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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클린/김홍명(굄돌)

    고케네디대통령과 함께 전세계의 대중앞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젊은 미모의 재클린.유창한 화술과 세련미를 갖춘 퍼스트 레이디의 표상이었던 그녀는 몇년후 달라스에서 남편을 잃고 다시 몇년후에는 선박왕 오나시스의 부인이 되었다.그리고 7년만에 별다른 유산을 상속받지 못한 채 다시 대중앞에 사라진 것은 70년대 중반이었다.이제 그녀는 죽음으로 화려하고 파란만장했던 일생을 끝맺었다. 진정한 퍼스트 레이디,젊은이의 우상이었던 재클린.그 우아한 모습,미묘한 얼굴,헤아리기 어려운 눈빛,그리고 세련된 말씨와 몸짓은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재클린은 인생수업은 쌓았으나 정규 대학교육은 받지 않은 듯 보여진다.그녀의 아버지 부비에씨는 그녀에게 파리의 숙녀학교에서 어떻게 하면 상류사회에 걸맞는 매너와 교양을 습득시킬 것인가를 생각했었다.위대한 정치가,세계의 운명을 짊어질 사람의 반려로서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능력과 결정보다도 그에게 용기와 상식을 불어넣는 것이라는 듯 그녀는 대통령부인으로서 손색이 없었다.그러나 이제 구세대의 여인상 재클린이 떠나고 그 자리에는 독자적인 신세대의 여성상 힐러리가 들어섰다. 재클린은 비록 재혼했지만 평생을 통해 무수한 언론의 눈을 통해서도 별다른 스캔들에 휩쓸린 적이 없었다.우리 주위의 여성들이 온갖 알 수 없는 시대병을 앓고 있는 그 시간,그녀는 자신의 긍지와 케네디집안의 체면을 지켰다. 그러기에 그녀는 이제 알링턴의 케네디곁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과 추모를 받으며 진정한 퍼스트 레이디로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인의 천박한 사고 속에서는 오늘을 지켜 내일에 남는 자세가 돋보인다.재클린은 그녀의 방식으로 이 시대를 지켜간 셈이다.
  • 수익사업 열올리는 러 박물관/정부지원 끊겨 보수공사 엄두도 못내

    ◎기념품점 개설·해외자본 유치 안간힘 소연방 붕괴이후 문화관련 예산의 대폭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박물관들이 옛 명성유지를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명성유지 골머리 슬라브문화의 정수를 간직,세계미술사와 예술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명성을 지켜온 이들 박물관들도 시장경제라는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사회의 상업박물관처럼 변신해 가고 있다. 이들 박물관들은 정부 지원이 중단되자 진행중이던 보수공사는 물론 교육·연구·탐사활동도 중단하고 운영기금유치와 새로운 수익사업개발등 박물관 경영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페테르부르크의 국립러시아박물관은 소장품의 해외전시와 박물관내의 기념품상점운영으로 얻어진 돈을 모두 박물관보수공사를 위한 특별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박물관내 상점에선 소장그림의 복사본과 각종 기념품,미술품과 문화재의 사진이 박힌 35달러짜리 티셔츠등을 팔고 있다. ○티셔츠까지 팔아 이 박물관에서 현대미술을 담당하고 있는 알렉산드르 보로프스키씨는수익사업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은 예산부족으로 각종 전시관 보수·확장공사등이 중단된 힘든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예전같으면 천박한 짓으로 비판받고 엄두도 못냈을 수익사업들이 러시아의 거의 모든 박물관들로 확산되고 있다.노브고르드 예술박물관의 경우 지난해 여름 거의 모든 소장품들을 해외전시하는 통에 정작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헛걸음을 해야만 했다. 가장 일반적인 재정곤란 타개책중 하나는 해외지원유치.허미티지박물관의 경우 네덜란드정부로부터 1백20만달러의 시설개선자금을 유네스코를 통해 얻어냈다.이 자금은 소장품보전및 안전시설,조명 등의 개선에 쓰일 계획이다. 예산부족에 따른 해외예술품 구매 중단에 대한 타개책은 주로 개인소장가들의 기증과 그동안 국가적인 이미지등의 이유로 전시되지 못한채 보관창고 속에서 잠을 자야만 했던 약탈예술품들의 양성화.허미티지측은 세계적인 무용가인 러시아출신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로부터 피카소의 작품을 기증받았고 푸신킨박물관은 약탈문화재의 양성화와 기증자의이름을 전시되는 소장품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러 전역으로 확산 푸신킨박물관의 경우 개인과 박물관소장 약탈문화재등을 모아 2만2천여점의 질버쉬타인컬렉션,로첸코프컬렉션,아르메니아의 그림과 금동제품등의 코너를 새로 신설하는등 큰 효과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박물관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계속 명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그러나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백곳의 군소 박물관들은 보전및 안전관리시스템의 부족등 열악한 상황에다 날로 심해져 가는 전문적인 미술품절도,달러가 벌리는 것이면 무엇이나 팔아넘기는 상황에서 상당수가 명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 서점을 문화공간으로/이호림 월간책 발행인(굄돌)

    필자는 바로 이틀전에 독서토론회와 관련하여 해당작가를 비롯한 몇사람들과 즐거운 지방나들이를 가졌었다. 독서토론회는 독자들이 평소에 관심있던 작가와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특히 이번 나들이는 그 어느때와 달리 3시간 가까운 토론시간을 지루함없이 마칠 수 있었다.단하와 단상에서 열띤 논쟁을 벌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지만 마지막에는 그자리에 참석한 모두가 독서토론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알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토론회 자리는 그간에도 간간히 있어왔던 것이지만 이번 토론회만큼은 몇가지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그중 특이했던 점은 그간의 독서토론회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예단체 소속의 지정 토론자가 참석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토론회의 밀도를 한껏 높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즉 전문적인 견해를 가진 평론가가 참여작가의 작품 및 문학적 가치까지를 독자들에게 선명하게 제시해 줄 수 있었다. 이번에 느낀 새로운 현상으로서는 서점 스스로가 자체 매장내에 상설공간을 확보해 놓고 정기적인 독서토론회를 계속 기획하고자 하는 모습이다.이와같은 시도는 서점발전에 매우 중요한 현상으로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서점공간이 여타 분야의 공간과 무엇이 다른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서점 스스로가 독자들에 대한 항구적인 서비스 체제를 갖추는 것은 지금도 전국의 생각있는 서점인들에 의하여 계속 확대되고 있다.이는 단지 다른 서점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것일수도 있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갖는 긍정성을 생각할때 국내출판문화발전에 밑거름이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토론회가 끝난후 가능한 사람들끼리 모여 뒷마무리를 하였다.지역에 있는 분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서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방문화를 어떻게 하면 활성화시켜 볼수 있겠느냐에 모아졌다.전통문화의 단절이라든지,천박한 외국문화의 여과없는 유입,그로인한 문화의 도덕적 가치가 소리없이 무너지는 현장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세태등의 지적이 있었다. 그러면 근본적인 해결책에는 어떤것이 있을까. 현재의 서울중심적인 문예활동과 지원정책을 지방에도 적극 배려하고자 하는 국가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그리고 여기에 국가정책지원 못지않게 각지역의 생각있는 사람들의 노력하는 자세가 뒤따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청소년 사랑/정복근 극작가(굄돌)

    신문에 가끔 청소년들의 탈선에 관한 기사가 보도되고 나면 청소년들을 꾸짖기 보다는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뒤따라 나온다. 거기에 빠짐없이 청소년들이 그런짓을 할수밖에 없도록 나쁜 환경을 만들어준 어른들의 자책이 곁들여지고 사회와 어른들의 몰이해를 규탄하는 청소년들의 항변이 이어진다. 이런 것들이 말하자면 청소년문제 보도의 정해진 양식인 모양인데 이런 기사나 방송을 들을 때마다 나는 혼자 화를 내고 투덜거린다. 비행 청소년들의 탈선과 무례와 방종을 이해하고 용서할뿐 아니라 어른들부터 반성해야 한다니 정말 당치도 않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대구 경북이 어떻느니 지역 패권주의가 어떻느니 하는 천박한 말들이 횡행하는 때에 조금 야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들 기성세대도 이제는 작심하고 똘똘 뭉쳐서 저 무례하고 사랑스러우며 괘씸하기 짝이없는 청소년들과 당당하게 맞서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리광과 항변과 호소와 사랑스러움에 절대로 굴복하지 말고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고 예절을 요구하며 잘못을 깨달아 무릎 꿇을 때까지 용서하지 말아서 어른들뿐 아니라 그들 각자가 가정이며 학교,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른들과 동등한 책임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들 자신에게도 부모와 스승과 사회를 이해하고 보살피며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서 철없는 반항이 파렴치한 책임회피 일수도 있으며 탈선은 비열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기 쉽고 감상과 우울증에의 집착은 현실도피의 치사함밖에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서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식과 싸워서 이기는 부모는 없다지만 이런 싸움에서야말로 우리들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의 이기심을 무찔러 기필코 승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흑색선전 갈수록 기승(이슈조명)

    ◎해명할 여유없는 막바지에 남발/후유증 심각한 정치자해는 그만 『모당의 선거운동원인 대학생이 양심선언을 한다더라』『현직 경찰관이 관권선거를 폭로했다는데…』『안기부요원이 모당에 잡혀있다고 하던데…』 막바지 선거판에 갖가지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아무도 확인할 수 없고 검증되지 않은 밑도 끝도 없는 얘기들이 유령처럼 전국을 떠돌고 있다. 14일 국민당 중앙당사에서 가진 한 지방경찰관의 소위 「폭로」기자회견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전체 내용인즉 「경찰청장이 각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현대계열사 직원들의 연고지 출장을 차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이었다. 국민당측은 하루 전날 「엄청난 사실을 터뜨리겠다」면서 취재진에게 「바람」을 잡았다.그러나 이날 기자회견내용을 「중요기사」로 송고하는 취재기자는 없었다. 각종 선거때만 되면 활개치는 이같은 흑색선전이 더욱 악질적인 것은 상대방에게 해명의 시간을 주지않기 위해 막판에 터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는 페어플레이여야 하며 그래야만 유권자들에게설득력을 갖는다.득표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일이다. 기업활동에 종사해야 할 사원들을 연고지별로 출장보내 불법선거운동을 하는 행위는 마땅히 막아야 할 중립내각의 임무이다. 현대목재에서 보는 것처럼 현대계열사 직원들의 조직적인 지역할당 선거운동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불법행위로 이미 드러났다.중립내각이 아니라 어떤 정부라도 막아야 할 일인 것이다. 물론 공권력의 집행에 있어서 불공정한 대목이 있다면 시정해야 한다.그러나 정당한 불법선거운동 단속을 음해하기 위해 순진한 경찰관을 부추겨 「엉터리 쇼」를 연출케 하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일부 유권자들 사이엔 「혹시나」 하는 호기심어린 심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바로 이러한 유권자들의 여린 심리를 교묘히 이용,단 한표라도 얻어보겠다는 천박한 발상이 한심스러운 것이다. 흑색선전이 난무하게 되면 누가 승리하든 권위에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천유세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시중에 나돌고있는 소문들을 사실이라고 믿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참,누가 되도 걱정』이라며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폭로전은 결국 서로 흠집만을 내는 「막가는」 싸움이다.결과적으로 패자만 있을뿐 승자는 없는 소모전이다. 이제 선거운동기간은 사흘 남았다.아직도 길다면 긴 시간이다.선거가 끝난 뒤에도 할 일이 더 많이 산적해있는 우리의 현실을 각 후보진영은 직시하고 「모두」를 황폐화시키는 흑색선전을 버려야 한다.
  • 내고장 우리것 지키는 사람들(사설)

    그래도 향토를 지키는 이들이 이렇게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대견하다.사람들이 서울로만 몰려들어 문제는 쌓이고 해결의 실마리는 찾지 못하는 것이 우리현실의 심각함이다.그때문에 도시의 비뚤어지고 천박한 문화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심성이 황폐해지고 민족의 아름다운 성정은 거칠고 모질어지고 있다.그런 가운데서도 의연하게 고장을 지키고 가꾸며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맙고 의로운가. 그런 이들의 공을 발굴하고 현창하려는 목적으로 십년째 이어온 것이 서울신문이 제정한 향토문화상이다.이름없는 시골 아낙의 밭일하는 장단에서 민족의 정서를 채록하고,아마추어들이 마을의 역사를 쓰며 모아온 민족의 정신자산들이 이 상을 통해 빛을 보았고 조상의 가락과 모국어의 지하수가 흐르는 맥을 찾아내어 우리사람들의 자부심을 일깨워주는 공적들을 찾아내어 위로하고 칭찬했다. 향토문화를 일구고 가꾸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서울에만 집중되어 심각한 문화실조의 피해를 입고 있는 고장사람들을 위해 당장 발등의 불만큼 급한 일이고,인구정책이며 주택정책 교육·청소년정책에 이르기까지 당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다급한 일이다.그보다 소중한 일은 산자락 밭이랑에 묻혀있는 민족문화의 유산들을 찾아내고 보호하는 일이다.유형의 문화재가 시나브로 훼손되어 사라지고,사람들의 기억속에 박혀 있는 갖가지 무형의 문화재가 원형이 변질되고 시들어간다.이들은 모두 우리를 지탱하는 정신의 자산들인데 한번 잃어지면 회생이 불가능하다.게다가 근대화의 바람은 태풍보다 무서운 위력으로 이름없는 풀꽃같은 전통의 자산들을 사정없이 유린한다. 이렇게 황폐하고 불모해지는 우리의 정신문화의 연원을 지키며 살리는 일에 생애를 바쳐온 사람들이 향토문화상의 주인공들이다.특히 올해의 대상 수상자 설창수선생은 그 삶자체가 문화재로 존경받을 만큼 결곡하고 의로운 거인이다.가장 유서깊고 가장 문화제다운 문화제인 진주개천문화제가 그로서 비롯되었고 그에 의해 이어져 왔다.그곳에 살아온 일만으로 고장의 숨결에 문화를 깃들여온,그밖의 여러 수상자 모두가 소중한 분들이다.향토문화 일구기에 바쳐온 그 노고를 기린다. 상으로 발굴하고 말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이 분야에 좀더 많은 관심이 기울어져서 멸실위기에 있는 소중한 유산들이 지켜지고 지방에 사는 삶의 아름다움이 보람으로 인식되는 시대가 올 수 있기를 아울러 기대한다.
  • 외언내언

    『선생이 일찍이 성균관에 유학하였는데 그때는 기묘사화를 겪은 뒤라 사람들은 학문을 꺼리고 실없은 농담이나 주고 받는게 일상습풍이 되었다.하나,선생만은 조심스럽게 몸을 가려 동정과 언행이 한결같이 예법을 따르매 보는 사람들이 비웃었다.더불어 사귀는 이는 오직 인후 김하서 한사람뿐이었다』◆이퇴계의 제자 간재 이덕홍이 그의 스승을 회상하면서 쓴 글이다.이 글에서 하서 김린후의 인품이 드러난다.그의 제자도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글이기에 더욱더 그렇다.참다운 군자의 길에서 벗어남이 없었다는 지인달사가 퇴계.그가 사귀는 「오직 한사람」이 하서였다.그 하서의 제자였던 송강 정철은 평생을 두고 존모하면서 『그의 출처대절은 퇴계도 미칠수 없다』고 찬양한다.◆하서는 성이학의 실천적인 면을 중시하여 성과 경에 치중했던 주경설의 주창자.그래서 후세에 도학자로도 불린다.우암 송시렬에 의할때 기고봉의 학문에도 영향을 주었던듯.그가 쓴 하서의 신도비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국조의 인물에 도학·절의·문장을 겸하여 갖춘 분은 김린후선생이시다.…퇴계가 사단은 이발이요 칠정은 기발이다 하는 설을 발표하자 고봉(기대승)이 깊이 의심하여 선생(김인후)에게 묻고 퇴계에게 논변했으니 소위 퇴고왕복서가 그것이다…』◆제자인 조희문등이 유고를 정리하여 편찬한 것이 「하서집」.거기 책(책문·문과시문으로 정치에 관한 계책을 쓴글)에 이런 대목도 보인다.『…선비가 학문을 함에 있어 문장을 서로 숭상하지 않으면 장구와 구이(천박한 학문)의 말습에 빠집니다.…그래서 벼슬을 얻는 매개로 혹은 영광을 취하는 자료로 삼아 한 이름 얻고 한 관직 얻으면 배운 것조차 버립니다.그러니 풍속이 어찌 아름다워지며 정치가 이루어지겠습니까』◆하서의 동상이 광주 어린이대공원에 세워진다.30일이 제막식의 날.그 후육(김영중씨)이 조각을 해서 뜻이 깊다.그의 수신의 정신이 널리 번져났으면.
  • 외언내언

    빛나는 확신과 보랏빛 희망 속에 올린 결혼도 순식간에 신기루같이 무너지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그럴 바에야 결혼은 안하는 것이 낫다는 후회성 결론을 내릴수도 있다.그런데 결혼을 해보지도 않고 결혼에 대해서 흥미를 잃는 현상이 증가한다고 한다.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를 해보았더니 미혼 남성 39%와 미혼여성 16%만이 결혼을 『꼭 해야할 것』으로 생각할 뿐 『안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젊은이가 의외로 많았다고 한다.◆특히 경제력이 있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하는 것같단다.어차피 여성에게 결혼은 영구적인 「직장」이니까 생활력있는 여성이면 일차적으로 「필요성」은 반감할 것이다.결혼이란 사랑이라는 로맨틱한 의례를 거쳐 이루어지는 아름답고 숭고한 것인데 속물스럽고 천박한 비유로 평가절하를 하는 것이 잘못인지도 모르지만 오늘의 현상은 이미 변하고 있다.◆일본의 여성들이 이혼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아이를 자신이 기르는 일 따위가 아니라 남자에게서 위자료를 얼마나 우려낼 수 있을까라는 관심이 우위라는 통계가 최근에 알려졌다.그점,우리도 비슷할 것이다.사기꾼에게 유난히 잘 걸리는 것도 결혼인데 그는 호강스런 삶에 대한 선망때문이다.로맨스이기보다는 거래쪽에 더 가까운 것이 결혼인 것이다.◆이 조사에서 가장 의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사회생활에서의 자율성』이 결혼을 안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가장 확실한 이유라는 점이다.이른바 「자아실현」이 결혼으로 방해받는 일이 싫다는 이야기가 된다.그러찮아도 여성의 수가 압도적으로 적어져가는 것이 우리의 이상한 현상인데 결혼같은 것을 우습게 여기는 잘난 여자들까지 늘어가니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는 남성이 더 많아질 것같다.◆결혼이란 해보지도 않고 단념하기에는 좀 아까운 인생의 매우 좋고 유일한 경험이다.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하는 것일 바에야 안하고 후회하는 허망함보다는 하고 후회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 슬기로운 여름을 위해(사설)

    15일의 국민학교를 끝으로 각급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섰고 직장단위의 여름휴가도 본격적인 시기가 되었다.경제는 여전히 침체상태에 있고 사회적으로 우울한 일이 이어지므로 휴가같은 것이 별로 신명나지 않는 분위기지만 그래도 여름휴가에 집착하는 가족들때문에 어떻게든 계획을 해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길고 긴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한여름을 보내게 하는 일은 부모들에게 맡겨진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청소년이 일탈되기 쉬운 것이 여름방학이고 비행에 처음 접하게 되는 것도 여름방학이게 마련인 경우도 많으므로 특히 여름방학은 그냥 무심히 방치할수는 없는 것이다. 우선 여름은 너무 유혹이 강하고 이성을 잃기 쉬운 계절이라 젊은이는 그걸 관리하는 일부터가 중요하다.또래들과 더불어 모험과 자유를 즐기고 싶어 부모로부터의 탈출을 고대하는 자녀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비행에 물들지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른의 각별한 노력과 관심이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각각의 부모가 자기아이를 지키는 일은 한계가 있다.모든 어른이 공조체제로,서로 공동의 부모가 되어 공동의 자녀를 생각하는 자세로 행동하고 지켜본다면 효과적일 것이다.그러나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회다.어른들이 내아이나 남의 아이를 똑같이 관심을 기울여 지켜보고 단속하는 사회분위기가 사회에 충만하면 청소년의 문제는 많이 격감될 수 있다.우선 유해업소나 인신매매같은 파렴치한 짓을 노리는 집단을 감시하는 기능이 강화될 수 있고 미성년자출입 규정을 지키지 않는 업소는 어른고객이 감시자가 되어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청소년을 다스리고 단속하려면 어른들 스스로 성숙한 시민으로 본을 보여야 한다.행락지에서 펼치는 부끄러운 어른들의 행동은 어린 세대에 타락에 대한 불감증을 만들어주고 반성할줄조차 모르는 천박한 인품을 만든다. 현대라는 사회는 몇사람의 지도자나 국가가 앞서서 이끌면 최선의 성과를 올리거나 위기를 넘길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시민구성원들이 협조하고 참여하지 않으면 해결되지않는 문제들이 많은 사회다.지금우리가 지닌 가장 심각한 문제인 쓰레기와 공해만 해도 그렇다.시민 각자가 각성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문제이다.이번 여름방학은 자녀를 단속하고 신칙하는 일에 이 문제를 주요주제로 삼았으면 좋을 것같다.아끼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것은 자녀들을 위한 절제의 교육으로 대단히 효과적이다.가정에도 유리하고 국가사회적으로도 의미있는 이런 일을 여름방학의 가족 테마로 정하여 실천한다면 휴가의 양상도 달라질수 있고 가족을 의미있는 기반으로 묶을수 있다. 대학생들 사회에서는 이미 각성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올여름방학을 남들이 기피하는 3D의 일거리를 찾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다(서울신문 16일자).그런 젊은이들의 의지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사회분위기가 약간이라도 희망을 보일때 다같이 그런 희망의 씨앗을 가꾸는 것은 현명하고 슬기로운 일이다.그런 지혜로 이 여름이 의미에 충만한 기회가 될수있기를 빈다.
  • 신세대 작가/관능적시어 사용 “눈길”

    ◎육체·출산·애무등 성적이미지 표현/“선정성 추구 아닌 생명력 탐색 노력” 『나 이제 그대의 몸 속으로/내 몸을 밀어넣어/그대와 한몸이 되느니/그대의 자궁 속에 웅크려/그대의 살과 피로/신생을 꿈꾸겠네/그대여 내 껍데기여』(채호기의 「몸」중) 『시베리아 여관에서 잔 기억이 있습니까?/(중략)/욕망과 허기가 꼬깃꼬깃 접혀든 맨드라미 음지의 붉은 속살/빗죽 불거진 가시를 뽑을 때 몸은 겨드랑이에 무거운 돌을 매달고/추락하며 나도 알았습니다.부서지지 않으면 몸은/아무것도 아니라고…』(허순위의 「얼음방」중) 시들이 야해지고 있다.최근 젊은 시인들이 발표하는 시들에 육체와 관능의 이미지가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것.자주 사용되는 육체와 관능의 이미지는 모성적 이미지로서의 자궁에서부터 출산,여성의 생리,신체의 일부,남녀간의 애무나 성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이같은 성적 이미지를 잘 구사하는 시인들은 주로 여성들로서 지난 90년 전후에 등단한 문단의 신세대인 채호기·허순위·박인숙·박서원·허수경씨 등이 꼽힌다.조금 앞선 세대인 김혜순 김정란씨에게서도 그같은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성적 이미지를 원용하는 이들의 시는 선정성에 기대지 않으며 우주적 상상력으로 성적 이미지의 좁은 해석의 테두리를 벗어나고 있어 말초적 감정에 호소하는 천박한 시들과는 명확히 구별되고 있다.나름대로 탄탄한 시세계를 보여주는 이들의 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좁은 틀에 갇힌 프로이드적 세계관과 남녀 양성의 대립구도를 뛰어넘어 열려있는 육체와 성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어 문단의 주목을 끌고 있다. 문학평론가 신범순씨는 성적 이미지에 집착하는 이들의 시가 양대이데올로기의 대립구조가 와해되는 현 시대상황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사회적 환멸의 시대에 비로소 드러난 상처받은 육체를 육체에 대한 새로운 조망으로써 구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진단이 그것.(「현대시학」3·5월호). 최근 출간된 채호기씨의 첫시집 「지독한 사랑」은 육체와 성의 이미지로 일관된 유별난 시집이다.남성의 공격적 성충동을 시적 이미지로 탁월히 전화시키고 있는 그의 시들은 몸과 몸이 교접하는 황홀한 순간을 노래하고 있다.그러나 흥분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몸과 몸의 교접이란 시인의 몸과 세계의 몸이 맞닿는 순간을 남녀간의 성행위 이미지를 빌어 표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애초에 사랑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인식 아래 꿈과 환상의 언어를 통해 몸과 몸의 결합을 갈구하는 그의 시들은 육체의 비명 혹은 불모스런 지독한 현실에 대한 역설로 받아들여진다. 「현대시학」 3월호에 실린 박인숙 박서원씨의 시들도 각각 육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손전등이 자궁안을 비춘다/꿰맨 자국으로 얼룩진/육체의 키스/비오는 얼굴이 내 자궁 속에서/리듬을 타고 흐른다/ … /바다가 깊이 익어간다/ … /기적의 무서움/하나의 모욕 또 하나의 기쁨』(박서원의 「강박관념,1」중) 고통스런 비극적 현실에 접맥되어 있는 박서원씨의 「강박관념,1」「생리불순」 등의 시들은 혼란한 육체의 떨림들로 언제든지 폭발하려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채워져 있다.육체와 정신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이 빚어낸 그같은 충돌적 상황 속에서 새롭게 잉태된 사물들의 이미지를 통해 그녀는 육체의 생명력을 한껏 드러내 보이고 있다. 역시 육체에 대한 꾸준한 탐색을 보여주는 박인숙씨의 시들은 기존의 남성과 자본주의적 현실에 의해 주어진 육체의 이미지를 붕괴시키며 스스로의 육체를 반죽해 빚어내는 적극적인 이미지로써 육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육체가 간직하고 있는 우주적 비밀을 통해 한 개인의 육체적 경계선을 허물면서 다른 사물 또는 타자로 향하는 새로운 생명관을 낳고 있는 이같은 시작업은 채호기의 시 「틈,구멍」에서 보다 맹백히 확인된다. 『나는 너의 몸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중략)/갈라진 틈속으로/터진 구멍 속으로//들어가서는?//낳아!/다른 나를 다른 너를 다른 그를 다른 입술을 다른 나무를 다른 물을…//낳아! 다른 몸을//…』
  • 스승이 계신 사회(사설)

    사람이 일생에 한번이라도 좋은 스승을 만나면 인생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그 가르침으로,살아가는 태도가 달라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트일수 있고 미래를 예측하는 지혜가 터득되고 사람답게 사는 도리를 알게 된다.스승은 부모처럼 운명적으로 정해진 관계가 아니다. 개인에게만이 아니라 사회에도 스승이 필요하다.오늘날의 우리에게는 아주 절실하게 스승이 요구된다.타락하고 황폐하고 무너져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제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도 스승이 너무 아쉬운 시대에 처해 있다.정신적으로 무너진 사회는 물리적으로 다소 풍요롭다 하더라도 살수 없는 사회가 된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말할것도 없다.온갖 정신적 오염이 사회를 침몰시켜 절망을 느끼게 하는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빨리,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구휼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참으로 스승이 기다려지는 사회다. 스승은 스승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승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스승으로 모시고,스승으로 존경하고,스승으로 섬기면 비로소 스승은 태어난다.단순히 지식을 전수하고,가르치는 기술이 좋아서 기술적으로 좀 잘 가르치고,그것으로 가르치는 값을 흥정할수 있는 「선생」을 「스승」으로 고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지금 사도를 생각하며 스승답게 여겨지는 스승이 매우 귀하고 모자란 형편이다.애당초 우리나라가 스승이 많이 태어나지 않는 사회여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스승을 만드는 것은 스승 자신이기보다는 스승을 섬기려는 마음들에 의해서 정해지는 일이다.스승을 존경하려는 마음이 없는 곳에서 스승은 태어나지 못한다.스승을 예우하는 분위기가 사회적 약속으로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서는 좋은 스승은 얻을수 없는 것이다.교직자를 오염시켜 부정한 일에 끌어들이고 감옥에 보낼 일을 예사로 공모하고 마구 더럽히는 학부모가 시글시글하도록 많은,오늘과 같은 현실에서는 스승이 나오기 어렵다. 선생으로 하여금 인격적으로 모멸감이 들게하는 일을 서슴지 않고 가난때문에 비굴하거나 교사라는 직업을 마음이 찌들어 앙앙불락하고 천박한 직업을 만들면 그런 이들에게서는 스승을 기대하기 어렵다.지금까지우리는 그렇게 해온 혐의가 크다. 또한 스승의 길을 택한 사람은 단순하게 직업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수 없다.사람의 영혼을 순화하고 제대로 길들여 사람답게 살수 있도록 교화할 것을 약속한 사람들이 그들이다.그러므로 일상의 삶이 다소 궁핍하거나 사회적 기준보다 다소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걸 감내하며 품위를 유지하고 가르치는 자세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사회가 대신 나서서 스승의복지를염려하고그사회적지 위에대해배려하는것은그때문이 다. 제도와 정책은 스승을 스승으로서 살게하는 일에 섬세한 지원과 격려를 다해야 한다.스승은 누구도 할수없는 정신적이고 지적인 역할을 도맡아서 해결하는 사람들이므로 나라와 사회가 그들로 하여금 한눈파는 일 없이 자신의 길을 성공적으로 갈수있도록 돕지않으면 안된다.오늘은 스승의 날이다.오늘의 의미를 깊이 음미해보는 일부터가 오늘이 마련된 참뜻일 것이다.
  • 장애인의 날에(사설)

    20일은 장애자의 날이다. 바쁘고 눈부시게 돌아가는 제각기의 자기앞의 삶 때문에 평소에는 깜깜하게 잊고 지내는 「장애인문제」를 이날만이라도 기억하여 개선하는 노력이나 관심을 갖는 일은 뜻이 깊다. 우리나라처럼 장애인에 대해서 배려가 없고 우리처럼 장애인의 삶을 향상시키는 노력에 인색한 나라도 드물다.비슷한 수준의 국민소득을 가진 비슷한 정도의 중진국 중에서도 부끄러울 만큼 뒤진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도로의 턱이 높아 휠체어를 끌고 도저히 건너갈 수 없는 길이 도시의 대부분이고 육교가 아니면 지나갈 수 없는 길이 수두룩해서 장애자가 「갈수없는 곳」이 너무 많다.최근에도 그런 길에서 도로를 건너다가 장애자 한사람이 참변을 당했다.건물·공공시설·공원·교통기관이 모두 장애자를 위해 아무 시설도 안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보다 더욱 장애자를 괴롭히는 것은 「성한 사람들」의 냉혹한 「장애자관」이다.무관심하고 비정하여 장애자의 삶의 의욕을 송두리째 좌절시킨다.어쩌다가 해놓은 장애자용 시설이나 좌석을 멀쩡한 사람들이 차지해버리고 길에서 장애자와 부딪쳐도 길을 내주거나 도울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난폭하게 밀치거나 뒤로 제치고 가버린다.시민의 이런 비정함은 우리의 도덕적 황폐함의 척도라고 할수 있다. 시민의 이같은 황폐성이 결정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장애자시설을 거부하는 태도다.서울의 마장동에 지으려던 장애인복지관이나 양천구 신정동에 세워진 장애인 자립작업장이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로 착공도 못하거나 지어진 뒤에 입주도 못하는 사태를 빚고 말았다.장애인 시설이 있으면 집값이 떨어지고 자녀교육에 해롭다는 것이 반대이유라고 한다. 그런가운데 처음으로 우리를 감동시킨 경우가 생겼다.서울 중구 필동에 장애인자립작업장이 마련되어 17일에 이미 개장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이곳의 경우 주변 주민들이 반대는 커녕 앞다퉈 도움과 지원을 하며 기계도 기증하고 일거리도 제공했다고 한다.같은 시민이라도 이렇게 성숙하고 도덕성이 높은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게된다. 장애인시설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리라는걱정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소견없는 이기주의적 발상인가를 필동주민들의 덕행으로 입증시켜주기를 염원한다.특히 장애인의 존재가 자녀교육에 해롭다는 생각은 매우 천박한 부모의 근거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단언할 수 있다.시련속에서도 꿋꿋이 극복하며 사는 장애인의 삶은,건강한 어린이에게 커다란 교훈이 되어 준다.그들에게 사랑과 나눔을 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그것은 신의 축복이기도 하다.장애인 시설이 이웃에 있음으로써 그런 기회를 가까이 부를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장애인은 우리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할 부양가족이다.그러므로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장 슬기로운 방법이다.장애인 정책도 그런 원리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장애인의 날」은 그모든 것을 반성하고 되새기는 날이어야 할 것이다.
  • 어디서든 「도덕적 본보기」 돼라/김종운 서울대총장 졸업식치사

    ◎「소외된 사람」 잊지 말아야 진정한 지도자 지난 몇년사이 사회주의체제의 붕괴에 따른 국제질서의 변화로 이제 세계는 국가이기주의의 물결속에서 우리에게 의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도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기는 하나 권위주의적 사고가 곳곳에 잔존해 있으며 무분별하게 밀려든 외재문화로 전통적 미덕인 예절과 도의가 쇠퇴하고 향락과 무절제가 만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군다나 반세기동안 갈망해온 통일을 목전에 둔 중대한 시기이기도 합니다.국민적 단합으로 정치력과 경제력을 향상시켜 외세를 배척하고 우리가 통일의 주체가 되어야할 때입니다. 이처럼 국내·외로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는 시국에 사회로 나아가는 여러분의 사명과 임무는 막중합니다.여러분은 천박한 풍조에 들떠 표류하려는 우리사회의 방향타가 되고 닻이 돼야 합니다.또 창의력과 추진력으로 우리 민족을 번영으로 이끄는 견인차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이제 사회초년생이 되는 여러분이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여러분의 가치의 척도로 삼지 않기를 바랍니다.남과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의 방식대로 살아야 합니다°자기실현을 위한 꿋꿋한 노력,그것을 위한 분투적인 삶만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또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십시오.한 인간의 지극한 노력이 세계를 바꿔놓은 사실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무슨일을 하든지 그곳에서 도덕적 수범이 되십시오.이 사회에 가장 요구되는 것은 지식이 아닌 도의입니다.시대의 양심을 대표하던 학생신분에서 벗어나 비판해온 기성세대의 일원이 되는 지금 사회의 소금이 되기 위해서 여러분은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나라와 겨레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아왔습니다.제도의 미비로 사회발전에서 소외된 가난한 이들을 돕는 책무가 여러분에게 있습니다.이들에 대한 배려를 마음에 품고 있을때 비로소 지도자로서 완성된 자질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영예로운 학위를 받은 졸업생여러분에게 다시한번 축의를 보내며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 다국화시대의 방송(사설)

    본격적인 TV다국시대를 맞은지 두달이 되었다.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이 5가지나 되고 공영 민영 상업방송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매채가 경쟁하며 공존하기에 이른 것이다. SBS(서울방송)의 출현으로 서울지역의 전체 시청률이 5%정도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매체 하나의 증가가 가지는 영향력의 평면적 측정에 지나지 않는다. 시청률 경쟁이라고 하는 치열한 국면을 동반하고 있으므로 전체의 분위기와 품질을 바꿔갈 수가 있다. 이런 현상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지니게 된다. 무사안일하게 안주하여 타성에 빠져있던 기성매채를 자극하여 활력소가 되게 하는 반면 과당경쟁에 의한 타락의 조장을 할 위험도 똑같이 지니게 된다. 특히 후발매체가 상업주의를 전면으로 표방하고 대담하게 질주할 경우,양상은 훨씬 악화할 수 있다. 그러지않아도 양국체제에서만으로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여 명색만의 「공영」이라도 유지해온 자제력이 무너질 수 밖에 없게된다. 그런 가운데 출범한 SBS가 선정적이고 상업주의적인 모습에 너무 치중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은 걱정스런 일이다. 상품공세가 너무 심하고 국민을 「천박하게」 이끌어갈 우려가 있는 프로그램을 여과없이 내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주부들의 모니터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런 지적을 뒷받침하듯 방송언어의 오염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방송위원회에서 나왔다. 이 조사가 새상업방송의 본격적인 가동이전의 것이기는 하지만 이미 잠재적으로 내재된 체질에 「선전성」과 「상업성」이 강화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성묘사에서 대담해지고,벗기기나 거칠고 품위없는 말투,소요스럽고 무질서한 장면 등이 부쩍 자주 등장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 요즈음의 TV인 것은,단순한 양적 팽창이 주는 효과만은 아닌 것 같다. 방송은 언어를 도구로하는 매체다. 「좋은말」은 좋은만큼 「확성」되고 「나쁜말」은 나쁜만큼 확성된다. 이미 오염이 위험수위에 닿아있는 체질에 한술 더 얻는다면 결과는 점점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주부를 단순한 소비의 주체로만 보고 광고의 과녁삼아 집중공격을 하는 TV광고는 날이 갈수록 극성스러워지고 있다. 「다국시대」의 가장 큰 부작용중의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에서는 여성을 비하하고,광고로는 소비를 채찍질하여 황폐하고 천박한 주부를 조장하는 듯한 현상은 모골송연해지는 일이다. 「영계」니 「또라이」니 하는 부정적 연상이 강한 어휘를 예사로 거듭하여 그말이 시민권을 얻게까지 만드는 것은 그 말이 지닌 부도덕함에 대해서 불감증을 갖게한다. 끊임없이 저질러지는 성폭력,근절되지 않는 인신매매범 등의 사회악과 이런 일들이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의」 같은 물리적이고 말초적 제재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방송에 종사하는 「범 방송인」 모두의 사려깊은 태도만이 근원적인 열쇠를 쥐고 있음을 깨달아주기 바란다.
  • 천박하고 창피한 결혼풍속(사설)

    이 창피하고 촌스런 「결혼풍속」이 어쩌다가 생겨났는지 알 수가 없다.신혼여행이라면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것으로 생각이 붙박아진 일도 우습지만,그 출발에 앞서 공항에서 벌이는 천박한 「환송절차」는 날로 한심하고 부끄럽게 발전한다. 1쌍의 신랑신부당 수십명의 환송객이 따라나와 난리를 피우고,밀가루 세례에 신랑을 헹가래치면서 갖가지 별난짓들을 해댄다.주인공인 신랑신부에게 이런 장난질을 치는 것은 그들에게서 친구들의 뒤풀이용 술값을 우려내기 위함이라고 한다.해괴한 짓이다. 「허니문」이라는 풍속의 원산지인 서양에도 이런 일은 없고 동양은 물론 우리나라 고유풍속에도 없는 일이다.옛날의 「신랑다루기」풍습에다 현대 도시세대들의 이기주의가 미묘하게 혼합된 불쾌한 풍속이다. 특히 요즈음의 결혼식에는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새로운 「장난」의 음모꾼이 있다.「비디오촬영팀」이라는 거다. 「야외촬영」이라는 이름으로 예식의 사전사후를 지배하고,함이 오갈 단계로부터 폐백에 이르는 전과정을 따라다니며 온갖 해괴한 연출을해댄다.하객을 묵살하고 중인환시리에 온갖 동작을 시키면서 피사체가 되게한다.공항에서의 이상한 풍속도 그들이 주재하고 국적불명의 상스런 풍속을 창출해내는 것도 그들 「비디오팀」의 하는 짓이다.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한쌍이 축복속에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면서 한갓 비디오상인의 조종에 따라 이렇게 이상한 짓을 한다는 것은 무신경하고 어리석은 일이다.친구들이 공항까지 따라나가 신랑신부 「벗겨먹기」를 위해 온갖 천박한 행태를 벌인다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나라의 관문인 공항에서 건강하고 잘난 젊은이들이 이런 모양새를 보인다는 것은 국가 체면에도 누가 되는 일이다. 이런 모든 우스꽝스런 짓이 결국은 상업주의에 놀아나서 하고 있다는 일이 더욱 불쾌하다.따지고보면 모든 잘못되어가고 있는 풍속은 상업주의가 그 원흉이다.결혼식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부조리와 「얄궂은」부차적 행사도 모두가 예식장영업자들이 비용을 우려내기 위해 새록새록 개발해낸 것들이다. 법도에도 맞지않고 품위와도 어울리지 않고 동서양의 전통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일들을 단지 일생에 하루뿐인 좋은날이라는 핑계에 약해져서 상업주의의 속셈에 이용되는 일에서 뜻이 있는 젊은이라면 벗어나야 한다. 「추억」을 위해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투자를 하는 것이라면 장사꾼의 이익에 휘둘릴게 아니라 스스로 공들여서 좀더 뜻이 있고 깨끗하고,두고두고 마음을 흔쾌하게 해주는 행사로 계획하는 편이 훨씬 득이 된다.드라이아이스로 안개 피우기,와글와글 떠들며 공항 소란피우기 따위는 치졸해서 부끄러움만 남길뿐이다.조촐하지만 사려깊게,자기 책임아래 치른 혼례식이 훨씬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다.천박한 결혼풍속에서 이제는 이성을 찾아야 할때가 되었다.
  • 우리는 큰 부자인가/이재근 논설위원(서울칼럼)

    몰라보게 좋아지고 넓어진 세상에서는 정말 할일도 많고 보고 싶은 것들도 쌓여있다.복잡하고 어려운 세상 살아가다가는 더러 내 나라와 고장을 떠나 세상을 주유하며 갖은 풍물이나 신기한 세상일에 접하는 재미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얼마나 부자인가.아주 꽤 큰 부자인가.막혔던 봇물 터지듯 세상물정찾아 몰려나가고 서방으로 북방으로 달려간다.벌써 여러해 전에 미국의 한 주간지가 「한국인이 달려온다」면서 현기증을 보였는데 이제 세계가는 곳마다 한국인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북방지역 쪽으로는 더하다.사할린스크의 하늘 아래서 만나 눈물을 쏟는 동포들이 있고 중국쪽 백두산에 오르는 길목은 사철없이 한국인 관광객으로 메어진다는 얘기도 들린지 오래다.이십수년전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때 거기 가보지 못한 사람은 말상대가 안된다고 한적이 있다.이른바 「월남 특수」때 얘기다. 이제 중국쪽인가.급기야 그곳으로부터 우리 여행객들의 혼탁상을 꼬집는 내용의 기사들이 터져나왔다.중국을 여행하는 일부 한국인들의 「졸부행각」을 놓고 그들의 반감이 폭발한 것이다.얼마전에 그곳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격일간 「종합참고지는 그 조선어판에 「무지하고 거만한 한국의 유람객들」이라는 기사를 실었다는 소식이 전해진지는 꽤 오래됐다.연변의 조선족 자치주등에서 벌어지는 우리 여행객들의 천박한 몸가짐과 돈자랑행태를 신랄하게 비난한 것이었다. 그 무렵 북경의 외교 소식통들이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자극하거나 허황된 투자약속등을 남발하는 것이 중앙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고 공식 지적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부끄러운 일이다.참으로 면괴스럽다. 남의 고장에 가면 거기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언동을 살피고 조심하는게 인간사회의 기본예의이다.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다.우리조상들은 예로부터 유독 이 남과의 관계에서의 예절에 유의하여 이웃나라로부터 존중되어왔다. 찾아온 손님은 후하고 편안하게 모시되 남의 손님이 되면 그집가풍이나 사회관습에 어긋나지 않도록 숨조차 절제하는게 당연했다.백의민족동방예의지국의 미풍양속이었다.그 안존하고 중후한 우리의 옛모습이 사라지고 희미해져감을 이웃나라로부터 지적받고 있는 것이다. 70·80년대 개발후기의 경제적 신장세를 타고 한국인들 해외나들이도 잦아졌다.외국의 다양한 풍속과 이질문화와의 접촉이 많아졌고 갖가지 문화적인 쇼크도 겪었다.그로부터 빚어지는 오해와 갈등도 불가피했을 것이다.그러나 외국현지에서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평균적인 한국인의 모습은 조급하고 무례한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현지 백화점이나 음식점·호텔등에서 벌이는 과소비행태라든지 까닭없이 현지인들을 얕잡아보는 경박함을 보고 한국여행객 모두를 싸잡아 무뢰배로 몰지않았을까 생각하면서도 뭔가 단단히 짚이는게 없는 것이 아니다. 70년대 한시기 일본인들의 「깃발관광」이 한창 줄을 잇던 시절에 세계곳곳에서는 그들의 조잡스럽고 절제안된 행태가 계속 조소의 대상이 된 일이 있었다.기내에서의 소란은 물론이고 가는데마다 제 세상인양 우쭐대는 짓거리에 아무리 달러수입을 거둔다한들 현지주민들의 심기가편할리가 없었을 게다. 세상일 바뀌어 이제는 우리가 그 조악했던 일본 관광객들의 행태를 전해받고 있다면 그것은 안될 일이다.그런데 신화통신은 한국여행객들을 꼬집으면서 일본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석을 달고 있다.일본인들은 중국을 이해하려하고 점잖고 예의바르다고 했다.사실이 그러한지 아니면 시각이 왜곡됐는지는 몰라도 어떻든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대륙은 우리에게 반세기에 가깝도록 흡사 금단의 지역이었다.그만큼 중국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컸다고도 할 수 있다.역사·지리적 관계는 물론 우리 동포가 2백만이상 살고 있으니 한국인들이 구경삼아 찾고 싶고 연줄찾아 가고싶은 땅이다. 무역대표부는 교환설치돼 있으나 아직 수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그런데도 작년 한햇동안 6만명이 왕복교환됐고 91년에는 10만에 이르리라는 예측이다.작년 한해 양국 교역은 38억달러였다. 해외여행이 거의 자유화된 89년부터 국민들의 해외나들이는 부쩍 늘어났다.작년의 경우 1백73만명이나 되는데 이는 자유화 첫해인 89년에 비해 43%나 증가한 것이다.그들이 외국에서 쓴 외화만도 37억달러로서 그해 무역수지적자 47억달러와 비교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다. 올들어서 지난 3월이전 출국한 사람도 작년의 같은 기간보다 10%이상 늘어나 벌써 4천2백10만달러의 여행수지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여행객들은 점점 인색해지면서 검약·절제된 행동을 보이는데 우리들은 거꾸로 밖에 나가 저들 표현대로 돈을 물쓰듯 하고 「무지하고 거만한 행동」을 예사로 한다면 정말이지 안될 일이다. 당국이 앞으로 중국을 방문하려는 내국인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리라 한다.지금도 소양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출국전에 현지소개와 당부가 있다.하나 그것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그보다는 이른바 해외여행문화가 성숙되고 기본적으로는 여행자 개개인의 인격과 소양이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 연극 영화의 해와 「좋은 삶」(사설)

    문화의 연두 빛 싹이 돋는 것을 느낀다. 정부 안에서 「문화의 목소리」가 조금씩 사람들의 귀를 모으게 하고 무모한 개발에 제동을 걸고 「사려」를 촉구하는 일이 거듭된다. 시청앞 광장에 세워지는 선전탑의 모습이 때를 벗어가고 예술의 전당 언저리·대학로·국립극장 주변이 눈에 띄게 활기에 차 있다. 누가 뭐래도 이런 현상은 문화부가 탄생한 뒤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두서에 파묻혀 잊혀지고 있는 역사적 인물들을 일으켜 세워 「빛나는 한국인」을 자각하고 자부하게 하는 일도 생색이 나고 우아하고 기품있는 우리 말을 찾아내어 살펴쓰게 하는 노력도 반갑다. 주변에서 이런 기운이 봄 아지랭이 처럼 피어오르는 이 기운을 우리는 충분히 향유하고 번져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은 비록 좀 잘살게 되었지만 정신적인 공해물질이 충만하여 옛날보다 훨씬 황량하고 타락한 삶의 강에서 숨막히는 고통을 당하게 된 우리를 스스로 일으켜 구원하기 위해서 우리는 문화복지의 작은 단서조차도 놓쳐서는 안된다. 올해는 문화부가 선언한 「영극영화의 해」다. 창작예술은 자유혼이 생명이다. 아무리 문화부지만 관임에 틀림이 없는 기관이 주관하는 문화행사는 내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 나라의 문화가 자유로운 길을 자유롭게 가기 까지는 당기고 밀어서 제길에 이르게 할 의무가 또한 나라에게는 있다. 그것이 문화정책의 핵심이다. 연극영화의 해가 연극영화예술인들의 주동으로 이끌어지고 있고 문화정책 당국은 다만 지원하고 지켜보는 일로 돕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예가 된다. 이 연극영화의 해 행사를 정작 뜻깊게 하는 것은 시민의 호응이다. 한편의 연극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고,황폐해진 우리의 정서에 조금이나마 윤기를 불어넣는 일,그것 만을 해주면 그것이 바로 「참여하는 미덕」이 된다. 공해가 우리의 육신을 무너뜨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자정운동을 벌이고 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정신도 중증의 오염상태에 있다. 도덕이 타락하고 윤리가 실종된 상태,그것이 정신적 공해정도의 표출이다. 이것을 정화하는 기능이 바로 정서적 세척작용인 문화예술과의 만남이다. 어른들은 그나마 다 자랐으므로 덜 심각하지만 젊은이 어린이들은 이 심각한 오염의 강에서 제대로 성장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문화의 싹이 여린 빛으로 나마 움돋기 시작했을 때 그 순수한 엽록소를 섭취하게 하여 정신적 능력의 성장소가 되게 해야 한다. 행락철이 되면 혼잡한 사람들의 행렬에 시달리며 야외도 가고 놀이터도 찾아 다니지만 산천이나 오염시킬뿐 피곤하게 시달린 채 지쳐서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 보다는 쓸만한 연극 영화 또는 쓸만한 전시회 한가지씩을 보여주는 나들이가 눈도 높이고 정신도 높이고 마음도 여유있게 해준다. 세속적인 욕심,천박한 놀이문화에 빠져들지 않도록 면역의 기질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고급문화와 만나 선례를 받는 일이다. 연극잔치,단막극제,꼭두극잔치 경연대회,뮤지컬 등 전국 각지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부모들이 자녀를 이끌고 이중의 어느 것이든 관심을 보이며 참여한다면 어떤 교훈보다도 설득력 있고 감동을 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문화적 가치는 경제가치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시민이 문화를 향유해 주는 노력만으로 이 부가가치에 기여를 한다. 화창하고 아름다운 계절을 연극도 보고 영화도 보면서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면 성급하고 거칠어진 우리의 품성도 다스릴 수 있게될 것이다.
  • 사려깊은 TV프로그램(사설)

    비틀거리는 브라운관,바람난 TV 때문에 시청자들은 불만이 많다. 불만이라도 토로하는 사람들은 약간의 방어능력이라도 있는 셈이지만 눈만 뜨면 TV를 켜고 안방에서 동서하는 많은 시민들은 자각증세도 없이 서서히 오염되어 가고 있다. 중금속이나 화학물질같은 공해물질이 정신에 쌓이고 있지만 감지할 감수성조차 개발되지 못했거나 마비된 채 병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TV드라마의 경우 기혼자의 외도가 너무 많이 등장하고 너무 자주,그리고 미화되어 묘사된다. 그러잖아도 질낮은 여성지들이 부추겨 『40대 가정주부 중 몇 퍼센트는 애인이 있다더라』 따위의 루머를 만들어내고 있는 풍토에 현대 생활의 살아있는 교본노릇을 맡고 있는 TV가 가정있는 남녀의 외도를 이렇게 예사롭게 빈번히 묘사하면 죄의식에는 불감증이 생기고 호기심을 자극해서 막연한 동경심까지 품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나 소설책과 달라서 TV라는 매체는 보편타당한 자격을 시민에게서 인정받게 마련이어서 의외의 영향력이 확산된다. 더구나 선택해서 접근하는 매체로서보다는 일방적으로 흘러들어오는 그 기능 때문에 온 세대가 함께 하는 거실과 안방을 지배한다. 젊고 교양있는 신혼기의 부인이 남편을 향해 모멸에 찬 욕설을 퍼붓기도 하고 젊은 남녀가 후딱하면 따귀를 갈기는 모습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각종 술집장면이 다반사로 등장하고 술집 여성들의 「권위」가 필요이상 상승되어 있다. 전업주부가 아주 익숙한 솜씨로 술을 마시고 그것이 「해결의 수단」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모든 장면은 얼핏보면 현실에도 얼마든지 있는 일이므로 사실묘사의 불가피성처럼 설명된다. 그러나 실제보다 훨씬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처리된다는 심증을 갖게 하는 일들이다. 사실에 보다 가까운 일이라 하더라도 그 역기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쪽이 더욱 바람직할 것을 오히려 거꾸로 하고 있다. 드라마만 그런 것은 아니다. 쇼나 개그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외설적 말놀이나 천박한 어투,유행어들은 오물 묻은 걸레처럼 가정으로 던져진다. 요즘와서 부쩍 대담해진 것은 「노름용어」이기도 하다. 전체를 놓고 보면 과오는 처벌받고 정의롭지 않은 일은 응징되며 사회악이나 부도덕은 고발당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진다. 그러나 「연속」 되었으면서도 한매듭 한매듭이 독립되어 중간완성의 과정을 겪는 것이 TV프로그램이다. 도마뱀의 꼬리같은 교훈은 잘라버리고 퇴폐나 환락만을 흡수해 버리는 작용을 막을 수가 없다. 거의 공영으로서의 신뢰와 경배를 받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 전파매체다. 거기다가 작가와 연기자 스태프들의 솜씨가 눈부시게 세련되어 어떤 작품이건 상당한 수준의 기법들이 발휘되고 있다. 너무 재미있고 너무 날씬하게 환락과 부도덕 불의를 그리고 있다. 현란하고 말초신경을 만족시키는 장식으로 만든 부정식품이 우리 입맛의 감수성을 마비시키는 것과 같은 효력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회의 비판 여론에 대해 프로그램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불평은 외화에 대해서는 시청자나 심의하는 사람들이 좀더 관대하면서 정작 우리 스스로에게는 더욱 가혹하다는 불평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것에 있어서도 유의되어야 할 일이 있다. 일일극의 한 조역배우가매일 내뱉는 유행어 한마디가 전국민의 입곁에서 맴돌고 10대의 우상이 된 브라운관 출신 신인이 생기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를 모방하려는 십대들이 넘친다. 이같은 TV의 엄청난 위력을 생각해서 사려깊은 결단이 이뤄지기를 당부한다.
  • 시민운동으로 감시하자(사설)

    자가용 10부제가 처음 실시되던 18일날,거리에는 끝자리 「8」번 차량들이 꽤 많이 돌아다녔다. 상오중 1시간 동안에 일정한 지점에서 80여대의 「8」자 번호차의 통과가 목격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지탄한다. TV만 켜면 전쟁보도가 긴박감을 주고 연일 에너지문제로 대책에 골몰한 사람들이 아주 하찮은 지혜라도 나누기 위해 열을 올리는데 처음으로 실시한 「10부제」조차도 참지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정신자세가 탄탄치 못함을 드러내주는 일이다. 이런 일은 자신이 약속을 어긴 허물말고도 남들까지 맥풀리게 하는 짓이다. 규정대로 행동한 사람은 불편을 감수하고 얌체노릇을 하는 사람은 유유히 하고싶은 짓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킨 사람만 바보가 된 느낌이다. 그런 느낌 때문에 다음 기회가 오면 그도 지키지 않고 싶어질 것이다. 23일부터는 벌금을 매겨가며 단속할 예정이라니 그때가서 지키겠다는 속셈인지도 모른다. 그런 시민은 자율역량이 없는 사람이다. 생필품 사재기에 극성을 부린 사람들은 아직은 별로 없었지만네온사인끄기 엘리베이터 격층운영하기 등은 별로 안 지켜진 것 같다. 큰 불편도 아닌 이런 정도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책임있는 일원으로 사회를 지키고 가정을 이끌어 갈 자격이 결여된 사람들이다. 자가용 10부제로는 하루 운행차량의 10%안팎이 줄어드는 정도 효과가 기대된다. 이런 정도로 에너지절감의 결정적인 효과는 얻을 수 없지만 정신적 자세를 가다듬는데는 훨씬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페르시아만 전쟁이 아니라도 절제의 기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는 이 기회에 긴축을 시험해보는 것은 매우 좋은 경험이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뜻깊은 계기를 몇몇 얌체없는 사람들 때문에 망치게 해서는 안된다. 석유가 품귀상태를 보이고 파동우려를 빚게되자 석유통을 찌그러뜨려서 20ℓ당 5ℓ나 차이가 나게 용량을 속여 판 야바위상혼도 있었다. 야비하고 천박한 이기적인 상인이다. 하찮은 것같아도 이런 부도덕함이 우리 전체를 실패하게 만드는 원흉들이다. 그런 일들은 우리를 안으로부터 병들게 하기때문이다. 금수의 왕인 사자도 가슴속에 파고든 작은 벌레 하나로 병들어 죽는다. 그런 뜻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위기극복을 위한 운동을 벌이는 일을 대단히 환영한다. 그중에서도 소비자단체들의 절약분위기의 고취와 물가·품질·환경감시 역할의 자원활동은 여간 좋은 일이 아니다. 이런 단체들이 「얌체시민」의 적극적인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자가용 「부제」를 위반한 차량을 발견할 때마다 눈총을 주고 주의를 환기시켜서 스스로 행동을 고치게 이끌어주는 일도 맡아주기 바란다. 효과도 있고 자율능력도 성숙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당국은 부제운영을 철저히 하여 해제차량을 되도록 줄여야 한다. 이런 기회면 으레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특권층이 가족까지 함께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가 시민의 마음에는 말할 수 없는 반감을 심는다. 이번 기회가 페르시아만 전쟁이 끝난 뒤에도 우리에게 절제의 습관을 정착하게 하는 계기가 되도록 시민운동이 지속된다면 우리를 위해 커다란 소득이 될 것이다.
  • 북경의 한국인(사설)

    북경아시아드에서 매일매일 집계되는 메달수를 보고 있으면 수십개에 이르는 아시아의 나라들 중에서 한·중·일이 차지하는 비중을 거듭 깨닫게 된다. 인구가 12억이나 되는 중국의 금메달 쓸어모으기는 오히려 당연한 일이겠으나 한반도의 분단된 작은 땅에서 갖은 시련을 이기고 일어선 한국이 대국 일본과 2위자리를 겨루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스포츠에서 만이 아니다.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아시아를 선도하는 것도 한·중·일 3국이다. 그 중에서도 갖가지 기적의 신화를 낳는 한민족의 당돌하고도 영특한 발전상은 세계인의 관심의 적이 되고 있다. 그런 한국인들이 방금 북경에서는 못보일 꼴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경기장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국위를 등에 지고 있는 힘을 다 발휘하는 중인데 몇몇 관광객들은 한약재 싹쓸이관광에 열을 올리고 더러는 여인 희롱이나 졸부의 천박한 언동으로 현지동포를 난처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북한선수와 임원들이 경기장에서 보인 몰교양한 행동은 이번 아시아드의대표적인 흠이 되고 있다. 비록 체제를 달리하는 집단이기는 하나 같은 한족중의 한쪽이라는 뜻에서 공통의 우세를 하는 셈이다. 거기에 더 얹어,장외에서 보이는 「추악한 한국인」의 행동은 한민족의 망신을 상승시키는 짓이다. 중국관광객의 주류를 이루는 것인 일본과 대만 그리고 한국사람이다. 풍족하기로 말하면 일인관광객을 우리가 따를 수 없고,고국을 찾는 잘 살게 된 대만인을 당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그들은 「싹쓸이 쇼핑」같은 족적은 남기지 않고 다닌다. 시끄럽게 몰려다니지도 않고 상소리를 하며 호텔종업원을 곤혹스럽게 하는 따위 일은 벌이지 않는다. 더더구나 일하는 여자들을 상대로 별난 교섭을 하다가 망신스럽게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소문에 의하면 북경정부의 내사에 걸려 귀국이 유보되거나 벌금형을 받은 한국인이 꽤 있다고도 한다. 몇몇 몰지각한 사람 때문에 국위에 입히는 손상이 말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 사람들이 유난히 강장제니 정력제니 하는 것에 혹하기를 잘하고 신비의 영약에 대한 미신이 강하다는 데 있다. 그러나여러가지 측면에서 이런 약들은 이제 회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우황·웅담·녹용·호골 따위 한정된 재료의 약재료들이 한없이 계속된다는 일이 의심스럽고 또한 국제적 공인의 위생시설이나 과학적인 제약과정에 대해서도 입증된 바가 없다. 게다가 이제는 불량·가짜·야바위까지 횡행하는 중이다. 그래도 여전히 사들여다가 「남대문 시장에서 됫박거래할 지경의 중국 우황청심환」 사태를 벌인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이런 행태의 결과에 대해 책임이 많은 것은 북경행을 주선하는 여행사들이다. 관광객이 단체관광을 하는 도중도중에 절묘하도록 쇼핑장엘 들르도록 꾸며놓는 일을 중국측 여행사와 우리 여행사가 공모하는 흔적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우수하고 능력있고 지도적인 나라로 떠오르는 중이다. 경쟁국들은 그런 우리를 방해하고 싶어한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비하하고 평가절하하게 만드는 일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 북경의 한국인들부터가 그 점을 자성해야 한다. 거듭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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