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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치광장] 서울시,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 의미/김용복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자치광장] 서울시,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 의미/김용복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싱가포르의 ‘리콴유 세계도시상’ 사무국은 지난 16일 서울시를 2018년 수상 도시로 공식 발표했다. 일본 도쿄, 독일 함부르크, 러시아 카잔,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등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치열하게 경쟁했고, 결국 서울이 선정됐다. 도시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은 살기 좋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인 도시에 시상하며, 국제적으로도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역대 수상 도시로는 2010년 스페인 빌바오, 2012년 미국 뉴욕, 2014년 중국 수저우, 2016년 콜롬비아 메데인이 있다. 리콴유 세계도시상 주최 기관인 싱가포르 도시개발청은 서울시 수상 이유에 대해 “도심 공동화와 침체된 상권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전면 철거 대신 시민참여형 도심재생정책을 도입해 서울을 보행재생·산업재생·역사문화재생도시로 변혁시키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계획의 틀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서울시가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을 위해 제출한 주제는 ‘시민과 함께하는 도심재생’이다. 개별 정책으로는, 1970년대 유사시를 대비해 석유를 저장해 두던 석유비축기지를 친환경 문화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마포 문화비축기지 프로젝트, 서울의 대표적 상습 정체구역이었던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변모시켜 지역 경제와 문화를 살린 연세로 보행재생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서울시 도심재생정책의 공통적인 이정표는 ‘사람’이고, 지향점은 ‘지속가능성’이다. 도시재생을 통해 ‘지우고 새로 쓰던 도시를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로 바꾸었고, 도시 외형보다는 시민 삶을 우선해 도시를 재구조화했다. 서울시는 성장과 팽창의 ‘양적 성장의 시대’를 넘어 이제 성찰과 지속의 ‘질적 성장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촛불혁명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토대로 개방과 공유, 수평적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역사를 존중하고, 환경을 보존하며 현재의 삶이 행복하면서 지속가능한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대도시의 변화는 시민 참여와 소통을 근간으로 한다. 위대한 도시는 공직자와 시민이 함께 힘을 합칠 때 이뤄질 수 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초부터 ‘정책 실패는 있어도 협치 실패는 없다’고 선언하고, 시민 참여를 시정 핵심 가치로 강조해 왔다. 시민 336만명의 참여를 통해 달성한 원전 2기분의 에너지 절감, 시민 108명과 함께 계획한 ‘2030 서울플랜’ 등 정책 전 과정에 시민 참여를 제도화했으며 이를 통해 성공적인 변혁을 이뤄내고 있다.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은 시민 참여를 통해 이뤄낸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는 서울시민이 중심이라는 정신이 녹아 있다. 이번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을 1000만 서울시민들과 함께 기뻐해야 할 이유이다.
  • 토박이 장인과 청년의 만남…세운상가 창작인쇄 메카로

    토박이 장인과 청년의 만남…세운상가 창작인쇄 메카로

    2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세운상가 인쇄골목. 성인 4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폭의 좁은 길 양편에 걸린 낡은 간판과 얽히고설킨 전선들이 쇠락하는 인쇄골목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디지털미디어의 등장으로 세운상가 인쇄골목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3000여개 인쇄업체가 오밀조밀 밀집돼 있다.세운상가 인쇄골목은 한국 최초의 현대식 인쇄소인 박문국을 비롯해 조선 시대부터 시작된 인쇄산업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골목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지붕 없는 인쇄소’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서울시는 이날 토박이 인쇄 장인과 청년창작자의 감각적인 디자인 등을 결합하는 세운상가 재생(다시·세운 프로젝트) 2단계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쇠퇴하고 있는 세운상가 일대 인쇄골목을 ‘창작인쇄산업’의 거점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혁신을 시작하는 셈이다. 시는 7개로 이뤄진 세운상가군과 그 주변을 1, 2단계로 나눠 활성화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1단계 사업에서는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세운상가, 청계상가, 대림상가를 정비해 제조업 창업기지로 만들었다. 2단계 사업은 올해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삼풍상가, 호텔PJ, 인현상가, 진양상가를 이어 창작인쇄산업 중심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우선 시는 인쇄골목 재생을 위해 거점 역할을 할 ‘인쇄 스마트 앵커’를 건립한다. 이곳에는 1인 기업 입주공간, 샘플작업실, 교육시설 등이 들어선다. 이 밖에 인쇄 관련 스타트업 입주공간인 ‘창작큐브’와 일자리와 주거가 어우러진 청년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도록 청년사회주택 400호도 공급한다.보행재생도 함께 이뤄진다. 산업재생을 통해 생겨난 활력을 보행로 주변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세운상가부터 대림상가 구간을 공중보행교로 연결한 데 이어 2020년이면 삼풍상가를 지나 퇴계로와 맞닿은 진양상가까지 총 1㎞에 걸친 세운상가군 7개 건축물 전체가 보행길로 연결된다. 이렇게 되면 종묘에서 시작해 세운상가를 거쳐 남산까지 이어지는 남북 보행축이 완성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철거 대신 재생이라는 큰 방향을 정한 이후 세운상가 입주상인, 임대인, 지역주민들과 함께 제조와 인쇄산업에 대한 혁신과 재생의 역사를 만들어 오고 있다”며 “2020년까지 세운상가를 제작·생산, 판매, 주거, 상업, 문화가 하나로 연결된 ‘메이커도시’(Maker City)로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주민 협동조합이 직접 마을관리… 쇠퇴한 구도심 ‘젊은피’ 수혈

    주민 협동조합이 직접 마을관리… 쇠퇴한 구도심 ‘젊은피’ 수혈

    정부와 여당이 27일 발표한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은 구도심에는 청년 스타트업(새싹기업) 등 혁신 거점공간을 조성하는 한편, 노후 주거지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전국 구도심 250곳을 대상으로 한 ‘혁신 거점’ 정책의 핵심은 한국판 ‘아마존 캠퍼스’나 ‘팩토리 베를린’ 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캠퍼스는 낙후된 창고시설 밀집지역에 사무공간과 오피스빌딩을 짓고 대중교통 인프라를 개선해 지금은 다양한 정보통신(IT)기업이 들어서 있다. 독일 베를린의 구도심에 위치한 팩토리 베를린 역시 문을 닫은 공장에 청년 창업단지가 조성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혁신 거점에 터를 잡는 청년 창업가, 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창업 육성(인큐베이팅) 공간을 시세의 50% 이하로 저렴하게 임대하도록 지원한다. 이들은 주택도시기금 융자, 특례 보증 등의 지원도 받게 된다. 문화재청과 함께 지역의 역사 유산을 활용하는 역사문화공간 연계형 뉴딜 사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 다른 축인 노후 주거지 사업은 소규모 주택 정비와 생활 인프라 개선 방식으로 추진된다. 과거 뉴타운과 같은 전면 철거 방식은 주민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사업이 장기화되거나 세입자가 쫓겨나갈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과 자율주택 정비 등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을 할 경우 1%의 저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노후 주거지에 마을 도서관과 커뮤니티 시설 등 선진국 수준의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다. 생활 편의 서비스를 공동구매·관리하는 ‘마을관리 협동조합’ 구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준BTO(Build-Transfer-Operate)’ 민관 협력형 사업모델을 개발 중이다. 준BTO는 민간부지에 편의시설을 건설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저렴하게 매입해 민간에 수익시설 운영권을 주는 방식이다.이처럼 도시재생 사업의 윤곽이 잡혔지만 앞으로 뉴딜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혁신도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등 기존의 도시정비사업과 차별화를 둬야 한다는 점도 당면 과제다. 강현철 경기대 교수는 “혁신 거점도 해외 사례에서 본떠 만든 모델로 이번 로드맵에는 새로운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며 “서울시가 세운상가 재생사업으로 조성하는 ‘세운 메이커스 큐브’ 등 이미 여러 곳에서 청년 창업시설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상권 활성화 거점 100곳처럼 목표를 세우면 숫자를 채우는 데에만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도시재생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민간에서 투자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구도심 250곳 청년창업 ‘혁신거점’으로

    노후 주거지 250곳은 맞춤 개량 사업자 지정시 임대료 인상 제한 앞으로 5년 동안 전국의 쇠퇴한 구도심 250곳이 청년 창업과 문화 활동의 중심지로 육성된다. 또 노후 주거지의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을 차단하기 위해 뉴타운과 같은 ‘전면 철거’ 대신 ’맞춤 개량’ 방식으로 재생이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7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갖고 이러한 내용의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발표했다. 도시재생 뉴딜은 재개발 등 기존 정비사업과 달리 도시의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도시 활력을 높이는 사업이다. 정부는 매년 10조원씩 5년 동안 총 50조원을 풀어 500곳에서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사업지 중 절반인 250곳은 ‘혁신 거점’으로 조성된다. 혁신 거점 중 100곳 이상은 창업 공간, 청년 임대주택, 공공서비스 지원센터 등 복합 서비스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노후 주거지에 대해서는 소규모 정비 사업에 대한 공적 지원을 강화하고 공적임대주택을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이 예상되는 지역은 의무적으로 지역 내 상생협의체를 설치해야 한다. 영세 상인에게는 최대 10년 동안 시세의 80% 이하로 임대료를 내는 ‘공공임대상가’도 공급된다. 정부는 지난해 시범사업지 68곳을 선정한 데 이어 올해부터 연 100곳씩, 총 500곳의 사업지를 결정한다. 이르면 다음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의 포함 여부를 비롯해 최종 사업지역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 추진 단계에서부터 각 지자체의 특성에 맞춰 특화된 사업이 진행된다. 대학 인근 지역에는 ‘대학타운형 도시재생 뉴딜사업’,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지역에는 ‘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 등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뉴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도시재생 사업 과정에서 다양한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날 수 있도록 청년들의 창업과 문화 공간을 제공하고 초기 사업비와 창업비 지원, 주택도시기금 융자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57살 순천 양곡창고… ‘청춘창고’로 변신

    57살 순천 양곡창고… ‘청춘창고’로 변신

    매출 쑥쑥…벤치마킹 대상 대통령 주재 일자리 대회서 정부 지원사업 채택 전국구로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청년일자리 대책 보고대회에서 우수한 청년일자리 시책으로 인정받아 정부 지원사업으로 채택된 전남 순천시의 ‘청춘 창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1년부터 농협 곡식 창고로 사용해 온 장소를 지난해 전격 리모델링한 이 창고가 불과 1년 만에 전국적 관심을 받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청춘 창고는 22개 점포에서 청년 30명이 힘찬 꿈을 안고 하루하루 땀을 흘리고 있는 곳이다. 1층 식음료 점포 15개, 2층 공예 점포 7개가 들어서 있다. 이들의 창업비는 300만~500만원으로 큰 부담이 없다. 초기 3개월간 전기·수도·가스비를 면제받는다. 연 16만원 임대료와 매월 각자 사용하는 공과금만 지불하면 된다. 최대 2년간 사업 경험을 살린 뒤 떠나고, 새로운 청년들이 입주하는 식이다. 19살부터 39살까지가 자격 요견으로 청년 사장들 간에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서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순천역으로부터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열차를 이용하는 ‘내일로’(20대가 타는 기차) 여행객의 발걸음을 유인하기 쉬운 점도 성공 요인이다. 청춘 페스티벌과 ‘실패학 콘서트’ 등 지난 한 해 120회의 공연을 마련해 젊은층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한 번 갔다 온 젊은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청춘창고 소문을 내면서 방문객은 급증했다. 지난해 30여만명이 찾아 총 1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2개 단체 234명이 벤치마킹 방문을 했다. 26일 이곳에서 만난 송용암(34)씨는 햄버거를 팔아 지난해 1억 50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렸다. 그는 순천대 앞에 2호점을 낼 정도로 바쁜 모습이다. 농협에서 5년 동안 근무하다 친구와 창업했다는 송씨는 “1년 6개월간 노점을 하다 민원이 들어와 철거하면서 너무나 암울한 시간을 보냈다”며 “고민도 많았는데 청춘창고 공고가 떠서 운 좋게 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주부들 사이에 믿고 먹을 수 있는 햄버거로 인식이 돼 포장주문도 많다고 했다. 수제어묵을 파는 이희성(37)씨는 사회복지사와 현대제철에서 6년 동안 근무하다 1인 창업을 했다. 지난달 2기 8명 모집에 16명이 응시했는데 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운 좋게 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어묵 만드는 방법을 2달 정도 배웠다. 주중 10만원, 주말은 20만원어치가 팔린다고 했다. 이씨는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한다”면서 “2년 후 여길 나가서 개인사업을 할 때 지금 경험을 살려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지하철 승강장 자판기 그냥 두면 안 되나요”

    서울교통공사 “고려해 볼 것” 서울교통공사가 2020년까지 서울 지하철 승강장에 있는 매점과 자판기를 순차적으로 없애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상당수 시민들이 매점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판기까지 없앨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공사 측은 26일 자판기의 경우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장애인 승객의 동선 확보와 재난 등 비상상황 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매점과 자판기를 철거하겠다는 공사 측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공간을 그리 많이 차지하지 않는 자판기까지 없앨 필요가 있느냐는 일각의 지적을 진지하게 검토해보기로 한 것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재난 시 음료를 꺼내 마실 수 있도록 지하철 승강장에 자판기를 설치해 놓는 등 승객이 급하게 물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김정환 서울교통공사 부대사업처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1~4호선처럼 승강장 폭이 비좁은 곳은 (매점이나 자판기를) 없애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자판기의 경우 크게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시민의 입장을 고려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네티즌 대다수는 자판기 철거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아이디 ‘spi***’는 “장애인 동선에 방해 안 되게 개선할 생각은 안 하고 뭐가 문제다 싶으면 무조건 없애고 보는 일차원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소울***’은 “자판기는 구석에 있어서 동선과 상관없다”고 했다. ‘dr**’은 “위급하게 물이 필요한 상황엔 어떻게 하지”라고, ‘파란**’은 “다른 건 몰라도 물하고 휴지를 파는 자판기는 필요하다”고 했다. ‘hk**’는 “(자판기가) 돌출돼 있어 문제라면 벽을 이용해서 매립형으로 설치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그래**’는 “자판기를 없앨 거면 무료 식수·음료대부터 설치하라”고 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은 철거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콜드**’는 “자판기가 승강장에 있으면 식음료를 차내에서 먹어도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삼국지 조조무덤 발견...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에도 가짜 논란은 여전

    삼국지 조조무덤 발견...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에도 가짜 논란은 여전

    중국 허난성의 평원지대에서 발견된 고분이 삼국지 위나라의 시조인 조조(155∼220)의 묘로 최종 확인됐다.26일 중국 베이징청년보에 따르면 허난성 문화재고고연구원은 허난성 안양현 안펑향 시가오쉐촌에 위치한 동한시대 무덤군에서 조조와 조조 부인 2명의 무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허난성은 2009년 12월 이 지역 무덤군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조조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무덤을 발견, 연구 분석 작업을 진행해왔다. 발굴팀은 고무덤 주변의 분토 기반, 천도통로, 동부 및 남부 건축물 등을 포함한 주요 구조를 밝혀내고 조조와 맏아들 조앙의 모친 류씨, 다른 아들 조비, 조식의 모친 변씨가 매장돼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묘원 안에서는 모두 남성 1명, 여성 2명 등 3구의 유해가 발견됐는데 이중 남성 유해는 비교적 완전한 형태로 60세 전후의 나이에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무덤 구조와 소장품, 역사 기록 등을 분석해 이 남성이 조조라고 결론을 내렸다. 삼국지 위서에 조조의 정실부인 변씨가 70세 전후에 숨진 뒤 조조 묘에 합장됐다는 기록에 따라 여성 노인 유해는 변씨인 것으로, 젊은 여성 유해는 일찍 숨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첫째 부인 류씨인 것으로 추정됐다. 주묘 부근에서 발견된 작은 묘혈은 당시 전사한 뒤 시신을 찾지 못한 조앙의 의관총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국지 위서의 무제기에는 건안 23년(218년) 노년기의 조조가 자신의 장지로 메마른 고지대를 골라 분봉을 하지 말고, 나무도 심지 말며 장례를 검소하게 치르라는 영을 내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발굴단장 판웨이빈 연구원은 아들 조비가 부친의 유지를 지키지 않고 성대한 장례를 치렀으나 후대에 도굴되는 것을 우려해 묘지 부근에 세웠던 건축물을 철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당시 장례 규격으로 보면 황제 1급에 해당하는 장례였다. 삼국지에서 유비, 손권에 맞선 간웅으로 그려진 조조는 후한 조정을 장악해 제도를 정비하고 인재를 등용해 세력을 크게 확대했으며 스스로 위왕으로 봉하면서 황제와 마찬가의 권력과 위세를 행사했다. 조조는 220년 낙양에서 죽은 뒤 무왕의 시호를 받고 업성의 고릉에 묻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조조 사후 조비가 위왕의 지위를 계승한 뒤 헌제로부터 선양을 받아 위나라 황제가 됐고 조조는 무황제로 추존됐다. 조조 무덤이 맞다는 중국 당국의 결론에도 진위 논란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분묘 발견 후 중국의 고고학자들은 출토된 비석 글씨가 현대의 것과 유사하고 조조 생전에 쓰지 않았던 ‘위무왕’이란 명패가 나타난 점을 들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 지하철 승강장 매점·자판기 없앤다

    서울 지하철 승강장 매점·자판기 없앤다

    서울 지하철 승강장에 있는 매점과 자판기가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간단한 식음료와 각종 신문 등이 승강장 매점에 진열돼 있는 익숙한 풍경이 2년 뒤면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셈이다.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19일 서울시의회 업무보고에서 “승객 공간과 동선 확보를 위해 승강장에 있는 통합판매대와 자판기를 대합실로 이전하거나 기존 계약 만료에 맞춰 순차적으로 철거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통합판매대란 신문, 음료, 과자, 껌, 건전지 등을 파는 매점을 가리킨다. 현재 서울 지하철 1∼8호선에 모두 151개의 매점이 설치돼 있다. 이들 매점은 ‘서울시 공공시설 내의 매점 및 식음료용 자동판매기 설치계약에 관한 조례’에 따라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우선 임대하도록 규정돼 있다. 임차인은 대부분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족, 독립유공자 유가족이다. 공사가 5년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으며 전산 추첨을 통해 임차인을 선정하고 있다. 공사 측은 2015년 이후 승강장 매점 운영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내지 않고 있다. 현재 계약된 임차인 중 마지막 계약 완료 시점인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승강장 매점을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현재 비어 있는 곳과 계약이 끝나는 곳 등 25곳을 철거한다. 자판기도 철거 대상이다. 서울 지하철에는 음료수·스낵 자판기 630대가 있다. 이 중 일부는 취약계층에게 임대하고 있으며 일부는 경쟁 입찰을 통해 민간 업체에 운영을 맡기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일반인은 지하철 승강장에 있는 매점이나 자판기 등에 불편을 못 느낄 수 있지만 장애인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가 없어도 화재, 지진 등 비상시 대피할 때 매점과 자판기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철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매점은 그렇다 치더라도 공간을 그리 많이 차지하지 않는 자판기까지 철거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급하게 물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의 경우 재난 등 비상상황에서 음료를 꺼내 마실 수 있도록 자판기를 지하철 승강장에 설치해 놓고 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책꽂이]

    부디 계속해주세요(문소리 외 9명 지음, 마음산책 펴냄) 배우 문소리와 일본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 소설가 김중혁과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요리후지 분페이 등 한·일 문화인 10명이 자신의 작업 방식과 예술가로서의 고민에 대해 대담한 내용을 묶었다. 280쪽. 1만 4500원.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거칠부 지음, 궁리 펴냄) 서른아홉, 17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걷기 시작한 지은이가 183일간 네팔 히말라야 2165㎞를 한국인 최초로 횡단종주한 기록을 담았다. 396쪽. 1만 8000원.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케이트 에번스 지음, 황승구 옮김, 푸른지식 펴냄) 유럽의 대표적인 난민촌인 프랑스 칼레 난민촌이 철거되기 직전까지 직접 자원봉사를 한 저자가 쓰레기가 가득한 열악한 위생 환경부터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난민들의 아픈 과거 등을 옮겼다. 2016년 영국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존 로런스 상 수상작이다. 184쪽. 1만 8000원. 음식과 전쟁(톰 닐론 지음, 신유진 옮김, 루아크 펴냄) 고문서 수집가인 저자가 레모네이드와 페스트, 카리브해의 식인 문화, 페이스트리를 둘러싼 멕시코와 프랑스의 갈등 등 인류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 에피소드를 120여장의 일러스트와 함께 풀어낸다. 228쪽. 2만 4000원. 고문서 반납 여행(아미노 요시히코 지음, 김시덕 옮김, 글항아리 펴냄) 1950년대 일본 사회사 연구를 위해 전국 농어촌에 잠들어 있던 고문서를 수집했던 아미노 요시히코 전 가나가와대 교수가 50여년에 걸쳐 이 문서들을 반납한 여정을 기록했다. 264쪽. 1만 4000원. 아이는 누가 길러요(서이슬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선천성 희소 질환인 클리펠 트레노네이 증후군을 앓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이를 관찰하며 얻은 깨달음과 ‘돌봄 책임’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글을 담은 에세이. 288쪽. 1만 4000원.
  • 경기문 강서구의회 의원, 도전한국인 지방의회 대상

    경기문 강서구의회 의원, 도전한국인 지방의회 대상

    경기문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이 ‘도전한국인 지방의회 대상’을 받았다.21일 강서구의회에 따르면 경 의원은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회의실에서 열린 ‘제7회 도전한국인 대상’ 시상식에서 지방의회와 지역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대상을 받았다. 경 의원은 그동안 무단횡단을 유발해 생명을 위협하는 지역 내 육교 철거에 앞장섰고, 근린생활 지역의 건축허가 및 불법 용도변경으로 주차 공간이 협소한 점을 파악해 주차난 해소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12월엔 장애인 복지 향상과 권익 증진의 공로를 인정받아 강서구장애인단체총연합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경 의원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강서구민의 삶의 질 향상과 강서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데스크 시각] 횡단보도 VS 육교/주현진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횡단보도 VS 육교/주현진 사회2부 차장

    “요즘 시대에 육교가 웬말인가요.”서울 종로구 신영동과 평창동 인근 보행자 육교 두 곳이 새것으로 교체돼 조만간 개통된다. 신영동 세검정초등학교 정문 앞에 있는 세검 보도 육교와 여기서 동북쪽으로 약 500m 거리에 있는 평창동 서울예술고등학교 앞 육교가 주인공이다. 서울 종로구는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되는 두 육교가 안전등급에서 즉시 보강이 필요한 D등급 판정을 받자 이를 뜯어내고 현대식 새 육교로 바꾸고 있다. 육교는 속도를 중시한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란 점에서 인간 중심의 보행 도시를 표방하는 요즘 횡단보도 대신 육교를 유지한다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다. 보행자 중심의 환경을 만든다는 명목하에 노량진 육교, 남대문 육교 등 유서 깊은 육교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게 대세이기 때문이다. 2000년 248개였던 서울 시내 육교는 지난해 말 기준 159개로 줄었다. 그러나 모든 시민이 육교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종로구도 2016년부터 두 육교가 북한산 전경을 가로막고 오르내리기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돼 철거를 고민한 적이 있지만 찬반 논란 끝에 포기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2012년 옥인아파트를 철거하고 인왕산 자락의 수성동 계곡을 겸재 정선의 그림(장동팔경첩 중 수성동 회화)처럼 복원했을 만큼 문화와 경관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를 추구하고 있지만 세검 육교과 평창 육교만은 없애지 못했다. 육교를 없애려면 우선 주민 의견부터 수렴해야 한다. 철거 여론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면 경찰의 교통 심의를 거쳐 서울시에서 비용을 지원받아 없앤다. 종로구도 이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9월 육교를 없애 달라는 일부 주민 요구를 반영해 주민공청회를 열었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육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인근 차도에 스쿨존을 명시하고 감시카메라 등을 달아 안전 운전을 유도하는 방법도 가능하겠지만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시기상조라는 답이 나온다. 스쿨존은 어린이 보호를 위해 설정한 학교 주변 반경 300m 이내 지역을 말하는데 지난 10년간(2008~2017년) 발생한 전국 스쿨존 내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5497건에 달한다. 작년 말 기준 전국 스쿨존 1만 6555곳 가운데 단속 장비가 설치된 곳은 2%(338곳) 수준에 불과하다. 스쿨존 설정이 능사가 아니란 얘기다. 더욱이 세검정 보도 육교 인근 한 가로수는 수차례 차에 들이받혀 파인 흔적이 역력할 만큼 두 육교가 있는 세검정로와 평창문화로 구간은 경사와 곡선이 심해 운전자 시야 확보가 어렵다. 종로구가 관내 육교를 2000년 17개에서 올해 현재 3개까지 줄여 왔는데 남은 3개 모두 이 구간에 몰려 있을 정도다. 공청회 직후 열린 서울지방경찰청의 교통안전시설 심의에서 두 육교를 없애면 안 된다고 결론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육교 폐지 요구가 아이들의 안전은 도외시한 지역 이기주의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도시의 기본 조건은 안전이다. 안전을 희생하면서 경관과 편리를 추구할 수 없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시내 육교가 대거 줄었지만 같은 기간 강남구(7→10개), 서초구(13→17개) 등과 같이 필요에 따라 늘린 곳도 있다. 양천구는 지난해 금옥여고 육교 철거를 주장하는 여론이 주민 찬반투표 결과 60%를 넘었지만 육교를 유지했다. 세검 육교와 평창 육교도 마찬가지다. 도로 환경, 안전 설비, 운전자 의식 등 조건이 성숙해 보행 안전이 보장될 때 육교 철거를 고려해도 늦지 않다. jhj@seoul.co.kr
  • 부천시, 주택 ‘석면함유’ 슬레이트 철거·처리시 336만원까지 지원

    부천시, 주택 ‘석면함유’ 슬레이트 철거·처리시 336만원까지 지원

    경기 부천시는 주택 슬레이트 철거·처리시 최대 336만원까지 지원한다고 19일 밝혔다. 지원 대상은 주택과 부속건물의 지붕과 벽체에 사용된 슬레이트다. 주택 소유자가 철거를 신청하면 시에서 현장 조사 후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신청인이 석면 해체·제거업체에 의뢰해 철거작업을 마치면 시에서 철거를 확인 후 비용을 지원한다. 가구당 최대 336만원까지 지원하며 이를 초과하는 비용은 당사자가 부담해야 한다. 시는 지난해까지 모두 41개동의 철거를 지원했으며 올해는 10가구 이상 지원할 계획이다. 동주민센터나 행정복지센터, 시 환경과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수시로 접수한다. 시 관계자는 “슬레이트 철거비를 지원한 이후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고 슬레이트 폐기물 불법처리가 근절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부천시 환경과(032-625-3164)로 문의하면 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포토] 쓰러진 ‘블랙팬서’ 조각상

    [포토] 쓰러진 ‘블랙팬서’ 조각상

    할리우드 영화 ’블랙팬서’ 촬영을 기념해 월트디즈니사가 부산에 설치한 블랙팬서 조각상이 누군가에 의해 파손돼 철거됐다. 부산영화진흥위원회 확보 제공 =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내륙 위치한 남원, 곳곳에 왜구가 할퀸 상흔 … 황산엔 승전의 역사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내륙 위치한 남원, 곳곳에 왜구가 할퀸 상흔 … 황산엔 승전의 역사

    전북 남원 시내에서 순창으로 방향을 잡아 시내를 막 벗어나면 오른쪽으로 널찍한 절터가 나타난다. 만복사가 있던 자리다. ‘춘향가’의 몇몇 고전소설 판본에는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관아로 행차하기에 앞서 만복사를 찾아 노승들이 춘향을 위해 재를 올리는 모습을 구경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장면은 김연수제 판소리 ‘춘향가’에도 있다. 춘향을 월매가 만복사에 시주하고 불공을 드린 공덕으로 낳은 자식으로 그리고 있다.잘 알려진 대로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은 ‘금오신화’의 한 편으로 ‘만복사저포기’를 남겼다. 저포(樗浦)는 윷놀이다. 양생(梁生)은 부처님과 내기를 해서 이긴 다음 아름다운 처자를 만나 이승의 3년에 해당하는 꿈같은 사흘을 지내고는 헤어진다. 이 처자는 왜구에 죽은 혼령으로, 이후 양생도 장가들지 않고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았다는 줄거리다.소설 속 여주인공이 부처님에게 바친 축원문에는 당시 사정이 담겨 있다. ‘지난번 변방의 방어가 무너져 왜구가 쳐들어오자, 싸움이 눈앞에 가득 벌어지고 봉화가 여러 해나 계속되었습니다. 왜적이 집을 불살라 없애고 노략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동서로 달아나고 좌우로 도망쳤습니다.…그런데 날이 가고 달이 가니 이제는 혼백마저 흩어졌습니다.’지금 만복사에 가면 텅 빈 마당에서 높이 1.6m의 당당한 석제 불좌(佛座)를 만날 수 있다. 소설에서도 양생이 불좌 뒤에 숨어 아름다운 처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대목이 나온다. 아마도 이 불좌가 아닐까 싶다. 매월당과 시대를 초월해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최척전’을 지은 현곡 조위한(1567∼1649)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 김덕령 휘하에서 종군한 인물이다. 이 소설은 최척과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여성 옥영의 사랑이야기를 뼈대로 정유재란 당시 남원이 왜군에 함락됨에 따라 가족이 붙들려 가거나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과 기적적인 재회를 그렸다. 소설 속에서 최척은 만복사에서 가까운 동네에 산다. ‘춘향전’이 조선 후기 남원의 사회상을 드러내고 있다면 ‘만복사저포기’와 ‘최척전’은 각각 조선 초기와 중기 왜적의 침입에 따른 살육과 파괴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남원은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지리산 기슭이다. 왜구의 세력은 단순한 해적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만복사저포기’가 묘사한 대로 왜구는 고려말, 조선초에 가장 극성을 부렸다. 특히 14세기 후반기 피해가 가장 커서 고려 멸망의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역사학계는 고려시대 왜구의 발생을 크게 두 시기로 나누고 있다. 1223년 현재의 김해인 금주에 나타난 것을 시작으로 1265년까지 10차례 이상 침입했는데, 대부분 선박 2~3척 규모였다. 왜구는 1350년부터 연안뿐 아니라 내륙에도 출몰한다. 해안 조창에서 걷은 세곡을 수도로 나르는 조운선이 공격 목표가 되자, 고려가 세곡 운송의 상당 부분을 육운(陸運)으로 전환한 것이 이유의 하나가 됐다. 대형 선단을 이룬 왜구는 개경이 지척인 강화 교동도에도 출몰했고, 조정은 천도를 고민하는 단계에 이른다. 조선 건국 이후에도 왜구는 태조가 즉위한 뒤 5년 동안에만 53차례나 침입했다. 황산대첩비는 고려시대 왜구의 남원 침입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이런 대목이 보인다. ‘신우(辛禑) 6년(1380) 경신 8월, 왜적의 배 500척이 진포에 배를 매고 하삼도에 들어와 연해 주군(州郡)을 도륙하고 불살라서 거의 없어지고, 인민을 죽이고 사로잡은 것도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조선은 우왕을 신돈의 자식이라 하여 ‘신우’라 했다. 왜구가 충청·전라·경상도를 휩쓴 참상은 ‘만복사저포기’와 매우 닮아 있다. 당시 고려는 금강 하구 진포에 정박한 왜구의 선단을 최무선 장군의 화포로 모두 불사르는 큰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자 퇴로를 잃은 왜구는 지금의 충북 옥천과 경북 상주, 경남 함양을 떠돌며 살인, 약탈, 방화를 자행한다. 이어 남원으로 몰려들어 운봉 인월역 황산에 진을 친 왜구를 당시 양광·전라·경상 삼도도순찰사 이성계가 섬멸한 것이 황산대첩이다. 황산대첩비는 1577년(선조 10) 이 싸움의 현장에 세운 것이다. 만복사는 남원 시내 서쪽에 자리잡고 있지만, 황산대첩비를 찾으려면 자동차를 타고 시내에서 동쪽으로 20분쯤 달려야 한다. 이성계가 어린 두목 아지발도(阿只拔都)가 이끈 왜구를 무찌른 현장이다. 당시 지명 인월(印月)은 이후 인월(引月)로 바뀌었다. 부처의 교화가 세상 곳곳에 비친다는 월인천강(月印千江)에서 따온 듯한 불교적 이름이 황산대첩 당시 피아를 구분할 수 없는 어두운 밤 보름달을 끌어올려 왜구를 물리쳤다는 설화 속 의미로 대체됐다. 황산대첩비는 일제강점기 수난을 겪는다. 조선총독부는 ‘학술상 사료로 보존의 필요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 존재가 현 시국의 국민사상 통일에 지장이 있는 만큼 철거함은 부득이한 일’이라면서 ‘서울로 가져오기엔 수송의 곤란이 적지 않고, 그 처분을 경찰 당국에 일임하는 바’라고 했다. 결국 1945년 1월 폭파됐고, 지금의 비석은 1957년 복원한 것이다. 그러니 대첩비는 받침돌과 지붕돌만 옛것이다. 하지만 파비각(破碑閣)에 비석 조각이 남아 있으니 역사적 의미는 훨씬 커졌다. 100m 남짓 떨어진 곳에는 어휘각(御諱閣)이 있다. 이성계는 대첩 이듬해 함께 싸운 원수와 종사관들의 이름을 이곳 바위에 새겼다. 일제는 이 글씨도 정으로 쪼아내 지금은 알아볼 수가 없다. 황산에 승전의 역사가 있다면 남원 시내에는 패전의 역사가 곳곳에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은 곡창 호남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를 패전의 원인으로 지목한 왜군은 정유재란을 벌이면서 전라도를 먼저 점령하고 북진하는 계획을 세웠다. 우희다수가(宇喜多秀家)가 이끈 왜군 5만 6000명은 1597년 8월 13일 남원을 공격했다. 남원성은 전라 병사 이복남과 명나라 부총병 양원의 3000명 군사가 지키고 있었다. 남원 백성들까지 모두 1만명이 합심해 싸웠지만 모두 순절하고 말았다. 왜란이 끝난 뒤 시신을 합장하고 1612년(광해군 4) 사당을 세웠다. 지금의 만인의총은 옛 남원역 근처에 있던 것을 1964년 옮긴 것이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을 남원성의 흔적은 시내에서 만인의총으로 가는 중간에 일부가 남아 있다. 옛 남원읍성의 서북쪽 모서리에 해당한다. 시내 남문로 골목 안에 있는 관왕묘도 왜란의 흔적이다. 남원싸움 이듬해 명나라 장수 유정은 대군을 이끌고 왔는데, 1599년 자신들의 수호신인 관우의 사당을 지었다. 성 동문 밖에 있던 것을 1741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관왕묘는 문이 굳게 잠겨 있어 담 너머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美 50년 된 역사의 타워, 단 14초 만에 철거돼…

    美 50년 된 역사의 타워, 단 14초 만에 철거돼…

    미국 캔터키 프랭크포트(Frankfort) 지역 캐피탈 플라자 타워(Capital Plaza Tower)가 붕괴되는 모습이 화제다. 이 폭발 장면은 지난 11일 드론으로 촬영돼 영상미를 더하고 있다. 라이브릭 등 여러 외신이 보도했다. 영상 속엔, 건물 안 곳곳에 폭탄이 설치된 캐피탈 플라자 타워가 폭파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잠시 뒤, 수 십발의 총소리와 비슷한 폭발음이 들린다. 소리와 동시에 약한 연기가 보이더니 건물 맨 아래쪽이 붕괴하기 시작한다. 이어 중심을 잃은 건물 전체가 순식간에 무너진다. 건물이 붕괴할 때 발생한 엄청난 먼지 구름이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간다. 정말 엄청난 위력이다. 드론이 상공으로 서서히 올라가면서 보여준 영상 속엔 어마어마한 회색 구름이 이 도시 전체를 집어 삼키려는 듯 막강한 기세를 보여준다. 마치 스모그에 갇힌 우울한 도시 같다. 프랭크포트 지역에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50년 동안이나 이곳의 상징물처럼 서 있었던 28층 건물이 붕괴된 시간은 고작 14초에 불과했다. 건물 붕괴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붕괴 시간도 빨랐다.사진 영상=Faron Collins/유튜브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 서경덕 “일본 정부 역사왜곡 질타하고 싶었다”

    서경덕 “일본 정부 역사왜곡 질타하고 싶었다”

    “위안부 역사를 지우려고만 하는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 상황을 외신을 통해 질타하고 싶었다”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경기장 부근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억지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현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을 해외 언론사에 발송했다고 14일 밝혔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주한 일본대사관이 지난달 한국 외교부에 강릉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철거를 포함한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지난 2일 보도했다. 이에 서 교수는 “강릉올림픽파크에서 불과 몇 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소녀상을 패럴림픽에 참여한 선수단 및 관광객들이 볼까 봐 두려워 일본 정부에서 철거를 요청한 것 같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일본 정부의 강릉 소녀상 철거 요청을 둘러싼 정확한 상황과 설명, 산케이신문 보도내용, 일본군 위안부 관련 영상, 강릉 소녀상 위치 파일 등을 미국 NBC·CNN, 중국 CCTV, 뉴욕타임스·가디언 등 방송을 비롯해 일간지 100여 곳에 발송했다. 서 교수는 “올림픽 기간 중 외신을 통해서 경기에 관한 부분이 많이 보도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 외적인 부분에 대해 고민하는 외신이 있다면 이번 상황을 통해 소녀상을 취재하면 좋을 것 같았다”며 발송 이유를 전했다. 특히 그는 “수많은 외신의 기사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소녀상에 관한 언론보도가 많지 않다. 전 세계에 소녀상 건립을 지속적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외신 홍보를 강화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 교수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미국 NBC의 망언과 영국 더타임스의 잘못된 독도표기에 대한 영상을 제작해 전 세계에 배포하는 등 일본의 역사왜곡을 전 세계에 꾸준히 알리고 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용산공원·박물관특구 온 힘”… 세계 중심도시 꿈꾸는 용산

    “용산공원·박물관특구 온 힘”… 세계 중심도시 꿈꾸는 용산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은 “민선 5~6기 용산구는 ‘세계의 중심, 이제는 용산시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을 넘어 세계의 중심 도시로 나아가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혔다. 성 구청장은 13일 서울 용산구청 집무실에서 이뤄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용산복지재단, 용산제주유스호스텔, 용산꿈나무종합타운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실현해 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올해가 민선 6기의 마지막 해인 만큼 ‘또다시 처음처럼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초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새해 역점 사업과 정책은. -무엇보다 국가공원인 용산공원 조성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용산구가 관할하고 있는 국가공원이기에 국가보다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용산구가 가진 행정력과 능력, 조직 등을 모두 동원해 제대로 된 공원이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올해 박물관특구를 만드는 게 목표다. 용산구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전쟁기념관, 백범김구기념관 등 등록된 박물관만 11개에 이른다. 여기에 국제빌딩 4구역에서 기부채납한 부지에 용산 향토박물관을 건립하고, 다문화박물관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그런 모든 박물관을 망라해 용산구가 중앙정부로부터 박물관 특구 지정을 받도록 하겠다. 경기 양주시에 치매안심마을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 요양보호사와 치매 환자가 함께 텃밭도 가꾸고 문화도 즐기는 등 일상생활을 누리면서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 계획이다. →용산공원 조성은 용산구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용산공원이 우리한테 주는 기쁨과 자긍심은 단순히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자산이 될 것이다. 어느 구에도 도시 한가운데 이렇게 큰 공원이 없다. 더욱이 용산은 남산에서 걸어서 공원을 지나 한강까지 오고 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는 도시다. 이런 지역은 용산 외에는 없다. 단순히 ‘개발로 조금 더 잘사느냐’, ‘세금을 더 많이 걷냐’의 문제가 아니라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재산인 것이다. →민선 5, 6기를 돌이켜볼 때 가장 큰 성과는. -저소득 가구와 위기 가정 등을 위한 용산복지재단을 만든 게 성과다. 적어도 용산구에서만큼은 밥이 없어서 굶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기본재산이 56억원, 정기 후원만 월 3400만원으로 연간 4억원에 이른다. 2020년까지 100억원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서울시교육청을 용산에 유치한 것도 잘된 일이다. 강북 교육특구 1번지를 만들겠다고 했었다.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데 감사한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용산꿈나무종합타운도 용산 보육·교육의 랜드마크가 됐다. 구립어린이집, 장난감도서관, 육아종합지원센터, 용산서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영유아에서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성장 단계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용산서당과 용산공예관 등 전통 문화 확산에 관심이 많은데. -용산이라는 이름 자체가 역사와 떼어 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곳이다. 용산은 한 걸음만 걸어가도 곳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용산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와 함께 우리 선열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우리 아이들이 알았으면 한다. 과거를 통해 새로운 것을 알아 갈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서당을 만들고 전통 공예관을 만들었다. 서당에서 한문 교육을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서예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가할 계획이다. 전통 공예관은 이태원에 놀러 온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 것을 알리고 판매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통 공예 방법 전수에서부터 판매까지 지역 어르신이 참여하면서 어르신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민선 6기의 아쉬운 점과 남은 과제는. -효창운동장을 우리 구민이 활용할 수 있는 용산 구민의 운동장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잘 안 됐다. 구청장 욕심이기도 하고, 공약 사업이었다. 효창운동장은 중·고등학교에서 축구장 전용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운동장을 뺏을 수가 없었다. 한데 효창운동장은 너무 오래돼서 노후된 상태다. 시설 보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운동장 안 노후화된 스탠드를 철거한다면 축구장 두 개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중·고 축구연맹도 전용구장으로 사용하고, 용산 구민들도 운동장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분권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제언이 있다면.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됐고, 이후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됐다. 이제 2018년이 됐다. 현재 우리 지방자치는 무늬만 지방자치다. 실제 지방자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촛불 정국을 맞게 되고 대통령 유고 상황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촌부터 산골, 천만 서울시민이 사는 서울까지 흔들림 없이 각자 생업에 종사할 수 있었던 것은 지방자치가 튼튼히 자리 잡고 있어서라고 자부한다. 전국 자치단체에 권한과 예산을 더 준다면 대한민국이 훨씬 더 튼튼한 반석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함께 자치 분권 개헌이 꼭 이뤄져야 한다. →서울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한민국 통일이 된다면 중앙역사가 용산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모든 철도는 용산에서 출발하고 들어온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대한민국이 자랑할 수 있는 중앙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유라시아로 나가는 철도도 용산에서 타고 가고 유럽에서 기차를 타고 관광객들이 용산에서 내리게 될 것이다. 지금 코앞, 눈앞의 일에 연연할 게 아니라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가야 한다. 용산구도 함께 참여해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가고 싶다. →구민과의 소통을 위해 추진한 일은. -구청장은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침에 5시 반에 일어나서 6시면 집에서 나온다. 늦을 때는 자정이 다 돼서 집에 들어간다. 하루에도 많을 때는 20개씩 공식 행사들을 소화해야 한다. 그런 것들을 감당해 낼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매일 아침 간부 회의에서 무엇을 지시해야 하는지 잊어버리면 안 된다. 지시만 하는 게 아니라 이후 확인을 해야 한다. 용산구청에 오면 ‘구청장 좀 보게 해 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이 없다. 구민들이 용산구청까지 오지 않도록 나가서 만나야 하는 것이다. 민선 초기에는 구민과 대화의 날도 정해 놓고 그날만은 통째로 비워 놓고 만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가장 힘든 게 사람을 만나서 무엇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를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하는 일들이 용산 구정을 안정되고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각오는. -우리가 등산을 가면 가이드가 있다. 전문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서 생전 그곳을 모르는 사람도 산에 간다거나 관광지를 가서 설명도 듣고 안전한 길로 걱정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일을 잘할 수 있다. 40년 세월을 용산에서 살아왔고 이 기간에 선거만 8번을 했다. 그러니 얼마나 용산에 많은 애착을 두고 구석구석 알았겠나. 용산을 잘 아는 제가 용산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용산의 길잡이가 되겠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성장현 구청장은 누구 1991년 초대 용산구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제2대 용산구의원에 이어 1998년 43세의 나이로 서울시 최연소 구청장에 당선됐다. 2년 만에 선거법 위반 판결로 낙마했지만 2010년 민선 5, 6기에 내리 당선되며 재기에 성공했다. 성 구청장은 구민과의 소통을 최우선에 두고 개발에서부터 역사, 복지, 교육, 안전에 이르기까지 용산 전문가로서 지역 발전을 이끌고 있다. 민선 6기에는 용산제주유스호스텔 개원에서부터 용산복지재단 설립, 용산꿈나무종합타운과 용산공예관 건립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용산구는 어떤 곳 KTX 출발 교통 요충지, 종교시설·박물관 밀집 지리적으로 서울의 중심이자 남산을 등에 업고 한강을 품고 있다. 경부선, 호남선 KTX가 출발하는 교통의 중심지이자 이슬람사원을 비롯한 다양한 종교의 메카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전쟁기념관을 비롯한 박물관이 밀집해 있으며, 국방부와 미군부대까지 주요 군사시설들도 있다. 올 연말까지 미군부대가 이전을 하고 나면 미국 센트럴파크를 능가하는 최초의 국가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1997년 서울시 최초로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태원도 있다. 이태원은 해마다 250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관광 명소다.
  • 작가회의 “고은 성폭력 묵인·은폐 반성”

    국립 3·15묘지에도 ‘고은’ 지우기 ‘우리는 기억해야…’ 작품 등 가려 고은(85) 시인이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의 작품이 교과서를 비롯해 곳곳에서 퇴출되고 있는 가운데 경남 창원시 국립 3·15민주묘지 등에서도 고은 시인 흔적 지우기가 진행되고 있다. 고은은 연작 시집 ‘만인보’에서 3·15 의거와 관련된 시 47편을 써 마산 3·15 의거와 관련 인물 등을 알렸다. 이에 3·15기념사업회와 3·15민주묘지 측은 만인보 가운데 3·15 의거 관련 작품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를 2015년 기념관 내 벽에 게시하고 고은의 시 ‘김용실’을 돌에 새긴 시비도 민주묘지 안에 설치한 바 있다. 13일 서울신문 확인 결과 민주묘지 관리소 측은 최근 각계에서 고은 흔적 지우기 작업이 벌어지자 3·15 의거기념관 1층 1관 벽면에 새겨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와 ‘김용실’을 종이와 철판 등으로 가려 놓았다. 관리소 관계자는 “성추행 논란으로 고은 시인의 작품이 퇴출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작품을 게시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임시로 가리게 됐다”며 “올해 3·15 의거 기념식이 끝나고 나면 3·15기념사업회 및 유족회 등과 논의해 시비를 아예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대표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가 고은 시인의 성폭력을 묵인·은폐한 걸 반성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작가회의는 이날 “고은 시인은 오랫동안 본회를 대표하는 문인이었기에 당사자의 해명과는 별개로 그와 관련한 문제 제기에 본회는 답변의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입장을 신속히 밝히지 못했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고통과 시민사회 구성원들의 실망에 어떠한 위로도, 희망도 드리지 못했다”며 “이는 ‘동지’와 ‘관행’의 이름으로 우리 안에 뿌리내린, 무감각한 회피였다. 반성한다”고 밝혔다. 또 “이른바 ‘문단 내 성폭력’ 사건과 문화계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관해 많은 질타를 받았다.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 계승을 선언하고 활동해 왔지만 젠더 문제에 관해 그동안의 대처가 미흡하고 궁색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작가회의는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극작 부문 회원이었던 이윤택 연출가를 제명했지만 고은 시인은 스스로 탈퇴해 제명 조치도 이뤄지지 못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서울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3월 10일 그림과 시가 있는 아침

    두 사람/서용선 98×163㎝, 종이에 아크릴 서울대 미대 서양학과 교수.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최지인 비정규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잠잘 때 조금만 움직이면 아버지 살이 닿았다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아버지가 출근하니 물으시면 늘 오늘도 늦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골목을 쏘다니는 내내 뒤를 돌아봤다 아버지는 가양동 현장에서 일하셨다 오함마로 벽을 부수는 일 따위를 하셨다 세상에는 벽이 많았고 아버지는 쉴 틈이 없었다 아버지께 당신의 귀가 시간을 여쭤본 이유는 날이 추워진 탓이었다 골목은 언젠가 막다른 길로 이어졌고 나는 아버지보다 늦어야 했으니까 아버지는 내가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 하셨다 배를 곯다 집에 들어가면 현관문을 보며 밥을 먹었다 어쩐 일이니라고 물으시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외근이라고 말씀드리면 믿으실까 거짓말은 아니니까 나는 체하지 않도록 누런 밥알을 오래 씹었다 그리고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아버지는 오함마로 벽을 철거하는 노동을 한다. 아들은 비정규직이다. 두 사람은 비좁은 방에서 함께 잔다. 좁은 방에서 자다 보니 조금만 뒤척일 때마다 살이 닿는다. 그래서 아들은 벽에 바짝 달라붙어 잔다. 밥 먹고 잠자는 게 사는 것의 전부는 아니지만 사람은 밥 먹고 잠자야 산다. 이 시는 생존의 최소한도를 이루는 밥 먹고 잠자는 일의 고단함을 슬쩍 내비친다. 따지고 보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비정규직이다. 그 비정규직에 아등바등 매달리다가 어느 날 퇴출당한다. 그 퇴출의 불안이 있는 한 세상은 언제나 막다른 골목이다. 장석주 시인
  • 3월 10일 그림과 시가 있는 아침

    두 사람/서용선 98×163㎝, 종이에 아크릴 서울대 미대 서양학과 교수.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최지인 비정규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잠잘 때 조금만 움직이면 아버지 살이 닿았다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아버지가 출근하니 물으시면 늘 오늘도 늦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골목을 쏘다니는 내내 뒤를 돌아봤다 아버지는 가양동 현장에서 일하셨다 오함마로 벽을 부수는 일 따위를 하셨다 세상에는 벽이 많았고 아버지는 쉴 틈이 없었다 아버지께 당신의 귀가 시간을 여쭤본 이유는 날이 추워진 탓이었다 골목은 언젠가 막다른 길로 이어졌고 나는 아버지보다 늦어야 했으니까 아버지는 내가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 하셨다 배를 곯다 집에 들어가면 현관문을 보며 밥을 먹었다 어쩐 일이니라고 물으시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외근이라고 말씀드리면 믿으실까 거짓말은 아니니까 나는 체하지 않도록 누런 밥알을 오래 씹었다 그리고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아버지는 오함마로 벽을 철거하는 노동을 한다. 아들은 비정규직이다. 두 사람은 비좁은 방에서 함께 잔다. 좁은 방에서 자다 보니 조금만 뒤척일 때마다 살이 닿는다. 그래서 아들은 벽에 바짝 달라붙어 잔다. 밥 먹고 잠자는 게 사는 것의 전부는 아니지만 사람은 밥 먹고 잠자야 산다. 이 시는 생존의 최소한도를 이루는 밥 먹고 잠자는 일의 고단함을 슬쩍 내비친다. 따지고 보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비정규직이다. 그 비정규직에 아등바등 매달리다가 어느 날 퇴출당한다. 그 퇴출의 불안이 있는 한 세상은 언제나 막다른 골목이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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