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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공간] 서울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안준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

    과연 서울의 적정인구는 얼마일까? 서울의 생태학적 한계 인구는 대략 400만명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서울은 1000만이 넘는 인구가 거주한다. 초과를 해도 보통 초과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서울과 긴밀하게 관계하는 수도권 유동인구까지 계산하면 지속 불가능한 도시처럼 보인다. 이렇듯 서울에 인구가 집중되고 과밀화되어 교통혼잡비, 주택, 환경 등의 사회간접비만 해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2005년도만 교통혼잡비로 5조 7000억원이 쓰였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인구를 분산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온다. 이 거대한 도시는 엄청난 에너지를 집어 삼킨다. 수송부문만 서울에서 쓰는 에너지의 30%가 소비된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도 수송부문에서 서울 온실가스 배출의 4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지속 불가능한 서울을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으로부터 구출해 낼 방법은 없을까? 교통부문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 첫째, 환경단체들이 너무 자주 하는 말이지만 자동차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한국은 자동차 왕국인 미국보다 자동차를 많이 타고 다닌다. 자동차 1대당 일년에 주행하는 거리가 미국보다도 많다. 서울 도심에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평균속도는 시속 15㎞를 넘지 못한다. 자동차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량에 대한 혼잡통행료를 징수해서 통행량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미 영국 런던에서는 2003년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시내에 진입하는 차량은 8파운드(약 1만 5000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이로 인해 교통량은 20%나 감소했고, 속도도 30%나 빨라졌다. 둘째, 대중교통의 이용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이미 버스중앙차선제로 인해 버스의 운행속도가 빨라졌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버스는 여전히 느리고 불편하다. 경부고속도로나 경인고속도로에 버스중앙차선제를 출·퇴근시간만이라도 도입하자. 그러면, 버스가 자동차보다 빠르게 될 테고 자동차 이용자는 느려터진 자가용을 버리고 버스로 출퇴근하게 될 것이다. 셋째, 자전거이용을 늘리는 것이다. 서울이 평지가 아니라서 자전거타기에 불편하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서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자전거 이용자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란 동호회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서로 교환하기도 한다. 출퇴근 코스도 새롭게 개발하고, 매일 대기오염상태도 체크한다. 자전거가 취미로 타는 것이 아닌 중요한 교통수단인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면 많은 것을 놓쳐버리게 되지만 자전거를 타면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자동차 유리에 의해 차단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빛과 공기, 습기와 햇빛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자동차 운전의 짜증에서 해방되어 감수성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바이오디젤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디젤은 1t당 2.2t의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경유버스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모두 교체하고 있다. 천연가스가 미세먼지 감소, 매연 감소 등의 대기질개선효과는 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은 바이오연료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스위스의 그라츠시나 일본 교토시의 경우는 폐식용유를 수거하여 바이오디젤로 만들고 버스나 공용, 관용차량 연료로 쓰고 있다. 이제 서울의 교통량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사람들은 편리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도로 위를 자전거가 자유롭게 다닌다고 상상해보자. 공기가 깨끗해지고 이산화탄소가 줄어든 서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안준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
  • ‘황우석사태’ 반성 책도 표절 의혹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 같은 과학계의 부정행위에 경종을 울리자는 뜻에서 출간된 ‘탐욕의 과학자들’(일진사 펴냄)이 비슷한 내용의 외국 책을 상당 부분 그대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터넷 신문인 프레시안은 지난해 12월 출간된 ‘탐욕의 과학자들’이 미국 뉴욕타임스 과학담당 기자 니컬러스 웨이드 등이 쓴 ‘진실의 배반자들(Betrayers of the Truth)’에서 80여쪽을 무단 도용했다고 2일 보도했다. 프레시안은 표절 부분 집필자로 저자 4명 가운데 천문학과 화학계의 원로인 M씨와 P씨를 지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M씨 등은 프톨레마이오스, 갈릴레오, 뉴턴, 돌턴, 다윈 등 과학자들의 부정행위를 설명하면서 ‘진실의 배반자들’을 도용했다며 원문과 도용 부분을 비교했다.‘탐욕의 과학자들’에는 해당 부분에 주석 표시가 돼 있지 않으며 책 후반부 참고문헌 목록에 ‘진실의 배반자들’을 적시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책 안 세상 책 밖 풍경] 평전 출판의 매력이란

    한국 근현대사 인물 연구에 몰두해온 김삼웅 독립기념관장은 ‘단재 신채호 평전’을 펴내며 “십수년 준비한 책이지만 선생의 겉모습이나마 제대로 그렸는지 걱정이 앞선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평전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섣불리 손댔다간 그야말로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를 그리기 십상이다. 지난해 인물 왜곡 논란을 빚은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조영래 평전’이 그 한 예다. 평전은 영미권에선 흔히 ‘바이오그래피(biography)’라 불린다. 거기엔 물론 전기도 포함된다. 저자의 입장이 들어가지 않은 전기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만큼 우리처럼 평전과 전기를 굳이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른다. 영·미 등 출판선진국에선 역사 인물에서 대중스타까지 거의 모든 분야 인물들의 바이오그래피가 철학적 혹은 정치적이란 수식어를 달고 나와 있다. 우리 출판계도 요즘 어느 때보다 평전출판이 활발하다. 2000년 ‘체 게바라 평전’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한 평전출판은 이제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잡았다.‘역사인물찾기’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평전을 내고 있는 실천문학사나 스테디셀러 ‘전태일 평전’을 낸 돌베개, 평전형식의 ‘문제적 인간’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교양인 등은 평전출판으로 성가를 올리고 있는 대표적인 출판사들이다. 그러나 우리 평전출판은 유감스럽게도 번역물이 주종을 이룬다. 국내 인물에 대한 평전은 질적·양적으로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단순한 전기적 사실만을 나열한 ‘위인전’ 수준의 평전이 있는가 하면 인터뷰 몇번 하고 급조한 듯한 인상비평류의 평전도 적지 않다. 평전출판의 토양을 갖춘 구미의 경우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옥스퍼드대 로버트 서비스 교수가 쓴 ‘스탈린, 강철 권력’ 같은 평전은 러시아혁명사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가 30년간 한 주제를 파고들어 완성한 것이다. 교양인의 한예원 대표는 “국내에 이렇다 할 평전작가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국외인물 평전은 원서가 보통 500∼600쪽으로, 우리말로 옮기면 800∼900 쪽이나 돼 번역하기가 녹록지 않다.”고 평전출판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평전출판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록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중견 출판사인 지식산업사가 역사기록 가치가 있는 국내외 자료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한 ‘나라안팎 한국인기록문화상’은 그런 점에서 하나의 역할 모델이 될 만하다. 최근 출간된 ‘항일전사 정율성 평전’도 바로 이 기록문화상 대상 수상작이다. 항일가요 ‘옌안(延安)송’‘팔로군 행진곡’ 등을 작곡해 중국 현대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조선인 출신 음악가 정율성.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 평전을 통해 비로소 그를 알고, 나아가 그 시대를 읽게 될 것이다. 평전의 매력이란 이처럼 개인의 ‘숨겨진’ 면모를 발굴해 내는 데 있는 것 아닐까. 평전출판의 르네상스를 기대해 본다. jmkim@seoul.co.kr
  • [시론] 콩코드와 통합신당/손혁재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

    [시론] 콩코드와 통합신당/손혁재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

    콩코드(Concorde)라는 초음속 여객기가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 두 나라가 1960년대에 손잡고 개발한 콩코드는 아름다운 디자인에 마하 2의 빠르기를 자랑했다. 화합(concorde)이라는 이름에서 잘 드러나듯이 전통적으로 유럽대륙의 패권을 놓고 경쟁해왔던 두 나라의 합작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콩코드는 2003년 4월에 운항을 중단했다. 당시 두 나라는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날카롭게 맞서고 있었다. 그러나 콩코드가 하늘에서 사라진 결정적인 이유는 그동안 누적된 천문학적 손실이었다. 콩코드는 개발 당시부터 수익구조가 불분명해 말이 많았고, 취항 뒤에는 미국에 뒤질 수 없다는 두 나라의 자존심과 그동안 투자한 돈이 아까워 퇴장이 미뤄져 왔던 것이다. 이렇게 이미 써버린 돈이 아까워 결정을 미루는 것을 ‘콩코드효과’라고 부른다. 콩코드효과에 빠지면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최근 진행되는 열린우리당의 대통합신당 추진과정을 둘러싼 잔류파와 탈당파의 갈등은 콩코드 철수를 둘러싼 논쟁과 닮아 있다. 민심의 이반으로 말미암아 열린우리당의 간판으로는 대통령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통합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갖고 있는 기득권에 대한 손익계산이 통합신당 논의를 뒤로 미뤘다. 그 사이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계속 떨어졌다. 열린우리당의 새판짜기 시도는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본격화되었다.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완패한 것은 민심을 못 얻었기 때문이다.2004년 4·15 총선에서 국민은 열린우리당에 처음으로 과반의석을 주었다. 탄핵의 역풍도 불었지만 기존의 정치 프레임을 깨뜨리겠다는 명분에 국민이 수긍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열린우리당은 한마디로 지리멸렬했다. 여기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새판짜기는 실패할 수도 있다. 탈당한 의원들도, 남아 있는 의원들도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집단 탈당이 이뤄지던 날 “탈당이라는 강물이 대통합이라는 바다에서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전당대회 직후 강조했던 것처럼 헤어지긴 쉽지만 통합은 쉽지 않다. 대통합신당의 방향과 추진 방법이 서로 같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합과정에서의 주도권과 기득권 다툼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새판짜기를 하는 과정에서 통합신당 추진세력이 고민해야 할 것은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의 정당 지지도나 대선 주자들에 대한 지지도로는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구도가 12월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치구도를 흔들 변수는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변수는 노무현 대통령에서 비롯될 변수인데, 원 포인트 개헌과 남북정상회담 문제이다. 두 번째 변수는 한나라당 내부의 문제로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 제기한 ‘이명박 검증론’으로 촉발된 검증논란이 어떻게 진행되느냐 하는 점이다. 세 번째는 북핵 문제인데 6자회담이 극적인 성과를 끌어내면서 다소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잠재적 변수이다. 네 번째 변수는 대통합신당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콩코드효과에 빠지지 않기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만 통합신당이 국민의 기대와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손혁재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
  • “지구·행성 충돌 막자” 과학자들 대책 촉구

    ‘D-데이:2036년 4월13일, 작전명:행성충돌로부터 지구를 구하라.’ 기상재앙과 전쟁의 위험에서 지구를 지키는 일 외에 유엔(UN)이 떠맡아야 할 막중한 임무가 한가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태양계를 도는 소행성 ‘아포피스’가 30년 뒤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한 천문학자와 우주비행사들이 유엔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직 우주비행사인 댄 베리 박사와 아폴로9호 우주비행사 러셀 셰이크카르트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모임을 갖고 소행성 충돌 위기에 대처하는 국제조약 채택을 2009년 유엔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미 ABC방송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포피스는 2029년쯤 지구에서 1만마일 이내로 가까워지고,2036년까지 점차 거리를 좁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의회는 최근 항공우주국(NASA)에 아포피스의 행로 추적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아포피스가 2036년 4월13일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4만 5000분의1이다. 댄 베리 박사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만일 충돌이 일어날 경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수도 제이유 회장 징역12년 선고

    주수도 제이유 회장 징역12년 선고

    제이유그룹 불법 다단계 영업을 통해 수조원의 사기 행각을 벌이고 284억원의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주수도(51) 제이유그룹 회장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 최규홍)는 20일 열린 주 회장 등 전·현직 제이유그룹 관계자 11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주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또 주씨와 공모해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덕환 상임정책위원장과 오세원 상임정책위원에게 각각 징역 6년과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수도 피고인은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사기를 통해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히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함에도 죄를 뉘우치지 않고 책임을 수사기관과 언론에 떠넘기고 수사 과정에서 유리한 정황이 포착되면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는 불량함마저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이 친인척을 끌어들이고 퇴직금까지 쏟아부으며 자살 유혹까지 받게 하는 등 사회적 해악이 커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주씨는 제이유네트워크 투자자 11만여명으로부터 4조 8000억원대의 투자금을 가로채고 제이유백화점 투자자 2만 1000명을 상대로 2600억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였으며 회사돈 284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무기징역이 구형됐으나 최근 공소장 변경을 통해 사기 피해액은 1조 8000억원으로 축소됐다. 검찰은 판결 직후 항소 방침을 밝혔다. 제이유 사업피해자 고소인모임 측은 “지난해 10월 제이유와 비슷한 다단계 수법으로 수만명에게 2200억여원의 재산피해를 입힌 업체 대표가 서울고등법원에서 10년형을 선고받아 최소 20년 이상은 나올 줄 알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기고] 아프리카여,한국을 배워라?/한양환 영산대 정치학 교수·명예논설위원

    학술진흥재단이 후원하는 아프리카 현지 실증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니 국내 언론에도 아프리카가 화제다.“폐허에서 일어선 한국을 보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문을 동반 취재한 신문기사의 제목이 자못 ‘신파조’다. 이 미지의 대륙에 첫발을 디딘 한 기자는 국내 대기업의 현란한 광고에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꼈다는데, 다른 한쪽엔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또 다시 역내 8개국을 순방한다는 기사가 실려 대조적이다. 과연 우리는 아프리카에 무엇이며, 우리가 그들에 해줄 것은 또 무엇인가. 한국의 급속 경제성장이 아프리카인들에게 지구상 최고의 모델임은 분명하다. 피식민과 전쟁의 역사까지 동일하다. 중국의 자원 흡입외교가 아무리 물량공세를 펴도 우리의 발전사례는 여전히 숭모의 대상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언행이 늘상 언론의 시시비비 대상이 되는 탈권위주의적 민주화 경험까지 더하면, 관·학·재계를 막론하고 현지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경험 전수에 목말라하는 이유는 자명해진다. 유럽의 영향력 퇴조와 함께 대륙 전반에 실세로 등장한 미국도, 막대한 원조로 협력관계를 다져온 일본도 흉내 내기 어려운 검은 대륙발(發) ‘코리안 드림’의 현주소이다. 우리는 과연 그들의 진솔한 구애에 효율적으로 화답하고 있는가? 공적개발원조 증액의 시급성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우선은 갓 내전이 끝난 불어권 콩고 킨샤사에도 우리 국제협력단원이 파견되기 시작했고, 아프리카 고위 공직자의 국내연수가 고무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에 만족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거늘, 국내 언론의 관심이 요즘만 같아도, 반기문 총장이 에티오피아에서 언급한 새마을운동정신만 제대로 보급돼도 한·아 협력은 조만간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현지의 사회혼란상에 찌든 대다수 우리 교민이 “이들에겐 박정희식의 강력한 독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언하건대, 아프리카가 우리에게서 배울 교훈은 박정희식 독재가 아니라, 관이 주도하는 기획경제의 효율성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362건 대규모 시위의 사회적 손실비용이 12조 3000억원이라 한다. 그 길고 암울했던 시대에 치러진 총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일 터인 바, 아프리카는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뿐더러 모처럼 찾아온 평화를 깨치기 십상이다.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관주도 기획경제는 현재 자금제공원인 국제금융사회에 의해 진행중이며,‘굿 거버넌스’의 이름으로 그 효율성이 엄격히 추구되고 있다. 신생경제의 현실을 무시한 가혹한 조건이 비판의 대상이지만 돈을 대지 않는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우리의 임무는 좀더 근본적인 것으로, 온 국민의 교육열과 근면성 함양에 있다.6·25참전국인 에티오피아에 우리가 지어준 학교가 화제다. 이런 기초교육시설을 대륙 전반에 ‘선물’하기가 쉽지 않다면, 기술교육에라도 나서야 할 것 아닌가. 지금 흑인우대정책으로 교육열이 높은 남아공에는 10년전 우리가 제공한 직업훈련원이 방치, 폐쇄된 상황에서 중국의 제2훈련센터 건립이 우려된다고 한다. 또 이제 막 선출된 콩고 킨샤사의 대통령 경호실에는 태권도 보급이 시급하다는데, 이 나라에서도 직업훈련원 설립의 우선권을 중국에 넘길 것인가? 불어를 구사하는 우리 자원봉사자 수십명이 콩고에서 땀 흘려 일하는 장면이 아쉽다. 아무튼 성장위주의 개발독재로 전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몰려 부동산투기와 탈세가 횡행하고, 물신에 사로잡힌 기득권층이 부의 세습에 골몰하는 양극화사회는 우리가 아프리카에 전해줄 발전모델이 결코 아니다. 한양환 영산대 정치학 교수·명예논설위원
  • [이지운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춘절맞이 폭죽놀이와 덩샤오핑 사망10주기

    올 춘제(春節·설)를 맞은 베이징은 유별났다. 폭죽놀이 제한이 전년보다 완화되면서 17일 밤∼19일 새벽 도심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폭죽음으로 가득찼다. 간단한 산술로도 폭죽에 드는 금액은 천문학적이다. 한국 돈 5만원어치로는 5분 정도밖에 즐길 수 없다. 동네 조그만 네거리를 들여다보자.5만원어치가 10곳에서 동시에 터져대면 5분에 50만원,1시간이면 6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폭죽놀이는 저녁이면 보통 5∼6시간 쉼없이 이어지므로 최하 3000만원을 웃도는 돈이 하룻밤새 연기로 사라지게 된다. 올해 베이징시 당국이 시내 중심까지 폭죽놀이를 허용한 것은, 이렇게라도 ‘분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이 감안된 것으로도 알려진다. 폭죽놀이는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진다. 19일 낮 베이징 도심은 폭죽놀이와 대비돼 유난히 조용했다. 이날은 덩샤오핑(鄧小平) 서거 10주년. 춘제가 덩을 덮어버린 듯한 양상이다. 선부론(先富論)을 제시했던 덩은 과연 오늘날 빚어진 극심한 양극화의 책임자로 묻혀져 가고 있는가. 이와 관련,‘덩의 추모 분위기가 썰렁한 것과 덩이 조화사회의 적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식의 한국 언론보도가 중국에 소개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일부에서는 중공중앙문헌연구실 제3편집연구부 옌젠치(閻建琪) 주임의 입을 빌려 이에 대한 반박을 시도했다. 옌 주임은 “마오쩌둥(毛澤東) 서거 때는 10년 문화혁명으로 사회가 피폐해져 모두 근심했으나, 덩의 서거 때는 국민이 동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마오와 덩은 사망 자체부터 다르게 받아들여졌다는 점을 거론하며, 조용한 추모 분위기와 덩에 대한 평가는 별개란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이미 2004년 8월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가 전국적으로 이뤄진 마당에 새삼 10주년 추모 행사를 성대하게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적지 않은 지식인들은 “마오에 대해서도 7대3의 공과론이 나오는 중국에서 어떻게 양극화의 원죄를 덩에게 씌울 수 있겠는가.”라며 덩의 책임론을 일축하고 있다. 결국 춘제 폭죽놀이가 덩을 가린 것은 아니라는 얘기. 사망 10주기에 덩에 대한 평가를 바란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일인가.jj@seoul.co.kr
  • 美 국방예산 6246억弗… 한국전이후 최대

    美 국방예산 6246억弗… 한국전이후 최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서울 안동환 기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8 회계연도 국방예산으로 전년보다 11.3%,2001년 이후 62% 늘어난 4814억달러를 의회에 요청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전비(戰費)를 합치면 총 6246억달러가 된다. 2001년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국가 가운데 올해 북한과 이란의 민주화를 지원하는 ‘경제지원기금(ESF)’이 배정됐다. 북한 관련 예산이 정규 예산안에 반영된 것은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5일(현지시간) 부시 대통령이 총 2조 9000억달러(약 2700조원) 규모인 2008년도 연방정부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우리 경제는 강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비 ‘밑빠진 독’ 물붓기 2008 회계연도 예산은 4814억달러이지만 부시 행정부가 실제로 운용하는 전체 국방예산은 7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별도로 제출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대 테러전 비용 1417억달러가 포함되고 2007 회계연도 기간에 추가 투입되는 934억달러를 합치게 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이며, 현재의 달러가로 환산해도 베트남전 절정기에 비해 1400억달러나 많은 돈이라고 분석했다. 육군 예산이 20% 늘어난 1301억달러, 공군은 8% 증가한 1366억달러, 해군도 9%가 늘어난 1193억달러가 책정됐다. 비전쟁 예산도 항공기, 군함, 우주 프로그램에 대한 구매예산이 전년보다 10% 이상씩 올라 1768억달러나 된다. 미군은 2012년까지 현재 48만 4400명에서 54만 7400명으로 늘고, 여단 수도 42개에서 48개로 증가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5년 동안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5000억달러가 투입됐으며 국방비가 50%, 안보 비용도 2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북한 등 불량정권 분쇄 프로그램 가동 경제지원기금은 올해 33억 2000만달러가 책정됐다. 이 자금은 개발원조 대상국은 아니지만 ‘특별한 경제적·정치적 혹은 안보상의 여건을 감안하는’ 국가들의 정치·경제 안정을 돕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200만달러, 이란은 7500만달러다. 정부에 주는 자금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민주화 지원 단체나 기구에 준다. 미 국무부는 2004년 입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2008 회계연도까지 매년 2400만달러까지 북한 민주화 지원자금을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았으나,2007 회계연도 예산안까지 별도로 책정하지 않았었다. 국무부는 또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라디오(RFA)’의 대북 방송을 하루 10시간으로 늘렸다. 국무부는 “2008 회계연도 대외방송 지원비는 북한, 중동, 소말리아, 쿠바가 중점 대상”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불량 정권 분쇄 및 해체’라는 프로그램에서 북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에 대한 금융 압박정책을 위한 전략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예산안 중 미국평화연구소(USIP) 지원비 3000만달러는 북한 관련 갈등 예방과 조정 비용으로 쓰이게 된다. ●민주당 부시 강력 비판 부시 대통령이 예산안에서 2012년까지 610억달러 규모의 재정 흑자를 달성하는 계획안을 제시했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천문학적 규모의 국방 예산안에 반드시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재정적으로 무책임하고, 우선 순위가 뒤바뀌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리 리드(네바다주)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규모 적자를 감추려는 속임수이며 미국 중산층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상원 예산위원회 의장인 켄트 콘래드(노스다코타주) 민주당 의원도 “대통령이 제출한 예산안은 적자와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고 비난했다. 미 의회 예산처(CBO)는 2001년 당시 2011년까지 5조 6000억달러의 재정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부시 행정부 들어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 2004년 4120억달러까지 늘었다. sunstory@seoul.co.kr
  • [어린이책꽂이]

    ●네모의 이집트 여행(니콜 바샤랑 등 지음, 이수련 옮김, 사계절 펴냄) 이집트는 그리스, 베트남, 중국, 한국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약탈 문화재가 많은 국가군에 속한다. 세계 20여개 나라에 10만여점 이상의 국보급 문화재가 떠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은 이집트의 문화유산이 서구 열강에 약탈당하고 파괴된 역사를 이야기하며 약탈의 상징인 ‘박물관 제국주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여행을 통한 자아 정체성 찾기와 성장’이라는 컨셉트의 청소년 교양소설.1만 2000원. ●위대한 사람들73(페데리카 마그린 지음, 음경훈 옮김, 을파소 펴냄) 아프리카에 있는 세나라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사이에는 빅토리아 호수라는 거대한 저수지가 있고, 잠베지 강에는 빅토리아 폭포가 있다. 이 이름은 불가사의한 인물인 스코틀랜드의 선교사 데이비드 리빙스턴이 아프리카를 항해하면서 붙인 것이다.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은 1876년에는 ‘인도의 황제’라는 칭호도 얻었다. 이 책에는 최초의 여성 파라오는 누구일까,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작품 ‘피에타’는 몇개가 있을까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실렸다.2만 2000원. ●박물관에서 놀자(윤소영 지음, 거인 펴냄) 지옥에 떨어져 아귀가 된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지극정성으로 제사상을 차린 목련존자의 이야기가 담긴 ‘보석사 감로탱화’, 화성릉 행차길에 어머니에게 직접 음식을 갖다 드리는 정조대왕의 효성을 엿볼 수 있는 ‘시흥환어행렬도’등 그림을 통해 생생한 지식을 전해준다. 옛 유물들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원본 도판 안에 여러가지 숨은 그림을 배치해 눈길을 끈다.1만 1000원.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비문학(김문태 지음, 산하 펴냄) 일반적으로 구비문학은 설화, 민요, 판소리, 무가, 가면극 등으로 구분된다. 확인될 수 없는 이야기를 사실처럼 전해주는 설화는 신화·전설·민담으로 나뉘는 옛날이야기이고, 민요는 노동요·의식요·유희요로 나뉘는 옛노래다. 판소리는 광대가 고수의 북장단 소리에 맞춰 이야기를 소리와 아나리로 엮고 발림을 곁들여 전하는 민속악. 저자(상명대 연구교수)가 직접 채록했거나 구수한 입말로 재구성한 이야기를 통해 현장감을 느끼도록 했다.1만 2000원. ●아멜리아에서 조라까지(신시아 친 리 지음, 안기순 옮김, 소담주니어 펴냄) 비행사 아멜리아 이어하트, 컴퓨터 분야의 개척자 그레이스 호퍼, 천문학자 시실리아 페이네가 포슈킨, 전미 농업노동조합을 설립한 돌로레스 후에타, 체로키 국가의 추장 윌마 펄 맨킬러, 소설가 조라 닐 허스튼 등 26명의 여성 위인들의 삶을 소개.9800원.
  • [프렌치 리포트] (15) 내리막길 대학교육

    [프렌치 리포트] (15) 내리막길 대학교육

    매년 가을 영국일간 더타임스의 대학·고등교육 분야 주간지인 ‘타임스하이어에듀케이션 서플먼트’는 세계 대학 랭킹을 발표한다.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프랑스의 교육 당국은 같은 반응을 보인다. 분개와 경악이다. 분개하는 이유는 선정 기준이 영·미의 대학시스템에 맞춰져 있어 프랑스의 독특한 학제를 전혀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고등교육은 그랑제콜을 중심으로 하는 엘리트 교육과 일반적인 지식인 양성과 학문 연구를 위한 대학교육으로 이분화돼 있다. 아무리 제도가 다르다해도 ‘세계 200대 대학’의 상위군에 속한 프랑스 대학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내심 경악한다. 영어권 대학은 물론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권 대학에도 밀리는 형편이다. ●세계 상위권 대학 한곳도 없어 지난해 10월 발표된 ‘타임스 하이어에듀케이션 서플먼트’의 랭킹에 따르면 1∼10위의 대학은 모두 미국과 영국의 대학들이 차지했다. 프랑스의 경우 최고의 수재들이 들어가는 에콜노르말(ENS)이 18위, 이공계 최고명문 에콜폴리테크니크가 37위, 정치대학(시앙스폴리티크)은 52위였다. 모두 그랑제콜이다. 대학가운데 가장 높게 랭크된 곳이 약학·의학·자연과학으로 유명한 파리 6대학인데 93위에 그쳤다. 이는 2005년도 순위에 비해 다섯계단 하락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프랑스의 대학을 거론할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소르본 대학의 순위가 궁금해진다. 파리대학이 재편된 이후 파리 4대학이 된 소르본 대학은 1215년 신학자들에 의해 설립돼 프랑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중세 시대부터 학사 과정에서 문법·수사학·논리학의 3학과 수학·기하학·천문학·음악의 4과를 가르쳐 유럽 전역에서 영재들이 몰려 들었다고 한다. 여전히 문학과 철학에서는 권위를 자랑하지만 더타임스의 ‘세계 200대 대학’순위에서는 200위에 랭크되는데 그쳤다. 참고로 1위는 미국의 하버드대,2위는 영국의 케임브리지대,3위는 영국의 옥스퍼드대가 차지했고 서울대는 63위에 랭크됐다. ●쓸모없는 대학 졸업장 프랑스의 교육제도는 1789년의 프랑스혁명 정신에 기초를 두고 있다. 교육은 공교육체제로 국가가 주도하며 모든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무상교육과 의무(6∼16세)교육을 실시한다. 바칼로레아(대학수학자격시험)를 통과해야 진학할 수 있는 고등교육 과정의 특징은 교육기관과 수준이 다양하게 세분화돼 있다는 것이다. 수재들을 선발해 실무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집중 교육하는 그랑제콜, 학문을 연구하기 위한 일반 대학, 기능인력을 양성하는 단기 기술대학으로 나뉘어 각자 능력에 따라 진학한다.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상위 4%의 학생들이 2년 과정의 준비학교를 거쳐 진학하는 그랑제콜은 세계 어느 나라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엘리트 교육시스템이다. 입학하기는 매우 힘들지만 전문 분야 지식은 물론 리더십과 외국어까지 치밀하게 가르치며 고위 공무원이나 관리자급 엔지니어, 전문 경영인들을 배출한다. 기술계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들이 주로 진학하는 단기 기술대학에서는 세분화된 특정 기능을 2년 동안 집중적으로 교육해 2,3차 산업 종사자들을 양성한다. 문제는 가운데에 낀 일반 대학이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05∼2006 학년도에 고등교육기관에 등록한 학생은 모두 227만 5000명이다. 이 가운데 82개에 이르는 일반 국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은 130만 9000명이다. 의학, 약학, 법학의 경우 입학이 어렵지만 나머지 학과는 바칼로레아만 합격하면 별도의 전형없이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문학, 언어학,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등 인문과학을 선택한다. 석사·박사로 자신의 연구를 심화시킨다면 좋겠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학사과정 후 취업을 원한다. 그러나 인문학은 취업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년층 실업률이 25%에 달하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불안할수 밖에 없다. 지난해 봄 정부의 최초고용계약(CPE)제 도입계획에 대학생들이 대대적인 반대시위를 벌인 이유다. ●대학들 학생출석에 무관심 프랑스 대학교육이 오늘날 제 기능을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공교육 이념에 따른 무상교육이 대학생을 양산하는 토양을 제공했다.‘교육 평등과 기회의 확대’를 내세워 68혁명 이후부터 70년대 초까지 이뤄진 국립대학의 평준화는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속화시켰다. 여기에 30년전 30%였던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평균 76%로 높아지면서 학생수는 25년 만에 2배로 늘어났다. 반면 정부의 재정지원은 나아진 게 없으니 교육 여건이 뒷걸음질치는 것은 당연하다. 결과는 오늘날 목격되는 ‘하향 평준화’다. 프랑스 대학은 캠퍼스라는 것이 없다. 파리의 대학들도 5,6구를 중심으로 곳곳에 단과대학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양상이다. 소르본대학 본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교 건물들이 60년대에 콘크리트로 급조된 것이다. 관리도 허술해 형편없이 낡았다. 수업은 앙피테아트르라고 하는 강당에서 수백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들릴듯 말듯한 교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열심히 필기를 해도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교수와 토론하면서 학문을 연마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석사나 박사과정이라고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이나 영국 대학이 학비가 비싸기는 하지만 비싼 만큼 확실하게 가르친다. 프랑스는 정반대다.‘싼 게 비지떡’이 바로 여기에 적용되는 말이다. 아무리 공짜라지만 너무하다. 학교에선 학생이 출석을 하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다. 그런데도 대학 당국은 “대학은 전문가들을 훈련시키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이런 환경에서 교육이 제대로 될리 없고,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고 어려운데 자질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기업들이 받아들일리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입학생의 46%가 중도 탈락하는데 이는 학업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졸업해봐야 별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과학 한국’의 희망-국가석학에 듣는다] (4) 획기적 수소저장기술 고안한 임지순 서울대 교수

    [‘과학 한국’의 희망-국가석학에 듣는다] (4) 획기적 수소저장기술 고안한 임지순 서울대 교수

    “상상력을 갖고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때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이 다가옵니다.” 임지순(56·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나노 과학의 대가다. 탄소나노튜브 반도체와 수소에너지 저장 기술 연구로 노벨상 수상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해 말에는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한 ‘국가석학’으로 뽑혔다.1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수소연료 고체 상태로 저장하는 기술 임 교수는 요즘 미래의 대체 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의 저장 기술 연구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저명한 물리학회지 ‘피지컬 리뷰레터’에 획기적인 수소 에너지 저장기술을 발표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기체인 수소를 고체 상태로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방법을 최초로 찾아낸 것. 이를 통해 수소 연료의 한계로 지적된 안전성과 효율성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어 수소자동차의 실용화가 앞당겨지게 됐다. 그는 최근까지 탄소나노튜브의 권위자로 세계적 명성을 쌓아 왔다.1998년에는 ‘탄소나노튜브가 다발로 있으면 전류가 흐르며, 이를 이용하면 실리콘 반도체보다 집적도가 1만배나 높은 새로운 반도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 냈다. 이후 그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디스플레이와 트랜지스터 제작 등 추가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그는 안식년을 단순 재충전이 아닌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는 기간으로 활용했다. 탄소나노튜브와 수소 연료 저장 연구도 지금껏 두 번의 안식년 기간 동안 선진 과학자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발굴해 낸 아이디어다. ●2020년 수소자동차 시판 기대 그러면 수소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그동안 제 연구 성과를 살리면서도 기존 연구들과 다른 분야를 개척하고 싶었어요. 그것이 지구 온난화, 기상 이변, 자원 고갈 등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미래의 청정에너지인 수소가 이 두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것으로 확신했어요.”그는 특히 “2004년 5월부터 수소 연구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연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노 과학 기술이 수소 자동차의 두 가지 큰 기술적 한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소개된 수소자동차의 경우 수소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700기압 정도로 수소를 압축해 연료통에 저장한다. 사고가 나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움직이는 수소폭탄’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최근 BMW사가 수소를 섭씨 영하 250도로 낮춰 액체 상태로 만든 뒤 저장한 자동차를 홍보차 내놓았다. 그러나 임 교수는 “‘고성능 냉장고’로밖에 볼 수 없죠. 전기를 엄청나게 써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처럼 다루기 힘든 수소를 고체 상태로 저장하는 획기적 방법을 고안했다.“나노 기술을 이용, 금속 입자를 입힌 플라스틱 폴리머(polymer·중합체)를 설계했어요. 여기에 수소 분자들을 뿌리니 폴리머 틈새마다에 빡빡하게 착 달라붙어 안전하게 저장이 가능하더라고요.” 그는 2010년쯤이면 지금 휘발유 연료와 비슷한 부피·무게로 비슷한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효율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2015년쯤 지금 휘발유보다 더 효율이 좋은 수소 연료 저장 방법을 찾고,2020년에는 수소자동차가 시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P-RAM 작동 원리 규명, 생체연구도 기대 임 교수는 현재 또 다른 획기적인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차세대 기억소자인 ‘P-RAM(Phase Change RAM:상변화 메모리)’이 전원이 꺼져도 작동 가능한 근본 원리를 과학적으로 처음 밝혀내는 작업이다. 특히 임 교수의 나노 연구는 화학과 생물학에도 접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여건이 될지 모르지만, 나노 과학이 결합한 생체 연구를 하고 싶어요. 두뇌 기억의 근본원리나 생명체 탄생의 비밀 등도 탐구하고 싶죠.” 그는 기존 탄소나노튜브 연구 결과를 상용화하는데도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TV용 디스플레이, 전자파를 차단하는 휴대전화 코팅 방법 등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신진 연구자에게 기회줘야 임 교수는 “우리나라 과학예산의 양적 규모는 결코 다른 나라에 비해 뒤지지 않는데 내용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원이 대형 프로젝트에 지나치게 치우쳐 이뤄진다는 것.“큰 액수는 우수한 사람과 집단에 기울어지죠. 신진 교수들이 독창적 아이디어를 펼칠 기회가 없어요.” 그는 새내기 연구자들에게도 골고루 연구비 지원을 해준 뒤 점차 걸러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의 과학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신입생들을 보면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생각하는 공부가 아니라 단순 반복·암기, 실수 안 하는 노하우만 배운 것 같아요. 그러니 대학 공부가 재미있을 수 있나요?”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임지순 교수는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74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후 80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벨연구소에서 연구원을 지냈다.86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탄소나노튜브 특허 기술을 외국 기업의 유혹을 뿌리치고 국내(하이닉스)에 무상 양도했다.
  • [힘세진 여론조사와 대선주자] 美대선에서는 모든 전략 여론조사 따라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에서는 이미 180년전부터 대통령 선거에 여론조사가 등장했다. 1824년 대선 당시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비공식 조사한 결과,335대 169로 앤드루 잭슨 후보가 존 퀸시 애덤스 후보를 누른다는 예상이 나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지금도 미국의 대선은 여론조사에서 시작된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뜻이 있는 후보들은 먼저 여론조사를 통해 당선가능성이 있는가, 또는 당선은 되지 않더라도 출마를 통해 어느 정도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지를 조사한다. 일단 출마를 결정한 뒤에도 후보의 캠프에서는 모든 선거 전략을 여론조사에 따라 결정한다. 선거의 이슈를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 어떤 유권자 집단을 집중 공략할 것인지, 그 집단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그날그날 어떤 옷을 입고 어느 장소에서 어떤 말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을 일일이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하고 조정한다. 이 때문에 각 선거 캠프에서는 여론조사에만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한다. 미 언론들은 2008년 대선에서 민주와 공화 두 당 후보가 적어도 5억달러(약 5000억원)씩 총 10억달러의 선거비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이 가운데 여론조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민주당의 정치 전략가이자 여론조사 전문가인 마크 멜먼은 “일반적으로 볼 때 전체 선거 예산에서 여론조사비가 10%를 넘으면 너무 많은 것이며,3∼5%가 안되면 너무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돈이 투입된다고 해도 늘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2004년 대선 때도 많은 조사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앞섰다. 특히 2004년 11월2일 선거 당일에도 선거조사는 가장 정확하다는 조그비 인터내셔널이 출구조사 결과를 근거로 케리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dawn@seoul.co.kr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5) 직업과 그 한계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5) 직업과 그 한계

    그동안 한양 인왕산 일대에서 활동했던 중인들의 이야기를 몇차례 소개했다. 그 가운데는 관청의 아전들이 많았지만, 역관이나 의원들도 있었고, 서당 훈장도 있었으며,인쇄전문가도 있었다. 조선시대 신지식인 이라고 평가되는 중인은 과연 어떠한 직업에 종사하며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본다. ●중인의 직업은 수십가지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은 인문지리서인 ‘택리지(擇里志)’를 지으면서, 서론이라고 볼 수 있는 사민총론(四民總論)에서 우리나라 백성을 네가지로 나누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네 부류를 신분으로 보지 않고 직업으로 보았다. 벼슬하지 못한 선비는 농·공·상(農工商) 가운데 한 직업을 택해 일하며 살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혹시 사대부라고 하여 농·공·상을 업신여기거나 농·공·상이 되었다고 하여 사대부를 부러워한다면, 이는 모두 그 근본을 모르는 자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직업은 네가지가 아니라 수십가지였다. 이 책의 총론에서 그 예를 들었다. “종실(宗室)과 사대부는 조정에서 벼슬하는 집안이 되고, 사대부보다 못한 계층은 시골의 품관(品官)·중정(中正)·공조(功曹) 따위가 되었다. 이보다 못한 계층은 사서(士庶) 및 장교·역관·산원(算員)·의관과 방외의 한산인(閑散人)이 되었다. 더 못한 계층은 아전·군호(軍戶)·양만 따위가 되었으며, 이보다 더 못한 계층은 공사천(公私賤) 노비가 되었다.” 이 가운데 “노비에서 지방 아전까지가 하인(下人) 한 계층이고, 서얼과 잡색(雜色)이 중인 한 계층이며, 품관과 사대부를 양반이라고 한다.” 그러나 집안의 흥망성쇠에 따라 “사대부가 혹 신분이 낮아져 평민이 되기도 하고, 평민이 오래 되면서 혹 신분이 높아져 차츰 사대부가 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중인은 전문직업인 이중환이 말한 중인은 서얼과 장교·역관·산원·의관 등의 전문직업인이다. 서얼은 물론 양반이지만 진출에 제한받기 때문에 저절로 중인과 한 부류가 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위항문화가 가장 발달한 시기는 정조시대였는데, 정조(正祖)는 중인과 시정배(市井輩)를 이렇게 구분하였다. “중인에는 편교(校)·계사(計士)·의원·역관·일관(日官)·율관(律官)·창재(唱才)·상기(賞技)·사자관(寫字官)·화원(畵員)·녹사(錄事)의 칭호가 있다. 시정(市井)에는 액속(掖屬)·조리(曹吏)·전민(廛民)의 이름이 있다. 이것이 중인과 시정의 명분이다. 이들 밖에도 하천(下賤)의 복사역역자(服事力役者)들이 수만이나 되니, 군예(軍隸)·노복(奴僕)·공(工)·상(商)·용고(傭雇)같이 미천한 자들도 또한 낫고 못한 차이가 있다.” 정조가 말한 중인들의 직업을 요즘으로 치자면 장교, 공인회계사, 의사, 외교관 겸 동시통역사, 천문학자, 변호사와 법관, 서예가, 화가, 공무원 등이다. 정조는 중인 외에 시정(市井)과 하천(下賤)을 구분했는데, 이 세가지 계층을 아울러 당시에는 위항인(委巷人)이라고 했다. 사대부와 상민 사이의 중간계층인데, 넓은 의미의 중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임숙영이 지은 서문에 “유희경은 본래 위항인이다.”고 했는데, 본래는 천한 종이었다.‘화곡집’ 서문에는 “아깝게도 황군은 위항인이다.”라고 했는데, 황택후는 금위영 서리였다. 역관이나 의원 같은 중인만이 아니라, 훨씬 낮은 서리나 노예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 바로 위항인이다. 위항인은 글자 그대로 위항(委巷)에 사는 사람이다. 위(委)는 곡(曲)이고, 항(巷)은 ‘이중도(里中道)’이다. 즉 ‘마을 가운데 꼬불꼬불한 작은 길’이 바로 위항이고, 작은 집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위항이다. 그러나 이러한 동네에 사는 사람이 누구를 뜻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조선 후기로 내려가면서 양반보다 부유한 중인들이 많아졌으므로,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을 가리키지는 않았다. ●열가지 복을 누린 역관 조수삼 송석원시사 동인 조수삼(趙秀三·1762∼1849)의 호는 추재(秋齋)로 한양 조씨이다. 그의 후배 조희룡은 그의 전기를 지으면서 “그는 풍채가 아름다워 신선의 기골이 있었다. 문장력이 넓고도 깊었는데, 시에 가장 뛰어났다.”는 칭찬으로 시작했다. 사대부의 풍채와 문장을 지녔다는 뜻이다. 그의 문집을 엮어준 손자 조중묵이 화원이었던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원래 직업적인 역관이 아니었는데,28세에 이상원의 길동무로 처음 중국에 따라갔다고 한다. “길에서 강남 사람을 만났는데, 같은 수레를 타고 가면서 중국말을 다 배웠다. 그 뒤론 북경 사람과 말할 때에도 필담(筆談)과 통역의 힘을 빌지 않았다.” 역관을 선택한 중인들은 사역원(司譯院)에서 몇년 동안 그 나라 말을 배웠는데, 그는 북경까지 가는 길에서 중국어를 다 배운 것이다. 여섯차례나 중국에 다녀왔다고 하니, 아마도 그 뒤엔 역관의 신분으로 따라갔을 것이다. 19세기가 되면서 서울의 모습이 바뀌자, 전에는 듣고 보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다. 조수삼은 그러한 이야기를 71편 골라서 ‘기이(紀異)’라는 시를 쓰고 그 앞에 간단한 설명을 덧붙였다. 인간군상의 소묘이면서도 사회변화를 보여준다. “내 나무(吾柴)는 나무를 파는 사람이다. 그는 (나무를 팔면서) ‘나무 사시오.’라 말하지 않고,‘내 나무’라고만 말하였다. 심하게 바람 불거나 눈 내리는 추운 날에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내 나무’라고) 외치다가, 나무를 사려는 사람이 없어 틈이 나면 길가에 앉아 품속에서 책을 꺼내 읽었는데, 바로 고본 경서였다. 눈보라 휘몰아치는 추위에도 열두 거리를 돌아다니며 남쪽 거리 북쪽 거리에서 ‘내 나무’라고 외치네. 어리석은 아낙네야 비웃겠지만 송나라판 경서가 가슴속에 가득 찼다오.” 고본 경서를 읽는 것으로 보아 나무 장사꾼은 양반계층에서 몰락한 지식인인 듯하다. 그래서 차마 다른 장사꾼들처럼 “나무 사시오.”라는 존댓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아,“내 나무”라고 반말을 씀으로써 양반 선비의 마지막 체면을 세웠던 듯하다. ●양반에 60년 뒤진 중인 그러나 송나라판 경서가 가슴속에 가득 찼어도 쓸 데가 없는 것이 당시 사회였고, 그런데도 끝까지 양반의 알량한 자존심과 경서를 내버리지 못하는 것이 그의 한계였다. 그에 비하면 조수삼은 행복한 중인이었는데, 조희룡은 그의 행복을 이렇게 표현했다. “세상 사람들은 추재가 지닌 복이 모두 열가지라고 하면서, 남들은 그 가운데 하나만 지녀도 평생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가지란 첫째 풍도(風度), 둘째 시문(詩文), 셋째 공령(功令), 넷째 의학, 다섯째 바둑, 여섯째 서예, 일곱째 기억력, 여덟째 담론, 아홉째 복택, 열째 장수이다.” 88세까지 살았으니, 당시로서는 정말 장수하여 남의 부러움을 샀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공령문인데, 과거시험 때에 쓰는 시나 문장이다. 양반들은 대부분 과거시험을 보았으며, 답안지를 쓰기 위해 공령문을 배웠다. 그러나 과거에 급제하면 더 이상 배울 필요도 없고, 쓸 일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문집에 공령시가 실리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그의 문집에는 공령시가 57편이나 실렸다. 그가 공령시를 잘 지었다고 소문났지만, 자기가 시험을 보기 위해 연습한 것이 아니라 양반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연습한 것이다. 그는 61세에 경상도 관찰사 조인영의 서기로 따라갔는데, 실제로는 가정교사이다. 그는 83세에야 진사에 합격했는데, 영의정 조인영이 시를 짓게 하자 ‘사마창방일구호칠보시(司馬唱榜日口呼七步詩)´를 지었다. 뱃속에 든 시와 책이 몇백 짐이던가. 올해에야 가까스로 난삼을 걸쳤네. 구경꾼들아. 몇 살인가 묻지를 마소. 육십년 전에는 스물 셋이었다오. 합격자 명부인 방목에 그를 유학(幼學)이라고 표시했으니,83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양반들은 20대 초반에 이미 진사에 합격하고 곧이어 문과에 응시했는데, 그는 60년이나 뒤처졌다. 시의 제목은 “진사시 합격자를 발표한 날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입으로 읊은 시”이다. 조인영이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그 기쁨을 시로 표현해 보라는 주문을 한 것인데,“가까스로” 합격해 난삼을 걸친 기쁨과, 몇백 짐의 책을 외우고도 60년 늦게 합격한 중인의 한을 함께 표현했다. 그나마 영의정이 도와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 전문직업을 지녀 경제적으로는 안정되었으면서도 신분적으로는 60년이나 양반에게 뒤진 것이 바로 중인의 한계이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국내 첫 담배소송 ‘흡연자 패소’] 美 필립모리스사 ‘99년 5150만弗 배상 판결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다투는 담배소송은 1954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미국에서 흡연 관련 소송 4000여건이 있었지만, 담배회사에 배상금을 물린 확정 판결은 10여건에 불과하다.일본과 유럽 각국에서도 여러 차례 담배소송이 제기됐지만, 대부분 담배를 피운 흡연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회사측 손을 들어줬다. 폐암 발병 흡연자들이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사례가 많은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흡연자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드물게 나오기 시작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미국에서 흡연자가 승소할 경우 배상액은 천문학적 액수를 기록한다. 99년 샌프란시스코주 법원은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사는 흡연 피해자에게 5150만달러를 배상하라.”며 흡연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필립 모리스사가 배상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 미 연방 대법원에서 재심이 진행중이다.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도 40년간 담배를 하루 두갑씩 피우다 폐암에 걸린 리처드 보켄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회사들은 보켄에게 500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선고가 아닌 재판부의 중재를 통해 담배회사가 배상을 하는 선에서 양측이 합의한 경우도 있다.98년 미국 46개 주정부가 “흡연으로 주민들의 건강이 나빠져 복지 예산이 많이 든다.”며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미국 연방 대법원은 “주정부에 25년에 걸쳐 2460억달러를 지급하라.”며 조정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미국 법원들도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흡연자 패소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라이트’‘저타르’ 등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흡연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미 대법원은 “순한 담배라는 사실과 함께 유해성을 알렸기에 회사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해 2월 폐암 환자 6명이 일본담배회사(JT)와 국가를 상대로 낸 담배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담배가 유해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기호품으로 정착했고, 중독성이 술보다 약해 본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끊을 수 있다는 게 판시 내용의 골자였다.프랑스와 독일에서도 2003년 “건강 악화와 흡연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잇따라 흡연자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민족문학 작가회의名에 ‘민족’ 뺀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정희성)가 오는 27일 정기총회를 열어 ‘작가회의’ 등으로 단체 이름을 바꾼다. 민족문학작가회의 김형수 사무총장은 24일 “1990년대 후반부터 남북 및 해외 문인단체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명칭 변경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면서 “총회에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명칭 변경 문제를 결론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부에서 검토되는 단체명은 ‘작가회의’,‘한국작가회의’,‘한국문학작가회의’,‘한국어문학작가회의’ 등이다. 김 사무총장은 “활동 범위가 국제화됐는데도 이름 때문에 자기 민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는 민족주의 문학에 치중하는 것으로 많은 오해를 받았다.”면서 “이런 국제적 요청과 더불어 젊은 문인들과의 연대에 있어서도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계속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영현 실천문학 대표도 최근 자신의 이미지를 대표했던 ‘민족’과 ‘민중’에서 벗어나 ‘인간’ ‘사랑’으로 회귀하게 됐다고 언급하는 등 작가회의 소속 많은 문인들이 ‘민족문학’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한반도 지진 20년새 3배 늘어

    한반도 지진 20년새 3배 늘어

    지난 20일 밤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에서 리히터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오후 8시56분 발생한 지진은 기상청이 본격적으로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8번째, 육상 지진 규모로는 4번째로 강력했다. 21일 국가지진센터에 따르면 연평균 지진 발생 횟수가 20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횟수도 점차 잦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는 강원도 강릉 서쪽 23㎞인 평창이지만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전국 대부분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인명 및 재산피해는 접수되지 않았지만, 당국의 재난 대응체계가 일부 허점을 드러내 시민 혼란을 가중시켰다. ●“규모 5.0이상 지진 50년에 한번씩 발생” 2000년대 들어 한 해 평균 지진발생 횟수는 41.1회로 집계됐다.80년대의 한 해 평균 15.7회,90년대 25.5회와 비교해 크게 늘어났다. 소방방재청 재해경감팀 정길호 박사는 “기술이 발달해 미세 지진까지 잡아낸 덕분인지, 실제 지진이 늘어났는지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면서 “규모 5.0의 지진은 산술적으로 5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데 이런 지진이 도심에서 발생할 경우 천문학적인 피해가 날 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태웅 세종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지진대응 시스템은 일본 등에 비해 크게 낙후된 수준으로 시스템 개발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지진 대응체계 구멍 숭숭 지진 통보 시스템의 문제점도 또 한번 드러났다. 기상청이 지진을 처음 인지한 것은 오후 8시56분53초. 하지만 방송사 등 주요 언론사에 통보된 것은 1분7초 뒤인 58분이었고,59분부터 자막 속보가 나갔다. 재해대책본부에는 58분7초에, 강릉시청 등 전국 자치단체에는 2분30초 뒤인 8시59분27초에 각각 통보됐다.2분 이내 통보라는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일본(10초 이내), 타이완(20∼30초 이내)과 비교하면 낙후된 수준이다. 지진은 발생 후 10∼30초 이내에 대부분의 피해가 발생하고, 화재와 같은 추가 피해가 뒷따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소방방재청에서 시민들에게 보내주는 ‘긴급재난 문자메시지(SMS)’는 발생 19분이 지난 9시15분쯤 발송했다. 그것도 발생 장소를 빼먹고 보냈다가 9분 뒤인 9시24분에서야 발생 장소를 포함한 정정 메시지를 보냈다. 회사원 박영준(27·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발생 지역도 안 나온 메시지가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담당자가 마음이 급하다 보니 발생 사실만 알리고 지역은 누락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신속한 지진정보를 전파하기 위해 운영되는 국가지진센터 홈페이지(www.kmaneis.go.kr)도 지진 발생 직후 한꺼번에 많은 접속자가 몰려들면서 운영이 마비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임일영 강아연기자 argus@seoul.co.kr
  • “내 문학의 터닝포인트”

    소설가 김영현(52)이 달라졌다. 1970년대 대학을 다녔고, 노동운동과 두번의 투옥, 그리고 끔찍했던 고문의 기억…. 그의 화두는 늘 민중과 민족이었다.1990년 이른바 ‘김영현 논쟁’을 일으키며 민중소설의 한 지평을 연 이래 김영현에게는 ‘민족문학의 대표작가’란 이력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 그런 그가 전혀 의외로 추리소설 형식의 새 장편소설 ‘낯선 사람들’(실천문학사 펴냄)을 펴냈다. “한 순간 과연 그토록 깨뜨리길 원했던 사회적 모순이 어떤 형태로 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오히려 모순이 심화돼 있더군요.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삶이 뭔지 고민했고, 결국 ‘내 생은 과연 가치 있는 것인가.’라는 자문을 하게 됐습니다. 귀결은 ‘사랑’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죄와 벌, 구원, 사랑 등 러시아 고전소설과 맥이 닿는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인간으로 돌아오면 자유로운 숨통을 느끼게 된다.”면서 인간과 사랑을 강조했다. 시골 마을금고 이사장을 지낸 구두쇠 최문술 영감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복잡한 가정사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전혀 의외의 인물인 범인을 잡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최 영감의 장남인 동연이 범인으로 체포된 상황에서 동연의 동생이자 예비신부로 수도원에서 생활하던 성연이 돌아와 “진범은 따로 있다.”는 확신을 갖고 사건을 추적한다. 이어 이복동생을 찾아내는 등 집안의 복잡한 과거사가 드러난다. 가족으로 묶여 있지만 탐욕과 증오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죄와 타락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과정을 긴박하게 추리해 나간다. 10년째 실천문학사 대표를 맡고 있는 작가는 “갈수록 막막해져만 갔는데 인간과 신이라는 종교적 주제를 만나면서 숨통이 트였다.”면서 “이번 작품은 사실상 내 문학의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게이츠재단 ‘자선 따로 투자 따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세계 최대 자선단체인 빌과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설립 취지와는 동떨어진 투자 행태 때문에 눈총을 받고 있다. 게이츠 재단은 기존에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인 빌 게이츠 부부가 기부한 300억달러(약 30조원)에다가 최근 투자가 워런 버핏이 무려 307억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보유하게 됐다. 재단은 수익을 얻기 위해 자금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게이츠 재단은 세계 최대의 자선 재단일 뿐만 아니라 손꼽히는 투자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게이츠 재단이 투자하는 기업 가운데는 환경과 노동 측면에서 ‘악덕’이라고 부를 만한 기업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LA타임스는 게이츠 재단의 투자처를 분석한 결과 전체 투자의 41%가 사회적 복리를 추구하는 재단의 자선활동과는 거리가 먼 기업들이었다고 보도했다.예를 들어 게이츠 재단은 나이지리아의 한 시골마을 주민들의 전염병 치료와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반면, 바로 그 마을 옆에서 300피트가 넘는 불기둥을 뿜는 유전을 개발하는 다국적 석유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업은 유전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변 주민들의 환경적 재앙에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이 신문은 또 게이츠 재단이 다국적 제약회사에도 큰 돈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나 전염병 약을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제약회사들에 현지 주민을 위해 이익금의 일부라도 사용할 것을 권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게이츠 재단이 천문학적인 기부금으로 다른 자선재단들을 ‘난쟁이’로 만들었다면서 이 때문에 카네기·포드·록펠러 재단 등은 그동안의 명성과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방만했던 사업을 효율화하기 위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dawn@seoul.co.kr
  • 베컴, 서부로 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32·레알 마드리드)이 12일 미국프로축구(MLS) LA 갤럭시로 전격 이적했다. 오는 6월 계약 만료를 앞둔 베컴은 이번 시즌 7경기만 출전하는 등 부진,‘퇴출 압박’을 받아왔다. 결국 축구 신천지인 미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오는 8월부터 갤럭시에서 뛴다.●얼마나 받나 베컴은 12일 LA 갤럭시와 5년간 2억 5000만달러(약 2300억원)의 초대형 계약에 합의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긴급 보도했다. 계약조건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보너스 등을 포함해 5년간 주급 100만달러(9억 2000만원)꼴이다. 아스널의 특급 킬러 티에리 앙리도 주급 2억 4000만원이다. 축구 경기 만으로는 5년간 5000만달러이고 나머지는 아디다스, 질레트, 펩시 등 기업 스폰서십이다.MLS 이반 가지디스 부회장은 “에이전시와 19가지 계약이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신천지로 간 까닭은 베컴의 미국행에 대해 영국 언론과 팬들은 천문학적인 몸값을 꼽지만 베컴은 “미국 축구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게 목표”라며 부인했다. 베컴은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고, 미국 일부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딴 유소년축구학교를 개설해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언론은 팝그룹 ‘스파이스 걸스’ 출신으로 패션모델인 부인 빅토리아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풀이했다. 빅토리아는 모델과 영화 활동을 위해 할리우드 진출을 꿈꿔 왔다.●세계가 뜨거운 반응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미국과 스페인 현지 반응을 생방송으로 전했다.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주요 일간지는 특집보도로 전했다.CNN은 긴급뉴스로 타전했다. 잉글랜드에서는 베컴을 잡지 못한 아쉬움과 격려가 교차했다. 맨체스터시티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은 “6개월전 만 해도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이던 베컴이 미국으로 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흥분의 도가니다.MLS 돈 가버 커미셔너는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순간이 됐다.”며 기뻐했다.●할리우드도 들썩 베컴 부부는 유럽에서도 끊임 없이 뉴스의 초점이 됐었다. 이들이 미국에 오면 톰 크루즈와 케이트 홈즈 부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부부 못지 않은 화제를 뿌릴 전망이다.TV 쇼 ‘액세스 할리우드’ 프로듀서 라이언 패터슨은 “베컴보다 잘 생긴 사람을 본 적 없다. 벌써부터 베컴 부부의 뒤를 쫓겠다는 (파파라치)지원자가 줄을 섰다.”고 반겼다.●LA 갤럭시는 우리나라에서는 홍명보(38)가 2002년 11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활동해 친숙한 팀이다.2005년 MLS 우승을 차지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11승6무15패로 서부콘퍼런스 5위에 그쳤다. 미국프로축구는 1970∼80년대 펠레(브라질), 프란츠 베켄바워(독일),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가 뛰면서 관심을 끈 적이 있다.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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