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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사람들, 6년여만에 귀환

    2005년 화재로 터전을 잃은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상인들이 6년 9개월 만에 새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서문시장 2지구시장정비조합은 전소된 상가 자리에 새 건물을 지어 지난달 말 중구청에 준공인가를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조합은 곧 인가를 받아 서구 내당동 옛 롯데마트 등에 분산된 상인들의 입점을 추석 전에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2지구 상가는 당시 전소돼 철거됐으며, 2010년 8월부터 신축이 진행됐다. 부지 5000여㎡에 지하 3층, 지상 4층, 1494개 점포의 규모로 4000여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새 건물은 주차공간을 갖춘 현대식 판매시설로 문을 연다. 승강기와 에스컬레이터, 226대의 지하 주차장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상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철저한 화재예방시설도 갖췄다. 스프링클러는 물론 소화전, 방화벽, 비상통로, 24시간 화재 비상 시스템 등을 설치했다. 화재 시 유독가스를 외부로 배출하고 바깥 공기를 안으로 빨아들이는 제연·급배기시설, 대피를 위한 레이저 유도등을 설치했다. 조합 관계자는 “불이 난 뒤 옛 롯데마트 자리로 이주하고 3년 정도 장사가 안돼 어려움이 많았다.”며 “앞으로 대구뿐 아니라 전국 섬유상권의 중심으로 명실상부한 섬유종합패션센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태풍 할퀸 전남에 ‘온정의 손길’ 밀물

    6일 오후 최근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휩쓸고 간 전남 영암군 시종면 봉소리·신학리 들녘에 조길형 서울 영등포구청장과 직원, 자원봉사자 등 40여명을 실은 버스가 도착했다. 영암군과 자매결연한 영등포구청 직원들은 곧바로 팔을 걷어붙이고 폐허가 된 인삼밭과 감(대봉) 과수원으로 향했다. 이들은 쓰러진 태양 차단막을 걷어내고 살릴 수 있는 인삼을 골라 새롭게 옮겨 심었다. 또 쓰러진 감나무에 지주목을 세우는 등 시설물을 복구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영등포구 직원 50여명은 전날에도 덕진면 운암리 과수와 시설 채소 재배 농가를 찾아 엿가락처럼 휘어져 버린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고 낙과도 주웠다. 조 구청장은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최근 예정됐던 중국 자매도시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농민들이 하루빨리 태풍 피해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민 이광채(57·시종면 봉소리)씨는 “이번 태풍으로 인삼밭 10만여㎡가 쑥대밭이 됐으나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공무원과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복구 의지를 다졌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처럼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광주·전남 지역의 농어민을 돕기 위한 자원봉사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경남 함안군 박우식 부군수를 비롯한 공직자 45명이 장성군 북일면 성덕리 등 3개 농가를 찾아 쓰러진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고 배, 사과 등의 낙과를 줍는 데 일손을 보탰다. 이들은 포도 40박스를 싣고 와 강풍에 쓰러진 시설물을 철거하던 주민과 자원봉사자에게 나눠 주는 등 훈훈한 인정을 베풀었다. 부산시의 전남 지역에 대한 우정은 남다르다. 부산시는 태풍과 폭설 등 자연 재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이곳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부산은 오는 10일 태풍 볼라벤의 피해가 극심한 전남 순천시 낙안면을 찾아 비닐하우스 철거 작업 등 현장 복구 활동에 나선다. 봉사활동에는 부산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 부산시 자원봉사센터 회원, 부산시 주부모니터단 회원, 한국자유총연맹 부산시지부 회원 등 110명이 함께한다. 시는 시청 버스 3대와 참가하는 자원봉사자의 식사 등 피해 복구 작업에 필요한 장비도 지원한다. 이에 앞서 허남식 부산시장은 16개 구·군에 자매결연을 한 전남 지역의 피해 농가를 지원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수영구와 중구 국민운동단체원과 공무원들은 6일과 7일 전남 구례군과 영광군을 방문해 피해 복구 작업을 벌였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주민을 대표해 부산시민께 감사드리며 이를 영·호남 화합의 디딤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부산 김정한·함안 강원식기자 cbchoi@seoul.co.kr
  • 독도 불법시설물 지자체 고발

    문화재청이 독도에 설치된 불법 구조물<서울신문 2012년 8월 28일자 14면>과 관련, 경북도와 울릉군을 사법기관에 고발키로 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6일 “경북도와 울릉군이 법을 어기고 독도에 구조물을 설치한 만큼 사법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문화재를 보호·관리해야 할 주체가 오히려 훼손을 자행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고발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등 문화재 보호구역 내에서 행정명령을 불이행한 관계 기관에 대해 사법기관에 고발 조치하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경북도와 울릉군이 오는 20일까지 불법 구조물 철거 및 원상 복구와 관련한 결과를 통보해 올 경우 현장 확인 등을 거쳐 고발 시기 및 대상자 등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달 21일 경북도 등에 독도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없이 불법 설치한 구조물 일체를 철거한 뒤 원상 복구하고 그 결과를 9월 20일까지 제출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문화재청은 또 이날부터 경북도 등이 독도에 불법 설치한 구조물 이외에 또 다른 불법 구조물이 있는지 등에 대해 현장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경북도 고위 관계자에게 불법 구조물의 설치 경위를 묻고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맹형규 장관이 김관용 경북도지사에게 불법 구조물의 설치 경위를 묻고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북도 측은 “행안부 차관이 경북도 행정부지사에게 유감을 나타낸 사실은 있지만 장관이 도지사와 직접 통화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경북도와 울릉군은 지난해 7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예산 1억 1000여만원으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경북도기 및 울릉군기 게양대, 태극문양 기단(바닥석, 지름 5m), 호랑이 조형물, 경북도지사 명의 표지석 등을 불법으로 설치해 물의를 빚었다. 게다가 경북도 등은 같은 해 독도 국기게양대 설치와 관련해 문화재청에 준공 허가를 신청하면서 서류 사진에는 불법 구조물을 모두 삭제한 채 국기 게양대 1기만 설치한 것으로 조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도 독도 표지석 설치를 앞두고 국기게양대 설치 현장을 확인하지 않은 채 준공허가를 내줬다. 경북도와 울릉군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예산 2000여만원을 들여 독도에 설치한 불법 구조물 일체를 철거했다. 지난달 19일 독도에 사상 처음 설치된 이명박 대통령 명의의 ‘독도 표지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불법 시설물들을 걷어낸 자리에는 데크를 설치해 원상 복구했으며, 조각가 홍민석(44·인천)씨가 디자인한 호랑이상(높이 1m, 길이 2.5m, 무게 350㎏) 등은 울릉도로 옮겨 이달 중 개관 예정인 안용복기념관에 설치할 계획이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확정

    재건축 소형평형 비율을 놓고 논란이 됐던 강남구 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안이 소형주택을 30% 확보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정비계획(안)’을 조건부 통과시켰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3329가구 중 60㎡ 이하의 소형주택을 999가구(장기전세 210가구) 공급하게 된다. 시는 개포지구의 역사성을 보존할 수 있도록 주민들을 위해 제공될 공원과 도서관 부지에 기존 아파트 일부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 주민편의시설 및 개포역사관으로 활용한다. 앞서 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소형주택을 854가구로 계획했으나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 자체 권한으로 30%까지 끌어올렸고, 주민들도 이를 수용했다. 시는 또 지난달 보류했던 강남구 상아3차아파트와 서초구 삼호가든4차아파트의 재건축안을 조건부 가결했다. 구역면적 1만 6447.9㎡의 상아3차는 용적률 299.99%, 최고층수 31층, 총 370가구(임대 49가구)로 재건축된다. 구역면적 2만 7429㎡의 서초삼호가든4차는 용적률 299.86%, 최고층수 35층, 총 746가구(임대 120가구)로 계획됐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박원순 “청계천·수표교 원형복원 불가능”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계천 재복원을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5일 “청계천은 조선시대 토목기술이 집대성된 곳인데 다 파서 없애 버려 복원이 불가능한 것 같다.”며 “수표교 복원도 도로 폭이 커져 있는 등 원형과 전혀 안 맞는 것 같다. (복원이) 힘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앞서 지난 2월 말 “청계천을 복원하겠다는 생각은 좋았으나 복원 과정에서 생태적·역사적 관점이 결여돼 바람직한 복원이 안 됐다.”며 청계천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재복원을 추진해 왔다. 수표교는 서울유형문화재 제18호로 길이 27m, 너비 7.5m, 길이 4m로 1959년 청계천 복개공사 때 장충단 공원으로 이전했다. 현재 청계천 수표교는 원래 모형을 본떠 2003년 복원공사 때 만든 것이다. 박 시장은 그러나 한강 수중보 중 상류에 있는 신곡보 철거에 대해서는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충분히 검토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한강의 경우 수초가 우거지고 모래톱이 어우러진 자연 생태 하천으로 돌려 놓고 싶다.”면서 “신곡보 철거를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강시민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신곡보 철거의 쟁점인 김포 지역 농업용수 문제와 취수장 취수 문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토해 하자는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 시장은 또 “최근 논란이 됐던 세빛둥둥섬, 국제금융센터 빌딩 유치 등 각종 개발사업 등에서 서울시에 불리한 계약으로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변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법률심사단을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박 시장은 “해외 관광객 유입을 늘리고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찾는 데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개발 사업보다는 시민들이 행복해하는 안정되고 평화로운 서울을 가꾸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완도 전복양식장 태풍 피해 보상 ‘막막’

    4일 전복 양식장이 밀집한 전남 완도군 보길면 예송리. 주민들은 최근 태풍 볼라벤으로 폐허가 된 양식시설물을 바라보며 연신 한숨짓는다. 이 마을 118어가 가운데 75가구가 어가당 200~500칸(2.4m×2.4m)의 양식장을 운영해 왔지만 이번 태풍으로 쑥대밭이 됐다. 짙푸른 바닷물과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해안가는 태풍으로 떠밀려온 양식 시설물과 썩은 전복 냄새로 악취가 진동한다. 이들 어가는 적게는 2억~3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 이상을 투자해 전복을 양식하고 있다. 올 추석을 앞두고 출하 준비에 한창이었으나 지금은 시장에 내놓을 전복이 거의 없다. 이 마을 이장 배학민(73)씨는 “20여억원을 투자해 500칸의 양식장을 운영했으나 한푼도 건질 수 없게 됐다.”며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 보상금이라도 몇 푼 건지려면 정부의 피해조사가 끝날 때까지 파괴된 양식장을 철거하면 안 된다.”며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어가들이 보험마저 들지 않아 빚더미에 앉을 판”이라고 한숨 짓는다. 같은 마을 이모(45)씨는 “초기 투자금을 담보 없이 융자해 주는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재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복 양식 어가는 재난지원금을 최고 5000만원까지밖에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파산에 따른 생계난이 유려된다. 전남 완도군에 따르면 지역 내에 3787가구(면적 3161㏊)가 전복 양식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생산하는 연간 생산량은 7400t(3700억원)에 이른다. 전국 생산량의 81%를 차지할 만큼 양식장이 몰려 있다. 이날 현재 피해 신고가 접수된 전복 양식시설은 10만여칸, 피해액은 240여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피해조사가 끝나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에 든 어가는 150가구, 4%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는 대규모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부가 2009년부터 도입, 운영 중인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은 국비지원 70%, 자부담 30%로 책정돼 있다. 여기에 전남도가 어가의 자부담 30% 가운데 10%를 추가 지원한다. 그럼에도 보험 가입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이 보험이 자동차보험처럼 소멸성인 데다 자연재해가 없을 경우 연간 수백만원이 그냥 사라진다는 이유로 어민들이 가입을 기피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기존 넙치, 전복, 굴, 김, 조피볼락(우럭) 등 5개 양식 수산물에 적용해 온 보험을 올부터 참돔, 돌돔, 감성돔, 쥐치, 농어, 기타 볼락류 등 6개를 추가해 11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전남도내 양식어가의 전체 가입률은 5%대에 불과하며 해안을 낀 다른 지자체의 사정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적조와 고수온 등으로 260만 마리의 전복 폐사 피해를 입은 전남 고흥군 금산면 일대 20여 어가들도 거의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지난 4월 신안 흑산도에서 전복을 양식하는 A씨가 12억원가량의 양식수산물재해보험(연간 자부담 219만원)에 가입한 뒤 강풍으로 일부 양식시설이 파손되면서 4억 4000만원의 보상금을 받은 사례도 있다.”며 “관내 양식 어가들에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재해에 따른 보상기준을 상향 조정할 것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종교 공존 차원서 지하철 문화콘텐츠 아끼고 지켜가길…”

    “종교 공존 차원서 지하철 문화콘텐츠 아끼고 지켜가길…”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종교도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사소한 나눔과 공유의 배려부터 먼저 다져야 할 것입니다.” 1999년부터 지하철역 게시판 ‘풍경소리’를 운영해 온 이용성(51) 풍경소리 사무총장. 4일 이른 아침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만난 그는 최근 지하철역에서 ‘풍경소리’ 게시판이 철거돼 사라질 뻔한 사태를 두고 “안타깝지만 넘고 극복해야 할 단계로 본다.”며 희망 섞인 안도의 말부터 꺼냈다. “서울시도시철도공사로부터 지하철 역사의 ‘풍경소리’ 게시판을 철거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곤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서울시 측이 종교적 부착물을 철거하라고 지시했고 서울시 지하철 환경개선시민개혁단이 쾌적한 지하철 환경 저해 요소 제거와 종교적 형평성 차원에서 게시판 철거 결정을 내렸다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풍경소리’는 전국 지하철, 철도역 승강장 벽과 기둥에 설치된 짧은 글 게시판이다. 1992년에 먼저 시작한 개신교의 ‘사랑의 편지’ 게시판과 함께 시민들에게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주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런데 느닷없이 두 게시판을 철거한다는 방침이 시달됐단다. 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지하철 문화 아이콘 풍경소리-사랑의 편지 철거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이슈 청원이 올라왔고 2000여명의 누리꾼이 여기에 동참했다. 이 흐름 때문인지 결국 서울시 측이 백지화로 선회했다. “누리꾼들의 반응에 또 한번 놀랐다.”는 이 총장은 시민들의 의식 수준에 못 미치는 시정이 야속하단다. “그동안 타 종교 신자들이 게시판을 훼손한 경우가 드물었고 자체 설문조사에서도 게시판의 종교적 색채를 의식한 시민이 거의 없었던 점을 볼 때 선교 행위와 종교 편향이란 문제 제기는 지나치다고 봐야지요.” 서민 속으로 파고드는 시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아직 종교 공존 차원의 깊은 헤아림까지는 못 미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종교 마찰에 대한 앞선 우려가 적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불교, 개신교 쪽에서 요란하지 않게 운영해 온 두 게시판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공존의 모범으로 삼아도 될 텐데….” 실제로 ‘풍경소리’와 ‘사랑의 편지’ 운영자들은 게시판 글의 내용이 종교적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수시로 만나 고민을 나누고 뜻을 모은다. 3∼4개월 전부터 공모받은 우수한 글 중 정제된 것만 게시한다. 비영리 공익 사업인 탓(?)에 고료며 운영비 마련도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높은 분’(?)들의 우려와는 달리 일반인들의 반응은 썩 좋은 편이다. 그동안 게시된 내용을 모아 4권의 단행본을 냈고 지난 3월부터는 외국인들을 위해 게시판에 국문과 영문 글을 함께 싣고 있다. “지금 종교가 공존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결국 ‘대중의 평안과 행복을 위한 고민과 활동’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자비와 평화, 사랑과 화해가 있지요.” 따져 보면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종교의 글이 나란히 걸리는 경우도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쉽지 않을 터. 그래서일까 이 총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겼다. “지금은 불교, 개신교 양측이 따로따로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함께 공유하고 향유할 수 있는 형태의 운영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32년간 달동네 보듬은 ‘파란눈 신부님’

    32년간 달동네 보듬은 ‘파란눈 신부님’

    달동네, 판자촌, 철거 지역 등 서울의 취약한 주거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지난 32년간 헌신한 파란 눈의 신부가 서울시 복지상 대상을 받게 됐다. 서울시는 뉴질랜드 출신으로 달동네 주민 주거지원 활동을 벌여 온 안광훈(71·본명 브레넌 로버트 존) 신부가 2012년 서울시 복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3일 밝혔다. 1966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안 신부는 3년 뒤 강원도 정선에 부임하면서부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보듬는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저소득층 대출을 위해 정선 신용협동조합을 건립하고, 이어 병원이 없는 군민들을 위해 프란치스코 의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8년간 함께 활동하며 안 신부를 지켜본 서울북부실업자사업단 정명훈 국장은 “네덜란드에서 건너올 때 지녔던 옷을 반세기 가까이나 입을 정도로 검소한 분”이라며 “강론 때도 늘 ‘돈과 명예, 권력으로부터 멀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안 신부는 그 흔한 휴대전화도 갖지 않았다. 정 국장은 “그처럼 어려운 사람들이 가난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일관되게 도우면서도 자신을 앞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종교를 떠나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 모르게 하라’는 진리를 오롯이 실천에 옮긴 것이다. 안 신부는 1981년 서울로 오며 주거취약 계층을 위한 활동을 본격화했다. 안 신부는 당시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목동에서 재건축 탓에 마땅한 보상도 없이 삶터에서 쫓겨나는 철거민들을 위해 물심 양면 지원을 시작했다. 이어 1997년에는 국내 실업문제가 심각해지자 서울북부실업자사업단 강북지부의 운영위원으로 나서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여하기도 했다. 안 신부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삼양동 달동네를 지키며 주민들을 위한 일자리, 주거복지, 대안금융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여수엑스포 ‘해양관광특구’로

    여수엑스포 ‘해양관광특구’로

    정부는 여수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지와 부대 시설을 법인세·취득세 등을 면제·감면해 주는 ‘해양관광 특별구역’으로 지정해 민간에게 매각하고, 개발과 운영을 맡겨 세계적인 해양복합리조트로 육성하기로 했다. 또 민법상 비영리 재단법인을 설립해 엑스포 부지 및 시설의 매각 업무, 엑스포 한국관·엑스포홀 등 민간에 매각하지 않는 시설의 운영, 여수 엑스포 기념 사업, 해양 연구자에 대한 지원사업 등을 맡기기로 했다. 정부는 5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수엑스포 정부지원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후 활용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또 투자자들이 실질적인 감세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관련 법 규정을 고치고, 부지와 시설은 2년 이내에 매각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정부가 엑스포 조직위원회에 빌려준 4846억원의 운영자금에 대해서는 2년 동안 상환을 유예해 주기로 했다. 엑스포 부지는 ▲해양 테마파크 및 숙박·관광시설 ▲복합콘텐츠 시설 ▲해양레포츠 등 세 구역으로 나눠 개발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부지와 시설에 대한 일괄 매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지만 해양레포츠 구역과 숙박·상가 복합 시설 등으로 나눠 팔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철거하려고 했던 국제관은 민간에 매각하고, 여수 엑스포의 상징으로 분수·불꽃 쇼를 벌였던 빅 오와 스카이타워 등도 민간에 매각해 운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총리실과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은 “지속적인 개발과 발전을 위해 민간 매각 및 개발을 결정했다.”면서 “세계 경기 침체 조짐 속에서 과감한 투자 유치 조건을 제시해 해외 자본 등 민간 투자를 끌어오자는 뜻도 깔려 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경기, 北전차 막는 구조물 철거

    접경지역을 상징해 온 군 방호벽이 경기북부지역에서 대대적으로 철거된 데 이어 물 흐름을 어렵게 하는 용치(북한의 전차 통과를 막기 위해 하천에 설치한 콘크리트 구조물)도 대대적으로 철거되고 있다. 경기도는 관할 군부대와 협의해 집중호우 때 하천범람의 원인이 되고 있는 용치를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철거해 지금까지 파주 설마천 등 6개 시·군에서 15곳을 철거완료했다고 31일 밝혔다.용치는 1970년쯤 법적 근거 없이 관할 군부대 자체 판단으로 경기북부지역 6개 시·군 53곳에 설치됐다. 집중호우 때 하천범람을 유발해 수해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도는 지난해 관할 군부대와 협의해 7곳을 우선 철거한 데 이어 올해는 37억원을 들여 지난 7월까지 8곳을 추가로 철거하고 북의 전차 진입을 막을 수 있는 낙차댐 등의 대체시설을 설치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예술? 외설?…중년 여성 ‘옷벗는 벽화’ 논란

    예술이냐? 외설이냐? 중년 여성이 점점 옷을 벗어가는 과정을 그린 벽화가 누구나 볼 수 있는 거리 벽에 있다는 이유로 된서리를 맞게됐다. 2주 전 미국 애틀랜타 초스우드 도심의 한 벽에 그림 하나가 그려졌다. 콘크리트로 가득찬 거리 벽에 생기를 불어넣는 비영리 단체인 리빙 월스 컨퍼런스( Living Walls Conference)소속의 유명 예술가 휴로가 그린 것. 그러나 이 벽화가 공개되자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옷을 벗는 모습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것. 학부모인 완다 쿠퍼는 “아이들 보기에 너무 적나라한 그림” 이라면서 “벽화가 생긴 이후 아이들의 통학 길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학부모인 크리스탈 하비는 “이 벽화는 단순한 누드 그림이 아니다. 일부로 벽화를 보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다.”고 반박했다. 결국 철거해 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시 측은 다음달 1일 벽화를 덧칠해 가려버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리빙 월스 컨퍼런스 측은 “주민들이 텅빈 벽 대신에 이 그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를 원했다.” 면서 “정말 실망스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 “천장 또 뜯겨 물 새… 보수는 무슨 그냥 살아야지”

    “천장 또 뜯겨 물 새… 보수는 무슨 그냥 살아야지”

    불암산 끝자락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104마을’이 있다. 정확한 주소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산104. 나지막한 돌산에 곧 무너질 듯한 판잣집 900여채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주민 대부분은 1960년대까지 청계천·영등포·양동·창신동 등에 살던 철거민들이다. 도심 개발에 밀려 이곳까지 흘러와 50년 전과 별반 차이 없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29일 오후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빠져나갔다는 소식에도 달동네 주민들은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제14호 태풍 덴빈이 다시 많은 비를 쏟아낼 것이라는 예보 때문이었다. 47년간 104마을에서 살아온 김점염(79·여)씨는 ‘태풍’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2년 전 태풍 곤파스로 김씨의 판잣집은 지붕이 날아갔다. “태풍 소식에 간밤에 한숨도 못잤어. 2년 전처럼 또 집이 무너질까 봐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다들 태풍이 비껴갔다곤 하는데 천장 위쪽이 뜯겼지 뭐야. 물이 조금씩 새는데 내가 무슨 돈이 있어. 그냥 살아야지.” 할머니가 가리킨 천장에서는 속절없이 물이 새들어 오고 있었다. 가난한 마을은 자연의 힘을 견뎌내기엔 턱없이 약했다. 달동네 주민들은 작은 태풍에도 전쟁을 치러야 한다. 유리 현관문 앞에 비닐을 덧대는 것은 기본. 지붕이 통째로 날아가지 않으려면 집 위에 올라가 대형 비닐을 덧씌우고 타이어 등을 얹어야 한다. 정부 재난대비 지원이 없다 보니 믿을 건 남들이 버리는 재활용 비닐과 헌 종이뿐이다. 1960~70년대 풍경 같지만 이곳에선 현실이다. “지붕이 약해 비만 오면 만날 물이 새. 가난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헌 종이를 구해다 천장에 덧바르는 것뿐이야. 매년 여름 이 짓만 20년째인데, 장마니 태풍이니 하는 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철렁하지 뭐.”라며 곽오단(80·여)씨는 한숨을 쉬었다. 25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모일순(72·여)씨는 “도와준다는 이야기도 반갑지 않다.”고 했다. “겨울만 되면 국회의원 같은 높은 사람들이 기자들 데리고 우르르 와서 연탄 나르는 봉사활동을 해. 다 광고지, 속보이는 그런 거 반갑지 않아.” 주민들은 방재의 손길에서도 이곳은 소외된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에 물이 차면 세상 뒤집어질 것처럼 난리를 해도 못사는 이곳에 수해가 나면 당연하게 여긴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우면산 산사태 피해를 본 방배동 일대에 420억원과 연인원 4만 2000명을 투입, 10개월 만에 복구 작업을 마쳤다. 반면 104마을에 대한 정부의 재해대비는 거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불만이다. 104마을은 손금처럼 얽혀 있는 골목길 사이사이로 불규칙하게 집들이 지어져 있다. 그만큼 복구도 쉽지 않다. 42년째 이 마을에서 거주하는 신동옥(76)씨는 “작은 공간에 우후죽순으로 지어진 판잣집들이 강한 바람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라면서 “이번 태풍이 지나면 또 다른 태풍이 온다는데 죽기 전에 단 하루라도 맘 편히 잠들어 봤으면 좋겠어.”라고 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맥아더는 한민족 은인도, 전쟁광도 아닌 승리추구 전형적 군인이었을 뿐”

    “맥아더는 한민족 은인도, 전쟁광도 아닌 승리추구 전형적 군인이었을 뿐”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 퇴역 연설에서.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 유엔군사령관은 한국전쟁을 수행하던 1951년 4월 11일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에게 전격 해임당했다. 트루먼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태평양전쟁의 영웅이자 공화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맥아더가 전격 해임되자 온갖 소문이 떠돈 탓에 그해 5~6월 의회에서 ‘맥아더 청문회’도 열렸지만, 맥아더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中부상 등 태평양 중심 세계 재편 예견 그 맥아더는 정치의 계절이 오면 한국에 망령처럼 떠돈다. 지난 21일 인천시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 앞에서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진보단체와 이를 저지하는 보수단체가 대치하며 또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진보단체에게 맥아더는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려 했던 전쟁광’이라면, 보수단체에게 맥아더는 ‘민족의 은인이자 반공의 보루이자 기독교의 전파자’인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인식의 차이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이상호 박사가 최근 펴낸 ‘맥아더와 한국전쟁’(푸른역사 펴냄)은 ‘한국인 시각에서 처음으로 분석해 본 맥아더’라고 한다. 박사 논문을 일반인이 읽기 쉽도록 풀어 써 낸 것으로, 각주가 448쪽짜리 책에서 무려 104쪽으로 4분의1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온갖 국내외 문헌을 총동원해 맥아더를 객관적으로 조명한 책이라는 의미다. 방대한 문서를 돌린 결과가 “맥아더는 단지 자신의 입장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자 한 전형적인 군인의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343쪽)는 결론에 이르게 되니 상당히 맥이 빠진다. 이 책은 박사 논문답게 337~343쪽에 요약본을 결론으로 실었는데, 감히 조언한다면 결론은 각종 문서로 어수선해진 머리를 가다듬는 작업을 위해 읽어야지 결론부터 읽거나 결론만 읽으면 가장 중요한 디테일을 놓치게 된다. 특히 저자가 주장하는 ‘맥아더=전형적 군인’이란 결론에는 동조할 수가 없다. 맥아더는 50여년의 군인생활 중 20여년을 아시아와 인연을 맺은 사람이다. 20대에 아버지 아더 2세의 부관으로 일본 도쿄에서 지낸 것을 시작으로 필리핀과 일본 등을 거치며 태평양전쟁을 치렀다. 그는 당대 미국에서 아시아의 정치·문화·군사를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시아에 매료됐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였고, 미국 정계에서 ‘아시아주의자’ ‘태평양주의자’로 불리었다. 미국이 유럽을 중심에 놓고 세계 전략을 짜던 시기에 그는 “태평양을 지배하는 힘은 곧 세계를 지배하는 힘”이라고 발언한 알버트 베버리지 연방 상원의원(인디애나주·1899~1911)에게 동의했다. 맥아더는 “미국의 존재 자체는 물론 장래까지도 아시아, 그 주변 섬들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60쪽). 이때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타이완과 일본이고, 한국은 일본의 이익이 걸린 지역으로 분류됐다. 미국의 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한 일명 ‘애치슨 선언’이 나온 배경이다. 중국이 주요 국가 2위(G2)에 올라서는 등 21세기가 태평양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을 보면 맥아더는 너무 빨리 세상을 내다본 셈이다. ●‘한국에 우호적 태도’ 진정성 회의 아시아를 잘 알고 있다는 맥아더는 그러나 오판도 자주 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에 앞서 맥아더는 1939년 일본이 필리핀을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 보고에 대해 “일본인의 정서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오판해 경을 쳤다. 그런가 하면 한국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38선 이북으로 진격을 결정할 때 중국이 참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지만, 맥아더는 ‘중국의 허세’라고 오판했다. 중국 참전에 대한 오판은 뼈아픈 것으로, 결국 미국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확대돼 불명예 제대까지 하게 되니 말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에 점령군으로 간 맥아더는 기독교와 반공주의를 전파하고, 신도의 국교화를 허용하지 않는 등 일본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하는 데 열을 올린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1947년 종료된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반공 전진기지로서 일본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때때로 모순되기 짝이 없다. 일례로 한국이 해방된 뒤 친일·부일 세력을 기용하지 말라는 내용과 친일·부일 세력을 써도 된다는 내용, 한국을 점령지로 하라거나 해방지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한 문서(미 3부조정위원회(SWNCC)176/1~176/30) 안에 공존하는 식이다. 맥아더의 여러 가지 군사전략과 정책은 미국 국방부(군인)와 국무부(민간)의 갈등 사이에서 채택되기도 하고 배제되기도 한다. 맥아더가 38선을 뚫고 올라가려고 할 때 미국은 3차대전에 대한 우려로 소련의 참전에 엄청난 신경을 쓴다. 결국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만약 북한이 붕괴되고 중국과 소련이 한국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맥아더로 하여금 유엔의 후원을 받아 북한을 점령하게 한다.’라고 합의하게 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10월 12일 유엔은 맥아더에게 38선 이남에 머물 것을 명령한다. 미국 정부는 유엔의 명령에 따랐고, 맥아더도 따라가야만 했다. 민간의 통제에 따르는 군인의 모습이다. 이 박사는 결론에서 “맥아더가 한국전쟁 수행 전략에서 보여준 한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과연 진정성이 있었던 것인지 회의하게 한다.”면서 “오히려 한국인들의 맥아더에 대한 선의의 일방적 해석은 맥아더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진보·보수는 쓸데없이 더 싸울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성동, 연내 지상 전봇대 108개 철거

    성동구의 주요 간선도에서 전봇대가 사라진다. 2020년에는 구내 전지역에서 전봇대를 볼 수 없게 된다. 구는 지상에 설치된 주요 간선도로의 전봇대 108개를 없애고 전선을 땅 속에 묻는 지중화 사업을 연말까지 완공할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구는 2004년부터 지역 내 간선도로 52.4㎞의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재까지 전체 45.4%인 23.76㎞를 끝냈다. 올해 말까지 나머지 25.66㎞를 완료할 예정이다. 구에 따르면 지난해 금호17·19구역 주택재개발정비지구의 금호로 800m에 있는 전봇대 26개를 철거하고 전기·통신설비를 지하에 묻었다. 이어 2010년에 시작한 독서당로 금호사거리에서 응봉치안센터 사이 1.3㎞ 구간의 전봇대 27개를 철거하는 가공선 지중화 공사를 지난 5월 완료했다. 또 신분당선 왕십리로 1.5㎞, 금호14구역 금호로 200m, 옥수12구역 매봉길 200m 구간의 전봇대 55개를 철거하고 지중화하는 사업을 올해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에는 천호대로 3㎞ 구간의 한전 가공선로 지중화 공사를 벌일 계획이며, 2020년까지 지역 내 간선도로의 가공선로 지중화 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고재득 구청장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전 가공선 지중화 사업은 명품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기반 사업”이라며 “쾌적한 보행 및 가로 환경을 제공해 시민들이 보다 안전하게 도로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곽경택 감독 “장편으로 찍고 싶던 내 졸업작품이니 세트 비용 꾸러 다니면서도 버텼지”

    곽경택 감독 “장편으로 찍고 싶던 내 졸업작품이니 세트 비용 꾸러 다니면서도 버텼지”

    1989년 부산 양정의 53사단 헌병대. 훗날 음악평론가와 영화감독이 된 강헌(50)과 곽경택(46)은 군대 선후임으로 이곳에서 만났다. 현역들에게 구박받는 ‘18방’(18개월 복무 방위)의 동병상련, 문화·예술에 대한 공감대로 둘은 퇴근 후 부산 시장통을 돌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당연히 의사가 돼야 하는 줄 알고 의대(고신대)에 들어갔지만, 해부학 수업을 듣고 회의를 느꼈던 곽경택은 제대 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CF 연출을 공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해 보는 게 좋겠다.”는 영화운동 조직 ‘장산곶매’ 출신 강헌의 꾐(?)에 진로를 틀었다. 23년이 흘렀다. 중견 감독이 된 곽경택이 10번째 장편 ‘미운 오리 새끼’(30일 개봉)를 내놓았다. 1987년 부산 헌병대에서 ‘빡센’ 군생활을 하는 어리바리한 ‘6방’(6개월 방위) 전낙만의 얘기다. 고문을 당해 실성한 아버지 때문에 낙만은 단기사병으로 입대한다. 이발, 사진, 화장실 청소까지 도맡는 ‘잡병’ 신세. 하지만 기원을 하는 할아버지를 둔 덕에 바둑 실력은 끝내 준다. 헌병대장의 총애를 받지만,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신임 중대장은 방위도 영창 근무를 서라고 지시한다. 현역 고참들도 낙만을 못 괴롭혀 안달이다. 말년을 무사히 버텨 어머니가 사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려는 낙만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낙만의 모습에는 곽경택과 강헌의 ‘18방’ 경험이 촘촘하게 녹아 있다. “에피소드는 대부분 사실이다. 내가 이발병이고, 헌이 형은 바둑병이었다. 이발을 하다가 실수로 다른 병사의 귓불을 자르고, 그걸 닭 모이로 준 것도 사실이다. 나는 영창 근무를 섰고, 헌이 형은 영창에 끌려갔다. 낙만이 영창에서 만난 ‘행자’ ‘여호와’ 캐릭터 또한 모두 실재 인물이다.” 곽 감독의 작품 대부분은 거친 (부산) 사내들의 우정과 배신, 사랑 이야기다. ‘미운 오리 새끼’는 ‘똥개’(2003) 이후 처음으로 편안한 웃음을 준다. 하지만 제작 과정은 악전고투였다. 순제작비는 20억원 수준. 그나마 감독과 팀장급 스태프들은 개런티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쓴 돈은 10억원 남짓이다. 250억원이 투입된 그의 작품 ‘태풍’(2005)과 비교하면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국의 모든 투자사에서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서울 독산동 철거를 앞둔 군부대의 촬영 허가를 받아 놓은 터라 급해진 곽 감독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부터 했다. 그는 “나중에 찍으려면 세트 비용만 10억원은 들 텐데 도리가 없었다. 며칠 찍다가 3000만~1억원씩 지인들에게 돈을 꾸러 다니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돈이 워낙 조금 들어갔기 때문에 크게 안 터져도 되니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목표가 100만명 이하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웃었다(손익분기점은 60만명 정도다). 왜 꼭 지금이어야 했을까. “10억원짜리 세트에 시나리오까지 다 된 상황이다. ‘기적의 오디션’(곽 감독이 멘토로 출연한 SBS 신인배우 오디션)에서 만난 혈기왕성한 친구들이 있었다. (뉴욕대 졸업 작품 ‘영창이야기’를) 언젠가 장편으로 만들 거라면 지금이어야만 한다고 자신을 몰아갔다.”고 했다. 출연진 중 낙만 아버지를 연기한 오달수를 빼면 대부분 ‘기적의 오디션’ 출신이다. 주인공 낙만 역의 김준구는 물론 악질 중대장 역의 개그우먼 조혜련 동생 조지환, 행자 역의 문원주, 권하사 역의 박혜선 등은 ‘기적의 오디션’에서 찾아낸 원석이다. 장동건(‘친구’ ‘태풍’)·정우성(‘똥개’)·권상우(‘통증’) 등 충무로의 미남 배우들을 유독 아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기자분이 처지 바꿔 생각해 봐라. 어리바리한 낙만 역을 장동건·권상우가 하겠나. 하하하. 신인 배우만 쓰는 게 부담은 됐지만, 철저하게 캐릭터에 맞춰 이미지 캐스팅을 하고 실수만 줄이면 된다고 봤다.”는 게 곽 감독의 설명이다. 이어 “신인 배우들은 고맙다고 하는데 사실 내가 고맙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창작의 영감을 얻었다. 조지환을 본 순간 살만 25㎏쯤 찌우면 내 기억 속 중대장과 딱 매치가 되겠더라.”고 했다. 전작 ‘통증’은 곽 감독이 처음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로 연출한 작품이다. 서울을 배경으로 부산 사투리를 쓰지 않는 남자(권상우)와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정려원)의 사랑 등 지금껏 그의 작품들에서 크게 벗어나 더욱 주목받았다. 평단은 곽 감독의 변신에 호의적이었는데 흥행(최종 관객 70만명)은 신통치 않았다. “나도 충격받았다. ‘친구’ 이후 쉬지 않고 영화를 찍은 건 크게 까먹지 않거나 본전은 했기 때문인데 100만명을 못 넘길 줄은 몰랐다.” 최근 1200만 관객을 넘어선 ‘도둑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 법했다. ‘친구’는 2001년 820만 관객(공식 통계는 서울 267만명)을 동원했다. 2000년대 들어 멀티플렉스가 본격화된 걸 감안하면 요즘 1000만을 훌쩍 웃도는 기록인 셈. ‘친구’를 넘고 싶은 욕심은 없는 걸까. “이제 포기했다. 하하하. 흥행은 영화만 잘 찍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배급 상황, 사회 분위기, 경쟁작과의 함수관계 등이 맞아떨어져야 나온다. 강형철(‘과속스캔들’ ‘써니’)이나 최동훈(‘타짜’ ‘전우치’ ‘도둑들’)은 대단한 감독이다.” 문득 궁금했다. 의사의 길을 외면한 걸 후회한 적은 없을까. 그는 “안철수 박사처럼 졸업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했다면 모르겠는데, 중도에 그만둔 건 부끄럽다. 하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 아닌가. (미스터리 의학영화) ‘닥터K’ 망하고 나서 잠깐 후회한 것도 같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독도 불법시설물 철거 착수

    독도 불법 시설물<서울신문 8월 22일자 1면>에 대한 전면적인 철수 작업이 시작됐다. 경북도와 울릉군은 지난 25일부터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독도 불법 시설물에 대한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도 등은 빠르면 이번 주말까지 문화재청이 불법 시설물로 규정한 경북도기 및 울릉군기 게양대, 태극문양 기단(바닥석, 지름 5m), 경북도지사 명의 표지석 등에 대한 철수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 19일 독도에 처음 설치된 이명박 대통령 명의의 ‘독도 표지석’은 일시 철거된 뒤 그 자리에 재설치된다. 불법 시설물들을 걷어낸 자리에는 데크를 설치해 원상 복구한다. 조각가 홍민석(44)씨가 디자인한 호랑이상(높이 1m, 길이 2.5m, 무게 350㎏) 등은 철거 후 울릉도로 옮겨 안용복기념관에 설치하기로 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여주보 안전경고 부표 12개뿐… 어민 또 희생

    여주보 안전경고 부표 12개뿐… 어민 또 희생

    <2010년 8월> 보트 전복 수석 채취 어민 사망 <2010년 11월> 육군 소형 선박 전복 장병 4명 사망 <2012년 8월 25일> 0.2t급 어선 뒤집혀 30대 남성 2명 실종. 이들 3건 모두 여주보와 이포보 근처에서 배가 급류에 휩쓸리면서 전복돼 발생한 사고다. 4대강 사업 결과물인 여주보와 이포보는 지난달 6일 완전 준공됐다. 여주보는 길이가 530m, 수문 12개로 전국 16개 보 가운데 수문이 가장 많다. 수문이 닫혀 있을 때 보 상류와 하류 간 낙차가 5m나 된다. 때문에 보 근처의 유속이 매우 빨라 늘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에 보 준공 이후 관리운영을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는 여주보 상류에 경고성 부표 12개를 띄워 놓았다. 그러나 어민들은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전복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5일 사고는 여주보로부터 1㎞ 떨어진 상류에서 미리 쳐 두었던 어망을 걷어 올리러 나섰다가 엔진 고장으로 보트가 여주보까지 떠내려가 수문 근처 급류에 휩쓸리면서 발생했다. 이곳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어민들은 “보 근처 급류로 보트가 휩쓸려 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추가로 세웠더라면 이번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다.”며 입을 모았다. 실제 지난해 육군 보트가 전복된 후 이포보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보의 상·하류 200m 지점에 줄로 연결된 부표를 설치했다. 보트나 사람이 수문으로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홍수기에는 물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철거하고 있다. 이포보·여주보·강천보 일대에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어민들은 모두 282명. 일부 어민들은 “불안해서 어업에 나설 수 없다.”며 수공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보에서 근무 중인 수자원공사 한강통합물관리센터와 사설 경비업체의 대비 태세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보마다 순시선과 작업선이 있으나 사고 당시 태풍의 북상에 대비해 육지로 견인해 놓은 상태였고, 변변한 구조장비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최근 전복 사고 당시 구조된 이모(34)씨는 119구조대원들에게 구조될 때까지 여주보 8번 수문 난간에 30여분간 공포 속에서 매달려 있어야 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플래시몹·천재무용가… 춤, 영화가 되다

    플래시몹·천재무용가… 춤, 영화가 되다

    춤을 소재로 한 영화는 일단 볼 만하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풍부한 볼거리로 일정한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신분 차이를 넘어서 춤으로 맺어진다.’는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스텝업’ 시리즈가 4편까지 나온 것은 그 방증이라 할 만하다. ●‘스텝업4:레볼루션’ 힙합·현대무용·발레 접목 최근 개봉한 ‘스텝업4:레볼루션’도 확실하게 춤에만 초점을 맞췄다. 유튜브 조회수 1000만건을 돌파하면 상금 10만 달러가 떨어지는 영상 콘테스트가 열렸다. 댄스팀 ‘몹’(MOB)의 리더 션(라이언 구즈먼)은 해안 도로변, 미술관 등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깜짝 퍼포먼스 플래시몹을 펼쳐 유튜브에 올린다. 한편 호텔업계 거물의 외동딸인 에밀리(캐서린 매코믹)는 전문 무용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딸이 호텔의 후계자가 되길 바랄 뿐이다. 호텔 클럽에서 만난 션과 춤을 매개로 친해진 에밀리는 션의 플래시몹에서 영감을 얻어 몹에 동참한다. 함께 활동하는 몹 멤버와의 불화나, 에밀리 아버지의 호텔 사업 확장에 따라 철거 위기에 몰린 션의 동네를 살리기 위한 퍼포먼스 등 에피소드들이 펼쳐지지만 역시 온몸을 짜릿하게 만드는 감동의 볼거리는 춤이다. 도로를 점령하고 춤추는 플래시몹,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에서 사람이 튀어나와 춤을 추는 장면, 시의회에서 정장을 빼입은 멤버들이 절도 있는 몸짓을 보여주는 장면 등 줄줄이 이어지는 퍼포먼스는 관객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 충분하다. 적어도 춤이라는 장르로만 제한한다면, 힙합과 현대무용, 발레를 적절히 접목한, 한 편의 공연예술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피나’에선 獨 무용가 피나 바우슈 부활 춤이 역사를 바꾼 천재무용가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맛보고 싶다면 빔 벤더스 감독의 ‘피나’(30일 개봉)를 찾아봐도 좋다. 독일의 여류 무용가이자 안무가 피나 바우슈(1940~2010)의 뜨거운 예술혼을 3D 영화로 부활시켰다. 바우슈의 무용단인 부퍼탈 탄츠테아터에 소속된 무용수들의 열정적인 춤이 스크린을 채운다. 봄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폭력적인 군무로 드러낸 ‘봄의 제전’을 비롯해 인간의 외로움과 갈망을 다룬 ‘카페 뮐러’, 남녀 관계에서 발생하는 욕망과 잔인함을 담은 ‘콘탁트호프’, 비바람 속에서 자신의 내면세계와 싸우며 사랑을 갈구하는 격렬한 춤 ‘보름달’까지, 바우슈의 대표작 4개를 담았다. 부퍼탈 무용수들이 간간이 등장해 난해한 작품을 설명하는 친절함을 덧댔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미덕은 ‘영상혁명’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무용수의 거친 호흡과 미묘한 표정, 손끝의 떨림까지 고스란히 잡아냈다는 점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중앙 - 지방 인사교류 전면 확대

    중앙 - 지방 인사교류 전면 확대

    정부가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간 범정부적 차원의 인사교류에 나선다. 또 제도 안착을 위해 그동안 지방공무원에게만 적용하던 인사교류 인센티브제를 국가공무원에게도 적용한다. 행정안전부는 23일 “정부는 올해 중으로 광역시·도 부단체장과 기획재정부·국토해양부·지식경제부 등 주요 부처 실·국장과 행안부와 연계한 ‘삼각 인사교류’를 추진한다.”면서 “지방행정·제도를 총괄하는 행안부가 가운데에서 부처 및 시·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인사교류를 원하는 기관의 수요를 조사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앙의 고위공무원단과 비슷한 위상의 ‘지방 고위공무원 풀’을 꾸려 신속하고 효율적인 중앙~지방 간 인사교류가 가능한 체제를 갖춘다. 이를 위해 지난 6월부터 시작해 15명이 교육을 마쳤고, 오는 10월까지 17명이 추가로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과장급 224개 직위도 포함 이와 함께 행안부와 지방행정과 관련이 있는 주요 부처의 전체 직위 180개를 선정해 인사교류를 진행하고, 중앙과 지방 사이에도 과장급 44개 직위를 정해 인사교류를 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중앙~지방 간 과장급 교류는 20개 직위에 대해 시범 운영하고 있고, 부처 간에도 역시 180개 직위의 교류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25개 중앙 부·처·청과 17개 시·도가 참여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이를 위해 인사상 인센티브를 국가공무원에게도 적용해 성과평가에서 가점을 주고, 복귀 시 불이익 금지 등을 예규로 마련했다. 지방공무원의 인센티브도 현재 월 0.05점에서 월 0.1점으로 두 배 늘리는 등 인센티브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인사교류는 공무원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해묵은 과제였던 만큼 이제 부처와 부처 사이, 부처와 지역 사이 조직 이기주의에 기반한, 눈에 보이지 않는 칸막이를 걷어내기 위한 조치의 첫 걸음을 뗐을 뿐, 제도적인 측면이나 조직문화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행안부는 특히 주요 부처와 광역시·도 사이의 실질적인 교류에 주목하고 있다. 재정부·지경부·국토부와 같은 주요 부처의 국·실장급과 17개 시·도 부단체장직이 원활하게 교류한다면 지자체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중앙부처에도 지역의 실상을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부처 간 ‘칸막이’ 철거 첫걸음 현재 17개 시·도의 행정 부단체장은 모두 행안부 출신이다. 정무 부단체장은 별정직으로 분류된다. 최근 광역시·도에서 정무 부단체장에게 경제산업, 투자유치, 국제협력, 도시개발 등 경제분야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겨 경제부지사로 운영하는 것이 대세다. 부산·대구·광주·울산·경기·강원·전남·제주 등이 이같이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장은 경제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 행정 시스템을 이해하는 경제부처 관료를 선호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중앙정부 관료 출신을 경제부지사로 둔 곳은 광주·울산·경기·충북·전남 정도다. 이 중 현직은 지경부에서 파견된 전남(정순남 부지사)과 행안부에서 파견된 경기도(이재율 부지사) 뿐이고, 다른 지역은 모두 전직 관료들이다. 또 중앙과 지방 간 과장급 인사교류를 시범 운영하려는 곳은 전체 44개다. 현재까지 협의를 마친 곳은 20개로 그나마도 통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행안부다. 인사교류를 협의 중인 곳은 지경부·국토부를 비롯해 농림수산식품부·보건복지부·환경부·식품의약품안전청·소방방재청 등이다. 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 등은 아직 인사교류 직위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로는 강원·전북·경남·세종시 등 4개 시·도에서 인사교류 직위를 지정하지 못했다. ●기관들 상호 미비점 보완 효과 박동훈 행안부 지방행정국장은 “경제 관련 부처에서는 인사교류를 통해 지자체로 가는 것을 내부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보는 인식이 팽배하고, 한 번 나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여긴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국장은 “지방 공무원들 역시 익숙한 지역을 떠나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은데 상호 간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면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인사교류는 궁극적으로는 민생 현장과 법·제도 담당 기관의 미비점을 상호 보완하는 것”이라고 인사교류의 긍정적 기능을 설명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2000억 넘는 의원회관 신관 발암물질 ‘비상’

    2000억 넘는 의원회관 신관 발암물질 ‘비상’

    국회 의원회관 신관 건물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되면서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충격에 빠졌다. 23일 민주통합당 서영교·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이 국회사무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축 건물인 제2의원회관 내 의원실과 복도·주차장·방문자 대기실 등 50여곳에서 유해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국회 사무처가 지난달 9일부터 1개월간 대명환경기술연구소에 의원회관 실내 공기질 측정을 의뢰한 결과다. ●포름알데히드 등 기준치 웃돌아 피부 접촉이나 호흡기 흡입을 통해 신경계 장애를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총휘발성 유기화합물(TVOC)도 다량 검출됐다. 건물 내 기준치인 500㎍/㎥를 웃돈 곳이 5곳이었고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인 300㎍/㎥를 넘는 곳은 무려 32곳이나 됐다. 평균값은 343㎍/㎥로 측정됐다. 이는 지난해 국회사무처에서 조사한 도서관, 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12곳 평균값인 70.8㎍/㎥의 4.8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9층의 한 의원실은 포름알데히드 검출량이 120.7㎍/㎥로, 기준치인 120㎍/㎥를 초과했고 TVOC도 782㎍/㎥가 검출돼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 ●식당·체력단련시설엔 ‘석면’ 서 의원은 “지난 5월 조사에선 식당과 체력단련실 등에서 석면도 발견됐다.”면서 “현재 국회사무처가 철거를 위한 용역회사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축비 2000억원이 넘는 초호화 건물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친환경 건축물임을 자임해 왔으나 입주한 의원실마다 새집 증후군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국민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어린이집, 학교 등도 실정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발암물질인 벤젠과 독성물질인 톨루엔 등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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