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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멀S] 사람 좋아하던 아기 고양이 ‘두부’의 억울한 죽음

    [애니멀S] 사람 좋아하던 아기 고양이 ‘두부’의 억울한 죽음

    홀로 떠돌던 작은 고양이  길에서 먹이를 찾아 홀로 떠돌던 어린 고양이 ‘두부’ 는 창원의 한 식당 앞에서 마음씨 따뜻한 식당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허기진 ‘두부’에게 사장님은 밥을 챙겨주고 추위를 막아줄 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두부’에게는 가족이 생겼습니다.  어린 고양이 두부는 자신을 살뜰히 챙겨주는 가족들에게 차츰 마음을 열었습니다. 밥을 챙겨주는 손길에 자신의 몸을 부비며 친근함을 표시하곤 했고,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에도 다정하게 화답했습니다.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두부를 기억하고 간식을 챙겨주거나 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습니다. 햇볕이 좋은 날이면 식당 앞 화분 위에 누워 장난감을 갖고 놀기도 하며 두부는 건강하게 성장했습니다.  ‘두부’ 에게 찾아온 비극 태어난 지 아직 1살도 채 되지 않은 두부에게 세상은 따뜻했고 두부 역시 사람들에게 다정했습니다. 1월 26일 저녁에도 두부는 식사를 마치고 자신에게 다가온 식당 손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두부와 인사를 나누던 손님이 고양이 간식을 사다주려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20대 한 남성이 두부에게 접근했습니다. 그는 두부를 꼬리 채 잡아들고 시멘트 바닥에 내리쳐 살해했습니다. 인근 상가에 있던 한 사람이 고양이 비명소리에 우연히 두부가 살던 식당 앞에 나와 보았고, 한 남성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양이를 꼬리 채 휘두르며 바닥에 내리치고 있던 범행 현장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범인이 사망한 두부의 사체를 바닥에 던져두고 유유히 사라진 학대 현장에는 두부에게서 흘러내린 피가 여기저기 튀어 있었습니다.  CCTV 확인 결과 범인이 당시에 두부를 최소 스무 차례 이상 바닥에 내려쳤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축 늘어진 상태로 보아 두부가 이미 범인의 손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범인은 그러한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사망한 두부를 바닥에 지속적으로 내려쳤습니다. 목격자가 나타나서 소리를 치고 나서야 범인은 행위를 멈추었습니다.  약자를 향한 분노 표출 ‘동물 학대’ 카라에서는 사건 제보를 받은 직후 두부 가족들과 소통을 하며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하였고, 범인 검거를 위해 추가 제보를 수집하고 고발을 진행했습니다. CCTV 등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한 경찰은 결국 2월 1일 범인을 검거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범행 이유는 ‘취업 스트레스’였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은 말 못하는 생명체를 고의로 잡아서 살해한 것입니다. 두부를 살해한 범인의 가족들은 검거 당시 이웃들을 찾아가 ‘그깟 고양이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면서 이웃들에게 고함을 치거나 악담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범인은 검찰에 사건이 송치될 즈음에서야 뒤늦게 두부의 가족들을 찾아와 사과의 뜻을 전하였지만, 어떠한 변명과 사과로도 잔혹하게 살해된 두부가 다시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올 수는 없으며 그의 범죄행위는 법에 따른 처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동물 학대는 약자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여 우월감이나 쾌감을 얻는 ‘반사회적 범죄’입니다. 두부 사건에 대한 엄중 처벌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만 2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하였고, 검찰에 제출할 탄원 서명에도 2만 명 이상이 참여하였습니다. 시민들의 관심은 이렇게 높지만 동물 학대 사건에 대한 수사의 전문성 확보와 학대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은 미흡하기만 합니다. 실제로 이번 두부 사건 발생 당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학대 피해자인 두부의 사체를 ‘부검’ 의뢰가 아닌, 구청에 ‘수거’ 요청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대응을 하였습니다.  ‘다정함’을 제거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 두부가 참혹하게 살해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잔혹한 동물 학대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포획틀에 갇힌 고양이가 충청도 옥천의 한 도로에서 늦은 밤 산 채로 불태워지거나, 목이 졸려 살해된 고양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동물 학대 사건은 검거조차 되지 않거나, 어렵게 특정되어 검거되더라도 단순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가해자들은 자신의 범죄 행위를 대놓고 공개하고 과시하거나 수사기관을 조롱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사람에게 다정한 고양이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두부처럼 학대범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범죄의 책임은 피해자의 다정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범인의 폭력성에 있습니다. 사람을 신뢰하고 다정하게 잘 따르는 동물들이 더는 반사회적 범죄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이들을 지켜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재판부는 두부를 살해한 범인에게 잔혹 범죄에 마땅한 실형을 선고해서 제2, 제3의 두부가 더는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인 동물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가 결국 사람들에게도 안전한 사회입니다. 공존과 생명의 가치가 지켜지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두부를 비롯하여 무고하게 죽어간 고양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애니멀S](애니멀 스토리)는 동물들의 슬프지만 찬란한 실제 사연을 모은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연재물입니다. 버림받거나 학대받는 동물이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 고교생 담뱃불로 지지고 나체 촬영한 10대 구속

    고교생 담뱃불로 지지고 나체 촬영한 10대 구속

    인천의 한 모텔에서 고등학생을 8시간 감금하고 담뱃불로 지진 뒤 나체를 촬영한 혐의로 10대 남녀들 중 1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특수상해 및 감금 등 혐의로 고등학생 A(16)군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고있는 고교생 B(16)군과 중학생 C(14)양의 구속영장은 검찰에서 반려됐다. 정우영 인천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A군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망할 우려가 있고 소년으로서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군 등은 지난 13일 오전 4시쯤 인천 미추홀구 한 모텔에 고교생 D(18)군을 8시간가량 감금하고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D군의 몸을 담뱃불로 지지거나 빈 병과 구둣주걱 등으로 때린 뒤 옷을 모두 벗기고 나체 사진까지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행을 당한 D군은 얼굴에 골절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일 오후 D군의 신고를 받고 추적에 나서 A군 등 3명을 차례로 붙잡았다. 조사 결과 이들은 D군과 말다툼이 붙었다는 이유로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 혐의자 C양과 D군은 이전에 교제하다가 헤어진 사이였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D군과 C양의 관계는 범행 동기와는 관련이 없었다”며 “사소한 말다툼이 폭행으로 번진 것으로 확인됐으나 구체적인 경위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 87세 단색화 거장 “내 평생 그림 못 쉬겠다”

    87세 단색화 거장 “내 평생 그림 못 쉬겠다”

    국내 첫 공개 ‘이후 접합’ 등 주목“제각각 물감 형태, 자연의 얼굴예전엔 창고에 쌓였던 현대 미술흔적 모아 후세에도 볼 수 있길”“사람도 똑같은 얼굴이 없듯이 마대를 뚫고 나오는 물감의 형태도 제각각 달라요. 그런 자연의 얼굴을 작품에 도입하고 싶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단색화의 거장’ 하종현(87) 화백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대규모 개인전을 앞두고 15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 만난 그는 구순을 앞둔 나이에도 창작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내 나이에 붓을 들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고 안 팔리는 현대 미술을 해서 창고가 가득 찼는데, 한동안은 또 불같이 그림이 나갔죠. 팔릴 만하면 또 새로운 시도를 했고요. 그런데 이제는 작품을 가져갈까 봐 겁이 나요. 내 흔적과 작품을 모아서 후세에도 볼 수 있는 미술관이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음달 13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하 화백의 대표작인 ‘접합’ 연작과 ‘이후 접합’ 연작 등 1990년대 이후 진화해 온 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1970년대 시작된 ‘접합’ 연작은 올이 굵은 마포 뒷면에 두꺼운 물감을 바르고 천의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 넣는 배압법(背押法)이라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1950~60년대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캔버스나 물감을 사기 힘들었어요. 텐트 천이나 철사로 해 보다가 마대로 작업을 시작했는데, 마대는 구멍이 뚫려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뒤에서 물감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물감이 마대 형태에 따라 꼬부라지거나 굵은 것도 있고, 가는 형태의 것도 있더라고요. 평소 엉뚱한 짓을 많이 한 것이 도움이 됐죠.” 새 기법의 최신작인 ‘이후 접합’ 연작은 나무 조각 자체의 물성으로 새로운 의미의 표면을 형성하고, 조각적인 요소를 통해 평면에 입체성을 부여해 ‘접합’의 범주를 확장시켰다. “뭐든지 좀 끈질기게 하는 편이에요. 마대와 물감과의 전쟁도 마찬가지죠. 마대 뒤에서 물감을 밀고, 앞에서 또 한 번 밀어 중성화하면서 작업을 발전시키죠. 저만의 캔버스와 이론을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작품이 탄생합니다.” 평생 회화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물성에 대한 실험을 거듭해 한국적 모더니즘의 개척자라고 불리는 화백은 오는 4월 개막하는 세계 최대 미술 축제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자신의 60년 화업을 정리하는 회고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작품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만큼 열심히 해서 앞으로 국내 전시회도 더 많이 열고 싶습니다. 평생 그림을 쉬지 못할 것 같아요.”
  • ‘인천 흉기난동‘ 40대, 살인미수 혐의 일부 부인

    ‘인천 흉기난동‘ 40대, 살인미수 혐의 일부 부인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인천의 40대 남성이 자신의 혐의 중 일부를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호성호 부장판사) 심리로 11일 열린 첫 공판 준비기일에서 A(49)씨의 변호인은 “피고인과 피해자들 간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며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진술도 (피해자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 (40대 이웃 여성) B씨에 대한 살인미수를 인정했다”면서도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특수상해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적용된 살인미수 혐의와 관련해 B씨 이외 남편과 딸 등 2명에게는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애초 이날 재판은 정식 심리 기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A씨가 법정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공판 준비기일로 진행됐다. A씨는 최근 인천구치소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해 일부 구속 피고인의 재판 출석(출정)이 제한됨에 따라 이날 법정에 나오지 못했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을 기소 전인 지난해 12월에 마지막으로 봤다”며 “(구치소) 접견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5시 5분쯤 인천 남동구 한 빌라 3층에서 40대 이웃 여성 B씨와 그의 20대 딸 등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B씨는 A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었고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했다. 그의 남편과 딸도 얼굴과 손 등을 다쳤다.
  • 맥주 모델 변신한 페인트 가게 사장님… “이젠 개인전 열고 인증샷 찍죠”

    맥주 모델 변신한 페인트 가게 사장님… “이젠 개인전 열고 인증샷 찍죠”

    “술집에 술 광고 사진이 여러 장 있는데 내 포스터는 맥주를 안 먹고는 못 배기는 스타일이라고 해요.” 인천에서만 마실 수 있는 지역 수제 맥주 ‘개항로’의 광고 포스터는 남성 모델의 강렬한 눈빛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포스터의 주인공은 인천 중구 개항로에서 페인트 가게를 하는 최남선(70)씨다. 최씨는 인천 토박이로 만화가를 지망하다 극장 간판실 막내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부터 시작한 그림이었지만 극장 간판 작업은 2002년에 그만뒀다. 복합 상영관이 등장하면서 극장 간판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면서 2005년 월미도, 2017년 동화마을의 벽화를 그렸다. 인천의 구도심을 젊은이들이 찾는 곳으로 바꾼 ‘개항로 프로젝트’를 이끈 이창길씨는 인천의 오래된 노포를 소개하다 최씨를 알게 됐고, 웃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해 맥주 모델을 제의했다. 모델은 얼굴이 잘생기고 키가 커야만 하는 줄 알았던 최씨는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해 고민했다. 대대손손 사진을 걸어 두고 아이들도 볼 수 있게 하자는 생각에 결국 모델을 맡게 됐다. 그림을 오래 그렸던 만큼 옷을 맞춰 입는 데는 자신 있었던 최씨는 직접 양복과 여러 개의 넥타이를 골라 온종일 사진 촬영에 임했다. 사실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맥주가 들어온 곳이다.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일본 맥주가 들어오기에 앞서 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군으로부터 받은 맥주병을 안고 있는 인천 주민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남아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포스터 사진 덕분에 마스크를 써도 알아보는 이들이 생겨 젊은 친구들과 종종 ‘인증샷’을 찍는다. 일찍이 서양문물이 들어오던 개항 지역이라 옛날 건물이 많아 낙후됐던 거리가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은 인기 명소가 되면서 이제 개항로에는 화장품 냄새가 풍긴다고 설명했다. 일흔 살에 맥주광고 모델이 된 최씨는 올해 첫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인천 풍경, 해바라기 등을 그린 작품 30여점으로 전시회를 열고 판매 수익금은 기부할 예정이다. 극장 간판에 배우를 그리다가 이제는 배우보다 낫다는 평을 듣는 ‘인생 포스터’를 남기게 된 최씨는 “한 우물을 파다 보니 이런 빛을 본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사는 게 힘들어도 한 가지 업을 그냥 하다 보면 나중에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 극장 간판 그리던 퇴역 화가, 일흔살에 맥주 광고 모델로

    극장 간판 그리던 퇴역 화가, 일흔살에 맥주 광고 모델로

    “술집에 여러 개 술 광고 사진이 있는데 내 포스터는 맥주를 안 먹고는 못 배기는 스타일이라고 해요.” 인천에서만 마실 수 있는 지역 수제 맥주 ‘개항로’의 광고 포스터는 남성 모델의 강렬한 눈빛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포스터의 주인공은 인천 중구 개항로에서 페인트 가게를 하는 최명선(70)씨다. 최씨는 인천 토박이로 만화가를 지망하다 극장 간판실 막내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부터 시작한 그림이었지만 극장 간판 작업은 2002년에 그만뒀다. 복합 상영관이 등장하면서 극장 간판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면서 2005년 월미도, 2017년 동화마을의 벽화를 그렸다. 인천의 구도심을 젊은이들이 찾는 곳으로 바꾼 ‘개항로 프로젝트’를 이끈 이창길씨는 인천의 오래된 노포를 소개하다 최씨를 알게 됐고, 웃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해 맥주 모델을 제의했다. 모델은 얼굴이 잘생기고 키가 커야만 하는 줄 알았던 최씨는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해 고민했다. 대대손손 사진을 걸어두고 아이들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 결국 모델을 맡게 됐다. 그림을 오래 그렸던 만큼 옷을 맞춰 입는 데는 자신 있었던 최씨는 직접 양복과 여러 개의 넥타이를 골라 온종일 사진 촬영에 임했다. 사실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맥주가 들어온 곳이다.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일본 맥주가 들어오기에 앞서 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군으로부터 받은 맥주병을 안고 있는 인천 주민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남아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포스터 사진 덕분에 마스크를 써도 알아보는 이들이 생겨 젊은 친구들과 종종 ‘인증샷’을 찍는다. 일찍이 서양문물이 들어오던 개항 지역이라 옛날 건물이 많아 낙후됐던 거리가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은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이제 개항로에는 화장품 냄새가 풍긴다고 설명했다. 일흔 살에 맥주광고 모델이 된 최씨는 올해 첫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인천 풍경, 해바라기 등을 그린 작품 30여 점으로 전시회를 열고, 판매 수익금은 기부할 예정이다. 극장 간판에 배우를 그리다가 이제는 배우보다 낫다는 평을 듣는 ‘인생 포스터’를 남기게 된 최씨는 “한우물을 파다 보니 이런 빛을 본다”라며 “요즘 젊은 사람들한테 사는 게 힘들어도 한 가지 업을 그냥 하다 보면 나중에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인천 빌라서 전기장판서 발화 추정 불 …30대 중상

    설 연휴 첫날인 29일 인천의 한 빌라에서 불이나 30대 남성이 중상을 입었다. 이날 인천 부평소방서에 따르면 오전 3시 45분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 있는 한 5층짜리 빌라 3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3층에 사는 30대 남성 A씨가 얼굴과 양손 등에 2도 화상을 입었고, 빌라 주민 5명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이 빌라 주민 7명이 대피했으며 A씨 집 안방 등이 타 88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A씨는 소방당국에 “잠을 자다가 바닥이 뜨거워 일어나보니 전기장판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 [요지경] 놀이터에서 청소년들 묻지마 폭행하고, 골목길에서 야구방망이로 때려도 풀려나는 세상

    [요지경] 놀이터에서 청소년들 묻지마 폭행하고, 골목길에서 야구방망이로 때려도 풀려나는 세상

    술에 취해 아무런 이유없이 10대 청소년들을 폭행한 2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처해지고, 골목길에서 차량 시비 끝에 야구방망이로 행인들을 폭행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인천지법 형사4단독 윤민욱 판사는 상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26)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20일 오후 10시30분쯤 인천 연수구 한 놀이터에서 B군(16) 등 10대 4명을 주먹과 발로 얼굴 등을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폭행 당하던 1명이 도망가 인근을 지나던 행인 C(54·여)씨에게 도움을 청하자, C씨의 얼굴도 수차례 주먹으로 때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A씨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팔을 깨물고 발로 얼굴을 걷어차기도 했다. 그는 이날 술에 취해 놀이터에 갔다가, 그곳에 모여 있던 10대 일행에게 “너 좀 맞자”며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으나, 다행히 피해자들의 상해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고,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최근엔 인천의 한 유흥가 골목길에서 차량 시비 끝에 야구방망이로 행인들을 폭행한 20대 남성 D씨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D씨는 지난 22일 오후 10시쯤 인천 부평구 유흥가 골목길에서 E씨 등 20대 남녀 2명을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E씨는 좁은 골목길에서 다소 빠른 속도로 운행하던 D씨 차량을 멈춰 세웠다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D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일단 석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어디 갔었어” 코끼리떼 첨벙첨벙…코로나 봉쇄 사람친구와 애틋한 상봉 (영상)

    “어디 갔었어” 코끼리떼 첨벙첨벙…코로나 봉쇄 사람친구와 애틋한 상봉 (영상)

    코로나19로 한동안 보지 못한 사람 친구가 나타나자 코끼리떼는 반가움에 어쩔 줄을 몰랐다. 코끼리떼는 자신들을 부르는 사람 친구 목소리를 쫓아 단숨에 강을 건넜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태국 코끼리구호재단은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오랜만에 얼굴을 맞댄 코끼리떼와 사람 친구의 종을 뛰어넘은 우정을 조명했다. 이날 재단이 운영하는 코끼리자연공원에 코끼리들의 친구 데릭 톰슨이 모습을 드러냈다. 캄보디아에서 코끼리 구조 작전을 펼치던 톰슨이 봉쇄 정책에 발이 묶인 지 14개월 만이었다.톰슨은 제일 먼저 코끼리들이 있는 강으로 향했다. 강 저편에서 여유를 즐기는 코끼리떼를 큰 소리로 불렀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코끼리 6마리는 톰슨을 보고 한걸음에 강을 건넜다. 첨벙첨벙 물을 튀기며 톰슨에게로 돌진했다. 어찌나 반가운지 코끼리들은 사람 친구를 빙 둘러싸고 연신 코를 비벼댔다. 뭍으로 나가서도 톰슨 뒤만 졸졸 쫓았다. 특히 암컷 코끼리 ‘캄 라’는 톰슨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어릴 적부터 유독 톰슨을 좋아했던 캄 라는 2016년 동영상 하나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모은 코끼리다. 수영하는 톰슨이 물에 빠진 줄 알고 강에 뛰어든 캄 라의 동영상은 당시 20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큰 화제였다. 코끼리떼와 사람 친구의 애틋한 상봉을 담은 가슴 뭉클한 동영상도 20일 만에 조회 수 800만 회를 향해가고 있다.사실 톰슨은 코끼리자연공원 공동 설립자이자, 코끼리구호재단 설립자 생두언 렉 차일럿(61)의 남편이다. 캐나다 출신인 그는 토론토소방국에서 일하다 ‘코끼리의 대모’ 차일럿을 만났다. 차일럿은 평생을 코끼리보호 및 보존에 바친 환경운동가다. 1990년대 치앙마이 프라싱에 코끼리자연공원을 세우고 코끼리 관광과 밀렵, 서식지 파괴와 먹이 감소 등으로 내몰린 코끼리들을 구조보호하는데 앞장섰다. 열대우림 복구로 생태 균형을 복원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올해 2월에는 한국 과천의 한 공원을 찾아 코끼리 해방을 요구했다.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차일럿은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아시아의 영웅’에 올랐다. 2010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국무장관 초청에 따라 ‘세계자연보호에 앞장서는 여성 영웅 6인’ 자격으로 워싱턴DC를 방문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채널, 애니멀 플래닛, BBC, CNN 등 유수 매체가 그를 조명했다. 톰슨은 이런 차일럿에게 감명을 받아 태국행을 결정했다. 소방국 일도 때려치우고 차일럿과 함께 태국에서 코끼리자연공원을 세우는 일에 동참했으며, 2016년 결혼 후 아예 태국에 눌러앉았다.코끼리에 대한 톰슨의 애정도 차일럿 못지않다. 그를 본 코끼리떼가 보인 반응만으로도 코끼리떼와 톰슨이 얼마나 각별한 사이인지 짐작이 된다. 사람과 스스럼없이 교감하는 코끼리의 모습을 전하며, 코끼리구호재단 측은 코끼리 보존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재단 측은 “태국에 서식하는 아시아코끼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적색목록에 위기(EN)종으로 올라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3만 마리, 태국에는 2000마리 미만의 야생 개체가 남아있다”면서 대중에 관심을 촉구했다.
  • “8개월차 임신부 맞느냐며 주차장 억류” 국민청원

    “8개월차 임신부 맞느냐며 주차장 억류” 국민청원

    임신 8개월째인 한 임신부가 인천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진짜 임신부인지 확인해야겠다’는 관리인으로부터 억류를 당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호소했다. 인천시가 제공하는 임신부 주차요금 감면 혜택을 받아왔다는 청원인은 임신 초중기가 아닌 8개월 차라 외형적으로 임신부임을 충분히 알 수 있는 데다 오랜 기간 같은 주차장에서 임신부차량등록증을 사용해왔다며, 해당 관리인이 임신부들이 감면 혜택을 받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고의로 자신을 억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에 살고 있는 임신 8개월 차 A씨는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8개월 차 만삭 임신부, 임신부인지 확인 안 된다며 공영주차장 관리인에게 억류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그는 보건소에서 발급하는 임신부 차량등록증을 부착하고 인천 시내 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서 임신부 주차비 감면 혜택을 받아왔다. 그러다 지난 1일 오후 9시 30분쯤 해당 주차장에서 주차비 정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관리인이 ‘임신부 차량등록증으로는 확인이 안 되니 신분증과 산모수첩을 제시하라. 그렇지 않으면 보내줄 수 없다’면서 차단기로 차를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A씨는 “나는 임신 초기도 아니고 30주차, 8개월에 접어들어 출산이 두 달 남은 만삭이 머지않은 임신부”라면서 “외양에서 임신부 티가 나지 않을 수 없고, 이미 몇 달 동안 수십 차례 주차장을 이용하며 임신부 차량등록증을 사용했으며, 여러번 민원을 넣어 해당 관리인이 먼저 알은체를 할 정도로 내 얼굴과 차를 기억하고 있다. 명백한 시비로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해당 관리인과 겪었던 일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해당 관리인이 ▲주차비 정산을 할 때 임신부 차량이라고 얘기하고 등록증을 보여주면 ‘돈 안 내려고 일부러 처음에 들어올 때 얘기를 안한 거냐’며 역정을 내거나 ▲이용시간이 길다고 ‘공짜로 사용하면서 왜 이렇게 오래 있냐’고 타박하고 ▲차 앞유리에 버젓이 붙어 있는 등록증을 ‘자세히 봐야겠다’며 떼어서 달라더니 다시 건네줄 땐 바닥에 떨어뜨려 A씨에게 차에서 내려 주우라고 했으며 ▲주차선 안에 제대로 주차를 했는데도 굳이 선 밖으로 나오게 주차를 다시 하라고 시켰다고 주장했다. 한번은 해당 관리인이 “하~ 씨×”이라고 욕을 하길래 “지금 욕하신 거냐”고 따지니 “욕을 한 게 아니라 ‘하~ 씨’까지밖에 얘기 안 했다”는 식으로 변명하는 등 사소한 시비가 잦았다고 한다. 이런 일들로 A씨는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는데도 그때마다 관할 부서에서는 해당 직원에게 당부를 하겠다고 했고, 그 이후로 관리인은 A씨에게 알은체를 하고 인사를 건네며 시비를 안 거는 듯하다가 지난 1일의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A씨는 신분증과 산모수첩을 제시하더라도 임신부 차량등록증엔 차 번호만 기재돼 있기에 대조해서 확인할 정보가 없다고 설명했는데도 관리인이 계속 A씨의 차량을 가로막고 보내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심지어 A씨가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A씨의 배를 보더니 “딱 봐도 임신부이신데 지금 몸 상태가 안 좋으시니 진정하고 귀가하시라”며 일단 귀가를 할 수 있었다. A씨는 경찰 출동 당시 억울함과 서러움에 눈물이 나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며 당일 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밤을 지새우고 청원글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며 스트레스 안 받는 게 우선이니 해당 주차장 이용을 피하라, 또는 남편 등의 지인을 대동하고 다니라는 조언이 많았다”면서 “이 조언들은 차선책은 될 수 있을지언정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신부가 죄인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 억울하고 너무 서럽다. 똑같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무런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A씨는 해당 관리인이 여러 차례 임신부들을 향해 부적절한 말과 행동을 해서 관할 구청에서 지적을 받았는데도 반성이나 고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일에서 보복성까지 드러냈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을 당한 임신부가 자기 하나만이 아니며, 임신부인 친동생 역시 같은 주차장, 같은 관리인으로부터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보건소에 임신부 주차비 감면 혜택과 관련해 ‘신분증과 산모수첩 확인이 필수냐’고 문의한 결과 보건소에선 “티가 잘 나지 않는 초기 임신부에게 확인을 위해 요구할 순 있지만 배가 많이 나온 산모에게 굳이 확인하려 든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관할 구청 담당부서에 민원을 넣으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A씨가 경찰서에 문의했더니 당시 관리인이 A씨의 신체를 붙들고 억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범죄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어 고소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임신부는 심적 충격이 있을 시 유산 위험이 높아지며, 실제로 당일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을 느꼈고, 당시 출동한 경찰관도 상태를 보고 놀라며 얼른 쉬라며 집까지 갈 수 있겠냐고 걱정을 해줄 정도였다”면서 “그 현장에서 심신의 충격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아기가 잘못됐다면 어땠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 만에 하나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거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임신부가 신체적으로 상해를 입고 태아에 문제가 생겨야만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거냐”라면서 “그 전에 위험을 느끼고 보호를 해달라,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단순히 예민한 산모의 떼쓰기냐”고 반문했다. 6일 오후 현재 해당 청원글에는 1779명이 동의한 상태다 해당 공영주차장은 인천시설관리공단에서 민간에 위탁해 운영 중인 시설로 확인됐다. 공단 관계자는 “과거에도 민원이 접수돼 중재에 나섰는데 최근에 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사업자에게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사과할게” 얼굴 발로 걷어차…17세 여학생, 혼자서 16개 혐의

    “사과할게” 얼굴 발로 걷어차…17세 여학생, 혼자서 16개 혐의

    후배를 상습폭행한 뒤 사과하겠다며 찾아가 쇠징이 박힌 신발로 얼굴을 걷어차는 등 16개 혐의를 받는 10대 여학생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엄상필 심담 이승련)는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상해,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강요행위 등 16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17)양에게 장기 4년~단기 3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매매알선방지 프로그램 이수도 함께 명령했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행을 저지른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쇠징 박힌 신발로 얼굴 걷어차…조건만남 남성 위협미수도 A양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인천의 한 주차장 등에서 후배 여학생 5명을 여러 차례 때리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유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차장 폭행 당시 A양은 후배들의 복부를 발로 걷어차거나 담뱃재를 피해자 머리에 털기도 했으며, 쇠로 된 옷걸이로 목을 조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피해 학생이 고소하자 “사과하겠다”며 찾아갔으나 재차 폭행을 휘둘렀고, 발등 부위에 쇠징이 박힌 신발을 신은 채 피해자의 얼굴을 걷어차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다른 피해 학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뒤 그 대가를 빼앗고, 피해 학생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때리거나 장롱에 감금한 혐의도 받았다. 친구와 함께 조건만남을 빙자해 유인한 남성을 위협해 재물을 빼앗으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무면허 상태에서 렌터카를 몰다가 사고를 낸 상대 운전자 등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도 받았다. 1심 “부모로부터 세심한 보살핌 받지 못해” 1심 재판부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보복상해 등 혐의 사건으로 장기 1년 6개월∼단기 1년을,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 사건으로 장기 3년 6개월∼단기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미 여러 차례 폭행죄 등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고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자중하지 않고 계속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도 용서를 구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은 범행 당시 만 15세의 어린 나이였고 부모로부터 세심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진지한 반성과 적절한 교화를 통해 건전한 구성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대부분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해” 항소심에서도 1심에서 인정된 유죄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다. 다만 항소심에서 보복상해 등의 혐의 사건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 사건이 병합되면서 형량 총합이 다소 감경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매매 강요 행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건전한 성문화와 선량한 풍속을 해친다는 점에서도 불법성과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피고인은 대부분의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피해의 회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은 향후 진지한 반성과 적절한 교화를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 범인 보고 도망간 경찰 논란에 경찰청장 “물리력 과감히 행사”

    범인 보고 도망간 경찰 논란에 경찰청장 “물리력 과감히 행사”

    “경찰이 지켜줄 거란 국민 신뢰 흔들, 변해야”“무기 손에 익게 훈련, 당당히 현장서 법 집행”인천 흉기난동 부실 대응 논란,신변보호 대상자 피살 비난 여론에경찰, 현장서 총기 사용 대폭 완화될듯김창룡 경찰청장이 24일 경찰의 잇단 부실 대응으로 피해자가 숨지거나 중상을 입는 등 최악의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해 비난 여론이 거세자 전국 경찰에 서한을 보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필요한 물리력을 과감히 행사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현장에서 경찰의 총기 사용 등 강력한 범죄자 제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국민이 가장 필요할 때 곁에 없었다”“비통, 안타까워…엄중한 위기 상황” 김 청장의 이러한 지시는 최근 인천 흉기난동 부실 대응과 서울 중구 신변보호 대상자 피살과 관련, 경찰의 대응에 국민적 질타가 쏟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근 인천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흉기를 들고 온 가해자와 마주치고도 현장에서 이탈하거나 피해자의 비명소리를 들었음에도 피해자 가족을 따라 올라가지 않아 결국 피해자가 흉기에 찔려 의식불명에 빠지는 참사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온라인에서는 “3단봉과 테이저건을 소지한 경찰이 범인 1명을 보고도 제압하지 못하고 피해자를 둔 채 현장을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게 제대로 된 경찰이 맞느냐”는 취지의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또 숱한 스토킹 신고와 신변 보호 요청에도 스마트워치 오작동 등으로 끝내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권총·테이저건 예산 확대, 반복 훈련 방침“소신 행위, 개인 피해 안 가도록 보호” 김 청장은 “엄중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동료 여러분께 호소를 드린다. 그 어느 때보다 비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 “두 사건 모두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경찰이 현장에 있지 못했다. 엄중한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순간에도 경찰이 지켜줄 것이다’라는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우리는 변해야 한다. 이것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그러면서 현장 맞춤형 대응력을 최적화하고, 권총과 테이저건 등 무기 장구의 사용과 활용이 자연스럽게 손에 익도록 필요한 장비와 예산을 확대해 반복적으로 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청장은 “현장에서 당당히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확충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면서 “소신을 가지고 임한 행위로 발생한 문제는 개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힘껏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찰이 범인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과잉 대응 문제로 번져 무기를 사용한 경찰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찰청은 현장 대응력 강화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해 26일 첫 정식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신변보호 요청’ 전 여친 스토킹 후 살해김병찬 신상정보 공개 한편 경찰은 이날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병찬(35)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서울경찰청은 오후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 위원회는 개정된 신상공개 지침을 적용해 김씨에게 사전 통지하고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는 절차를 거쳤다. 위원회는 “미리 흉기를 준비해 피해자 주거지에 찾아가 잔인하게 살해했다”며 범죄예방 효과 등을 고려해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일체를 시인하고 감식 결과와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달 19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전 여자친구 A(32)씨를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22일 구속됐다. 이로써 경찰은 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라 언론 노출 시 모자를 씌우는 등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하지 않는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 방지·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상황에 해당하며, 피의자가 청소년인 경우는 제외한다.
  • “전 여친이랑 같이 있을래” 흉기로 찌르고 경찰과 대치한 20대 구속

    “전 여친이랑 같이 있을래” 흉기로 찌르고 경찰과 대치한 20대 구속

    부천의 유흥가에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르고 경찰과 1시간 30분가량 대치한 끝에 검거된 2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10일 살인미수와 특수공무집행방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A(24)씨를 구속했다. 앞서 조은아 인천지법 부천지원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진행한 뒤 “범죄사실이 중대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전날 오전 3시 18분쯤 부천 심곡동 유흥가에서 전 여자친구 B씨의 등 부위 등을 흉기로 2차례 찌르고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그는 당시 함께 있던 B씨 지인 C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A씨의 폭행으로 다친 C씨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A씨는 경찰이 출동하자 B씨를 10분가량 붙잡고 흉기로 위협하다가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했다.하지만 A씨는 이후에도 “자해하겠다”·“전 여자친구 B씨와 같이 있겠다” 며 경찰과 대치하다가 1시간 30분 만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지난 5일 오후에도 B씨의 멱살을 잡거나 벽으로 밀치는 등 폭행해 경찰에 입건됐으며,이날 다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고 흥분한 상태라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A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옛 여친 찌르고 경찰과 2시간 대치한 20대 영장

    옛 여친 찌르고 경찰과 2시간 대치한 20대 영장

    부천의 한 유흥가에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르고 위협한뒤 경찰과 2시간 가까이 대치한 끝에 검거된 20대 남성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살인미수와 특수공무집행방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A(24)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3시쯤 부천 심곡동 한 유흥가에서 전 여자친구 B씨의 등을 흉기로 2차례 찌르고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의 친구인 C씨도 1차례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C씨의 얼굴을 찌른 뒤, 2시간 동안 B씨를 끌고 다니다가 등 부위를 1차례 찔렀다. A씨는 B씨가 병원으로 이송된 뒤에도 “자해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경찰과 2시간 가량 대치한 것으로 파악됐다.경찰은 A씨를 설득한 끝에 1시간 50분 만인 이날 오전 4시 50분께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4일 전인 지난 5일 오후 B씨 주거지에서 B씨의 멱살을 잡거나 벽으로 밀치는 등 폭행해 경찰에 입건됐으나 이날 재차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전 B씨의 사진을 들고 술집 등을 찾아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한 술집에서 B씨를 만나 이야기하던 중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B씨를 위협하며 잡고 있었던 시간은 10분 정도였다”며 “A씨에게 부상자부터 옮기자고 설득해 B씨를 병원에 보냈다”고 말했다.
  • 옛 여친 흉기로 찌르고 경찰과 2시간 자해소동

    옛 여친 흉기로 찌르고 경찰과 2시간 자해소동

    부천의 유흥가에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르고 위협하던 20대 남성이 경찰과 2시간 가까이 대치한 끝에 검거됐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A(24)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3시쯤 부천 심곡동 한 유흥가에서 전 여자친구 B씨의 등을 흉기로 2차례 찌르고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의 친구인 C씨도 1차례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C씨의 얼굴을 찌른 뒤, 2시간 동안 B씨를 끌고 다니다가 등 부위를 1차례 찔렀다. A씨는 B씨가 병원으로 이송된 뒤에도 “자해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경찰과 2시간 가까이 대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과 대치 과정에서 “단둘이 조용한 데 가게 해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경찰은 A씨를 설득한 끝에 1시간 50분 만인 이날 오전 4시 50분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인근 술집에서 B씨를 만나 이야기하던 중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게 부상자부터 옮기자고 설득해 B씨를 병원에 보냈다”며 “A씨가 B씨를 위협하며 잡고 있었던 시간은 길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금요칼럼] 건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다/황두진 건축가

    [금요칼럼] 건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다/황두진 건축가

    인간은 필멸의 존재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불멸을 꿈꾼다. 그럴 때 인간은 무엇을 할까. 우선 종교다. 이승의 유한함에 대한 불안은 하늘나라에서의 영생에 대한 기대감으로 위안받는다. 인간이 육신을 갖고 태어나는 한 이 현상은 영원할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예술이 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생전의 부귀영화보다 사후의 영광을 위해 기꺼이 고난의 길을 간다. 육신은 사라지지만 예술은 남는다. 일종의 문화적, 역사적 영생이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건축이 있다. 이 역시 지난한 길이다. 건축은 종종 엄청난 희생을 요구한다. 개인은 파산하고, 회사는 휘청하며, 심지어 한 나라의 정권이 흔들리기도 한다. 문화재 건축의 후손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우리 조상들이 돈이 넉넉해서 이런 집을 지은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러한 투자와 인내심의 대가는 대체 불가의 가치를 갖는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짓는 과정에서 정부가 바뀌는 곤혹을 치렀으나, 오늘날 호주가 갖고 있는 긍정적 국가 이미지의 상당 부분은 이 건물이 만들어 냈다. 인류의 건축사는 헌신적 노력이 만든 불멸의 사례들로 가득하다.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개항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와 조우하기 시작한 이후, 새로운 문명이 엄청나게 이 땅으로 들어왔다. 물론 건축은 이전에도 존재했으나 교육부터 수련, 실천의 전 과정에 있어서 해체와 재구성을 피할 수 없었다. 개항 150년 정도 되는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한국의 많은 분야가 국제적 반열에 올랐거나 일부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반하여 건축에 대해서는 아직 그렇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물론 일차적으로 건축가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단순 논리로만 접근할 문제도 아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건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이른바 국제 표준을 누리며 산다. 입고 먹는 것의 수준은 상당하다. 세계에서 가장 잘 먹고 잘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말도 있다. 문화, 예술 활동도 활발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투자도 갈수록 늘어난다.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고 취미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믿기 어려울 정도의 풍요가 넘친다. 아웃도어 분야에서는 “왜 동네 뒷산에 가면서 히말라야 복장을 하느냐”는 농담이 흔할 정도다. 정보력과 구매력이 결합돼 벌어지는 사회적 풍경이며, 몇십 년 전에 세계 최빈국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감격적인 성취다. 한국 건축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아직도 상당 부분의 건축이 국제 표준에 못 미치며 (당장 거리에 나가 주변을 둘러보라) 또한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풍조가 있다. 즉 건축에 대한 기대 수준 자체가 높지 않다. 이 모든 것은 극단적인 ‘가성비 게임’의 결과다. 법과 제도에서 말단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허술함이 구석구석에서 얼굴을 내민다. 관련 규정이 없어 심지어 공동 주택에서도 6미터 이상의 긴 막다른 복도가 예사로 만들어진다. 불이 났을 때 인간의 본능에 근거해 디자인된 방화문 전용 손잡이를 사용하는 사례는 손꼽을 정도다. 어차피 오래갈 것을 전제로 짓지도 않았기 때문에 건축은 완공 직후부터 빠르게 낡아간다. 이 나라의 교육열과 문화적 욕구와 경제력을 감안했을 때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총체적 기준 미달이다. 이제 목표는 단순하다.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건축을 만드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제 한국은 여러모로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제대로 지어서 후대에 전합시다’라는 말과 생각이 일상화돼야 한다. 그리고 그 혜택은 온 사회구성원에게 돌아간다. 그것이 건축이 갖는 최고의 미덕이다. 좋은 건축은 다른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로 삶의 유한함을 넘어서려는 인간과 사회의 중요한 목표다.
  • 700년 명맥 끊긴 고려불화…40년 혼 담은 붓으로 환생

    700년 명맥 끊긴 고려불화…40년 혼 담은 붓으로 환생

    부처의 몸을 감싼 하얀 사라가 투명하다. 살결과 피부선은 물론이고 안에 입은 천의(天衣) 색깔이 다 비쳐 보인다. 정교하게 수놓은 금빛 문양은 화려하다. 복사빛 얼굴에 가늘게 뜨고 내려다보는 눈빛과 옅은 수염이 자애롭다. 보는 이의 시선을 자꾸 잡아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보는 위치에 따라 부처의 표정이 살짝살짝 변하는 것도 묘미다. 섬세하면서도 화려하고 기품 있는 모습은 분명 고려인의 얼굴이다.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제1전시실에서 만난 ‘수월관세음보살도’다. 월제 혜담 스님이 조성한 고려불화(高麗佛畵)로, 스님은 700여년간 명맥이 끊어진 고려불화를 재현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스님의 작품에 대해 세계적인 종교석학 루이스 랭커스터 UC버클리대 명예교수는 고려불화의 “부활”(revive)이라고 평가했다. 혜담 스님은 강원 속초시 노학동 계태사의 주지이자 고려화불연구소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스님은 자신의 작품을 고려불화라고 하지 않고, 고려화불(畵佛)이라고 부른다. 부처를 그린 그림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나투신 부처라는 의미다. -스님은 국내보다 프랑스에 더 많이 알려졌다. “2014년부터 해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어 왔다. 루브르 첫 전시회에 앞서 어느 여름날, 프랑스의 대학 교수와 화가들이 계태사까지 찾아와 작품들을 보고, 내가 직접 그리는 모습까지 보더라. 외형만 따라 그리는 모방화가 아니라 고려불화의 전통 기법과 안료를 그대로 복원해 똑같은 과정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인정받았다. 이런 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았고, 해마다 루브르박물관의 초청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코로나19로 루브르가 문을 닫아 전시하지 못했다. 중국에서도 전시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한다. 코로나19가 뿌리 뽑히면 갈 생각이다.” 고려불화는 고려 문화의 정수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화려함과 정교함은 세계 미술사에서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고려 말기인 1270년부터 약 120년에 걸쳐 집중적으로 제작됐다. 이때는 몽고의 침략으로 고려 조정이 강화도로 피란 가 있던 시기와 겹친다. 외침이 많아 수많은 살생이 자행되다 보니 그 죄를 참회하고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자 불화를 많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불화 대다수는 왕실과 귀족의 후원 아래 제작됐다. 이 때문에 색채가 화려하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아교에 금가루를 개어 섬세한 찬란함을 더하고, 비단 후면에 안료를 두껍게 칠해 앞으로 배어 나오도록 하는 배채법(背彩法)으로 깊이가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한마디로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서양 종교화들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렸지만, 고려불화는 천연 안료인 석채로 비단에 그려 정교하고 은은하다. 700여년 전 고려시대의 그림인 불화를 복원한 것이라는 설명에 관람객들이 ‘어메이징’을 연발하던 것이 기억난다. 고려불화가 서양인에겐 낯선 종교화지만 예술성이 높기 때문에 그들도 공감하더라. 고려불화가 서양의 종교화 절정을 이룬 르네상스보다 200년 이상 앞섰다는 것에도 놀라워한다.” 안경 너머 스님의 얼굴은 해맑았다. 인터뷰 중간중간 스님은 손수건으로 눈을 닦았다. 희뿌연 막이 끼여서 잘 보이지 않는다며 전시회가 끝나면 안과에 가 보겠다고 했다. -현존하는 고려불화 대다수는 일본에 있다. “고려불화는 현재 180여점이 전한다. 이 가운데 국내에 남은 것은 10여점에 불과하다. 160여점이 일본에 있다. 일본은 불교 국가도 아닌데 많이 가져가 고려불화의 예술성과 희소성을 알아보고 국보급 문화재로 지정했다. 처음 루브르에서 전시할 때 서양인들이 고려불화를 일본 문화로 잘못 알고 있더라. 그래서 한국 불교 예술의 정수라는 점을 국제학술대회 등에서 강조했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국제행사에서 일본인들이 나를 보면 슬금슬금 피하는 것 같더라.” 스님이 일본 이야기를 할 땐 목소리가 높아졌고, 톤도 빨라졌다. 고려불화는 고려 전에도, 후에도 제작된 적이 없는 미술 사조다. 조선시대엔 억불 정책과 함께 불교 미술이 쇠퇴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산속으로 쫓겨난 절에서조차 불화를 가지고 있을 수 없었는데 민가의 불화는 오죽했을까. 성리학이 지배하던 조선시대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불화는 불온서적처럼 터부시됐다. 그러면서 조성 기법은 사라졌고, 남아 있는 고려불화는 유실되거나 약탈됐다. -언제부터 고려불화 재현에 나섰나. “스무살 무렵이었을까, 책에서 우연히 수월관음도 사진을 보고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막상 그리려고 하니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재료나 자료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당시 절에는 일종의 벽화인 탱화만 보존되고 있을 뿐이었다. 인물화를 잘 그린다는 손재주만 믿고 고려불화에 도전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전복 껍데기와 진사를 개어 간 안료에 아교를 묻혀 비단에 칠했지만 잘 붙지도 않았고, 붙은 것은 안료가 마르면서 덩어리져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역설적이게도 스님에겐 일본인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일본 박물관의 부관장이던 오야마 노리오가 수십년간 모았던 고려불화 사진과 복원에 필요한 문헌 자료 등을 보내 줬다. 그 뒤 고려불화는 수십년의 시행착오 끝에 혜담 스님의 손끝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 스님이 재현한 고려불화는 단순히 불교 미술을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잊혀진 역사의 단층을 발굴해 낸 것이다.-요즘엔 하루에 얼마나 작업하나. “옛날엔 하루 17~18시간씩 방 안에서 꼼짝 않고 앉아서 그렸다. 붓을 잡으면 일체의 망상이 다 사라진다. 그렇게 한 40년을 그렸다. 요즘엔 체력이 부쳐서 12시간 정도 그리면 어질어질해진다. 고려불화를 조성하는 것이 나에겐 수행이고 기도이자 화두(話頭)를 붙잡고 늘어지는 참선이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5.5m 크기의 대작 ‘오백나한도’는 완성하는 데 2년 6개월이 걸렸다. 수월관음도는 3년이 걸렸다. 그동안 조성한 작품은 300여점이다. 불화 조성이 완성되면 내 손으로 그린 것이라고 믿기지도 않고, 희열이 넘쳐난다. 방 안을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기쁘다.” -그림은 누구에게 배웠나. “사실 그림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예닐곱살 때 어머니에게 화가가 되겠다고 했다가 ‘여자 환쟁이는 안 된다’며 반대하셨다.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출가 이전 소녀 시절에 기독교의 성화 등을 따라 그리기도 했다. 출가한 초심자 시절 토굴에서 수행 정진하던 어느 날 참선 자세로 맞은 일출 속에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고려불화 재현에 매달려 왔다. 고려불화는 배워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전생에서 하던 습성대로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차원에서 스님은 스스로를 고려화불 계승자로 여긴다. -700년간 단절된 문화유산을 복원했다. 이젠 후학 양성도 중요하다. “제자들을 10여년 전에 모두 돌려보냈다. 당시로선 30여년간 고려불화 재현에만 매달린 나도 먹고살기 힘들더라. 그래서 스님으로서 젊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라고 했다. 월급도 못 주는데 시간도 뺏고, 신세도 망치는 것 같아서…. 목숨 바쳐서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제자는 두지 않고 있다. 여망이 있다면 불화를 공부하는 이들을 위해 작품을 전시할 작은 전각을 하나 마련했으면 한다.” -요즘 고려불화 붐이 일고 있다. 대학에서도 가르치고, 시내의 사찰에서도 고려불화반이 있다. “학생들이 전시회에서 와서 사진을 많이 찍어 간다. 그대로 따라 그려 어느 전시회에 출품했다가 입선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도 좋다. 그림은 훌륭하게 잘 그렸지만 혼이 담기지 않으면 불화가 될 수 없다. 혼이 담기려면 그리는 내내 세상 사람들을 위하겠다는 부처가 돼야 하고, 보살이 돼야 한다. 학생들에겐 어질게 살아야 혼이 담긴 그림이 나올 수 있다고 한마디 해 준다.”
  • 순천 ‘달밤 야시장’ 아직도 안가봤다고요?

    순천 ‘달밤 야시장’ 아직도 안가봤다고요?

    “입소문 듣고 왔는데 생각 이상으로 사람들도 많고, 볼거리도 풍부해 놀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먹을거리도 많고, 체험 장소도 많아 손주들도 아주 좋아하네요.” 26일 오후 8시 ‘순천만 달밤 야시장’에서 만난 조모(67·해룡면)씨는 “우리 지역에도 여수 낭만포차 처럼 저녁에 즐길 장소가 생겨 아주 기분이 좋다”며 “활기가 느껴지고, 순천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도록 응원하겠다”고 엄지를 척 세웠다. 순천시가 지난 15일 순천만국가정원 건너 오천지구 저류지에 개장한 ‘순천만 달밤 야시장’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 개장하면서 우려도 있었지만 동천 산책길에 들른 시민과 관광객들이 긴줄을 이룰 만큼 성공 정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순천만 달밤 야시장’은 체류형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푸드트럭과 푸드 트레일러 23대, 공예와 직거래·체험이 가능한 플리마켓 21개, 중고장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버스킹, 댄스, 마술 등 문화공연도 열린다. 넓은 잔디밭과 호수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 캠핑 감성의 조명과 텐트 등이 배치돼 있어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여수를 대표하는 ‘낭만포차’처럼 푸드트럭은 일자리와 수익창출을, 관광객과 시민은 순천의 또 다른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흥행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사전운영을 시작한 순천만 달밤 야시장은 평일 300~400명, 금토일은 1000여명이 방문하고 있다. 손님들이 몰리면서 벌써 운영자 추가 모집 문의도 늘고 있다. 박정용(59) 야시장 상인회장은 “시에서 모집 공고가 났을때 장사가 될까 망설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호응이 높아 입점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인들 모두 밝은 얼굴을 보이고 있고, 전체적으로 반응도 아주 좋다”고 웃음을 보였다. 박 회장은 “한국 최고의 야시장을 만들기 위해 맛과 친절에 더 유념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생태수도에 걸맞은 깨끗하고, 가족들이 즐겨 찾는 도심속 피크닉 장소가 되도록 힘써 나갈것이다”고 각오를 보였다. 야시장은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에 따라 월요일(휴무)을 제외한 화~일요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는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문을 연다. 5분이내 거리에 있는 저류지 주차장은 984대를 수용, 주차 공간이 풍족하다. 시는 운영자들에게 차량개조비 1600만원을 지원했다. 기간은 오는 2023년 12월까지다. 시는 추가 문의가 많을 경우 푸드트럭을 50대까지 늘릴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주차장에서 걸어오는 길 주변에 5억원을 들여 경관 조명을 설치하는 등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며 “순천만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을 잇는 시의 대표적인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차별 없는 세상 우리 함께 만들어요” 모두가 행복한 금천의 ‘장애인 사랑’

    “차별 없는 세상 우리 함께 만들어요” 모두가 행복한 금천의 ‘장애인 사랑’

    “다리가 불편한 친구에게 제가 발이 돼 주고 싶어서 이렇게 그렸어요.” 서울 금천구 금나래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동하(9)군은 도화지 한가득 친구 얼굴과 몸을 그리고 친구의 왼쪽 다리에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작품의 제목은 ‘내가 너의 다리가 될게’다. 금산초등학교 노연욱(9)군은 자신의 그림을 “커다란 코끼리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에서 다리가 불편한 친구, 눈이 안 보이는 친구, 소리를 듣지 못하는 친구들과 서로 도우며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금천구가 오는 31일까지 금나래 중앙공원, 독산역, 지역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 금천구 곳곳에 ‘눈부신 복지세상 인식개선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을 현수막으로 만들어 전시한다고 17일 밝혔다. 구는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날에 맞춰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행사 규모를 줄이고 비대면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현수막에 있는 QR코드를 인식하면 온라인으로도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 12일에는 금천 금나래아트홀에서 장애인의날 행사가 조촐히 열렸다. 지역 주민, 장애인 가족, 장애인 단체장 등 대다수가 유튜브와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을로 행사를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간소한 행사로 진행하게 돼 안타깝다”며 “내년 봄에는 일상을 회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마스크를 벗고 함께하는 축제의 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렬 금천구 시각장애인협회 지회장은 영상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장애인들이 종합복지관이나 장애인 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주로 집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어 평소보다 더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며 “다 같이 힘내서 어려운 시기를 이겨 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 구청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누구보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금천을 만들기 위해 어울림복지센터 건립, 장애인 일자리 사업, 장애인 경제적 자립과 재활지원 등 다양한 복지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장애인이 행복하고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저변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천구는 이동 약자를 위해 약국, 미용실, 어린이집 등 소규모 시설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동네방네 행복한 문턱 없는 도시 만들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 한국문학 100년의 문장들, 바다 메워 지은 근대 창고 자리에 오롯이

    한국문학 100년의 문장들, 바다 메워 지은 근대 창고 자리에 오롯이

    “인천까지 가는 동안에 허영은 매우 흥분한 모양으로 도무지 안접을 못 하고, 앉으락 일락 순옥의 마음을 기쁘게 해 볼 양으로 애를 썼다. …그러나 시오유 호텔에 다다라서 바다를 바라보는 삼 층 남향방을 점령하고 앉아서부터는 허영은 새로운 기운을 내었다.”(이광수 소설 ‘사랑’ 중에서) 살면서 한 번쯤은 그때의 이야기를 할 자리가 있게 될 줄 알았지만, 이 지면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굳이 해야 한다면 이곳만큼 그 이야기가 어울리는 자리도 없겠지 싶다. 20년 전, 나는 충남 홍성의 군민체육관에서 ‘KBS 도전 골든벨’의 18번째 문제를 풀고 있었다. 세 가지 중에서 공통되는 한 단어를 쓰라는 문제였다. “영화 개막식의 다른 말, 이인직의 신소설 제목, 스케이팅하는 얼음판을 달리 이르는 말.” 당시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손미나 아나운서의 멘트를 듣고는 정말이지 뇌가 하얗게 얼어버린 느낌으로 멈춰 있다가 ‘빙’이라는 글자를 적었고, 내 옆 친구는 ‘판’이라고 쓴 것까지 본 것이 그날 내 ‘도전’의 마지막이었다. “그럼 둘이 합치면 빙판이냐!”던 다른 진행자였던 김홍성 아나운서의 말이 얼음 가루처럼 우리의 머리 위에 흩뿌려졌다.문예반 지도교사였던 이정록 시인이 녹화장 한쪽에 앉아 있다가 하필 문학 관련 문제에서 떨어진 우리들을 무척 창피해하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광천 새우젓이 왜 은가루를 뿌리며 선생님 눈에 붙어 있었는지. 그 후로 얼마간 선생님의 새우 눈이 뿜어낸 짠 농담의 눈빛을 받아내야 했다. 은반 위를 한없이 미끄러지던 기분으로 신소설과 이인직을 미워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내가 골든벨에서 떨어진 것이 마치 이인직이 100년 전에 신소설을 썼기 때문인 것 마냥 미워하고 또 미워했다. 왜 그랬을까. 어떻게든 핑계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을까. 인천에서 이인직을 만난 순간에 그때의 일이 떠올랐고, 도전 골든벨이 ‘한때 도전했던 나의 실버벨’이 된 기억이 얼음 가루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런데 왜 하필 신소설의 거장 이인직은 인천을 배경으로 소설을 썼나. 1876년에 맺어진 강화도 조약까지 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의 일환으로 1883년에 개항된 인천에는 개항 당시부터 외국과 오가는 국제정기항로가 있었고, 외국인들의 조계지와 여러 나라의 공사관이 존재했다. 대한제국 시기에 하와이와 멕시코 이민은 모두 인천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 시기 소설의 주요가 바로 ‘신소설’이었고 이인직과 이해조, 육정수 등의 작가들이 인천을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인천의 개항은 조선이 농경사회에서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 바뀌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임금 노동을 하며 일을 한 만큼 돈을 받는 세계로의 진입이야말로 모든 것들의 전회가 이루어지는 순간이 아닌가. 임금 노동은 항구와 항만에서 가장 먼저, 제일 많이 생겨났다. 그리하여 인천은 항구에서 일을 하고 돈을 받는 ‘노동자’들이 생긴 주요 도시가 되었다. 1896년 인천에 미두취인소가 생긴 것이 그 말을 증명한다. 미두취인소는 오늘날의 증권 거래소와 유사한 곳으로, 일확천금을 노린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든 것은 당연지사. 1930년대 일제가 대륙 침략을 본격화하면서 인천의 항구는 그야말로 경공업과 중공업을 총망라한 공장들이 대거 들어섰고,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몰려와 터를 잡고 생계를 이어 나갔다. 이때의 인천의 모습이야말로 무척 ‘소설적’인 것들이 아니었을까. “조선의 심장 지대인 인천의 이 축항은 전 조선에서 첫손가락에 꼽힐 만큼 그 규모가 크고 또 볼 만한 것이었다. 축항에는 몇 천 톤이나 되어 보이는 큰 기선이 뱃전을 부두에 가로 대고 열을 지어 들어서 있다.”(강경애 소설 ‘인간문제’ 중에서)국외로 나아가는 통로가 된 항구와 돈과 노동력이 몰린 인천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자 모든 것들이 혼재된 도시였다. 그러니 소설의 배경이 되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강경애의 ‘인간문제’는 농업 사회에서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의 변화와 인천의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이광수의 ‘재생’은 ‘갑작 부자’를 노리고 인천에 왔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마는 사람들을 보여 주고 있다. “과연 여러 가지 사람이 미두판에 모인다. 망건을 도토리같이 쓴 학자님 같은 이가 있으면, 얼굴이 볕에 그을린 농부 같은 이도 있고, 십수 년간 서양이나 다녀온 사람 모양으로 양복을 말쑥하게 차린 사람도 있고, 기성복에 기성 외투에 풀이 죽은 옷을 질질 끄는 시골 협잡꾼 같은 이도 있고… 이렇게 거의 모든 계급 모든 종류 사람들이 갑작 부자를 바라고 모여드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이광수 소설 ‘재생’ 중에서) 월미도가 있는 인천은 전국 최고의 관광 휴양지였다. 1917년 해수욕장, 1923년 해수 온천인 조탕이 개장하면서 월미도는 ‘인천은 몰라도 월미도는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선 최고의 관광지였다. 또 월미도는 벚꽃 명소로도 유명했는데, 1920년에는 경인선에 특별 벚꽃열차가 운행되어 상춘객들을 실어 날랐다. 시인 이상도 미두취인소 주변에서 한동안 기거했다고 한다. 월미도와 미두취인소 곁을 오가던 이상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김말봉의 소설 ‘밀림’도 만나게 된다. 서울 상류층들이 인천에 별장을 짓고 해수욕을 즐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근대의 ‘휴양’이라는 개념이 이곳에서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만해 한용운의 소설 ‘박명’에도 월미도의 여러 면모를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인천은 전쟁 중에는 인천상륙작전의 주요 격전지였으며, 전쟁 후에는 미군이 진주한 곳이자 많은 피난민들이 정착해 새로운 삶을 살아간 곳이다. 오정희의 대표작인 ‘중국인 거리’가 중국 차이나타운 일대를 그려냈다. 이원규의 ‘포구의 황혼’은 소래포구와 연평도 근해 접경지를 배경으로 가족을 북에 두고 단신으로 남쪽에 내려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수도권 굴지의 산업단지이자 공장지대가 밀집한 인천은 한국 노동운동과 그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산업화와 환경오염, 빈민들의 생활상을 처참하게 그려내었다. 또한 정화진의 ‘쇳물처럼’과 방현석의 ‘새벽출정’은 인천에서 실제로 일어난 노동 운동의 투쟁 과정을 겪은 작품들이기도 하다. 인천이 처음으로 등장한 이인직의 소설 ‘혈의 누’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신소설 ‘은세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왔다. 모두 다 인천의 근대문학관이 주요 작품들을 연대기 순서대로 보기 쉽고 또 한눈에 들어오게끔 정리를 잘해 둔 덕분이었다. 인천의 원도심인 개항장의 근대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한국 근대문학관은 본관과 기획전시관, 수장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관의 상설전시장에서는 1880년대 근대계몽기부터 1948년 분단에 이르기까지 한국근대문학의 역사적인 흐름을 잡지 형태로 구성하여 관람객들이 보다 쉽게 문학의 근대 역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본관 2층의 북콘서트 장이자 도서관의 문을 열면 넓은 공간과 함께 밖이 보이는 창문이 나오는데, 예전에는 바로 그 앞까지 바닷물이 차올랐다고 한다. 수천권의 책들이 바다였던 자리를 메꾸고 있다. 옛 창고의 모습을 그대로 둔 채 그곳에 문학의 역사를 부려 놓았다. 바다였던 자리에, 파도 소리들을 고스란히 담은 책등들을 세워 둔 채 매일 오가는 사람들을 맞고 있다. 인천의 산 역사다. 신소설과 도전 골든벨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인천을 한 바퀴 돌아왔다. 차이나타운에서 배를 든든히 채우고 근대문학관을 들러 100년도 훨씬 전에 쓰여진 옛 이야기들의 흥취와 작가들의 삶에 흠뻑 취한 다음에 월미도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의 문장들이 백년 동안이나 ‘나’를 기다렸다고 생각하며, 기꺼이 한 번쯤은 그곳에 눈과 마음을 맡겨 보는 것도 괜찮겠다.나는 이제 ‘짬뽕’스러운 것들이 비단 음식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모두가 복닥하게 모여든 인천과 월미도도, 그때쯤 쓰여진 문장들과 그곳에서 살다간 사람들 모두가 그러했겠다고 짐작할 수도 있게 됐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신소설’과 ‘은세계’를 더이상 원망하지 않는다. 이러기까지 20년 걸렸다는 사실을 인천이 일깨워 주었다. 철 모르던 그때의 나도 짬뽕 국물 속에 섞여 들어가는 곳이니 바다와 인천은 얼마나 힘이 큰가. 그래서 오늘의 점심은 짬뽕이다. 곱빼기라는 말은 여기에 꼭 쓰여야겠지! 소설가 이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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