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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배기사·캐디 등 특고 9개 업종도 원청 보호 명시… 노사는 반발

    택배기사·캐디 등 특고 9개 업종도 원청 보호 명시… 노사는 반발

    500명 이상 기업 대표에 산재 예방 의무 민노총 “화물운송·영화방송 포함 안 돼” 도급 승인 4개 화학물질로 한정도 비판 경총은 “작업중지 해제 절차 까다로워”앞으로 캐디나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보호 조치가 법령에 명시된다. 직원 500명 이상의 대기업 대표이사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 담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김용균법)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에 대해 노사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1월 산안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과 규칙 등을 개정해 22일 입법예고했다. 박화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하위법령 개정의 중요성을 고려해 노동계와 경영계, 전문가와 수차례 간담회를 가졌다”면서 “노사단체와 완벽하게 의견 조율을 마친 것은 아니다.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추가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개정 산안법은 대표이사에게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부과했다. 그간 대표이사는 노동자의 안전·보건 조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정작 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 논란이 컸다. 앞으로는 제조업 등에서 ‘상시 근로자수 500명 이상’, 건설업에서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 1000위 이내’인 회사의 대표이사는 반드시 노동자의 안전·보건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또 내년부터 산안법 보호를 받는 특고 노동자를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건설기계 운전사, 퀵서비스 기사, 대출·신용카드 모집인, 대리기사 등 9개 직종으로 제한했다. 고용부는 “법 시행 초기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방침에 반발했다. 노동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 특고 노동자는 25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고용부가 9개 직종만 보호하겠다고 하자 특고 노동자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화물운송 노동자와 영화·방송드라마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도급 승인을 받는 범위를 황산, 불산, 질산, 염산 등 4개 화학물질의 개조·철거 작업으로 한정한 것도 “산재 사고의 주된 원인이 무분별한 도급에 있음에도 이런 현실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개정법 취지 자체가 화학물질 등으로 인한 직업병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김용균씨가 사망한 컨베이어벨트는 원청 사업장 안에 있기 때문에 별도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원청의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산업계의 핵심 요구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사업장에서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 내려지는 작업중지 조치를 해제하는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판단에서다. 개정법에 따르면 작업중지가 내려진 사업장에서 다시 작업을 하려면 외부 전문가와 공무원들로 꾸려진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작업 재개 결정을 받아야 한다. 경총은 “해당 기업과 관련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줬던 작업중지 해제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산재가 발생한 ‘급박한 위험’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고용부 감독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작업중지 명령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종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KT 아현지사 화재’ 청문회, 채용비리·증인 불출석 문제로 시끌

    ‘KT 아현지사 화재’ 청문회, 채용비리·증인 불출석 문제로 시끌

    지난해 11월 24일 KT 서울 아현지사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17일 청문회가 열렸다. 하지만 여야는 ‘KT 채용비리 의혹 관련 질의’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청문회 불출석 문제’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이날 KT 청문회는 자유한국당이 유영민 장관의 증인 불출석 문제를 제기하며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늦게 시작됐다. 유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동행을 이유로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자유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은 “유 장관이 청문회를 의도적으로 회피했고 청와대가 나서서 대통령 순방에 장관을 동참시키는 등 꼼수를 부려 장관이 청문회에 불출석했다”면서 “정부·여당과 청와대까지 나서서 KT를 비호해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청문회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성수 의원은 “오늘 청문회는 KT 화재 원인을 묻기 위한 것으로 황창규 KT 회장과 KT 임직원들이 핵심 증인”이라면서 청문회 연기에 반대했다. 결국 이날 오전 10시에 열리기로 예정됐던 KT 청문회는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시작됐다. 오전 청문회에서는 KT가 소방청의 화재 원인 조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소방청이 요구한 현장 출입이나 자료 제출을 (KT가) 거부한 일이 있다고 알고 있다”고 지적했고,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도면 자료도 수집되지 않았고 시설이 철거돼 현장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조직적·의도적 방해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면서 상임위 이름으로 황창규 회장을 고발할 것을 요청했다.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한 사건 발생 당시 소방청 화재조사 책임자도 “일부 조사 관련 방해를 느꼈다”면서 “자료 제출 5건을 요청했는데 빠른 것은 1일, 늦은 것은 20일 걸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창규 회장은 “화재 원인 규명에 필요한 모든 부분은 적극적으로 지원과 협조를 하라고 강조해왔다”면서 “조사 방해 사실은 이 자리에서 처음 듣는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오후 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과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KT 채용비리 의혹 관련 질문이 나왔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KT의 정치권 줄대기의 꽃은 채용비리”라면서 “(과방위 자유한국당 간사가 아닌 동명이인의)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자녀뿐 아니라 조카도 KT에 있다고 들었다. 직접 보고받거나 파악한 것이 있냐”고 황 회장에게 물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서 내부 진상조사를 하고 있는지를 황 회장에게 질의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채용비리 의혹 관련 질의가 나올 때마다 강하게 반발했다. (과방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청문회 개최에 합의했을 때 정치공세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자고 강조했고, 그 정신이 지켜져 청문회가 성립된 것”이라고 항의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KT 화재 상생보상협의체’ 구성 과정에서 노웅래 과방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을 ‘패싱’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7일 (상생보상협의체 구성의 근거가 된) 이해관계자 간담회가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은 아무도 통보받지 못했다”면서 “왜 제1야당을 빼놓았냐”고 비판했다.이에 노웅래 위원장은 “국회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의 주선으로 간담회를 여는 것을 국회의원 입장에서 지원했다”면서 “분명히 야당의원들에게도 연락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KT 하청업체 직원이 청문회에 불출석한 것이 KT 협박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종훈 의원은 “KT가 김모 참고인에게 청문회에 출석하면 하청 계약에서 탈락시키겠다는 협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 회장은 “김 참고인에게는 저희가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보고받았다”면서 “공문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안내라고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장미사진관, 백세건강원… 시간이 멈춘 마을

    장미사진관, 백세건강원… 시간이 멈춘 마을

    속수무책으로 빠른 세상에 현기증이 날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에 넘긴 것 같은데 달력 한 장을 또 넘겨야 할 때, 하루만 뉴스를 안 봐도 대화에 끼기 힘들 때, 1년 전 유행가를 듣는 것도 겸연쩍을 때. 그럴 때는 빠름과 정반대에 있는 어딘가로 떠나보는 게 어떨까요. 충남 서천의 판교마을은 모든 것이 느린 마을입니다. 마을의 또 다른 이름이 ‘시간이 멈춘 마을’이니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마을은 1970년대 어디쯤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오래된 골목 따라 녹슨 철문, 빛바랜 간판, 간판 속 예스러운 글씨가 이어집니다. 간판은 마을에 극장, 사진관, 주조장이 있었음을 일러 줍니다. 해묵은 간판이 말합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서 아직 변하지 않은 것도 이렇게나 많다고요.키 낮은 집들, 미용실 아랫목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할머니들, 낡은 자전거를 탄 어르신 등 마을의 첫인상은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르지 않다. 정겹고 소박하지만 낡고 허름하다. 하나 이곳은 서천에서 손꼽히게 잘나가던 마을이었다. ●1930년대엔 인구 8000명 넘었던 큰 마을 1930년, 마을 남쪽에 장항선 판교역이 들어섰고 큰 우시장이 열리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마을 인구는 8000명을 넘었다. 우시장이 열리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어깨가 부딪힐 정도였다고. 판교마을의 시곗바늘이 느려진 건 일대가 철도시설공단 부지로 묶이며 건축 제한에 걸리면서부터다. 쑥쑥 크던 마을은 개발이 어려워졌고 1980년대에는 우시장마저 사라졌다. 지금 마을에 남은 이들은 480명 남짓.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젊은이가 떠난 곳에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는 젊은이가 는다. 개발되지 못한 마을은 옛 모습을 간직했다는 이유로 주목받는다. 마을이 입소문을 타는 건 예스러운 분위기 때문이다. 마을 곳곳에 남은 수십 년 된 간판은 과거로 순간 이동을 한 듯, 1970년대를 재현한 영화 세트장을 걷는 듯 특별한 감흥을 선사한다.판교마을 여행은 마을의 옛이야기를 읽어 가는 일이다. 간판에 깃든 이야기를 꺼내어 먼지를 털고 그때를 되짚어 보는 일이다. 수십 년 전 세월을 헤아리느라, 간판에 얽힌 사연을 상상하느라 걸음이 느려지는 것도 당연하다. 마을은 1시간이면 둘러볼 정도로 아담하다. 관광지가 아닌지라 이정표는 없지만, 오성초등학교를 기점으로 마을 중앙에 난 도로를 따라가면 이 골목과도 저 골목과도 이어진다. 판교역이나 판교면행정복지센터에서 스탬프 투어 지도를 챙기는 것도 방법이다. 지도에 가볼 만한 곳이 잘 정리돼 있다. 마을 어귀에 있는 농협 창고는 출발지로 적당하다. 때밀이로 벽을 박박 문지른 듯 외벽은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졌다. 빨간 철문 위에는 ‘협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판매하자’는 표어가 남아 있다. 표어는 마을 농민들끼리 힘을 모아 잘살아 보자는 의지의 표명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젊은이 핫플레이스 된 옛 풍경 간직한 동네 마을 오른쪽 끄트머리, 판교철공소 맞은편 건물은 ‘공관’으로 불리던 극장이다. 새마을운동 당시에 세워졌으니 50세를 바라보는 극장이다. 극장이 드물던 시절 부여, 보령, 서천 등 인근 주민들도 영화를 보러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어둑한 건물에 영사기가 돌아가고, 관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 문을 열었으리라. 낡은 건물이 극장이었음을 알려주는 단서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같은 1960~70년대 흥행작 포스터와 매표소 창구다. 창구에 새겨진 영화 관람료는 일반 500원, 청소년 200원. 지금의 20분의1 가격이다.공관 건너편, 판교농협하나로마트 옆 골목에 담벼락 벽화가 있다. 사람 반, 소 반, 판교마을에서 열린 우시장을 그린 것이다. 벽화에서 북서쪽 길을 따라가면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을 인 적산가옥이 나온다. 장미사진관,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이 인증샷을 많이 남기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동면(판교면의 당시 이름) 주민 5500여명을 쥐락펴락한 일본 부호 11명이 살았다. 광복 후에는 우시장에 온 사람들이 묵는 여관이었다가 그 후 반쪽은 쌀가게, 반쪽은 사진관이 됐다. 간판에 ‘쌀, 잡곡 일절’, ‘사진관’ 글씨가 또렷하다. 드르륵, 미닫이문을 수시로 여닫았을 마을 사람들을 상상해 본다. 쌀 한 됫박을 사서 밥을 안치고 기억하고 싶은 날을 사진으로 남겼을 순한 사람들을 말이다.장미사진관 맞은편의 백세건강원은 낡고 빛바랜 것으로 가득한 마을에서도 으뜸이다. 지붕 슬레이트는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벽에 덧댄 나무판자 역시 성한 데가 없다. 건강원 건물은 한때 통닭집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왼쪽 창에 붕어즙, 흑염소 중탕 등 각종 건강식품을, 오른쪽 창에 ‘백숙, 통닭’ 글씨와 ‘근육질’의 닭을 그려 넣었다. 판교마을 여정의 종착지는 마을 북쪽의 주조장이다. ‘동일주조장’ 간판 아래 재미난 숫자가 있다. ‘TEL 45.’ 서천 지역 번호가 041이 아니라 45이던 시절, 그러니까 1996년에 지역 번호가 세 자리로 바뀌기 전에 생긴 주조장이다. 자료에 따르면 건물은 1974년 이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3대째 가업을 이은 주조장은 주민들에게 술을 공급하며 팍팍한 일상을 달래줬다. 쌀이 귀하던 1970년대에 주조장은 밀가루로 막걸리를 빚었다. 덕분에 주민들은 술 마시는 낙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주조장의 시간은 20여년 전에 멈춰 있다. 열린 창 사이로 보이는 달력은 2000년 12월. 주조장은 2000년에 문을 닫았다. 문을 닫았다고 과거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창 사이로 달력 날짜를 짚어볼 때, 마을 사람들이 주조장 앞을 지날 때, 막걸리에 하루의 고단함을 털어버리던 날이 되살아날 때, 주조장은 모두에게 확실한 기억이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변치 않음’이 판교마을을 지킨다. 1590년대 세워진 문헌서원…4000번을 매만진 한산모시●가정 이곡·목은 이색 정신 깃든 서원 문헌서원은 고려의 대학자 가정 이곡 선생과 목은 이색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사원이다. 서원이 세워진 건 1590년대, 조선 선조 때다. 19세기에는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거됐으나 100여년 뒤 유림들에 의해 지금 자리에 복원됐다. 문헌서원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잡아채는 건 서원을 둘러싼 언덕의 솔숲이다. 대나무처럼 꼿꼿한 소나무 군락이 서원을 에워싸 청신한 기운이 감돈다. 서원은 크게 사당, 강당, 재로 나뉜다. 사당은 선현에 제사 지내는 곳, 강당은 원생들이 공부하는 곳, 재는 원생들이 숙식하는 곳이다.●유생들 모여 학문 논하고 수양하던 진수당 홍살문과 진수문을 지나 마주하는 진수당은 강당에 속한다. 유생들이 모여 학문을 논하고 자신을 수양하던 강당이다. 훌륭한 건물은 머무는 사람을 담아야 하는 법. 진수당의 건축 양식은 선비 정신을 반영했다. 복잡한 포나 장식을 피하고 단청 색을 줄여 독서하고 사유하기 마침한 공간이 됐다. 진수당을 마주한 방향에서 서쪽으로 가면 이색 신도비, 북으로 몇 걸음만 더 오르면 목은이색선생영당이다. 영당은 목은 이색 선생의 초상(보물 제1215호)을 모신다. 바로 옆 아름드리 배롱나무는 영당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늦여름 배롱나무에 진분홍 꽃이 환히 피면 한옥과 꽃의 어울림이 아름답겠다.●1500년 역사 자랑하는 대표 공예품 ‘모시’ 모시 풀이 처음 발견된 서천군 한산면 건지산 기슭에 한산모시관이 있다. 한산모시관은 한산모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전통의 맥을 잇는 공간이다. 한산모시는 1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산의 대표 공예품. 한산모시의 또 다른 이름은 ‘가늘 세(細)’ 자를 써서 한산 세모시, 올이 가늘고 촘촘해 붙은 이름이다. 얼마나 가늘면 ‘밥그릇에 모시 한 필이 다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모시짜기 역사부터 제작까지… 한산모시관 한산모시관은 한산모시 전시관, 전통공방, 한산모시 홍보관 등으로 나뉜다.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ㄱ자 모양의 전통공방이다. 공방에는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 방연옥 장인 외 여러 장인이 머물며 모시 짜기 시연을 한다. 눈앞에서 장인이 개량 베틀을 돌리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베틀 주변에 가습기를 몇 대씩 놓고 비닐 천막을 친 건 건조하면 날실이 벌어져 끊어지기 때문이란다. 전시관은 한산모시의 역사, 제작 과정과 사용 도구, 모시로 만든 옷 등 한산모시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 준다. 한산모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모시 한 필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고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수확한 모시풀로 모시의 원재료인 태모시 만들기, 이로 태모시를 쪼개 일정한 굵기로 만들기, 모시 올의 머리와 꼬리를 이어 모시실 만들기 등 베틀로 모시를 짜기 전의 과정만 일곱 가지에 이른다. 한국의 전통 여름 옷감 정도로만 여겼던 모시가, 4000번의 손길 끝에 태어나는 귀한 옷감으로 다시 보이는 순간이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권대홍(사진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 : 서울에서 자동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와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지나 서천공주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서천공주고속도로 서부여IC교차로에서 ‘군산, 서천’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대백제로를 따라간다. 수성교차로에서 ‘판교, 현암리’ 방면 좌회전 후 종판로를 따라가면 판교마을이다. →맛집 : 옛 판교역이 있던 자리에 판교음식특화촌이 들어서 식당이 모여 있다. 판교마을 내 삼성식당(951-5578)은 50년 가까이 된 냉면집이다. 메뉴는 단 세 가지로 물냉면, 비빔냉면, 왕만두다. 메밀면을 써서 쫄깃한 식감과 상큼한 육수의 궁합이 좋다. 서천특화시장 맞은편에 자리한 두레분식(953-4305)은 해물칼국수를 잘한다. 바로 앞 수산시장에서 사 온 생바지락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잘 곳 : 문헌전통호텔(953-5896)은 문헌서원 안에 자리한 한옥 호텔이다. 8개의 객실이 있으며 호텔 내 식당에서 정갈한 한정식 메뉴를 차려낸다. 휴모텔(952-0077)은 전 객실에서 서해가 보인다. 창밖 경치가 아름다울뿐더러 갯벌 체험이나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다.
  • [김시덕의 대서울 이야기] 의주로 또는 통일로

    [김시덕의 대서울 이야기] 의주로 또는 통일로

    조선시대에 압록강 남쪽 의주에서 동남쪽 한양으로 이어지는 서북방의 길을 의주로라 불렀다. 박정희 정권 이래로 그 길은 통일로라 불리게 되었지만, 필자는 여전히 이 길을 의주로라 부르고는 한다. 남북 통일은 먼 미래의 일일 것이므로 통일로라는 명칭은 공허하다. 또 통일이 되더라도 통일로라 부르는 것은 좀 뜬금없게 느껴질 터이다. 의주로는 조선시대 이래로 명·청과 오가는 주요한 길이었다. 남북으로 단절된 뒤로는 그 경제적 중요성이 많이 줄었다. 반면 남한의 수도인 서울이 북한의 국경선과 너무 가깝다 보니 의주로의 군사적·정치적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 경기 고양시와 서울시 은평구의 경계인 창릉천 남쪽부터 서대문역 교차로에 이르는 옛 의주로 구간에는 여러 개의 군사시설이 있다. 그 사이사이의 빈틈에 식민지 시대 이래 조성된 단독주택·빌라·고층아파트단지가 있다. 그리고 이들 공간의 외곽에는 화장터와 공동묘지가 존재했거나 여전히 존재한다. 사람이 사는 공간인 주택과 사람의 삶을 지키는 군사시설, 그리고 삶이 끝난 뒤 사후에 이용하는 화장터·공동묘지가 모두 존재하는 공간이 이 의주로이다. 사람이 사는 구역들 사이에 군사시설과 죽음의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시설과 죽음의 공간 틈에 사람이 살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 내부에서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들 시설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군사 시설은 각종 지도에서 안보를 이유로 지워져 있고, 서울시민들이 죽은 뒤에 이용하는 공간들은 경기 고양·남양주·파주시에 자리한 탓이다. 서울시설공단에서 관리하는 화장장과 공동묘지가 대서울 외곽 경기도에 존재하고, 고양시와 서울시의 경계에 자리한 이말산에서 전근대의 무덤과 군사시설, 은평신도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서울시 외곽과 서울시 바깥의 대서울 곳곳으로 이들 시설을 밀어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혐오시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청결’하고, 가난한 자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계급적으로 ‘균질’해진 서울‘특별’시가 만들어졌다. 서울‘특별’시를 ‘청결’하고 ‘균질’한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은 계속된다. 은평구에서 서대문구로 이어지는 옛 의주로 양옆에서는 오늘도 현저동·옥바라지골목과 같은 공간이 철거돼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현저동 입구의 옛 재개발 추진 사무소에는 “돌팔매질 잘 해! 또 해 봐!”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재개발 추진파와 반대파 사이에 투석전이 있었던 흔적이다. 아직 ‘빈민촌’ 시기의 도시 공간이 남아 있고 몇몇 주민들이 남아 있었다. 홍은동 문짝거리 근처의 부동산 정면에는 고층아파트 단지 분양 광고와 개량한옥촌의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혐오시설’과 가난한 자들의 주거를 모두 밀어낸 뒤 올린 고층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면서 개량한옥으로 상상되는, ‘만들어진 조선의 전통’을 향유하는 중산층의 세계관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것 같다. 이런 공간은 서울시민에게 건전하지 못한 결과를 낳으리라고 필자는 예측하고 있다.
  • 의주로 또는 통일로

    의주로 또는 통일로

    조선시대에 압록강 남쪽 의주에서 동남쪽 한양으로 이어지는 서북방의 길을 의주로라 불렀다. 박정희 정권 이래로 그 길은 통일로라 불리게 되었지만, 필자는 여전히 이 길을 의주로라 부르고는 한다.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통일한다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일 것이므로 통일로라는 명칭은 공허하고, 만약 통일이 된다면 그 후에도 이 길을 통일로라 부르는 것은 좀 뜬금없게 느껴질 터여서이다.의주로는 조선시대 이래로 명?청나라와 오고 가는 주요한 길이었지만,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에 두 개의 국가가 들어서서 교류를 단절한 뒤로는 그 경제적 중요성이 많이 줄어들었다. 반면 한국의 수도인 서울이 북한과의 국경선에서 너무 가깝다보니, 조선시대나 식민지 시대에 비해 의주로의 군사적?정치적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더욱 커졌다. 고양시와 서울시 은평구의 경계인 창릉천 남쪽부터 서대문역 교차로에 이르는 옛 의주로 구간에는 여러 개의 군사시설이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사이의 빈틈에 식민지 시대 이래 조성된 단독주택?빌라?고층아파트단지가 지어져 있다. 그리고 이들 공간의 외곽에는 화장터와 공동묘지가 존재했거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공간인 주택과 사람의 삶을 지키는 군사시설, 그리고 사람의 삶이 끝난 뒤에 이용하게 되는 화장터?공동묘지가 모두 존재하는 공간이 이 의주로이다. 서울, 아니 한국의 어디가 그렇지 않겠는가만, 한국은 여전히 군사적 긴장도가 높은 나라여서 곳곳에는 군사 시설이 존재한다. 또한, 어느 나라에서나 그렇듯이 화장터와 무덤도 당연히 존재한다. 사람이 사는 구역들 사이에 군사시설과 죽음의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시설과 죽음의 공간 틈에 사람이 살고있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 내부에서 거주하고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들 시설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군사 시설은 각종 지도에서 안보를 이유로 지워져서 표시되고, 서울시의 시민들이 죽은 뒤에 이용하는 공간들은 경기도 고양시?남양주시?파주시에 자리한다. 서울시설공단에서 관리하는 화장장과 공동묘지가 대서울 외곽 경기도에 존재하고, 고양시와 서울시의 경계에 자리한 이말산에서 전근대의 무덤과 군사시설과 은평신도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서울시 외곽과 서울시 바깥의 대서울 곳곳으로 이들 시설을 밀어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의 다른 지역과는 차별적으로 존재하는, 이른바 ‘혐오시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청결’하고, 가난한 자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계급적으로 ‘균질’해진 서울‘특별’시가 만들어진 것이다.이와 같이 서울‘특별’시를 ‘청결’하고 ‘균질’한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은평구에서 서대문구로 이어지는 옛 의주로 양 옆에서는 오늘도 현저동?옥바라지골목과 같은 공간이 철거되어 고층 아파트단지가 지어지고 있다. 현저동 입구의 옛 재개발 추진 사무소에는 “돌 팔매질 잘해! 또 해봐!” 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재개발 추진파와 반대파 사이에 투석전까지 전개되었을 시기를 지나 이제 현저동은 본격적인 철거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이곳에는 ‘빈민촌’ 시기의 도시 공간이 남아 있고 몇몇 주민들이 남아 있었다. 홍은동 문짝거리 근처의 부동산 정면에는 고층아파트단지 분양 광고와 함께 개량한옥촌의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이른바 “혐오시설”과 가난한 자들의 주거를 모두 밀어낸 뒤 만들어진 고층아파트단지에 거주하면서 개량한옥으로 상상되는, 만들어진 조선시대의 전통을 향유하는 중산층의 세계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청결’하고 ‘균질’한 환경이 사람에게 도리어 해를 끼치는 것처럼, 군사시설과 화장터와 무덤과 서민의 공간을 모두 고층 아파트단지로 바꾸어버리는 것이 결국은 서울이라는 공간과 서울시민에게 건전하지 못한 결과를 낳으리라고 필자는 예측하고 있다.글 사진: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교수
  • 공주보 철거 찬반 논란 여전히 뜨거워

    환경부의 해체 발표 후 열린 첫 공주보 민관협의체가 무산된지 한 달만에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도 여전히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26일 충남 공주보사업소에서 ‘공주보 처리 제시방안 주민설명회’가 주민과 환경부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이숙현 공주보 철거반대 투쟁위원회 조직위원장은 “지역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내려진 환경부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보 해체를 전제로 만든 ‘자연성 회복을 위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에서 짜맞추기 조사 평가를 내세워 철거하겠다는 정부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금학동 통장협의회장은 “공주보를 해체하면 백제문화제 때 유등을 못 띄워 관광객에게 보여줄 게 없다”며 “2000억원을 그냥 들인 게 아닌데 절대 해체하면 안 된다. 물이 필요하면 가두고 물이 넘치면 보를 열면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 철거에 찬성하는 주민 백승혁씨는 “2016년쯤 공주보 상류에 들어가 30분 가량 있었는데 겉은 아름답고 깨끗해 보였지만 부유물에 허벅지까지 빠졌다. 강바닥이 썩은 것이다”면서 “곧바로 씻지 못하자 2∼3일 간 몸이 계속 가려웠다”고 해체를 주장했다. 한 주민은 “공주보의 공도교도 해체한다는 등 잘못된 정보들이 떠돌아 다닌다. 주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평가총괄팀 김하경 사무관은 “공주보를 없애면 수질·생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원칙적으로 보 해체가 합리적이지만 공주보 위 차량 통행량을 고려해 공도교 유지 등 지역주민 교통권을 최대한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승희 금강유역환경청장은 “오는 7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주민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설명회를 열고 있다”며 “보를 해체하더라도 설계 등의 절차로 2022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 사이에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세종보와 공주보는 해체, 백제보는 상시 개방하는 ‘금강수계 3개 보 처리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6월 시행되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구성될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상정돼 확정된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LA 한인예술가들 “욱일기 닮은 학교 벽화 철거하라”

    LA 한인예술가들 “욱일기 닮은 학교 벽화 철거하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 중심가에 있는 학교 건물 외벽에 그려진 욱일기 문양 벽화를 철거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한인 예술가들과 현지 미술계 인사들의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8일(현지시간) 전했다. LA에서 활동하는 한인 예술가단체 ‘교포’(Gyopo)는 이날 한인타운 내 로버트 F 케네디(RFK) 공립학교 체육관 건물에 그려진 욱일기 문양 벽화가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잔악상을 떠올리게 한다며 이를 제거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LA 통합교육구 로버트 마르티네스 교육감에게 보냈다. 가로 14m, 세로 9m의 이 벽화는 현지 화가 뷰 스탠튼이 2016년 학교 축제 때 그린 것이다.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햇살 문양이 사람과 야자나무 주위에서 뻗어나가는 모양이다. 스탠튼은 이 벽화는 미 유명 여배우 고(故) 애바 가드너를 그린 것일 뿐 욱일기를 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LA 교육구는 지난해 12월 한인 사회의 지적에 공감해 벽화를 겨울방학 기간에 제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LA타임스 예술 비평가 크리스포터 나이트와 화가 셰그퍼 페어리 등 다른 미술계 인사들이 “벽화 제거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하자 교육구 측은 벽화 제거 계획을 갑자기 보류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 민간위원 3명 사의 표명

    지난달 22일 금강·영산강 보에 대한 처리방안을 제시한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민간 전문위원 3명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제시안을 두고 내부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환경부에 따르면 4개 분과 총 43명으로 이뤄진 전문위원회에서 물 환경, 수리·수문, 유역협력 분과 소속 각각 1명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김진식 환경부 기획총괄팀장은 “사의를 표한 3명의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해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사유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관계부처와 학계, 시민사회 등 각계 추천을 받아 분야별 대표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4대강 조사위를 꾸렸다. 전문위원회는 물환경 10명, 수리·수문 12명, 유역협력 12명, 사회·경제 9명 등 4개 분과로 이뤄졌다. 4대강 조사위는 지난달 22일 세종보와 죽산보를 해체하고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유지하고 상시 개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전문위원 3명의 사의 표명을 두고 정부가 ‘보 철거’로 답을 정해 놓고 활동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앞서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민간위원장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결정을 비판하며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가 정부의 만류로 번복했다. 한편 이날 환경부는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처리 방안을 두고 지역주민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제시안 수정 없이 의견만 추가해 보고하겠다는 것이어서 ‘면피성 절차’라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부는 관련 시도 지방자치단체장, 보 해체 반대추진위원회를 포함한 지역주민과 면담을 진행키로 했다. 반발이 거센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달래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지난달 22일 제시안 발표 이후 금강 세종·백제보와 영산강 승촌·죽산보에서 각각 민관 협의체와 영산강 수계 민관 협의체를 개최해 의견을 들었다. 그러나 반발이 가장 심한 공주보에서는 주민들의 반대로 민관 협의체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국가물관리위원회 보고 전까지 의견수렴과 보별 부대사항에 대한 검토·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세종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상시 개방 제시된 백제보의 민관협의체는 환영 속에 진행

    백제보 민관협의체가 28일 충남 부여 백제보사업소에서 열린 가운데 부여군 농민단체와 세종시 시민단체의 환영 성명이 잇따랐다. 지난 26일 부분 철거 대상으로 제시된 공주보의 민관협의체 회의가 농민 위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된 것과 달리 이 민관협의체는 환영 속에 진행돼 대조를 보였다. ‘백제보 개방에 따른 농업용수 고갈 해결을 위한 부여군 지역 농민대책위원회’는 이날 백제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업용수 확보 후 백제보를 상시 개방한다는 환경부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농업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정상적 노력을 지지한다”며 “농민을 핑계 삼아 근거 없는 주장을 내세우며 보 개방에 반대하는 세력의 정치 선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세종보 해체에 대한 지지 성명도 이어졌다. 세종환경운동연합 등 8개 시민단체는 논평을 내고 “환경부의 보 해체 결정은 당연한 결과다. 거듭 환영한다”며 “수질 개선, 가뭄·홍수 예방 목적의 세종보는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물을 썩게 하고 물고기가 살 수 없을 만큼 금강을 오염시켰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생태 복원을 위한 해결책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세종보 철거가 끝이 돼서는 안 되고 금강의 자연성 회복을 앞당겨야 한다”며 “강물은 흘러야 하고 바다와 만나야 한다”고 했다. 논평에는 세종교육희망네트워크, 세종여성, 세종YMCA, 세종참교육학부모회,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이 참여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 22일 금강수계 3개 보 처리 방안으로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 철거, 백제보 상시 개방을 제시했다. 부여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충남 공주시의회도 공주보 해체 반대

    충남 공주시의회도 정부의 공주보 해체 결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시의회 의원은 12명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절반(6명)이다. 공주시의회는 지난 26일 개회한 임시회에서 ‘금강 공주보 철거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27일 밝혔다. 시의회는 결의문에서 “정부의 공주보 처리 방안은 시민 생존권과 안전을 위협한다”며 “2081억원 국민 세금이 투입돼 2012년 가동된 공주보가 지난해 전면 개방 후 상류의 300여 농가가 지하수 고갈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주보를 철거하면 금강 지류 하천이 메말라 극심한 농업용수 부족을 겪을 것이고 농업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공주시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의원들은 “공주보의 기능을 유지하고 공도교의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며 공주보 처리 재검토를 촉구했다. 공주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물 없어 농사 못 짓겠다”… 공주 농민들 보 해체 반발

    “물 없어 농사 못 짓겠다”… 공주 농민들 보 해체 반발

    “보 없애면 수위 낮아져 지하수 고갈” 민관협의회 보이콧… 정밀 조사 촉구26일 금강 공주보 주변엔 ‘지하수 고갈로 농사 못 짓겠다 환경부부터 해체하라’ ‘농사 지을 물도 없고 가축 먹일 물도 없다’라고 쓴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이날 오전 9시 충남 공주시 우성면 평목리 공주보 옆 빈터에서 집회를 가진 농민 500여명은 ‘공주보 철거 반대’라고 쓴 머리띠와 어깨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쳤다. 선봉에 나선 농악대 복장 농민들이 북, 장구, 꽹과리를 두드려 분위기를 돋웠다. 연사로 나선 평목리 이장 윤응진(54)씨는 “민관협의체에서 민간위원을 더 넣기로 해놓고 회의 한 번 열지도 않은 채 해체를 발표했다. 주민 의사를 무시한 환경부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며 “홍수·가뭄 등 재난대비 시설에 대해 경제성을 핑계로 철거하려는 게 옳으냐”고 말했다. 주민 장교순(61)씨는 “4대강 사업 때 바닥을 5~8m씩 파내 5t짜리 통에 물을 받았다가 농사를 지었는데 보를 없애면 무슨 수로 견디느냐”고 말끝을 흐렸다. 보를 없애면 수위가 낮아져 농업용수로 쓰는 지하수를 고갈시킨다는 얘기다. 이날 오전 10시 인근 K-워터(한국수자원공사) 사업소에서 열려던 3차 민관협의회는 농민 대표의 불참 선언으로 10여분 만에 무산됐다. 환경부, 공주시 등 정부·지자체 관계자와 농민 등 24명으로 된 협의체엔 민간위원이 절반씩 포함됐다. 최창석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4대강 사업과 공주보 건설도 졸속으로 건설해 반대했는데 1~2년 조사로 철거를 결정한 것도 졸속이다. 조사기간을 3~5년으로 늘리고 정밀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주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靑 “4대강 보 해체, 평지 돌출 사안 아냐” 반박

    靑 “4대강 보 해체, 평지 돌출 사안 아냐” 반박

    청와대는 25일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3개를 해체 또는 부분 해체해야 한다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제안과 관련해 “위원회가 오랫동안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4대강 보 해체 문제에 대해 정치권에서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이 문제는 어느 날 평지에서 돌출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명박정부 때부터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환경파괴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오랫동안 이어졌고 문재인정부 들어와서도 2017년부터 계속 이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정부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무엇보다 결정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농민의 의사는 철저히 배제됐다”며 “이번에 공주보 등 금강수계의 보를 첫 번째 해체 대상으로 선정한 것 자체가 아주 정치적이고 정략적이며, 충청인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모욕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공주시 이·통장협의회도 “현재 공주보를 개방한 것만으로도 영농에 어려움이 있다”며 “공주보에 저장된 물을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농민들은 영농철 물 부족 현상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과 송아영 세종시당 위원장 대행은 25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정문 앞에서 ‘공주보·세종보 해체 철거 절대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농민들 “농업용수 확보 대책 없이 철거 안돼” 환경단체 “수질·생태 개선… 백제보도 해체를”

    지난 22일 발표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금강과 영산강 수계 보(洑) 처리 방안에 대해 곧 영농철을 맞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농민들은 반발한 반면 환경단체는 수질·생태를 개선시킬 것이라며 환영해 크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위원회는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금강 공주보에 대해선 교량만 남기는 부분해체 방안을 제시했다. ●공주·세종시장도 “물 부족 해소부터” 이학재 충남 공주시 이·통장협의회 사무국장은 24일 “지금도 공주보를 개방해 영농이 어려운데 보를 아예 해체하면 이 물을 농업용수로 쓰는 농민들은 영농철에 어떻게 농사를 지으란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 농민들은 발표 당일 환경부를 항의 방문하고 공주보 앞에 ‘물 부족 대책 없는 공주보 철거는 우리 농민 다 죽인다’라는 플래카드를 걸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정섭 공주시장은 지난 20일 국무총리, 환경부 장관, 민주당 대표 등에게 “보 기능을 살려 영농철 농업용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보냈다. 다행히 공주보 위의 왕복 2차선 도로(공도교)는 유지하기로 해서 우성면 주민들이 20분쯤 더 우회해 시내에 가는 어려움을 피하게 됐다. 백제보가 있는 부여군 농민들도 보를 상시 유통하면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며 걱정하고 있다. 백제보 인근에 시설 하우스가 많다. 세종신도시 첫마을 인근 세종보는 일부 아파트 주민이 물이 메마르면 경관을 해쳐 아파트값이 떨어진다고 해체에 반대한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금강 수위가 낮아져 호수공원 등에 물을 공급하는 양화취수장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철거 전에 이런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죽산보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이송헌(56·전남 나주시 다시면)씨는 “보를 해체하면 가뭄 등에 지하수 수위가 내려가면서 농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주 황포돛배와 홍어의 거리를 운영하는 죽산보 주변 상인들도 “보를 해체할 경우 수위 하락으로 배 운항에 차질을 빚고, 관광객과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4대강 적폐세력이 농업용수로 주민 선동”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성명을 내고 “4대강 적폐세력이 근거 없는 농업용수 부족을 들이밀며 주민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강을 낀 5개 시도 49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금강유역환경회의는 “백제보까지 금강 3개 보를 모두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영산강재자연화시민행동 등 전남 지역 환경단체들은 “죽산보 해체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처 가운데 가장 진척된 것”이라며 “승촌보 역시 여러 종류의 분석이나 사례 연구를 통해 긍정적 기능은 없는 것으로 판명된 만큼 즉시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주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보 3곳 해체비용 898억… “경제성 확인” vs “또 세금 낭비”

    보 3곳 해체비용 898억… “경제성 확인” vs “또 세금 낭비”

    세종·죽산보 해체·공주보 부분해체 의결 “보 3곳 유지비용 1688억… 해체가 낫다” 일각 “해체 비용 비해 실익 크지 않을 것”환경부가 세종보와 죽산보를 완전 해체하도록 권고한 결정을 두고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환경부는 “경제성이 확인된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세금 낭비”라는 일부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 22일 금강(세종·공주·백제보)과 영산강(승촌·죽산보)의 5개 보에 대한 처리 방안을 제시했다.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으로 의결했다. 기획위는 세종보와 죽산보, 공주보를 해체하면 공사비가 898억원 들 것으로 추산했다. 보 세 곳을 유지하면 168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돼 해체하는 게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 해체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실제로 거둘 수 있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공주시와 세종시도 보 해체 반대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보 해체에 대한 경제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 22일 세종보·공주보·백제보, 영산강 승촌보·죽산보 등 5개 보를 해체하면서 생길 예상 소요비용과 유지관리 비용, 비용 대비 사회적 편익을 뜻하는 비용편익값(B/C값)을 공개했다. B/C값이 1.0 이상이면 해당 사업의 경제성이 충족된 것으로 인정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세종보와 죽산보, 공주보의 B/C값은 각각 2.92, 2.54, 1.08로 기준치 1을 넘었다. 백제보는 0.96, 승촌보는 0.89로 기준치 1을 넘지 못했다. 기획위는 B/C값 1이 넘은 세종보 등 3곳에 대해 해체 또는 부분 해체를, 1을 넘지 못한 백제보 등 2곳을 상시 개방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기획위가 보 해체에 따른 수질·생태 편익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한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획위는 국민이 수질·생태 개선을 위해 얼마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설문조사해 해당 사업의 금전적 가치를 도출하는 방식(WTP)을 썼다. 하지만 이 방식이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에 적용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 철거의 타당성을 검토할 때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총인(TP), 부유물질(SS) 등을 검토해야 하지만 이것 역시 빠뜨렸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수질·생태 편익 산출에 적용한 WTP 방식은 수질·생태와 관련한 경제적 가치 산정의 잣대로 학계와 실무에서 흔히 쓰이는 방법론”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획위가 BOD와 TP 등 지표 개선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BOD, SS, TP가 낮아진 것은 보 건설 효과가 아니라 환경기초시설 등 수질개선 사업으로 인한 효과이기 때문에 보 처리 방안 마련에 있어서 적절하지 않은 지표”라고 덧붙였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금강·영산강 보 처리 기준은

    4대강 자연성 회복 방안을 추진해온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22일 금강(세종·공주·백제보)과 영산강(승촌·죽산보)의 5개 보(洑)에 대한 처리방안을 제시했다.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으로 의결했다. 4대강 사업 논란 속에 16개 보에 대한 첫 처리방안으로 확정은 아니다. 제시안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7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확정하게 된다. 다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농업용수 부족 등을 들어 해체를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보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전문위원회(4개 분과)는 민간 전문가 43명의 검토와 전문가 합동회의, 수계별 연구진 회의 등 다각적인 분석과 평가를 거쳤다고 덧붙였다. 기획위는 “보 해체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우선 판단한 후 수질과 생태의 개선, 물 이용과 홍수대비 효과 변화, 지역의 선호와 인식 등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경제성 분석은 보 해체 시 총 비용과 총 편익을 비교 분석했고, 수질·생태 지표는 녹조·화학적 산소요구량·퇴적물 오염도·서식환경·어류 건강성 등 10개 지표를 보 설치 전과 후, 개방 후 등로 나눠 비교 평가했다. 보 주변 물 부족 해소, 지하수 활용 변화, 홍수 대비 능력 등 이수와 치수 지표에 대한 평가를 거쳐 국민과 지역 주민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도 거쳤다. 공주보 처리 문제가 최대 쟁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보 상부에 지어진 교량인 공도교의 하루 차량 통행량이 3500대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공도교는 유지하되 가동보와 고정보는 철거, 보의 기능은 없애기로 했다. 기획위는 “원칙적으로 보를 해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면서도 “지역 주민의 교통권을 보장하면서 물 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보 해체 비용은 약 1700억원으로 추산됐다. 보 해체를 위해서는 부 이행계획 수립과 하천기본계획 변경, 환경영향평가, 예비타당성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5개 보 처리 방안은 6월 시행되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구성될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확정한다. 기획위는 동일한 평가 방식으로 한강과 낙동강 11개 보에 대한 처리방안을 연내 제시할 계획이다. 홍종호 기획위 민간 공동위원장은 “처리방안 제시안은 금강·영산강의 자연성 회복과 지역 주민, 미래세대에 대한 혜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기획위의 보 처리방안을 놓고 환경단체와 지방자치단체·농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해체 보 주변 지자체와 주민들은 농업용수 확보 방안 등이 선행돼야 한다며 반발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보 철거시 금강 수위가 낮아져 신도시 호수공원과 제천·방축천 등에 물을 공급하는 양화취수장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공주시 이·통장협의회 관계자는 “공주보 개방만으로도 영농에 어려움이 크다”면서 “공주보 해체로 영농철 심각한 물 부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후속 절차의 차질없는 이행을 촉구했다. 금강 주변 48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금강유역환경회의는 “4대강 사업 후 대규모 녹조 발생과 수질 악화로 인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큰빗이끼벌레 창궐 등을 고려하면 아쉽다”면서도 “자연성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이자 타당성 검토가 결여된 대규모 국책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원상복구하는 최초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위안부 피해자 문제, 일본 교과서에 기록하고 가르쳐야”

    “위안부 피해자 문제, 일본 교과서에 기록하고 가르쳐야”

    “두달 새 4명 별세… 생존자 23명만 남아 미래 이끌 학생들의 관심은 큰 힘 될 것”“김복동·이귀녀·김순옥 등 네분의 할머니가 최근 두 달 새 돌아가셨습니다. 현재 23명이 생존해 있고, 평균 연령은 91세입니다. 일제에 의해 꽃다운 청춘을 짓밟힌 한을 생전에 풀어 드려야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 광주시 퇴촌 ‘나눔의 집’ 안신권(58) 소장은 12일 서울신문과 만나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 상징과도 같은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달 별세하자 마음이 무겁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소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46명이 생존했지만 3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며 “시간은 속절없이 가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은 앞이 안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나눔의 집에서만 3명이 그렇게 원하던 공식사죄를 받지 못하고 별세했다. 현재 6명이 생활하고 평균 연령은 94세이다. 3명은 병상에 있고, 3명은 거동이 가능하나 증언은 2명만 가능하다. 할머니들은 동료들이 역사의 한을 풀지 못하고 돌아가실 때마다 큰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또 안 소장은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발전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과거 침략 전쟁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면서 “더 나아가 피해자 문제를 일본 교과서에 기록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안 소장은 “이옥선·강일출 할머니와 2014년 글레데이 소녀상 철거 반대를 위해 미국으로 가서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 하고, 소녀상 철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나눔의 집에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어린 나이에 전쟁터에 끌려가서 고통을 당한 할머니들을 통해 역사를 배울 수 있다”면서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하면 할머니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원 고성 출신인 안 소장은 직장을 다니면서 사회복지학 석사 공부를 병행하던 2000년 12월 한 스님의 소개로 아내와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 그때 김순덕 할머니 증언도 듣고, 사회복지 행정을 담당할 총무가 필요하다고 해 2001년 2월 할머니들과 인연을 맺었다.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터전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불교계와 사회 각계에서 모금 운동, 1992년 10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열었다. 명륜동과 혜화동을 거쳐 1995년 12월 조영자씨가 기증한 퇴촌의 650여평 대지에 180여평의 주거시설을 신축, 이전했다. 이사장은 송월주 스님이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기대감 커지는 삼일절 특사…이석기·한상균 포함될까

    기대감 커지는 삼일절 특사…이석기·한상균 포함될까

     정부가 3·1절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사면을 추진하면서 ‘3·1절 특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석기 전 의원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특사 대상에 포함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3·1절 특사 소식이 알려지자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수를 전면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석기 전 의원이 양심수에 포함된다며 이 전 의원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 전 의원은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이 확정돼 복역하고 있다. 만기 출소는 2022년이다. 이 전 의원이 감옥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가석방과 사면이 있는데, 가석방 요건은 갖춘 상태다. 가석방은 형량의 3분의 1을 채워야만 가능하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9월에 구속돼 현재 형기의 60%를 채웠다.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이 집회에 참여해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석방 요구는 앞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해 5월 형기 6개월을 남기고 가석방되면서 더 목소리가 커졌다.  이석기 전 의원뿐만 아니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 전 위원장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해 기소됐다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한 전 위원장이 가석방되면서 정부의 특사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석기 전 의원과 한상균 전 위원장에 대한 사면 이야기가 흘러 나오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3.1절 특사에 대해서 법무부가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지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며 “구체적으로 누가 검토되고 있는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3·1절 특사에는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돼 형이 확정된 공안사범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일선 검찰청에 사면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는데, 6개 집회에 대한 내용이 기재됐다.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사드 배치 반대 집회,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 세월호 관련 집회,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광우병 촛불집회 등에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대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제주 강정마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강정마을 문제 해결 약속을 잊지 않았다며 주민들의 사면복권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사면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사면이었던 2017년 12월 이후 두번째다. 지난번보다 사면 규모가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7년에는 일반 형사범 위주로 6444명을 특별사면했다. 정치인 중에서는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유일했고, 용산 철거현장 화재사망 사건 가담자 25명도 특별 사면됐다. 이밖에 일반 형사범, 불우 수형자, 일부 공안사범이 포함됐고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등 행정제재 대상자 165만 2691명에 대해서도 특별감면 조치를 시행했다. 당시에도 특사 명단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선 시민단체가 극렬히 반발했다.  법무부는 관련 자료를 각 부처에서 받아 검토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6개 집회에 대해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아직도 신경안정제 없인 잠 못 자… 공포는 여진으로 남았다

    아직도 신경안정제 없인 잠 못 자… 공포는 여진으로 남았다

    “지진도, 대처도 모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규모의 재해가 닥친 유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예전의 일상은 사라졌습니다.”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30분.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 사는 박형철(39·가명)씨는 그날 오후가 지금도 생생하다. 꿈에서도 그의 가슴을 옥죈다. 그날을 기점으로 박씨의 건장했던 인생은 통째로 달라졌다. 점심 직후였다. 자영업을 하다 새 일을 준비하고 있던 그는 맑은 하늘 어디선가 거대한 천둥소리를 들었다. 순간 전쟁이 났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땅이 흔들렸다. 지진은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역에 5.4 규모로 찾아왔다. 한반도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지진이었다.무의식적으로 네 살짜리 조카가 있는 근처 영일어린이집으로 냅다 뛰었다. 선생님들이 그나마 아이들을 대피시킨 뒤 진정시키고 있었지만 여기저기 우는 아이들이 보였다. 영문을 모르는 조카는 삼촌을 보더니 환히 웃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나오는 순간, 바로 옆 건물 빨간 벽돌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어린이집 차량을 덮쳤다. 1m 차이로 화를 면했다. 경림뉴소망아파트 1층인 집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배낭에 급한 짐을 구겨 넣고 어머니, 동생 내외를 수소문해 근처 흥해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사이렌은 울렸지만 그때까지도 대피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일단 학교로 가면 뭔가 안내가 있을 거라고만 짐작했다. 동네 사람들 800여명이 뒤엉켰다. “작년 경주 지진이 더 심했다는데 어째 우리 동네가 더 무너진 것 같아”라며 옆에서 웅성거렸다. 한참을 기다려 구호품 키트를 받았다. 당장 잠을 잘 데가 없는데 지급된 텐트도 모자랐다. 그날 밤 가족 5명은 차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승용차에서 쪽잠을 잤다. 대피소는 어느 정도 질서정연했지만 밤이 되면 달라졌다. 구호품과 텐트를 받아 급식만 먹고 사라지는 이들, 술 먹고 남의 텐트에 쓰러지는 이들, 사생활이 없었다. 지진 후 사나흘이 지나자 “22일까지 피해 사실을 동사무소에 접수하라”고 했다. ‘집합건물은 전파, 개인주택은 반파’ 이상 판정받아야 이주시켜 준단다. 부서진 건물이 워낙 많은데, 대개 육안으로만 관찰하고 판정을 내렸다. 박씨 아파트도 처음엔 전파 판정을 받지 못했다. 90가구 중 65세 이상 어르신이 35%가량 사는 곳이다. 전기 스파크 튀는 소리, 벽 갈라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났다. 27일, 조심스레 지하실에 내려가 기둥을 만졌다. 콘크리트가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철근이 다 드러났다. 시청은 이튿날 전파 판정을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면증이 찾아왔다. 대형 트럭이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창문 소리, 휴대전화 진동에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극도의 공포감에 바깥출입을 할 수 없었다. 집에서 5분 거리인 동사무소를 가는 데 동생의 부축을 받고서 한 시간이 걸렸다. 숨이 차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일상은 사라졌다. 2018년 2월 11일 새벽, 규모 4.6의 여진이 또 찾아왔다. 대피소 15곳도 철수하고 주민들도 일상에 서서히 복귀하려던 시점이었다. 그날 이후 증세가 더 심해졌다. 박씨는 다음달 갑자기 찾아온 가슴 통증에 결국 119에 실려갔다. 4월,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흥해보건소에 새로 생긴 재난심리센터에서 상담과 심리치료를 받긴 했지만, 전문의가 없어 약 처방은 받지 못했다. 그는 “지진보다 트라우마가 100배는 더 무섭다”고 했다. 박씨는 지진 감지 애플리케이션 3개를 동시에 쓰고 있다. 행정안전부 재난 안내문자의 속도가 가장 느리다며, 2월 여진 당시 문자 전송 시간을 보여 줬다. N사의 재해 발생 속보보다 7분이 늦었다. 그는 “흥해 사는 분들은 대부분 N사 앱을 쓴다”고 했다. 11월, 한동대에서 하는 지진 트라우마 극복 심리상담교육을 1주일에 2번 받기 시작했다. 항우울제 처방과 병행하니 다행히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그는 “모든 게 처음인 탓에 주민도, 공무원도 헤맸다”고 했다. 정작 지원받아야 할 주민들이 뒤로 밀리는 경우도 많이 봤다. 역대 2위급 지진에다 현재까지도 운영 중인 대피소 관리부터 이재민 구호, 건물 파손 판정, 이주계획, 재난심리지원 등 모든 것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져야 했다. 반면 건축·재난 관련 전문가는 모자랐던 데다 주민 의견 수렴이 현장에서 잘 안 되다 보니 복구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지진 대피·구호소 운영 매뉴얼은 있지만 사후 현장과는 괴리가 컸다.신순옥(69·여)씨는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2층 2평(6.6㎡) 남짓 하는 텐트에서 남편과 단둘이 생활하고 있다. 딸과 아들이 있지만 “폐를 끼치느니 죽겠다”고 했다. “컴퓨터와 냉장고, TV, 세탁기, 세간살이가 다 산산이 부서졌는데 어디 가서 말도 못 한다”고 했다. 그가 살던 흥해읍의 한미장관 맨션은 C등급으로 ‘소파’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벽체에 여기저기 금이 간 집에 차마 들어가 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신씨와 비슷한 200여가구가 이곳에서 텐트 생활을 하고 있고, 상주인구는 30명가량이다. 주민들은 2월 재정밀 안전점검 당시 현행 건축기준 전파 판정에 해당되는 D, E등급이 나왔는데도 시가 준공 당시인 1988년 건축기준으로 C등급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또 개정된 시설물안전특별법에 따르면 이 아파트가 ‘3종 건축물’로 지정 고시돼 현행 법규에 따른 정밀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는데도 시가 고시를 하지 않아 현행법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공기업에 다니던 남편 퇴직 후 아파트를 팔아 귀농하려 했지만, 노후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 병원 가서 진료받고 친구들과 동네 사우나에서 만나 수다 떨고 점심 먹고 산책하던 일상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여기저기 쑤시는 통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만 새로 찾아왔다. 한의원에서 침 맞고 돌아오면 하루 종일 텐트에 누워 지낸다. 병원을 전전했지만 뇌와 심장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신씨 웃옷 주머니에는 약봉지가 가득하다. 신경안정제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1년이 넘었다. 신씨 텐트 앞 조그만 어항에는 싸구려 열대어 ‘구피’ 몇 마리가 노닐고 있다. “귀하게 키우던 놈들도 어항이 깨지는 바람에 다 죽었네. 얘네라도 들여다봐야 위안이 되지….” 딸에게서 휴대전화가 걸려왔다. “김치했다니 가서 맛봐야겠네.” 얼마 전에 찾아온 손녀는 집 현관 앞에서 안을 들여다볼 뿐 망부석이 됐다. “할머니 무서워서 들어갈 수가 없어….” 올해도 혹한의 추위가 찾아왔지만, 누전 염려 때문에 전기요를 쓰지 못한다. 두꺼운 매트 2개를 겹쳐 깔았지만 한기는 사방에서 올라온다. 지병인 암 진료를 위해 남편과 고속버스를 탔는데 선잠이 들었다가 혼비백산해 깼다. 버스 진동이 여진인 줄 알았다. “다들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심리상담 같은 건 받을 생각들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역시 “시에서 한다는 얘기만 들었지 상담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다 필요없이 그냥 예전 집으로만 돌아가고 싶네.” 신씨가 혼잣말로 읊조렸다. “주민 주도형 복구, 그리고 단순한 ‘도시 풍경의 재생’이 아니라 주민 마음·터전의 재구성이 절실합니다.” 포항시 북구 환호동의 대동빌라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맡고 있는 김대명(49) 위원장은 1년 넘게 휴직 중이다. 새 보금자리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보니 생업을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전파 판정을 받은 대동빌라는 지난해 11월 철거가 시작됐다. 아침에 들른 빌라 입구 한복판에는 죽은 쥐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힘없이 바스라진 벽체와 엿가락처럼 휘어진 창틀, 널브러진 깨진 유리창들이 고스란히 그날의 충격을 말해 준다. 개인 주택과 달리 공동 주택 주민은 내부 수리도 이웃 동의를 얻어야 하고 재건축 의견 수렴 과정 역시 기나긴 진통의 연속이다. 이런 이유로 지진 피해를 입은 공동주택 대부분이 아직 철거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반면 대동빌라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부영주택㈜, 포항시와 함께 재건축 등 주택정비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충돌을 최대한 피하고 주민 상생을 우선해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었다. 같은 동 주민끼리 시비가 붙었다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청와대 제도개혁비서관을 어렵게 면담했다. “지원 법규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하소연했다. 우선 국토교통부의 재해주택복구기금은 여지껏 공동주택을 지원한 사례가 없었다. 우리은행을 통해 ‘20년간 1.5% 장기 저리 지원’ 등 내규를 만드는 데만도 몇 개월이 걸렸다. 다들 “이런 규모의 지진과 피해가 처음이라 전례가 없어 그렇다”고만 반복했다. 포항 지진을 계기로 이재민에게 주는 재난지원금 기준도 ‘전파 900만원→1300만원, 반파 450만원→650만원’으로 상향됐지만, 정작 소급이 안 돼 포항 시민들은 지원받을 수가 없다. 정치인들이 지진 재해로 인한 재난복구·지원특별법 통과 등을 장담했지만, 주민들 피부엔 와닿지 않았다. 재건축만 확정됐을 뿐 분담금, 이주 기간 협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철거 판정을 받은 아파트는 대부분 1억원 이하인데 재개발하려면 1억 6000만원씩 내라는 게 시의 입장이었다. 이 돈을 감당할 수 있는 주민은 많지 않다. 분담금을 낮추는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다. 임시 주택 거주 기간도 당초 6개월이었다가 2년으로 연장됐다. 재건축 완료까지 앞으로 최소한 3년 이상 걸리는데, 올해 말에는 여기서 나가야 한다. 포항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과 계속 협상 중이니 올봄까지 기다려 보라고 한다. 재난 피해 지역을 특별재생지역으로 복구하는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 특별법’이 지난해 4월 개정돼 포항이 특별재생지역으로 포함된 것 외, 포항 지진 관련 지원법은 지난해 국회서 통과된 게 전무하다. 예산 역시 올해 국가 지진 방재 교육관 용역비 1억원(전체 사업비 1000억원)이 반영된 게 전부다. 임시 이주한 주택은 포항시 반대편 끝에 있어 중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매일 새벽 등교를 한다.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 왕복 3시간 통학 거리를 감수하는 아들이 안쓰럽다. 김 위원장은 “주민들은 그저 새집이 아니라 삶을 지탱한 터전으로의 복귀를 간절히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도시재생의 실마리, 문화유산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도시재생의 실마리, 문화유산

    최근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부쩍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다. 도시재생이란 오래돼 퇴락하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도시 구역을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되살리는 지속가능한 개발 방식이다. 이렇게 목표가 타당하고 뚜렷함에도 그 방법론은 모호하기만 하다. 그래서 전국 곳곳에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본격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금 이렇게 하다가는 말만 재생이지 결과는 재개발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시재생 대상 지구는 대개 반세기 이전에 조성된 곳이어서 그곳 어딘가에는 오래된 건물이나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 곧 문화유산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문화유산은 도시가 오늘날처럼 상업화되고 번잡해지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만들어졌기에 새로운 도시 여건에 부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도시로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일 터이다. 오래되고 허약한 건물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도시재생이란 문화유산과 도시가 오랜 시간의 간극을 극복하고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문화재만 달랑 남기거나 법으로 보호받는 문화유산이 아니면 그마저도 없애 버리는 재개발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이런 의미에서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문화유산과 그 맥락을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그것에서 방향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사례를 잘 보여 주는 곳이 아인슈타인이 태어난 도시 독일의 울름이다. 이 도시의 중앙인 시청 부근에는 울름대성당이 높이 솟아 도시의 정체를 말해 준다. 가톨릭 주교좌가 아닌 개신교회임에도 흔히 대성당이라 불리는 이 문화유산은 1377년에 착공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1890년에야 완성됐다. 첨탑까지 높이가 161.5미터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건물이었다. 울름대성당은 긴 역사와 높이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인테리어로도 유명한데, 특히 수백명의 흉상이 조각된 15세기의 장식적인 성가대석은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한동안 울름대성당과 그 앞 광장은 2차 세계대전의 폭격 뒤에 조성된 상업적인 도심과 어색한 관계를 유지했다. 오늘날 도시 인구가 만 명에 불과했던 시절에 지어진 이 문화유산이 인구가 그 열 배가 넘는 현대 도시의 도심과 원만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은 1993년 교회 앞 광장 가장자리에 지어진 울름 슈타트하우스 덕분이다. 이 프로젝트의 설계를 맡은 미국의 유명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는 울름대성당의 네 기둥이 만들어 내는 공간, 곧 베이의 모양과 치수를 그대로 반복하는 격자를 바탕으로 건물 형태와 광장의 바닥 패턴을 디자인했다. 지붕은 길가의 오래된 건물들과 같이 박공 형태를 반복했다. 그 결과 이 현대 건물은 주변과 어울릴 뿐 아니라 대성당을 바라보는 시각의 틀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그것이 현대 도시의 상업가로와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주선함으로써 도시의 환경을 보완하고 개선했다. 건물의 프로그램도 문화유산에서 도출했다. 지하는 교회 광장의 고고학 자료와 역사를 전시하는 상설전시장이고, 지상에는 방문자센터와 전시장, 강당 등 현대의 도시 기능을 담음으로써 명실상부하게 신구가 공존하는 건축이 탄생했다. 울름 슈타트하우스가 도시를 다시 살리는 건축의 상징이 된 것은 이렇게 주변의 문화유산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 그 지역의 프로그램과 문화적 의미를 보완하고 강화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성공적인 도시재생에서 산뜻한 아이디어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문화유산을 출발점이자 참조점으로 삼는 태도가 아닐까 한다.
  • [서울신문 보도 그후] 고령 우륵교 ‘119 구급차’ 통행 허용한다

    6년 만에… 일반 차량은 여전히 금지 환자 응급조치·이송 15분 단축 기대 대구·경북에서 불통의 대명사로 불리는 강정고령보 상단 공도교(우륵교·길이 810m)의 차량 통행이 6년여 만에 가능해진다. 119 구급차량으로 제한돼 일반 차량은 여전히 금지된다. 27일 경북 고령소방서에 따르면 최근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우륵교 진입로에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설치된 쇠말뚝 잠금장치를 열 수 있는 열쇠를 받았다. 이는 고령소방서가 소방법 제22조(소방대의 긴급통행)에 따라 수자원공사 측에 협조 요청해 이뤄졌다. 우륵교 차량 통행이 허가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우륵교 일대에서 사고 발생 시 119구급 차량의 신속한 출동과 원활한 환자 응급조치 및 이송이 가능해지게 됐다. 수자원공사는 대구시 달성군과 고령군을 잇는 총연장 1㎞의 강정고령보를 2011년 12월 준공했고, 이어 250여억원을 들여 강정고령보 위에 2차로인 우륵교를 차량통행에 대비해 설계하중 1등급(43.2t)으로 조성(2012년 9월 준공) 했지만 그동안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시켰다. 우륵교가 수문 및 보 유지·관리를 위한 차량이 드나들기 위해 건설된 공도교로라는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대구시와 달성군도 주민과 우륵교 관광객들의 안전상 문제를 이유로 차량 통행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내막은 달성지역 식당가 민원과 수변 관광지 기능 위축, 연결도로 추가 건설 문제 등으로 알려졌다. 고령소방서 관계자는 “구급 차량의 우륵교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다산면의 응급환자를 대구까지 이송하는데 최소 15분 이상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상황 발생 시마다 쇠말뚝 잠금장치를 해제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쇠말뚝을 전자식기기로 교체하거나 전면 철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용택(83) 고령군 강정고령보 차량통행추진위원회는 “우륵교를 응급차량에 한해 허용할 게 아니라 전국 4개 보의 다른 공도교와 마찬가지로 일반 차량도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연간 300억원 이상 물류비용 절감 등 각종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령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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