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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매일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광어(I)

    횟감은 오자마자 회쳐지는 놈도 있지만,물을 다시 갈아줄 때까지 사는 놈이 있다.아니 한 번도 수족관이 텅 빈 적이 없으니 줄곧 운 좋게 살아온 놈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회를 친다.면장갑을 낀 다음 공들여 숫돌에 칼을 갈고,뜰채를들고 수족관 안을 들여다본다. 회를 치려면 칼이 제일 중요하다.모든 것은 내 손이 하는 것이 아니라 칼이 한다.살을 바를 때는 칼의 느낌이 중요하다.가시,그 놈들의뼈 위로 살짝 살을 남겨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가시에 칼을 붙이고살을 바르면 그놈들도 고통스러워하기 때문에 살을 살짝,아주 살짝남겨 놓아야 한다.그러면 그놈들 대부분이 자기가 회쳐지고 있는지모르게 된다.그것들의 살만 바른다면 말이다.그 느낌,살만 들춰내는칼의 느낌이 중요하다. 놈을 고르지만 선뜻 눈에 들어오는 놈이 없다. 칼이 자기 몸을 후비는 것을 느끼는 놈들도 있다.그놈들은 내장을 다친 경우이다.내가 칼의 느낌이 좋지 않은 날,살짝,아주 살짝 내장을건드린 경우에 그놈들은 칼의 느낌을 안다.그러면 그놈은 나를 노려보며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쉰다.소리는 나지 않지만 내장 밖으로바람이 새는 소리가 가냘프게 느껴진다.그런 경우에는 무채를 수북히,깊숙이 쌓아준다.나는 바람 새는 내장이 차가운 접시 바닥에 닿는것을 원치 않는다.아주 살짝이지만 그래도 그놈들은 곧 죽는다.나에게 있어 살짝은 그놈들에게는 치명적인 것이다. 당신과 몸을 섞은 날 이후로 내 몸에도 그 바람이 지지 않는다.나약한 바람,물고기들이 죽기 전에 내뱉는 그 바람이 내 몸 위를 떠다닌다.간혹 나뭇가지에 앉거나 공지천 물위로 스미고,중도에 가서 되돌아오는 바람이 말이다.그것은 내게 서늘함을 준다.대금에서 떠도는소리와 같은 서늘한 바람을 말이다.당신은 대금과 같다.거대하고 새까만 구멍을 지니고서 그곳을 지나야지 소리가 나는 대금과 같다.하지만 당신은 방금,당신의 자궁 속으로 스쳐간 바람을 기억하지 못할것이다.당신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 회를 치려면 칼도 중요하지만 면장갑이 꼭 필요하다.펄떡이는 심장을 벗어나지 못하게 떨어지는 살점이 미끄러지지 않게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살과 살은 언제나 미끄럼이 있다.한 손에는 뜰채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수족관의 물을 휘휘 저어본다.곧 물을 갈아야 할 것 같다. 수족관 속의 물도 고여있기는 이곳,춘천의 많은 호수나 댐과 마찬가지이다.물이 쉽게 썩는 것은 아니지만 고기들은 때때로 민감하다.수족관은 이단으로 되어있는데,위에 있는 어항의 물이 관을 타고 밑으로 떨어져 아래 어항의 밑바닥에서 다시 솟구치고,떨어진 물은 다른관을 타고 다시 위로 올라간다.수족관 속의 물은 고여있지만 끊임없이 안에서 돌고 돈다.그나마 물이 돌고있기 때문에 고기들이 제법 살아주는데,대부분은 그곳이 어항인지 알아차리고서 오래 살아주지는않는다.어류에 따라서도 제 각각인데 성질이 사납고 활동적인 놈들이 제일 먼저 죽는다. 나는 계속 수족관 안을 들여다보며 회쳐질 놈을 고르고 있다.뜰채로한 놈을 건져 올렸다.우럭이다.몸에 상처가 많은 놈이다.물 안에서상처는 곧 죽음이다.이놈은 오늘밤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우럭은 성질이 사나워서 어항 안에서도 제일 먼저 죽는다.손님에게 주문을 받을때도 우럭의 상처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손님은 신선하고 싱싱한우럭을 회로 떠서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상처투성이 우럭을 회로 떠서 먹는다.상술이 생각나니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나는 다시 고민스럽다.당신은 이 한 마리를 통째로 삼킬 줄을 모르니 말이다.이놈은 반을 회치기 전에 죽을 놈이고,물을 갈아주기 전에도 죽을 놈이다.나는 우럭의 상처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당신에게 상처 많은 놈을,신음에 겨워 죽음을 눈앞에 둔 놈을 당신에게 주고 싶지 않다.물 속으로 살짝 우럭을 놓아주고 어항 구석에 배를 깔고 모른 척,죽은 척 가만히 엎드려 있는 광어를 잡는다.유유히 한 번,두 번 그물을 벗어나지만 그래봤자 고여있고 좁은 물인 것을,곧 광어는 쉽사리 뜰채 안으로 들어온다.나는 물 밖으로 광어를 꺼내어 부엌 바닥에 내동댕이친다.얌전하고 묵직했던 광어는 부엌 바닥을 뛰어다니기 시작한다.하지만 나는 난감해 하지 않는다.굵은 칼등으로 녀석의 정수리를 살짝 친다.녀석은 꼬리를 휘었다가 곧 기절한다.나는 칼로 광어의 꼬리에 상처를 살짝내둔다.꼬리를 자르면 광어도 같이 죽으니까 끊어지지 않게 살짝 흠집을 내야 한다.그래야 회를 뜨기가 수월해지고 먹기도 좋아진다.처음에 나는 이것을 알지 못했다.기절한 얌전한 놈을 회치다가 깨어서 펄떡거리는 놈들 때문에 애를 먹은 경우가 여러 번이다.손님 밥상 위에서 깨어 펄떡거린 적도 있다.그 우스웠던 광경을 생각하니 나는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고기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저항과 힘은 꼬리에 있다.이 힘을,꼬리를 제압하면 그 다음은 칼이 한다.내 손이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칼이 모든 것을 해치운다. 당신이 마취에서 깨어 방바닥을 뒹굴고 있지 않을까 마음이 조급해진다.칼로 광어의 등선을 따라 선을 긋고 그 선 사이로 칼을 집어넣는다.광어의 하얀 살점이 보이기 시작한다.가시에 살짝 살을 남기며 살과 가시 사이를 점점 벌린다.칼의 느낌이 좋다.이놈은 꽤 오래 살아줄 것 같다.한 쪽 살을 다 바르고 뒤쪽의 나머지 살도 바른다.내장을 건드리지도 않았고 보기 흉한 피도 한 방울 살점에 묻어나지 않았다.기분이 좋아진다.나는 가시와,머리와,잘린 꼬리만 남은 광어를 접시에 담는다.이제 마지막으로 신경 쓸 부분이 남았다.비늘을 벗겨내는일이다.비늘 쪽을 도마에 붙이고 꼬리 쪽 살을 흠집 내어 비늘 위에서 칼을 멈춘다.이것도 마찬가지로 비늘 위로 살짝 살을 남겨 놓아야 한다.살점에 비늘이 묻어나면 피가 한 두 방울 묻어 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먹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준다.칼을 비스듬히 뉘이고,꼬리 쪽에 붙은 살점을 잡고 당긴다.기분이 좋아진다.한번에 껍질이 모두 딸려 나왔다.비늘이 있었던가 의심스럽게 살점이 투명하고 하얗다.오늘은 칼의 느낌이 더없이 좋다.당신에게 빨리 달려가고 싶다.접시 위에 머리와 꼬리만 보이게 하고 횅한 가시는 무채로 덮어 버린다.한쪽살을 아주 얇게 칼을 뉘어 썰고 무채 위로 보기 좋게 담는다.녀석이입을 벌리고 힘겹게 숨을 쉰다.초밥을 주무르고,타원으로 주무른 초밥 위에 살점을 얹어 다시 한 번 꼭 쥔 다음,다른 접시에 담는다.녀석이 아직도 숨을 쉬고 있다.레몬 즙을 살짝 바르자 창백한 당신 얼굴이 하얀 살들과 겹쳐진다.당신이 보고 싶어진다. 나는 당신에게 가려고 버스를 탄다.당신에게 가는 길옆으로 춘천의많은 물들이 펼쳐져 있다.넓은 호수를 끼고 돌면 미군 캠프가 나오고,캠프 담 건너편에는 유곽들이 줄지어 늘어 서있다.때때로 그곳에서햇빛을 쬐는 늙은 창녀들을 보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당신의 늙은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간혹 그녀들이 우리 가게를 찾기도 한다.아침부터 저녁까지 비바람 몰아치는 날들이었는데,그날이 그녀들이 쉬는 날이라고 했다.그녀들은 비바람이 억수같이 몰아쳐야지 사내들은 자기들을 잊어버린다고,우스갯소리를 하며 광어와 소주를 마시면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그때 나는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라며 맞장구를쳤다.비가 오면 회를 찾는 사람이 적다.아무도 펄떡거리는 생명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는데,유독 그녀들만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것이다.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당신도 찾아와 초저녁부터 술을 마신다.나는 당신에게 말한다.매일 술을 먹으니 하루는 쉬고 차를 마시라고 말이다.당신은 오늘만 당신이 마시고 싶어 마신다고 말한다.그렇지만 내가 내주는 커피도 마다하지 않는다. 유곽 옆으로는 춘천역이 있다.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당신은 나에게기차를 타고 멀리 떠나자고 말한다.당신은 기차를 아직 타본 적이 없다고,기차를 타면 기찻길 끝까지 가자고 말한다.나는 당신에게 기차를 태워 주고 싶다.춘천 위로는 기찻길이 없으니 천상 내려가야 하는데,길을 따라가다 보면 서울이 나온다.당신과 나는 그쯤에서 겁을 먹고 기차 탈 생각을 접는다.당신도,나도 이곳 춘천 말고는 익숙한 곳이 없다. 춘천역을 지나자 소양 댐으로 가는 샛길이 나타난다.소양 댐에는 배가 뜬다.유람선이 아니고 사람과 차를 실어 나르는 배가 말이다.당신은 언젠가 저 배도 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넘어가고 싶다고 말이다.나는 호수 건너도 춘천이라고 말했다.사실은 아니다.호수를 건너면 산이 가로막고 그 대신 양구로 넘어가는 46번 도로가 나온다.한여름에 내 기억은 46번 도로를 타고 넘어가 군에서 보낸 그곳의 한겨울에 머문다.어쨌든 그곳도 막혀있기는 마찬가지이다.물과 산과 한가지 더 눈으로 막혀있으니 말이다. 버스는 내가 내릴 정류장에 멈춘다.당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마취에서 깨면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나는 속으로 휘파람을 분다. 나는 천천히 배현수 산부인과의 문을 민다.간호원이 두 명 있다.그녀들이 환자의 이름을 내게 묻는데 당신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미스 정,당신의 이름이 미스 정이었던가 착각이 든다.나는 당황한다.나는 누군가 내게 질문을 하면 머리를 긁적이는 버릇이 있다.상대는 그것이 내가 아둔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아둔해 보이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스 정만 외친다.간호원은 나를 데리고 회복실로 간다.회복실과 입원실의 차이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회복실 앞 203호 입원실에서 임산부가 나온다.그녀의 배가 흥부전에서 나오는 보물이 가득 들어있는 박과 같다.나는 그녀의 배가 우스워서 고개를 숙인다.내어머니가 나를 임신한 배를 상상한다.그 안에 있었을 나를 상상한다. 웃음이 나오려고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짧은 찰나 나를 아래위로 훑은 그녀의 눈과 마주친다.결국에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나는 회복실 문을 연다.그러고는 등을 돌리고 누워 있는 당신을 본다.보고싶었던 당신을 본다. “미스 정.”목소리가 내 귀에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다.당신을 보니 휘파람도 사라지고 힘이 빠진다.당신은 벽 쪽을 보며 잠을 자고있다.나는 가지고 온 회가 담겨있는 접시를 바라본다.언제 죽었는지모르게 광어는 죽어 있다.가시 위로 덮여진 무채도 색이 변하려고 한다.아무래도 랩으로 싸고 얼음을 채울 것을,나는 후회한다.광어가 죽었다.오래 살 것 같았던 광어가 죽었다.회를 칠 때 좋았던 칼의 느낌이 생각난다.당신이 입고 있는 하얀색 추리닝을 본다.하얀 추리닝의엉덩이 부분에 피가 조금 배어있다.하얀 살점에 묻어 나온 피와 비늘과 같다.칼의 느낌이 좋지 않은 날,광어의 내장에서 묻어 나온 피와같다.당신은 꼼짝도 않고 벽을 보며 자고 있다.당신은 광어와 같다. 죽은 척,모른 척 배를 깔고 엎드려있는 광어와 같다. 나는 당신에게 가까이 간다.제일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귀를 뚫은 구멍이다.귀걸이를 차는 구멍 말이다.나는 귀밑으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준다.한 가닥도 내려오지 않게 여러 번반복한다.당신의 머리가 가지런하다.나는 가지런한 머리가 보기 좋아 머리 전체를 쓸어 넘긴다.당신의 머리에서 좋은 냄새가 묻어난다.다시 휘파람이 나온다.당신은 뒤척이며 나를 본다.언뜻 웃는 것도 같다.당신의 감은 눈을 본다.당신은 내가 온 줄 아는 것 같다. 당신의 쌍꺼풀 없는 눈이 나는 좋다.당신은 내 눈과 같이 눈꼬리가밑으로 쳐지지 않아서 슬퍼 보이지는 않는다.슬프지 않은 당신의 눈이 좋다.당신의 감은 눈이 퍽 길게 느껴진다.파르르 떨리기도 한다. 혹시 당신,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꿈속에서 춘천을 떠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이 인다.나는 당신 꿈속으로 끼여들고 싶어진다. 나는 당신이 깨어나기를 기다린다.당신의 이마에 땀방울이 배어있다. 당신이 임신한 것을 알고,병원에 가겠다고 나에게 말을 한 날이 생각난다.당신은 진정으로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아이를 지우는것은 잘 가꾼 머리를 갑자기 미련 없이자를 때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내 어머니도 나를 가졌을 때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모르겠다.나는 당신에게 한가지만 물었다.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하고 말이다.당신은 알지 못 할 것이다.내게서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고있었다는 것을 말이다.나는 잠깐 그 아이의 아버지는 내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채 한 달도 안된 배속의 아이를 상상하고 있었다.당신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내가 아이의 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말이다.나는그때의 미묘한 감정을 기억하고 있다.나는 아이의 진짜 아버지는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나는 내가 아이의 진짜 아버지가 아니니 낳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방을 하나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나는 그때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기억한다.나는 당신이 진정으로 나를 자기 아이의 아버지로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하지만 나는묻지 않았다.당신은 왜 내게 이런 얘기를 하느냐고 묻지 않았다. 나는 당신의 사장님과 의논했다.룸살롱 여사장과 말이다.그녀는 내가 일하는 횟집의 사모님이기도 하다.남편은산 생선을 팔고 아내는 산 여자와 술을 판다.사모님은 내게 욕지거리를 해댔다.사장님은 내 어깨를 토닥였고 당신은 옆방에서 손님을 받고 있었다.사모님은 내일당장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내게 고함을 쳤다.당신이 그곳,‘환희’에 온지 꼭 두 달만의 일이었다.사모님에게는 수지가 맞지 않는 당신이었다.나는 사모님에게 사정을 했다.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달라고말이다.결혼도 하겠다고 말했던 것 같다.그때 옆방에서 당신이 부르는 노래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와서 사모님과의 대화를 잠깐,아주 잠깐 끊었다.당신은 연분홍 치마 어쩌고 하는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실제로 당신의 봄날이 가고 있는 것 같았다.당신은 아직 스무 살이었다.당신이 깨어난다.눈을 천천히 한 번,두 번 끔벅이고 천장을 멍하니 쳐다본다. “깼어요? 좀 괜찮아요?” 당신이 고개를 천천히 내게로 돌린다.당신의 얼굴을 보니 날 보며 웃는 것도 같다. “마취에서 깨어날 시간이 지났다고 했는데 너무 열심히 잠을 자서,안 깨어 날까봐 걱정했어.정신이 좀 들어요?”당신은 내가 들고 온 접시를 바라본다.당신의 얼굴이 광어의 살점과같다.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광어의 살 처럼 허옇다.나는 당신에게 뭐라도 먹이고 싶어진다.칼의 느낌이 생각난다.나는 처음으로 내장을건드려 피를 보고 싶어진다. “초밥을 가져 왔는데 맛 좀 볼래요? 수술 후에는 회가 좋다네요.상처가 빨리 아문다고.”나는 접시를 들고 당신의 베개 옆으로 옮겨 놓는다.베갯잇에 묻은 당신의 눈물 자국이 보인다.나는 손등으로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준다. 머리를 쓸어 넘기려는데 당신이 눈을 감는다. “좀 먹어요.” 당신은 눈을 감고 뜨지 않는다.나는 의자에 앉아 침대 위로 엎드린다.좀 전에 불던 휘파람의 멜로디가 기억나지 않는다.대신에 당신의 알몸이 생각난다.귓불이 생각나고,그 아래로 가는 목 위에 있는 점이생각난다.그곳에서 나던 당신의 냄새가 아련하다. 그날 당신은 비가 내릴 것 같다며,오늘은 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신은 맵지 않게 끓인 대구탕을 먹었다.당신은 회를 먹지 않아서 술에 빨리 취해 버렸다.그곳에서도 당신은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 실제로 당신의 봄날이 가고 있었다.당신은 비가 내리기 전에 엉망으로 취해버려서 나는 가게문을 닫고 당신과 여관에 갔다.나는 당신의봄날과 당신의 자는 모습을 밤새 지켜보았다.당신은 동틀 무렵에서야 눈을 뜨고 물을 찾았다.나는 물병을 옆으로 뉘어 냉동실에 넣어 둔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물을 마시고 당신은 나를 당신의 옆자리에 눕게 했다.나는 당신의 옆에 누워 당신의 냄새를 맡는 것이 행복했다.나는 처음으로 행운아라는 생각을 했다.당신은 나를 어린아이다루듯 했다.내게 당신은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와 같았다.당신은 내옷을 벗기고 내 성기를 당신의 입에 넣었다.나는 당신의 알몸을 보았다.창 밖의 가로등에 비친 당신의 몸을 보았다.어둠 속에서 희뿌연안개와 같은 당신의 몸을 보았다.당신의 젖가슴이 손에 닿았다.젖꽃판에 돋아있는 작은 유두들을 손끝으로 훑고 있었다.나는 엄마의 자궁 속이 기억나는 것도 같았다.얼굴 없는 어머니의 자궁 속이 말이다.나는 그곳이 그리워 당신의 안으로 들어갔다. 백가흠
  • ‘싸늘한 민심’… 고개떨군 與野지도부

    12일 민생현장을 찾아 나선 여야 지도부가 바닥을 친 민심에 혼쭐이났다.수도권의 시장과 공장을 찾은 민주당 지도부는 서민들의 ‘쓴소리’에 얼굴을 붉혔고,대구를 방문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도싸늘한 지역민심에 당혹해했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를 비롯,의원 30여명은 이날 5개조로 나뉘어 서울 구로시장과 인천·평택·동두천 등 수도권 지역을 찾았으나 경제난과 민생고를 호소하는 목소리에 줄곧 머리를 숙여야 했다. 구로시장을 찾은 서대표는 “장사가 안돼도 이렇게 안될 수 없다”는 상인들의 불만섞인 호소에 “아이고…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해야 했다.속옷가게를 하는 전남 고흥 출신의 송모씨(40)는 “하루 16시간씩 일해도 부모님 용돈조차 못 드릴 지경”이라며 입을 닫았다. 박상천(朴相千)·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은 인천의 한 지구당을 방문했다가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죄송하다고 하라.뺨을 때리면 맞으라”는 질책에 가슴을 쓸었다.평택 지구당을 찾은 권노갑(權魯甲)·장태완(張泰玩)최고위원도 “초등학생이욕을 할 정도로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한나라당 이날 대구시지부 후원회 참석차 대구를 찾은 이회창 총재는 싸늘하게 식은 지역민심을 확인했다. 최근 삼성상용차 퇴출 결정과 우방 부도 등 경제난에 시달리는 대구지역의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이 곳곳에서 감지됐다.공항에서 도심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삼성상용차 문제 외면하는 한나라당은 물러가라’ 등의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었다. 후원회가 열린 동대구호텔 앞에서는 대구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반(反) 삼성,반 한나라당’ 구호를 외쳤다. 파크호텔에서 지역 경제단체 대표 50여명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이총재는 “지난 4월 총선에서 대구가 한나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는데,어음부도율과 실업률 등이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는 면박을감수해야 했다. 이지운·대구 김상연기자 carlos@
  • 중국서 막바지 촬영 영화 ‘무사’여주인공 장즈이

    “말이 위치를 잡고난 다음엔 움직이지 말란 말야!” 지난 28일 영화 ‘무사’(싸이더스우노 제작)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중국 요녕성흥성.북경에서도 6시간은 더 들어가야 하는 오지 해안가 토성 세트장이 ‘다혈질’ 김성수 감독의 고함에 대번 썰렁해진다.계속된 NG때문이다.그러나 잠시뿐.고삐를 틀어잡고 제법 다부진 품새로 말을 타고있던 장즈이(章子怡·20)가 주위를 쓱 둘러보고는 배시시 웃는다.볼우물이 쏙쏙 패이는 말간 웃음.썰렁해진 세트장 분위기도,영하 10∼20도를 밥먹듯 오르내리는 맹추위도 순식간에 달래놓는다. 다시 큐사인.시치미 똑 떼고 그새 위엄넘치는 명나라 공주로 돌아가더니 불호령을 친다.“(중국어로)여기서 내가 목숨끊는 것을 보겠느냐? 아무도 나서지마.혼자 나갈거야!”[포위당한 성안에서 혼자 원나라 병사들에 맞서러 나가며]‘무사’에서의 역할은 원나라와의 대결 와중에 적군에 납치되는 명나라 공주 부용이다.한족 피난민을 이끌고 대륙을 횡단하는동안 고려의 무사 여솔(정우성),최정(주진모)과 삼각관계가 된다. “제일 힘든 거요? 말도 못하게 추운 날씨요.다음은 무서운 감독님이구요”촬영에 합류한 것은 지난 9월초부터다.그날 이후 쉬는 날이라곤 단사흘뿐이었다.그런데도 한점 피곤한 기색이 없다.일일이 통역이 따라붙는 인터뷰에도 인상 한번 구기는 법이 없고. 이력으로 따지자면 그는 아직 솜털 뽀송뽀송한(?) 병아리 배우다.데뷔작은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장이모우 감독의 99년작 ‘집으로 가는 길’.국내에선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에서 저우룬파(周潤發)의 상대역으로 나와 얼굴이 알려졌다.최근엔 쉬커(徐克)감독의 ‘촉산정전’도 찍었다.김성수 감독이 “총명한 배우”라고 침이마르게 칭찬하더니,당차긴 당차다.기라성같은 감독들을 놓고 또박또박 작업스타일을 품평까지 한다.“보통 감독들은 머릿속에 미리 그림을 그려놓고 거기에 꼭 들어맞는 연기를 주문해요.그런데 김성수 감독은 달라요.그때그때 현장에서의 디테일을 중시하고 배우들의 감정변화를 존중하더라구요.연기자 입장에서 볼때 배우와 상의할 줄 아는 감독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그가 캐스팅된 건 지난해 말쯤이었다.북경을 들른 싸이더스우노 차승재 대표가 ‘집으로 가는 길’을 보고난 뒤였다.귀띔하자면,그의 몸값은 1억6,000만원.왜 한국영화를 선택했는지,불쑥 물어봤다.준비하고 있었던 듯 태연히 되돌려주는 대답.“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게 이유였죠.다양하고 폭넓은 영화를 찍고싶다고 늘 생각해왔으니까.지난봄 북경전영학교에서 한국영화 특별전이 열렸는데,거기에 김감독의‘태양은 없다’가 폐막작으로 상영됐어요.폭발력과 힘을 느꼈고 마음을 정했죠”북경 출신인 그는 현재 중국 국립연기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다.한국스태프들과 한솥밥을 먹고 지낸지 석달여.“불고기를 질리도록 많이먹었다”고 엄살피우는 얼굴위로 ‘리틀 공리’란 별명이 오버랩돼지나간다. 종일 불어대는 바닷가 흙바람,토성 사이로 듬성듬성 자라난 풀,멀리막사에 나부끼는 찢어진 깃발.세트장 주변이 온통 모노톤으로 황폐한 느낌인데,천연색으로 도드라지는 건 딱 두가지.유난히 파란 하늘과장쯔이의 미소다. 중국 흥성 황수정기자 sjh@. * ‘무사’어떤 영화인가. 김성수 감독의 ‘무사’는 촬영과정에서부터 여러 기록을 만들고 있는 스펙터클 무협액션이다.현장에 동원되는 스태프가 많게는 300여명.대륙을 횡단하는 중국 올로케이션에는 촬영용 차량이 50대가 동원되고,100여마리의 말이 한꺼번에 등장하기도 한다. 중국의 유명 스태프들이 손발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시네마스코프(가로·세로의 비율이 2.35대1)화면으로 선보일 영화는 볼거리가 풍성하다.3개월에 걸쳐 만들어진 흥천의 해안토성 세트는그중에서도 압권.실제 오래된 토성을 옮겨놓은 듯한 세트는 미술을책임진 중국의 후오팅샤오 감독 덕분이다.그는 ‘현위의 인생’ ‘패왕별희’ ‘시황제 암살’ 등에서 미술을 맡았다. ‘패왕별희’의 여성 프로듀서 장시아가 무려 10개월동안 발굴한 촬영지들도 영화의 스케일을 키운다.내몽고밑 회족 자치구에서 사막과황무지,협곡,구릉,석산,갈대숲 등이 장대한 화면을 만든다.음악은 ‘에반겔리온’의 일본인 작곡가 사기스 시로우 작품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원이몰락하고 명이 건국되던 혼란기인 14세기.명나라 사신으로 간 고려의 아홉 무사가 원·명의 갈등에 휩쓸려 역경을 헤쳐나가는 줄거리다.장중한 액션 사이사이로 멜로적 색채가 가미된다.총제작비는 52억원.이달 20일쯤 크랭크업되는 영화는 내년 상반기에 개봉될 예정이다. 황수정기자
  • 최용수 1골2도움 힘입어 부천 4 ―1 대파

    안양 LG가 10년만의 우승 고지에 한발 다가섰다. 안양은 12일 목동에서 열린 프로축구 삼성디지털 K-리그 챔피언결정1차전에서 왕정현·정광민·안드레·최용수의 후반 릴레이골로 부천SK를 4-1로 완파했다.최용수는 이날 1골2도움을 올려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전에 직행한 안양은 이로써 3전 2선승제의 우승 다툼에서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하며 여유 있게 나머지 경기에 임하게 됐다.지금까지 프로축구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리그 1위팀이 챔피언결정 1차전 승리와 최종 우승을 차지하는 전통이 이어져왔다. 반면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부천은 이날 패배로 나머지 두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전반은 일진일퇴의 공방.안양은 전반 7분과 12분 안드레의 잇따른슛으로 부천 공세를 주춤거리게 하며 게임을 리드했다.그러나 전반후반으로 가면서 부천이 이성재 이을용의 위협적인 슛을 앞세워 주도권을 빼앗았다.부천은 37분 이성재가 벌칙지역 앞까지 20여m를 단독드리블해 들어가 골키퍼와 1대1 찬스를만들었고 전반 종료 1분전 이을용이 위력적인 헤딩슛을 날렸으나 모두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그러나 주도권은 후반 들어 다시 안양 쪽으로 기울었다.부천은 후반5분 최거룩이 안양 왕정현의 얼굴을 팔꿈치로 쳐 퇴장당하면서 상대의 파상공세에 시달렸다. 체력적인 우위를 확보한 안양은 후반 14분 오른쪽을 파고든 안드레가 밀어준 공을 왕정현이 트래핑한 뒤 오른발 터닝슛,선제골을 올렸다.안양은 23분 정광민이 벌칙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을 성공시켰고 34분 안드레가 3번째 골을 넣어 부천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안양 최용수는 이날 정광민과 안드레의 골을 도운 뒤게임 종료 1분전 마무리골까지 넣는 맹활약을 보였다. 부천은 최용수를 밀착마크하던 최거룩이 퇴장당해 숫적으로 불리해진데다 이성재 곽경근 등 골잡이들이 제몫을 하지 못해 ‘해결사’이원식이 후반에 1골을 만회한데 만족해야 했다.부천 골키퍼 이용발은 후반 39분 이원식의 헤딩골을 도와 통산 2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안양과 부천은 15일 오후 6시30분 안양에서챔피언결정 2차전을 갖는다. 박해옥·류길상기자 hop@. *안양조광래감독과 부천조윤환감독의 전략. ■안양 조광래 감독 한달반동안 부천전에 대비해 미드필드를 강화한3-5-2 시스템을 준비한게 적중했다.선수들 전반적인 기술이 향상됐고최용수 정광민 안드레 등이 공격에서,이상헌이 수비에서 잘 뛰어주었다.부상당한 골키퍼 신의손 대신 2차전에는 정길용이 뛴다. ■부천 조윤환 감독 전반은 생각대로 잘 풀렸는데 후반 최거룩의 퇴장과 애매한 심판판정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단판승부가 아니기때문에 2차전에서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다. 최용수에 대한 전담마크는 특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 폐암말기 남편 둔 아내의 절규 “암세포 퍼지는데…”

    “남편의 몸속에는 암세포가 계속 퍼져가는데 주치의의 얼굴조차 볼수 없습니다. 의사들에게 분노가 치밀지만 밉보일까봐 눈치만 살핍니다” 폐암 말기로 사경을 헤매는 남편을 암환자들로 가득찬 서울대병원응급실에 눕혀놓은 양모씨(53)는 “이제 더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절규했다. 계속되는 의사들의 진료거부로 치료시기를 놓친 양씨의 남편은 폐암에 치명적인 합병증인 폐렴과 뇌졸중까지 앓고 있다.혈액순환이 되지않아 기침을 하고 나면 목의 핏대가 가라앉지 않으며 링거 주사도 발목 혈관에 맞고 있다. 양씨에 따르면 남편은 지난 6월초 폐에 이상을 느껴 매년 정기검진을 받던 인천의 J병원을 찾았다.의사는 단순 폐렴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2주분의 약을 지어주었지만 차도가 없었다.심하게 옆구리가 결려다시 병원을 찾았으나 의사는 단순히 소염치료를 하라고 했다.양씨는느낌이 좋지 않아 CT촬영을 요구했고 6월 28일 남편은 급기야 폐암을선고받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습니다.매년 종합진단을 해주던 병원이어쩌면 그렇게 안이하게치료를 할 수 있습니까”양씨 부부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7월 초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 10일 동안 항암치료를 받은 남편은 퇴원을 할 정도로 좋아졌다.양씨 부부는 완치를 목표로 8월 들어 다시입원해 항암치료를 받기를 원했으나 전공의 파업으로 입원이 거부됐다. 남편의 병세는 급속도로 악화됐고 종양이 커져서 기도를 누르는 바람에 뇌졸중까지 겹쳤지만 응급실 이외에는 갈 곳이 없었다.교수들의진료거부로 주치의로부터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했다. “병세가 호전됐을 때 항암치료를 한 번만 더 받았어도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먹이는 양씨는 분을 삭이지 못하면서도계속 의사들의 눈치를 살폈다. 이창구 이송하기자 window2@
  • “조선일보 ‘박정희 존경’ 왜곡”

    조선일보가 ‘한·일 386정치인 포럼’ 참석차 방한한 일본 소장파국회의원들의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 면담기사를 왜곡보도,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조선일보 12일자 5면(정치면)에는 박 부총재가 일본 소장파 의원 4명과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려있다.이 사진은‘일(日)386의원들 “박정희(朴正熙) 존경”’이라는 제목 아래 “고박정희 전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일본의 젊은 의원들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으로 박근혜 의원을 찾아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는 사진설명이 덧붙여져 있다.얼핏 보면 이 사진은 마치 일본인 의원들은 박정희 전대통령을 존경한 나머지 일부러 방한,그의 자녀인 박 부총재를방문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그러나 이 날짜 동아일보 등 다른 신문을 보면 이는 사실과 다름이 금새 드러난다.동아일보는 동일한 장면을 ‘한일 소장파의원 모임 정례화’라는 사진제목 아래 “‘한일386정치인 포럼’에 참석한 일본의 소장파 의원들이 11일 민주당 장성민의원의 소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을 면담했다.양국 소장파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매년 두 차례 ‘한일 소장파의원 모임(가칭)’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언급했다.이 날짜 대한매일의 보도내용도 이와 유사하다. 문제는 사진설명만이 아니라 당시 현장에 있었던 주요인물의 얼굴을뺀 것이다. 동아일보 사진에는 이들의 만남을 주선한 장 의원의 사진이 오른쪽 끝에 나와 있다.그러나 조선일보 사진에는 장 의원의 얼굴이 잘려 나갔다.장 의원은 “그 자리에서는 박정희 ‘박’자도 안나왔다.조선일보가 자사신문의 논조에 맞춰 의도적으로 편집한 결과”라며 “조선일보측에 즉시 항의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창기 정치부장은 “장 의원이 사진에서 빠진 경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사진설명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티조선인터넷사이트인 ‘우리모두(www.urimodu.com)’에서 한 네티즌은 “장 의원의 사진을 잘라내고 일본인 의원들이 마치 박정희를 존경하는것처럼 짜집기하는 기술은 가히 천의무봉하다”며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를 꼬집었다. 정운현기자 jwh59@
  • 李南基 공정위원장은/ 자타인정 공정거래 최고 이론가

    ‘종 수집가이자 미술 애호가이며 법학박사인 공정거래 업무 1인자’ ‘경제검찰’의 총수인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이채롭다.69년 행정고시 7회에 합격한 뒤 31년간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직업관료에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싶다. 스위스 제네바대표부 주재관으로 근무할 때 포르투갈 여행중 독특한종이 있어 하나 샀던 게 취미가 됐다.서울 청담동 자택에는 세계 각국의 종 1,500여개가 온통 집안을 장식하고 있다.미국의 종애호가협회 회원이기도 한 이위원장은 몇 안되는 국내의 애호가들과 함께 전시회도 열 생각이다. 그는 전통미술을 비롯한 미술 전반에도 조예가 깊어 집무실에는 화가 친구가 그려준 한국화가 걸려 있다.단청이나 탱화,골동품에도 관심이 많다. 기업·재벌개혁 작업 등으로 일이 바쁜 와중에서도 틈만 나면 화랑가를 찾아 여유를 갖는 매니아이기도 하다. 한눈을 파는 듯 보이지만 정작 이위원장을 최고의 공정거래 이론가로 꼽는데 딴죽을 거는 사람은 없다. 그가 쓴 공정거래법 관련서적 9권은 사법시험 준비생들에게 베스트셀러다.한때 중앙부처에서 가장 바쁜 곳으로 알려진 경제기획원에서근무하면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실력파다. 대학에서도 이위원장의 강의는 환영받는다.태국대사관에 주재관으로근무할 때엔 국립 탐마삿트대학에서 강의를 했을 정도이며, 그 공로로 대학훈장은 물론 태국 정부의 최고훈장인 백상훈장도 받았다. 단구인 그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되자 재벌들이 다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었다.개혁의 강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재벌들은 더 긴장해야 할 것 같다. 그는 ‘업무처리가 칼날같아 융통성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이위원장은 “얼굴은 부드럽되 업무는 차갑게”라며 여운을 남겼다. 박정현기자. *불공정행위 해결사… ‘경제 검찰' 1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이면 설립 20주년을 맞는다.그래도 공정위의업무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공정위의 설립은 63년 ‘삼분(三粉)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삼분사건은 밀가루·설탕·시멘트를 생산하던 독과점 대기업들이 담합해 가격을 인상했던 일이다.경제개발 붐을 틈타 값을 올린 독과점 사건은 국민들을 몹시 화나게 만들었다.이에 정부는 부당한 가격과 거래조건을 규제하고 사업자단체의 공동행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공정거래법 시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소비자보호보다는 기업육성의 논리가 중요시돼 시안은 빛을보지 못했다.비로소 80년 12월31일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독점규제및 공정거래 법률’이 제정돼 81년 4월1일 시행에 들어갔다. 옛 경제기획원에 있던 공정위는 94년 독립해 96년 위원장이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공정위가 처리한 일 가운데 ‘1원짜리’사건이 있다.국방부가 83년군인용 치약 330만개를 구매 입찰했는데 유명업체가 한개당 단돈 1원에 응찰해 낙찰됐다.이에 공정위는 새로운 업체의 진입을 막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의 일화는 직원들의 애환사이기도 하다.조사관들은 94년 약품채택비 조사를 위해 제약회사에 나갔다.아무리 찾아도 제약회사가 병원에 줬다는 돈이 적힌 서류를 찾을 수 없었다.때마침 여직원 탈의실이 눈에 띄었다.탈의실에 들어가려 했지만 회사측은 “여직원 휴게실까지 뒤지느냐”고 따졌다.결국 여직원 입회 아래 들어간 탈의실에서장부를 발견해 냈다. 80년대말 인천의 한 주류도매상의 불공정거래행위 조사에 나섰을 때얘기다. 조사관들이 사장 사무실에서 조사를 하고 있을 때 이른바 ‘어깨’ 2명이 들어섰다.칼을 꺼내든 이들의 공포분위기 조성에 조사관들은 조사를 마치지 못한채 되돌아오기도 했다. 공정위의 발전은 불공정 행위의 수법발달과 직결돼 있다.법망을 피하기 위한 대기업의 새로운 수법들을 공정위는 끊임없이 밝혀내고 추적해야 한다.기업들이 금융기관을 통해 계열사에게 교묘하게 부당내부거래를 해주는데 대한 대응책으로 공정위는 99년 2월 계좌추적권을받았다. 내년 2월이면 시한이 만료되는 계좌추적권의 연장이 지금 공정위의가장 절실한 과제다. 박정현기자
  • 우리가 꾸미고 우리가 즐긴다

    태양이 작렬하던 지난 23일 오후 홍익대앞 한 라이브클럽에서 이색적인 록콘서트가 열렸다. 시계바늘이 3시를 가리킬 때쯤 20평 될까말까한 좁다란 공간에 담배연기가가득하고 록밴드들의 리허설이 한창이다. 여느 공연장처럼 ‘비까번쩍’한 플래카드나 친절한 안내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얼굴을 아는 이들의 수인사와 하이-파이브 정도가 ‘비밀결사’ 분위기를 내고 있을 뿐. ‘타·락·동’타락한 아이들의 동아리로 오해하면 큰 일.음악전문 케이블TV m·net(채널 27)의 ‘타임 투 록’이란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이들끼리 뭉쳐 만든 팬클럽이름이다.회원 630명. 이날 공연은 지난 4월 첫 공연에 이어 두번째로 회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꾸민 것. 공연기획팀을 꾸리고 참여 밴드를 선정하는 데 20일 이상을 투자했다.인터넷 동아리방에 회원들이 올린 추천의 글을 바탕으로 출연밴드를 선정했다. “가급적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초청 뮤지션을 고르고 골랐습니다. ”동아리 시삽을 맡고 있는 남인우씨(21)는 수험생.광주에 사는 남씨는 동아리 일때문에한달에 한번 서울을 다녀간다. 그 자신을 포함해 이날 무대에 섰던 캐럿칩 씨리얼의 기타리스트 정민 등 뮤지션들이 회원인 경우도 많아 출연섭외는 걱정이 없다고 한다. 남씨는 광주에서 활동하는 하드코어 밴드 ‘동맥경화’의 스크림 요원.“보컬리스트가 목이 쉬어서요.저도 무대에 올라 소리지르기로 했어요.”지루한 리허설이 끝나고 공연이 시작되자 좁은 공간은 어느덧 10대팬들의 전용공간으로 바뀌었다.이날 초청받은 치킨헤드,자니로얄,노모스,캐럿칩 씨리얼,부비트랩,레이니썬 등은 100명 안팎의 작은 관중을 위해 정말 열심히 뛰고 구르고 점프했다.이날 공연은 무려 4시간.아이들은 지칠 줄도 몰랐다.기력이 다해 클럽 입구 계단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며 앉아있던 아이들은 쉬다또 뛰어나가 몸을 흔들어댔다. 팬클럽은 ‘타임 투 록’을 모니터링한다.진행자의 부족한 점을 슬며시 꼬집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록시장의 축소로 인해 시청률이 떨어지고 일요일 자정에서 월요일 자정으로 시간대가 바뀌는 등 팬클럽을 둘러싼 환경은 나빠지고있다.남씨는 “그런 흐름에 대한 일종의 항의로 보아도 괜찮을 것”이라고말한다. 어쩌면 이날 공연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팬덤현상의 가장 긍정적인 한 단면이 될 것 같다. 정기모임을 한달에 한번 갖는데 그때마다 해답도 안 나오는 ‘록문화의 발전’에 머리를 맞댄다.남씨가 정리한 해답은 원론적이어서 차라리 절절하다. “관심만 늘어나면 실력있는 사람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고 편견이 허물어지면 언더음악의 가치 또한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글·사진 임병선기자 bsnim@
  • 7·8월 부산·창원·속초·동두천서 대형 페스티벌

    섭씨 35도,체감온도가 아마도 40도를 웃돌것 같은 요즈음 록 마니아들은 들떠있다.그들은 안다.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점프하는 일이 무더위를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 것을. 올 여름 우리 젊은이들이 마음껏 뛰고 구를 수 있는 록 마당이 걸판지게 깔린다. 오는 15일부터 사흘동안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펼쳐지는 부산 국제록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창원 ‘포에버 피스 2000-아시안 뮤직 페스티벌’,속초‘제1회 대한민국 록 페스티벌’,그리고 동두천 ‘소요 록페스티벌’. 특히 지방자치단체 출범 5주년을 맞아 각 지자체들이 이들 록페스티벌을 적극 후원,지방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키우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고무적이다. ■부산 국제 록페스티벌 2000/ 지난해 일본 대중가수들이 일본어 노래를 국내 무대에서 처음으로 불러 화제가 됐던 페스티벌이 두번째를 맞았다.지난달일본 대중문화 3차개방으로 일본인 가수가 일본어노래를 부르는 일이 ‘예외적 허용’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가능해졌다. 84년 결성된 ‘슈퍼 슬럼프’와 남성 5인조 ‘샴 세이드’,여성 5인조 ‘미사일 걸 스쿠트’ 등 세팀이 출연하고 필리핀의 ‘치즈’와 중국의 5인조 ‘어게인’,홍콩의 힙합밴드 ‘LMF’,그리고 윤도현밴드와 김경호,크래쉬,시나위 등 정상급 국내 밴드 9개팀과 치킨헤드,허클베리핀,닥터코어911 등 인디밴드 12개 팀이 가세한다.매일 오후5시30분 공연,무료.(051)888-3397■동두천 소요 록페스티벌/ 기지촌과 수해로 찌든 동두천의 미래를 희망으로가꾸어 나가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지난해 처음으로 개최한이 페스티벌은 연인원 5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28일부터 사흘동안 동두천 어등레포츠 공원 특설무대에서 개최된다.첫날과이튿날 인디 공연에는 러스트아이,이븐플로우,펜타,네이키드,아일린,더이어,쿨데삭,노웨이 등 20여팀과 펄럭펄럭,루머,GMB,신신,헤디마마,낙장불입,모토,레몬크러쉬,빨간돼지,스타벅스,유테로,사이드티켓,런케럿,노모스,더플라이프로젝트,가라사대,허클베리핀 등 20여팀이 참여한다. 30일 ‘쾌락지수 대공연’(이상 오후4시∼자정)에는 리아,도원경,블랙홀,노이즈가든,노브레인,마루,닥터코어911,O.H.N,레이니선,그랜드슬램,8.15밴드,푸펑충,레이지본,루머,토이박스,한음파,프러시안블루,마이앤트메리 등 30여팀이 화려한 무대를 꾸민다.국내 유일의 고교·대학 록경연대회(오후 1∼4시)가 펼쳐져 예선을 거친 20여팀이 실력을 겨룬다.(031)867-4555■창원 아시아 뮤직페스티벌/ 경상남도 주최로 8월 11일과 12일 이틀동안 창원 종합운동장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데 일본의 전설적 록 그룹 ‘X-재팬’의 보컬리스트였던 토시가 내한한다는 점이 관심의 초점이다. 이밖에 우에다 마사키,그룹 ‘더 하이-로’,양방언(료 구니히코) 등 일본의뮤지션들이 나온다.부산록페스티벌과 비슷한 국내 밴드들이 참가하고 크라잉넛,자우림,박완규 등이 새로 얼굴을 선보인다.(02)3442-0008. ■대한민국 록페스티벌/ 강원도와 속초시가 오는 8월 12∼13일 속초 강원국제관광엑스포 행사장에서 개최하는 이 페스티벌은 이름을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다양한 출연진으로 화제다.특히 중국 최초의 록스타 최건과 일본최초의 로커 이마와노 기요시로가 무대에 선다. 오버와 언더그라운드,아마추어팀 등을 망라한 160여개팀이 한국 록의 현주소를 묻고 다짐한다.들국화와 김수철,윤도현,사랑과평화,시나위,자우림,한대수 등의 오버 뮤지션과 이발쑈포르노씨,노브레인,미선이,삼청교육대,크로우,허클베리핀 등 언더그룹,사전심사를 거친 아마추어팀 등이 자웅을 겨룬다.한국 록명반 전시회와 인디 디스코그래피 전시 및 판매 등이 곁들여진다.(02)707-1133임병선기자 bsnim@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3)잃어버린 먹거리

    고한 김일성 주석과 공개석상에서 또는 비공식으로 수십여 차례 만났던 얘기는 책 한권을 엮을만큼 많은 사연이 있지만,그동안 가장 미묘한 부분이기 때문에 한번도 제대로 써서 발표한 적은 없었다.몇 년 뒤의 회갑 때에 가서나회고록 안에서 정리를 해볼 작정이다. 맨 처음에 만났을 때에는 다 알려진 바와 같이 문익환 목사 일행과 동석한자리였다.접견 장소로 들어가는데 그가 집무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서있었다.체격이 크고 쇳소리가 나는 음성이었다.김 주석은 그의 젊은 시절의 사진들에서 보는 바와 마찬가지로 호남자의 인상이었다.완전한 백발은 아니고 회색의 반백 머리를 올백으로 넘겼는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눈썹이 짙고 길게 드리워져 있는 점이었다. 원형의 식탁에 모두 둘러 앉았는데 주석을 중심으로 오른편에 문목사가 왼편에 내가 앉고 수행원들도 함께 앉았다.그는 당시에는 살아 계시던 문목사 노모의 안부도 물었고 용정이나 북간도 시절의 추억도 말했다.문목사는 만주용정에 살 때 집에 독립운동가들이 수많이 묵기도 하고 드나들기도 했는데안중근 의사도 모친이 대접해드린 일이 있다고 말했다. 김주석도 만주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중국 항일군들과 연대할 때에 중국인부락을 지나다가 군량을 보급 받거나 숙박하고 나서 돈이 없으면 간단한 차용증을 써주고 ‘조선인민혁명군 김사령’이라는 글을 남기곤 하였는데,중국혁명 이후에 옛날 지주들을 척결하면서 김사령의 차용증을 지닌 지주들은 거의 다 사면했다는 말이 있더라고 중국정부의 간부들 가운데서 자신과 가장가까웠던 주은래가 전하더라면서 웃었다.그는 특히 옛날 중국의 시 속에서나 꺼우리 라는 만주 지역 사람들의 성씨에도 나타나듯이 만주는 고구려의 옛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의 서안을 비롯한 예전 고구려 땅에서 남에서는 ‘식혜’라고 하는 감주를 담가 먹는다는데 등소평이가 감주를 썩 좋아한다면서,그 너르고 기름진 땅을 우리 조상들이 국토로서 보존해내지 못했다고 아쉬워 하였다.그렇지만 함경북도 일대에는 한때 여진족이 살았다고 하면서 아오지 탄광의 아오지는 ‘불타는 돌’이란 여진 말이며,주을 온천의 주을은‘뜨거운 물’이라는 여진 말이라면서 인민들 중에도 예전 여진의 성을 가진 사람이 간혹 있어서 모두우리 식으로 고쳐 주었다고 했다. 일행 중의 누군가가 느닷없이 주석님 어머님이 전도부인이 아니셨느냐고 묻자 그는 잘 못들었다는 시늉으로 귓가에 손을 갖다 대며 되묻고나서 측근이모친께서 교회에 나가시지 않았느냐 하는 말씀이라고 설명해주자 웃으면서대답했다. 우리 오마니는 살기 힘드시니까 교회에 가서 주로 주무셨디…. 사실 주석의 외조부는 장로교의 목사였고 외삼촌은 장로였으며 부친도 장로교단 소속인 숭실학교를 다녔으며 모친도 ‘강반석’이란 성명인데 그 뜻은‘베델’이란 세례명에서 왔다고 한다. 이같이 나도 일찍이 개화한 집안 분위기를 나도 아는 터이고 당시 이북의 개화 지식인이라면 반드시 기독교와 관련이 있는 게 흔한 일이었다.김주석의부친 김형직은 교회 식의 야학을 운영하면서 청년들을 모으고 민족주의적 독립운동을 하다가 나중에 러시아 혁명과 신문물에 접하면서 무산자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독립운동에 눈 뜨게 되는데 그때가 아마도 어린 김성주와 가족을 평양에 남겨두고 만주로 떠날 때가 아닌가 생각 되었다.북선지방의 근대주의자는 마르크시스트와 크리스천의 두 얼굴에서 비롯된다는 것은참으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나는 그 뒤에도 이미 작고했지만 당시에는 중국에 망명 중이던 캄보디아의 시아누크공 부처와 만찬을 함께했던 적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점심을 함께한 적이 몇번 있었다. 공식적인 만찬 자리에서 그는 언제나 활달하게 좌중에 음식을 권하고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한식과 중식이 서로 적당히 어우러진 듯한 정식이 코스로 나오곤 했는데 약주도 즐겨 들었다.만찬 술은 인삼주이거나 백두산 들쭉술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15도 짜리 들쭉술을 좋아했다.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내외도 들쭉술을 좋아해서 열 두 상자나 비행기편에 실어 보냈다고 했다.들쭉은제주도의 멀구슬처럼 새까맣고 동그란 일종의 들딸기라고 하는데 고원지대에서만 자란다고 한다.요즘에는 남에서도 북한산 들쭉술을 먹을 수 있지만 한정된 야생의 열매로 그 많은 물량을 감당할 수는없을테니 혼합주로 맛을 낸 것이 분명하다.진품 들쭉술은 약간 쌉싸름하고 조금 떫은 것이 진한 적포도주 비슷하면서도 매우 향기롭다.전에는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피웠지만 주위에서 하도 말려서 겨우 끊었다고 한다.그는 점심 뒤에 한 시간씩 집무실옆의 방에서 오침을 한다고 말했다. 가 깊은 인상을 받은 어느 점심은 매우 소박했다.작은 메추리 다리를 몇 개먹고나서 국수가 나왔다.주석은 자신이 국수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은 두 끼만 국수를 먹어도 곧 질린다고 하지만,자기는 한 열흘은 먹을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국수를 담은 유리 대접을 내려다보니 면이 그야말로새까만 색이었다.콩물국수인 셈인데 하얀 콩물에 검은 국수가 잠겨있는 모양이 이색적이었다.주석이 다른 날처럼 음식 설명을 내게 해주었다. 이거이 언 감자 국수라고 하는 거요.일전에 독일의 작가 루이제 린저 여사가 왔을 때 독일에 감자 음식이 많은줄 아는데 이렇게 조리하는 방법은 아느냐고 했더니,얼린 감자로 요리하는 건 세계에서 조선밖에 없다고 하더군. 검정색‘언 감자 국수’의 면발은 찰지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언 감자를 우려내어 녹말을 낸 다음에 끓는 물에다 국수를 뽑는다는데 차디찬 콩물에 말아 먹는다.위에는 검은 깨를 뿌리고 함경도식 갓김치를 얹어서 먹는다. 그가 음식의 유래를 내게 말해 주었다. 우리가 두만강 연안에서 항일 투쟁할 때에 인민들이 많이 도와 주었소.화전하는 인민들도 저이 먹을 것이 없는데 우리가 지나는 산길에다 표를 해두고감자를 묻어놓군 합네다.눈이 한 길이나 쌓이고 땅은 꽁꽁 얼어 붙어 있디. 감자를 파내면 시꺼멓게 얼어서 돌덩이야.근거지루 질머지구 가두,언 감자를 구워도 못먹고 삶아도 못먹어요.그때 왜놈들 청야작전이 철저해서 보급선을 멀리서 차단하고 있대서.얼어 죽거나 굶어 죽고 남은 빨치산들을 토벌하겠다는 소리요. 인민들이 준 것을 버려서는 안된다구 그때 함경도 출신 동무가 우려내서 국수 만드는 법을 생각해냈소.가난한 인민들은 다 살아갈 궁리를 하는 지혜가있소. 맹물에다 소금만 넣고 끓인 국수가 어찌나 맛이 있던지. 나중에 뉴욕에서 나는우연히 개마고원이라는 냉면 집에서 이 국수의 조리법을 듣게 된다.아는 사람에게 듣기로는 그 집의 물김치가 기가 막히게 시원하고 맛있다는 것이었다.그래서 찾아가 보니 북청에서 피난 나왔다가 미국으로 이민했다는 사람네 집이었다.과연 물김치가 일품이었다.무는 보통 물김치처럼 나박썰기가 아니라 길쭉 길쭉하고 얇게 썰었고 배추 잎도 그만한 크기로썰었는데 오이쪽이 간간이 떠 있다.얇게 채 썬 밤,대추,사과,배,쪽파,등속의 건더기가 알맞게 섞였고 역시 김치 국물이 한 대접이다.고춧가루를 채에 걸러서 탔는지 붉은 물이 들었지만,나중에 뉴욕에 왔던 한시해 부부장에게서들으니 진짜 개마고원 김치는 고춧가루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집의 할머니가 팔십이 다 된 분인데 ‘언 감자 국수’를 알고 있었다.함북지방의 화전민들이 곧잘 해먹는다는 것이다. 언 감자를 강판에 갈아 채에다 녹말을 내리는 것은 감자국수 해먹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반죽을 하여 국수틀에 넣고 끓는 물에 국수를 뺀다.국수를 찬물에 우릴 적에 손가락으로 세심하게 끈기를 씻어내어야 찰기가 더 좋다고한다. 콩물 내는 것은,물에 담갔다가 위로 뜨는 콩을 버리고 골라내어 비린 맛이가실 때 쯤까지 끓이다가 설컹할 적에 건진다.그래야만 콩의 고소한 맛이 살아 있다고 한다.믹서에 갈 적에는 물을 조금 붓거나 편리한 대로 두유를 함께 넣어도 맛있다.콩국의 맛을 내려면 땅콩이나 잣을 갈아서 넣어도 좋고 들깨나 참깨도 좋다.검은 참깨를 뿌리고 위에다 함경도식 갓김치를 얹어 먹는다.함경도 산야의 들갓은 길이가 짧막하고 줄기도 여리다.여기 갓김치는 전라도 식으로 젓갈을 전혀 쓰지 않아서 깊은 맛은 없는 대신에 쌉쌀하고 향긋한 갓의 냄새가 싱싱한 것이 특징이다.
  • 호국문예 詩 최우수작

    ■통일을 꿈꾸며. -이은정(초등부). 동해안 최북단통일 전망대에 올라서니지척의 금강산 너머로두고온 땅두고온 고향이 있다고 합니다. 분단의 쓰라림을 달래기 위해서있는 통일 전망대6월이면실향민들이 찾아와북녘땅을 바라보면서눈물을 적시며고향을 그리워 합니다. 남북한이 동시에 존재하는강원도 땅남쪽 강원도북쪽 강원도 불러보면한마을에 사는친구처럼 생각됩니다. 통일 전망대 유리창 너머로보이는 금강산과설악산은 유명한 산북한강은 남북 강원도를연결시켜 주는 맑은 강새천년에는민족의 화해 통일로우리는한민족이라고 자랑하고 싶어요. ■보훈 병원 가는 날. -이재훈(중고등부). 할아버지 모시고한 달에 한 번씩부모님 따라 찾아가는보훈 병원처음엔걸음도 못 걸으시는 할아버지가너무 부끄러워나도 몰래 저 멀리서남인 듯 서 있었지만,우리 할아버지자랑스러운국가 유공자이심을 알고는내 마음기쁨으로 넘치네. 어디서 왔는지는모르지만,오늘 할아버지의 모습으로이 곳에 모여 있는많은 사람들몸은 늙고 병들었어도가슴 속엔모두가 뜨거운 나라 사랑그대로 살아 있네. 앞산 진달래 꽃빛으로붉게붉게타고 있네. 할아버지 모시고한 달에 한 번씩부모님 따라 찾아가는 보훈 병원나도 그날의 젊은이 되어여기에 있네. 호국의 이름으로 함께 있네. ■UN 묘지에서. - 김영식(일반부) -못 돌어가네한번 스러져 여기 잠들면몸뚱이도 없이부릅뜬 넋 깊이 내린저 깊은 잠못 돌아가네묘비 위에 붉은 피옛 함성들처럼우렁차게우렁차게 일어섰다가도한번 잠들면끝끝내 못 돌아갈이국땅 멀고 먼아아 고향산천의 길굽 닳은 군화소리밤새워도 갈 수 없는 곳보고 싶은 얼굴들 먼 추억들소리쳐 울먹이는져 깊은 잠찢어지는 육신으로찢어지는 청춘으로 외쳐여윈 넋 홀로고향 가는 길 위에 설까함께 웃음짖던함께 울부짖던내 형제 내 전우들여기 모두 잠들어못 돌아가네못 돌아가네맞바람 부는 거친 길새파랗게 새파랗게스러져간내 전우와나의 길
  • “미래의 고객 잘 모셔라” 프로구단 어린이날 선물 풍성

    ‘5일은 어린이 세상’-.오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프로스포츠 구단들이‘미래의 고객’을 위해 풍성한 행사와 선물 꾸러미를 준비해 눈길을 끈다. □프로야구 =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어린이날 만원을 기록한 잠실에서 두산과라이벌전을 갖는 LG는 어린이 팬 1명을 뽑아 시구를 맡긴다.두산 어린이 팬은 타자로 나선다.또 LG는 낮 12시부터 요요시범과 기차놀이,페이스 페인팅등 다양한 행사를 갖고 선착순 1,000명에게 ‘포켓 몬스터’ 티셔츠,5,000명에게 패밀리 레스토랑 무료 시식권을 나눠준다. 현대는 SK와의 수원경기에 입장한 어린이 1,000명에게 인형과 팬북을 선물하고 경기 시작 30분전 고적대의 연주속에 패러글라이더를 구장에 착륙시켜분위기를 한껏 띄운다.해태 역시 삼성과의 광주경기에서 어린이 시구와 장기자랑 등을 갖고 선착순 500명에게 사인볼과 모자 등을 안겨줄 예정.롯데는한화와의 부산경기 어린이 관중 2,000명에게 장식용 볼과 방망이를 선물한다. □프로축구 = 5일 오후 3시 전남-부천의 대한화재컵 결승전이 열리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어린이를 위한 각종 이벤트가 펼쳐진다. 오전 11시부터 3시간동안 호돌이 광장에서 열리는 1부행사 ‘K리그 어린이사커 파크’에서는 각종 조형물이 설치된 가운데 K리그 공식 마스코트인 킥키기 7마리와 함께 500가족에게 무료로 즉석사진을 촬영해 나누어준다.이밖에 프로축구 스타들의 사인회도 실시되며 어린이들을 상대로 페이스 페인팅(얼굴에 그림그려주기),무료 시음회도 실시된다. 주경기장 안에서 열리는 2부행사에서는 서울경찰청의 사이드카 퍼레이드와스카이 댄서들의 고공낙하,월드비전 어린이합창단(옛 선명회)의 선율 등이흥을 돋군다.하프 타임 행사로는 량현-량하의 특별초청 공연이 이뤄진다.프로축구연맹은 어린이들에게 킥키기 인형 1,600개와 축구공 모양 망원경 1,000개 등도 나눠줄 예정. 한편 이날 부모와 동반한 어린이 2명까지 무료입장이 허용된다. □프로농구 = 기아는 오후 1시부터 1시간 30분동안 부산 어린이회관에서 박수교감독과 강동희 김영만 등이 참가한 가운데 어린이팬을 위한 사인회를 열고어린이 서포터스를현장에서 모집한다.골드뱅크는 여수 진남체육공원(오전10시∼오후 1시),SBS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미도파백화점 상계점(낮 12시∼오후 1시)에서 팬사인회를 갖는다.신세기도 부천 청소년광장에서 팬 사인회와 테크노댄스 경연대회를 갖고 홍연초등학교에 1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한다. 체육팀
  • 4·13총선 D-14/ 본격 유세전 이모저모

    ◆ 각당 수뇌부 움직임. 여야 수뇌부는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29일 최대격전지인 수도권에서 릴레이 정당연설회와 거리유세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인천·경기·강원지역에서 정당연설회를 집중적으로 열어 ‘안정속의 개혁’을 강조하며 안정의석 확보 행군을 계속했다.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인천 서·강화을(朴容琥) 및 계양(宋永吉) 정당연설회에 참석,“이번 총선은 경제도약을 이루느냐,아니면 불안과 혼란으로 빠지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라면서 “꿈과 비전과 희망이 넘치는 민주당을 지지하고 사사건건 국정을 방해하는 한나라당을 심판해 달라”고 말했다.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은 이날 하루를 경기지역에 할애했다.안성(沈奎燮),평택을(鄭長善),오산·화성(姜成求),수원장안(金勳東),시흥(朴炳潤) 및 부천시 합동연설회에 잇따라 참석,경제안정론을 역설했다. 이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지역주의로 국민을 현혹해 승리하게 되면 정치와사회는 중심을 잃고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여야 3당은 선거법 개정과정에서 여성후보를 비례대표로 30% 공천하기로 했지만 한나라당은 20%도 못채웠고 자민련은 당선권에 여성후보를 한명도 공천하지 않았다”면서 “여성을 무시하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을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만섭(李萬燮)상임고문도 이상룡(李相龍)전노동장관의 춘천지구당 정당연설회에 참석,“제2의 경제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제1당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투톱’인 이회창(李會昌)총재와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을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지역에 투입,수도권 세몰이를 계속했다. 이총재는 방배1동 방림시장,강남시장,천호시장 등 강남 지역의 시장과 상가를 릴레이식으로 돌며 상인과 주부들을 상대로 바닥표 다지기에 주력했다.이총재는 즉흥 연설을 통해 “현 정권 2년동안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면서“경제실정을 일삼는 현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홍위원장은 안양동안 2001 아울렛,수원장안 화서시장,수원역,안산 공명상가,시흥 신천동상가 등 경기 남부일대를 누비며 “현 정권의 오만과 독선,실정과 무능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려달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30일 서울과 인천에서 첫 정당연설회를 갖고 세과시에 나서는등 수도권 바람몰이에 ‘화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자민련 서울·경기·강원 등 중부지역 공략에 나섰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경기 부천오정(李載玉)에 이어 동대문갑(盧承禹),관악갑(李相賢)·을(吳蘭鐸) 등 서울지역 정당연설회에 잇따라 참석,‘녹색바람’의 수도권 확산에 진력했다.이한동(李漢東)총재는 원주(朴宇淳),영월·평창(金基洙)등에서 열린 강원지역 정당연설회에 참석,안보를 강조하며 보수세력의 결집을 시도했다. 김명예총재는 민주당에 대해선 ‘내각제 배신론’을,한나라당에 대해선 ‘경제파탄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공세를 계속했다.특히 무턱대고 민주라는말만 쓴다고 민주주의가 결코 아니다”라며 또다시 색깔론을 제기했다. 이총재도 ‘강원도 푸대접론’을 제기하며 지역감정을 건드린 뒤 “강원도와 경기도가 힘을 합쳐 중부권 정권을 만들어내자”고 주장했다. □민국당 당초 이날 부산 서면 태화쇼핑센터 앞에서 열 예정이었던 부산지역14개 지구당 합동정당연설회를 취소하고 개인연설회에 주력했다. 이수성(李壽成·경북 칠곡)후보는 선거구내 아파트와 상가 등을 돌며 5차례나 개인연설회를 개최하는 등 강행군을 했다.이후보는 ‘큰 인물론’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에게 접근했다. 한승수(韓昇洙·강원 춘천)후보도 춘천시내 일대를 돌며 즉석연설을 통해“춘천 발전을 위해선 능력과 경륜을 가진 인물이 당선돼야 한다”며 지지를호소했다. 장기표(張琪杓)선대위원장은 유세차량을 타고 서울 일대를 돌며“1인 지배 정당체제의 구시대적 정치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민국당을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총선특별취재단. ◆ 후보들 표밭갈이 행보.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29일 각 후보진영은 최후의 승전가를 부르기 위해각종 아이디어를 짜내거나 발이 부르트도록 지역구를 돌며 유권자 표심잡기에 열과 성을 다했다. □청주지역 후보들은 얼굴을 알리기 위해 앞다퉈 이색 홍보단을 운영하고있다.민주당 노영민(盧英敏·흥덕)후보측은 10명의 선거운동원으로 ‘오토바이홍보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노후보의 이름과 얼굴 사진이 담긴 조끼를 입고 오토바이로 골목길을 누비며 노후보의 얼굴을 알리고 있다. 한나라당 한대수(韓大洙·상당)후보 역시 10명으로 구성된 자전거 홍보단을운영하고 있다.자민련 구천서(具天書·흥덕)후보측은 구후보를 캐릭터한 10명의 마스코트를 유세장 주변에 배치했다. □청주상당에 출마한 후보들이 인지도 제고차원에서 인기 TV드라마 ‘허준’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대수 후보측은 한후보를 ‘청주의 허준’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줘 감동을 주고 있는‘허준’의 주인공처럼 한후보가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홍재형(洪在馨)후보측도 홍후보를 ‘경제 명의’로 소개하고 있다. 경제부총리 등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로 IMF관리체제 이후 어려움에 처한 청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자민련 구천서 후보측은 그러나 “말만 내세운다고 허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허준이 자신을 내세운 적이 있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강원 원주에 출마한 민주당 이창복(李昌馥)후보는 이날 ‘일일 선거비용’내역을 공개, 공명선거 실천의지를 과시했다.이후보 진영은 지난 28일 후보등록을 마친 이후 선거비용으로 후보와 배우자 선거운동경비 80만원과 사무용품 구입비,식비 등 모두 94만3,100원의 선거비용지출 명세서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경북 구미 후보들은 아파트와 시장,기업체를 경쟁적으로 찾아다니며 유권자들과 접촉했다.한나라당 김성조(金晟祚)후보는 송정동 번개시장 등 시장 3곳과 공무원아파트 등 아파트 7곳을 집중 공략했다. 민주당 경광수(慶光秀)후보는 형곡동 중앙시장에서 상인들과 많은 시간을보냈으며,자민련 최종두(崔鍾斗)후보는 옥계지구 아파트와 황상동 시장 등을돌며 표밭갈이에 주력했다. 민국당 김윤환(金潤煥)후보는 신평·비산동 영농인 좌담회에 참석,어려움을청취한 뒤 신평동 시장과 황실아파트 등을 돌며 부녀자층을 공략했다. 총선특별취재단
  • 한나라당 공천파동 이모저모

    한나라당의 공천파동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공천탈락 의원들은 신당창당등과 관련해 별도로 모임을 가졌고 이기택(李基澤)고문의 민주동우회는 대규모 규탄집회를 갖는 등 하루종일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반면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아침 회의를 마친 뒤 서둘러 당사를 떠났다.공천심사위원을 맡았던 주요 당직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천탈락 현역의원 10명은 21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대응책을 모색했다. 김윤환(金潤煥)고문,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 윤원중(尹源重) ·안재홍(安在烘) ·서훈(徐勳) ·한승수(韓昇洙) ·김호일(金浩一) ·김영진(金榮珍) ·백남치(白南治) ·허대범(許大梵)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번 공천을 ‘대학살’로 규정했다.신당 창당에 대해서도 대부분이공감을 표시하면서 향후 행동을 통일키로 했다. 방향설정은 김윤환고문에게전권을 일임키로 하고 조만간 거취를 결정키로 했다. 참석 의원들은 하나같이 공천에 불만을 토로했다.김윤환고문은 “집을 여러번 개조하다 보니 집주인이바뀐 꼴”이라면서 “내가 어째서 개혁의 대상이냐”고 말했다. 윤원중의원은 “이회창총재를 너무 가까이하면 지뢰를 밟을 수 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신상우의원은 “이번 공천의 부작용으로 부산지역 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앞섰다”고 말했고,서훈의원은 “영남을 핫바지로아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모임에 앞서 김윤환고문은 신당 창당과 관련,“결정된 바는 없고 원칙에만합의했다”면서 “신당은 여러방법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당의 정당성을 역설했다.김고문은 “당을 만드는게 어째서 DJ를 돕는 것이냐”면서 “반DJ,반이회창을 주창하는 참된 야당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정당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신당 창당이 야권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당화하고 1인정당을 만드는 공천을 한 사람이 분당 소지를 만들었다”면서 책임을 이회창총재에게 돌렸다. ■한편 민주동우회 소속 50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대규모 규탄모임을 갖고 공천 전면 무효화를 주장했다.모임에는 공천탈락지구당위원장의 지지세력까지 합세했다. 이기택고문, 강창성(姜昌成)부총재,서훈·허대범의원 등이 참석했다. 민주동우회는 성명서에서 “이회창 사당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조강지처를 버리고 얼굴 반반하고 돈 많은 과부를 맞아들이는 난봉꾼의 작태가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특히 박세환(朴世煥)·허대범의원 등 군장성 출신 의원들의 탈락과 관련,“이총재의 국가안보관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이총재 아들의 병역미필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규탄모임에는 이총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피켓과 플래카드가 난무했다. 김윤환고문의 지역구인 경북 구미지구당 당원들도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앞에서 김고문의 공천 탈락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박준석기자 pjs@
  • [미리보는 4·13총선] (9) 통합 분구지역 접전

    이번 총선에서 선거구가 통합 또는 분구되는 지역은 공천과정에서부터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통합지역은 현역의원간 ‘별들의 전쟁’이 흥미롭다.특히 각당의 텃밭에서는 치열한 공천경쟁이 펼쳐지고 있으며,곳에 따라 ‘출혈’을 피하기 위해‘전환배치’가 고려되고 있다.또 일부에서는 연합공천의 불발로 여·여 대결이 불가피하다.분구지역에서는 새 출마자에 대한 호기심이 높다. 서울 성동에서는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의원와 민주당 새 피의 선두주자임종석(任鍾晳)씨의 세대간 대결이 예상돼 상징적인 승부처로 떠올랐다. 경기도는 5곳이 분구되는 만큼 새 얼굴이 관심사다.민주당 인사로는 성남분당갑 강봉균(康奉均)전재경부장관과,분당을 이상철(李相哲)전한통프리텔사장 등이 눈에 띈다. 강원도에서는 한나라당의 ‘예비전’이 진행중이다.춘천에서는 한승수(韓昇洙)·유종수(柳鍾洙)의원이 당공천을 따내기 위해 피말리는 승부를 펼치고있다.승자는 민주당 이상룡(李相龍) 노동장관과의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원주는 함종한(咸鍾漢)의원이김영진(金榮珍)의원에게 양보했다.강릉은 한나라당 조순(趙淳)의원이 서울 종로나 비례대표를 고려중이어서 민주당 황학수(黃鶴洙)의원이 한숨 돌리고 있다. 공천이 당선으로 여겨지는 각당의 텃밭은 예선이 곧 결승전이라 긴장도를더하고 있다. 호남 최대의 경합지역인 전북 익산에서는 민주당 최재승(崔在昇)·이협(李協)의원 중 한명이 수도권으로 배치될 전망이다. 충청권에서는 충북 진천·음성·괴산에서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정우택(鄭宇澤)의원의 피할 수 없는 공천대결이 펼쳐지고 있다.충남 보령·서천에서는 자민련을 탈당,한국신당을 창당한 김용환(金龍煥)의원과 자민련 원내총무인 이긍규(李肯珪)의원간의 숙명의 한판대결이 볼 만하다. 대구 서에서는 백승홍(白承弘)·강재섭(姜在涉)의원이 당지도부의 교통정리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도 마찬가지다.남구에서는 이상희(李祥羲)·김무성(金武星),금정에서는 김진재(金鎭載)·김도언(金道彦)의원이 경합중이다.사상에서는 신상우(辛相佑)의원이 남고,권철현(權哲賢)의원이 다른 지역으로 배치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동래에서는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무소속 강경식(姜慶植)의원이 맞붙는다. 경북 경주에서는 한나라당 김일윤(金一潤),임진출(林鎭出)의원이 공천을 놓고 성(性)대결을 펼치고 있다.안동은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민주당 권정달(權正達)의원의 자존심이 충돌한다.구미는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의원과 자민련 박세직(朴世直)의원의 중진 대결이 펼쳐진다.울산남에서는 자민련차수명(車秀明),민주당 이규정(李圭正)의원간의 여·여대결이 흥미롭다. 경남은 진주의 하순봉(河舜鳳)·김재천(金載千),밀양·창녕의 노기태(盧基太)·김용갑(金容甲)의원간에 예선 경합이 벌어지고 있다. 이지운기자 jj@. *[집중조명] 성남 분당갑 경기 분당은 선거구 재획정으로 분구가 된 지역이다.현역인 한나라당 오세응(吳世應)의원이 분당을에 출마키로 결정함에 따라 분당갑은 정치신인들의각축장이 됐다.‘무주공산(無主空山)’의 주인이 되기위한 여야 후보의 격전이 예상된다. 이곳은 중산층이 주류를 이루는 아파트 밀집지역이다.생활 및 학력 수준이상대적으로 높아 다른 지역에 비해 조직과 돈이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민주당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강봉균(康奉均)전재경부장관이라는강력한 ‘카드’를 내밀었다.‘수도권 정치1번지’로 부상하는 지역이니만큼 ‘거물’로 기선을 제압,경기지역 전체에서 승리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강전장관측은 ‘안정론’을 기치로 중산층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생각이다. 청와대경제수석과 장관을 지낸 높은 인지도와 경제전문가임을 강점으로 내세우면 승리는 무난하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고흥길(高興吉)총재특보를 대항마로내세울 작정이다.고특보측은 “여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어느 지역보다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최근 실시한 자체여론조사에서도 고특보가 5%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영성씨,한나라당에서는 이영해·조정재·최주영씨 등이 각각 공천 신청을 냈지만 본선 진출권을 따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분구전인 지난 15대 총선에서는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으로 출마한 오세응의원이 33%를 얻어 25.5%를 얻은 국민회의 후보를 가볍게 눌렀다. 박준석기자 pjs@.
  • [인천 화재참사] 이모저모

    인천 중구 인현동 ‘호프러브’ 화재사고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영안실에는 유가족들의 통곡이 그치지 않았다.학생들의 문상도 끊이지 않았다. 참사의 한 단면을 엿보게 했다. ■인하대 병원과 인천 길병원 등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과 응급실은 화재가난 다음날인 31일까지 그을음 냄새가 진동했다.연기에 그을려 온몸에 화상을입은 부상자들의 신음소리가 응급실을 가득 메웠다. 서영민군(15·중학 2년)의 빈소가 차려진 길병원 영안실에서는 서군의 어머니 김분녀씨(38)가 “영민이 찾아 와….어떻게 키운 자식인데…”라고 흐느끼다 끝내 실신.서군의 큰어머니 김일순씨(52)는 “짧은 시간에 어린 학생들이 한꺼번에 많이 죽은 것은 단순한 화재사고가 아닌 분명한 ‘인재’”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엄중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하대 병원측은 신분증이나 소지품 등이 발견되지 않자 사망자들의 사진을 병원 응급실 입구에 붙여 신원을 확인했다.사진이 나붙자 가족 수십명이순식간에 몰려 큰 혼잡이 빚어졌으며,사진을 확인한 뒤안도하는 가족과 사망사실이 확인된 가족들의 통곡이 터지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가천의대 부속 길병원 응급의학과 이근(李瑾)교수는 이번 화재사고 부상자들은 앞으로 3일간이 생사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이교수는 대부분의부상자들이 유독가스 흡입자들이라며 가스 흡입량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나지만 폐부종의 경우 3일 이내에 환자의 60∼70%가 사망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 교육청은 31일 낮 12시 현재 이번 사고 사상자 134명 가운데 중·고교생은 인천 시내 34개교 105명인 것으로 잠정집계했다.이중 49명이 숨지고 56명이 중경상을 입었는데 고교생은 전체 82개교중 30개교 96명이,중학생은 4개교 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참사가 발생한 30일 인천지역 82개 고교중 13개 학교가 이날 축제일이어서 학생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풀이.교육청은 일단 축제를 마친 학생들중 일부가 호프집에서 뒤풀이를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피해 학생들의 출신교가 무려 34개에 이른 점을 들어 이 호프집이 청소년들에게 술을 파는업소로 널리 알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은 31일 오전 인천 중구청을 찾아가 합동분향소 설치를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했다.김준호군(16)의 아버지 김용식씨(40) 등 인하대 병원에 시신이 안치돼 있는 유가족 10여명은 “말로만 합동분향소를 세워주겠다고 하고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면서 “싸늘하게 식어가는 아이들을 냉동실에 다시 넣으란 말이냐”며 울부짖었다.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심하게 불에 탄 사체에서 나온 학생증이 남의 것으로 확인돼 죽은 줄 알았던 학생이 무사히 구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 사랑병원으로 옮겨진 사체에서 진상호군(18·인천 계산공고 1년)의 지갑이 발견돼 경찰과 진군의 부모는 진군이 죽을 줄 알았으나 확인 결과,진군은 가벼운 타박상만 입고 인하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특별취재반]
  • 정웅인,쏘는듯한 눈빛연기로 일어선 사나이

    편법으로 무자비하게 인수한 빵가게 주인이 어릴때부터 친동생처럼 좋아해온 여자라는 걸 알고 미안함에 알짜 상가 자리를 덜컥 내놓는 고리대금업자 상훈.벌판에 천막치고 가게를 차릴망정 “오빤 변했어” 한마디로 ‘불순한’호의를 뿌리치는 국희. 얼핏 신파극에나 어울릴 상황같지만 MBC-TV 월화드라마 ‘국희’의 위 커플에게선 현재형의 생기가 뿜어져 나온다.이 생동감의 동인으로는 상훈역의 정웅인을 빼놓을수 없다.익살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로 오목오목 웃는 상에 유독 눈빛만 이글거려 더욱 뚜렷한 인상으로,정웅인은 드라마의 선을 굵게 그려 나가는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정웅인이 ‘국희’에게 진 빚은 오빠부대를 거느리는 인기인 대열에 올랐다는 정도가 아니다.인정사정없는 검은손 같지만 마음 한켠에 어린날의 순심을 꺾지 못한 상훈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는 희극전문 감초배우 딱지를 확실히떼고 연기의 폭을 성큼 넓혔다.이같은 성공적 연기변신으로 방송가에선 그에대해 벌써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는 기대들을 걸고 있다. “단지 맡은 역할에 최대한 일치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변신도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와야지 어거지로 만들어져선 바람직하지 않지요”어려운 가정에서 자라 별로 유복했던 기억이 없다는 그는 고등학교때 연극반에 들면서 생에 일대 전기를 맞게 된다.“원래 내성적인 편이었거든요.무대에 섰는데 속에서 어떤 끼같은 것이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거예요.나한테 이런게 있었나 스스로 놀랐지요”서울예전 연극과를 졸업한뒤 SBS ‘천일야화’,‘미스 앤 미스터’ 등 시트콤과 ‘조용한 가족’‘북경반점’ 등 영화에 출연했고 ‘은실이’를 통해본격 주목받기 시작했다.현재 SBS 주말극 ‘파도’에서 연기하는 순박한 의리파 남수도 두 여성의 사랑공세를 한몸에 받으며 안방극장 관심권 안으로부상중이라 몸은 고달파도 연기재미는 어느때보다 솔솔하다. “알 파치노를 보면 한마디도 하지 않을때도 아,정말 연기를 하고 있구나 탄복하게 되지요.저도 정적인 표현속에 더욱 강렬한 후광을 거느리는 힘있는배우가 되고 싶습니다”지난 26일 14회째에서 상훈은 국희 아버지의재산을 가로챈 이가 자신의 ‘고객’중 하나인 주태라는 걸 비로소 간파한다.순수한 사랑과 혼탁한 야심사이를 격렬하게 오갈 한 사나이의 행보를 정웅인이 얼마나 보폭크게 그려나갈지 또다른 관람포인트가 아닐수 없겠다. 손정숙기자 jssohn@
  • [대한시론] 불평을 수용하는 성숙한 정치로

    나라가 온통 물난리를 겪고 수해복구에 소란한데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높다.지난 3년간 똑같은 수재를 반복하는 까닭은 나라의 홍수대책이 국민의 불평과 비판을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정치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생각하며 정치와 불평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요즘 나라의 정치가 잘 되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사람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그 책임이 정치학자에게 있다고 한다.처음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격인데,그 이유는 고등교육과정에서 정치학을 잘못 가르쳤다는 것이다.우리나라정치지도자들의 상당수가 고등교육을 받은 분들인데,과연 그들이 정치학을어떻게 배웠기에 정치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외국에서 수입한 가장 이상적인 정치모델들만을 가르쳤다는고백일 것이다.한국정치 현실에 맞는 자생적 패러다임이 없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정치가 원래 ‘천의 얼굴을 가진 치국의 예술이라면’ 잘 안되는 정치를 해결하는 정치학을 공부했어야 했다는 것이다.왜냐하면 정치는 본래 잘 안되는 인간관계를 잘되게 푸는 노력이고,이를 연구하는 것이 정치학일 것이기 때문이다. 60년대 미국 정치학의 이론적 접근 틀로 유명세를 얻었던 ‘DM모델’(정책결정 모델)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관계에 있어서 잘 안되는 일,즉 엇갈린 반대와 모순들을 푸는 변수의 종합이었다.좋은 민주주의는 좋은 정당정치와 함께 나란히 나아간다.좋은 정당정치는 지지보다는 비관과 불평 및 비판과 반대 등의 갈등으로 엇갈리는 다양한 국민의사를 정당이라고 하는 매개체를 통해 수렴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정치가 잘 안되는 까닭은 우리의 정계가 비관,불평,비판,반대 등으로 거부하는 요소를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따라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상대를 ‘좋다와 싫다’ 또는 ‘지지와 반대’ 부류로 갈라놓고,싫다는 사람과 반대하는 쪽을 적(敵)의 캠프로 몰아 버리고 상종도 하지 않는 데서 시작되었다.칼자루를 쥔 사람은 일반적으로 매사를 걱정하는 사람을 ‘습관적 비관론자’로 못박아 버리고,무턱대고 낙관론자만을 끌어안는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개선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낙관론자는 무책임한 동조자일 뿐 쓸모없는 기회주의자일 수 있으나,대안을 제시하는 비관론자는 생각이 깊은 동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속 빈 낙관론자는 부실한 ‘예스맨’(Yesman)일 수 있으나,속 찬 비관론자는 옴부즈맨(Ombudsman)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숙한 지도자는 불평하는 이들을 ‘왕따’로 몰아버린다.노골적으로 하기어려우면 은근히 소외시키는 ‘은따’로 내몰기도 한다.따지고 보면 모두가똑같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모인 조직사회에서 불평은 당연한 것이다.그러나 불평은 민주화로 가는 관문에 해당한다.불평은 미처 보지 못한 사각지대로 눈을 돌리게 함으로써 지도자가 반드시 넘어야할 관문이기 때문이다. 비판은 발전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비판을 통해 문제가 잉태되어야 비로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생긴다는 뜻이다.또한 건설적인 비판이 있어야 보다 완벽한 대안을 세워서 같은 문제가 반복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때문에 비판은 성장과 성숙이 필요로 하는 양식이며,자유로운 비판은 높은차원의 완숙을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 사회는 이제 많은 비판을 수용하는 아량이 요구된다. 반대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 된다.반대의 이유를 캐고 그 뿌리를 찾아내면반대자를 설득하여 지지하는 사람으로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민주주의가 성장한 역사를 들춰보면 그곳에는 언제나 반대를 지지로 이끌어 낸 대중적 선각자들이 있었다.처음부터 지지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따라서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는 언제나 무수한 반대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우리의 정치는 걱정하는 비관론,거침없는 불평,다양한 비판,그리고 볼멘 반대의 소리를 모두 폭넓게 수용하고 소화시키는 합(合)의 장으로 승화되어야 할 것이다. 金裕南 단국대 교수·비교정치
  • 申昌源수사 이모저모

    신창원의 일기장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신의 동거녀를 성폭행한 경기도 안성경찰서 김모 경장(30)이 파면된 데 이어 신이 드나들었다고 밝힌 검찰청과 경찰서,신이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한 교정기관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폭행 혐의로 입건된 동거녀 큰오빠(44)의 합의서를 제출하기 위해 검찰청에 두 번 들렀다는 신의 주장과 관련,“보통 야간에 영장이법원으로 청구된 뒤 합의서는 법원에 제출하는 게 관례”라면서 “신이 들른 곳은 검찰청(홍성지청)이 아니라 야간에 영장기록이 넘어가 있던 법원(홍성지원) 당직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합의서도 본인이 직접 제출한 게 아니라 함께 온 다른 사람이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이 또 한 차례 들렀다는 것도 영장이 청구된 다음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때 법원에 간 것을 의미하는 것같다”고 덧붙였다. ■교정행정을 맡고 있는 법무부는 신이 일기장에 ‘교도관이 재소자들의 입에 가래침을 뱉고,재래식 화장실 뚜껑을 열게 한뒤 얼굴을 처박게 했다’고 쓴 데 대해 새 정부 들어 추진해 온 ‘열린 교정행정’의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신의 인질극 피해자로 밝혀진 김모씨(51)는 ‘범죄로 취득한 물품은 국가가 압수한 뒤 소유권자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순천의 아파트에서 발견된 1억8,000여만원이 자기 돈으로 밝혀질 경우 돌려받게 된다. 그러나 동거녀 김모씨 명의로 된 순천의 아파트와 가전제품,귀금속 등 5,000여만원 어치는 형법상 범인은닉이라는 불법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물품으로간주돼 국고에 귀속된다. ■신의 동생 현기씨(30·서울 강서구)는 “형편이 어렵지만 형을 위해 가족모두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서울이나 전북지역 변호사 가운데 애정을 갖고 몰두할 수 있는 변호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목수 일을 하는 현기씨는 “올해 초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가 (내가) 종업원으로 있던 서울 모 인테리어업체에 찾아와 사장에게 ‘세무조사를 벌이겠다’고 협박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은 재수감 5일째인 20일 아침에도 “속이 좋지 않다”면서 죽을 요구했으며 계속된 조사로 지친 모습을 보였다고 부산교도소측이 밝혔다. 신은 도피경로와 추가 범행에 대한 조사에는 대체로 순순히 응했으나 강도사건에 대해서는 “장소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구체적 진술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김성수 전영우기자 sskim@
  • 精文硏 개원21돌 학술대회/”신뢰사회와 21세기 한국”

    [한국정신문화연구원(원장 韓相震) 개원 21주년 기념학술대회가 ‘신뢰사회와 21세기 한국’을 주제로 30일 이 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렸다.주제발표 내용중 제2분과 ‘부패추방과 신뢰사회-참여연대의 관점’에서 발표된 ‘부패추방과 신뢰사회구축’(朴元淳·참여연대 사무처장)과 ‘부패추방을 위한 환경개선’(李銀榮·외국어대 교수·법학)을 요약한다.]- 골자 부패방지법 필수 한국사회를 두고 흔히 ‘ROTC공화국’이라고 한다(Republic of Total Corruption).요람에서 무덤까지 ‘뒷돈’ 없이는 살 수 없는 사회가 바로 한국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대형사고의 뒤에는 항상 부정부패가 있어 왔다.부정부패는 기업윤리와 사회질서를 깨뜨리고 다른 사람의 피해를 낳는다. 과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언제나 요란한 사정구호를 외쳤지만 성공한예는 드물다.이는 정권 차원에서 전 정권의 비리와 부패를 문제삼음으로써자신의 도덕성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그동안의 부패추방운동은 이처럼 위로부터,그것도 정부가 주관한 것뿐이었다.뿐만 아니라 전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고 엄단하는 한편 스스로 반부패의 대중운동을 정부가 주도해 왔다.민간차원에서 자율적인 부패추방운동을 해 본 경험은 거의 없다. 부패추방의 첫번째 관건은 그 운동의 지속성에 있다.과거 정부가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내세우다가 흐지부지함으로써 부정부패추방은 오히려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가 되곤 했다.부정부패의 정도가 심하고 뿌리가깊을수록 그 추방운동 역시 장구한 세월이 필요하다.또 부패추방의 대상은부패한 모든 공직자와 기업인,모든 국민이 돼야 한다.거기에 상하와 귀천의구별이 있을 수 없다.오히려 권력층과 부자가 엄벌받을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다.아울러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추방은 행정의 투명성과 그에 따른 책임성 강화가 필수적이다.그러나 현행 정보공개법은 공개 예외사유를 지나치게 확장함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알권리를 제한하고 있다.이같은 장애물 제거야말로 부패예방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와함께 비리와 부패가 있어도 그에 대한엄중한 문책이 뒤따르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현재의 적발·수사·기소·재판·복역·사면·복권 등의 과정에서 제대로 처단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오히려 그 과정에서 은폐,축소,사면됨으로써 비리사범이 곧바로 대중 앞에 얼굴을 나타내 국민들의좌절감만 증폭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공공기관에서 내부에 독립적인 징계·인사·감찰위원회를 두고 구성원의 비리에 대해 엄중한 처리를 하는 경우도드물다.이런 상황에서는 부정부패를 추방하는 것도,다수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도 쉽지 않다. 부정부패를 근원적으로 추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혁방안이 필수적이다. 우선 내부고발자보호제도, 돈세탁방지제도 등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며 공직자윤리제도의 강화,공직자재산등록제도의 보완 등 기존 제도의 보완·강화가 절실하다.특히 사정기관의 독립적이고도 효율적인 수사권 행사도보장돼야 한다. 참여연대는 96년 1월 ‘맑은사회만들기본부’를 출범시킨 바 있는데 이는언론마저 부패한 마당에서 시민운동이 감당해 내야 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참여연대는 부정부패 관련 여러 제도를 통합한 ‘통합 부패방지법’ 제정을위해 각국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모범법안을 마련하였다.이미 국제사회에서도 ‘부패라운드’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부패추방은 이제 한시도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 부패추방 위한 환경개선 부패추방을 위해선 우선 공직자의 생활문화 개선을 토대로 그에 따른 행동강령 마련과 실시,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시민참여가 중요한요소랄 수 있다. 공직사회의 생활문화 개선 측면에서 공·사의 확실한 구별은 부패추방의 첫걸음이다.모든 공직자가 동의할 수 있는 공·사 구별이 명확치 않으므로 정부나 회사가 그 선을 그어주는 게 좋다.건전한 회식문화의 정착도 중요하다. 공직자의 건전한 회식기준을 마련해 공직사회에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여기에 공직자의 청첩장 안 돌리기 등 건전한 혼·상례 관행이 따라야 한다.현행공직자윤리법에는 경조사의 부조금을 빙자한 뇌물의 제공이 전혀 규제되지않아,법을개정 또는 제정해 규제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같은 생활문화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공무원들의 행동강령을 정할필요가 있다.공직자에게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부과하고 위반행위를 제재하는실천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타 직원의 직무수행에영향을 미치는 알선 청탁 소개는 물론 직무관련자들에게 제3의 이해관계자(세무사 변호사 판사 건축사 등) 알선 청탁 소개 금지 ▲민원 처리에 일정기간 이상이 걸릴 경우 민원인에게 중간 처리상황 통보 의무화 ▲업소출장은사전계획된 업소를 원칙으로 하되 출장신고제를 채택,임의적인 업소방문 예방 ▲직무와 관련한 부당이익 및 선물 수수 금지와 이와 관련한 ‘이권개입금지’‘업무외 소득 신고’‘접대 및 선물 수수의 금지’‘선물 등의 처리절차’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여기에선 행동강령과 부패방지법을 연계시켜 강제성을 확보하고 행동강령의 준수 여부에 대한 감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또 시민들에게도 행동강령을 숙지시켜 시민들이 공무원을 대할 때 그 행동강령에 맞게 행동하도록 계몽할 필요가 있으며 기본적인 공무원 행동강령을 토대로 부처별로 그 특성에 맞는 ‘특정업무에 관한 공무원행동강령’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민참여에 의한 부패추방이다.시민들이 원칙에 순응하겠다는의식과 부정행위를 묵과하지 않는 고발정신을 높이는 캠페인이 필요하다.이를 위해 시민들이 부정행위를 고발한 경우 포상금 지급 또는 사회봉사점수가산,직장 승진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여기에 행정정보공개 및 시민의 행정참여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각종 정부업무의 위원회에 시민의 참여를 확대시켜 시민이 주요 사업계획의 과정에서 정보를 입수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함께 시민이 부정행위로 의심되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감사기관에 감사를 요청할 수 있는 ‘시민 감사청구제’를 도입하면 청구를 받은 기관은 일정기간내에 의무적으로 감사를 개시하도록 될 것이므로 비리사실의 은폐 및축소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부정부패추방 캠페인 전개도 효과적이다.▲각분야의 부패방지와 관련된 다양한 세미나 공청회 워크숍 개최와 ▲시민·종교단체의 부패추방운동 장려 ▲부패추방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 ▲부패고발센터의 설립 장려 ▲전문직 종사자의 부패추방운동단체 결성 장려 ▲경제단체와 기업들의 행동강령 마련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은영 한국외대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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