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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계뉴타운 동북부 랜드마크로

    상계뉴타운 동북부 랜드마크로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노원구 상계 3·4동이 동북부의 랜드마크 주거지로 개발된다. 기존 무허가 건물과 노후 단독주택 등을 허물고 대신 2∼40층 높이의 프리미엄 주거단지로 탈바꿈한다. 이노근 구청장은 15일 이 같은 내용의 상계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 계획안을 발표했다. ●30년 만에 개발 결실 상계 3·4동 일대는 1960년대 말 청량리, 왕십리 등 판자촌 철거민들이 집단 이주해 희망촌, 양지마을, 합동마을을 형성했다. 면적은 64만 7414㎡로 단독주택 등 2736동(유허가 1413동, 무허가 1323동)의 건물에 8938가구 2만 2700명이 살고 있다. 건물이 낡고, 주변여건이 열악해 73년부터 정비를 추진했으나 관악구 난곡 등 다른 달동네와 달리 결실을 보지 못하다가 2005년 12월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8783가구 중 709가구 일반분양 상계뉴타운은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추진한다. 이들 구역에 지어지는 주택은 모두 9110가구. 이 가운데 327가구는 새 아파트여서 철거하지 않고 존치한다. 존치주택을 빼면 이 곳에 새로 지어지는 주택은 8783가구이다. 여기에서 임대주택(1788가구)과 조합원 물량(6286가구)을 제외한 709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임대주택은 세입자에게는 소정의 이사비용을 지급하고, 임대주택 신청자격을 부여한다. 무허가 주택 거주자의 경우는 입주권이 주어진다. 노원구는 오는 12월 중 서울시에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신청을 해 받아들여지면 내년 상반기 조합설립을 마치고 2016년에는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구역마다 여건이 달라 사업진행 속도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구릉지 단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 상계뉴타운에는 디자인 개념을 도입,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들어선다. 획일적인 ‘판상형’을 벗어난 ‘탑상형’에서 부터 구릉지의 경사를 이용한 ‘테라스형’, 길가에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1층은 상가로 조성하는 ‘연도형’ 등이 도입된다. 준주거지역이 많은 6구역에는 40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다. 주변에는 상징공원이 조성된다. 동북부 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아파트로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외형은 조형물처럼 나선형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릉지에는 저지대에서 높은 곳에 있는 아파트 단지까지 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다. 천혜의 친환경 여건을 살리기 위해 불암산과 수락산을 잇는 3개의 녹지축을 사업지구 내에 조성한다. 또 상계뉴타운에는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각각 1개교씩 신설, 교육수요를 흡수하고, 교통수요에 대비, 노원역에서 남양주로 이어지는 길을 30m로 확장할 계획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이노근 노원구청장 인터뷰 “생태 환경도시 모델될것” “자연·문화·신개념 주택이라는 3개의 테마를 엮어서 상계뉴타운을 동북부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습니다.” 이노근 구청장은 15일 기자 브리핑에서 상계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의 청사진을 밝혔다. 이 구청장은 “상계동은 달동네의 대명사였지만 앞으로는 이미지가 바뀔 것”이라며 “단순한 도시 재개발 차원을 넘어 새로운 도시환경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구청장은 상계뉴타운을 통해 상계동이 전세 중심의 ‘베드타운’ 또는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저 거주하는 곳이 아닌 문화와 자연, 품격이 있는 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을 녹여낼 민간 출신 ‘마스터플래너’를 두고, 상세한 밑그림을 직접 그리다시피했다. 이 구청장은 “상계뉴타운은 불암산과 수락산이 양측에 있고,4호선이 직접 연결되는 등 뛰어난 주거여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곳을 동북부 지역 최고의 프리미엄 주거도시, 한국 최초의 ‘디자인 중심 뉴타운’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홍보처 ‘로비 기자실’도 철거 시도

    국정홍보처가 각 부처 기사송고실을 폐쇄한 지 3일째인 14일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들은 2층 로비에 직접 차린 임시기자실로 출근, 바닥에 앉아 기사를 작성하는 등 출근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기자들이 임시기자실로 옮겨 놓은 의자와 소파, 탁자 등을 홍보처가 일방적으로 치워버리는 등 임시기자실마저 철거하려고 시도해 기자들과 홍보처 직원들간 실랑이를 벌이는 등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외교부 출입기자 10여명은 이날 오전 로비로 출근, 사비를 들여 마련한 매트리스 10여장을 바닥에 깔고 전선을 잇는 등 기사 작성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틀 전 옮겨놨던 의자와 소파, 탁자 등은 찾을 수 없었다. 홍보처가 지난 12일 오후 기자들이 업무를 마치고 모두 청사를 떠난 뒤 청사 관리사무소측에 지시, 가구와 집기들을 청사 지하실 등 다른 곳으로 치워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홍보처 관계자는 “청사 로비는 기자들이 의자 등을 마음대로 둘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면서 “청사 관리와 미관 등을 고려해 치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사 관리사무소측은 홍보처의 지시를 받기 전까지 임시기자실 물품이나 가구를 그대로 놔두겠다고 밝힌 바 있어 홍보처의 ‘월권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열린세상] 부동산 정책,이제는 합리적 정비를/이상묵 삼성금융연구소 상무

    [열린세상] 부동산 정책,이제는 합리적 정비를/이상묵 삼성금융연구소 상무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고 수도권에서도 지역과 평형에 따라 다소 엇갈리지만 큰 흐름은 안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인 부동산 가격의 하락 추세도 향후 국내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다. 사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경제적 합리성을 논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모든 자산가격이 어느 정도는 불합리성을 내포하는 투기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심리적인 효과를 감안한 정책을 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기심리라는 것도 결국은 실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되는 실가격에 대한 전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이제는 실질적으로 국민의 주거생활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 그동안 도입한 부동산 정책 중에서 합리성이 결여된 정책은 의외로 많다. 흔히 반값 아파트라고 불리는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그 대표적인 예다. 반값 아파트는 아파트 부지를 빌려서 짓는 아파트다. 토지와 건물로 이루어진 아파트라는 상품에서 토지를 제외한 건물만을 파는 상품이다. 상품의 일부분만 판다면 그 가격은 당연히 상품 전체의 가격보다 낮아진다. 그렇게 가격이 낮아진 것을 가지고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고 하는 것은 눈속임이다. 더욱이 반값 아파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 수명이 다해 가면서 아파트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앞으로 남아 있는 수명을 얼마로 보고 거래가격을 정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일일뿐더러 안전 위험으로 재건축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건물에 대한 소유권만 있는 반값 아파트의 거주자가 자발적으로 재건축을 할 이유는 없다. 건물을 부수는 순간 기존 거주자의 소유물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주자는 어떻게든지 기존 아파트에서 사는 기간을 늘이는 것이 이득이다. 결국 수명이 다해가는 반값 아파트는 헐값이라는 점을 보고 위험을 무릅쓰는 극빈층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슬럼 지역이 되어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붕괴의 위험으로 인해 정부가 강제로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집단 민원의 원천이 될 것이다. 환매조건부 아파트도 눈속임에 불과하다. 환매조건부 아파트를 매각하고자 하면 미리 정해진 가격에 정부에 되팔아야 한다. 되파는 가격은 산 가격에 정해진 이자를 붙인 수준이다. 이러한 환매조건부 아파트는 기존의 영구임대 아파트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전세금이 기존의 영구임대 아파트에 비해 훨씬 높은 대신 전세금을 반환할 때 정기예금 금리를 붙여주는 영구임대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입주자의 입장에서 볼 때 환매조건부 아파트는 영구임대 아파트보다 불리하다. 붙여주는 이자가 정기예금 금리면 10년 이상 묶이는 장기 금리로는 낮은 편에 속한다. 환매조건부 아파트 대신 영구임대 아파트에 입주하고 남는 돈을 금융시장에서 운용하면 보다 높은 운용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전매제한, 용적률 제한, 소형 평형 의무비율제도와 같은 정책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결국은 부동산 가치를 훼손함으로써 외형상의 가격을 낮추는 정책들이다. 외형상의 가격안정은 부동산 정책의 중간목표에 불과하다.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위치와 환경이 좋고 품질이 뛰어난 주택이라면 평당 가격이 높더라도 주거생활 개선에 기여한다. 외형상의 가격하락이라는 눈속임이 때로는 불합리한 투기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될 수 없다. 이제 본질적인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이상묵 삼성금융연구소 상무
  • [Metro] 시청 지하쇼핑센터 지붕 철거

    서울시는 12일 서울광장과 프레지던트 호텔 사이에 있는 지하쇼핑센터 출입구의 지붕(캐노피)을 철거해 쾌적한 환경으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지하철과 지하쇼핑센터의 입구의 지붕이 만든 지 30년이 넘었고, 서울광장의 경관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해 13일부터 철거에 들어가 11월 초에는 공사를 완료하기로 했다. 지붕을 철거할 경우 빗물이 지하상가로 흘러들 것에 대비해 집수정을 추가로 설치한다. 출입구의 절반 정도를 유리로 덮어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中 ‘짝퉁 디즈니’ 이번에는 日캐릭터 무단도용

    ‘짝퉁’ 디즈니랜드로 유명해진 중국의 스징산(石景山)유원지가 이번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 캐릭터를 무단 도용해 논란을 낳고 있다. 문제의 스징산 유원지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놀이기구가 설치된 대표적인 가족공원. 지난 5월에는 지적소유권 침해 혐의로 미국 월트디즈니사의 제재를 받자 자사 고유의 캐릭터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디즈니 캐릭터를 철거했다. 그러나 이후 유원지 고유 캐릭터를 개발하겠다는 방침과 달리 이번에는 일본의 인기 만화 캐릭터가 곳곳마다 눈에 띄어 터무니없는 눈속임을 펼치고 있다는 반응이다. 유원지 중심부분에 위치한 회전그네에는 만화 ‘세일러문’ ‘CC사쿠라’ 의 캐릭터들이 면면마다 그려져 있으며 안쪽 벽에는 ‘톳토코햄타로’의 주인공이 어설프게 그려져 있다. 이같은 캐릭터의 무단도용에 대해 대부분의 일본 네티즌들은 게시판에 항의의 댓글을 남기며 스징산 유원지측의 시정을 촉구했다. 네티즌 ‘f/oTrzjH’는 “햄타로의 눈과 코를 저렇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다니 놀라울 뿐”이라는 의견을 남겼으며 ‘:rHsbQiHX’는 “남의 나라 캐릭터를 훔치는 이런 나라가 WTO가맹국이라니 우습기만 하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이 문제는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것”(みね) “저작권 문제로 시끄러워질까봐 디즈니 캐릭터를 지우고 다시 일본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이야기”(zaq)와 같은 의견이 많았다. [관련기사]월트디즈니, 중국‘짝퉁 디즈니랜드’ 강력 제재 [관련기사]중국인 30%“‘짝퉁 디즈니랜드’ 불법 아니다” [관련기사]중국 ‘짝퉁 디즈니랜드’ 오픈 화제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일선 기자들 “브리핑 거부”

    일선 기자들 “브리핑 거부”

    국정홍보처가 정부 부처 기사송고실의 인터넷선을 끊은 11일 기자들은 기사 작성과 취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기자들은 ‘설마’했던 기자실 폐쇄조치가 실제로 강행되자 불만을 터뜨리며 기자실 이전을 강력히 거부했다. 일부부처에서는 기자들이 브리핑을 거부해 브리핑이 이뤄지지 않는 등 파행을 겪기도 했다. ●전화·유무선 인터넷도 안돼 ‘황당´ 홍보처는 예고대로 이날 새벽부터 유·무선 인터넷선을 모두 끊었다. 일부부처에서는 전화도 불통이 됐다. 때문에 기자들은 개인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기사를 송고하거나 기자실을 폐쇄하지 않은 다른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기사 작성과 취재에 큰 불편을 겪었다. 국무총리실, 행정자치부, 교육인적자원부, 통일부 기자단이 상주하고 있는 정부중앙청사의 5층과 10층 기자실은 아침부터 인터넷선 공급이 중단됐다. 정보통신부, 건설교통부, 국세청, 기획예산처 등 단독청사에 입주해 있는 기자실도 인터넷 서비스가 끊겼다. 합동브리핑실이 들어선 정부종합청사 별관 외교통상부 2층 기사송고실에서는 상당수 기자들이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속도가 느린 전화선에 연결하거나 개인 무선 모뎀을 이용, 기사를 송고하는 등 진땀을 뺐다. 한 출입기자는 “인터넷이 안되는 기자실에서 어떻게 일하겠느냐.”면서 “국정홍보처의 일방적인 기자실 통폐합에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실 출입은 막지 않았다. 홍보처 관계자는 “인터넷이 안되니 기자들도 짐을 빼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내일까지는 이사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 것”이라고 말해 이번 주말에는 사물함과 책상, 의자 등 철거공사를 강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이 나가 줘야 다른 부처가 사무실에 들어올 수 있다.”면서 빨리 자리를 비워 달라고 요구했다. ●재경부 기자들 불참… 브리핑 파행 일부 부처가 합동브리핑센터로 이전한 과천에서도 이날 9개 부처 출입기자들(한겨레 제외)이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의 기자실 폐쇄조치에 따른 중앙청사와 건교부 출입기자의 입장을 지지하고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환경부 출입기자 일동 명의로 된 성명서는 “정부가 물리적으로 언론에 대못질을 가하기보다 대화와 타협으로 최선책을 찾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복지부 출입기자들은 기자실 통폐합 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복지부의 공식·비공식 브리핑을 전면 거부하고 과천청사의 통합브리핑룸 이용을 전면 거부키로 했다.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정례브리핑은 기자들의 불참으로 취소됐다. 브리핑실에 있던 권 부총리는 재경부 출입기자들의 브리핑 거부 결정을 듣고 “유감이다. 브리핑은 취소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들도 “난감” 기자들이 송고시설을 찾아 흩어지고 브리핑에 불참, 일부 부처에서는 보도자료 보도를 거부하는 등 파행이 이어지자 각 부처 공보 담당관들도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사회부처 관계자는 “(국정홍보처는) 협조 요청이라고는 하지만, 따를 수밖에 없는 일방적 통보 수준”이라면서 “개별 부처의 입장이나 의견은 제시할 수도 없고, 묻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중앙부처 관계자는 “보도자료 배포도 홍보처의 허락을 받으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면서 “그동안 실무자급 회의도 제대로 열지 않은 채 방침을 강요하는 홍보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처 종합·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경북 영주 무섬마을 외나무 다리

    경북 영주 무섬마을 외나무 다리

    예전의 다리는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통로였다. 그 중엔 질투와 경쟁심이 여실히 드러나는 현장인 외나무다리도 있었다. 그래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도 나왔을 게다. 요즘에야 어디 그런가. 수많은 익명의 사람이 오가다 보니 누가 친구인지, 누가 원수인지조차 모른다. 원수마저도 추억이 된 세상이다. 외나무다리는 잠시 쓰던 다리였다.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 만들어져 물이 불어나는 이듬해 여름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강변 마을에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아련한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곳. 여름철 사라졌던 외나무다리, 섶다리 등 소박한 다리들이 하나 둘 다시 놓여지고 있다. 자박자박 외나무다리를 건너 보자. 시간을 넘어선 향수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글 사진 영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외나무다리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水島)리를 찾았다. 마치 물위에 떠있는 섬처럼 보여 무섬마을이라 불리는 곳. 예천 회룡포, 안동 하회마을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돌이동이다. 돌출한 반도형상을 한 마을로 경상북도 중요민속자료 제92호인 해우당을 비롯한 9개의 문화재가 있는 전통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수도교란 이름의 번듯한 콘크리트 다리가 있지만, 마을 주민들은 애써 200m 아래에 외나무다리를 놓았다. 직선이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제법 멋도 냈다. 조동선(55) 문수면 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예전에 외나무다리를 건너다니던 추억 때문에 몇 년 전부터 놓기 시작했어요.1980년대 수도교가 생기기 전만 해도 새색시가 탄 가마가 오가기도 하고, 상여가 실려 나가기도 했었죠. 나무가 귀하던 시절엔 폭도 지금보다 좁았지요. 지팡이를 짚고 가도 물에 빠지기 일쑤였어요. 해마다 이맘때면 집집마다 다릿발 2개, 상판 1개씩을 할당해 외나무다리를 만들곤 했죠.”라며 옛 기억을 곱씹었다. 외나무다리는 길이 3m에 폭 15㎝의 통나무 30여개를 연결해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나르며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이런저런 삶의 얘기들을 나눈다. 최소한 다리를 놓는 동안만큼은 신분의 높낮이도, 마음의 거리도 없다. 총길이는 70m 남짓. 건널 때면 마치 평균대 위를 걷듯 아슬아슬한 느낌이다. 하지만 기껏해야 수위가 무릎 언저리까지밖에 차지 않는 내성천이다. 떨어진들 무슨 대수일까. “들꽃 뜯고 메뚜기 잡으러 건너 다녔던 고향마을 냇가 다리가 생각나요. 교교한 달빛이 다리 주변으로 흐를 때면 정말 아름다웠죠.”지금은 복개된 풍기읍 남원천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강점숙(43)씨의 회상이다. 요즘도 마을사람들은 물 건너 밭에 일하러 갈 때면 이 다리를 이용한다. 예천시청 문화관광과 tour.yeongju.go.kr (054)634-3100. ●가볼 만한 추억의 다리 ▶영월 판운리 섶다리 마을 섶다리(‘섶’은 땔감을 의미하는 우리말)는 Y자 모양의 나무를 거꾸로 뒤집어 다릿발(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낙엽송으로 만든 서까래에 소나무 가지와 흙을 다져 만든 나무다리. 겨울을 앞두고 세워져 이듬해 초여름쯤 철거한다.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 섶다리 마을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마을홍보와 주민 화합을 위해 판운2리 마을청년들이 매년 10월말쯤 나무를 다듬고 흙을 얹어 다리를 놓는다. 올해는 주천강 수량이 많아 11월말쯤 들어설 예정. 섶다리 마을 (033)372-0121. ▶하동 북천 직전마을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 남바구들에서도 섶다리를 볼 수 있다. 강원도 봉평에 버금가는 메밀꽃밭이 펼쳐진 들녘 너머 오두막과 어우러져 평온한 풍경을 자아낸다.13∼14일 대하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악양면 최참판 댁에서 열리는 토지문학제와 연계하면 훌륭한 여행코스가 될 듯. 직전마을 (055)880-6332,6342. ▶예천 회룡포 뿅뿅다리 경북 예천시의 대표적인 물돌이동인 개포면 대은2리 회룡포 마을 앞 철제 다리.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멍뚫린 건축용 철판을 연결해 만들었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뿅뿅’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다. 여름철 내성천 수위가 상승하면 사라졌다가 이맘때쯤 모습을 드러낸다. 예천시청 문화관광과 (054)650-6396. ▶가는 길 : 중앙고속도로 영주나들목→영주시내 방향 직진→5번 국도→적서농공단지→10㎞→수도리전통마을. ▶주변 볼거리 : 멀지 않은 곳에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부석사 무량수전과 선비의 고장을 상징하는 소수서원, 선비촌이 있다.
  • 울산 주상복합 흉물 전락 위기

    울산 주상복합 흉물 전락 위기

    지방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미분양 대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시공사의 부도와 사업 중단 등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건설 업체와 시행사가 건설 경기가 좋을 때 수요층을 따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을 추진한 탓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30∼50층 높이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흉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방도시의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은 2∼3년 전부터 붐이 일었다. 현재 울산지역은 41곳에 30∼55층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1만 2015가구)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태화강변에만 10여곳에 높이 150m 안팎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건립 중이다. ●2∼3년 전부터 건립 붐… 거품 빠져 초기에는 부유층 수요자들이 전망이 좋은 곳에 들어서는 주상복합아파트에 관심을 보였으나 도심 곳곳에 잇따라 건립돼 미분양이 쌓이자 관심이 식었다. 인구 33만명의 중소도시인 경남 진주시에도 5곳의 주상복합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진주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을 한 L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투자 기대심리 덕분에 분양이 완료돼 웃돈이 붙기도 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거품이 빠져 지금은 분양 원가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주상복합아파트는 땅값이 비싼 도심 상업지역 전망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들어선다. 고소득층을 겨냥해 최고급 자재를 사용해 대형으로 짓기 때문에 일반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훨씬 비싸다. 울산지역은 2∼3년 전 분양 당시 3.3㎡당 1000만원을 넘었다. 진주지역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가도 3.3㎡ 평균 900만원에 이른다. 관리비도 비싸다. 고소득층이 아니고는 들어가 살 형편이 못돼 수요층은 한정돼 있다. ●재산권 다툼 등 후유증 속출 지방 주상복합아파트는 미분양이 쌓이면서 건립 부지를 확보해 놓고 착공을 못하거나 부지 확보 작업을 하다 중단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시공사가 부도나거나 시행사와 지주 사이 재산권 다툼 등 후유증이 잇따르고 있다. 울산지역은 전체 41곳 가운데 현재 17곳만 정상적으로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8곳은 건축허가를 얻었으나 착공을 미루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울산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가운데 분양이 다 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측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중도금 무이자 융자와 준공때 계약취소 가능 등의 조건까지 내걸고 있으나 효과가 없다. 울산 태화로터리 인근에 43층의 주상복합을 짓던 S건설(신일건설)은 지난해 6월 부도가 났다. 울산 신정동 공업탑 로터리에 46층 주상복합을 추진하던 K사는 시공사가 나타나지 않아 착공을 못해 잔금을 다 받지 못한 지주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울산 남구 달동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예정 부지 지주들은 시행사가 잔금을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을 철거한 뒤 착공을 하지 않아 소송을 내기도 했다. 김선범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는 “울산지역은 주상복합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짓다 중단된 건물 골조가 도심의 흉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종묘광장 제모습 찾는다

    종묘광장 제모습 찾는다

    연내 종묘광장에 대규모 녹지공간이 조성되고, 내년부터는 종묘광장 성역화 사업(조감도)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10일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종묘광장을 역사와 문화 공간으로 복원하는 ‘종묘광장 성역화 사업’을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종묘는 조선왕조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진 제례 공간으로 사적 제125호로 지정돼 있다.1995년에는 유네스코가 세계적으로 독특한 건축 양식을 지닌 의례공간으로 인정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그러나 출입구인 종묘광장에는 각종 불법 노점상, 무료급식장, 노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 집회·시위 등 불법행위가 자행되면서 위상이 훼손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단계 성역화 사업으로 무질서의 원인이 된 주요 요인부터 정리했다. 우선 단속요원을 상설 배치해 노점상과 이동식 노래방을 철거하고, 경찰과 합동으로 노인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속칭 ‘박카스 아줌마’에 대한 단속을 벌였다. 또 무료급식소를 인근 노인복지센터 3곳으로 분산 이전하고, 대형버스 주차장을 광장 외부로 옮겼다. 정비된 자리는 연내 녹지로 조성하고, 내년 1월에는 술과 음식물을 파는 매점과 자판기까지 완전히 철거해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에 따르면 1단계 사업 추진 결과 고정적으로 광장을 이용하던 인원이 하루 3500명에서 2100명으로 40%가 줄었고, 종묘를 관람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시민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내년부터 2010년까지 종묘광장 안에 있는 문화재를 복원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한다. 어도(임금이 다니는 길), 홍살문(궁전·능·묘 등의 앞에 세우는 나무문), 하마비(말에서 내려 걸어가는 지점을 표시한 비석), 어정(임금이 마시던 우물), 피맛길(평민들이 다니던 골목), 순라길(순찰하던 길) 등의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투입되는 예산은 42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분당 송전탑 이달내 철거 개시

    분당 송전탑 이달내 철거 개시

    분당신시가지를 가로지르며 10여년 동안 원성의 대상이 돼왔던 송전탑이 사라진다. 땅속에 매설되는 송전선로는 분당구 구미동 머내공원에서 불곡산에 이르는 2.3㎞ 구간으로 345㎸ 용량의 초대형 송전탑 10개이다. 이 송전탑은 도시미관을 해치고 각종 질환의 우려까지 낳으면서 주민들의 속을 썩여왔다. 한전은 공사현장 진입로 문제 등이 해결되는 대로 이달 중 공사에 들어가 2012년 완공할 예정이다. 당초계획보다 3개월여 앞당겨 공사가 시작된다. 공사는 지표면에서 40∼70㎝ 아래 높이와 너비가 각각 4.5m 크기의 전력구를 터널굴착방식으로 만들어 송전선로를 이설하게 된다. 공사비 1160억원 전액을 토지공사가 부담한다. ●공사비 1160억 토공이 부담 이 송전탑은 당초 서현동에 설치됐다가 시범단지의 입주가 시작되자 다소 외곽지역이었던 구미동으로 이설됐다. 그러나 구미동 택지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입주자들이 송전탑 지중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역출신 시의원들이 이전요구와 함께 삭발식을 거행하기도 했고 주민들의 시위와 농성도 계속됐다. 그러나 1000억원대가 넘는 막대한 이전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시로서도 손을 놓고 말았다. ●공사진입로 문제 해결해야 시는 그러나 이같은 거대숙원사업을 앞두고 또다시 민원에 봉착해 곤경에 처했다. 공사장 진입로 문제를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는 송전탑지하화 공사 시작지점인 머내공원에 진입로를 설치해 터널굴착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진입로 인근 K빌라 주민들이 공사차량들의 소음 등을 우려해 진입로 개설을 반대하고 있다. 시는 주민들의 피해를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 머내공원 내에 위치한 배수지 연결로를 진입로로 사용할 예정이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커 설득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계획한 대체도로를 시가 개설해 주길 바라지만 개설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공원내 자연훼손이 커 들어줄 수 없는 입장으로 자칫 착공이 늦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8) 전주 원동 ~ 익산 여산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8) 전주 원동 ~ 익산 여산

    옛길은 이야기속으로 사라진 길이다. 한때 민족 이동의 대동맥이었던 호남대로는 이제 역사로만 기억되는 잊혀진 길이다. 하지만 옛길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간직한 보고이다. 길을 다니던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옛길의 생명력은 또한 끈질기다. 국토의 개발이라는 거대한 밀물에 사라지기도 했지만 아직도 원형이 보존된 곳이 적지 않다. 개발에서 소외된 호남지역은 그런 의미에서 옛길을 가장 많이 보존하고 있는 지역일 수 있다. 원(院)과 주막(酒幕), 객주(客主)는 사라지고 없지만 기쁨, 슬픔, 절망, 한의 역사를 간직한 옛길의 흔적을 좇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전주의 뒤안길이 된 옛길 전북 지방의 옛길은 전북의 도청 소재지인 전주시의 서쪽 변두리를 지난다. 호남대로란 옛말이 무색할 정도다. 나지막한 구릉지대를 지나는 옛길은 한적한 2차선 도로로 변했다. 옛날 원이 있었다 해 붙여진 전주시 원동을 지난 옛길은 전주∼군산간 국도 26호선과 교차한다. 국도 26호선은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일제가 만든 길이다. 봄이면 전국에서 가장 긴 일백리 벚꽃터널을 이룬다. 벚나무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재일교포들이 전해준 것이다. 일제가 수탈을 위해 만든 길에 재일교포들이 일본의 나라꽃을 심은 길은 이제 전주와 익산, 군산을 연결하는 산업도로로 변했다. 옛길이 국도 26호선과 교차하기 직전 오른쪽에는 ‘한국도로공사 수목원’이 자리잡고 있다. 1970년 호남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남은 땅에 다양한 수목과 희귀식물을 심어 꾸민 수목원이다.33만 9380㎡의 부지에 178과 3010종의 수목을 재배하고 있다. 인터체인지 부근은 일제 시대에 미쓰비시 재벌이 운영하던 동산농장을 비롯한 일본인들의 대규모 농장이 있었던 곳이다. 전라선 철도도 동산농장에서 생산되는 쌀을 반출하기 위해 부설된 사설 협궤 철도였다. 그러나 동산농장이 있던 곳에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섰다. 옛길은 용덕·용정·구정마을을 지나면서 호남고속도로와 교차해 완주군 삼례읍을 향한다. 호남고속도로를 왼편에 끼고 삼례까지 펼쳐지는 평야지대를 나란히 달린다. 옛길은 아련한 모습으로 논밭 사이를 지나다 만경강 상류인 삼례 한내 천변에서 끊겼다. 강을 건너던 다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내를 건너면 완산팔경(完山八景)의 하나인 비비정(飛飛亭)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비비정은 1573년(조선 선조 6년) 무관이었던 최영길에 의해 건립됐다. 이곳에 오르면 전주시내와 호남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앞으로는 한내가 흐르고 주변으로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풍광이 대단히 아름답다. 유유히 흐르는 물위로 기러기들이 내려앉는 풍경을 볼 수 있어 옛 조상들은 이곳을 비비낙안(飛飛落雁)이라 했다. 양반들은 이 정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시를 지어 주고 받으며 정취를 달랬다고 한다. 깊고 천이 넓어 군산, 부안에서 온 소금배와 젓거리배가 쉴새 없이 오르내렸다. 백사장 한쪽에는 큰 시장이 열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은 조선시대 9대로 가운데 전주·남원·통영 방면으로 가는 ‘6대로’가 분기하는 곳이다. 호남대로는 비비정 옆 언덕을 지난다. ●동학농민군 2차 집결지 삼례 비비정 마을을 지난 옛길은 삼례읍 중심지에 들어선다. 삼례초등학교 앞을 지나 원삼례마을을 향하면서 헤어졌던 국도 1호선과 다시 교차한다. 국도 1호선은 익산쪽을 향하지만 옛길은 호남고속도로와 나란히 삼례중앙초등학교 옆을 지난다. 삼례는 동학농민혁명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1894년 9월(음력) 10만여 농민군이 항일 투쟁의 깃발을 앞세우고 재집결한 2차 봉기 장소이다. 일본군이 경복궁을 침범하고 청일전쟁을 일으키자 일본군과 탐관오리를 아내기로 결의한 농민군들은 삼례뜰에서 거대한 물결을 이루었다. 삼례봉기는 근대 민족·민중운동의 출발이요 새로운 한국사회를 밝히는 위대한 횃불이었다. 이에 앞서 1892년 11월(음력)에는 동학교도 수천명이 교조 최제우의 억울함을 탄원하기 위해 모인 장소다. 이른바 교조신원운동(敎祖伸寃運動)이다. 삼례집회는 전라감영의 무력진압을 각오한 것으로 실은 탐관오리에 대한 투쟁이었다. 이들은 삼례역에 모여 두차례 전라감영에 의송(議送)을 보내 동학 교조의 신원(伸寃)을 할 것과 동학도에 대한 수탈 중지를 요구했다. 삼례집회는 본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동학도에 대한 부당 주구금지 조치를 얻어냈다. ●백제 도읍지 익산 호남고속도로 삼례인터체인지를 지나면 행정구역이 변한다. 옛길 남쪽은 완주군 삼례읍, 북쪽은 익산시 왕궁면이다. 왕궁은 백제문화제가 널리 분포되고 있는 지역이다. 제석사지(사적 제405호),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 함벽정(전북도 유형문화제 제127호) 등이 있다. 왕궁리 유적은 1989년부터 학술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마한의 도읍지설, 백제 무왕의 천도설, 안승의 보덕국설, 후백제 견훤의 도읍지설이 전해지고 있다. 왕궁리 유적지에는 백제계 석탑 형식에 신라탑 형식이 가미된 고려 초 작품으로 추정되는 5층 석탑(국보 제289호)이 남아있다. 옛길은 왕궁면 남촌마을과 삼례읍 농원마을 사이를 지나 봉광동을 스친다. 통정·역기·신기마을을 지날 때까지 왼쪽으로는 호남고속도로가 계속해 달린다. 전광리에서 호남고속도와 교차한 옛길은 왕궁저수지를 향한다. 왕궁저수지는 1931년 일제시대에 준공됐다. 옛길은 왕궁저수지 건설로 일정 부분이 수몰됐다. 대동여지도에 옛길은 왕궁저수지 중앙을 통과하는 것으로 기록돼있다. 저수지를 지나 연봉정 마을을 지난 옛길은 탄현고개를 넘는다. 연봉정 마을은 주막촌이었으나 현재는 초라한 농촌 마을에 지나지 않는다. 탄현고개를 넘으면 익산시 여산면이다. 이곳부터 옛길은 국도 1호선과 다시 한몸이 된다. ●천주교 성지 여산 여산은 한양에서 내려올 때 호남의 초입 고을로 위세를 떨쳤던 지역이다. 호남에 들어가기 전 중요한 길목이어서 주막과 객주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장급 여관 하나 볼 수 없는 전형적인 농촌 면소재지다. 충청도와 전라도의 경계를 이루는 여산은 한때 학문과 행정의 중심지였다. 천주교의 전래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빨랐다. 그만큼 박해도 많이 받았다. 여산성당은 1866년 병인박해 때 여산부의 속읍지였던 금산·진산·고산 등지의 심산유곡에 숨어있던 신자들이 여산관아로 잡혀와 모진 형별과 굶주림의 고통을 당하고 1868년 처형돼 순교한 성지다. 이곳에는 다른 곳에서는 대부분 철거된 동헌이 남아 있다. 동헌은 사또가 있었던 관아다. 여산동헌(전북도 유형문화재 제93호)은 조선 후기 관아 건물 가운데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된 몇 안되는 귀중한 문화재다. 동헌 앞에는 천주교 신자들의 얼굴에 물을 뿜고 그 위에 백지를 여러 붙여 질식사시킨 ‘백지사(白紙死)터 성지’가 남아 있다. 옛길은 여산 동헌을 지난 뒤 1번 국도와 다시 만나 충청남도 논산시를 향한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신정일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대표 “옛길 복원해 보행권 되찾아야” “역사 속에서 실재했던 옛길을 복원해 국민들의 보행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53) 대표는 “옛길을 복원해 보행권이 확보되면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우리 국토의 재발견과 민족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땅 걷기 모임은 차를 타는 것 보다 느리게 걸으며 우리 국토를 다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족했다.‘보행권 되찾기 운동’과 ‘옛길 문화재 지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두발로 우리 땅을 걷자는 뜻으로 11월11일을 ‘길의 날’로 정했다. “우리 산, 우리 강, 우리 국토가 너무 아름다워 걷기를 멈출 수 없습니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답사하며 얻은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을 책으로 쓰고 있다. ‘다시 쓰는 택리지’를 비롯해 그가 펴낸 책은 무려 32권이나 된다. 모두 그가 발로 뛰며 몸으로 느끼고 본 것을 엮은 것이다. 영남대로, 삼남대로는 물론 한강, 낙동강, 금강, 만경강 등 8개 강을 걸었고 400개의 산을 올랐다.25년 동안 전국을 답사하며 걸은 거리만 해도 지구를 몇바퀴 돌 정도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현대판 김정호’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 “옛날 만경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주로 배를 탔지요. 비비정이 완산팔경으로 꼽히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는 “현재 왕궁리 근처에 가면 축산 폐수가 악취를 풍기지만 옛 백제의 숨결을 느끼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의미 깊은 곳”이라며 “호남대로는 걸으면 걸을수록 깊은 맛을 느낄수 있다.”고 강조한다. “옛 선비들은 산천을 유람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같고 책을 읽는 것은 산천을 유람하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답사를 하다 지치면 책을 읽거나 쓰고, 이 역시 지치면 다시 답사를 떠나지요.” 그는 이처럼 요즘도 일주일에 3일은 답사를 위해 걷고 4일은 책을 쓴다. 신 대표는 “걷는 것은 곧 자연 사랑이고 자연 속으로 내가 들어가는 하나의 첩경”이라며 옛길 복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식당메뉴에 노인용 식단을”

    “식당메뉴에 노인용 식단을”

    서울신문과 서울시의회가 함께 펼치는 의정모니터에는 9월 한 달 동안 모두 77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의견의 대다수는 교통문제가 차지했다.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느끼는 불편이나 보행불편 등이다. 하지만 교통을 제외한 제언 가운데 눈에 띄는 것들이 적지 않다. 특히 식당 메뉴에 ‘시니어용 식단’을 도입하자든가, 구청 홈페이지에 영어만화 코너를 만들어 어린이 영어교육에 활용하자는 의견이 신선했다. ●연대 앞 육교그림이 낡았어요 황유미(22·용산구 이태원2동)씨는 연세대학교 앞 육교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그림의 일부가 벗겨져 보기 흉하다며 그림을 다시 그리든지 아니면 덧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버스정류장 주변 매점 위치 바꿔 보자 조규표(47·동작구 흑석1동)씨는 도로변 매점들이 정류장과 같이 있어 버스를 기다리는 이용객들의 시야를 가리는 등 불편을 초래한다면서 위치를 정류장 뒤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잠실 한강시민공원 축구장에 야간 조명을 정둘연(49·강동구 둔촌동)씨는 한강 둔치 잠실지구 한강시민공원 축구장에 야간 조명시설이 없어 밤에 청소년이나 축구 동호인들이 축구를 하는 데 위험이 많다며 조명시설 설치를 건의했다. ●시니어 식단 도입하자 이병순(59·송파구 신천동)씨는 어르신들은 식사량이 많지 않은데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젊은 사람들과 양이 똑같이 나온다면서 ‘시니어 스페셜스(Senior Specials)’처럼 노인메뉴 도입을 의무화해 양은 줄이되 가격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하면 음식물 절약은 물론 환경오염 방지에도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화곡4동 육교 철거하자 이연숙(41·강서구 화곡5동)씨는 화곡4동 동방주유소 앞 육교가 있지만 인근 학교 학생들이 이용하지 않고 6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한다며, 노인들도 힘이 들어서 육교를 이용하지 않는 만큼 이를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문래 고가차로에 버스전용차를 박학용(36·마포구 대흥동)씨는 영등포구 문래동 사거리에 있는 고가차도가 영등포 방향에서 병목현상을 빚는다면서 1개 차선을 버스전용차선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지하철 소방용품 보관함에 응급조치 설명을 박진영(22·용산구 보광동)씨는 지하철 역구내에는 방독면 등 비상용품이 비치돼 있는데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거나 응급요령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면서 이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간월호 2897억 들여 수질 개선

    5급수로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려운 충남 서산 천수만간척지 간월호(서산A지구)의 수질이 크게 좋아진다. 농촌공사 천수만사업단은 3일 2017년까지 2897억원을 들여 배수갑문과 방조제를 고치고 해미면 석포리 등 5곳에 양수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또 기존 간이배수장을 철거한 뒤 첨단 배수장 8개를 만들고 물관리자동화 및 수질 예·경보시스템을 도입한다. 인공 습지도 조성하고 퇴적 오염물질을 준설한다. 인공 습지는 간월호로 흘러드는 농경지 배수와 하수처리장 방류수 등을 정화하기 위한 것으로 5곳의 유역에 88.5㏊가 조성된다. 퇴적 오염물질은 오니(汚泥) 전용펌프 등을 이용해 퍼낸다. 총 2647㏊의 간월호 가운데 퇴적물 오염도가 높은 중·하류지역 225㏊가 주 대상지이다. 이 지점에는 40㎝에서 3m까지 오니가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수만사업단은 이 작업이 끝나면 간월호 수질이 화학적산소요구량(COD) 4급수로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서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정부청사 브리핑실 철거작업 강행

    정부청사 출입기자단에 새로 마련한 통합브리핑실으로 이전해줄 것을 요구한 마지막 날인 28일 국정홍보처는 기자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중앙청사 브리핑실 철거 작업을 강행했다. 홍보처는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인부를 동원해 정부중앙청사 10층 국무총리실 브리핑실을 철거하는 작업을 했다.지난주 책상과 의자 등 집기를 드러낸 데 이어 방송시설과 연설대를 뜯어냈다. 인부들이 망치와 드릴을 이용해 철거 작업을 하면서 생기는 소음 때문에 기사 송고실에 있는 기자들이 전화 취재가 힘들 정도로 불편을 겪었다. 홍보처는 이날 “당장 기자실을 비워 달라.”는 입장에서 물러서 “10월 남북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 여유를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들은 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에 여전히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국회 문화관광위원 소속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기자실 통폐합 소요 비용이 61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기자실 통폐합 소요 예산은 당초 정부가 발표한 예비비 55억 4000만원보다 5억 6000만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권영길 ‘한반도 평화 5대 프로젝트’ 공약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28일 파주 임진각에서 한반도 평화정책 구상을 담은 ‘코리아 연방공화국 5대 평화 프로젝트’ 공약을 발표했다. 권 후보는 차기정부 임기 중에 통일국가를 선포하는 ‘국민참여 민족화합 통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해마다 남북정상회담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공약의 주요 내용에는 ▲휴전선 철책 철거 및 이산가족 공동거주 통일마을 조성 등의 ‘155마일 DMZ 대전환 프로젝트’ ▲한·미상호방위조약 전면 폐지, 미2사단 철수 등을 내용으로 한 ‘평등 한·미관계 전환 프로젝트’ ▲남북 공동경비군 창설, 군 복무기간 단축 등의 ‘한반도 윈윈 군축프로젝트’ ▲파주 특구 건설을 통해 IT·생명공학·R&D 센터를 유치하고 파주·강화·개성·해주·남포를 연결하는 경제벨트를 추진하는 ‘파주통일특구 건설 프로젝트’ 등이 포함되어 있다.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야나기 무네요시의 두얼굴/정일성 지음

    야나기 무네요시의 두얼굴/정일성 지음

    ‘한’(恨). 우리 민족의 지배적 정서로 가장 널리 꼽혀 온 단어다. 감정적 차원을 일컫는 단어 ‘한’은 명확한 실체를 갖는 예술과 역사의 차원으로 영역을 넓히며 ‘한의 역사’ ‘한의 예술’ 등 부자연스런 조합의 신조어를 양산해냈고,‘한민족’(韓民族)과 ‘한민족’(恨民族)의 동음이의어적 경계를 오가며 양자의 의미를 뒤섞었다.‘한’이란 지극한 ‘비애미’(悲哀美)는 ‘수많은 침략을 받으면서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을 만큼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란 언술과 맥을 같이 했고, 토끼 모양으로 형상화된 한반도 지도를 머릿속에 새기도록 만들었다. 딱히 증명할 근거도 없고, 때론 사실 관계와도 다른 이 같은 의미 확장의 배경엔 뜻밖에도 ‘한’을 심어준 나라 일본의 한 민예운동가이자 미술평론가의 역할이 지대했다.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 한국식 이름 유종열로도 잘 알려진 사람. 야나기는 일제 식민지 시절 대표적인 친한파였다. 그는 조선시대 민화에 ‘민화’(民話)란 이름을 최초로 부여해 학술적 체계화를 시도했고, 조선총독부 건축을 위해 광화문 철거가 논의되자 철거를 적극 반대하며 한국의 예술품 보존의 중요성을 설파했다.1924년엔 서울에 조선미술관을 설립했고,36년엔 일본 도쿄에서 이조도자기전람회와 이조미술전람회를 개최했다. 그가 수집했던 일본 내 조선 민화 120여점이 2005년 9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전시됐고, 역시 그가 수집한 260여점의 자료가 지난해 11월부터 3달간 ‘야나기 무네요시가 발견한 조선 그리고 일본’이란 제목으로 일민미술관에서 공개됐다.84년 9월엔 전두환 정권이 ‘우리나라 미술품 문화재 연구와 보존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이유로 보관문화훈장도 추서했다. 야나기는 누가 뭐래도 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같지 않은 일본인’이었다. 야나기는 그렇게 알려져왔다. 그렇게 알려지며, 야나기는 침략국 일본의 야만성에서 분리돼 ‘은인’의 위상을 부여받았다. 서울신문 기자를 그만둔 뒤 한·일 근현대사 연구에 몰두해온 정일성 씨가 최근 ‘야나기 무네요시의 두 얼굴’(지식산업사)이란 책을 펴냈다. 야나기의 또 다른 얼굴을 가감없이 들춰낸 저자는 야나기를 민예운동가가 아닌 ‘문화정치 이데올로그’로 파악한다. 저자의 야나기 평가는 가혹하다.“3·1운동을 계기로 일제의 식민통치술을 무단통치에서 이른바 문화통치로 바꾸는 데 일조한 제국주의 공범”이자 “일제의 무력진압에 상처받은 한민족의 마음을 달래려 한 심리요법사, 식민지 조선통치 훈수꾼”이라고 규정짓는다. 저자가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근거는 야나기의 친한파적 기질을 증명하는 가장 훌륭한 자료로 평가돼온 글,1919년 5월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발표된 ‘조선인을 생각한다’다.3·1운동 당시 조선인 학살에 분노하며 썼다는 이 글은 이듬해 4월 동아일보에 번역 게재됐고, 게재 직후엔 ‘조선의 친구에게 보내는 글’이란 또 다른 글이 같은 신문에 실리면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두 글이 “주의를 기울여 읽으면 조선 독립을 돕는 내용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며 몇 대목을 짚어낸다.“반항(독립만세운동)을 현명한 길이라거나 칭찬할 태도라고는 생각지 않는다.(‘조선인을 생각한다’)”고 한 것이나 “우리가 총칼로 당신들을 해치게 하는 것이 죄악이듯이, 당신들도 유혈의 길을 택해 혁명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조선의 벗에게 드리는 글’)”고 강조한 점 등. 요컨대 야나기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이렇다.‘사이토 마코토 3대 총독의 문화통치 두뇌’. 이 책을 통해 70년대 거세게 일었던 야나기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가 다시 한번 활기를 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어떻게 지내십니까] 청렴 정치인의 표상 박영록 前의원

    [어떻게 지내십니까] 청렴 정치인의 표상 박영록 前의원

    돌아가 쉴 집, 내 몸 하나 뉠 곳, 거기에 60년을 함께한 사랑하는 아내가 소찬을 만들어 반기면 그 위에 더한 행복이 있겠는가. 비록 그 집이 1.8평 손바닥만 한 컨테이너라 할지라도 비 오면 비 막아주고 바람 치면 바람 막아주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내 집이 아닌가. ●“1.8평짜리 컨테이너 박스가 내 보금자리” 헌정회 회원인 박영록 전 의원은 얼마전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독지가로부터 비어 있는 집이 있으니 들어와 사시면 어떠냐는 제안을 들었다. 애초부터 남에게 신세질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지만 하도 간절히 청하는 바람에 못이긴 척 그를 따라 나섰다. 서울 강남의 70평짜리 집이었다. 어떻게 하면 상대의 호의를 물리칠 수 있을까 궁리하던 터에 대궐 같은 집을 보니 오히려 핑계대기가 좋았다고 한다.“그래도 세상에 아직은 인정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컨테이너에서 나오면 거처를 제공하겠다는 분들이 여럿 있어. 그렇지만 내 양심상 70평 집에는 도저히 못살겠다고 관뒀지.”어느 사업가는 담양에 있는 집을 내줄 테니 살라고 했지만 아직은 할 일이 많아서 낙향할 처지가 아니라고 거절했다. 서울 성북구 삼선초등학교 뒷문 쪽 가파른 언덕배기에 아슬아슬하게 얹어 놓은 두 개의 컨테이너가 강원도지사를 지내고 국회의원을 4번이나 한 그의 보금자리다. 바로 위 40년간 살던 35평짜리 집을 2003년 공매처분 당하고 1년을 이곳저곳 떠돌았다. 다행히도 옛 집 바로 아래 3.8평 땅 하나는 건졌던 그는 수중에 있던 돈을 털어 컨테이너 2개를 사 2004년부터 이 곳에 자리잡았다. “올 여름 정말 더웠어. 낮에는 보통 40도까지 올라가는데 그래도 어떡해. 더우면 더운 대로 그러고 사는 거지.”지난해 11월 가까스로 끌어온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촛불을 켜고 살았다. 방바닥에는 촛농 자국이 검버섯처럼 가득하다. 살림이라곤 넉자 장농과 구형TV, 냉장고, 선풍기가 전부다. 손님이 찾아왔다고 내놓는 냉수를 차마 벌컥 들이마시기가 외람될 정도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이웃집에서 길어오던 물도 이제는 연결된 수도관에서 콸콸 나온다. 겨울이면 꽁꽁 언 이웃집 수도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녹이고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받았다. 역시 이웃 신세를 졌던 화장실도 부엌을 겸한 컨테이너 아래 지하방에 만들었다. “이러고 사는 게 신문에라도 나가면 원주에 있는 아들놈이 욕을 들어먹는다고 그래. 왜 아버지, 어머니 안 모시냐고. 사실 우리 부부랑 살 형편도 안되고, 우리도 그리로 내려갈 생각도 없는데 말이지.”자식은 아들 셋을 뒀으나 둘을 앞세웠다. 장남은 현역 정치인 시절 세상을 떴고, 막내는 3년 전 사업에 실패하자 “부모님 고생만 시켜드린다.”며 목숨을 끊었다. 현역 정치인 때 마음 먹고 돈을 챙기고 모았으면 자식을 가슴에 묻는 일 따위 없었을지도 모른다. 박 전 의원 옆에 앉아 있던 부인 김옥연(82)씨가 조용히 눈물을 훔친다. 지난 7월 어느 시민단체가 ‘대한민국청렴정치인대상’을 줬다. 상금이 무려 1억원이었는데도 한푼도 집에 들이지 않았다.“내가 이런 거 받을 자격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받은 이상은 절반은 청렴정치를 실천하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사람을 모으고, 세운 뜻을 이루는 데 돌리는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상금의 나머지 절반은 그가 주도하고 있는 ‘남북통일 과도임시정부’ 준비위원회에 쓸 요량이다. “남북이 갈려 있지만 가만히 두면 옛날의 삼국시대와 같은 2국시대가 될 수 있거든. 대한민국 헌법이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고 있다고 한 것처럼 정통 국맥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통일을 이루는 과도 임시정부가 필요하지.”1948년 유엔이 결정한 남북동시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남과 북이 따로 국가를 세웠지만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으면 유엔 결정에 따라 선거를 치를 임시정부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청렴정치운동도 마찬가지다. 그는 “안 보이고 안 밝혀져서 그렇지 나라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축재를 한 전직 대통령이 활보를 하는 것도 그렇고, 자신에게 닥친 조그만 사건만 봐도 그렇단다. 구청에서 어느날 컨테이너 집을 철거하러 왔다. 망치로 문을 부수고, 유리창을 깼다.3.8평 땅이 자기 땅이라는 어느 주민이 신고를 했는데 구청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철거하러 온 것이다.“그제서야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박영록이 땅인 게 드러나니까 부서진 데를 보상하겠다고 하더라고.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당하는데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은 오죽하겠어?” ●민선 강원도지사 시절 관용차 안 타고 도시락 싸 출근 그는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는 광명정대한 청렴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민선 강원도지사 시절 관용차를 타지 않고,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했다. 그런 청렴함은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헌정회에서 나오는 연금 99만원 중 80만원은 범민족화합통일운동본부 운영비로 내고 나머지와 지인들이 돕는 돈을 합쳐 50만∼60만원으로 살아간다. 평일에는 헌정회에서 주는 식권으로, 주말에는 헌정회 사무실에서 가까운 서울신문사 사원식당이나 1000원짜리 밥집을 이용한다.“한국에서 청렴정치 하면 바보란 소리 들어.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알려진 뒤로는 어떤 헌정회 회원들은 날 모른 체하더라고. 같이 다니기가 부끄러웠던 게지. 허허.” 지금의 정치에 대해서는 말하길 꺼린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원로 정치인으로 기사가 났었다.“그랬나요? 참석도 하지 않았는데 이름이 올라간 모양”이라고 한다. 애증이 교차할 것 같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을 텐데도 계속 말을 돌린다. 다만 대선 정국과 관련한 DJ의 언행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만 짤막하게 언급하고 입을 굳게 다문다. 스스로를 “초정파”라는 그는 “이 나라에는 진짜 어른이 없으며 특히 정치판에는 원로가 없다.”고 쓴소리를 한다. 그는 사기(史記)의 ‘상군열전’에 나오는 고사 ‘법지불행 자상정지(法之不行 自上征之)’를 인용한다. 법이 행하여 지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 그것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정신을 지도자들이 명심하고 지키면 정치가 올바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나라엔 진짜 어른 없고 정치판엔 원로 없다” “요새 정치인들은 현실문제만 갖고 다투지만 사실 민족이라든가, 국가라든가 근본을 놓고 고민을 해야 해.”그는 청렴정치운동, 통일운동 외에도 천제를 지내는 원구단 되찾기, 독립운동의 요람이었던 중국 지린성 룽징(龍井)시 외곽에 있는 일송정에 독립기념관을 건립하는 일들을 추진하고 있다. 은퇴 정치인이라고 하기엔 그가 벌여놓은 일은 현역 정치인 못지 않게 많다. 여의도에 있는 그들이 손대지 않는 영역에서 자신의 뜻을 일구고 실천해간다. 세상이 그를 따돌리고 왕따해도 의연하다. 독문학자 김진섭은 1947년 수필 ‘청빈예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이왕 부자가 못된 바에는 빈궁은 도저히 물리칠 수 없는 일이니, 사람이 청빈을 극구예찬함은 우리들 선량한 빈자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그것은 절대로 필요한 한 개의 힘센 무기요, 또 위안이다.”라고. 그렇지만 박영록의 청빈은 피할 수 없는 수동적 운명이라기보다 처음부터 선택한 길이요, 세상살이 방식이다.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컨테이너 방에 누워 지그시 눈을 감고 남쪽으로 난 창밖으로 나가 세상을 주유하는 꿈을 꾸는 그는 그것으로도 행복하다고 한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그는 누구인가 박영록 전 의원은 ‘박총재’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명예욕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현역 정치인으로 최고 직함을 누린 평민당 부총재 시절의 애착 때문일 것이다. 1922년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춘천농고를 졸업하고 정계에 들어서기 전 강원일보 기자를 지내기도 했다.37살에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뒤 6,7,9,1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69년 3선 개헌 반대투쟁 때에는 동료인 장준하와 함께 신민당의 원외투쟁을 주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이철승 전 의원과 함께 1970년대 40대 기수론을 이끌었다. 70년 의원 자격으로 방문한 독일에서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 몰래 들어가 승리자 기념비에 새겨져 있던 손기정의 국적 ‘JAPAN’을 ‘KOREA’로 바꾼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또한 80년 신군부가 5000만원밖에 없는 그를 20억원 부정축재자로 몰아 재산을 몰수하기도 했다. 최근 최연희 의원 등 강원도 국회의원협의회 회원들이 그를 돕겠다고 했으나 “돈을 들고 올 거면 오지 말라.”고 사양했다고 한다. 3·1운동의 성지를 세계평화공원으로 만들자는 뜻에서 매일 오전 탑골공원을 둘러보고, 헌정회 사무실에 들른 뒤 소공동의 원구단에 들러 참배하는 ‘시천살이’를 하는 게 하루 일과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남북정상회담 D-4] 서해NLL ‘평화수역’ 제의 검토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휴전선 비무장지대(DMZ)내 남북한의 감시초소(GP)를 모두 철거하고 ‘평화지대(Peace-Zone)’를 설정하는 방안을 27일 추진키로 했다. 서해상 북방한계선(NLL)지역을 ‘평화공동수역’으로 지정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논란을 빚어온 북측의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와 관련,“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판단했다고 하지만 구차한 변명일 뿐”이라면서 “이를 시초로 국민적 동의 없는 합의를 남발할까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DMZ의 평화지대 설정 등과 관련, 지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문제 등 군사적 신뢰 조성과 군축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구체적 논의는 정상회담 이후 별도의 군사 당국간 테이블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남북 정상이 남북기본합의서 12조에서 DMZ의 평화적 이용문제를 논의토록 규정한 군사공동위 구성에 합의하면, 서해 북방한계선(NLL)문제,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연습의 통보·통제 문제 등 전반적인 문제들이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아리랑 공연에 대해 “관람을 요청한 북측 제의를 수용하기로 청와대 안보실 입장을 정리했다.”면서 “28일 중 남북정상회담 추진위 등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 실장은 “북측이 남측의 입장을 고려, 공연 중 일부 민감한 내용은 수정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그동안 접근을 차단해 온 친북 사이트 가운데 북측의 일부 공식 사이트를 개방하는 문제를 긍정 검토키로 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학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북측의 공식사이트는 개방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논의가 있다.”면서 “그런 부분도 검토하고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지난 2000년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남북 정상간 핫라인 설치와 서울-평양간 상설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은 또 황해남도 해주와 평안남도 남포, 평안북도 신의주 등을 제2, 제3의 개성공단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단은 노 대통령 내외와 공식 수행원 13명, 특별수행원 49명, 일반 수행원 88명, 행사지원 인원 98명을 비롯, 모두 300명으로 확정됐다. 한편 윤정원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을 단장으로 한 2차 방북 선발대는 이날 오전 경호, 의전, 통신, 보도 분야의 후속 실무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북했다. 박찬구 이세영기자 ckpark@seoul.co.kr
  • [길섶에서] 부조화/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경복궁 주변이 훤하다. 광화문이 철거됐기 때문이다. 코발트빛 하늘에 반사된 북악산이 더욱 선명하다. 점심때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건물을 올랐다. 홍화문을 출발해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을 이어 청와대까지 이어진 행렬이 장관이다. 어떤 이는 광화문 복원을 하지 않고 지금처럼 두는 게 시원하고 좋을 듯하다고 했다. 사간동쪽으로 걷다 보니, 궁내의 돌출 건물이 눈을 어지럽힌다. 껑충한 높이, 푸른 기와, 콘크리트 골조 등이 조잡한 호풍(胡風)을 연상시킨다. 국립민속박물관이다. 경복궁내에 어떻게 저런 부조화의 건물을 지었을까.1992년 지은 건물이란다. 법주사 팔상전을 본떴다고 한다. 억지로 연상하려 해도 도통 같은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는다. 국립박물관장이 얼마 전 새 박물관부지를 확보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했다. 사실 경복궁이 원래 모습을 찾으려면 광화문 복원보다 앞서는 게 국립박물관 이전이다. 애물단지 ‘빌딩’은 언제쯤 없어질까. 경복궁이 제모습을 찾아간다는 얘기는 그때쯤이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이렇게 달라졌어요] 종로구 불법건축물단속 100일

    [이렇게 달라졌어요] 종로구 불법건축물단속 100일

    종로구가 지난 6월 ‘불법건축물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100일 동안 탁월한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철저하고 엄정한 단속을 한 결과, 불법 건물을 지으면 이익보다 손해가 많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미묘한 이해관계 때문에 부진했던 재개발 사업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굴착기로 건드리자 ‘와르르’ 26일 종로구에 따르면 구청 합동단속반은 창신1동의 창신 아파트상가 5동과 6동 사이에 불법적으로 지어진 간이주점을 최근 철거했다. 합판과 철골로 엉성하게 이어붙인 가건물을 굴착기로 ‘툭’ 건드리자 ‘와르르’ 무너졌다. 건물을 뜯어내자 아파트상가 사이가 휜히 드러나면서 청계천로에서 건물 뒤편으로 동문길이 보였다. 구청은 새로 생긴 폭 5m 통로에 화단을 만들어 꽃을 심었다. 단속반이 여러 차례 자진철거를 종용하고 이행강제금도 부과했으나 불법건물주가 막무가내로 이를 듣지 않아 강제철거 조치를 내렸다. 건물주는 가게를 잃고 이행강제금도 내야 할 판이다. 와룡동의 한 공터에는 누군가 공터를 벽으로 감싼 뒤 건물을 지으려고 했다. 남의 땅인데도 수년째 버려지자, 아예 철근골조까지 세우며 대담하게 복층 건물을 지으려 했다. 단속반은 수소문 끝에 불법 건축업자와 공사 의뢰인을 찾아냈고,“이행강제금이 수천만원 나올텐데 공사를 계속 하겠느냐.”고 엄포를 놓았다. 공사 의뢰인은 이행강제금을 물기 전에 스스로 공사 흔적을 깨끗하게 치웠다. 불법건축을 전문적으로 의뢰받던 건축업자는 검찰에 고발됐다. ●깨끗한 거리와 재개발 활기 종로구는 도로가 비좁고 낡은 저층 단독주택과 상점들이 많다. 건축 규제로 신축공사가 쉽지 않고, 노후 건물을 관리하기도 어렵자 불법건축물이 꾸준히 늘고 있다. 불법건축물은 건축 규정을 무시하고 지은 탓에 주민들끼리 일조권·조망권 분쟁이 일어나기 일쑤다. 재개발 때에는 불법 건물주가 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공사가 늦어지고 사업 비용마저 증가하는 예가 많다. 구청은 합동단속반을 구성, 수시로 순찰을 돌면서 불법건축물이 지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행정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미 지어진 곳에는 이행강제금을 철저하게 부과하기로 했다. 이행강제금은 1회만 부과되는 과태료와 달리 건축법에 따라 철거할 때까지 해마다 부과돼 누적되는 일종의 벌금이다.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건물 한 채에 수천만원을 물 수도 있다. 또 불법을 눈감아 달라고 구청에 부탁하는 사람의 명단을 작성,‘불법 청탁자’를 별도 관리하기로 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자진 철거 145건 ▲이행강제금 부과 22억원·징수 14억원 ▲이행강제금 체납에 따른 압류 251건,13억원 ▲건물주 고발 20건 ▲행정소송 62건에 모두 승소라는 실적을 남겼다. 종로구 구갑영 팀장은 “불법건축물 주인들은 임대수입 몇 푼을 계속 받으려고 재개발을 원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이행강제금을 무느니 어서 재개발을 하자고 먼저 나선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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