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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의 전통과 창조/박노준 등 지음(화제의 책)

    ◎한국 시문학의 계승과 변용 조명 고전의 시각에서 현대시를,현대의 관점에서 고전시가를 성찰한 연구서.한국 시문학의 계승과 변용,전통과 재창조의 생생한 현장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전시가와 현대시의 다면적인 상관관계를 탐색하는 작업은 문학사 연구의 당위적 요청이자 실천적 과제다.고전시사를 시효를 상실한 고문서의 창고로 여기거나 현대시사를 천박한 재사들의 기예로여기는 생각은 불식되어 마땅하다.이런 전제에서 이 책은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상호 관련양상을 전통과 창조의 맥락에서 살핀다.그것은 곧 전통단절론과 이식문학론을 이론적으로 극복하는 작업이자 우리의 문학작품들을 통해 한국인의 기층적 정서를 조망하는 일이기도 하다.20세기 들어 전통론이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되었으며,신고전주의는 왜 전통주의를 옹호하고 나선 것일까.그것은 한마디로 현대사회의 종교적·도덕적 몰락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게 서울대 오세영 교수의 지적이다.그는 신고전주의의 기층에는 전통의 옹호와 과거성의 회복이라는 두가지 흐름이 강하게 역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가령 흄·파운드·엘리어트·등의 시들이 로마 카톨릭의 정신세계나 고대 인도의 힌두사상,혹은 중국의 노장철학에 깊이 몰두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 책에는 이밖에 고전시가와 현대시에 나타난 인간과 자연과의 ‘괴리’를 다룬 ‘속요와 현대시로 본 화자와 자연과의 괴리’, 최한기의 기철학에 근거해 서구의 분석적 시학을 넘어서는 종합적 시학을 모색한 ‘전통시학의 이론과 현대적 변용’,백석의 시를 ‘엮음’이라는 전통적 사설원리로 풀어낸 ‘백석 시와 엮음의 미학’등의 논문이 실렸다.이책은 필자 가운데 한 명인 이기서 교수(고려대 부총장)의 화갑을 기념해 출간됐다.열화당 1만2천원.
  • 죽이는 이야기/영화감독의 ‘일그러진 꿈’(시네마 줌)

    이 시대 ‘영화 만들기’란 무엇일까.또 영화감독의 역할은? 쉽지 않은 화두를 던지며 영화 ‘죽이는 이야기’(여균동 감독,한맥엔터테인먼트 제작)가 1일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죽이는 이야기’는 어떻게든 영화 한편 만들어 보려는 감독과 그 주변 인물들인 배우·제작자·배우 지망생,그리고 영화가 주는 꿈에 빠져 있는 보통사람들을 그린 블랙코미디이다. 구이도(문성근 분)는 ‘작품성은 높되 흥행에 실패한’영화를 만든 감독.그는 한차례 더 실패하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죽이는(관객을 죽여주는)이야기를 구상한다.그 내용은 ‘여관 종업원이 손님들의 성행위를 몰래카메라로 찍어팔다가 단골인 창녀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그는 이같은 아이디어를 ‘음란을 상품화한 사회에서 피어나는 순결한 사랑이야기’라며 스스로 대견해 한다. 그러나 제작자와 배우를 만나면서 그의 의도는 자꾸 엇나간다.3류 에로배우 말희(황신혜)를 정부로 둔 제작자는 그녀를 출연시켜야 돈을 댄다고 하고,말희는 이제야말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안리처럼 될 기회라며 턱없이 욕심을 낸다.그런가 하면 공동제작자이자 남자 주연배우인 하비(이경영)는 액션을 가미한 느와르가 돼야 한다고 우긴다. 구이도는 자기를 따르는 동네 여관종업원(고구마)이 실제로 찍은 말희와 하비의 장사장면을 영화에 활용하려다 음란물 제작 및 배포죄로 구속된다.관객을 죽이는 영화를 만들려던 꿈이 스스로를 죽이는 결과를 가져온 것. 이 작품으로 세번째 연출을 맡은 여균동 감독의 재치가 곳곳에서 번득여극적 재미를 주는 한편으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특히 무식하고 천박한 에로배우 역을 맡아 과감한 노출 신을 보인 황신혜의 변신이 놀랍다.영화에 첫 출연한 전이다와 록밴드 ‘삐삐롱스타킹’출신의 고구마 등 조연급들도 각각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영화는 그러나 뜻대로 작품을 만들 수 없는 감독의 비극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경지까지 다다르지는 못한다.지나친 정사·노출 신,과장된 대사가 재미를 주는 반면 관객의 주의를 흐트리는 장애로 작용한다.
  • 중국철학과 예술정신/조민환 지음(화제의 책)

    ◎미학적·예술론적 측면서 본 중 철학 중국 철학을 미학적·예술론적 측면에서 고찰한 연구서.중국의 사상은 유기체적 사유구조를 띠고 있다.철학은 정치학·윤리학 등과 별개의 의미를 지니지 않으며 미학과 예술 역시 마찬가지다.따라서 중국의 미학과 예술을 이해하려면 중국 철학의 핵심개념인 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예술기법 역시 예외가 아니다.예를 들어 홍운탁월법을 이해하려면 우선 노장의 언의지변을 알아야 하고 여백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노자의 유무관을 알아야 한다.이같은 철학과 미학의 유기적인 이해는 특히 ‘사물의 관점에서 만물을 파악’하지 않고 ‘도의 관점에서 만물을 파악’하는 장자의 경우에 더욱 강조된다고 할 수 있다.따라서 중국의 미학사상,예술정신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그것과 관련된 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에 깔려야 한다.이 책은 이런 맥락에서 ‘유가철학과 예술정신’과 ‘노장철학과 예술정신’ 등 두 부분으로 나눠 고찰한다.공자는 ‘논어’ ‘태백’편에서“시를 통해 순수한 감정을 일으키고,예로써 자신의 주체를 확립하고,악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완성한다”고 말했다.이것은 유가의 미학을 논할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대목이다.악을 통해 인격의 완성이 이루어지기 위한 첫째 조건은 시에서 흥을 일으키는 것이다.유가는 이처럼 시를 매우 강조한다.반면 노장이나 묵가는 시를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노자는 대음희성,곧 큰 음은 소리가 희박하다거나 대교약졸,즉 큰 기교는 졸렬한 것과 같다는 등의 언급을 통해 자신의 미학을 전개한다.노자를 단순히 예술 부정론자로 보는 것은 천박한 견해 일뿐 이라는게 지은이의 결론이다.예문서원 1만7천원.
  • 혼나야 할 축은 무풍지대에 있고(박갑천 칼럼)

    우리는 그동안 잘못된 생각으로 잘못 걸어오고 있었다.길을 잘못든 것이다.물론 이 꼴이 되게 이끌어온 길잡이들에게 첫번째 잘못은 있다.그러나 따라온 사람들은 괜찮다해야 할 것인가.그래도 이쯤에서 제동걸린것만 다행이라 해두자.헛물켜고 정신잃은 정도니 인공호흡하면 눈을 떠가게는 될것이다. 지금와서 누구 탓할 일만은 아니다.이‘국치’에 이르게 된데는 우리모두의 책임도 큰터이니까.이솝우화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의 베짱이 같이 놀아났던 시건방.황소배 흉내내려는 개구리 꼴로 하늘 무서운줄을 몰랐다.아까운줄 모르고 귀한 줄도 모르면서 고마움까지 모르게된 곤댓짓.6·25와 맞먹는 충격요법 있어야겠다는 막말이 왜 나왔던가.넋나간 깨끼춤은 진작부터 오늘을 내다보게 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은나라의 현인 기자는 주왕이 상아젓가락 만드는 것을 보고 천하의 화 있을 것을 알았다.상아로 젓가락을 만들었으면 질그릇에 음식을 담지 않을 것이요 주옥술잔을 쓸것이며 그리되면 코끼리고기에 표범태같은 귀한 음식을 먹을것이고….하나의현상은 만사로 통한다는 것이 [한비자](유노·열임편)의 생각이었다.우리가 걸어온 길섶에는 상아젓가락하며 주옥술잔보다 더한 것들이 뒹굴고 있다.가장 천박한 졸부의 개다리질을 어찌 하늘이 그냥 보아넘긴다 하겠는가.지체가 높아지고 살기가 좀나아졌다 하여 거들먹거리는 무리에게 찾아오는건 멸망뿐이다.[전국책](조편)에도 그걸 경계하면서 위의 공자모가 진의 응후에게 했다는 말이 전한다.“대저 신분이 높아지면 부는 오라하지 않아도 찾아옵니다.부해지면 미식은 오라하지 않아도 찾아옵니다.미식이 있으면 사치는 오라하지 않아도 찾아옵니다.사치하고 있으면 죽음은 오라하지 않아도 찾아옵니다.예로부터 이운명에 빠진 자는 많습니다”.한몸(한국가)망치는 길이 어떤 것인가를 말해주는 명언이다. 무쇠도 도가니속과 찬물속을 왔다갔다 하면서 불꽃튀는 망치질을 받아야 단단해진다.그런 시련이 우리에게 닥쳐왔다고 생각하면서 견뎌나가야겠다.하건만 정작 여기 이르게한 축들은 이 어려움속에서도 무풍지대에서 뻔드럽게 “나 몰라라”.허리띠 졸라매야 하는건 예나 이제나 애잔한 서민층이다.그대목이 더 분통터지고 아프게 한다.
  • ‘달러 평가절상’이라니…/이규억 산업연구원장(서울광장)

    공기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모르고 지내듯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서도 우리는 퍽 무관심한 편이다.매스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오염된 언어가 홍수를 이루고 잘못된 말과 외국어를 모방한 국적불명의 말들이 무분별하게 통용되고 있다. 우리의 언어습관은 어떠하며 오늘의 언어오염은 어느 수준에 와 있는가.정보화시대에 걸맞는 문화창달을 위해 언어순화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민족정서가 담긴 순수한 우리말을 보존 발전시키려는 의지는 또 어떠한가.우리 것을 찾아 일구자는 움직임이 사회의 곳곳에서 일고 있지만 우리말의 계승발전을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는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국적불명 말 무분별 사용 한글전용문제만 해도 그렇다.아름다운 우리말의 보존개발이 당초의 취지였을 터인데 현재는 한자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것에 치중하여 오히려 단어의의미만 증발해버린 예가 많다.거리를 달리는 화물자동차의 짐칸마다 ‘전착도장적재함’이라는 표기가 있는데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한자를 제대로 모르니 신문에서조차 ‘일체’를 ‘일절’로 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오늘날 사회전반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한자어를 모두 중국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거꾸로 한자어의 한글표기를 고집한다고 중국문화의 연원적 영향이 제거될 수 있는가.극단적인 예일지 모르나 독일은 게르만문자 대신 로마문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자존심을 버렸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영국도 인도숫자(속칭 아라비아숫자)를 쓰지만 인도에 열등감같은 건 느끼지 않을 것이다.맹목적 한글전용은 지나친 자아의식의 발로일 것이다.우리말의 단어중 명사는 특히 한자어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것을 한글로만 표기하면 그원래의 의미가 제대로 살지 못하거나 변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또한 우리 고유의 한자어는 사라져가는 마당에 일본식 한자어가 마치 우리말인양 버젓이 행세하고 있음은 무슨 까닭인가.이중에는 헌법,사회,철학 등과 같이 완전히 우리말화된 것도 있지만 특히 전문분야에서 어설픈 일본단어들이 남용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예컨대 ‘절상’은 계산에서 끝자리 수를 버리고 올린다는 말인데무슨 까닭인지 달러화의 가치상승을 평가절상이라고들 한다.경쟁도 원래일본식 한자어이지만 이미 국어화된지 오래인데 최근들어 부쩍 경쟁 대신 ‘경합’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못마땅하다. 일본말을 국어로 착각하고 있는듯 음식점에서 접시를 뜻하는 ‘사라’라는 말이 예사로 쓰여진다.또한 우리나라의 식당에서는 닭을 맵게 요리한 것을 흔히 닭도리탕이라고 하는데 ‘도리’는 일본어로 새를 뜻하는 것이니 결국 닭이라는 말은 두번 쓰는 꼴이다. ○맹목적 한글전용도 문제 부지불식간에 일본식 어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잘못된 경우로 ‘경제를 보다 튼튼하게’ 운운하는 것과 같은 예를 들 수 있는데 우리말에서 ‘보다’는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비교조사이므로 ‘더욱’이라는 말이 적절한 것이다.그럼에도 정부 공식성명에까지 흔히 등장하니 어안이 벙벙하다.일본인 특유의 외교적 어법인 ‘전향적으로 검토하다’는 말도 그 의미가 분명치 않은채 우리의 정책당국자들에 의하여 마구 쓰여지기도 한다. ○우리 말 올바르게 가꿀때 요즘 인사말로 “수고하십시오”라든가 “식사하셨습니까”라고 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손아랫 사람에게나 쓸 법한 말을 윗사람에게 잘못 사용하는 대표적인 예이다.진지라는 멋있는 우리말이 있는데도 굳이 식사라는 천박한 한자어를 쓰면서 한글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겸손이 지나쳐서인지 우리나라 대신 저희 나라라고 하는 것은 또 무슨 경우인가.요즘의 젊은이들은 남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일컬음에 있어 흔히 아버님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지칭할때 써야 하는 말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경제선진국으로 가는 문턱에서 문화선진국의 면모가 실종되고 있다.지금이야말로 교육 및 언론기능의 강화를 통해 우리말을 올바르게 가꾸어서 문화선진국을 지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미제 헌 청바지(외언내언)

    입다버린 미제 헌청바지를 수입해다가 백배이상 남겨먹은 장삿꾼이 있다는 이야기는 우선 어이가 없다.아무리 돈이 좋지만 그런 짓까지 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닐까.그것도 어쩌다가 그런 헌옷을 몇십장 또는 몇백장 들여온 것이 아니고 재미교포를 시켜 본격적으로 ‘수집’해서 11만점이나 들여오느라고 외화를 써댔다니 뒷맛이 너무 떫은 소식이다. 정통적인 의생활을 존중하는,나이든 세대에게는 옷을 가지고 별의별 이상한 짓을 다하는 요즘 젊은이들이 외계인처럼 낯설긴 하다.그러나 어쩌면 그런 것은 패션의 속성이기도 하므로 진솔옷을 일부러 찢고 빨아서 헌옷처럼 만들어입는 청바지의 유행같은 것에 특별히 부정적 용훼를 할 생각은 없다.그때문에 헌옷의 수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수긍못할 것도 없다.그러나 그것을 하필 ‘미제 헌옷’을 수입해다가 충당했다는 것은 입맛을 쓰게 한다. 우리에게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미제 구호품’에 의존하고 살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불과 얼마안된 시기의 일이다.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일체의 자존심을 유보한 채 절박하게 지나온 시절의 이야기다.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지난 시대의 시련을 모르기 때문에 젊은 세대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시절의 우리는 가난때문에 소중하고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을 구호품이나 입히며 남의 찌꺼기 식량으로 기근을 면하게 하며 살아야 한다는 일이 부끄럽고 한스러워 절치부심하며 경제건설을 이룩해왔다.그런 기성세대들로서는 지금 조금 살만해졌다고 우스운 유행을 기화로 구호품도 아닌 미제 헌옷을 ‘구렁이알’같은 우리의 외화를 주고 들여다가 값비싸게 풀어먹인다는 일은 분노를 느끼게 한다. 더구나 젊은 세대의 우스운 행태에 편승해서 ‘미제 헌옷’을 수입해들이는데 금쪽같은 외화를 마구 쓰는 수입상이 있다는 것은 범법여부를 떠나 정서가 용서하지 않는 느낌이다.그러잖아도 어려움이 겹쳐 애를 먹는 무역수지적자를 부추기게 했다는 혐의만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느낌이다.그런 천박스런 상업주의에,일부 허망한 풍요에 취한 천박한 젊은이들이 놀아나는 일은 참으로 우리를우울하게 한다.
  • 황금만능과 생명경시/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기고)

    온국민이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던 박나리양은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된 채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아직 사건의 전모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범인이 막 출산을 앞둔 20대 주부였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지켜본 우리를 더욱 경악케 했다. 유괴는 인간에 의해 저질러지는 가장 나쁜 범죄다.순진무구한 어린 아이를 볼모로 하는 유괴는 어린 아이는 물론 기다리는 부모와 친지를 절망속에 빠뜨리고 가족을 파괴시키기도 한다.자식이 무사히 돌아올수 있다면 그 어떤 요구라도 들어줄수 밖에 없는 부모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라 하지 않을수 없다.예나 지금이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자식의 죽음인데 그 죽음이 유괴에 의한 것이라면 애타게 자식을 기다리던 부모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무엇과도 못바꿀 생명 중간 수사결과에 따르면 범인은 빚에 몰려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 한다.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황금만능주의야말로 이번 범죄의 또다른 얼굴이다.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황금만능주의의 천민적 성격이 이번 사건의 주범인 것이다.이러한 천민적 성격은 우리의 생활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오히려 두드러져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잘못된 의식과 관행을 부추기고 있다. 더욱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어린 아이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유괴는 생명을 가벼이 생각하는 생명경시풍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인간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일진대 생명을 중시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의식이 우리사회에서는 여전히 성숙되어 있지않는 듯하다.학교에서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협동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의 아이만을 극대화하려는 천박한 이기주의가 자연스럽게 내면화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삶의 질’ 문제에 무방비 우리사회에 만연된 황금만능주의와 생명경시풍조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단체는 단기적인 방안은 물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어쩌면 우리는 돈으로 상징되는 ‘삶의 양’에만 집착한 나머지 인간답게 살수 있는 ‘삶의 질’의 문제는 소홀히 생각해 왔을지도 모른다.‘삶의 양’만을 중시하는 사회는 돈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는 황금만능주의를 낳게 되며 또한 도덕이 마비된 생명경시풍조를 확산시킨다.이러한 황금만능주의와 생명경시풍조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는다면 인간의 생명을 수단으로 하는 범죄행위 또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과보호 없는 세상 언제 이 땅의 부모들은 걱정과 불안 그리고 한가닥 희망속에서 이번 사건을 지켜보았고 그리고 그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을때 모두 분노했다.부모들은 이제 자립심을 위해 집밖에서 놀게 하던 아이들을 다시 집안으로 불러 들이는 과보호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과보호가 없는 세상,걱정없이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놀 수 있는 날은 과연 언제쯤일까.자식을 갖고있는 모든 부모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 호수공원(외언내언)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고 한 시인은 노래했다.그러고 보면 공원은 인간이 신의 흉내를 내보고자 한 결과 일지도 모른다.뉴욕의 센트럴 파크나 런던의 하이드 파크는 인간도 신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창조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하이드 파크는 신과 같은 권력을 행사한 왕실의 정원이었던 것을 찰스 1세 시대에 시민공원으로 공개한 것.반면 센트럴 파크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신의 역할을 행사해본 현대적 공원의 효시다.원래 판잣집,돼지우리,쓰레기 하치장으로 버려졌던 보잘것 없던 땅에 뉴욕시가 80년에 걸쳐 조성한 것이다.이 공원의 설계자 올름스테드가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조용한 분위기’.이는 지금도 도시공원의 주제로 이어지고 있다. 일산 신도시에 있는 호수공원도 센트럴 파크나 하이드 파크에 비교할 만한 도시공원이다.일산 주민들에겐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신도시에 사는 즐거움을 실감하게 해 주는 대표적 장소중 하나다.요즘같이 해가 긴 여름날에는 저녁시간에도 가족 단위로 공원을 찾아와 산책을 하거나 담소를 나누며 쉬는 시민들이 많다. 이 호수공원에 고양시가 청룡열차와 바이킹등 위락시설을 만들고 식당과 매점을 설치하고 울타리를 2∼3m로 높여 입장료와 주차료를 받을 계획이라는 소식이다.모처럼 신의 흉내를 내 본 인간이 다시 천박한 욕심꾸러기가 돼 추락하는 모습이 보이는듯 하다. 주민들이 호수의 수질악화와 쓰레기 배출,소음피해 등을 염려하며 반대운동을 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원래 주민들이 낸 택지분양금으로 조성한 공원이므로 입장료를 받는것은 주민들에게 2중 부담을 준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하이드 파크나 센트럴 파크도 시민들에게 무료 공개되고 있다. 일산 호수공원은 조용한 주민 휴식처로서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수익을 목적으로 한 사설놀이공원들이 기왕에도 많은 터에 주택가 앞마당이나 같은 호수공원에 위락시설을 설치하고 돈을 받는것은 고양시의 횡포다.센트럴 파크가 1850년의 뉴욕시 시장선거 과정에서부터 탄생하기 시작했음을 고양시 초대 민선시장은 참고해야 할 것이다.
  • 연극으로 보는 소설 「아버지」/서울시립극단 새달5일 첫공연

    서울시립극단(단장 김의경)이 연극 「아버지」를 새달 5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공연한다.시민의 연극을 표방하며 지난해 창단한 시립극단의 첫 신고작. 연극 「아버지」는 이미 1백60만부가 넘게 팔려나간 김정현씨의 베스트셀러 소설 「아버지」를 무대화한 것.김씨가 김광림 박상현씨와 공동각색을 맡아 대본쓰는데 직접 참여했다. 소설이 워낙 초베스트셀러여서 시립극단이 이를 무대화하기로 하자 많은 비판도 따랐던 작품이다.『소설의 유명세에 기대려는 천박한 상업주의의 발로라는 비난이 예상됐지만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대중친화적 연극 만들기라는 측면에서 최종선택을 내렸다』는게 극단측의 설명이다. 가난과 낮은 학력을 극복하고 행정고시에 합격,중견공무원으로 성공한 주인공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치유불능의 암에 걸린 사실을 알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이 사실을 숨긴채 가족들과 겪는 오해와 갈등,화해의 과정 등이 그려지는 가운데 그동안 주인공이 잊고 살았던 아버지의 빈 자리가 집중 부각된다.SBS 사장인 표재순씨가 연출을 맡았고 중견배우 전무송씨가 객원으로 출연,주인공역을 소화한다.이밖에 남박사역의 박웅,어머니역의 예수정을 비롯해 기정수·곽은태 등이 객원으로 출연하며 극단에서는 박봉서 강애심 최슬 등 6명이 나온다.27일까지.399­1645.
  • 빅텐/제프리 가르턴(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미래미국 핵심 파트너는 「신흥 10국」/산업화 선두 한국 등과 「새 공존정책」 수립 촉구 지난 93년 후반부터 국제뉴스에 나타나기 시작한 「거대 신흥시장」이란 용어는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벰(BEM)이라 불리는 이 용어는 미국의 욕심사나운 수출전략 냄새가 배어있고 잦은 통상마찰 소동과 아귀가 맞는 「장사꾼」이라는 말로 치부해버리기 쉽다.그러나 이 벰이란 말의 창시자라 할만한 제프리 가르턴(Jeffrey Garten)박사는 책 「빅 텐」(The Big Ten)에서 거대신흥시장,벰을 그렇게 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천박한 장사꾼이나 할 만한 얕은 소견이라고 말한다.벰은 상품을 몇개 더 팔자고 미국 관리들이 만들어낸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이 빅 텐 국가들은 「화창한 날 갑자기 먹장구름이 나타나 비를 몰고 오듯이」 미국의 미래와 커다란 관련이 있다고 저자는 책 서두에서 말한다. ○기회­위험부담 내포 가르텐 박사는 클린턴 1기 행정부 때인 93년부터 95년까지 상무부 국제교역담당 차관을 지냈고 지난해부터 예일대 경영대학원장으로 재직하고있다.신흥 10대국들은 미국에 크나큰 기회를 주면서 동시에 큰 위험부담의 가능성을 안고 있어,이 거대신흥시장과의 문제가 앞으로 수십년 동안 미국 경제 및 안보에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미국의 경제·사회정책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외국과의 관계에서 신선한 전략이 요구되고 있지만,미국은 거의 하나도 이런 태새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거대신흥시장­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것인가」를 부제로 달고 있는 이 책은,이 주제에 대한 미국 조야의 각성을 촉구하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다.그러나 우선 어떤 기준으로 빅 텐이 선정됐고,왜 이들 열 나라들이 단순히 수출시장으로서가 아니라 미국의 장래와 관련지어 중요한가가 관심사다.빅 텐을 미국의 새 수출시장으로서 보는 것은 「빙산의 일각」만 보는 것이라고 저자는 못박고 있다. 미 상무부가 중심이 되어 반년간의 철저한 자료수집과 분석·토론 끝에 골라낸 빅 텐은 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남아공,폴란드,터키,인도,인도네시아,중국 그리고 한국이다. 저자는 한국에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인구 4천5백만의 한국은 빅 텐 가운데서 가장 산업화한 나라다.지난 20∼30년간의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한국은 북아메리카,서유럽,일본을 제외하고 경제적으로 가장 힘센 몇 나라중의 하나가 됐다.동아시아 전체 GDP의 7%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시장이 아주 완강하게 보호되고 있어 좀 더 빠른 속도로 개방이 된다면 미국기업에 커다란 가능성을 부여할 것이다.높은 무역장벽에도 불구하고 지난 94,95년 한국의 수출입증가율은 30%이상 신장됐다.이같은 증가율은 주요국 가운데 최고치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주요 해외투자국으로 주목되고 있으며 또한 치열한 경쟁력을 갖추었다.교육과 연구개발 부문에서 많은 유럽 나라들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전략적인 측면에서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이며,남북한은 오늘날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을 안고 서로 대치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평화적인 통일 가능성 또한 적지 않으며 그럴 경우 경제,산업,군사 등 모든 부문에서 「발전소」같은국가가 출현하는 것이다. ○국제문제 주도적 관여 빅 텐의 선정기준을 좀 더 살펴보자.큰 인구,큰 자원기반,큰 시장을 보유해 해당지역의 발전소다.현상의 기존체제를 산산조각 내면서 세계 무대로 튀어나오는 나라들이다.세계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경제,사회의 여러 극에 핵심적으로 관여하고 있다(4개국 아시아 벰들이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발전을 확장시키거나 20세기 전반부의 유럽처럼 정치,군사의 상호경쟁으로 경제가 가라앉을 것인가를 결정한다).아시아 벰들은 가징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시장으로서 세계무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국내시장을 개방하고 예산균형을 이루며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실제 중국과 인도네시아만 제외하고 모두 실질적인 정치 자유화를 이루었다. ○상업적 측면서 큰 도움 냉전이후 경제의 지구화,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극적인 팽창은 세계가 미증유의 번영을 누릴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동시에 이런 현상들로부터 파생하는 정치·경제적 혼란으로 전제주의,통제경제,보호 무역주의로의 회귀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바로 이 두 가능성의 한 가운데에 빅 텐이 놓여있는 것이다.그래서 전 지구적으로 이들 열 나라가 중요하고 특히 미국은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안된다.저자는 미국에게는 유럽,일본 못지않게 빅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를 결정할 우선순위를 냉정하게 분석할 때 세계의 역동성은 유럽이나 일본이 아니라 빅텐에서 발견될 것이며,전세계적인 상업상 이익적 측면에서도 이 거대신흥시장들이 훨씬 더 큰 가치를 갖고있다는 것이다.나아가 미국의 정치,경제적 에너지를 공유할 나라와 파트너를 이뤄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찾고있는 해답은 벰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베이직 북스(Basic Books)사 간행.232쪽.
  • 결혼 뒤풀이(외언내언)

    오늘의 결혼은 「하기에 좋은것」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좋은것」이라고 했던가.새로운 대안문화를 모색하는 여성동인 「또 하나의 문화」가 결혼의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한 책 「결혼 이야기」에서 내린 결론이다. 요즘 일부 지역에서 유행한다는 빗나간 결혼식 뒤풀이야말로 『생각하기에만 좋을뿐 하기에는 곤욕스러운 결혼』의 뒤틀린 풍습이 아닌가 싶다.자동차에 신랑을 묶어 달리는 차를 따라 신랑이 뜀박질을 하게 하는가 하면,가축 운반 차량에 신혼부부의 손발을 묶어 태운 후 짐승 흉내를 내게 하고,신랑 신부의 신발을 벗겨 소주를 붓고 양말을 행군후 마시라고 강요하고,포크레인의 삽등에 신랑 신부를 태워 하늘 높이 올렸다가 내리거나 바닷물에 넣었다 꺼냈다 한다니 몬도가네가 따로 없다.그밖에도 별별 해괴망칙한 짓거리들이 결혼 뒤풀이라고 자행된다니 기가 막힌다. 결혼식이 성년식의 뜻도 지닌 통과의례로서 다소 짓궂은 뒤풀이가 따라 붙은 것은 오래전 부터다.새 신랑에게 한시를 짓게 하고 그 격을 트집 잡거나 다듬이 방망이로 신랑의발바닥을 때리는 장난이 뒤풀이로 행해지던 시대에도 지나친 뒤풀이가 문제되긴 했다.그러나 뒤풀이가 요즘처럼 도로교통법과 경범죄 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만큼 혐오스럽고 살벌했던 적은 없다. 「풍속의 역사」란 책을 쓴 에르하르트 푹스는 『결혼식이란 그 시대 풍속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사』라고 했다.또 한 시대의 풍속이란 그 시대를 사는 일반의 의식을 가장 정직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했다.요즘의 빗나간 뒤풀이는 그러고 보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셈이다.참으로 거칠고 천박한 모습이다. 뒤풀이 뿐만이 아니다.결혼 문화 전체가 왜곡된 상태다.신랑신부의 황금마차 하강에 샴페인 샤워,케이크 커팅등 요상한 쇼들이 결혼식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며 끝없는 과시와 사치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과다혼수와 지나친 함값 시비로 결혼이 파탄에 이르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현명한 젊은이라면 이런 빗나간 세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 외제사치병에 나라 멍든다(사설)

    지난해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이 48%나 늘어났다.전체수입증가율 11%의 4배,전체소비재의 수입증가율 19%의 2배를 각각 웃도는 증가율이다.품목은 모피의류·화장품·위스키·승용차·가구·골프 및 스키용품·구두·샹들리에·바닷가재·가전제품 등이며 액수는 총 21억달러어치나 된다.시장개방의 대표적인 부작용을 보는 것 같다.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전해진 이 소식은 우리를 암담하게 만든다.흡사 방탕한 불효자식이 어려운 집안은 전혀 생각지 않고 매일같이 흥청망청대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2백6억달러의 무역수지적자,2백37억달러의 경상수지적자를 냈으며 총외채는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부진했음에도 씀씀이가 줄지 않아 수입은 여전했던 탓이다.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한푼의 외화라도 아껴야 할 처지인데도 오히려 사치품의 수입이 폭증했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사치품의 수입이 폭증한 것은 여유있는 계층의 도덕불감증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불로소득으로 돈을 번 졸부들이 천박한 과시욕으로 사치품에 탐닉하는 것은 경멸하면 그뿐이라고 치자.그러나 정상적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까지 이 대열에 끼어들고 있다는 것은 심각히 생각할 문제다. 체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계층이 사치와 낭비에 빠지면 경제만 망하는데 그치지 않는다.계층간의 위화감을 증폭시킴으로써 사회의 안정까지 해친다.2백만원짜리 양주를 사들이고 자녀의 결혼식에 경비행기를 띄우는 사회지도층부터 맹성해야 한다. 근검절약은 사회를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드는,시대를 초월하는 훌륭한 가치다.소비자단체와 사회단체가 실용성을 존중하고 사치와 낭비를 비웃는 캠페인에 나섰으면 좋겠다.초등학교부터 절약과 실질을 귀하게 여기도록 가르치는 일도 강화하기 바란다.
  • 이런 국회 믿어도 되나(김호준 정치평론)

    요즘 국회가 하는 일을 보면 정말 실망스럽다.준법의지도 없고 보신주의에 급급한 이런 국회가 나라와 백성을 위해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이 앞선다.아직도 구시대의 병폐를 청산못한 이런 국회가 21세기를 향한 미래의 창을 국민 앞에 얼마나 힘차게 열어 젖힐수 있을지 걱정이다. 최근 여야가 국회제도 개선특위에서 4개월간의 협상끝에 타결한 제도개선안은 한마디로 개혁의 후퇴요 개악이었다.특히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의 선거법위반이 후보자의 당선무효 사유가 되도록 하던 연좌제의 폐지는 정치권 스스로가 선거부정의 길을 튼 개악의 대표적 사례다.한때 개혁입법의 상징처럼 떠받들던 연좌제의 폐지로 여야는 보다 교묘하고 조직적인금력·탈법선거를 자행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셈이 되었다. ○제도개선 의지 전혀 없어 후원회의 무기명 기부금 상한액을 종전의 50만원에서 1백만원으로 상향조정한 것도 정치자금의 투명성 제고에 역행하는 합의였다.선거운동의 형평성 시비를 낳았던 의정보고회,당원단합대회의 제한을 제도개선에 전혀 반영하지 않은것은 제도개선을 빙자하여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보호에만 열을 올린 밀실담합이었음을 반증한다.검·경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신설했다는 검경총수의 퇴임후 당적보유금지는 헌법상의 정당선택자유를 제한했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하겠다. 3부가 각각 3인씩 추천,모두 9명으로 구성된 현행 방송위원회의 위원수를 14명으로 늘리면서 사법부 추천몫을 몽땅 없앤 것은 삼권분립 같은 것을 안중에 두지 않은 오만한 처사다.더욱이 추천권을 행정부와 입법부 둘이서 7명씩 나눠갖기로 한 것은 입법권을 남용하여 제 밥그릇만 크게 만든 천박한 이기주의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야당지도부는 이런 협상안의 처리를 예산안통과와 연계시켰고 여당은 이에 반대 한번 제대로 못한채 질질 끌려다닌 인상이다.그 바람에 새해 예산안은 법정시한(12월2일) 열흘이나 처리를 넘겼다. 예산안이 2일에 통과되건 12에 통과되건 정부의 새해예산 집행엔 큰 차질이 없다고 하나 예산안 처리시한이 헌법에 명기된 이상 그걸 준수해야 하는것이 국회의 도리다.법을 만드는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고서 어떻게 정부와 국민에게 법치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15대국회가 법에 명기된 개원일을 지키지 않고 원구성을 한달이나 지연시켰던 전과를 상기한다면 법을 지키지 않는 국회로 오명을 남기지 않을까 두렵다. 예산심의의 마지막 과정에서 들통난 예결위원들의 나눠먹기식 예산특혜배정도 청산해야할 구태다.여야의원들이 국민의 대표임을 망각하고 출신지역구를 위한 예산따기에만 혈안이 된다면 국민의 혈세는 누가 지켜줄 것이며 합리적인 예산편성은 누가 담당해야한단 말인가. 4·11 총선으로 탄생한 15대국회는 당초 국민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활동기간이 20세기를 마무리하고 21세기를 여는 중요한 때인데다가 참신한 초선이 전체 의석의 48%나 차지했기 때문이다.사실 이들 신예들은 신선한 발상과 왕성한 활동을 벌여 의사당의 분위기 일신에 기여했다.국정감사를 위해 현장을 발로 뛰는 그들의 열의와 상임위에서 현안을 깊이있게 파고드는 그들의 진지한 자세는 15대국회의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대권전략 맞물려구태 재연 그런데 이렇게 자질있는 선량들을 거느린 15대국회였지만 야당총재들의 대권전략에 휘말려 출범초부터 공전으로 삐거덕거리고 여야의 야합이나 양산하는 구태를 재연하게 된 것이다.15대국회의 지난 6개월을 되돌아 보면 신풍과 구태의 뚜렷한 교차가 발견된다.출범초의 개원파동과 최근의 예산안 처리 진통이 구태라면 그 사이의 돋보였던 진지한 국정감사와 상임위 활동은 신풍이라고 하겠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야당의 지도부가 의정을 의원들의 자율에 맡겼을 때는 신풍이 일고 두김씨의 대권전략과 관련하여 당론이란 이름으로 의원들을 옥죄었을때는 고함·몸싸움·야합 등의 구태가 재연됐다는 사실이다.요즘 일본에서는 파격적인 행정개혁 방안으로 대장성 해체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우리 국회가 잘되려면 의원들을 부당하게 통제하고 오도하는 당 지도부를 아예 해체하는 방안도 한번 생각해봄직하다.물론 이 주장은 이치에 닿지 않는 궤변일 수 있다.그러나 자신의 대권추구를 위해 정당을 사당화하고 국회를 부속물로 전락시켜 의정의 질을 떨어뜨리는 당수들에겐 이처럼 따가운 경고도 없을 것이다.〈논설위원 실장〉
  • 절제없는 여행(외언내언)

    우리 국민이 올해 해외에서 지출한 여행경비가 정부예산(60조원)의 10%에 가까운 5조9천2백억원이 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다.이 액수는 지난해보다 8천4백80억원이 늘어난 것.1인당 평균 여행경비는 1천609달러(1백29만원)로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미국의 1인당 여행경비(937달러)보다 1.7배,독일(640달러)보다는 2.5배나 더 쓴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인의 해외여행 씀씀이가 헤프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통계는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세계화·개방화시대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외국에서 견문을 넓히면서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또 돈을 많이 쓰더라도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을 얻는다면 나무랄 일이 아니다.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여행의 본뜻은 저버린 채 무조건 고급품이나 비싼 물건을 싹쓸이 하는가 하면 불건전한 쾌락을 즐기는데 돈을 물쓰듯하고 그것을 자랑까지 한다.이같은 천박한 행태는 자신뿐만 아니라 전체국민을 욕되게 한다. 우리는이런 사례를 수 없이 보아왔다.태국등 동남아시아에서의 보신관광,중국에서의 졸부행세 등이 좋은 예다.그런가 하면 한국인 여행자는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소매치기와 폭력배의 표적이 되어 많은 피해를 보기도 한다.지난 94년 공보처는 해외공보관을 통해 수집한 「해외에서의 국가이미지 실추사례」를 발표,과소비와 추태관광을 경고한 바 있지만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이제 우리도 알차고 세련된 해외여행을 할 때가 됐다.여행사의 각성이 필요하고 관계당국의 효과적인 관리와 지도가 절실하다.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여행에 나서는 개인의 마음가짐이다.돈은 돈대로 뿌리면서 나라망신을 시키고 다닌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짓은 없을 것이다.경제수준이 높다고 해서 선진국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품위 있고 절제된 여행을 할 줄 아는 것도 선진국민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낸 작가 최시한씨

    ◎‘교육현장의 모순덩어리 고발”/학교공부보다 책이 더 좋은 문학소년/그 사색적 눈에 비친 천박한 교육풍토 『생각하는 사람을 기르지 못하는 천박한 교육풍토를 한 사색적인 아이의 눈으로 비춰보려 했지요』 작가 최시한씨가 연작소설집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을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냈다.지난 82년 문지에서 나온 무크지 「우리 세대의 문학」1로 등단,92년 첫 창작집 「낙타의 겨울」을 낸뒤 두번째다.이처럼 아끼고 아낀 언어로 웅숭깊은 사유의 집을 지었던 첫책에 비해 이번엔 『사회의 모든 모순과 소외가 축약돼 있는 교육현장을 맘먹고 드러내려고』 했다. 모두 다섯편이 실린 이 연작은 선재라는 소년이 고2부터 고3이 될때까지 쓴 일기로 이뤄져 있다.「화엄경」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이 아이는 또래답잖게 생각이 깊은데다 학교공부보다는 책읽기가 더 좋은 문학소년이다.하지만 선량한 심성의 선재 주위에선 매정한 일들만 일어난다. 선재의 편지에 담긴 「구름그림자」타령조차 허영스런 낭만으로 비친 고입삼수생 순석은 입시공부 방해되니 더이상 편지를 보내지 말라고 답장한다.(「구름그림자」)일명 「왜냐」선생인 국어선생님은 생각은 많았으되 행동으로 싸우지 않았던 허생전 주인공의 한계를 지적하지만 전교조투쟁에 앞장섰다 학교를 쫓겨난다.(「허생전을 배우는 시간」)표제작에서 최씨는 선재의 친구 말더듬이 윤수의 입을 빌려 적자생존,승패로만 요약되는 교육현실을 〈자기,자기,초,촛불을 꺼!꺼!그러면 아,아무도 패배하지 않…〉라고 비판한다. 요즘 더욱 영악해진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권하기에 손색없을 듯한 아름다운 소설을 마치며 최씨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삶의 숨겨진 의미를 캐내는 활달한 어투의 스타일리스트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손정숙 기자〉
  • 서울의 청바지/김승경 기업은행장(굄돌)

    청바지하면 그 소박한 멋에 탁월한 실용성으로 70년대 우리의 청년문화를 상징해 왔고 지금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겨입는 옷이다.그런데 그 청바지가 서울에서 세계 최고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고 한다. 소위 잘 나간다는 유명 브랜드 제품은 한벌에 십몇만원을 호가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해서 수입가는 2만원 안팎에 불과한 청바지가 그런 높은 가격을 형성하게 되었는지 아무래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를 단순히 수입품 유통구조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턱없이 높은 가격이나,그래도 그렇게 많이 팔린다니 세계 최고의 가격에도 무슨 이유는 있을 것이다.물론 가격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품질,소재,디자인이 우수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정도의 가격차이가 날 만큼 질이나 다자인에 차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 서울의 비싼 청바지는 고가품일수록 맹목적으로 이를 선호하고,또 비싼 가격으로 스스로를 과시하려는 우리의 비합리적 소비행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시중의 유행이나 브랜드의 인지도,높은 가격 등외형적 조건만으로 상품을 선택하여 구입하는 우리의 소비문화는 싼게 비지떡이라는 체험적 구매심리에서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천박한 자기과시욕과 관련이 있는게 아닌가한다. 최근 들어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혁신하며 곳곳에서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리는 소위 가격파괴의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유독 값싸고 실용적인 의류의 대명사였던 청바지가 고가로 팔리면서 거꾸로 사치품화하고 있는 것은 우선 시대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 같다.모든 경제행위,그리고 유통구조의 왜곡에는 반드시 경제주체의 왜곡된 심리가 도사리고 있게 마련이다.우리나라의 유통구조가 잘못되어 있다는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구매심리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가 뭐라 해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이다.중요한 것은 경제의 성장과 함께 국민의식도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그것은 비효율적인 구매심리 같은 것을 먼저 청산하는 데에서 시작하게 될 것이며,그렇게 될 때 청바지는 사치품이 아니라 생필품으로서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 북한 정치체제 변화 집중조명/경남대 최완규 교수「북한은 어디로」

    ◎균형잡힌 시각으로 실체적 진상 접근/문체 간결… 누구나 쉽게 읽을수 있어 분단 반세기를 넘긴 오늘의 시점에서 북한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구해야할 것인가. 북한문제에 관한한 사람들은 자신의 희망과 사실을 혼동하기 일쑤다.천박한 자본의 논리로 북한을 흡수통일해야 한다는 논의가 공공연하게 나도는가 하면 멀지않아 북한도 구소련이나 동구사회주의권 국가들처럼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등,안이한 통일논의들이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남대학교 최완규 교수(47·정치외교학과)가 펴낸 북한연구서 「북한은 어디로」(경남대 출판부)는 이같은 혼란을 잠재워줄 만큼 정치한 논리와 균형잡힌 시각으로 북한의 실체적 진상을 밝혀주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북한에 관한 연구는 연구자 자신이 갖는 문화적 구속성과 이데올로기적 입장,특히 「동일민족이자 갈등의 대상으로서의 북한」이라는 이중적 상황인식으로 말미암아 객관적인 접근이 쉽지 않다.때문에 그동안 냉전의식에 매몰돼 맹목적인 반공주의의 잣대로만 북한을 본다거나,사회주의의 척도로만 북한을 재단하려하는 양극화된 시각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사회의 통일론 혹은 북한론이 더이상 당위적인 동어반복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어 주목된다.이와 관련,지은이는 「북한적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내재적인 연구시각을 정립해야한다고 강조한다.나아가 비교공산주의의 이론틀을 활용,일반화하기 어려운 「북한적 특수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예측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견해를 펼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최근 국내외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북한정치체제의 변화문제가 집중 조명된다.『구체적인 정책성과를 통해 김정일이 사후적 정통성을 확보할 경우,북한의 체제는 구소련이나 동구와 같은 급격한 변화를 겪기 보다는 브레진스키가 제시한 단계별 변화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최교수의 주장.그가 원용하고 있는 「브레진스키의 4단계론」은 공산주의는 통상 공산주의식 전체주의→공산주의식 권위주의→공산주의 이후의 권위주의→공산주의 이후의 다원주의사회의 순으로 퇴행과정을 거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환기 「북한적」 정치현상의 재인식』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이 책은 기로에 선 북한 사회주의의 전체상을 꼼꼼하게 고찰한 본격 북한정치론이다.하지만 「북한은 어디로」는 제목이 시사하듯 단순히 전문가만을 위한 딱딱한 북한학교재에 머물지 않는다.간결한 문체와 살아있는 정보가 어우러져 일반 독자들도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는 데 이 책의 미덕이 있다.〈김종면 기자〉
  • 데드 맨 워킹/사형은 과연 정당한가

    ◎사형인의 생존애착·수녀의 인간구원 노력/참회의 형장모습·리얼한 연기 관객을 압도 「남을 죽인 자는 자신도 죽어야 한다」는 법칙은 문명발생후 오랜 불문률이었다.그리고 아직도 대부분의 사회에서 유효하다.사형제도가 그것.그러나 사적인 폭력에의 대응으로써 공적인 폭력인 사형은 과연 정당할까. 이같은 의문을 진지하게 제기해 미국 개봉 당시 큰 화제를 모은 영화 「데드맨 워킹」이 국내에서 곧 개봉된다. 영화는 흑인빈민가에서 어린이구호 활동에 열심인 헬렌수녀(수잔 서랜든 분)가 편지 한통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편지의 주인공은,데이트하는 10대 남녀를 습격해 소녀를 욕보인 뒤 두 사람을 무참히 살해한 사형수 매튜 폰스렛(숀 펜 분).그를 면회한 헬렌수녀는 의외의 호소를 듣는다.두 남녀를 직접 죽인 사람은 공범인데도 공범은 능력있는 변호사를 써 사형을 면했고,자신만 억울하게 죽게 됐다는 것.폰스렛은 『죽지 않게 해달라』고 매달린다. 헬렌수녀는 폰스렛에 관해 알아보고는 매우 실망한다.그는 재판 때 자신의 범행을 자랑했고,스스로 나치주의자임을 내세우며 인종차별을 주장하는,그야말로 비열하고 천박한 인간일 뿐이다.「살인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믿거나,그를 동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어쨌거나 헬렌수녀는 변호사를 구해 재심청구를 하는등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사형집행일은 점점 다가온다. 영화의 흐름은 두가지 측면에서 시종 관객의 긴장을 자아낸다.하나는 진실의 문제이다.폰스렛은 비열한 인간이지만 실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을지도 모르며,그가 사형선고를 받은 까닭은 단지 「악한 이미지」 때문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인간 구원」의 문제.폰스렛을 구하려는 헬렌수녀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그의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데 닿아 있다.그가 살인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형당하기 전에 진정한 참회를 끌어내야 한다. 폰스렛이 사형장에 입장해 집행이 끝날 때까지 30분은 이 영화의 압권.실제 사형집행장에서 촬영한 이 부분은 집행과정을 그대로 화면에 담아 극속의 시간흐름과 상영시간을 일치시킨 리얼타임 방식으로 제작했다.그만큼 관객에게는 사형의의미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영화를 연출한 사람은 「쇼생크 탈출」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팀 로빈스.거침없는 정치적 발언때문에 「할리우드의 반골」로 통하는 그가 「보브 로버츠」에 이어 두번째로 감독한 작품이다.전작에서 미국의 정치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로빈스는 그러나 「데드맨 워킹」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강력히 내세우지 않는다. 그는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대비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사형수 가족의 고통,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형수의 심리 등 사건 관련자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냉철하게 보여준다.그리고 사형제도가 과연 옳은지 판단하는 부담은 관객에게 떠넘긴다. 이 영화로 수잔 서랜든은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숀 펜은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각각 받았다.특히 처음에는 비열하게 굴다가 사형직전 공포와 참회에 몸부림치는 숀 펜의 연기는 소름끼치도록 리얼하다. 수입사는 개봉에 앞서 지방을 돌며 시사회를 갖는다.일정은 ▲대구 대백예술극장(15일 하오7시) ▲부산 시민회관(15일 하오7시30분) ▲대전 카톨릭문화회관(16일 하오7시30분) ▲광주 남도예술회관(18일 하오7시30분).〈이용원 기자〉
  • 「변두리로 밀려난 외교」톰 대실 미민주당 상원원내총무(해외논단)

    ◎외교정책이 정정대상 돼선 안돼/대선앞둔 미 정치인 외교논쟁에 국민들 외면/초당적 협조통해 미의 국제적 리더쉽 지켜야 미국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야당인 공화당의 클린턴행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톰 대실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미 외교정책에 관한 의회의 초당적 협력자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외교정책」(카네기학술재단) 최근호에 실린 그의 글 「변두리로 밀려난 외교」를 소개한다. 금세기 후반 들어 미국에서 국가적으로 중대한 외교정책 현안은 동시에 일반국민의 관심사이기도 했다.보통사람도 외교현안에 대해 토론하며 그 중요성을 이해했다.이제 그런 시대는 갔다. 탈냉전시대가 되자 외교정책에 관한 논의는 일반의 관심밖으로 밀려나 정책입안자나 언론 엘리트만이 간여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한편으론 정치집회장에서나 외쳐지던 보호주의·고립주의의 슬로건들이 집회장 밖의 많은 사람에게 확산돼나갔다.뭔가 꺼림칙하고 위험한 사태의 변화다. 핵전쟁이 금방 터질 것이라는 위협은 이제 사라졌다.아직도 위험하기는 하지만 지구종말의 시간은 다소나마 여유를 갖게 됐다.「이 새로운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은 무엇인가.그리고 그 일을 맡을 준비는 돼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일이 우선은 더 시급해 보인다. 점차 통합되고 있는 세계경제에서 미국은 최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세계금융시장은 긴밀히 연결돼 있어 이제 한 나라가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면 그 여파는 즉각 인근국가 및 통상파트너의 경제에 「수출」되고 만다.국경의 개념은 그 어느때보다도 희미해져 국지 및 국제분쟁·이민·통상마찰 같은 전통적인 문제는 물론 환경오염·에이즈·무기확산 같은 새 문제가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그러므로 외교정책을 제대로 수행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견실한 외교정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할 뿐아니라 전세계적인 경쟁의 시대에 국가경제를 지켜주며 또한 여전히 위험하고 적대적인 국제무대에서 국가안보를 확고히 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견실한 외교정책은 미국이 떠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서 일반국민의 확고한 지지가 뒷받침될 때만 제대로 입안되고 실행될 수 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중요한 외교문제를 시시콜콜한 정치적 논란거리로 만들어 결과적으로 일반국민의 무관심을 초래했다.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이런 경향은 쓸데없는 열만 올리게 할 뿐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너무 정치논리에만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만 고집하고 있다.전에는 당은 달랐어도 민주·공화당 사이에 협력의 정신만은 엄연히 살아 있었다.양당의 초당적 협력을 통해 마셜플랜,소련의 붕괴,이스라엘·이집트간의 캠프데이비드 평화협정,아프가니스탄 대소항쟁지원,폴란드 자유노조와 바웬사에 대한 지지,전략핵감축 등이 이뤄졌다.유감스럽게도 이같은 협력은 점점 더 먼 과거의 유물인 양 여겨지고 있다. 진정 보는 시각과 생각이 달라서 양당이 맞서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외교정책에 관한 정치논쟁은 꼭 필요한 미국의 역할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얻는 일과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그래서 일반 미국인은 이런 이슈를자기와는 상관없는 구경꾼의 입장에서 대한다. 일반국민이 접할 때쯤 외교정책은 아주 천박한 모습으로 변해 있다.정치인은 우스개나 조소거리로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라는 유엔사무총장의 이름을 거론한다. 국익에 직결된 핵심적 국제문제에 미국의 능동적인 리더십을 지키고자 한다면 미 의회는 당의 경계선을 뛰어넘어 국제주의적 시각을 가진 지도자들의 연합을 결성해야 할 것이다.당파적 정치수사학이나 선거캠페인 광고에서 한걸음 물러나 파당심리보다는 창조적 정신과 지성을 결집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처음부터 건전한 양당주의의 정신,그리고 의회·행정부간의 협조정신이 정책입안에 반영돼야 한다.지금까지는 아무 득도 가져다주지 않는 정치적 계산만 난무했다.대통령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당은 자신의 진정한 역할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야 할 것이다.〈정리=김재영 워싱턴특파원〉
  • 「총장직선제 폐지」 지지한다(사설)

    최근 지방대학들의 모임인 「한국지역대학연합」은 총장 직선제의 폐지를 공식 제기하고 결의문을 채택했다.『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총장 선임권한을 재단이사회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것이 결의문 내용이다. 대학 총장 직접선거제는 민주화시대가 낳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구성원이 모두 참여해서 투표로 조직의 대표를 뽑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의 소산이라고 하겠다.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이제 이 제도가 마땅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그 의문에 대한 해답으로 「지역대학연합」이 채택한 결의를 우리는 찬성한다.총장선임의 방식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것은 대학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지금과 같은 방법의 직접 선거가 갖는 폐해에 대해서는 냉철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것이다.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대학안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부정적인 양상이 이미 극한현상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교수들간에 파벌이 조성되고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등 현실정치판에서 있음직한 추태가 다 일어나는 일도 곤란하지만,무엇보다도 선거라는 방식이 가장 합당한 총장감을 선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심지어 『술과 골프의 로비력이 좌우하는 것』이 선거에 의한 총장 탄생이라는 말이 공공연해졌을 지경이다. 총장선거제가 실시될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이제 재정권과 인사권을 전횡하던 지난 시절의 재단의 병폐가 어느정도 사라졌다.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게 되었고,무엇보다도 대학의 정책결정에 교수와 학생들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현실이어서 옛날의 부조리와 모순이 더는 발붙일 수 없게 되었다. 중앙에서도 이미 상당수의 대학들이 직선제를 폐지하고 있다.그러므로 「지역대학연합」의 결의를 모든 대학이 한번쯤 진지하게 검토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대학총장은 천박한 수단의 선거운동으로 뽑기에는 너무 고매한 전문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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