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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아쉬움 남긴 새만금 항소심 판결

    서울고법 특별4부가 전북 주민과 환경단체 등이 농림부 등을 상대로 낸 새만금 사업계획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환경영향평가나 농지의 필요성, 경제적 타당성 등 사업 목적에 일부 하자가 있다고 하나 사업을 취소해야 할 만큼 중대한 결함은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특히 환경과 개발은 보완적 관계여서 어느 한쪽만 희생할 수 없다는 논리를 들어 1심 재판부가 인용했던 환경 파괴 가능성, 담수호 수질문제 등을 모두 배척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어려움을 토로했듯이 정부 처분의 적법성을 뛰어넘어 정책 방향까지 결정하는 것이 사법부의 권한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환경단체의 ‘3보1배’와 전북도의 ‘삭발농성’이 첨예하게 맞선 사상 최대의 국책사업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부측 주장의 허점을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14년여에 걸쳐 1조 9000억원이 투입되고 공정이 92%나 진행됐지만 수질개선에만 1조 50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투입되는 등 산술적인 근거까지 제시하며 용도 불분명과 경제성 부족을 문제삼았던 것이다. 이에 반해 항소심 재판부는 불분명한 환경가치보다 미래식량 위기나 남북통일 등 현실적인 가치에 무게를 두었다. 환경문제는 단계적 개발과 환경기술 발전속도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로서는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개발보다 환경이 우선이라는 시대 흐름과는 역행하는 판결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선진국들이 보존가치의 중요성을 들어 ‘지속가능한 개발’로 선회한 이유도 환경은 파괴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가 항소심에 불복해 상고할 뜻을 밝힌 이상 최종 결판은 대법원에서 내려지겠지만 법원 판결에 상관없이 지금이라도 개발주체인 정부와 환경관련 단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환경 재앙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새만금 사업이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 결론나선 안 된다.
  • [국산 하이브리드카 시대] 실용화 꿈 무르익는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를 쏟아붓고 있고 정부도 20일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촉진을 위한 5개년 기본계획’을 확정함에 따라 하이브리드카, 수소 연료전지차의 대중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국내업계의 하이브리드카 개발 현황, 세계 자동차업계의 치열한 하이브리드 경쟁, 정책과제 및 전문가 제언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경기도 이천시청 공무원들은 요즘 관내 출장때면 어김없이 현대차의 베르나 하이브리드카를 찾는다. 이달 초 10대가 도입된 베르나 하이브리드는 실제 운행 2주만에 대당 1000∼2300㎞를 주행했다. 하이브리드카 배차·운행을 담당하고 있는 이천시 회계과 권건수씨는 “연료비는 기존 관용 차량인 마티즈와 비슷한 수준인 반면 승차감, 실내공간, 성능은 경차보다 훨씬 뛰어나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면서 “기회가 되면 하이브리드카를 추가로 구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시가 베르나 하이브리드카 구입에 투입한 예산은 대당 870만원. 실제 현대차에 지급되는 돈은 정부(환경부) 보조금 2800만원을 더해 3670만원이다. 물론 이 정도 보조를 받아도 대당 개발비 1억원 이상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공공기관은 화석연료 사용절감을 통한 대기환경 개선을 꾀할 수 있기 때문에 보급이 가능했다. 국산 하이브리드카가 눈앞으로 다가왔다.2008년까지 보급대수가 4000대를 넘을 전망이다. 정부도 2010년까지 하이브리드카의 독자기술을 확보하고 연료전지차의 시범운행을 실시하는 등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을 앞당기는 방안을 20일 내놓았다. 1995년 제1회 서울모터쇼를 통해 최초의 하이브리드 전기차인 FGV-1(컨셉카)를 선보인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환경부에 클릭 하이브리드카 50대를 납품한데 이어 올해도 베르나 하이브리드 200대를 추가 공급했다. 기아차도 프라이드 하이브리드 150대를 보급했다. 경찰청이 70대를 가져갔고 한국전력 12대, 이천시청·고양시청 각 10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7대, 양주시청 6대, 남양주시청 5대 등이다. 클릭 하이브리드(1.4)는 차체크기는 기존 가솔린 차량과 똑같지만 연비는 18㎞/ℓ로 가솔린 클릭(12.5㎞/ℓ)보다 44%나 높다. 베르나 하이브리드 역시 연비가 18.9㎞/ℓ로 가솔린 모델(13.3㎞/ℓ)보다 42%나 효율적이다. 최대 출력도 클릭은 가솔린이 85마력인데 반해 하이브리드는 99마력(83마력+전기모터 16마력)이다. 베르나와 프라이드도 가솔린 모델의 출력이 95마력인데 반해 하이브리드는 각각 104마력,106마력의 출력을 자랑한다. 하이브리드는 출발 및 가속시에 전기모터의 힘을 빌려 출력을 향상시키고 연료소모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휘발유값을 ℓ당 1500원으로 잡고 1년에 2만㎞를 운행했다고 가정했을 때 베르나 하이브리드의 연간 유류비는 158만원으로 가솔린모델(225만원)보다 67만원이나 싸다.5년간 사용할 경우 유류비 차이가 335만원이나 난다. 게다가 하이브리드카 연비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말 하이브리드카 생산을 1000대 안팎으로 늘릴 계획이다. 양산모델은 베르나급이 유력하며 공공기관 보급이 우선이지만 정부의 보조금 지급 여부 등에 따라 일반에게도 구입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2007년에는 쏘나타급 중형 하이브리드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201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30만대 규모의 하이브리드카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는 수소 연료전지 차량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투싼 연료전지차를 2009년까지 미국에서 시범운행한 뒤 2010년에는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현대·기아차 개발 연혁 및 일정 ▲1995년 최초 하이브리드차 컨셉트카 FGV-1 (제1회 서울모터쇼) ▲1999년 하이브리드 전기차 컨셉트카 FGV-2 (제3회 서울모터쇼), 아반떼 하이브리드 전기차 개발 ▲2000년 베르나 하이브리드 전기차 개발 ▲2002년 카운티(버스) 하이브리드 전기차 개발·2002년 한일 월드컵 시범운행, 싼타페 수소 연료전지 하이브리드카 개발 ▲2004년 클릭 하이브리드 전기차(50대) 정부 공급, 투싼 수소 연료전지 하이브리드카 개발 ▲2005년 베르나·프라이드 하이브리드 전기차 정부 공급(350대) ▲2006년 말 하이브리드 전기차 생산 확대 ▲2007년 쏘나타급 중형 하이브리드 전기차 생산 ▲2010년 연간 30만대 규모 양산체제 구축, 수소 연료전지차 양산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대한전선그룹-故설원량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대한전선그룹-故설원량 회장家

    대한전선과 대한방직, 대한제당은 모두 한뿌리 기업들이다. 인송 설경동(작고) 회장이 설립했던 회사들로 장남인 설원식(83) 전 회장이 1960년 대한방직과 대한산업의 경영권을 승계해 가장 먼저 계열분리했다.3남인 설원량(작고) 회장은 1972년 인송의 실질적인 ‘경영 후계자’로서 당시 대한그룹의 주력사인 대한전선과 대한제당을 물려받았다. 고 설원량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한때 2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기도 했지만 오일쇼크의 충격과 가전사업 매각 등으로 사세가 크게 줄었다. 또 동생인 설원봉(57) 회장이 88년 대한제당을 갖고 분가하면서 옛 대한그룹은 사실상 대한전선만 남게 됐다. 지금은 고 설원량 회장의 부인인 양귀애(58) 고문이 오너가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임종욱(57) 사장이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고 설 회장의 장남인 윤석(24)씨는 대한전선 경영전략팀 과장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이처럼 1950년대 재계 서열 다섯손가락 안에 들었던 대한전선그룹은 오늘날보다 과거가 더 화려한 기업이다. 혼맥도도 이와 비슷하다. 창업주인 설경동 회장가(家)는 지금은 흔적만 남은 옛 재벌가(家)와 적지 않은 인연으로 엮여 있다.4남2녀를 뒀던 인송은 1970∼80년대 욱일승천했던 국제그룹 창업주 양태진 회장가(家)와 대농그룹 박용학 회장가(家)와 사돈지간이다. 관계에서는 김용식 전 외무부장관과 임송본 전 대한석탄공사 총재가 사돈들이다. ●50년대 재벌가 인송 인송은 1901년 평안북도 철산군 인송리에서 부친 설흥업옹과 모친 조성녀 여사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적 이름은 정동(鄭童)이었지만 서당 스승께서 ‘큰 인물로 대성하라.’는 뜻에서 경동(卿東)으로 지어줬다. 인송의 어린 시절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그는 부친을 세살 때 여의고, 모친을 따라 함경북도 부령으로 이사해 무산보통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3년간 허드렛일을 하며 집안을 돌보던 인송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어렵게 오쿠라 고등상업학교에 입학했지만 끝을 보지 못하고 중도에 귀국해야 했다. 인송은 이후 부령 군청에서 잠시 일을 하다가 1921년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본인을 동업자로 끌어들여 삼광운송점과 삼광상회를 설립, 운송업과 곡물·해산물 위탁판매사업을 벌였다.1936년에는 동해수산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해 청진 앞바다에서 정어리를 잡아 이를 가공해 많은 부를 축적했다.1940년대 초에는 어선 70척에 비행기로 고기를 탐지할 정도의 함경도 거부로 성장했다. 그러나 광복과 함께 북측에 공산군이 진주하면서 월남한 인송은 무역회사인 대한산업과 부동산 회사인 원동흥업을 세워 남쪽에서도 곧 거부 대열에 올라섰다.6·25전까지 그가 수원에 세운 성냥공장은 남한시장을 석권하기도 했다. 인송은 53년 재벌의 터전이 된 대한방직을 인수해 근대적인 경영을 시작했다.55년엔 대한전선 인수,56년에는 대동제당(현 대한제당)을 세워 당시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벌가로 올라섰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할까. 인송은 54년 자유당 재정부장을 맡으며 정계에 잠깐 발을 담갔다. 그러나 이로 인해 그는 60년대 초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인송은 4·19 의거와 5·16 쿠데타로 정권이 바뀌면서 당시 내로라하는 그룹 창업주들과 함께 부정축재자로 몰려 험난한 시기를 보냈다. 특히 인송은 강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부동산도 몰수당했다. 부친의 이같은 시련을 지켜봤던 설씨가(家) 4형제는 훗날 정치와 담을 쌓은 것은 물론 부동산 투자도 꺼렸다. 인송은 검소한 생활로 유명했다. 그는 종이 한 장이라도 소홀히 버리지 않았다. 편지가 오면 칼로 봉투의 한 귀퉁이를 잘 도려내고, 그 뒷면을 이용해 한번 더 사용했을 정도였다. 인송이 송인상 효성 고문(당시 부흥부장관)에게 보낸 편지 에피소드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평소하던 대로 송 장관에게 소식지 ‘무역통신’ 뒷면을 이용해 서신을 보냈다. 이를 받은 송 장관은 대기업 사장의 검소함에 탄복해 서신을 양복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수년간이나 회의석상이나 강연회에서 이를 소개했다고 한다. ●옛 영화가 가득한 혼맥 인송은 두번 결혼했다. 그는 첫번째 부인 이태하(작고)씨 사이에 원식과 원철(68)씨 등 2남을 뒀다. 두번째 부인 유인순(작고)씨 사이엔 원량과 명옥(59), 원봉, 영자(53)씨 등 2남2녀를 뒀다.4남2녀 가운데 여자 형제는 중매로, 남자 형제는 연애 결혼했지만 당시 재벌가의 통혼이 그러하듯 인송은 관·재계의 명문가를 사돈으로 맞았다. 장남인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은 일제시대 식산은행(현 산업은행) 총재와 대한석탄공사 5대 총재를 지낸 임송본씨의 딸 희숙(75)씨와 연애결혼했다. 당시 원식씨는 희숙씨와 결혼하기 위해 미국에서 유학할 대학을 바꿀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설 전 회장 부부는 설범(47) 대한방직 회장과 설경화(46)씨 등 1남1녀를 뒀다. 차남 설원철 전 대한방직 고문은 김용식 전 외무부 장관의 딸 보경(66)씨를 미국 유학중에 만나 인연을 맺었다. 보경씨는 코리아헤럴드 출신의 언론인이다. 설한(39), 설훈(35), 설혜선(34) 등 2남1녀를 뒀다. 3남 설원량 회장은 1969년 동생인 명옥씨의 소개로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양귀애 고문과 결혼했다. 명옥씨와 양 고문은 친구 사이다. 양 고문은 국제그룹 양태진 창업주의 막내딸이며,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의 누이 동생이다. 윤석(24), 윤성(21)씨 등 2남을 두고 있다. 4남 설원봉 회장은 박용학 전 대농 명예회장의 장녀인 선영(56)씨와 혼례를 치렀다. 선영씨는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를 다녔던 설 회장과 선영씨는 학창시절부터 오랜기간 만남을 가졌다. 윤호(30)와 혜정(25)씨 등 1남1녀를 뒀다. 장녀 명옥씨는 정수창 전 두산그룹 회장 가문의 소개로 71년 김우기(63) 서울대 의대 교수와 결혼했다. 동철(33)과 승철(31)씨 등 2남을 뒀으며 장남은 의사, 차남은 대한제당에서 근무하고 있다. 차녀 영자씨는 고 설원량 회장의 친구인 정근모 명지대 총장의 중매로 차동완(58)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진영(28)씨와 종현(25)씨 1남1녀를 두고 있다. 3세들도 속속 가정을 꾸리고 있다.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의 장남인 설범 회장은 한연나씨와 결혼했으며, 장녀 경화씨도 차정하씨와 혼인을 치렀다. 양 고문의 장남 윤석씨는 지난해 6월 연세대 경영학과 동기생인 심현진(24)씨와 연애 결혼했다. 현진씨의 부친은 심광일(52)씨로 중견 건설업체인 석미건설을 경영하고 있다. 양 고문은 “오랫동안 연애를 한 데다 아들의 판단을 믿었다.”면서 “설 회장도 생전에 둘의 결혼을 허락한 만큼 일찍 결혼을 시켰다.”고 말했다. 설영자-차동완 교수 부부의 장녀 진영씨는 조현식(35) 한국타이어 부사장과 인연을 맺었다. 조 부사장은 조홍제 효성 창업주의 손자로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이다. 진영씨는 대한전선 3세 가운데 유일하게 재벌가(家)와 통혼했다. ●일찍 시작한 분가 설경동 가문의 기업 분가는 여느 재벌가(家)와 달리 일찍 시작됐다. 창업주 사후에 2세들의 분가가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인송은 생전에 대한방직과 대한산업 등을 계열분리시켰다.1960년 정치권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데다 가정불화마저 겹치면서 인송은 어쩔 수 없이 대한산업과 대한방직 등을 장남 원식에게 맡겨 2세 경영을 펼치도록 했다. 인송은 이후 대한전선과 대한제당을 중심으로 경영을 해오다가 72년 건강이 악화되면서 3남인 당시 설원량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토록 했다.74년 인송이 결국 타계하자 설 회장이 대한전선그룹을 이끌게 됐다. 대한전선은 88년에 또 한차례의 변화를 겪었다. 창업주 인송의 유지를 받들어 설원량 회장이 계열사인 대한제당을 분가시킨 것이다. 설 회장은 동생인 설원봉 회장이 대한제당에 입사한 이래 경영수업을 충실히 받아왔다고 보고, 대한제당 관련 주식을 설원봉 회장에게 모두 양도해 대한전선에서 완전 분리시켰다. 대한제당은 현재 식품소재사업과 레저, 외식업 등에 진출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송의 후계자 설원량 회장 고 설원량 회장 유족들은 지난해 9월 1355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상속세를 신고했다. 매출 2조원이 안되는 중견기업이 사상 최대 규모의 상속세를 자진 신고하자 고 설 회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상속이나 증여세를 덜 내기 위해 갖은 편법을 동원하는 다른 재벌가(家)와 비교하면 시사하는 바가 대단했다. 그는 평소 “기업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손님이 되어야지, 불청객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 한토막. 대한전선 본사와 각 공장 구내식당에서 제공되는 한 끼 밥값은 80원이다. 공짜로 주는 것이 낫겠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설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같이 정해졌다. 설 회장이 내 돈을 내고 밥을 먹어야 음식이 혹시라도 부실해지면 회사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고 해서 내린 조치였다. 설 회장 본인도 줄곧 구내식당을 이용했는데, 이 역시 회장이 자주 이용하면 음식에 좀 더 신경을 쓰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였다.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낸 것과 달리 설 회장은 부친인 설경동 회장 못지않은 ‘구두쇠’였다. 그는 양복을 한 벌 사면 소맷단이 해질 정도로 입었다. 식당에서 사용한 휴지는 잘 접어두었다가 화장실에서 다시 사용했다. 쉽게 쓰는 휴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가 베어지는가를 생각하면 아무리 사소한 휴지라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같은 성품 때문일까. 그는 4형제 가운데 부친으로부터 가장 많은 총애를 받았다. 설 회장이 미국 텍사스주립대로 유학갔을 때, 인송의 커다란 기쁨 가운데 하나가 아들의 편지를 받아보는 것이었다. 특히 인송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면서 설 회장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설 회장은 67년 대한전선 총무부장으로 입사했다. 인송은 설 회장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호된 경영자수업을 받도록 했다. 설 회장은 68년에 상무,70년엔 전무 등 주요 사업부 수장을 거치면서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72년 사실상 경영 대권을 이어받은 설 회장은 견실한 전선사업과 가전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70년대 중반 2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로 대한전선을 키웠다. 후계자로서 연착륙했다는 주변의 평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대한전선과 금성사(현 LG전자)가 선점한 가전시장에 삼성전자가 후발업체로 뛰어들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70년대 후반부터 덩치에 밀린 대한전선은 자금난으로 갈수록 어려워졌다. 설 회장은 “사업을 하면서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은 적이 없다.”고 토로할 정도로 힘든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부친의 유업을 일순간에 포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젊은 기업가로서 그간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고 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고 했다. 대한전선 가전사업에 관심이 컸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당시 “가전사업이 어려우면 언제라도 대우에 협력제의를 해달라.”는 의중을 넌지시 전해왔다.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며, 혼자서 시간을 보내던 설 회장은 83년 3월 그룹 임직원들에게 가전부문 매각을 발표했다, 매각 금액은 2억달러 규모로 당시엔 그야말로 빅딜이었다. 가전사업과 생산직원 모두 대우로 넘어갔다. 대우그룹으로 바꿔타는 직원이 무려 6000여명. 대한전선에 남는 인원은 3000명 남짓이었다.24개 계열사 중 10개사가 대우에 속하게 됐으며, 남은 계열사는 통폐합 절차를 거쳐 7개사로 줄었다. ●‘풍운아’ 설원식 대한방직 회장 설원식 전 대한방직 명예회장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50년대 국내 대표적인 재벌가(家)의 장남이었지만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뒤,55년부터 5년간 중앙대 문과대에서 강사(서양학)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그는 1960년 대한방직과 대한전선 사장직에 갑자기 취임했다. 이후 3년간이나 부친인 인송과 재산 다툼을 벌였지만 그는 결국 법적으로 대한방직과 대한산업을 옛 대한그룹에서 떼어내는데 성공했다. 설 전 회장은 70년대 대한종합개발을 설립해 건설업에 진출했으며, 아세아종합금융을 세워 금융업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업 진출은 그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었다. 그는 아세아종금 주가가 폭락하면서 퇴출위기에 몰리자 주식시세를 조종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아세아종금은 이후 진승현씨에게 인수돼 한스종금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훗날 ‘진승현 게이트’로 불거졌다. 설 전 명예회장은 98년 장남인 설범 회장에게 대한방직 경영권을 물려주며 현장에서 물러났다. 차남인 설원철 전 대한방직 고문의 이력도 형에 못지않다. 그는 일본 게이오대 법대와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그는 부친의 기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의 뜻을 펼쳤다. 그는 대한무역진흥공사에 입사해 조사부 부장과 샌프란시스코 무역관 관장을 거쳤다.91년엔 형인 설원식 전 회장에 이어 대한방직과 대한산업 사장에 올랐다.2년 후에 고문직으로 물러났다. ●‘3무 경영’ 설원봉 회장 설원봉 대한제당 회장은 연세대 법대와 미국 브루클린 공대대학원을 거쳐 1976년 대한전선 종합조정실 이사로 경영에 첫 발을 내디뎠다.83년 대한제당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88년엔 형으로부터 대한제당을 물려받았다. 그는 형과 달리 부드럽다는 평이다. 그러나 나서기를 꺼려하는 것은 다른 형들과 똑같다. 재계에서 친한 인사로는 경기고 동기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꼽을 수 있다. 설 회장은 현장과 인재 관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외환위기 극복에서 잘 드러났다. 당시 국제 원자재값 급등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 설 회장은 직원들의 신뢰속에 감원과 임금 삭감, 노사분규 없이 힘든 시기를 헤쳐왔다.‘무감원, 무감봉, 무분규’라는 대한제당 특유의 ‘3무(無) 경영’은 이렇게 나오게 됐다. 대한제당은 현재 의약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그룹 나침반 임종욱 사장 대한전선의 대표 최고경영자(CEO)인 임종욱(57) 사장은 서울생으로 선린상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95년 회장 비서실장에 임명된 이후 9년간 설원량 회장의 경영 방침과 철학을 받들어 회사경영 전반에 대해 실무관리를 해오고 있다.97년 외환위기 때에는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3배 이상 끌어올렸다. 무주리조트와 쌍방울 인수, 진로채권 투자에 나서는 등 사업다각화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임 사장은 설 회장이 타계한 이후 회사 경영의 나침반으로서 차세대 ‘먹을 거리’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golders@seoul.co.kr ■ 미망인이 본 故설원량 회장 “그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예요. 자기 자신에게 너무 엄격했어요. 자제심도 대단했고요. 남편을 사회와 일에 빼앗겼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평생 일만 하다 간 분이에요. 그림이나 음악에도 대단히 조예가 깊었는데….” 양귀애 고문은 남편인 고 설원량 회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아직도 감정이 남아있는 듯 설 회장을 언급할 때는 대단히 조심스러웠다. 설 회장은 지난해 3월 뇌출혈로 쓰러져 갑작스럽게 타계했다. “아직도 설 회장 사진을 안봐요.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남편 사진들을 다 치웠어요. 감정이 많이 정리가 됐다고 해도 가끔은 가슴이 휑해요. 유품을 정리하는데 옷가지들이 너무 낡았더라고요. 대기업 회장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와이셔츠 소매는 다 헐었고, 구두는 신기 민망한 수준이었어요.” 그는 일만 했던 남편이 썩 재밌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둘만의 데이트는 자주 했다고 했다.“설 회장은 사업이 꼬이거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면 어김없이 저를 불러요. 옆에 있어달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한동안 생각만 해요. 그 때는 옆에서 말 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서, 그래서 저를 불렀던 것 같아요. 덕분에 둘이서 남산을 자주 산책했고, 가끔은 골프도 둘이서만 치고 다녔답니다.” 그는 불임으로 꽤 고생했다. 장남인 설윤석 과장을 결혼 12년차에 가질 정도였다.“시댁식구들 눈치 많이 봤죠. 재벌가(家)로 시집와서 12년간 애기가 없었으니 얼마나 말들이 많았겠어요. 그때마다 남편이 바람막이가 돼 줬습니다. 참 고마웠죠.” 양 고문은 시아버지인 인송 설경동 회장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아버님이 저를 특히 예쁘게 보셨어요. 항상 자신 옆에 자리를 마련해주시고, 외출을 하면 꼭 저를 데리고 다니며, 같이 사진도 찍고 그랬어요. 한복입은 모습이 예쁘다고 해서 신혼 초에는 한복만 입은 적도 있었습니다.” 설 회장은 자식을 엄하게 대했다고 한다.“남편은 아들들에게 절대 용돈을 풍족하게 주지 않았습니다. 수입도 없는 애들이 돈 쓰는 버릇부터 들이면 안된다는 것이었죠. 비행기를 탈 때도 애들은 항상 이코노미석이었습니다.” 양 고문은 지금까지 남편 뒷바라지와 자식 교육에 자신의 전부를 쏟았지만 앞으로는 나를 위해 살고 싶다고 했다. 특히 시아버지와 남편이 일군 대한전선을 제대로 키워보겠다고 했다. 한편 그는 큰 오빠인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의 근황과 관련,“건강하시고 친구들을 만나 소일하신다.”면서 “(국제그룹 해체로) 당시엔 심리적인 타격이 컸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잊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golders@seoul.co.kr ■ 막오른 3세 경영 인송 설경동(작고) 회장이 창업한 대한전선과 대한제당, 대한방직 등은 모두 3세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3세가 최고경영자(CEO)로 전면에 나서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제 실무부서에 배치돼 첫 걸음마를 시작한 곳도 있다. 가장 빨리 ‘세대교체’가 이뤄진 곳은 대한방직. 설경동가(家)의 장손인 설범(47) 회장이 1998년 대한방직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함으로써 설씨가(家)의 3세 경영을 알렸다. 그는 85년 대한방직 이사로 출발해 91년 상무,95년 부사장,96년 대표이사 사장 등을 맡으며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설 회장은 2001년 한스종금 불법대출 사건에 연루되면서 ‘그만두라.’는 소액주주들과 주총에서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등 한차례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주변에선 설 회장을 소탈하고 온화하다고 평한다. 집안 가풍대로 보수적이며, 사업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스타일이다. 업계에서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유명하다. 배재고와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더 뷰크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지난해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학업과 경영수업을 동시에 했던 장남 설윤석(24)씨는 올 들어 경영전략팀 과장으로서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을 쌓고 있다. 그는 대한전선의 최대주주인 삼양금속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선 설 과장의 나이가 아직 어린 데다 모친인 양귀애 고문이 후견인으로 나서는 만큼 급하게 경영 대권을 잇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종욱 대한전선 사장이 전문경영인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어 후계자 교육에 더욱 치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 고문은 “설 과장의 진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승진이나 유학 등은 상황에 따라 이뤄질 것이에요.”라고 했다. 동생인 윤성(21)씨는 중학교 3년때 미국으로 유학가 현재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을 다니고 있다. 설원봉 대한제당 회장의 장남인 윤호(30)씨는 경영 대권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는 2000년 6월에 입사해 현재 제당식품사업부를 책임지는 전무로 일하고 있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매우 꺼린다. 설 전무는 경기고와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의정 포커스] “KTX 영등포 정차하면 1년 1조1천억 得”

    [의정 포커스] “KTX 영등포 정차하면 1년 1조1천억 得”

    “KTX를 멈추게 하라.” 고속철도의 영등포역 정차를 위해 전면에 나선 서울 영등포구의회(의장 조길형)가 이를 관철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굳히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수도이전 논의가 한창일 무렵 서울시의회가 반대의 선봉에 선 것과 닮았다는 평가다. ●“하루 27만여명 오가는 교통요충지” 의원들은 “기존 새마을호 등 대부분의 열차들이 영등포역에 정차할 정도로 영등포역은 교통요충지로서의 중요성은 이미 입증됐는데, 왜 KTX만 안된다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영등포역 정차 가능성을 밝힌 데다, 경기도민들의 거센 반발을 감안할 때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이 지난달 말 “영등포역 정차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말로 구민들의 여망에 찬물을 끼얹어 마침표를 찍으려는 구의회의 운동은 다시 불이 붙었다. 서울역과 가깝다는 근거를 들어 지역이기주의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이들은 “하루에 지하철 25만명, 국철 2만 5000명이 오가는 역세권”이라고 강조한다.KTX 무정차로 서울은 물론 경기도 부천·안양시 등을 포함해 영등포역을 생활권에 둔 1000만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광명역에 정차하도록 1차 결정한 게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등으로 돌아선 경기도 민심을 되돌리려는 정치적 배경에서 나왔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이미 수십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도 적자가 예상되는 마당에 광명역에 추가로 투자해야 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인 여의도와 가깝다는 사실도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는 영등포역에 정차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의회는 KTX의 영등포역 정차로 얻는 직·간접적인 이익을 교통 전문가인 한양대 원제무·계명대 정병두 교수를 필두로 한 연구진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를 들어 건설교통부를 비롯한 정부·여당을 설득하고 있다. ●타당성 용역 결과 내세워 건교부등 설득 이 조사에 따르면 그 효과는 연간 1조 1565억원에 이른다. 하루 고속철 이용자는 경부선 188명, 호남선 282명 등 2170명이 추가로 늘어난다. 이를 출발 지역별로 보면 서울 461명, 인천 777명, 경기도 932명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수입은 연간 457억 6300만원이었다. 이용자로 따지면 광명역 정차와 비교할 때 평균 4분 정도의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 2094만원, 연간 76억 4000만원이라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또 기존 광명역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시 2543억원을 추가로 쏟아넣어야 하는데, 이중으로 지출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과의 연계성이 높아져 한국을 오가는 외국인들에게 편의제공 등 간접효과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구의회가 홈페이지(http://www.ydpc.go.kr)에 마련한 서명란엔 14일 현재 700여명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미국의 홀리데이 쇼핑족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미국의 홀리데이 쇼핑족

    “크리스마스 선물은 일찍 사둬야 혼잡도 피하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죠.” 14일(현지시간) 저녁 6시. 평일 저녁이었지만 미국 버지니아주에 자리잡은 대형 쇼핑센터 ‘페어옥스 몰’은 조기 쇼핑객들로 붐볐다. 메이시 백화점 앞에서 만난 주부 카르멘은 남편과 아들, 딸, 부모, 형제에게 줄 선물을 가득 담은 큰 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카르멘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수록 쇼핑객이 늘기 때문에 미리 쇼핑을 했다.”면서 “선물을 줄 사람이 많아 충분한 쇼핑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르멘은 지난해에 비해 쇼핑에 지출한 돈이 늘었다면서 “선물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올해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은 여느해보다 일찍 시작됐다. 예년에는 추수감사절을 앞둔 11월 중순부터 크리스마스 때까지가 ‘대목’이었지만, 올해는 가을이 채 무르익기도 전인 핼러윈데이(10월말)부터 라디오와 TV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미 전역의 쇼핑센터들은 대대적인 할인을 시작했으며, 미 정부도 지난달 추수감사절(24일)을 앞두고 “칠면조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발표하는 등 소비 진작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올해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뛰어오른 데다 미 전역에 한파가 예고돼 난방비 증가가 선물 구입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던 것이다. 기업과 미디어, 정부가 함께 밀어붙여 11월 미국의 소매 매출은 간신히 지난해보다 0.3%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예상 매출증가치는 0.4%였다. 따라서 미국인들이 생각만큼 지갑을 열지 않은 것이다. 12월로 들어서면서 크리스마스 쇼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쇼핑센터들은 대부분 영업 시간을 1∼2시간씩 연장하고 있다. 페어팩스에 사는 고등학생 앤드루 버노도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소비를 늘리는데 작은 기여를 했다. 버노는 13살인 여동생을 위해 램프를,8살인 남동생을 위해서는 전자퀴즈기를 선물로 샀다. 올해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가족의 선물을 샀기 때문에 부모의 용돈으로 쇼핑했던 지난해보다 조금 마음 편하게 쇼핑을 했다고 버노는 말했다. 20대 여성인 마리아 파체코는 조카들을 위해 인형과 옷을 샀다. 파체코는 “연말에 가족들 선물을 살 수 있는 것이 큰 기쁨”이라면서 “그러나 선물에 지출하는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쇼핑몰에서 일하는 폴라 프리토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준 것 같지는 않지만, 쇼핑객들이 선물을 고르는데 좀더 신중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토는 즐거운 연말 쇼핑을 위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남보다 일찍 시작하면 선택의 범위가 넓은데다, 할인 혜택도 다양하고 ▲그것이 어려우면 많은 사람과 길다란 줄에 대한 참을성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따금씩 마음에 드는 물건이 좋은 가격에 나와있는 것을 보고도 계산대에서 5분을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그냥 가는 손님도 있다고 프리토는 말했다. dawn@seoul.co.kr ■ 대세는 디지털… “지갑 열기 두렵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정보통신(IT)시대의 쇼핑은 디지털 백화점에서” 올해 백화점 등 쇼핑센터들이 매출을 올리는데 애를 먹는 것과 달리 IT 관련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체인점 베스트바이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 전문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베스트바이의 지난 3·4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0%나 올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저녁 9시10분. 늦은 시간이었지만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위치한 베스트바이 매장 앞 주차장은 빈 곳을 찾기 어려웠다. 매장에서 만난 앨런 테일러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사주러 나왔다고 했다. 아들은 노트북 컴퓨터와 디지털카메라 진열대를 돌며 신제품들을 만지작거렸지만, 테일러는 집에 있는 게임기에 맞는 새 게임 소프트웨어 두개를 집어들었다. 테일러는 “남자 아이들에게는 스포츠 용구, 여자 아이들에게는 인형을 사주면 최고였다는데, 요즘은 요구하는 선물이 달라진 것 같다.”며 “아이들이 원하는 디지털 제품을 다 사주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매장에서 쇼핑객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고화질 대형 TV와 컴퓨터게임 진열대.PDP,LCD,DLP 등 고화질 디지털TV가 있는 곳에는 중년 남성이, 게임을 파는 진열대에는 젊은층이 많았다. 또 비디오가 재생되는 애플의 아이포드 등 MP3플레이어 판매대에도 젊은 쇼핑객이 끊이지 않았다. 쇼핑객들이 알아서 오기 때문에 베스트바이에는 다른 쇼핑점들과 달리 할인 표시가 보이지 않았다. 베스트바이측은 “매장에서는 특별히 세일을 하지 않으며, 인터넷 사이트에서만 잠깐씩 세일을 한다.”고 밝혔다. dawn@seoul.co.kr ■ “선물용 책 면면 보면 美 사회상이 한눈에”|워싱턴 이도운특파원|“홀리데이 시즌에 팔리는 책을 보면 미국 사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자리한 ‘북 마켓’의 매니저 안드레 로버츠는 “해마다 선물용 책을 고르는 취향이 달라지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책은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선물 가운데 하나다. 로버츠는 올해의 두드러진 서적 구매 흐름은 ▲‘하우 투(How To·초보자 교육용)’ 서적들과 ▲어린이용 성경 ▲노인 웰빙 관련 책이 많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츠가 전하는 미국인들의 올해 책 구매 취향. ‘하우 투’ 서적들은 ‘바보가 ∼배우기’,‘오늘 시작하는 ∼’등의 제목으로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그 중 ‘이력서 쓰는 법’,‘이베이에서 창업하기’,‘내스카(미 자동차경주) 즐기는 법’,‘무술 입문’ 등이 잘 나간다. 직업 이동이 빨라지고 문화·스포츠와 관련한 욕구가 다양해진 사회 현상을 보여준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용 성경’은 선물용으로 인기가 매우 높다. 어린이용 성경은 창세기편의 ‘태초에… 천국(Heaven)과 땅(Earth)을 창조했다.”는 대목을 “하늘(Sky)과 땅”으로 바꾸는 등 어린이가 이해하기 쉬운 개념을 많이 쓰고 ‘Thy(너의)’ 등 고어를 ‘Your’등 현대어로 바꿨다. 웰빙 관련 서적은 지난해까지 인기가 좋았던 요가 대신 여행관련 책들이 잘 팔린다.2차대전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은퇴후 지낼 최고의 도시’,‘은퇴후 최고의 여행지’ 등 돈 많고 건강한 그들을 겨냥한 책들이 많이 나간다. 어린이 건강에 대한 관심도 커져 ‘어린이 암 예방’이라는 책이 잘 팔린다.‘공포와 걱정, 스트레스와 싸우는 법’도 재고가 없을 정도다. 선물용 책은 성·연령별로 차이가 있다. 요리책은 남성(남편)이 여성(아내)에게 선물한다. 건강을 중시하는 시대를 반영하듯 ‘저칼로리 식단’이나 ‘상큼한 샐러드 만들기’ 등이 인기가 있다.‘와인 고르기’는 스테디셀러다. 10대 소녀에게는 동물 사진첩을, 소년에게는 사전을 많이 선물하며, 천문학 관련 서적을 고르는 부모도 있다. 3∼4세,5∼7세 어린이를 위해서는 ABC 배우기, 색깔 구별하기 등 교육 관련 서적이 주를 이룬다. 젊은 남성들은 스포츠 관련 화보집을 많이 사간다. 가장 잘 팔리는 화보집의 주인공은 내스카 스타 제프 고든이다. 젊은 여성들은 멋진 풍경이나 인물을 담은 사진집을 커피 테이블 장식용으로 곧잘 구입한다. 뜨개질과 바느질 관련 책을 찾는 여성도 꾸준하다. 설은 스릴러와 로맨스가 시대를 초월한 스테디셀러. 달력도 연말에 빠질 수 없는 인기 품목이다. dawn@seoul.co.kr
  • ‘30대 여류’ 틀 깬 실험소설

    김재영(39)과 김록(37). 이번주 나란히 첫번째 소설책을 낸 신인 여성작가다. 두 사람에게 남다른 관심이 쏠리는 건 소재 선택이나 주제의식, 소설작법 등이 흔히 ‘30대 여성작가’라는 타이틀에서 연상되는 일정한 틀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늦은 나이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세계관과 스타일을 당당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김재영의 첫 소설집 ‘코끼리’(실천문학사)는 외국인 노동자, 도시 빈민 등 소외 계층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2000년 ‘내일을 여는 작가’신인상으로 데뷔한 이후 5년간 발표한 단편 10편을 묶었다.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표제작 ‘코끼리’는 작가의 문학적 관심사가 어디를 향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나’는 네팔인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열세살 소년이다. 아버지는 ‘땀과 화약약품과 욕설’에 찌들어 십수년을 보냈지만 돼지 축사 같은 쪽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때 병든 아버지의 이마를 따뜻한 손길로 짚어주던 어머니는 지긋지긋한 가난을 피해 도망을 쳤다. 혼인신고를 못한 부모 덕에 ‘나’는 ‘살아 있지만 태어난 적이 없다고 되어 있는 아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코리안 드림은 ‘외’(소용돌이를 뜻하는 미얀마어)다. 허우적거릴수록 빠져드는 ‘외’처럼 천박한 자본주의는 그들의 손가락뿐만 아니라 희망의 싹마저 싹뚝 잘라버린다. 발로 뛴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는 이 작품은 국내 문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문제소설’과 작가들이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에 선정됐다. 소설집에는 이밖에 러시아 무용수 쏘냐를 주인공으로 한 ‘아홉개의 푸른 쏘냐’와 중산층 소시민의 속물성을 드러낸 ‘자정의 불빛’ 등이 실렸다.9000원. 시집 ‘광기의 다이아몬드’를 낸 시인 김록의 첫 장편소설 ‘악담’(열림원)은 일반적인 소설의 서사 구조와 문체의 틀에서 자유롭다. 때로 자유로움을 넘어 극단으로 치닫는다. 문학평론가 성민엽이 ‘과잉의 미학’이라고 지적하는 이러한 특징은 아무 사전 지식 없이 책장을 넘기는 독자들을 일순 당혹시킨다. 먼저 ‘악담’에는 기승전결을 갖춘 뚜렷한 스토리가 없다.9개의 장과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이루어진 소설은 종잡을 수 없는 회상과 연상, 꿈으로 이어지는 무의식의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시를 쓰는 독신여성이다. 어느 봄날 ‘나’는 혼자 영화를 보고 난 뒤 카페에서 ‘그’를 만난다.2월 초순 ‘뮤즈 클럽’의 시낭송회에 참석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고, 그 다음날 친구 ‘목이’와 여행을 다녀온다. 얼마 후 예술의거리 ‘땅땅’에서 열리는 시낭송회에 참가했다가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그’를 만난다. 이들 각각의 에피소드 사이에 특별한 연관성이나 인과관계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탈문법적인 문장이나 표현도 잦다. 의도적으로 구사되는 비문이나 부적절한 호응 관계 등은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어느 정도 익숙한 단계에 이르면 작가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받아들이게 된다.“김록의 소설이 보여주는 과잉의 미학은 한국어로 쓰인 소설의 역사에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성민엽).95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난 판타지에 빠졌어

    난 판타지에 빠졌어

    아직도 만화를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다. 만화는 이제 어두침침한 골방을 떠나 당당히 문화 예술 장르로 대접받고 있다. 특히 여성을 겨냥한 것으로 여겨졌던 순정 만화의 변화는 놀랍다. 최근 판타지와 결합,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 내며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게임 소재로 퓨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겨울, 순정 판타지에 빠지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신일숙),‘별빛 속에’(강경옥),‘불의 검’(김혜린),‘바람의 나라’(김진),‘레드문’(황미나)…. 국내 만화 팬들이라면 제목만 들어도, 작가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작품들이다. 여성 팬뿐만 아니라 남성 팬들도 다수 거느리고 있다. 내용과 스타일, 스케일에서 ‘여성들만 보는 것’이라고 치부됐던 순정 만화의 테두리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순정 판타지의 걸작들과 깊게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경기도 부천만화정보센터는 지난 8일부터 부천종합운동장 내에 위치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폴 인 판타지’ 전시회를 열고 있다.‘만화 온라인 모험기’,‘만화방 명작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내년 2월26일까지 약 3개월 동안 국내 만화팬들의 발길을 유혹하게 된다. 부천만화정보센터 홍보담당 최미영씨는 “당초 순정만화 장르 전체를 다루려고 했으나 50여 년이 넘는 국내 순정 만화 역사 속에서 완성도 높은 다섯 작품을 집중조명하는 것이 이 장르의 변천사를 다각도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시회 취지를 설명했다.500평가량의 박물관 내에 약 50평을 할애한 공간에 꾸며진 이번 전시회는 단순하게 그동안 발간됐던 관련 책들을 보여주는 차원이 아니다. 작가들의 펜터치와 화이트, 지우개 자국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원화에서부터 작품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에 색깔을 입힌 수많은 일러스트가 전시돼 눈길을 끈다. 또 초기 발행된 단행본부터 최근 새로 단장된 애장판까지 66권 분량 책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 다섯 명이 각자 작품 세계 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인터뷰 동영상도 볼거리이다. 전시회만 구경하고 가는 것은 아쉬울 듯.2001년 말 개장했던 박물관의 상설 전시 자료를 음미하는 것도 시간가는 줄 모르는 재미이다. 한국 만화를 연대기, 장르별로 분류해 놓고 있다. 특히 희귀 만화는 어른들도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자료다. 직접 만화 그리기를 체험할 수도 있으며,3D 애니메이션 상영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관람시간은 매주 화∼일요일(월요일 휴무) 오전 10시∼오후 5시이고, 유료 입장이다. 문의 (032)320-3745. 부천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순정만화 5인5색 # 아르미안의 네 딸들 고대 갈데아 지방에 있는 가상의 나라 ‘아르미안’을 배경으로 네 명의 공주들이 겪는 파란만장한 운명을 그리고 있다.‘아르미안’은 아마존 신화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대대로 여왕이 통치하며 여성 문화가 발달한 나라로, 극중 ‘페르시아’와 대조된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적절히 변형돼 재창조됐다.신일숙 작가의 또 다른 걸작으로는 ‘리니지’가 있다. 애장본 14권 완간. # 별빛 속에 국내 최초로 SF판타지와 순정이 결합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천문학자의 딸로 우주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는 여고생이 자신이 별나라 왕녀였다는 비밀을 알게 되고, 그녀를 여왕으로 추대하려는 세력과 반대파의 다툼에 휘말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강경옥 작가는 빼어난 캐릭터의 심리와 우주 묘사 등으로 고유 스타일을 창조해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애장본 8권 완간. # 불의 검 역사 판타지물이다. 특히 이 작품은 최근 뮤지컬로 제작돼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고대 북만주를 배경으로, 청동기 문화를 지닌 ‘아무르’와 철기 문화가 발달한 ‘카르마키’와의 처절한 전쟁 이야기가 여주인공 아라의 애틋한 사랑과 버무려지며 큰 인기를 끌었다.김혜린 작가는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진 ‘비천무’나 ‘북해의 별’ 등으로도 유명하다. 단행본 12권 완간. # 바람의 나라 김종학프로덕션의 프로젝트 ‘태왕사신기’와 표절 시비가 이는 등 화제를 모았던 김진 작가의 작품. 고구려 초 역사를 재구성한 역사판타지다. 낙랑을 정벌하고 중국 한나라와 전쟁을 벌였던 무휼왕(대무신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리왕-무휼왕-호동 왕자 등 미묘한 권력 관계와 함께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 등의 사랑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현재 단행본으로 22권까지 발간됐다. # 레드문 로맨스, 무협, 역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품을 내놓고, 또 남·녀를 초월한 다양한 계층에서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 황미나 작가가 그렸다.SF판타지다. 시그너스 행성의 태양(구원자)이지만, 반란 세력에 쫓겨 지구로 오게 된 필라르가 윤태영이라는 소년의 육체를 빌려 살아가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필라르는 결국 시그너스로 돌아가지만, 그의 동생 아즐라를 위해 희생되는 운명을 맞는다. 역시 게임으로 만들어 졌다. 애장본 12권 완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킹콩’ 블록버스터에 갇힌 그의 우수

    ‘킹콩’ 블록버스터에 갇힌 그의 우수

    할리우드 SF블록버스터의 ‘갈라(Gala)쇼’ 버전.14일 전세계 동시개봉한 피터 잭슨 감독의 세계적 화제작 ‘킹콩’(King Kong)에는 이런 20자평이 제격이다. 장대한 스케일,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가 압권인 기술력, 코미디의 여유까지 가미된 영화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쥬라기 공원’‘우주전쟁’‘죠스’‘ET’‘인디아나 존스’ 등 갖가지 기억나는 할리우드 대작들의 풍미를 두루두루 맛보게 하는 영화이다. ‘반지의 제왕’시리즈로 세계적 흥행감독군에서도 선두에 선 뉴질랜드 출신의 잭슨 감독은, 아홉살 때 1933년에 제작된 ‘킹콩’을 흑백 TV로 보면서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착수하기 전에 이미 시나리오를 써놨을 만큼 ‘킹콩’에 대한 애착은 대단했다. 엄청난 덩치의 영화는 예상밖으로 가벼운 몸놀림으로 초반부를 채운다. 무모할 만큼 열정이 넘치는 영화감독 덴햄(잭 블랙)이 여주인공 캐스팅이 여의치 않자 길거리 캐스팅에 나선다. 극적으로 미모의 희극배우 앤 대로우(나오미 왓츠)를 발탁해 지도에도 없는 해골섬을 찾아 촬영행군을 감행하기까지의 도입부는 미끄러지듯 산뜻한 느낌으로 속도감을 낸다. 사투를 벌일 모험극을 예감케 하면서도 유머로 능청을 부리는 여유가 이 블록버스터의 장기. 거대선박이 해골섬을 향하기 무섭게 화면을 ‘로맨틱 모드’로 전환하는 것도 블록버스터 특유의 중압감을 털어내게 하는 장치로 읽힌다. 덴햄의 술수로 얼떨결에 배에 갇힌 시나리오 작가 잭(애드리언 브로디)은 첫눈에 앤과 사랑의 감정을 확인한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3시간. 블록버스터치고는 범상찮은 속도감을 자랑하던 영화는 그러나 재빠른 몸짓을 그다지 오래 유지하진 못한다. 수억만년전 고대 정글의 신비가 살아숨쉬는 미지의 해골섬에 도달하는 ‘본론’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은 꼬박 1시간을 고만고만한 에피소드들로 견뎌야 한다. 원주민들에게 붙잡혀 킹콩의 제물로 바쳐진 앤, 그녀에게 매혹된 킹콩의 감정을 확인하는 대목까지는 다시 30분여를 더 기다려야 한다. ‘블록버스터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에 설핏설핏 여러 장르의 묘미를 섞어넣는 기지도 발휘했다. 예컨대, 어둡게 가라앉은 화면으로 해골섬에 도착하는 지점에는 이전의 유머나 여유는 간곳없이 스릴러 영화로 감쪽같이 분위기 반전하기도 한다. 60년이 넘은 고전의 리메이크 버전에서 감독은 팬터지를 시각적으로 충족시키는 데 전력투구한 듯하다.2억 700만달러라는 천문학적 제작비가 필요했으리란 동의를 얻어낼 만큼 영화는 ‘테크닉’의 결정판이다. 공룡들끼리의 격투, 잭이 공룡떼의 질주하는 다리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달리는 장면 등은 기술의 승리 그 자체. 오락물의 완벽한 조건을 갖춘 듯하나, 감독의 욕심은 과했다 싶다.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를 3시간이나 끌어가는 감독의 장광설은 좀 부담스럽다. 보이지 않는 대상(CG 킹콩)을 상대로 구사하는 나오미 왓츠의 감정연기는 그녀의 전작들이 새삼 보고 싶을 만큼 탁월하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표정 영화 ‘킹콩’에서 킹콩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영화의 ‘모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특수효과를 이 영화에 적용했다. 킹콩이 주로 활약하는 해골섬에 동원된 미니어처만 2500여개. 영화 시작 1시간30분만에 등장하는 킹콩의 사실적인 모습은 압권이다. 실제 고릴라를 본떠 조각가들이 입체감나게 피부를 입히는 등 킹콩의 미니어처를 만든 게 기초작업. 미니어처의 몸이나 얼굴에 근육조직을 입히고 털로 뒤덮는 특수효과 작업을 거친 다음, 사람의 실제 동선을 빌려와 그래픽 처리하는 ‘모션 캡처’기술을 입혔다. 이 작업의 수훈감은 배우 앤디 서키스.‘반지의 제왕’의 골룸 동작연기를 책임졌던 그가 야생 고릴라의 몸짓은 물론 울음소리까지 표현해냈다. 미녀 ‘앤’ 앞에 선 킹콩이 진짜 인간처럼 수줍은 표정이나 몸짓을 구사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치밀한 사전작업의 결실인 셈이다. 이렇게 해서 주인공으로 스크린을 장악한 킹콩은 키 7.6m에 몸무게 3.6t 킹콩의 실재감을 살려낸 화면들에선 어쩔 수 없이 할리우드의 위력을 인정하게 된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롯데월드 파라오의 보물을 찾아라

    롯데월드 파라오의 보물을 찾아라

    롯데월드가 드디어 파라오의 분노라는 새로운 놀이시설을 오픈한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고 엄청난 놀이기구이기에 ‘5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돈이 들었네.’ ‘10년 동안 기획하고 4년 동안 공사를 했네.’라는 여러 소문이 떠돌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공식오픈 전에 롯데월드로 달려가 체험해봤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롯데월드가 변했어요 최근 롯데월드를 가본 사람 중에 눈치가 빠른 사람은 롯데월드의 스카이라인이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쪽에 갑자기 나타난 황금색의 성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곳이 파라오의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출발점이다. 어드벤처 4층부터 6층까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는 파라오의 분노로 인해 롯데월드가 새롭게 보인다. ●박물관이 따로 없네 입구에 살짝 들어갔다. 처음 맞이하는 것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스핑크스.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무려 1㎞에 달하는 줄서는 곳은 흡사 이집트 피라미드에 들어선 듯하다. 벽에는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유명 벽화들이 수작업으로 그려져 있고, 곳곳에는 이집트를 상징하는 스핑크스를 비롯해, 지하 묘지를 지키는 아누비스 신상, 파라오의 황금 조각상, 미라의 관 등 1000여점의 흉상 및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굳이 이집트를 가지 않고도 다양한 이집트의 건축과 풍물을 체험할 수 있어 기다리는 시간의 지루함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6세대 멀티모션 다크라이더 ‘그런데 도대체 어디가 타는 곳이야.’라는 생각을 할 때쯤 커다란 파라오의 관을 열고 들어서니 탑승장이 나온다.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쿠구쿵 부왕∼’하고 8인승 지프가 달려온다. 마치 장갑차를 연상케 하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파라오의 보물을 찾으러 떠났다.‘6세대 멀티모션 다크라이더’란 설명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 지프가 미끄러지듯 출발하자 하얀 연기와 함께 커다란 금단의 벽이 열리며,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지프가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채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당하는 일격,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위협하는 커다란 이무기와 회오리가 세차게 불어댄다. 차의 움직임도 진짜 지프와 같은 느낌을 주고 회오리 바람 등 특수효과가 여태까지의 놀이기구들의 느낌을 확실하게 뛰어넘는다. 죽은 탐험가들의 뼈들이 곳곳에 널려 있어 동굴을 지날 때마다 차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동물들의 울음소리, 괴물들의 괴성은 두려움에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 ●세계 최고의 다크라이더 정말 말이 안 나온다.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일본의 디즈니랜드 시보다 한수 위임이 분명하다. 죽음의 화신이 내뿜는 스모킹 링(Smoking Ring)에는 숨이 막힌다. 벽면으로는 수백마리의 거미 떼가 지나간다. 이때 무엇인가 내 얼굴을 스치며 허벅지를 만진다.“뭐얏!”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허벅지를 털어냈다.“이게 티클러예요.” 옆에서 웃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바람과 천으로 다리에 무엇인가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장치에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뒤이어 수십개의 독화살과 괴물들과 뱀들의 공격이 16채널의 음향효과와 스모그, 조명 등으로 마치 실제상황인 듯 시작된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흔들리고 소리 지르고, 무엇인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고…. 그런데 갑자기 뜨거운 열기가 확 덮쳐온다. 강렬한 불길에 휩싸인 거대한 불덩이가 동굴 위에서 지프를 향해 다가온다. 지프가 갑자기 어둠 속으로 추락한다. 비명이 터져나왔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격고 도착한 곳이 파라오의 보물 창고. 대형 파라오의 흉상이 무서운 레이저 빛을 쏘아대며 엄청난 소리와 함께 자신의 구역에 도착한 낯선 이방인을 공격한다. 이때 지축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벽과 천장이 무너진다.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였다.‘구르릉 쾅’ 소리를 내며 무섭게 전체가 무너지는 곳을 지프가 내달린다. 탑승장에 도착해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자이로드롭처럼 짜릿하지는 않지만 재미와 스릴이 적당하게 합쳐진 놀이기구였다.21개 장면의 특수효과와 음향 등 정말 최첨단 놀이기구라는 설명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롯데월드의 새로운 명물이 탄생했음을 느꼈다. 파라오의 분노는 큐패스(놀이기구 시간예약제)를 실시한다. 롯데월드에 도착하자마자 큐패스로 예약은 필수. www.lotteworld.com,(02)411-2000.
  • 갈곳없는 美軍사격장

    정부가 주한미군에 약속한 공대지사격장을 확보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폐쇄된 경기 매향리 쿠니사격장 대신 전북 군산의 직도사격장과 강원 영월의 필승사격장을 주한미군과 우리 공군이 함께 활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쿠니사격장 폐쇄 이후 공대지사격 훈련량을 채우지 못한 주한미군 조종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진급을 앞둔 상당수의 미군 조종사들은 비행 및 표적사격 훈련시간을 채우지 못해 미국 정부에 이의를 제기해 놓은 상태며 심지어 한국에서 근무하지 않겠다며 전출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가 직도사격장과 필승사격장을 한·미 공군이 함께 사용키로 하고 우리 공군과 미 공군이 8대2의 비율로 이용하고 있다. 미군측은 훈련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격장 이용 시간과 횟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어업권 확보와 소음 등을 이유로 훈련량 확대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할 묘안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께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모여 이 문제를 협의했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당분간 지역여론의 추이를 지켜 보자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격장 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해당지역 주민들과 환경·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워낙 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 일각에선 인공섬이나 해상플랜트를 설치해 해상사격장으로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천문학적인 설치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어업권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달 중 공대지사격장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해 주한미군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신뢰도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책꽂이]

    ●연리지가 있는 풍경(김종성 지음, 문이당 펴냄)환경과 생태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저자가 지난 10년간 꼼꼼한 자료수집과 분석을 거쳐 창작한 생태소설 6편을 묶었다.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고발한 표제작 등을 통해 인간이 자행한 자연 파괴행위를 고발한다.9500원. ●아나키스트(장석원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200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의 첫번째 시집. 서로 다른 세계관, 계급의식, 이데올로기들을 자유롭게 끌어들여 한데 뒤섞는 파격적 스타일이 인상적이다. 문학평론가 권혁웅은 “자기 안팎의 수많은 이질성을 통찰했던 김수영의 진정한 후계자 가운데 하나”라고 평했다.6000원. ●춘향이 살던 집에서, 구보씨 걷던 길까지(민족문학사연구소 엮음, 창비 펴냄)우리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의 고향과 작품의 무대를 직접 발로 뛰어 소개한 문학답사기. 고전문학, 현대문학, 동아시아에서의 한국 문학 흔적에 관한 열다섯편의 글을 실었다.2만 2000원. ●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임동확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한신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인 시인이 ‘처음 사랑을 느꼈다’에 이어 7년 만에 펴낸 여섯번째 시집. 등단 이후 줄곧 죽음과 고통의 서사화에 주력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단절을 넘어 긍정과 화해의 세계를 모색한다.7000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민승남 옮김, 민음사 펴냄)환상적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작품 세계로 ‘20세기 에드가 앨런 포’로 불리는 미국 여성 작가 하이스미스(1921∼1995)의 단편집.‘동물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골프 코스의 인어들’‘여성 혐오에 관한 짧은 이야기’등 4권 출간. 각권 1만원. ●이사도라 던컨(프레데릭 쿠데르크 지음, 박명숙 옮김, 현대문학 펴냄)‘맨발의 춤꾼’ 이사도라 덩컨의 자유분방한 예술혼과 사랑을 그린 전기소설. 갈채받는 천재 무용가 대신 사랑에 빠진 여인과 자식을 잃고 절규하는 어머니로서의 면모가 도드라진다.1만 2000원.
  • 반도체·휴대전화등 수출 비상

    반도체·휴대전화등 수출 비상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으로 인해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8일 파업으로 회사가 입는 하루 손실액이 253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운송수입 손실액(국내·국제여객운송과 화물운송) 200억원과 파업에 따른 직접 비용(고객서비스 비용, 승무원의 숙식비와 항공기의 해외공항 체류비용) 53억원을 더한 액수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화물기 결항 속출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산업계 피해다. 파업 첫날 국제선 화물기의 경우 인천∼빈∼코펜하겐 노선 KE545편을 비롯해 모두 31편 가운데 24편이 결항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총파업으로 하루 수출입 차질액이 최대 2억달러(약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항공기를 통한 수출입 품목은 대부분 반도체와 휴대전화,LCD(액정표시장치),PDP 등 고가의 첨단 전자제품이거나 국민경제에 필수적인 전략물자여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산업계의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항공수출 품목 중 반도체가 34.7%, 휴대전화 부품이 27.7%를 차지해 이들 2개 품목이 60%를 넘었다.CRT(브라운관)모니터와 LCD, 컴퓨터 등 첨단 전자·IT제품도 절대적으로 항공 수송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는 항공기를 통한 운송 비중이 100%에 육박하고,LCD는 70%에 달한다. 이에 따라 IT·전자업계는 파업 첫날부터 대체 항공편을 수소문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예정된 수출 물량을 다른 항공사의 대체 항공편이나 여객기를 통해 수송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피해가 장기화되면 전세기를 띄울 방침이다.LG전자도 휴대전화 수출물량을 대부분 항공편으로 운송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이나 외국 항공사의 대체 항공편을 최대한 확보하고 경유 노선을 통한 수송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염주영칼럼] ‘황우석 재판’이 남긴 것

    [염주영칼럼] ‘황우석 재판’이 남긴 것

    수학자였던 갈릴레이는 천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는 천체망원경을 만들어 하늘의 별들을 관찰했다. 관찰을 통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천문대화’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일로 교황청에 소환돼 재판을 받아야 했다. 이 재판에서 그 책의 내용을 부인하라는 자백을 강요받았다. 그는 파문돼 가택연금에 처해졌으며, 책은 금서처분을 당했다. ‘천문대화’는 그가 죽은 후 200년이 지나서야 금서에서 풀려났다. 갈릴레이가 완전복권을 받기까지는 이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을 무덤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가 재판장에서 풀려 나오는 날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한 말이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1633년에 있었던 ‘갈릴레이 재판’과 흡사한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다.MBC의 ‘황우석 재판’이다. 재판의 주재자는 교황청에서 MBC로 바뀌었고, 피고인석에는 갈릴레이 대신 황우석 교수와 그의 연구원들이 앉았다. 세월이 흘러 등장인물들은 바뀌었지만 재판의 본질은 동일했다. 과학을 비과학의 잣대로 검증한다는 것이다. 갈릴레이 재판에서는 성서와 당대 신학자들의 성서해석이 과학을 검증하는 잣대로 사용됐다. 그렇게 한 검증의 결과를 수용하도록 하기 위해 ‘파문’의 협박이 가해졌다. 그리곤 자신의 연구결과물을 스스로 부인하도록 자백을 강요했다. MBC의 황우석 재판에서는 그 과학적 근거를 입증할 수 없는 악의적 제보가 검증의 잣대로 사용됐다. 황 교수의 연구원들에게 ‘구속’의 협박이 가해졌으며, 그들의 연구결과물인 사이언스 논문이 ‘페이크’(fake, 가짜)임을 자백하라고 강요했다. 갈릴레이 재판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필자는 황우석 재판의 전개과정을 지켜보면서 내내 가슴이 아팠다. 한 과학자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비전문가들이 이리저리 재단하며 마치 ‘인민재판’을 하는 식으로 심판하는 것을 보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400년 전으로 되돌아간 우리 사회의 과학문화의 후진성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 땅의 과학자들이 느꼈을 마음의 상처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황우석 재판은 MBC PD 몇사람의 돈키호테적 만용에서 시작됐다. 돈키호테의 만용은 문학적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지만 언론기관의 만용은 사회적 흉기와 같은 것이다. 국내 과학자들은 과학의 문외한들이 세계 과학계를 상대로 ‘당신들이 틀렸다.’라고 외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황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PD 몇사람의 불장난으로 돌릴 수 있을까. 과학에서 윤리문제를 감시하는 것은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러나 그 선을 넘어 과학논문의 진위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과학논문의 검증은 과학자들이 할 일이다. 세계 생명공학의 대가들이 지금 황우석의 논문을 검증하는 중이다. 그들은 같은 방법으로 실험을 할 것이고 오류가 발견되면 새로운 논문으로, 혹은 보다 진전된 논문으로 이를 수정할 것이다. 과학적 절차를 무시한 황우석 재판은 과학에 대한 만행이며, 과학자들에 대한 테러다. 과학을 비과학적으로 검증할 때 과학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 400년 전의 갈릴레이 재판에서 배워야 할 역사적 교훈이다. 그럼에도 PD들의 위험한 불장난을 제지하지 않았던 MBC의 경영진들은 1차적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러나 결국은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우리 사회의 낙후된 과학문화를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yeomjs@seoul.co.kr
  • [열린세상] 의료비 폭증… 공공의료체계는 제자리/이태복 전 복지부장관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민간의료기관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부담하는 의료비도 폭증했다. 지난 9월까지 18조원을 훌쩍 넘었고 올해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운 질병이 확산된 것도 아닌데 연간 12%나 되는 폭증의 수수께끼는 무엇일까? 경기침체와 소득의 양극화, 새로운 빈곤층의 증가로 병·의원 방문자들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비가 12%씩 폭증하고 있는 것은 건강보험 운영방식과 의료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간단하게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개혁만 해도 20%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의료비 폭증은 말할 것 없고 국민 개개인의 고통도 심화될 것이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노인의료비용의 증가로 나타난다. 연간 4조 5000억원 규모의 노인의료비는 지난해보다 18%나 증가한 것이다. 저소득층 노인의 경우 그 소득의 대부분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실정이다. 종합적인 의료제도의 개혁이 시급하다. 사정이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정부의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세금으로 메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래가지고는 안 된다. 현 단계에서 무엇보다 화급한 사안은 우선 증가하고 있는 빈곤층의 의료비 대책이다. 첫째 의료급여예산의 적절한 사용, 둘째 차상위 계층과 서민들의 낮은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시지역 보건지소와 공공건강증진센터의 확대, 셋째 치매와 중증질환자를 위한 요양시설과 보험적용 강화, 넷째 간병 및 방문간호서비스체계구축, 여섯째 저비용인 전통의료의 제도화 등이다. 2005년도에 2조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쓰고 있는 의료급여내역을 분석해보면 의료이용과 약물남용이 심각하고 차상위계층 확대정책 분위기에 편승해 무자격수급자가 대폭 증가했다. 이는 빈곤층의료지원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약간 노력만 해도 5000억원 정도를 축소시킬 수 있지 않은가. 이 규모면 중산층, 서민층, 빈곤층과 중증질환자들의 요양시설을 대폭적으로 늘려 개인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빈곤층의 의료비를 낮출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동네보건소체계다. 어찌된 셈인지 몇년째 답보상태다.2001년에도 도시지역에 300개의 보건지소를 확대 설치한다는 방침이 대통령 결재까지 나고 2002년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됐으나 행자부와 기획예산처 등의 반대에 막혀 구체화되지 못했다. 지금도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체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보건지소 설치작업이 지지부진하다. 기존시설의 장비와 기능을 보강하는 사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산 서민층이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동네공공의료시설 확대사업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효율적인 주민건강관리가 가능하다. 물론 보건소의 기능과 역할을 무엇으로 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빈곤층 치료와 지역주민에 대한 예방보건사업이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올해는 민간병원의 병상수가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공공병원의 병상비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에 국민들의 의료비가 폭증하고 그 중에서 노인들의 진료비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는 고스란히 민간병원의 이상비대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가운데 10% 초반의 공공의료체계를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말끝마다 선진국 타령과 통계비교를 잘하는 이 땅의 지도층들이 공공의료체계에 대해서는 왜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다. 이 비정상적 상황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이태복 전 복지부장관
  • 부시 “내년부터 이라크 점진 철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갈수록 높아가는 이라크 철수 여론에 맞서 30일 향후의 이라크 정책을 담은 35쪽짜리 ‘이라크에서의 승리를 위한 국가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이라크 전략 보고서를 통해 “16만명에 이르는 이라크 주둔군은 내년에 이라크 정세와 이라크 보안군의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어떤 전쟁도 일정표에 따라 승리한 적이 없다.”고 민주당 일부에서 제기되는 즉각적인 철수론에 반박하고 “일정표가 없다는 것이 계속 머무르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주둔군의 철수를 앞당길 수 있도록 이라크 군과 경찰을 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는 내년에 ▲이라크군 훈련 ▲이라크군 장비 구입 ▲이라크군 유니폼 교체 ▲이라크 경찰서 건설을 위해 39억 달러(약 4조원)의 예산을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 의회는 이라크 보안군 육성을 위한 107억 달러의 예산을 이미 승인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해군사관학교 연설을 통해 이라크 전략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설명하고 “이라크에서의 정치적 목표는 민주적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을 소외시키고 가능한 많은 이라크인을 정치 과정에 합류시켜 안정적인 국가기관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주둔군이 줄어들어도 강력한 전력을 갖게될 것이며 어디에서든 테러리스트들과 맞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에서 실패할 경우 ▲이라크가 테러리스트의 보금자리가 될 것이며 ▲중동의 개혁주의자들이 미국을 믿지 못하게 되고 ▲이라크가 종교적, 지역적으로 갈라진 혼란에 빠지게 되면 결국 미국의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우리의 임무는 이라크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면서 “임무가 완성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정책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이라크에서의 미군 사망자가 2100명을 넘어서면서도 이라크 정세가 안정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라크전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즉각 철수론’까지 제기됐다. 또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의 병력 감축을 검토하게 된 것은 16만명에 이르는 현 주둔군을 유지하기 위해 매달 60억 달러(약 6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최근 몇년간 사상최대의 재정 및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전쟁비용을 계속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dawn@seoul.co.kr
  • “美가 알래스카 되판다고?” 러시아 시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이 알래스카를 러시아에 되판다고?” 재정적자 해소 필요성을 강조하는 미 언론의 칼럼에 풍자처럼 등장한 알래스카 매도설에 러시아의 언론과 정치인이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며 ‘고토 회복’을 열망하는 속내를 엿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3일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및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1조달러(약 1000조원)를 받고 알래스카를 러시아에 파는 것이 어떠냐.”는 스티븐 펄스타인의 경제 칼럼을 게재했다. 물론 펄스타인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풍자하기 위해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 펄스타인은 칼럼에서 ▲러시아가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500억달러의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본능’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알래스카 재구입에 크게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알래스카 주민들도 미 정부의 환경보호 정책에서 벗어나 마음놓고 석유와 해양자원을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펄스타인은 풍자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쪽에서는 이같은 ‘제안’을 반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싶었던 것 같다. 러시아의 일간지 노브예 이즈베스티야는 이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또 러시아의 국영TV인 채널 원은 “미국이 국내 문제를 풀기 위해 러시아의 돈이 필요한 것 같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채널 원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농담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뉴욕 시민들의 반응을 취재해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극우 민족주의자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하원 부의장은 “알래스카를 반환받게 된다면, 그 날은 중요한 국경일이 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세력을 뻗치게 된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알래스카는 지난 1867년 러시아가 720만달러에 미국에 팔았다.1에이커(약 1200평)당 2센트를 받은 셈이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영토를 잃었다는 비난이, 미국에서는 불필요한 얼음땅에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난이 거셌다고 한다.dawn@seoul.co.kr
  • [내일의 경기]

    ■ 프로축구 정규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 ●인천-울산(오후 2시·인천문학경기장)■ 프로농구 ●오리온스-동부(대구체) ●KCC-KT&G(전주체) ●LG-전자랜드(창원체) ●삼성-SK(잠실실내체·이상 오후 3시)■ 농구 대잔치(오후 3시40분·잠실학생체)
  • [책꽂이]

    ●나는 가끔 진해로 간다(김종길 외 지음, 문학동네 펴냄)경남 진해에서 열리는 김달진문학제에 참가한 시인 66명의 시 71편을 묶었다. 올해 김달진 문학제 열돌을 맞아 1999년 엮어낸 시집 ‘당신의 마당’을 보완해 새롭게 펴낸 것. 김종길 나태주 송수권 조정권 최동호 시인 등이 참여했다.7500원.●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사계절 펴냄)17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벨라스케스의 걸작 ‘시녀들’에서 영감을 얻은 팩션. 그림속 개가 사실은 난쟁이 바르톨로메이며, 공주의 인간 개 노릇을 했다는 설정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끌어나간다.‘2005 오스트리아 명예아동청소년도서’로 선정됐다.8500원.●돼지들에게(최영미 지음, 실천문학 펴냄)‘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시집. 위선적인 한국 사회를 정면으로 겨냥한 날카로운 시들의 향연이 아찔하다. 풍자의 형식을 띤 ‘돼지들에게’연작을 비롯해 축구에 관한 시편, 자아를 찾아떠나는 여행시편, 일상의 절망과 재발견을 담은 서정시편들 수록.8000원.●노는 인간(구경미 지음, 열림원 펴냄)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자의든 타의든 변두리로 쫓겨난 별볼 일 없는 인간들의 구차한 일상을 능청스럽고 진득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무능력한 소설가가 주인공인 표제작을 비롯해 ‘초지일관 그녀는’‘형제이발관’‘동백여관에 들다’ 등 10편 수록.9500원.●우리 시대의 화가(존 버거 지음, 강수정 옮김, 열화당 펴냄)철학자, 화가, 시인 등 다방면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영국 출신 저자의 첫번째 장편소설. 냉전이 극으로 치닫던 1958년, 런던에서 개인전을 열던 헝가리 망명작가 야노스 라빈이 종적을 감춘다. 미술평론가이자 친구인 존은 스튜디오에서 발견된 일기를 단서로 그의 행방을 좇는다.1만원.
  • [박기철의 플레이볼] 스포츠 중계권 시시비비

    [박기철의 플레이볼] 스포츠 중계권 시시비비

    지난 1949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해피 챈들러가 월드시리즈와 올스타전에 대한 라디오 및 TV 중계권을 1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이 본격적인 방송권 계약의 시작이다. 이는 이후 스포츠 이벤트의 중계권이 천문학적인 숫자로 치솟는 계기가 되었고, 최근엔 입장 수입이 중계료 수입에 견줘 ‘새발의 피’에 그칠 정도다. 그런데 당시 메이저리그가 계약을 했던 상대는 방송국이 아니라 방송과는 전혀 관계없는 질레트 면도기 회사였다. 질레트는 이 중계권을 뮤추얼 방송에 팔았고, 최종 구매자는 또 한 다리를 건넌 NBC였다. 최종 지불 가격은 400만 달러. 방송권 계약이 돈 놓고 돈 먹기 싸움이라는 지금의 현실은 최초의 계약 때부터 그랬던 셈이다. 메이저리그에 이어 월드컵 예선전, 그리고 한국 프로농구까지 IB스포츠라는 스포츠마케팅 회사로 중계권이 넘어가면서 스포츠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시시비비가 한창이다. 그동안 주요 스포츠 이벤트는 당연히 공중파 방송의 몫으로 여겨왔다. 치열한 경쟁 구도 탓에 한때 메이저리그 중계권이 인천방송이라는 지역 방송에 넘어간 건 예외로 치더라도 올해와 같은 경우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이런 사태가 국민들의 ‘유니버설 액세스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지만 IB스포츠는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한다. 누가 옳은가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다만 방송 수익이 추구해야 할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방송은 스포츠 단체들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또 새로운 팬들을 만들어 주고, 스폰서십이나 라이선싱 등 다른 수익을 늘려주는 효과도 아울러 제공한다. 후자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방송 기회가 많을수록 좋다. 특히 시청이 제한되는 유선 방송보다는 공중파 방송이 더욱 효과적인 것은 뻔한 이치다. 메이저리그가 한국 시장에서의 중계권 수익을 최대로 담보할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한국의 방송이 어떻게 되든 미국에서의 스폰서십이나 라이선싱에 별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의 스포츠 단체라면 결정 과정에서 여러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더 높은 금액을 요구할 욕심이 있다면 그 차액 혹은 이익금으로 다른 수익 사업에서의 피해를 보상하고, 또 새로운 팬을 만들어내는 비용보다 훨씬 많아야 한다는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공공임대 비율 2020년 15%로

    공공임대 비율 2020년 15%로

    국토개발계획 목표에 ‘복지’와 ‘통일기반 구축’ 개념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장기 국토개발 방향 수립에 2.5% 수준(2004년)에 그치고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2020년까지 15%로 높이기로 했다. 또 백령도∼파주∼철원∼고성을 잇는 평화도시 건설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토개발계획 목표에 ‘복지’와 ‘통일기반 구축’ 개념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장기 국토개발 방향 수립에 2.5% 수준(2004년)에 그치고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2020년까지 15%로 높이기로 했다. 또 백령도∼파주∼철원∼고성을 잇는 평화도시 건설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7일 이같은 내용의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안(2005∼2020)을 마련, 당정협의를 마쳤다. 이 계획은 연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큰 틀은 국토 공간구조를 동·서·남해안을 따라 역파이(π)축으로 개발하는 동시에 내륙을 7대 광역권과 제주도 거점의 다핵구조(7+1)로 개편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균형 발전과 복지 향상 동시 추구 대외적으로 동·서·남해안을 따라 환태평양과 유라시아로 뻗는 개방형(π)이 미래 발전 축이다. 안으로는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전북권, 광주권, 대구권, 부산권에 제주도를 더한 ‘7+1경제권역’을 기본으로 한다. 행정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기업도시 등과 연계한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다. 수정안에는 국토계획 목표에 ‘복지’개념이 포함됐다. 주택부문의 경우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보급률을 101.2%(2003년 기준)에서 120%로 높이고,80%에 이르는 아파트 공급비중을 하향 조정해 다양한 주택형태를 유도하기로 했다. 주택 수는 인구 1000명당 270가구(2003년 기준)에서 370가구로,1인당 주거면적은 2000년 20.2㎡에서 35㎡로 각각 확대된다. 사회적 약자가 장애없이 도시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무장벽 도시를 건설하는 방안도 추가됐다. 남북 접경지역 평화벨트 조성을 위한 단계적 추진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개성공단, 나진·선봉지구 등에 경제특구를 개발하고, 남북철도·도로·항만 등 한반도 통합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재원부담이 문제 국토를 다핵 구조로 개발하기 위해 어디서나 30분 안에 오갈 수 있는 네트워크형 인프라가 구축된다. 고속도로, 고속철도, 국제공항과 항만 및 정보통신망이 기반이다. 국토를 유무선 정보통신 네트워크와 연결해 시간·공간 제약이 없는 ‘유비쿼터스 국토’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호남고속철도를 건설하는 동시에 수도권 서부와 광양을 연결하는 서남선 철길을 새로 놓을 방침이다. 인천∼수원∼광양으로 이어지는 철도가 건설되면 경부선·호남선에 집중된 물류량이 분산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해주∼신의주∼중국 다롄∼상하이∼홍콩으로 연결하는 환황해 고속도로망을 추진하고 한반도종단철도(TKR)및 대륙철도(TCR,TSR,TMR)와 연계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수정안은 한반도의 미래 모습을 읽을 수 있는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세부 실천 계획은 시·도별 개발계획 등을 마련한 뒤 세우도록 했다. 구체적인 달성 목표 등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별도의 실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재원 확보도 관건이다. 제시된 주거복지정책이나 엄청난 사회간접자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최병수 국토정책팀장은 “수정안은 그동안 각 부처에서 논의된 장기과제를 얼개로 엮어 종합계획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재정계획과 구체적인 로드맵은 사업별로 짜여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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