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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시장 비수기 여름... 주목받는 부산 역세권 분양

    부동산시장 비수기 여름... 주목받는 부산 역세권 분양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3.3㎡당 1018만원으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000만원대를 넘어서면서 비수기 여름 분양시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13일 부동산 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지역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2158만원으로 2008년 평균 2171만원을 기록한 이래 8년 만에 2000만원대에 들어섰다. 또 대구, 부산, 경기, 인천 등 주요 도시의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을 넘어서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부산에서는 역세권에 새로운 분양 상품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진건설이 시공하고 한진개발이 시행하는 ‘한진 스카이뷰’는 부산 동래구 온천동 188-2번지에 들어선다. 이 아파트는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67~83㎡의 중소형대의 300여 세대로 조성된다. 구체적으로는 67㎡A(23세대), 76㎡B(23세대), 83㎡C(19세대), 76㎡D(19세대), 79㎡E(38세대), 77㎡F(19세대)로 구성되며 7월 15일 1차 162세대 분에 대해 일반 분양을 진행한다. 이 아파트의 가장 큰 강점은 위치다. 부산 지하철 온천장역, 명륜역의 더블 역세권 입지에 버스 정류장이 1분 거리에 위치했다. 이 때문에 만덕터널, 구서IC가 인접해 부산 지역 어디로든 빠르게 이동 가능하다. 도보 5분 거리에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홈플러스, CGV, 대동병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또 부산대, 동래원예고, 유락여중, 동래중, 부산중앙여고 등도 인근에 있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는 “위치와 편의성이 뛰어나고 인근 시세보다 낮은 가격대에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소설 속 배경, 충정로 야마토 아파트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소설 속 배경, 충정로 야마토 아파트

    지난주의 미동 아파트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969년 미동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 이 자리에는 1940년에 지어진 또 다른 아파트가 있었다. 건축역사학자인 김정동 교수의 ‘문학 속 우리 도시 기행 2’(2005·푸른역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 아파트의 이름은 경성대화숙(京城大和塾·게이조야마토주쿠)이다. 일제강점기 교원 및 사상범의 교화 단체로서 1941년 1월에 만들어진 또 다른 경성대화숙과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자까지 이름이 같다. 3층 목조의 이 경성대화숙이 있던 자리는 충정로의 당시 이름이던 죽첨정, 즉 다케조에초 3가 8번지였다. 원래는 식산은행의 독신자 아파트였다고 한다. 그런데 월북 문학가인 김남천(1911~1953)의 소설 ‘경영’(문장·1940.10)과 그 후편이라고 할 수 있는 ‘맥’(춘추·1941.2)이 바로 이 아파트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이유로 인해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한국 최초의 소설을 꼽을 때 이 두 소설의 이름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소설 속의 이름은 ‘야마토 아파트’다.  소설 속의 묘사가 실재했던 건물을 얼마나 정확히 그리고 있는지는 물론 알 수 없다. 건물의 외형과 관련해서도 전해 오는 자료가 없는 듯하다. 한국보다 아파트 역사가 오래된 일본의 몇몇 사례 등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관동 대지진 후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동윤회(同潤會·도준카이)가 건립한 1920~30년대의 아파트들이 참고할 만하다. 그러나 김남천 자신이 1947년 월북하기 전까지 경성대화숙 323호에 묵고 있었고, 소설 속의 여주인공 최무경 또한 야마토 아파트 323호에 거처가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허구와 실제 간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가정하에 두 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문구에 기초해 이 아파트를 ‘복원’해 보면 다음과 같다. #61가구 입주한 복도형·임대용 3층 아파트  야마토 아파트는 죽첨정, 즉 다케조에초에 있는 3층 건물이다. 복도형 아파트고 승강기는 없다. 임대용 아파트이며 호텔은 아니어서 ‘한두 달 계실 손님에겐 방을 거절하라는’ 규칙이 있다. 아파트 주인은 여기에 살지 않으며 잠깐 와서 ‘장부나 검사해 보고는’ 다시 나간다. 독신자용 방이 36개, 두 칸의 가족용 방이 25개 있어서 총 61가구에 ‘일백이삼십 명’ 정도의 사람이 살고 있다. 방세와 별도로 난방비, 전등료, 급수료 등을 받는다. ‘특약’, 즉 장기 계약해서 쓰는 택시와 용달 서비스가 있다.  1층에는 출입구 옆에 사무실, 구내식당, 공동 목욕탕, 당구장 등이 있다. 원래 목욕탕 옆에 이발소가 있었으나 길 맞은편에 원래 있던 이발소와 경쟁이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사무실에는 직원인 최무경과 관리인인 강 영감의 책상이 있다. 금고가 있어서 지폐나 ‘소절수’(수표) 등을 보관한다. 강 영감이 수시로 ‘보일러 칸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보아 반지하, 혹은 지하에 보일러실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구내식당에서는 산짱이라는 어린 소년이 주문을 받는다. 시멘트 바닥에 입식 테이블들이 놓여 있다. 라이스모논 카레, 하야시, 가케우동, 돔부리와 차 등을 서빙한다.  최무경의 방인 323호는 독신자를 위한 방으로 남향이다. 입구에는 신장과 천장 조명을 켜고 끄는 스위치가 있다. 방 안에는 서가, 침대와 침대 머리맡의 전기스탠드, 작은 탁자, 응접세트와 사무 탁자, 양복장, 기타 화병과 화분 등이 있다. 물이 나오는 취사장이 있고 최무경은 가스를 이용해 차를 끓인다. 냉방에 대한 언급은 없고 난방은 스팀을 이용한다. 침대와 취사장 부근은 모두 두꺼운 커튼을 쳐서 가려 놓았다.  거주자들을 위한 폐쇄적인 시설이기는 했으나 단순 주거 기능만이 아닌 상업 기능 또한 한 지붕 아래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허구와 실제 사이에 걸쳐져 있는 건물이기는 하지만 야마토 아파트는 무지개떡 건축의 사례라고 판단된다. 심지어 최무경은 소설이 진행되면서 이 아파트에서 살기 시작한다. 직주근접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집이 근처인 강 영감도 점심 ‘벤또’를 가지러 아침에 잠깐 집에 다녀올 뿐 ‘대개 언제나 이 아파트에서 잠자리를 갖는다’. 최무경은 이런 이유로 해서 퇴근 이후에도 업무를 위해 잠깐씩 사무실에 내려와야 하는 등 약간 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밥도 구내식당에서 자주 먹는다. 이처럼 여주인공의 집과 직장이 같은 건물 안에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약간의 긴장감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의 하나다.  #혼자가 된 여자, 자신의 삶 위해 이주한 아파트 여주인공 최무경은 야마토 아파트의 사무원이다. 그는 화동의 한옥에서 청상과부이자 독실한 크리스천인 어머니와 함께 산다. 자기 직장인 야마토 아파트에도 방을 하나 두고 있는데, 옥살이 중인 좌파 지식인 애인 오시형이 조만간 보석으로 풀려날 경우를 대비해 얻어 둔 것이다. 당초 계획은 그와 결혼을 하는 것이었으나 양가의 반대가 있었다. 다행히 자기 어머니는 겨우 설득을 했으나 평양이 고향인 오시형 쪽에서는 지역 유지 집안과의 혼사설이 돈다. 오시형은 결국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그간 사상의 변화가 생겨 전향했고 아버지를 따라 평양으로 돌아가고 만다. 한편 최무경의 어머니는 숨겨 놓았던 애인과 재혼한다. 결국 혼자가 된 최무경은 앞으로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며 얻어 놓았던 야마토 아파트로 입주한다. 여기까지가 ‘경영’의 줄거리다. 그 후편인 ‘맥’은 줄거리상으로는 단순하지만 사상적으로는 복잡하다. 최무경의 옆방으로 대학에서 영문학을 강의했던 이관형이라는 사람이 논문을 쓰겠다는 핑계로 들어온다. 두 사람은 일종의 지적인 대화 상대가 된다. 최무경은 헤어진 자기 애인의 사상적 변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철학 공부를 하던 참이었다. 그리고 철학과 사상에 대한 대화를 이관형과 나누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다원론에 입각한 오시형의 천황주의와 이관형의 허무주의가 대비된다. 마지막으로 오시형의 공판장에서 새로운 여인의 출현을 목격한 최무경은 그와의 관계가 완전히 끝났음을 깨닫고 망연자실해진다.  김남천의 이 소설들은 ‘전향문학’의 대표적인 사례로 다루어진다. 오시형처럼 그 자신도 전향의 경력을 갖고 있었고 그로 인한 문학 작업의 공백을 체험했다. 그가 자신의 가장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이 두 소설의 배경으로 아파트, 그것도 당시 기준으로 매우 현대적인 최고급의 아파트를 무대로 삼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전향의 경험을 갖고 있으나 결국 좌파 지식인으로 남았고, 그 결과 월북해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까지 내려왔던 작가의 소설치고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묘사에 과격성이 거의 없다. 일본인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 것도 특이하다. 그리고 등장하는 한국인들은 모두 상당한 근대적 인간들이다. 일제강점기판 무지개떡 건축인 야마토 아파트는 마치 조선이라는 식민지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별천지 같은 배라고나 할까. 그 안에서 최무경이 나누는 대화들도 당시 대부분 사람의 현실과는 무관하다. 최무경은 ‘음악회라면 하찮은 학생들의 연주회라도 빠지지 않고 쫓아다니던’ 사람이며, 그와 오시형, 허무주의자 이관형 모두에게 사상이란 삶의 체험이 아닌 관념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었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부유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역사의 무게가 짓누르고 있는 구도심의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배경으로 담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들에게는 허구와 실제 사이의 공간이 필요했고, 아파트가 바로 그 해답이었다. 반경 400m 내 들어선 금화장·경성대화숙·개명·성요셉· 미동 아파트 허구건 실제건 충정로 일대는 한국 근현대 아파트의 실험장이었다. 그 시작은 물론 1930년의 충정 아파트, 당시 도요다 아파트였다. 아파트는 아니지만 소위 ‘문화주택’ 단지였던 금화장 주택지도 1920~30년에 지금의 경기대 뒤편인 금화산 일대에 자리잡았다. 그 후 1940년에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경성대화숙이 들어섰고, 1959년에는 지금의 현대 아파트 자리에 6층의 개명 아파트가 자리잡는다. 경성대화숙이 헐리고 그 자리에 미동 아파트가 들어선 것이 1969년이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 약현성당 인근의 성요셉 아파트(1971), 마지막으로 1972년에 서소문 아파트가 세워졌다. 이 모두가 충정 아파트를 기점으로 반경 400m도 안 되는,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지역에서 일어났다. 이 지역에 이렇게 많은 새로운 주택과 아파트들이 들어섰던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역시 도심에서 가깝다는 지역적 특징을 이야기할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전차로 상징되는 편리한 교통이 그 열쇠였다. 최무경은 전차를 타고 애인 오시형이 수감 중인 현저동 서대문형무소와 어머니와 살고 있는 집이 위치한 화동, 근사한 식당이 있는 본정(명동) 등 서울시내 안팎을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한편 전차는 도시적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등장하기도 한다. ‘맞은편 캄캄한 언덕의 주택지에는 불빛이 빤짝거린다. 하늘에도 까만 호라이즌 위에 뿌려 놓은 듯한 별들. 마포로 가는 작은 전차가 레일을 째면서 언덕을 기어 올라가는 것이 굽어보인다. 산뜻한 밤공기에 낯을 쏘이면서 천천히 가슴의 동계를 세어 본다.’ 여기 등장하는 전차는 서대문~마포 간을 운행하는 것이었다. 시발점인 서대문역은 현재 적십자병원이 있는 경교 인근이었다. 김구 선생이 머물던 경교장의 그 경교다. 경교장은 경성대화숙보다는 조금 이른 1938년에 지어졌고 원래 이름은 죽첨장이었다. 죽첨정과는 죽첨, 즉 갑신정변 당시 일본 공사 다케조에의 이름을 공유한다. 1936년에 제작된 대경성정도(大京城精圖)를 보면 최무경이 야마토 아파트에서 나와 전차를 탔을 역 또한 죽첨정역이었다. 야마토 아파트에서는 걸어서 1, 2분도 안 걸릴 정도로 가까운 위치였다. 그 바로 다음 역이 전차 시발점인 서대문역이었다. 구도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교외도 아닌, 참으로 절묘한 위치가 지금의 충정로 인근 지역이었던 것이다. (* 경성대화숙이 있었던 것으로 전하는 다케조에초 3가 8번지를 충정로 3가 8번지로 검색하면 미동 아파트가 아닌 다른 위치로 나온다. 한편 김정동 교수는 경성대화숙, 그리고 그 자리에 지어지는 다른 건물을 본 기억이 있으며 그것이 미동 아파트인 것으로 짐작한다고 적고 있다. 주소와 관련된 기록들이 어디에선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믿지 말자, 조명·화장발…현장 가자, 입지가 생명

    믿지 말자, 조명·화장발…현장 가자, 입지가 생명

    아파트 분양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모델하우스에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 1일 문을 연 서울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모델하우스에는 주말 사흘 동안에만 3만 8000명이 몰렸다. 모델하우스를 보고 나온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환하다. 잘 빠진 평면에 건설사가 내놓은 새로운 주거 시스템과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주변 개발계획 등을 들으면 “이거 놓치면 절대 안 돼”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모델하우스가 무엇인가. 건설사와 시행사가 새 아파트를 팔기 위해 온갖 조명발과 화장발(인테리어), 말발을 더한 곳이 아닌가. 모델하우스를 찾은 사람들이 이런 ‘겉모습’에만 빠져 섣부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일곱 가지 팁을 공개한다. “모델하우스를 보니 역시 새 아파트가 좋구나 하는 생각이 팍팍 들어요. 인테리어도 너무 깔끔하고, 시스템도 예전 아파트보다 훨씬 편하게 돼 있는 거 같아요. 동네에 있던 아파트를 살까, 새로 분양을 받을까 고민을 했는데, 새 아파트를 보고 그냥 분양받기로 했어요.”(서울 마포구 맞벌이 주부 이모씨) 예전이나 지금이나 집 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위치다. 하지만 모델하우스는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 줄 뿐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물론 교통이나 교육, 주변 환경이 뛰어난 곳이면 길게 자랑을 늘어놓을 것이다. 하지만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라면 지도상에 대충 위치를 보여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때문에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면 반드시 현장이 어딘지를 확인하고 방문해 봐야 한다. 혹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시설은 없는지, 학교를 가는데 큰 길을 건너야 하지는 않는지, 주변 주택 단지가 슬럼화된 것은 아닌지, 상권은 학원가로 형성이 됐는지, 먹자 골목인지, 유흥가인지 등 발품을 팔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것들이 너무 많다. 현장을 방문할 때는 차를 타고 가는 것도 좋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는 게 더 좋다. 흔히 분양 광고에 쓰이는 지하철 도보 5분이 올림픽 경보 대표 선수의 걸음인지, 보통 사람의 걸음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할 때가 되면 어떻게 된 것인지 처음 봤을 때보다 작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분명 아이방에 침대와 책상이 너끈하게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입구조차 통과하기 쉽지 않다. 이유가 뭘까. 한 건설사 관계자는 “모델하우스에 배치된 가구는 그 모델하우스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특히 책상과 침대 등은 방이 넓어 보이게 하기 위해 작게 제작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밀이 하나 더 있다. 천장을 살펴보면 가정집에서는 볼 수 없는 조도가 높은 조명들을 볼 수 있다. 방과 거실을 최대한 넓게 보이게 하기 위해 의자와 소파 등은 최대한 낮게 제작해 쾌적함을 더하고, 벽지의 색깔도 밝은 톤으로 해 놓는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가 더 심하다. 이 때문에 분양 아파트의 방과 거실, 부엌 등의 실측 사이즈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줄자를 하나 가지고 가서 직접 방 사이즈를 재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델하우스를 둘러볼 때면 미모의 도우미들이 아파트에 대해 설명을 해 준다. 자재와 설계의 특징, 새롭게 적용된 편의 시스템 등…. 하지만 도우미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건설사나 시행사에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모델하우스의 안내 도우미 대부분이 단기간 교육을 받고 투입되기 때문에 잘못된 설명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옵션 계약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가끔 장난을 치는 건설사가 있기 때문이다. H건설사는 2013년 경기도 삼송지구에서 아파트 분양을 하면서 서비스 면적 확장 옵션 계약에 확장하지 않는 경우 냉난방 등에 효과가 있는 ‘로이(에너지절약형) 유리’를 제공하고, 확장을 하는 경우 일반 유리를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입주민이 건설사에 항의 했지만, 해당 건설사는 “법대로 하라”고 대응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보통 비확장 시 일반 유리, 확장 시 로이 유리를 쓴다”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건설사가 꼼수를 쓴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분양가다. 아무리 좋은 입지에 아파트를 잘 짓는다고 해도 주변보다 훨씬 비싸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분양 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상황에선 주변 아파트보다 가격을 높여 분양하는 곳이 많다. 건설사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앞세우는 가격이 소비자에겐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쉽게 알아보는 방법은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부동산 실거래가 사이트를 보면 된다. 분양받으려는 아파트 주변의 대략적인 실거래가를 파악했다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인근 부동산을 통해 최근 시세나 분위기도 살펴보자. 모든 물건은 이유 없이 싸거나 비싸지 않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조금 낮거나 혹은 높다면 왜 그런지도 파악해야 한다. 모델하우스를 한번 쓱 돌아보면 어디에 지하철이 뚫리고, 한국 최고의 ○○파크 등이 들어선다는 홍보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 현장에 아무것도 없는 분양사무소는 더 그렇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아직 ‘추진’ 단계인 사업이 적지 않다. A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신도시 개발 계획은 경기 상황이나 다른 여건 때문에 바뀌는 사례가 많다. 특히 지하철이나 도로 등 교통 계획은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되기만 하면 다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면서 “신문 등을 통해 정부에서 확정한 개발 계획이나 교통 계획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실수요자들은 누가 모델하우스에 많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사람 가운데 그 동네 사람이 많은지, 외지인이 많은지 파악하면 어느 정도 그 아파트의 인기를 알 수 있다. 3~4세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나 임신부가 많이 찾는 모델하우스인 경우 실수요층이 탄탄한 곳일 가능성이 높다. 동네 주민이라면 새 집도 구경하고, 화장지도 1통 받으러 나올 수 있지만, 먼 길을 그것도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면 그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고서는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지금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는 이들의 대부분이 30~40대”라면서 “모델하우스 안에 어린이 놀이방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마련해 실수요층을 잡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모델하우스 구경을 다 마쳤다면 옆에서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를 찾아가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최근 분양이 봇물을 이루는 지역이라면 꼭 여러 군데 모델하우스를 들러 보자. 지역의 수요층이 한정된 상황에서 아파트 분양 시장은 전쟁이다.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라면 옆 모델하우스 관계자들이 새로 오픈한 모델하우스 앞까지 마중을 나와 있을 수도 있다. 못 이기는 척하고 한번 따라가 보면 방금 전까지 “지역 최고의 입지”라고 설명을 듣던 그 아파트의 단점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해 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옆 모델하우스 이야기를 다 들을 필요도 없다. 들을 말만 듣고 버릴 말은 버리자.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수의 입은 스타검사 홍만표…법정서 연신 ‘두리번두리번’

    “공소장에 기재된 인적 사항 중에 잘못된 건 없습니까?” “(작은 목소리로) 없습니다.”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502호 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홍만표(57·구속) 변호사에게 형사합의21부 김도형 부장판사가 직업, 주소 등을 물었다.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의 홍 변호사는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재판부가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으로부터…”로 시작하는 공소사실을 읽어 내리자 홍 변호사는 연신 법정 천장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홍 변호사 맞은편에 앉아 있던 후배 검사들과는 되도록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에서 날 선 신문으로 이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특수통 스타검사’의 면모는 찾기 어려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이날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홍 변호사에 대한 본격 심리에 앞서 1차 공판 준비 작업을 벌였다. 이날 홍 변호사 측 변호인은 “기록이 7000여쪽이라 다 볼 시간이 없었다”며 혐의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재판이 끝날 무렵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 피해자 두 명이 직접 재판장에게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홍 변호사는 두 눈을 감고 피해자들의 주장을 묵묵히 들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8월 10일로 잡혔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충북 진천공예마을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충북 진천공예마을

    충북 진천의 공예마을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1~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진천군 문백면 옥성리 일대에 조성됐다. ‘문화 예술의 도시’를 앞세운 청주에서도 차로 30여분이면 닿는다. 진천공예마을에는 33명의 대표 공예가가 있다. 그중 28가구가 이 마을에 자신의 개성을 살린 공간을 지었다. 이들이 다루는 분야는 도자기, 목공예, 전통가구, 한지, 금속, 보석가공, 전통연, 염색, 유리공예, 타일, 화각공예 등 다양하다. 마을 면적은 총 12만 5386㎡(약 3만 8000평). 주차장과 미술공예관을 중심으로 나지막한 산 아래 30여채의 집이 둥그렇게 들어앉아 있다. 마을 탐방은 공예미술관에서 시작한다. 미술관에서는 이 마을 작가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작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아트숍도 있다. 주변 지역의 작가들도 이곳에서 전시회를 가진다. 미술관과 마을에 대한 기본 안내를 직원에게 받을 수 있다. 작가들의 공간을 엿보는 재미는 공예마을여행의 백미다. 미술관 뒤쪽의 장승공원은 낮에는 누구에게나 개방된다. 해학적이고 다양한 표정의 장승들이 작은 정원에 늘어서 웃음을 준다. 전통 민속 목공예를 하는 김세진 작가의 작업실 겸 전시장이다. 정원 한가운데 있는 작은 원두막에 앉아 땀을 식힐 수 있다. 누구나 마시라고 커피와 차를 놓아둔 안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다. 미술관 아래 있는 손부남 작가의 작업실과 갤러리, 사랑방은 누구나 꿈꾸는 작업실의 모습을 하고 있다. 천장을 높게 튼 작업실에는 천전리 암각화의 그림을 모티브로 한 손 작가의 작품들과 그림 재료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산의 경사를 이용해 비스듬히 지은 갤러리에는 자연 채광과 통풍을 위한 창을 곳곳에 두어 흥미롭다. 마당 곳곳도 작가의 작품, 소장품 등이 어우러져 그 자체로 전시공간을 이룬다. 8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정원과 숲을 집안으로 끌어들인 사랑채는 현대적인 작업실과 어우러져 작가의 미적 수준을 가늠케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도자기·목공·염색 등 33인 작가 옹기종기 도예가 김장의 작가의 작업실 벽촌도방은 소박하면서도 단아하다. 작업실도 김 작가가 빚어내는 백자를 닮았다. 군소리 없는 말솜씨와 날렵하게 커피를 내리는 작가의 모습을 보니 물레에 앉아있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작가의 백자는 그릇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욕심낼 만하다. 날렵하면서도 기품이 넘친다. 깊은 뒷마당에 있는 장작 가마도 볼거리다. 공예마을에는 도예가가 많아 서로의 가마와 체험장을 공유하기도 한다. 협업은 같은 분야의 작가들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작가들과도 빈번히 이뤄진다. 협업 속에 새로운 작품들이 탄생한다. 깔끔한 김장의 작가의 백자에 손부남 작가의 조형적인 그림이 얹어지니 색다른 청화백자가 탄생했다. 도예가가 만든 도자기는 목공예가들의 차탁, 염색공예가의 염색 작품들과 만나니 더욱 근사해진다. 진천공예마을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마을 조합장을 맡고 있는 천연염색공예가 연방희의 작업실은 웃음이 넘친다. 마침 방문했던 날이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는 염색 교육이 있는 날이었다. 신나무에 철을 넣어 염색을 하니 천이 쥐색으로 변한다. 잠시 그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교육생들은 바쁘게 손을 놀리며 염색물에 천을 담갔다 널어 말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연방희 조합장의 작업실은 동네 공예가들이 모여 회의도 하고 화합을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게 작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는 미리 연락만 하거나 현장에서 작가들의 허락을 받으면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다. ●공예 체험에 작가와 대화… 작품 구입도 원래 이 마을은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은 아니다. 지난 세기말 충북도 내에 거주하며 서로 친분을 쌓아오던 공예가들이 함께 마을을 만들어 작업도 하며 살자고 한 것이 시초였다. 이런 제안을 군에서 받아들여 공예마을이 만들어지게 됐다. 이들이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여기는 그냥 ‘산’이었다. 이제 인프라는 제법 갖추었지만 일반인들이 편히 마을의 작가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은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예약이 부담스러운 내방객들이 자연스럽게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잠시 쉬어갈 공간이 없다는 점도 불편사항이다. 연방희 조합장은 “지금까지 협동조합을 만들어 마을을 갖추는 데 공을 들였다면 이제는 마을을 좀 더 알리는 데 힘을 쏟으려고 한다”고 했다. 미술관은 지난해부터 조합에서 위탁관리 중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상설전과 기획전을 종종 열고 있다. ●조합이 미술관 관리… 상설 전시회도 가져 매년 가을 3일간의 짧은 마을 축제로 일반인과의 만남을 가져왔다면 올해는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직거래 장터를 열고 있다. 봄과 가을 6차례만 장터를 열 계획이지만 장터에서 일반 여행자들과의 만남은 의외의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 가을 축제도 기획하면서 카페나 식당 등 휴게 공간도 갖추고 작가들과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할 계획이다. 마을의 공예가들은 “조합의 공예가들과 과거 철 생산지로 유명한 진천의 특징을 살려 마을에서 대장간 대회를 열자는 아이디어도 서로 공유하고 있다”며 시간을 갖고 마을을 좀더 지켜봐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글 사진 여행작가 enkaykim@naver.com ■여행수첩 (지역번호 043) →가는 길 중부고속도로 진천 나들목 또는 평택제천고속도로에서 북진천 나들목으로 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내려온다. 공예미술관(532-3938)은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설 오픈한다. 주말에는 아쉽지만 문을 닫는다. 마을관람과 체험 등에 대한 문의는 공예미술관으로 하면 된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 공예촌길 116-5 →함께 가볼 만한 곳 진천 하면 농다리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이름도 재미있는 농다리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긴 옛 돌다리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졌으며 천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석회 등을 바르지 않고 자연석을 그대로 쌓았는데도 견고하기로 소문이 났다. 다리가 있는 주변으로 산책로도 조성됐다. 진천에는 국내 유일의 종박물관이 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종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곳이다. ‘코리안 벨’이라는 학명이 있을 정도로 한국의 종은 독창적인 양식과 예술성이 이름나 있다. 종박물관이 있는 곳은 진천역사테마공원으로 군립 생거판화미술관 등이 함께 조성되어 있다. →맛집 덕이네 묵집(535-00 19)은 농다리 가는 길, 문상초교 옆에 있다. 30년 경력의 도토리묵 전문 음식점이다. 도토리묵으로 묵밥과 묵비빔밥, 무침, 묵 빈대떡 등을 차려낸다. 여름이면 얼음이 송송 떠 있는 냉묵밥도 선보여 더위를 잠시 식혀 준다. 온묵밥 6000원, 냉묵밥 7000원 등.
  • [리우 올림픽] 유리천장 찌른 엄마, 첫 금도 찌른다

    [리우 올림픽] 유리천장 찌른 엄마, 첫 금도 찌른다

    출산 후 운동 접는 분위기 깨려 딸 생각하며 더 악바리로 훈련어머니·남편도 자신감 주며 격려 ‘엄마는 강하다.’ 리우올림픽 펜싱 플뢰레 개인전에 나서는 남현희(35·성남시청)를 보면 생각나는 말이다. 그는 2013년 4월 딸 공하이(3)를 출산한 뒤 60일 만에 운동을 재개해 그해 9월 태극마크를 달았고, 오른쪽 무릎 연골이 닳아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임에도 대표팀 훈련을 묵묵히 참아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1년 반 만에 리우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내며 한국 펜싱 선수 최초로 올림픽 4회 출전의 금자탑을 이뤄냈다. ‘엄마 검객’의 괴력이라고 할 정도다. 지난 5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그는 “여자 후배들이 출산을 하면 빨리 운동을 접는다. 펜싱 국가대표팀에 출산 후 다시 복귀한 건 내가 처음인데 (출산 후 운동을 접는) 틀을 깨보고 싶었다”며 말했다. 이어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머니가 ‘기량이 아깝다. 다시 도전해 봐라. 애는 내가 봐줄게’라며 용기를 줬다”며 “다시 올림픽에 도전한 이유가 이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은 당차게 각오를 말하고 있지만 막상 처음 대표팀에 복귀했던 2013년 말에는 눈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출산한 지 얼마 안 돼 몸 상태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그냥 입촌 안 하면 안 되냐’고 하소연한 적도 있었다”며 “다들 아기 낳고 바로 운동하면 평생 고생한다고 말했다. 훈련량을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도 결국 후배들과 함께 동계훈련을 다 따라 하면서 조금씩 극복을 해낼 수 있었다”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무릎이 너무 안 좋았지만 통증을 참으며 악으로 깡으로 뛰었고 결국 개인전 3위를 해냈다”고 덧붙였다. 이번 올림픽도 100% 몸 상태는 아니다. 여전히 무릎이 안 좋기 때문이다. 성격상 만반의 준비를 한 뒤 나서야 자신감이 생기는데 4년을 고생한 이전 대회와 달리 1년 반 만에 나서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그는 리우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겠노라 말한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딸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나중에 하이가 컸을 때 ‘딸이랑 같이 지내고 싶어서 포기했다’고 말하면 하이가 ‘그래도 하지 그랬어 엄마’라고 대답할 것 같았어요. 그 말을 들으면 후회가 될 게 분명합니다.” 딸 하이는 남현희에겐 ‘복덩이’다.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2012년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출산계획을 세웠는데 다행히 바로 하이가 생겼다. 펜싱이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하는 운동인 만큼 선수들의 골반이 많이 틀어져 보통 임신이 잘 안 되곤 하는데 남현희에겐 다행히 운이 따랐다. 임신에 성공한 것이 너무 기뻐 딸의 이름도 ‘잘 왔다’라는 의미를 담아 하이(Hi)라고 지었다. 임신 중에는 팬들에게 선물도 많이 받고 좋은 일도 많이 생겼다고 한다. “주말이든 언제든 틈만 나면 차로 30분 거리에 살고 있는 딸을 보러 갑니다. 딸도 나를 자랑스러워해줘서 고맙구요. 내가 TV에 나오면 굉장히 좋아하고, 어디 외출을 함께 가면 누가 묻지 않아도 먼저 ‘우리 엄마가 펜싱 선수 남현희예요’라고 말해줍니다.” 마지막 올림픽을 앞둔 남현희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인전 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전 4위·단체전 동메달을 따냈지만 금메달만 없다. 남현희는 “‘리우올림픽에서 딸 선물로 뭘 사올 거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잠시 생각을 해봤는데 뭐니뭐니 해도 메달을 따오는 것이 애 보느라 고생한 엄마·남편 그리고 엄마 보고 싶은데도 견뎌온 하이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엄마로서는 처음 나서는 리우올림픽. 남현희는 ‘엄마는 강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오늘도 태릉선수촌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서울 호우경보 속 연세대 도서관, 폭우에 또 뚫렸다

    서울 호우경보 속 연세대 도서관, 폭우에 또 뚫렸다

    지난 1일 기습 폭우에 누수 피해를 겪었던 연세대 옛 중앙도서관이 그로부터 나흘 후인 5일 집중 호우로 또다시 누수 피해를 입었다. 5일 한겨레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옛 중앙도서관 1층 천장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해 학교 쪽 관계자들이 수습에 나섰다. 이 소식은 이날 오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을 통해 알려졌다. 특히 연세대 재학생과 졸업생 커뮤니티인 ‘세연넷’ 등에서는 ‘백양로 지하화 부실공사가 원인일 수 있다’는 의혹이 거듭 제기됐다. 연세대 관계자는 “해마다 중앙도서관 쪽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고, 전기 사고를 우려해 천장 패널을 뜯어냈다”면서 “폭우에 대비해 전체적으로 안전 점검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오후에도 이 대학 옛 중앙도서관 지하에 있는 컴퓨터실 한쪽 벽 천장에서 누수 현상이 시작되면서 순식간에 물이 차 학생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연세대 쪽은 이후 출입을 통제하고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승철 데뷔 30주년 콘서트, 제작비만 12억원 ‘성황리 마무리’

    이승철 데뷔 30주년 콘서트, 제작비만 12억원 ‘성황리 마무리’

    가수 이승철의 데뷔 30주년 기념 투어 하이라이트 공연인 서울 콘서트는 2만4,000여 관객들이 모인 가운데 감동적으로 마무리됐다. 이승철은 7월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무궁화 삼천리 모두 모여랏-서울’을 개최하고 30년간 지켜온 보컬신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승철은 물론 팬들, 그리고 동료 스타들도 감격스러웠던 순간을 가슴 속에 담으며 30주년의 감격을 함께 나눴다. 베일을 벗은 30주년의 서울 무대는 웅장했다. 폭 60m, 높이 30m의 본 무대는 물론 20m의 돌출무대, 화려한 대형 스크린, 천장에서 내려오는 대형 특수장비, 공중 리프트 등 다양한 무대 장치가 먼저 관객들을 압도했다. 더불어 국내 최고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황제’ 밴드와 공연 연출진, 코러스, 안무, 보안요원, 안내요원 등 공연 스태프는 300명에 이르렀다.  공연장에서 울려퍼진 사운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음향 장비를 바탕으로, 대형 공연장 곳곳의 음을 세심히 잡아나가며 일반 공연에서는 만끽할 수 없는 사운드를 제공했다. 이밖에 국내 최고의 베이시스트 주자로 손꼽히는 50년 거장의 신현권 명연주자가 베이스를 거들면서 공연의 품격과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공연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이승철의 이날 무대에는 총 제작비로만 모두 12억원이 소요됐다. 여기에다 회당 1만2천명씩, 모두 2만4천명이 뿜어내는 함성과 열정은 감격과 감동스러운 순간을 더욱 빛냈다.  호우 예보 속에서 내리쳤던 세찬 비도 이날 달아오른 공연의 흥과 팬들의 열성을 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로 공연장 안팎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공연장을 찾은 팬층은 특히 다양했다. 10~20대 젊은 팬층은 물론 30~50대 팬, 그리고 음악을 전공하는 이들, 가족단위의 팬, 유명 명사 등이 함께 뛰고 즐기는 등 ‘국민가수’의 위용을 확인시켰다. 공연을 관람한 김수영 씨는 “아이와 아내 등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며 “주옥같은 히트곡, 그리고 변함없는 라이브 실력에 30년간 지켜온 명성의 이유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래토록 우리곁을 지켜준 그의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인 신유경 씨는 “열 아이돌 안부러운 관중동원력에 깜짝 놀랐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날 공연은 히트곡 ‘마이 러브’로 막을 열었다. 이어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잊었니’, ‘마지막 콘서트’, ‘인연’, ‘그 사람’, ‘손톱이 빠져서’ 등 히트 명곡이 줄을 이으면서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갔다. 공연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잠도 오지 않는 밤에’, ‘긴하루’, ‘희야’,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오늘도 난’, ‘소녀시대’, ‘소리쳐’, ‘네버 엔딩 스토리’ 등의 무대를 거치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관객들은 일어나 함께 춤을 추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흥겨운 시간을 함께 나눴다. 공연의 수익금으로 지금까지 아프리카 차드에서 건립된 4개의 학교에 대한 소식을 들은 관객들은 특히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번 30주년 투어의 수익금 일부 역시 5번째 학교 설립에 쓰여진다. 이날 공연장에는 팬 뿐아니라 스타들의 방문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사회 각계의 인사는 물론 가수 싸이와 이문세를 비롯해 배우 박철과 김정은, 박은혜, 이하정 최윤영 아나운서, 김성주, 정준영 등 20여명의 스타들이 공연장을 찾아 이승철의 30주년에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후배 가수 다나의 경우 남자친구인 이호재 영화감독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다나는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연인과 함께 촬영한 인증샷을 올리고 “힐링 받으러 왔어요. 한 순간의 흐트러짐 없이 공연을 이끌어가는 모습에 진심으로 감동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쓰고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대기실은 쉴새없이 날아든 꽃다발로 꽃밭을 방불케 했다. 30주년 서울 공연을 마친 이승철은 “이렇게 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노래와 무대를 아껴준 대중의 힘이 컸다”면서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 이어질 또 다른 시간에서도 감동과 정성,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철은 국내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 전원에게 선물보따리도 풀고 있는 중이다. 지난 날의 성원에 대한 보답으로 공연 관람객 전원에게 12곡의 히트곡이 수록된 콘서트 라이브 앨범 ‘이승철-The Best Live’를 무상으로 전달하고 있다.  한편 5월 21일 대전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무궁화삼천리-모두 모여랏!’는 이후 5월28일 진주, 6월11일 구미, 6월18일 원주, 6월25일 인천을 거쳐 이날 서울을 장식했다. 감동의 공연은 7월16일 전주, 7월23일 경산, 7월30일 창원 등지로 이어진다. 이승철은 주요 도시 뿐 아니라 톱가수들이 거의 가지 않는 문화 소외 지역 등지에서의 공연 역시 추진하고 있다. 장소와 지역에 구애받지 않은 채 최대한 많은 곳을 다니며 음악, 지난 날,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공유할 계획이다. 사진=진엔원뮤직웍스 제공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부고]

    ●이종록(학교법인 광동학원 설립자)씨 별세 이명순(전 학교법인 광동학원 이사장)씨 남편상 이승우(군장대 총장)경우(국제사이버대 부총장)부덕(학교법인 광동학원 이사장)씨 부친상 정덕구(전 산업자원부 장관)박영규(국제사이버대 총장)씨 장인상 2일 군산 은파장례문화원, 발인 6일 오전 10시 (063)472-4101 ●김관춘(전주매일 전무)관동(KBS 아나운서실장)순복(남원시 희망복지 담당)씨 모친상 2일 남원장례식장, 발인 5일 오전 8시 30분 (063)635-4456 ●서정욱(수협중앙회 감사위원장)씨 모친상 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5일 오전 6시 50분 (02)3010-2294 ●이민호(보령제약 생산지원부 이사)씨 부친상 3일 충남 보령 역전장례식장, 발인 5일 오전 9시 (041)932-1414 ●임창학(임창학법무사사무소 대표)창운(수원지방법원 직원)창용(서울신문 논설위원)창림(금주초 행정실장)씨 부친상 3일 경기 포천병원, 발인 5일 오전 9시 (031)539-9446 ●김용환(사업)씨 부친상 예원(서울신문 비주얼뉴스팀 기자)씨 조부상 3일 포천장례식장, 발인 5일 오전 7시 30분 (031)541-4144
  • 연세대 도서관 기습폭우에 물난리

    연세대 도서관 기습폭우에 물난리

    마른장마가 이어지던 중 1일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 서대문구의 연세대 중앙도서관에서는 지하층에 물이 들어차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시간당 34㎜의 폭우가 갑작스럽게 쏟아진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이 대학 중앙도서관 지하층의 컴퓨터실 한쪽 벽 천장이 무너지면서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발목이 잠길 정도로 물이 들어찼다.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물난리’에 1층으로 대피했다. 최고수심은 4㎝ 정도여서 부상자는 없었다. 지하철 1호선 도봉산역에서는 역사 천장에서 물이 새 입점한 식당 등이 피해를 봤다. 역사 관계자들은 40분 만에 누수 구멍을 막았다. 청계천도 낮 12시 23분부터 광화문 시작 지점에서 고산자교까지 산책로 보행이 통제됐다. 부산과 울산 등 남부지방에도 피해가 속출했다. 김해공항에서는 일본 나리타로 갈 예정이던 대한항공 KE713편이 결항하는 등 38편의 비행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또 37편의 항공기 출발이 지연됐다. 울산공항에서는 오후 2시 30분부터 울산발 김포행 항공기 4편이 결항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호우특보를 낳은 이번 비는 3일까지 이어지며 강수 지역과 강도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여경 비율 첫 10% 돌파…2급 치안감 이상은 ‘전무’

    여경 비율 첫 10% 돌파…2급 치안감 이상은 ‘전무’

    1946년 79명→올 1만 1738명 급증 양적 확대 아닌 질적 확대 과제로 3급 경무관 4.4%·4급 총경 2%뿐 대부분 홍보·경무 非수사 부서 배치 “경찰복을 입고 순찰을 하는 경찰관이 되겠다는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 2005년 경찰이 된 이후 계속 지구대 현장만 고집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가정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경의 날인 1일 ‘으뜸 여경’으로 선정돼 1계급 특진한 울산 중부경찰서 태화지구대 윤영화(39) 경위는 “사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일선 서에서 근무하기가 버거울 때도 있다”면서 “가족과 동료들의 지원이 없으면 여경들이 현장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적 지원뿐 아니라 차이를 이해하는 직장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여경 창설 70주년’ 행사에서 윤 경위, 충남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여성보호계 이영미(43) 경감, 부산지방경찰청 교통과 안전계 조지영(30) 경사가 특진하고 67명이 표창을 받았다. 1946년 7월 1일 경무부 공안국 여자경찰과를 신설하면서 여경 79명이 첫발을 내디딘 후 70년이 지난 올해 1만 1738명으로 늘었다. 최초로 여경 비율은 10%를 넘었다. 하지만 ‘유리천장’은 여전하다. 치안감 이상 고위 직급 중 여경은 전무하고 경무관과 총경 중 여경의 비율도 각각 4.4%, 2.0%에 불과하다. 여경이 급증하는 과도기여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고위직 여성이 늘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여성 인력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확대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경은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커리어를 꾸준히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높은 보직까지 도달하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여경 스스로 강력·당직 등 소위 ‘3D’ 업무를 기피한다는 시선도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전국의 여성경찰관 1만 1738명 중에 17.1%인 2009명만이 수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6년째 강력팀에서 근무하는 박미옥 강서경찰서 강력계장은 “강력팀 여경의 큰 고민은 역시 결혼·육아 등 가족과 일의 병행”이라며 “경찰이 돼 지구대 근무를 하고 강력팀에 배치될 때면 결혼 적령기여서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3년 안에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육아정책이나 복지가 잘 시행된다 해도 어쩔 수 없이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어느 정도 피해가 가기 마련”이라며 “동료들의 배려와 희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경으로 유일하게 치안정감(부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이금형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는 “여경이 경찰조직 내에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 인사평가 기준을 달리하는 등 경력을 관리해 줄 필요가 있다”며 “반면 여경 스스로도 성별의 차이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보여서 여경 인력 확충이 특혜가 아니라 경찰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경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자와 몸으로 부딪쳐 검거하는 부분은 신체적 조건상 여경이 불리하다고 해도 과학수사를 이용해 사건을 분석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얼마든지 여경들이 활약할 수 있다”면서 “여경 쿼터제 등을 시행해 비율을 높이고, 여경에 대한 적극적인 보직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모네·고갱·피카소… 유럽을 모은 마쓰카타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모네·고갱·피카소… 유럽을 모은 마쓰카타

    일본 최초의 현대식 공원으로 조성된 도쿄의 우에노 공원은 벚꽃 시즌의 인기 관광지로 꼽힌다. 오래 된 나무들이 안정되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곳에는 넓은 호수와 판다로 유명한 동물원 외에 미술관과 박물관, 음악당 등 문화 공간들이 밀집해 있는 ‘우에노 문화지역’으로 도쿄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공원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국립서양미술관(國立西洋美術館)이 있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1887~1965)가 생전에 완성한 유일한 미술관 건축으로 1959년 6월 완공됐다. ●프랑스 보관 ‘마쓰카타 컬렉션’ 370점 1959년 반환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구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근대식 교양교육의 상징이던 유럽 회화, 특히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품을 유난하게 좋아해서 많은 일본 자본가들은 20세기 초 유럽 현지에서 작품을 사 모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가와사키 중공업의 전신인 가와사키 조선소 대표이사였던 마쓰카타 고지로(1865~1950)다. 국립서양미술관이 상설 전시하고 있는 걸작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마쓰카타 컬렉션’을 만든 주인공이다. 메이지시대 정치가의 아들로 태어나 예일대학과 소르본대학에서 수학한 마쓰카타는 1916년부터 1923년까지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지에서 유럽미술품과 공예품, 유럽의 일본 열풍으로 유럽으로 흘러 들어간 우키요에(목판 풍속화) 작품을 수집했다. 도쿄에 서양미술을 보여 주는 미술관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정부가 국립장식미술관 문으로 쓰기 위해 로댕에게 주문했다가 계약 파기로 석고 상태로 방치돼 있던 ‘지옥의 문’을 브론즈로 주조하는 비용을 부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1927년 세계 대공황 여파로 가와사키 조선이 파산하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사재를 내놓게 되면서 일본에서 담보로 잡혔던 작품들은 여기저기로 팔려 나갔다. 런던 수장고에 보관하던 작품은 1939년 화재로 소실됐고, 프랑스에 보관하던 작품 400여점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전범국 국민으로서 책임을 물어 프랑스 정부에 귀속됐다. 일본 정부가 개인의 재산이라는 이유로 1951년부터 반환 노력을 펼친 끝에 1959년 반환이 결정됐다. 프랑스 정부는 고흐의 ‘아를의 침실’ 등 주요 작품 몇 점을 제외하는 한편 나머지 작품들도 공공을 위한 미술관에 공개한다는 조건하에 ‘기증 반환’했다. 회화 196점, 소묘 80점, 판화 26점, 조각 63점, 서적 5점 등 총 370점이 이때 일본으로 돌아왔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 설계 일본 정부는 이미 사망한 소유주를 대신해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에게 도쿄의 우에노 공원 내에 환수 작품들을 전시할 미술관 설계를 의뢰했다. 르코르뷔지에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어 로에와 함께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르코르뷔지에의 단일 건물은 파리 근교 프아시에 있는 빌라 사부아에서 보듯이 평평한 지붕을 가진 정방형의 건축물이 필로티(건물 하단부에 기둥을 세워 텅 비게 하는 구조)로 지탱하는 것이 특징이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지상 3층, 지하 1층의 국립서양미술관 건물도 필로티로 지탱한 개방적인 공간과 나선형 복도, 자연 채광을 이용한 건축양식 등 곳곳에 르코르뷔지에의 개성이 녹아 있다. 정방형의 건축물을 필로티로 들어 올리고 그 하부의 입구로 들어가면 중앙홀에 이른다. 높은 천장에 삼각형 창문을 만들어 자연광이 들어오는 중앙홀을 지나 지그재그로 난 경사로를 따라서 2층 전시공간에 이르도록 하는 구조다. 르코르뷔지에는 평면과 단면의 모든 요소에 특유의 ‘모뒬로르’의 치수를 적용했다. 천장이 낮은 경우 유럽 성인 남자가 손을 뻗는 높이(2.26m)로 하고, 높은 경우엔 그 두 배, 더 높으면 그 세 배로 했다. ●日 국가 문화재 지정… 세계문화유산 등재 노력 일본 정부는 르코르뷔지에의 건물을 세계 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8년 건물 전체를 지반에서 분리해 지진의 진동에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본관 건물에 대규모 면진 장치를 설치했고 2007년 일본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했다. NHK 보도에 따르면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이 미술관의 가치를 인정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권고한 상태다. 중앙홀의 한 구석에는 미술관의 역사와 건설 당시의 미술관 모습,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들을 알리는 홍보물이 전시돼 있다. 미술관 본관의 1층과 2층이 상설전 공간이고, 지하는 기획전시 공간이다. 국립서양미술관에서는 쿠르베, 세잔, 마네,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 폴 고갱 등의 원화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소장 작품 중 모네의 1916년작 ‘수련’은 마쓰카타가 모네의 지베르니 작업실을 직접 방문해 1922년 작가로부터 구입한 작품으로 프랑스 정부에 몰수됐다가 1959년 일본에 돌아왔다. 지오토, 루벤스 등 중세 후기 작품에서 18세기 말까지의 성서를 주제로 한 종교화도 훌륭한 것이 꽤 많다. 이 밖에 피카소, 미로, 뒤뷔페, 폴록 등 20세기 후반의 현대미술까지 서양미술 전반을 아우르는 컬렉션을 자랑한다. 회화 외에 조각, 소묘, 판화 작품 컬렉션도 알차고 기획전도 매우 수준이 높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돔구장 천장에서 빗물이 뚝뚝…폭우에 뚫린 고척스카이돔

    돔구장 천장에서 빗물이 뚝뚝…폭우에 뚫린 고척스카이돔

    1일 전국에 내린 강한 장맛비로 이날 프로야구 경기는 국내 유일의 돔구장인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밖에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돔구장도 폭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날 고척스카이돔에서는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경기가 열렸다. 1만 4110명의 관중이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그런데 믿었던 돔구장에서 빗물이 관중석으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 시작 전부터 3루 측 원정 관중석에 빗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고, 곧 빗물을 받기 위한 양동이가 속속 등장했다. 비록 많은 양은 아니지만 경기 막판까지 빗물이 떨어지는 건 멈추지 않았다. 이 일로 해당 구역 관중들은 자리를 피해 다른 곳에 앉아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고척스카이돔 운영을 맡은 서울시설공단 돔경기장 운영처 관계자는 “현재 시공사에 요청해 빗물이 새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며 최대한 빨리 해결해 관중 불편을 해소하겠다”면서 “천장에 구멍이 나서 빗물이 새는 게 아니라, 빗물을 모아서 한 곳으로 보내는 우수관로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공단 운영처 측은 이날 낮 3시부터 3시 30분까지 내린 강수량 53㎜에 해당하는 폭우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빗물이 새 야구 관람에 불편을 겪은 한 관람객은 “돔구장에서 우산을 준비해야 할지 몰랐다”면서 자리를 떠났다. 한편 이날 경기는 넥센이 KIA를 10대7로 꺾고 7연승을 질주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본격적인 장마 시작···연세대 중앙도서관 등 폭우 피해 잇따라

    본격적인 장마 시작···연세대 중앙도서관 등 폭우 피해 잇따라

    1일 전국에 장맛비가 내리면서 장마의 시작을 알린 가운데 서울 내 대학 건물 지하층이 물에 잠기는 등 곳곳에서 침수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중앙도서관(이하 중앙도서관) 지하층에 물이 들어차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에 시간당 34㎜의 폭우가 갑작스럽게 쏟아진 이날 낮 3시 30분쯤 중앙도서관 지하층의 컴퓨터실 한쪽 벽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몇분 지나지 않아 물은 폭포수처럼 떨어졌고 건물 지하층에는 발목이 잠길 정도로 물이 들어찼다. 지하층에 있던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물 난리에 1층으로 대피했으며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세대는 중앙도서관과 바로 옆 연세·삼성학술정보관 사이 배수로가 넘쳐 빗물이 중앙도서관 지하층으로 흘러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학생들은 최근 수년간 중앙도서관이 이처럼 침수된 적은 없다면서 지난해 완공된 ‘백양로 공사’가 원인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자칫하면 학생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결책을 최대한 빨리 찾겠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 도봉산역에서는 역사 천장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역 안에 입점한 식당들이 피해를 입었다. 역사 관계자들은 40분만에 누수 구멍을 막았다. 서울 청계천도 낮 12시 23분부터 시작 지점에서 고산자교까지 산책로 보행이 통제되고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전국 공항 8곳의 항공기 104편, 여객선 2개 항로 5척의 운항이 통제 중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국립공원 직원 1천106명이 비상근무 중이며 인명피해 우려 지역 60곳과 공사장 54곳,산사태 위험 지역 59곳 등 비 피해 취약지역에 대한 점검도 이뤄지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8시 10분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시간당 30㎜ 내외의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밝혔다. 토요일인 오는 2일에도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이 흐리고 비가 올 전망이다. 기상청은 “일요일인 오는 3일까지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는 곳이 있으며 시간당 20㎜가 넘는 강한 비와 함께 비가 많이 오는 곳도 있을 수 있다”면서 비 피해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연세대 중앙도서관 장맛비에 침수...부실공사 의혹도

    연세대 중앙도서관 장맛비에 침수...부실공사 의혹도

    1일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연세대 중앙도서관 지하층이 침수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연세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중앙도서관의 지하층 컴퓨터실 한쪽 벽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후 4시쯤에는 물이 발목까지 차올랐다. 이로 인해 유리 재질의 벽이 깨졌고 천장의 일부 지점이 뚫리면서 더 많은 물이 샜다. 갑작스런 침수로 학생들은 1층으로 급히 대피했으며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 측은 중앙도서관과 바로 옆 연세·삼성학술정보관 사이 배수로가 넘쳐 빗물이 중앙도서관 지하층으로 흘러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자칫하면 학생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결책을 최대한 빨리 찾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앙도서관이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건물인데도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면서 부실공사 의혹도 나오고 있다. 앞서 연세대는 2013년 8월 말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신촌캠퍼스 정문과 본관을 잇는 백양로 지하에 공간을 조성해 교육·편의시설을 짓고 주차장과 차량이동로를 만드는 사업을 진행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금요 포커스] 양성평등의 실현, 제20대 국회에 바란다/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금요 포커스] 양성평등의 실현, 제20대 국회에 바란다/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최근 출범한 제20대 국회의 여성 비율이 17.1%에 해당하는 총 51명으로 역대 최다를 이뤘다. 양성평등 관련 국제지표 순위에서 항상 낮은 순위에 머무르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여성의 정치대표성이 낮은 데 기인했음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또 지난해 정부위원회 여성 참여율은 역대 최고치인 34.5%를 달성했고 6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5년 대한민국의 남녀 간 경제적 성(性) 격차가 44%로 전년 대비 9%나 좁혀진 것으로 나타나 최근 우리나라 정치·경제 분야에서의 여성 약진은 괄목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르완다(63.8%)나 중국(23.6%)을 비롯한 국제의원연맹(IPU) 회원국의 평균 22.7%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8.2%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더해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하는 이른바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수년째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유리천장지수가 고등교육 남녀 격차,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성별 임금격차, 여성 고위직 비율,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 평균 임금 대비 보육비용, 여성 유급 출산휴가, 남성 육아휴직, 여성 의원 비율 등을 주요 지표로 산정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의 현주소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7월 첫째 주는 양성평등주간이다. 이에 즈음해 20대 국회에 단순한 여성 의원의 수적 증가를 넘어 국회 내에서의 양성평등 문화 형성은 물론, 사회에서의 여성 인력풀 확대, 성 인지 관점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양성평등정책 수립 등에 힘써 줄 것을 기대한다. 가령, 19대 국회의 경우 ‘여성발전기본법’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하고 실질적인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여성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입법적으로 이끌어 낸 바 있다. 그 외에 다양한 영역에서 양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입법적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여성·가족 관련 법제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실 체감도는 현격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남녀 국회의원 비율이 거의 동수에 이르는 스웨덴의 경우 적극적인 여성 고용 개선조치를 마련하거나 양성평등정책을 추진할 때 사회적 반발이나 거부감이 상당히 적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특히 국회와 지방의회의 입법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정책결정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양성평등 현안들이 많다. 따라서 20대 여성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이고 활발한 의정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예를 들면 최근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등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국민 반응을 보면 이전에는 ‘누군가가 겪는 문제’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성 대상 범죄와 관련된 보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입법 정책은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며 동시에 여성 대상 범죄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양성평등문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2016년 5월 현재 56.5%에 머물고 있는 15~64세 여성고용률을 높이는 한편, 여성이 넘기 힘든 유리천장을 넘을 수 있도록 일·가정양립을 위한 제도의 확충과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발생하는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에 대한 부단한 고민이 요구된다. 합계출산율 1.24의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저출산 예방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이처럼 20대 여성 국회의원에 거는 국민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나아가 여성 정치인의 참여 확대는 정치 패러다임이 ‘생활정치’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생활정치’의 실현이란 의정 활동의 영역이 단지 지방정치나 작은 주제에만 머물지 않고 유권자인 국민의 실생활과 정치가 맞닿아 상호 밀접하게 소통하는 공감과 체감의 정치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20대 국회가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정당을 초월한 의정 활동과 그 책무를 다해 주길 바란다.
  • 테러범들 검색없이 공항 들어와 자살 테러

    테러범들 검색없이 공항 들어와 자살 테러

    용의자 3명 택시 타고 도착… 소총 난사하며 휘젓고 다녀 환승객 몰려 피해 더 커져… “30분간 폭발음·비명 들려” 28일(현지시간) 밤 터키를 대표하는 국제 허브공항 로비에서 갑자기 주황색 섬광이 뻔쩍하면서 총격 소리가 울렸다. 강력한 폭발력을 보여 주듯 공항 천장이 무너지고 파편이 어지럽게 흩어졌으며 기둥 곳곳에는 불에 그을린 자국도 선명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책상 뒤에 숨거나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곧이어 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힌 당시 모습이다. 공항 바닥에는 칼라시니코프도 보였다. 검은색 옷을 입은 3명의 테러범은 택시를 타고 공항에 내려 AK 소총을 난사하며 공항을 휘젓고 다녔다고 CNN이 전했다. 터미널 입구에 엑스레이 검색대가 설치돼 있지만 차량에 대한 보안 검색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망자는 대부분 터키인이지만 외국인도 섞여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 관광객은 “총소리가 들려 공항 내 기도실에 숨었는데 약 20~30분 동안 폭발음과 비명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전했다. 피해자 중에는 팔이 잘리거나 등에 유리 파편이 박힌 사람도 많았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왔다는 에빙 지니(12)는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면서 “2분만 더 일찍 왔다면 우리도 이렇게 됐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AP는 전했다. 이날 자살폭탄 테러로 18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아타튀르크 공항은 유럽·중동의 허브공항이다 보니 환승객이 몰려 피해가 더 컸다. 특히 자폭장치를 장착한 테러범들이 별다른 제지 없이 국제공항에 진입해 폭탄을 터트렸다는 점에서 공항 보안에 큰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은 사용할 수 있는 강한 표현으로 오늘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극악무도한 테러를 규탄한다”면서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은 올해 초 공격당한 브뤼셀 국제공항처럼 세계 곳곳을 연결하고 우리의 관계를 단단하게 해 주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이번 테러 습격을 강력히 비난한다”며 중국인들에게 터키 방문에 신중을 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도 희생자 애도와 규탄의 메시지를 전했다.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은 테러 소식이 전해진 뒤 성명을 내고 “미국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사건”이라면서 “이러한 위협에 맞서 중동과 유럽의 동맹국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불은 불로 싸워야 한다“며 테러리스트 수사에서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물을 부어 질식을 유발하는 것)을 비롯한 가혹한 수사기술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임진왜란 이전에 세워진 정자 ‘예천 야옹정’ 보물 지정 예고

    임진왜란 이전에 세워진 정자 ‘예천 야옹정’ 보물 지정 예고

    문화재청은 임진왜란 이전에 세워진 ‘예천 야옹정’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30호인 야옹정(野翁亭)은 조선 중종 때 학자인 야옹(野翁) 권의(1475~1558)의 아들 권심언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정자로, 아버지의 호를 따 이름 붙였다. 건물 수리 내력이 적힌 중수기(重修記)에 따르면 이 정자는 1566년(명종 21)에 건립됐다. 건물 지붕에는 1566년을 가리키는 ‘가정 병인’(嘉靖 丙寅)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도 남아 있다. 가정은 1521년 즉위한 명나라 가정제의 연호를 뜻한다. 건물은 정면 4칸, 측면 4칸의 고무래 정(丁)자 형태다. 정면 왼쪽 3칸은 대청이며, 대청 오른쪽에 온돌방 3칸과 누마루 1칸을 세로로 길게 두었다. 건물 주위엔 흙과 돌로 만든 토석담장을 둘렀고, 담장 왼쪽엔 기둥이 네 개인 사주문(四柱門)을 세웠다. 야옹정은 조선 전기 건축양식을 잘 보여준다. 지붕 하중을 받치는 공포가 기둥 위에만 놓여 있고, 공포를 이루고 있는 새 날개 모양의 익공(翼工)이 짧고 강직한 점, 창호 가운데에 문설주가 세워진 영쌍창 등이 조선 전기 건물의 특징이다. 내부엔 평고대(平高臺·서까래 위에 길게 얹은 나무)와 착고막이(겹처마인 부연 사이를 막는 목재)를 하나의 부재로 만든 통평고대가 사용됐다. 통평고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안동 봉정사 극락전 등에서 확인되는 기법이다. 천장 등 곳곳에는 단청 흔적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데, 정자에 단청을 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임진왜란 이전의 건물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예천 야옹정은 당시의 건축술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정용진 야심작’ 스타필드 하남 “테슬라 입점 협상 중”

    ‘정용진 야심작’ 스타필드 하남 “테슬라 입점 협상 중”

    35개 해외 브랜드·할인점 갖춰 아쿠아필드·스포츠 레저 결합 오토바이의 명가 할리 데이비슨, 독일의 BMW, 현대차의 제네시스를 볼 수 있는 쇼핑테마파크가 오는 9월 문을 연다. 축구장 70개 넓이(13만 9000평) 공간에 농구, 풋살 등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몬스터’, 스파와 워터파크로 구성된 ‘아쿠아필드’, 창고형 할인매장, 맛집거리 등도 갖춰진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1조원이 투입됐다. 신세계는 경기 하남시 미사리조정경기장 인근에 들어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의 세부계획을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 유니버시티타운센터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표했다. 아쿠아필드는 수면이 수평선까지 무한대로 연장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인피니티풀, 실내 워터파크, 스파 등으로 구성된다. 스포츠몬스터에서는 구기 종목 외에도 실내외 암벽등반, 트램펄린 등을 즐길 수 있고 서핑, 승마 등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 있다. 쇼핑에서 부차적인 존재로 머무는 남성 고객들을 겨냥한 일렉트로마트와 함께 남심(男心)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50여개 방이 있는 노래방, 메가박스 10개관도 들어선다. 쇼핑몰 양쪽을 잇는 공간에는 구찌, 루이비통, 티파니 등 해외 35개 유명 브랜드와 자라, H&M, 유니클로 등 대형 패션 브랜드가 들어선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부사장은 “현대차는 (스타필드 하남) 전시관이 두 군데 들어서고 BMW와 할리 데이비슨도 들어올 예정”이라며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입점도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스타필드 하남은 미사대로에서 직접 진출입이 가능한 전용램프와 모든 층에 부속주차장을 갖췄다. 강남권에서 약 20㎞, 35분 거리라고 신세계는 설명했다. 동시 주차 대수는 6200대로 국내 최대 규모다. 쇼핑몰 내부는 기둥이 없고 동선을 타원형으로 배치해 자신은 물론 입점 브랜드의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유리를 사용한 개방형 천장을 골랐다. 이는 스타필드 하남에 지분(49%)을 투자한 미국 유통업체 터브먼사의 철학이기도 하다. 터브먼사의 로버트 터브먼 회장은 “자연 채광과 가시성(visibility)이 고객의 쇼핑 경험에 중요하다”며 “고객의 평균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재방문을 유도해 매출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러소타(미 플로리다주)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꿈꾸는 에코 빌리지 오바마小浜町 ①오바마의 킨포크 라이프

    꿈꾸는 에코 빌리지 오바마小浜町 ①오바마의 킨포크 라이프

    꿈꾸는 에코 빌리지 오바마小浜町 소박하지만 풍요로웠다.골목마다 다정한 물길이 흘렀고 사람들은 맑았다.손끝에 살짝만 닿아도 물이 들었다.저녁마다 오바마로 내려오는 진홍빛 석양 혹은 홍조. 오바마의 킨포크 라이프 오바마의 첫인상은 무덤덤했다. 일본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반도, 그 반도의 서쪽 해안에 자리잡은 운젠시 오바마는 특이한 이름에 비해 개성이 적어 보이는 마을이었다. 알고 보니 보물창고였던 구릉지대의 주거지는 도로를 장벽처럼 막아선 료칸에 가로막혀 아예 보이지도 않았었다. 그래서 첫인상이 꽤나 중요한 료칸들의 외관은 옹색해 보였다. 교체하기가 무섭게 부식해 가는 파이프와 페인트, 쉼 없이 뿜어 나오는 증기가 한몫을 했을 것이다. 아무튼 세련됨,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3일 만에 생각이 180도로 달라졌다. 오바마는 살아 보고 싶은 곳이다. 한 일주일쯤 머물면서 아침마다 동네 빵가게에 들러 바삭거리는 빵을 사고, 낮에는 다치바나만으로 나가 바다 수영을 하고 바로 들어와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저녁에는 석양을 바라보며 샴페인 한잔을 곁들인 해산물 찜요리를 즐긴 후 밤늦게 출출해지면 동네 이자카야에 모인 동네 주민들과 어울려 맥주 한잔 기울이고 싶은 곳이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차를 빌려 하루는 화산 트레킹을, 다음날은 바다낚시와 돌고래워칭을, 다음날에는 규슈 올레길을 걷고 싶다. 이 모든 것이 차로 20분 정도 움직이면 가능하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다. 실제로 오바마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이다. 관광객들이 운젠온천에 몰린다면, 현지인들이 선택하는 곳이 오바마온천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논밭을 일구는 오바마 촌부들이 여름휴가를 보내는 방법, 겨울 농한기를 보내는 방법이다. 요샛말로 킨포크 라이프Kinfolk Life다.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은. 참! 오바마小浜町는 원래부터 오바마다. 아무 사연이 없다. 그래도 2008년엔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열렬히 기원하긴 했다. 당선 후에는 그의 얼굴을 그려 넣은 수건도 만들고 관광안내센터 앞에 동상도 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르겠지만, 귀여운 무임승차다. 퇴임 후 그가 오바마에 와도 좋을 것 같다. 만족을 보장한다. ●1,300년 동안 꺼내 쓴 화수분 아무리 써도 남을 정도로 온천수가 풍족한 곳. 그래서 오바마는 인심도 넉넉하다. 스며들어 며칠 살아 보면 풍족한 물만큼이나 정이 넘치는 곳임을 알게 된다. 행복은 바다에서 솟아난다 “용출되는 온천수의 양이 너무 많아서 70%를 그냥 버릴 정돕니다. 다른 곳처럼 온천수를 재활용할 필요가 전혀 없죠!” 오바마 사람들이 입을 모은 자랑이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했던가. 오바마의 곳간은 바다 속 10km 아래에 있다. 마그마에 데워진 지하수가 해안가 암반 틈새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 1,300여 년 전. 지금까지도 매일 1만5,000톤의 용출량을 자랑하다. 꺼내도 꺼내도 채워지는 화수분이 따로 없다. 그 첫 기록은 713년 쓰인 <비젠 풍토기>에 남아 있다. 오바마가 본격적으로 병을 고치는 탕치湯治장으로 이용된 것은 1614년, 혼다湯太라는 이름의 유다유湯太夫(온천을 관리하는 대관)가 임명되면서부터다. 1924~1938년 사이에 철도가 개통되면서 여객과 여관이 함께 늘어났고, 오바마온천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가객 사이토 모키치1882~1953년, 다네다 산토카1882~1940년 등 일본의 저명인사들도 오바마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 모든 흔적은 오바마역사자료관에서 볼 수 있다. 에도 시대에 100엔(지금으로 치면 7,000만원 정도의 값어치라고 했다)을 주고 시마바라성에서 구입해 왔다는 대문을 통과해 마당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목재 구조물이 보인다. 온천수를 끌어올렸던 펌프 시설인데, 실상은 끌어올릴 필요도 없이 온천수가 저절로 솟구쳐 올랐다고 한다. 족욕탕 뒤의 커다란 저택은 1844년에 지어진 고택으로 혼다 유다유 가문의 여러 유품과 초상화, 사이고 타카모리1828~1877년 등 역사 속 인물들의 친필 족자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온천수만 솟구쳐 올랐다면 좋았겠지만 200년 주기로 운젠화산의 마그마도 분출했다. 1792년 1만5,000명의 사망자를 낸 시마바라 대변島原大變은 일본 최대의 화산 재해로 기록되었고 1990년부터 5년간 지속됐던 분출은 시마바라 반도 최고봉의 위치를 바꿔 버렸다. 그 직접적인 피해가 오바마로 향하지 않았던 것을 이곳 사람들은 용의 수호 때문이라고 믿는다. 오바마 신사의 배전拜殿 천장에 용이 그려져 있고, 손을 씻는 데미즈야에도 용상이 세워져 있는 이유다. 온천마을로 부침을 거듭하는 동안 오바마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사람과 말이 흙을 실어 날랐던 100년 전 방조제 사업은 간척사업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상전벽해桑田碧海, 즉 바다가 육지가 됐다. 파도가 찰랑거렸던 오바마역사전시관 계단 아래부터 마린파크까지가 모두 사람이 만든 땅이다. 그 안에 도로가 놓이고, 빌딩형 료칸들이 들어서고, 족욕탕, 공원 등 시민 복지시설도 마련됐다. 살기는 좋아졌지만 유서 깊은 이야기들은 가려졌다. 그래서 오바마의 속살을 보기 위해서는 한 걸음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료칸 너머 마을 속으로. 오바마역사자료관 나가사키현 운젠시 오바마쵸 기타혼마치 923-1 9:00~18:00(매주 월요일 휴무)100엔(특별기획전 시 200엔) 한 걸음 더, 오바마의 속살 아침 7시, 집합령이 떨어졌다. ‘조조워킹’이라니, 이름도 무시무시한 아침산책을 이끄는 지도자는 이세야 료칸 오카미상료칸의 안주인인 쿠사노 유미코 여사였다. 가벼운 아침체조로 몸부터 풀고 시작하는 마을 투어는 1시간 내내 숨이 가빴다. 오바마 최고의 명소인 105m 길이의 족욕탕에서 시작해 곳곳에 세워진 조각상과 비석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마을 안쪽 카리미즈 지구로 들어가서는 1934년에 건조된 목조 건물(나가사키현에 남은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됐다)인 공회당 너머 몇 개의 신사와 샘터로 코스가 이어졌다. 그 행렬을 따라잡기 힘들었던 이유는 줄지어 등교하는 초등학생부터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르는 고등학생들까지, 동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사람이 마주 오면 한쪽으로 비켜서야 할 만큼 골목은 좁고 복잡했지만 이상하게 금방 익숙해졌다. 장소마다 푯말이 세워져 있어서 혼자서도 마을 투어를 할 수 있다. 구릉을 따라 더 올라가면 동백꽃 군락지, 삼림온천욕장도 있다고 했다. 손자들 사진을 자랑스레 내건 유센베가게, 벨을 눌러야만 2층에서 할머니가 내려와 가게 문을 연다는 앤티크숍, 80년이 넘도록 같은 사물함을 쓰고 있는 동네 목욕탕, 료칸의 오카미상들이 주 고객이라는 미용실 등등 한 집 한 집 알수록 더 궁금하다. 마을도 여행도 건강하게! 이세야 료칸 오카미 쿠사노 유미코 조조워킹을 안내해 준 쿠사노 여사의 별명은 ‘수다쟁이 오카미’다. 짧은 시간 동안 양조장을 운영하던 부모님의 빚 때문에 야쿠자에게 쫓기다 시마바라에서 료칸을 운영하던 조부모댁으로 도망쳐 어려서부터 온갖 허드렛일을 도우며 돈을 벌었다는 영화 같은 스토리가 쏟아졌다. 그때 배운 춤과 노래 솜씨, 그리고 여전한 미모와 말솜씨에 활발하고 진취적인 성격으로 료칸의 안주인 역할은 물론 오바마온천관광조합 여성부, 전국 상공회 여성회 운젠시부, ‘체인지 오바마’를 포함해 여러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여행을 통해 건강을 증진하고 일상생활까지 풍요롭게 만드는 헬스투어리즘Health Tourism의 개념을 오바마에 소개한 것도 그녀다. 조조워킹을 진행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관광객들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그녀를 포함한 오카미상들에게 ‘수고한다’는 인사를 건네오기도 한다는 것. 그런 작은 환대가 오바마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350년간 이어져 온 이세야 료칸 로비의 아동 놀이방, 휠체어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진심으로 ‘오모테나시’를 실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서비스나 호스피탈리티와는 다른, ‘성심을 다해 손님을 모신다’는 일본의 정신이다. 오바마 조조워킹 매주 화, 목, 토요일 오전 7시에 시작해 1시간 가량 진행된다. 간단한 체조 후 마을을 돌면서 유적과 명소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투숙하는 료칸에서 예약할 수 있다. ●낭만의 체감 온도 105℃ 오바마는 뜨겁다. 물이 끓는 온도보다 높다. 일본에서 용출되는 온천수 중 가장 높다는 105℃의 물이 철철 넘친다. 그래서 오바마의 석양은 더 붉고, 사람들의 마음은 더 따뜻하다. 앗 뜨거! 내 발을 돌려줘. 꽃샘추위가 매서웠다. 오들오들 떨다가 도착한 곳이 오바마 마린 파크의 족욕탕 ‘홋토훗토 105’였다. 오바마 온천수의 온도가 105℃, 그래서 족욕탕의 길이도 105m다. 온도를 낮추기 위해 바닷물을 섞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계단식 원천지도 설치해 놓았다. 하지만 이미 감각이 없어진 발을 족욕탕에 넣는 순간 ‘홋토 훗토!’란 외침이 절로 나왔다. ‘Hot Foot’이란 뜻이다. 그 입을 막은 것은 뜨끈한 온천 달걀.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증기 찜가마에서 방금 꺼내 온 것이다. 개장 6년 만에 홋토훗토 105는 연간 수십만명이 다녀가는 오바마 최고의 명소가 됐다. 지압을 하며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길이다. 염화온천의 나트륨 성분은 자연팩 효과를 주어 피부 미용에도 좋고, 신경통과 류마티스에도 좋다. 가족들은 달걀이나 고구마를 간식으로 쪄 먹고, 연인들은 석양을 함께 감상한다. 족욕탕의 마지막 구간은 애완견 전용탕이다. 달걀을 반으로 쪼개니 노른자가 유난히 더 노랗다. 어느새 오바마에 석양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석양은 오바마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자부심이다. 료칸에서는 매일의 일몰 시간을 체크해 투숙객들에게 알려 줄 정도다. 홋토훗토 105나가사키현 운젠시 오바마쵸 기타혼마치 905-68 4~10월 10:00~19:00, 11~3월 10:00~18:00찜가마 사용 무료. 매점에서 달걀, 고구마를 판매하고 있으며, 200엔에 바구니도 대여해 준다. 본인 것을 사용해도 된다(휴일 매달 첫 번째 월요일 오전). 무료 은밀하게, 위대하게 오바마에 있는 동안 서성거리기만 했던 온천탕이 둘 있었다. 마음은 이미 탈의실에 가 있었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첫 번째는 해상 노천탕 나미노유 ‘아카네’다. 탁 트인 다치다나만을 내다보며 즐길 수 있는 은밀한 온천욕이 가능한 곳이다. 남녀로 탕이 나뉘어져 있어서 1인 요금을 내고 이용해도 되고,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대여해 오붓하게 전세탕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바람이 센 날에는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노천탕으로 들어올 만큼 바다와 가까운 위치다. 원래 바닷물을 섞은 온천수이니 수질이야 상관없지만 심한 악천후에는 아예 탕을 운영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80년이나 된 와키하마 대중목욕탕脇浜共同浴場이다. 1937년 개장 당시 ‘와타나베 타시’와 ‘타쿠시마 하루’가 공동으로 경영했으며 와타나베 타시의 할머니 이름을 따와 지금도 오탓샹 목욕탕으로 불린다고. 목조 건물의 낡은 외관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안으로 쓱 들어가 봤다. 누가 오고 가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할아버지는 TV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그 너머로 남자탈의실이 훤히 보였다. 그곳에서 당황한 사람은 나 하나, 남녀 탈의실의 칸막이는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거울도 수건도 없다. 자물쇠도 없이 한자로 번호를 써 넣은 낡은 사물함과 쇼와 12년(1937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 걸려 있는 온천 효능 안내판, 그 모든 것에 너무 잘 어울리는 주인 내외분까지 모든 풍경이 앤티크다. 물 좋은 오바마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월호에 오바마쵸가 속한 운젠시를 소개하면서 말했듯이 시마바라 반도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지질공원이다. 그 땅에서 솟아난 다양한 물은 지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마바라 반도에는 운젠온천의 유황온천, 오바마의 나트륨온천, 시마바라시의 탄산온천 등 3가지 온천수와 함께 탄산수와 용수도 여러 곳에서 솟아나고 있다. 그렇게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으니 ‘물 투어’가 심심치 않다. 가리미즈 지구를 돌다 보면 주택 사이로 보글보글 공기방울을 뿜어내는 작은 탄산 광천샘이 보인다. 끓어오르는 모양새지만 만져 보면 25~27도 사이로 차갑고, 철분과 탄산이 많아서 피부미용에 특히 좋단다. 마셔 보면 약하게 유황냄새가 나지만 예전에는 이 물로 사이다를 만들기도 했단다. 가리미즈 광천에서 불과 몇분 거리에는 물 맛 좋기로 유명한 카미노카와 용천수가 샘솟는다. 멀리 나가사키 사람들도 수통을 들고 찾아올 정도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마을 샘터에서 물을 떠 먹고, 동네 목욕탕에서 150엔에 온천수를 즐길 수 있는 곳. 물 좋은 오바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해상노천탕 아카네 나가사키현 운젠시 오바마쵸 마리나 20 +81 957 74 2672 성인 1시간 300엔, 어린이 200엔4~10월 10:00~19:00, 11~3월 10:00~18:00 (휴일 악천후 시) 오바마온천욕장1937년에 문을 연 오래된 공중목욕탕. 8:00~21:00 성인 150엔, 아동 70엔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진혁 취재협조 운젠시 관광물산과 www.city.unzen.nagasaki.jp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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