개화할 수 있듯이 본질적으로 만(滿)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앞서간 이들은 저만큼에서 돌아오고 지배에서 벗어날 권력에의 의지를 외쳤으나 권력 지향의 사욕으로 물들고 꿈꾸는 것은 더 이상 해방이 아니라 사유물에 대한 관심이었다…모든 영감은 허공에서 일어난다 눈길 한번에 저 고해의 쓰라린 가슴들이 허공중에 환히 밝아지고 허공만이 창조의 모태이나 이를 억압하는 인간과 인간 사이 권력의 중력장을 끊고 그리하여 온전하고 환한하나의 생명을 꿈꾼다 어디에고 미치지 않은 곳이 없고 모공 하나 모자라지않는 생명 하나 발명할 꿈을 꾼다 -‘중력장’부분생성의 사유가 펼쳐 보이는 ‘공(空)’의 세계에서 중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그러한사유가 권력의 중력장에 끌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그러나 지난날의 ‘혁명’담론이란 근대적 권력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사실 권력이란 발생학적으로 억압적이기에 선량한 권력이란 하나의 형이상학일 뿐이다.권력은 하나의 거대한 중심을 가정한다.따라서 권력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적 계층 구조는 존속할 수밖에 없으며,그때 중심은 주변을 배제와 억압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제어하기 마련이다.따라서 진정한 혁명이란 권력을 권력 아닌 것으로 넘어서는 것,즉 권력자체를 해체하는 일이어야 한다. 결국 생성의 사유에서 볼 때 이상적 혁명이란 모든 권력을 일소하는 행위이다.그래서 권력은 ‘종말’에 이르러 ‘박살나’는 순간에만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지닌다.“권력은 그때만 겸손하다/권력 아닌 것으로 권력을 비우라/그렇다면 권력을 지배해야 한다”라는 진술은 혁명이 억압적 권력을 선량한권력으로 대체하는 행위가 아님을 의미한다.그것은 “자유-그 자유를 얻지않고/스스로 자유가 된 사람”처럼 자유라는 관념의 중력장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성취되는 것이다. 그러나 먼저 우리 스스로가 확인할 일이 있습니다.안타깝게도 권력에의 욕망과 사욕으로부터 스스로 정화하지 않고 어떠한 판단도 모색도 부질없는 것입니다.역사 앞에서 우리는 끝내 빈손일 뿐입니다.…승리냐 패배냐가 아니라존중입니다.//이 우주에는 머무름도 없지만 사실 균형도 없습니다.긴장이 낳은 흐름만 있을 뿐입니다.//그러므로 인간은 존재가 아니라 ‘어떤 상태’라고 나는 믿습니다.그러므로 인간은 실체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성질’이라고 나는 믿습니다.‘상태’와 ‘성질’이 촉감할 수 있는 그림자를 만들 뿐이라고 나는 믿습니다.그러므로 인간에게 부여된 모든 것은 자유의 영역입니다.끝없는 대지입니다.-‘겨울 조정환’부분인용시는 인간을‘존재’가 아니라‘생성’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다.이처럼 물질을 생성의 관점에서 파악할 때,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유기체는 일정한 강도(强度)를 지닌 파동으로 인식된다.그리고 인간 역시 어떤‘존재’로서의 실체가 아니라 ‘상태’와 ‘성질’이라는 파동이 만들어 낸 촉감할 수 있는 ‘그림자’일 뿐이다.따라서 인간의 관계란 이러한 파동과 파동이 만날 때 촉발(affection)되는 운동의 일종이며,그러한 운동을 통해‘좋음/나쁨’이 형성된다.세계는 그러한 파동으로 충만하다.그리고 그러한 모든 파동들이 그 위를 어지럽게 흘러 다니는 하나의 거대한 장이 바로‘대지(광야)’이다. 이처럼 물질이 ‘실체’가 아닌 ‘상태’와 ‘성질’로 인식된다는 것은 그것을 ‘출렁임’의 역동적인 흐름으로 파악한다는 것이다.이때 근대의 모든‘단단한 것’들(권력,이성,질서 등)이 에테르 같은 유동적 상태로 녹아 내린다.그리고 그것들이 생산한 흑백의 극단적 대결 논리 역시 해체된다.인용시에서 말하는‘존중’이란 이러한 극단적 대립과 갈등을 벗어난 인간관계이다.하나의 중심이 초월적 위치에 군림하면서 타자를 억압하고 배제하는 것이 근대적 권력 모델이라면,파동(타자)과 파동(타자)이 대화적 관계 속에서 촉발 운동을 일으키는 것은 탈근대적 사유의 모델이다.여기서‘존중’과‘배려’란 윤리적차원의 바탕으로 한다.이러한 ‘배려’와 ‘존중’의 세계야말로 탈근대적 인간 관계의 바람직한 모델일 것이다.우리들 삶은 그곳에서 더 이상 측량되지 않는다/우리들 꿈은 더 이상 산술이 아니다/길은 어디에나 있고 또 없다/길은 대지 위에 있으나/길은 자주 대지를 단순화한다/때로는 대지에서 자란 우리들/대지에서 추방하기도 한다/우리가 헤쳐온 길이 우릴 버리기도 한다/길은 자주 대지의 평등을/욕망의 평등으로 변질시키고/대지의 선한 의지를/권력의 사욕으로 타락시킨다//삶이란 오고 가는 것일까/인생이란 흐르는 길 위의 흔적일까/저기 출렁이는 물결을 보아라/허공에 맞닿아 끝없이 일렁이는 물결을 보아라//길이란 길은 광야 위에 있다/길 위에 머물지도 말고 길 밖에 서지도 말라/길이란 길은 광야의 것이다/삶이란 흐르는 길 위의 흔적이 아니다/일렁이어라 허공 가운데/끝없이 일렁이어라 다시 저 광야의/끝자락에서 푸른 파도처럼 일어서는/길을 보리라-‘길은 광야의 것이다’ 부분보편적으로 길은 과거의 흔적이나 미래의 방향을 표상한다.물론그때의 길은 특정한 개인이 지나온 삶의 흔적과 무수한 변화의 굴곡들이 앞다투어 지나갔던 역사적 궤적이라는 중첩적인 의미를 갖는다.그 속에서 길은 긍정과 부정이라는 양가성을 함의하는데,시인은 그러한 가치의 양극을 ‘기쁨·희망/나락’‘확신/혼란’의 관계로 파악한다.이러한 이항 대립적 관계망은 결국둘 중의 하나라는 선택적 차원과 경험론적 틀을 극복하지 못하기에 새로운의미를 산출하지 못한다. 오히려 ‘길이 시작된 곳을 찾았을 때’나 ‘길을 내려 길을 보았을 때’처럼 ‘생성의 장’으로 회귀했을 때 길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전화된다.왜냐하면 길의 원형인 ‘광야’란 일종의 ‘공(空)’이기 때문이다. ‘길’이라는 단어 속에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정복욕이 꿈틀대고 있다.따라서 ‘길’이 ‘공(空)’의 상태로 회귀할 때 그것은 길이 아니라 출렁임으로서의 대지(광야)이다.대지(광야)는 인간의 질서를 각인하지 않는다.이러한사유는 곧 생태학적 상상력과도 맞닿아 있다.‘길’이 인간의 자연 정복의산물이라는 점에서‘근대적’언어라면,‘광야’는‘탈근대적’인 생성적 사유의 언어이다. 이때 탈근대적 언어로서의 광야는 황금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하지 는다.오히려 그것은 대지 위에 있으면서 ‘대지를 단순화’하고,인간을 대지로부터추방시키는 억압적인 질서의 근본적 해체 상태를 의미한다.또한 그것은 ‘대지의 평등’과 ‘욕망의 평등’을 착종시키고 ‘대지의 선한 의지’를 ‘권력의 사욕’으로 전이시키려는 근대적 힘에 대한 투쟁 의지이다.그러한 의지가 구체적으로 실현되었을 때 인간의 삶은 측량과 산술이라는 자본주의적 시간기제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이러한 그의 시도가 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그자리에 새로운 성을 쌓으려는 건축학적인 노력이 아님은 물론이다.오히려 그는 생성이라는 역동성을 바탕으로 근대의 울타리를 횡단하려 한다. 생성의 사유에서 바라본다면 길이란 “어디에나 있고 또 없다”처럼 잠재태로 존재한다.이러한 사유의 근간에는 “길 위에 머물지도 말고 길 밖에 서지도 말라”는 불교적 화두가 깔려 있다.결국 인간의 삶이란 길이라는 근대적장치 위에 고착된‘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광야 위에 찍힌 ‘흔적’처럼 유동적으로 역동적으로 흐를 때,그리고 무한 역동성으로서 ‘허공’가운데에서 끝없이 일렁일 수 있을 때 비로소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5]‘해방의 이론은 억압의 현실을 먹고 산다’.그러나 그 이론은 90년대 이후한국사회에서 미세하게 분화된 거대한 세계의 질서를 총체적으로 바라보지못함으로써 현실을 주도하기보다는 변화된 현실에 적응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90년대 이후 전개된 많은 담론들은 지난날의 근대적 이론들을 비난하는 속에서만 자신의 정당성을 발견하려 한다.그러나 비난이란 새로운 모색을 구성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과거의 것이다. 백무산의 언어가 오늘날 우리 문학에서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노자(老子)철학과 불교적 사유를 근간으로 하는 탈근대적 언어의 창출이라는 그의 문제의식은 비단 서구적 근대라는 식민성으로부터의 해방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근대적 억압 질서로서의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특히 근대적 질서가 무한경쟁과 타자의 배제라는 폭력적인 모습을 띠는 데 반해서 그의 탈근대적 사유는‘존중’과‘배려’라는 생성의 사유를 바탕으로 근대의 문턱을 넘어선다.주체-타자의 상호배제라는 근대의 아포리아를 가로지르며 노자적·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탈근대의 모색 속에는 80년대 언어에 대한 노동문학의 자기반성이라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 들어 있다.이처럼 과거와 현재가 단절과 연속의 길항작용 속에서 파악될 때 미래로서의 21세기란 우리에게 허무의 바다가 아니라 ‘참을 수 없는 또 한 시대의 격랑’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을 것이다.
  • [시베리아 대탐방](1)세계에서 가장 큰 공장 우랄마쉬

    대한매일이 새 천년을 시작하며 시베리아 대탐방을 다시 시작합니다.시베리아는 방대한 영역과 무한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인류의 마지막 보고(寶庫)입니다.시베리아는 잠든 땅이 아닙니다.오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튼 뒤경제적 도약을 준비하는 기회의 땅입니다.또 한편으로는 무차별 개발에 따른 환경 오염으로 전 지구적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기도 합니다.미국과 독일,일본과 같은 선진국은 오래전에 시베리아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습니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시베리아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고있습니다. 대한매일은 4개팀의 취재진을 우랄과 서시베리아·동시베리아·극동시베리아에 특파했습니다.본사 취재팀이 전하는 시베리아의 생생한 소식이 국내에서도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각 지역의 경제·산업은 물론 환경과 문화,일상생활,정치와 관련한 최신소식이 상세하게 소개될 것입니다.한국언론재단이 지원한 시베리아 대탐방은 지난95년부터 96년까지 74회에 걸쳐 연재된 시베리아대탐방의 후속 작업이기도 합니다.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우랄마쉬 이도운 김명국 특파원? 지난해 12월20일 오전 8시30분.취재진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장’으로 일컬어지는 러시아 예카테린부르그 시(市)의 우랄마쉬 정문에 도착했다.시베리아 서쪽 끝인 이 도시는 겨울철이면 9시가 넘어야 해가 뜬다.어둠이 가시지 않은 공단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9시부터 취재팀을 안내하기로 약속한 크라실로프 이그나티예비치 공장장 일행은 8시40분이 되자 공단 정문 앞으로 나왔다.크라실로프 공장장은 “예카테린부르그에 상주하는 로이터통신 기자에게만 꼭 한번 공장을 보여준 적이있다”면서 “한국 언론에 공장을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크라실로프 공장장이 준비한 미니버스에 올랐다.우랄마쉬는 행정적으로는 예칸테린부르그에 속해있다.그러나 350ha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 때문에 이 지역사람들은 공단을 우랄마쉬 시(市)로 부르고 있다. 공단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상상을초월하는 거대한 규모에 압도됐다.한동이잠실 올림픽종합경기장 만해 보이는 공장들과 야구장 크기 만한 창고들,교보문고 만한 크레인,공장과 창고를 잇는 철도와 도로 등이 어지럽게 눈에 들어왔다.이런 것이 과거 소련제국을 이끌던 저력이었던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미니버스로 15분 넘게 달리자 크라실로프 공장장이 담당하는 12호 기계 공장이 나타났다. 공장 내부도 끝이 안보일 정도로 컸다.공장측이 밝힌 크기가 400mx400mx50m.보통규격 100mx땃간資? 축구장이 32개 들어갈 면적이다. 공장은 문자 그대로 중후장대(重厚長大) 그 자체였다.15m짜리 선반에 120t짜리 주철을 올려놓고 깍아내면서 생기는 철 부스러기로 트럭 차체를 만들어도 될 것 같았다. 크라실로프 공장장은 공장안을 돌며 생산중인 제품들을 일일이 설명했다.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강철관은 우랄마쉬에서 자체 개발한 특수철강으로 만들어졌으며,1㎏당 20달러에 팔린다고 한다.옛 소련지역의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철 구조물은 모두 이곳에서 생산된다. 석유와 석탄 등을 채취할때 사용하는 특수합금 굴착기는 땅 밑을 15㎞까지 파고 들어갈 수 있다고 크라실로프 공장장은 설명했다.지금까지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기계로는 13㎞밖에 팔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우랄마쉬는 과거의 소품목 대량생산 체제를 바꿔 최근에는 다양한 주문을받아 소량생산하는 체제로 바뀌고 있다.고강도 자동차 차체용 철강도 개발,인도와 파키스탄,이집트에 수출도 한다. 그밖에 유전(油田)이나 기계설비,제철소 등에서 사용되는 특수철강을 미국과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이집트,터키 등의 기업이 주문한다고 한다. 크라실로프 공장장은 “보통 10m가 넘는 제품을 만들어내지만 오차는 1㎜이하”라고 주장하면서 “그러나 기계들이 너무 커서 관리하는데 보통 신경이쓰이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크라실로프 공장장은 “100t이 넘는 기계를 만들지만 바늘은 만들 수 없는게 문제”라고 경박단소(輕薄短小)의 어려움을 토로한 뒤 “전자기술이 발달한 한국 기업과 협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크라실로프 공장장은 45분간 공장시찰을 마친 뒤 사무실로 취재진을 안내해공장의 연혁을 설명했다. 우랄마쉬는 1939년에 군수공장으로 처음 지어졌다.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의 우스리스크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탱크와 85㎜대포가 모두 이 곳에서 생산됐다. 우랄마쉬는 민관 공동 소유이다.90년대 들어 기업을 공개,85%의 주식을 민간인이 소유하고 있다.민간 주식 소유자의 65%는 모스크바 사람들이라고 한다.12개의 공장마다 1명의 사장이 있으며,그 위에 예카테린부르그 출신의 벤투키제 회장이 자리잡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30만t 가량의 제품이 생산됐지만 최근에는 경제위기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 올해 목표는 4만5,000t이라고 한다.지난해보다는10% 늘어난 수치다. dawn@ *시베리아의 관문 예카테린부르그 우랄마쉬를 안고 있는 예카테린부르그는 시베리아의 관문(關門)으로 불린다.제정 러시아의 에카테리나 여제(女帝)가 손수 건설하기 시작한 이 도시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미인이 많다.해마다 선발되는 미스 러시아의 1,2,3위 가운데는 반드시 예카테린부르그 출신이 한명씩 끼어있다고 한다. 또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니콜라이 로시코프 전 국회의장을 배출한 국립 우랄공대도 이곳에 있다.옐친 대통령은 55년에 건축과를 졸업했으며,예카테린부르그 시장도 역임했다.우랄공대는 연형묵(延亨默)전총리를 비롯한 북한 엘리트 테크노크라트들의 모교이기도 하다.최근에는 한국인 유학생의 발길도닿기 시작해 우랄공대와 우랄국립대에서 10명의 한국인 유학생이 러시아 문학과 역사,음악을 공부하고 있다.우랄국립대 철학과의 블라디미르 김 교수는 이곳 유학생은 물론 까레이스키(한국출신 러시아인)의 대부(代父)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예카테린부르그에는 시장경제에 눈을 떠 부를 축적하는 이른바 ‘노브이 로시스키(새로운 러시아인)’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이들은 무역과 오락,서비스 등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도외시됐던 분야에 진출에 막대한 재산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런 현상의 부가물로 예카테린부르그 외곽 즈로까야 레츠까 지역의 소나무 숲에는 기존의 주말별장 다차를 대체하는 ‘카테지’촌(村)이 형성되고 있다.노브이 로시스키들의 카테지는 보통 방이 8개 이상이고,이탈리아산 대리석과 독일·프랑스제 가구 및 장식품으로 치장돼 있다. 그러나 노브리 로시스키의 사업에는 마피아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늘 뒤따른다.마약거래설도 끊이지 않는다.예카테린부르그의 마피아는 옛 공산당원과 군인,관료 등 기득권 세력이 중추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예카테린부르그 시내 곳곳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대우자동차의 광고판을흔히 볼 수 있다.세 회사에 대한 현지의 인지도는 100%에 가깝다.한국은 몰라도 기업이름은 안다.택시운전사 알렉산더는 LG가 한국기업인줄을 취재진에게 처음 들었다고 말할 정도다. 특이하게도 이 지역에는 일본제품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다.서민들은 한국전자제품과 자동차를 선호하며,노브이 로시스키와 같은 부유층은 유럽제품을 애용한다.삼성과 LG,대우 모두 이 도시에 사무실을 운영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체제 아래서 모두 철수했다.한국상품에 대한 인지도나 제품만족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듯한 아쉬움이 들었다. 예카테린부르그와 이도시가 속해있는 스베르들로브스크 주(州)의 경제 관계자들은 취재진이 예상한 것 이상으로 한국경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그들은 “한국 기업들이 물건은 계속 팔면서 사무실을 철수했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본격적인 투자를 희망했다. 지난해 4월 서울을 방문한 바 있는 유리 마츄시킨 우랄상공회의소장은 “러시아의 중심은 모스크바가 아니라 우랄”이라면서 “앞으로 한국 기업은 모스크바를 거치지 말고 예카테린부르그로 직접 진출하라”고 요청했다.스베르들로브스크 주의 빅토르 코크샤로브 국제개발국장과 세르게이 보즈드비젠스키 우랄지역 경제교류협의회장도 “전자,금속,기계,자동차 분야의 합작사업이 유망할 것”이라면서“한국이 예카테린부르그에 무역대표부나 영사관같은 공관을 설치해 본격적인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金대통령의 국정2년 활동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세계 각국 정상들과 모두 56회의 정상회담을 가졌으며,하루 3.8회,총 1,880회 각종 국내행사를 주재하거나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청와대 공보수석실이 30일 발표했다. 정상회담 중 다자회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5차례였으며개별회담은 해외 31회·국내 20회 등 모두 51차례로 나타났다.해외순방은 9회로 57일 동안 머물렀으며,이동거리는 총 13만7,000여㎞로 지구를 3바퀴 반이나 돈 거리였다고 공보수석실은 설명했다. 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외국 정부 및 국제기구 고위인사,민간기업인 등외국인사를 한달에 10회 이상,총 275회나 만났다.외국인사들에겐 우리의 경제개혁 성과를 설명했고,국내 인사들에게는 개혁을 촉구하면서 경영혁신노력을 고취시켰다. 김대통령은 ‘열린 국정운영’ 차원에서 한달에 최소 3차례 이상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하거나 전국 주요지역의 행사에 참석했다.취임 후 언론사와는 매주 한차례꼴로 모두 117회의 회견을 갖고 국정현안과 정국구상 등을 진솔하게설명했다. 취임 2년동안 김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보고 등은 941회로 근무일 기준으로 볼 때 하루 평균 2회꼴이었다.한 관계자는 “이러한 수치는 김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에 항상 서있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라면서 “일부 우려와 달리 현실인식을 충분히 하고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국정행사의 특징은 김대통령의 소외계층에 대한 각별한 배려이다.역대 어느 대통령도 참석한 적이 없는 방송통신대 졸업식 참석,환경미화원 청와대 초청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행사다. 특히 해외순방 때 공항 의전행사를 대폭 간소화하고,공식 수행원도 축소해IMF위기 극복에 솔선했다.또 순방 도중 숱한 교민간담회를 가졌으나,공항 영접 등에 동원한 적은 한차례도 없었다.공보수석실은 “내년에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스타일이 돋보일 수 있도록 여러 행사들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승현기자 yangbak@
  • 국정원장 임동원·통일부장관 박재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3일 대선자금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천용택(千容宅)국가정보원장을 전격 경질,후임에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을 임명했다.통일부장관에는 박재규(朴在圭)경남대총장이 임명됐다.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천원장이 그동안 대선자금 관련 발언 이후 정치적으로 파문이 확대되자 이에 따른 책임을 지고 여러차례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22일 주례보고 때 김대통령에게 다시 사표를 제출했고 김대통령이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천전국정원장은 지난 15일 최근 개관한 국정원의 홍보관을 소개하기 위해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김대통령이 97년 정치자금법이개정되기 전 홍석현(洪錫炫) 당시 중앙일보 사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하지만 발언내용이 야당의 폭로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정치·사회적으로 물의를 야기했다. 박대변인은 “신임 임국정원장은 외교정책과 대북정책 전반에 밝고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뒷받침하면서 충실히 업무를 수행해 온 점이 평가됐다”고 임명 배경을설명했다. 박대변인은 또 “신임 박통일부장관은 남북관계 전문가로 북한에 대한 깊은 철학과 식견을 갖고 있는 데다 차분하고 합리적인 업무 추진력 등이 평가돼기용됐다”고 덧붙였다. 박대변인은 이어 후속개각 시기와 관련,“김대통령이 내년 1월 중순 개각을 하겠다고 말한 후 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연말 개각’ 가능성을 부인했다.이에 따라 개각은 내년 1월 중순쯤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양승현기자 yangbak@
  • 김탁환 장편 ‘허균, 최후의 19일’

    허균(許筠·1569∼1618)은 최초의 한글소설‘홍길동전’을 쓴 작가다.그 허균이 이번에는 거꾸로 소설의 주인공이 됐다.그는 잘 알려진대로 시인·문장가이자 반항아로 팔도를 주름잡았으며,말년에는 정치권의 중심부까지 진출했으나 반역을 도모했다는 이유로 붙잡힌지 아흐레만에 능지처참당했다. 김탁환(31)의 장편소설‘허균,최후의 19일’(푸른숲,전 2권)은 제목 그대로 허균의 ‘반역’에서 ‘능지처참’까지의 최후를 중심으로 한다. 김탁환은“한 인간이 어떻게 최후를 맞이하는가만 보면 그 앞의 생애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면서 “어떻게 사느냐 보다 어떻게 죽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허균의 최후는 당대 권력자인 이이첨과 야합하여 북인정권을 이끌다 불화로 죽음에 이르렀다는 견해와 정권에 참여한 뒤에도 여전히 혁명을 꿈꾸다 거사계획이 발각되는 바람에 처형됐다는 견해로 갈리고 있다”면서“개인적으로 혁명가로서의 허균을 다루어보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허균은 천재가 될 수 밖에 없는내력을 갖고 있었다”고 단언했다.아버지 허엽이 화담 서경덕의 제자이자 서산대사의 친구였던 만큼 허균은 화담의 주기론적 철학과 불교를 전수받았다.여기에 허균의 스승 서애 유성룡은이황의 제자였던 만큼 퇴계철학도 흡수할 수 있었다.한마디로 한 시대 가장높은 수준의 지적 축적이 가능했다.그러나 당대의 엘리트로 일찍부터 탄탄대로를 걸을 수도 있었는데도 30대를 방황과 기행으로 일관한 것은 20대에 겪은 임진왜란 때 아내와 아들을 잃고 당시의 ‘국가체제’를 회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김탁환은“허균의 사회개혁은 ‘임금만 바꾸면 나라가 달라질 수 있다’는인조반정의 정신이 아니라 ‘임금만 바꾸어서는 소용없다’는 근본적인 고민이었다”면서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요즘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다”고 오늘날 허균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허균,…’은 김탁환이 구상하고 있는 ‘조선중기 비극 3부작’의 제2편에해당한다.이순신을 다루었던 ‘불멸’이 제1편이라면,제3편은 임경업을 쓰기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김탁환은 “강하게 인생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소설을 쓰려고 한다”면서“한 인간이 자신의 조건 속에서 체제와 맞서 최선을 다해 싸우다 장렬하게패배하는 제대로 된 비극을 한번 쓰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서동철기자
  • 새천년 앞두고 백과사전식 대형 시리즈물 봇물

    다사다난한 20세기를 역사로 흘려보내는 감격에서 일까.아니면 불확실한 21세기를 맞는 불안에서 일까.요즘 서점가에는 인류의 문화유산을 백과사전식으로 정리한 대형 시리즈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들 책은 전문적인 분야를 대중들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풀이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한 관계자는 “이들 책은 인문학의 부흥과토대 구축을 위해 유럽에서 수년간 공을 들여 만들어 온 것”이라면서 “20세기를 보내고 새천년을 맞는 시점에서 인류의 유산을 점검하고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 책을 펴낸 출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한 가지 아쉬움을 드러낸다.이들은 “동양의 것을 이런 형식으로 구상했으나 마땅한 필자가 없고,막대한 투자비 마련이 어려워 결국 서양책만 번역하게 됐다”고 밝힌다. [한길 크세주] 요즘 나온 시리즈의 맏형격.전세계 30여개국에서 1억6,000여만부가 팔려나간 백과사전식 문고판 3,600여종 가운데 우선 12권만 번역해출간했다.프랑스혁명,르네상스,그리스철학,로마제국사,백과전서,수사학,대학의 역사,감정,영화의 역사,형이상학,컴퓨터의 역사,환경 등이 제목이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의 ‘나는 무엇을 아는가’(Que sais je,크세주)를 제목으로 삼은 이 시리즈는 프랑스대학 출판부에 의해 1941년 첫선을 보였다. 철학과 문학,신학,역사학,정치학,교육학,음악과 영화,컴퓨터까지 지식의 박물관을 이루고 있다. 이정우 전서강대 교수는 “가능한 모든 자료를 모으고,객관적 지식를 축적하는 백과사전식 전통이 프랑스 문화의 축”이라면서 “크세주시리즈는 프랑스문화의 이념과 능력을 총집결시켜 보여준다”고 말한다.각권 값 7,000원. [거울에 비친 유럽] 프랑스 쇠유,이탈리아 라테르차,독일 C.H.벡,영국 블랙웰,스페인 크리티가 등 유럽의 대표적인 출판사 5곳이 공동으로 마련한 ‘유럽을 만들자’ 시리즈의 제1권.현대문명의 중심을 자처하는 유럽인들이 새천년을 맞아 수천년간 이룩해온 그들 역사의 참된 진실을 찾자는 뜻에서 책을 낸 것.냉혹하리만큼 철저하게 유럽인을 해부하고 있다. 새물결출판사는 이번 것에이어 내년초부터 잇달아 26권 전권을 번역 출간한다.이 시리즈는 유럽의 영광과 업적은 물론,치부와 죄악을 현미경과 확대경의 두가지 시각을 통해 드러낸다.이번에 나온 ‘거울에 비친 유럽’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역사학자 조셉 폰타나가 썼다. 조셉 폰타나는 책에서 “유럽인은 유령의 집에 야만 기독교 봉건제 악마 촌뜨기 미개 진보 등의 왜곡된 거울을 설치해 놓고 자신들을 정의내리고 다른사람들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그들을 지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자아도취적혹은 자기합리화적 세계관을 만들어왔다”면서 “유럽인은 하루빨리 유령의집에서 뛰쳐나와야 ‘세계’라는 거대한 책에서 인간사회에 대한 연구작업을 다시 할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자신들의 파괴를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값 9,500원. 이밖에 출판사 동연은 동연총서 시리즈의 하나로 ‘예수의 역사 2000년’(값 1만4,000원)을 펴냈다.동연의 백규서 대표는 “천상 지옥 악마 신 예수등 서구의 종교적 개념들을 문화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살펴보려는 것”이라면서 “각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인문학적으로 종교를 보는데 도움을줄 수 있는 책을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동연총서는 모두 20여권이 나올예정이며 지금껏 6권이 발간됐다. 또 최근 나온 ‘중요무형문화재’는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103종을 소개,사라져가는 전통의 향기를 독자들에게 전해준다.모두 5권으로 종묘제례악등 음악과 무용,북청 사자놀음 등 연극과 놀이,택견 등 의식 음식 무예,나전장 등 공예기술을 다룬다.각권 값 6,000원. 박재범기자 jaebum@
  • [구청장 25시] 노현송 강서구청장

    노현송(盧顯松) 강서구청장의 공복(公僕)철학은 ‘눈높이 행정’이다.구청장을 비롯한 구청의 전 공무원이 주민의 마음을 읽고 그에 걸맞는 새 행정패러다임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주위에서 보는 노구청장은 말보다 생각이 우선하고,벌보다는 상이 많은 스타일이다.업무도 시시콜콜 간섭하기보다는 자율을 지향한다.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결코 ‘쉬운’ 인물로 생각하지못한다.정연한 자기논리와 행정에 대한 식견을 갖춘 때문이다.학자에서 목민관(牧民官)으로 변신한 노구청장은 이같은 자신의 철학과 원칙,목표를 실제행정을 통해 구현하기 위해 빈틈없는 하루하루를 엮어나가고 있다. 16일 오전 허준기념관 건립을 위한 관련단체 대표와의 조찬모임과 모범운전자 자원봉사대 표창식을 치른 노구청장은 오전 결재를 위해 서둘러 집무실을 찾았다.30여분간의 결재를 겸해 숨을 고른 뒤 곧바로 구민회관으로 향했다. 스스로 ‘무척 잘한 일’이라고 여기는 여성교양대학의 제5기 수료식을 갖기 위해서다. 이날 33개 반 630명이 4개월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결실의 수료증을 받았다. “배움이 배움에 그치면 의미가 없습니다.이곳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과 능력을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써주십시오” 그의 축하와 당부의 말에 강당을 가득 메운 학사모 차림의 주부학생들은 열렬한 박수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수료식을 마친뒤 인근 식당에서 교양대학 강사들과 점심을 든 노구청장은‘자원봉사자 만남의 날’ 행사를 갖기 위해 강당으로 되돌아왔다. 1,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한 이 자리에서 그는 특별한 감회를 토로했다.관내 가양·등촌·방화지역 임대아파트에 사는 3만여명의 ‘어려운 이웃’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쏟아온 탓인지 “어려운 이웃과 함께한 사회복지사들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적셨다. 이어 발길을 옮긴 곳은 화곡동의 문화센터 건립현장.10억원 이상을 투입한문화센터는 화곡동지역 주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가 직접 아이디어를 낸 작품.지하1층에 지상5층,연면적 619평 규모인 문화센터에는 청소년 전용시설과 각종 문화·체육시설 등이 들어선다.오는 28일 개관이예정돼 있는 문화센터 현장에 도착한 그는 구석구석 공사실태를 살피고 안팎의설비도 직접 확인했다.개관 준비사항을 챙기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빽빽한 외부일정을 마친 그는 서둘러 구청으로 돌아와 밀린 결재를처리한뒤 발산1동 주민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해거름 속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대한시론] 정부不信 해소 시급하다

    기묘년도 이제 보름여를 남겨두고 있다.항상 한 해를 보낼 때마다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을 쓰지만 금년에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자연재해나 사고는 예년에 비해서 많지 않았지만 정부가 취한 조치나 태도가 올해만큼 국민들의 논란과 비판을 유발한 경우도 드물지 않았나 생각된다. 연초 정부는 집권 2년차를 맞아 의욕적으로 개혁에 착수하였다.국제통화기금(IMF)위기는 그런대로 잘 극복돼가는 상태고 실업문제도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 개선되고 있다.반도체를 비롯,전자제품의 수출은 엔고(高)와 대만의 지진 등 외부요인도 기여했지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금융위기도 몇 차례의대란설(大亂說)을 잠재우면서 잘 넘어갔다. 지난 2년 동안 각국의 경제상황에 관한 지표들을 비교 분석한 자료들이 최근 보도된 바 있지만,경제성장률이나 외환보유고 등에 있어 우리 경제는 재작년에는 최악의 상태였으나 올해에는 가장 양호한 수준으로 회복되었다.여기에는 기업과 근로자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회생노력이 밑거름이 됐지만 정부시책도 큰 잘못 없이 잘뒷받침해왔다고 평가할 만하다.특히 금융부문과 재벌에 대한 개혁은 속도면에서 미진한 느낌도 있지만 일관성있게 추진해왔다고 하겠다. 그러나 정치,사회 분야에서는 금년만큼 비생산적이고 비도덕적인 행태를 지속해온 해도 드물 것이다.일년 내내 여야간에는 상호비방과 정쟁(政爭)이 그치지를 않았고 그러한 와중에서 방송법을 비롯해 시급히 처리해줘야 할 민생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미뤄져왔다.선진국들이 대망의 21세기와 새 천년에 국가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관해서 머리를 짜내고 있는 동안 우리의 국회와 정부지도층은 옷로비 사건이나 파업유도 의혹같은 소모성 쟁점에 매달려 미래의 설계에 관해서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년 한해 동안 정부는 경제회복에 반비례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왔다. 연초에 중앙부처 조직개편을 비롯한 일련의 정부개혁 조치를 발표하는 등 의욕적으로 출발하였으나 정치권과 관련 집단의 저항 때문에 후퇴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빈발하였다.그런가 하면 교원 정년단축이나BK21 사업처럼 너무 졸속적으로 결정하여 교육계의 반발을 사는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개혁의기본철학과 의지가 흔들리거나 거꾸로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결정하는 것 모두가 정부의 정책 수행능력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정부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있다는 사실이다.정부 당국자들이 초기에 잘못과 실상을 근기에 있는 그대로 솔직히 밝히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으면 해소되었을 의혹을 감추고 왜곡시키는 바람에 불신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옷로비사건’이다.어찌보면 사소한 사건을 수사기관과 검찰이 사실을 은폐하고 짜 맞추는 식으로 변조하다보니 정권에 대한 신뢰를 잃을 정도로 의혹이 확대돼 버린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부의 대처능력과 정치력에 대한 불신이다.IMF 경제위기나 북한의 서해안도발 등 안보사태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대처해오면서도정작 국민의 정서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법의 집행에 있어서 편파적이고 폐쇄적인 자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또 정치,사회적인 문제가생겼을 때 정부가 종합적으로 파악한 다음에 정확하게 판단해 일사불란하게대처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눈앞의 불끄는 데만 급급하고 있어 상황을점점 악화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정부는 이제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불신을 불식하는 데 최우선적인 노력을기울여야 한다.확고한 철학을 토대로 투명하고 일관성있게 국정을 운영함으로써 국민의 정부라는 명칭에 걸맞게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안된다.정부가 몇 가지 의혹사건에 발목을 잡히어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기에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청사진을 수립하는 데 온 국민의 지혜를 모으고 국력을 결집할 때이다. [金信福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한국행정학회장]
  • 도올 김용옥교수 EBS강의 폭발적 인기의 저변

    한동안 조용하던 ‘도올 김용옥’이 또다시 시끄럽다. 한의원도 폐업하고 그의 말마따나 ‘사랑하는 책들과 이리 딩굴 저리 딩굴’하던 그가 지난 달 22일부터 맡고 있는 교육방송(EBS)의 ‘알기쉬운 동양고전’(월∼목요일 오후 10시40분∼11시20분)강의에서 때로는 육두문자,때로는 자화자찬의 장광설을 쏟아 내면서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양고전의 세계를 대중에게 풀어보이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아리랑TV 사옥 지하 4층 G스튜디오.검은 색 두루마기에 고무신을 신고 빡빡 민 머리의 도올이 예의 몸을 부르르 떠는 열변에몰입해있다.분필을 쥔 왼손과 오른손을 각각 세워 머리 옆에 붙이고 어깨를곧추세우는 모양새가 희극적이다.“에이”“에이”하는 추임새(?)도 빠뜨리지 않고. 그래도 청중은 즐겁다.갑자기 아가씨를 불러내 “이 아가씨 미인인가요”라고 묻는 파격도 연출한다.대중은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헛기침이나 폼만 잡는 지식인의 체취를 탈색하는 기쁨을 누리는 지 모른다. 도올은 노장(老莊)으로 학문의 출발점을 삼았고이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어느 누구도 범접치 못할 확고한 문헌실력과 학문 방법을 다져왔다’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인물. 그가 처음 이 강연요청을 받았던 게 지난 9월 중순.귀가 번쩍 뜨였다고 했다.‘테레비(그는 여러 군데서 독자적인 맞춤법을 강요한다.이를테면 오스트랄리아,러브스타 등)를 내가 싫어한다고?’천만에 그는 이땅의 대중과 어울려노자의 광대한 사상을 헤엄치고 세상을 주유하고 싶은 기쁨에 떨었던 것이틀림없다. 제작진은 수능시험을 마친 이땅의 수험생들에게 고전의 세계를 노닐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기획했지만 막상 방송이 나가자 30대주부를 중심으로 한 기성세대의 반응이 뜨거웠다.참 재미있다는 것이다.지식인 연하지 않는 도올의 자세가 우선 그렇다는 것이다. 인쇄매체를 통해 널리 기행이 알려졌고 방송에도 이따금 얼굴을 내밀었지만내년 2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총 56편의 장기기획은 이번이 처음이다.지난 주 시청률 가구 평균 1.2%(TNS미디어코리아).다른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시청률이지만 EBS로서는엄청난 기록이다. 방청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아 회선을 늘리기도 했고 전혀 손님이 꾀지 않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다녀갔다.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도올이 2달만에 휘갈겨 썼다는 ‘노자와 21세기’,그전에 나와 이미 상당한 상찬을 받았던 ‘금강경 강해’가 인문사회부문 1·2위를 나란히 기록하고 있어 분명 ‘도올현상’으로 읽힌다.시청자와 독자들은 왜 그에게 빠져드는 걸까. 지금까지 지식인은 점잖게 자신의 학문적 업적을 드러내는 기술에 익숙해있었다. 그러나 도올은 내놓고 자랑한다.“30년동안 엄청난 내공을 들여 공부를 재미삼아 한 사람”이라고 자신한다.자신에게 공부는 색(色)보다 짜릿하고 식(食)보다 감미로운,지속적인 쾌락을 주었다고 감히 말한다. 그는 테레비를 ‘수없는 관계망에 의하여 얽혀있는 거대한 사회’라고 규정한다.나쁜 점이 많은 TV에서 강의를 맡은 이유에 대해 “10년 걸려 강의하는 것보다 TV에서 석달 강의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며 “우리에겐 TV를 통해 TV를 개혁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양프로라는 것이 교육을 내세운다고 교육적인 것이 아니다”며 “같은 시간 방영되는 다른 쇼·코미디 프로그램을 누르는 재미를 선사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강연 도중 터지는 40대 아줌마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를 듣고 기묘한 느낌을 받은 적이 많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이런 응원에 도취되어서인지지난 2일 방송에서 한 일간지 기자를 겨냥,(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나를 똑바로 보고 준엄하게 비판하라”고 주문했다.이 신문이 지난 11월 24일자 기사에서 “저술의 밀도가 떨어져 도올이 자만의 늪에 빠진 대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의 ‘노자와 21세기’ 서평을 실어 도올의 비위를 거슬렸기 때문. 시청자들의 반응은 “공중파를 개인의 감정적 보복에 이용하는 것은 온당치못하다”는 입장이 대세를 이루면서도 “밀도가 떨어진다,실망스럽다는 등의 글은 일기에나 쓰는 글이지”했던 도올의 손을 드는 이들도 꽤 있다. 처음 강연을 기획할 때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정리 좀 해야 되겠다”고 한 약속도 자신이 즐겨쓰는 표현대로 ‘헛XX’이 됐다. 강연은 현재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도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라는 노자 우주론의 절창(絶唱)에서 출발해 행불언지교(行不言之敎·말이 없음의 가르침을 행한다),생이불유(生而不有·잘 생성시키면서도 그 생성의 열매를 소유함이 없고),위이불시(爲而不恃·잘 되어가도록 하면서도 그것에 기대지 않고) 불상현 사민부쟁(不尙賢 使民不爭·현인을 숭상치 않으면 백성이 다투지 아니하고) 부귀난득지화 사민부위도(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만들지 않으면 백성이 도둑놈이 되지 아니하고) 불견가욕 사민심불난(不見可欲 使民心不亂·욕심낼만한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백성의 마음이 어지럽지 않게 된다) 등 노자의 인식론과 사회론의 핵심 화두를 설명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93년에 발굴된 BC300년경의 곽점죽간본(郭店竹簡本)을 소개하는 노력도 평가할만한 대목. “동서양을 넘나드는 심오한 지식의 소지자면 뭐하는가.가진 지식을 풀어내놓아 대중과 함께 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 있는가”(김희자)라는 지지자 그룹도 생겨났다. 그러나 차디찬 시선도 공존한다.장황한 언변에 비해 얻는 게 초라하다는 지적과 또하나의 지식권력의 표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대중은 20세기를 마감하는 지금,이 시대를 갈음할 수 있는 말씀 한마디를 갈구하고 있는 지 모른다.도올의 강연은 그런 대중의 가려운 곳을 아슬아슬하게 긁어주고 있다.정규호 EBS 편성운영팀장은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있으므로 지켜봐달라”고 했다. ▲도올 김용옥은■고려대 생물학과 ■한국신학대학교 ■고려대 철학과 졸업(72) ■국립대만대학 철학석사(74) ■일본 도쿄대학 중국철학과 석사(77) ■미국 하버드대학철학박사(82) ■고려대 철학과 부교수(82) ■고려대 정교수(85) ■고대 철학과 사직(86.9) ■원광대 한의대 졸업(90∼96) ■동숭동 도올한의원 개업(96.9) ■용인대 유도학과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강사(현재) ■주요저서‘여자란 무엇인가’‘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새츈향뎐’‘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시나리오 장군의 아들’‘기철학 산조’‘금강경강해’임병선기자 bsnim@
  • ‘김태정씨 구속’정치권 반응

    ‘옷로비’ 사건으로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밤 전격구속되자 여당은 책임있는 사람에 대한 공정한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반면 야당은 김 전 총장의 구속은 사건의 마무리가 아니라며 성역(城域)없는 수사를촉구했다. 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5일 “검찰총장을 지낸 분이 구속된 것은불행한 일”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들도 국민의 정부의 철학과기대에 맞게 몸가짐을 바로하는 교훈으로 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박 대변인은 이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께서는 국민들이 의혹을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투명하고 철저하게 진실이 밝혀져 책임있는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히 처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회의 김재일(金在日)부대변인은 “김씨는 지금이라도 모든 진실을 밝히고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며 “그의 구속은 공직자들이 개혁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어떤 로비에도 단호하고 청렴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고 짚었다.자민련 이규양(李圭陽)부대변인은 “김씨의 사법처리는 원칙과 정도에 따라 책임을 규명하겠다는정부의 강력한 뜻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국민에게 허탈감을 안겨준 이번사건이 한시바삐 정리돼 평상을 되찾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김씨의 구속에 대해 “‘문서유출과 공무상 비밀누설’이라는 구속사유는 곁가지에 불과하다”면서 “이 사건을 김태정씨의 구속선에서 적당히 마무리하려 한다면 이는 또한번 국민을 기만하는일이며 역사를 속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풍연기자]
  • ‘뉴밀레니엄시대 산업정책’학술회의 주제발표 요지

    국제경제조사연구소(소장 朴有光)는 3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뉴밀레니엄시대 산업정책의 조명’이란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2000년 뉴밀레니엄시대를 앞두고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제 재도약을 위해 마련된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최정표(崔廷杓) 건국대교수(경제학과)가 ‘공기업 민영화 이후의 소유지배 구조방향’을,이규억(李奎億) 아주대교수(경제학과)가 ‘재벌 개혁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발표자들의 주제논문을 요약한다. ■공기업 민영화와 기업지배구조-최정표(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공기업이민영화된 후에 누가 경영의 주체가 되도록 하느냐는 것은 민영화 과정에서반드시 설정해야 할 핵심적 명제이다.민영화라고 해서 정부가 매각수입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소유주식을 판매하는 것만이 성공적인 민영화일 수는 없고,민영화 이후 그 기업이 가장 효율적으로 존속해가도록 하는 지배구조를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민영화 대상기업으로 선정한 기업은 그 규모가 크고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포항제철,한국중공업,한국전력,한국통신,담배인삼공사,한국가스공사 등 6개의 대규모 공기업이다. 이중 한국전력,한국통신,한국가스공사는 공익성과 자연독점성을 가진 공기업이기 때문에 완전민영화를 시행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비록 정부소유지분을 모두 매각한다고 할지라도 정부통제가 가능한 은행등 기관투자의 몫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부분민영화로 끝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기업들의 민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권을 완벽하게 정부로부터 독립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민영화 후에는 정부의 입김을 견제할 수 있는 시민단체,근로자,채권단,소액주주 등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도록 하는 내부감시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성이 강한 공기업인 포항제철,한국중공업,담배인삼공사 등은 완전민영화와 더불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선진형의 기업지배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이를 위해서 동일인 소유한도를 3% 이내로 제한하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정착될 때까지는 이 지분제한을 유지시켜야 한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선진형의 기업이 한국에도 터를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되어야 한다.이 과제는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어떻게 매각하느냐에 그 성과가 달려 있다.공기업을 재벌의 계열기업으로 민영화하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지배구조의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재벌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재벌개혁이 사회적 화두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을 재벌의 계열기업으로 민영화하는 것은 정부정책의 일관성 없는 행동이다.막대한 국가 재원으로 축적한 대규모의 공기업을 특정가족의 전유물로 만드는 것은 규범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재벌개혁평가와 정책방향-이규억(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1997년의 환란이후 집권한 현정부는 경제위기와 기업 구조조정에 의욕적으로 대처하여 적잖은 성과를 거뒀으나 긴박한 상황 속에서 시행착오도 있었다.근본적인 문제는 재벌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방향으로 개혁을 유도할지에 대해 일관된정책노선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또 금융 측면의 정상화나 구조개선에치중하여 실물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고,정책체제면에서도 권위주의적인 행정을 탈피하지 못했다. 공정거래법상의 기업결합 금지조항에 대한 적용제외요건을 경제논리적으로발전된 방향으로 개정했으나 자동차산업의 기업결합에 대한 정부의 처리는경쟁정책차원에서 문제가 있었다.또 재벌 계열기업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분명한 논거없이 철폐한 후 부활키로 한 것은 재벌정책의 방향성 상실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계열기업간 채무보증해소는 무분별한 재벌확장을 억제한다는 기대 하에서당위론적으로 긍정하지만 실효를 거두려면 금융기관의 실질적인 대응태세의확립도 긴요하다.향후 이 제도로 인한 기업의 자금흐름 변화와 투자패턴의변모가 산업구조와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여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지주회사의 허용은 일단 재벌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그러나일반 지주회사와 금융 지주회사를 별개로 규정,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유착을 방지하려는 것은 그 기대효과가 분명하지 않다. 내부거래의 규제는 개벌계열기업간 호혜적 거래를 배제하여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취지로 강화되고 있으나,이는 경쟁이 아니라 경쟁자를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소위 빅딜정책은 중복투자에 의한 자원낭비와 관련기업의 부실화를 축소·방지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졌다.그러나 정책논거가 단선적이고 감성적인 면이 강해 과거의 ‘결과중시’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그러나 소유·경영의 분리가항상 우월하다거나,소액주주의 권한은 강하될수록 좋다거나,사외이사제 도입으로 기업투명성이 높아진다는 등 위험한 선입견을 강조하여 이를 추진하기보다는 한국 자본주의의 진로에 대한 냉철한 조망 하에 접근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업을 환경에 적응하는 유기체로 파악하여 단속중심의 재벌정책에서 탈피하여 장기적 시각에서 재벌정책의 철학과 방향성을 명확히 재정립해야 한다.
  • [특별기고] 새천년 이끌 ‘삶의 철학’

    21세기 새로운 천년의 시작인 2000년이 불과 한달 남았다.세계는 이미 새천년을 맞이하기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불과 70,80년의 수명을 사는사람들에게 있어 두 세기에 걸쳐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건만,두 천년대를살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래서 새 천년이 기대가 되지만 한편 나이 70이 되고 보니 마음 한 구석에 엄청난 변화에 대한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핵 확산과 국지전쟁,환경생태계 파괴로 인한 대기오염 및 물·땅 등의 오염,갈수록 심각해지는 국가이기주의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기계문명의 발달로 인한 인간성 파괴 등 21세기는 부정적인 요소가 심각해질 것이다. 작은 불안감도 적지 않다.수년 전부터 Y2K를 해결하려고 애써왔지만,1999년 12월 31일부터 2000년 1월 3일까지 은행이 휴무를 결정했고,세계의 항공사들과 해운사도 앞다투어 비행기와 배의 운항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또한 전기와 수도,도시가스 중단 우려 등 국민 실생활에 대한 불안을틈타 비상식량 및 물품확보를 조장하는 상품경쟁도 벌써부터 시작돼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물론 이런 일들은 일시적 현상이겠지만 새로운 천년인 21세기로 향하는 문턱은 결코 간단하지 않으며,미래 또한 예측불허의 상황을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1세기는 이런 불안감보다는 우리 민족에게 있어 어느 시대보다 더많은 기대와 희망이 있는 새 천년임에 틀림없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세계는 동북아시아의 쌀을 먹는 민족이지배하게 된다”고 일찍이 전망했다.태평양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말이다.세계의 역사는 바다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고대에서 중세까지의 긴 역사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그리스와 로마가 발전했고,근세 500년 전 세계의 중심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겨졌다.스페인,영국,그리고 미국이 새로운 역사의 중심이 되어 세계를 이끌어왔다.그러나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서양 중심의역사는 동양의 환태평양 중심으로 옮겨지고 있다. 우리가 아는 대로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즉 서방세계의전유물이다시피 하였다.서양세계는 그 과학문명으로 세계의 중심이 되었고세계를 이끌어왔던 것이다.하지만 21세기는 더이상 과학기술만으로 세계를이끌어 갈 수 없는 변화를 예고하였다.그렇다! 새 천년에는 기술과 과학의문제가 아니라,바로 ‘삶의 철학’이 최고의 가치가 된다는 이야기다.첨단과학문명으로 모든 것이 컴퓨터와 기계화된 로봇에 의해 편안한 생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더욱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가치와 삶의 철학이 뒷받침되어야한다는 사실이다. 어찌보면 새 천년은 오히려 철학과 생명을 담보한 정보,평화를 전제로 한연합과 일치가 더욱 소중한 가치가 되는 세기가 될 것이라는 꿈을 꾸게 한다.그래서 20세기가 남성적인 가치들,즉 전쟁과 폭력,절대권력(자)의 시대였던 것에 비해 21세기는 정서적이고 섬세하며 화해와 일치를 소중히 여기는 여성적인 가치가 존중되는 시대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인류가 꿈꾸는 자유와 평등,행복과 안식은 결코 물질적인 가치가 해결해줄수 없으며,창조주에로의 영적 회귀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21세기의 역사는 증명할 것이다.물질과 기계문명의 노예로는 결코 새 천년의 주인공이 될 수 없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金成洙 대한성공회 주교·우리마을 원장]
  • 인류 최대의 정신적 유산 ‘인도철학사’ 완역판 나와

    ‘리그 베다,우파니샤드,바가바드 기타,요가철학…’.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정신적인 유산을 꼽으라면 반드시 빠지지 않는 것들이다.모두 인도철학의 중심뼈대를 이루는 서적이나 사상들이다.리그베다의경우 BC 6,000년∼BC 1,500년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이들 철학은 멀리 수천년전부터 수백년전 사이에 인도에서 구전되거나 쓰여졌다. 이같은 인도철학을 현대적 언어로 바꿔 세계 무대에 첫 선을 보인 기념비적인 저작이 한길사에 의해 ‘인도철학사 Ⅰ∼Ⅳ권’으로 완역됐다.원전은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였던 라다 크리슈난의 1929년판 ‘인도철학사’.라다 크리슈난은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1936∼1938년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철학교수로 강단에 섰으며 1962∼1967년 인도대통령도 지낸 철인정치가이다. 한길사는 96년 Ⅰ∼Ⅱ권을 먼저 출간했으며 당시 두권을 합쳐 8,000여권이나 팔렸다.이같은 판매량은 철학서적으로는 극히 예외적인 것이다.이번에 새로 번역된 부분은 Ⅲ·Ⅳ권.이거룡씨(동국대 강사·인도철학)가 7년여에 걸쳐 Ⅰ∼Ⅳ권 모두를 번역했다.비영어권에선 대만에 이어 두번째로 완역된 것이며 일본도 Ⅰ권만 번역됐을 뿐이다. 라다 크리슈난의 책은 현대철학과 신학에 영감을 불어 넣고 있는 인도철학의 대부분을 다룬다.따라서 주요 주제가 이루 거론하기 힘들 만큼 많다.우주와 종교,윤리,종말,창조,궁극적 실재,지성과 직관,해탈,업(業),내생(來生),지식,열반,행위,정의,지각,인과,기억,의심,오류,운동,보편성,육체의 수련,감각의 제어,선정,신,정신집중,초자연력,공간,경험,자아,환영,물질 등등. 저자는 서문에서 ‘베다 시성(詩聖)들의 꾸밈없는 노래,우파니샤드의 놀라운 함축,불교도들의 탁월한 심리분석,그리고 샹카라의 웅혼한 철학체계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혹은 칸트와 헤겔 철학에 못지않게 흥미있고 교훈적이다’라고 적고 있다.Ⅰ권은 1만8,000원,Ⅲ권은 2만2,000원,Ⅱ·Ⅳ권은 각2만5,000원. 박재범기자 jaebum@
  • [鄭亨根의원 폭로문건 진위 공방] 청와대·여권 대응전략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6일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전날 대정부질문을 통해 폭로한 ‘언론대책 문건’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무엇보다자신의 통치철학과 정부의 언론정책이 더 이상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정 의원의 폭로질문 이후 “우리가 논평할 사안이 아니다”며 대응을 자제했던 전날의 청와대 분위기와 비교하면 그러한 의지를 더욱 확연히 감지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이 이날 자신의 정치전력과 생각을 새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나는 독재정권 시절 언론통제의 최대 피해자로서 일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그런 정책을 생각해본 적도 없다.그런 언론정책을용납하지 않는다”게 주요 골자다. 실제 김 대통령은 취임 초 여권 핵심으로부터 대(對) 언론대책을 보고받은적이 있다.당시 김 대통령은 “우리가 이런 일을 하려고 집권한 것이 아니다”며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정부 요직에서 물러난 측근을 공격함으로써 정부 전체의 도덕성에 상처를 입히려는 ‘공작적 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공동여당의 의지도 확고하다.국민회의와 자민련은 26일 각각 고위당직자회의와 당5역회의를 열고 당론을 정리했다.“정 의원은 이강래(李康來)전 청와대정무수석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근거와 입수 과정을 밝히지 못하면 면책특권을 남용한 데 대한 모든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강경대응 방침은 이번 폭로가 정국을 철저한 여야 대립구도로 전환하려는 정 의원의 악의적인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서다.이 기회에 ‘공작정치’에 대해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도 들어 있다. 여권은 이 전 수석과 연계,가능한 모든 법적·정치적 대응을 구상중이다.이 전 수석은 우선 민사상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실추된 명예를 보상받겠다는 생각이다. 회기 중 발언에 대해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면책특권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고려하고 있다.기본권 침해라는 측면과 면책특권 사이에 충돌되는 부분에 대해 최고 헌법기관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 정치적 조치도 적극 검토중이다.국회 윤리위에서 ‘면책특권 남용’을 정식으로 논의한 뒤 본회의에 ‘정 의원 제명’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양승현 이지운기자 yangb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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