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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장애인 세상 속으로 나가기/최경식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

    2014년 동계올림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후보도시 실사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실사단이 지난달 평창을 찾았을 때 평창유치위원회가 준비한 19개 부문의 프레젠테이션 자료 가운데 패럴림픽에 대한 자료가 두툼하게 준비돼 있었다. 물론 이 자료에는 패럴림픽에 나가는 장애인 선수들이 경기장들을 이동하는 데 불편은 없는지, 안전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는지, 장애인 경기를 운영하는 노하우는 충분히 갖추었는지, 장애인 체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지원은 만족할 만한 수준인지 등을 세세하게 적시하고 있었다.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소치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비교했을 때 평창이 도드라져 보이는 대목은 바로 패럴림픽에 대한 자신감인데, 그런 자신감의 밑바탕에는 1988년 서울 패럴럼픽과 2002년 부산 아·태 장애인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과 노하우가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법령 정비와 전담기구 운영 등 국가적 차원에서 장애인 체육을 지원하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장애인 체육의 수준은 국가와 사회의 장애인 복지에 대한 척도로 이해할 수 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지켜나가고 정체성 확립과 공동체와의 동질감을 확인하는 등 여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이 생활체육 현장으로 나가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프로그램, 지도자, 시설이 완벽하게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문제는 장애 유형과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기존의 체육시설이나 복지관의 프로그램에 장애인이 참여하도록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지도자는 장애인의 신체 특징을 잘 이해하고 체육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장애인선수 출신 지도자를 적극 배치하는 한편, 일반 생활체육 지도자들이 일정 과정을 이수해 공공시설에서 프로그램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즉 장애인을 지도할 능력을 갖춰야 공인 생활체육 지도자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완벽한 프로그램과 지도자가 있어도 장애인이 수영장 출입구의 높은 계단 앞에서 난감해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실제로 전국 1305곳의 수영장과 체육관 등의 대다수가 장애인을 위한 주차장, 화장실, 경사로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리모델링과 개·보수를 통해 장애인이 불편없이 체육시설을 드나들도록 만들어야 한다. 위 세가지 요건이 완벽히 갖춰졌더라도 장애인을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성숙하지 않다면 갈 길은 멀다. 함께 운동하는 파트너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집에 있는 장애인이 운동을 위해 시설에 나오기까지는 보통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용기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남다른 시선과 차별을 무릅쓰고 운동을 하고자 세상 밖으로 나온 장애인을 우리 사회가 따뜻하게 맞아줌으로써 생활체육을 통해 장애인이 대중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통합과 어울림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스포츠는 스스로 즐기는 것이어야 하기에 운동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먼저 중요하다. 장애인에게 편리하면 노인, 어린이, 임산부 등 다른 사회적·신체적 약자는 물론이고 비장애인에게도 편리하다. 새봄 비장애인들이 테니스코트에서 휠체어 선수와 복식경기를 하고, 볼링장에서 시각장애인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많은 비장애인들에게 보여지길 기대한다. 생활체육 현장에서 건강하고 밝게 삶을 영위하는 장애인,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을 상징한다. 최경식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
  • 부채비율따라 대출 금리·한도 차등

    이번 달부터 개인의 부채상환능력을 가늠하는 척도인 부채비율에 따라 주택대출금리와 한도가 차등 적용된다. 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앞으로 주택투기·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동시에 부채비율에 따라 대출금리와 한도를 차등화하는 제도를 함께 시행한다. 국민은행은 2일부터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 등 관공서가 발행하는 공식 소득 증명 서류를 제출한 고객 중 부채비율이 250% 이하인 고객에게 주택대출금리를 0.1%포인트 우대해주기로 했다.또 개인신용등급이 9등급 이하인 고객이 5000만원을 넘는 대출을 신청했을 때 부채비율이 400%를 넘으면 대출을 거절한다. 부채비율은 신청대출금을 포함한 총 부채금액을 증빙소득금액으로 나눈 후 100을 곱해 산출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낮은 고객은 다른 고객에 비해 정상적으로 채무를 상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출금리를 낮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부채비율이 250%를 초과하면 대출한도를 일반 고객의 85%로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한도를 모두 받으려면 0.3%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물어야 한다. 또 공식 소득증빙자료를 내면 금리를 0.2%포인트, 담보인정비율(LTV) 40% 이내 대출은 0.1%포인트 금리 할인 혜택을 준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백태클 고의성 느껴졌다” 박주영 심경 토로

    “너무 아팠어요. 근데 심판이 본 척도 안 하니까 더 화가 나더라고요.” 지난달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축구대표팀의 예멘과 베이징올림픽 2차 예선 첫 경기(한국 1-0 승)에 출전해 후반 40분 상대 수비수를 밀쳐 퇴장당한 박주영(22·FC서울)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주영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FC서울의 홍백전이 끝난 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은 거절했지만, 구단 프런트를 통해 “당시 백태클이 너무 아팠다. 고의성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아픈 것을 무릅쓰고 일어나 심판을 쳐다보니 예멘 수비수에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직접 그 선수에게 한마디 해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내 쪽으로 당당히 걸어오기에 갑자기 화가 났고 배로 살짝 밀쳤다.”고 했다. 박주영의 행동에 대해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은 “프로답지 못한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세뇰 귀네슈 FC서울 감독은 “박주영도 잘한 건 없지만 심판도 레드카드를 꺼낼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귀네슈 감독은 “주심이 박주영의 행동을 직접 보지 못한 데다 예멘 선수의 시뮬레이션 액션도 심했다. 경고 정도가 적당했다.”고 분석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이통일 “상반기 열차 시험운행하자”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은 상반기에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거쳐 연내 철도를 개통하고,4월 중 이산가족 대면상봉 개최 등 인도적 사업을 조속히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북측은 그동안 중단됐던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이번 회담 종료 즉시 전면적으로 재개하고,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및 적십자회담을 조속히 개최하며,6·15 및 8·15민족대축전에 남북 당국이 참가하자고 제의했다. 남북은 28일 오전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장관급회담 전체회의에서 기조발언을 통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기조발언에서 6자회담의 2·13합의를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행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 장관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질서 재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 군사당국자회담 개최를 우회적으로 제의했다. 그는 남북관계 정상화와 관련,“인도적 사업을 하루빨리 재개해야 한다.”며 ▲이산가족 화상상봉 및 이산가족면회소 공사 즉각 재개 ▲4월 중 이산가족 대면상봉 실시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실질적 해결 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연내 철도 개통 및 경공업·지하자원 협력 등 경협사업 진척도 제의했다. 평양공동취재단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제주 4·3 피해자 추가 신고

    행정자치부는 26일 ‘제주 4·3 사건’ 희생자 범위에 수형자를 포함시키고, 형제 자매가 없는 경우 4촌 이내의 친척도 유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제주 4·3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6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3개월 동안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추가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4·3 관련단체들은 개정안에 희생자 의료지원금 및 생활지원금 지급 조항이 삭제돼 추가 신고자에 대한 보상 근거가 사라졌다는 이유 등을 들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하)] 용산초등생 성추행살인 1년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하)] 용산초등생 성추행살인 1년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없는 세상은 언제 올까…. 서울 용산 초등학생 허모(당시 11세)양이 성추행을 당하고 무참히 살해·유기된 지 꼭 1년을 맞은 22일. 허양이 다니던 용산 K초등학교에서는 아동 성폭력 추방의 날 선포식이 열렸다. ●“친척 집에도 아이 못 맡기겠다.” 허양의 부모와 친구·동네 주민·시민단체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해 채 피지도 못하고 꺾인 허양의 넋을 위로하면서, 아동 성폭력이 판치는 세상을 한탄했다. 허양의 아버지(39)는 “가해자는 딸을 죽이기 전에 다른 성범죄를 저질렸는데도 집행유예로 풀려나와 있는 동안 딸을 죽였다.”면서 “법원의 관대한 처벌이 우리 딸을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니 이모(38)씨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면서 눈물을 터트렸다. 어머니는 “딸의 가해자는 성북구에 살았는데 용산구까지 와서 우리 딸을 죽였다.”면서 “아동 성범죄자의 신상을 주민등록상 거주지 주민에게만 공개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의 문제점을 탓했다. 허양 부모는 기자의 질문에는 악몽을 잊고 싶은 듯 “괴롭다. 묻지마라.”며 손사래를 쳤다. 부모는 사건이 난 뒤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주민들은 “사건 이후에는 겁이 나서 아이들에게 비디오가게·만화가게도 가지 못하게 한다.”면서 “겁이 나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12살 딸을 키운다는 장모(41·여)씨는 “아이가 잠시만 보이지 않아도 집안에는 비상이 걸린다.”면서 “친척도 성폭행을 한다는 소리에 외출할 때 아이를 친척집에 맡기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허양의 단짝 친구들은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보내는 글’에서 “친구가 사고로 죽은 뒤 그 친구랑 가까운 곳에 사는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무섭다.”면서 “친구를 죽인 아저씨가 죗값을 치르지 않아서 그런 일이 생겼다고 어른들한테 들었는데, 나쁜 아저씨들을 제대로 벌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 성범죄자 20%만 실형 최영희 국가청소년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아동 성범죄자 가운데 20%는 실형을 선고받지만 40%는 집행유예, 나머지 40%는 벌금형”이라면서 “관대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법이 시대에 맞게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성폭력 없는 건강한 세상을 만들자는 소원을 담은 희망함을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전달했고, 장 장관은 “국회에 계류 중인 아동폭력 관련 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성부와 청소년위원회 등이 마련한 이날 행사가 끝날 무렵 성폭력 없는 세상을 기원하는 뜻의 푸른색 종이비행기가 하늘로 날았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인권 사각’ 在韓 외국인] (1) 출입국관리소 보호시설 실태

    재한 외국인의 ‘코리언 드림’이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 11일 여수출입국사무소에서 발생한 외국인 참사는 우리나라 인권 보호 수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법체류자들을 범죄자처럼 ‘감옥’과 같은 수용시설에 수감한 데 대한 비난과 이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빚어진 참사라는 반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와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3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짚어본다. “수감자들은 이 곳을 ‘닭장’이라거나 ‘깡통에 죽은 물고기들’ 이라고 부릅니다. 음식은 밥과 야채만 조금 있는 멀건 국으로 ‘돼지를 위한 것’ 같습니다.(중략) 잠자는 곳은 언제나 꽉 차 있고, 시끄러우며 대단히 지저분합니다. 담요 세탁은 1년에 한 번 합니다. 연행된 사람들은 여기가 어딘지조차 모릅니다. 저는 (비인간적 대우에 항의해) 이곳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로 억류된 지 5주째입니다.”2005년 8월 관광비자로 들어왔다가 체포돼 서울출입국관리소에 억류됐던 독일인 크리스티앙 칼은 강제 출국된 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으로 보낸 편지에서 당시 출입국관리소 보호시설의 인권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곳곳에선 불법체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단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행정사범임에도 불구하고 ‘감옥’ 같은 장소에 구금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2004년 4월 산업연수생으로 국내에 들어와 대구에 있는 한 자동차용품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파키스탄인 아식 호센(28)은 지난해 12월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는 폐병이 악화돼 한국말이 유창한 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친구와 함께 병원으로 가다 거리에서 경찰에 단속됐다. 불법체류자 친구가 호센은 합법체류자라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믿어주지 않았다. 인천출입국사무소로 붙잡혀 갔지만 생활 환경은 엉망이었다.10명이 들어갈까말까한 방에 40명까지 수용하는 바람에 앉아서 잠을 청해야 했다. 수용실 안에 화장실이 딸려 있는 데다 칸막이도 없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는 이주노동자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3일 만에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창문이 없어 환기가 되지 않아 폐가 점점 아파오는 바람에 직원에게 통증을 호소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돈을 벌러 한국에 왔지만 얼마 벌지도 못하고 아픈 몸으로 고향에 돌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우즈베키스탄인 A(31)씨는 부산 출입국관리소에서 수갑이 채워지고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고용허가제 비자를 받고 2003년 입국했지만 업체 변경 과정에서 노동부의 신청 절차를 밟지 않아 불법체류 신분이 됐다가 2005년 1월21일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 수용됐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한 직원은 “말이 많다.”며 오히려 그의 팔목에 수갑을 채웠다. 경기도의 한 욕조공장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 불법체류자 B(40)씨는 97년 2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가 출국하지 않아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했다. 그는 “언제 단속에 걸려들지 몰라 불안한 마음 속에 살고 있는데 어제 인터넷 TV로 참사 소식을 접하고 같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던 사람들이 어이없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면서 “오래 머물렀지만 돈을 많이 벌지 못해 보호소에 수감돼도 비행기 표를 살 돈조차 없다. 결국 오랫동안 보호소에 머물 수밖에 없는데 여수 화재를 보면서 단속이 더욱 더 겁이 나고 불안한 마음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면에 계속/관련기사 8면
  • 세계는 ‘지적재산권 전쟁중’

    LG전자는 12일 중국 1위 TV제조업체 TTE와 지주회사인 홍콩의 ‘TCL 멀티미디어 테크놀로지 홀딩스’를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특허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유는 TTE가 디지털 TV 채널제어기술, 프로그램 등급에 따른 TV시청 제어기술 등 TV관련 LG전자의 특허 4개를 침해했기 때문이다. 이정환 LG전자 특허센터장은 “TTE측이 회사의 중요 자산을 침해했다.”며 “지난 2005년부터 특허협상을 진행했으나 진전이 없어 부득이 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삼성전자·하이닉스 美·日서 소송 당해 반대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은 지난 2일 미국의 앤비크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앤비크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우리의 특허기술을 도용한 일본 니콘의 장비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앤비크가 니콘을 압박하는 전술”이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초 일본 도시바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도시바는 “음악과 사진을 저장하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관련된 특허 2개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하이닉스를 상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지적재산권 보호 전쟁은 첨단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선양(瀋陽)에서 ‘래미안’ 상표를 도용한 ‘선양래미안부동산 개발유한공사’에 대해 최근 중국 정부는 상표권 침해행위를 즉시 중지하고 1060만위안(약 12억원)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4년간 치밀하게 대응한 결과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고 외국기업의 손을 들어준 사례는 미국 스타벅스, 일본 혼다 등 손꼽을 정도다. 특히 12억원이나 되는 벌금 부과는 지금까지 알려진 상표 무단도용행위에 대한 벌금 중 최고라고 한다.●기업들 특허전문 조직 신설·인력 보강이처럼 국내 기업과 외국기업들의 ‘총성없는 전쟁’인 지적재산권 분쟁이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21세기 정보지식사회가 가속화됨에 따라 지적 재산권 강화는 경쟁 우위의 원천이자 국가 경쟁력의 척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특허소송 건수가 늘어나자 지난해 초에는 ‘특허전담 최고책임자(CPO)’ 조직을 신설, 특허 출원뿐만 아니라 기술 보호와 상표 침해 단속 및 소송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허전담 인력을 2010년까지 45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건의 굵직한 특허관련 소송을 진행했다. 앞으로 변리사 등 특허전문 인력을 250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 특허거점을 구축해 지역전문가를 양성, 특허 및 관련 소송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서울대 2005학년도 신입생 적응도 조사 해보니…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제도로 선발된 학생들이 정시모집이나 수시 특기자, 농어촌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 가운데 대학생활 적응을 가장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역별 할당식으로 뽑는 지역균형선발제 입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를 뒤집은 것이다. 11일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이 2005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비공개로 진행한 ‘2005학년도 서울대 신입생들의 1년후 대학생활 적응도 조사’에 따르면 지역균형선발 입학생들이 ‘학업 적응도’와 ‘생활 적응도’ 등의 항목에서 정시, 수시특기자 전형 입학자들보다 적응도가 높았다. 조사는 지역균형선발제도가 처음 시작된 2005학년도 입학생 3222명 중 2070명(64.3%)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입학 형태별 비율에 맞춰 최종 1768명(정시 1144명·수시 지역균형 303명·수시 특기자 196명·농어촌 특별전형 32명 등)의 자료를 분석했다. 평가는 7점 척도로 1점(전혀 어렵지 않다)에서 7점(매우 어려웠다)으로 답했다. 강의 내용 이해와 리포트 형식의 과제물, 발표나 토론식의 수업방식, 논술형 시험, 영어·한자 등 외국어로 구성된 ‘학업 수행 어려움’ 평가 항목에서 지역균형선발제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4.34점으로 정시일반(4.40), 수시특기자(4.42)보다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가 낮았다. 대인관계, 이성 및 성 문제, 실존적 문제 등 ‘생활 적응도’면에서도 지역균형선발 입학생들은 평균 3.14점으로 6개 전형 입학생 중 정원외 재외국인(2.96)을 제외하고는 가장 적응을 잘했다. 정시는 3.25점, 수시특기자는 3.41점이었다. 다만 ‘경제적 문제’에서는 3.63점으로 정시(3.44), 수시특기자(3.49) 전형 입학생보다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편 ‘농어촌 특별전형’ 입학생들은 학업 적응도와 생활 적응도 전반적인 면에서 다른 전형 입학생들에 비해 적응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특히 경제 문제(4.34점)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측은 “지역균형제 입학생들은 내신 성적등 고등학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학생들이고, 이 같은 특성이 대학 생활 적응에서도 이어진 것 같다.”면서 “지역 출신 학생들이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반대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현재 2006학년도 입학생들에 대해서도 적응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3년 동안 같은 조사를 진행해 종합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열린세상] 균형발전 제대로 하려면/정문성 울산대 물리학과 교수

    지방에 살고 있어서인지, 현 정부의 정책 중에서 적어도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취지만은 바르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세계 11위의 경제위상에 걸맞게 선진국을 향한 인프라로 전국을 어우르는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간 계층간 소득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정책의 실패라고 보도하는 신문은 분산보다는 한 곳에 집중해야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규모가 어느 이상 커지면 집중화는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바뀌고 부작용이 커져서 막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양극화는 1997년 외환위기로 그 상태가 악화됨으로써 더 문제된 듯하다. 외환위기는 기업이 야기한 나라살림의 파산이었는데,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경쟁력만 내세운 경제논리가 우선하고 선택과 집중이 문제해결의 정답처럼 존중되었다. 수출주도의 극복과정에서 1960년대의 불균형 성장에서보다 한층 신속하게 부익부 빈익빈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수도권은 과밀집 상태이고, 지방도시는 외화내빈이 되고, 농촌은 터전을 잃고 있다. 그 경향이 심화된 상태라 단편적 균형발전 정책으로는 역부족이랄 수밖에 없다고 할까. 서울은 수세기 동안 이루어진 모든 분야의 집중으로 무소불위이다. 그래서 지방에서는 대한민국을 서울공화국이라 한다. 나랏일이 서울을 위하여 서울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한다. 국민 대부분이 그 존재조차 모르던 불문헌법에 근거하여 수도이전을 위헌이라 한 판결을 보면 서울은 자체 방어수단이 생겨버린 로봇과 같다고 할까. 전국이 하나의 도시라는 역발상으로 수도권에 집중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어느 신문의 사설을 보면 그 방어벽이 완전해졌다고 할까. 경제와 교육에서만이라도 서울에 버금가는 지방들이 있었다면 현재와 같은 쏠림현상은 없었을 텐데. 옛날부터 서울은 기회의 땅이다. 그래서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한다는데, 몰려들지 않으면 이상하다. 그곳의 집값 폭등은 잘못된 정책의 탓이라기보다는 한곳에만 집중된 기회의 편중으로 인해 저절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필자도 믿는다. 이제 서울 아파트는 지방 거주자에게 넘볼 수 없는 부의 벽이 되었음은 물론, 봉건사회에서와 같이 사회신분의 척도가 되었다. 기회의 곳이기에 단지 분양의 수혜가 그 소유자에게 신분상승을 가져다준 것이다. 서울에서는 아이들끼리 “너는 몇 평에서 살아?”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마치 너의 신분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농촌은 심각한 정도로 공동화되고 있다. 우리가 염원하는 선진국인 서유럽과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일본도 농업을 소중히 하며 농촌을 잘 보존하는데, 우리는 농촌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힘들게 농사짓고도 빚이 늘어난다. 청년들은 도시로 떠나고, 남아 있는 총각들은 결혼하기 어렵다. 아이가 없어 학교가 문 닫는다. 이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최소한의 식량생산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학자들의 우려처럼 지구 온난화로 세계 식량생산량이 급감할 때 어떻게 대처하려는가. 정말 난감하다.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기업이나 학교의 지방이전에 대한 인센티브를 정부에서 구상중이라 한다. 다시 서울특혜이다. 당근이 필요한 기관만 이전할 것이다. 그렇게 처지는 기관으로 지방을 발전시킨다는 한심한 정책이 성공적일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지방 자체에 실질기회가 되는 정책을 펴보라. 우선 서울일류에 못지않은 우수한 교육이 지방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자유무역으로 인한 희생을 이겨나가도록 해주는 정책이다. 배분이 아니라 생활수단에 대한 배려이다. 그런 바탕의 균형발전은 국가 경쟁력을 보완시켜 선진국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문성 울산대 물리학과 교수
  • [女談餘談] 호모 심비우스/박상숙 문화부 기자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등극한 비결은 뭘까. 어떤 이는 호기심을 꼽는다. 다른 이는 수학의 힘을 든다. 숱한 요인들 중에 관심을 끄는 것은 생물학자 최재천의 주장이다. 그는 공생을 일등공신으로 거론하며, 아예 인간을 공생인간, 즉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라고 명명한다. 인류문명의 첫번째 도약인 농업혁명도 공생의 원리를 깔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면서 공생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 따라서 인간은 생존을 위해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존재다. 공생의 원리는 바꿔 말하면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가늠하는 한 척도로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건너온 이주여성과 그들의 자녀(코시안)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꼽을 수 있겠다.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가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국제결혼의 비율이 전체의 13.6%를 차지한다. 특히 농어촌 남성들의 경우,25.9%가 국제결혼이다. 5000년 단일민족의 신화 속에서 이들의 존재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주일내 결혼, 후불제 가능’이라고 적힌 광고 현수막에서 보듯이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심각하다. 또 낯선 이국 땅에서의 정착은 수많은 편견과 냉대로 점철된 고통의 과정이 되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차별과 소외는 참을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자녀교육이다. 대부분 낮은 경제·사회적 지위로 교육환경이 열악하며 ‘왕따’ 문제도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부산에는 ‘코시안 대안초등학교’가 문을 열기도 했다.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 다문화 교육요소를 적극 반영해야 하겠다. 이것은 단순히 소수자를 배려하는 차원이 아니다. 세계화라는 무한경쟁 시대에 국가발전의 원동력은 인종·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협약도 “문화다양성이 공동체·민족·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원천”이라고 규정했다. 우리사회가 한단계 높은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코시안’들을 껴안고 그들의 고통을 책임지는 공생의 원리를 터득해야 할 때이다. 박상숙 문화부 기자 alex@seoul.co.kr
  • [함혜리의 8년 체험 ‘프렌치 리포트’] (12) 파리선 개똥을 조심하세요

    [함혜리의 8년 체험 ‘프렌치 리포트’] (12) 파리선 개똥을 조심하세요

    파리에 오면 모두들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시의 풍경에 넋을 잃는다.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꿈 속을 걷는 듯하다. 이쪽을 보면 그림엽서요, 저쪽을 보면 영화 속의 한 장면이다. 이러다 보면 갑자기 발에 뭔가 ‘물컹’하고 밟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개똥이다. 국제적인 관광도시이자 멋과 낭만이 넘치는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개똥이 웬말이냐고 하시겠지만 한번쯤 가본 사람이라면 모두 다 공감할 것이다. 국적과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파리에 처음 온 외지인이 신고식을 하는 방법은 동일하다. 거리에서 개똥을 밟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 주인공 캐리가 꿈에 그리던 파리에 와서 개똥을 밟는 장면이 괜히 들어간 게 아니다. 이렇게 신고식을 치러야 비로소 파리지앵이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다.‘개똥을 밟으면 행운이 온다.’고 선배 파리지앵들이 위로하지만 역시 기분은 불쾌하다. ●파리시내 개 배설물만 하루 16t 프랑스인들은 개를 무척 좋아해서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덩치 큰 라브라도부터 작고 귀여운 요크셔테리어나 성격좋은 시추 등 자신의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파리지앵들의 모습은 참 낭만적이다. 햇볕이 따뜻한 오후 시간에 애완견을 데리고 나와 함께 수다를 떠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평화와 여유 그 자체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파리 사람들이 애완견을 데리고 산보하는 주목적은 용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개의 용변을 거리에서 처리하도록 한다. 개 배설물 때문에 집안이 더럽혀지는 것을 피하고, 집에 갇혀 있던 ‘투투(귀여운 강아지나 개를 일컫는 말)’가 바깥 바람을 쏘이며 운동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문제는 배설물이다. ●연간 수백만명 관광객에 골칫거리 프랑스인들이 키우는 개는 전국에 800만마리 정도 된다. 파리시의 경우 애완견 수는 20만마리에 달한다. 파리시 통계에 따르면 이 개들이 하루 약 16t, 연간 5840t의 배설물을 보도에 방출한다. 파리시는 특수 차량까지 동원해서 열심히 청소를 하지만 3t가량은 방치된다고 한다.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맞아야 하는 파리시의 입장에서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개 배설물은 도시미관을 해치고, 행인들에게 불쾌감을 줄 뿐 아니라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연평균 650건의 낙상사고가 개똥 때문에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때문에 파리시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정색을 하고 개똥과의 전쟁을 벌여오고 있다. 우선 의식개혁 정책을 보자. 아름다운 도시를 자랑하면서도 애완견의 배설물로 길거리 더럽히는 것을 그다지 부끄러워하지 않는 파리 시민들이 무척 많다. 파리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계도를 시작한 것은 1984년이다. 유인물 배포와 거리 게시판을 이용해 각종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도록 유도했다. 산책을 나가기 전에는 반드시 개똥 수거용 봉지를 지참토록 하고, 보도 위가 아니라 보도변 청소용 물이 흐르는 도랑에서 ‘일을 보도록’ 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아 ‘개주인을 위한 지침서’도 만들었다.‘파리를 사랑한다면 이것만은 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호소성 슬로건까지 채택했다. 심지어는 공원의 풀밭에서 개똥을 갖고 노는 어린 아이, 지팡이를 더듬으며 개똥 위를 지나가는 시각 장애인 등 코믹하면서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도 제작했다. 그런데도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하고 간섭받기 싫어하는 파리지앵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의식개혁을 위한 홍보사업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1992년에 지방위생법규에 벌금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법적인 규제정책과 의식개혁 홍보를 동시에 펼치기로 한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파리의 주택가 보도의 가로등에 설치된 간판들이다.1999년 파리시는 거리의 가로등 450곳에 개똥 수거하는 그림과 함께 ‘나는 내가 사는 구역을 사랑한다. 그래서 줍는다(J’AIME MON QUARTIER,JE RAMASSE).’라고 적힌 소형 간판을 설치했다. 이 간판에는 지방위생법규 99조 2항에 의거, 개똥을 치우지 않는 경우 최고 457유로(57만원 정도)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문구가 들어있다. 2002년 4월부터는 파리시장령으로 주인이 반드시 수거할 것을 의무화했다. 파리 청소과 직원이 청소실행 감독관이라는 직함으로 시내를 순회하다가 위반사례를 적발하면 그 자리에서 조서를 작성해 경찰 재판소에 보내도록 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내렸다. ●파리 시장령으로 배변수거 의무화 개똥 청소를 위한 인력과 설비, 장비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파리는 빗자루와 물로 도시를 쓸고 닦는다. 파리시청 청소과 소속의 청소부 4400명은 매일 아침 빗자루로 청소를 한 뒤 도로변의 중수도 파이프를 통해 나오는 물로 오물을 씻어내는 작업을 하는데 이 때 개똥을 하수구로 흘려 보낸다. 길다란 집게를 단 개똥수거 오토바이가 인도와 녹지를 수시로 순회하며 오물을 치운다. 시내 일부 도로변과 개 출입이 허용된 녹지공간을 개똥 수거용 비닐봉지 설치구역으로 지정해 ‘투투넷’이라는 지급기를 설치했다. 개들의 권리를 존중해 전용 배변구역도 지정했다. 도로상 주차 공간의 일부, 폭이 넓은 보도상의 화단 옆, 그리고 산책로의 잔디 한 구석과 인도 옆이나 녹지공간 안에 특별히 설치된 배변공간에서 견공들은 눈치 안보고 용변을 볼 수 있다. 역시 ‘애완견의 천국’다운 발상이다. 이런 제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똥은 여전히 파리의 또 다른 상징물로 남아 있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이명박측이 밝힌 ‘지지율 고공행진’ 이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7일 이 전 시장의 치솟는 인기비결을 자체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정 의원은 이날 ‘MB(이 전 시장의 애칭)는 왜 고공행진을 하는가?’라는 자료를 통해 이전과 달리 정치지형이 바뀌었고, 국민이 새로운 유형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의 원인으로 과거의 지역간·세대간·이념간 대립구도가 무너진 점을 꼽았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영남과 호남에서 무소속 후보가 대거 당선되는 등 지역색이 옅어지는 가운데 이 전 시장이 호남에서 25%가량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정 의원은 또한 최근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20대의 보수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20·30대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열린우리당에 비해 2.5배가 높게 나오고,4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도 급증하고 있는 점도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요인으로 거론했다. 이념간 대립구도가 약화되고 있는 것도 이 전 시장이 반사이익을 주고 있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최근 여론조사의 이념간 척도에서 중도의 비율이 45.1%로 대폭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보들의 이념성향 중 가장 중간에 위치한 이 전 시장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기업가 출신인 이 전 시장은 기존의 정치인들과 전혀 다른 유형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점도 지지도 고공행진의 비결로 분석됐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경영마인드로 무장한 이 전 시장이 유리하다는 시각이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이장욱론/이찬

    1. ‘인공정원’ 으로서의 ‘시’를 넘어서 시인은 자신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진 어떤 체험의 순간을 지금-여기로 다시 불러오는 존재이다.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시작품들 가운데, 이 순간을 상투적인 표현들로 재생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 구체적인 체험 속에 깃들어 있는 고유한 생(生)의 순간들과 그 감각적 비의(秘義)들은 관례화된 문법을 통해서는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시’ 장르의 전래적인 형식과 표현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는 ‘전통적인 서정시’가 되었든, 지금까지 ‘시’가 보존해 온 관습적 전범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시의 문법을 과격하게 실험하는 ‘전위적인 현대시’가 되었든, 이러한 ‘상투성’으로부터의 이탈은 ‘문학’(literature)이라는 현대적인(modern) 산물에 요구되었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문학’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자신을 보존할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이다. 이장욱의 시는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과 사건과 풍경들을 1인칭 화자의 감정과 의식과 가치를 표상하기 위한 대리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왕(旣往)의 관례화된 ‘시’의 문법으로는 이해될 수 없다.“서정은 만상을 일인칭의 내면적 고도(高度)에 걸어두는 방식이다.”(‘꽃들은 세상을 버리고’,《창작과 비평》,2005년 여름,70쪽)라는 그의 진술은 우선 ‘시’(‘서정’) 장르의 일반적 원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통상적인 ‘시’ 문법에 대한 그의 반감(反感)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장욱이 재래(在來)의 ‘시’의 문법에 대해 품고 있는 회의와 반감은 그것이 필연적으로 이 세계의 ‘만상’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동일적인 영혼을 표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유(專有)하며, 마침내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실상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휘발시키는”, 조작된 ‘인공정원’의 숙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더불어 이러한 ‘인공정원’으로서의 ‘시’(‘서정’)가, 세계의 그 풍요로운 다양성을 또한 사물과 사건 그 자체가 지닌 고유한 육체적 질감들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밀폐된 서정적 우주”로 복속시켜 버리거나 혹은 그 바깥으로 추방시킨다는 확신으로부터 나온다. 결국 그에 따르면, 통상적이고 관례적인 ‘시’의 문법은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을 표현하기는커녕 시인의 ‘일관된 가치와 의미와 정서’에 의해 세계의 만상들에 얼룩져 있는 ‘혼탁한 사물성’을 그 바깥으로 밀어내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조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는 1인칭 화자의 나르시시즘적인 ‘인공정원’이 가공될 수 있을 뿐, 세계 그 자체의 참다운 실상들이 발견될 수 없다. 2. 표상의 외부와 마주침의 유물론 “객관적인 아침/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깨어나고/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구름을 통과하는 비행기와/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리진다./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희미한 풍경 같아서.”(‘객관적인 아침’ 전문) ‘객관’(object)이란 철학적 인식론에서 주체의 의식 바깥에 놓여 있는 외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체의 시선과 지시작용(designation)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어떤 미지(未知)의 영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곧 ‘객관’이란 주체의 의식 바깥의 공간을 점유하는 사물 혹은 세계이기는 하나, 주체의 시선과 자기의식에 의해 호명되고 포획되어, 이미 ‘있다’고 알려진 어떤 인식적 대상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장욱에게 ‘객관’은 이렇게 인식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객관적인 아침’은 ‘나’와 ‘당신’과 ‘침묵’과 ‘종이 비행기’가 서로 ‘무관하게’ 자신들의 사건들을 발생시키는 시간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아침’이라고 명명(命名)된 것은 주체의 시선과 사유에 이미 포착되어 있는 어떤 외부적 대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주체의 자기회귀적인 의식의 궤도로 환원되지 않는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 또는 사물 그 자체가 지닌 복수적 다양성을 표현한다. 기왕(旣往)의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시작품의 경우라면, 위의 시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물들은 ‘단 하나의 소실점’을 위해 봉사하였을 테지만, 그리고 그것은 시인의 내면 풍경의 표상(表象)들로 고용되었을 것이지만, 여기에서 그것들은 시인이 설정한 ‘소실점’과는 ‘무관하게’ 그 자신의 존재를 보존한다. ‘내 시선의 끝’에서는 모든 사물이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그러나 지금 ‘그대와 나’라는 인간의 ‘시선 바깥’에선 ‘멸종 위기의 식물’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허공’에 ‘포자’를 ‘띄우’고 있는 중이다. 또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인간이 설정한 세계의 위계질서와 그것의 ‘소실점’ 역시 하나의 ‘희미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하늘’이라는 자연물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까닭은 분열되고 오염된 우리의 경험 세계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마음의 도원(桃園)’을 표상(表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은 자기 내부에서 발아한 동일자의 표상(representation)들만을 세계로부터 수집할 따름이며, 그 바깥에 존재하는 위(僞)와 악(惡)과 추(醜)를 볼 수 없으며, 그것들과 결코 마주칠 수 없다. 이 영혼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을 보며, 보고 싶은 것만을 고백하며, 고백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등뒤에 있다”는 ‘절규’의 첫 구절은 시인 이장욱이 가진 인식론적 지평을 축약하여 드러낸다. 이것은 그의 시에서 다양한 상징적 편린(片鱗)들로 산포되어 나타난다. 이 편린들은 예컨대 “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두 그루 전신주는 아름답고 밤눈은 내리고 녹슨 제 땅에서 제 어둠을 파 내려갔으므로 단 한 번도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그 오래된 이야기”(‘이상한 나라’),“꽃은 15층 베란다에 서서 까마득한 지상을 가늠하는 자와 그 흐린 눈을 마주치지 않음으로써 꽃은, 오로지 나무일뿐 인 무서운 나무들 사이에서 아직도 견고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사라지는 꽃’),“하지만 너무 흔한 최면처럼 아직도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하늘이 너무 흔한 최면처럼 실편백에 내리는 빗물이, 다시 나를 이끈다는 것 돌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상투적인가 돌아오지 않기 위해 내가 치를 수 있는 무엇이, 더 있었을 것이다”(‘너무 흔한 풍경’)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 시구들은 1인칭의 나르시시즘적인 영혼이 웅변하는 ‘기억’과 ‘고백’과 ‘이야기’가 ‘거짓’이거나, 세계의 풍요로운 실상과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폐쇄적인 ‘아름다움’에 불과하다는 이장욱의 인식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이 볼 수 있는 것은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자기 자신일 뿐이며, 그것이 도취하고 열망하는 자연의 풍경은 ‘너무 흔한 최면’일 따름이다.‘하늘’이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지 않을 때에만, 그리하여 모든 자연과 사물의 풍경이 ‘나’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때에만, 시인은 ‘너무 흔한 풍경’을 재생하지 않을 수 있고,‘이 당대적 상투성의 거리’(‘상투적’)를 벗어날 수 있다. 이 벗어남은 1인칭의 고백적 화법이 마련한 자기 동일적인 표상체계 바깥으로부터 느닷없이 밀려닥치는 우발적 사건과 그것에 수반되는 ‘낯선 것의 폭력’을 통해 시작된다. 세계의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실재성과의 마주침은 바로 이 순간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간 것이다.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가는 하오의 육신 쪽으로 수직 낙하하는 겨/울 잎, 겨울 잎 안에서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것이다. 물론 나는 내가 겨울 잎의 풍경 속을 지나간다고/는 생각지 못했으나./그것은 무성하고 울울한 저 너머, 횡단 보도 앞에서 푸/른 신호를 기다리는 여자가 오래도록 통과할 숲의 풍경./나무에 깃들여 사라진 벌레들을 나는 보지 못했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의 어젯밤 꿈속을 나는 거/닐었는지도. 말하자면 그 꿈속의 눈 내리는 거리를./그러므로 이곳은 겨울 잎과 햇빛과 벌레들이 이루는 세/계. 뚜레주르 베이커리의 문을 열고 나오는 늙은 사내는/어젯밤의 아주 쓸쓸한 수음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다. 그/와 나는 떨어지는 겨울 잎에 눈을 두고 지나쳐갔으나 우/리가 그 겨울 잎이 기억하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을 떠올/렸던 것은 아니다.”(‘의심의 여지가 없는 겨울 잎’ 부분) 이미 드러나 있는 세계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수한 사태들의 일부로서 성립된다. 우리가 그 자신들의 눈앞에 어떤 사물과 사건의 잔상(殘像)조차 데려다 놓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물과 사건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시의 화자가 ‘지나가는’ ‘겨울’의 ‘거리’에 드러나 있는 것은 ‘겨울 잎’이나,‘겨울 잎 안’에는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 것이’며,‘우리’가 ‘떠올리지 않’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들이 이루는 세계’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은 모든 1인칭의 시점(視點) 내부에 선재하는 명석 판명한 대자의식(對自意識)으로서의 ‘나’의 확실성이 아니라,1인칭 주체의 시선으로 포착되지 않는 세계의 다양한 만상들이며 그것들이 이루는 변화와 이행의 과정이다. 결국 시인 이장욱이 보고 느끼고 감각하고자 하는 것은 뚜렷한 형태와 공간적 점유들로 구분지어진 사물과 사건의 가시적(可視的) 외면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구분의 경계들을 횡단하는 힘들의 배치이며, 모든 존재자들이 지닌 복수(複數)의 가면(假面)으로서의 ‘자세’와 ‘포오즈’이며,‘지나가’고,‘사라지’고,‘통과하’는 것으로서의 세계의 실재성이다.‘겨울 잎’ 속에는 ‘사라진 햇빛’이 ‘있었’듯이,‘나’와 ‘그대’의 ‘생’에는 ‘사라져가’고 ‘흘러간’ 것으로서 ‘무성한’ ‘잎 새’와 ‘숲’과 ‘천천히 사라진 햇빛’도 ‘있었던 것’이다. 설혹 그것이 우리 자신의 명징한 감각과 사유가 아니라,‘꿈속을 거닐었는지도’ 모를 상상(想像)을 통해서만 겨우 감지될 수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있었던 것’들이다. 위의 시에서 자주 활용된 ‘지나가다’,‘사라지다’,‘통과하다’ 등등의 동사들은 어떤 사물과 사건의 고정된 상태를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하게 어떤 경계를 구분지울 수 없는 사태의 진행 과정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동사들은 ‘시’ 장르의 통상적인 화법 내부에 선재하는 자기의식의 투명성을 표상하는 언어가 아니라, 그것 외부에 존재하는 세계의 다양성과 그 변화의 과정을 나타내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여러 시편들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지나치다’,‘건너가다’,‘흐르다’,‘멀어지다’,‘스쳐가다’ 등과 같은 동사들 역시 세계의 ‘천변만화’하는 실재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모든 사물과 존재자들의 다양성과 이질성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표상적인 감정과 가치로 바꾸어버리는 ‘시’ 장르의 관례화된 문법을 벗어나기 위한 그의 시적 전략의 하나이다. 3. 假面과 ‘脫’ 인격적 주체로서의 화장 이장욱의 시가 ‘시’ 장르의 통상적인 문법에 내재되어 있는 ‘유토피아적 자기회귀’라는 ‘상투적’인 ‘최면’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주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시적 화자’를 단일한 감정과 의식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전제하는 관례적(慣例的) 설정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은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정적 자아’의 단일한 목소리를 ‘시적 화자’의 분열적이고 다수적(多數的)인 목소리로 전환시키는 것이며,‘서정’의 화법에 내재하는 나르시시즘적인 순결성과 엄숙한 고백체를 조롱하고, 그것 속에 은폐되어 있는 숱한 가면(假面)들을 폭로하는 것이다. “감정은 어떤 포우즈 금홍아 금홍아 마당귀 화단에 잘린 벽돌들 녹슬어 고요한 철대문, 어쩌다 딱딱한 것들과 친해졌는지 (중병에 걸려 누웠으니 얼른 오라)고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게 엽서를 띄우고 싶어 이십세기와 (짱껭뽕)을 해서라도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 품에 안기고 싶네 하루 종일 내 딱딱한 그림자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에 골몰중인지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만한 일일뿐 금홍아 금홍아아 하지만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니?”(‘금홍아 금홍아’ 부분) 이 시의 화자는 표면적으로 ‘이상’(李箱)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의 경험적 역사 속에 존재했던 단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이상’과 그의 작품들 속에서 ‘나’로 표기되는 여러 작중 화자들이 동일한 존재일 수 없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이상’(李箱)이면서 ‘이상’이 아니며, 또한 ‘이장욱(李章旭)이면서 ‘이장욱’이 아니기도 하다. 다시 말해,‘이상’의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화자 혹은 주인공으로서의 ‘나’는 이 세계의 유일한 인격적 실체로서의 고유명사 ‘이상’(李箱)이 아니라, 그가 어느 한 시점(時點)에서 취한 하나의 정념과 태도로서의 ‘나’(假面)일 뿐이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인격적 자기동일성을 전제하는 고유명사 ‘이상’(李箱)이거나 혹은 ‘이장욱’(李章旭)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정황과 그 순간적 배치 속에서만 존재하는 하나의 정념(情念)과 태도로서의 ‘나’일 뿐이다. 더불어 이러한 ‘나’는 그 정황과 배치의 변화에 따라 무한히 변양(變樣)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시의 부기(附記),“금홍이는 시인 이상의 애인이다.箱(1910-1937)과 나(1968-)의 불편한 관계를 표시하기 위해 그의 소설 ‘날개’,‘逢別記’,‘終生記’ 등에서 몇 구절을 차용했다.”에서 ‘箱과 나의 불편한 관계’란 하나의 자기 동일적인 인격체로서의 ‘이장욱’이 ‘이상’이라는 또 다른 인격체로서의 시적 화자를 차용하거나 혹은 ‘이상’(李箱)의 목소리를 재연(再演)하는 데 있어서, 어떤 불화(不和)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이상’의 목소리 속에 ‘이장욱’의 목소리가, 또는 ‘이장욱’의 정념(情念) 속에 ‘이상’의 정념이 서로를 전제하면서 공명(共鳴)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공명은 ‘이상’과 ‘이장욱’이라는 경험적 인격체 전반이 공유하는 동일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또한 이 둘이 여전히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공명이 어떤 특정한 한 순간에만 존속(存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 만한 일일뿐”이라는 구절은 ‘시적 화자’, 더 나아가 모든 발화의 상황 속에 놓인 화자의 존재론적 특성을 축약하여 표현한다. 이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시’ 장르가 전제해왔던 화자의 자기 동일성은 실상 ‘위조’된 것일 뿐이며, 화자는 시인의 전(全) 인격체 그 자체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시적 정황과 맥락 속에서 구성되어지는 하나의 가면(정념)에 불과하다.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의 이러한 변양과 분열을 의식하지 못하는,1인칭 고백체의 화법은 ‘사기’,‘거짓’이라는 명칭을 부여받는다.“사기치지 말라,高手는 그냥 느낀다, 그대 생을 증거하는 단 하나의 표식은, 그대의 육체이다”,“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당신이 당신을 증언하고 있으니 그것은 참된 증언이 못됩니다.”(‘편집증 환자가 앉아있는 광장’) 등은 이장욱이 1인칭 화자의 자기애적(自己愛的) 순결과 정직을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1인칭의 발화 속에 잠재되어 있는 ‘위조’와 ‘위장’과 ‘가장’을 들추어내려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의 거의 모든 시 속에 스며있는 위악적(僞惡的) 포즈와 하드보일드 문체(hard-boiled style)는 1인칭의 발화 상황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백적 화법의 위선(僞善)에 대한 그의 근원적인 혐오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위선을 거부하거나 회피하기 위하여, 그의 시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시적 방법은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시적 화자를 자기의식(自己意識)의 명석 판명함을 입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주체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상성의 외부로 추방될 수밖에 없는 병리적(病理的)이거나 환상적(幻想的)인 혹은 괴물과 같은 존재자들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편집증 환자’,‘투명인간’,‘킬러’,‘도플갱어’,‘뱀파이어’,‘좀비’ 등과 같은 화자들이 바로 이러한 사례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화자의 진술 자체를 신빙성(信憑性)이 결여되거나 불명료한 어사(語辭)들로 구성함으로써, 시작품 내부의 단일한 ‘의미화’(signification) 주체로서의 화자를 그 중심의 자리에서 주변부로 밀어내는 것이다.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그를 지나 그녀를 지나 그대를/지나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정오를 지나 새벽을 지나 오/후 네 시를 지나 그리고 어느 이상한 날에 빈 공터와 당구/장과 동대문 운동장을 지나 문득 흥겨운 술집의 죽은 친/구의 화사한 여자들의 기나긴 과거를 걸어가는 어느 이상/한 날”(‘결국,’ 부분) “그렇지. 나는 어쩌면 모든 일을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혹시 모른다. 행복할 리도 황폐할 리도 없는 바람들/이 애초에 공릉동의 주민이었는지도 혹시 모르지. 이곳/에서 모든 빛들은 현재형으로 명멸한다. 너무 상투적인/가? 하지만 그때 한 마리 늑대가, 월계동 쪽의 불빛 속으/로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문득 망망한 비가/내렸는지도, 혹시 모르지. 그의 마른 등을 향해 몇 장의/ 낡은 신문이 날아들었는지도.”(‘공릉동의 바람 속으로’ 부분)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어쩌면 여행중이었던/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생각하는 사람’ 부분) 위의 시편들에서, 화자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사유를 명징하고 확실한 것으로 진술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은 ‘결국,’에서처럼, 특정한 공간과 시간을 나타내는 ‘동대문 운동장’과 ‘정오’와 ‘오후 네 시’라는 구체적 지시어들을 능동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상한’이라는 형용사의 집요한 반복에 의해 정상적인 언어의 체계 혹은 일상적인 개연성의 세계로부터 추방된다. 또한 ‘공릉동의 바람 속으로’에서 볼 수 있듯이, 화자는 과거 추측의 의미를 지닌 어미(語尾),‘-이었는지도’의 반복과 기억의 불명확성을 표현하는 ‘모른다’라는 서술어의 반복에 의해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상실한다. 결국 그의 시의 화자들은 이러한 어법들로 인해 자신의 어떤 감정이나 기억, 이야기 등과 같은 의식 내용을 능동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라는 ‘생각하는 사람’의 한 구절은 화자인 ‘나’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각’이 화자를 ‘사로잡아’ 그를 지배하는 것처럼 언술됨으로써, 시의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주관)와 그 구성 요소로서의 대상(객관)의 관계를 역전(逆轉)시킨다. 이 시에서 여러 번 반복된 “어쩌면 여행 중이었던 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라는 구절 역시, 화자의 진술을 합리적으로 독해될 수 없는 ‘이상한’ 것으로 만들면서, 화자의 의식으로부터 기원하는 어떤 의미의 계열도 자명하지 않은 것이 되게 하거나 또는 어떤 신비에 둘러싸인 미지(未知)의 것이 되게 한다. 결국 이러한 어사(語辭)들의 반복적 활용은 전래의 시적 관습에서 전제되었던 단일한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를 그 의미화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물러나게 하는 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장욱의 시는 재래의 ‘시’ 장르에서 화자에게 관례처럼 부여되어왔던 의미화의 지배권을 박탈함으로써, 화자의 단일한 감정과 의식과 가치가 아니라,‘脫’인격체로서의 시적 주체의 복수적인 가면들과 정념들, 그리고 사물들 그 자체의 다양한 변양들을 시의 새로운 의미 내용으로 새겨 넣는다. 아마도 그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실재성과 마주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방법으로 이러한 시적 화법을 고안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4. 비선형적 시간과 존재의 주름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를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분열적 주체로 조형하는 또 다른 방법의 하나는 바로 시제(時制)이다. 그의 시는 시간의 일정한 단위 분절을 통해서만 수립되는 ‘현재’의 시제 속에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중첩시킨다. 즉 어떤 특정한 외연(外延)으로 수렴되는 ‘현재’라는 시간 속에 그 외연을 넘어서 존재하는 비동시적인 사건들을 병치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의 시에서는 (과거-현재-미래)로 연속되어지는 선형적(線形的) 시간의 투명성이 사라지게 되며, 그것의 명료한 경계 분할이 흐릿해지게 된다. “나는 오로지 지금 이곳에 있다./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시작된다./단 하나의 생각이 나를 결박한다./ 나는 얼어붙는다./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가 한꺼번에 다가온다./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결정’ 부분) “최선을 다해 개인적인 관계들을 생각하자/드디어 당신과 나는 10년 후의 야구를 이해한다./누군가 플레이 볼이라고 외치자/나는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그리고 10년 후의 1루 베이스를 향해/필사적으로 달려갔다”(‘10년 후의 야구장’ 부분) “자꾸 다르게 보여/당신은 이미 태어났는데/당신은 사랑을 했었는데/당신은 지난해의 가을을 여행 중인데/당신은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를/막 떠올려 미소 지었는데”(‘정확한 질문’ 부분) ‘결정’에서 ‘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는 ‘다가온다’라는 현재시제 동사의 주어가 됨으로써 ‘지금 이곳’에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나며,‘10년 후의 야구장’에서는 ‘1루 베이스’가 ‘10년 후’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점에서,‘달려갔다’는 과거시제 동사의 목적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정확한 질문’에서는 ‘지난해의 가을’이라는 과거 시점의 명사가 ‘여행 중인데’라는 현재진행형의 동사와 결합되는 시제의 혼란이 나타난다. 이러한 시제의 혼란과 비동시적인 것들의 동시적 공존은 어떤 특정한 현재적 사태 속에 감싸여져 있는 잠재성(virtuality)의 차원을 시의 표면으로 솟아오르게 한다. 위의 시들에서 표현된 ‘생각’과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는 화자의 자기동일성을 구축하는 명징한 자기의식과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과거-현재-미래)라는 선형적 시간 위에서 구축되는 주체의 실존적 동일성과 연대기적 서사(narrative)를 일그러뜨리는 존재의 주름들이자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이다. 이 잠재성의 차원에서 시제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예컨대,“일어나지 않았던(일어났던)”이라는 과거시제나 “일어나지 않을(일어날)”이라는 미래시제는 모두 현실성(actuality)의 척도를 통해서만 측정되고 구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드러나 있는 것들로 구성되는 현실성의 차원은 실상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 가운데 그 일부가 선택되거나 배제됨으로써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잠재성의 차원은 그러므로 일정한 외연을 가진 어떤 ‘현재’로 수렴되지 않으며, 선형적이고 연대기적인 시간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미래’에나 늘 존속(存續)하고 있는 것이며, 하나의 주어진 물질적 사태로서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항상 ‘실재하는 것’(reality)이라 할 수 있다. “그때 그 오래된 눈빛은 우연한 것이었으나 아, 이런 바/람은 괜찮은데, 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 삼/년 전의 문 열리고 삼십 년 전의 그대, 마른 등 보이네/눈뜨면 그때인 듯 상한 눈발 날리고 모래처럼 우연한 노/래들 내 잠 깊은 모래산, 모래산에 쌓이네//용서를 빌러 그곳에 갔네 그곳에 오래 앉아 있었으나/깔깔한 모래들 아직도 내 잠 속 떠나지 않네 삼 분 전의/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 그리고 모래/산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삼 분전의 잠’ 부분) 이 시를 단지 특정한 ‘잠’ 속에 나타난 잡다하고 무질서한 꿈의 내용 혹은 그 환상적 이미지들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의 많은 부분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 작품은 화자의 현실적 의식으로 포착되지 않는 망각과 오해와 무의식의 무한한 잠재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꿈속에서 우리는 ‘삼 분 전의 문’과 ‘삼십 년 전의 그대’와 ‘삼일 전의 기슭’이 동시에 결합되거나 병치되는 상황을 체험하게 된다. 꿈속에서 ‘일어났던 것’(과거)과 ‘일어나고 있는 것’(현재)과 ‘일어날 것’(미래)은 선형적인 질서를 벗어나 한데 뒤엉키며, 시간은 산술적 단위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연대기(年代記)를 벗어난다. 이것은 곧 꿈의 본질적 특성이 비선형적(非線形的) 시간의 조합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삼 분 전의 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 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라는 구절은 이 시의 의미가 단지 화자의 ‘잠속’에 나타난 꿈 이미지들의 재구(再構)를 통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네 번이나 반복된 ‘잠에서 깨어’는 이 시의 화자가 위치하고 있는 공간이 ‘잠’의 안쪽만이 아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모래산에 쌓이네”에서 ‘쌓이네’라는 술어(述語)는 ‘모래산’이 퇴적(堆積)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내 잠 깊은 모래산’은 그것이 화자의 신체에 부수되는 어떤 행위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것임을 알려준다. 내면적인 것인 동시에 퇴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기억’이다. 따라서 ‘잠’이 비단 현실적인 ‘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내 잠 깊은 모래산’은 ‘내 안에서 잠자고 있는 기억’ 혹은 ‘나의 의식에서 지워져버린 망각들’로 해석된다.‘기억’ 또한 의식 주체의 선택과 배제를 통해서 가공되고 재구성되는 것이므로 세계의 실상 그 자체일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인칭과 시점에 따라 상이하게 구축되는 개연적 서사(허구)에 가깝다. 따라서 ‘기억’의 내부에는 망각되고 삭제된 그 무엇이 여전히 어떤 잉여로서 남아있게 된다. ‘잠재성’의 차원은 단지 환상이나 몽상의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이미 실재하는 것이다. 잠속의 꿈과 의식되지 못한 무의식과 기억의 사슬에 무수하게 주름 잡혀 있는 망각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내 잠 깊은 모래산’에 무수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이 기거하고 있듯이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 또한 인칭과 시점을 달리한 숱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자명성은 주체의 의식과 기억의 자명성이 아니라, 주체에게 의식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잠재성의 차원들이 실재한다는 것의 자명성이며, 주체의 단일한 의식(기억)이 조작된 서사와 허구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의 자명성이다. 모든 1인칭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그들의 처지와 욕망과 권력에 따라 서로 다르게 구성하기 때문이다. 1인칭 주체의 자기의식은 그것을 구성하는 내용이 아무리 많이 추가되고 보충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을 포착할 수 없다. 또한 그 어떤 충만한 기억도 ‘모래산’처럼 부서지기 쉬운 공허(空虛)와 무의미(無意味)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는 삶의 근원적인 공허와 무의미를 이미 깨달아버린 자의 언어이며, 이러한 현자(賢者)만이 지닐 수 있는 지혜와 여유를 표현한다. 현실성의 내부에 잠재성이, 의식의 내부에 무의식이, 기억의 내부에 망각이, 무한한 주름들로 감싸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에게만,‘우연’은 이 세계의 진상을 목도(目睹)할 수 있는 어떤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5.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 “서랍 속으로 사라진 것들이/어느 날 문득 서랍 속으로 돌아오듯/어느 날 다시 돌아오는 오래전의 목소리./……/어느 순간 너를 습격하는 상형문자들./너의 내부에서 드디어/다른 목소리들이 흘러나오는 날이 있다./혹은 돌아오는 날.”(‘복화술사’ 부분) ‘시적 에피파니’가 도래하는 시간은 시인이 어떤 신비를 능동적으로 예감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너를 습격하듯이’ 밀려닥치는 우발성의 시간이며,‘상형문자’로서의 시적 언어가 시인의 관습적 감각과 사유를 폭력적으로 뒤흔들어 놓으면서 섬광처럼 스쳐지나가는 순간이다. 이 순간은 그러므로 능동태(能動態)의 시간이 아니라 수동태(受動態)의 시간이다. 또한 이 시간은 시인에게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겨졌던 세계의 만상들이 그 자신들의 풍요로운 다양성을 열어젖히는 순간이다. 따라서 이 순간은 “너(시인)의 내부에서 드디어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날”이기도 하며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다. 이 ‘목소리’는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시인의 명징한 의식과 관습적 표상작용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기에,‘돌아오는 목소리’(반복)인 동시에 ‘다른 목소리’(차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복되는 것(‘돌아오는’)은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세계의 풍요로운 만상들이며, 이 반복을 통해 차이(‘다른’)를 발생시키는 것은 ‘너의 목소리’ 곧 시인의 관례적인 감각과 도식들이다. 김수영이 ‘絶望’에서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救援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絶望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모든 미학적 실천과 시적 창조의 공간에서 우리들 자신의 관례적 감각과 도식을 매번 혁파하기 위해서는, 섬광처럼 우리를 헤집고 지나가는 모든 우발성들을 용기 있게 승인해야 하며, 이 우발성들이 우리들에게 가해 오는 ‘낯선 것의 폭력’과 과감하게 마주쳐야만 한다. 이장욱의 말처럼 “이 고투를 통과한 자에게만”,‘시적 에피파니’는 비로소 그 자신을 개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 고투를 체험하지 않은 자에게는 그 어떤 ‘에피파니’의 순간도 도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장욱의 시에서 인간 내면에 깃들어 있는 충직한 순결성을, 일상적 경험 속에서 피어나는 순박한 인간애를, 그 아름다운 빛으로 충만해 있는 시적 감동의 순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것들은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이 아니라 1인칭의 자기애적인 영혼이 미리 전제하고 있는 어떤 관념적인 조화이자 이상적인 도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시는 이것들이 배제하거나 은폐하고 있는 세계의 잔인한 리얼리티를 포착하려는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관점과 태도가 진정으로 한국시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혜안(慧眼)과 비전을 담지하고 있는 것인지는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시가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그 무수한 가면과 정념을, 우리를 포함한 모든 존재자들의 그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만상을, 현대적 일상의 그 지루한 반복과 권태를, 저토록 리얼하고 또 잔인하게 묘사해준다면, 그의 시는 하나의 예술로서 그것이 존재해야 할 이유와 근거를 충분히 입증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찬
  • [서울신문-KDSC 공동 여론조사(하)] 정당 선호도 어떻게 변하고 있나

    최근 2년에 걸친 정당 지지도 추이를 분석한 결과 열린우리당 호감도는 감소한 반면, 한나라당 호감도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시점은 2005년 11월과 지난해 12월이다. 호감도 분석을 위해 4가지 척도가 사용됐다.▲절대호감층(이전에도 좋아했고 현재도 좋아한다) ▲절대 혐오층(이전에도 싫어했고 지금도 싫어한다) ▲이탈층(이전에는 좋아했지만 현재는 싫어한다) ▲유입층(이전에는 싫어했지만 현재는 좋아한다) 등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이탈층은 39.6%로 1년 새 5.8%포인트나 증가했다.30대와 40대 응답자 가운데 각각 44.7%와 42.7%가 마음이 떠났다고 밝혔다. 호남권의 이탈도 뚜렷했다. 광주·전라 지역 응답자의 52.4%가 ‘열린우리당이 싫어졌다.’고 답했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와 ‘중도’ 중 각각 42%와 43.2%가 떠났다. 절대혐오층도 5.9%포인트 증가한 32.5%였다. 반면 절대호감층은 9.2%포인트 줄어 5.5%에 불과했다. 유입층도 5.7%포인트 감소,0.8%에 그쳤다. 부동산 대란, 개혁 피로증에 대한 실망감의 반영이라는 지적이다. 열린우리당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절대호감층이 1년 전에 비해 19.5%에서 10.6%포인트 늘어 전체의 30.1%에 달했다. 더욱이 절대혐오층은 1년 사이 29.%에서 22.5%로 줄었다. 지역별로는 영남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응답자의 50.1%가 절대호감층으로 조사된 대구·경북의 지지가 가장 두드러졌다. 부산·경남은 43.3%로 약간 낮았다. 호남의 경우 절대호감층과 절대혐오층 모두 10%선에 머물렀다. 절대호감층 중에서는 이념성향을 보수로 밝힌 유권자들의 지지가 진보나 중도에 비해 월등하게 많았다. 김형준 부소장은 “한나라당의 절대호감층이 늘어난 것은 2005년 11월 조사 당시 한나라당을 지지하면서도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하지 않은 이른바 부동층이 이번에는 당당히 의사표시를 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이러한 절대호감층 확대는 한나라당이 스스로 변해서라기보다는 이른바 ‘빅3’ 부상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리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서울신문-KDSC 공동 여론조사(하)] 유권자 이념성향 알아보니

    [서울신문-KDSC 공동 여론조사(하)] 유권자 이념성향 알아보니

    유권자의 보수화라는 전반적 흐름은 이번 서울신문·KSDC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찰됐다. 진보·개혁적 의제들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졌던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직전과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현상이다. 경제와 안보, 사회 이슈와 관련된 문항들에서 보수적 답변을 한 응답자들이 대체로 많았다. 경제적 이념 지표로 활용되는 ‘성장(풍요) 대 분배(복지)’ 선호도 조사에서는 전자가 우세했다.“‘경제적 풍요’와 ‘복지·평등’ 가운데 무엇을 더 중시하는가.”를 묻는 항목에서 응답자의 52.8%가 ‘풍요’를 선택했다.‘복지·평등’이라는 응답은 46.5%에 그쳤다. 장기간에 걸친 성장률 둔화와 최근 심각해진 체감경기 악화가 성장에 대한 선호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결과는 10명 중 6명꼴로 국가정책 목표를 ‘경제 발전’으로 꼽았던 1년 전 여론조사 결과와도 맥을 같이한다. 안보 이슈에서도 보수화 경향이 두드러졌다. 안보 상황이 “위태롭다.”고 응답한 비율이 45.1%로 “위태롭지 않다.”(19.7%)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올해 잇따라 터져나온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이 국민들의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을 심화시킨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비율도 32.3%에 이르는 등 전반적 위기인식의 정도는 크지 않았다. 유권자의 ‘우경화’는 자신의 이념성향을 규정하는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찰된다. 자신의 이념성향이 보수적이라는 응답자가 30.5%로 진보적이라고 답한 18.8%를 압도했다. 개혁과 진보를 표방하고 출발한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가 진보 이념에 대한 지지도를 떨어뜨린 결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가 47%로 절반에 육박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남남갈등’으로 상징되는 사회 내부의 이념 논쟁이 첨예화되면서 여기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 상당부분을 중간층으로 내몬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결과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전개될 정계개편 국면과 맞물려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 중간층 유권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여야의 ‘정책 수렴’이 나타나거나,‘새로운 중도’를 표방한 제3의 정치세력이 등장, 대선 판도의 변수로 기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사회적 척도인 ‘안정 대 변화’ 선호도에서도 앞선 항목들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안정’을 택한 비율(44.2%)이 ‘변화’를 선호한 비율(32.9%)보다 11.2% 포인트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같은 안정 희구 심리엔 경제·이념적 요인 외에 사회변화의 가속화에 따른 ‘현기증’과 인구구조의 전반적인 노령화 추세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리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새해 부처별 주요 현안

    새해 부처별 주요 현안

    국방부는 새해 상반기 중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점을 최종 확정한다. 지난해 말 국방개혁법이 통과됨에 따라 ‘국방개혁 2020’에 본격 시동을 건다. 외교통상부는 북한 핵문제 해결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 매진할 계획이다. 산업자원부는 ‘5년내 수출 5000억달러, 무역 1조달러 달성’ 목표를 세우고 첫걸음을 뗀다. 새해를 맞아 정부 각 부처들이 헤쳐나가야 할 주요 현안들을 살펴본다. # 재정경제부 정책 불신 해소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당정이 합의한 분양가 상한제의 확대 적용과 원가공개 문제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방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는 대선 국면을 맞아 경기활성화에 관심이 쏠린다. 재정을 조기 집행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릴 것인지, 경기 부양의 폭을 정해야 한다.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가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하는 것도 과제다. 현실적으로 시장 개입에 한계가 있다면 중소기업 종합대책 등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미시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와 과잉 유동성 해소 문제,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따른 서민경제의 주름살 완화, 한·미 FTA 협정을 앞둔 서비스업의 경쟁력 향상 및 구조조정 강화 등도 현안이 아닐 수 없다. # 교육인적자원부 학교의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 본격화된다. 교원능력개발평가제(교원평가제)가 법제화되고, 경력 중심의 교원승진·인사 제도를 능력 중심으로 바꾼다. 교장공모제를 도입하고 교원양성·선발·연수체제도 개선한다.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꾸준히 진행하고, 방과후학교에 대한 지원을 늘려나간다. 대학특성화 및 구조개혁에도 더욱 박차를 가한다. 대학 통·폐합 등은 물론 특성화를 촉진하는 소프트웨어적 구조개혁을 병행한다. 국립대 법인화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다.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실현을 위한 교육 대책으로 누리사업을 확대한다. 산업현장에 맞춤형 인재를 기르기 위한 전문대 특성화와 산학협력도 활성화한다. 학생부 반영 비중을 늘리는 새로운 대입제도를 처음 실시하고,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개방형 자율학교가 첫 선을 보인다. 교육감 주민직선제도 처음 도입한다. # 과학기술부 ‘한국 첫 우주인’ 선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이 가장 큰 현안이다. 현재 최종 후보 2명이 뽑힌 상태이며, 이들은 3월쯤 러시아 가가린훈련센터에서 기초훈련, 우주 적응 및 우주 과학실험 수행을 위한 임무훈련 등을 받은 뒤 최종 1명이 2008년 4월쯤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즈호에 탑승하게 된다. 특히 생명공학 분야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새해부터 10년 동안 14조 2881억원을 투자,60조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해 2016년쯤에는 생명공학분야 세계 7위의 기술 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가생명공학 육성체계 혁신, 연구개발 선진화 기반 확충, 바이오 산업의 발전 가속화 및 글로벌화, 법·제도 정비 및 국민 수용성 제고 등의 4대 전략,14대 실천과제를 수립해 추진하기로 했다. # 통일부 납북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금이 처음으로 지급된다. 국회 상임위 통과를 앞둔 ‘전후 납북자 피해자 지원법안’은 미귀환 납북자 가족과 3년 이상 납북됐다 귀환한 납북자 가족에게 납북기간, 생계 등을 고려해 위로금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반기엔 개성공단 본단지 분양이 시작된다.3월부터 10만㎾급 송전이 이뤄지고 6월 1단계 기반시설,7월엔 기술훈련센터가 준공된다. 분양이 본격화되면 200∼300개 국내기업이 입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 외교통상부 북한 핵문제 해결,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한·미 동맹 강화 및 외교 다변화, 내부 인사·조직 혁신 및 외교역량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현안으로 꼽는다. 북한 핵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안보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은 외교부가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과제다. 대외 관계의 기본축인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것과, 일·중·러 등 주변국들과 동북아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실질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것도 당면한 현안이다. 한·미 FTA 등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FTA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시한보다 내용이라는 자세를 갖고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 법무부 법무행정의 변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특히 권위적이고 변화에 둔감하다는 이미지를 벗어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우선 법무부와 16개 전 소속기관에 성과관리시스템(BSC)을 구축한다. 조직의 임무, 비전, 목표 등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1800여명의 직원이 16만명에 이르는 보호관찰대상자 및 소년원생을 단일망에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보호통합정보시스템도 구축한다. 여권자동판독기 도입 등으로 출입국심사를 현재보다 훨씬 업그레이드시킬 계획이다. # 국방부 상반기 중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점이 최종 확정된다. 한·미 양측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2009년 10월에서 2012년 3월 사이에 전작권을 전환키로 합의했는데, 그보다 구체적인 환수시점을 정하는 것이다. 현재 2300여명 규모인 이라크 자이툰부대 병력이 4월까지 1200명선으로 감축된다. 상반기 중에 국방부는 ‘임무종료 계획’을 수립, 자이툰부대를 연말에 최종 철군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레바논에 국군이 새로 파병된다. 용산, 동두천 등의 미군기지가 옮겨갈 평택기지 터에 대한 시공이 3∼4월중 시작된다. 지난해 말 국방개혁법 통과에 따라 올해부터 ‘국방개혁 2020’이 본격 시동을 건다. # 행정자치부 공무원 연금 개혁문제가 핫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연금 개혁은 현재 행자부가 마련한 위원회에서 최종 시안을 마련 중이며, 부처 협의를 거쳐 상반기 중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이 마련되고, 국회 처리과정에 공무원 노조와 기존 연금 수급자들의 거센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확고한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공무원노조 단체와 첫 교섭이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해 공무원 노조가 합법화됐지만, 노조 단체간 교섭위원 선임이 늦어지면서 정부와 노조간 교섭이 이뤄지지 않았었다. 새해엔 역사적인 대면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정부에서도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 문화관광부 문화관광부의 새해 최대 목표는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이다. 강원권 관광 자원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다시 한번 대한민국 발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다. 1월 유치 신청서 제출을 시작으로 담당 부처와 협의해 국제적인 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친다. 둘째는 사행성 게임에 대한 후속 대책이다. 올해 게임산업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세부적인 후속조치를 만들어 실행할 계획이다. 게임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은 물론 경마, 경륜, 경정, 스포츠 토토 등 사행성 게임에 대한 통합적인 감독과 감시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와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셋째는 한국 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해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이다. 영화산업진흥기금을 과연 어디다 쓸 것인가에 대한 세부적인 자금 계획 수립과 함께 사용처 등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다. # 농림부 개방화 물결에 따른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현안으로 꼽힌다. 쌀과 쇠고기라는 양대 민감한 품목을 둘러싸고 미국 등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라 새해에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는 시점에서 최근 불거져 나온 ‘쇠고기 뼛조각’ 문제를 어떻게 조율하는가도 관건이다. 미국은 수입위생조건을 뼛조각을 포함하는 조건으로 다시 작성하자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신청한 광우병 위험등급 최종 결과가 나오는 5월전까지는 재협상 자리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쌀 수입 문제도 관심거리다.3월을 전후해 중국쌀과 칼로스쌀 등 밥쌀용 쌀 의무수입물량(MMA)의 반입이 이뤄질 전망이다.2006년에는 초반 예상과 달리 중국쌀과 미국산 칼로스 쌀이 큰 호응을 얻었다. # 산업자원부 2006년 수출 3000억달러 달성의 다음 단계로 ‘5년내 수출 5000억달러, 무역 1조달러 달성’ 목표를 세웠다. 세부 실천작업의 첫걸음을 떼게 된다. 악화된 국내외 여건에 대한 대응 강화도 시급한 현안이다. 원화 강세, 인접국과의 경쟁 격화, 고유가, 대·중소기업간의 양극화 등 부문별로 대응책 마련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추진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제도화의 완성’에 무게를 뒀다. 우선 고용 친화적인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신산업정책을 추진한다. 부품소재의 글로벌 공급 기지화를 위한 여건 조성도 핵심과제다.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 육성 및 바이오·나노·로봇과 같은 미래산업의 성장 동력화도 촉진할 계획이다. # 정보통신부 가장 큰 현안은 방송통신위원회(정통부+방송위원회) 설립과 관련, 정통부의 주장을 얼마만큼 반영하는가이다. 현재 국무조정실은 내년 4∼5월에 통합기구 발족을 위한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입법예고안은 정통부로선 만족할 만한 수준이지만 방송위가 반발하고, 한나라당에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입법예고안에서 논의가 잠정 보류된 우정사업본부의 독립청(가칭 우정청) 설립 또는 공사화 건도 새해 주요 논란거리로 부각될 것으로 예측된다. 방송통신융합 서비스인 인터넷TV(IPTV)의 상용화 일정을 잡는 일도 중요하다.IPTV는 KT 등에서 기술적으로는 준비돼 있지만 통신과 방송 양 진영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상용화가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 보건복지부 복지정책의 큰 틀인 ‘사회투자국가’ 기반 조성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사회투자국가란 인적자본과 사회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제활동 참여기회를 넓히고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해 성장과 사회통합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개념이다. 세부적으로 아동발달 지원계좌, 사회서비스 일자리, 노인특구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개혁에 따른 관련법 시행령 개정, 의료법 전면개정 등 굵직한 입법 현안들도 대기 중이다. 장기수발보험의 2008년 7월 시행에 맞춰 시범사업에 나서고 복지시설을 확충하는 등 준비도 내년에 이뤄져야 한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모럴 해저드를 막아 재정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 환경부 경인운하 건설사업과 군장 국가산업단지(장항단지)조성사업 등을 둘러싼 산업계, 환경단체, 지역주민들의 첨예한 이해대립과 사회적 갈등을 풀어가야 한다. 세계적인 기상이변 사태에 대비, 기후변화에 대응한 온실가스(CO2)저감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의무 동참 유도가 예상된다. 온실가스 저감의무 참여에 대비, 산업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 모의거래제 실시, 개도국 매립지의 청정개발체제(CDM)지원 등 온실가스 저감 로드맵 작성과 이행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새해부터 ‘교통환경에너지세’를 도입, 종전 교통세입의 15%를 환경분야에 활용해 에너지세제의 환경친화성을 높일 계획이다. # 노동부 어느 해보다 많은 법·제도 정비 과제들이 대기하고 있다. 우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노사관계 로드맵 관련 입법의 후속법령 정비가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공익사업장 파업때 필수 유지업무의 범위, 정확한 대체근로 허용의 범위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관련법들이 금년 7월부터 발효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시행령·시행규칙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특히 파견업무의 확대, 차별의 기준 등이 현안이 될 전망이다. 학습지교사·화물노동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방안,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된 산재보험 개혁방안의 법제화 역시 중요한 과제다. 취업알선, 직업훈련, 실업급여의 원스톱 제공 등을 골자로 한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도 중점 추진대상이다.1500억원을 투입, 결식아동·부랑인 지원 등을 하는 사회적 기업 일자리 창출도 핵심 현안 중 하나다. # 여성가족부 올해도 보육, 여성, 가족 등 세 가지 큰 방향에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보육 분야는 9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보육시설을 점차 국공립으로 전환하고, 민간시설은 부모가 만족할 수준으로 질을 높이면서 보육 비용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여성 분야에서는 사회적 지위를 올리고 일자리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경제성장이나 교육 수준에 비해 여성의 권한 척도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인 점을 감안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자는 취지다. 특히 일하고 싶어하는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취업교육과 시스템을 만들 방침이다. 가족 분야 정책은 기존의 가족 기능이 약화되는데 대해 사회적 책임과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노인부양이나 간병, 보육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늘어만 가는 가족 구성원들의 부담을 사회가 맡도록 시스템화하는 게 골자다. 가족 친화적 공동체를 시범운영하는 등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 건설교통부 올해 집값의 주요 변수로 꼽히는 전·월세 문제 대처방안을 비롯, 분양원가 공개 방안, 분당 규모 신도시 공급, 청약제도 개편안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말 취임 때 전·월세 문제 대처방안과 관련해 수요와 공급, 월세전환 물량 등을 면밀히 파악하는 등 사전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이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올봄 발생할 수 있는 전세난에 대한 선제 대처를 천명한 만큼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관심거리다. 1월 중에는 분양가제도 개선위원회에서 검토 중인 분양원가 공개 여부 및 범위가 발표된다.2∼3월 중에는 분당급 규모의 신도시 예정지가 확정된다. 예정지 발표는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과제다.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은 청약제도 개편안이다. 지난해 12월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상반기로 연기됐다. 차관급 본부장으로 하는 주거복지본부도 1월 말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건교부가 주택정책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무기 연기되는 분위기다. # 중앙인사위원회 공무원 정년 조정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인사위는 계급에 따라 차별을 둔 현행 공무원 정년제의 개선(단일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단일화의 방향은 확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정년 조정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청년실업 문제, 민간기업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 공직의 적정인력 유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와의 협상에서 정부안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다. 비정규직 문제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개선과 고용 안정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 법안이 7월 시행됨에 따라 인사정책 분야에서도 공직내 비정규직 처리가 화급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수십년간 지속돼 온 공무원 시험제도의 개편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제다. 단순한 지식의 평가보다는 응시자의 실제 역량과 자질을 측정할 수 있는 형태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는 2012년 세계박람회 여수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 현재 여수를 비롯해 모로코(탕헤르), 폴란드(브로츠와프) 등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년 12월 제14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유치국이 결정된다. 올해 부산항에 이어 인천항과 평택항에도 ‘항만 노무공급 상용화’ 도입을 추진한다. 항만의 국제 경쟁력 제고와 물류비 절감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사항도 확대 시행한다. 원산지 표시에서 현재 ‘원양산’으로 표기되던 것이 7월부터 ‘원양산’ 표시와 함께 해역명(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또는 그 수역을 관할하는 국가명을 함께 표시해야 한다. 수산물 품질인증제 대상 품목이 늘어난다. 기존 112개에서 135개로 확대되고, 중금속과 항생물질 등을 품질 인증 기준에 포함해 안전성을 강화한다. 양식 수산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산물 양식재해보험제도’도 마련한다. # 공정거래위원회 일단 2월 임시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게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자산 10조원 이상,2조원 이상의 중핵기업으로 한정하고 순자산의 40%까지 투자할 수 있게 했지만 정치권은 중핵기업의 범위를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좁히라고 주문,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위에 준 조사권을 주는 계좌추적권과 경쟁당국과 조사를 받는 사업자가 합의를 통해 사건을 종료하는 동의명령제의 신설 등도 관심이다. 3월28일부터 기존의 소비자보호법이 소비자기본법으로 바뀌는 데 따른 정책과제도 산적해 있다. 소비자기본법이 발동하면 소비자는 시장에서 기업의 판도를 결정짓는 주도적 역할을 한다.
  • 국방백서 “北군사력 심각한 위협”

    국방부는 29일 펴낸 ‘2006 국방백서’를 통해 북한 군사력을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했다. 북한을 ‘직접적 위협’으로 규정했던 ‘2004 국방백서’에 비해 표현이 강화됐다. 핵 실험 등을 통해 군사적 위협의 강도가 증가했다는 게 국방부측 판단이다. 백서는 “양적으로 우세한 북한군의 재래식 군사력과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한반도와 지역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군은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최우선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핵무기 6∼7기 만들 플루토늄 확보 백서는 특히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북한 주장대로라면 30여㎏의 플루토늄을 추가 확보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1994년 이전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10∼14㎏까지 더하면 핵무기 6∼7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정승조 국방부 정책기획관은 “지난 10월 핵실험은 부분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실험 규모로 미뤄 재래식 소형 핵무기 정도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방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따라 백서에는 핵무기 보유 여부를 명기하지 않았다.●방사포 200여문 증가 전방 배치시 수도권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것으로 평가되는 방사포도 200여문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그러나 사거리가 20㎞에 불과하고 군사분계선 인근이 아닌 후방군단에 배치돼 서울과 수도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기존 기계화보병여단을 ‘도하기계화보병여단’으로 재편하면서 도하장비 200여대를 늘린 사실도 파악됐다. 군은 전시 기동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자주포 200문은 폐기된 것으로 밝혀졌다.●항공·해상전력은 약화 육상 전력과 달리 북한군의 전반적 해·공군 전력은 오히려 약화된 것으로 평가됐다.2004년 이후 최신 주력 전투기인 미그 29기 등 5대가 추락했고 노후화된 30여대가 전력에서 제외됐다. 잠수정도 노후화로 인해 10척이 폐기되고 함정 170여척도 지상군 경비정으로 전환된 것으로 드러났다. 약화된 전력을 보완하기 위해 북한군은 전투기와 수상·잠수함의 40∼60%를 전방기지에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국방부는 파악하고 있다. 2005년 2월에 발간된 ‘2004 국방백서’는 6·15 정상회담 이후 남북 화해 분위기에 따라 ‘주적’ 표현을 삭제하고 ‘직접적 군사위협’이란 표현으로 대체, 보수층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시론] 군 의문사 진실고백 기대한다/이재승 전남대 법대 인권법 교수

    [시론] 군 의문사 진실고백 기대한다/이재승 전남대 법대 인권법 교수

    의문사는 그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는 죽음을 의미한다. 그 의문사가 군대, 정보기구, 전투경찰과 같은 조직 안에서 발생했다면 심각한 의미를 갖는다. 조직적 은폐와 비호로 인해 죽음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의문사가 과거 어두운 시대에 더욱 빈번하게 발생했으므로 진상 규명 활동은 과거 청산 작업에 해당한다. 이미 2001년 진실 규명의 여망을 안고 발족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의문사에 대해 조사활동에 착수하였다. 위원회는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 사건, 장준하 선생 사건, 삼청교육대 전정배씨 사건에서 상당한 결실을 거뒀다. 위원회는 특히 보안사 녹화사업과 군의문사에도 주목했다. 그러나 허원근 일병 사건에서 보듯이 군의 압력과 반발, 관련자들의 증언 번복, 언론기관의 정치 공세로 인해 위원회의 조사활동은 빈번히 한계에 봉착하였다. 의문사위원회는 성과도 냈지만 많은 사건들의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 채 활동을 종결해야 했다. 이에 군의문사 유가족들은 끈질긴 투쟁을 통해 2005년에 군의문사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개별사건의 진정을 받아 사건 조사를 결정하고 결정후 1년 이내에 조사활동을 종결해야 한다. 위원회는 이제 막 시작단계이지만 현재까지 10여 차례 공식회의를 통해 100여건 정도의 사건에 대해 조사결정을 내렸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사망한 김훈 중위 사건도 조사대상에 포함되었다. 김훈 중위사건에 대해 이미 대법원도 초동수사가 매우 부실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위원회는 과거 군당국에 의해 자살로 처리된 두 건의 의문사가 구타사고였다는 진실을 밝혀냈다. 위원회는 의문사의 진실이 규명된 때에는 국방부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요청할 수 있고, 조사결과에 따라 가해자를 고소 고발할 수 있다. 검사가 기소하지 않을 때에는 재정신청도 할 수 있다. 이 모든 사후 조처는 성공적인 조사활동에 달려 있다. 위원회는 현재 군사망사건과 관련해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사망자의 옛 동료들은 시민적 용단을 발휘할 때이다. 가해자들도 스스로 진실을 고백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군의문사법은 고백한 자를 위해 ‘황금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 군의문사위원회는 실상 과거 청산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군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대체로 부대원 전원이 입을 맞추어 은폐하고 지휘관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고원인을 자살로 둔갑시켰다. 이제 독립적인 전문기구의 신중하고도 철저한 사인조사, 사망자에 대해 적절한 배상이나 보상을 부여하고 국립묘지 안장과 같은 예우도 제공해야 한다. 심지어 사인이 순전히 비관자살이라고 할지라도 군인에 대하여 국가가 포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군의문사도 군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체제를 확립하는 문제이다. 최근 국방부는 다행스럽게 군인권의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직책을 신설하여 인권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군당국자들에게 선행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 군인은 그저 지휘권의 객체가 아니라 시민이자 인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일이다. 따라서 군의문사나 삼청교육 희생자에 대한 처리방향은 인권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이재승 전남대 법대 인권법 교수
  • [18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40분) 국내 원자력 발전소의 현황과 원자력 발전의 문제점, 개선책을 찾아 본다. 원자력 발전소의 이용률은 발전설비 운영의 효율성과 활용도를 나타내는 지표이자 발전소 운영 기술수준을 평가하는 척도다. 지난해 세계 원자력 발전소의 이용률 실태에서 국내 원자력 발전소가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차지했다.   ●눈꽃(SBS 오후 9시55분) 다미는 광고회사 사람으로부터 아주 파격적인 대우로 계약을 하겠다는 말을 듣고는 혹시 자신이 소설가 이강애의 딸이라서 잘 해줬냐고 묻는다. 한편, 영찬·신범과 함께 당구장에 들른 다미는 그곳에서 자신의 연기력에 대해 무시하는 남자 때문에 화가 난다. 이때 영찬이 그 남자에게 달려들다 흠씬 두들겨 맞는데….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까다롭고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더욱 멀게만 느껴지는 ‘테이블 매너’. 하지만 꼭 필요한 몇가지 정보만 알아두면 활용 100배 가능하다. 빅마마 이혜정과 함께 각각의 장소와 때에 맞는 식사예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식·중식 뷔페로 나누어 알아본다. 고품격 테이블 매너의 세계로 성큼 다가서 보자.   ●주몽(MBC 오후 9시55분) 소서노를 치료할 약재를 든 찬수가 소서노의 은신처로 향한다. 이때 송양 군사 10여명이 그들의 앞을 막고 공격한다. 소서노를 구하기 위해 송양 진영에 뛰어든 주몽과 오마협은 송양 군사들을 쓰러뜨리고 소서노를 계루로 대피시킨다. 한편, 주몽일행이 다물군 산채를 비운 틈을 타 대소는 본계산을 찾아간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1000만부가 넘게 팔린 만화계 신화,‘먼나라 이웃나라’의 이원복 교수. 만화의 편견을 버리고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교양만화를 개척해온 40여년 만화인생. 만화를 뛰어넘어 ‘국민 교양서’로 일컬어지기까지 만화에 대한 열정과 집념. 대한민국 대표 교양만화가 이원복 교수를 만나본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올해 유난히 부츠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부츠 판매가 지난해 대비 최대 2배 가까이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부츠의 생산량이 많아지고 종류와 디자인도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커지고 있다. 체형별, 스타일별 부츠 고르는 법에서부터 부츠 연출법까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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