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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광양 매화마을의 매실명인 홍쌍리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광양 매화마을의 매실명인 홍쌍리씨

    ‘농사는 예술작품이요, 밥상은 무병장수의 약상(藥床)이다.’ 흙과 꽃을 지독하게 사랑하는 한 여인이 있다.‘옛 사람들의 방식대로 농사 지어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면 병 날 일이 없다.’는 좌우명으로 예순다섯해를 살아왔다. 노인의 나이지만 홍매화처럼 홍안을 가진 아름다운 농사꾼 여인이다. 세상에 어느 부자도 부럽지 않다. 만화방창 흐드러지는 매화꽃이 귀여운 딸이요, 거기에 열리는 튼실한 매실은 효성 지극한 아들이다. 여기에 하늘에서 내려준 아침 이슬조차 소중한 보석인데 무엇이 더 부러울까. 여인은 날마다 밭으로 나선다. 이 때는 항상 카메라와 메모지, 전정가위를 휴대한다.‘어미와 자식’의 반가운 만남을 위해서다. 꽃이 예쁘게 미소지으면 서슴없이 카메라에 담고, 삐죽 나온 가지가 불편하다 싶으면 주저없이 가위를 들이민다. 어쩌다 못보고 지나가기라도 할 양이면 꽃들이 ‘내 손도 잡아 달라.’고 아우성을 해 발걸음을 제대로 옮기지 못한다. 여름날, 더위에 진저리가 나 일하기가 싫을 땐 자운영(클로버) 풀밭에서 꽃반지·꽃팔찌·꽃왕관을 만들거나 그 풀더미 속에 벌러덩 드러누워 하느님께 편지를 쓴다. ‘하느님! 우리 농민이 여간 잘못이 있다 해도 용서하시고/비·눈물·바람·천둥번개로 통곡을 하고 싶어도/하느님 가슴에 다 묻어두고 약으로 좀 써 주이소/우리 농민을 따뜻한 엄마의 품속같이 꼬오옥 보듬어서/아름다운 농사꾼이 되어 아무 산속에서나 된장만 있으면/풀잎에 쌈 싸먹고 물 마실 수 있는 지상천국을 우리 농민이 아니면 누가 할 납니꺼?∼’ ‘매실명인’으로 유명한 홍쌍리(65) 여사.40년째 한결같은 매화사랑으로 전남 광양 다압면을 지금의 매화마을로 만든 주인공이다. 매화가 봄의 으뜸 전령이라면 해마다 홍씨의 손끝에서 봄이 빚어진다고도 할 수 있을 터. 그에게는 매년 이맘때가 가장 바쁘다. 봄바람에 나부끼는 매화꽃잎을 만나는 일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매화마을을 찾았을 때에도 한참을 기다린 끝에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몸빼’바지에 구멍이 숭숭 뚫린 밀짚모자를 쓴 홍씨는 매화밭을 내려오면서 “어미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손잡아 달라고들 해. 그러다 좀 늦었어.”라며 활짝 웃는다. 홍씨의 등이 그 나이에 벌써 구부정한 이유가 어렴풋이 짐작되었다. 하지만 얼굴 만큼은 50대다. 비결을 물었더니 “밥상보다 더 좋은 예방주사는 없다.”며 “사람들은 날마다 옷을 갈아 입고 목욕을 하는데 왜 뱃속은 씻겨주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매실을 으깨어 그릇을 닦으면 뽀송뽀송해져. 그렇듯 기름진 음식을 먹고나서 매실을 먹으면 뱃속의 기름기를 잘 씻어주지.”라며 자신의 건강비법을 귀띔한다. 그는 매실이 ‘물해독’‘피해독’‘음식해독’ 등 세 가지 해독작용을 한다고 덧붙였다. “농사짓는 사람이 남 눈치볼 일이 어딨냐.”는 그는 서울신문 지면을 통해 새해 인사도 좀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이 소박한 시골 아낙은 작품삼아 농사를 지을테니 도시에 계시는 여러분은 항상 밥상을 약상이 되도록 하시고, 기름진 음식 드신 후에는 꼭 매실로 입가심을 해 건강한 한해가 되시기 바랍니다.3월에는 하얀 꽃저고리와 초록색 치마를 입을 매화동산에서 농원 가득한 매화향과 눈부시도록 찬연한 봄 햇살을 여러분과 함께 하며 이 좋은 인연을 이어나가 그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홍씨는 올해부터는 매화뿐만 아니라 향기 가득한 다른 꽃들도 선보인다.1만 1300그루의 매화나무 아래 상사화 2000여 송이를 심은 것을 비롯해 구절초, 초롱꽃, 금낭화 등의 꽃 수천 송이를 ‘바깥 사람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자운영 꽃밭만도 3000평이나 된다. 매화밭 6만평 외에 야생화 밭 3만평을 더 가꾸고 있는 것. 그는 “우리네 인생은 이제 거꾸로 가야 한다.”면서 뿌리부터 꽃잎까지 먹거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무슨 뜻이냐는 물음에는 ‘아직 비밀’이라며 웃어보였다. 매화마을에 대한 자랑도 아까지 않는다.“옛날 다압면은 악산(岳山)이었지. 그런데 사람들이 부지런해 오늘날 잘 사는 마을이 됐어. 여기 와서는 돈자랑하지 말라고 하잖아.” 하기야 매실뿐 아니라 매실주, 된장, 고추장, 장아찌, 잼 등 다양한 자연 먹거리를 생산해 내고 있으니 돈도 적잖이 벌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홍씨의 ‘청매실농원’을 찾았다.“주말에는 6만명 정도 올걸.”하며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본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남녀노소 없이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질 않는 곳이 됐다. 특히 3월1일부터 한달 동안 매화축제가 열려 매화마을과 섬진강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홍씨의 인생역정이 궁금했다.“나는 공부하지 말라는 팔자로 태어나 중학교도 제대로 못나왔어.”라고 회상한다.‘쌍리’라는 이름에 얽힌 곡절도 풀어냈다. 그는 원래 ‘상리(相理)’였다. 아버지가 호적에 올리려고 면사무소에 갔는데, 담당 공무원이 “여자 이름인데 쌍둥이 쌍(雙)자면 어떠냐, 부지런하게 두 몫의 일을 하라는 뜻이 더 좋다.”고 권해 ‘쌍’으로 바뀌었다.“대한민국 여자 중 ‘리’자 이름이 아마 소설가 박경리와 자신 둘뿐일 것”이라며 웃는다. 그는 밀양에서 태어나 24세 때 이곳으로 시집왔다. 시집살이 고단하던 하루, 그는 길섶에 앉아 매화꽃 향기를 맡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때 꽃잎들 속에서 “엄마, 울지 말고 나하고 살아.”라고 하는 가냘픈 목소리를 들었다. 매실을 하나 따들고 문질렀더니 손에 묻은 흙과 때가 말끔히 씻겨나갔다. 그 순간, 앞의 지리산과 솜이불처럼 포근한 섬진강이 새삼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가 시집올 무렵, 집 뒷산에 밤나무와 매화나무를 합쳐 5000여 그루의 묘목(시아버지가 일본 징용에 끌려갔다가 모은 돈으로 투자)이 심어져 있었다. 하지만 매화는 시고 떫은맛이 강해 밤에 비하면 천덕꾸러기일 뿐이었다. 새댁 홍씨는 시아버지에게 “밤나무를 베어내고 매화나무를 심자.”고 건의했다. 시아버지의 고집을 겨우 꺾은 그는 이 때부터 매실농사에 재미를 붙였다. 한 그루, 한 그루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수확한 매실로는 된장, 고추장, 장아찌를 담갔다. 처음에는 가정에서 담근 것이 무슨 상품이 되느냐며 관청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매실의 정화 능력을 믿고 꾸준히 상품을 개발했다. 교통사고로 7년동안 몸이 굽는 불편한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옛 사람들의 식단으로 돌아가야 약상이 된다면서 농약을 치지 않는 유기농법을 고집했다. 한때 경기도 남양광산에 투자했다가 쫄딱 망해 꽁보리밥으로 하루 한끼를 때운 적도 있었지만 ‘매실’에 대한 집념만큼은 굽히지 않았다. 불평하는 자식들에게 “욕하느니 차라리 노래가 낫지 않으냐.”며 울면서도 노래를 부르고, 시를 썼다. 이렇게 쓴 시를 모아 곧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누군가를 따라갈 필요는 없어. 내 몸에 좋은 것은 남의 몸에도 좋거든. 그렇게 열심히 내 갈 길을 가다보니 결국 알아주는 사람도 생기고, 인정도 해주더라고….” 이 ‘말씀’이 오늘날 전국을 대표하는 매화마을이자 ‘깨끗한 먹거리’를 상징하는 ‘청매실농원’으로 가꾼 철학이다. 청매실농원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한 것은 13년 전. 처음 3년 동안 농원을 찾는 이들에게 된장이며 고추장, 장아찌 등을 무료로 선물했다. 낮에는 머슴같이 일하고, 밤에는 시를 쓴다는 홍씨.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아내 힐러리 같이 열심히 사는 사람을 가장 존경한다.“어머니의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밥상을 차리면 다 약이 안 되겄습니까. 나이 80세 되는 날까지는 아름다운 농사꾼으로 살 작정입니더.” 3년 전에 남편과 사별한 홍씨는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다. 장남은 미국을 오가며 매실사업을 하고 있고, 둘째 아들은 고등학교 교사로 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전국에 흙비… 서울 15일 영하 6도

    14일 전국적으로 황사가 섞인 흙비가 내릴 전망이다. 비가 그친 뒤에는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강해지면서 체감 온도가 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3일 “전국적으로 아침 한때 비 또는 눈이 온 뒤 점차 개겠다.”며 “오후까지 전국적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곳에 따라 천둥·번개를 동반한 돌풍이 나타나는 곳도 있겠다.”며 시설물 관리에 주의를 기할 것을 당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국에서 발달한 약한 황사가 한반도로 유입돼 오전까지 황사가 섞인 흙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예상 강우량은 5∼10㎜이고 아침 최저기온은 0도, 낮 최고 기온은 영상 1도로 13일보다 6∼7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15일에는 기온이 더 떨어져 서울지역 아침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내려가고, 바람도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쌀쌀한 날씨는 16일 오후부터 점차 풀려 설 연휴는 포근한 날씨가 예상된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당신의 그림을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타계 1주기가 오는 29일로 다가왔다. 그를 기리는 다양한 전시회가 이날 준비된 가운데 추모문집 ‘TV부처 白南準(삶과꿈 펴냄)’이 23일 발간됐다. ‘백남준을 기리는 모임’이 펴낸 문집에는 여러 미술계 인사들의 글과 첨단 예술의 길을 걸었던 고인을 이해하지 못해 벌어졌던 해프닝 등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 홍보담당 이사를 지낸 손석주(68)씨는 1986년 백남준으로부터 홍라희 삼성미술관 관장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받은 그림을 쓰레기통에 버린 일화를 털어 놓았다. 일본 소니사에서 TV를 제공받던 백남준에게 삼성전자 TV를 대주면서 작품홍보를 맡았던 손씨는 보자기 속의 그림을 풀어 보고 아연실색한다. 크레파스로 마구 그어대고 색종이로 접어 만든 꽃을 붙인 그림을 홍 관장에게 전달하면 장난으로 오해받고 백남준에 대한 지원도 끊길 것으로 걱정해 고민 끝에 ‘배달사고’를 저지른다. 1987년 퇴사하면서 그 그림도 팽개쳤던 손씨는 이후 “백남준이 세계 10대 예술가로 각광받는 것을 보고 죄책감에 사로잡혔다.”며 “미술 지식이나 감각면에서 범인(凡人)인 저로서는 혁명적으로 앞서가는 선생님의 첨단 예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인을 향해 용서를 빈다. 문집에 실린 50여편의 글 가운데는 갤러리 현대 창업주 박명자씨의 ‘무당보다 한수 위인 백남준 선생’이란 글도 있다.1990년 갤러리 현대 뒷마당에서 백남준이 요제프 보이스의 진혼굿을 할 때, 사간동 일대에 소나기가 내리고 큰 느티나무가 천둥 벼락을 맞던 모습 등을 담고 있다. 홍라희 관장은 “백남준 선생은 20세기의 과학기술을 치열한 시대정신과 따뜻한 동양인의 마음으로 포용한 미디어 아트의 음유시인이셨다.”고 회고했다. 출판기념회는 29일 오후 6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리며 백남준 추모영상 관람,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추모사, 황병기의 가야금 연주 등이 이어진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은유·환상의 유고 詩세계

    전쟁의 포성으로만 기억되는 유고슬라비아. 그들의 문학은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던 만큼 유고슬라비아 문학은 우리에게 낯설고 신기하기만 하다. 문학동네에서 펴낸 유고슬라비아 시인 바스코 포파의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오민석 옮김)은 호기심의 한 끝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포파는 현대 유고슬라비아 문학을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시인.‘작은 상자’를 비롯, 그의 대표시 몇편이 국내에 소개된 적은 있지만 시집의 형태로 전모를 선보이기는 처음이다. “…암늑대가 살아 있는 한, 할머니는/리넨 천 같은 왈라키아 발음으로/나를 작은 늑대라고 부를 것이다//늑대는 나에게 비밀스레/날고기를 먹였고 나는 성장하여/언젠가 무리를 이끌 것이었다//나는 내 눈이/어둠 속에서 불타오르기 시작할 것을/믿었다…” 포파의 ‘늑대의 눈’이란 시의 한 대목이다. 포파는 세르비아 전통에서 문학의 전범을 찾는다. 이 시집에 실린 ‘늑대 시편’이 그 한 예다. 세르비아 부족신화에서 늑대는 숭배와 경의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세르비아인들은 늑대의 전사적 기질을 동경한다. 죽은 자의 영혼이 늑대로 부활한다고 믿는 그들은 코소보 평원을 자유롭게 누비는 늑대를 자신의 조상으로 여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늑대는 시적 화자의 먼 조상이며 한편으론 시인의 자아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이 늑대는 죽음이라는 절대 폭력과 싸우는 절름발이 늑대다. 시인은 이 실존적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세르비아의 애국성인 성(聖) 사바의 존재를 새삼 일깨운다. “별들이 그의 머리 주위를 돌며/그에게 살아 있는 후광을 만들어준다//천둥과 번개가/보리수 꽃 흩뿌려진/그의 붉은 턱수염 안에서 숨바꼭질을 한다…”(‘성 사바’ 중에서) 세르비아 국민이 그토록 추앙하는 성 사바가 보여준 공동체적 삶이야말로 포파가 초현실주의 언어를 통해 닿고자 했던 이상향이 아닐까. 이 시집은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미국 시인 찰스 시믹이 번역한 영역본 선집을 우리말로 옮긴 것. 그가 비록 포파 시의 가장 이상적인 번역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중 번역의 아쉬움은 남는다.85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부석사/손종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부석사/손종호

    천둥소리 젖은 몸으로 밤새 봉황산 숲길 헤매던 우레 하나 새벽녘 조사당 옆 석등 아래 풀잎에 얼굴 파묻고 겨우 잠들다. 옆으로 앉아 계시는 부처님 눈에 남모르게 이슬 맺히다.
  • ‘생명의 요람’ 여성 너의 해방을 외친다

    “아홉 개의 구멍이 모자랐어요/부패한 내장의 밍크고래가 폭발하듯/나를 폭파시킬 수 있었다면 그리했을 거예요//콧방울, 혓바닥, 유두, 배꼽, 은밀한 그곳까지/바벨의 뇌관을 박는 거지요/하늘에, 땅에, 당신의 심장에 총구를 겨누는 대신…”(‘피어싱’ 중에서) 올해 제25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강기원(49) 시인의 시는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섬뜩한 자화상을 연상케 한다.기존의 어떤 상식도 고정관념도 거부하는, 강렬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한 시. 고루한 것은 죄다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어 버리는 도발적인 야생의 시, 그것이 바로 강기원의 시다. 그의 시집 ‘바다로 가득 찬 책’(민음사 펴냄)에는 이처럼 육체를 잔인하게 부수는 ‘몸시’들이 수두룩하게 들어 있다.‘달거리가 끝난 봄에는’이라는 작품의 한 대목.“머리부터 발끝까지/두근거리는 자궁이 되는 거야/중년의 처녀막/기꺼이 찢어내고/아지랑이의 젖물/보얗게 채우는 거야/부푼 아기집 속에/내가 들어가/다시 태어나는 거야/무럭무럭 자라는 거야 비늘로, 날개로, 메아리로, 그림자로, 천둥으로…” 시인은 신체를 해체함으로써 해방을 꿈꾼다. 그리고 마침내 영혼의 구원과 신생(新生)의 축제에 이른다. 강기원의 시는 여성성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보여준다. 그의 시의 시적 화자는 하나의 개체로서의 여성라기보다는 생명의 요람으로서의 어머니 대지, 혹은 모신(母神)이라고 해도 좋다.‘위대한 암컷’이란 시 한 구절만 읽어봐도 이를 금세 알 수 있다.“요람이며 무덤/영혼의 불구를 치유하는 성소/꺼지지 않는 지옥 불이었으므로/만물을 삼키고 뱉어 내는 소용돌이의 블랙홀/곡신(谷神), 위대한 암컷이여” 강 시인은 “에스키모인들이 얼음에 구멍을 뚫어놓듯, 내면에 구멍을 뚫고 내 영혼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자리”라고 말한다. 요컨대 그의 시는 ‘육체의 시’이기 이전에 ‘영혼의 시’인 것이다.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요셉 보이스의 모자’ 등이 당선되며 문단에 나온 시인은 지난해엔 ‘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라는 시집을 내기도 했다.7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3번째 사진달력집 낸 야생화작가 김정명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3번째 사진달력집 낸 야생화작가 김정명

    겨울철에는 식물도 털옷을 입을까. 곤충에게 길을 안내하는 꽃이 정말 있을까. 있다. 동물들의 먹이로 소금을 만들어내는 식물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이름이 없거나, 있어도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야화(野花)라 한다. 속절없는 사랑의 들꽃으로 비유된다. 그저 한줄기 생명으로 조용히 피어나 말없이 향기를 뿜어낸다. 아무리 곱다한들 이름없는 꽃이기에 봄부터 소쩍새도 울어주지 아니한다. 봄, 여름, 가을이 지나 긴긴 겨울이 오더라도 그리운 봄을 생각하며 털옷에 의지해 엄동설한을 견뎌낸다. 바람에 금방 꺾어질듯 가냘퍼도, 영양분이 적은 척박한 땅에서도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묵묵히 살아간다. 20여년 동안 야생화와 친구로 지내는 사람이 있다. 이름모를 들꽃에 명찰을 달아주고 멸종돼가는 야생화를 찾아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백두산 구석구석을 다니며 촬영한 야생화 사진들은 ‘식물관찰일기’라는 두장짜리 비디오CD로 제작돼 학생들의 소중한 교육자료로 활용된다. 이뿐만 아니다. 매년 연말 ‘한국의 야생화’라는 사진 달력집을 만들어 어린 학생은 물론 생물교사, 학교 교감, 그리고 전국의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꽃봉오리’를 주제로 내년용 달력을 제작했다. 야생화에 얽힌 흥미진진한 설명까지 곁들여 있어 한해가 지났어도 보관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필생의 역작이라 할 만한 ‘한국의 숨은 야생화’라는 제목으로 4권의 야생화 도감을 최근에 마무리했다. 국내용이 아니라 우선 미국, 일본, 영국 등 세계 각국에 수출하기 위한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야생화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김정명(60)씨. 독도에만 18차례나 드나들었고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오로지 야생화를 렌즈에 담아오면서 말 그대로 ‘들꽃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김씨는 지난 1995년부터 해마다 야생화 달력을 만들어왔다. 올해가 13번째 시리즈. 마니아들도 많이 생겨났고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어떤 꽃을 만날 수 있을까.’하고 궁금해진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김씨를 만났다. 따끈따끈하게 막 찍어낸 ‘한국의 야생화 13번째 시리즈’를 전국에 발송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김씨는 “달력 겸 연하장이고 또 사진집이기도 하다.”면서 “2000년부터 한국의 특산식물, 수생식물, 멸종위기 식물 등의 주제로 제작하다 보니 주위 사람들이 달력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꽃 지침서로 여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생전 버리지 않는 연하장, 또 버리지 못하는 달력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빙그레 웃는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2007년판 달력에는 잔설을 녹이며 노란 꽃을 피워내는 ‘복수초’, 꽁꽁 언 땅 위로 겁없이 얼굴을 내미는 ‘노루귀’, 한국의 아네모네로 불리는 ‘꿩의 바람꽃’, 자외선을 방지하기 위한 색소를 지닌 ‘깽깽이풀’ 등 흔히 접할 수 없는 55가지의 들꽃 꽃봉오리가 소중하게 담겨 있다. 그동안 우리 산과 들을 헤매고 다니며 찍은 1500여종의 꽃 사진 중에 골랐다. 또 사진마다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적 의미와 감정을 표현했다. 예를 들어 ‘만개 직전 숨죽인 꽃의 긴장이 손에 잡힐 듯 전해온다.’(노랑매미꽃),‘어린아이 허리춤에 매달린 복주머니를 연상시킨다.’(금낭화) 등이다. 주위에서 ‘야생화 시인’으로 부르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만개의 절정을 향해 한발 한발 숨죽인 꽃봉오리의 긴장감, 곧 터져 화려한 꽃잎을 펼칠 것 같은 기분좋은 설렘, 그리고 꽃봉오리 자체가 주는 순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지요.” 이같은 야생화 달력은 해마다 나오자마자 동이 난다. 발송장부를 직접 보여주던 김씨는 “매년 달력을 사가는 마니아들이 4000∼5000명에 이른다.”면서 올해는 초판 1만 6000여권을 찍었는데 벌써 거의 다 팔렸다고 귀띔했다. 답장도 쇄도한다.‘마음에 환한 불빛이 된다.’는 한 시인의 편지,‘그많은 들꽃을 찾아내기 위해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 서신들,‘한국의 야생화’를 보노라면 고향생각이 난다면서 해외에서 주문해 오는 경우도 많다. 야생화를 촬영하면서 여러 고비도 있었다.2002년 8월 백두산에 올랐을 때였다. 갑자기 몰려온 먹구름과 천둥번개가 몰아쳤다.600만원이나 하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비좁은 땅에 간신히 설치하고 난 직후였다. 할 수 없이 고가의 촬영장비를 포기하고 황급히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의 발품으로 빛을 본 야생화들도 많다. 멸종 위기식물로 지정된 ‘금강초롱’과 ‘나도승마’를 찾아내 환경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녹색장미’는 최초이자 그만이 유일하게 찾아낸 ‘작품’이다. 특히 1998년 ‘김정명의 사진집’에 처음 발표된 동강지역의 석회절벽에 핀 할미꽃이 학계에 의해 ‘동강할미꽃’으로 세상에 처음 태어났다. 이후 ‘동강할미꽃 보존회’가 발족됐고 지난해부터 매년 11월 ‘동강할미꽃축제’를 열기에 이르렀다. “겨울철에는 꽃봉오리와 열매를 촬영하러 떠납니다. 목련의 꽃봉오리는 털옷으로, 상수리나무는 비늘로 감싸 추위를 견뎌내지요. 야산에 가면 이같은 식물, 꽃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눈속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막 뛰고 흥분됩니다. 꽃에는 자체적으로 열을 발산하면서 언땅을 녹이는 위대함이 있지요.” 김씨는 1946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 카메라를 처음 잡아본 것은 중학교 2년 봄소풍때였다. 친구가 가져온 일제 카메라를 보고 반해 동네 사진관에서 현상과 인화법 등 카메라 기술을 익혔다. 이후 야생화에 눈뜨기 시작한 것은 1986년. 평소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그는 민속자료를 찍다가 산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선 설악산의 사계를 담았고 그해 대한민국 문화영화제 우수작품상까지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산행 중 배낭이 무거워 잠시 쉬고 있을 때 문득 야생화를 만나게 된다.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충동을 느껴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사시사철 전국의 산과 계곡을 누볐다. 그동안 찍은 야생화만 1500여종,50만컷에 달한다. 지금 이 순간 전국 어디에서 무슨 꽃이 피고 지는지 눈 감아도 훤히 알 정도로 경지에 이르렀다. 저 멀리에서 꽃들의 손짓이 아스라히 다가와 저절로 카메라를 들고 몽유병 환자처럼 그곳으로 떠난다. “1989년부터 ‘푸른 독도 가꾸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회원들과 함께 울릉도에서 1700여그루의 묘목을 가져다 독도 산비탈에 심어놓았지요. 동백, 섬괴불나무, 섬보리작나무 등 어느새 울창한 숲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독도에서만 6만여컷의 사진을 찍어 CD도 만들었지요.” 야생화 박사로, 우리꽃 지킴이로 사시사철 전국의 산야를 누비는 김씨. 세계 각국의 야생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는 그의 사진은 현재 영국의 자연사박물관에서도 판매된다.“예쁜 사진을 찍으려면 마음이 먼저 예뻐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씨.“아무 때나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곱고 예쁜 마음으로 잘 정돈돼 있어야 비로소 꽃사진을 찍으러 떠난다.”며 의미있는 미소를 짓는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6년 경남 거제 출생 ▲74년 시청각 교재 ‘엣날 옛적 이야기’ 제작 ▲87년 주간지에 ‘한국의 얼을 찾아서’ 연재 ▲89년 월간지에 ‘한국의 자연을 찾아서’ 연재 ▲93∼2000년 KBS-2TV‘한국의 야생화’ 방영 ▲06년 현재 한국식물사진작가협회 회장 # 수상경력 ▲86년 대한민국 문화영화제 우수작품상 수상.‘설악산’▲99년 녹색환경 예술인상 수상(환경운동연합). ▲05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수상(환경재단). # 저술활동 ▲95년 식물도감 ‘산과 들에 피는 꽃’▲96년 빛깔있는 책 ‘독도’▲03년 식물의 살아남기, 식물관찰일기CD 제작 ▲95∼현재 한국의 야생화 사진달력집 13회 발행
  • [어린이책꽃이]

    ●지붕위의 바이올린(고정욱 글·박영미 그림, 주니어김영사 펴냄) 가난과 장애를 딛고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몸의 장애보다 마음의 장애가 더 불행하다는 진리를 일깨운다. 작가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난 생생한 묘사가 장애우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협한 사고를 아프게 지적한다. 초등 4∼6년.8900원.●강치야 독도야 동해바다야(주강현 지음, 한겨레아이들 펴냄) 강치는 독도에 살았던 우리나라 토종 동물이다. 바다사자로도 알려져 있는 강치는 일제시대 가죽을 얻기 위해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면서 멸종됐다. 민속학자이자 해양문화전문가인 저자는 독도에서 사라진 강치의 목소리를 빌려 독도와 동해의 숨은 역사를 생동감있게 풀어냈다. 초등 3년 이상.9000원.●엄마는 나 때문에 아픈 걸까?(마르틴 에뉘·소피 뷔즈 글, 리즈베트 르나르디 그림, 이주희 옮김, 스콜라 펴냄) 아픈 부모를 둔 아이들이 흔히 겪는 심리적 불안과 마음의 상처를 다독여 주는 책. 벨기에 ‘암과 심리협회’에서 활동하는 아동심리 전문가 두명이 암환자의 어린이 가족을 위해 쓴 심리 성장동화다.8800원.●호랭이 꼬랭이 말놀이(오호선 글·남주현 그림, 천둥거인 펴냄) “꼬부랑 할머니가/꼬부랑 지팡이를 짚고/꼬부랑 고개를/꼬부랑 넘어갔더니….”처럼 전통적인 소재에 현대적인 표현과 유머감각을 조화시켜 새롭게 다듬은 말놀이 15편을 실어 흥미를 끌고 있다.3세 이상.9800원.
  • 곳곳 천둥·번개·우박… 소나무 아래 피신 소년 사망

    5일 일부 지역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와 우박이 쏟아지면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기기 파손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11시 36분쯤 경북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A아파트 인근 소나무 아래에서 진모(16)군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진군이 비를 피해 소나무 밑으로 피신한 뒤 소나무에 벼락이 떨어졌다는 목격자들의 진술로 미뤄 진군이 낙뢰로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충북 청주와 청원군에서는 낙뢰로 인해 기상장비 일부가 파손됐다. 청원군 고려대기환경연구소는 “오전에 발생한 낙뢰로 인공위성 수신장비 및 대기환경 분석시스템 등 기상장비 5∼6대의 내부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경남 사천시 정동면, 곤양면과 하동군 일부 지역에는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지름 1㎝ 정도의 우박이 내려 단감과 김장배추, 시금치 등 재배중인 농작물에 피해를 입혔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프로농구] ‘5연승 LG’ 전자랜드에 제동

    ‘도깨비팀’ 전자랜드가 파죽의 5연승을 달리던 LG를 침몰시켰다. 5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경기에서 전자랜드는 나란히 3점슛 3개를 포함,13점씩을 책임진 예비역 정선규(26)와 새내기 전정규(23)의 깜짝 활약으로 선두 LG를 82-76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 두시즌 연속 꼴찌 전자랜드는 10개월여 만에 2연승의 감격을 맛봤다. 기선을 제압한 쪽은 5연승의 LG였다. 찰스 민렌드(25점)와 박지현(12점), 조상현의 3점슛이 천둥처럼 터지면서 경기 시작 2분여 만에 16-2까지 달음질쳤다. 하지만 지난 3일 KT&G전에서 3연패의 사슬을 끊은 전자랜드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2쿼터 초반 6분 동안 LG의 숨통을 무득점으로 끊어놓고 루키 전정규의 3점포 두 방을 포함, 연속 15점을 몰아쳐 순식 간에 44-38로 전세를 뒤집었다.3쿼터 중반 LG가 추격의 고삐를 죄어왔지만, 이번엔 지난 5월 전역한 정선규가 나섰다. 단신이지만 볼터치가 좋고 부지런한 슈팅가드 정선규는 오른쪽 45도와 코너, 탑을 오가며 3개의 3점슛을 포함, 연속 11점을 쓸어담아 70-56까지 달아났다.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은 “선규나 정규는 체력과 경험이 부족할 뿐, 언제나 오늘같은 활약을 해줄 수 있는 재목”이라며 흡족해 했다.부천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주말 강풍·천둥번개 동반 비

    11월의 첫 번째 주말은 강풍과 비에다 천둥번개까지 내리는 어두운 휴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가 그친 뒤 다음주부터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추운 날씨가 되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3일 밤에 내린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후 4일 오후 늦게 다시 찾아오는 데다 강한 바람까지 불 것으로 보여 시설물과 농작물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는 5일 전국적으로 내릴 것으로 보여 주말 내내 흐린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비의 양은 10㎜를 넘는 곳이 드물 정도로 미미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 기상청은 비가 그친 5일 오후부터는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본격적인 늦가을 날씨로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서울의 5일 아침 기온이 최저 10도, 낮 최고 12도 수준에서 6일 아침에는 2도, 입동인 7일 아침에는 1도까지 수은주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하루 사이로 10도 가까이 기온차가 나 체감온도는 더욱 낮게 느껴지므로 건강관리에 유의해야겠다.”고 말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2일 전국 20~30㎜ 단 비

    일요일인 22일 전국적으로 20∼30㎜ 정도의 비교적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이번 비는 23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가을 가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가 그친 뒤에는 그동안 높았던 기온이 평년 수준으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21일 전국이 점차 흐려지다가 22일에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라면서 “중부 일부 지역에서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가 내린 후 23일부터는 기온이 3∼4도 가량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올들어 처음으로 10도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이며, 낮 기온 역시 20도 아래를 기록할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비로 전국이 평년 기온을 되찾게 되는 것이지만 그동안 워낙 이상 고온이 이어진 탓에 다소 쌀쌀하게 느껴질 것”이라면서 “이후에는 선선한 가을 날씨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채소밭 잔치 놀러오세요”

    여기는 할아버지의 채소밭. 양배추, 방울 토마토, 당근, 감자, 호박이 쑥쑥 키재기를 하는 밭에 무성한 잡풀들을 어째야 하지? 채소잎을 마구 갉아먹는 무당벌레들은 또 어째? ‘채소밭 잔치’(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고향옥 옮김, 우리교육 펴냄)는 한장한장 그림 자체를 감상하는 기쁨만으로도 가슴이 꽉 차는 그림책이다. 강렬한 원색, 익살맞은 붓터치의 수채화가 어른들의 잠자던 동심까지도 몽롱하게 일깨울만하다. 알록달록 꿈틀꿈틀, 운동감 왕성한 색과 선의 조화에 유아 독자라면 덮어놓고 매료당하고 말 터. 잡초와 무당벌레떼를 없애버리려 마음먹었던 할아버지. 하지만 문득 마을잔치 생각이 나자 이것저것 밭일을 다 팽개친 채 부리나케 마을로 달려가 버린다. 이 책의 참맛은 그 다음 상황부터이다.“우리도 잔치를 벌이자!” 할아버지가 떠나기 무섭게 채소밭은 유쾌한 난장판으로 돌변한다. 무당벌레, 방울 토마토, 덩굴여지, 감자, 참마, 우엉…. 채소밭 식구들이 떠들썩한 잔치를 벌이는데, 싸우고 뛰고 구르고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등에 28개의 점이 찍힌 이십팔점 무당벌레는 방울토마토 잎을 갉아 포스터를 만들지 않나, 그런 무당벌레가 얄미워 방울토마토는 버럭버럭 역정을 내지 않나…. 해프닝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잔치판으로 즐거운 상상에 빠져 있던 아이들은 또 어느새 서정의 우물에 푸욱 잠기게도 된다. 불콰하게 술이 오른 할아버지가 흥에 겨워 돌아오는 달밤 풍경은 그대로 그림이다. 감자 위에 양배추, 양배추 위에 빨간 당근이 채곡채곡 포개져 곡예를 벌이는 잔치마당에 할아버지는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천둥 고함을 지르지나 않을까. 애당초 마음처럼 잡초와 무당벌레들을 내쳐버리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어린 마음들이 ‘후유∼’ 안도의 한숨을 쉬기까지 눈깜짝할 사이의 즐거운 반전이 놓였다. 달밤의 난장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툭 내뱉는 할아버지의 순한 한 마디,“우리 밭에 달님이 떠올랐구먼∼.” 짧은 글, 좁은 행간에서 배어나는 은유의 묘미가 배가 부르도록 푸짐하다. 상생(相生)의 의미가 절로 가슴에 스며드는, 정말 요령많은 그림책이다.4세 이상.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무궁화 5호’ 軍통신전력 증강

    ‘무궁화 5호’ 軍통신전력 증강

    (1)강원도 험준한 산악→“통화 OK”(2)호주 인근 태평양→“통화 OK”(3)적의 전파방해→“통화 OK” 앞으로 우리 군의 통신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22일 하와이 인근 적도 공해상에서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군 공용 통신위성 ‘무궁화 5호’ 덕택이다. 무궁화 5호는 하나의 위성체에 각각 12개와 24개의 군·민용 중계기가 탑재된 것으로 3만 6000㎞ 상공의 정지궤도(동경 113도 적도지점)에 올려져 임무를 수행한다. 지구와 함께 자전하기 때문에 아래에서 보면, 고정된 위성이나 다름없다. 기존의 군사용 통신은 땅속 광케이블을 이용한 유선망이나 마이크로파를 활용한 무선통신, 무전기 등 주로 지상망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케이블이나 고지의 통신중계소는 전시에 집중 타격대상이 되거나 천둥이나 번개 등 자연재해에 취약하며 거리상 제약도 따른다. 또 한반도처럼 산악 지형에서는 전파가 차단되기 일쑤여서 무전기 사용도 매끄럽지 못하다. 하늘 높이 쏘아올려진 인공위성은 이같은 지상 통신의 장애를 일소할 수 있다. 우선 무궁화 5호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반경 6000㎞까지를 통신권으로 하기 때문에 태평양 중앙부 날짜변경선에 있는 군함과도 한 번에 통화할 수 있다. 다만 휴전선 이북의 북방 지역은 전파방해를 방지하는 국가간 협약에 따라 통신권에서 제외했다. 또 산악 등 장애물에 상관없이 항공기와 함정 등 움직이는 무기체계와의 통신도 원활해진다. 이와 함께 군용 위성은 적의 전파방해에 대응할 수 있는 대(對)전자전 기능까지 갖춰 전투력 향상도 기대된다. 이와 맞물려 우리 군이 최근 자체 개발에 성공한 ‘지상전술 ‘C4I’(정보·감시·지휘·통제) 체계와 연동돼 전투 상황에서 부대간 통신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진다.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는 “기존에 우리 군은 무궁화 3호 등 민간 위성을 빌려 통신을 주고받았는데, 이 경우 통신 보안이 어렵고 적의 전파 방해에 노출되기 쉬웠다.”며 “무궁화 5호로 이런 문제가 해소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군이 무궁화 5호를 실제로 활용하는 시기는 내년 말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무전기부터 지상 송수신시설에 이르기까지 무궁화 5호의 체계와 ‘교감’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19일부터 다시 무더위

    19일부터 다시 무더위

    지난달 말부터 보름 이상 지속된 무더위가 전국에 걸친 비 소식과 함께 한풀 꺾일 전망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주말인 19일부터는 무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15일 “북쪽에 머물던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면서 중부 대부분 지역과 남부 일부 지역에 16일 비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곳은 60㎜ 정도의 강수량이 예상된다. 경기·강원 지역에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나기도 예상된다. 비가 내리면서 16∼18일 낮 최고기온은 최근 불볕더위 때에 비해 3∼4도 정도 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19일부터는 전국이 다시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면서 덥고 습한 공기가 대량으로 유입돼 찜통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각장마에 폭염이 ‘찜통´ 만들어 지난달 말부터 한낮 불볕더위와 한밤 열대야 현상이 전국에 걸쳐 이어졌다. 기상청은 “예년에 비해 크게 발달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해 고온현상의 1차 원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구와 경북 영천에서는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동안 낮 최고기온이 단 하루도 3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났다. 대구와 영천은 지형적 영향으로 혹서지로 분류돼 있지만 35도 이상이 보름 이상 이어진 경우는 1961년 이후 처음이었다.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하루 최고기온이 오후 2∼3시가 아닌, 오후 4∼5시에 기록되는 현상도 이어졌다. 맑은 날씨로 한낮 볕의 열기가 평소보다 강하게 전달돼 복사열이 늦게까지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예년보다 늦게 닥친 장마는 올 여름 무더위를 유난히 지독한 것으로 만들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전선이 엄청난 양의 비를 뿌리고 물러간 뒤 전국이 습한 가운데 곧바로 폭염이 시작돼 체감온도를 한층 높였다.”고 설명했다. 높은 습도와 기온이 만나 푹푹 찌는 찜통현상이 빚어졌다는 얘기다. ●제10호 태풍 제주·남부에 비 뿌릴듯 제10호 태풍 ‘우쿵’과 제11호 태풍 ‘소나무’가 일본 오키나와 해상에서 발생해 점차 북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태풍의 경로가 유동적이지만 두 태풍 모두 일본 쪽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우쿵’의 간접영향으로 18∼19일쯤 제주도 지방과 남부 해안 일부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제10호 태풍 ‘우쿵’은 중국이 제출한 태풍명으로 원숭이 왕을 뜻하고 ‘소나무’는 북한이 제출한 이름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현장체험 생태학습서 4권 선봬

    방학맞은 아이들에게 느긋하게 읽어보라고 권해주면 좋을 생태학습서들이 봇물 터졌다. 산골짜기 깊숙이로, 뙤약볕 들판으로 지금 당장 떠날 순 없더라도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에 아이들이 의미있는 시선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신간들이 많다. 우선 남산 숲에 남산 제비꽃이 피었어요(김순한 글, 백은희 그림, 아이세움 펴냄)는 폭염만 한풀 꺾이면 한달음에 남산으로 달려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외로운 섬처럼 서울 한복판에 버티고 있는 남산에 푸릇푸릇한 생명이야기가 이렇게 넘쳐나고 있을 줄이야! 콘크리트 빌딩에 둘러싸인 바람에 생태띠가 끊어져 식생이 단순화되고 귀화식물이 번창하는 현장을 둘러보는 마음이 안타깝다. 남산이 쓸어안고 있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다감한 이야기체로 등장한다. 소나무, 아까시나무 숲, 산책길에 지저귀는 온갖 이름의 새들, 숲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귀화식물인 서양등골나무 등을 사진과 함께 친절히 설명해준다. 영화 ‘괴물’의 흥행으로 새삼 한강 다시보기가 유행이다.우리 한강에는 무엇이 살까?(손상호 글, 손근미 그림, 청어람미디어 펴냄)에 퍼뜩 눈길이 쏠리는 것은 그래서일까.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 전개가 읽는 맛을 더한다. 누치, 은어, 쏘가리 등 50여종의 물고기들이 등장하니 ‘민물고기 백서’로도 손색없다. 이름도 낯선 서양나무들이 들어찬다는 남산 이야기만큼이나 토종 물고기들을 제치고 외래종 배스, 블루길이 세력을 얻어간다는 정보엔 씁쓸해지기도 한다. 강물 속에서 빠져나와 또 한번 가상 숲 체험을 하고 싶다면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고규홍 글, 김명곤 그림, 사계절 펴냄)가 기다린다.‘우리 겨레를 대표할만한 나무’‘쓰임새가 요긴한 나무’‘꽃이 아름다운 나무’‘열매가 요긴한 나무’ 등 모두 6개 주제로 나눠 나무 27종의 생태를 귀띔한다. 얼핏 평범한 식물도감 같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나무연구에 매달려온 기자출신 지은이(천리포수목원 학술팀장)의 꼼꼼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물을 푸르게 한다 해서 이름붙여진 물푸레나무, 예부터 떡을 붙거나 쉬지 않게 하는 데 썼다고 불렀다는 떡갈나무 등 이름의 유래들도 참 재미있다.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친숙한 나무들이라 해설이 귀에 쏙쏙 더 잘 들어온다. 효과만점의 현장체험 학습을 기대한다면 봄이의 동네 관찰일기(박재철 글·그림, 천둥거인 펴냄)가 책임진다. 초등생 봄이가 동네 주변 구석구석을 뒤져 나무, 곤충, 꽃 등 다양한 생명체들을 관찰일지에 등장시킨다. 곤충채집 방법까지 일러주는 책은 여름을 시작으로 가을, 겨울, 봄까지 계절을 한바퀴 빙빙 돌아 관찰일기를 덮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모든 길 끝엔 무덤이 있다

    시인 남진우(47·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평론가들은 흔히 기형도와 함께 현대시의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만큼 그의 시가 괴기하고 부자연스럽고 흉측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는 말일 것이다. 그가 ‘타오르는 책’ 이후 6년 만에 펴낸 시집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문학과지성사)에 실린 시편들 역시 기괴한 환상의 이미지 주변을 맴돈다. 시집 표제작의 한 대목.“지금/목마른 사자 한 마리 내 방 문 앞에 와 있다///(중략)///타오르는 사자의 커다란 눈이 내 눈에 가득 차고/사나운 사자의 앞발이 내 목줄기를 짓누를 때/천둥처럼 전신에 와 부딪는/시계 똑딱거리는 소리//문을 열고 나가보면 어두운 복도 저편/막 사라지는 사자의 꼬리가 보인다” 오랜만에 만나는 남진우 특유의 잿빛 시다. 이 시에서 사자는 물론 사나운 동물 사자(獅子)를 가리킨다. 그러나 소박하게 해석해 죽은 자의 혼을 잡아가는 저승 귀신, 즉 죽음의 사자(使者)로도 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시의 묘미가 아닐 수 없다. 시인은 이번의 네 번째 시집에서 낯선 것들과의 조우를 시도한다. 미지의 세계의 한 자락을 사자나 여우 같은 동물을 매개로 혹은 식물이나 자연현상을 통해 만나도록 주선한다. 낮선 세계란 결국 죽음, 절망, 허무 같은 음산한 단어와 통하는 것.“잔인하게 죽어가는 자의 외마디 외에/이 지상에서 더 들을 말이 뭐가 있는가/흑색 소설에서 모든 것은 해결된다/사람은 태어나 꿈틀대다 덧없이 죽어가는 것/흑색 소설을 읽으며 오늘도 나는 확인한다/모든 길 끝엔 파헤쳐진 무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나는 흑색 소설만을 읽는다’중 일부) 아무리 울부짖어도 극복할 수 없는 압도적인 죽음의 공포와 불안. 그렇다면 차라리 시인처럼 죽음을 늘 곁에 두고 ‘완상(玩賞)’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죽음에 관한 두려움의 감각을 무디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6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임수정 눈물 열연 ‘각설탕’

    임수정 눈물 열연 ‘각설탕’

    ‘괴물’과 엄연히 다른 질감이지만,‘각설탕’(제작 싸이더스FNH·10일 개봉)에도 그 나름의 성취는 뚜렷하다. 동물 주인공을 스크린 전면에 등장시킨 소재적 접근방식 자체가 참신하거니와 크게 흠잡을 데 없이 매끈한 (특히 화면기술의)완성도를 자랑한다는 점에서이다. 우선 드라마는 감수성의 여린 속살을 건드리기로 작정하고 나섰다. 객석으로 바람소리가 스며올 것같은 제주의 무공해 풍광에, 도입부에서부터 스크린을 적시는 배경음악(조동진 ‘제비꽃’)은 사전정보가 없더라도 덮어놓고 나른한 감상에 젖어들게 만든다. 어려서 엄마를 잃은 시은(임수정)에게 말 ‘장군’은 죽은 엄마를 대신하는 애틋한 가족이다. 오랫동안 의지해오던 장군이 새끼를 낳다가 죽어버린 뒤 새끼 ‘천둥’은 또다시 시은의 삶을 버텨주는 희망이다. 여주인공과 말의 우정을 기둥 메시지로 선명히 예고한 채 출발하는 영화는 예정된 감동 고지를 향해 한발한발 착실히 보폭을 넓혀나간다. 기수를 꿈꾸는 시은, 그런 딸이 못마땅한 아버지(박은수), 부녀의 갈등으로 운동감을 회복한 드라마는 집을 뛰쳐나간 시은이 몸담은 과천경마장을 주무대로 인간승리담을 엮는다. 소박하고 잔잔한 감동을 기대하는 관객에겐 별 모자람이 없을 드라마이다. 그러나 건강한 시도들이 여러모로 돋보임에도 불구하고 탄력 부족의 드라마가 흠으로 지적될 만하다. 일찌감치 카타르시스를 목표지점으로 찍어놓은 뒤 일렬로 나열되는 여주인공의 성차별 극복기, 주인공-말의 우여곡절 재회기 등이 감동을 강요받는 듯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의 한 장면에서도 빠지지 않고 화면을 다잡는 임수정의 암팡진 눈물 열연에는 박수를 쳐줄 수밖에 없다. 전체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이번주도 ‘잠 못드는 밤’

    이번주도 ‘잠 못드는 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가마솥’에 빠뜨린 폭염이 이번 주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주중 국지성 소나기와 북태평양에서 북상 중인 태풍 등도 폭염의 기세를 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6일 “이번 주에도 전국적으로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밤에도 열대야에 근접하는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6일 오후 한때 경북 의성 35.7도, 전남 순천 35.0도, 대구와 경남 진주 34.8도, 서울 32.0도까지 수은주가 치솟았다.7∼13일 예상 최고 기온은 서울과 춘천, 대전이 32도, 부산·광주·강릉·전주 33도, 대구 35도, 제주 31도다.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를 지수화한 열파지수도 7일 의성 104, 대구·밀양 103, 서울 94, 광주 98 등으로 ‘매우 주의’ 단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열파지수는 90∼104는 ‘매우 주의’,105∼129는 ‘위험’,130 이상은 ‘매우 위험’을 나타낸다. 매우 주의 단계는 일사병과 열경련 등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다.7일 오후 한때 충청과 남부지역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는 등 이번 주 간헐적으로 국지성 소나기가 내리겠지만 더위를 물리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7호 태풍 마리아와 8호 태풍 사오마이가 북태평양에서 북상하고 있어 기압계 변동이 예상되지만 진로가 유동적이다. 마리아는 시속 20㎞의 속도로 일본 도쿄 남남동쪽 약 910㎞ 부근 해상을 지나 북서진 중으로 9일 오후쯤 제주도 서귀포 남남동쪽 약 210㎞ 부근 해상을 지날 것이 예상되는 강도 중(中)의 소형 태풍이다. 마리아보다 세력이 다소 약한 ‘사오마이’는 시속 30㎞의 속도로 괌 북서쪽 약 260㎞ 부근 해상을 지나 북서진 중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마리아는 9∼10일쯤 제주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비를 내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시네드라이브] 태권브이·천둥이 ‘충무로 카타르시스’

    충무로가 영리해졌다.‘꿈보다 해몽’이라고 핀잔할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의 몇몇 시도들은 확대해석의 근거가 확실하다. 충무로 참새들의 입방아에 오른 에피소드 둘.●‘영리해진 충무로-에피소드1’ “태권브이만도 못한…” 탄생 30돌을 맞은 토종 애니메이션 영웅 로보트 태권브이가 일을 냈다. 태권브이의 저작권과 판권을 지닌 영화사 신씨네가 지난 24일 매니지먼트사(나무엑터스)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나무엑터스는 문근영 김태희 김주혁 김지수 등 대한민국 대표스타들을 보유한 파워 매니지먼트사. 이제 태권브이는 문근영, 김태희와 회사동료가 되어 영화,CF,TV시리즈, 뮤지컬, 게임 등 전방위 엔터테이너로 뛴다는 얘기다. 여기서 문득 연결되는 할리우드 영화가 ‘시몬’이다. 턱없이 콧대세우는 여배우(위노나 라이더)때문에 영화가 엎어질 위기에 처하자 감독(알 파치노)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사이버 배우를 만들어 대체해버린다. 물론 초점이 사이버 배우의 탄생에 맞춰진 영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스타들의 몸값거품으로 만성두통을 앓는 충무로 현실에서 영화 속 사이버 배우는 카타르시스였다.태권브이가 그런 뉘앙스의 존재가 됐다. 영화 한편 찍을 때마다 근거없이 개런티가 수직상승하는 스타파워에 조만간 ‘비인간’배우들이 제동을 걸어줄 날이 올까.‘디지털 액터’가 이미 영화에 등장하고 있다는 외신이 들리니 우리에게도 ‘사이버 전지현’‘사이버 김태희’가 나오지 말란 법 없다. 그때 거품 몸값의 콧대높은 스타들은 이렇게 꼬집힐지 모른다.“에잇! 태권브이만도 못한∼.”●‘영리해진 충무로-에피소드2’ “천둥이보다 못한…” 새달 10일 선보이는 ‘각설탕’은 말과 인간의 우정을 그린 휴먼드라마이다.1000대1의 오디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된 경주마 ‘천둥이’의 화면분량은 여주인공 못지 않다. 말이 충무로 최초로 ‘투톱’영화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여주인공과 우정을 엮는 천둥이에 카메라는 애정을 듬뿍 담았다. 최고 기수의 꿈을 이루려는 주인을 위해 목숨바쳐 달리고, 새끼를 낳다 죽어가는(실제 출산과정을 다큐처럼 보여준다) 어미말을 통해 눈물겨운 모성의 모티프를 건져올린다. 동물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도가 속속 이어진다. 강아지가 주연하는 ‘마음이…’도 추석쯤 개봉한다. 스크린의 새로운 시도들이 메타포로 이어지는 건 어쨌건 즐거운 일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스크린 밖의 사람들은 또 이런 유행어를 들이대지 않을까.“천둥이보다 못한∼.”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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