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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치권 北 포섭설 명명백백하게 가려라

    공안당국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정계와 노동계, 학계 등 각계 인사 수십명을 수사 중이다. 이른바 남한 지하당 ‘왕재산’ 사건으로 알려진 이번 일과 관련해 민주당 출신 임채정 전 국회의장의 정무비서관을 지낸 이모씨 등 5명이 구속됐다. 민주노동당 소속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최종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의 간첩활동 혐의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남한 정치현장 한복판에까지 지하당 구축을 획책한 것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당국에 따르면 이씨는 북한 노동당 225국(옛 대외연락부)의 지령을 받아 국내에서 간첩활동을 벌인 지하당 조직 ‘왕재산’의 2인자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그는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한 적도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민주당은 이미 당직을 떠났으니 관련이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제1야당 인사가 간첩사건에 연루된 것 자체가 공당으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나아가 ‘원칙 있는 포용’ 정책 논란에서 보듯 종북좌파 세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민주당 아닌가. 민노당은 이번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마치 공격이 최선의 방어임을 확신이라도 하듯 사뭇 도발적인 논평을 냈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통합과 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민노당을 어떻게든 흠집내 보려는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이정희 대표 또한 공안 탄압이 재현되고 있다며 “독재정권의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고 퍼부어댔다. 공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북한 조선중앙방송의 선전·선동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이 대표는 ‘공안 탄압’ 운운하는 것은 권위주의 독재시대에 통하던, 지금은 결코 유효하지 않은 시대착오적 발언임을 명심해야 한다. 반국가단체 간첩단 적발은 1994년 ‘구국전위’사건 이후 17년 만이다. 국회 등 남한 정치권의 핵심부까지 대남전략의 텃밭으로 삼으려 한 이번 사건은 결코 흐지부지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공안당국의 철저하고 당당한 수사를 촉구한다.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하지 말고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아당, 특히 민노당은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는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언행을 자제하고 대북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 北·美, 입장차 속 대화의지 공감

    1년 7개월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개된 북한과 미국의 당국 간 회담이 29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친 공식 일정을 마쳤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비롯해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 최선희 부국장 등으로 구성된 북한 대표단과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클리퍼드 하트 6자회담 특사,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담당 보좌관 등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단은 이날 주유엔 미국 대표부에서 이틀째 회담을 가졌다. 미국 측은 6자회담 재개에 앞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포함한 모든 핵개발 활동의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행 확약,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에 대한 성의 있는 자세 등 남북관계 개선도 촉구했다. 반면 북한은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와 함께 평화협정 논의, 북·미관계 정상화, 대북 제재 해제 등을 주장했다. 대북 식량지원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개진했다. 양측은 추후 계속해서 대화를 갖자는 데 공감했다. 앞서 이날 아침 10시쯤 김 부상은 숙소인 호텔을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공세에 직접적 응답을 피한 채 북한 말투로 “잠들 잘 잤시요(잤어요)?”라고만 말한 뒤 차에 올랐다. 전날 비교적 성의있게 대답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회의 시작은 9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김 부상은 30분 정도 ‘지각’한 셈이다. 그는 다소 피곤해 보였다. 반면 보즈워스 대표는 8시 45분쯤 회담장에 일찌감치 도착해 김 부상을 기다렸다. 보즈워스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도 회담은 계속될 것이다.”라고만 말했다. 앞서 첫날 총 4시간여에 걸친 회담이 끝난 뒤 숙소에 도착한 김 부상은 지치고 어두운 표정이어서 회담이 난항을 겪은 듯한 인상을 줬다. 그러나 이날 저녁 보즈워스 대표는 김 부상을 뉴욕 시내 한 식당으로 초청, 만찬을 대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회담 분위기는 그런대로 괜찮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뉴욕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美 “北, 천안함·연평도 진정성 보여라”

    美 “北, 천안함·연평도 진정성 보여라”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미국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회담을 갖고 비핵화와 6자회담 재개, 북·미관계 정상화 문제 등을 논의했다. 북·미 양측이 공식 대화를 갖기는 2009년 12월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주유엔 미국대표부 건물에서 열린 회담에서 미국 측은 특히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할 것을 북한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은 비핵화에 명백히 위반된다며 개발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북한은 6자회담을 조건 없이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북 식량 지원이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회담에서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갖게 된 불만을 상대 측에 밝혔다. 양측은 이틀째인 29일 마지막 회담을 갖는다. 회담장으로 가기 위해 호텔을 나서던 김 부상은 기자들에게 “쌍무관계, 지역정세 등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면서 “오늘 회담이 잘되길 바라지만 실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회담장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보즈워스 대표는 회담 전망에 대한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답한 뒤 김 부상이 도착하자 현관 앞으로 나가 악수하고 함께 회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6자회담이 재개되기 전에 북한이 플루토늄 핵무기는 물론 UEP 문제에 대해서도 불법성을 인정하고 비핵화 조치를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UEP 등의 성격 규정을 놓고 지루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시간만 허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오늘 회담에서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한국이 직접 제기하는 것보다 미국이 거론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공감대를 한국과 형성한 가운데 오늘 회담에서 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면서 “북한이 비핵화는 실현할 것처럼 말하면서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해서는 태도 변화가 없다면 미국이 북한의 진정성을 확신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번 만남은 탐색전이고 앞으로 수차례 양측이 만나면서 첨예한 이견을 좁혀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고 했다. 한편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차석대표인 조현동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28일 오전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조 단장의 방미는 미국 측으로부터 북·미 고위급 대화에 대한 설명을 현장에서 바로 듣고 본부에 알려 대책을 마련하고, 미국 측과 북·미 대화 후 후속 과정 등 현안에 대해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김상연특파원·서울 김미경기자 carlos@seoul.co.kr
  • [한반도 안보지형 급변] 연내 6者 무드 조성→내년 초 남북 고위급회담… ‘로드맵 가시화’

    [한반도 안보지형 급변] 연내 6者 무드 조성→내년 초 남북 고위급회담… ‘로드맵 가시화’

    정부가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에 북한 측 고위급 인사를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북핵·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로드맵이 가시화되고 있다. 골자는 연말까지 남북관계 진전 및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속도를 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3월 남북 고위급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남북 간 추가적인 협의가 계속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며 미·일·중·러 등 6자회담국들과의 공조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이후 북측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 등 대남 공세에도 불구하고, 내년 3월 핵안보 정상회의를 목표로 남북관계와 비핵화 진전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 북측에 제안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측이 마련한 로드맵에 따르면 지난 22~23일 발리 남북 회담에 이어 28~29일 뉴욕에서 열리는 북·미 당국 간 고위급 대화를 시작으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다양한 양자·다자 회담이 추진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지난 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러시아 측이 6자회담 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협의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힌 것도 포함된다. 남북과 북·미 등 양자회담이 진전되면 올해 하반기까지 중국 측이 제안해온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 등 예비회담도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예비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되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일 경우 6자회담 본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비핵화 과정과 함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접촉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29일 남북 금강산 실무회담을 시작으로 적십자회담 등을 추진한 뒤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재논의할 수 있는 군사실무회담 및 장관급회담 등도 추진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천안함·연평도 문제가 남북 비핵화 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었지만 6자회담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6자회담 재개 전에 반드시 진전을 이뤄야 한다.”며 “천안함·연평도 문제는 비핵화 트랙이 아닌 남북 간 별도 트랙을 통해 연말까지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안에 6자회담 재개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북한의 변화도 있어야 하는데 북한의 입장이 정리됐는지 잘 알 수 없다.”면서 “현재의 기대치를 30%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윤설영기자 chaplin7@seoul.co.kr
  • [사설] 남북 대화 강온 투트랙으로 차분히 가자

    남북 간에 발리회담을 가진 이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정부는 민간단체에 대북 밀가루 지원을 승인한 데 이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갖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이를 계기로 궁극적으로 한반도 해빙이 성사되려면 최대 걸림돌인 북의 천안함·연평도 도발 문제가 풀려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강경론과 온건론이 엇갈리고 있다. 둘 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둘 다를 고집해서는 대화 재개의 고리를 풀기 어렵거나 또 다른 우를 범할 수 있다. 강온 투트랙을 병행해서 차분히 균형을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 강경론은 북의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전제 조건으로 고수하고 있다. 온건론은 해결 가능한 수순부터 밟아 대화국면을 이어가자는 견해를 편다. 낙관적으로 전망하느냐, 조심스럽게 접근하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 차이다. 하지만 낙관도, 비관도 할 때가 아니다. 예측불허인 북한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북측은 남포·온천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준비 중이다.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북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경고한다. 북측이 향후 어떤 형태로 돌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게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북측과 대화할 때는 퍼주기도, 봐주기도 더 이상 없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먼저 심어줘야 한다. 그러나 전향적인 자세로 임할 필요도 있다. 이 경우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소홀히 하거나, 아예 배제시키는 실책을 낳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강경론을 고집하다가는 사태 해결이 어려워진다. 천안함·연평도 도발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되 북측을 너무 구석으로 몰지 않는 유연한 자세를 보이면 수월해질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강경론으로 협상력을 높이고, 온건론으로 대화 분위기를 띄우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미국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초청하는 등 북·미 대화가 본궤도에 진입하는 단계다. 자칫 대화국면이 남북보다는 북·미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6자회담을 분리해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은 우리 정부의 선택이다. 그로 인해 우리 측만 소외되고, 북측에 줄 것만 주게 되는 실책을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강·온의 두 목소리를 균형추로 삼아 적절히 대처해 나가면 대화의 주도권도 확보할 수 있다.
  • [북·미] “김계관, 작년 3월 워싱턴 방문계획 있었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해 3월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미국과 합의하고 일정까지 확정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외교소식통은 25일 “지난해 3월 김 부상이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등의 초청으로 뉴욕을 방문하려다가 천안함 사건으로 무산된 사실만 알려졌으나, 사실은 당시 뉴욕을 거쳐 워싱턴까지 와서 미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기로 돼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방미 외교에서 뉴욕과 워싱턴은 천양지차다. 뉴욕은 북한의 유엔대표부가 있기 때문에 국제 외교 무대라는 인상을 주지만 워싱턴은 그야말로 미국 정치의 심장부다. 지금까지 워싱턴을 방문한 북한 당국자는 2000년 10월에 온 조명록 북한 인민군 차수가 유일하다. 당시 조명록 차수는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체결했다. 이로써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이 실현됐고,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까지 추진되는 등 북·미관계가 급진전된 바 있다. 지난해 3월은 6자회담 재개와 남북정상회담 개최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라는 점에서 북·미가 김 부상의 방미를 통해 전면적인 관계 개선을 꾀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갑작스러운 천안함 사건으로 물거품이 됐다. 소식통은 “정황상 천안함 사건은 군부 등 북한의 강경파가 외교 라인 등 유화파 득세 기류에 위기감을 느끼고 도발을 감행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말 다시 방미하기로 돼 있는 김 부상은 워싱턴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으로 뒤통수를 맞은 미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아 방미 지역을 뉴욕으로 국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김 부상의 이번 방미를 ‘탐색적 대화’로 규정하고 북한의 진의를 떠보는 차원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지난해의 사례는 북한의 태도에 따라 워싱턴 방문 등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기싸움…한나라 “남북관계 개선, 北사과 먼저”

    아세안지역 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남북 관계의 훈풍이 예고되자 정치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남북 대화 정국 및 관련 현안에 대한 입장은 물론 장기적으로 ‘안보(남북) 이슈’가 몰고 올 후폭풍까지 신경 쓰는 눈치다. 2012년이 한반도 정세에서 갖는 위상 때문이다. 북측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70세’에 맞춰 2012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삼았다. 남측은 대선을 치른다. 이 때문에 여야는 한반도 비핵화 수준, 정상회담 합의 여부 등을 주시하면서 안보 이슈의 진폭을 전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남북 대화 재개 움직임에 대해 25일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남북 관계 개선 자체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보 이슈에 당의 목소리를 강화하면서 청와대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해 충분히 사과를 해서 실질적인 회담이 되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유야무야되면 안 된다.”면서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 말 남북 대화가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되면 안 된다는 우려로 읽힌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최고위원은 “남북 관계 방향에 대해 청와대가 긴밀하게 당과 상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인도적 지원 재개와 교류협력 활성화를 촉구하는 것은 물론 정상회담 재추진을 거듭 제안했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남북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손학규 대표(대북 강경+평화)와 정동영 최고위원(대북 온건+평화)의 경우처럼 ‘각론’에 들어가서는 지도부 내부에서도 미묘한 입장 차가 드러난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 개선은 반가운 일”이라면서 “지난달 청와대 회담에서 언급했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강산 관광과 북한 진출 기업의 활동 재개 등을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비핵화 6자회담이 진전돼야 하는데 이 정권의 대북 라인으로는 제대로 실천하지 못할 것이므로 대북 라인 교체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천안함, 연평도 사태에 대한 문제는 미제 상태로 남겨 두고 6자회담을 하는 것이 선(善)”이라고 주장했다. 구혜영·허백윤기자 koohy@seoul.co.kr
  • ‘천안함’ 이후 海軍이 바다를 꺼린다

    ‘천안함’ 이후 海軍이 바다를 꺼린다

    바다를 기피하는 해군 장병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천안함 사태 이후부터 함정과 잠수함 근무를 피하려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5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병력 운영 및 전력 유지 사업 평가’에 따르면 해군의 주특기 분류에 해당하는 33개 병종 가운데 함정에 근무하는 15개 병종에 대한 지원율이 2009년 2.2대1에서 천안함 사태 이후인 2010년 1.9대1로 떨어졌다. 함정 근무병 가운데서 12개월 이상 근무한 숙련병 비율도 36%에 머물렀다. 이는 함정 근무병들조차 최소 함정복무 기간인 6개월만 채우고 나면 육상 근무를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신문이 병무청에서 입수한 ‘해군병 지원 현황’에 따르더라도 천안함 사태 전후로 해군 지원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2009년 한 해 평균 2.7대1의 경쟁률을 보였던 해군병 지원율은 지난해 3월 천안함 사태 직후 1.5대1(2010년 4월 기준)로 추락했다. 천안함 사태 직후 해군 지원율이 늘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지원 시기와 입대 시기가 2개월가량 차이가 난 데 따른 것으로, 1월에 일시적으로 늘어난 지원자들이 천안함 직후 입대하면서 지원자 증가로 비춰졌다. 아덴만 여명작전 직후 지원율은 3.4대1(2011년 1월 기준)까지 올랐지만 지난 10일 마감한 9월 입대 지원율은 1.7대1로 다시 떨어졌다. 해군 부사관들의 잠수함 근무 기피 실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잠수함 승조원 지원율이 2000년 이후 35%로 급감하며 해군은 강제 지명 발령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승조원을 가까스로 채우고 있다. 특히 2008년까지 잠수함 승조 부사관으로 양성한 602명 가운데 25%인 152명이 전역하거나 육상 근무로 전환하는 등 도태돼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엔진 소음 등의 열악한 환경과 적 도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 등을 꺼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잠수함 근무 수당을 전투기 조종사의 항공 수당 수준으로 높이고, 함정 근무병의 수당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의했다. 2011년 현재 잠수함 근무 수당은 월 85만 8000원(영관급 기준)으로 항공 근무 수당(104만 1000원)의 82%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해군 관계자는 “해군 지원율 하락은 육군 등에 비해 위험 노출 수위는 높은데, 의무 복무 기간은 더 긴 문제 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金외교 “남북관계 급진전 기대 못 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5일 인도네시아 발리 남북 비핵화회담 개최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진전될 가능성에 대해 “발리 회담이 있었다고 남북관계의 급격한 진전을 바로 기대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발리 회담은 남북관계에 어떤 물꼬가 좀 트였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미국 방문과 그 이후의 한·미 협의,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확인할 부분이 있어 차분히 (6자)회담을 끌어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6자회담 재개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이어 “비핵화에 진전이 있다면 남북관계에도 진전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기대한다.”면서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해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청와대가 남북 양자관계와 북한 비핵화를 고리로 한 다자관계를 분리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여전히 천안함·연평도 문제 해결을 강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또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볼 수 있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느냐는 다른 문제”라면서 “6자회담 전에 핵 활동 중지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 비핵화 의지를 북한이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함대사령관도 통합방위사태 선포 건의권

    국방부는 24일 해군 1·2·3 함대사령관도 통합방위사태의 선포 및 해제 건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방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또 경계태세 1급 발령 지역에 민간인을 통제하는 구역을 설정할 수 있는 내용도 신설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군 함대사령관은 북한의 해상침투 등으로 인해 을종사태나 병종사태에 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도지사에게 통합방위사태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지방경찰청장과 지역군사령관이 선포 및 해제 건의를 할 수 있다. 지난해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사태처럼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고, 서해 5개 도서를 기습 점령할 경우 해상 상황을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는 함대사령관에게 통합방위사태의 수위를 조율할 수 있게 하는 한편 군사작전 초기 일반인의 보호와 원활한 군사작전 수행을 위한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통합방위사태는 경중에 따라 갑종·을종·병종으로 나뉜다. 가장 높은 단계인 갑종 사태는 적의 침투나 도발 혹은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발생 시 선포되며, 을종은 2개 이상의 지역에서 적이 침투·도발해 단기간 내에 치안회복이 어려운 경우, 병종은 적의 침투나 도발 위협이 예상되거나 소규모의 적이 침투해 단기간에 치안회복이 가능한 경우에 선포된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사설] 南은 유연해지고 北은 진정성 보여라

    남북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간 비핵화 회담을 개최했다. 이어 지난 2008년 7월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이후 3년 만에 외교장관들도 비공식 접촉을 가졌다. 이를 계기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접근 방안, 즉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 6자회담 가운데 첫 단추가 꿰어졌다. 발리에서 날아온 낭보가 한반도 해빙으로 이어지려면 남북 모두 변화된 자세가 필요하다. 남측은 유연성을 발휘하고, 북측은 진정성을 보여줄 때 한 발 더 나갈 수 있다. 남북이 화기애애한 만남을 가진 이후 6자회담 관련국 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고, 북·중 고위급회담과 북·러 접촉도 이뤄졌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조기에 재개되도록 관련국들이 성의를 갖고 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북측이 미국과의 직접 대화에 집착해 온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칫 남북 대화가 의미 없는 수순밟기에 그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 측이 주도권을 확보하도록 단호한 의지와 치밀한 전략이 수반돼야 한다. 청와대는 남북 관계의 중대 변화 가능성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막연한 낙관을 자제하고 냉철하게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는 태도는 바람직하다. 비핵화 회담과 남북 문제 해결을 별도로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시도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렇더라도 연평도·천안함 도발에 대해 북측의 사과를 받아낸다는 원칙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북측에 잘못했으니 싹싹 빌라는 식으로 강요하는 자세로는 진전을 보기 어렵다. 북측이 사과에 준하는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보장 등 진정성을 보이면 수용하는 유연성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 무드를 살려 나가는 게 우선이다. 남북 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측은 한 달 전만 해도 남측과 상종하지 않겠다고 했다. 언제 또다시 표변할지 모른다. 식량 지원 등 그들이 원하는 것만 내주고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한 채 모든 게 유야무야되면 곤란하다.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이고 전반적인 남북관계에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는 대화로 가야 한다. 의제로 옥신각신하다가 북측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악순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 與는 “천안함 北사과 선결돼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뤄진 남북 비핵화회담으로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인 데 대해 정치권에서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이는 대화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대북 원칙을 분명히 세울 것을 강조했다. 나경원·원희룡 최고위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12명은 24일 성명을 내고 “남북 관계 개선은 바람직하지만 천안함·연평도 만행에 면죄부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해 5도를 지역구로 둔 박상은(인천 중·동·옹진) 의원이 주도한 이 성명에서 의원들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천인공노할 북한의 만행에 대해 정부는 분명히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면서 “이들 사건에 대한 북한의 유감 표명이나 재발 방지에 대한 확약 없이 6자회담을 언급한다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에는 이들 외에 박진·신지호·원희목·이춘식·장광근·정옥임·정진섭·차명진·홍일표 의원이 참여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도 “이번 남북 대화에서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드러나지 않은 게 아쉽다.”면서 “북한이 재발 방지 약속을 하든지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번 대화를 통해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섣부른 낙관론”이라면서 “이번 남북 대화는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의 제스처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공개적으로는 남북 비핵화 회담을 지속하되 비밀접촉을 통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면서 경색된 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 아니다” 신중한 靑

    정부와 청와대의 대북(對北)라인이 다음 달 중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8·15 광복절을 전후해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강경파로 분류되는 현인택 통일부장관과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바뀔 것이라는 게 골자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에서 벗어나 북한에 대화할 자세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번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진 남북 비핵회담이 이 같은 대화 모드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번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관계와 관련된 진전된 제안→대북라인의 교체→본격적인 남북대화 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1일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대북정책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8월쯤 남북 관계에 뭔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한 당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 같은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8·15를 전후해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시기상조이고, 정부 내 대북라인 교체 역시 논의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양자 관계는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대한 북한의 진지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면서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 대응 기조도 ▲남북 양자 관계 ▲북한 비핵화를 고리로 한 다자 관계 ▲유아와 취약계층을 위한 인도적 접근 등 세 갈래 분리 대응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이다. 청와대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발리 남북한 비핵화 회담 등이 있었지만, 남북 관계가 갑자기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장관을 비롯한 대북라인 교체설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인사권자만 알 수 있는 사안이며 교체 여부가 논의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美·中·日 한반도 전문가 긴급진단

    美·中·日 한반도 전문가 긴급진단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남북한 비핵화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해빙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리 남북 접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는 신중했다. 중국 전문가들이 “동력이 생겼다.”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6자회담 재개까지 이어질지는 시기상조라며 온도 차를 보였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만남은 3단계 6자회담 재개 방안의 첫 단계를 의미한다. 이것이 3단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전보다는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나. -낙관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6자회담보다는 미국과의 1대1 협상을 선호해 왔다.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정치적 조건들이 현재는 성숙돼 있지 않다. →남북 수석대표가 2년 7개월 만에 만난 동기는. -양측이 긴장이 더이상 고조돼서는 안 된다는 압력을 국제사회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남북이 두어 차례 더 만난 뒤 바로 북·미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런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6자회담 재개 위한 장애물은. -아직 공통 의제조차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대화 무드를 타고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나. -회의적이다. →미국이 대북 식량을 지원할까. -그럴 것이다. ●브루스 벡톨 미 안젤로 주립대 교수 →6자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돼야 할 사안들이 있다. 분명하게 비핵화 과정에 들어서야 하고 천안함 사건 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지 않는 한 6자회담이 곧 열릴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 →남북 대표가 만난 동기는. -아마도 북한이 일시적으로 도발보다는 외교를 택한 것 같다. →남북이 두어 차례 더 만난 뒤 북·미 대화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와 도발 중단 의지를 보여 주지 않는다면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한·미가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핵사찰 수용과 핵실험 중단 등을 북한이 수용할까. -수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례를 보면 북한은 핵시설을 완전하고 투명하게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까. -가능하다. 북한은 많은 경제적·정치적 양보를 기대할 것이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6자회담이 곧 재개될까.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동력이 생겼으니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공전돼 당사국들의 재개 욕구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접촉으로 변화의 기운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일단 대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각국의 자제와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역할은. -지금까지도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의장국으로서 각 국을 상대로 재개조건 마련을 위해 노력하자고 주장해 왔다. 이번 남북 접촉을 계기로 중국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북·미 대화 가능성은. -일단 남북 대화가 시작됐으니 조만간 움직임이 있지 않겠는가. 북·미 대화는 북한이 더 적극적인 만큼 미국이 수용하면 곧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건은 한국 정부의 입장인데 한국으로서도 일단 남북 대화가 시작돼 순차적 대화 명분을 살린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장롄구이 중국 중앙당교 교수 →6자회담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6자회담 재개는 중요하지 않다. 북한의 목적은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대화가 재개돼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6자회담 재개 이후의 성과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재개했을 때의 안건이 관건이 될 것이다. 북한의 행태로 봤을 때 북한의 비핵화가 과연 안건으로 채택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이 이미 6자회담 재개에 동의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합의에 따라서는 곧 재개 수순에 돌입할 수도 있다. →북한은 아직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사과하지 않았는데. -북한은 끝까지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국이 전제조건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한국 정부 역시 부담 때문에 거둬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고집을 받아들일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북·미 대화 전망은.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미국의 결단이 중요하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양측의 불신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6자회담 재개 전망은. -남북 대화와 6자회담은 내년 2~4월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내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강성대국 대문을 여는 해를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6자회담을 재개하려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3월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런 큰 행사만으로도 볼 때 내년에는 남북 간에 대화 국면이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6자회담 재개하는 데 걸림돌은. -남북한은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계기로 수면하에서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여부가 걸림돌이 될 것이지만 오히려 이런 과제가 놓여 있어 남북한이 정치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남북한의 대화 국면이 지속되면 이명박 정권에서 남북 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북·일 관계는 어떻게 될까. -북·일 관계는 납치 문제로 인해 당분간 답보 상태에 빠질 것이다. 일본 정부가 먼저 나서서 북한에 대화를 제기하기에는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6자회담과 남북회담에서 커다란 진전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일본과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 박홍환·도쿄 이종락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발리發 훈풍… 한반도 대립→대화 급물살 타나

    발리發 훈풍… 한반도 대립→대화 급물살 타나

    지난 22~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뤄진 남북 간 대화를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 이어 외교장관 접촉까지 성사되면서 2008년 12월 이후 공전하고 있는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경색된 남북관계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이번 남북 간 첫 별도 비핵화회담은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남북 대화→북·미대화→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 방안의 첫 단추로서, 다음 단계인 북·미 대화 등 양자·다자 협상을 이어 갈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한 것이다. 북한의 전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이번 주 미국을 방문, 북·미 간 협의를 추진하는 것도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를 선순환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을 이행하라는 압력을 넣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24일 “그동안 한·미 간 공조를 통해 북한을 남북대화로 먼저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고, 상당히 유효했다고 본다.”며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가 서로 시너지를 내야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미 대화가 갑자기 급물살을 탈 상황은 아니며, 북한의 태도에 따라 남북 대화를 비롯, 북·미, 북·일 등 다양한 양자·다자 협의를 통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도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북한의 진정성을 시험한 뒤 여건이 되면 6자회담 재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6자 수석대표에 이어 외교장관도 북핵문제를 비롯, 남북 간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막혔던 남북 관계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 당국자는 “발리 회동이 이뤄지기 전 정부의 대북 밀가루 지원 허용 추진 등 유화적인 제스처가 있었고 이 같은 분위기가 발리 회동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해 꼬여 있는 현안을 풀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계관 제1부상의 방미로 미국 측의 대북 식량 지원 결정이 속도를 낼 경우 우리 정부도 식량 지원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며, 금강산 관광 및 이산가족 상봉 등에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 및 북·미 간 큰 틀에서 대립에서 대화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 만큼 대화 국면이 속도를 내고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 추진은 천안함·연평도 문제가 조율되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에 국제사회와의 공조 등을 통해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남·북→북·미→6자 회담… 비핵화 3단계 접근 ‘첫단추’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리용호 부상) “2004년 런던 국제회의에서 만났었죠. 건강해 보이십니다.”(위성락 본부장)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대표단 6명이 22일 오후 3시(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웨스틴호텔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 등 5명과 만났다. 리 부상 등 북측 대표단은 다소 긴장한 분위기로 회담장에 들어와 기다리고 있던 우리 측 대표단과 한국 기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표정이 상기돼 있었다. 인사와 덕담을 주고받은 두 수석대표는 곧바로 회담을 시작했다. ●2시간가량 회담 진행 회담은 예상보다 길어져 2시간가량 진행됐다. 5시쯤 회담장을 나온 수석대표들의 표정은 밝았다. 기자들의 질문에 리 부상은 “솔직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답했다. 위 본부장도 “생산적이고 유익한 대화였다.”고 밝혔다. 북측은 회동을 앞두고 매우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회동 장소와 시간이 미리 외부에 공개되면 만남 자체를 없던 일로 하겠다며 우리 측에 철저히 보안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취재기자단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우리 측 대표단이 마련한 버스에 올랐고, 도착한 다음에야 회담 장소를 알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회담은 교체된 북측 수석·차석대표와의 상견례 성격도 있었지만 남북은 오랜 시간 동안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했으며, 논의는 다양한 의제들에 대해 상당히 깊숙한 수위를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그랜드 바겐’에 대해 설명해 북측의 오해를 풀었고, 북측이 남북대화를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 등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에 대해서는 “우리 측이 제기해야 할 이슈는 모두 제기했다.”며 “전제조건은 1단계인 남북회담에서 다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6자회담 재개 전까지 1단계·2단계에서 망라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에서 양측은 북핵문제뿐 아니라 경색된 남북관계 진전 가능성도 상당히 깊이 있게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천안함·연평도 사건도 원론적 수준으로 거론됐으나 남북 간 논쟁은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진정성이 관건 2008년 12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남북이 북핵 논의를 위한 테이블에 마주 앉음에 따라 그동안 고사 상태였던 6자회담도 본궤도를 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남북 수석대표회담 개최는 북·미대화 및 6자회담으로 가는 첫 번째 단추를 꿴 것으로, 그동안 6자회담 참가국들이 추진해 온 3단계 접근안이 본격 가동한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관건은 북한의 진정성이다. 이날 회담에서도 의제에 대해 접점을 찾기보다는 입장 차를 확인했다. 남북은 차기 회담 일정은 잡지 못했으며, 북·미대화가 조만간 열릴지도 미지수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한·미, 한·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통한 협의를 시작으로 향후 일정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리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北, 개성공단 임금 5% 인상·기숙사 요구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협상을 앞두고 남북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1일 통일부와 업계에 따르면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남측의 개성공단 관리위원회는 이번 주부터 임금협상에 들어갔다. 북측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5%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남측은 충분한 인력 공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은 매년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고, 2005년 이후 매년 5%씩 인상돼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 수준인 5%를 인상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월 임금은 60.775달러다. 인상안이 반영되면 월 63.814달러, 각종 수당을 더하면 월평균 100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그러나 남측 기업들은 일부 기업만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안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기업들은 북측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젊은 근로자를 중심으로 충분한 인력을 공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는 4만 7000여명으로 북측도 더 많은 근로자를 공급하고 싶지만, 원거리 출퇴근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또 2007년 남북이 합의한 기숙사 건립 문제를 다시 들고나오고 있다. 남북은 개성공단 내에 기숙사를 짓기로 합의했으나 비용부담을 기업과 노동자 측이 각각 얼마씩 할 것인지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발생해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기업 관계자는 “기숙사 건립을 논의할 당시에는 남북 관계가 지금보다 좋았고, 개성공단을 훨씬 크게 확대운영한다는 계획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수요 조사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열린세상] 평양에 부는 바람/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열린세상] 평양에 부는 바람/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평양에 여러 바람이 어지럽게 불고 있다. 첫번째 바람은 돈바람이다. 최근 평양 중심지에 흉물스럽게 서 있던 유경호텔 외관이 유리로 말끔히 단장되었다. 지난 1987년 착공되었으나 105층 건물 콘크리트 뼈대만 세웠을 뿐 자금난으로 20년 동안 방치되던 것이 중동기업인 오라스콤의 지원으로 외장공사를 마무리하여 내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화려하게 장식할 기념비적 건축물로 등장하였다. 평양 중심으로 53만명의 가입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것은 분명 평양의 경제사정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는 사례다. 평양 거리가 밝아졌고 환해졌다는 전언이 늘고 있고 42층 초고층 아파트를 비롯해 10만호에 달하는 현대식 주택이 건설되고 있는 걸 보면 돈바람이 불고 있는 건 맞는 말 같다. 두번째 바람은 중국바람-동풍이 불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1년 사이 중국을 세번이나 방문했지만 더욱 많은 중국 고위층 방문단이 평양을 방문하고 있다. 2009년 가을 원자바오 총리를 필두로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지도급 고위 간부들이 평양을 방문하여 긴밀한 협조와 소통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의 세습구도를 용인할 뿐만 아니라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을 베이징으로 초청하는 등 대(代)를 이어 양국·양당 간 우의를 계승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후진타오·김정일 정상회담 합의문이나 북·중 우호조약 50주년 기념행사를 보면 양국 간 교류협력은 역대 최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나선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황금평과 위화도 개발사업을 비롯해 북·중 무역의 상승 등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그만큼 평양에는 중국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셋째, 서방세계로부터 서풍이 서서히 불어오고 있다. 북한은 2차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 특히 서방세계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를 3년 만에 재개하였다.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지원조건을 엄격히 규정하긴 했지만 세계식량기구(WFP)의 권고에 호응함으로써 향후 미국 등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표적인 서방언론인 AP통신의 평양지국 건설을 합의했고 로이터통신의 24시간 영상물 송출에도 합의했다. 앞으로 서방의 다양한 정보가 유입되고, 북한 실정이 서방세계로 실시간 전달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자본주의 체제의 상징인 코카콜라와 KFC가 조만간 평양에 1호점을 개설한다는 보도는 평양에 서풍도 강하게 몰아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네번째 바람은 평양발 피바람이다. 김정은 후계구도는 세습에 의한 권력이양이지만 아버지 김정일과 아들 김정은을 둘러싼 권력 암투의 서막이 피바람을 불러오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일의 최측근인 오극렬이 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은 물론 정치국에도 진입하지 못했고, 후계구도의 핵심권력기구인 당중앙군사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 첫번째 이상 조짐이었다. 김정은 후계구도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최고권력기구인 당조직 지도부 부부장들인 이제강·이용철의 급사, 박남기·주상성 등 김정일시대 주역들의 석연치 않은 퇴장, 그리고 류경 보위부 부부장의 총살설 등 수십명의 최고위 간부들이 숙청되는 피바람은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면서 수면 아래서 세차게 불고 있다. 지난 60년 동안 북한은 김일성의 주체사회, 동토의 왕국으로 무풍지대였다. 그러나 3대세습에 접어들면서 평양에는 갖가지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고 있다. 이들 바람은 저마다 발원지를 달리하면서 시시때때 변하고 있다. 돈바람과 동풍, 서풍처럼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할 순풍이 있는 반면, 피바람처럼 한반도 전체를 위기상황으로 몰고갈 수도 있는 폭풍도 있다. 여기에 남풍-한류도 평양에 서서히 불어올 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어느 바람이 순풍이고, 어떤 바람이 재앙을 가져올지 선택은 북한주민의 몫이지만 바람은 결국 북한사회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풍이 모든 바람을 제압할 수 있는 맞바람이 되도록 우리의 대북정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 군사관계 천안함 前 수준 복원

    한국과 중국의 군사 관계가 점진적 정상화 궤도를 밟기 시작했다. 15일 베이징에서 이뤄진 양국 국방장관의 군사대화 정상화 합의는 양국 군사관계를 지난해 천안함 피격 사건 이전의 수준으로 복원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반도의 안정을 최우선 동북아 외교과제로 삼고 있는 중국은 물론 우리 정부로서도 북한과 혈맹 관계인 중국을 제쳐 놓은 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적으로 한·중 군사관계 복원을 모색해 왔고 이번 회담에서 고위급 국방전략대화 협의체를 개설키로 한 것이 첫 성과로 꼽힌다.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양국은 지난해부터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말과 6월 초에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의 싱가포르 샹그릴라대화 참석에 맞춰 국방장관 회담 개최를 추진했으나 국회 국방개혁안 심의 일정에 몰려 일정을 잡지 못했다. 지난해 말에는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의 전격적인 교체로 회담이 불발되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은 이번에 한·중이 합의한 고위급 국방전략대화 협의체와 유사한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 간에는 이 같은 정례 대화채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북한이 이번 합의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열릴 첫 회의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합의한 국방군사교류 확대, 재난구호 상호지원 양해각서(MOU) 교환, 내년 한·중 수교 20주년 관련 국방당국 간 사업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전망이다. 군사대화가 정상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상호 군사교육 교류도 내년부터 재개된다.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은 “지난 2008년 한·중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했으나 국방분야에서는 이러한 수준에 미흡했다.”면서 “이번 회담은 양국의 기본관계 수준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걸맞은 국방관계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 측은 이번 회담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김관진 국방장관과 천빙더 총참모장의 만찬 때에는 만찬장 입구에 김 장관의 인물 사진과 합참의장 시절 그가 천 총참모장과 찍은 기념사진을 함께 걸어 각별한 우의를 과시하기도 했다. 사진 밑에는 벗을 맞이하는 기쁨을 말하는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乎)라는 글귀를 적어 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공동 언론보도문에는 천안함·연평도 사태의 도발 주체가 북한이라는 사실이 명기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북한을 의식한 중국이 끝내 북한을 명기하는 데 반대했고 우리 정부도 양국 군사관계의 진전을 위해 한발 양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황석영 작가가 해병대 후배들에게…다시 전우를 생각한다

    황석영 작가가 해병대 후배들에게…다시 전우를 생각한다

    요즈음 해병대에서 일어난 몇 차례의 군기 사고에 대하여 너무도 뻔하고 상투적인 여론이 들끓는 것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나는 한국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병역의 의무를 해병대원으로 치러냈고 베트남 전쟁에까지 참전했던 노병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원래가 해병대는 제국주의 시대에 자국의 영토를 벗어나서 바다 건너 다른 나라를 공략하던 시기에 조직된 군사 편제이다. 한국 해병대의 창설은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와중에 낙동강 교두보에 몰리면서 인천 상륙작전을 준비하던 미군 사령부의 주도로 제주도에서 급조되었던 것이다. 이들 초기 기수의 해병 대부분이 4·3 항쟁을 겪고 살아남아 가족과 자신의 사상적 알리바이를 온몸으로 보여야 했던 제주도의 청년들이었던 것은 분단에서 비롯된 국군의 태생적 아픔을 상징적으로 안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유명한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도 창설되자마자 부산 방어선을 위한 최초의 상륙작전이던 통영 작전을 취재한 미국 기자의 기사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베트남 전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해병대는 한국군 내부에서는 독자적으로, 그러나 내용으로 보면 미국 해병대의 작전 편제 안에서 그 특수성을 견제 혹은 격려받으면서 성장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남베트남이나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의 경우를 보면 육·해·공 지휘 체계의 외곽에서 비정규적 작전권을 갖고 있던 해병대가 언제나 군사정변에 동원되었고 한국의 5·16 쿠데타에서도 역할은 비슷한 것이었다. 따라서 육군이 주도했던 당시의 군사정부는 해병대의 애매한 위치에 대하여 고민을 했던 흔적이 여러 가지 자료에 보인다. 베트남 전쟁 이후 한국 해병대는 해군의 지휘 체계에 들어가면서 예산·진급·작전 모든 면에서 그 독자성을 상실한다. 아무튼, 우리 군대의 아픔이었던 일제 군대의 잔재는 다른 무엇보다도 하급 병사들에게는 내무반에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 모든 병영 문화의 출발이 내무반에서 시작되기 마련이었다. 겉으로는 미 해병대 캠프에서 훈련받은 젊은 장교 하사관들이 병사들을 교육했지만 일본 육전대의 전통이 내면화되었다. 베트남에서 겪은 일이지만 미군은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 한명에게 거의 열 배에 가까운 군수, 병참, 화력 지원의 역량을 투입했다. 아무리 조건이 나쁜 하급 부대에서도 병사들은 따뜻한 식사와 온수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민주 군대’의 토대는 결국 경제적 역량이었던 셈이다. 전 국민이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에 군대에서 밥이라도 먹였던 것은 만연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일이었고, 이른바 ‘빳다’를 맞고 기합을 받아도 견디어 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이제 나는 그야말로 ‘기수 열외’라는 생소한 용어에 당황한다. 해병대의 기수란 한 달에 한 번씩 자원한 젊은이들을 부대원으로 받아들이는 모병제의 다른 이름이다. 같은 시기에 입대한 젊은이끼리는 서로 ‘동기생’이라고 부른다. 병력의 최소 단위가 되는 소대에서 분대로 나뉘는 편제를 모르면 어째서 기수가 중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소대장 아래 분대장인 하사관들이 있고 일개 분대는 스무 명쯤 되며 이는 다시 화기를 중심으로 조장 사수 부사수 소총수로 내려간다. 병장이 부분대장쯤 되고 그 아래로 상등병과 일등병, 이등병이 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기수는 이러한 편제를 맞추어 나가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 베트남 전쟁터에서 작전을 나가는 모든 병사는 수통을 두 개씩 허리에 차고 나가도 절약해서 마시지 않으면 어느 때는 오후에 텅 비게 된다. 이때 누군가가 다른 병사에게 물 한 모금 먹자고 하면 계급의 상하를 막론하고 ‘내 피를 달라고 하라’는 핀잔을 듣는다. 그러나 동기생이 달라고 하면 하는 수 없이 내준다. 당시만 하여도 얼차려를 줄 때에도 상급자는 엄동설한에 병사들을 발가벗겨 구보를 시키면 자신도 발가벗었고 얼음물에 처박으려면 자신도 함께 처박혀서 구령을 붙였다. 기수란 체력이나 요령이 부족한 동료를 낙오시키고 내버리고 왔을 때 모든 동기생에게 책임을 묻는 그런 것이었다. 이런 일을 ‘전우애’라고 부른다. ‘기수 열외’란 언젠가부터 극단적인 경쟁을 당연하게 내세우는 우리네 학원의 청소년 문화가 되어버린 ‘왕따’가 병영에까지 스며들었다는 충격을 주는 용어이다. 누군가를 지목하여 병사 모두가 그를 묵살하거나 엄정하게 주어진 계급 따위를 무시하게 한다는 것은 내막적으로는 군기를 어지럽히는 일이다. 나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 대하여 하급병사들에게만 엄중하게 묻는 것을 개탄한다. 사실 변죽을 울리면서 한참 동안 해병대의 유래와 특수성을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는 일종의 ‘조직 피로’ 증후군이다. 천안함 이래 그리고 연평 포격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중심부에 있던 해병대를 온 사회와 정치권이 그리고 지휘 상층이 얼마나 쪼아댔을까. 만만한 게 뭐라고 하급 병사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압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미군식 ‘민주 군대’란 병사 개개인에 대한 막강한 지원 능력과 높은 ‘노임’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우리는 최소한 ‘이만큼 살게 되었으니’ 군대에 안 가면 거의 폐인이 되어 버릴 정도의 강압적 징병제를 책임질 만한 내무반을 창출해 낼 국가적 의무가 있다. 군기를 지키되 장군에서 이등병에 이르기까지 ‘전우’라는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 뿌리를 내려야만 한다. 그리하여 자기 직책과 책임에 관한 것만 예외로 하고 모든 사사로운 특권을 철폐해야 한다. 소대장은 당번병을 없애고 자기 구두는 자기가 닦아야 하며 하사관 병장은 제 양말을 빨고 상등병은 자기 식기를 설거지하며 일등병 이등병은 근무 이외에 하인 노릇을 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도 우리가 ‘광주’를 말하며 당시의 신군부를 교훈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군대’는 정치권력의 사병(私兵)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의 모든 대한민국 남자가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인이 버젓하게 군복을 입고 거리에 나와 특정한 정치적 집회에 동원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손자는 그의 유명한 저작인 병법에서 전쟁을 피치 못할 최후의 수단으로 규정하면서, 무엇보다도 우선 되어야 할 것은 국가와 백성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힘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본다면 전쟁과 군대는 국가를 위한 최후의 필요악이라는 말이 된다. ●황석영1943년 만주 출생. 고교 재학 중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1966년 해병대에 입대해 청룡부대 제2진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장편소설 ‘무기의 그늘’에 이때의 경험이 녹아 있다. 1969년 제대한 뒤 ‘객지’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장길산’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1989년 방북 후 독일·미국 등지에서 머물다가 1993년 귀국해 5년여 복역했다. 지난달 신작 소설 ‘낯익은 세상’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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