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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식 실용주의가 위기돌파의 동력”

    “한국식 실용주의가 위기돌파의 동력”

    철학자 탁석산(50)의 신작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창비)는 이전 ‘한국의 정체성’(2000년)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도발적이다. 영화 ‘서편제’를 필두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란 표어가 진리인양 추앙받을 때 이를 뒤집는 시각으로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그는 이번엔 한국철학과 한국문화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적극적인 해명자로 나섰다. “한국에는 철학이 없고, 문화도 천박하다는 지적이 많은 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비판은 서양이나 조선을 기준으로 한 편협한 지적일 뿐이에요. 한국은 100년 전 조선의 전통과 철저히 단절되면서 조선이나 서양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이동했고, 그 안에서 한국인 특유의 역동적 문화와 철학을 습득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철학과 문화는 현세주의, 인생주의, 허무주의의 세가지 속성에서 비롯된다. 현세주의는 ‘지금 이 세상이 전부’일 뿐 내세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종파를 초월한 현세구복적 신앙이 대표적이다. 인생주의는 제도보다 개인의 감정을, 사회적 성공보다 삶의 쾌락을 중시한다. 일보다 인생이 먼저이니 하루하루가 축제다. 허무주의는 ‘공수래 공수거’와 인생의 무상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다. 흔히 우리 스스로를 자책할 때 부정적인 요소로 꼽는 이 속성들에 탁씨는 놀라운 반전을 시도한다. 우선 현세주의. 이번 생에 모든 걸 이뤄내야 한다는 조급증은 ‘빨리빨리’증후군을 낳았지만 그 덕에 압축적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물론 그 이면엔 물질만능주의와 정신적 황폐화라는 대가를 치러야했다. 하지만 탁씨는 현세주의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추구하는 합리성, 현세에서 갈등을 해소하려는 융합의 성향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인생주의도 마찬가지다.‘어차피 한번뿐인 인생인데 즐기자.’는 태도로 감각적 즐거움을 택하는 방식은 제도에 길들여지지 않는 건강한 야성성과 역동성으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탁씨는 한국의 허무주의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인생은 허무하니 대충 살자는 서양식 니힐리즘이 아니라 ‘인생 뭐 별거 있나, 다 그런거지.’란 긍정적 마인드로 어려운 시기를 견디며 열심히 산다는 얘기다. 그는 이 세가지 속성을 구체적인 삶의 양식으로 이끈 것이 실용주의라고 정의한다. 여기에서의 실용주의는 진리냐 아니냐를 따지는 미국의 프래그머티즘과는 달리 오직 좋고 나쁨의 가치를 염두에 두는 개념이다. 현세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실천적 방법론인 한국의 실용주의는 지난 100년간 해방, 전쟁, 분단, 독재라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며 유연성과 적응력을 높여왔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라고 난리인데 이런 문화와 철학으로 단련된 우리 국민은 어느 나라보다 이 위기에 강하게 버티고, 회복도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탁씨는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 말까지 1년간 일본 도쿄의 한 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머물렀다. 그는 “원래 한국 문화와 철학에 대해 비판적으로 써보려고 시작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한발짝 떨어져 있다보니 한국인의 내면을 좀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미국 대선과 MB정부의 대응 전략

    [김형준 정치비평] 미국 대선과 MB정부의 대응 전략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미국 대선은 민주당 오바마 후보의 승리로 끝날 것 같다. 미국 건국 232년만에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선거 직전 실시된 주요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후보가 매케인 후보를 5~10% 포인트 이상 차이로 앞서면서 대통령 선출에 필요한 선거인단(270명)을 훨씬 넘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워싱턴포스트가 선거 3일전에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전체 투표의 30~35%에 해당되는 조기투표에서 투표자의 59%가 “오바마를 찍었다.”고 응답할 만큼 선거전에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 이러한 사실들이 ‘오바마 낙승’ 예측의 신뢰성을 높여주고 있다.8년만에 부시 공화당 정부에서 진보성향이 강한 젊은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 정부로 교체되면 한반도 정책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빠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대북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할 것이다. 오바마는 한·미간 불균형 무역 분쟁 소지가 있는 자동차와 소고기 협상 등이 조정된 후에 한·미 FTA를 비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더구나, 김정일 국방 위원장과 직접 대화 의지를 밝힐 정도로 적극적인 대북 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오바마가 당선되면, ‘비핵 개방 3000’을 근간으로 하는 이명박(MB)정부와 북·미 직접 협상을 강조하는 미국 신정부간에 마찰이 예상된다. 대선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 시점에서 MB 정부가 유념해야 할 사항은 통치환경의 변화가 가져다 줄 불확실성과 불예측성이다. 정권이 오바마로 교체된다고 해서 한·미동맹의 발전 기조가 별안간 바뀌지는 않겠지만,MB정부와 미국 신정부간에 정치 이념 성향의 부조화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정서적 코드에서 부자연스러움이 노출될 개연성이 크다. 실제로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미국정부의 이념성향과 정권교체와 맞물려 한·미간에 미묘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진보성향의 클린턴 정부가 보수성향의 김영삼정부를 배제한 상태에서 북한과 제네바 협상을 추진함으로써 발생했던 한·미간의 긴장이었다. 급기야 1997년 외환위기에 직면한 김영삼정부의 도움 요청을 미국 정부가 외면하는 사태까지 치달았다. 진보성향의 김대중정부와 클린턴정부간에 원만했던 협조체제와 마찬가지로 MB정부는 그동안 이념성향이 비슷했던 부시정부와 상당한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부시 대통령은 소고기 추가 협상, 독도 표기 원상회복, 한국의 G20 회의 참석, 미국과 300억달러 통화 스와프 합의 등 MB정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 투수로 등장해 물심양면으로 화끈하게 도와주었다.MB정부는 이제 더 이상 이와 같은 구원투수와 방패막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생적 변수의 흐름에 주목하면서 혹독한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이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 의도적으로 불편한 긴장관계를 조성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굴욕 외교를 펼치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역사성과 자긍심, 자신의 철학과 신념으로 미국의 신정부를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이외에 MB정부는 향후 북한체제 붕괴와 같은 외생적 변수가 한반도에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하고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가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과 통화 스와프 합의에 도취되어 당장 금융위기 해소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서 벗어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위기는 산사태처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리 없이 급작스럽게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한국 고고학 60년 증언

    근대 학문체계로서의 고고학이 국내에 이식된 것은 19세기 말이지만 한국 고고학이 한국인에 의해 주도되기 시작한 것은 광복 직후인 1946년의 경주 호우총 발굴조사부터다. 이를 기점으로 2006년 창립 60주년을 맞은 한국고고학회가 2년간 기획한 한국 고고학 원로 증언집 ‘일곱 원로에게 듣는 한국 고고학 60년’(사회평론)이 출간됐다. 선정된 원로는 남한 구석기 연구의 문을 연 손보기, 국립박물관에서 모범적인 발굴을 수행한 윤무병, 감은사지를 시작으로 천마총·황남대총 등 우리나라 국가발굴을 이끌어온 발굴왕 김정기,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방고고학의 새 지평을 연 윤용진, 삼국시대 유물연구에 전념한 윤세영, 북한 고고학의 성과를 소개하며 남북 고고학을 연계시킨 정한덕, 경주개발계획과 발굴제도 수립을 주도한 정재훈 등이다. 책에는 그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고고학과 인생에 관한 철학과 후학과 학계에 주는 당부 등이 담겨 있다.“지금도 안압지 발굴에 대해 나는 미안한 점이 많아요. 안압지 발굴은 잘 된 게 아니거든요. 그때는 수십 대의 양수기를 사가지고 그 물을 퍼내도 비가 오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거야(웃음). 지금 발굴하는 것처럼 지붕을 씌웠어야 했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집이 장충체육관이었어요. 그곳에 가보니 기둥을 안 세우고 지붕을 매달았더라고. 건축가 김중업씨한테 기둥 없이 지붕을 어떻게 얹느냐고 자문도 구했지요.”(정재훈)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유물 작업에 매달리다 보니 흙투성이의 작업복을 입은 막노동꾼이나 다름없었지요. 이런 모습을 돌아보며 하루에도 몇번씩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나 하고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되풀이하다가 오기 비슷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군요.”(윤세영)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별난 스님·괴짜 목사… 그들의 삶 이야기

    별난 스님·괴짜 목사… 그들의 삶 이야기

    세상에서 스님과 목사로 살아가는 이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한 거지는 뭇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다. 특히 평범한 종교적 생활에서 조금 벗어난 스님, 목사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 종교계에서 속된 말로 ‘튀는 스님’‘괴짜 목사’로 소문 난 스님, 목사들이 일상의 범사와 수행, 목회의 도정에서 건져낸 일화들을 묶은 에세이집을 나란히 출간, 화제가 되고있다. 조계종 기획실장을 지낸 여연 스님, 요트를 타고 미국에서 한국까지 태평양을 횡단해 주목받았던 지명 스님, 감리교신학대학을 나왔으면서 마치 스님처럼 살아가는 종교 다원주의자 이현주 목사. 각각 낸 ‘참으로 홀가분한 삶’(풀 그림),‘그것만 내려놓으라’(조계종 출판사’,‘오늘 하루’(삼인)는 돌출적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생각만큼이나 제목도 모두 범상치 않다. 연세대 철학과 출신의 여연 스님은 ‘불교신문’ 주간을 비롯, 종단의 언론·출판 일을 도맡다 1991년 걸망 하나만 멘 채 초의 선사의 자취가 서린 해남 일지암을 찾아 들었던 인물.‘한국 차문화를 바로 세운다.’는 원력을 세워 차(茶) 관련 저술활동과 다도 강의에 빠져 살고 있다. 마음의 자세가 흐트러질 때마다 산문을 닫아 걸고 출가자 본연의 수행에 깊숙이 빠져들곤 했던 스님은 조계종 기획실장을 지낸 뒤 다시 일지암에 내려갔다가 얼마전 강진 백련사로 거처를 옮겨 살고 있다. ‘참으로 홀가분한 삶’은 불교계의 ‘숨은 글쟁이’이자 ‘클래식 음악하는 선승’으로도 유명한 여연 스님이 일지암에서 18년간 홀로 다도 수행을 하면서 겪은 단상들을 엮은 ‘산정일기’. 일기 형식의 글 53편에선 사람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살이에의 속마음이 서정시처럼 풀어진다. ‘언제부턴가 우리 곁에 달은 없다. 달빛을 등에 지고 한낮의 노동의 고단함을 떨쳐 버리려는 시원함도, 직장에서 쌓인 하루의 피로를 털어 내려 빈 속에 털어 넣은 쏴한 소주의 기운을 받아 내는 달빛도 우리 곁엔 없다. 우리는 모두 하늘을 보지 않고 살기 때문이다. 하루가 끝나면 우리는 모두 영혼이 거세된 수평과 수직의 삶을 산다.’(달빛은 사라지고 중에서) 지명 스님은 갓난아기 때 포대기에 싸여 동진 출가한 수행자. 부산 범어사에서 강원을 마치고 동국대 불교학과 석·박사 과정을 거쳐 미국 템플대에서 비교종교학 석·박사 학위를 딴 스님이다. 의왕시 청계사와 속리산 법주사 주지를 거쳐 중앙종회 의원을 지낸 뒤 홀연히 안면도로 들어가 천수만이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에 안면암이라는 암자를 직접 지어 살고 있다. 2004년 미국 샌디에이고 항에서 하와이 호놀룰루와 일본 오이타 무사시 항을 거쳐 120여일 만에 부산 항에 도착하는 장정에서 탔던 요트의 이름은 ‘고통의 세계에서 피안에 닿는다.’는 뜻의 ‘바라밀다’. 안면암에서 노을과 철새를 벗삼아 써내려간 에세이집 역시 바라밀다가 역력하다. ‘가지고 싶으면 맘껏 챙겨라. 그러나 벽에 부딪치면 삶 그 자체를 중요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주변 삶의 모든 움직임을 배우들의 연기처럼 유심히 관찰하고 감상하면서, 묘한 삶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설사 고단하더라도 평화로울 수 있다.’(소유, 생존, 감상 중에서) 결국 책에서 스님이 내리는 결론은 “경쟁하지 않는 삶이 불가능해도, 패배하지 않는 삶이 불가능해도, 그리고 무조건 져주고 양보하는 삶이 불가능해도 우리는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무(無)이다. 이현주 목사의 ‘오늘 하루’는 예수와 장자, 노자, 공자, 부처를 다 같이 스승으로 모신다는 한 종교다원주의자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글모음.‘저는 스승이신 교주를 본받아 감리교인에서 감리가 떨어진 기독교인으로, 기독교인에서 기독이 떨어진 교인으로, 교인에서 교마저 떨어진 그냥 사람으로 되기를 소원하는, 그래서 아직은 사람이 못 되었지만 언제고 사람이 되기를 소원하는, 그런 사람입니다.’(사람의 길 중에서)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어흠, 크헝”…박철민, 배용기를 말하다

    “어흠, 크헝”…박철민, 배용기를 말하다

    배우 박철민(41). 그는 무섭도록 치밀하게 캐릭터를 연구하는 연기자다. 그 결과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속 ‘불광동 휘발유’ 배용기는 살아숨쉬는 영혼을 가질 수 있었다. ‘명품 조연’ 박철민 아니 배용기를 지난 13일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현장인 서울숲에서 만났다. “어헝, 흠, 크험, 흠…. 이 헛기침 소리는 어흠, 병이 아닙니다.” 배용기만의 특별한 말투가 있다. “어흠, 크헝”하는 과도한 콧소리. 항간에는 이를 두고 “비염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트럼펫을 부냐.”는 말도 오간다. 배용기는 자신이 헛기침을 하는 것은 특별한 병에 따른 것이 아니라 버릇일 뿐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에는 말 더듬는 게 심했다고 했다. 그것을 고치려고 대화 중간에 숨을 고르다 보니 이런 특이한 버릇이 생겨났다고 전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밤무대 트럼펫계를 장악한 남자’라 설명했다. 하지만 클래식계의 오케스트라에서는 ‘사고뭉치 천덕꾸러기’일 뿐이다. 지휘자 강마에로부터 ‘말할 가치도 없다.’는 평까지 들었다. 이 정도로 무시당하면서도 클래식을 하려는 이유에 대해 그는 “어릴 때부터 늘 동경했었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클래식은 ‘네모’다” “비록 밤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마음은 늘 클래식을 향해 있었죠. 어릴 때부터 꿈이었는데, 가정 형편이 따라주지 못해서…. 어머니는 춤바람이 나시고, 아버지는 병상에 계시고…. 어헝, 흠, 그 바람에 제가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정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죠. 하지만 트럼펫을 계속 부는 한 언젠가는 이런 기회가 생길 줄 알았습니다. 여러분 저 용기처럼 용기를 가지십시오.”  클래식이 꿈이라는 그에게 밤무대에서는 볼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생활인데요…. 밤무대에서도 저 배용기를 쭉~ 볼 수 있을 겁니다. 벌어뒀던 돈도 다 떨어져가는 상태라…. 어흠, 지갑이 밑바닥을 보이면서 땅굴까지 파고 들어가고 있어요. 어험, 네, 그렇습니다.” 그가 말하는 클래식이란 한마디로 ‘우리 일상’이었다.  “클래식이요? 어려운 거 아닙니다. 조회시간에도 들리고, TV 화면조정시간에 들을 수 있는 게 클래식이다 이거죠. 곡의 제목만 몰랐을 뿐이죠. 늘상 듣고 꾸준히 접해왔던 게 클래식이다. 클래식은 ‘나’, ‘너’, ‘우리’다.” “주희씨, 당신을 위해서라면 별도 따 드리겠소.”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는 배용기씨. 현재를 충족시키면서도 미래를 살아가는 그보다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이런 그에게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오고 있다. 바이올린 연주자 김주희씨와 남다른 인연을 맺어가고 있는 것. 그는 석란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만난 김주희씨의 밝은 모습에 매료됐다고 털어놨다.  “주희씨는 어흠. 흠 모자란 저를 채워주는 사람이죠. 커험. 그런데 제가 겉으로는 남자답고 결단력 있는 것 같아도 유독 사랑 앞에서는 작아져서요. 대놓고 대시를 못 할 것 같습니다. 인간 배용기, 사실은 여린 사람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희씨를 위해 저 하늘의 별도 따다 주겠소.”라며 조심스레 마음을 표현했다. “강마에 선생님, 오금 저리도록…존경합니다” 사랑과 꿈을 동시에 쫓으며 행복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배용기씨. 그에게 한가지 그늘이 있다면 석란시향을 이끌고 있는 강건우 마에스트로가 아닐까. 공격적인 말투로 날카로운 혀의 창을 휘두르는 ‘강마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강마에요? 완벽한 분이시죠. 어흠, 그런데 표현을 크흠, 좀 독설적이고 잔인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는 이 말을 하며 유독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얼마전 강마에에게 대든 것이 내심 마음에 걸리는 듯 했다. “어휴,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리고 눈도 못 맞출 정도로 어려운 분이죠. 하지만 강마에는 묘하게도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어요. 부족한 저를 채워주는 분이라 늘 존경할 따름입니다. 저 배용기,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박철민과의 인터뷰는 경황이 없는 가운데 진행됐다. 한창 ‘베토벤 바이러스’를 촬영중이어서 맘 놓고 대면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촬영 중간중간에 만나 토막 인터뷰를 하는 그런 식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사람을 참 편하게 대했다. 그런 편함이 ‘여유있고 넉넉한 사람’이라는 인상으로 다가왔다. 연기를 대하는 철학과 자세에서는 ‘주연급 조연’이라는 수사가 그냥 얻어진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사진 · 영상 김상인VJ bowwow@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김형준 정치비평] 연설보다 컨셉트가 우선이다

    [김형준 정치비평] 연설보다 컨셉트가 우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첫 대국민 라디오 연설을 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세계적 경제위기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겠다는 의도에서 실시한 것이다. 연설 자체에 대한 가치 논쟁과는 별도로 연설에서 나타난 키워드는 ‘배려, 신뢰, 희망’으로 집약된다. “비올 때 우산을 빼앗지 말라.”는 말로 “건실한 기업이 일시적 자금 경색으로 흑자 도산하지 않도록 금융기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신뢰야말로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라고 밝혔다. 연설 말미에는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대한민국 미래는 여전히 밝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학 연구의 권위자인 노이슈타트 교수는 “대통령의 힘은 권력이 아니라 설득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지도자의 연설에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던진 핵심 메시지는 ‘우리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IMF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정부가 줄곧 국민과 시장에 전파해 온 내용이어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현 정부의 철학과 존립 이유를 관통하는 핵심 컨셉트가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메시지 부재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여진다. 마케팅 이론에 따르면 시장에서 성공한 상품의 공통적인 특징은 컨셉트(CONCEPT), 콘텐츠(CONTENT), 일관성(CONSISTENCY)과 같은 3C를 두루 갖춘 제품이다. 확실한 개념이 정립되어야 콘텐츠를 채울 수 있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크게 흔들린 것은 좌파세력의 저항과 촛불 때문이 아니라 국민을 설득해서 이끌어 갈 수 있는 ‘국민 감동 컨셉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로 상징되는 MB노믹스, 한반도 대운하 등 현 정부가 줄곧 내세웠던 핵심 컨셉트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만한 컨셉트가 부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녹색성장’을 제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녹색 성장’ 컨셉트는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를 만큼 강렬한 것이 아니다. 현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 제시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집권기간 내내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는 핵심 컨셉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신성장 동력 22개 과제를 발표하면서 “8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100대 국정과제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7% 성장과 30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대통령이 된 만큼 현 정부의 핵심 컨셉트는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경제와 연계된 정책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자리 창출’이 적실성이 높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통령도 라디오 연설에서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는 일은 여전히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면 ‘신뢰가 간다.’(30.9%)보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56.9%)는 응답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더욱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40대(29.4% 대 57.5%), 중도(24.0% 대 62.9%), 화이트칼라층(30.2% 대 61.0%), 자영업자층(32.7% 대 56.0%)에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비율이 훨씬 많았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이렇게 약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이 공감하는 컨셉트를 만들고 그 내용을 채워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길은 정부가 기교를 부리지 말고 정직하게 행동하고, 국민과 호흡하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캐릭터뷰] ‘베토벤 바이러스’ 배용기(박철민)를 만나다

    어느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저 작품 속 주인공의 심정은 어떨까?” ‘캐릭터뷰’는 이런 사소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코너로,작품 속 캐릭터들을 만나보는, 아직은 생소한 기획물입니다.앞으로 캐릭터뷰에서는 영화·드라마·만화·소설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트럼펫으로 밤무대를 평정한 뒤 클래식계에 뛰어들어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극중 배용기(배우명 박철민·37·불광동)씨를 모셨습니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마다 고유의 개성을 불어넣는 주연 이상의 조연 배우 박철민(41)에게서 극중 자신이 맡은 인물인 배용기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헝,흠,크험,흠…. 이 헛기침 소리는 어흠, 병이 아닙니다.”   배용기씨만의 특별한 말투가 있다. “어흠, 크헝”하는 과도한 콧소리. 항간에는 이를 두고 “비염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트럼펫을 부냐.”는 말도 오간다. 배용기는 자신이 헛기침을 하는 것은 특별한 병에 따른 것이 아니라 버릇일 뿐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에는 말 더듬는 게 심했다고 했다. 그것을 고치려고 대화 중간에 숨을 고르다 보니 이런 특이한 버릇이 생겨났다고 전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밤무대 트럼펫계를 장악한 남자’라 설명했다. 하지만 클래식계의 오케스트라에서는 ‘사고뭉치 천덕꾸러기’일 뿐이다. 지휘자 강건우(40)씨로부터 ‘말할 가치도 없다.’는 평까지 들었다. 이 정도로 무시당하면서도 클래식을 하려는 이유에 대해 그는 “어릴 때부터 늘 동경했었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클래식은 ‘네모’다” “비록 밤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마음은 늘 클래식을 향해 있었죠. 어릴 때부터 꿈이었는데, 가정 형편이 따라주지 못해서…. 어머니는 춤바람이 나시고, 아버지는 병상에 계시고…. 어헝, 흠, 그 바람에 제가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정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죠. 하지만 트럼펫을 계속 부는 한 언젠가는 이런 기회가 생길 줄 알았습니다. 여러분 저 용기처럼 용기를 가지십시오.”  클래식이 꿈이라는 그에게 밤무대에서는 볼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생활인데요…. 밤무대에서도 저 배용기를 쭉~ 볼 수 있을 겁니다. 벌어뒀던 돈도 다 떨어져가는 상태라…. 어흠, 지갑이 밑바닥을 보이면서 땅굴까지 파고 들어가고 있어요. 어험, 네, 그렇습니다.  그가 말하는 클래식이란 한마디로 “우리 일상”이었다.  “클래식이요? 어려운 거 아닙니다. 조회시간에도 들리고, TV 화면조정시간에 들을 수 있는 게 클래식이다 이거죠. 곡의 제목만 몰랐을 뿐이죠. 늘상 듣고 꾸준히 접해왔던 게 클래식이다. 클래식은 ‘나’, ‘너’, ‘우리’다.” ●“주희씨, 당신을 위해서라면 별도 따 드리겠소.”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다는 배용기씨. 현재를 충족시키면서도 미래를 살아가는 그보다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이런 그에게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오고 있다. 바이올린 연주자 김주희씨와 남다른 인연을 맺어가고 있는 것. 그는 석란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만난 김주희씨의 밝은 모습에 매료됐다고 털어놨다.  “주희씨는 어흠. 흠 모자란 저를 채워주는 사람이죠. 커험. 그런데 제가 겉으로는 남자답고 결단력 있는 것 같아도 유독 사랑 앞에서는 작아져서요. 대놓고 대시를 못 할 것 같습니다. 인간 배용기, 사실은 여린 사람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희씨를 위해 저 하늘의 별도 따다 주겠소.”라며 조심스레 마음을 표현했다. ●“강마에 선생님, 오금 저리도록…존경합니다” 사랑과 꿈을 동시에 좇으며 행복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배용기씨. 그에게 한가지 그늘이 있다면 석란시향을 이끌고 있는 강건우 마에스트로가 아닐까. 공격적인 말투로 날카로운 혀의 창을 휘두르는 ‘강마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강마에요? 완벽한 분이시죠. 어흠, 그런데 표현을 크흠, 좀 독설적이고 잔인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는 이 말을 하며 유독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얼마전 강마에에게 대든 것이 내심 마음에 걸리는 듯 했다. “어휴,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리고 눈도 못 맞출 정도로 어려운 분이죠. 하지만 강마에는 묘하게도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어요. 부족한 저를 채워주는 분이라 늘 존경할 따름입니다. 저 배용기,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그와의 인터뷰는 경황이 없는 가운데 진행됐다. 한창 ‘베토벤 바이러스’를 촬영중이어서 맘 놓고 대면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촬영 중간중간에 만나 토막 인터뷰를 하는 그런 식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사람을 참 편하게 대했다.그런 편함이 ‘여유있고 넉넉한 사람’이라는 인상으로 다가왔다. 연기를 대하는 철학과 자세에서는 ‘주연급 조연’이라는 수사가 그냥 얻어진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돌아서 오면서 곰곰 한국 영화 혹은 연기 무대와 박철민의 만남을 돌이켜 상상했다.그것은 모든 면에서 축복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박철민은 이렇듯 욕심 많은 연기자였고 매력있는 한 인간이었다. 글 / 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김상인VJ bowwow@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부고]

    이석호(서울대 공과대학 교수)기호(전 이화여대 대학원장)씨 모친상 1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5일 오전 9시 (02)3410-6908 인흥식(전 경북매일신문 사장)씨 별세 지현(매일경제신문사 사원)종진(SK증권 대치역지점 과장)씨 부친상 12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30분 (02)2650-2753 임태성(전 동화은행 상무)무성(삼성화재 상근고문)호성(인천중장비학원)만성(〃) 연성(〃)씨 모친상 13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15일 오전 4시 (02)2650-2743 김태근(지더샵인터내셔널 대표)태헌(사업)태련(삼우건축사 부장)태응(캐나다 거주)씨 모친상 이방호(아르떼르 부사장)씨 시모상 1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5일 오전 6시 (02)3010-2295 김병재(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본부장보)씨 빙모상 12일 안양장례식장, 발인 14일 오전 9시 (031)477-0090 백명범(파라다이스 대표)춘범(사업)낙범(한국견운모 대표·전 KBS 기자)씨 모친상 13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15일 오전 8시 (02)2650-2748 김민호(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코치)민철(자영업)씨 부친상 윤상철(자영업)씨 빙부상 13일 경북 경주 삼성요양병원, 발인 15일 오전 8시30분 (054)776-9412 우제철(전 대전중소기업지원센터 본부장)씨 모친상 13일 을지대병원, 발인 15일 오전 9시 (042)471-1680 한평수(인하대 철학과 교수)준수(일산고려의원 원장)씨 모친상 김숙희(숙명여대 강사)최희령(청구성심병원 마취과 의사)씨 시모상 정영운(청도ID 대표)씨 빙모상 13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15일 오전 7시 (02)2650-2746 민철(아이뉴스24 정치부 기자)씨 조부상 13일 대전보훈병원, 발인 15일 오전 (042)939-0575 김찬호(전 세계일보 상무이사)씨 빙모상 13일 충남 태안의료원, 발인 15일 오전 9시 (041)671-5208 박창인(노사발전재단 부장)씨 빙부상 1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5일 오전 8시30분 (02)3010-2292 염종섭(참앤씨 주임) 길섭(폭스바겐 마이스터 모터스 사원)씨 부친상 1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5일 오전 6시 (02)3010-2235
  • [캐릭터뷰] ‘베토벤 바이러스’ 배용기(박철민)를 만나다

    [캐릭터뷰] ‘베토벤 바이러스’ 배용기(박철민)를 만나다

    어느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저 작품 속 주인공의 심정은 어떨까?”  ‘캐릭터뷰’는 이런 사소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코너로,작품 속 캐릭터들을 만나보는, 아직은 생소한 기획물입니다.앞으로 캐릭터뷰에서는 영화·드라마·만화·소설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트럼펫으로 밤무대를 평정한 뒤 클래식계에 뛰어들어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극중 배용기(배우명 박철민·37·불광동)씨를 모셨습니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마다 고유의 개성을 불어넣는 주연 이상의 조연 배우 박철민(41)에게서 극중 자신이 맡은 인물인 배용기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헝,흠,크험,흠…. 이 헛기침 소리는 어흠, 병이 아닙니다.”   배용기씨만의 특별한 말투가 있다. “어흠, 크헝”하는 과도한 콧소리. 항간에는 이를 두고 “비염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트럼펫을 부냐.”는 말도 오간다. 배용기는 자신이 헛기침을 하는 것은 특별한 병에 따른 것이 아니라 버릇일 뿐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에는 말 더듬는 게 심했다고 했다. 그것을 고치려고 대화 중간에 숨을 고르다 보니 이런 특이한 버릇이 생겨났다고 전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밤무대 트럼펫계를 장악한 남자’라 설명했다. 하지만 클래식계의 오케스트라에서는 ‘사고뭉치 천덕꾸러기’일 뿐이다. 지휘자 강건우(40)씨로부터 ‘말할 가치도 없다.’는 평까지 들었다. 이 정도로 무시당하면서도 클래식을 하려는 이유에 대해 그는 “어릴 때부터 늘 동경했었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클래식은 ‘네모’다” “비록 밤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마음은 늘 클래식을 향해 있었죠. 어릴 때부터 꿈이었는데, 가정 형편이 따라주지 못해서…. 어머니는 춤바람이 나시고, 아버지는 병상에 계시고…. 어헝, 흠, 그 바람에 제가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정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죠. 하지만 트럼펫을 계속 부는 한 언젠가는 이런 기회가 생길 줄 알았습니다. 여러분 저 용기처럼 용기를 가지십시오.”  클래식이 꿈이라는 그에게 밤무대에서는 볼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생활인데요…. 밤무대에서도 저 배용기를 쭉~ 볼 수 있을 겁니다. 벌어뒀던 돈도 다 떨어져가는 상태라…. 어흠, 지갑이 밑바닥을 보이면서 땅굴까지 파고 들어가고 있어요. 어험, 네, 그렇습니다.  그가 말하는 클래식이란 한마디로 “우리 일상”이었다.  “클래식이요? 어려운 거 아닙니다. 조회시간에도 들리고, TV 화면조정시간에 들을 수 있는 게 클래식이다 이거죠. 곡의 제목만 몰랐을 뿐이죠. 늘상 듣고 꾸준히 접해왔던 게 클래식이다. 클래식은 ‘나’, ‘너’, ‘우리’다.” ●“주희씨, 당신을 위해서라면 별도 따 드리겠소.”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다는 배용기씨. 현재를 충족시키면서도 미래를 살아가는 그보다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이런 그에게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오고 있다. 바이올린 연주자 김주희씨와 남다른 인연을 맺어가고 있는 것. 그는 석란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만난 김주희씨의 밝은 모습에 매료됐다고 털어놨다.  “주희씨는 어흠. 흠 모자란 저를 채워주는 사람이죠. 커험. 그런데 제가 겉으로는 남자답고 결단력 있는 것 같아도 유독 사랑 앞에서는 작아져서요. 대놓고 대시를 못 할 것 같습니다. 인간 배용기, 사실은 여린 사람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희씨를 위해 저 하늘의 별도 따다 주겠소.”라며 조심스레 마음을 표현했다. ●“강마에 선생님, 오금 저리도록…존경합니다” 사랑과 꿈을 동시에 좇으며 행복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배용기씨. 그에게 한가지 그늘이 있다면 석란시향을 이끌고 있는 강건우 마에스트로가 아닐까. 공격적인 말투로 날카로운 혀의 창을 휘두르는 ‘강마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강마에요? 완벽한 분이시죠. 어흠, 그런데 표현을 크흠, 좀 독설적이고 잔인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는 이 말을 하며 유독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얼마전 강마에에게 대든 것이 내심 마음에 걸리는 듯 했다. “어휴,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리고 눈도 못 맞출 정도로 어려운 분이죠. 하지만 강마에는 묘하게도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어요. 부족한 저를 채워주는 분이라 늘 존경할 따름입니다. 저 배용기,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그와의 인터뷰는 경황이 없는 가운데 진행됐다. 한창 ‘베토벤 바이러스’를 촬영중이어서 맘 놓고 대면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촬영 중간중간에 만나 토막 인터뷰를 하는 그런 식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사람을 참 편하게 대했다.그런 편함이 ‘여유있고 넉넉한 사람’이라는 인상으로 다가왔다. 연기를 대하는 철학과 자세에서는 ‘주연급 조연’이라는 수사가 그냥 얻어진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돌아서 오면서 곰곰 한국 영화 혹은 연기 무대와 박철민의 만남을 돌이켜 상상했다.그것은 모든 면에서 축복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박철민은 이렇듯 욕심 많은 연기자였고 매력있는 한 인간이었다.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캐릭터뷰’ 더 보러가기
  • 경북 지자체들, 지역인물 알린다

    경북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이 배출한 역사적 인물 알기 강좌를 잇따라 마련해 호응을 얻고 있다. 경북도는 오는 14일부터 내년 2월17일까지 ‘정부인 안동 장씨 아카데미’를 무료로 개설한다고 10일 밝혔다. 안동 장씨 아카데미는 이 기간에 매월 2·4주 화요일(오후 2∼5시) 대구 달서구 감삼동에 있는 대구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서 총 10회에 걸쳐 마련된다. 이 아카데미에는 수강생 100명 모집에 180여명이 몰릴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매 회 강의에서는 안동 장씨의 철학과 사상, 천재성과 인간미 등을 조명한다. 정부인 장씨는 1598년 안동에서 퇴계학맥을 이은 성리학자 장흥효의 무남독녀로 태어났고, 글씨와 그림에 능해 신사임당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인 현모양처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이달의 문화인물’(1999년 11월)에 선정됐고, 소설가 이문열의 작품 ‘선택’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경산시도 지난 1월부터 연말까지 시민 등을 대상으로 삼국유사 포럼을 열고 있다. 일연선사가 저술한 삼국유사를 통해 ‘삼성현(三聖賢·원효·일연·설총)의 고장’인 경산에서 이들 선현의 삶과 얼을 배우고 익혀 경산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차원에서다. 포럼은 매주 금요일 2시간씩 모두 44회의 강좌와 2회의 유적탐방으로 진행된다. 강좌는 고대사와 고려사를 전공한 역사학자 18명이 맡고 있으며, 강좌 때면 공무원과 시민 등 250여명이 몰리고 있다. 시는 ‘문화의 시대’인 21세기를 맞아 원효와 설총, 압독국 관련 포럼도 개설·운영할 계획이다. 안동시와 한국국학진흥원도 지난 1월부터 ‘안동문화 바로알기’ 강좌를 마련해 지역이 배출한 퇴계와 이육사의 사상과 철학, 현대사에 끼친 영향 등을 중점 조명하고 있다. 연말까지 32주간에 걸쳐 진행될 강좌(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에는 시민과 공무원 등 10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직접 작곡한 CD 들고 다니며 발전기금 모았죠”

    “직접 작곡한 CD 들고 다니며 발전기금 모았죠”

    “암울했던 일제시대 때 여성의 힘으로 중앙대의 모태인 중앙보육학교를 설립한 임영신 박사 이후 굴곡의 현대사와 함께 해왔지요.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이제는 ‘세계의 중앙’으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부합니다.” 10일 개교 90주년을 맞는 박범훈(60) 중앙대 총장의 소감이다. 개인적으로는 “모교 출신 총장으로 90주년 생일을 치르게 돼 더욱 감회가 깊다.”고 피력했다. 총장 재임 시절 두산그룹을 새로운 학교법인(이사장 박용성)으로 영입한 것도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학교재단이 바뀌는 등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두산과 인연을 맺으면서 새로운 100년의 터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연구중심대학 기반… 지식창조 대학으로 “4,5년 뒤에는 경기도 하남시에 ‘글로벌 캠퍼스’가 탄생되며 약학대학 및 자연계열 R&D센터와 기숙사를 착공하는 등 이미 중앙대의 새로운 역사는 시작됐습니다. 아울러 로스쿨 유치에 성공, 경영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등과 함께 3개 전문대학원으로 명실상부한 연구중심대학의 기초도 만들어졌지요. 이러한 미래성장의 동력을 바탕으로 개교 100주년 때에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세계적 수준의 지식창조 대학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그는 2005년 2월 국악인으로는 처음으로 대학총장에 올라 화제가 됐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대학 운영에도 남다른 노력과 열정을 쏟았다. 취임 이후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개혁과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늘 입버릇처럼 강조했다.2018년까지의 중앙대 개혁 프로그램이 담긴 ‘CAU2018’을 발표, 유사 학과 통폐합 및 정원감축 등 체질개선에 주력했다. 결국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8개의 학과를 과감히 구조조정, 연구중심 대학으로 확 바꿨던 것. 이와 함께 대학행정을 고객만족중심의 서비스행정으로 바꾸기 위해 ‘행정문화 체인지업(Change-Up)’운동을 벌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평소 정·재계 등 넓은 인간관계를 활용,130억원이란 전례없는 대학발전기금을 유치해 학교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대목에서는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은 포도주 들고 뛰어다녔지만 나는 직접 작곡한 CD를 들고 뛰어다녔다.”며 웃는다. ●“총장 직선제는 화합에 어려움 있어” 그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 이번 학기가 마지막인 셈이다. 그는 직선제로 총장에 뽑혔지만 재임 도중 스스로 직선제를 없앴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직선제는 화합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어느 대학이든)재단이 확실한 교육철학과 이념으로 방향 제시가 돼 있다면 누구나 총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원한 음악인이듯 항상 처음처럼 학교발전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쏟을 것이라면서 “지나온 90년의 역사 위에 새로운 100년의 길을 열어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미스·동국대」박이원(朴二元)양-5분데이트(164)

    「미스·동국대」박이원(朴二元)양-5분데이트(164)

    이번주 표지「모델」은 박이원(朴二元)양(21·동국대 철학과3년). 지난달 오태순신부를 중심으로 발족한「가톨릭성극회」의 첫 성극(聖劇)『장터의 성탄절』에서 여주인공「마리아」로 분한 것이「선데이 서울」과 인연을 맺게된 계기. 동일산부인과원장인 박인상씨의 4남2녀중 둘째딸. 연극무대에 서보기는 여섯번째인데「미션」계 고등학교(정신여고)를 나와「바이블」은 어느만큼 이해하고 있지만 성서의 분위기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것같아 안타깝단다. 『동국대 철학과라면 흔히 인도철학과를 생각하기 쉬운데 저는 그냥 철학과예요. 종교나 예술 양면에서 깊이를 찾고 싶어 철학과를 택한거죠』 생기를 담뿍 싸 안은 듯한 큰눈에 이지적인「마스크」가 어울려 또렷또렷하게 굴러대는 말소리는 여간 생동감있게 들리지 않는다. 대학을 마치면 아주 연극에 몸담을 각오가 돼있으므로 결혼도 연극을 이해하는 사람과 하고 싶어한다. <원(媛)> [선데이서울 71년 12월 26일호 제4권 51호 통권 제 168호]
  • 조선 유학에서 21세기 삶의 길 찾는다

    조선 유학에서 21세기 삶의 길 찾는다

    “실학은 근대적 지향을 핵심 가치로 삼았으나 포스트모던 시대는 유교의 원론, 주자학적 사고와 지향의 가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게 됐다.” “보이지 않는 권력이 현대인들을 소외시키는 지금 시대에 유교적 자원은 소외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제시해줄 수 있다.” 20세기 근세사에서 조선 유학은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짓밟혔다. 식민과 해방, 전쟁, 군사 독재와 민주화정권 교체 등 격변의 세월을 관통하며 망국의 원흉으로 지탄받고, 근대화의 발목을 붙잡는 낡은 시대의 유물로 낙인찍혔다. 유학은, 어쩌면 억울할지 모른다. 아무리 자업자득의 측면이 크다고 해도 근대화 과정에서 조선 유학에 가해진 그 숱한 비판의 칼날은 모두 엄정한 것이었을까.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최근 동시에 펴낸 ‘왜 조선 유학인가’와 ‘조선 유학의 거장들’(이상 문학동네)은 조선 유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뛰어넘어 21세기에 걸맞은 조선 유학의 가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근대화에 매진하던 20세기는 기술과 과학, 개혁을 내세운 실학의 시각으로 주자학을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근대화에 성공한 지금은 다른 질문을 던지고,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왜 조선 유학인가’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해 한 교수가 ‘역사와의 대화’를 통해 자문자답한 결과다. 그는 조선 유학이 성취하고자 했던 가치들에 새삼 주목한다.“실학은 근대적 지향을 핵심 가치로 삼았으나 포스트모던 시대는 유교의 원론, 구체적으로 주자학적 사고와 지향의 가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게 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 교수는 이런 시각에서 유교가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미래의 자원이라고 말한다.“조선 유학은 덕(德)을 통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추구했습니다. 덕성의 기본은 정해진 틀 밖에서 세상을 보는 시야와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어지러운 시대에 전체를 아우르는 안목을 키우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삶의 기술(ars vitae)’로써 유학이 지닌 철학적 가치도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그는 “주자학은 우주와 가족의 관계안에서 태어난 인간이 그 관계를 적극 실현하는 한 자유체로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보이지 않는 권력이 현대인들을 소외시키는 지금 시대에 유교적 자원은 소외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 유학의 거장들’은 근대화의 시각으로 유학을 비판한 수많은 담론들에 대한 지겨움에서 비롯된 책이다. 누군가에 의해 취사선택된 글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눈과 잣대로 그들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에 따라 율곡 이이부터 퇴계 이황, 남명 조식, 정조와 다산을 거쳐 혜강 최한기에 이르기까지 거장들이 거쳐온 행적과 사유의 궤적을 원전을 토대로 꼼꼼하게 재구성했다. 조선 유학에 대한 한 교수의 깊은 애정은 매서운 비판을 전제로 한다.‘왜 조선 유학인가’의 첫 장은 유학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통렬한 자성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유학의 최소화(minimalist confucianism)’를 주장한다. 그는 “‘보이는 유학’은 사라졌어도 유학의 핵심적 가치인 ‘보이지 않는 유학’은 지금도 살아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서울대와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철학과 고전한학 등을 공부했다. 조선 유학의 범형을 연구한 ‘주희에서 정약용으로’, 동양 철학을 알기 쉽게 풀이한 ‘왜 동양철학인가’, 청소년용 동양 고전 해설서 ‘중고생을 위한 고사성어 강의’등의 저서가 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종교플러스] 10일 이화여대 씨알사상포럼

    이화여성신학연구소와 재단법인 씨알은 제2차 씨알사상포럼을 10일 오후 2시 이화여대 인문관 111호에서 ‘한국철학과 씨알사상’ 주제로 연다. 씨알철학학회 준비위원회 발족식이 끝난 뒤 이규성(이화여대), 이기상(한국외대), 김상봉(전남대) 교수의 발제가 이어진다. 오후 5시부터 박경매 이화여대 교수의 사회로 전체 토론도 있다.(02)3277-3278.
  • “연기는 나를 다 털어내는 작업”

    ‘엄마가 뿔났다’,‘거침없이 하이킥’ 등에서 열연한 ‘야동 순재’ 이순재(73)씨가 30일 모교인 서울대를 찾았다.1958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이날 서울대 기초교육원 주최로 열린 ‘관악초청강연’에 ‘이순재, 나는 왜 아직도 연기하는가’라는 주제로 자신의 인생철학 등을 소개했다. 이씨는 “연기도 그냥 맹목적으로 주어진 대로 하다 보면 거기서 끝이 난다. 파고 들어가다 보면 한이 없다.”고 운을 뗐다.“같은 인물도 내가 할 때와 최불암, 신구가 할 때가 다르듯 연기는 한계가 없고 항상 창조의 욕구를 촉발시키는 작업입니다.” 그는 “요즘 연기는 아무나 한다고 한다.”며 졸속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드라마 제작 여건과 ‘발음이 엉망진창인’ 후배 연기자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이씨는 흰 종이를 들어 보이며 “배우는 항상 백지 상태로 스탠바이(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새로 그려야 하고 항상 창조의 여지가 남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지금도 연기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누구를 등쳐서 돈 버는 직종이 아니고, 나를 다 털어내고 평가를 받아서 수익을 올리는 거라 일단 남에게 피해를 안 입힌다. 또 정년이 없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강연에는 ‘야동 순재’의 인기를 반영하듯 200여명이 넘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강의실 계단까지 가득 메우고 이씨의 열강에 집중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여야 쟁점현안 지상대담] (4) 공기업 민영화

    [여야 쟁점현안 지상대담] (4) 공기업 민영화

    지난달 1·2차 공기업 선진화 추진계획이 발표된 데 이어 이달 내에 발표될 3차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개혁 대상에 오른 기관은 전체 319개 검토대상 기관 중 79개다. 이번 3차 방안에는 20여개 안팎의 공공기관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통합을 비롯한 민감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여 전체 공기업 개혁의 성패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6일 시작되는 국감의 최대 이슈인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국회 공기업대책특위 간사를 지낸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과 건설교통부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이용섭 의원간 지상대담을 게재한다. 각 의원의 답변은 상대 의원이 미리 서울신문에 제출한 질문에 대해 이뤄졌다. 1 민영화 방안 평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3차 발표를 앞두고 있는 등 윤곽을 드러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이종구 의원 공기업 선진화 계획이 당초 일괄적으로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일정이 다소 늦춰졌다. 이는 당·정이 추진계획에 대한 검토와 준비를 충분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회에서 공기업특별위원회 활동까지 마쳤으나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3차 발표이후 선진화 로드맵이 차질없이 이루어지도록 여·야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용섭 의원 공기업 선진화의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다. 공공성에 비해 기업성과 효율성이 중시되는 공기업 위주로 민영화 대상을 선정해야 하는데 선정기준이 모호하고 의혹이 많다. 추진방법도 졸속이다. 사전 면밀한 검토 없이 불쑥 발표하고 비판이 많자 이를 축소 조정해 정책이 혼선을 빚고 신뢰도 잃고 있다. 2 기관장 낙하산 논란 ▶청와대에서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안하겠다고 했지만 낙하산 인사가 난무한다는 평가도 있다. 이러면서 공기업 선진화를 말할 수 있나. 이종구 의원 청와대가 낙하산 인사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공기업 인사는 철저하게 공모제를 통해 심사를 하고 인사에 관한 검증도 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정치인 출신이 공기업에 일부 진출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치인 임명은 외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의 공기업 인사야말로 낙하산 인사를 한 게 아닌가. 이용섭 의원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오류는 ‘과거 정부에서도 잘못했지 않았느냐.’는 식의 사고와 대응이다. 낙하산 인사가 국민적 선택을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 새 정부가 개혁을 위해 철학과 소신을 공유하는 전문가를 등용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공기업 개혁에 대한 청사진이나 기본 방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없이 취임하자마자 과거 정부에서 임명된 모든 공기업 사장들에게 일괄적으로 사표를 강제하고 임기가 남아있는 사장들의 절반 이상을 해고했다. ▶공기업 민영화는 효율 극대화와 공공성 유지라는 상충된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 따라서 공기업에 대한 가치 재평가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런 결과를 얻은 후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어떠냐. 이종구 의원 민영화(선진화)야말로 과거 정권 10년동안의 묶은 과제가 아닌가. 단순히 민영화라는 작은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선진화의 대상이 되는 기관의 입장이나 특성을 고려해 민영화, 통폐합, 기능조정, 경영효율화 등 4가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상충된 목표라기보다는 공공성이나 국민경제적 편익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결정하기 때문에 충분한 비용-편익 및 비용-효과 분석을 통해서 추진되고 있다. 3 인천공항공사 매각 ▶공기업 선진화(민영화)는 10여년전부터 미뤄져 온 지난 정부의 핵심과제였는데. 이용섭 의원 공기업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나, 정당성과 신뢰를 충분히 확보해 가면서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작업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밀실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인천공항공사처럼 국민의 세금이 투입돼 건설되었고, 단기간내에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우수 공항으로 성장하고 있는 우량 공기업을 매각한다는 것은 문제다. 주가가 액면가에도 미치지 못해 향후 대규모 이익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귀속되는데도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특히 대통령 측근 관련 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2012년 이후로 매각을 늦출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종구 의원 작금과 같은 개방화된 국제환경의 변화에서 2012년에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가.5년후의 주가, 환율, 물가요인, 국제환경변화 등을 고려할 때 얼마를 받는 것이 제값을 받는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나. 인천공항공사를 매각하는 것은 국제 허브공항으로 육성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외국의 전문공항운영기업들과 전략적 제휴 및 지분매각(49%)을 통한 경영효율화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 4 주공·토공 통폐합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폐합방식과 관련해 선 통합 후 구조조정, 또는 선 구조조정 후 통합에 대한 지역 및 기관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만족할 만한 대안이 있는가. 이용섭 의원 주공과 토공이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 뼈를 깎는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정부가 의도된 목적으로 결론을 내놓고 ‘정부를 따르라.’는 식의 개혁은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다. 정부가 합리적인 개혁방향을 제시하면 주공과 토공 직원들도 적극 협조할 것이다. 정부는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에서 토공과 주공의 개혁방향을 찾는 진지함과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주공·토공 통폐합 문제도 의견수렴절차와 연구가 부족했고,‘혁신도시 이전’ 대상 지역의 참여도 부족하다. 이로 인해 소모적 사회갈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해결책은 뭔가. 이종구 의원 주공·토공의 통폐합은 중복기능 및 민간과의 경합부분, 기능조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폐합을 하자는 것이다. 이는 야권도 반대하지 않는 사안이다. 다만 혁신도시 이전으로 인한 지역간의 갈등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소모적인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게 필요하다. 5 인력 구조조정 ▶선진화의 성패는 인력구조조정에 있다고 본다.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통폐합시 강제퇴직 없이 자연스러운 감소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정부가 2단계로의 인력감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용섭 의원 공기업 개혁은 인력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인력구조조정 위주의 개혁은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현 정부는 민영화 대상 공기업별로 이러한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사전 고민과 전략 없이 일단 밀어붙이기 식으로 발표만 해놓다 보니 많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았다. 힘없고 규모가 작은 산하기관 몇 군데만 통합하는 선에서 그치게 된다. 대상 기업별로 인력 진단을 통해 가장 효율성이 제고되면서도 구성원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매쿼리 매각 가능 발언 등 정부가 오히려 민영화 과정의 투명한 절차를 훼손하고 있다. 대통령 측근 연루 의혹도 나오고 있다. 불신과 의혹을 극복하고 국민적 합의에 따라 민영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이종구 의원 언론보도에 의하면 민영화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적 합의와 투명하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니까 공기업 선진화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여·야간 협조가 필요한 것이다. ▶선진화의 기관장 선임방법에 있어서 공모제의 형식성과 실효성에 대한 대안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용섭 의원 기관장 공모제는 17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마련한 공공기관운영법의 성과다. 그러나 현 정부는 법에 정해져 있는 사장의 해임과 임명에 관한 절차를 처음부터 철저하게 무시하고, 자의적이고 반 강제적으로 임기가 남아있는 사장들을 해임하고 있다. 공기업 선진화는 기관장 공모제의 취지를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이종락 김지훈기자 jrlee@seoul.co.kr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 ▲부산(58)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17회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청와대 경제수석실 근무 ▲금융감독원 감사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 ▲사무1부총장 ▲17·18대 국회의원 ■이용섭 민주당 의원 ▲전남 함평(57) ▲학다리고, 전남대 무역학과 ▲행정고시 14회 ▲재경원 조세정책과장 ▲국세청장 ▲건설교통부·행정자치부 장관 ▲민주당 제4정책조정위원장 ▲18대 국회의원
  • ‘영종 브로드웨이’ 안될 이유없죠

    ‘영종 브로드웨이’ 안될 이유없죠

    “2000년에 ‘오페라의 유령’ 준비할 때와 같은 느낌이에요. 당시 100억원짜리 공연을 한다고 하자 다들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죠. 영종 브로드웨이 프로젝트도 그렇게 모든 걸 한번 던져보고자 하는 겁니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으로 국내 뮤지컬 붐의 시위를 당긴 설앤컴퍼니 설도윤(49) 대표는 요즘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 더 몰두하고 있다.2012년 인천 영종하늘도시에 20만평 규모로 완공될 복합문화단지 ‘영종 브로드웨이’의 운영을 맡았기 때문이다. 시작은 올 초. 투자사인 엥글우드 홀딩스에서 설 대표에게 아이디어를 달라고 제안하면서부터다. 투자금은 총 12억원. 두바이 최고층 빌딩인 버즈두바이의 개발사인 에마르 그룹이 댄다. 이곳에는 10여개의 극장과 예술학교, 테마파크, 문화재단 등이 들어선다. 한마디로 인천에 브로드웨이를 옮겨놓겠다는 구상이다. “문화예술은 집약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뉴욕대, 줄리어드 음대 등 유수의 예술학교가 인재를 쏟아내는 한편 한쪽에서는 공연산업이 돌아가고 있어요. 이렇게 순수예술과 상업예술, 인력개발과 공연제작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모델이 국내 공연계에 절실합니다.” 설 대표는 뮤지컬 전용관을 비롯해 500∼2500석 중·대극장과 공연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해외 유수의 예술학교도 유치할 예정이다. 순수예술과 상업예술학교 3개를 고려 중이다. 그는 “미국의 뉴욕대와 접촉 중이고 러시아의 그네신,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등에서 의향을 표시한 상태”라고 말했다. 상·하반기로 나눠 예술축제도 연다. 상업공연축제와 호주의 애들레이드 페스티벌과 같은 순수예술축제를 만들어 도시를 대표하는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은 청사진에 불과한 이 문화도시가 실현되면 국내 공연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설 대표는 크리에이터 육성과 공연제작의 본거지 설립을 가장 큰 기대효과로 꼽았다. “현재 전국 대학에 15개 뮤지컬학과가 있지만 대부분 배우 양성에 급급할 뿐 연출, 작곡, 극작 등 전체적인 크리에이티브 인력 양성 기능이 부재합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인력이 앞으로 국내 공연산업에 큰 공헌을 하겠죠.” 설 대표는 ‘지킬 앤드 하이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오페라의 유령’을 연출한 아티 마셀라 등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들도 강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트라이아웃(본공연에 앞서 지방을 돌며 관객·투자자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시범무대)의 본거지로 만들겠다는 복안도 있다. 리허설 스튜디오, 무대장치제작소, 레지던스 시설 등 공연 전 과정에 필요한 시설들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설앤컴퍼니는 YG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창작뮤지컬 ‘우리들 이야기’를 올릴 예정이다.YG엔터테인먼트의 음원을 사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8월부터 연말까지는 ‘오페라의 유령’(샤롯데시어터)을 다시 선보인다. 그러나 설 대표는 “이제 단순히 작품 하나 잘 돼 돈 걷어들이는 건 내게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교육적, 산업적 인프라가 갖춰진 공연예술의 산실을 만드는 게 30년간 쌓아온 프로듀서로서의 제 철학과 맞닿는 꿈입니다.” 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사설] MB정부 감세, 투자·성장으로 이어져야

    이명박 정부가 첫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감세정책을 통해 조세부담률을 미국 등의 수준으로 낮춤으로써 저부담-고투자-고성장의 기조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조세부담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수준으로 높여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키는 기조를 견지했었다. 세제개편안은 이에 따라 소득세율을 일괄적으로 2%포인트 낮춰 소비기반을 확충하고 법인세와 상속·증여세 인하 등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고 양도세율을 3%포인트 낮춘 것 등도 같은 맥락이다. 새 정부는 참여정부와 전혀 다른 경제적 철학과 공약을 제시하고 출범한 만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 참여정부 시절 과도한 세부담으로 민간투자가 성장률을 밑돌게 됨에 따라 성장과 분배도 실패했다는 진단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이미 써먹은 고유가대책까지 망라해 중산서민층의 혜택을 산출해야 할 만큼 이번 세제개편안은 부유층과 대기업의 감세에 초점이 맞춰졌다. 오죽했으면 한나라당조차 대기업의 법인세 인하 시기를 1년 늦춰 그 혜택을 저소득층과 영세중소기업 지원에 사용하자고 했을까. 정부는 감세가 세계적인 추세이고 고투자와 고성장으로 귀결된다지만 우리 경제에서 검증된 바는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투자 연결고리가 단절된 상황에서 ‘빈익빈-부익부’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야권에서는 벌써 2%의 부자를 위한 감세안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이념논쟁을 불식시키려면 감세가 투자와 성장기반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게 규제완화 등 제도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감세가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도록 세출부문에서도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성공적인 국제중학교를 위한 제언/ 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

    [열린세상] 성공적인 국제중학교를 위한 제언/ 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

    서울시 교육감선거가 끝난 직후, 국제중학교 두 곳이 선정되어 내년도 신입생을 선발할 것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예상했듯이 전교조는 이를 1% 특권층을 위한 귀족학교로 규정하고 설립을 저지하는 운동에 들어갔고, 이와 동시에 학원들은 국제중을 겨냥한 각종 초등학교 입시 프로그램의 설명회를 시작했다. 내년 개교할 두 학교는 이름은 국제학교이되 외국인 입학전형은 없으며, 전형방식은 제법 구체적으로 공개하였으나 학교설립의 근간인 설립배경, 특성화된 교육목표는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자신의 주요공약인 국제중학교에 대하여 공정택 교육감의 밝히는 설립취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조기유학이나 타 지역(경기·부산) 국제중으로 빠져나가는 인재를 막고, 둘째, 이미 설립된 국제고와 연계시켜나가며, 마지막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국제사회의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이들 중 교육목표에 부합할 만한 것은 세 번째밖에 없으므로, 국제중은 이른바 글로벌 리더가 될 재목을 조기에 발굴하여 그 길을 열어주는 것을 특성화 교육 목표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수한 인재를 잘 키워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사실 반대할 일은 아니다. 평준화 교육의 맹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학부모의 37%, 교사의 65%가 국제중 설립에 찬성했다고 한다. 이 결과가 신뢰할 만하다면 사회적 동의와 요구도 확보한 셈이다. 따라서 사교육 가열, 중학교 입시화, 학벌 서열화, 빈부 양극화 등 예상되는 부작용은 일단 접어두고, 기왕 설립하기로 한 국제중학교의 본질적 교육목표와 역할에 대하여 정책입안자와 학교운영자에게 진심어린 당부 한 가지만 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국제사회에 진정으로 적합한 지도자를 양성해 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주기를 바라는 몇 가지 사항을 함께 제안한다. 첫째, 학원교육을 멀리해 온 학생을 우선 선발하라. 국제사회에는 유치원부터 학원에서 하루를 보내고, 초등학교부터 토플시험 준비를 하느라 온 시간을 보낸 지도자는 별로 없으리라 본다. 관심사를 주도적으로 탐구할 줄 아는 독립적인 학습능력을 지닌 학생을 가려내는 일에 고심하기 바란다. 둘째, 국제교육은 곧 영어교육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라. 외국어중학교 혹은 영어중학교가 아니므로, 국제중 특성화는 곧 영어몰입교육이라는 등식을 세우지 말기를 바란다. 국제중 교육과정에 더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은 교양교육, 인성교육, 리더십교육, 세계어로서의 영어교육 등이다. 셋째는 다양한 학생과 교사 구성원을 선발하라. 사람들은 대개 엘리트코스만 줄달음질한 지도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양한 계층, 개성 있는 사고를 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지내고, 서로를 통하여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가 포용해야 할 다문화 사회에 대한 경험도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로 일류대학, 미국 사립고, 특목고 진학 등에 관심을 집중하여서는 안 된다. 이러한 유혹들은 취지에 맞지 않는 학생 선발의 원인이 되고, 국제리더 양성기관으로서의 교육과정을 망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저해하고, 획일적 경쟁의식을 부추기게 된다. 만일 새롭게 설립되는 서울시의 국제중학교가 이러한 투철한 교육철학과 의지를 보여준다면 국제중을 통한 특성화 교육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싶다. 하지만 만약 지금까지의 외국어고등학교 사례에서 보듯 국제중 역시 부유한 가정에서 온 학원 의존형 청소년 일색의 학교로 또다시 전락한다면, 비판과 저지의 운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
  • 중앙대 “총장직선제 폐지”

    중앙대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수들의 성과급형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박용성 이사장은 27일 강원도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전체 교수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대학 운영에 대한 경영 철학과 발전 전략에 관한 비전을 표명했다고 중앙대가 이날 밝혔다. 박 이사장은 “개혁을 위해 무엇보다 추진력 있는 총장이 필요하다는 교내 여론을 수렴, 총장 선출 방식을 기존의 직선제가 아니라 법인에서 바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그는 우수 교수의 내부 육성과 상시적인 외부 채용을 시행하고 ‘성과주의에 기반한 연봉제’를 도입, 업적과 능력에 따라 철저한 성과 보상을 실시해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에게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만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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