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DJ, 정상회담 덕담만 했을까
여권의 양대 중심축인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11개월 만에 9일 만났다. 노 대통령이 ‘2007 남북정상선언’의 내용과 향후 추진방향 등을 설명하고, 김 전 대통령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11월4일 김대중 도서관 전시실 개관 때 노 대통령이 축하차 동교동 자택을 방문, 함께 오찬을 한 뒤 처음이다. 이날 회동도 오찬을 겸해 1시간 20분 동안 이뤄졌다. 두 정치 고수(高手)의 회동은 경선 잡음과 지지율 정체로 여권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미묘한 관심을 모았다. 어떤 형식으로든 타개책을 놓고 의견과 교감이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국내 정치관련 대화는 전혀 없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오찬에 참석한 박지원 전 비서실장도 “정상회담의 ‘정’자는 나왔지만, 정치의 ‘정’자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선언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노 대통령과 햇볕정책의 계승을 바라는 김 전 대통령이 대선 위기 상황을 논의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많은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하더라도, 모종의 교감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정치권과 범여권 후보들은 향후 청와대와 동교동발(發) 대선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회동에서 두 사람은 이번 회담이 기대 이상으로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 공감했다. 노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평화와 경제협력 차원으로 발상을 전환해 접근했다.”고 말하자 김 전 대통령은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는 절묘하고 뛰어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이 좋았다.”고 소감을 피력하자 김 전 대통령은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구 문제에 처음엔 부정적이었다.”면서 “그래서 ‘남쪽에서도 산업단지 하나 만드는데 10년씩 걸린다. 여러 개가 함께 가야 한다. 남에서 해외투자를 많이 하는데 북에도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이 수긍했고, 그 뒤 경협·특구 문제가 잘 풀려 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오찬을 시작하며 개성∼평양간 고속도로 상태와 평양 시내 전력 사정, 류경호텔 등을 주제로 얘기를 풀어 나갔다.김 전 대통령이 북측의 전력 사정을 묻자 노 대통령은 “불이 조금 있는 편이었다. 특별히 켰는지, 일상적인 것인지, 우리끼리 궁금해서 주고받고 했다.”라고 답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특별히 켤 힘이라도 있는 것은 조금 나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류경호텔의 공사 중단 상황이 화제에 올라 김 전 대통령이 층수를 묻자, 노 대통령은 “105층”이라고 답했고, 김 전 대통령은 “통 큰 짓을 했구만.”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찬에는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박 전 실장이 참석했고, 문재인 비서실장, 백종천 안보실장이 배석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입구 바깥까지 나가 김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11일 각 정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갖고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한 뒤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