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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소자 배움길로 이끈 ‘야학 교장’

    재소자 배움길로 이끈 ‘야학 교장’

    “죄가 밉지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잖아요.” 올해 교정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광주교도소 보안과 박종식(47) 교위는 “재소자들이 출소 후 또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교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한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인간에 대한 신뢰를 그는 실천을 통해 보여줬다.1983년 교도관으로 임용된 뒤 24년 동안 재소자들과 마주하면서 이들 대부분이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순간적 판단 잘못으로 ‘범죄자’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회나 이웃이 조금만 사랑과 관심을 보였다면 범죄의 길로 빠지지 않았을 겁니다.” 꾸준히 출소자·비행 청소년 등을 바른길로 인도하기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봉사활동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다. 1993년 박봉을 쪼개 마련한 조그만 상가건물 옥상에 천막을 치고 ‘사랑의 배움 학교’를 열었다. 최근엔 교회건물로 쓰던 지하실의 전세금을 빼주고 야학 교실을 차렸다. 교정 공무원이자 ‘야학 교장’이란 두 가지 일을 갖게 된 것이다. 퇴근 후 지친 몸이지만 자신을 기다리는 학생을 외면할 수 없었다. 경비교도대원·대학생·직장인 등 20여명으로 자원봉사단을 꾸렸다. 무학력 재소자들에게 글을 깨우쳐 주었고 정규 졸업장이 필요한 사람에겐 검정고시 자격을 취득하도록 도왔다. 이런 활동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지금은 학생 수가 70여명에 이른다. 학교를 거쳐간 재소자만 1800여명이나 된다. 그가 불우한 환경에 놓인 사람의 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것은 직업이 교도관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전북 정읍의 두메산골에서 5남3녀중 넷째로 태어난 그는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중학교에 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지만 환경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죠. 신문배달, 막노동 등 안해 본 것이 없어요.” 한때 좋지 못한 환경을 탓하며 실의에 빠지기도 했지만 독한 맘을 먹고 공부에 몰두했다. 주경야독으로 중학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야간 고교에도 진학했다. 교도관 임용시험에도 무난히 합격했다. 직업을 갖고 수입이 생기자 나보다 어려운 이웃에 눈길을 돌렸다. 첫 근무지인 안양교도소 재직 때는 현지의 ‘청운 향토학교’에서 근로청소년을 가르치기 위해 야학 선생님으로 나섰다.1987년 광주교도소로 발령 받은 이후에도 봉사는 이어졌다. 광주서석향토학교, 광주학당 등지에서 근로청소년·주부·할머니 등을 대상으로 한 한글야학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이런 와중에도 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광주대 경상대학원에서 법학석사 학위까지 따냈다. 이같은 열정은 출소자와 불우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으로 이어진다. 최근엔 매월 수용자 5명에게 한 사람당 2만원씩 연간 120만원의 영치금을 지원하고 있다. 노인을 위한 이·미용 서비스, 정기적인 사회복지단체 후원, 문제수용자 고충상담, 근로청소년 무료 컴퓨터·한글 강좌 등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법조 대상 수상자로 뽑혀 부상으로 받은 500만원 중 300만원을 경비교도대와 수용자 복지 향상에 써달라며 선뜻 내놓았다. 박 교위는 “배움의 열망에 찬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지 못해 늘 안타깝다.”면서 “사회의 세심한 배려가 범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철도노조, 무기한 천막농성 돌입

    철도공사 노사 관계가 심상치 않다. 노조측의 차량 기지 진입 및 스티커 부착에 대해 사측이 법적 조치에 나서자 노조측도 정면 반발하면서 서로가 ‘강(强) 대 강(强)’으로 치닫고 있다. 철도노조는 3일 철도공사가 있는 정부대전청사 정문 앞에서 ‘비정규직 생존권 사수’를 주장하며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해 해고자 복직 요구 때와 마찬가지로 무기한 농성을 선언했다.KTX 전 승무원과 새마을호 승무원도 동참해 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측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고용 안정을 위한 중앙노사협의회를 요청했지만 사측이 거절했다.”며 “3000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운용계획을 노조와의 협의 없이 비공개로 만들어 (정부에)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기계약 전환과 외주화 계획 철회 ▲비정규직 생존권 및 성실교섭 ▲비정규직 조합원의 노조활동 보장 ▲KTX-새마을호 승무원 직접 고용 및 정규직화 이행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사측은 “이달 말 정부의 대책이 결정된 이후 협의하자고 노사간 정기협의에서 요청한 상태”라며 “공기업으로서 정부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KTX, 새마을호의 전 승무원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한 관계자는 “노조가 (비정규직에 대해)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요구하면서도 임금 삭감 등 고통 분담에는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공사 내부에서는 불안정한 노사 관계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공기업 경영 평가가 진행 중이고 하반기 임금 협상을 앞두고 양측간 책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오전 노조 간부들과 전 승무원들이 무임으로 KTX를 이용하다 대전역에서 제지당해 실랑이가 벌어졌다. 공사측은 무임 승차한 70여명에 대해 요금과 3배에 달하는 부과금 등을 징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skpark@seoul.co.kr
  • [현장 행정] 금천구 자전거 활성화 사업

    [현장 행정] 금천구 자전거 활성화 사업

    금천구가 도심의 녹색교통수단인 자전거 전도사로 나섰다. 자전거 도로를 정비한데 이어 720대분의 자전거 보관소도 설치할 계획이다. 주말에는 구청 공무원들이 나서서 무료로 자전거를 수리해 준다. 누구나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 타다가 가져다 놓을 수 있는 무료대여소도 운영할 계획이다. ●주말이면 나타나는 무료 자전거 병원 “비 맞으면 물기만이라도 좀 닦아 주세요. 이것만해도 고장이 안나요.” 지난달 29일 서울 금천구 1호선 시흥역 인근 안양천변 간이천막. 금천구 교통행정과에 근무하는 권철영(43)씨가 한 초등학생의 고장난 자전거를 수리해 건네 주면서 꼼꼼히 주의사항을 일러 준다. 주말마다 이곳 안양천변 자전거 도로에는 이동식 자전거 수리소가 설치된다. 금천구청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돌아가며 무료봉사를 하는 이른바 ‘자전거 종합병원’이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운영되는데 찾는 사람만 하루 100여명이다. 한 동호인은 “일요일 오후에는 줄을 설 정도다. 공짜인데도 잘 고친다는 소문이 나면서 경기 안양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 이동병원에는 자전거 고장 진단은 물론 수리에 필요한 공구와 간단한 부품 등도 무상으로 지원한다. 펑크 난 타이어를 교체해 주고 체인, 브레이크, 볼트·너트 풀림상태까지 점검해 준다. 공기주입은 물론 말만 잘하면 자전거 세차도 가능하다. 금천구 안양천변 자전거 도로는 넓고 편하기로 유명하다. 자전거도로는 6㎞ 구간에 폭 4m로 마치 자동차 도로를 보는 듯하다. 원래 찻길이던 곳에 차량을 통제하고 벤치 등 휴식시설과 운동시설을 설치한 덕분이다. 이 때문에 초보자도 안전하고 편하게 강변 자전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무료 자전거 대여소 운영 계획 금천구는 이용자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5월까지 지하철역, 쇼핑센터 등 곳곳에 720대분의 자전거보관대를 설치하고 공기주입기도 비치하기로 했다. 특히 구는 가산디지털단지역에 1억원을 들여 자전거 무료대여소도 운영하기로 했다. 또 노는 토요일마다 생태전문가와 자전거길을 따라 배우는 생태환경교육도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관리 역시 중요한 만큼 자전거 시설 순찰팀을 상시 운영해 자전거 주차장 및 주변 환경을 정비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한인수 금천구청장은 “그동안 도로 건설 등 시설공급에 치중했던 자전거 정책을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 중”이라면서 “자전거를 근거리 보조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것이 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단속항의 고양시청 진입 시도

    경기 고양시 등 경기북부 지역의 노점상들이 30일 노점상 단속에 항의하며 고양시청에 진입하려다 경찰과 충돌, 경찰·노점상 15명이 다쳤다. 이 과정에서 철제 정문이 떨어져 나가고 경비실의 유리창이 깨졌다. 노점상 30명이 시청사 진입을 처음 시도한 것은 오전 10시10분쯤. 경찰 제지로 실패했고 20여분 뒤 50명이 2차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진입이 어려워지자 청사 정문 철제 출입문(길이 8m, 높이 2m)을 강제로 뜯어 내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때 김모(22) 수경 등 전·의경 13명과 노점상 2명 등 15명이 다리에 타박상을 입었다. 결국 전·의경 3명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1시간 남짓 경찰과 대치하던 노점상은 정문을 통과해 주차장으로 들어가다 경찰과 공무원에게 끌려나왔고 이때 돌과 유리 조각 등을 던져 정문 경비실 유리창을 깼다. 고양시가 지난 26일 역세권 3곳의 노점상을 일제 단속해 물품 800여점을 강제 수거하자 노점상은 마두역 광장에 천막을 치고 항의 농성을 하고 있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3세대 서커스 트레이시스 내한

    3세대 서커스 트레이시스 내한

    두꺼운 화장의 광대가 나오는 서커스가 고루하게 느껴졌다면 3세대 뉴서커스 세븐핑거스를 만나보자. 현재 서울 잠실 천막극장에서 공연중인 태양의 서커스가 만든 ‘퀴담’을 통해 캐나다에서 시작된 새로운 서커스의 매력을 맛보았다면, 세븐핑거스가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트레이시스’를 놓칠 수 없다. 서커스를 한편의 이야기가 있는 공연으로 재탄생시킨 태양의 서커스가 1세대 뉴서커스라고 하면, 극장식 무대에서 시적인 연극공연과 같은 서커스를 만든 것은 2세대 서크 엘루아즈였다. 태양의 서커스 출신 아티스트 7명이 2002년 만든 세븐핑거스는 3세대 서커스를 보여준다. 화려한 아크로바틱과 농구·스케이트보드와 같은 스포츠 및 춤을 라이브 음악, 비디오, 그래피티 등과 결합했다. 이들은 중국 난징곡예단에서 일했던 스승으로부터 8∼18살까지 엄격한 곡예과정을 훈련받았다. 널뛰기, 트램폴린(공중도약 묘기) 등 서구의 전통적 서커스 기술뿐 아니라 후프 다이빙, 막대 오르기 등 중국의 전통적 묘기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스케이트보드, 브레이크댄스, 그래피티, 클래식피아노 등이 특기다. 움직이기 편한 옷을 입은 미소년들이 보여주는 현대 무용인가 싶으면 ‘퀴담’에서처럼 거대한 바퀴가 무대를 구른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농구를 하다가 장대를 기어오르기도 하고 후프를 뛰어넘는다. 인간이 몸으로 할 수 있는 노래, 춤, 연기, 운동 등 모든 장기를 한 무대에서 쏟아내는 것이다. 여기에 도시적 감성의 비디오 프로젝트와 슬라이드쇼, 그래피티 등으로 주인공들의 심리를 표현한다. 공연 내내 흐르는 음악은 재즈, 팝, 힙합 등 감각적 선율로 채워졌다. 멀티미디어와 인간 육체의 미학이 결합된 3세대 서커스 ‘트레이시스’는 몸의 한계가 어디인지 되묻게 한다. 오는 5월25∼27일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02)1544-5955.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7일 TV 하이라이트]

    ●VJ특공대(KBS2 오후 9시55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는 퀴담 서커스단. 이들이 드디어 한국 땅에 상륙했다.19개국 200여명이 모여 거대 천막마을을 형성한 서커스 단원들. 화려한 공연 뒤에 숨겨진 퀴담 서커스단의 뒷이야기를 VJ카메라에 담았다. 집안의 전통이 느껴지는 술, 가양주. 가양주를 찾아 충남 당진의 한 마을로 떠나본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40분) SF영화가 탄생한 지도 벌써 100년이 지났다.100년이란 세월 동안 SF영화 속에서는 우주여행, 가상현실, 외계인 등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했다.SF영화 속에 등장했던 로봇,GPS, 유비쿼터스 등은 과학의 발달로 인해 현실화됐다.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SF영화 속으로 떠난다.   ●다큐 여자(EBS 오후 9시20분) 제혁이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시어머니가 어르고 달래고, 시아버지가 차에서 재워놓고서야 제혁이 몰래 후지코씨는 어렵게 차에 올랐다. 드디어 2년 만에, 고향에 간다. 필요한 서류가 있는데 직접 일본으로 가야만 하는 거라, 그 핑계로 고향에 가는 것이다.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슴이 벅차다.   ●신동엽의 있다!없다?(SBS 오후 6시50분) 트로트계의 영원한 오빠 송대관. 발표되는 음반마다 대박을 치면서 히트곡 보증수표로 이름을 날리는 송대관이 들고있는 엄청난 크기의 트로피. 그 정체를 밝힌다. 동영상 속에서 1분에 100번을 도는 모습이 실제로 가능한지 살펴본다. 행운의 숫자 7이 5개 들어간 수표가 존재하는지 알아본다.   ●거침없이 하이킥(MBC 오후 8시20분) 경화에게서 온 편지를 눈물까지 글썽이며 읽던 순재는 문희와 준하가 들어오자 급하게 편지를 숨긴다. 그러다가 문희는 순재의 바지에서 경화의 편지를 발견한다. 민정은 친구들과의 모임에 민용이를 데려가기로 한다. 친구들 앞에서 민용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해 하는 데….   ●피플 세상속으로(KBS1 오후 7시30분) 홈쇼핑 갈비 판매, 뮤지컬 장기 공연, 영화, 연극 그리고 직접 경영하는 식당 일까지. 연기자이자 요리사인 이정섭이 요즘 하고 있는 일이다. 하루에도 여러 군데의 장소를 이동하고 잠이며 끼니를 챙기는 시간이 모자랄 때도 많다. 이정섭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며 지낼 수 있는 요즘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 [인터뷰] 황병기 가야금 명인

    [인터뷰] 황병기 가야금 명인

    전화를 걸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여보세요? 누굴 찾으세요?황병기 선생님 계십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여보, 전화 받으세요. 당신 전화예요. 소설가 한말숙 선생님인가 보다 생각하고 있을 때 네, 전화 바꿨습니다. 차분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떻게 오지요? 차로 오나요? 전철을 타고 가려고 합니다. 5호선을 타고 충정로역에서 내려 8번 출구로 나오세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오거리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경기대학을 지나서 오거리에서 내리세요…. 딴 생각은 말고 내가 알려준 대로만 따라오면 됩니다.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처음 전화를 걸 때 느끼는 약간의 불안함과 긴장감이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때문일까요? 오는 길을 아주 상세하게 일러주시는 자상함 때문일까요? 수화기를 내려놓을 때 서대문구 북아현동 황병기 선생님 댁으로 가는 길이 환하게 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야금과의 첫 인연은 ‘부산 피난 때 우연히’ 고은별 | 선생님과 가야금과의 첫 인연이 어떻게 맺어졌는지 궁금합니다. 황병기 | 제가 제동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과 후에 모든 학생이 무엇인가 특기를 배우게 되었어요. 그때 내가 합창반에서 노래를 했는데 음악에 관심이 많았지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마음속으로 악기 하나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6·25 전쟁이 일어나서 부산으로 피난을 갔는데 천막에서 공부를 했어요. 피난 학교 근처에 고전 무용 학원이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그곳에 세 들어 사는 김철옥(金喆玉) 할아버님께서 연주하시는 가야금 소리를 들었는데, 생전 처음 듣는 그 가야금 소리에 그만 매혹되었지요. 그래서 아무 목적 없이 그냥 그 소리가 좋아서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에서 법대를 졸업했지만 가야금이 좋아서 매일 연습했습니다. 74년 내가 서른여덟이었을 때, 이화여대에서 제게 국악과 과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때 며칠 생각을 했고 내 스스로가 음악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 그때부터 음악만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오직 음악만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영혼을 쓰다듬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고은별 | 그렇게 음악만 하고 살아오셨는데, 지금 행복하신가요? 황병기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사는 것이지요. 뭣 하러 생각을 해요. 그렇게 되었다는 얘기지요. 행복할 것도 없고 행복하지 않을 것도 없고….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죽을 때까지 살고 싶어요. 고은별 | 음악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황병기 |나는 그냥 좋아서 음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가로 이름이 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음악 자체가 좋아서 한 것입니다. 음악의 기능이 다양하지만 나는 오락으로서의 음악은 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지도 않고요. 영혼을 쓰다듬는 음악을 하고 싶고 앞으로도 사람들이 전심전력을 다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나의 첫 번째 음반이 1965년 미국, 하와이에서 나왔는데 음악 비평 잡지인 《하이파이 스테레오 리뷰(Hifi Stereo Review》에서하이 스피드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정신을 해독시켜 주는 음악이다,라고 평했습니다. 내 인생을 걸고 싶은 음악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고은별 | 국악계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지 않습니까? 황병기 | 그렇습니다. 주로 오락용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요. 그것이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오락용 음악은 하지 않습니다. 내가 전통음악 작곡과 연주를 병행하는 데 연주자로서 전통음악을 참 좋아합니다.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는 한 곡이 70분입니다. 나는 그것을 작곡했다고 하지 않아요. 전통적으로 우리들은 음악이 어느 한 사람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에 있어서는 누구누구 작(作)이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그냥 만들 뿐이지 내 작품이라고 해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아름다우면 되는 것이지요. 인도에서도 고대(古代) 시인들이 아무리 아름다운 시를 썼더라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냥 아름다우면 됐지 누가 만들었나 하는 것을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예술품이 누구의 작품이라는 개념은 서양의 사고 방식입니다. 새로 나올 앨범 5집에 들어갈 작품 중에 <낙도음(樂道吟)>이란 것이 있어요. 고려시대 이자헌이라는 사람이 음악으로 높은 자리에 있다가 벼슬을 버리고 강원도 청평산에 들어가서 일생 동안 거문고만 하다 죽었는데, 그 사람이 쓴 시 중에 <낙도음(樂道吟)>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자기에게 거문고가 좋은 것이 있어 한 곡조 타도 무방하겠지만, 알아들을 사람이 너무 없구나 하는 내용의 시입니다. 그러니까 거문고를 타지 않겠다는 뜻이지요. 그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입니다. 나는 제일 즐거운 것이 내 방 안에서 스스로 가야금을 타는 것입니다. 아무도 내 음악을 들어주지 않아도 좋아요. 내 스스로 음악회를 열어 관객들이 와 주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요즈음 맛있는 청량음료가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즐겨서 사먹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인공적으로 어떤 맛도 내지 않은 깊은 산 속의 샘물을 마시고 싶은, 청량음료가 아닌 순수한 물을 마시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나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순수한 물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있지요. 나는 그런 소수의 마니아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은별 | 은은하게 달빛이 비치는 한옥(韓屋)의 아늑한 방 안에, 촛불이 켜져 있고 동양란(東洋蘭) 꽃잎의 향이 깊고 그윽할 때, 선생님의 가야금 소리를 들으면 모든 것이 하나 되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황병기 |내 음악에 대해서 수필가가 글을 써서 수상(受賞)까지 한 것도 있고 시를 쓴 분도 있고 화가들도 내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린 적이 있습니다. 2004년 미국 서부지역 산타 크루즈라는 곳에서 공연을 했을 때, 태디 빌이라는 원로 무용가가 작곡가인 남편과 함께 연주를 들으러 왔습니다. 산타 크루즈라는 곳이 봄 여름 약 6개월 간 비가 오지 않아요. 그러다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비가 내리는데, 그 부부가 첫 비가 오는 날에, 35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내 음악을 들었다고 합니다. 65년 하와이에서 나온 LP 음반에 수록된 <가을>이라는 곡을 들었다고 해요. 그 말을 듣고 무척 감동했습니다. 고은별 | 최근에 유럽과 일본에서도 연주하셨지요? 황병기 |2006년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런던, 파리, 니스에서 독주회를 했고 6월에는 베르사이유 왕궁과 알제리 국립극장에서, 12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국립 국악 관현악단과 함께 연주를 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는 한·영 상호 방문의 해 개막식 때 연주를 했고, 프랑스 공연은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일본에서 공연한 한·일 문화 교류의 밤에서는 일본 천황의 차남 아키시노 왕자의 부인 기코 왕자비<공식 명칭-아키시노 노 미야의 비(妃) 기코(紀子)>가 9월 6일 일본 황실에서 고대하던 아들을 출산한 후 처음으로 이번 공연에 참석해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할 정도로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기코 왕자비는 주요 단원들을 만나 연주자 한 명 한 명에게 질문을 하고 느낀 점을 말해 주며 우리 음악과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일본 공연 가기 전에 이미 공연장 좌석이 전석 매진되었고, 웨이팅 리스트(waiting list 대기자 목록)가 100명이 넘었습니다. 홋카이도(北海島)에서도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대성황이었습니다. 우리 전통음악에 뜨겁게 환호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고 흐뭇했습니다.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좋아서 하면 됩니다 고은별 | 선생님은 국악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입니다. 홈페이지(www.bkhwang.com)에 들어가 방문자들이 남겨 놓은 글들을 읽어보았는데 가야금을 열심히 해서 선생님같이 되고 싶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꿈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황병기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좋아서 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서 하면 인생도 즐겁고 진짜 내면의 힘이 나오는 것이니까요.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것이고, 좋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즐기는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지요. 잘 해야겠다는 마음도 버리고 그냥 즐기면 되지요. 그러면 그 안에서 힘이 나옵니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낼 수 있다는 말씀을 듣고 4시에 찾아갔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6시가 되어갑니다. 아래 층에서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는 소리가 들려와서 서둘러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현관에 화분이 놓여 있고 직경이 30㎝ 정도 되어 보이는 바위 하나가 있는데 가운데서 물이 퐁퐁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옆 투명한 화병 속에서 한 아름의 화사한 진분홍 꽃들이 환하게 웃으며 안녕! 하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을>이라는 가야금 곡을 나도 한 번 꼭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글 고은별     월간 <삶과꿈> 2007.02 구독문의:02-319-3791
  • 朴, 서청원 응원속 통일구상 내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9일 당심과 민심을 파고 들던 ‘지상전’을 잠시 접고 ‘공중전’에 나섰다. 먼저 서청원 전 대표가 박 전 대표의 대선 캠프에 고문으로 공식 합류했다. 서 전 대표의 합류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비해 수도권 당심과 조직에서 열세였던 박 전 대표 측은 “수도권에서도 해 볼 만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서청원 “빚 갚으러 왔다” 서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박 전 대표에게 빚을 갚으러 왔다.”며 “2002년 대선의 패장으로 한나라당을 기우뚱하게 만든 책임의 빚이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는 자세로 사죄하고 천막 당사를 등에 지고 눈물겨운 호소로 127석의 제1야당을 만들어냈다.”며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했듯이 대한민국도 구해낼 것”이라며 ‘합류의 변’을 밝혔다. 그러나 당내 중진과 원로들이 줄서기에 동참한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박 전 대표의 스타일을 알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박 전 대표는 나중에 잘 된다고 나에게 한 자리 줄 사람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외신기자 클럽 간담회에서 자신의 통일정책 구상을 발표했다.●외신간담회서 3단계 통일론 제시 박 전 대표는 ‘평화정착’-‘경제통일’-‘정치통일’의 3단계 통일론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변화의 인센티브를 없앤 현 정부의 원칙없는 포용정책은 잘못됐다.“라고 강조했다.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는 “그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현금이나 달러가 들어가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은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는 “한·미FTA도 체결됐지만 군사·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적 동맹까지도 포함해야 한다.”며 “‘가치동맹’이라 할 수 있는 양국이 추구하는 공동의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더 단단한 동맹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한국판 퀴담 ‘그저 서커스’

    ‘퀴담’은 세계적인 공연단체 태양의 서커스가 11년 전에 만든 공연이다. 음악과 노래로 환상적인 세상을 연출하고 있지만 주된 내용은 서커스 묘기이다. 첨단 무대장치로 무장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특급호텔에서 밤마다 입장권을 구하려는 행렬이 장사진을 이룬다. 그러한 태양의 서커스 최신 공연에 비하면 국내 공연은 서커스란 구식 버전에 충실하다. 공중그네, 공중팽이, 공중제비 등 이들이 보여 주는 묘기도 한국 워커힐 호텔에서 했던 쇼나 명절이면 TV에서 지겹도록 봤던 ‘세기의 서커스’를 통해 낯익은 것들이다. ‘퀴담’을 단순한 서커스 이상의 공연으로 만드는 것은 묘기를 한치의 오차 없이 해내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아슬아슬하게 공중그네를 타고 배우들이 천막극장을 날아다닐 때에도 바닥에는 안전그물조차 없다. 실크 천을 이용한 공중 곡예도 워커힐쇼 등에서 봤던 것이지만, 그 자태만큼은 명불허전이었다. 서커스 하면 흔히 연상하는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를 이용한 쇼나 불과 물 같은 위험한 세트를 사용하는 아슬아슬한 묘기, 기상천외한 마술은 없어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퀴담’의 백미로 많은 사람들이 꼽는 것은 남녀 배우가 한몸이 되어 믿기 힘든 유연성과 균형감각, 힘을 보여 주는 조각상 연기이다. 세트나 장치보다는 인간 몸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연기가 ‘퀴담’의 중심이다. 하지만 이 조각상 연기가 일부 공연일정에서는 사전 예고없이 단순한 공돌리기(저글링)로 대체돼 관객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퀴담’의 음악은 뮤지컬처럼 공연마다 라이브 밴드가 연주한다.‘퀴담어’라 이름 붙인 세계 언어의 영향을 받아 만든 가사로 부르는 노래 또한 신비롭고 몽환적이다. 그러나 노래와 음악이 있다고 해서 이야기가 있는 공연은 아니다. 서커스 묘기는 소녀와 가족, 퀴담(머리 없는 익명의 남자) 등 극의 줄거리를 형성하는 기둥인물과 융합되지 못한다. 일단 태양의 서커스 한국 상륙은 성공적이다. 이미 금요일밤 공연은 매진사례일 정도로 인기와 관심이 폭발적이다. 세종문화회관 옆에서 천막극장을 짓고 공연했던 ‘델라구아다’도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수익면에서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올해 한국 공연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한 태양의 서커스가 서커스 묘기만으로 우리 공연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여의도 IN] 임종인 FTA단식중 실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무효를 주장하며 국회에서 9일째 단식농성하던 무소속 임종인 의원이 4일 급성 위출혈 증세로 실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임 의원은 이날 낮 12시40분쯤 국회 본청 앞 농성 천막에서 일어서다 갑자기 입 등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병원측은 “의식을 회복했지만, 지혈을 하는 데 고생했다.”면서 “며칠 입원해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구로역앞 광장공원 만든다

    구로역앞 광장공원 만든다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앞에 산뜻한 광장공원이 생긴다. 서울시는 3일 오는 10월말 완공을 목표로 구로역 북측 광장과 경인로가 지나는 4098㎡(1242평) 부지에 시민들의 쉼터가 될 ‘구로역 교통광장’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달 안에 288억원이 드는 공사에 착공, 무허가 건물 52개동을 헐고 나무를 심기로 했다. 세련된 느낌이 들도록 무늬보도블록을 깔기로 했다. 특히 천막지붕을 덮어 간단한 행사 등을 할 수 있는 ‘파고라’ 2동을 설치해 거리공연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 광장 한쪽에는 바닥 분수가 하늘로 솟구치도록 하고 나무숲 곳곳에 나무의자를 설치, 지하철역과 기계공구 상가 등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지하철 인천선과 수원선이 만나는 구로역에는 하루 평균 5만여명이 이용하는 교통의 요지다. 그러나 지금은 불법노점상이 즐비하고 무허가 상점이 난립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빨리 일어나 집회 가야죠”

    “빨리 일어나 집회 가야죠”

    지난 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장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중태에 빠진 택시기사 허세욱(54)씨는 참여연대가 발행하는 월간지 ‘참여사회’의 표지 인물에 선정될 정도로 시민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일 허씨가 입원 중인 서울 여의도 한강성심병원에는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한 ‘반 FTA’ 진영 인사들의 문병 행렬이 이어졌다. 지인들은 “그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쾌유를 기원했다. 병원 관계자는 “의식은 돌아왔지만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면서 “피부이식 수술 등 6개월 정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한 만큼 대접받는 사회 만들고 싶다” 허씨는 2004년 1월호에는 표지 인물로, 올 2월호에는 회원 인터뷰로 잡지에 실렸다. 당시 잡지를 편집했던 최인숙 참여연대 간사는 “신년호라서 참여연대 활동에 가장 열심이셨던 분들에게 표지 모델을 부탁드렸다.”면서 “그는 평회원이었지만 각종 행사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허씨와 함께 표지 인물에 선정됐던 회원 이옥수(59·미용사)씨는 “허씨는 집회나 행사가 있는 날이면 먼저 전화를 걸 정도로 헌신적으로 활동했다.”면서 “그날도 협상장에서 누군가 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먼저 집회장에 가보자며 전화했는데, 통화가 안 돼 혼자 나갔다가 전후 사정을 듣고 가슴이 내려앉았다.”며 눈물을 삼켰다. 허씨는 올 2월호 인터뷰에서 자신의 평소 생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집회장엔 상하도 없고 너와 나도 없습니다. 오직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힘만이 있을 뿐이죠. 일한 만큼 대접받는 사회가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집회 빠짐없이 참석… ‘참여사회´ 표지모델로 16년 동안 택시 노동자로 살아온 허씨는 1995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철거민 시절 지역 주민들의 어려운 삶을 접하면서 시민 운동에 눈을 떴다. 이후 98년 10월부터 참여연대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효순·미선양 추모 촛불집회와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운동,FTA반대 운동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한달 월급이 100만원 남짓에 불과했지만 ‘관악주민연대’,‘관악사회복지’ 등 지역 단체에 참여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활동했다. 나경채 민노당 관악구위원회 지방자치위원장은 “그는 쉬는 날이면 강연을 찾아가 들으며 FTA에 대해 공부했고, 택시에 홍보물을 가지고 다니며 손님들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정지인 참여연대 회원참여팀장은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늘 제자리를 지켰던 분”으로 기억했다. 정 팀장은 “지난달 29일 밤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택시 일을 마치고 한숨도 못잔 채 천막 농성장에 나와 밤 새워 피켓을 만든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최인숙 간사는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보일러가 낡아 집이 춥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기억하고 보일러 기술자에게 부탁해서 고생하는 간사들 집을 고쳐주겠다고 했다.”며 쾌유를 기원했다. 이날 병원을 찾은 회사 동료는 “산소호흡기를 낀 상태에서도 몸을 일으켜 뭔가를 말하려 했다.”면서 “하루 빨리 나아서 가슴 속에 삭인 절규를 뱉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대답없는 使’… 눈물의 복직투쟁

    ‘대답없는 使’… 눈물의 복직투쟁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선 ‘대답없는 투쟁’이 벌써 1년째를 맞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요구대로 원직 복직이 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29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장충동 2가 주한프랑스상공회의소 앞. 지난해 이맘때 해고 통보를 받은 뒤 길거리에 나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우진산업 전 비정규직 노동자 6명의 마음은 아직도 한겨울 날씨처럼 꽁꽁 얼어 있었다. ●문자메시지로 해고통보 받아 1997년 외환위기 때 무너진 한라시멘트를 인수한 다국적 기업 라파즈코리아의 하청업체인 우진산업 강릉시 옥계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이들은 지난해 3월31일 동료 10명과 함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노동계약을 철회한다.’는 해고 통보를 받은 뒤 1년째 길거리 투쟁을 하고 있다.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벨트에 시멘트 부원료를 붓는 작업을 하던 오위대(32)씨에게 악몽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오씨는 4년 동안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시간당 3355원을 받으며 1년 내내 휴일조차 없이 일했다. 하청기업 파견 노동자는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하기 때문에 사측은 매년 계약 갱신으로 법망을 피했다. 월급은 잔업수당을 합쳐도 100만원 안팎이었다. 결국 오씨는 박봉을 벗어나고자 동료들과 함께 민주노총 산하 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것이 부메랑이 돼 화근으로 돌아왔다. 사측은 우진산업의 직장폐쇄로 맞서며 끈길기게 탈퇴를 권유해 결국 21명 가운데 10명이 노조 가입을 포기했다. 탈퇴한 사람들은 비정규직 신분을 유지한 채 라파즈코리아의 다른 협력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이를 거부한 11명은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받았다. 그때부터 옥계공장 앞과 라파즈코리아 서울 본사가 있는 삼성동 아셈타워 앞 등에서 천막을 차려놓고 길거리 투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무런 벌이도 없는 투쟁에는 고난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3명, 올 1월에 1명, 그리고 지난 22일 또 1명이 노조를 탈퇴했다. 지금은 6명만 남았다. 오씨는 퇴직금으로 받은 500만원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 딸, 젖먹이 아들을 부양하느라 금방 바닥이 났다.70만원 남짓한 실업급여도 5개월 만에 끊겼다.“틈나는 대로 동해시에 있는 집에 아이들을 보러 가면 라면봉지만 쌓여 있는 부엌을 보고 눈물만 훔치며 돌아섭니다.” ●비정규직 노조 만들자 직장폐쇄 공장 청소차를 몰았던 최철규(37)씨 역시 2004년 1월 입사해 걸핏하면 강제로 야간 작업에 투입됐지만 기본급 83만원에, 연장근로수당 29만원이 전부였다. 지난해 5월 결혼한 아내와 함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전세 1800만원에 빌라를 얻었지만 실직으로 그 돈은 갚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차가운 길바닥 투쟁으로 몸이 피폐해진데다 시위 중에 전경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다친 팔꿈치와 목에는 늘 통증이 있다. 최씨는 “다들 이젠 그만하라고 충고하지만 우리가 그만두면 또 부당하게 거리로 쫓겨날 사람들이 생길 것같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답없는 투쟁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이들은 다음달 18일 국제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라파즈 본사가 있는 프랑스로 원정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이 이들을 서울중앙지검에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해 출국가능사실확인증명서가 발부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채희진(41) 노조 위원장은 “불법 파업도 하지 않았고, 부당한 요구도 하지 않은 우리가 바라는 건 그저 복직뿐이기 때문에 원정 투쟁으로라도 부당함을 계속 알릴 생각”이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이재훈 이재연기자 nomad@seoul.co.kr
  • [유럽연합 창립 50돌] 대륙이 잔치판 - 현장르포(중)

    |베를린 이종수특파원|유럽연합(EU) 50주년을 맞은 25일(이하 현지시간)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EU의 성과와 도전 과제를 담은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다.EU 순회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 한스 게르트 푀터링 유럽의회 의장이 서명한 선언문은 EU 통합을 위해 노력한 과정과 앞으로의 지향 가치, 목표 등을 담았다. 처음엔 27개국 정상이 모두 서명할 계획이었지만 일부 정상들이 거부하는 등 순탄치 않은 미래를 예고했다.2쪽 분량의 선언문은 “유럽통합은 평화와 번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차이를 극복하게 했다.”고 밝혔다. 또 “유럽 모델은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책임을 결합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빈곤·기아·질병과의 투쟁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50주년 기념식을 하루 앞둔 24일 베를린에 도착한 27개 회원국 정상을 맞이한 것은 베토벤의 ‘운명’이었다. 베를린 필의 선율을 타고 흐른 이 장쾌하고 호방한 명곡은 지난 50년에 대한 자족(自足)과 향후 50년에 대한 열정이 투영된 것 같았다. 시몬 래틀러의 지휘 아래 회원국이 공유하는 가치·단결·다양성의 염원을 담은 EU 송가(訟歌) 등도 울려 퍼졌다. 이어 정상들은 정상들은 기념일인 25일 독일 역사박물관에서 역사적인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뒤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 50주년에 대한 모든 것’을 주제로 한 50개 도시 순회 전시회 진수식을 주재하면서 통합 50주년의 의미를 강조했다. 베를린 시민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역사적 기념일을 자축했다. 브란덴부르크문 일대와 시내 곳곳의 박물관·미술관엔 특별전시회·공연이 이어졌다. 젊은이들은 ‘클럽의 밤’ 행사에서 밤새 춤을 추며 온 몸으로 즐겼다. 25일 정오부터 기념식 하이라이트인 대규모 야외 콘서트 ‘오픈 에어’ 축제가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을 달구었다.‘유럽의 소리들’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영국 로커 조 코커, 이탈리아의 지아나 나니니니, 독일의 몬로제 록밴드 등 내로라하는 광대들이 신명난 잔치판을 벌였다. 또 27개국에서 온 거리 악사들은 전통 음악을 선보이면서 ‘선율의 통합’으로 열기를 더해줬다. 브란덴부르크문 동쪽 운터덴린덴 거리는 24일부터 EU 50년의 역사를 담은 자료전이 열렸다. 회원국 수에 맞춘 듯 27개 코너를 마련, 석탄철강공동체, 로마조약, 동구 확대 등의 주제를 담은 입간판이 세워졌다. 베를린공대생 요제 라모스(21)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앞으로 회원국들의 지향점,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통일된 입장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브란덴부르크문을 바라보는 한 노인에게 다가갔다. 폴란드에서 10대를 보낸 뒤 독일로 건너왔다는 요나힘 야너(70). 그는 “전쟁의 참상을 맛본 세대로서 지난날의 심각한 갈등과 반목을 딛고 하나가 된 유럽이 50년을 맞는 장면을 지켜보게 된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며 “여기에서 멈추지 말고 더 단합된 힘으로 대륙은 물론 세계 평화 증진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가 양쪽에는 27개국에서 마련한 천막 부스가 즐비했다. 회원국 고유의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햄과 포도주 시음회가 열리는 스페인관에 들러봤다. 대사관 교역위원회에 근무하는 지저스 고메스(35)는 “스페인은 1986년 EU에 가입했는데 그뒤 발전된 모습과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저녁 6시부터 25일 새벽 2시에는 ‘심야 박물관’이 열렸다. 포츠담 광장의 ‘쿨투르포룸(문화포럼)’ 일대와 베를린 동부 ‘박물관 섬’ 지역의 박물관 10여곳을 14유로(약 1만 4000원)짜리 티켓 1장으로 순회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평소 박물관 한 곳 입장료가 8유로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 가격이다. 자정이 다가올 무렵 ‘클럽의 밤’ 행사장을 찾았다. 시내 35곳의 나이트클럽을 12유로의 입장료로 모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평소 나이트클럽 입장료는 10유로다. 이 행사 역시 27개 회원국의 의미를 살려 27개국 출신 디스크자키(DJ)들이 다양한 장르의 신명난 음악을 들려준다. 젊은이들의 문화 공간으로 유명한 북동부 쿨투르브라우라이 지역에 있는 ‘소다 클럽’.5개층의 이 클럽은 평소 하루 1000여명의 젊은이들이 찾는 곳인데 이날 1500여명이 몰렸다고 한다.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 리듬&블루스와 재즈풍 음악이 울리는 가운데 젊은 남녀가 삼삼오오 모여 몸을 흔들고 있었다.‘토요일 밤의 열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뜨거워졌다.EU 50주년의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vielee@seoul.co.kr
  • 한나라 ‘천막정신’ 되새기다 신경전

    한나라 ‘천막정신’ 되새기다 신경전

    한나라당은 22일 ‘천막당사 3주년’기념식을 갖고 단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예비 대선주자들은 날선 공방을 벌이며 신경전을 펼쳤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기념식에 앞서 예비 대선주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검증할 테니 후보 개인간의 검증은 자제해달라.”면서 “후보들이 지나친 줄세우기를 해선 안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강 대표는 “무책임한 낙관론과 줄세우기 등 바이러스를 척결해 나가겠다.”고 말해 당내 심상치않은 파열음을 방증했다. 대선주자들 모두 ‘천막정신’을 강조하며 대선 승리를 장담하면서도 상대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잊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축사를 통해 “우리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야 하고 스스로를 단련시켜야 한다.”며 “한 점의 부패도 구태도 없는 깨끗한 정당으로 더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분히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개혁 대 구태공방으로 이 전 시장을 몰아 세우려는 눈치였다. 반면 이 전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이 변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변하고 있다.”며 당이 화합을 강조한 뒤,“천막정신을 주도했던 박 전 대표에게 박수 한 번 치자.”고 제안하는 등 공방에서 비켜서려는 모습을 보였다. 원희룡 의원은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며 대권과 당권 분리를 주장, 유력 대선주자들의 공천을 미끼로 한 줄세우기 중단을 촉구했다. 원 의원은 “(특정 대선주자 측에서)의원의 배지를 만지작거리며 ‘국회의원 오래 해야지’하는 말까지 들린다.”며 “공천은 당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 의원은 “당권과 대권 분리를 위해 가시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진화 의원도 “천막정신이 위태롭다.“며 “작은 기득권이라도 연연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고 가세했다. 천막당사는 2004년 3월24일 박 전 대표 체제 출범 당시 ‘차떼기 대선자금’ 등 부패 정당의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여의도공원 인근 부지에 임시로 세운 당사였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닭갈비 축제 오세요 ‘꼭이오~’

    강원도 춘천시의 대표축제인 닭갈비축제가 다양한 이벤트로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20일 춘천시에 따르면 해마다 삼천동 수변공원 일대에서 천막을 치고 개최하던 닭갈비축제를 올해부터 춘천시내 닭갈비골목 곳곳으로 분산해 열기로 했다. 올 닭갈비축제는 5월1일부터 6일까지 엿새간 열릴 예정이다. 춘천닭갈비축제위원회는 우선 그동안 수변공원에서 16개 업소를 선별, 참여시켜 펼쳐오던 축제를 골목마다 분산시켜 업소전체가 참여하는 축제로 승화시킬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명동, 온의동, 후평동, 샘밭, 강촌 등 5개 권역 290여개 업소가 모두 참여해 자신들의 상점에서 춘천시의 명물인 닭갈비의 독특한 맛을 뽐내게 된다. 또 인간 닭싸움 대회, 투계대회, 닭 울음 경연대회 등 닭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외지 관광객들에게 먹거리뿐 아니라 즐길 거리도 제공하면서 붐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닭벼슬형 캐릭터’와 ‘닭갈비 업소 표시등’을 개발하고 축제기간 표시등을 설치한 업소에서는 닭갈비 가격의 일정액을 할인해 주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무대를 빌려 드립니다’라는 행사를 열어 지역 예술·문화인들의 축제 참여를 독려하고, 축제장을 찾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닭갈비 보내기 운동’도 함께 펼친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10) 전라북도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10) 전라북도

    전라북도 체육계가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재기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전북체육이 바닥을 치고 힘찬 재도약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북도교육청 체육담당 장학관과 장학사들은 예년과 달리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한 열정으로 가득차 있다.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순위는 곧 도민의 자존심과 직결된다.’는 최규호 교육감의 지시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바닥권 헤매는 전북체육의 활로찾기 지난 80년대 까지만 해도 전북은 운동을 잘하는 지역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3∼4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태권도, 복싱, 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은 항상 전국을 휩쓸었다. 그러나 이농현상으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선수층이 얇아지고 재원도 상대적으로 달려 전북체육은 서서히 뒷걸음쳤다.2004,2005년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16개 시·도 가운데 14∼15위를 기록해 도민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 제주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나 마찬가지였다. 잘 나가던 격투기 종목은 타 시·도의 선전에 밀려났다. 체조는 무려 10년 동안 노메달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 같은 부진은 무엇보다도 미래의 꿈나무들을 키우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었다. 기초종목과 비인기 종목을 도외시한 것도 주요인이다. ●중위권 목표 특단의 대책마련 꼴찌 탈출에 대한 도민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전북교육청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2007년도 제36회 소년체전부터는 중위권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우선 체육영재를 육성하는 체육중학교를 설립했다. 전국에서 여섯번째 체육중이다. 올해 30명의 신입생을 모집해 개교했다. 육상, 수영, 체조와 함께 다른 학교에서 육성하지 않는 조정, 카누, 여자사이클 등 비인기 종목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전문코치는 선수 육성에만 전념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체조, 역도, 양궁, 수영, 레슬링 등 전략종목은 도교육청이 직접 관리하고 담당 장학사가 선수단과 한 몸이 되어 전력투구 한다는 전략이다. ▲선수 수급 ▲예산지원 ▲훈련을 도교육청 및 협회, 지도자가 삼위일체되어 최대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예산지원도 늘어 사기가 앙양됐다. 도교육청의 학교체육지원예산은 2005년 32억 9000만원에서 2006년은 39억 8000만원, 올해는 45억 70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도체육회도 그동안 전국체전에만 주력하다가 꿈나무를 키워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지난해부터 학교체육에 지원을 시작했다. ●수영과 양궁·체조가 메달 텃밭 전북체육은 열악한 여건을 딛고 서서히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소년체전에서 적어도 27개 이상의 금메달을 거머쥐어 8위권까지 뛰어오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소년체전 수영 2관왕인 임수영(16·여·김제여중3)은 올해도 금을 예약한 상태다. 일선 시·군에 수영장이 많이 설립돼 수영도 새로운 전략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궁은 오랫동안 오수초·중이 전국을 재패하고 있다. 양궁 3관왕인 이진영(13·여·오수중1), 이병현(13·오수중1), 김민정(17·여·오수고2)은 이변이 없는 한 금을 예약한 상태다. 지난해 초등학교 신기록을 수립한 포환의 이미나(12·여·함열초6) 역시 대적할 맞수가 없는 기대주다. 지난해 2관왕인 박소희(15·여·지원중2)박윤희(12·여·지원초6)형제도 국가대표를 꿈꾸는 전북체조의 별이다. 동생 박진희(8·이리초2)도 언니들 처럼 체조선수로서 훌륭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 투창 부문 손다혜(16·여·지원중3), 원반던지기 이승하(16·전라중3),800m·1500m 신소망(16·여·이리동중2)도 세계적인 선수로서 성장 할 수 있는 꿈나무들이다. 반면 그동안 전국을 6연패했던 성심여고 배드민턴이 지난해 은메달에 머무는 등 다소 부진한 상황이다. 전북도교육청 유성진 체육보건교육과장은 “꿈나무를 육성하는 학교체육을 살려야 전북체육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을 새롭게 하고 도체육회와 교육청이 상생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전북체육은 이제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임실 오수초등학교 양궁부 지난해 개최된 제35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양궁부문에서는 모든 여건이 열악한 산골 초등학교가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어 양궁계를 놀라게 했다. 화제의 학교는 전북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 오수초등학교. 전교생이 322명인 소규모 학교가 기적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학교 이진영(13·여·오수중1)양은 여자 초등부에서 3관왕에 올라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이양은 20m 718점,30m 707점 등 개인종합 1425점을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30m와 개인종합에서는 대회 신기록도 수립했다. 단체전에 출전한 김현숙(13·여·오수중1), 진솔(13·여·오수중1), 최혜지(13·여·오수중1)양도 이양과 함께 전국을 평정했다. 지난해 8월 청주에서 열린 제18회 전국남녀초등학교 양궁대회에서도 오수초는 국내 최고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양은 20m,30m, 개인전,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어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20m 초등부 신기록과 함께 대회 신기록도 수립하는 쾌거를 올렸다. 단체전 역시 오수초의 벽을 넘는 학교가 없었다. 1980년 창단돼 28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수초등학교 양궁부는 많은 선수들을 배출했다. 지난해 전국체전 2관왕인 김민정(17·여·오수고2)과 은메달리스트 조민수(21·장신대)도 오수초 출신이다. 이 학교에 양궁의 씨앗을 뿌린 사람은 당시 평교사였던 김진상(현 도교육청 장학사)씨. 그는 양궁의 불모지였던 이곳에서 책을 보고 공부해 가며 선수들을 육성했다. 훈련장이 없어 운동장 한 귀퉁이에 천막을 치고 연습했다. 겨울에는 나무난로를 피워 손을 녹여가며 연습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쥐꼬리 예산, 형편 없는 시설, 얇은 선수층 모든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끈질기게 극복해 나갔다. 눈보라속에서도 자동차 불빛에 의지해 야간 훈련을 할 정도로 선수와 코치들의 의지와 사기는 항상 충천했다. ‘부단한 노력’‘끊임 없는 연습’‘좋은 스승의 가르침’이 삼위일체가 되어 2000년도부터는 양궁이 전북 체육의 전략종목으로 떠올랐다. 오수초 양궁을 육성해야 한다는 각계의 성원에 힘입어 2002년에는 꿈에도 그리던 조립식 실내 연습장이 건립됐다. 올해 확장공사가 완료되면 30명이 한꺼번에 시위를 당길수 있는 현대식 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거리도 70m까지 연습할 수 있는 시설이다. 오수중·고 선수들도 찾고 있다. 곽송훈 교장은 “지난해는 양궁부 창단 이후 최고의 성과를 거둔 해였다.”면서 “여자 초등부 양궁 전종목을 석권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고 오로지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노력의 결정체”라고 대견해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오수초등 양궁부 진현주코치 “지방에 있는 작은 학교지만 양궁만큼은 전국구로 통합니다.” 오수초등학교 양궁부가 전국을 평정하기까지에는 18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 진현주(35)코치의 헌신이 절대적 요소였다. 오수초와 오수중을 나온 진 코치는 후배 선수들을 친 자식처럼 보살피고 고락을 함께 한 오수초 양궁의 산증인이다. 진 코치는 초등학교 4학년 처음 활을 잡은 뒤 25년 넘는 세월 동안 양궁을 천직으로 살아온 양궁인이다. 여고졸업 직후 지난 1990년부터 오수초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선수들에게 밥을 지어 먹이고 빨래를 해주면서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요. 하지만 선수들이 어려운 훈련을 받아들이고 좋은 성적을 거두게 보면 그동안의 고생은 흔적 없이 사라집니다.” 진 코치는 합숙소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어린 선수들을 부모처럼, 언니처럼 돌보았다. 훈련시간에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쉬는 시간에는 어깨부상 방지를 위해 테이핑을 해주는 자상한 언니로 온갖 정성을 쏟아부었다. 때문에 선수들 하나 하나 눈빛만 보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컨디션은 어떤 상태인지 직감적으로 파악한다. 진코치의 훈련방법은 집중력, 승부욕 등 정신력 강화에 주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명상테이프를 들려주고 결속력 강화놀이 등 다양한 방법을 도입했다. 체력훈련과 기본자세 등 육체적 훈련도 중요하지만 초고수들의 승부는 화살을 날려보내는 찰나의 순간 정신력에서 좌우된다고 판단한다. “양궁은 어느 운동보다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진 코치는 고된 훈련과 난이도 높은 기술이라고 받아들이려는 긍정적 자세와 성적이 나빠도 흥미를 잃지 않는 끈기가 가장 중요하고 강조한다. “훈련장은 현대식으로 정비됐지만 아직도 장비가 모자랍니다.”고 강조하는 진 코치는 오늘도 선수들과 한 몸이 되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박근혜, 금품살포설 제기 연일 공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연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의 취약점을 파고들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공천을 미끼로 한 이 전 시장측의 줄세우기와 금품살포설을 거듭 제기하며 이 전 시장을 몰아세웠다. 박 전 대표는 16일 한나라당 울산시당을 방문해 “대선과 당내 경선을 앞두고 당 안팎에 그런 말들이 들려서는 안 된다.”며 “천막당사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경남대 특강에서도 박 전 대표는 “일부에서 공천을 미끼로 사람들을 회유하고,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동원하기 위해 금품을 살포하고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연설문의 표현이 너무 강해 캠프에서 ‘금품 살포’ 표현은 빼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박 전 대표는 예정대로 원고를 읽어 나갔다. 그만큼 이 전 시장에게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친박 성향의 김무성 의원은 “그런 얘기들이 노출되면 당의 이미지 손실을 우려해 참아왔는데 이젠 위험 수위를 넘어선 것 같다.”며 “구체적인 사례가 제법 있다.”고 밝혔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에 대해 ‘개혁 대 구태’의 공방으로 몰고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마산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희망의 씨 뿌리기 귀농] (2) 귀농으로 부자되기

    [희망의 씨 뿌리기 귀농] (2) 귀농으로 부자되기

    “농사일은 즐겁고 돈이 됩니다. 농촌으로 오면 행복과 성공을 잡을 수 있습니다.”하늘과 맞닿은 마을. 경북 봉화군 소천면 현동 3리에서 고추농사를 지으며 ‘배나들 크로바 고추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홍문표(52)씨는 1995년 귀농한 뒤 지난해 고추 농사로 연간 5억원의 매출을 올린 ‘억대 부농’으로 성장했다. 홍씨는 “좀더 일찍 농촌으로 오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모든 것에 만족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한때 대구와 구미에서 ‘잘나가는’ 사업가였다.20여년간 전자제품 대리점과 건설업 등으로 50억원이라는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평소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렸다. 이 여파로 가계수표마저 부도내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형제들에게 8000만원의 빚까지 졌다. 홍씨는 출소 후 가족과 함께 괴나리봇짐을 싸들고 전국을 정처없이 떠돌다 마침내 그해 10월 생면부지의 땅 봉화에서 봇짐을 풀었다. 마침 고추 수확철이었다.“속고 속이는 도시와 사람이 싫어 바깥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3∼4년간 땅이나 파며 쉴 생각이었습니다.” 우선 건설업의 경험을 살려 마을 앞 계곡에서 돌을 주워 가족들이 거처할 10평 남짓한 돌집을 지었다. 지붕은 천막으로 덮었다. 이젠 먹고 사는 게 문제였다. 부부는 궁리 끝에 주민들의 주 소득원인 고추농사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홍씨는 이내 고민에 빠졌다. 결국 부부가 함께 품팔이부터 시작했고, 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고추재배 교육도 받았다. 고추 관련 책자를 탐독하느라 밤을 지새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당시 주민들은 우리가 정착할 수 있도록 먹거리 등을 챙겨 주었고, 농업기술센터는 농사지식을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출장교육까지 해 줬어요.”이 같은 주위의 도움으로 어깨너머로 농사일을 익힌 홍씨는 귀농 이듬해 농사를 시작했다. 밭 2만 4700여㎡(7500여평)를 빌려 대부분 고추를 심고, 옥수수 감자 호박 등도 심었다. 몸 하나 믿고 겁없이 덤벼든 농사지만 그에겐 결코 녹록지 않았다. 새벽에 눈 뜨면 밭에 달려가기 바쁘고, 해거름 때 밭에서 돌아오면 물 먹은 솜처럼 몸을 누이는 일의 연속이었다. 비탈밭에서 익숙하지 못한 농기계를 다루다 넘어져 기계에 깔리는 등 죽을 고비도 여러번 넘겼다. 고진감래였던가. 첫해 농사부터 대풍이었다.300평당 고추 1000근(한근 600g)을 수확해 일반 농가(300∼500근)보다 수확량이 최고 3배나 많았다. 주민들이 당시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을 정도였다. 책과 강의를 통해 배운 대로 실천하며 ‘죽기 살기로’ 농사를 지은 결과였다. 고추 판로도 문제가 없었다. 서울 등 외지에서 몰려든 피서객들에게 고추밭을 직접 보게 하고 홍보한 것이 수확기에 주문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수입도 이들과의 직거래로 중간상인에게 넘길 때보다 30%가 많았다. 홍씨의 고추농사는 ‘행복’을 가져왔다. 농사 3년만에 형제들에게 진 빚을 모두 갚고, 양지바른 곳에 새로운 보금자리까지 마련했다. 처음으로 밭 1만 9000여㎡(5800여평)도 장만했다. 농사 5년차부터는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고추·콩 농사를 시작했다. 상류층 5%를 소비 타깃으로 삼았다. 그 뒤 2∼3년에 걸쳐 정부로부터 무농약인증 및 유기농산물 품질인증을 받았다. 홍씨의 유기농 고추는 일반 고추(근당 5000원)에 비해 5배 높은 2만 5000원에 서울 현대·롯데 등 유명 백화점에 전량 납품됐다. 콩도 ㎏당 8000원으로 다른 콩(1800원)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렸다. 이들 백화점은 지금까지 단골 소비처가 되고 있다. 웰빙 열풍 때인 2000년에는 3만여평에 기장 수수 율무 들깨 등 웰빙식품 11가지 농사도 시작했다.3년 뒤엔 노후연금보험으로 3200여평에 대추 700그루도 심었다. 지난해까지 어느새 경작지가 12만여평으로 부쩍 늘었다. 홍씨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 안동 학가산 및 영양 일월산 일대 임야 4만평을 임차해 ‘황금알’을 낳을 밭을 조성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홍씨는 “소천 중·고교에 다니는 딸(2명)들도 도와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2등급 내에 드는 등 착실하게 잘 커 주고 있다.”며 자식농사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글 사진 봉화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홍문표씨의 성공 귀농 가이드 홍문표씨는 ‘귀농 전도사’다. 자신이 성공한 귀농인으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농촌에서의 새로운 삶을 상담해 오는 도시민들에게 귀농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연간 귀농 상담자가 100명이 넘을 정도다. 무한한 자원과 희망을 가진 농촌이 성공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란다. 홍씨는 “도시에서 농촌을 볼 때는 고달프고 암울하고 빚만 지고 사는 줄 안다.”면서 “그러나 농촌은 무한한 자원과 돈이 널린 곳”이라고 소개했다. 도시민들이 ‘땅과 땀’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땀을 흘린 만큼 돈을 가져다 주니까요.” 그래서 그는 농촌에서 성공을 꿈꾸는 도시민들에게 귀농을 주저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조언한다. 홍씨는 귀농 때 최소한의 돈만 가져 올 것을 충고한다. 생산문화가 중심인 농촌에서 소비문화와 전원생활을 즐겨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 집과 땅은 먼저 사지 말고 농사를 지어 돈을 번 뒤 구입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농사기술은 품팔이와 교육, 귀농 성공자들에게 배우면 충분하단다. “농촌에서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확고한 정착 의지만 있다면요.” 자녀교육 걱정으로 귀농을 망설이는 도시민들에게 그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반문한 뒤 “재능보다 인성위주의 교육으로도 얼마든지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씨는 “FTA는 우리 농산물을 블루오션화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며 농촌에서 절호의 성공 기회를 잡으라고 권유했다. 봉화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내게 맞는 작물·지역은 오랜 기간 숙고하고 준비한 귀농이 성공하려면 빠른 시일내에 농사일이 본 궤도에 올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자신의 여건과 적성에 맞는 작목 선택이 중요하다. 농사는 자금 회수 기간이 긴 데다 농지 구입과 생산 시설을 마련하는 데도 많은 자본이 들어간다. 게다가 고도의 기술도 필요하다. 먼저 자본이 넉넉지 않다면 무·배추 등 채소나 콩·옥수수·감자 등 식량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낙농, 양계, 화훼 등은 초기 시설 투자에 자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농사 경험이 없는 도시 사람은 귀농후 밭 등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재배할 수 있는 작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고추, 참깨, 땅콩, 감자, 고구마, 마늘, 생강, 가을무, 배추, 파 등이 적합하다.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 과수와 한우, 흑염소, 토종닭 등 축산 작목도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동원 가능한 노동력을 감안해 적정 규모의 재배 면적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정보문화센터에 따르면 귀농자 부부 2명의 노동력으로 감당해 낼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재배·사육 규모는 다음과 같다. 벼는 3000∼4000평, 무·배추는 1600∼1800평, 고추와 오이는 1000평, 마늘은 1200평, 대파는 600평, 사과는 5100평, 배는 6000평이 적합하다. 또 소는 170마리, 돼지는 2000∼3000마리, 닭은 1만∼3만마리가 적당하다. 이와 함께 눈높이에 맞는 귀농 지역을 물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향 등 기존 농지가 있는 곳이 낯선 곳보다 농촌생활에 적응하기 수월하다. 본격적인 귀농에 앞서 빈 집이나 노는 땅 등을 알선 받아 영농경험을 쌓은 뒤 정착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좋다. 특히 앞서 귀농해 성공한 ‘선배 귀농자’가 있는 곳은 실패 가능성을 줄여준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자연 담은 수필집 ‘인생4계’ 펴낸 ‘물띠’ 소설가 안정효

    자연 담은 수필집 ‘인생4계’ 펴낸 ‘물띠’ 소설가 안정효

    우리 문단에는 유명한 낚시광들이 많다. 작고한 소설가 서기원이 틈날 때마다 낚시 가방을 둘러메고 천하를 주유했고, 소설가 이외수는 춘천 의암호를 아예 자신의 저수지처럼 거의 매일 찾곤 했다. 지금도 의암호 인근 J낚시터 사장은 이외수의 낚시 사진을 보물처럼 사무실에 걸어 두고 있다. 한데 낚시광 작가들이 얼마만한 대어를 잡았다느니 하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낚시터에서 붕어나 잉어가 아닌 ‘작품’을 낚았던 것이 아닐까. 유명한 낚시광인 소설가 안정효가 수필집 ‘인생4계’(황금시간 펴냄)에서 그 이유를 풀어 냈다. “평일의 낚시터가 나에게는 언제나 훌륭한 일터가 되어서, 밤낚시를 하다가 무료해지면 멀리서 구슬프게 짖는 개와 소쩍새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천막 ‘집필실’에서 일을 했고, 산들바람에 별들이 어른거리는 하늘 아래서 또는 잔잔하게 이슬이 내리는 파라솔 밑에서 갑자기 시흥(詩興)이 돋아 원고지를 꺼내기도 했으며, 때로는 자동차 안에다 모기향까지 피워 놓고 거울에 매달아 놓은 손전등 밑에서도 글을 썼다.”(30∼31쪽) 뱀띠(1941년생)이지만 스스로 ‘물띠’라고 우기는 작가는 거의 매주 낚시를 다닌다. 주로 지인들과 강화 석모도를 즐겨 찾는다.20년 넘게 석모도를 다니면서 섬사람들과 호형호제하면서 경조사를 챙길 정도로 깊은 인연을 맺었다. 작가는 자신에게 있어 낚시를 “인생을 낚아 글로 쓰기 위한 숙제”라고 정의한다. 그런 점에서 자연과 인생에 대한 관조와 격문들이 넘친다. 물론 모두 낚시를 매개로 터득한 것들이다. ‘인생4계’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순환하는 4계(季)지만 또한 4계(誡)이고,4계(界)이기도 하다. “많으면 무조건 좋다면서 엄청나게 많은 고기를 잡으려는 우 순경 낚시꾼처럼, 무엇이나 무작정 많으면 그것이 미덕이라는 착각에 빠져….”(66쪽) 한때 무지막지하게 많은 물고기를 잡던 그에게 지인이 희대의 살인마를 빗대 비난조로 붙여준 ‘우 순경 낚시꾼’이라는 별칭은 그에게 ‘빈 것’의 위대함을 일깨웠다. 작가는 서문에서 “비워 놓은 마음을 가득 채우는 기쁨은 욕심을 버리는 지혜에서 시작된다.”면서 “고기를 안잡고도 즐거운 낚시는 바로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는 기쁨 한가지 더.100여점의 삽화를 모두 작가가 직접 그렸다. 중·고등학생 시절 만화가가 꿈이었던 작가는 부모의 반대로 무산됐던 꿈을 5일 만에 100여점의 삽화로 완벽하게 되살려 냈다. 신문기자, 번역가, 소설가에 이어 삽화가로서 4번째 직종의 데뷔를 한 셈이다.359쪽,1만 2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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