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 파업끝 ‘어정쩡 합의’
19개월을 끌어온 KTX 여승무원 장기 파업사태 해법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승무원에게 복직 명분을 주기 위해 코레일이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19개월간 평행선을 긋던 KTX 여승무원 문제가 28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이상수 노동부장관과 이철 코레일 사장,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엄길룡 철도노조 위원장의 4자 회동이 이뤄지면서부터다.
노사정 모임이 이뤄지기까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숨은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한덕수 총리, 이철 코레일 사장과도 교감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열린 이들의 만남에서도 이 장관과 이 위원장이 회담을 주도했다. 회담 도중 농성중인 KTX 여승무원을 코레일 계열사인 코레일투어서비스 정규직으로 채용한 뒤 노사정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승무업무의 계열사 위탁 타당성을 논의하는 쪽으로 중재안이 모아졌다.
그러나 철도노조측에서 이를 거부, 한때 무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 안은 코레일이 그동안 제안한 내용으로 외견상으로는 기존 입장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레일 복직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극적인 합의에 이르게 됐다.
노사정 3자가 합의함에 따라 이날 합의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향후 노사정이 어떤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지, 승무원들이 합의안을 수용할 것인지가 완전 타결의 관건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이 파업중인 여승무원을 상대로 여론수렴을 한 결과 절반 이상이 합의안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돌출변수가 없는 한 여승무원 장기 파업사태가 해결국면을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코레일의 고위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승무원들의 불안감과 조합원 등의 반발에 직면한 노조의 부담을 털어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복귀할 경우 이미 복귀해 승무원으로 활동중인 승무원들과의 갈등과 예상되는 코레일 계열사 비정규직의 동요는 코레일의 몫으로 남게 됐다.
특히 KTX 여승무원 장기 파업사태가 남긴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코레일의 한 간부는 “이렇게 해결될 수 있었던 일인데… 노사 모두 상처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KTX여승무원 투쟁 일지
▲2006.2.25∼2.28 투쟁지침에 의한 사복투쟁으로 근무저지당하고 무단 결근 처리
▲2006.2.25 철도노조 준법투쟁의 일환으로 사복근무 투쟁
▲2006.3.5 서울, 부산 KTX열차승무지부 파업결의대회
▲2006.3.9 KTX승무원 350여명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점거농성 돌입, 간부 14명 고소고발(2006.3.10)
▲2006.3.27 이철 사장 전투경찰투입 요청, 폭력진압 발생
▲2006.4.19 낮 12시 국회 헌정기념관 84명 점거농성 돌입
▲2006.4.20 국회 헌정기념관 공권력 투입,84명 전원 9개 경찰서로 강제연행
▲2006.4.21 오후 3시 인권위원회 2차 조정회의
▲2006.5.6 열린우리당 강금실 선대본 농성 돌입
▲2006.5.9 철도공사 이철 사장 강선대본 농성장 방문, 입장 재확인
▲2006.5.19 KTX승무원 280여명 정리해고
▲2006.6.8 KTX파업투쟁 100일차,‘KTX 직접고용을 요구한 1500인 선언’
▲2007.7.3∼24 서울역 단식농성 돌입
▲2007.9.28 노사정 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