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내용 따라 ‘비밀누설’ 혐의 적용
국정원은 15일 낸 자료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의 방북 보고서 언론유출과 관련,“송구하다.”고 했다. 청와대와 인수위는 김만복 국정원장의 처신이 부적절했음을 지적했다. 인수위는 김 원장의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김 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새 정부에서 국정원 조직의 대대적 수술이 예상된다. 대선 기간 내내 한나라당의 비난을 사온 김 원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국정원이 체질개선 작업에 나설 여지가 생겼다는 관측이 교차했다.
김 원장이 지난해 12월18일 방북한 게 지난 3일 방송사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북풍기획’에 대해 의혹제기가 잇따랐다. 국정원은 5일 방북 배경에 대한 보고서를 인수위에 제출했다. 인수위의 추가 요청에 따라 8일에는 1급 비밀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김 원장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의 대화록을 보고했다.
김 원장은 9일 오전 모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비보도를 전제로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어 간부 C를 불러 전달토록 지시했으며,C는 당일 오후 3시 밀봉된 서류 봉투를 전달했다. 자료는 언론사 간부와 국정원 퇴직직원 등 14명에게 제공됐다. 한 일간지가 이를 바탕으로 10일 방북 대화록을 보도했다.
보도 뒤 인수위는 국정원 자체조사를 요구했다. 같은 날 청와대 이호철 민정수석도 국정원에 자체 조사를 지시했고, 사흘 뒤인 13일 국정원은 이 민정수석에게 구두로 경위를 보고했다. 김 원장은 이 때 사의를 표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고받은 뒤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혀 빠른 시일 내에 공개적으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표 수리 여부를 조만간 결정키로 했다. 수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정원은 원장 없이 이수혁 1차장 대행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천호선 대변인은 대화록 유출과 관련,“부적절한 업무 처리에서 빚어진 일”이라면서 “김 원장이 대선 하루 전 방북한 데 대해 의혹과 억측이 나온 상황이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브리핑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출 단계부터 국가기관의 기강 해이를 지적해 온 인수위는 김 원장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지울 수 있음을 시사하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해서도 안 되고 있어서도 안 되는 국기 문란행위”라면서 “인수위는 사의 표명으로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지 여부를 묻자 이 대변인은 입장 밝히기를 미루면서도 “실정법상 위반이라면 검찰이 당연히 인지해 수사할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대화록 내용을 파악한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수사에 착수하기 위해선 김 원장이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내용이 국정원직원법에 규정된 비밀에 해당하는지, 국정원장이 이 법률의 적용대상이 되는지, 인지 수사가 가능한지 등을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직원법에는 ‘모든 직원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이밖에 김 원장에게는 형법상 2년 이하 징역이나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공무상 비밀누설’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구혜영 홍성규 홍희경기자 kooh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