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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시민 “교도소 폐쇄 안돼요”

    경주시민 “교도소 폐쇄 안돼요”

    “교도소를 폐쇄하지 말아주세요.” 대부분의 지역에서 교도소 건립을 반대하는 가운데 경북 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교도소의 폐쇄 반대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3일 사단법인 경주지역통합발전협의회(회장 임창구)에 따르면 지난 1일 한나라당과 청와대, 법무부, 감사원 등에 경주교도소 폐쇄를 반대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협의회는 공문에서 “법무부가 경주교도소를 폐쇄하고 포항교도소로 흡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가뜩이나 피폐된 지역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며 교도소의 존치를 요청했다. 협의회는 또 “경주교도소가 지난 30여년동안 국립공원 남산 자락에 위치해 일부 종교·문화 관련 인사들의 철거 주장도 있었지만 시민들은 이를 지켜왔다.”며 “이는 인구 증가와 경제적 혜택 등 교도소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경주교도소의 직원과 수감자 등을 감안할 때 1000명 이상의 인구 증가 효과와 함께 이 곳에 납품되는 각종 부식 등 교도소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경주시 이·통장협의회와 개발자문위원회, 여성단체협의회 등 6개 지역 단체도 경주교도소의 포항교도소와의 흡수 통폐합 반대운동에 가세할 태세다. 이들은 13일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받아 관계 기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경주이·통장협의회 오태웅(62) 회장은 “경주교도소가 폐쇄될 경우 법원·검찰청까지 없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교도소 폐쇄는 안 된다.”면서 “지역 경제 뿐만 아니라 시민 민원인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교도소는 존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주교도소 관계자는 “포항교도소 개청으로 통폐합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포항교도소가 경주교도소에 수용된 피의자와 피고인을 인수 수용함으로써 포항·울릉지역의 미결수용자의 효율적인 수용 관리가 가능해지고 접견시 경주를 오가는 민원인들의 불편을 덜어 주기 위해 경주교도소 폐쇄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3박자 소통… “용산참사 되풀이 없다”

    3박자 소통… “용산참사 되풀이 없다”

    “그날을 도저히 잊을 수 없어요. 참 추운 날이었습니다. 마음이 그래서 더 추웠는지…. 발이 터질 듯했지요. 용산4구역 참사가 터진 현장은 참 참혹했습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25일 이렇게 말했다. 직제개편으로 재개발담당관을 신설하려고 마음을 다진 계기를 물은 터였다. 이날도 이태원동 구청사 앞에는 신계동 주민들이 재개발을 제대로 하라며 확성기를 틀어놓고 한창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2008년 8월부터 시위 중이다.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 바닥에까지 구호들이 나붙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우리는 용산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라는 글을 밟고 지나갔고 집회엔 그다지 눈길을 주지 않는 듯했다. 조직개편안은 구의회 임시회에 상정돼 공포될 예정이다. 개편안 뼈대는 이렇다. 재개발담당관을 두고, 그 아래에 재개발 전담·개발계획·개발사업·공공관리를 전담하는 팀을 꾸린다. 직원 21명이 전국 처음으로 단체장 직속의 재개발 전담조직을 맡는다. 특히 변호사·건축사·학자 등 외부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하는 도시·세입자분쟁조정위원회와 재정비촉진사업협의회 등 3개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성 구청장에겐 지난해 1월20일의 기억이 또렷했다. 민주당 용산구 위원장으로 보광동 동정보고회에 참석했을 때다. 당시 동 청사에서 그에게 휴대전화로 긴급한 소식이 들렸다. 용산4구역 재개발에 따른 보상비를 둘러싸고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을 점거한 채 옆에 망루를 짓고 항의하던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연) 회원, 진압하던 경찰특공대원 등 6명이 숨졌다는 날벼락 같은 비보(悲報)였다. 성 구청장은 “현장으로 달려가니 ‘그들이 (당연하게도) 살기 위해 망루에 올라갔다.’는 말을 들으며 한때 행정 책임자로서, 현실 정치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해 당사자들에게만 맡기면 대화는 어렵기 마련”이라면서 “용산4구역 참사도 (상대적으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법률적인 잣대만 내밀었지 사실상 대화를 포기한 결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해 당사자에게만 맡기는 것도 문제일뿐더러 제3자가 주도해 버려 끝내 싸움을 붙인 꼴이었다고 돌아봤다. 민선2기 용산구청장으로 일할 때 겪은 경험도 들려줬다. 취임 2년 째이던 1999년 일이다. 원효로 옛 구청사 앞에서는 도원동 재개발을 둘러싸고 주민 5가구가 장기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성 구청장은 “공직자로서 처신을 잘 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시절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들이 다른 데서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었는데 단전을 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를 더 얼어붙게 만들 것이고, 또 놓아두었다가 화재라도 나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이들이 사무실로 들어와 면담을 요구하는 와중에 자칫 잘못 다뤘다가는 서로 다칠 우려도 적잖았다. 끝내 그들과 대화를 통해 어렵사리 해결했던 기억이 남았다. 성 구청장은 “용산4구역 희생자들이 왜 망루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을까, 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당사자들과 성실하게 대화하려고 애썼다면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현재 용산구에는 이미 착공한 31곳과 청사진을 마련 중인 49곳을 포함 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개발사업만 80건이나 된다. 전체 면적 21.87㎢의 80%에 해당한다. 개발과 관련해 19건의 장기 미해결 민원도 있다. 용산구는 직제개편안이 통과되면 곧장 신계구역 분쟁 해결에 나설 계획이다. 성 구청장은 “반대하는 사람이나 찬성하는 사람들끼리도 자세히 보면 이유가 저마다 다른 까닭에 대화, 흔히 말하는 소통은 더욱 중요해진다.”면서 “각종 소송 등으로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한 도시계획이 늦으면 재산권 행사를 못하기 때문에 결국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게 된다.”고 말했다. 또 “용산참사를 본보기로 삼아 마지막까지 설득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백번 옳다고 여기는 길이라도 함께 걸어가는 게 더 중요하고, 너무 앞서 달리면 따라오지 않는 법이기 때문에 더도 덜도 말고 반 걸음 앞에서 호소해야 한다.”며 경로당 준공행사가 열리는 용산동 2가로 발길을 옮겼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씨줄날줄] 광화문과 柳宗悅/노주석 논설위원

    유종열은 일본 당대 최고의 미술평론가이자 ‘공예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야나기 무네요시의 한국식 이름이다.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라고 일본이름 표기법대로 쓰지 않은 까닭은 그의 이름이 갖는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여느 조선인보다 조선을 더 사랑한 특별한 일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명문가 출신의 종교철학자였지만 우연히 조선도자기 ‘청화모깎기초화문표주박형병’을 접한 뒤 인생항로를 바꿨다. ‘조선의 친구에게 보내는 글’에서 그는 “깊은 존경의 마음을 조선에 바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고백했다. 석불사의 조각에 대하여, 조선의 민화, 조선의 석물, 조선의 연적, 조선 도자기의 특질, 조선의 항아리, 조선의 찻잔, 조선의 목공예품, 조선의 석공, 조선의 금공, 조선 도기의 미와 그 성질 등등이 남긴 글의 제목이다. 조선의 미학과 예술품에 대한 존경심과 찬미는 끝이 없었다. 우리가 모르던 우리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사람이다. 조선의 미를 ‘비애(悲哀)의 미’로, 지배적 정서를 ‘한(恨)’으로 정의한 것도 그였다. “가장 슬픈 생각을 노래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시가(詩歌)”라는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셸리의 시구대로 비애를 미의 극치로 여겼다. 훗날 패배주의를 부추긴 또 하나의 식민사관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저술가 정일성은 ‘야나기 무네요시의 두 얼굴’에서 “일제 식민통치법을 문화통치로 바꾸는 데 일조한 제국주의 공범이자, 민예운동가가 아닌 문화정치 이데올로그”라고 평가절하했다. 조선독립을 원하지 않은 문화통치의 브레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반면 깐깐한 민족주의자 송건호 선생 같은 이는 “유종열씨의 글을 통해 우리 민족의 예술에 대해 비로소 눈을 크게 뜨게 됐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 광화문이 복원돼 광복절날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그의 광화문 연가는 유명하다. 1922년 일제의 광화문 철거계획이 알려지자 도요대(東洋大) 교수였던 그는 일본 월간지(개조)에 ‘장차 잃게 된 조선의 한 건축을 위하여’라는 장문의 글을 기고했다. “광화문이여! 광화문이여! 너의 생명이 조석(朝夕)에 절박하였다./어찌하면 좋을까?/ 가령 일본이 쇠약하여 궁성이 폐허가 되고 에도성이 헐리는 모습을 상상해 주기 바란다.”라고 반대의 깃발을 들었다. 총독부는 여론에 굴복, 계획을 철회해 경복궁 동쪽으로 광화문을 옮기는데 그쳤다. 유종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광화문을 살린 일등공신임에는 틀림없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민주당 “금강하굿둑 철거”… 전북 반발

    민주당이 4대강 사업 대안으로 금강하굿둑을 터 해수를 유통시키는 방안을 제시해 전북도가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이 같은 안은 전북의 농·공업용수 활용과 새만금개발에 직격탄이 되고 인접지역인 충남과 물분쟁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4대강사업저지특별위원회는 지난 4일 대정부 권고용으로 발표한 ‘4대강사업 금강권 대안 보고서’를 통해 금강하구둑을 터 바닷물을 유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강지류에 대규모 보를 건설하고 준설하는 현재의 4대강 정비사업으로는 생태계 복원이나 수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금강하굿둑 전체를 허물어 전면적으로 바닷물을 유통시키거나 폭 600m(20개)인 배수갑문을 960m(32개)로 늘려 부분적으로 유통시키자고 제시했다. 민주당은 또 금강호물을 새만금 담수호 수질개선용 희석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새만금 상류인 만경강·동진강 수질개선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민주당의 금강권 대안대로 바닷물이 유통될 경우 군산, 익산, 정읍 등 서남부권 농·공업시설과 새만금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도 관계자는 “금강호 수자원의 65%를 전북권 농·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바닷물이 유통될 경우 소금물을 공급할 수 없어 취수원을 전면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새만금개발사업도 타격을 받게 된다. 도내 지자체들은 금강호와 만경강을 잇는 14㎞의 물길을 만들어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개선 희석수로 활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의 이번 대안은 그동안 충남도가 꾸준히 요구해온 안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지난해 2월 일단락된 전북과 충남 간 물분쟁을 다시 촉발시킬 우려도 안고 있다. 충남은 그동안 ▲금강호 수질악화 ▲군장항 퇴적 현상 해소 ▲생태환경 복원을 위해 금강하구둑 전면 철거나 배수갑문 대폭 확대, 바닷물 유통을 주장해 왔다. 한편 전북도의 항의를 받은 민주당은 “이번 안은 당론이 아닌 4대강 저지특위의 의견이고 전북권 공업용수는 계속 사용한다는 게 전제 조건이다.”며 “해당 지자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뒤틀린 권력의 횡포 멈추지 않는 한 ‘생존의 망루’는 오늘도 계속 세워진다

    뒤틀린 권력의 횡포 멈추지 않는 한 ‘생존의 망루’는 오늘도 계속 세워진다

    문학은 늘 더디다. 현실이 저만큼 달려가고 한참 뒤에 흩뿌려진 기억의 잔해들을 주섬주섬 챙기곤 한다. 그 기억의 인류사적 의미를 문학적으로 해석하고, 근원적 성찰을 시도한다는 명분의 작업은 느릿느릿하기 일쑤다. 문학에 주어진 몫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늘 안타깝다. 현재 이곳에 드리워진 짙은 그늘에 대해 조금만 더 발빠른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욕망하는 것은 일부 독자들만의 마음은 아니다. 현상이 아닌 근원을 좇되 지금 이 자리에서 성찰해 내기를, 권력의 폐단을 외면하지 않되 조금 더 단호하고 분명하기를, 문학에 바라는 문단 안팎의 끊임없는 요구다. 여기, 주원규(35)가 있다. 지난해 7월 내놓은 소설 ‘열외인종 잔혹사’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불쑥 문단에 이름을 알린 그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천하무적 불량야구단’, ‘무력소년 생존기’ 등 구체적 현실에 기반한 상상력의 서사와 간단치 않은 입심으로 존재감을 확연히 알렸다. 그의 시선이 이번에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꽂혔다. 신작소설 ‘망루’(문학의문학 펴냄)는 지난해 1월 6명의 애꿎은 목숨을 앗아간 서울 용산 철거지역 참사를, 한국사회 성역으로 꼽히는 종교 권력과 결부시켜 다루고 있다. 금기를 거부하는 것 자체가 이미 문학적 성취다. 그러나 소설은 보편적인 리얼리즘 문학 방식을 뛰어넘어 재림예수를 전면으로 다루는 신학의 관점 속에 신과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성큼 내딛는다. 소설은 손에 꼽히는 큰 규모인 세명교회의 부자 세습과 탐욕에서 출발한다. 아들은 위조된 외국대학 신학박사 학위로 목사 자격과 자질 논란 속에서도 무난하게 아버지의 교회를 인수한다. 그리고 교회 맞은편 시장을 철거한 뒤 교회 종합레저쇼핑몰 건설을 추진한다. 목사 안수를 앞둔 주인공 민우는 2세 목사의 설교문 대필로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며 생활한다. 그런 와중에 신학대 동기인 윤서가 철거지구 투쟁에 나서며 재림예수 존재를 얘기하자 종교적 혼란에 빠진다. 주원규는 마사다 요새에 올라가 탐욕과 야만의 로마제국에 맞서 싸우다 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00년 전 유대의 역사 속에서 용산 참사 철거민들을 기억해 낸다. 망루 위로 올라가 비극적 최후를 마친 철거민의 모습이 그대로 겹쳐진다. 주원규는 4일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망루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는 한 승자와 패자, 가해자와 피해자, 가진 자와 잃은 자 식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면서 “이 소설이 지금도 망루에 오르는 고단한 삶을 꾸려가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 자신 소설가이면서 기독교 목사다. 총회신학연구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그는 15년 전 경기 성남 철거지구에서 연대투쟁을 펼친 경험이 있다. 지금은 특별한 거점 없이 카페 등을 옮겨다니며 대안 교회(Nomad Church·교회없는 교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권력과 자본에서 자유로운 종교 공동체를 지향한다. 용산에 세워진 망루는 불타 허물어졌지만 ‘제2의 용산’이라 불리는 홍대 앞 철거지구 두리반 식당 건물에는 또 다른 망루가 세워져 있다. 용산이나 두리반이 아니더라도 뒤틀린 권력이 결합한 탐욕과 횡포가 멈추지 않는 한, 생존의 망루는 계속 해서 세워질 수밖에 없고 또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문학적 치열함과 진정성을 앞세워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주원규는 기성 문단이 미처 보여 주지 못하는 문학의 존재 의의를 한껏 증명한 셈이다. 다만 대형 교회의 부자 세습, 교회에 예속된 전도사, 철거반대 투쟁을 벌이는 철거민 등 몇몇 인물 사이의 관계가 다소 상투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소박한 전형에 그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그 어떤 아쉬움도 현실의 문제를 종교적 성찰을 통해 탁월하게 반추해 낸 미덕을 흐리지는 못한다. 글 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씨줄날줄] 아시아문화전당/노주석 논설위원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 별관에서 시민군과 대치 중이던 계엄군이 대대적인 진압작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신군부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시민군 14명의 꽃다운 생명이 쓰러졌고, 164명이 다쳤다. ‘마지막 싸움터’ 전남도청 별관은 점령됐고, 광주민주화운동은 그렇게 강제로 막을 내렸다. 옛 전남도청 본관, 민원실, 도 경찰청, 상무관 등 부속건물과 분수대 그리고 금남로로 이어지는 광주의 심장부는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한 민주화 성지(聖地)로 새겨졌다. 정부가 전남도청 별관을 부분 보존하는 방식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키로 어제 결정했다. 설계원안과 10인 대책위원회, 5·18 시민단체의 의견 등을 절충한 조정안이다. 2002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에 의해 광주 문화수도 안이 대선공약으로 처음 제시된 지 8년, 2008년 공사의 첫삽을 뜬 지 2년 만의 진전이다.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은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하면서 공동화된 인권·예술·평화의 도시 광주를 살리자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계획의 핵심이다. 7000억원을 투입해 올해까지 민주·평화교류원, 어린이지식문화원, 문화정보원, 예술극장 등 5개 건물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광주를 한국의 문화수도, 나아가 아시아 문화교류의 마루로 만들겠다는 정부 최대의 문화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계획이 틀어진 것은 전남도청 별관의 철거와 보존을 놓고 5·18 관련 단체와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 국제공모에 따라 당선된 설계원안은 별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진입로를 만들기로 돼 있다. 별관 외 다른 역사적 현장은 대부분 보존된다. 관련단체들은 상징성이 있는 별관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원형 보전돼야 한다며 “벽돌 한 장 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대책위가 제시한 별관을 그대로 살리되 1·2층 중앙을 뚫어 통로화하는 게이트(오월의 문) 안 역시 안전진단결과 최하위등급인 E등급을 받아 수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길이가 54m에 이르는 별관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도심과 전당의 소통이라는 설계의 컨셉트가 무너진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더 이상의 표류는 막아야 한다. 공은 관련 단체로 넘어갔다. 지역여론은 찬성과 반대를 놓고 사분오열돼 있다. 시민들도 지친 기색이다. 과거만 부둥켜안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가 양보안을 내놓은 만큼 관련단체들도 화답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가 살아 숨 쉬는 광주를 만들려면 소모적인 논란은 그만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4대강 솔루션] 생태환경-“태화강이 모델… 방사보 등 철거해야”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생태환경과 곤련해 우려되는 부분은 ▲준설과 댐 건설로 인한 강바닥 생태계의 파괴 ▲정비에 따른 강 주변 생태계 파괴로 나뉜다. 찬성론자나 반대론자 모두 생태계의 복원 능력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공사로 인해 생태계에 혼란이 오더라도 충분히 복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원까지 걸리는 시간과 생태계가 완벽하게 복원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에 따르면 낙동강의 경우 부산에서 안동까지 320㎞ 구간에서 평균 폭 230m, 깊이 6m로 바닥을 파내는데, 이는 앞으로 150~200년 동안 낙동강 지류에서 흘러들어 올 모래양이다. 박 교수는 “이걸 2년 만에 파내면 그건 생태계 파괴가 아니라 절멸이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단양 쑥부쟁이는 강 주변 생태계 파괴의 전형적인 예다. 단양 쑥부쟁이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에서 서식지가 원형으로 보존돼 거의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식물이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종 보호를 위해 옮겨 심은 쑥부쟁이는 겨우 2%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화호와 울산 태화강을 모델로 삼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공장폐수 등으로 오염됐던 태화강은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하고, 방사보를 철거해 2급수까지 정화된 상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4대강 솔루션] 4대강 이후-“통합물관리계획·조직정비 뒤따라야”

    “5.8㎞의 청계천 관리에도 매년 100억원 가까운 유지·관리비가 듭니다. 4대강 사업 이후 634㎞의 강줄기를 유지하는 데는 얼마가 필요하겠습니까.”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 교수는 ‘4대강 사업 이후의 문제’를 더 걱정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진행할 때 공사 이후에 필요한 예산과 조직에 대한 준비도 함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포스트 4대강 사업’에 대한 언급이다. 민경석 경북대 교수는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수질개선의 한계와 생태계 복원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찰해야 한다.”고 했다. 민 교수는 4대강 사업 이후 가장 큰 문제로 ‘갈수기의 수질악화’를 꼽았다. 하천 저수량 증가와 생태계 다양화, 경작지 개선에 따른 수질개선 효과가 일부 나타나겠지만 반대로 보 등 인위적 물막이시설에 따른 물의 체류시간 증가, 퇴적물 증가 및 준설에 따른 오염물질 용출, 자정능력 저하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 교수가 제시한 대안은 ▲통합물관리계획 수립 ▲수변공간 활용 최소화 ▲하수처리시설 처리공법 개선 및 운영 효율화 ▲지류의 불필요한 기존 보 철거 ▲보전·복원·친수공간 등 구간별 관리 차별화 ▲산림관리 강화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 수립이다. 김범철 강원대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저수량이 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유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인간의 편익은 늘겠지만 그만큼 늘어날 관리비용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통합물관리계획 외에도 하천 관리를 위한 조직체계와 법·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서대문 ‘개미마을’ 문화특구로 보존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인 서대문구 ‘개미마을’이 개발보다는 ‘보존’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서울 서대문구에 따르면 홍제동 개미마을을 전면 철거하고 아파트와 문화공간으로 꾸미는 개발방식 대신 마을을 그대로 보존해 영화 촬영지 등 문화특구로 만들기로 했다. 이는 마을이 산중턱에 위치해 접근성이 낮은 데다 용적률 제한으로 4층 이상 건물을 짓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개발을 맡겠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발이 지지부진하자 서대문구는 개미마을의 경관을 그대로 보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개미마을을 문화특구로 바꾸는 것에 상당수 주민이 반대하고 있어 난항도 예상된다.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개미마을은 30여 년 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낡은 건물이 많아 그동안 주민들의 개발 요구가 높았다. 이에 지난해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무허가 주택이 있던 자리에 노인문화·생태체험 교실, 등산학교 등이 포함된 ‘생태주거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의 ‘개미마을 제1종 지구단위계획안’을 내놓았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1960~70년대 풍경을 간직한 개미마을 경관을 보존해 영화 로케이션 장소를 만들고, 문화예술인들을 불러모아 문화특구로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주민 동의와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씨줄날줄] 송덕비/이춘규 논설위원

    전국의 도시·마을 입구에서 송덕비(頌德碑)를 쉽게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현감의 공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불망비(不忘碑)가 다수다. 임진왜란 때 지원했던 명나라 장수 송덕비도 있다. 유서 깊은 도시에는 수십개씩 송덕비가 늘어선 이른바 ‘비석거리’가 많다. 지방관들의 선정을 칭송하는 글을 새겨 선정비(善政碑)라고도 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비는 아들 장수왕이 세운 송덕비였다. 마음대로 송덕비를 세울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공적 내용을 엄격히 심사했지만 엉터리도 많았다. 고부군수 조병갑은 아버지의 송덕비를 세운다는 핑계로 돈을 거두어들이기도 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한 배경이다. 주민들에게 비석 건립을 강요한 관리들의 위선과 악정에 대한 분풀이로 ‘비사치기(비석차기)’ 놀이가 있을 정도다. 반대로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송덕비를 세우려 해도 끝내 사양한 청백리도 적지 않았다. 순절비(殉節碑)·충렬비(忠烈碑)·대첩비(大捷碑) 등도 있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변 높이 5.7m의 거대한 삼전도청태종공덕비(三田渡淸太宗功德碑). 병자호란 때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항쟁하다 삼전도로 나와 항복한 뒤 세운 청 태종 공덕비이다. 굴욕의 상징이라며 고종과 주민들에 의해 두 번이나 땅 속에 묻혔다가 홍수로 드러났고, 이전을 거듭하다 371년이 지난 올 봄에야 원래 위치에 옮겨졌다. 비문의 글씨를 쓴 오준은 치욕을 참지 못해 오른손을 돌로 짓이겨 못쓰게 됐고, 벼슬도 버리고 다시는 글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부끄러운 송덕비가 많았다. 해방 뒤 상당히 사라졌다. 을사5적 박제순 등의 송덕비는 철거 논란이 뜨거웠다. 현대에도 송덕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정치인이나 관료, 경제인, 예술인 등의 송덕비가 많지만 때로는 논란을 유발하기도 했다. 물론 송덕비가 많은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수백년이 지나면 풍화작용으로 내용의 해독이 어렵다. 오래 전의 한자들은 읽기 어려운 것이 많다. 이처럼 송덕비는 무상할 뿐이다. 12년간 재직하고 퇴임한 전직 동작구청장의 송덕비가 화제다. 서울 동작문화원이 지난달 30일 퇴임한 김우중(68) 전 구청장의 업적을 새긴 너비 1m, 높이 1.5m의 표지석을 최근 문화원 앞에 세웠다. 표지석에는 그의 약력과 학력, 수상 내역, 부모와 배우자의 이름 등이 쓰여 있다. 큰 덕을 기리기 위해 비를 세운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자발적 모금으로 세워졌다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서울 구청장 새꿈새구정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사람냄새 나는 구정 펼것”

    [서울 구청장 새꿈새구정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사람냄새 나는 구정 펼것”

    재개발 바람의 한복판에 서 있는 서울 서대문구는 일부 낡은 주택이 철거도 안 되고 그렇다고 개발도 안 되는 유령마을이 있어 민원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문석진(55) 서대문구청장을 인터뷰하러 구청장실을 방문한 날도 현저동 주민 2명이 찾아와 “재개발구역에 대한 속시원한 답을 듣고 싶다.”며 문 구청장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었다. 문 구청장은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발은 주민의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도시미관을 위한 개발승인은 자제해야 할 것 같아요. 사업승인 떨어진 곳은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철거가 안 되거나 주민반발이 심하면 연장 또는 유보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뉴타운 개발과 관련, “갈등의 중심에 서서 공공관리제를 관철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사람이 먼저… SSM 등 허가 없다 그 이유는 카르텔(담합)로 분양단가를 올리는 등 뉴타운 개발은 원주민 재입주율은 낮은, 그야말로 건설사들 배만 불리는 꼴이라는 것이다. 아웃소싱 분양홍보 요원을 동원해 재산권을 떠넘기는 비민주적 조합총회도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재산평가 정보를 정확히 알고 동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서민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웃으면 마치 하회탈 같은 서민적 인상의 문 구청장은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만큼이나 서대문구를 사람 냄새 나는 동네로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연남동, 연희동 일대에 차이나타운을 계획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그래서 난색을 표했다. 관광객이 구정을 살찌울지는 몰라도 사람 냄새 나던 동네가 혹시라도 변할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타운 조성보다 중국 관광객들이 편하게 와서 즐기고 갈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이 우선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고가도로도 철거하는 마당에 도시미관을 해치는 모노레일 경전철도 반대한다. 지하화가 안 되면 차라리 노면전차식 경전철을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형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등 쇼핑시설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는 “사람이 먼저”라는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대형슈퍼마켓(SSM) 허가는 절대 안 해줄 겁니다. 재래시장 상인표를 의식해서 한 말이 결코 아니에요. 법적으로 싸워 지는 한이 있더라도 주민과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하는 이면에는 아날로그적인 측면이 많다. 마치 ‘느림의 행정’을 추구하는 듯하다. 삼세번 만에 당선된 비결에 대해 궁금해하자 사실 삼수의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특히 엄지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블로그, 휴대전화, 이메일을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심지어 핵심공약을 만화로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숲가꾸기·문학산책… 살맛나는 도시로 “서대문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명품 도시가 아니더군요. 겉만 요란한 도시가 아닌 내실 있는 도시를 원하는 걸 알았죠. 우선 뉴타운 갈등 해소를 통한 주거안정이 무엇보다 급하다는 걸 피부로 느꼈어요.” 그는 상대방을 자기편으로 끌어당기는 묘한 화술을 지녔다. 틈이 많이 보이는 넉살 좋은 미소를 짓다가도 주장을 관철하고자 할 때는 회계사 출신답게 논리적인 소신을 갖고 상대를 설득했다. “서대문구는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가 양분될 만큼 양극화가 심하다.”고 꼬집자 거침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다고 네로 황제식 개발은 안 됩니다. 부와 빈곤은 어차피 서로 공존할 수밖에 없어요. 아파트를 안 지어 집값이 안 오른다는 일부 주민들의 생각은 옳지 않아요. 서대문구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강남과는 동네 풍경부터가 달라요. 아기자기한 맛도 있고 서민적이고 여유가 넘쳐 나는 동네죠. 노동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서민이 가까이 살고 그들을 고용할 부(富)도 가까이 있다는 건 큰 혜택 아닌가요.” 강남 따라잡기식 개발이나 행정으로는 절대 강남을 잡을 수 없다는 역설이다. 서대문만의 전인교육으로 장기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행정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독서인증제나 안산을 중심으로 한 숲 가꾸기, 문학산책 등을 통해 건강하고 살맛 나는 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느림의 행정은 바로 ‘사람을 위한 행정’이었다. 문 구청장은 “서대문이 바뀌면 서울이 바뀔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서울시 의원과 도시개발공사 이사를 지냈으며 세종문화회관 감사, 시정개발연구원 감사, 시민사회단체 활동 등을 통해 업무 투명성에 대한 신념과 경험을 두루 갖췄다. 현재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 감사를 맡고 있다.
  • ‘임정청사’ 경교장 복원 공사 개시

    ‘임정청사’ 경교장 복원 공사 개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인 경교장이 본격 복원공사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1일 종로구 평동 강북삼성병원 자리에 위치한 경교장을 원형대로 복원하는 공사를 하기 위해 내년 11월까지 임시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화장(梨花莊)·삼청장(三淸莊)과 함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건국활동 3대 명소의 하나인 경교장(사적 제465호)은 백범 김구 선생이 광복 이후인 1945년 11월부터 암살당한 1949년 6월까지 집무실 겸 숙소로 쓰던 곳이다. 신탁통치 반대운동, 남북 정치지도자 회담 등 한국현대사를 장식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주무대였던 이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로 쓰이기도 했다. 시는 현 소유자인 삼성생명·강북삼성병원과의 협의와 문화재청의 예산지원을 받아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기로 하고 현재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경교장 복원자문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복원설계를 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원무실로 쓰였던 경교장 1층 서쪽방은 임시정부 환국 후 국무회의가 열렸던 귀빈 응접실로, 약품창고로 활용됐던 2층 중간방과 동쪽방은 임시정부 요인들의 숙소와 서재로 복원된다. 또 병원시설로 활용되면서 변형된 내부 벽체나 사라진 창호 역시 모두 1945~1946년 당시 임시정부 청사의 모습으로 되살린다. 안건기 문화재과장은 “의료시설로 사용되고 한때 철거 위기까지 맞는 등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경교장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위상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복원되면 근현대사의 발전을 조망할 수 있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는 다만 2005년 부분 복원·공개돼 시민들에게 사랑받아온 경교장 2층 서쪽 백범 김구 기념실은 공사기간에도 매주 토요일 3차례씩 제한적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열린세상] ‘반구대 암각화’ 논란에서 소통의 정치를/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열린세상] ‘반구대 암각화’ 논란에서 소통의 정치를/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는 세계 유일의 고래 관련 선사유적지로서, 신석기 및 청동기 시대의 그림 300여점이 새겨져 있는 한국문화의 보배이자 인류가 공유해야 할 귀중한 유산이다. 그런데 이 소중한 유산은 1965년 사연댐이 축조되면서 해마다 4~8개월 침수 상태에 처하였고, 수몰 45년 만에 결국 암각화의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되는 위기를 맞게 되었다. 문화재청과 울산광역시는 지난 2003년부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사연댐의 수위를 암각화의 표고에 맞추어 50m로 낮추라는 문화재청의 주장과, 울산시민의 식수 문제를 고려하여 차수벽 설치 등 보완대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울산광역시 사이의 의견 대립이 7년 이상이나 지속되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하면 반구대 암각화의 연간 경제적 가치는 4926억원으로, 약 3000억원의 창덕궁이나 고려대장경의 경제적 가치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11일, 정부 당국은 반구대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했지만,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대책을 놓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6월18일, 울산광역시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우선적 조치로서 사연댐의 수위를 52m로 조절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식수문제의 미해결에도 불구하고 암각화 보존을 최우선 과제로 수용한 것이다. 우리는 정부 차원에서의 식수문제 해결 노력과 그에 대한 울산시의 신뢰가 이러한 합의를 도출해 냈다는 점에서 상호소통을 위한 건강한 사례로 높게 평가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에 학계에 처음 보고되었다. 사연댐이 축조된 지 6년 만이었다. 주민들과 일부 인사들은 당시 암각화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근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저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굴 후 24년이 지나도록 국보 지정(1995년)을 미룬 것이나, 수몰 후 30년이 지나서야 수몰된 암각화의 보존 방안을 생각했다는 것은 문화재청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005년, 선사시대의 군락지가 밀집한 대곡천과 천전리 일대에 또 하나의 대형댐이 축조되었는데, 이 지역에서도 2~7세기의 신라고분 1100기 등 수많은 유물들이 발굴, 출토됐다. 이 유물들은 지금 대곡댐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문화재청과 정부부처들이 보존과 개발 정책을 신중하게 집행했더라면 선사시대의 유적지인 이곳에 두 개의 대형댐을 건설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논란 과정을 통하여 우리 시대의 의사소통 문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 이후의 정국에서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 천안함 안보리 회부와 참여연대의 이의 서한 등 계속되는 불화와 분쟁은 진정한 의미의 소통적 처방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감정과 자기 주장에만 집착한다면 어떤 합의와 평화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당파적 이익 주장을 합법성으로 포장하여 세종시 수정안을 폐기했지만, 뜻있는 시민들은 이 문제가 결국에는 국민 전체의 의사를 물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직도 전쟁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가 행정 기관만을 지방에 옮겨놓고서 국가안보의 위급사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생명의 논리로 4대강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울산의 태화강에서 자기주장의 한계를 볼 것이다. 태화강 준설 및 하구보 철거 과정에서도 반대가 극성을 부렸으나, 태화강은 연어떼가 찾아오는 국제적인 생태하천으로 거듭났으며 해마다 성대한 물축제가 열리고 있다. 정연주의 괴물론이나 참여연대의 음모론조차도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가 감당할 정도로 건강하다. 그러나 너무 앞서 나가지 말아야 한다. 불과 100년 전에 우리의 민족 지도자들은 무국적자의 설움에 고통 받았으며,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지도부의 ‘불바다’ 위협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소통의 정치를 통해 이 난국을 타개하는 것이다.
  • “경인 아라뱃길 전면 재검토해야”

    “경인 아라뱃길 전면 재검토해야”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과 한강운하가 지나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자들이 25일 연대해 경인아라뱃길 건설 반대 성명서를 냈다. 모두 민주당 소속인 이들이 취임 이후 강한 결속력을 보일 경우 향후 아라벳길사업과 한강운하사업 추진에 파장이 예상된다. 6·2지방선거에서 경인아라뱃길과 한강운하 건설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인천, 경기, 서울 11개 광역·기초단체 당선자들은 경인아라뱃길 공사현장을 찾아 정부에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운하건설 반대 성명에 동참한 단체장은 송영길 인천시장·홍미영 부평구청장·박형우 계양구청장·전년성 서구청장 당선자 등이다. 경기도에서는 유영록 김포시장·김만수 부천시장·최성 고양시장 당선자가 동참했다. 서울 지자체 가운데는 박홍섭 마포구청장·성장현 용산구청장·노현송 강서구청장·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당선자가 뜻을 같이 했다. 이들은 “경인아라뱃길과 한강운하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사업타당성 검토나 주민의견 수렴, 환경영향평가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정부는 이들 사업을 재검토하고 이를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경인아라뱃길사업의 경제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세운 운하 물동량이 과장된 데다 홍수 예방을 위한 방수로 기능, 운하수질 문제 해결방안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송영길 당선자는 “경인아라뱃길의 홍수방지 기능, 물류 기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경인아라뱃길로 인한 인천지역 주민의 생활 단절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선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한강운하사업과 관련, 공사 중인 양화대교 철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토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해 지자체별로 의견이 정리되면 이명박 대통령 면담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사설] 속도 내는 4대강 공사 장마피해 대비해야

    정부가 4대강 사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나서 흔들림 없는 추진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어제는 임시 물막이, 즉 가물막이 16곳 중 13곳을 이달 말까지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16개 보의 수문 설치 공사에 들어간 데 이어 준설토를 활용한 농경지 리모델링공사도 곧 착수한다고 한다. 이를 놓고 찬반 논란이 또 다시 가열되고 있지만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백번 옳은 일이다. 따라서 정부의 속도전도 장마철 홍수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착수된 이후 지난 18일 현재 1억 600만㎥ 규모의 준설토를 강바닥에서 긁어냈다. 상당부분은 4대강 둔치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준설토가 집중 호우에 쓸려 강으로 다시 흘러 들어가거나 유실된다면 그동안의 준설작업은 허사가 된다. 이 때는 예산과 인력의 엄청난 낭비는 물론이고 4대강 사업 자체가 찬반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 명약관화하다. 장마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가물막이 철거작업이 정부의 설명대로 장마철 물 흐름을 막지 않도록 하는 조치라면 이를 서두른다고 이의를 제기할 일이 아니다. 준설토는 하루 속히 농경지나 적치장으로 실어날라야 한다. 불가피하게 쌓아둘 수밖에 없는 경우엔 임시 물길을 내서 토사 유실을 막아야 할 것이다. 홍수 감시 인력을 대폭 늘리는 것은 당연하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비상복구반도 상시 대기시켜야 한다. 정부의 속도전을 놓고 돌이킬 수 없는 사업으로 못 박으려는 의도라고 반대세력들은 의심하고 있다. 수문 설치 공사나 농경지 리모델링 공사 등이 그런 의심의 빌미를 주고 있음을 정부가 외면해서도 곤란하다. 4대강 사업은 본질적으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자들의 요구대로 중단될 수 있는 국책사업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면 그 역시 6·2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거스르는 처사다. 사업의 추진 동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을 충분히 수용해서 수정하고 보완하면 추진 동력은 더 커진다. 장마피해 방지부터 적용해야 할 원칙이다.
  • 고압 송전선로 건설 설명회부터 차질

    전국의 공단과 신도시 등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 중인 ‘고압 송전선로’ 건설공사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한전은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주민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주민들은 건강권 등을 내세워 설명 자체를 거부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3일 울산 울주군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온산읍과 청량면에 추진 중인 신울산~신온산 송전선로 건설공사가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전은 울주군 온산국가공단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2008년부터 온산 덕신삼거리~청량 신울산변전소 6.7㎞ 구간에 설치된 기존의 154㎸ 송전탑을 철거한 뒤 고압송전탑(345㎸) 21기 등 총 23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한전은 지난 3월과 4월, 5월 총 3차례에 걸쳐 주민 설명회 및 공청회를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거부로 모두 무산됐다. 이에 따라 한전은 연내 실시계획승인을 받아 내년 하반기에 착공, 오는 2014년 6월까지 송전탑 설치를 완료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공청회를 개최했는데 이마저도 주민들이 불참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면서 “주민들의 서면 의견을 참조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민들은 “고압송전선로가 주거지 및 학교와 가까울 뿐 아니라 현재 건립을 추진 중인 온산복합커뮤니티센터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울산 동대산 3.7㎞ 능선에 154㎸ 송전선로와 송전탑 15기를 설치하는 사업도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수개월째 답보상태다. 울산 울주~경주 외동간 송전선로(154㎸ 철탑 8기) 건설공사도 토지보상작업부터 차질을 빚으면서 표류하고 있다. 특히 부산 기장군 신고리원전~기장~양산~밀양~창녕 북경남변전소 90.5㎞ 구간에 765㎸ 고압송전선로(2회선)와 철탑 162기를 건설하는 공사는 주민과 시민연대 등의 백지화 요구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송전선로는 당초 신고리원전 1·2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송하고, 매년 전력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영남권에 대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한 장기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주민과 시민연대는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충남 당진군 주민들도 안전과 환경파괴를 이유로 신당진~신온양 47.36㎞ 구간을 연결하는 345㎸ 송전선로와 119기의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면서 한전측에 노선변경을 요구하는 등 고압송전선로 반대 민원이 전국 곳곳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박재범 칼럼] 상식으로 뜯어보는 천안함 폭침 사태

    [박재범 칼럼] 상식으로 뜯어보는 천안함 폭침 사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두 달 전 천안함 폭침 사태에 따른 것이다. 서울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이라는 합조단의 발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73.3%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과학과 상상을 버무린 각종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식의 눈으로 사실을 통해 진실을 파악하는 일이 본령인 언론도 제각각이다. 현재 제기되는 각종 주장이나 의혹은 크게 서너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노풍을 잠재우기 위한 북풍이라는 주장이다. 복잡한 현상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는 방법은 팩트만 연결시켜 보는 일이다. 천안함 사태의 팩트는 단순하다. 천안함이 침몰했고, 이후 방중(訪中) 과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과 무관하다고 밝혔고, 국제전문가들이 참가한 조사에서 북한 공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발표 시점이 지방선거 운동 시작날인 20일이라는 점에서 북풍설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발표일이 설령 작위적이라고 하더라도 사건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없다는 점에서 어색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라고 본다. 둘째는 경계실패론이다. 단적으로 말해 천안함 사태는 작전의 문제이다. 인천공원에 설치된 맥아더의 동상을 철거하려던 세력이 ‘작전의 실패는 용서받아도, 경계의 실패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맥아더의 언급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천안함 사태의 본질이 작전인 이유는 영해 내의 군함이 공격을 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군함은 주권의 연장이다. 천안함의 배치 이유와 임무를 보면 경계실패론의 허구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천안함은 과거 서해에서 세 차례 벌어진 정규전이 재발할 것을 염려해 배치됐다. 비대칭전을 위한 목적이 아니다. 천안함이 백령도 뒤편에서 기동한 것도 북방한계선(NLL)을 넘는 북한 군함을 막기 위해 자신을 숨기는, 당연한 작전이다. 천안함이 수심 30~40m의 천해(淺海)에서 경계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면 경계실패론이 타당하다. 천해에서는 사이드스캔소나라는 특수장비가 필요하다. 천안함은 비대칭전을 위한 함선이 아니기에 이런 장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해군 사이에는 이런 말이 나돈다. ‘집 마당에서 놀던 아이가 몰래 숨어든 불량배에게 두들겨 맞자, 아이를 타박하는 격’이라는. 어떤 말로 상황을 흐리든 간에 천안함 사태의 본질은 작전 문제이다. 셋째 문책론이다. 핵심은 국방장관이다. 정치권에서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어불성설이다. 국방장관은 군정과 군령을 동시행사하지만 군령은 합참의장을 통해 대리행사한다. 장관이 민간복장을 입고, 합참의장이 군복을 입는 까닭이다. 작전은 장관과 무관하다. 군사력 운용의 대원칙이다. 이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조만간 있을지 모르는 개각에서 국방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분위기 쇄신이라는 측면에서 가능할 것이나, 문책이라는 굴레를 씌워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사실 이런 일들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김정일의 의도를 정확히 읽는 것이다. 현재 정책 등을 살펴보면 김정일은 건강이 악화돼 있고, 방중은 경제난 극복과 3대 세습을 위한 목적이고, 천안함 사태는 세 차례 해전의 보복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반대로 김정일은 건강이 회복돼 자신감에 충만해 있고, 따라서 평생의 대업을 이루려는 욕구에 가득 차 있어 경제난 극복이나 세습에는 무관심하다고 볼 수는 없을까. 이 경우 전략가 김정일의 저의는 파국 일보 직전까지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조로 높이다, 돌연 민족을 위해 ‘통 크게’ 대화하자고 감성에 호소함으로써 한국 내부에 대란을 촉발시켜 한국의 정권을 취약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감정이 합리성을 휩쓸어가는 그때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북한이 앞으로 끄집어낼 다양한 수단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단호한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 jaebum@seoul.co.kr
  • “왜 하필이면 T자냐” 맹인 ‘헤딩사고’ 다발

    칠레 대통령궁 앞에 설치돼 있는 실외 조형예술품이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조형예술품을 서둘러 철거해 달라는 맹인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맹인들이 예술품을 감상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시샘하는 건 절대 아니다. 문제는 다발하고 있는 충돌사고다. 대통령궁 앞에 번듯하게 서 있는 조형예술품의 모양을 보면 맹인들의 불만이 이해가 간다. 문제의 조형예술품은 T자형으로 우뚝 서 있다. 지팡이로 앞으로 더듬어도 밑에는 걸리는 게 없다. 앞에 장애물이 없는 줄 알고 걷다보면 조형예술품과 충돌하게 된다. 이미 이런 사고가 여러 번 났다. 조형예술품에 헤딩을 했다는 한 맹인은 최근 칠레 언론에 자청한 인터뷰에서 “조형예술품 설치에 반대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면서 “T자형만 아니라면 어떤 형태의 조형예술품을 설치해도 좋다.”고 말했다. 14년 전 실명한 한 여성맹인은 “맹인 중에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이 많은데 조형물이 특이하게 T자 모습을 하고 있어 충돌사고가 나기 십상”이라며 “시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도 좋지만 맹인들을 좀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의 조형예술품은 지난 2월 대통령궁 앞에 설치됐다. 5월까지 거리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공식 통계상 칠레의 맹인은 전체 인구의 1.8%인 30만명에 이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기재사항 모두 적힌 재건축 동의서 적법”

    대법원이 재개발조합 설립과정에서 ‘백지위임장’ 관행에 제동을 걸었지만 이번엔 재건축 사업의 표준동의서의 기재사항이 모두 적혀 있다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건축을 둘러싸고 분쟁이 잇달았던 표준동의서의 적법성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대구 수성구 파동 강촌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는 주민들을 상대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려고 낸 소유권이전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파동 재건축조합의 표준동의서에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필수적으로 기재되어야 할 사항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며 “동의서 내용 중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전체적으로 조합 정관이 정한 바에 따른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는데 이 사건의 조합정관이 조합원의 비용분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조합정관 역시 조합설립 결의의 대상인 점 등을 보면 동의서 기재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매도청구권 행사의 적법성을 다투기 위해서는 조합 설립결의가 효력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적법하게 취소됐거나 하자가 중대해 당연 무효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합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표준동의서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조합설립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표준동의서가 ▲건축물 설계의 개요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 ▲비용의 분담기준 ▲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사항 ▲조합정관 등을 담도록 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대법원은 표준동의서에서 필수 기재사항이 누락된 채 서명을 받는 일명 ‘백지 위임장’으로 설립된 조합의 설립인가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 1월 판결과 이번 판결로 대법원이 필수 기재사항이 누락된 백지 위임장으로 설립된 조합은 무효지만 기재사항이 모두 작성된 동의서는 적법하다는 취지의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표준동의서를 둘러싼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분쟁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게 됐다. 이동근 대법원 공보관은 “동의서의 내용이 비용분담 기준 등에 대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무효인지 여부를 놓고 하급심 판결이 여러 차례 엇갈리는 등 논란이 많았다.”며 “이번 판결은 동의서의 적법성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파동 재건축조합은 2005년 8월 재건축 정비구역 내 건물소유주 249명 중 208명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을 결의한 후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건물주에게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 소송을 내자 반대하는 주민들은 조합설립이 무효라고 맞섰다. 1, 2심 모두 조합측의 손을 들어줬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아름다운 간판사업 곳곳서 반발

    아름다운 간판사업 곳곳서 반발

    자치단체마다 앞다퉈 조성하고 있는 아름다운 간판사업이 시행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이 일고 있다. 디자인과 제품이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업추진과정에 각종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거리가꾸기 사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이 간판사업은 당초 정부의 도시미관개선사업 일환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자치단체에 재량권이 주어지면서 이를 강제 시행하려는 공무원들과 업주 사이에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10일 전국 자치단체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100여곳에서 아름다운 간판사업이 추진되고 있거나 사업장별로 올해 수십억원씩의 예산이 배정됐다. 그러나 사실상 강제성을 띠고 있는 사업추진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고, 지역 군소 간판제작업소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아 행정기관의 사업추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남시가 지난 2007년 시행한 수정구 태평4거리에서 모란시장에 이르는 성남대로변 아름다운 간판사업은 지금껏 강제 시행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는 2006년 총사업비 12억원을 들여 경기도 K광고물제작회사와 아름다운거리조성사업계약을 한 뒤 1년여동안 사업추진에 나섰다. 당시 이 일대 상인들의 반대가 컷지만 시가 밀어붙였다. 외부적으로는 상인들이 찬성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업주들의 이야기와는 크게 다르다. 간판교체를 반대하는 일부 업소들의 경우 시가 규정을 내세워 교체를 유도하거나 강제철거에 나섰고, 일부 업소들은 아예 체념한 뒤 실비로 달아주는 간판에 만족해야 했다. 여기다 간판의 디자인이나 제작형식도 대부분 동일해 이곳을 지나는 주민들로부터 식상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성남대로변에서 20여년째 유통업을 하고 있는 김모(52·태평동)씨는 “디자인이나 크기 등을 시에서 계도해야지 강제로 간판을 떼어내고 마음대로 글씨만 작아진 간판을 달면 아름다운거리가 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간판제작도 당시 경기도 내 상당수 지역에서 동일한 업체가 맡아 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성남시 아름다운 간판제작을 맡은 K사는 성남뿐 아니라 파주와 시흥 등 수도권 내 간판사업을 독식해 지역 영세업체들로부터 특혜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아름다운 거리사업이라면서 이를 주관하는 부서도 제각각이다. 용인시는 지금까지 신갈5거리와 경기도박물관, 그리고 민속촌 인근 등 3곳에 아름다운 간판거리를 조성했다. 그러나 신갈5거리의 경우 시 광고물관리팀이, 민속촌과 경기도박물관 거리는 위생계가 각각 시행했다. 민속촌의 경우 주로 음식점들이어서 위생계가 사업을 추진했다는 게 용인시 주장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간판사업의 추진이 일관되지 못한데다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이 추진돼 관내 모든 간판의 모양이 비슷해지는 웃지못할 현상을 낳고 있다. 간판의 특성인 개성은 온데간데 없고 동일한 간판에 글자만 바꿔놓는 격이 되어버렸다. 이들 사업을 추진하는 자치단체의 경우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하면서 관련 용역을 발주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업자들이 간판을 바꾼 것 이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는 상태다. 분당 D디자인센터 관계자는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상당수 지역이 간판의 주역할인 개성과 디자인을 염두에 두지 않아 업주와 행정기관 간에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거리청소하듯 단체장 입맛에 맞는 간판만을 천편일률적으로 내거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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