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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안락사/우득정 논설위원

    지난 여름 어머니가 혼수상태 한달여 만에 정신을 되찾은 날, 레지던트가 불렀다.6개월에 걸친 어머니의 췌장암 진전상황을 컴퓨터에 입력된 자료를 통해 설명한 뒤 죽음의 순간이 닥쳤을 때 생명연장 장치에 의존할 것인지를 물었다. 뇌사 상태에서 인공호흡기로 심장의 활동을 지속시킨다는 것이었다. 일단 인공호흡기를 부착하면 사망에 이를 때까지 임의 철거는 불가능하다는 설명과 함께. “어머니는 발병 사실을 안 순간부터 아등바등하며 살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말하자 그러면 인위적인 생명연장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했다. 어머니가 입원했던 암병동에는 생명 연장을 위해 중환자실을 택하는 보호자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대신 의사가 “1인실로 옮겨야 한다.”고 하면 임종이 머잖았다는 최후통첩이었다.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년에 이르기까지 간병에 지친 보호자들은 의사의 한 마디에 마침내 기나긴 터널에서 벗어났다며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것 같았다. 9월의 첫 아침 햇살을 얼굴 가득히 받으며 어머니의 가쁜 숨결이 마침내 멎자 아내는 편안하게 돌아가 주셔서 감사하다며 어머니에게 깊이 고개 숙여 절을 했다. 친구의 어머니처럼 마지막 한, 두달을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지나 않을까 우려를 했던 탓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악몽처럼 어쩌면 영원히 떨쳐지지 않을 것으로 두려워했던 것이다. 물조차 삼키지 못해 끊임없이 갈증을 하소연하기는 했지만 1인실로 옮긴 지 하루 만에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되뇌이던 대로 ‘잠자듯이’ 떠나셨다. 장례를 치르고 홀로 아파트단지 놀이터 벤치에 앉았을 때 중환자실로 모시지 않은 게 과연 잘한 짓인지, 내가 만일 죽을 병에 걸려 누웠다면 어머니는 그렇게 쉽게 포기했을까 하는 자문을 하며 자괴심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나는 괜찮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그 말이 갑자기 그렇게 서럽게 다가올 수가 없었다. 개똥밭에 뒹굴어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고 하지 않은가. 스위스 로잔 대학병원이 내년부터 죽음을 원하는 말기 환자들의 안락사를 돕기로 했다고 한다.1세기 이상에 걸친 안락사 논쟁이 재연될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죽음도 공식에 꿰맞춰 도식화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서울서남부 최대조폭 31명 구속

    학교폭력 조직에서 출발, 서울 서남부지역 최대 폭력조직으로 성장한 ‘이글스파’ 조직원들이 일망타진됐다. 이글스파는 중고등학교 ‘일진’들을 영입, 세력을 키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폭력사범 전담 서울지역합동수사부는 폭력조직 이글스파가 유흥업소를 상대로 금품을 뜯고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 두목 김모(41)씨 등 31명을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행동대원 김모(36)씨 등 24명을 지명수배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 등은 관악구와 금천구 일대 나이트클럽과 퇴폐이발소 등에 조직원을 취직시킨 뒤 업소당 매달 200만∼300만원씩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이 관내 유흥업소를 제 집처럼 드나들며 마신 공짜 술값만 1억 8000만원에 이른다고 검찰은 전했다. 말을 듣지 않는 업소 주인들에게는 어김없이 제재를 가했다.김씨 등은 또 지난 1997년 11월 서울 상계동 재개발 단지에서 철거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서울 각지의 재개발 공사현장을 돌며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전국이 ‘꽁꽁’

    전국이 ‘꽁꽁’

    서해안 지역에 폭설이 내린 가운데 18일 한강과 제주에 얼음이 어는 올 겨울 최대의 한파까지 몰아쳐 추위와 눈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의 수은주는 올 최저인 영하 14도를 기록하고, 새벽에는 초속 2.5m의 바람이 불어 체감기온이 영하 18.8도를 기록했다. 한파는 전북과 중부내륙ㆍ강원지역에서 심해 전북 임실이 영하 23.2도, 대관령 영하 20.9도, 영월 영하 19.5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호남 이어 경기ㆍ충남에 눈 기상청은 “이번 겨울 들어 한강의 관측지점이 처음으로 얼었다.”면서 “결빙은 지난해보다 24일, 평년보다 27일 빨랐다.”고 밝혔다. 한강 결빙은 제1한강교 노량진 방향 2∼4번 교각 사이 상류 100m 지점에 얼음이 생겨 물속을 완전히 볼 수 없는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기상청은 “19∼21일 기온이 평년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다소 풀리겠지만 22일부터는 찬 대륙고기압이 다시 확장되면서 맹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찬 대륙고기압과 서해북부 해상에서 발달한 약한 기압골의 영향으로 서울을 비롯해 경기 및 충남 일부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고 전했다. 경기와 충남 일부지역은 3∼8㎝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호남 잇단 폭설로 피해 급증 영하 10∼20도 안팎의 한파로 도로와 농사용 시설물, 수도관 등이 얼어붙으면서 주민들은 10여일째 생활불편을 겪고 있다. 전날 내린 눈으로 전남 강진군 병영면 도룡리 한모(74)씨의 가건물이 무너져 한씨가 중태에 빠졌다. 나주시 노안면에서는 1000여평의 양곡보관 창고가 무너져 12만여가마의 곡물이 눈에 뒤덮이는 등 서해안 지역과 장성, 함평 등 내륙지방에서 축사, 비닐하우스 등의 붕괴 사고가 잇따랐다. 전북 전역에는 모두 600여건의 수도관 및 계량기 동파사고가 발생했다. 국도·지방도 등지의 고갯길 결빙 구간에서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 수십명이 다쳤다. 또 목포·여수항과 광주공항을 기점으로 운항하는 여객선과 항공기가 한때 결항됐다. ●군 투입·민방위 동원령 검토 전남도와 전북도는 눈이 잠시 그친 18일 군·경·주민 등 8000여명과 3000여명을 각각 피해 농가 등에 투입, 본격적인 복구작업을 폈다. 육군은 호남지역에 폭설이 내린 이달 5일부터 18일까지 병력 2만 4837명을 동원, 피해 복구에 나섰다고 밝혔다. 장병들은 18일까지 비닐하우스 1179동을 복구하고 212동은 철거했으며, 축사 24동도 원상태로 복구했다고 육군은 설명했다. 한편 박준영 전남지사는 “폭설피해 규모와 범위가 심각한 상황이므로 군·경·공무원 등과는 별도로 민방위대원을 추가 투입할 수 있도록 시장·군수가 동원령을 발령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전남도는 또 정부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하고 각 시·군의 예비비를 응급복구 재원으로 우선 사용토록 조치했다.18일 현재 이 지역 폭설 피해액은 전남 1504억원, 전북 369억원, 광주 55억원 등 모두 192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광주 최치봉·서울 전광삼기자 cbchoi@seoul.co.kr
  •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철거민 위장전입 ‘물의’

    구청장이 철거민의 임대아파트 입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철거민들을 위장전입시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은 지난 8월 아파트가 헐린 뒤 임대아파트 입주를 요구하고 있는 주안8동 주공아파트 철거민 10가구를 주안6동 주공아파트에 입주시키기 위한 서류를 갖추려고 지난 6일 자신의 집에 철거민들을 허위로 전입시켰다. 아파트가 헐리면서 주민등록이 말소된 철거민들이 임대아파트 재입주를 위한 제출 서류인 주민등록등본을 낼 수 없게 되자 박 구청장이 이같은 방책을 짜낸 것. 철거민들은 지난 8월 아파트가 강제철거에 들어간 뒤부터 구청 안에 천막을 치고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는 데다 마땅한 이주대책이 없어 구청으로서는 골칫거리였다. 때문에 구청장이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고육지책 차원에서 편법을 발휘한 것이기에 이해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러나 남구의회 이은동 의원은 “어떤 의미에서든 구청장이 법을 위반했다.”며 “구내 재건축이 필요한 시점에 구청장이 철거민들을 감싸안아 잘못된 선례를 남긴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박 구청장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모 변호사는 “주민등록법을 위반했지만 천막으로 내몰린 주민들을 위해 한 일이므로 위법성 조각사유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이해되더라도 실정법 위반이 명백하므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광주 빈집 829가구 일제정비

    도심에 방치된 빈집이 철거되거나 새롭게 단장된다. 16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사나 화재, 노후, 장기간 방치 등으로 인한 빈집은 광산구 388가구, 동구 186가구, 서구 136가구, 북구 86가구, 남구 33가구 등 모두 829가구로 나타났다. 시는 이 집들이 청소년 범죄 장소로 사용되거나 화재·붕괴 등 안전과 시민 위생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 일제 정비하기로 했다. 이들 빈집은 보존 상태에 따라 철거 또는 재활용된다. 1차 철거대상은 안전상 위험 건축물, 화재발생 위험 건축물, 도시미관 저해 건축물 등으로 총 40가구다. 시는 해당 건축주에게 자진철거를 유도해 응할 경우 최대한 행정 지원하기로 했으며, 이를 거부하는 소유주에 대해서는 건축법에 따라 미관개선, 안전관리 명령을 내리고 관할구에서 집중 관리토록 할 계획이다. 또 전원주택이나 주말농장 등 재활용이 가능한 농촌 295가구와 도시 494가구 등 789가구에 대해서는 자진 정비를 유도하되 불응할 경우 구청에서 방역, 청소 등을 시행하도록 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남산이 확 달라진다

    남산이 확 달라진다

    남산은 서울의 얼굴입니다. 조선시대 서울의 안산이었던 남산은 소나무로 울창한 숲을 이뤘습니다. 인왕산과 연결된 통로에 호랑이가 다녔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랬던 남산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지금의 남산식물원 자리에 조선신궁을 세우고 길을 닦으면서부터였습니다. 광복 이후 이승만 초대정부는 조선신궁을 철거하기는 했지만, 이후에도 남산의 수난사는 계속됩니다. 60년대 남산 1·2·3호 터널이 뚫리면서 남산의 심장이 관통됐고, 국회의사당 공사가 시작되면서 남산은 만신창이가 됐습니다.70년대 전후로는 어린이회관, 남산식물원, 남산도서관 등이 세워지면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됐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빽빽하게 늘어선 기념비와 동상은 애국과 계몽의 당시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이후 남산의 시간은 70년대에 멈춰서 있었습니다. ■ 새옷입은 N서울타워 서울타워 없는 남산은 ‘앙꼬 없는 찐빵’과 다름없다. 서울타워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1980년대 시골 사람이 남산에서 찍은 사진을 내밀며 ‘서울구경 다녀왔다.’고 자랑할 정도로 서울타워는 그야말로 명물이었다. 그러나 서울타워는 시설이 낡고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런 가운데 서울타워는 지난 9일 새단장을 마치고 ‘N서울타워’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기업인 CJ 계열사인 CJ엔시티가 위탁운영하게 되면서 150억원을 들여 새단장을 했다. 개관한 뒤 하루 평균 방문객은 평일 2500명, 주말 4000명으로 CJ엔시티측은 개관 첫주치고는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알뜰족도 신나게 논다. 이번 리모델링의 특징은 ‘알뜰족’을 배려했다는 점이다. 굳이 입장료(성인 7000원)를 내고 들어가야하는 전망대가 아니더라도 타워 곳곳에서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통유리 너머로 굽이굽이 흐르는 한강과 고층빌딩·아파트 숲을 한눈에 볼 수 있다.80인치 대형 모니터에서는 전망대에서 보이는 서울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통유리 바로 앞에는 빨강색 그네의자와 침대의자 등 재미있는 디자인의 의자가 곁들여져 있다. 의자마다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영화 예고편이나 최신 뮤직비디오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조만간 정기적으로 금요콘서트와 주말영화제도 열리게 된다. N서울타워 리모델링을 맡은 AI설계사무소 박진 소장은 “로비의 의자를 두고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라면서 “입장권을 사지 않고 서성거리는 방문객들이 쇼핑을 하거나 쉬면서 문화체험을 하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바깥에서는 탁 트인 타워 앞마당에 오르면 푸드코트와 연결된 ‘하늘 길’이 펼쳐진다. 전망을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계단 턱 밑으로 은은한 조명이 새어나와 아늑한 느낌이 든다. ●낭떠러지 떨어지는 듯한 스릴 입장권을 사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전망대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야경이다. 고층빌딩이 뿜어내는 빛들이 사이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실내의 조명과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전망대의 명소는 2층에 자리한 아찔한 느낌이 드는 ‘쇼킹엣지(Shoking Edge)’. 전망창과 맞닿은 천장과 바닥에 30㎝ 너비의 거울을 붙여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같은 층 ‘천상의 화장실’도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소변기가 전망창문에 붙어 있어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볼일’을 볼 수 있다. 이곳은 해발 400m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화장실인 셈이다. 전망대 1·5층에는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 ‘한쿡’과 스테이크 전문점 ‘n.Grill’이 들어섰다. 특히 ‘N.Grill’은 식당 자체가 48분동안 한 바퀴를 돈다는 장점때문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예약은 거의 끝난 상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경배 부연구위원은 “N서울타워는 관광객을 꾸준하게 끌어모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친절한 서비스 등을 통해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자리매김해야한다.”면서 “남산공원 역시 서울타워의 리모델링을 계기로 노후화된 다른 시설물도 재배치하고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여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이두걸기자 carilips@seoul.co.kr ■ 남산 제대로 즐기기 N서울타워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서울시가 남산 생태계 보전을 이유로 지난 5월부터 남산 순환도로의 승용차 통행을 금지한 탓이다. 굳이 승용차를 갖고 가려면 국립극장·남산도서관 등의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지만, 주차공간이 넉넉지 않다. 장충단공원 부근에서 남산순환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간편하지만 재미는 덜하다. N서울타워까지 오르면서 오붓한 얘깃거리를 만들거나 색다른 정취를 맛보고 싶다면 남산도서관에서 걸어가거나(30분 소요) 케이블카를 탈 것을 권한다. ●근대화의 추억을 떠안은 남산 남산도서관이 있는 회현지구에는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비롯해 1970년대 전후로 조성된 시설들이 많다.1968년 만들어진 남산식물원은 오는 23일이면 서른 아홉살이 된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과 곰팡이로 얼룩진 기둥이 낡은 건물의 나이를 가늠케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열대 식물에 맞춰진 따뜻한 온도는 바깥의 추위를 녹이기에 제격이다. 바로 옆 동물원에서 악취를 풍기는 열대 원숭이도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지만, 동물원이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신기했을 법하다. 남산공원사업소 김을진 소장은 “외국에서 들여온 동·식물이 진귀했던 시절 시골에서 서울에 올라오면 이 곳을 꼭 한번 둘러보고 갔을 정도로 당시에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면서 “그러나 시설이 낡아 입장객 수는 80년대 후반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친구와 식물원을 찾은 김명희(29·대학원생)씨는 “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견학와서 친구들과 함께 식물원에서 찍은 사진이 아직도 앨범에 꽂혀 있다.”면서 “당시에는 무척 넓게 느껴졌던 식물원이 생각보다 작은 것을 보면 나도 어느새 어른이 됐나보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산식물원·동물원은 내년 5월부터 철거되고 복합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이런 추억을 되새길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둥근 돔이 있는 서울시과학교육원은 당초(1970년) 육영재단이 어린이회관으로 지었던 곳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남산까지 올라오기 힘들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닫고 어린이회관은 능동으로 이사갔다. 현재 서울시과학교육원 건물 지하에는 에너지관·지진관 등이 들어서 학생들의 견학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맞은편 안중근의사기념관은 남산식물원 자리에 있던 일제신궁이 철거된 뒤 1970년 민족의 정기를 선양하기 위해 건립됐다. 광장에는 ‘민족정기(民族正氣)의 전당(殿堂)’‘국가안위 노심초사(國家安危 勞心焦思)’ 등의 비석과 친일 미술가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안중근 의사의 동상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애국과 계몽´이라는 당시 특유의 분위기를 풍긴다. 한때 이 곳에서 박정희 친필 기념비 철거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남산하면 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는 회현동 승강장에서 남산꼭대기의 예장동 승강장까지 605m 구간을 3분 동안(초속 3.2m) 오르내린다. 땅과의 높이차이가 138m로 저 멀리 서울시내 전망을 감상할 수 있고, 스릴또한 만점이다. 이같은 남산 케이블카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오! 수정’에서는 황망함으로 묘사된다. 여자 주인공(故 이은주 역)이 탄 케이블카는 고장나서 산중턱에서 갑자기 멈춘다. 영화는 우리의 삶이 케이블카의 스릴만큼이나 잠시나마 행복하기도 하지만 언제 어디서 고장날지 모르는 불안하기도 한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게다. 실제로 2002년 케이블카 2대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60여명의 탑승객들이 1시간여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케이블카 운영업체인 삭도공업주식회사 관계자는 “외줄에 매달려 이동하는 케이블카는 밑에서 보는 사람은 혹시 아슬아슬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고에 대비해 충분한 안전장치를 해두었으며 영화처럼 멈춰선 것은 2002년 이후 단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글 이두걸 김유영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서울 이야기] (32) 지하철 문화

    [서울 이야기] (32) 지하철 문화

    많은 미래학자들은 미래가 신 보헤미안(New-Bohemian)의 시대가 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신 보헤미안이란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예술적 기를 발산하고자 여기저기 떠도는 15세기 체코 보헤미아 지방의 집시들처럼,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곳 저곳에 떠다니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디지털 기술과 세계화가 결합한 지금, 세계는 신 보헤미안들로 급변하고 있다. 시장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는 사람들. 어디서든 어느 곳의 일이든, 무엇이든 처리하는 사람들. 그러기에 세계는 지금 ‘유목민의 시대’라 불린다. 21세기가 새로운 보헤미안이 지배하는 유목민의 시대가 된 것은 디지털 정보기술 때문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랩탑 컴퓨터, 모바일 폰, 디지털 정보의 수신이 가능한 각종 정보기기와 디지털 영상 때문에 사람들은 어디서나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각국은 어떻게 하면 디지털 정보가 무리없이 수신되고 전송될 수 있는 지역을 만들지 고민한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언제나 지배하는 세계. 바로 디지털 유비쿼티스의 세계를 만들자는 것이 세계 모든 도시의 꿈이다. 꿈의 네트워크가 재림하는 디지털 유비쿼티스의 세계. 그런데 이 꿈은 이미 서울에 활짝 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울의 지하철은 바로 그 현장이다. 이곳은 첨단의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세계다.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멀티미디어 광고판과 각종의 영상정보기기들, 그리고 이동하는 잠시의 자투리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바일러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디지털의 현상에서만 보자면 서울의 지하철은 유비쿼티스가 완성된 세계라 할 수 있다. ●지하철은 문화의 창이다. 서울에 지하철이 놓여진 건 1974년이었다. 청량리에서 서울역까지 10㎞구간에 단선으로 운행되던 지하철은 지금 8개 노선에 304㎞의 길이를 가진 세계4대 지하철로 발전하였다. 영국에 지하철이 처음 개통된 것이 1863년이다. 세계 최초의 지하철보다 110년 늦게 개통되었으나 불과 30년 만에 우리는 세계의 지하철을 따라잡았다. 서울의 지하철은 현재 37%의 수송분담률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이 지하철을 이용, 서울과 수도권을 이동하고 문화를 보려면 지하철을 보라고 얘기한다. 지하철에는 그 나라 사람들이 자투리에 즐기는 문화가 있다는 얘기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 그것이 서울의 상이자 이미지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 나라의 여가와 생활문화, 일상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도쿄의 열차는 만화책을 보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일본 사람들의 일상에 만화가 얼마나 깊게 자리잡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에게 만화는 생활인 것이다. 바로 이 사람들이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을 이끈다. 자투리 시간에라도 만화를 즐기는 사람들 때문에 일본은 튼튼한 시장을 형성하며 세계를 지배하는 경쟁력 있는 만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의 지하철은 ‘악명높은’ 낙서예술,‘그래피티’로 유명하다. 지하철역마다 지저분할 정도로 여기저기 그려진 낙서들은 그러나 현대 뉴욕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많은 예술가들은 지하철의 벽과 전동차를 화판 삼아 회화의 기초를 닦는다. 때문에 여기서 많은 작가들이 나온다. 현대 회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바스키야(J.M.Basquiat)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그래피티로부터 시작하여 뉴욕 예술을 지배하는 선도자가 되었다. 아무리 지저분한 낙서라도 예술로서 받아들이는 시민들의 태도. 그리고 그로부터 다양한 예술을 만들어 내는 뉴요커들의 힘. 뉴욕이 파리보다 앞서 현대 예술을 실험하는 장이 되고 있다는 얘기는 이 그래피티로부터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처럼 서울의 지하철도 서울의 문화와 일상, 생활의 단편을 보여주고 있다. 각종 휴대전화를 갖고 전화를 하거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자. 그것은 바로 우리가 정보통신 강국이고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세계 1위의 휴대전화 가입률을 자랑하고 있고, 세계의 모든 게임업체들이 게임 출시에 앞서 시장 가능성과 버그 여부를 타전하는 베타테스트로 한국을 택할 정도로 가장 큰 게임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인터넷과 게임 분야에 있어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지하철은 멀티미디어 경쟁장이다.2002년 월드컵 이후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가 지하철에 보급되면서 서울의 지하철은 아웃도어 미디어(Out-Door Media)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아웃도어 미디어란 가정 내 있는 TV와 달리 집 밖에 있는 TV와 미디어, 즉 지하철과 도시 곳곳에 설치된 하이비전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집 안에서 미디어를 즐기는 시대에서 집 밖에서, 그 모든 곳에서 미디어를 즐기는 나라가 되었다. 2002년 서울광장을 뒤덮었던 붉은악마의 물결.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아웃도어 미디어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모든 기기는 진보하듯, 지금 아웃도어 미디어는 다시 테이크 아웃 미디어(Take-out Media)에 자리를 내 주고 있다. 위성파와 지상파 DMB 등 다양한 매체들이 모바일 폰으로 시민들의 일상에 자리잡는다. 지하철은 그 대표적 공간이다. 휴대전화로 TV를 보고, 디지털 정보들을 수신하며, 게임과 오락, 이메일 등을 체크하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우리가 세계에 앞서갈 수 있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도쿄의 지하철이 일본의 만화산업을 상징하고, 뉴욕의 지하철이 뉴욕의 현대예술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우리의 지하철은 우리가 세계에 앞서나가는 정보와 디지털, 영상의 강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문화공간으로서 지하철 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하철. 시민의 일상이 담겨 있는 지하철. 이 지하철을 문화공간화하자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그 꿈이 현실화 된 것은 2002년 월드컵과 관련해서다. 2002년 월드컵 개최와 더불어 뭔가 보여줄 것이 필요했던 서울시는 2000년, 정보와 미디어 도시라는 서울의 특징을 세계에 알려 줄 ‘미디어 시티 2000’(Media City 2000) 행사를 기획하게 된다. 도심 내 하이비전을 이용, 디지털 예술의 새로운 장을 보여주고자 했던 행사는 행사 진행상의 문제점과 도심 내 하이비전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로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행사를 준비하면서 지하철 역사 곳곳을 문화공간을 조성하기에 이른다. 광화문 갤러리는 당시 기획된 지하철 문화공간 중 하나다. 이후 지하철 문화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높아지면서 서울시는 두 가지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하나는 광화문 갤러리와 같이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충무로에 문을 연 활력연구소(현재 오!재미동)나 혜화역의 전시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다른 하나는 지하철 예술무대 개최다. 국내 및 해외 연주팀을 초청, 지하철 역사 및 전동차안에서 각종 연주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맛볼 수 있도록 한 이 정책은 시민들로 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2002년과 2004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문화정책 중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민들은 모두 ‘지하철 예술공간 조성’을 첫번째로 꼽았다. 멀리 있기보다는 가까이 있는 곳의 예술을 가장 우수한 정책으로 꼽은 것이다. 서울시는 향후 이 지하철은 점점 더 친숙한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려 하고 있다. 우선 지하철 문화공간을 확충하는 한편, 예술무대를 활성화시키는 주력하고 있다. 지금은 역사 내에 인접한 각 건물이 앞 다투어 지하철 공간과 연계된 예술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이 공간들을 예술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서울시의 주요한 정책이다. 이어 서울시는 좀 더 나은 지하철 문화를 만들고자 상업적인 것보다는 예술적인 광고물의 홍보공간으로 사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 서울의 지하철은 정보통신과 영상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서울의 상업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지저분할 정도로 지하철 공간을 뒤덮고 있는 상업적 광고물과 미디어는 지금 당장 철거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점점 공익적·예술적 용도로 사용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서울의 지하철은 조만간 9호선 개통과 더불어 강남과 강북, 강동과 강서, 서울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광역철도망으로서 거듭날 예정이다. 시민의 모든 일상은 지하철로 연결될 것이고, 대중교통 우선정책으로 서울의 지하철은 자가용보다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지하철은 단지 교통수단이 아니다. 지하철은 그 시대, 그 나라, 그 도시의 문화를 보여주는 전시장이다. 사람들이 일상이 담긴 곳이고, 우리의 문화가 담긴 곳이다. 그러니 만큼 우린 서울의 지하철을 좀 더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예술과 미학이 담긴 매력적인 얼굴로 만들어야 한다. 서울의 지하철은 바로 서울의 얼굴이자 시민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라도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비닐하우스 세우는데 또…

    비닐하우스 세우는데 또…

    호남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14∼15일 또다시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붕괴되는가 하면 진행중이던 복구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15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진도·함평·영광·장성·고창·정읍·부안 등 호남 서부지역에 10∼20㎝의 눈이 내렸다. 이로 인해 이날 오전 8시30분쯤 전남 나주시 문평면 학교리 평전마을 나모씨 소유의 축사가 붕괴되는 등 나주·영광 등지의 축사 14곳이 무너져 3억여원의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3차례의 폭설로 호남지역에 발생한 피해액은 전남 1375억여원, 광주 50여억원, 전북 316억여원 등 모두 1740여억원으로 늘었다. 전남·전북도는 이날 군·경·공무원 등 각각 2000여명을 고창·정읍·영광·장성·함평 등 서부지역에 집중 투입, 비닐하우스 철거 및 재건립 등 복구활동을 폈으나 잔설과 추가로 쏟아지는 눈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지역은 최근의 잦은폭설에 한파까지 겹쳐 빙판길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전남 화순군 한천면사무소 앞에서 군내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승객 12명이 다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했다. 또 광주공항을 기점으로 운항하는 일부 여객기가 한때 결항됐고, 출퇴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계속되는 등 폭설에 따른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버려진 인천 ‘영화세트장’

    인천지역에 유명 영화 및 드라마 세트장이 산재해 있음에도 타 시·도에 비해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재)인천문화재단이 주최한 ‘한류의 파급효과와 인천연계 방안’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한류(韓流) 열풍으로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인 춘천 남이섬에 매년 5만여명의 중국·일본·동남아인들이 다녀가는 등 대부분의 전국 드라마 및 영화 촬영지가 외국인의 인기 관광지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 ‘풀하우스’ ‘슬픈 연가(옹진군 시도)’ ‘천국의 계단(중구 무의도)’, 영화 ‘실미도’ 등 다양한 한류 자원을 가지고 있는 인천의 경우 별로 재미를 못보고 있다. ‘실미도’의 촬영장인 실미도는 한때 주말이면 관광객이 수천명씩 찾아들었으나 세트장이 불법 건축물 시비로 철거된 이후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옹진군이 관리하고 있는 ‘슬픈 연가’ 세트장과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 번영회가 관리하는 ‘천국의 계단’ 세트장은 홍보부족과 관리부실 등으로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받는 실정이다.인천은 인천공항이 위치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연간 40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왕래하고 있음에도 이들 관광자원을 제대로 활용 못해 외국인 관광객을 타 시·도에 빼앗기고 있다. 물론 이들 세트장이 섬에 위치해 교통이 불편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뱃길로 10여분 거리인 점 등을 감안하면 관광전략의 부재를 탓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인천 김학준기자kimhj@seoul.co.kr
  • 도로변 콘크리트 흉물 전차 방호벽 사라진다

    경기북부 도심지역 전차 진입 저지용 대전차 방호벽이 구리 교문4거리 방호벽 철거를 시작으로 잇따라 철거를 기다리고 있다. 대전차 방호벽은 전쟁에 대비, 적 전차의 수도 진입시간을 지연시킨다는 목적으로 지난 70년대 주요 도로 곳곳에 설치됐다.그러나 지역 이미지와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교통량이 적었던 시절 도로폭에 맞춰 시공돼 교통장애 요인이 되면서 지자체와 주민들이 줄곧 철거를 추진해 왔다. 구리시는 9일 서울 중랑구 망원동에 인접한 교문동 교문4거리 6번국도에 지난 71년 설치된 방호벽 철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는 연말까지 철거될 이 방호벽은 길이 34m, 폭 18m, 높이 10.5m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철거비용만 13억원에 이른다. 또 철거되는 방호벽 대신 17억원을 들여 함정형 지하구조물인 대전차구가 설치된다. 의정부시도 호원동 3번 국도 서울 경계 인접 지하철 1호선 회룡역 앞 방호벽(길이 25m, 폭 18.3m, 높이 6m)의 철거작업을 오는 26일부터 시작한다.또 양주시와의 경계인 녹양동 방호벽과, 장암동 지하철 7호선 차량기지 인근 방호벽 등 5군데 방호벽도 군부대와의 협의를 거쳐 철거할 예정이다.구리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사적지에 을사오적 선정비가…

    ‘을사오적’ 박제순의 ‘선정비(善政碑)’가 인천시 남구 관교동 인천도호부청사 옆 인천향교 마당에 세워져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의 인천시장 격인 인천도호부사를 지낸 15명의 업적을 기리는 선정비 18기중 뒷줄에 박제순의 영세불망비(行府使朴公齊純永世不忘碑)가 있다.박제순은 1888년 5월부터 1890년 9월까지 인천도호부사를 지냈다. 박제순은 1905년 일본과 을사늑약을 체결한 대한제국 대신 중 한명이며,1910년에는 내무대신으로서 한일합병조약에 서명한 대표적인 친일파다. 이 때문에 매국노의 선정비가 문화유적지에 버젓이 세워져 있는 것은 역사의식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천사연구소 남달우 연구위원은 “박제순의 선정비가 오랫동안 향교에 세워져 있었는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선정비를 철거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박길상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을사오적을 기리는 비석이 아직까지 인천의 심장부에 버젓이 남아 있는 것은 친일청산이 어느 수준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며 “인천시는 이제라도 선정비를 즉각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연대는 다음주 인천향교에서 친일 청산과 선정비 철거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가질 예정이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서울 이야기] (31) 문화도시의 건축물

    [서울 이야기] (31) 문화도시의 건축물

    한강 노들섬에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예산 문제 등으로 건립시기가 연기됐지만 오페라 하우스는 아시아 문화예술의 교류거점,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예술거점이 될 전망이다. 또 한강을 중심으로 문화도시 서울의 위상을 보여줄 상징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수준의 건축물이 서울의 문화예술을 상징하고, 서울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문화자원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서울시는 1차 국제설계공모전의 결과를 널리 알리는 책자를 발간했다. 이명박 시장도 서문에서 “21세기를 맞아 세계 곳곳에서 문화열풍이 불고 있고, 문화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서울은 세계일류의 문화도시, 동아시아의 문화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문화도시에 대한 열망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의 발전목표로 제시됐다. 서울시는 내년을 ‘문화의 해’로 선포하고, 문화도시의 기틀을 갖추고 세계 일류도시로 도약하는 청사진을 담은 ‘비전2015, 문화도시 서울’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은 과연 우리에게 문화도시로 다가올 것인가, 문화도시에서 건축물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도시 서울 지난 10월1일에 복원 개통된 청계천을 찾은 사람들의 숫자가 58일 만에 1000만명을 넘었다. 대한민국 인구의 5분의1이 방문한 셈이다. 하루 평균 17만명이 방문하고,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도 25만명을 넘었다. 서울시는 방문객 1000만명 돌파를 기념해 연말의 첫 주말인 12월 3일과 4일에 청계천 일대에서 ‘나눔의 축제’를 개최했다. 이웃사랑 캠페인, 헌책나누기,‘천의 얼굴’ 사진촬영대회, 시민걷기대회, 전통 민속놀이-체험행사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들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하천을 복개하고 고가도로를 설치해 최대의 교통수요를 담당하게 했다. 그런 곳에 물이 다시 흐르고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조성됐다. 차량도로는 최소한으로 축소했다. 청계천 일대가 더 이상 서울의 교통요충지가 아니라, 축제의 장으로, 시민의 여가공간으로,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과거와는 너무나 다른 도시현상을 서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규모의 교통교차로가 있었던 시청 앞은 시민의 잔디광장으로 변모했다. 최근에 완공된 숭례문광장도 마찬가지이다. 증가하는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해 넓히기만 했던 차도는 그 폭을 줄여서 ‘걷고싶은 거리’에 일조한다. 원활한 차량소통을 위해 설치된 도심부의 지하도는 보행자 중심의 횡단보도로 대체된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경쟁적인 무질서한 간판들이 질서 속에서 공존하여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에 참여한다. 북촌에는 더 이상의 개발이 저지되고 최소한의 용도변경 및 보수로 옛 모습을 보존한다. 한옥은 이제 생활하기 불편한 건물로 버려지기보다는 옛것에 대한 멋과 긍지로 그 존재의 가치가 전환된다. 잊혀진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종로타워 자리의 화신백화점)과는 달리, 시청본관은 서울의 근·현대사를 담을 역사전시관의 문화유산으로 남는다. 한강 또한 청계천처럼 더 이상 도시순환기능의 존재로서가 아니라, 도시생태성의 중심지로, 시민의 여가공간으로, 관광의 명소로 변모할 것이다. 도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빠른 자동차 위주의 도시가 느리게 걷는 보행자 중심의 도시를 지향하며 변모하려 한다. 물리적 팽창을 가속화하는 신도시 개발의 경향에서 도시의 역사적, 장소적 의미를 되살리는 도심재정비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도시의 효율성과 기능성에 대한 절대적인 논리가 역사성, 장소성에 대한 상대적 가치로 역전된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이 열리면서 더 이상의 양적인 생산이 도시의 활성화를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서울이 질적인 단계인 문화도시를 추구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도시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에 도시생활의 양식 또한 달라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주 5일 근무제 시행은 매우 시기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문화를 체험할 공간과 시간이 마련되어야 시민들이 문화를 이해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문화시민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문화도시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멀어지는 건축문화 도시의 공간구조가 바뀌고 시민의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서울은 점차 문화도시로 다가서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도시를 형성할 물리적인 대상인 건축물은 어떠한가. 얼마 전, 중앙박물관(구총독부) 철거와 더불어 한동안 화제의 대상이었던 용산 국립박물관이 완공돼 여러 TV채널에서 소개되었다. TV소개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우선 현장기자가 건물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한 후에 박물관 소장과 미술평론가와의 전문가의견, 그리고 일반관람객의 체험담을 들려준다. 이러한 소개는 비단 중앙박물관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라 일반적이기에 그리 주목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에게 관심거리가 되는 건물을 소개할 때에 건축가의 설명이 가장 우선시 되는 유럽의 경우와는 매우 상이하다. 마치 영화를 소개할 때에 영화감독의 설명이 불필요한 경우와 그리 다르지 않다. 우리사회에 있어서 건축가는 그 옛날 다보탑을 만들었던 무명의 석공처럼, 조선 백자를 만들었던 무명의 도공처럼 시대의 집단적 ‘기술인’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서울대 건축과 김광현 교수가 지적했듯이,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건축법의 첫머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제1조, 목적:이 법은 건축물의 대지, 구조 및 설비의 기준과 건축물의 용도를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 기능, 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규정해 건축의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프랑스의 건축법은 ‘건축은 문화의 표현이다.’로 시작된다. 만약 건축이 문화적 대상이라면, 건축가도 문화인으로 인식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고, 건축이 단지 기술적인 대상이라면, 건축가는 기술인일 뿐이다. 건축이 기술적인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에 턴키(Turnkey)방식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턴키방식은 시행자가 설계와 시공을 일괄하는 제도로서 발주자의 관리와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고, 시공의 비용절감과 공기단축의 장점이 있지만, 시공위주의 철저한 경제논리를 바탕에 두고 있다.IMF 이후로 설계공모전이 점차 턴키방식으로 운영되자 설계사무소는 대형화, 기업화되고 소규모의 사무소는 사라지는 추세이다. 따라서 자신의 이름을 건 건축가는 사라지고, 익명의 집단 속에서 건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건축의 대중화를 통한 문화적 건축 우리가 문화도시를 원한다면, 건축이 문화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가가 기술인이 아니라 문화인으로 세상에 나와야 한다. 대중과 직접 대화하고 서로 교감을 가져야 한다. 건축은 대중과의 교감에서 문화의 영역에 다가서게 된다. 또 대중과 융화될 때 성숙해진다. 그리고 성숙된 건축문화가 문화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그리하면 작품의 질이 높아질 것이며, 대중의 필요를 작품에 반영할 것이다. 이것이 문화적 건축에 도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백승만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계획부 부연구위원
  • ‘예비 문화재’ 스카라극장 훼손

    지난달 근대문화재로 등록이 예고된 서울 중구 초동 스카라극장 건물의 현관 벽체가 헐리는 등 상당 부분이 소유주에 의해 철거된 것으로 밝혀졌다.문화재청은 8일 “소유주측 변호사에 건물철거에 대해 항의했으나 ‘문화재청이 문화재 등록절차를 강행할 경우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겠다.’는 답변만 받았다.”면서 “정식 등록을 위해서는 소유주 동의가 필요한 만큼 설득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1935년 지어진 스카라극장은 국내 초창기 극장건축 역사를 지닌 건축물로 꼽힌다.
  • [수도권플러스] 서울시 청사 30일 철거 시작

    서울시 본관 뒤쪽 청사 철거공사가 오는 30일 시작된다. 새 건물을 지을 공사비는 2125억원으로 결정됐다. 서울시는 1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신청사 건립 계획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입찰공고는 9일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감사관실과 경영기획실, 도시계획국, 재무국은 적십자중앙원 이전으로 비어 있는 서소문별관 사무실로 옮긴다. 비상기획관은 남산 소방방재본부 사무실로, 교통국 교통지도단속반은 종로소방서 자리에 있던 옛 복지재단 사무실로 임시 이전한다.
  • 야나기·아사카와 평전 /나카미마리·다카사키 소지 지음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는 요즘 한국인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비애의 미’를 발견한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일찍이 조선의 예술을 위대한 것으로 보고, 일본의 문화동화정책을 거세게 비판했던 사람이다. 그래선지 그는 한·일 양국에서 자주 비판받는 인물이 되어 있다. 아사카와 다쿠미(1891∼1931)는 야나기 무네요시와 함께 조선민족미술관을 세워 조선의 민예를 연구했던 사람이다. 조선총독부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었음에도, 조선인을 유달리 사랑했고, 조선에 묻히길 원했던 인물이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 특히 문화사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두 일본인의 생애를 조명한 평전이 효형출판에서 각각 번역 출간됐다. ●조선 예술서 남성적 미 발견 ‘야나기 무네요시 평전-미학적 아나키스트’(나카미 마리 지음, 김순희 옮김)는 야나기 무네요시의 사상과 행동을 총체적으로 파악해 그 핵심을 명확히 하면서, 특히 국제관계 사상이라는 관점에서 재평가한 책. 저자는 근래에 야나기에게 가해지는 한국 학자들의 비판이 대부분 그의 활동 전체를 시야에 두지 않고, 어느 한 국면만을 거론한 것이라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조선에서 ‘비애의 미’를 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조선의 예술에서 강력한 남성적 미를 발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총독부의 광화문 철거 반대와 석굴암 수리 비판 등 조선인의 입장에서 조선인의 주체성을 인정했다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조선의 독립투쟁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던 이유에 대해선 일체의 군사력 행사를 부정하는 ‘절대평화 사상’에서 찾는다. 이같은 평화사상은 즉 ‘세계 평화는 한 가지 색이 아니라 모든 민족이 제각기 개성을 발휘하는 것’이라는 야나기의 핵심 사상인 ‘복합의 미’로 연결된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가 한국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1만 8000원. ●일본의 문화동화정책 비판 ‘아사카와 다쿠미 평전’(다카사키 소지 지음, 김순희 옮김)에 대해 저자는 ‘아사카와의 삶이 주는 울림에 사로잡힌 사람들과 함께 쓴 책’이라고 한다. 겸손의 표현이지만 책 곳곳엔 아사카와에 매료된 많은 이의 애정이 완곡하게 스며 있다. 산림학자이자 민예 연구자였던 아사카와는 총독부 공무원이면서도 ‘조선인과 일본인은 똑같은 무게를 지녔다.’는 신념을 가졌던 인물. 그는 조선이 독자적으로 발전해왔음을 인정했고, 조선에 동화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 말을 유창하게 구사했으며, 한복에 바지저고리를 입고 긴 담뱃대를 사용했다. 1931년 그가 사망하자 이웃의 조선 사람들이 서로 상여를 메겠다고 나섰으며, 유언에 따라 장례도 조선식으로 치러졌다. 그는 조선의 흙이 되어 지금도 서울 망우리에 묻혀 있다.1만 7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난쏘공’ 27년째 생명력

    ‘난쏘공’ 27년째 생명력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도입부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1970년대 고도성장 신화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도시 빈민의 삶을 조명한 조세희(63) 작가의 연작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200쇄를 넘겼다.1978년 초판 발행 이후 27년간 87만부가 팔려나갔다. 나오자마자 100만부를 훌쩍 넘기는 책들이 적지 않은 요즘이지만 ‘난쏘공’의 이 숫자는 지난 30년간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 사회의 이면을 돌아보게 하는 의미있는 기록이다. 1일 낮, 조세희 작가를 만난 곳은 서울 대학로의 한 음식점이었다.200쇄 돌파를 자축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때마침 대학로는 시위 도중 사망한 농민 전용철씨를 추모하고, 쌀 협상 비준을 반대하는 농민대회로 소란스러웠다.“내가 산 세월의 흔적을 가장 가까이에서 담아내고싶어서” 요즘도 카메라를 들고 온갖 시위 현장을 빠짐없이 다닌다는 작가는 바깥 상황에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40대 아버지가 중학생 아이에게 ‘난쏘공’을 사줬더니 책을 읽고 나서 ‘아빠, 이 소설 옛날 이야기가 아니네.’라고 했다는 얘길 들었다. 내가 책을 쓸 때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아이들이 이제 이 책의 독자다. 어쩌면 그건 욕이다. 그만큼 이 시대가 여전히 어두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는 “좋은 작품을 쓸 자신이 없어” 곧 작가 되기를 포기했다. 작가가 아닌 직장인이 되어 70년대를 살던 그는 재개발지역에서 강제철거현장을 직접 목격한뒤, 이를 토대로 1975년 ‘칼날’을 발표했고, 이후 12편의 난장이 연작을 펴냈다. 그는 “초판때 문학평론가 김현이 ‘그 책 좋아,8000부는 나갈 거야.’라고 하기에 농담 삼아 ‘3년간 혼신을 다했는데 고작 그거야.’라고 대꾸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200쇄까지 찍을 줄은 몰랐다.”고 감회를 밝혔다.“‘난쏘공’은 별게 아니다. 힘들게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일 뿐”이라는 그는 “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사는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랑이야기여서 30년의 생명력을 가진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 사회가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쓴 ‘난쏘공’은 그가 ‘벼랑끝에 세운 위험표시 팻말’이었다. 하지만 30년이 흐른 지금도 그는 절박감을 느낀다고 했다.“전체가 노력하지 않으면 힘든 시간은 계속될 것이다.” 그는 ‘난쏘공’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쓴 ‘하얀 저고리’의 출간을 몇년째 미루고 있다.“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 못내고 있다.”고 설명한 그는 “(책을)내긴 낼 것이다. 죽은 뒤에라도 꼭 내겠다.”며 웃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씨줄날줄] 청계천 조형물/ 이상일 논설위원

    서울 강남 포스코빌딩 앞에는 ‘아마벨(원제목:꽃피는 구조물)’이라는 조각품이 있다. 세계적인 추상미술의 거장 ‘프랭크 스텔라’가 제작한, 무게 30t의 거대 작품이다.1997년말 17억원을 들여 설치했으나 바로 구설에 올랐다.‘저것도 작품이냐.’‘너무 비싸다.’는 말도 나왔다. 이를 본 사람들은 뭔지 모르겠다며 그저 고철덩어리를 뭉쳐놓은 것에 외화를 낭비했다고까지 비판했다. 철거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라는 설도 돌았다. 결국 포스코측은 조각품 주위에 나무를 심었다. 잎이 무성한 여름철에는 멀리서 잘 보이지 않는다. 미술애호가인 가천의대 이성락총장은 “비판이 많다고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나무를 심어 가린 것은 한심한 짓”이라고 성토했다. 예술품은 보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 그래서 논란이 자주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만도 아니다. 미국 시카고 시청사앞에 설치된 피카소의 조각품 ‘무제’도 마찬가지였다. 높이 15m, 무게 162t의 대형 작품. 피카소가 만들어 1967년 시카고시에 기증했을 때 시민들로부터 꼴불견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지금은 관광가이드 자료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명물 대접을 받는다. 내년 3∼6월께 청계천 기점 부근에 세워질 조형물이 새삼 도마위에 올랐다. 문화연대와 한국미술협회 등의 단체들은 1일 공동성명을 내고 “청계천 공공미술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와 문화적 공론화의 과정이 빠졌다.”고 밝혔다. 또 “설치 가격 340만달러(35억원)는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 조형물은 스웨덴계 미국 작가인 ‘크레스 올덴버그’의 ‘스프링’으로 높이 20m, 폭 6m의 나선형 조개 모양으로 세워진다. 당초 서울시는 이를 구상했지만 올초 문제가 되자 기업이 돈을 대고 기부하는 형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시측은 미술장식품 분과위의 심의를 거쳐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아무리 유명작가가 제작해도 시카고나 포스코 경우에서 보듯 미적 기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주관성이 좌우하는 미술품의 가격을 다른 작품과 비교해 한마디로 싸다, 비싸다고 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다만 국민들의 호응을 받은 청계천에 그런 조각품이 어울리는지 좀더 여론 수렴을 했으면 나았을 듯싶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 [의정 포커스] 용산구 의원들, 집행부 ‘질타’

    [의정 포커스] 용산구 의원들, 집행부 ‘질타’

    서울 용산구(구청장 박장규)는 ‘복지 1등 자치구’로 소문나 있다. 자본금이 50억여원에 이르는 사회복지재단인 ‘상희원’이 있으며,5만여 포기의 김치도 거뜬히 담가내는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박장규 구청장도 복지 문제만큼은 스스로 챙길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듯 용산구의회(의장 정효현) 의원들은 집행부에 대한 업그레이드된 복지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노인복지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청소년·여성·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약자에 폭넓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용산구의원들은 복지 정책에 관한 한 ‘박사급’들이다. 집행부에 대한 구정 질의에 있어서도 의원들 모두 개선된 복지 정책을 요구하는 질의를 빼놓지 않고 있다. ●횡단보도 늘려 장애인·청소년등 보행권 확보해야 먼저 장청수(청파2동) 의원은 “용산구는 여전히 차량 위주의 교통 정책을 펼칠 뿐, 보행자를 우선시하는 마인드를 갖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노약자·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보행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임시회 구정질의를 통해 “서울시는 이미 광화문 네거리에 횡단보도를 과감히 설치하는 등 보행자 위주의 행정을 펴고 있는데, 주민과 더 가까워야 할 용산구는 오히려 차량 위주의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용산중학교부터 효창공원까지 800m는 지하도를 이용하지 않으면 갈 수 없고, 효창공원에서 남산까지 2.4㎞도 육교와 지하도를 이용해야만 갈 수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성용 건설교통국장은 “아직까지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보행할 때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중앙버스차로제가 시행되면 횡단보도가 추가로 설치돼 지하차도나 육교를 건너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강로에 있는 보도육교 4곳은 대부분 30년이 경과한 노후시설이기 때문에 이미 용산역 앞 1곳은 철거가 결정됐고, 나머지 3곳의 철거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재(청파1동) 의원 역시 ‘보행 약자’의 보행권에 대한 집행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용산구에 보도육교는 총 22곳으로 보행약자의 통행불편과 도시미관 저해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뒤 횡단보도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보육시설·우수 교사 확충 절실 홍기윤(한남2동) 의원은 “영유아를 위한 복지정책을 펴는 것이 곧 여성복지와 연결되고 가정을 편안하게 해 결과적으로 용산의 발전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홍 의원은 “용산구는 노인복지 정책은 우수하지만, 영유아보육 및 저학년 취학 아동에 대한 복지정책은 미흡하다.”고 꼬집은 뒤 보육시설 확충과 우수 보육교사 확보를 위한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홍 의원은 “용산구에서 보육시설에 들어가야 할 인원은 4117명에 이르지만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3685명에 불과하다.”면서 “좋은 영유아 보육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여성복지의 선결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리(효창동) 의원도 “2006년을 용산구 유아복지의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면서 보육지원 사업에 대한 집행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김 의원은 “서울 노원구의 경우 올해 1억원을 관내시설에 지원했다.”면서 “하지만 용산구는 지원액이 겨우 1300만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노인복지의 경우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서도 으뜸인데, 유아복지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관심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명동 국립극장앞 새무대 열린다

    서울 중구 명동 옛 국립극장 앞에 250㎡ 이상의 보행광장이 조성되고 가변형 무대도 들어선다. 1일 서울 중구(구청장 성낙합)에 따르면 서울시가 최근 명동1가 54 일대 32만 2000여㎡를 제1종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 고시하는 한편 이 구역 내 옛 국립극장 일대 1800㎡를 특별계획구역으로 결정했다.국립극장 공연 정보, 명동의 관광·쇼핑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미디어보드와 벽천(壁泉) 등 조경시설이 설치된 통합안내 시설물도 조성된다. 1937년 세워진 뒤 명치좌영화관, 시공관, 국립극장 등으로 쓰이다 대한투자금융에 팔리면서 극장 기능을 잃은 옛 국립극장은 정부 방침에 따라 문화관광부에서 건물과 터를 매입,2007년 말까지 600석 규모의 ‘명동예술극장’으로 리모델링을 거친다.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로 보존가치가 크다. 또 명동관광특구의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으로 이 지역 도시계획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구체적인 지구단위계획은 내년 2월쯤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성낙합 중구청장은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으로 삼일고가 철거와 청계천 복원 등으로 일고 있는 도심부 변화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게 됐다.”면서 “명동이 관광·쇼핑·문화의 국제적인 명소로 거듭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서울이야기] (30) 걷고싶은 도시

    [서울이야기] (30) 걷고싶은 도시

    도시의 주인은? 건축과 도시설계를 전공한 일본사람 구로카와 기쇼(黑川紀章)는 ‘도시디자인’이란 책에서 도시의 주인이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신이나 왕이 도시의 주인이었고, 다시 상인의 도시, 법인의 도시를 거쳐 결국 개인이 주인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럴듯한 이야기이다. 아테네의 신전이나 베이징의 자금성을 보면 그 도시의 주인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서울의 주인은 누구인가 요즘 서울뿐만 아니라 도시마다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누가 진정 도시의 주인인지를 판가름하기 위한 한판 승부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와 사람 중 누가 우리 도시의 주인이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자동차와 사람 사이의 힘겨루기 한판은 1997년말 뉴욕의 맨해튼 한복판에서도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뉴욕시장이었던 줄리아니 시장은 맨해튼의 차량주행속도를 높이기 위해 아주 획기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횡단보도 아닌 곳에서의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차도와 보도사이에 울타리(가드펜스)를 쳤고, 우회전차량의 대기로 인한 정체를 줄이겠다고 교차로마다 횡단보도 하나씩을 폐쇄했던 것이다. 네거리에 횡단보도 세 곳이 있으면 두 번에 건너서라도 길을 건널 수는 있다는 생각에서였고, 폐쇄된 횡단보도에서는 우회전 차량이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그만큼 통행속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의도에서였다. 무단횡단을 밥 먹듯이 하고, 우리 같으면 횡단보도 적색신호에 해당하는 ‘DON‘T WALKL’표시를 ‘걷지 말고 뛰어라.’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성큼성큼 건너다니는 뉴요커들에게 이것은 황당한 도전이었고 충격이었다. 먼저 보행자 시민단체들이 “보행자가 소떼냐.(Pedestrians are not cattle)”며 피켓시위를 벌였고, 대다수 보행자들이 폐쇄된 횡단보도를 아랑곳하지 않고 건너 다녔다. 찰스 코마노프라는 사람은 횡단보도 폐쇄로 인해 운전자들이 얻게 되는 시간보다 보행자들의 시간 손실이 훨씬 크고 그 규모가 10배 가까이 된다는 논문을 발표하며 줄리아니 시장을 공개적으로 통박하고 나섰다. 싸움은 결국 오래 가지 않았다. 뚜벅이 뉴요커들이 승리했다. 자동차 보다는 사람을 주인으로 섬기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힘겨운 노력은 서울에서도 한창이다.‘걷고 싶은 서울 만들기’라 부를 만한 이러한 대장정은 1990년대 초 시민단체들이 통학로와 주택가 골목길의 안전문제를 이슈로 ‘보행권(步行權)’ 운동을 전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조순·고건·이명박 시장으로 이어진 민선 서울시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제는 상당한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걷고 싶은 서울 만들기는 지난 10여년 동안 끊임없이 지속돼 왔다. 특히 보행권운동의 결실로서 조순 전시장 시절인 1997년 초에 서울시 보행조례가 제정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1997년에는 서울에 ‘차 없는 거리’가 처음 등장했다. 그해 4월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인사동길이 차 없는 거리로 변신했고,8월과 10월에는 명동길과 관철동길 역시 차 없는 거리, 보행자 천국으로 바뀌었다. 차한테 도로를 몽땅 내주고, 길가에서 겨우겨우 걸어야 했던 보행자들이 차량의 통행을 막아버린 도로에서 활개치고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차 없는 거리의 등장은 도로가 모두 자동차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행자도로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중요한 계기였다. 1998년에는 걷고 싶은 거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덕수궁길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정취 있는 돌담길로 널리 알려진 덕수궁길이라지만, 도로의 대부분을 양방향 차로에 내주고 쇠말뚝과 쇠줄로 경계를 친 좁은 보도에서 옹색하게 걸어야 했던 이곳이 정반대로 탈바꿈하였다. 일방도로로 바뀌면서 폭이 좁혀지고 속도를 못 내도록 구불구불해진 차도에서 자동차는 설설 기듯이 지나가는 반면, 넓어지고 쾌적해진 보도에서 보행자들은 훨씬 편하고 안전하게 걷고 쉬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바뀐 덕수궁길은 이른바 “보차공존도로” 또는 “보행우선도로”라 불린다. 사람과 차가 함께 사용하는 도로공간이란 뜻이고, 함께 쓰기 위해서는 힘이 센 자동차를 길들이고(traffic calming) 사람을 더욱 배려하며 우선시하는 도로라는 뜻이다. 빼앗긴 횡단보도를 되찾으려는 노력도 1990년대 말부터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200m 이내에는 횡단보도와 지하도, 육교가 함께 있어서는 안 된다는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에 따라 새로 개통된 지하철역 주변의 횡단보도가 하나씩 지워졌고, 이를 되살리려는 눈물겨운 투쟁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결국 제2기 지하철인 5,6,7,8호선 역주변에서 사라졌던 횡단보도들이 대부분 되살아났다. 고건 전시장 때인 1999년 초에는 세종로의 광화문 네거리를 남북방향으로 건널 수 있도록 새문안길과 교보문고 앞에 횡단보도 두 곳이 신설되었고,2000년 1월에는 지하도만 있던 서초동 예술의 전당 앞에도 횡단보도가 새롭게 놓였다.2001년 9월에는 인사동 입구의 안국동 로터리에 있던 육교가 철거되고 횡단보도가 설치돼 시민들의 호평을 받았다. 2002년 7월 출범한 이명박 시정부는 자동차 위주의 서울 도심부 교통체계를 보행자와 대중교통 위주로 개편하기 위해 매우 획기적인 일들을 전개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에 따라 그동안 고가도로와 복개도로의 2중 자동차도로였던 청계로가 보행자 중심의 수변공간으로 바뀐 것도 커다란 변화다. 2004년 4월에는 시청 앞의 교통광장이 서울광장으로 조성돼 보행자에게 개방되었고, 광장조성과 함께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사람들이 지하도 대신 길 위를 걸어서 건널 수 있게 되었다.2005년 3월에는 광화문 세종로 네거리에 동서방향 횡단보도 두 곳이 설치돼 40년 만에 광화문 횡단보도의 전면복원이 이루어졌고,6월에는 그동안 자동차의 물살에 고립되어 있던 국보1호 숭례문에 광장이 조성되고 횡단보도가 놓이게 되었다. 광화문에서 시청앞을 지나 숭례문과 서울역을 잇는 세종로와 태평로는 서울의 가장 중심이 되는 가로공간이다. ‘서울상징거리’‘국가중심가로’‘서울시민가로’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곳은 서울은 물론 대한민국의 얼굴이라 할 만큼 중요한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비인간적 가로라는 지탄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의 복원과 서울광장, 숭례문광장의 조성은 서울이 사람의 도시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선언이자, 서울 도심부를 자동차가 아닌 사람을 주인으로 섬기는 도시로 바꾸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다시 묻자, 서울의 주인은 누구인가 서울은 사람의 도시인가, 자동차의 도시인가. 또 다른 질문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신은 서울에서 걷고 싶은가. 시민에게 또는 방문객에게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도시는 사람의 도시임에 틀림없다. 서울은 걷고 싶은 도시인가. “걷고 싶다.”라는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단순히 걸을 수 있다거나 걸을 만하다 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에 더해 걷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야 한다. 그래서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걸을 수 있도록 보행환경을 제대로 갖추는 일이 중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도시를 만드는 일과도 같다. 걷고 싶은 서울 만들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통학로와 주택가 골목길, 아파트 단지내에서 보행자 교통사고가 사라질 때까지 길을 뜯어고치고 운전자들의 마음과 행태를 변화시켜야 한다. 지하도만 있는 도심부 교차로에 횡단보도를 모두 복원해야 한다. 매연과 소음을 줄이고 매력과 활력이 넘치도록 거리와 동네, 도시를 가꾸어야 한다. 우리 동네가, 우리 도시가 진정 걷고 싶은 도시인지 아닌지를 평가해보는 좋은 방법이 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한번만 나들이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칭얼대지 않을 정도로 보도는 평탄한가. 유모차를 놓으면 금방이라도 굴러 내려갈 정도로 기울지는 않았는가. 길을 건너기는 어떤가.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에 유모차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지하도나 육교를 오르내려야 하지는 않은가.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편안한가. 건물에 드나들 때 턱이나 계단으로 불편하지는 않은가. 걷고 싶은 도시란 별 게 아니다. 유모차가 다니기 편안한 도시, 유모차에 탄 아이의 편안한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 도시가 바로 걷고 싶은 도시다. 정석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동북아도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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