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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남 국제환경박람회] 눈길 끄는 무공해 첨단설비

    - 음식쓰레기 냄새는 쏙∼ ■냄새 없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기 물기가 많은 음식물쓰레기를 소각하면악취가 풍기게 마련이다.그러나 ‘오카도라 사이클론 드라이어’라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기는 악취는 물론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서울식품이 개발한 이 기기는 건조기내부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650도의 고온에서 0.3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연소시켜 배출함으로써 냄새를 원천적으로 제거한다. 음식물쓰레기를 발효시켜 사료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끓인 뒤 건조하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발효할 때 생기는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이 기기는 건조기 내부의 회전날개에서 발생하는 원심력으로 음식물쓰레기를 건조기 내부 벽면에 접촉시키는 방식으로 가동된다. 음식물쓰레기를 건조시키는 속도가 기존 기기보다 3∼5배 빠르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에서 물기를 뺀 뒤 넣을 필요가 없다.따라서 음식물쓰레기에서 제거된 물이 하수를 오염시킬 우려도 없다. 또 100도 이상의 끓임,농축,건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부패된 음식물쓰레기도 위생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열효울이 높아 2∼3분 안에 건조기 내부의온도가 95도 이상 올라가면서 음식물쓰레기가 끓는다. 음식물쓰레기에 포함된 수분만 증발시키기 때문에 건조 뒤 입자가 아무리 미세한 가루도 모두 건조기 안에 남는다.건조기가 수직형이기 때문에 설치면적도 다른 음식물쓰레기의 3분의 1∼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현재 경기도 하남시 환경기초시설단지 안에 하루 10t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설비가 가동 중이다. 문호영기자 alibaba@ - 플라스틱서 기름 뽑고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기름 추출 쓰고 난 모든 합성수지류,즉 폐PVC·폐비닐·폐플라스틱·폐스티로폼·PET병 등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을 추출한다.모든 합성수지류는 석유를 화학적 재결합을 통해 만든 것이므로 합성수지류를 본래의 모습인 석유로 되돌린다는 것이 그 원리. 이 설비를 개발한 ㈜성공은 금속촉매를 이용해 반응속도를 높임으로써 단위시간당 기름 추출량을 늘리고,기름의 옥탄가를 높여 휘발유,경유,등유 등질 높은 기름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폐합성수지 촉매크래킹반응 유화처리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이 설비는 폐합성수지를 잘게 부숴 녹인 뒤 촉매와반응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성공은 기존의 열분해 방식이 4시간 이상 걸려야 중질유(中質油) 생산이 가능한 데 반해,촉매 방식은 40분∼1시간 안에고질유(高質油)를 뽑아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설비를 이용해 추출한 기름은 석유사업법상 재생석유로 분류돼 휘발유등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경제성도 있다.법적으로 석유가 아니기 때문에 특별소비세를 내지 않고 자유롭게 생산·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로부터 주유소 등 기존 유통망을 이용하지 말라는 지시를받아 어떤 판매방식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있다. ㈜성공은 이 설비를 이용해 추출한 휘발유의 원가를 1ℓ당 300원 미만으로잡고 있다.아직 판매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1ℓ당 800원이면 수지를 맞출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車에 유채꽃 기름 넣고 유채꽃 기름으로 달리는 자동차,쓰고 난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설비,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기 등 등….경기도 하남시 조정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환경박람회 산업기술관과 그린21관에는 첨단환경설비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박람회에 선보인 첨단 환경설비를소개한다. ■유채꽃 기름 자동차 경유 대신 유채꽃 기름을 디젤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한다.기존 디젤엔진을 개조하지 않고 그대로 주유하면 된다.유채꽃 기름 뿐 아니라 콩 등 다른 식물로 만든 식용유도 연료로 쓸 수 있다.이같은 연료를 NDF(Natural Diesel Fuel·천연 식물성 기름)라고 한다.NDF는 구체적으로 식물성 기름에서 추출한 메틸에스테르라는 지방산의 일종을 가리킨다. NDF로 가는 자동차를 출품한 광주시 북구청은 지난해 3월 유채꽃 기름을 메탄올과 섞어 메틸에스테르와 글리세린으로 변환시킨 뒤 메틸에스테르를 글리세린과 분리하는 방법을 고안했다.유채꽃에서 짠 기름을 곧바로 연료로 쓰면 경유보다 비싸기 때문에 쓰고 난 폐식용유에서 메틸에스테르를 추출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북구청은 현재 공한지 1만5,000평에 유채를 심어 거기에서나오는 기름으로 구청장 승용차(카니발)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NDF 자동차는 디젤자동차에 비해 매연 발생량이 적어 대기 오염을 줄이는효과가 있다.NDF 자동차는 매연이 총 배기가스의 2%로 디젤자동차의 26%보다 크게 적다.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하는 폐식용유 60만t을 수거해 연료로 쓰면 5만7,496t의 이산화탄소(CO₂)를 줄일 수 있다.CO₂ 1t을 줄이는데 드는 비용을 53만원으로 상정할 경우 연간 약 3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또 유휴 토지에 심어진 유채가 발생시키는 산소와 유채가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경제적 가치를 합치면 가히 천문학적이다. NDF는 1년 동안 1t 포터에 주유한 뒤 약 4만㎞를 달리게 한 결과 주행성에서도 경유를 능가했다.10년 정도 된 낡은 트럭들이라 소음이 많고 배기가스도 많았는데,NDF를 주유한 뒤에는 이같은 문제점들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 [20세기 문명기행] 4. 대량학살과 세계대전

    “1917년 육군에 입대한 나는 1차대전중 프랑스 육군에 배속됐다.우리가 속한 807 파이어니어 보병대원은 350여명이었다.파이어니어 보병대는 전투부대가 아니고 교량부설이 주임무였다.그런데도 귀국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 모두 12명 뿐이었다”(뉴스위크지에 실린 미국인 참전용사 허버트 영 회상 중에서). 1차대전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 가브릴로 프린치프의 흉탄으로 어처구니 없이 시작됐으나 9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희생자수가 19세기 최대의 국제전이었던 보(普)·불(佛)전쟁의 15만명보다 무려 60배나 많다.1차대전이 20세기 ‘대량살상의 시대’를 연 셈이다. 대량살상의 시대를 여는 데는 과학기술도 ‘한몫’을 했다.독일군의 독가스,영국군의 탱크가 처음 등장함으로써 대량살상을 부추긴 것이다.대량살상 신무기는 지상에만 있지 않았다.독일군은 당시 혁명적 교통수단이었던 비행기를 폭격에 동원,영국을 초토화시켰고 U보트(잠수함)로 연합국 전투함을 수장시켰다. 30년대말부터 히틀러의 광기로 세계는 초토화됐다.반(反)공산주의 및 인종차별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나치즘은 악의 뿌리인 소련지역까지 영토를 확장,독일의 생존권을 확보하고 유대인을 배척하자고 주장했다.이 때문에 600만명의 유대인이 학살되고 2차대전이라는 극단으로 몰고 갔다.히틀러의 전격적인 폴란드 침공으로 촉발된 2차 대전은 6년간의 전쟁으로 6,500만명의 생명이빼앗긴 인류 최악의 전쟁이었다.전쟁이 끝날 무렵 등장한 원자폭탄은 대량살상 무기발전의 ‘절정’을 이뤘다. 2차대전이 끝나자,또다른 불행의 역사가 기다리고 있었다.세계 맹주로 떠오른 미국이 유럽을 원조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자,소련과 소련이 이끄는 공산진영이 모습을 드러내며 냉전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소련이 동유럽을 장악한데 이어,중국마저 공산화됨으로써 공산주의는 전세계 인구의 30%를 지배하게 됐다.50년대 벽두는 냉전을 알리는 신호들로 시작됐다.소련과 중국,두 거대 공산국가는 2월15일 ‘중소동맹’결성을 발표,공산주의 연합전선의 탄생을 선언한 것이다. 냉전의 ‘유탄’은 은둔의 나라 한반도로 튀었다.북한군이 6월25일 새벽 전격남침하자 미군과 유엔군이 급파됐고,소련에 이어 중국이 참전함으로써 동서냉전이 열전으로 바뀌었다.3년동안 계속된 한국전쟁은 한민족에 엄청난 피해를 안긴채 ‘미완의 전쟁’으로 막을 내렸다.250만명의 한국인과 100만명의 중국인,5만여명의 미국인 등 4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동서진영이 맞붙은 두번째 결전장인 베트남전쟁은 ‘무적함대’ 미국에 첫패배를 안겼다.동남아지역에 공산주의의 확산을 저지한다는 명분 아래 전쟁에 개입한 미국은 50만명 이상의 미군을 투입하고 폭탄을 무차별 쏟아부었으나 결국 쫓겨났다.5만5,000명의 미국인과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바치고서야수렁에서 빠져나왔다. 냉전의 악순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프랑스 유학중 공산주의에 심취한폴 포트(98년4월 사망)가 무장투쟁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뒤 ‘농민천국’을 구현한다며 지식인 등은 물론 노동자·농민·부녀자·어린이까지 닥치는대로 학살했다.인구의 4분의 1인 200만명이 희생돼 캄보디아를 ‘킬링필드’로만들었다. 소련의 개방·개혁정책을 실시로 냉전에 종지부를 찍자마자 민족 분규로 대량학살이 자행됐다.보스니아와 코소보에서는 ‘인종청소’가 그치지 않고 르완다 등 아프리카에서도 무차별 살육전이 벌어지고 있다.그러나 동티모르가오랜 내전을 딛고 독립을 쟁취했고,북아일랜드는 신·구교도간의 유혈분쟁을종식시켰다.새천년을 앞둔 세계에 실낱같은 희망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김규환기자 khkim@ *인류의 공포 核무기 사라질까 1945년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된뒤 지구촌은 핵무기의 악몽에 시달려왔다. 미국과 옛 소련은 세계 패권을 잡기 위해 핵경쟁을 시작,전인류를 수십번죽이고도 남을 양의 핵무기를 생산,배치했다.여기에 19세기의 강자 영국과프랑스가 뛰어들었고 중국도 뒤질세라 핵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46년부터 96년 말까지 50년간 이들 5개 핵강국들은 무려 2,045회의 핵실험을 실시했다.이중 미국이 1,030회로 가장 많고 러시아(715회),프랑스(210회),영국 및 중국(각각 45회)의 순이었다.지하핵실험이 1,517회였다. 핵강국들은 이같은 핵실험을 거쳐 다량의 핵무기를 생산,배치했다.96년 말현재 모두 3만9,047개나 된다.실전배치한 것과 비축분,폐기대기중인 것을 다합한 것이다. 러시아가 2만5,000개로 가장 많다.미국은 1만2,937개로 미국과 러시아가 전세계 핵탄두의 97%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엄청난 숫자의 핵실험과 무기는 인류복지 증진에 쓰였을 돈을 투입함으로써 가능했다.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40년부터 96년까지 핵무기 개발과 생산 등에 5조5,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이는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총매출과 맞먹는 돈으로 미국인 한사람이 2만2,000달러를 부담한 꼴이라는 계산이다.옛 소련은 미국과의 군비경쟁 패배로 해체됐으나 ‘핵유산’은 여전히 옛 소련의 자식들인 동구국가들에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통해 추가 핵실험과 핵무기 확산을 막으려 하지만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다.그나마 미 의회의 비준 거부는업친데 덮친격이 되고 있다. 더우기 미국은 2008년까지 매년 36억달러 이상을 핵실험과 운반수단의 개발 등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인도,파키스탄,북한 등 제3세계 22개 국가들은핵프로그램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때문에 새천년에도 핵무기가 전인류의 최대 악몽으로 남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박희준기자 pnb@
  • [오늘의 눈] 고질병 항공업계 리베이트

    한진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를 보면 탈세수법의 다양함과 간교함이 너무도 충격적이다. 오너 일가 자녀들에 대한 편법 변칙증여와 계열사를 이용한 탈세는 기본이었다.온 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맞아 시름에 빠져 있는데도 해외현지 법인에 다반사로 거액의 재산을 빼돌렸다. 항공기를 사들이는 과정에서리베이트를 챙겨 뱃속을 불리고 조세회피지역인 아일랜드 더블린에는 서류상의 회사를 만들어 버젓이 국부(國富)를 유출시키기도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우리나라를 대표해 세계를 누비는 국적항공사의 오너 일가가 보여준 경영행태가 이러했다.그 많은 돈을 해외로 빼돌렸으니 대한항공이만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신형 항공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첨단 무기를 구입할 때처럼 엄청난 규모의 리베이트가 오간다는 것은 항공업계의 고질화된 관행이다.항공기 구매계약 후 비자금을 곧바로 현지 비밀계좌에 넣기 때문에 항공사만큼 탄로날 위험 없이 비자금을 조성하기가 좋은 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조중훈(趙重勳)회장이 프랑스 항공사 등으로부터 항공기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리베이트를 챙겨 이를 비자금으로 써왔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구매수법이 워낙 은밀해서 조회장과 구매담당 이사 정도만 리베이트 규모를 정확히 알고 있을것이란 소리도 들렸다. 대한항공은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이 항공기를 도입한 회사다.그 뒤 자사 항공기의 절반 가량을 이 기종으로 채웠다.게다가 조회장은 오래전부터한·프랑스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오고 있다.조회장이 그동안 ‘프랑스정부 최고훈장’을 두 차례나 타며 현지에서 칙사대우를 받는 이유도 이번세무조사 결과로 명확해진 느낌이다. 2001년 외환거래의 완전 자유화를 앞두고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와 재산해외유출은 철저히 차단돼야 한다.항공업계의 리베이트 관행도 뿌리 뽑아야한다. 다른 재벌들은 해외거래를 통해 조성한 리베이트가 세무조사 대상에오를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박건승 경제과학팀 ksp@]
  • [한진·통일그룹 탈세] 1. 적발의미와 파장

    -적발 의미와 파장 국세청의 4일 한진그룹 세무조사 결과발표로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재벌총수 일가에 대한 탈세의혹이 실체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재벌일가에 경종을 울려주고,오너중심의 지배체제 등 현 정부가추진중인 재벌개혁에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국세청 발표는 여러 기록을 경신했다. 우선 한진과 사주 일가에 부과한 세금 5,416억원은 역대 세무조사를 통해최대금액이다. 이는 지난 92년 현대그룹 세무조사 때의 1,361억원보다 4배나많은 액수다. 또 국정감사 도중에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처음이다.국세청이 오는6,7일로 예정된 국감을 앞두고 중대발표를 감행한 것은 그만큼 조사결과에자신이 있고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음을 내비치고 있다. 보광 세무조사 결과 발표 이후 정부와 보광·중앙일보 간에 벌어지고 있는논란을 조기에 해소하자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비도덕적인 탈세에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번 세무조사 결과 고발된 조중훈(趙重勳)한진그룹 회장 등 3부자는 구속될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탈세액이 사상최대 액수로 큰 데다 해외에조성한 비자금을 상속·증여와 개인용도에 사용했기 때문이다.이렇게 되면 92년 당시 정몽헌(鄭夢憲)현대상선 회장에 대한 구속이후 7년 만에 그룹 총수일가의 구속사태가 처음 벌어지게 된다. 보광과 한진그룹의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주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최근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에 따라 이제 5대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특히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삼성,현대 등 국민여론이 진상규명을 요구할경우에는 시효상 우선순위를 무시하고서라도 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이 지난달 3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의 변칙 상속·증여 문제와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관련 삼성과 현대에 대한 세무조사 가능성을 비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 전체가 세무조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공산도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세무조사 선풍에 대해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국세청관계자는 “한진 세무조사를 발표하기 전에도 외국 제휴선과의 관계 등 국가의 대외 신뢰도를 고려하느라 고심했다”면서 “그러나 기업경영과 국가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대외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승호기자 chu@ -한진그룹 표정 한진그룹 직원들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5,416억원을 추징당하고 조중훈(趙重勳)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 조양호(趙亮鎬) 대한항공 회장,조수호(趙秀鎬) 한진해운 사장 등 그룹수뇌부가 검찰에 고발당하자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가”를 걱정하며 침통한 분위기. ?그룹관계자들은 오너 3부자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예상되는 검찰의 사법처리를 앞두고 그룹의 장래문제를 걱정. 전체 매출액의 33%를 차지하는 주력사 대한항공은 현재 추진중인 신형기 교체작업 등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며 한진그룹의 계열사 분리작업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 ?한진측 임직원들은 엄청난 규모의 추징세액이 전해지자 “삼성이나 현대아니면 이런 규모의 추징금을 낼 기업이 어디 있느냐”고 당혹하며 우왕좌왕. 특히 추징금 규모가 그동안 사상 최고치였던 현대상선의 1,361억원(지난 91년11월 국민당 창당자금 조사와 관련)의 4배 규모에 달하자 “할 말이 없다”며 체념한 목소리도. ?국세청의 추징금 대부분이 외국 항공기 구입때 리베이트로 받은 비자금으로 알려지면서 “조회장 부자들이 끝내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는 내부 불만도 터져나왔다. 한 직원은 “리베이트는 조회장 부자와 구매담당 임직원만 아는 1급 비밀로다른 사람은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금기사항’이었다”고 귀띔.또 다른 직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너들은 다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겠냐”고 뼈있는 한마디. ?그룹관계자들은 국세청의 추징세액이 회장일가와 법인에 어느 정도의 비율로 매겨졌는지,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조중훈회장까지 검찰에 고발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에 촉각을 집중. 박성태기자 sungt@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 문답 서울지방국세청 이동훈(李東勳) 조사3국장은 4일 한진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진그룹에 대한 탈루 추징세액 5,416억원은 단일 사건추징세액으로는 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이 해외 현지법인에 이전한 리베이트 4억4,200만달러는 현재 국내에 들어왔는가,아니면 해외에 그대로 있는가. 대부분이 외국에 그대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하지만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검찰의 정밀한 수사가 필요하다. ?5,000여억원을 한꺼번에 추징하면 한진의 경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왜 사전에 미리미리 조사하지 않았는가. 98년말 이후 거액의 리베이트를 탈세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라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 ?조중훈(趙重勳) 명예회장 등 한진측이 탈세 사실을 시인했나. 본인 확인서를 전부 받았다. ?국정감사를 이틀 앞두고 전격적으로 발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없다.원래 계획대로 발표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업체도 항공기 도입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을 개연성이 있는데 조사할 계획은 없나.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방침도 결정된 게 없다.동종 경쟁업체라고 무조건 혐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김상연기자 carlos@ *재계 반응 국세청이 한진그룹 조중훈(趙重勳) 회장 등 일가 3명을 세금탈루 혐의로 고발하고 탈루액이 5,000억원대를 넘는 것으로 드러나자 재계는 충격적이라는반응을 보였다. 재계는 기업경영 혁신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이면서도 경제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했다.특히 보광에 이은 한진·통일그룹에대한 거액 세금추징을 그동안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있었던 세정(稅政)분야의 개혁신호로 해석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세무당국이 한진그룹에 5,416억원이라는 천문학적금액을 추징키로 한 것은 범법사실에 대한 처벌을 넘어 사실상 경영권을 내놓으라는 얘기”라며 “탈세를 이유로 인적청산을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바꾸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홍석현(洪錫炫) 사장의 구속으로 중앙일보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상처를 입은 정부가 정면돌파하려는 전략이 아니냐”고 풀이하기도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조사 결과 드러난 탈루 금액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큰 것 같다”면서 “일단은 국민의 정부가 정상적인 기업경영으로 유도하기위한 조치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경제가 회복되고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인 시점이어서 해외 자본유치와 증시를 위축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또 “기업회계 기준과 세무회계 기준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손성진 김환용기자 sonsj@ * 세무조사 뒷얘기 ■국세청은 한진그룹의 국제거래가 워낙 많아 세무조사 기간을 한달 이상 연장하는 등 애를 먹었다. 한진그룹의 탈세에 주로 연관된 국가는 프랑스와 미국,아일랜드 등 3개국. 그러나 국세청은 이들 국가와의 외교관계를 고려,해외출장조사는 포기. 국세청 관계자는 “현지은행의 계좌추적 등 조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현지정부의 협조가 필요한데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결국 국세청은 항공기 도입 리베이트와 미회수선급금의 해외자회사(KA)로의 이전혐의는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검찰에 넘겼다.검찰수사 과정에서 조회장과 한진의 탈루소득 및 추징세액은 늘어날 전망. ■조중훈(趙重勳)한진 회장은 지난주 국세청으로부터 전말서를 받을 때 외국환 관리법 및 대외무역법 위반혐의에 관해 완강히 부인.하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내용으로 볼 때 피고발인의 구속은 확실하다”고 장담. 그는 “한진 세무조사는 처음부터 특별조사로 실시됐으며 지난 8월초 외화밀반출 혐의를 적발,조세범칙 조사로 전환했다”고 공개.또 “조회장은 국내로 들여온 해외비자금의 절반 가량을 자녀의 상속·증여세나 유상증자 대금으로 썼다”고 부연. [추승호기자]
  • 그림자이용 위성안테나 개발

    위성신호 수신의 핵심인 안테나 각도를 안테나 표면에 비친 태양의 그림자를 이용,사용자가 쉽고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위성안테나가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발됐다. 기존 위성안테나와 달리 안테나 각도를 맞추기 위한 별도의 설치비를 들일필요가 없고 화질도 훨씬 선명해 연 100억달러 이상인 세계 위성안테나 시장(4,700만대)에서 돌풍이 예상된다.서울대 천문학과 박수종(朴洙琮)교수팀과위성방송 수신기업체 SKS시스템(대표 尹在重)은 위성안테나 ‘솔라셋’을 공동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이 안테나는 중앙에 해시계처럼 막대가 설치돼 있어 안테나 표면에 표시된 눈금 가운데 목표위성과의 정확한 각도를 가리키는눈금에 그림자를 맞추도록 돼 있다. 김환용기자 dragonk@
  • 李會昌총재 對與공세 포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추석연휴가 끝나기도전 대여(對與)공세의칼날을 세웠다. 이총재는 연휴 마지막날인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수해복구,동티모르파병,도·감청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이총재는 “지난 여름 큰 수해를 입은 파주지역을 추석연휴 기간동안 둘러봤는데 대부분의 주민들이 ‘대책비가 지난 96년보다 못하다’는 불만을 나타냈다”면서 “정부가 수해주민들의 안정과 복구에 진정한 배려를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발표 내용과는 달리 서민들은 경기가 나아지는 것을 실감하지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서민경제회복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총재는 또 국정감사와 내년 예산심의 과정에서 한층 더 대여 공세의 수위를 높일 뜻을 내비쳤다.이총재는 “제일은행의 매각조건 충족을 위해 7조원을 투입하는 등 막대한 공적자금 소요로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내년 예산에도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 뒤 정부의 방만한 예산편성을집중 추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동티모르 파병안의 국회 통과 저지 의사도 다시 강조했다. 이총재는 도·감청문제와 관련,“올해 감청기 구입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면서 “이런 마당에 누가 정부의 도·감청 근절방침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반문했다. 이어 이총재는 “소선거구제는 당 연찬회 등을 통해 당론으로 확정한 것”이라며 선거구제 협상에서 소선거구제 고수 방침을 분명히 했다. 내년 총선에서의 거취에 대해 “송파갑에서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서울송파갑 선거구 재출마 의사를 밝혔다. 박준석기자 pjs@
  • ‘외계생명체 찾기’ 全세계 네티즌 나섰다

    이 광활한 우주에 생명체를 가진 행성은 지구 뿐일까?만약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같은 의문을 풀기위해 과학자들은 외계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생명체와의교신을 시도해 왔다.SETI(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즉‘지구 밖 문명탐사’계획이다. SETI계획의 창시자는 미국의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박사.코넬대학 교수였던 그는 지난 1960년 4월8일 웨스트버지니아주 그린뱅크천문대의 구경 26m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처음으로 외계의 지적생명으로부터 오는 전파를 찾는시도를 했다.‘오즈마 계획’이라고 붙여진 이 첫 시도를 계기로 SETI계획은 공식적으로 탄생했다. 지금까지 그렇다할 성과가 없었던 SETI계획이 새로운 밀레니엄을 100여일앞둔 요즘 세계적인 관심속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몇몇 헌신적이고 열성적인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40년을 버텨온 SETI계획이이제 인터넷을 통해 많은 네티즌이 참여하는 ‘전(全)지구적 프로젝트’로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대학의 우주과학연구소는 지난 5월부터 ‘SETI@home’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드레이크박사가 소장으로 있는 SETI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지난 79년 시작된 SERENDIP(가까운 외계 지능체에서 발사하는 무선의 탐지)사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이 프로그램이다. 푸에르토리코 산속에 설치된 아레시보전파망원경을 통해 들어오는 막대한 양의 신호로부터 외계의 지능적인 메시지를 가려내는데 각 가정의 개인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다. 축구장크기의 27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전파망원경에 포착된 모든 소음을 분석하려면 엄청난 연산능력이 필요하다.슈퍼컴퓨터를 다 동원해도 모자라는연산능력을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개인컴퓨터들이 해결해 주는 셈이다. 전세계의 누구라도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홈페이지(http:///setiathome.ssl.berkeley.edu)에서 화면보호기 형식의 해석용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아 우주에서 오는 신호를 해석하는 작업에 참가할 수 있다. 8월말 현재 지원자가 12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이 프로그램은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고있다. 버클리대학 우주물리학자 댄 워디머박사는 “인터넷을 통한 PC연결프로젝트는 슈퍼컴퓨터의 연산능력을 100이상뛰어넘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라고장담했다. 한편 SETI연구소는 버클리대학과 함께 탐사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오는 2004년 말 완성을 목표로 캘리포니아주 라슨산 정상에 넓이 1만㎡의 망원경밭을 건설하는 ‘1헥타르 망원경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텔레비전수신에 사용하는 파라볼라 안테나와 같은 작은 전파망원경을 500∼1,000기정도 늘어세워 외계에서 오는 신호를 관측한다는 구상이다. 함혜리기자 lotus@
  • 외계 생명체와 어떻게 교신하나

    만약에 지구 밖에 문명을 가진 고등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과 어떻게 교신할 수 있을까? 인류가 지구밖 문명과의 교신을 시도한 것은 19세기초부터였다.당시 과학자들은 거울 또는 불을 사용해 화성에 신호를 보내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지구밖 문명과의 교신을 시도하는 SETI계획을 급진전시킨 것은 뭐니뭐니 해도무선통신에 쓰이는 전파의 발견이다. 전파(파장이 적외선보다 긴 전자파의 총칭)는 우주의 가스나 먼지를 잘 뚫고 나가기 때문에 외계와의 교신 수단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우주공간에 난무하는 전파 중에서 일부러 보내오는 전파를 골라낼 수 있을까? 행성계의 대기를 가장 잘 뚫고 지나간다는 주파수 1㎓(10억㎐)∼10㎓의 전파 내에도 90억개의 채널이 있다.이 중 어느 주파수의 채널을 사용해야 하는가가 문제다. SETI에서는 두가지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하나는 외계생명체가 통신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특정 주파수를 찾아내는 것이다.예컨대 우주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소인 수소가 강하게 복사하는주파수 1.42㎓의 전파와 수산기(OH)가 복사하는 1.662㎓의 파장을 찾는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BETA계획과 버클리대학의 SERENDIP계획 등이 이같은 탐사방법을 사용하고 있다.전세계 52개국 1,000명의 전문가 및 아마추어 전파천문학자들은 ‘SETI리그’를 결성,1.42㎓주변의 전파 동시탐사를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많은 채널을 훑는 장치의 개발이다.미 항공우주국(NASA)이 과거 수십년동안 시도해 온 방법으로 우주공간에 난무하는 전파 중에서 지구와비교적 가까운 별에서 오는 전파신호를 골라 슈퍼컴퓨터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한 것이 SETI연구소의 ‘피닉스 프로젝트’다. 그런가하면 빛의 신호를 찾는 과학자들도 있다.하버드대학의 물리학자 폴호로비츠박사는 1.5m 망원경을 설치해 놓고 수십억분의 1초 동안의 밝은 빛신호를 탐사하고 있다.버클리대학의 댄 베르티머와 샌프란시스코주립대의 조프리 마시는 멀리있는 별 주위의 행성들을 찾으면서 비정상적인 빛의 신호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외계인의 신호를찾기만 할것이 아니라 우리도 그들에게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내년 5월 ‘인카운터 2001’이라는 단체는 우크라이나의 송신장치를 이용해 근처의 별들에게 인류와 과학기술에 대한 정보를 수학적으로 코딩한 간단한 전파메시지를 보낼 계획이다. 함혜리기자
  • [대한시론] 정보의 권리를 행사하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이 있다.우리 주위에 아무리많은 유용한 정보가 있더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마인드가 돼있지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유익한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정부와 공공기관일 것이다.이처럼 방대하고 다양한 정보를 잘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지식정보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실례를 하나 들어보기로 하자.S정유에 근무하는 H씨는 충남 천안으로 발령을 받았다.H씨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충남도 내 석유 소매상 리스트를 구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시청에서 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시청을 방문하였으나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어 자료를 줄 수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고민하던 중 ‘정보공개청구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정식으로 자료를 요청하였다.처음에는 이런 제도가 있느냐고 반문하던 공무원들도 정보를 내주었다. H씨는 이 리스트를 이용해 모든 판매상을 빠짐없이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바탕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세워판매를 8배 이상 신장시킬 수 있었다.H씨 이외에도 노동부와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취업정보를 이용해 재취업에 성공한실직가장,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의 영농정보를 이용하여 소득을 증대시킨 농민 등 정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생활의 질을 높인 사례는 적지 않다. 80년대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를 제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고 그 결과 작년부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된 후 지난 1년간의 운용결과를 보면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정보의 수요자인 국민들은 물론이고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도 이런 제도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설령 알고있는 경우라 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으며 공무원의경우에는 정보공개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갖기가 쉽다. 시민단체에서 정보공개에 대한 캠페인과 홍보자료를 배포하고 있으나 청구되는 정보의 내용이 기관장의 판공비 공개와 같은 행정감시와 통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유용한 공공정보의 활용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지식기반경제로 급속하게 이행하고 있다.이제는 단순히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있지 않은가.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정보와 지식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가 경쟁력을결정하고 있다.지식정보사회는 정부가 앞장서서 열어 나가야 한다. 지식기반국가 건설을 위해 정부는 정보 인프라의 구축,컴퓨터의 보급과 같은 정보화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투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마인드이다.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자체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지식정보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국민들을 설득하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정부 및 공공기관은 정보공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국민들의청구에 의해 제공하는 소극적 공개만으로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국민의 개별적인 요청이 없더라도 일상생활과 경제생활에 유용한 정보들은공공기관이 자발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한 전자적인 정보제공을 추진하여야 한다.미국의 경우를 보면 1996년 법률을 제정해 모든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 및 문서목록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도 공공정보는 국민의 것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정보권리를 확실하게 행사하자.‘권리는 잠자는 자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진리를 새겨보아야 할 때이다. 金 孝 錫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 [특별시론] 색깔론 세력의 반역사주의

    요즘 우리사회에 참으로 기묘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치 해방이후 친일파들이 독재정권을 등에 업고 설쳐대듯이,그런 비슷한 양상이다. 군사독재정권시대에 민주화를 가로막고 인권을 탄압해온 하수인들,공안출신,부패관리,타락한 언론인들이 ‘천사의 옷’으로 갈아입고 이른바 비판세력이 되고 있다. 이들은 김대중대통령의 ‘용서와 화해’무드에 교묘히 편승하면서 야당이란 방패로,언론이란 명분으로,지식인이란 구실로 개혁과 남북화해에 제동을 건다. 제동을 거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되돌리려 든다. 국가부도위기를 불러온 YS의 정치재개를 비판하기보다 엉뚱하게 3김청산으로 DJ를 물고 늘어지는 물귀신 작전을 펴고,정경유착과 문어발 선단경영,재산해외도피,IMF환란을 초래한 재벌에 대한 개혁을 “김대통령의 이념적 지향점에 국민이 불안하다”면서 사회주의적 노선인 것처럼 물고 늘어진다. 유엔 인권위를 비롯,양심있는 국민 사이에 보안법의 독소조항 개폐는 상식처럼돼 있는데도 이를 두고 색깔론을 전개한다. 해방후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함으로써 정의로운 민주사회 건설에 실패했듯이 DJ정부 역시 군사독재정권에 부역하면서 사세를 늘리고 영향력을 키워온반민주세력,언론,지식인을 청산하지 못함으로써 개혁에 심각한 도전을 받고있다. 군사독재의 음습한 늪에서 인적·물적 기반을 키워온 이들은 DJ집권과 함께 기득권 상실과 자신들의 힘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며 국민의 정부에 상처를입히고 DJ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기에 모든 역량을 동원한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첫째,국보법 개정이 ‘북측 주장을 정부가 수용’하는것인가. 노태우정부의 7·7선언 이후 우리 정부는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남북 유엔 동시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기본합의서의 제1조는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보안법 제2조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다. 또 제7조의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이적표현물 소지,제8조의 회합·통신,제10조의 불고지 조항 등은 변화하는 현실에 맞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국내외의 비판이 따른다. 남북관계는 경수로 건설,금강산 관광,4자회담,차관급회담,기업의 남북합작투자,물품교역,종교·언론·체육인 방북 등보안법 제정 당시와는 상상도 못할 변화가 일고 있다. 이런 법조항을 고치자는 것이 공산주의자란 말인가? 둘째,독재정권과 유착하여 권력유지비를 대고 천문학적인 부채를 국민부담으로 떠넘기면서 책임도 지지 않는 일부 재벌을 개혁하지 않고는 건전한 경제발전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재벌의 개혁이 사회주의적 처사라면,2차대전후 일본재벌을 해체시킨 맥아더장군은 공산주의의 수괴쯤 된다는 것일까. 재벌을 통해 정치자금을 뜯어쓰거나 재벌의 광고를 통해 사세를 키워온 집단이 아니고는 한국재벌의 변태성을 고치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이다. 셋째,언론의 자세문제다. 3김청산론을 펴면서 자신들이 속한 언론사의 세습과 족벌체제는 왜 침묵하는가. 외부의 부패는 질타하면서 왜 내부의 부패는외면하는가. 국세청을 동원하여 수백억원을 모으고 그것을 측근들이 몇억원씩 나눠쓴 것과 장관부인들의 고급옷 사건의 죄질은 어느쪽이더 나쁜가. 언론의 비판의 잣대는 이중적이어도 되는가. 넷째,군사독재에 부역해온 지식인들의 카멜레온같은 행동은 묵살하더라도진보적·양심적 지식인들의 처신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국가개혁의 큰 흐름과 방향에는 침묵하면서 일부 비리·비행을 총체적인 부패로 몰아치는 비판활동은 근시(近視)지식인의 행태가 아닌가. 더구나 입만 열면 보안법 철폐와 재벌개혁을 외쳐온 지식인·사회단체·학생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상대를 용공으로 모는 매카시즘에 침묵하는 이유는또 무엇일까. 이같은 침묵과 방관 속에서 수구세력은 여론을 좌지우지하며개혁을 가로막는다. 청산의 대상이 개혁세력을 청산하고자 하는 한국적 파토스는 자칫하면 역사를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걸핏하면 ‘이념적정체성’ 운운하면서 상대를 용공으로 모는 수구세력과 왜곡 언론을 방치하고는 역사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현상을 초래한 데는 DJ정권의 책임이 크다. 역사적 청산작업을외면한채 어설픈 온정주의에서 개혁의 동반자로 삼으려다가 역습을 당하게된 것이다. ‘강권통치 앞에서는 비굴하고 온건한 정권에는 난폭한’ 일부 언론의 전횡이 바뀌지 않고서는 남북평화공존도,재벌개혁도,부패청산도 불가능하다. 그런데 다수 지식인과 정부는 그걸 모르는 것 같다. kimsu@
  • 美는 소비자 천국…고액소송 봇물

    소송 만능인 미국에 최근 고액송사가 빈발하고 있다.이에 따라 천문학적인손해배상금을 댈 길이 없는 기업체들의 파산도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들어 미국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대상은 석면제조업체,유방성형수술 원재료 업체 및 담배회사 등 건강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업체들로 소송가액이 수백만달러나 된다. 이처럼 미국에서 고액송사가 빈발하는 것은 변호사나 법률회사들이 승소할경우 소송가액의 3분의 1까지를 가질 수 있어 원고측을 부추기는 현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 담배회사들은 50개주중 대부분의 주에서 흡연자의 의료비 부담 지원을 위해 향후 20년동안 3,600억달러를 지급하는데 합의했다.제너럴 모터스와 다임러 크라이슬러 및 포드 등 자동차3사는 지난 6월 좌석결함이 있는 차량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3명의 운전자로부터 고소당했으며 문제가 된 모델중 하나를구입할 경우 5,000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키로 합의,총비용이 5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독일계 다국적 화학업체인 바스프와 스위스의 로쉬,프랑스의 롱플랑은 비타민 제제에 대한 불법적인 가격담합 ‘죄목’에 걸려 로쉬는 5억달러,바스프는 2억2,500만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밖에 Y2K(컴퓨터의 2000년 인식오류문제)를 제대로 처리 못해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주들이 회사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주택소유자들이 집을 방문했다가 사고로 피해를 본 방문자가 소송을 제기할 것에 대비해 500만달러짜리 보험에 드는 등 송사의 확산추세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희준기자 pnb@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金杞載 행정자치부장관

    지난 7월 31일부터 시작된 경기도 북부 일원의 집중호우와 연이어 다가온태풍 올가는 인명피해 64명과 이재민 2만5,000명,조(兆)단위의 엄청난 재산피해를 남기고 물러갔다. 각종 사건·사고나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금년에도 어려운 생계에 수해마저 겪게 된 수재민들의 고통을 보면서 재해·재난을 총괄하는 장관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수 없다.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수재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올린다. 호우기간 중에 직원들과 밤을 지새우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상상황을 지켜보니 피해가 심했던 경기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비구름대가 시시각각으로 형성되면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기록적인 장대비가 계속적으로 내렸다.연천 파주 등 수해지역을 둘러보면서 이런 경이적인 집중호우에 견딜 방재시설은 이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곳에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고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나라 자연재해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재산피해는 5,800억원에 이르고 통상 피해액보다 많이 드는 수해복구에 연평균 7,000억원 정도의예산이 쓰여졌다.하지만 전국 곳곳의 수해지역에 조금씩 조금씩 쪼개어 투자되다 보니 단기간에 완전히 복구를 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96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우리나라 여러 곳에 게릴라성 집중호우가퍼부어 앞으로는 기상현상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을 개연성이 높다.이제 우리나라는 결코 기상이변의 무풍지대가 아니며,따라서 똑같은 피해를 되풀이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우리 선조들이 측우기를 제작하고 기상 및 천재지변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재해를 극복하려 했던 것처럼 새로운 대자연의 섭리에슬기롭게 대처하는 지혜를 쌓아야 한다. 며칠 사이에 800∼900㎜의 많은 비가 내려도 견딜 수 있게 하천 둑과 폭, 배수시설 용량 등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치수사업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고 단시일에 사업을 다 마칠 수는 없다.그런 만큼 빠듯한 정부살림이지만 중장기계획을 세워 상습침수지역과 재해위험지역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풍수해에 대비해야 한다.또한 집중호우에 대비해 관청에서는 주민대피방송,취수장·배수펌프 관리 등 체크리스트를 미리 만들어 치밀하게 대처하고 주민들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초기의 혼란쯤은 다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평소에행동요령을 익혀 놓아야 한다. 주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재민들이 많다.이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민과 관이 하나되면 어떤 재해가 닥쳐도 능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 [김삼웅칼럼] 대선자금은닉과 理性의 공적행사

    바람 잘 날 없는 정가에 또 한차례 태풍이 몰아친다.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측근 10여명이 세풍자금 10억원을 빼돌려 친인척 계좌에 보관중이란 것이다. 야당총재의 핵심측근들이 국세청을 통해 모금한 대선자금의 상당액을 유용하거나 개인계좌에 은닉중이란 보도는 폭우와 태풍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에게 큰 충격이다.지난해부터 총풍 세풍 옷풍(衣風) 검풍 등 ‘바람풍 시리즈’가 신물나게 진행되더니 진짜 태풍과 폭우가 쏟아져 수많은 국민이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 국세청을 동원하여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을 조달한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 쓰고 남은 엄청난 금액을 측근들이 분배 은닉하고 있었다면 이중 삼중의 범죄행위다. 실제로 국세청을 동원한 대선자금 모금이나 잔여분을 은닉해온 행위는 죄질이나 수법에 있어서 고급옷사건이나 검찰간부의 파업유도 발언에 못지않은사건이다.그런데 한나라당이 의풍과 검풍사건에서 보인 태도와 세풍사건에서취한 태도는 너무 차이가 크다. 모름지기 야당은 정치적 도덕적으로 훨씬 깨끗하고 떳떳해야만정부여당을비판할 수 있고 그럴 때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된다. 성경의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복음 7장)는 구절이나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풍 해라”는 혀짧은 훈장의 고사를 이 나라 유일 야당이 닮는다면 비극 이전의 소극(笑劇)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기회에 세풍사건의 진상을 스스로 밝히거나 검찰에 협력해야 한다.‘야당탄압’‘이회창 죽이기’란 상투적 대응으로 입막음을 할 것이 아니라 ‘은닉자금 잔여분’ 문제까지 한점 의혹이 없도록 수사에 협력하고 국정조사와 특검제를 수용해야 한다.그리하여 ‘은닉자금’ 문제가 한나라당을 말살하기 위한 조작이나,총재를 제거하기 위한 공작으로 밝혀진다면오히려 탄탄한 국민의 지지기반에 서게 될 것이다. 국회와 정당이 제기능을 못하면서 시민단체들의 발언이 많은 국민의 공감을 사고 ‘민의대변’ 역할을 하고 있다.시민단체들은 고급옷사건,파업유도발언사건에 이어 이번 대선자금 사적 전용 의혹사건에 대해서도 고언을 아끼지않고 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정치개혁시민연대는 검찰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선자금 은닉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제의 도입도 주장했다.또 사적 전용 부분에 대해 횡령죄를 적용하여 몰수조치하는 등엄중 사법처리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의 요구 경청을 한나라당에도 따끔한 일침을 잊지 않았다.‘야당파괴’ 운운하며 회피하지말고 수사에 정정당당히 임할 것을 촉구하며 “부정한 돈도 당에서 사용하면 정치자금으로 면책되는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고 여야 정당의 가장 아픈부분에 일침을 가했다. 거듭 말하거니와 야당은 장외투쟁 등 물리적 방법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규명’의 차원에서 풀어야한다.그렇지 못할 때 내년 총선을 비롯,두고두고 야당을 옭죄는 올가미가 될 것이다.사실로 드러나면 은닉자금을 국고에 환수하고 책임자의 사과가 따라야 할 것이며 사실이 아니라면 발설자와 그 책임자를 철저히 가려 ‘야당파괴’의 배경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도리 철학자 칸트는 ‘이성(理性)의 공적 행사’란 글에서 인간의 인간다움은 이성의 소유에 있고 이성은 공적 행사일 때만이 그 가치가 있다고 역설한 바있다.그에 따르면 만유 가운데 유독 이성의 존재인 인간이 반이성의 행동을서슴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인간의 울타리를 벗어난 존재란 것이다. 석학이 던지는 담론의 의미는 개인이나 집단을 막론하고 인간이 인간이기위해서는 이성의 공적 행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폐의 하나는 이성의 공적 행사가 아닌 사적 행사라는 점이다.한나라당모 부총재가 세풍사건과 관련,“계속 덮어두기만 한다면 (당에) 누가 된다”며 “문제가 있다면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성의공적 행사’의 작은 목소리라 하겠다.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국민회의·자민련 그리고 검찰까지 대선자금 은닉의혹 사건에 대해 정치공방이 아닌 이성의 공적 행사의 차원에서 진실규명에 나서야 할 것이다.
  • 대우 이자부담 크게 덜어준다

    대우그룹 채권단은 대우의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을 앞당기기 위해 대우 계열사에 대한 출자전환(debt-equity swap)과 별도로 차입금의 이자부담을덜어주는 등 부채조정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이미 지원한 4조원의 신규자금으로는 대우의 단기유동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2일 “대우가 매월 지급해야 하는 이자부담액만 수천억원에 달해 실질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우 계열사들의 각 주채권은행들이 해당 기업의 부채에 대해 이자를 낮춰주는방법으로 비용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감독위원회 규정에도 자금난에 빠진 주거래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기업정상화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천문학적인 이자부담을 덜어주지 않고는 기업 정상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라고덧붙였다.채권단은 이같은 방안에 대해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또 대우의 총여신액을 기준으로 일정비율이 넘는 금융기관들이 주축이 돼 신규자금 4조원 외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의 단기유동성은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아 현재 대우의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이 전적으로 떠맡고있다”며 “국내 주요 은행들이 따로 협의체를 구성해 새로 자금지원을 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채권단은 오는 11일까지 계열분리 등 대우그룹구조조정의 기본 골격을 만든 뒤 15일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반영,월별·분기별로 점검키로 했다. 한편 정부는 대우그룹의 해외 부채 만기연장 조건으로 지급보증을 서거나담보를 제공해 달라는 해외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금융감독위원회 이용근(李容根) 부위원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우는 지난달 30일 70여개 해외 채권금융기관에 구조조정 및 만기 연장 요청 내용을 보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이 부위원장은 “서울투신운용에서 급격한 환매사태가 생길 경우 유동성을 충분히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오승호 백문일 박은호기자 osh@
  • “달에 물이 있을까” 다시 논란

    달에는 과연 물이 있을까? 달에 물이 있을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염원을 담고 탐사선이 달에 충돌,착륙함으로써 달의 물 존재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충돌을 주도한 미항공우주국(NASA)은 물의 존재 가능성을 찾아낼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는 반면 영국의한 천문학자는 달에는 물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데이비드 모스 NASA 대변인은 1일 “수증기에 대한 단서를 얻지 못했다”고발표했다.적어도 지금까지는 증거찾기에 실패한 셈이다. 그러나 NASA측은 “여러 망원경들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야하는 만큼최종 판정에는 몇주에서 몇개월이 걸린다”며 실낱같은 희망을 꺾지 않고 있다.NASA측은 수증기가 없다는 게 물의 존재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분화구에서 수증기가 발생했으나 NASA의 망원경들이 관측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가설까지 내놓을 정도다.그러나 영국의 유명한 천문학자인 패트릭 무어는 1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달에 물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달의 얼음에 대해 믿지도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박희준기자 pnb@
  • 달탐사 소원 천문학자 달에 묻힌다

    살아 생전 달 탐사를 ‘죽도록’ 꿈꿨던 한 천문학자가 죽어 달에 묻힌다. 미국의 무인 달탐사선 ‘루나 프로스펙터’호는 31일 달의 남극점에 미국의저명학자이자 혜성발견가인 유진 슈메이커(사진)의 유골을 안치한다. 화장한 유해 가루는 달 기후에 맞게 ‘삭막한’ 합성수지 통에 담겨 있다. 그러나 이 ‘관’ 을 황동 박막이 둘러싸고 있으며 막 표면에는 그가 마지막으로 발견한 헤일­봅 혜성의 그림,그리고 달을 가장 많이 닮아 아폴로 우주인들의 훈련장으로 쓰였던 미 아리조나 사막의 유성 충돌자국 등이 레이저로새겨져 있다. 97년 호주에서 분화구 탐사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슈메이커는 달탐사 및천문지질학의 세계적 권위자.행성충돌론을 탄탄히 입증했으며 전세계의 주시속에 94년 목성과 충돌한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발견자이기도 하다. 60년대 과학자인 슈메이커는 우주인으로 달탐사를 원했으나 신체검사에 불합격,우주인 양성 및 지도에 만족해야 했다.“달에 착륙,망치로 지표를 두드리며 조사하고 싶었다”는 그의 꿈은 올해 달착륙 30주년을 맞은 미항공우주국(NASA)의 결정으로 실현된다.사후 2년만에 지구밖 우주에 묻히는 첫 지구인이 된 것이다. ‘루나 프로스펙터’호는 달착륙 기념일보다 11일 늦은 31일, 8개월간의 조사를 마치고 달 남극점에 내려앉아 슈메이커의 유골과 함께 영원히 휴식하게된다고 NASA는 밝혔다. 이석우기자 swlee@
  • [이어령의 새 천년읽기]정보가치의 변화

    중국의 돈황(敦惶)유적지에서 1만개가 넘는 고대의 목간(木簡)이 발견됐을때 사람들은 참으로 놀라운 기록을 발견하게 된다.그것은 이 지방을 관장하던 관리가 매일같이 “이상 없음”이라고 적어놓은 근무일지였다.한(漢)나라 때는 흉노들의 침입이 없어 변방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그래서 수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 관리는 200년동안 5,6대에 걸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상 없음”이라는 말을 계속 기록해 갔던 것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그 광대한 중국을 떠받쳐온 힘이 무엇이었는가를 깨닫게 된다.기록할 것이 없는 것까지도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 관료주의의 고지식함이다.오늘날의 관직에도 서기(書記)라는 말이 있고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최고의 권력자를 서기장(書記長)이라고 부른다.한 국가는 문자를 적는 관료에 의해서,그리고 문자를 통해 축적된 그 정보에 의해서 통치된다. 이른바 중화(中華)의 빛이 변방에까지 이를 수 있었던 것은 ‘한자’라는문자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전설에 의하면 한자를 처음 만든 사람은 창힐(蒼힐)이었다.그가처음 새 발자국을 보고 문자를 창안했을 때 밖에서는 귀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문자는 빛이기 때문이다.그리고 깁슨의 주장대로 모든 정보는 빛속에 존재한다.그러므로 어둠 속에서 사는 귀신은 발붙일 곳을 잃게 된다.그래서 옛날사람들은 창힐의 눈이 네 개나 되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변방의 관리들이 “이상 없음”이라는 말 대신에 그날 그날의 기상변화에 대해서 적었더라면,혹은 계절의 변화와 자신의 심정을 적었더라면 그 산더미처럼 쌓인 200년동안의 목간은 얼마나 소중한 것이 되었겠는가.그 문자들이야말로 과거를,그리고 미래를 밝히는 창힐의 네 눈이 되었을것이다. 그러나 근무일지에 사사로운 기록을 쓴다는 것은 직무유기와 같은 행위이다. 변방의 관료가 맡은 일은 오직 흉노들의 침범 유무만을 기록하는 일이다. 그이외의 정보는 모두가 노이즈로 처리된다. 그것이 바로 관료의 언어이며 관료주의에 의해 처리된 정보시스템이다.그러고보면 ‘이상 없음’이라는 똑같은 문자를 적으면서 200년 동안이나 먹고 살아간 관료주의의 그 ‘이상 있음’에 우리는 또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산더미처럼 쌓인 돈황의 목간은 오늘날 중국의 관료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지산회해(紙山會海:서류종이가 산처럼 쌓이고 회의가 바다를 이룬다)란 말속에 그대로 살아 숨쉰다. 돈황의 유적지에서 현대의 사이버 스페이스로 눈을 돌리면 어떠한 일들이벌어지고 있는가.거기에서도 우리는 한나라때 변방 관리가 근무일지를 쓰듯이 매일 매일 무엇인가를 기록해가고 있는 이상한 홈페이지 하나를 발견하고놀랄 것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고 관리가 아니라 대학생이며 “이상 없음”이 아니라 매일 매일 자신이 먹는 음식 메뉴를소상히 기록해 놓은 것이다.대학생 역시 수년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똑같은 일을 되풀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놀라운 정보적 자료를 창출해 낸 것이다. 왜냐하면 식료품회사,영양학관계자,의학자와 경제학자,그리고 미국의 식(食)문화와 청년문화를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에게 있어서 그 홈페이지는 일찍이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정보자료를 제공해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관료들이 기록하는 공공의 문자는 오로지 큰 이야기에만 매달려왔다.어느 통계국도 한 사람이 먹는 음식을 끼니마다 그렇게 집요하게 추적해 간 적은 없었다.또 그렇게 추적할 수도 없는 일이다.오히려 국가 통계국의 관료적인 시스템에서 보면 그 대학생의 홈페이지는 무의미한 노이즈의 쓰레기더미에 불과할 것이다.실제로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쓰레기 바다라고 비웃는 사람들일수록 관료적인 문자정보에 익숙한 사람이다. 하지만 종래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점으로 검색해 보면 그 쓰레기더미들이 예상치 않던 금맥과 장미꽃이 되는 수가 많다.옛날에는 정부의국세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수 천만원의 자료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들을통해서 돈 한푼 안들이고 간단히 얻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도 헛된 말은 아니다. 심지어 자기 집 빗물을 받아 산성도를 분석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숙제라해도 인터넷으로 연결하면 연방정부도 못해내는 미국전역의 정확하고 정밀한산성비의 최신 분포지도를 얻을 수가 있다.인쇄물이든 전파든 종래의 매스미디어는 공공적인 한 발신처에서 그 정보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었다.그래서‘출판’을 뜻하는 영어의‘퍼블릭캐이션’은 공표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방송’을 뜻하는 ‘브로드캐스트’는 널리 살포하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네트워크나 웹 속의 개인은 이미 정보의 살포대상이나 수신자가 아니라 스스로 정보를 구하고 발신하는 정보의 생산자인 것이다.개인개인이 만들어 내는 홈페이지를 합치면 그것이 바로 사회나 나라 전체의 방대한 정보자료를 축적해놓은 매머드 도서관이 되는 셈이다. 인터넷 정보시대가 아니라도 우리는 가끔 묻는다.만약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가 없었더라면,백범이나 안네 프랭크가 일기를 쓰지 않았더라면,그리고 우리의 아녀자들이 규방에서 혜경궁 홍씨처럼 ‘한중록’을 쓰지 않았더라면어떤 세상이 되었을까하는 상상이다.이러한 개인의 기록들이 관가나 공식문서들보다 훨씬 더 많은 역사적 정보와 다양한 삶의 자료가 되어준다는 것을누구나 한번쯤은 체험했을 것이다.거기에서 임진왜란과 같은 전쟁이야기나일제와 나치의 폭정이 어떤 것이었나 하는 정치적 정보를 얻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큰 이야기와 상관없는 사소한 작은 이야기들, 이를테면 정보의 노이즈라고 할만한 군더더기 말 속에 보석처럼 박혀있는 정보를 발견할수 있다. 백범일지에는 인천 형무소에서 사형직전 전화 통보에 의해 간발의차이로 풀려나게 되는 삽화가 기록되어 있다.전화가 없었더라면 백범도 백범일지도 태어날 수가 없었을 것이다.백범일지의 이 대목은 독립운동의 사료만이 아니라 한국 통신사에 있어서도 빼놓은 수 없는 귀중한 자료로 남아 있다. 결국 지난 천년을 관료들의 문자기록에 의한 정보축적 시대라고 한다면 앞으로 오는 새 천년은 개인의 디지털 기록에 의한 정보발신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관료가 개인으로,아날로그가 디지털로,그리고 정보축적이 이제는 정보검색의 데이터 베이스로 변해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30만이나 넘는 동 활자를 만들었으면서도 그것으로 찍은 조선왕조의 실록은 고작4부에서 5부를 넘지 않았다. 역사의 기록은 관에 의해 기록되었고 그 기록은 세상사람의 눈에서 멀리 떨어진 네 개의 사고(史庫)속에 숨겨진다.왕조차 볼 수가 없는 이 기록들은 읽히기 보다는 단지 역사의 기록으로 영구히 보존해 간다는데 가치를 둔 것이다.불교의 경전 역시 사경공양(寫經供養)이라 하여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어두운 탑신 안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오늘날 도서관 서고 안에 소장되어 있는 그 많은 서적들 역시 근본적으로는 불탑이나 사고 안에 들어있던 다라니경이나 왕조실록과 다를 바 없다. 새 천년의 디지틀 사회란 지난 천년동안의 기록 방법과 그 보존의 의미가근본적으로 달라진 세상을 뜻한다.2000년이 되면 지금 우리가 컴퓨터에서 쓰고 있는 개인기록 저장장치인 플로피 디스켓은 그 크기와 두께가 거의 10분의 1로 줄어든 스마트 미디어로 바뀌게 될 것이다.그러면서도 그 저장량은 2메가를 넘는 것으로 300페이지 짜리 책 열권을 웬만한 우표 한 장 정도의 크기에 담는다.그러면 개인이 워드 프로세서로쓴 글이 출판사나 인쇄소의 과정을 거칠 것 없이 그대로 전자 책을 배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무한정으로 저장된 기록물들은 공적인 것이던 사적인 것이던아무 구별없이, 네트워크에 의해 연결되고 하이퍼 텍스트와 검색 프로그램에의해서 자유자재로 검색된다.모든 기록물들은 문서나 책이 아니라 하나의 데이터 베이스로서 수시로 검색 조합되어 가면서 새로운 정보자료로 변신해 간다.저장이 곧 생성인 것이다.그러고 보면 새 천년을 ‘기록의 원년’이라고하는 말은 단순한 연대기 상의 문제만을 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있다. 아무리 기록장치와 저장 기기의 변화가 일어나도 기록 자체에 대한 마인드가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구텐베르크의 활자가 중세의 낡은 성을 허물어뜨린 ‘26명의 납 병정’이되게 한 것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만이 아니라 평신도들도 성서를 읽을 수있게 개혁한 마틴 루터요,그 큰 책들을 오늘날과 같은 사이즈로 만들어 들고 다닐 수 있게 고안한 마누티우스였다.그것처럼 디지틀 기술이 세상을 바꿀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2000년을 기록의 새 창세기로 만들어 가는 정책과 마인드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2000년이 새로운 기록문화의 창세기가 될 수 있는가 없는가하는 간단한 지표가 있다.만약 새천년을 맞는 여성지 신년호 부록이 옛날과마찬가지로 책자로 된 가계부라면 그것은 2000년 1월호가 아니라 1999년 13월호라고 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부록이 CD로 바뀌어지고 컴퓨터에 인스톨할수 있는 가계부 소프트웨어라면 문자 그대로 2000년은 기록의 원년이 되는셈이다. 가계부의 문자가 디지털로 바뀌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인가는 장황한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미국 대학생의 음식메뉴를 적은 일지가 그러했듯이만약 10만명의 한국 주부들이 적은 가계부는 나라나 사회 각 분야에서 다시없는 데이터 베이스로 정보의 보고가 되어 줄 것이다.항목별로 분류된 자료와 통계숫자는 개인에게는 가족사요,민족에게 있어서는 민족사,그리고 세계에 있어서는 세계사로 변하게 될 것이다. 포도주처럼 묵을수록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자료들은 더욱 값진 것이 되어갈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전제조건이 따른다.지속성과 호환성이다. 개인자료가 공공의 자료 구실을 하려면 산재해 있는 개인자료들이 호환성을 갖고 취합되어야 하며 꾸준히 그 자료들을 관리하고 정리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공기관에서 할 일이다. 가계부의 소프트웨어를 검색할 수 있는 항목으로 데이터 베이스화하고 주부들이 일년동안 쓴 가계부들을 한데 모으는 제도적 장치들이 강구돼야 한다. 그리고 그 자료들이 개개인의 참여에 의해 국가의 보존기록과 대등한 무게로보존되기 위한 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경제지표 문화지표 생활지표 등으로 활용될수 있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도 정보강국, 정보부국으로떠오르게 될 것이다. 가계부에 적힌 사소한 기록들과 그 통계는 국가의 어떤공공기록이나 국세조사의 통계자료보다도 값진 것이 되어 미래의 비전과 그방향을 알려주는 역사의 레이더암이 될 것이다. 어찌 가계부만의 일이겠는가.아날로그로 된 문자자료를 디지털자료로 바꾸면 그것이 바로 국가의 자산, 이른바 디지털 자원이 된다. 이제는 한 나라의부를 땅의 크기나 지하에 묻힌 자원으로 평가하던 시절이 아니다.싱가포르와같은 작은 나라, 홍콩과 같은 섬의 도시가 디지털 사이버 세계에서는 광활한중국 대륙과 맞먹는다. 쓰레기라고 내버렸던 그 많은 개인기록들을 어떻게 공공의 사회적 역사적자료로 활용하느냐로 21세기의 새로운 부(富)인 ‘디지털 어세트’의 새 자원이 마련된다.왕이나 위인전에 나오는 개인 전기가 이끌어갔던 큰 이야기의역사가 아니라 새 천년은 무명의 개인들이 엮어내는 작은 이야기들이 역사를지배하게 되는 시대이다. 가계부처럼 한국인들이 기록하는 민족이 되어 모든사람들이 컴퓨터 상에서 일기를 쓴다면, 그리고 아날로그로 된 먹물의 문자들을 빛(비트)으로 바꿔간다면 우리는 정말 창힐처럼 네 개의 눈을 가진 신화의 인간들이 될 것이다. “이상 없음”이라고 빈 칸으로 남겨졌던 변방의 그 200년이,그리고 산더미처럼 쌓인 수백 수천 개의 목간들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사막의 모래알하나 하나가 푸른 잎이 되어 초원으로 바뀌는 기적이 일어난다. 새 천년은 사상 최고의 폭죽을 쏘는 축제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천문학적 돈을 들여 거창한 돔을 만드는 데서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아주 평범한하나의 기획-10만의 주부가 종이로 된 가계부를 컴퓨터의 디지털로 바꾸는기록의 개혁-그 작은 이야기에서 새 천년의 꿈은 현실이 된다.(새천년 준비위원회에서는 현재 10만 주부의 디지털 가계부 쓰기와 그 자료를 ‘평화의대문’에 보존,활용하는 안을 준비하고 있다)
  • 4차 국토종합계획 의미·과제

    4차 국토종합계획은 새 천년을 여는 21세기의 국토비전을 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우리 국토 경영의 좌표로 ‘21세기 통합국토’의 실현을 내세웠다.차세대 국토를 ▲지역간 통합 ▲환경과 개발의 통합 ▲동북아와의 통합 ▲남북한 통합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 4차 국토종합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국토환경의 적극적인 보전을 천명했다는 점이다.선언적 의미로 과거의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 ‘개발’이란 단어도 떼어 냈다. 또 선(先)계획,후(後)개발의 원칙을 담아 ‘국토그린플랜’으로서의 성격을분명히 했다.계획이 없는 곳에는 개발이 없다는 사실을 못박은 셈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으로 전 국토의 토지 적성평가를 실시해 국토를 보전지역과 개발가능 지역으로 나눈 뒤 보전지역은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방안을 제시했다.또 강과 해변을 환경친화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바다나 강으로부터 일정 거리 내에서는 개발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수변역(水邊域)관리제’도 도입하기로 했다.토지 소유권과 개발권을분리해 계획적인개발체제를 확립하고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막는 방안도 장기과제로 추진할방침이다. 과거와 달리 국토계획 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려잡은 것도 눈에 띄는대목이다.국토를 일관성있게 관리하려면 국토관리의 최상위 계획인 국토종합계획의 연속성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어떻게 재원을 차질없이 조달하느냐가 관건이다.앞으로 20년동안 도로·철도·공항·항만·물류시설 건설 및 운영·보수에는 378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이 들어간다.정부재정과 공기업 부담만으로는 어림없는 액수다. 민자·외자 유치와 국공채 발행을 통한 다각적 재원확충 방안이 마련돼야한다.만에 하나라도 민자·외자유치가 차질을 빚을 경우 국토계획은 전면 수정해야 한다. 국토계획이 일관되게 추진되도록 국토 관련 각종 법제와 조례를 통폐합하는 일도 시급하다.전문가들은 “계획만 거창하게 세워놓고 집행이 제대로 되지않았던 전례를 거울삼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박건승기자 ksp@
  • [대한광장] 문화의 의미

    문화란 인간의 삶의 유산이며 자취다.그래서 하등동물 세계에는 문화가 없다.문화란 가치지향적이며 미래지향적일 때 그리고 건전한 삶을 지탱하고 이끄는 견인력을 지닐 때 문화로서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그래서 편의상 건강한 문화와 병든 문화,건전한 문화와 퇴폐문화로 구분하기도 한다. 도널드슨은 병든 문화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정책은 있지만 원칙이 없는 정치문화,쾌락은 있지만 양심이 없는 쾌락문화,풍요는 있으나 노동이 없는 풍요문화,지식은 있으나 인격이 없는 지식문화,산업은 있지만 도덕성이 없는 산업문화,과학은 있으나 인간성이 없는 과학문화,종교는 있으나희생이 없는 종교문화라고 했다. 그의 지론에 따른다면 문화란 정당한 균형과 조화가 전제돼야 하며 윤리적기조가 튼튼해야 하며 그런 것들이 내포되지 않은 문화란 결손문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병들고 부도덕한 문화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했고 지금도 사회전반에 걸친 고사작업을 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전통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적 가치와구실을 하는 경우가 있다.그러나 모든 전통을 통틀어 문화라 말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이 집안에 새 정원을 꾸미며 겪었다는 이야기.정원에 있던 낡은나무며 잡초들을 들어내고 새 정원수와 화초들을 심고 있었다.그런데 새 나무를 심는 노임보다 낡고 썩은 고목나무를 자르고 그 뿌리를 뽑아 옮기는 노임이 더 비싸게 들었다는 것이다.뿌리 깊은 썩은 나무를 처치하기가 더 어려웠다는 얘기였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정치,양심 없는 쾌락,도덕성을 상실한 기업,인격 없는 지식,탈인간화로 치닫는 과학,그리고 희생 없는 종교란 뿌리 깊은 썩은나무에 불과하다.그런데 그런 것들이 문화의 탈을 쓴 채 우리 시대를 종횡하고 있다는 데 뜻 있는 사람들의 고뇌가 있는 것이다. 유행도 문화의 한 부분임에는 틀림없다.그러나 분별 없는 유행이나 상업주의자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유행은 문화라기보다는 상술에 불과하다.저명한석학의 강연 강사료,밤새워 써낸 유명작가의 원고료,거기 비해 하룻밤 무대공연으로 천문학적 공연료를 챙긴 채 김포공항을 빠져나가는 이름 날린다는가수의 공연료, 그 차이는 얼마이며 무엇을 뜻하는가. 어디 그뿐인가.문화창달의 첨병임을 자처하는 언론매체들이 앞다퉈 대서특필에 생중계로 열을 올리는 현상을 문화로 보아야 하는가,아니면 장삿속으로 보아야 하는가. 문화란 그대로일 때 아름답다.그러나 문화가 포장되기 시작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변형하기 시작하면 순수문화는 퇴화하게 마련이다. 문화뿐인가.정치가 정략과 술수로 포장되고 지식이 치부와 성공의 수단으로전락한다면,종교가 쾌락과 안일의 도구로 타락한다면 거기엔 희망도 기대도걸 수가 없다. 슈바이처는 일찍이 밀림 속에서 20세기 황금문명의 조종(弔鐘)소리를 듣고있었다.새로운 천년을 눈앞에 둔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여기저기서 희망의 종소리가 들리는가,아니면 조종소리가 들리는가. 인간은 희망지향적이며 미래지향적 존재다.인간 자신이 부단히 희망을 갈망하고 지향한다면 얼마든지 희망의 밭을 일궈낼 수 있다.세계사는 정신문화가 물질문화를 지배했을 때 융성했고 반대로 물질문화가 정신문화를 지배했을때패망했음을 교훈하고 있다. 정신의 힘은 언제나 물질의 힘보다 크고 강하다.정신을 높이고 소중히 여기는 사회,정신개혁을 서두르는 사회 그리고 정신사의 기초 위에 나라를 세우고 삶의 집을 짓는 사회라야 소망이 있는 것이다.뿌리 깊은 썩은 나무일랑뽑아내고 우리 서로 새 나무를 심자.
  • [외언내언] 전두환특사?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의 대북(對北)특사로 써달라”는 주문을 정부에 했다고 한다.서해교전사태,북한의 미사일 추가발사 문제 등으로 남북간에 새로운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라고한다. 연희동측의 얘기를 모아보면 이런 제의를 공식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전씨가 연희동 자택을 찾아오는 사람들 앞에서 이런 희망을 얘기하다 보니 그들의 입을 통해 정부에 전달된 것 같다는 것이고,청와대측에서는 구체적으로제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전례도 없는 일이어서 심각하게 검토해본 일은없다는 반응인 모양이다. 전씨도 ‘필요하다면’이란 단서를 달았고 연희동이나 청와대측에서도 공히 공식적인게 아니라는 조심성을 보이고 있는 터여서 아직 이렇다 저렇다 시비할 계제가 아닐지도 모른다.그러나 그것이 비록 공식적인게 아니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중요한 결과가 될 수도 있는 일이어서 코멘트를 해둘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두환 전대통령의 대북 특사설은 적절치않다.시기적으로도 그러하거니와 본인의 정치적 성격으로 봐서도 그렇다.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북한의 핵개발문제로 남북문제가 극도로 꼬였을때 평양을 방문,교착된 남북문제에 물꼬를 터주었던 일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남의 나라 전직대통령도 하는데 우리 전직대통령이 우리의 문제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마는 경우가 다르다. 무엇보다 전씨는 정치적으로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지 못하는 정부의 전직대통령이다.전씨 지지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씨는 ‘5·18’광주민주항쟁의 핵심 책임자이며 아직도 수많은 관련 피해자가 살아있는 상황이다. 둘째로 전씨는 대통령 재직시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을 조성해 은닉한죄로 실형을 살았으며 법원의 판결이 난 추징금 2,205억원중 188억원만 추징이 집행됐을 뿐이어서 검찰의 계속적인 추적을 받고 있는 중이다. 앞서 지적한 문제점이 없다고 치더라도 전씨는 군사정부 대통령으로서 대북 강경노선을 견지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그런 분이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듯이 대북유화정책을 정책기조로 삼고 있는 ‘국민의 정부’의 대북 특사란정책적으로도 걸맞지 않다. 퇴임 후에도 국민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대통령직을 물러나서도 국민의 박수를 받아가며 나라를 위해 이런저런 일을 거드는 대통령,그래서 퇴임 후가아름다운 그런 노(老)대통령을 우리도 갖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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