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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시대]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꿈에 앞서 할 일/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글로벌 시대]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꿈에 앞서 할 일/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외교가 본격화되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추가는 안보리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며 현행 국제협력체제의 기본 틀인 유엔 헌장의 개정을 필요로 한다. 1945년 출범한 유엔은 회원국이 51개국에서 193개국으로 약 4배 늘어났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2차 세계대전 전승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안보리 개편 논의가 1993년 이래 20여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국가·지역별 입장 차가 워낙 커 단시일 내 합의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며, 특히 상임이사국 개편은 더욱 요원하다. 안보리는 유엔 헌장에 따라 막강한 권위와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해 분쟁 해결의 권고와 비군사적 조치는 물론 군사적 조치까지도 취할 수 있다. 게다가 회원국을 구속하는 결의까지 채택할 수 있으니 유엔 안보리는 그야말로 국제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다. 안보리는 상임 5개국과 비상임 10개국의 이사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임이사국은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과 달리 그 지위가 영구 지속되며, 거부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상임이사국 증설은 국제정치상 힘의 균형을 변화시킬 중대사안인 만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비상임이사국 증설 등 다양한 대안에 대한 검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안보리 이사국과 같은 중요한 국제적 역할을 논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요건이 바로 높은 신뢰와 도덕성이다. 이 요소들은 해당 국가의 품격을 보여주는 잣대이기도 하지만, 그 나라가 그런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경우의 행동과 기여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이는 식민지배와 침략역사를 부인·미화하고 망언을 일삼는 일본의 퇴행적 행보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 위안부 강제동원 책임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뒤흔들려는 움직임이나, 미국 내 위안부 소녀상 철거 시도 등은 일본의 오도된 역사관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일본으로 인해 아픈 역사를 강요당한 인근국들에는 우려스럽고 크게 공분을 살 일이다. 더구나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도 지난해 12월 26일에 있었던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공개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이달 중순 ‘위안부법’의 의회 통과와 오바마 대통령 서명을 통해 2007년 위안부 결의안의 준수를 촉구한 사실 등은 이러한 문제가 안고 있는 역사적 책무의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신뢰 회복은 대규모 개발원조나 경제기술 지원과 같은 돈 보따리 외교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꾸준하고 진심 어린 노력으로 마음을 얻어야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같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이 과거사의 멍에를 떨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해 온 과정은 대조된다. 지난해 11월 24일 타결된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6개국, 즉 ‘P5+1’과 이란 간 핵 협상 시 독일은 상임이사국과 대등하게 교섭에 참여할 수 있었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희망하는 나라는 이렇듯 먼저 역사를 직시하고, 진실한 반성과 사과, 화해를 통해 신뢰와 도덕성을 쌓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인근 나라들의 신뢰가 더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주말 영화]

    [주말 영화]

    춤일까 그녀일까… 퇴근길 그를 부른 건 ■쉘 위 댄스(씨네프 일요일 밤 10시) 존 클라크의 인생을 뒤바꿔놓게 될 사건은 그의 퇴근길에서 우연하게 시작된다. 기차 선로에 접해 있는 미스 미치의 댄스 스쿨에서 창 밖을 응시하고 있는 댄스 교사의 모습을 존 클라크가 발견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존은 마침내 전철에서 내려서 볼룸댄스 초급반에 등록한다. 첫 레슨이 있는 날, 존은 댄스 플로어를 미끄러지며 춤을 추기보다는 바닥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레슨 시간을 다 허비해 버린다. 첫 레슨을 받은 뒤 창피하기도 하고, 수줍기도 한 존은 춤을 그만둘까도 생각해 보지만, 자신이 댄스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존은 아내에게 댄스를 배운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다. 만약 아내가 알게 되면 상처를 주게 될까 봐 숨기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존은 미모와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폴리나에게 가슴 설레는 애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녀의 13월(KBS1 토요일 밤 1시 5분) 이혼 후 변해버린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여경은 대학에서 만난 성진과 첫 연애를 시작하고 졸업반 시절에 결혼한다. 그러나 사랑과 남자와의 관계가 어떤 것이라는 걸 몰랐던 여경은 성진과의 관계에 집착해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고, 결국 일방적으로 버림받게 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시간강사로 나가게 된 대학에 전 남편 성진이 부임해 온 사실을 안 여경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여경은 구두굽을 수선하려고 대학 내 구두 수선 집에 들렀다가 구두 수선공 우철을 만나게 된다. 우철은 중풍이 든 아버지를 수발하면서 집안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우철의 구두수선소가 철거 위기에 처하자 여경은 학회장을 설득해 구두수선소가 살아남을 수 있게 돕는다. ■상사부일체:두사부일체 3(OBS 일요일 밤 10시 15분) 이번에는 학교보다 훨씬 힘든 회사로 간다. 드디어 대학교 졸업장을 따고 강남을 맡게 된 조폭 계두식. 조직의 구조를 글로벌하게 만들라는 큰형님 명령에 따라 ‘대기업 벤치마킹 프로젝트’를 강행하게 된다. 프로젝트로 조직원 중 한 명을 대기업에 입사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에 모든 조직원들은 유일한 4년제 대학졸업자 두식을 연호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마지못해 대기업에 위장 입사한 두식. 그러나 부서 배정의 오류로 기대했던 기획실이 아닌 보험영업을 맡는다. 졸지에 FC(보험설계사)가 된 것. 이러한 두식을 도와 상두와 대가리는 조직원을 동원해 창립 이후 사상 유례없는 첫 달 500건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올리고, 보험왕이 된 두식은 회장의 특별 지시로 기획실에 입성한다.
  • ‘턱뼈탑’ 엽기 성형외과, 알고보니 일본에서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가 수술 과정에서 나온 턱뼈로 탑을 만든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일이 일본에까지 알려져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가뜩이나 한국에 대해 ‘성형미인이 많다’ 등 비아냥을 해 온 일본인들에게는 만만한 조롱거리가 생긴 셈이다. 일본 지지통신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톱으로 절단한 약 1000명분의 뼈를 60㎝ 높이의 투명 사각기둥 케이스에 넣어 로비에 전시해 왔다. 뼈에는 환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서울발로 보도했다. 이어 “해당 병원은 ‘절제한 뼈를 직접 보여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전시물의 사진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의료폐기물관리법을 적용해 전시물을 철거했다”고 전했다. 지지통신은 한국을 ‘세계 최고의 미용성형 대국’이라고 소개한 뒤 “한국에서는 ‘작은 얼굴’ 붐 때문에 턱의 좌우를 일부 절제하는 수술이 인기가 높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에서 사진이 확산되자 ‘그로테스크하다’는 비난이 쇄도했고 관련 당국이 이 병원을 조사하기도 했으나 소동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오히려 해당 병원에는 치료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기사는 전했다. 이에 대해 국내 네티즌들은 “가뜩이나 일본과의 감정도 안좋은데 성형외과의 엽기적인 행위 때문에 일본인에게 쓸데없는 놀림의 빌미만 제공했다” 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도심 공간창출… ‘숨쉬는 거리’] 도봉구, 쌍문역 간판 정비

    [도심 공간창출… ‘숨쉬는 거리’] 도봉구, 쌍문역 간판 정비

    서울 도봉구 쌍문동 거리 풍경이 확 달라졌다. 도봉구는 소피아호텔 사거리~지하철 4호선 쌍문역 1, 4번 출구 237m 구간에 대한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 사업을 끝냈다고 22일 밝혔다. 쌍문역 주변 상가 간판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지난해 3월 88개 업소 163개 간판을 대상으로 정비에 들어갔다. 난립한 간판을 떼고 주변 풍경과 어울리는 것을 새로 달았다. 철거 작업과 제작비가 지원됐다. 2억 2000만원이 들었다. 구는 규제와 단속 위주로 진행되던 기존 옥외광고물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정비하도록 이끌었다. 앞으로도 간판 개선 주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역을 관리할 계획이다. 새 간판에 고효율 인증을 받은 친환경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쓴 점도 눈에 띈다. 형광등 간판보다 75% 이상 에너지 사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소피아호텔 사거리와 창동시장 입구 사거리 사이 공중선 지중화 사업까지 마무리되면 도시 경관 개선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진 구청장은 “올해도 쌍문역에서 우이교까지의 간판 개선 사업을 추진하는 등 거리를 더욱 산뜻하게 꾸미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현장 행정] 천문대 건립 추진하는 문충실 동작구청장

    [현장 행정] 천문대 건립 추진하는 문충실 동작구청장

    “동작구를 별 볼일 있는 자치구로 만들겠습니다.” 문충실 동작구청장은 20일 ‘서울천문대(가칭)’로 말문을 열었다. 때마침 ‘고구동산에서 별을 따다’ 출판기념회를 가진 날이라 상기된 표정이었다. 책엔 노량진 고구동산에 천문대를 유치해 과학 기초교육은 물론 서울 야경을 조망하는 명소로 가꾼다는 포부를 담았다. 문 구청장은 “동작본동 18-6에 대한 도시계획시설(청소년 수련시설) 결정고시 등 천문대 건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면서 “앞으로 노량진 민자역사, 깨끗한 시설로 옷을 바꿔 입은 노량진 수산시장과 더불어 동작의 미래를 이끌 드림 트라이앵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천문대는 올 상반기 사업 시행자 지정 신청과 고시에 이어 9월쯤 착공, 2015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과연 서울에서 별을 볼 수 있는 천문대가 가능하냐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 구청장은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우주란 꿈을 키우는 아주 소중한 일”이라면서 “시민들이 지하철로 찾을 수 있는 천문대는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또 건립 예정 부지는 해발고도 85m에 빛 간섭이 없어 천문대 건립엔 최적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지하철 9호선 노들역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 있는 등 장점을 갖췄다. 그는 “시민 아파트를 철거한 부지가 풀만 자라는 나대지로 방치돼 있다”면서 “민자를 유치해 천문대가 들어선다면 서울의 명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바로 앞 용봉그린공원도 ‘별’을 주제로 새롭게 꾸미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구는 천문대를 민간 사업자에게 맡기고 시가 용봉그린공원의 변신에 50여억원을 지원하기를 바란다. 지난해 11월 박원순 시장이 동작구 현장시장실에서 “천문대의 필요성을 느낀다.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챙겨 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문 구청장은 “민자 유치에 서울시 지원이 더해진다면 동작구가 ‘별’을 주제로 한 천문대와 공원 등 문화 체험 공간을 갖출 수 있다”고 기대했다. ‘태극기’에 대한 애정도 크다. 그는 “지금 청소년들은 태극기에 그리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부모들이 그만큼 태극기를 보여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문 구청장은 2010년부터 15개 동, 17㎞를 ‘태극기 휘날리는 거리’로 가꿨다. 특히 초등학교 앞에는 태극기가 항상 휘날리도록 했다. 이런 노력으로 보통 국경일의 자치구 태극기 게양률이 4~5%이지만 동작구는 50%를 웃돈다. 문 구청장은 “태극기는 우리 민족의 혼이자 상징”이라며 “주민 모두가 곁에서 지켜보고 같이 느낄 수 있도록 태극기 보급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글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오늘의 눈] 후안무치 법무부와 대법관의 자격/박성국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후안무치 법무부와 대법관의 자격/박성국 사회부 기자

    오는 3월 6년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으로 5명의 대법관 후보자가 발표된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조 기자단 기자실. 예상했다는 듯 ‘역시나’ 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언론과 법조계가 예상한 인물은 5명의 후보자 가운데 유일한 검찰 출신인 정병두(53·사법연수원 16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다. 문제는 정 검사장 정도면 최고 사법기관의 법관으로 손색이 없다는 당위성에 따른 예상이 아니다. 법무부가 이미 없어진 ‘검찰 몫 대법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무리하게 검찰 측 후보자를 내려는 정황에 따른 예상이라는 점이다. 앞서 정 검사장은 지난해 12월 고검장 인사에서 승진하지 못하자 사의를 밝혔고 정 검사장이 지검장으로 있던 인천지검은 정 검사장의 퇴임식 계획까지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를 만류하고 정 검사장을 법무연수원으로 인사발령했다. 이를 두고 승진하지 못한 검사장에게 대법관 자리를 마련해 주려는 ‘기획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법관에 검찰 인사가 오른 것은 1964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사법부를 정권의 뜻대로 휘두르기 위해 주운화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대법관에 임명한 게 시초가 됐다. 하지만 헌법이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 등 법률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 물론 검찰 출신이라고 해서 대법관을 하면 안 된다는 이유는 없다. 경력 20년 이상의 검사로서 어떤 활동을 했느냐를 따져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 검사장은 2009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 재직 당시 용산참사 수사본부장을 맡아 농성자 20명과 철거용역업체 직원 7명 등 27명만 기소하고 진압작전에 투입됐거나 지휘한 경찰에 대해서는 전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때 희생자들의 시신을 유가족 동의 없이 부검한 것과 관련해 “(유가족의) 동의서는 필요없다”고 잘라 말하는 모습이 방송을 타며 논란이 됐다. 정 검사장은 같은 해 MBC ‘피디수첩’의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제작진이 농림수산식품부 협상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해당 피디와 작가들에게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1, 2심 재판부는 물론 대법원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 밖에 정 검사장은 2006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사건을 담당해 무혐의 처리했고,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합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물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은 정 검사장의 이력을 지적하며 극렬 반발하고 있다. 사법부 구성원들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검찰 출신 정권 실세인 김기춘(75·고등고시 12회) 대통령 비서실장, 정홍원(70·연수원 4기) 국무총리 등이 정 검사장을 추천했다는 소문도 들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 검사장의 추천 소식이 전해진 직후 만난 한 부장판사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요즘 국민들은 이번 대법관 인사를 통해 정권으로부터의 사법부 독립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psk@seoul.co.kr
  • “저들은 5년간 우리의 외침 외면”

    “저들은 5년간 우리의 외침 외면”

    “부끄럽지만 전에는 정치에 관심도 없었습니다. 내 가족만 불편함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이웃의 어려움을 알았다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외면받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제는 내가 (소외받은 이들의)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19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활동가 정영신(42)씨의 목소리에서는 분노와 희망이 함께 묻어났다. 평범한 호프집 ‘레아’의 사장이던 그는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로 시아버지 이상림(당시 71세)씨를 차가운 땅에 묻었고, 남편 이충연(41)씨를 4년간 옥바라지 했다. ‘활동가’로 변신한 그에게 5주기 소회를 들어봤다. →벌써 5주기를 맞았는데. -올해는 더 참담하다. 강제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의 사장이 됐고, 사건 수사기록 은폐 의혹을 받았던 정병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다. 지난 5년간 우리의 외침이 저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2009년 1월 20일을 기점으로 삶이 바뀐 셈인데. -예전에는 내 가족만 불편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 사회 이슈에는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나’보다 ‘우리’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간다. 용산 때문에 많은 걸 잃었지만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얻은 셈이다. 한 발짝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벌써 많이 잊혀진 듯하다. 앞으로 계획은. -2009년 한때 용산참사와 관련한 미디어활동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공연하는 공간으로 ‘레아’를 꾸렸지만, 철거가 되면서 ‘남일당’은 허허벌판 주차장이 됐다. 철거 전 모습을 사진으로 전시하는 등 ‘그날’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귀빈 대합실 개조해 ‘그날의 의거’ 기록… “중국인도 안중근 존경”

    귀빈 대합실 개조해 ‘그날의 의거’ 기록… “중국인도 안중근 존경”

    “안중근 의사는 중국인들도 가슴 깊이 존경하는 항일 의사다.” 중국 정부가 19일 개관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안 의사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哈爾濱)역 내 플랫폼 바로 옆 귀빈용 대합실 일부를 개조해 만들었다. 기존 의거 현장에 조명이 설치되고, 의거를 알리는 안내판이 새로 세워졌다. 기념관 입구는 하얼빈역의 옛 입구 모습을 축소해 꾸몄다. 입구 외부 벽에는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시간인 ‘오전 9시30분’에 고정된 대형 벽시계가 걸렸다. 이날부터 무료 개방된 안 의사 기념관의 규모는 200여㎡에 이른다. 기념관 안으로 들어서면 입구 바로 옆에 배치된 안 의사의 흉상과 안 의사가 옥중 집필한 동양평화론에 대한 소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기념관 측은 동양평화론에 대해 “당시 안 의사의 구상은 특정 국가의 이익을 벗어나 지역경제공동체와 블록경제론, 공동방어론을 주장한 것이었다”는 해석을 달아놨다. 기념관에는 “안중근은 조선반도 근대사에 저명한 독립운동가로, 1879년 9월 2일 현재의 조선(북한) 황해도 해주부에서 태어났다”는 설명을 시작으로 그의 가족관계와 가정교육, 신앙 등에 대한 자료들도 전시돼 있다. 양쪽 벽에는 일제 침략기의 상황과 안 의사가 하얼빈에서 의거를 준비한 11일간의 행적이 여러 장의 그림으로 전시돼 있다. 전시물들은 대부분 중국어와 한국어로 병기돼 있다. 기념관 내에는 ‘동양평화의 창의자’라는 설명이 붙은 안 의사의 사진을 걸어 눈길을 끌었다. 기념관 안에서는 통유리창 너머로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장소를 잘 볼 수 있다. 안중근 기념관이 들어선 자리는 1930년대 일제가 이토를 추모하는 비석을 세웠던 곳과 가깝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제는 안 의사 의거 현장에 이토 추모비를 세웠으나 중국 공산당이 이를 철거했다. 공산당은 추모비 자리에 안 의사 의거 개요만 적은 안내판을 세웠지만, 안 의사가 한국인이라는 내용은 없었다. 이마저도 1990년대 후반 하얼빈역 보수 공사를 하면서 없어졌다. 이후 역에는 의거 현장을 표시한 바닥석만 남았다가 이번에 기념관으로 거듭난 것이다. 중국은 이번에 기념관을 설치하면서 저격 현장 위에 ‘안 의사 이토 히로부미 격살 사건 발생지. 1909년 10월 26일’이라는 설명 문구를 내걸었다. 기념관 관람시간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다. 하얼빈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당시 충격에 몸·마음 망가져… 복학도 못하고 병원 치료 중

    #1 ‘용산참사’ 유가족 김상진(23·가명)씨. 2009년 1월 화염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3개월 만에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났다. 눈에서 출혈이 생겼다. 충격과 과도한 스트레스 탓이었다. 지난해 4월 재수술까지 마쳤지만 돋보기 안경으로 책을 봐야 한다. 시력이 낮아 군대도 면제 판정을 받았다. 지금도 매달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2 유가족 이종수(25·가명)씨는 지난 16일 열린 ‘용산참사 5주기 추모 기도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용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벌름거리고 심란하기 때문이다. 매년 다가오는 1월 이맘때가 이씨에게는 더욱 힘들다. 군대를 제대한 지 2년이 흘렀지만 세 학기째 복학을 하지 못한 상태다. 2009년 1월 20일,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이 경찰과 철거용역들에 맞서 망루를 설치한 ‘남일당’ 5층 건물에 불길이 치솟았다.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지 어느새 5년. 하지만 ‘용산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희생자 자녀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유사한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용산참사 희생자 자녀는 모두 11명이다. 이 가운데 한참 예민할 때인 고교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아이들만 6명이다. 이원호 진상규명위 사무국장은 “용산참사는 어른들에게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문제였는데 당시에 어린 친구들은 더 충격이 컸을 것”이라면서 “아들이 군대에 가서 적응하지 못한다거나 아버지와의 기억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말씀을 어머니들이 자주 하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유가족의 심리치유에 나섰던 ‘진실의 힘’ 재단은 자녀들을 위한 후속작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5년 동안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정부 차원의 용산참사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와 관련해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지만 정부차원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당시 진압작전을 지휘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됐고, 검찰수사를 맡았던 정병두 검사장은 신임 대법관 후보로 지명됐다. 용산참사의 희생자인 고(故) 이상림(당시 71세)씨의 부인 전재숙(70)씨는 “말도 안 되는 인사를 한다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2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도 쉽지 않은 상태다. 거주자 동의가 있어야 개발을 할 수 있게 한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도 해보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는 토지 소유주나 건물주가 동의하면 개발이 가능해 거주자들이 대책 없이 쫓겨날 수밖에 없다. 박래군 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현재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강제퇴거금지법의 통과”라면서 “세입자들에게 개발이 끝날 때까지 대체해서 살 수 있는 임시가옥을 마련해주는 순환식 개발의 정착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아줌마 하나쯤 죽이는 건…” 협박 경찰간부 파문

    “아줌마 하나쯤 죽이는 건…” 협박 경찰간부 파문

    경찰 간부가 경찰 신분을 내세워 이웃을 협박하고 재물을 빼앗는 등 행패를 부려 벌금형을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고승일 판사는 경찰관 신분을 내세워 이웃 주민을 협박하고 재산상 이익을 취한 혐의(협박 등)로 기소된 현직 경찰 간부 성모(58)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성씨에게는 공갈과 절도, 재물손괴, 협박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성씨는 지난해 3월 23일 경기 양평군의 한 임야에 피해자 A(여)씨가 농사·휴식 등 다목적용 컨테이너를 설치했다는 이유로 “이 땅은 내 땅인데 이름만 다른 사람으로 돼 있다. 컨테이너를 당장 빼라”며 “내가 서울경찰청 간부인데 아줌마 하나쯤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고 폭언했다. 성씨는 또 지난해 3월 말에는 같은 장소에 설치했던 모터를 직접 철거해놓고도 “지하수 관정(둥글게 판 우물)에 놓아둔 모터가 없어졌는데 아줌마가 훔쳐갔으니 사내라”고 억지를 부려 피해자로부터 71만원을 갈취했다. 성씨는 당시 A씨에게 “모터값 35만원, 인건비 30만원, 인부 2명의 점심식사비 5만원 및 간식비 1만원 등 총 71만원을 주지 않으면 절도죄로 고소하겠다”고 위협했고 겁을 먹은 피해자는 한달 뒤인 4월 5일께 71만원을 성씨에게 송금했다. 성씨는 지난해 4월 초순에는 경기 양평군의 한 도로에 쌓아둔 피해자의 비료 더미에서 9만 1000원 어치를 훔친 혐의로도 기소됐다. 성씨는 이웃 주민인 피해자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 판사는 “성씨가 경찰관 신분이면서 열악한 지위에 있는 민간인을 상대로 범행한 점과 수사·공판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진술을 바꿔 가면서 범행을 부인한 점,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후 정황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 대법관 후보에 권순일 등 5명 압축

    새 대법관 후보에 권순일 등 5명 압축

    오는 3월 3일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하는 차한성(59·사법연수원 7기) 대법관의 후임 후보가 고위 법관 4명, 검사장 1명 등 5명으로 압축됐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는 1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대법관 후보로 권순일(54·14기) 법원행정처 차장, 사공영진(55·13기) 청주지법원장, 정병두(52·16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조희대(56·13기) 대구지법원장, 최성준(56·13기) 춘천지법원장을 선정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5명 중 1명을 수일 안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계획이다. 권 차장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대법원 선임 및 수석재판연구관 등을 거쳤으며, 사공 법원장은 경북 군위 출신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재판을 맡아 왔다. 후보자 가운데 유일한 검찰 인사인 정 연구위원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1차장 재임 시절 용산 철거 현장 화재 참사 특별수사본부를 지휘했다. 조 법원장은 경북 월성 출신으로 2007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재판을 맡아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등 원칙론자로 통한다. 서울 출신인 최 법원장은 법원 내 대표적인 지적재산권법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성교육한다며… 美 중학교 ‘성행위 종류’ 포스터 논란

    성교육한다며… 美 중학교 ‘성행위 종류’ 포스터 논란

    미국 캔자스주(州)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적나라한 성행위 형태의 종류를 언급한 포스트가 학교 게시판에 게재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포스트는 “사람들은 그들의 성적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그 제목 아래 ‘키스’나 ‘포옹’뿐만 아니라 입으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적나라한 성행위 형태를 포함해 17가지를 열거했다. 성교육 과정에 대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게재된 것으로 알려진 이 포스트는 이 학교에 다니는 13살의 한 여학생에 의해 촬영되어 해당 학생의 부모에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 여학생의 아버지인 마크 엘리스는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며 어떻게 이런 내용들을 게시판에 게재할 수 있느냐고 학교 측에 항의하자 해당 학교는 “성행위 절제를 위해 모든 학교에 쓰이는 성교육 과정의 일환”이라고 핑계를 댔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에 엘리스는 포스트를 철거하지 않으면 딸을 수업에서 빠지게 하겠다며 이러한 게시물의 게재를 누가 허락했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하자 이 학교 교장은 해당 게시물의 내용이 언어 폭력적인 요소가 있음을 인정하고 철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 학교에 다니는 10살 된 딸을 둔 다른 학부모는 “딸이 구체적으로는 모르더라도 성적으로 성숙해 가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 게시물로 인해 그렇게 당혹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누구든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이 일로 인해 딸을 성교육 수업에서 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사진= 성교육 과정의 하나로 게시된 포스트 (현지언론 WDAF 캡처) 다니엘 김 미국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사설] 구청의 한옥살리기 경쟁 늦었지만 다행이다

    서울 종로구는 지난해 8월 자하문 터널 너머 부암동에 ‘한옥자재은행’을 설립했다. 종로구는 삼청동과 가회동 일대를 아우르는 북촌(北村)을 거느린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 밀집 지역이다. 한옥자재은행은 보존 대상이 아닌 한옥을 철거하면서 해체된 목재와 석재, 기와를 비롯한 각종 부재를 선별해 보관하면서 한옥을 새로 짓거나 기존 한옥을 보수하려는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되파는 역할을 한다. 종로구가 서울 사대문 내부의 한옥 밀집 지역이라면 사대문 바깥의 성북구에도 중요한 한옥촌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성북구도 한옥 보전 및 활성화 계획을 새로 내놓았다. 성북동, 삼선동, 동선동, 성신여대 입구, 보문동, 성북천 일대, 정릉천 일대의 한옥촌 7곳이 보전 대상 지역이다. 한옥 보존 운동을 펼치고 있는 피터 바돌로뮤 영국 왕립아시아학회 이사에 따르면 한옥은 30년 전 8만 가구에서 지금은 불과 7000가구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한옥이 불편하고 유지보수에 비용에 많이 드는 주거형태로 오랫동안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최근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성북구만 해도 동소문동 주민들이 재개발로 한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해서야 2009년 가까스로 철거를 막을 수 있었다. 종로구에서는 지금도 사직터널과 독립문에서 서대문 로터리에 이르는 교남동 일대가 돈의문 뉴타운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군데군데 몰려 있는 한옥이 철거되고 있다. 한옥이 중요한 자원이라는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역시 보존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개발에 방점이 찍혔던 기존의 도시개발 정책을 거스를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은 한성백제가 한강변에 도읍한 시절부터 헤아리면 2000년, 조선왕조 창건을 기준으로 해도 600년이 넘는 고도(古都)이다. 하지만 몇몇 궁궐을 제외하면 유럽의 역사도시는 물론 일본과 중국의 옛 도시와 비교해도 역사적 건조물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곳곳에 무리지어 남아 있는 한옥은 서울의 역사를 보여주는 결정적 문화자원이다. 늦었지만 종로구와 성북구를 비롯한 서울시 자치구가 경쟁적으로 한옥 보존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 ‘시민의식 5적’… 강남, 만화로 잡아요

    ‘시민의식 5적’… 강남, 만화로 잡아요

    강남구가 선진시민의식 정착운동의 빠른 확산을 위해 만화를 만들었다. 2011년 9월 첫발을 뗀 선진시민의식 정착운동은 불법 광고물과 불법 노점 및 쓰레기 무단 투기, 불법 주정차, 불법 건축물, 불법 퇴폐업소 등 5대 무질서 행위를 없애자는 것이다. 구는 다소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선진시민의식 정착운동을 주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5개의 만화 파일로 만들어 구청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올릴 수 있게 했다고 15일 밝혔다. 만화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불법 행위와 무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 주민과 구청이 손잡고 무질서 행위를 없애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불법 현수막 전단지 없는 깨끗한 강남구를 만들어요’에는 거둬들인 불법 현수막 등으로 매년 많은 폐기물 처리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과 테이프 같은 포스터 잔재들의 사진을 첨부해 불법 광고물이 얼마나 환경을 지저분하게 만드는지 생생히 알린다. ‘불법 노점상, 쓰레기 없는 깨끗한 강남구를 만들어요’는 불법 차량 노점은 교통사고 유발은 물론, 보행에 불편을 준다는 점과 일반 시민들이 노점상을 어려운 이웃이라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불법 행위’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불법 퇴폐업소 근절, 강남구가 이끌어요’에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퇴폐업소 근절을 위해 특별사법경찰관 전담팀을 만들어 선정적 전단을 없애고 학교·주택가 주변 성매매업소를 강제 철거하는 등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떠오른 것을 알리고 주민 모두 건전한 유흥 문화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한다. 신연희 구청장은 “각 분야 무질서와 불법 추방운동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더 많은 주민이 함께했으면 한다”면서 “선진시민의식의 조기 정착을 위해 여러 가지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사설] 민주당 상가권리금법, 민생 지향 새 걸음 되길

    민주당이 김한길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몇 가지 의미 있는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김대중 정부 대북정책의 골간을 이룬 햇볕정책을 현 상황에 맞춰 정비하겠다는 것과 대안정당으로서의 민생 정책을 강화하고 나선 점이 대표적 사례다. 이 가운데서도 오랜 기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상가 권리금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가져와 임차인들의 피해를 방지토록 하는 내용의 상가권리금 보호 특별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모처럼 민주당의 기치인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행보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오는 20일로 5주년을 맞는 용산참사의 발단도 따지고 보면 상가 세입자들의 ‘권리금’이었다. 앞 점주에게 ‘권리금’이라는 목돈을 얹어주고 상가에 들어온 세입 상인들이 건물 철거와 함께 턱없이 모자란 보상금을 받고 내쫓기게 된 상황이 결국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굳이 용산참사 사례까지 들지 않더라도 상가 권리금을 둘러싼 분쟁이 우리 주변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미 시장에선 ‘바닥권리금’, ‘영업권리금’, ‘시설권리금’ 등으로 나뉘어 실질적 재산권으로 인정되고 거래되고 있건만, 이런 권리금이 그동안 그 어떤 법의 적용도 받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은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직무를 방기해 온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권리금 수수라는 것이 무형의 기대수익에 대한 관행적 상거래인 만큼 이를 법제화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양도되는 권리나 이익의 종류가 워낙 다양한데다 금전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첨예해 일률적인 법 적용이 어렵다. 권리금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일도 간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리금이 ‘폭탄 돌리기’에 비유되는 데서 보듯 자영업자라면 누구나 될 수 있는 ‘마지막 세입자’로서의 잠재적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법 제정은 반드시 추진돼야 할 과제다. 민주당의 권리금법 추진에 대해 정부와 새누리당이 답할 차례다. 사안이 복잡다기한 만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건물주와 세입 자영업자 간 이익의 균형을 맞추고, 일방의 피해를 방지할 묘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6·4지방선거를 겨냥한 표심 얻기 차원이 아니라 민생의 그늘을 걷어낸다는 자세로 임한다면 공동 법안 마련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울러 이번 권리금법 추진을 계기로 민주당도 민생정책 개발에 보다 힘쓰기를 기대한다.
  • 전지현 옥외광고, CG 아닌 실제 ‘가로20mX세로15m 크기 경악’

    전지현 옥외광고, CG 아닌 실제 ‘가로20mX세로15m 크기 경악’

    전지현 옥외광고가 화제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에 등장한 전지현 옥외광고가 CG가 아닌 실제 제작물로 밝혀졌다. ‘전지현 옥외광고’는 지난 1일 방송된 ‘별그대’ 5회에서 극중 천송이(전지현 분)가 한유라 의문사 가해자로 누명을 쓰며 광고현수막이 철거되는 장면에서 사용됐다. 이후 실제냐 CG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전지현 옥외광고’는 실제로 지난 12월 말 SBS 일산제작센터 운동장에 가로 20m, 세로 15m 크기로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지현 옥외광고’는 제작한지 5일 만에 단 한 번 쓰인 뒤 철거됐다. 전지현 옥외광고에 네티즌들은 “전지현 옥외광고, 제작진 정성이 대단하다” “전지현 옥외광고, 이쁘다” “전지현 옥외광고, 신기하다. 진짜 제작할 줄은 몰랐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 = SBS (전지현 옥외광고)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광석, 그는 갔습니다…우리는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김광석, 그는 갔습니다…우리는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 대통령실 경호부장 정학은 어느 날 도서관에서 낡은 책에 새겨진 글귀를 발견한다. “무영 왔다감, 그녀 왔다감.” 20년 전 청와대 경호원으로 정학과 함께 첫발을 디딘 동기 무영은 그가 경호하던 ‘그녀’와 함께 사라졌다. 한 번도 수석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무영의 존재는 정학에게 늘 콤플렉스였다. 20년간 가슴에 묻어두었던 친구의 실종을 다시 마주한 정학은 그리움과 원망을 노래에 담아 부른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뮤지컬 ‘그날들’) #어머니의 유골을 모신 납골당에 갔던 준혁은 착잡한 마음에 진아에게 전화한다. 둘은 달동네 철거촌에 살던 시절부터 풋풋한 감정을 키워 왔던 사이다. 진아는 기타를 들고 어린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했던 김광석의 ‘거리에서’를 부른다. 어두운 밤 버스에 몸을 싣고 차창 밖을 바라보던 준혁은 어머니를 떠올리자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 대중문화계가 ‘김광석’으로 뜨겁다. 뮤지컬과 드라마는 그의 노래로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회한의 정서를 담아낸다.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내로라하는 노래꾼들이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재해석해 부른다. 김광석이 태어난 지 50년이 되는 2014년 그의 노래는 그 자체로, 또는 새로운 콘텐츠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1990년대 복고 열풍과 3040세대의 추억앓이를 넘어섰다. 대중문화계 김광석 열풍의 출발은 뮤지컬계였다. 김광석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이 지금까지 세 편이나 만들어졌다. 박진감 넘치는 추리극 ‘그날들’과 첫사랑의 아픈 기억을 그린 ‘디셈버’는 대극장 뮤지컬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들 작품보다 앞선 2012년 11월 대구에서 첫선을 보인 소극장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입소문을 타고 남은 2주치 티켓이 모두 동났다. 여기에 방송가가 가세했다. 지난해 8월 MBC ‘다큐 스페셜’이 김광석을 조명했고, tvN ‘응답하라 1994’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재현하면서 김광석의 콘서트 실황과 음악을 활용했다. JTBC ‘히든싱어2’와 KBS 2TV ‘불후의 명곡2’는 이례적으로 고인인 그의 특집 방송을 꾸몄다. 그의 노래가 시대를 불문하고 호소력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서사성이다. 군 입대를 앞두고 ‘이등병의 편지’를 듣고 삶이 힘에 겨울 때 ‘일어나’를 듣듯이, 살면서 부딪히는 갖가지 굴곡과 감정들을 담은 가사는 세대와 연령을 넘나들며 감정을 몰입하게 만든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권미강 팀장은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 노래 한 곡마다 그에 맞는 상황과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라면서 “첫사랑, 군입대, 서른 살 등 일상 생활에서 겪는 각자의 이야기가 가사에 담겨 있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중문화계에서 그의 노래는 1990년대를 소환하는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뮤지컬 ‘그날들’은 김광석의 노래를 청와대 경호실에서 펼쳐지는 추리극과 사라진 친구에 대한 회한으로 변주했다. tvN ‘응답하라 1994’는 극의 배경이 2000년대로 접어들어서도 짝사랑의 감정은 ‘사랑했지만’(1991년 곡)을 배경음악으로 선택해 그려냈다. 또 좋은 가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김광석의 힘은 그가 가진 ‘위로’와 ‘소통’의 정서에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그의 보컬에는 우리 내면의 결핍을 채워 주는 무언가가 있다”면서 “친구가 위로해주듯 진심으로 다가오는 표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방송 출연을 마다하고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며 노래한 그의 정신은 시대를 뛰어넘어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생전의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1020세대들도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부른다. 지난 6일 서울 학전블루소극장에서 열린 ‘김광석 따라부르기 대회’에는 적잖은 20대들이 참가했다. 동아방송대 재학생과 졸업생 4명이 뭉쳐 우승한 ‘빨간의자’의 전수경(25)씨는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노래를 따라 들으면서 김광석의 노래를 듣게 됐다”면서 “한 구절 한 구절에 담겨 있는 진심은 10대 때와 20대 때가 다르게 다가온다. 30대가 되면 또 다르게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커버스토리] 전통 덮은 건축… 디자인 서울 길을 잃다

    [커버스토리] 전통 덮은 건축… 디자인 서울 길을 잃다

    구글어스를 통해 대한민국 서울 중구의 흥인문과 광희문 사이를 보면 전에 없던 대형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구렁이가 똬리를 튼 것 같기도 하고, 시내 한복판에 불시착한 UFO(미확인비행물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공위성에서도 식별이 가능한 이 건축물은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들어서 오는 3월 개관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앤 파크(DDP)다. 오세훈 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역점 사업이자 서울의 랜드마크로 삼고자 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 건물이 창조와 변혁의 아이콘으로 서울을 전 세계 디자인의 중심도시로 만들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단정짓기엔 설계부터 건설공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5000억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혈세가 투입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 운영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세금을 더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도심 흉물로 전락한 서울시 신청사, 세빛 둥둥섬과 함께 오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디자인서울 프로젝트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를 조짐이다. 거대한 조감도와 허황된 표어를 앞세운 프로젝트가 시민 모두의 자산이자 살아 꿈틀거리는 서울 도시디자인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제라도 메가시티 서울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도시공간’을 만들려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프로젝트 진행절차상의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개관을 앞둔 DDP의 사례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동대문운동장과 그 주변지역을 재개발하는 계획은 2000년대 중반 이전에 이미 세워져 있었다. 민선 4기 오 전 시장은 관광객 1200만명을 목표로 하는 도시마케팅 정책을 내세워 2006년 이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문화로 돈을 번다’는 컬처노믹스를 강조하며 광화문축, 인사동-명동축, 세운상가 녹지축, 동대문디자인축을 근간으로 하는 도심재창조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 월드디자인플라자 건설계획을 추가했고, 이를 위해 국내외 건축가 8명을 지정한 가운데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했다. 그해 8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의 ‘환유의 풍경’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그 일대의 역사성을 살려 공원화하려던 계획은 명품 건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예산규모도 90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늘어났다. ‘동대문 잔혹사’는 동대문운동장 철거과정에서 600년 도읍 한양의 역사 유적이 발굴되면서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2008년 겨울 DDP 건설현장에서 청계천 물길이 성곽 밑을 관통해 흘러가도록 만든 이간수문(二間水門) 등 총 123m에 이르는 한양도성 성곽과 조선시대 최대 군영인 훈련도감의 부속기관인 하도감 터 유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성곽은 식민지 시대에 경성운동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멸실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최고 잔존 높이 4.1m에 바닥 폭 8~9m에 이르는 규모로 남아 있다는 게 확인됐다. 서울시는 일단 공사를 중지하고 자하 하디드와 협상을 벌인 끝에 1000억여원을 다시 들여 설계를 약간 변경해 공사를 강행했다.서울성곽 안쪽에 있던 하도감을 성곽 밖으로 이전시키고, 그 터에 있던 유적들도 여기저기로 옮기고 터를 덮어버렸다. ‘주변과도 어울리지 않는 기괴한 외관’이라는 비난은 디자인의 독창성이니 덮어 두더라도, 서울의 유구한 역사를 무시한 채 올라선 건물에 서울시민들이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주기를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5000억원짜리 애물단지’를 떠안게 된 박원순 시장은 DDP의 콘셉트를 ‘세계 디자인 메카’에서 ‘함께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으로 바꾸고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에 들어갔다. 공공건축물이란 용도와 목적이 먼저 있고 그에 맞게 건축물을 구상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인데, DDP의 경우는 그 반대가 된 셈이다. 7년여에 걸쳐 3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운 서울시 신청사의 건물디자인 공모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시청사 디자인 선정을 둘러싼 논란을 개괄하고, 대형 시공사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적으로 맡아 계약하는 턴키 방식으로 인한 상업주의와 관료주의의 폐해를 꼬집는다. 이 영화를 만든 정재은 감독은 “시청사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공건축물이 진영논리에 갇혀 그 속에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는지의 가치가 실종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사람들은 흉물이 된 시청사 건설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는 것을 문제 삼을 뿐 정작 어떤 가치를 위해 돈을 들여야 하는지, 우리에게 어떤 공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면서 “DDP의 경우도 세계적인 위대한 건축가의 예술작품을 갖고 싶다는 요구와 욕망이 있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디자인 서울’로 가시화되고 본격화된 공공프로젝트에 대한 비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해 보자. 발주의 주체인 공무원 혹은 국가기관의 무능과 무지, 리더의 정치적 야심이 그 단초를 제공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공무원들에게 건축의 전문성을 갖추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전문성을 갖춰 이를 극복할 것을 주문할 수는 있다. 건축비평가 이종건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공공프로젝트의 성패와 관련한 모든 공과는 주체능력의 한계가 그 원인”이라며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동원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공공프로젝트의 추진과정에서 윤리적인 기준과 전문적 안목을 갖춘, 제대로 된 전문가들을 배제한 채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신청사의 디자인 결정도 그렇고, DDP의 공모당선작 결정도 한국건축문화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을 최종심사에 참여시켜 정치적인 결정에 거수기 역할을 하게 한 결과 시민혈세만 낭비하고 비루한 외형물이 탄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대학에서도 건물을 짓는 데 모든 학생과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공개심사를 하며 문제점을 검토하는 등 결정과정을 거친다”면서 “공공프로그램은 절차가 가장 중요하며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없을수록 모든 절차는 더 투명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름다운 도시공간을 만들려면 앞으로 추진될 공공프로젝트는 전체 절차 안에 검증·비판·감시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인물을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문제지만 정치적인 야심에 휘둘려 조급증을 부린 것도 앞으로의 공공프로젝트 추진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대목이다. 서울시 신청사를 짓는 데 7년, DDP를 추진하는 데 7년 6개월이 각각 소요된 사실은 세계적으로는 뉴스거리가 될 만하다.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일본 오사카 시립역사박물관 건물터는 고대궁궐 유적지 궁터 일부였다. 유적 파괴 논란이 일자 오사카 시는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토론하며 의견을 수렴하는 데만 7년을 보냈다. 그리고 유적을 훼손하지 않고 그 자체를 지하에 보존키로 했다. 그 위에 건설된 고층 박물관은 오사카의 랜드마크가 되어 있다. 서울시 부시장 시절 디인서울 총괄본부장을 지낸 권영걸 서울대 교수는 “서울을 디자인 도시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한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 측면이 있다”며 “장·단기 계획을 투트랙으로 진행하면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커버스토리] 전통 덮은 건축… 디자인 서울 길을 잃다

    [커버스토리] 전통 덮은 건축… 디자인 서울 길을 잃다

    구글어스를 통해 대한민국 서울 중구의 흥인문과 광희문 사이를 보면 전에 없던 대형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구렁이가 똬리를 튼 것 같기도 하고, 시내 한복판에 불시착한 UFO(미확인비행물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공위성에서도 식별이 가능한 이 건축물은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들어서 오는 3월 개관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앤 파크(DDP)다. 오세훈 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역점 사업이자 서울의 랜드마크로 삼고자 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 건물이 창조와 변혁의 아이콘으로 서울을 전 세계 디자인의 중심도시로 만들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단정짓기엔 설계부터 건설공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5000억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혈세가 투입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 운영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세금을 더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도심 흉물로 전락한 서울시 신청사, 세빛 둥둥섬과 함께 오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디자인서울 프로젝트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를 조짐이다. 거대한 조감도와 허황된 표어를 앞세운 프로젝트가 시민 모두의 자산이자 살아 꿈틀거리는 서울 도시디자인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제라도 메가시티 서울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도시공간’을 만들려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프로젝트 진행절차상의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개관을 앞둔 DDP의 사례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동대문운동장과 그 주변지역을 재개발하는 계획은 2000년대 중반 이전에 이미 세워져 있었다. 민선 4기 오 전 시장은 관광객 1200만명을 목표로 하는 도시마케팅 정책을 내세워 2006년 이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문화로 돈을 번다’는 컬처노믹스를 강조하며 광화문축, 인사동-명동축, 세운상가 녹지축, 동대문디자인축을 근간으로 하는 도심재창조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 월드디자인플라자 건설계획을 추가했고, 이를 위해 국내외 건축가 8명을 지정한 가운데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했다. 그해 8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의 ‘환유의 풍경’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그 일대의 역사성을 살려 공원화하려던 계획은 명품 건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예산규모도 90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늘어났다. ‘동대문 잔혹사’는 동대문운동장 철거과정에서 600년 도읍 한양의 역사 유적이 발굴되면서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2008년 겨울 DDP 건설현장에서 청계천 물길이 성곽 밑을 관통해 흘러가도록 만든 이간수문(二間水門) 등 총 123m에 이르는 한양도성 성곽과 조선시대 최대 군영인 훈련도감의 부속기관인 하도감 터 유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성곽은 일제강점기에 경성운동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멸실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최고 잔존 높이 4.1m에 바닥 폭 8~9m에 이르는 규모로 남아 있다는 게 확인됐다. 서울시는 일단 공사를 중지하고 자하 하디드와 협상을 벌인 끝에 1000억여원을 다시 들여 설계를 약간 변경해 공사를 강행했다. 서울성곽 안쪽에 있던 하도감을 성곽 밖으로 이전시키고, 그 터에 있던 유적들도 여기저기로 옮기고 터를 덮어버렸다. ‘주변과도 어울리지 않는 기괴한 외관’이라는 비난은 디자인의 독창성이니 덮어 두더라도, 서울의 유구한 역사를 무시한 채 올라선 건물에 서울시민들이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주기를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5000억원짜리 애물단지’를 떠안게 된 박원순 시장은 DDP의 콘셉트를 ‘세계 디자인 메카’에서 ‘함께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으로 바꾸고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에 들어갔다. 공공건축물이란 용도와 목적이 먼저 있고 그에 맞게 건축물을 구상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인데, DDP의 경우는 그 반대가 된 셈이다. 7년여에 걸쳐 3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운 서울시 신청사의 건물디자인 공모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시청사 디자인 선정을 둘러싼 논란을 개괄하고, 대형 시공사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적으로 맡아 계약하는 턴키 방식으로 인한 상업주의와 관료주의의 폐해를 꼬집는다. 이 영화를 만든 정재은 감독은 “시청사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공건축물이 진영논리에 갇혀 그 속에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는지의 가치가 실종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사람들은 흉물이 된 시청사 건설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는 것을 문제 삼을 뿐 정작 어떤 가치를 위해 돈을 들여야 하는지, 우리에게 어떤 공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면서 “DDP의 경우도 세계적인 위대한 건축가의 예술작품을 갖고 싶다는 요구와 욕망이 있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디자인 서울’로 가시화되고 본격화된 공공프로젝트에 대한 비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해 보자. 발주의 주체인 공무원 혹은 국가기관의 무능과 무지, 리더의 정치적 야심이 그 단초를 제공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공무원들에게 건축의 전문성을 갖추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전문성을 갖춰 이를 극복할 것을 주문할 수는 있다. 건축비평가 이종건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공공프로젝트의 성패와 관련한 모든 공과는 주체능력의 한계가 그 원인”이라며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동원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공공프로젝트의 추진과정에서 윤리적인 기준과 전문적 안목을 갖춘, 제대로 된 전문가들을 배제한 채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신청사의 디자인 결정도 그렇고, DDP의 공모당선작 결정도 한국건축문화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을 최종심사에 참여시켜 정치적인 결정에 거수기 역할을 하게 한 결과 시민혈세만 낭비하고 비루한 외형물이 탄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대학에서도 건물을 짓는 데 모든 학생과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공개심사를 하며 문제점을 검토하는 등 결정과정을 거친다”면서 “공공프로그램은 절차가 가장 중요하며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없을수록 모든 절차는 더 투명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름다운 도시공간을 만들려면 앞으로 추진될 공공프로젝트는 전체 절차 안에 검증·비판·감시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인물을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문제지만 정치적인 야심에 휘둘려 조급증을 부린 것도 앞으로의 공공프로젝트 추진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대목이다. 서울시 신청사를 짓는 데 7년, DDP를 추진하는 데 7년 6개월이 각각 소요된 사실은 세계적으로는 뉴스거리가 될 만하다. 가까운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일본 오사카 시립역사박물관 건물터는 고대궁궐 유적지 궁터 일부였다. 유적 파괴 논란이 일자 오사카 시는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토론하며 의견을 수렴하는 데만 7년을 보냈다. 그리고 유적을 훼손하지 않고 그 자체를 지하에 보존키로 했다. 그 위에 건설된 고층 박물관은 오사카의 랜드마크가 되어 있다. 서울시 디자인 서울 총괄본부장을 지낸 권영걸 서울대 교수는 “서울을 디자인 도시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한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 측면이 있다”며 “장·단기 계획을 투트랙으로 진행하면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미아삼거리역? 미아사거리역!

    삼거리 없는 삼거리역이 사거리역으로 제 이름을 되찾았다. 서울 강북구는 9일 지역 내 지하철 4호선 역 이름이 ‘미아삼거리역’에서 ‘미아사거리역’으로, ‘수유역’에서 ‘수유(강북구청)역’으로 바뀐다고 밝혔다. 미아삼거리역은 길음동에서 수유 방면으로 넘어가는 고가도로가 철거되며 삼거리에서 사거리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미아삼거리역이라는 이름이 계속 쓰여 혼란스러웠다. 또 수유역 역시 구청과의 거리가 110m에 불과할 정도로 가까워 민원인들의 접근성을 좋게 하기 위해서라도 ‘강북구청’역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에 맞춰 구가 지난해 1월부터 역명 변경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추진한 결과 이번에 결실을 맺게 됐다. 역명 변경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안내표지판, 열차정보안내시스템 등의 정비를 2월 말까지 끝내기로 했다. 박겸수 구청장은 “미아사거리 같은 경우 복합빌딩 건설, 먹자골목 재정비 등 역세권 개발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데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어서 역명의 현실화가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미아사거리, 강북구청을 찾는 데 혼동을 느끼지 않도록 보완책을 잘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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