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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제복지원 사건은

    역대 군사정권이 거리의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의 법령을 만들자, 민영 형제복지원이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의 복지원 건물에 무연고자를 불법 감금하고 강제 중노역을 시킨 인권 유린 사건이다. 복지원은 초창기 보육시설로 설립됐으나 1971년 12월 부랑인 보호시설로 바뀌었다. 1975년 12월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이 내무부 훈령으로 제정되면서 폐쇄적 부랑인 수용시설로서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운영됐다. 정부는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부랑인 단속에 나섰다. 복지원은 수용인원에 따라 정부보조금이 나오는 점을 악용, 멀쩡하게 거리를 지나던 가난한 어린이 등을 마구잡이로 끌어와 강제로 수용했다. 심지어 기차역에서 혼자 TV를 보다가 끌려온 시민도 있다. 복지원의 수용자는 최대 3146명에 이르렀고, 정부보조금은 연간 20억원에 달했다. 복지원에 끌려온 이들은 군대처럼 소대별로 천막생활을 하며 하루 10시간 이상의 중노역과 끔찍한 구타, 성적 학대 등에 시달렸다. 반항할 경우 직원들은 잔인한 가학 행위를 서슴지 않았고, 일부 탈출하다가 적발된 이들의 시체를 야산에 암매장하기도 했다. 일부 시체는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기도 했다.이로써 12년 동안 복지원의 공식 사망자 수만 513명에 달한다. 1986년 12월 울산지청 김용원 검사가 박인근 당시 형제복지원 원장 소유의 울주군 농장에서 노역하는 원생들을 목격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이듬해 3월에는 탈출을 시도한 원생 1명이 직원들의 구타로 사망하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 복지원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검찰의 수사로 직원 5명과 함께 구속된 박 원장은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을 뿐이고, 아직도 이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진상 규명과 피해자 구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공기업 탐방-한국 마사회] “도박장 이미지 탈피·문화공간 활용 노력 다할 것”

    설 연휴가 끝났지만 마권 장외 발매소(화상경마장) 이전을 둘러싼 한국마사회와 지역 주민들의 마찰은 현재진행형이다. 마사회는 서울 한강로 3가에 있는 장외 발매소가 낡고 비좁다며 청파로 신축 건물로 이전할 계획이지만 주민은 천막 농성까지 펼치며 저지하고 있다. 이전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마사회는 ‘도박장’이라는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문화센터 등으로 거부감을 줄이겠다는 복안이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2일 마사회에 따르면 장외 발매소 이전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2010년 3월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승인을 받았고 같은 해 6월에는 용산구청의 건축 허가가 났다. 이전 장소는 성심여고로부터 직선 거리로 235m 떨어져 있어 ‘학교보건법’의 학교위생정화구역(반경 200m) 밖에 위치해 있다. 마사회 측은 “이전 장소는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물론 서울시와 용산구도 이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교육 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주민과 교육 관계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장외 발매소 이전은 (사행시설을) 생활밀집지역에서 격리해 외곽 지역으로 이전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정부 지침에도 반한다”며 이전 계획 재검토를 촉구했다. 해결의 열쇠는 마사회가 쥐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해 8월부터 주민들과 다섯 차례 간담회를 했지만 아직 마음을 얻지 못했다. 이전한 장외 발매소를 6개월간 주민들과 공동 관리한 뒤 문제점이 나타나면 폐지하겠다고까지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마사회는 지역발전기금 10억원을 조성하는 등 지역사회 기여를 확대하고 경마가 없는 날은 ‘북카페’ 등의 문화센터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20억원 규모의 장학사업을 벌이고 공부방을 개설하는 등 있을지도 모를 학생 피해를 회복시킬 대책도 마련해 놓고 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초보 노점상 진희씨에게 보내는 세 딸의 가슴 뭉클한 응원

    초보 노점상 진희씨에게 보내는 세 딸의 가슴 뭉클한 응원

    갑작스러운 불행은 늘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윤진희(43)씨에게도 그랬다. 세 딸을 키우는 평범한 엄마로 살아가던 진희씨는 6년 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온실 속 화초와도 같았던 진희씨는 세 딸을 위해 질기고 강한 잡초가 돼야 했다. 27일부터 31일까지 KBS 1TV에서 오전 7시 50분 방영되는 ‘인간극장’의 ‘엄마 힘내세요’ 편은 초보 장사꾼이 된 진희씨와 엄마를 응원하는 세 딸의 뭉클한 가족애를 카메라에 담는다. 진희씨는 2주 전 트럭에서 옷 파는 노점을 시작했다. 홀로 노점을 펴 본 적도, 옷을 떼어 온 적도 없었던 진희씨는 아직도 혼자 장사하는 일이 버겁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찾는 손님도 많지 않고, 길가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하루 종일 있는 것도 고단하기만 하다. 하루 장사를 마치고 꽁꽁 언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면 리나(16)와 유나(14), 예나(12)가 엄마를 맞이한다. 손을 문질러 주고 안마를 해주는 딸들의 응원과 격려에 진희씨는 약해진 마음을 다잡는다. 6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진희씨는 삶의 의지마저 함께 놓아버렸다. 몸도 마음도 아픈 엄마를 가장 먼저 끌어안은 것은 바로 세 딸이었다. 딸들은 엄마를 위해 일찍 철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한국 무용 유망주로 꼽혔던 첫째 리나는 아빠를 웃게 해주기 위해 무용을 시작했다. 이제 리나에게 무용은 가족을 일으키기 위한 목표가 됐다. 둘째 유나는 집안일을 돕는 든든한 살림꾼이 됐고, 막내 예나는 남사당패의 단원으로 장학금까지 받는 똑소리 나는 아이다. 형편상 첫째 리나가 무용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두 동생은 자신의 용돈을 보탠다. 이렇게 똘똘 뭉친 자매는 엄마를 ‘엄마’로 만들어주는 보물이다. 진희씨가 강한 엄마로 거듭나게 된 뒤에는 유나의 친구 어머니인 염정미(44)씨도 있었다. 세상 물정 모르고 나약하기만 했던 진희씨에게 정미씨는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인 동시에 용기를 키워주는 조련사였다. 여성스러운 진희씨와 반대로 정미씨는 털털하고 씩씩하다. 장사 선배로서 진희씨를 도우며 함께 전국을 돌며 재활용 옷을 공수하고 추위에 떨고 있는 진희씨를 위해 트럭 노점에 직접 비닐 천막을 둘러주기도 한다. 엄마 없이 홀로 남아 있는 아이들을 위해 등교와 살림을 챙겨주기도 하는 정미씨는 진희씨의 오늘을 있게 만든 최고의 조력자다. 기특한 세 딸과 든든한 정미씨, 그리고 세상의 따뜻한 도움으로 진희씨는 기나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길거리서 불꽃놀이를?’ 中 폭죽 싣고 달리던 트럭 폭발

    ‘길거리서 불꽃놀이를?’ 中 폭죽 싣고 달리던 트럭 폭발

    고속도로에서 폭죽을 실은 트럭에 불이 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중국의 한 고속도로에서 불꽃놀이에 쓰이는 폭죽을 운반하던 트럭이 고가도로 밑을 지나는 도중에 불이 났다. 당시 폭죽을 운반하던 트럭 운전기사는 “도로를 달리던 도중 갑자기 폭죽들이 폭발하며 짐칸을 덮고 있던 천막에 불이 옮겨 붙었다”고 아찔한 순간을 전했다. 현지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멀리서 소방호수로 물을 뿌려보지만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죽에 의해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운전자는 바로 탈출했고 주변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사고로 한 동안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 됐다. 경찰은 운전자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영상=유튜브 장고봉 PD goboy@seoul.co.kr
  • ‘철부지 10대女’ 모텔에서 낳은 아기 창밖으로…

    부산 북부경찰서는 16일 모텔에서 출산한 아기를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혐의(영아살해·사체유기)로 A(17·무직)양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양은 14일 오전 5시 쯤 부산 북구의 한 모텔 6층 객실 화장실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창문 밖으로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탯줄이 노출된 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신생아는 모텔 주차장 천막 위에 떨어져 숨졌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모텔 내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사건 하루만인 15일 오후 A양을 붙잡았다. 경찰 조사결과 A양은 사건 전날인 13일 오후 8시 20분 쯤 남자친구 B(19)군과 함께 이 모텔에 투숙한 뒤 화장실에서 홀로 아기를 낳은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이날 부산에 살던 B군을 만나러 왔다가 갑작스럽게 아기를 낳자 B군에게 출산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말했다. A양은 경찰조사에서 “오빠에게 배가 아프다고 해 4차례에 걸쳐 약을 사러 보낸 사이 홀로 아기를 출산해 창문으로 던졌다”고 진술했다. 고교 1학년 때 중퇴한 A양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다 지난해 4월 전 남자친구인 C(17)군과 사귄 뒤 임신했으며 B군과는 같은 해 7월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만났다. 경찰은 B군의 범행가담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A양에 사전구속영장 신청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co.kr
  • 들리나요, 500일간의 외침

    들리나요, 500일간의 외침

    “벌써 500일이 됐지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2012년 8월 2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 광화문역 지하도 한 귀퉁이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2일로 꼭 500일째를 맞았다. 이들은 장애등급에 따라 복지혜택의 차별을 두는 장애등급제는 몸에 등급을 매겨 관리하는 비인간적인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부양의무제는 장애인을 돌볼 사회적 의무를 가족 책임으로 전가해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주범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추위나 더위, 불편한 천막생활도 큰 어려움은 아니었다고 했다. 흘깃 쳐다보고는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 괴로웠다고 했다. 500일이 흘렀지만 달라진 건 없다. 전장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남 의령에서 홀로 살던 지체장애 4급 남성(48)과 대구에서 88세 노모와 살던 지체장애인(56·3급) 등 장애인 2명은 장애 등급이 모자라 활동 보조인 지원을 받지 못하다가 불이 나 숨졌다. 현행 장애등급제에 따르면 장애등급이 1·2급이어야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된다. 같은 달 2일에는 서울 관악구에서 1급 지체장애 아들(17)을 둔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부양의무제에 따르면 아버지가 살아 있는 한 장애인 아들이 직접적인 기초수급자가 될 수 없다. 이형숙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부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약을 꼭 지키겠다고 약속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변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는 2014년까지 현재 1~6등급으로 나뉘는 장애등급을 중·경증 등급으로 단순화하고 2017년까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정부 계획대로 장애등급을 중·경증으로 단순화하려면 2014년에 최소 2000억원의 예산이 확보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정부 계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우크라이나 ‘양다리’ 행보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력협정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러시아와 무역 협정을 맺기로 합의했다. CNN에 따르면 세르게이 아르부조프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는 1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17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무역관계 증진을 위한 로드맵을 승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무역 협상을 통해 천연가스 운송체계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판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그의 발언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 협상을 잠정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공개됐다. 앞서 스테판 퓔레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크라이나가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뚜렷한 약속을 하지 않아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그의 정부의 말과 행동이 협상에서 멀어지고 있다”면서 “이들의 주장은 사실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EU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무역 협정을 체결해 자신들의 경제권에 편입시키기 위해 경쟁을 벌여왔다.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정부는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에 나서면서도 러시아와 옛 소련권 관세동맹 가입 협상을 벌이는 등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 EU의 불만을 사 왔다. 한편 수도 키예프에서는 EU와의 협력 협정이 무산된 데 따른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도 키예프의 독립 광장에 반정부 시위대의 천막과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교통이 마비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세상에 온기를 더하고 잠들다

    세상에 온기를 더하고 잠들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아버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인권 투쟁과 인류 평화를 위해 헌신한 삶을 뒤로하고 영면에 들었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만델라 장례식이 15일(현지시간)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이스턴케이프주 쿠누에서 국장(國葬)으로 치러졌다. 임시로 설치된 타원형 돔 모양의 대형 천막에서 진행된 장례식은 남아공은 물론 전 세계에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만델라의 시신이 든 관은 국기로 덮인 채 군 포차에 실려 장례식장으로 운구됐으며 이를 군 의장대가 행진하며 선도했다. 21발의 예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만델라 관은 8명의 군인에 의해 장례식장에 입장한 뒤 연단과 객석 중간에 놓였다. 장례식에는 만델라의 두 번째 부인 위니 마디키젤라, 세 번째 부인 그라사 마셸 등 만델라 가족들을 비롯해 조문객 4500여명이 참석해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국 찰스 왕세자,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미국의 인권 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 은코사자나 들라미니 주마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당초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만델라의 오랜 친구이자 투쟁 동지인 데즈먼드 투투 주교 역시 참석해 동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장례식은 돈 다불라 주교의 기도를 시작으로 만델라의 손자 등 가족과 친구들이 추도사를 한 데 이어 AU 순회의장인 하이을러마리얌 더살런 에티오피아 총리,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순회의장인 조이스 반다 말라위 대통령, 자카야 음리쇼 키퀘테 탄자니아 대통령이 차례로 추도사를 낭독했다. 만델라가 복역한 로벤섬에서 그와 함께 26년간 복역했던 민주화 투쟁 동지 아흐메드 카스라다는 추도사를 통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유를 향한 먼 여정을 달리고 남아공에 존엄함을 복원한 당신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며 작별을 고했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추도 연설에서 “오늘은 남아공의 자유 투사였으며 공복(公僕)이었던 만델라의 95년에 걸친 영광스러운 여정이 끝나는 날”이라며 “우리는 민주화된 남아공을 건국한 고인의 마지막 길에 동참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경의를 표했다. 장례식 후 만델라의 시신이 든 관은 인근 가족 묘원에 옮겨져 땅에 매장됐다. 다만 장례식 이후 진행된 매장식은 만델라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만델라의 가족 및 친구 450여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만델라 관이 매장되는 동안 남아공 군 헬리콥터들이 국기를 매단 채 상공을 날았으며 군용기들이 편대비행을 하면서 그에게 마지막 예의를 표했다. 지난 5일 만델라가 요하네스버그 자택에서 95세를 일기로 타계한 뒤 선포된 10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에 진행된 국가적인 추모 행사는 모두 종료됐다. 앞서 10일 91개국 정상과 10만여명이 참석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도식을 치른 데 이어 11일부터 13일까지 프리토리아 정부 청사인 유니언빌딩에서 진행된 시신 공개에는 조문객 10만명이 찾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웃음기는 싹 뺐다… 필리핀 눈물 닦아준 개그맨 이재훈

    웃음기는 싹 뺐다… 필리핀 눈물 닦아준 개그맨 이재훈

    지난달 8일 개그맨 이재훈(38)이 태풍이 휩쓸고 간 필리핀에서 구호 활동에 나섰다. 그가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타클로반. 세부에서도 1시간을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초강력 태풍 하이옌으로 주민 22만명 중 1만명이 사망한 지역이다. 필리핀 동부의 항구도시였지만 순간 최대 풍속 379㎞에 달하는 태풍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풍경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타클로반 시내로 이동하면서 이재훈의 표정도 점점 더 어두워졌다. 건물들은 남김 없이 무너져 내렸고 전기와 수도 등의 기반 시설은 완전히 파괴됐다. 무너진 건물마다 실종자를 찾는 포스터가 여기저기 어지러져 있었고, 거리 곳곳에는 신원조차 알 수 없는 시신들과 죽은 가축들이 방치돼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주민들은 쓰레기 더미로 뒤덮인 집터에서 천막과 판자들로 임시 거처를 만들어 생활하고 있었다. 마실 물도 여의치 않은 데다 온갖 외상과 질병에 허덕이고 있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눈물을 머금고 카메라를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이재훈 역시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구호물자는 턱없이 부족했고, 식량과 식수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에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잘 데가 없어 겨우 찾은 호텔은 2층까지 물에 잠겼던 곳이다. 객실 안은 진흙으로 뒤범벅돼 있었고 전기와 물은 사용할 수 없었다. 하루 종일 악취와 땀으로 뒤덮였던 몸을 물휴지로 닦아내야 하는 생활은 고역이었다. 하지만 그는 구호활동가들도 몸을 사릴 정도의 재난 현장에서 의연함을 잃지 않아 현지 활동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재훈은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개그콘서트’의 ‘생활 사투리’와 ‘도레미 트리오’ 코너로 인기를 끌었다. 영화와 뮤지컬에도 출연했으며 2011년부터는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던 그가 이번에는 필리핀 이재민들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 나섰다. 필리핀 구호 활동을 나선 우리나라 연예인은 그가 처음이다. 그의 10일간의 고군분투는 11일 밤 10시 50분 KBS 1TV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조계종 이번엔 봉은사 주지 임명 싸고 내홍

    조계종 이번엔 봉은사 주지 임명 싸고 내홍

    한국불교의 맏형 격인 조계종이 삼상찮다. 최고 입법기관인 중앙종회 의원들의 승풍실추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더니 고위직 승려들의 ‘밤샘 술판’으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승 총무원장은 ‘선거 뒷거래’를 둘러싸고 반대의견이 많았던 직영사찰 봉은사 주지 임명을 강행, 내홍에 휩싸였다. 결국 불교단체들이 자승 총무원장을 포함한 새 집행부에 대한 불복운동에 돌입할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자승 총무원장의 연임 한 달을 맞은 조계종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3일 한 중앙일간지의 보도로 알려진 충남 공주 태화산 한국문화연수원의 ‘밤샘 술판’은 이 사건 자체의 심각성에 더해 최근 잇따른 고위직 승려들의 일탈과 맞물려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술 자리에는 중앙종회 의원 3명을 포함해 법명만 들어도 쉽사리 알 수 있는 승려 12명이 참석했다. 따라서 새 집행부가 범종단 차원에서 이어가고 있는 ‘자성과 쇄신’ 운동이 공염불 아니냐는 빈축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승풍실추 사건에 연루된 고위직 승려들은 중앙종회 의원이 대부분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장을 맡았던 한 중앙종회 의원은 여직원들에게 한 성희롱 막말과 인격모독적 발언으로 결국 사임했다. 또 다른 중앙종회 의원은 자승 스님의 연임을 낳은 지난 34대 총무원장 선거 기간 중 공개된 장소에서 술을 마시고 같이 마신 여성의 도움으로 호텔까지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돼 대중에게 참회했다. 이에 앞서 한 중앙종회 의원은 술에 취해 대리운전 기사를 폭행, 실형까지 받았다. 자승 총무원장이 ‘밤샘 술판’ 사태의 책임을 물어 한국문화연수원장을 전격 경질하고 술자리 참석자 전원에게 중징계 결정을 내리는 등 이례적으로 즉각 강경 대응을 하고 나선 것도 최근 고위직 승려들의 잇따른 일탈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중앙종회가 5일 의장단 분과위원장 연석회의를 소집해 최근 물의를 빚은 중앙종회 의원 5명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결정한 것도 그 런 차원에서 눈길을 끌었다. 자승 총무원장의 직영사찰 봉은사 주지 임명 강행은 종단의 분란을 예고하는 선거 후유증으로 특히 주목된다. 봉은사 주지로 임명된 원학 스님은 지난 선거 때 자승 스님의 선대위 고문을 맡은 종상 스님 추천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자승 스님 연임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되는 종책모임 불교광장 대표 지홍 스님이 원학 스님의 임명반대를 강하게 주장하며 종회의원 사의를 표명한 게 조계종 새 집행부의 순탄치 않은 항로를 예고한다. 불교 단체들이 일제히 봉은사 주지 임명 철회와 자승 총무원장의 불신임을 천명하고 나선 것도 그런 측면에서의 연대 움직임으로 주목된다. 자승 총무원장이 봉은사 임명을 강행한 직후 참여불교재가연대는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승 스님이 막장 드라마를 중단하지 않으면 가장 강력한 형태의 불복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도 성명을 발표, “34대 집행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며 “논공행상이라는 사적 이해관계 말고는 공적인 원칙과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난 선거 때 자승 스님의 연임 반대를 주장하며 조계사 경내에서 천막 단식농성을 벌였던 전국선원수좌회도 조만간 새 집행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전부터 파란이 예상됐던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시국 미사’ 파문 개신교·불교계 급속 확산

    ‘시국 미사’ 파문 개신교·불교계 급속 확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신부들의 ‘시국미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종교계가 지난 대선의 국가기관 개입 진상 규명과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지난 27일 개신교 28개 목회자·평신도 단체로 구성된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승려 1000여명은 28일 오전 조계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승려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원불교 교무 200여명은 29일 원불교 중앙총부가 있는 전북 익산에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과 관련한 대규모 시국 토론회를 연다. 천주교 사제단의 돌발적인 ‘시국 미사’가 사실상 국내 3개 주요 종단으로 확산된 셈이다. 정의구현사제단 ‘시국 미사’이후 잠잠하던 종교계가 봇물 터지듯 목소리를 높여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는 뭘까.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일들을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 ‘시국 미사’ 발언의 주인공인 박창신 신부에 대한 검찰 수사 착수에 즈음해 일제히 쏟아진 종교계의 성명과 기자회견 내용은 그 원인을 짐작케 한다. 기독교 공대위는 “종교계 성직자들이 강론과정에서 한 발언조차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성직자를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며 탄압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승려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진상 규명 요구에도 책임 있는 사태해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지난 8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시국선언했던 원불교 교무들도 이번 시국토론회를 그 연장선에서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원불교 교무들은 그동안 천주교 사제단과 함께 연대활동을 해왔던 만큼 이날 시국토론회에 관심이 쏠린다. 결국 종교 고유의 영역에 대한 공권력 개입과 정부·정치권에서 사건 본질과는 동떨어진 여론몰이, 종교 폄훼로 집약된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에 대한 진상 규명과 박 대통령의 사퇴, 혹은 참회에 맞춘 종교계의 집단행동과는 달리 사제단 ‘시국 미사’와 사제 발언을 문제 삼은 보수 성향의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지난 26일 정의구현사제단 해체를 요구한 데 이어 27일 한국장로회총연합회와 한국교회평신도단체협의회,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의회 등 3개 단체는 시국미사와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반 국가적, 종북적 행위이자 망언으로 규정하고 사제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처럼 종교계의 주장과 행동이 엇갈리지만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진상 규명과 대통령 사퇴·참회 쪽으로 급속히 기우는 추세다. 실제로 다음 달 16일부터 25일까지 의장단 3명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금식기도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던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는 29일 기도회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갖는다. ‘개신교평신도대책위’도 1만인 개신교인 선언 준비위원회를 구성, 정권퇴진 운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8월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참여불교재가연대를 비롯한 14개 단체가 모여 발족한 불교시국회의도 정부의 공개참회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연대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종교계는 이와 관련, 진원지인 천주교의 입장 정리와 그에 따른 움직임이 향후 추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와 서울대교구는 아직 이렇다 할 입장표명이나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 교구를 비롯한 지역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조만간 교구별 모임을 통해 입장을 천명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따라서 교구별 사제의 결정에 따른 평신도들의 결집이 이어질 경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인권위 ‘긴급구제 회피’ 꼼수 논란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지난 4월 긴급구제 사건을 상임위원회에 상정하지 않는 절차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긴급구제 기각에 대한 부담감을 덜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실이 26일 인권위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2013년 4월 4일 상임위 보고 이후 긴급구제 관련 변경(정비) 사항’에 따르면 인권위는 ‘위원회법상 명백하게 긴급구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도 상임위 보고 또는 결정 절차를 거쳐야 할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기초 조사 중 현장에서 해결된 사안은 ‘조사 중 해결’로 처리하고, 주요 내용은 조사국장 결재 뒤 상임위 상정 없이 사무총장과 상임위원, 위원장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꿨다. 인권위는 또 긴급구제 권고 관련 인권위법 48조 1항 1호(의료, 급식, 피복 등의 제공 권고)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식수 섭취 권장량 등을 기준으로 하는 등 긴급구제 요건을 구체화했다. 장 의원실은 “인권위가 ‘긴급성을 요하는 진정에 있어 현재의 상임위 회의 체계가 적합하지 않아 별도의 요건을 신설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개정 지침은 긴급구제 요건의 불충족 조건을 판단하고 확정 짓기 위함”이라면서 “긴급구제 인용 회피 절차를 새로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측은 “긴급구제 요건을 세밀화하고 구체화해서 보다 체계적으로 조사해 처리하기 위한 정비였다”고 반박했다. 장 의원실은 또 긴급구제 요건을 구체화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료와 급식, 피복 등을 제공하는 것을 WTO 식수 권장량에 따라 권고한다는 것은 인권위가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는 입장이 아니라 관리자의 태도로 피해 상황을 계량화하는 것”이라며 “이 조항을 당장 삭제하고 개정안 전문을 피해자 권리 구제의 입장에서 재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개정된 규칙에 따라 지난 6월 경찰이 대한문 앞 시위자에 대한 식수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내용의 긴급구제 사건에 대해 “조사 중 해결이 됐다”며 각하 처리했다. 이어 10월에는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가 ‘주민들의 공사 현장 자유로운 출입’, ‘음식·식수 반입’, ‘비가림막(천막) 허용’, ‘의료진 출입 허용’ 등을 요구하며 낸 긴급구제 요청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자유로운 현장 출입을 뺀 세 가지를 경찰이 허용해 현장에서 해결됐다며 기초조사 결과를 상임위 안건에 올리지 않았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춘천 미군부대 터 무료 스케이트장 변신

    62년 만에 강원 춘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옛 미군 부대 터 캠프페이지에 야외 스케이트장이 들어선다. 춘천시는 22일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겨울 정취와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이곳에 간이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무료로 개방한다고 밝혔다. 면적은 폭 50m, 길이 70m로 춘천역에서 도심 방향으로 오른쪽의 체육관 인근에 조성된다. 개장은 다음 달 20일쯤이며 내년 2월 중순까지 두달여 동안 운영된다. 스케이트장 옆에는 어린이용 눈썰매장도 만들 예정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이용객들은 스케이트와 앉은뱅이 썰매, 눈썰매용 보드를 싼값에 빌려 탈 수 있다. 이와 함께 떡볶이, 어묵, 호떡 등 추억의 간식거리를 파는 천막가게가 마련되며 이용객들이 몸을 녹일 수 있는 텐트와 난로, 탁자와 의자,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갖춰진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농어촌까지 파고든 도박… 그 실태를 들여다보니

    농어촌까지 파고든 도박… 그 실태를 들여다보니

    요즘 농한기를 맞아 불법도박이 농어촌까지 파고들고 있다. 주부, 농어민, 자영업자 등 직업과 계층 구분 없이 도박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전문 도박단이 농어촌을 찾아 투견, 하우스 도박, 윷놀이, 화투 등 다양한 도박판을 열고 가을 수확을 끝낸 농어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전문꾼들은 상대의 눈을 속이는 ‘사기 도박’을 연출하기 일쑤다. 이들은 보통 총책과 자금책,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전국을 무대로 옮겨 다니며 도박판을 벌인다. 조직폭력배가 낀 도박단도 잇따라 경찰에 적발되고 있다. 경찰은 ‘농한기 도박사범 특별단속’을 펴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도박단이 점조직으로 움직이는 데다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선택해 판을 벌이기 때문이다. 이맘때면 경찰과 도박단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이어지기 일쑤다. 전남해남경찰서 수사팀은 지난 10일 오후 9시 30분쯤 영암군 삼호읍 동호리 개축사 인근 공터에서 벌어지고 있던 투견 도박장을 덮쳤다. 경찰은 현장에서 도박 참여자 등 59명을 검거하고, 투견용 도사견 22마리와 판돈 4100만원을 압수했다. 참여자들은 한 판에 한 사람당 10만~5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건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도박을 주도한 총책 등이 판돈의 20%를 떼고 나머지 80%는 싸움에 이긴 개에 돈을 건 사람들이 배팅액에 따라 나눈다. 이날 검거된 참여자들은 전남, 충청, 서울, 경기, 경남 등 전국에서 은밀한 조직을 통해 모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섭 수사과장은 “이들이 모두 도박 사실을 부인해 도박장 개장을 주도한 사람과 상습 도박자를 가려내려면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현재 휴대전화 추적 등을 통해 주범을 검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지난 3월 나주시 문평읍 한 식당에서 판당 수십만원을 걸고 속칭 ‘도리짓고땡’ 도박을 주도한 김모(50)씨 등 7명을 구속하고, 가담자 이모(53)씨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문방(망보는 사람)·도박총책·부두목·자금조달·모집·수송 등으로 역할을 분담, 무전기를 이용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경찰의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대다수는 50∼60대 주부, 무직자 등으로 파악됐다. 시·군 단위 농어촌의 음식점이나 초상집, 콘도 등을 빌려 상습 도박판을 벌인 주부들도 적발됐다. 전북 임실경찰서는 지난달 15일 인적이 드문 야산에서 도박장을 열고 주부 등을 모집해 수천만원대의 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이모(45·여)씨 등 25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들은 임실군 성수면의 한 야산에 천막을 쳐 도박장을 차리고 회당 70만∼400만원의 판돈을 걸었다. 주범들은 전주와 남원·충남·전남 등을 돌며 도박꾼을 모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무주경찰서도 지난 5월 전국에서 주부들을 모집해 도박장을 개설, 회당 200만~300만원을 걸고 속칭 ‘아도사끼’ 도박판을 벌인 오모(45)씨를 구속하고, 주부 한모(56)씨 등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제주지역은 요즘 경마가 열리는 토·일요일 경마장 주차장에는 농민들이 몰고 온 트럭 등이 대거 눈에 띈다. 감귤 수확 시기이지만 밭떼기 등으로 미리 감귤을 판 후 목돈을 쥔 농민들이 너도나도 경마 도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 안덕면 박모(60)씨는 “처음에는 한두 번 재미 삼아 경마 도박을 하다가 한 해 수입을 다 날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전북 익산시내 한 불법도박장에서는 특수카메라와 화투를 사용해 상대방의 패를 읽어 사기도박을 벌인 황모(47)씨 등 일당 3명이 붙잡혔다. 주부 조모(40)씨와 박모(40)씨 등은 이들에게 하루 1000만원이 털리는 등 수천만원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전북 장수군 한 주택에서 판돈 512만원을 걸고 ‘훌라’ 도박을 한 지역 주민 6명이 붙잡혔다. 이처럼 각종 도박이 농어촌 구석구석까지 확산되면서 관련자가 폭력, 강절도 등 강력 범죄에 휘말리는 등 부작용이 그치지 않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최근 한 야산의 투견장에서 자신들이 돈을 건 개가 지자 심판을 폭행하고 판돈 50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폭력 등)로 박모(41)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진주동방파 조직폭력배 박모(39)씨 등 10여명을 수배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최근 상인회 사무실에 도박판을 차리고 상대방 카드를 읽는 렌즈를 이용한 김모(62)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2010년 12월 경남 김해시의 한 중소기업 기숙사에서는 베트남인 30여명이 도박을 하다가 단속 나온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남모(37)씨 등 2명이 수심 2m 깊이의 하천에 빠져 익사하기도 했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지난 5월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현금 20만원을 빼앗은 유모(33)씨를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했다. 도박판에서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고금리 사채를 빌려 탕진한 뒤 가정이 파탄 난 경우도 흔하다. 충남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김모씨는 최근 3억원의 빚을 진 채 이혼당했다. 김씨는 5~6년 전 지인의 권유로 시골마을 콘도에서 벌어진 도박판에 발을 담갔다. 김씨는 한순간 속칭 ‘섰다’ 도박을 통해 5000만원을 딴 게 화근이었다. 이후 하루 200만~300만원씩 잃으면서 가진 돈이 바닥나자 고리 사채를 빌렸다. 빚 독촉에 시달리면 지인 등에게 돈을 빌려 돌려막기를 거듭했다. 그러다가 결국 남편 등 가족에게 들켜 최근 이혼까지 당했다. 김씨는 “처음엔 자녀들이 모두 성장해 심심풀이로 시작했으나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고 후회했다. 50대인 이모(전남)씨는 한때 잘나가던 공무원이었으나 지금은 택시운전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역시 10여년 전 성인오락실을 찾으면서 도박에 빠져들었다. 이후 경마, 카드놀이 등 각종 도박에 손을 댔고, 빚이 쌓여 가면서 직장마저 잃었다. 이씨는 “‘아버지를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는 딸의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그 이후 광주의 한 ‘도박중독치유센터’에서 재정·법률상담을 받고 집단 치유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서 도박의 덫에서 탈출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씨줄날줄] 마천루 경쟁의 명암/정기홍 논설위원

    ‘통유리의 저주’. 고층빌딩의 외벽유리가 햇빛을 반사해 인근 주민을 괴롭힌다고 해서 생겨난 신조어다. 통유리 공법은 건물에 첨단 이미지를 주고 공사기간도 단축시켜 건설업체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저층에 사용하는 콘크리트가 무거워 끌어들인 기술이다. 외벽유리를 천막처럼 덮는 ‘커튼 월’(curtain wall)이란 공법을 적용해 빛을 막는다. 최근 이 공법이 한여름 건물 안을 찜통으로 만든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3년 전 부산 해운대의 고층빌딩 화재 때는 외벽의 가연성 자재로 인해 순식간에 불이 4층에서 38층으로 옮겨붙어 화재에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인간은 왜 하늘 높이 건물을 지으려 할까. 좁은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높은 건물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인식되고,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지금 세계 유수의 도시들은 경쟁적으로 초고층 빌딩 건설에 나서고 있다. 중동· 중국 등 신흥 부국들이 경쟁을 주도한다. 중국에서는 300여개의 초고층빌딩이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수백m의 빌딩은 이미 성에 차지 않는 것일까. 1~2km 높이의 빌딩도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킹덤타워는 높이가 1000m로 2017년 완공될 예정이다. 쿠웨이트 부르즈 무바라크 알 카비르 빌딩, 바레인 머잔타워, 두바이 시티타워 등도 초고층 대열에 섰다.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라고들 한다. 초고층빌딩을 건설하면 으레 경제불황이 찾아온다는 가설이다. 도이치뱅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렌스가 1999년 ‘마천루 지수’란 제목으로 발표한 개념이다. 실제로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완공되자 1930년 대공황이 깊어졌고,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가 준공되면서 1998년 아시아에 외환위기가 닥쳤다. 이 가설이 나온 지 10년 후인 2009년엔 세계 최고층빌딩인 부르즈 칼리파(162층·828m)가 완공 두 달을 앞두고 파산을 선언하면서 또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 강남 초고층 아파트 헬기 출동사고로 마천루의 저주가 다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21세기판 ‘바벨탑의 저주’가 될 것이란 얘기다. 현재 시공 중인 잠실 제2롯데월드(123층·555m)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이 건물 인근 서울공항의 이착륙 군용기와 충돌할 우려가 없지 않은 만큼 층수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늘에 닿으려는 인간의 욕망은 재앙을 잉태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마천루의 가설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하지만 유비무환이다. 이번 헬기 충돌 사고 때 아파트의 항공장애표시등(점멸등)이 꺼져 있었음을 잊지 말자.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충남 태안 게국지와 내포 우거지김치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충남 태안 게국지와 내포 우거지김치

    간밤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농부들 맘은 조급해졌다. 뒤란에 와르르 쏟아진 은행은 물론이고 콩이며 감 등 남은 곡식을 거둬들여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속이 꽉 찬 김장배추를 얻으려면 날 잡아 짚으로 묶어주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는 단맛을 채우면서 굵어가고 아낙들은 포구를 어슬렁거리며 젓갈준비를 한다. 황석어를 달여 놓고, 까나리액젓, 새우젓, 조개젓이 집안 물림대로 준비된다. 서리 두어 번만 더 내리면 김장을 해 부칠 참이다. 한데 태안 아낙들은 1년 내내 ‘겟국’을 모으며 ‘김장 그 후’를 기다렸다. ‘그 후’라는 것이 허접한 시래기뿐일 텐데 왜 사내들은 막걸리 잔을 상상하며 빈 밭에서 갈배추를 줍고 아낙들은 연중 겟국을 모을까. 태안이 감춰 둔 그 맛이 무엇일까. 그들에게 게국지는 과거부터 내려온 어머니의 향수이자 냄새로도 구별되는 유전자 같은 음식이다. 태안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사철 해산물이 풍부하다. 싱싱한 갯것을 즉석에서 굽거나 끓여 먹기도 하지만 냉장고가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에는 천일염을 툭툭 뿌려 말리거나 염장을 했다. 그래서 태안에서 흔한 꽃게나 박하지, 능쟁이, 농게를 소금물에 담가 먹는 일은 흔한 일상이다. 살펴보면 이렇다. 본래 태안에서의 꽃게 장은 간장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체로 고춧가루를 빨갛게 이겨 즉석에서 담근 ‘무젓’을 즐긴다. 재료가 싱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꽃게는 간장게장 맛만 한 것이 없다. 하지만 양조간장이 나오기 전, 집 간장은 귀했다. 미역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무칠 때 아껴 넣을지언정 헤프게 게장을 담가 먹지는 못했다. 해서 태안에서는 천일염으로 소금 장을 만들었다. 짭조름하게 간을 맞춘 소금물을 설설 살아 움직이는 꽃게에 부었다. 사나흘 지난 후 게에 간이 배면 소금장을 따라내 와르르 끓였다. 완전히 식혀 다시 꽃게에 붓는다. 두어 번 반복하면 게장은 맛이 든다. 지금 간장게장에 비하면 짜고 비린 듯하지만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꽃게를 담갔던 소금장은 버리지 않고 다시 게장을 담글 때마다 소금 한 줌을 넣고 끓이기를 반복, 연중 사용했다. 그러니 10월 가을 꽃게 때부터 시작된 이 소금장은 달여서 다음 해 5월, 장이 노랗게 밴 암꽃게에도 부어졌다. 여름이면 꽃게 금어기다. 이때는 갯벌에서 잡은 황발이, 즉 농게에 이 겟국을 부었다. 밥맛이 없는 여름철 최고의 반찬이었다. 게 맛을 아는 태안 사람들에게 농게는 일품이다. 능쟁이, 칠게가 이품이면 꽃게는 미안하게도 삼품이다. 이렇게 달여 붓기를 반복하는 동안 소금장은 색이 검게 되며 게에서 빠져나온 온갖 미네랄과 칼슘, 아미노산이 소금장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늦가을. 모양 좋은 배추는 포기김치를 담그고 우거지와 밭에 뒹구는 갈배추를 거둬들일 차례다. 갈배추는 머리만 툭툭 쳐서 함지박에 넣고, 노랗게 익은 호박을 착착 썰고, 덜 익은 끝물 고추와 마늘, 생강을 이겨 게국지로 간을 한다. 새우젓을 더 넣는 경우도 있으나 이렇게 허드레 배추와 겟국을 넣고 아무렇게나, 막 버무린 김치가 본래의 태안 게국지다. 사나흘 지나 간이 배면 냄비에 담아 보글보글 지져 먹는다. 짭조름한 게국지의 묵은 맛과 호박의 들큼함, 배추의 달게 씹히는 맛이 어우러져 기막힌 시절김치가 된다. 금방 먹어야 질기지 않으나 좀 짜게 담가 늦봄에 삭았을 때 지져 먹는 맛 또한 특별하다. 게국지는 냄비에 김치와 쌀뜨물을 부어 아궁이 잔불로 자글자글 끓이기도 하지만 향수를 떠올리는 옛사람들은 가마솥에 찐 게국지가 으뜸이라고 말한다. 밥이 우르르 끓으면 양재기에 이 김치를 담고 솥 귀퉁이에 넣어둔다. 그러면 밥물이 적당히 들어가 부드럽고 간이 잘 맞는 게국지가 된다. 밥 한 술 떠서 시래기를 쭉쭉 찢어 숟가락에 얹으면 천상의 음식이 부럽지 않다. 이 게국지와 비슷한 것이 내포 쪽 ‘우거지김치’다. 김장을 한 함지박에 시래기를 넣고 남은 양념으로 그릇을 씻어내듯 버무려 항아리에 넣어 둔 김치다. 좀 짜게 담가 봄에 먹는다. 봄볕이 들면 시래기는 하얗게 꽃가지가 핀다. 그런데 이 곰팡이 냄새가 지독한 시래기를 지져 먹는 맛이라니. 항아리 위쪽의 두어 포기를 걷어내고 폭 삭은 김치를 보시기에 꺼내면 이 ‘군둥내’로 온 동네가 소란스러웠다. 이 우거지김치는 사람 손이 닿으면 금방 삭아서 항아리를 여는 즉시 이웃들과 나눠 먹었다. 요즘 주거환경에서는 냄새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지만 옛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건강한 발효식품이다. 어떤 음식이든 방송을 타면 소란스러워진다. 게국지도 마찬가지여서 태안, 안면도 권을 여행하다 보면 식당마다 게국지 간판이다. 김치에 꽃게나 대하를 넣어 김치찌개처럼 끓이거나 해물탕처럼 내놓는 ‘유사 게국지’가 많다. 1년 삭힌 게국을 구하기 힘들 뿐더러 요즘 사람들이 맛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치냉장고가 생기면서 김장이 빨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서리 먹은 무와 배추가 달고, 김장은 추울 때 해야 제맛이다. 단맛이 밴 무를 채로 쳐서 그 해 해팥을 삶아 무시루떡을 하던 김장하는 날. 그리고 그 김장의 편린 태안 게국지. 삭혀 군둥내 나는 과거의 힐링 음식들이 식탁에서 사라져가니 아쉽고 그립다. 심하게 편두통을 앓던 어느 겨울날. 뜨끈하게 끓여낸, 짜디짠 할머니의 게국지 한 사발로 힘을 얻었던 적이 있다. 바닷바람이 허름한 천막을 들추며 솨솨 거리면서 들어왔고, 등이 굽은 할머니가 비척거리며 끓여 주던 영혼의 음식. 그 오랜 기억 속의 게국지가 그리운 만추다. 천일염과 가을 바람 태안의 우럭과 만나 시원한 젓국이 되니 우럭은 보리누름이 최고라는 말이 있다. 4~6월 산란기 때 살이 올라 달고 기름이 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닷가 사람들은 봄과 가을 두 철이라고 말한다. 교미기간인 가을 또한 영양분이 올라 살이 단단하고 달다. 게다가 갓 잡은 우럭을 찬바람에 두어 날 말리면 배때기에 기름이 노랗게 올라 찌거나 탕을 끓였을 때 감칠맛이 빼어나다. 생선은 갓 잡아 신선한 것도 좋지만 천일염을 뿌려 두어 날 바람에 말린 것이 가장 맛있다. 태안에서는 연중 우럭이 올라온다. 과거 우럭을 잡는 토속적인 방법은 독살이다. 바닷가에 오목하게 함정을 파놓고 돌로 담을 쳐 놓아 밀물 때 들어온 생선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전통 어로방식이다. 지금도 남면 등 해안가에 독살이 남아있다. 독살에서 우럭이 많이 잡히면 “진미 났다” “꽃이 난다”고 외치며 동네 사람들과 나눠먹었다. 이렇게 흔하니 태안의 제사상에는 우럭포가 올라간다. 포를 쪄 상에 올렸다가 음복 후 술안주로 살을 발라 먹는다. 이때 남은 머리와 뼈를 쌀뜨물에 넣고 팔팔 끓여내면 국물이 뽀얗게 올라온다. 제사상에 올렸던 두부부침을 넣기도 했는데, 다진마늘 정도만 곁들였다. 새우젓이나 천일염으로 간을 한다. 이렇듯 가을에 잘 말린 우럭포로 젓국을 끓이면 비리지도 않고 담백하여 그 시원한 맛이 속풀이로 일품이다. 태안 미식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침상 차림은 역시 우럭젓국이다. 글 사진 음식평론가 손현주 marrian@naver.com ●여행수첩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나들목으로 빠지면 철새들의 은신처인 서산AB지구를 지나 태안북부와 안면도로 빠지는 사거리를 만나게 된다. 어느 쪽으로 빠지든 태안여행은 바다와 소나무 숲을 낀 느린 성찰이 가능하다. 무작정 아무 포구나 숨어들어도 해산물이 풍부하여 식도락의 즐거움은 크다. 요즘 꽃게, 대하, 굴이 많다. 근래 저녁놀이 곱다. →제철 맛집(041) 솔밭가든(안면도 673-2034, 게국지, 우럭젓국 정식), 곰섬나루(남면 675-5527, 점심 예약제), 토담집(태안시내 674-4561, 우럭젓국, 간장게장), 향토꽃게장(태안시내 674-5591, 우럭젓국, 간장게장), 진국집(서산시내 665-7091, 게국지 백반)
  • [사설] 민주당, 이제 국회를 천막으로 덮을 셈인가

    국회가 다시 먹구름 속에 잠기는 듯하다. 민주당이 어제부터 내일까지 사흘간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내일까지 진행될 3개의 인사청문회 일정만 진행하고 상임위 활동은 전면 중단시켰다. 민주당의 ‘시한부 파업’으로 인해 가뜩이나 밀려 있던 국회 예산심의와 법안 처리 일정도 줄줄이 늦춰질 전망이다. 당장 15일 끝내기로 여야가 합의했던 지난해 예산 결산심의도 이달 말이나 돼야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12월 2일로 헌법에 시한이 정해진 새해 예산안 처리는 이미 때를 맞추지 못할 상황이 됐다. 국회는 9월부터 시작된 정기회의 100일 회기 가운데 이미 70일을 허비했다. 20일 남짓 국정감사를 벌였다지만 이마저 부실 국감이라는 비판을 사는 데 그쳤고, 나머지는 정쟁에 발목이 잡혀 반신불수와 다름없는 처지로 허송했다. 이제 남은 한 달만이라도 산적한 민생·경제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위해 촌음을 다퉈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국회 일정 거부는 더는 납득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민주당은 대검찰청의 윤석열 전 국정원 특별수사팀장 감찰 결과가 편파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대체 그 일이 민생을 살펴야 할 국회 일정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더구나 국회 일정 거부라는 초법적 행위를 그제 밤 대표와 최고위원 몇몇이 비공개회의를 통해 결정했다니 대체 그런 오락가락 행태의 속사정은 대체 무엇인지도 알 길이 없다. 장외투쟁을 명분으로 서울광장에 101일 동안 차려놓았던 천막을 한 손으로 슬그머니 거둬들이면서 다른 손으론 국회 전체를 천막으로 덮는, 이 자가당착의 행보를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다. 윤 전 팀장에 대한 감찰 결과에 대해 야당으로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특검 수사를 추진하자고 목청을 높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이를 고리로 안철수 의원 등과 범야권 연대를 도모하는 것 또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략이든 아니든 당사자들이 선택할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요구와 정략에 왜 국회와 민생, 경제가 볼모로 잡혀야 하는지는 결코 수긍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 친노 진영을 중심으로 민주당 강경파들 가운데서는 내일까지가 아니라 정기국회 일정 전체를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다분히 조만간 발표될 검찰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 수사 결과가 정국에 미칠 파장을 염두에 둔 주장이라고 본다. 안 될 말이다. 일자리도 늘리고, 전셋값도 낮춰야 한다. 가라앉는 경제도 끌어올려야 한다. 국회가 입법으로 풀 일들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중심을 잡기 바란다. 국민 신뢰를 되찾을 길은 투쟁이 아니라 민생에 있다.
  • 김한길 “검찰 못믿겠다” 황우여 “신임총장 믿어보자”

    김한길 “검찰 못믿겠다” 황우여 “신임총장 믿어보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만나 꼬인 정국을 풀어 낼 해법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여야 대표 회동은 지난 6월 여의도 콩나물 국밥 조찬회동, 9월 국회 영수회담에 이어 세 번째다. 두 대표의 시각차는 확연했다. 김 대표는 “와 주셔서 감사하지만, 황 대표와 함께 웃고 있기에는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운을 뗀 뒤 “‘찍어내기’ 검찰 어떻게 믿느냐. 특검을 해야 되지 않나”라면서 국가정보원 개혁 특위 구성과 함께 ‘양특’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은 예의가 아니다”라면서 “일단 신임 총장을 믿어 보자. 그런 뒤 문제가 있다면 그때 가서 특검을 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대표는 앞서 “(국가기관의) 지난 대선 개입 의혹과 공약 파기로 국민들 실망이 컸는데, 새누리당이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게 아니라 야당에 비난을 퍼붓는 것으로 정국이 풀린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와 관련, 둘은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논의하자는 데만 공감했다. 이날 회동은 민주당이 천막당사를 접고 국회로 돌아온 것과 관련, 황 대표가 김 대표를 예방하는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황 대표는 김 대표에게 찹쌀떡과 난을 선물했다. 앞서 최경환 새누리당,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도 따로 만나 법안처리 일정 등을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암호명 “해남” “고구마” 투견 도박장 급습작전

    암호명 “해남” “고구마” 투견 도박장 급습작전

    경찰이 야산 밑과 농지 주변의 투견 도박장을 덮쳐 59명을 검거하고 도사견 등 개 22마리와 도박자금 4000여만원을 압수했다. 이 과정에서 60대 한 명이 심장마비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전남 해남경찰서는 지난 10일 오후 9시 40분쯤 영암군 삼호읍 한 농지 주변의 투견장을 급습해 현장에 있던 가담자 59명을 도박 및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대구, 포항 등 전국을 돌며 투견 도박을 하는 전문 도박꾼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남군 산이면에서 투견도박이 벌어진다는 첩보를 듣고 해남경찰서,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기동대 등 소속 경찰관 150여명을 급파했다. 경찰은 현장에 도착하기 전 “해남”이라고 물으면 “고구마”라고 답하며 도박꾼들과 경찰을 구별하는 암구호까지 만들었다. 투견 도박이 벌어지는 곳이 깜깜한 곳인 데다 단속 중 도박꾼들과 사복 경찰관들이 뒤섞일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현장은 예상대로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으며 도박꾼들과 육탄전까지 벌어졌다. 경찰이 일반 승용·승합차, 적재함이 천막으로 덮인 트럭에 나눠 타고 도착했지만 속칭 문방(망보는 사람)에 의해 노출됐기 때문이다. 아수라장이 된 도박장에서 자금책 등 일부는 돈을 들고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최모(61)씨는 현장에서 50m가량 떨어진 농수로에 숨어 있다가 검거돼 끌려오는 과정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숨진 최씨는 3년 전에 심장병 수술을 받는 등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투견용 개를 기르고 도박장을 개장한 주범 중 한 명이다. 해남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新야권연대 출범] 무너져가는 제3세력 ‘절대 위기’

    1987년 개헌 이후 여야 양대 정당의 과점적 이권 나누기에 일정 정도 견제역을 담당해 왔다는 평을 듣는 정치권 제3세력이 무너져 내릴 위기다. 2000년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전신)이 창당된 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기득권 담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던 통합진보당이 지난해 정의당 분당과 올해 이석기 의원 구속 등의 사태를 겪으며 정당해산 위기에 처한 채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신야권연대에서도 소외된 진보당은 지난 9일 서울광장에 천막을 설치한 뒤 10일에는 진보당 해산 여부를 결정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8배를 하는 등 당의 사활을 건 장외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진보당은 앞으로 서울광장 천막당사를 구심점으로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처럼 진보당이 사생결단식 투쟁 의지를 보여 주고 있지만 당 안팎 상황은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는 분위기다. 이 의원 내란음모 사건 이후 진보당과 진보세력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싸늘한 상태인 데다 최근에는 내부 동요까지 겹치고 있어 국면 전환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게 나온다. 실제로 내부 동요도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 진보당 소속 천중근(57·여수 제6선거구) 전남도의원이 9일 탈당을 선언하고 안철수 무소속 의원 진영에 합류해 당내 찬반 논란이 시끄럽다. 천 의원은 “‘사람 보고 뽑았지 당을 보고 뽑은 것이 아니다’며 탈당하라는 지역 민심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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