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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시진핑의 승부/오일만 논설위원

    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말이 있다. ‘총명하기는 어렵고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어 보이기는 더욱 어렵다’는 의미다. 청나라 문학가 정판교(鄭板橋)의 말인데 지금도 많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경구다. 손자병법에서 ‘자신의 의도와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이긴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손자가 말한 시형법(示形法)이다. 덩샤오핑의 유언인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숨기고 어둠 속에서 실력을 길러라)와 의미가 일맥상통한다. 난세에 살아남는 처세술을 가르친 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권을 거머쥔 것도 이런 처세술 때문이다.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시 주석은 지방에서 조용히 인맥을 쌓으며 기회를 기다렸다. 중앙정치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인위적인 노력을 기울인 흔적도 없다. 다만 공청단과 태자당의 치열한 권력투쟁 과정에서 어부지리 전략을 썼다. 당시 공청단을 이끌던 후진타오 전 주석이 자신의 후계자로 리커창 카드를 내밀자 태자당의 리더 장쩌민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과정에서 타협책으로 공청단과 태자당 모두에게 거부감이 없는 시진핑이 주석으로 낙점된 것이다. 시진핑의 인생은 평실(平實), 저조(低調), 겸화(謙和), 대기(大氣)란 네 단어의 좌우명에 압축돼 있다. 소박하고 수수한(평실)한 성품을 바탕으로 재능과 능력을 뽐내지 않는 처세(저조)와 겸허하고 온화함(겸화)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면서 대범하고 당당(대기)하게 일을 처리했다. 그가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도 진시황이나 한 무제, 당 태종 같은 화려한 영웅이 아니라 후한을 연 유수(劉秀)나 촉나라를 세운 유비(劉備)처럼 인화단결을 중시하는 인물들이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조용한 처세로 2012년 11월 당서기에 등극했지만 이후 그는 승부사로서 진면목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상하이방과 태자당을 향해 반부패 척결을 앞세워 가차 없이 칼을 뽑아들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반전이었다. 자신의 집권에 반대해 정변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신4인방에 창을 겨눴다. 지난해 8월 태자당의 핵심인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를 법정에 세워 단죄한 데 이어 장쩌민의 군부 대리인이었던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상하이방의 핵심인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을 차례로 감옥에 넣었다. 최근 공청단의 핵심이자 후진타오 전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링지화(令計劃) 통일전선공작부장을 부패 혐의로 낙마시켰다. 시 주석이 사실상 1인 체제를 굳힌 것이다. 어찌 보면 마오쩌둥보다 더 무서운 책략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기호지세’의 심정…공직사회 변화? 물꼬 터 주는게 내 역할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기호지세’의 심정…공직사회 변화? 물꼬 터 주는게 내 역할

    “한마디로 기호지세(騎虎之勢·이미 시작한 일이라 도중에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의 심정입니다. 저는 공직사회 변화의 시작을 이끄는 역할만 할 뿐 구체적인 변화의 흐름은 결국 공직사회 구성원 스스로가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지금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고 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한 달을 보낸 소감을 이렇게 서울신문에 털어놨다. 이 처장은 이어 공직사회 개방 및 민간 인재 스카우트, 민간과 공직의 인재 교류 등의 내용을 담은 ‘인사혁신 3개년 계획’,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공직사회 활력 제고 방안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자신의 임기 안에 ‘미래의 공무원상’을 구축하고 싶다는 이 처장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무엇인가는 달라졌다”며 공무원들을 독려했다. →취임 직후 충북대에서 열린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토요일, 일요일을 빼고 엿새가 지났을 뿐인데 6년이나 된 것 같다”고 말했는데 지금 상황은 좀 달라졌는지. -공무원으로는 초짜였던 데다 업무 인수인계나 오리엔테이션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인사 관련 실무를 (민간 기업에서) 해봤으니 업무 전반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공직사회가 왜 이렇게 됐는지 등 (공직사회의) ‘히스토리’에는 어두웠다. 지금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거나 실수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있는 것에다 돌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너뜨리고 다시 쌓을 필요는 없다. 다음 사람(차기 처장)이 와서 한 장을 더 쌓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다 이해하고 나면 공무원이 된다’고 말하지만, 거기엔 동의하지 않는다. →아직은 짧지만 공무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공직사회의 변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다. 국가경쟁력을 말할 때 공무원의 경쟁력 역시 중요한 평가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스스로 부담을 느낀 게 사실이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능력은 대기업 사원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들이 더 신나게 일할 수 있다면 그 성과는 더 좋아질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공직상은 위국보민(衛國保民), 공복(公僕)이다. 국민을 잘 섬기면 국민은 공무원을 존중해 준다. 결국 그렇게 만들어 가는 ‘모멘텀’이 중요하다. 민간에서 익힌 경험을 국가에 대한 헌신과 봉사로 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다. →우선 업무, 근태 등에서도 작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데. -업무의 집중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오후 6시에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챙기라고 지시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장시간 근로로 유명하다. 그러나 업무 생산성이 낮은 것도 유명하다. 이런 상관관계는 왜 생겼을까. 근무시간에 ‘빡세게’ 일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직원들에게 “여기에 480명(인사혁신처 근무 인원)의 처장이 있다”고 말한다. “처장처럼 일하라”고 한다. →‘공무원 스스로 변화하라’는 주문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자기가 판단하라는 주문이다. 자기주도형으로 업무 스타일을 바꿔야 된다는 것이다. 나는 ‘서포트 리더십’을 발휘할 뿐이다. 함께 가는 것이다. →‘인사혁신 3개년 계획’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나. -내년 초까지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큰 틀에서 ‘공직 혁신이 개방형 직위만으로 가능한 것인지’ ‘민간이 공직에 들어오는 것뿐만 아니라 공직에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경우도 가능한 것이 아닌지’ ‘봉급이 지나치게 적은 것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공직에 온 뒤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은 어떻게 만들지’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은 왜 공무원을 지원하지 않는지’ 등을 검토해 여러 가지 진행 목표를 세우고 있다. →공직사회 안팎에서 “우리처럼 공무원 직급 간 급여 차이가 거의 없는 나라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공서열적 호봉 시스템의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진급이 굉장히 늦어서 진급이 급여 상승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이게 악순환이 되면서 호봉제와 진급이 늦게 되는 것이 맞물리면서 급여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공무원 보수체계 개선이 실현될 가능성은. -여러 가지를 봐야 할 큰 작업이라 당장 실현은 어려울 것이다. 공무원 106만명의 처우에 관한 문제다. 그러나 반드시 성과를 내고 싶다. →민간경력채용 등 확대 때문에 행정고시나 7, 9급 공채의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채를 줄여봐야 몇 명이나 줄일 수 있겠나. 공직사회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큰 대세(인사혁신 3개년 계획의 방향)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고시와 경력채용 제도의 합리적인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 →개방형 직위는 20%가 적당한 수준이라고 보는지.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개방형 직위를 제대로 운영한 지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민간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개방형 직위의 업무 지속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점 등 때문에 민간의 우수한 인재를 유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 -처우 부분(근속과 보수)이 중요하다. 민간 기업들도 세계적인 기업이 되면서 급여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정부가 일류라면 일류정부가 주는 급여만큼은 줄 수 있지 않겠나. 아울러 우수 인재가 안착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보수만 줘서 사람이 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무원의 가치는 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을 일깨우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등으로 공직사회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데. -공직사회 활력 제고 방안과 정년연장, 임금피크제는 다른 관점에서 봐 달라. 100세 시대를 공무원들도 당연히 준비해야 되지 않겠나. →사기 진작책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민 부담을 줄이는 부분에 함께 동참해서 슬기롭게 십시일반하자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현장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현장 이야기 가운데 아프거나 가려운 것에는 약을 바르든 함께 아파하든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 조금 기다려 주시면 국민도 납득하고 공무원도 ‘내가 공무원이니깐 참아줄 수 있다’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제로섬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믿어 달라. →외부 전문가들은 채용부터 퇴직까지 생애주기별 맞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채용부터 이후 보직 순환, 퇴직 이후 민간 진출 여부를 합리적으로 결정해주는 통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재취업교육훈련 등이 이뤄지는 시스템 구축이다. 이런 방안도 제고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변호사를 하다가 판사, 검사로 임용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민간 쪽 영역에 있다가 다시 공직으로 들어오는 경우다. 공직에 아직 그런 사례가 많지 않지만 큰 방향은 그런 쪽으로 가지 않겠나. 쌍방향으로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무원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관피아 척결 움직임 때문에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공무원들을 민간이나 또 다른 공직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 -위 질문에 대한 답변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 →본인 임기 중에 “이것만은 꼭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 공무원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 어떤 미래상을 가져야 할까. 오늘 심어서 오늘 꽃이 필 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의 미래상을 향해 가고 싶다. 공무원은 어떤 가치를 가져야 할까. 어떻게 양성해 나가야 할까. 공무원 집단 전체를 올려야지. 어느 기업이나 한 사람 혼자 뛰어나서는 안 된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전과는 뭔가 달라졌다는 점을 깨달아 달라. 이미 그런 의미가 있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장하고 있다. 정리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납치狂 보코하람

    파키스탄 탈레반이 학생 142명을 학살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나이지리아 이슬람 반군 보코하람이 최소 185명의 여자와 아이들을 납치하고 32명을 죽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8일 CNN에 따르면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동북부 치복의 굼수리마을을 덮쳐 저항하는 남자들은 죽이고 온 마을을 불태운 뒤 여자와 아이들을 강제로 끌고 사라졌다. 이 사건은 지난 14일 발생했으나 늦게 알려진 것은 마을이 궁벽한 곳에 있는 데다 보코하람의 계속된 공격으로 통신시설이 다 파괴돼 외부에 알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코하람의 공격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들이 인근의 마이두구리 지역으로 대피하면서 사건이 발생 4일 만에 외부에 알려진 것이다. 나이지리아 정부도 도망쳐 나온 주민들을 수소문해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도망 나온 굼수리마을 주민 모두 칼리는 “그들은 마을 전체를 다 없애려는 듯이 아이와 여자들을 무조건 트럭에다 강제로 태웠고 방해되는 이들은 죽였다”면서 “나도 지금 걸치고 있는 옷 말고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도망쳤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급격하게 세를 불리기 시작한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보코하람은 8000만 무슬림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주장하며 아이들을 납치해서는 짐꾼이나 소년병으로 부려먹고, 여자들을 성노예로 삼아 왔다. 지난 4월 소녀 276명을 납치한 사실이 알려지고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자 굿럭 조너선 대통령이 보코하람과의 전쟁을 선포했었다. AFP통신은 “똑같은 치복 지역에서 이와 같은 대규모 납치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는 것은 나이지리아 정부의 척결 다짐이 공허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끊이지 않는 충북 ‘관피아’

    충북도 간부 공무원들이 퇴직 뒤 산하기관 등에 재취업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에서는 ‘관피아’를 척결해야 한다며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도 지식산업진흥원 이사회가 최근 회의를 열어 지원자 가운데 부이사관(3급)인 신필수 도 균형건설국장을 차기 원장으로 내정했다. 정년퇴직이 2년여 남은 신 국장은 명예퇴직한 뒤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지식산업진흥원장 임기는 2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원장 연봉은 7000여만원 수준이다. 지식산업진흥원은 도내 정보기술(IT) 산업과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창업 지원, 기술 개발, 인력 양성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신 국장은 토목직이다. 지식산업진흥원은 원장 지원 자격 조건에 ‘관리 능력이 인정되는 자’라는 애매한 내용을 포함시켜 공모를 진행했다. 도 고위직이 산하기관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현 박재익 지식산업진흥원장도 도 간부 공무원 출신이다. 또한 현재 도 체육회 사무처장, 도 생활체육협의회 사무처장, 충북중소기업센터본부장 등도 도 간부 공무원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산하기관으로 재취업한 공무원들 대부분은 현직에서 더 오랫동안 일하며 동료 공무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런 관행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당 기관의 내부 사정을 잘 모르거나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임명돼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내부 승진을 기대하는 구성원들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윤정 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은 “조직에서 원하는 인물이 아니라 충북도에서 내려보낸 일종의 낙하산 인사”라면서 “지원 자격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방식으로 간부 공무원들의 재취업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도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실무를 맡고 있어 관리 능력이 검증된 간부 공무원들이 산하기관장으로 일하는 것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검증되지 않은 외부 인사들보다 나을 수 있다”면서 “지자체들의 인사 적체 해소에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문소영의 시시콜콜] ‘폭탄테러’를 용인하는 암울한 사회

    [문소영의 시시콜콜] ‘폭탄테러’를 용인하는 암울한 사회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박근혜 후보는 언론사를 방문했는데, 그는 통유리 창문 밖으로 손에 잡힐 듯 청와대가 내려다보이는 서울신문 문화부 10층 사무실에서 꽤 머물렀다. 그 덕분에 박 후보 오른쪽 뺨에 난 2006년 ‘커터 칼 테러’의 긴 흉터를 유심히 볼 수 있었다. 당시 50대였던 범인은 “민주화에 박근혜는 도움이 안 된다”고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명백한 테러였다. 한나라당은 “제1야당 대표의 생명을 노린 매우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정치 테러”라며 크게 흥분했다. ‘커터 칼 테러’는 언론의 심각한 의제였다.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 사회에 ‘테러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몇 달 전 시의원에게 날달걀 투척을 당한 뒤 병원에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고 검찰은 시의원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는데, 좀 우습지만 여기서도 폭력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읽는다. 정치적 노선이나 이념의 차이를 내세워 주먹을 앞세우면 마땅히 처벌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폭탄테러’를 둘러싼 보수 우파의 반응은 놀랍다. ‘종북 혐의’를 받는 신은미씨는 재미교포로 북한 평양을 다녀와 책을 내고, 귀국해 북 콘서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종북 콘서트’라는 논란이 진행되자 고3 남학생이 사제폭탄에 불을 붙여 던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그 테러를 막은 곽성준씨는 오른쪽 얼굴과 팔, 목 등에 화상을 입고 붕대를 감고 있다. 남학생은 당연히 구속됐다. 그런데 검사 출신의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종북주의자들에 대해선 한없이 관대하고 보다 못한 청년에 대해 일사천리로 법 집행을 하는 게 정상이냐”고 발언했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19살 어린 의사(義士)가 빨갱이를 척결했다”고 옹호했다. 10대에게 얼치기 영웅 의식를 부추겨 ‘한국판 홍위병’이라도 키우겠다는 것인가 싶다. 테러의 피해자인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발언했다. 200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 폭탄테러를 질책하지 않았다. 북 콘서트 참여자들은 신씨나 신씨의 책이 종북 혐의를 받는지 모를 가능성이 크다. 그 책은 국보법 등이 지정한 이적표현물도 아니고, 오히려 정부가 선정한 우수 도서다. ‘종북’은 현재까진 일부 언론의 프레임일 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이유로 53년간 국교를 단절한 쿠바와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국제뉴스를 18일 봤다. ‘종북’ 혐의자라며 테러하고 그 테러를 부추기는 한국은 세계의 흐름에 얼마나 뒤처져 있는가.symun@seoul.co.kr
  • [뉴스 플러스]

    내년 공직자 감찰정보 인터넷 공개 행정자치부가 내년부터 명절, 연말연시, 휴가철, 선거 기간 감찰 정보를 인터넷에 공표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지금까지 행자부와 감사원 등이 피감사기관의 업무 처리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감사 결과의 경우 사전 정보 공표 대상에 포함돼 공개해 왔지만 공직자 개인 비위에 초점을 맞춘 감찰 결과는 신상 정보여서 관행적으로 빠졌다. 감찰 과정에서 수사 대상에 오르거나 국정감사 등에서 공개돼 언론을 통해 알려질 뿐이었다. 그러나 공유·공개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의 공직혁신전략인 정부3.0과 부패 척결 기조에 맞춰 이같이 결정했다. 대구 등 하수도정비 2489억 투입 환경부가 17일 도심 지역의 상습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대구와 강원 춘천 등 지방자치단체 10곳을 내년도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2018년까지 2489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중점관리 지자체는 대구(중구·남구), 경남 창원시·밀양시, 춘천시, 충남 보령시와 경기 가평군, 경북 고령군·봉화군, 전북 부안군, 전남 완도군 등으로 침수 피해 현황과 사업의 시급성 등을 평가해 선정했다. 내년까지 침수 예방을 위한 하수도 정비 대책 수립과 기본 및 실시설계를 한 뒤 2016년 상반기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피앤지, 한부모가족 캠페인 업무협약 한국피앤지(대표 이수경)가 17일 여성가족부 대회의실에서 여가부와 ‘한부모가족을 위한 엄마 손길 캠페인’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향후 5년간 매년 5000만원 규모의 샴푸, 세제 등 생활물품을 한부모가족 시설 입소자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여가부는 월 7만원인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를 내년부터 월 10만원으로 인상하고, 비양육 부모에게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설치하는 등 한부모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 파키스탄 군부 “피의 보복”… 끝나지 않는 학살극

    학교에 난입해 자동소총으로 어린 학생 132명과 교직원 16명을 죽인 파키스탄탈레반(TTP)의 학살극은 전 세계의 공분을 자아냈다. TTP와 공조하던 아프가니스탄탈레반조차 “무고한 어린이와 여성을 살해하는 행위는 이슬람 근본에 어긋난다”고 비난할 정도로 이번 사건은 충격적이다. 파키스탄 군부의 실력자 라힐 샤리프 참모총장은 사건 직후 ‘피의 보복’을 다짐했다. 17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공군은 사건이 발생한 북서부 키베르 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군의 반군 토벌은 또 다른 보복 학살을 부를 우려가 있다. 알자지라는 “테러가 일어난 군 공립학교는 학생이라는 ‘손쉬운 목표물’과 군인 자녀라는 ‘상징적 목표물’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곳”이라면서 “이런 학교가 146곳이나 된다”고 전했다. 테러 직후 TTP 대변인이 “이번 공격은 군이 탈레반 대원을 죽이고 그 가족을 학대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힌 것처럼 학살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6월부터 강화된 파키스탄군의 탈레반 소탕 작전에 있다. 파키스탄군은 6월 이후 북와지리스탄에서 ‘자르브에아자브’로 명명된 대대적인 작전을 펼쳐 왔다. 이 작전으로 파키스탄탈레반 1100여명이 사살됐다. 자르브에아자브 작전은 휴전협정 와중에 카라치 공항을 공격한 탈레반의 테러가 원인이 됐다. 탈레반은 지난달에만 32차례나 테러를 일으켰다. 물고 물리는 보복전으로 지난 1년간 탈레반 반군 1800여명과 정부군 및 민간인 1500여명이 죽었다.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부정 선거 혐의로 하야 요구를 받고 있는 나와즈 샤리프 총리는 토벌과 협상이라는 강온책 사이에서 오락가락했고, 군부는 독자적으로 지상군을 투입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10년간 ‘재맷 어드 다와’(JUD)와 같은 또 다른 반군을 지원해 탈레반을 제압하는 전략을 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요구로 이 전략을 폐기하고 모든 반군을 모조리 소탕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라힐 샤리프 참모총장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모든 반군을 척결하기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야후뉴스는 군사전략가들의 말을 종합해 이번 사건을 ‘파키스탄과 미국의 합동 작전에 대한 탈레반의 대반격’이라고 정의했다. 미국과 파키스탄은 탈레반을 거의 소탕한 것으로 믿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다. 야후뉴스는 “뿔뿔이 흩어진 것처럼 보였던 반군들이 사실은 거미줄 같은 연계망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파키스탄의 탈레반 소탕 작전은 더 험난한 길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스포츠 비하인드] 골프채 꺾는 시진핑…떨고 있는 거대 골프장

    [스포츠 비하인드] 골프채 꺾는 시진핑…떨고 있는 거대 골프장

    ‘금지된 게임’. 중국과 아시아에 정통한 미국의 저널리스트 댄 워시본이 최근 낸 책의 제목이다. 부제는 ‘골프와 차이니스드림’.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의 내밀한 이야기를 골프로 풀어냈다. 과열된 개발 열풍에서 감격스러운 성공 스토리와 어두운 정치 현실까지 골프는 현대 중국인들의 정서 일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문명의 충돌이라는 게 워시본의 해석이다. 어찌 보면 박세리를 전후해 골프 광풍이 불었던 한국의 모습과도 맥이 닿는다. 중국에서 골프는 부자들의 운동으로 질시와 비난의 대상이지만 또 한편으론 성공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책이 새삼 관심을 끄는 이유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전방위적인 ‘반부패 정책’ 때문이다. 골프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 정부는 전국 각지에 불법 건설된 골프장에 대해 처음으로 강제 폐쇄에 나섰다. 지난 9일 신화통신은 선양의 강남골프장이 강제로 문을 닫는 등 베이징 12개 골프장을 강제 폐쇄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광저우를 비롯해 상하이, 후베이 각지의 골프장 정리 사업도 강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1990년대 외자유치 수단으로 골프장 건설을 장려했다. 2004년 178개였던 골프장은 지난해 말 585개로 늘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골프장까지 포함하면 1200~14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이 체육시설이나 리조트 등으로 지방정부의 허가를 받아 지어졌지만 정작 중앙정부는 불법 시설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중국은 지난 7월 발전개혁위원회와 국토자원부 등 11개 부처가 각 지방정부에 ‘골프장 정리에 관한 통지문’을 내려보냈다. 내년 6월 30일 관련 법이 정식으로 공포되면 살아남을 골프장이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국 골프계의 우려 섞인 시각이다. 지난 12일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이 열린 광둥성 선전시 미션힐스 골프클럽도 마찬가지다.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의 골프장으로 등재된 지 10년째인 거대 골프장이지만 향후 중국 정부가 어떤 칼날을 들이댈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곳은 특히 주변 농민들의 원성이 거센 곳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인들의 피해도 커진다는 데 있다. 중국 내에서 골프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는 박모씨는 “불법 골프장 척결 바람은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한때 3억원을 호가하던 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1억원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이를 소유한 한국인들이 막대한 피해를 이미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기침을 하는데 한국이 감기에 걸리고 있는 셈이다. 선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통영함 납품 비리 해군 대령·중령 구속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은 14일 통영함 사업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방위사업청 소속 황모 대령과 최모 중령을 구속 수감했다. 지난달 21일 방산 비리 척결을 위해 범정부 조직인 합수단이 정식 출범한 뒤 현직 군인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황 대령과 최 중령은 방위사업청 상륙사업팀 소속으로 2011년 통영함과 소해함에 탑재되는 장비의 납품업체 H사 대표 강모(43·구속 기소)씨로부터 1000만∼3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 조사 결과 이들은 강씨로부터 “납품 사업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H사는 2011년 1월 위·변조된 서류를 근거로 방위사업청과 5490만 달러(약 630억원) 규모의 소해함 가변심도음파탐지기(VDS)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통영함과 소해함 납품을 포함해 H사가 당시 방위사업청과 체결한 계약 규모는 2000억원대에 이른다. 앞서 합수단은 강씨를 방위사업청 간부와 연결시켜 주는 로비스트 역할을 하면서 H사로부터 4억여원을 받은 예비역 해군 대령 김모(63)씨를 구속 기소한 바 있다. 또 2010년 방사청 상륙함사업팀 근무 당시 H사를 비롯한 납품업체로부터 6억원이 넘는 금품을 챙긴 혐의로 최모(46·구속) 전 해군 중령을 추가 기소하기도 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산재보험 장해 판정 권역별 통합심사

    산재보험의 장해 판정이 내년 상반기부터 권역별 심사로 통합돼 이뤄지게 됐다. 정부는 산재보험의 장해 판정 과정에서 지역 브로커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재량 여지가 많고 부정 우려가 큰 유형의 장해 심사는 권역별로 통합 심사하고 등급 결정은 공단 지사에서 하는 이원화 체계를 내년 상반기에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조경규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주재로 ‘제11차 복지사업 부정수급 척결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이를 골자로 한 9건을 제도개선 과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장해 심사는 산재 지정병원에서 장해 소견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면 공단이 위촉한 자문의사가 장해 상태를 최종 결정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경우 지역 브로커가 의사와의 친분을 활용해 실제보다 높은 등급을 받도록 급여 청구를 대신해 주고 산재 환자로부터 급여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또 복지 부정사례에 대한 신고자보호 전담관제도 내년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는 신분 노출을 우려해 부정수급에 대한 내부 신고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앞으로는 신고자가 요구하면 상담부터 조사, 보호조치, 원상회복까지 전 과정에 맞춤형 보호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행정처분 이력이 있는 직업능력개발훈련기관에 지문인식기를 도입하는 등 출결관리 방식을 개선하고 훈련기관의 등급평가제를 인증평가제로 강화할 방침이다. 또 신규 훈련기관에 대해 내년까지 사전인증제를 도입해 부정을 저지른 기관의 재진입을 막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8월 복지사업 부정수급 척결 TF를 구성해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한 결과 국민연금 부정수급 및 지연, 미신고 등의 사례를 적발해 43억원을 환수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靑 vs 유진룡 ‘진흙탕 폭로전’

    靑 vs 유진룡 ‘진흙탕 폭로전’

    청와대는 5일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 국장과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교체를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주장과 관련, “박 대통령은 작년 8월 21일 유 장관 대면 보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체육계 적폐 해소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에 따라 유 장관이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사 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지난해 5월 29일 태권도장 관장이 편파 판정이 있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이후 체육계 비리가 주요한 사회 문제로 부각된 뒤 박 대통령은 해당 수석실을 통해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체육계의 오랜 적폐를 해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7월 23일 국무회의에서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이 체육단체 운영 비리와 개선 방안에 대해 보고했지만 보고서의 내용이 부실했고 체육계 비리 척결에도 진척이 없어 적폐 해소 과정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됐고 이후 박 대통령은 민정수석실로부터 그 원인이 담당 간부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처에 따른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1일 유 장관의 대면 보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적폐 해소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나쁜 사람들’을 언급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워딩이 일일이 확인되겠나”라고 답했다. 한편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유 전 장관이 인터뷰에서 자신을 지목해 ‘인사 장난’을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날 “나와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문체부 관련 인사와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표적감사와 사표수리에 개입했다는 유 전 장관의 인터뷰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특권 지키려 ‘관피아법’ 제동 건 국회 법사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엊그제 전체회의를 열고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일명 ‘관피아 방지법’ 처리를 보류했다. 관료들이 민간 단체로 진출해 비리를 저지르는 민관 유착의 적폐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남에 따라 마련된 법안에 제동을 건 것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과 전문위원 심사보고서가 반대한 이유는 이 법안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제 열린 심사소위에서는 다행히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김영란법’처럼 이해관계에 얽혀 공전될 가능성도 있다. 법사위 의원들이 반대한 이유는 법안의 속을 들여다보면 명확해진다. 개정안은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의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자격증 소지자가 법무·회계·세무법인에 재취업하려 할 때도 재산등록 의무자인 고위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도 취업 심사를 받도록 취업제한 규정을 강화했다. 종전 법안에서는 ‘사(士) 자’ 전문직 자격증을 가진 이들에게는 취업제한의 예외를 인정했으나 개정안에서 삭제하자 법사위원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국회 법사위원 16명 가운데 11명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전직 판검사 출신도 다수 있다. 표면적인 반대 이유는 직업 선택의 자유이지만 사실은 제 식구를 감싸고 밥그릇을 지키려는 직역(職域) 이기주의의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인다. 오죽하면 이상민 법사위원장조차 “변호사인 내가 봐도 변호사 국회의원들의 이기주의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겠는가. 법사위의 변호사 특권 옹호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변호사들에게 불리한 법안은 보류시키고 유리한 법안은 즉각 통과시켰다. 이기주의에 매몰된 이런 사람들이 국법을 공명정대하게 다뤄야 할 국회의원의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법조인의 전관예우는 관피아 비리보다 더 폐해가 크다. 1년에 수십억원을 벌면서 ‘유전무죄’ 논란을 일으키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전관예우를 종식시키는 것은 국민적 과제다. 전관예우는 공정한 수사와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폐단이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음에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은 법조계 인사들의 기득권 지키기 영향이 크다. 재조 경력을 쌓은 뒤 정·관계로 진출한 변호사들은 자신들과 후배들의 특권 유지를 위해 결속했다. 그래서 법사위는 ‘변호사 권익옹호위’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법조인이라고 해서 관피아 척결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2011년 시행된 ‘전관예우 금지법’도 변호사들이 요리조리 빠져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 劉 구체적 정황 묘사하자 靑 즉각 반박… 회의록 공개할까

    劉 구체적 정황 묘사하자 靑 즉각 반박… 회의록 공개할까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폭로’에 청와대가 5일 반응을 내놓음에 따라 문체부 국·과장 인사를 둘러싼 의혹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빠른 반응을 보인 것은 유 전 장관이 스스로의 발언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언급한 표현 때문으로 보인다. 유 전 장관은 이날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자신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부른 뒤 수첩을 꺼내 문체부 국장과 과장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했다는 4일자 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해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그래서 BH(청와대)에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겠지. (청와대가) 자신 있으면 허위 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할 텐데”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장관이 ‘대통령의 집무실’을 거론하며 내놓은 주장인 만큼 제3자에게 높은 신뢰도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청와대는 당시 정황을 묘사함으로써 유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우선 해당 국·과장이 교체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종합해 보면 “태권도장 관장이 편파 판정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등 체육계 비리가 주요한 사회 문제로 부각된 뒤 대통령이 해당 수석실을 통해 체육계의 적폐를 해소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이후 국무회의에서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이 체육단체 운영 비리와 개선 방안에 대해 보고했으나 내용이 부실했고 체육계 비리 척결에도 진척이 없었다. 이후 박 대통령은 민정수석실로부터 그 원인이 담당 간부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처에 따른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이를 장관에게 제시했다”는 얘기다. 결국 “대통령의 지시에 장관이 합당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자 민정팀이 내사를 통해 그 원인을 밝혀냈고 장관이 이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통보받은 뒤 자신의 권한으로 해당 공무원을 교체한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윤회씨 인사개입 의혹에 대해 “유 전 장관 고유의 인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 전 장관의 ‘폭로’는 인사를 둘러싼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의 영향력 행사 여부와 직접 연결돼 그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상당한 주목을 받아 왔다. 유 전 장관은 정씨의 인사개입 창구로 김종 문체부 2차관과 청와대 이재만 비서관을 고리로 제시하면서 “김 차관과 이 비서관은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면 정확하다. (인사 청탁 등은) 항상 김 차관이 대행했다. 김 차관의 민원을 이 비서관이 V(대통령)를 움직여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은 “승마선수인 정씨의 딸이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특혜 시비가 일자 문체부가 감사를 벌였으며 결과가 정씨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자 청와대가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대통령의 지시 여부는 ‘인사를 통한 국정농단’ 논란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분기점을 형성하는 성격을 갖는다. 유 전 장관의 재반박이 주목되는 가운데 청와대는 공개석상에서 이뤄진 대화인 만큼 회의록을 제시하는 등 사실관계 규명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당당하게 뚱뚱하라

    당당하게 뚱뚱하라

    비만의 역설/아힘 페터스 지음/이덕임 옮김/에코리브르/288쪽/1만 5000원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 많은 이들은 이 명제를 ‘뚱딴지 같은 소리’라며 비웃을 것이다. 살을 빼게 해준다는 다이어트 열풍과 광고의 홍수가 자연스러운 세태. ‘살찐 것’이 비웃음과 차별의 원인이고 죄악시되는 판에 비만을 편드는 말이 생뚱맞은 것은 틀림없다. ‘비만의 역설’은 그 생뚱맞은 명제를 정색하고 다뤄 역발상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흥미로운 책이다. ‘왜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가’란 부제의 책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비만은 다이어트 대상이 아닌, 뇌를 살리기 위한 최상의 몸부림이다.’ 주장대로라면 살찐 사람들은 죄의식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 ‘비만 면죄부’는 이제 살을 뺄 방법을 찾을 게 아니라 왜 살이 찌는지를 고민해 해결책을 찾자는 대안의 실천으로 압축된다. 책 서두에 등장하는 실례 한 편을 들여다보자. 똑같이 심근경색으로 급하게 병원에 입원한 두 사람. 51세의 A씨는 키 181㎝에 체중 75㎏으로 체질량지수 23. 같은 나이의 B씨는 키 176㎝에 체중 99㎏으로 체질량지수 37. A씨는 평소 건강에 문제가 없었던 반면 B씨는 15년 전부터 건강 문제로 여러 차례 경고받은 인물이다. 일반의 예측이라면 건강 상태가 안 좋은 과체중자 B씨가 더 위험할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날씬한 A씨는 병원에 실려온 그날 중환자실에서 숨졌고, B씨는 상태 호전으로 닷새 후 병원을 떠났다. 이 결과는 특별 사례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의사와 뇌과학자들은 이런 정반대의 결과를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단계에 들었다고 한다. 책의 저자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국내에도 번역돼 소개된 ‘이기적인 뇌’를 쓴 독일 뇌과학자 아힘 페터스 박사. 책장을 넘기며 그가 시시콜콜 설명하는 이야기를 듣자면 ‘비만의 역설’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일관된 ‘비만 역설’은 이렇게 요약된다.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 분비샘에서 뇌를 진정시키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출하고 이때 뇌는 급속히 요구되는 포도당을 몸의 다른 곳에서 공급받는다. 이른바 ‘뇌 당김’ 현상이다. 이 현상이 나타날 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한쪽은 뇌가 체내에 저장된 포도당을 끌어 쓰는 쪽으로, 대체로 마른 편이다. 책 서두의 심근경색증 입원 환자 A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쪽은 스트레스 시스템이 잘 작동해 충격을 덜 받기 때문에 체내에서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필요가 없다. 대신 음식 욕구가 강해지고 더 많이 먹게 된다. 뚱뚱이 환자 B씨의 경우라고 한다. A씨와 달리 B씨가 호전될 수 있었던 까닭은 가장 중요한 뇌를 살리기 위한 포도당 공급이 더 원활했기 때문이다. 말라깽이보다 뚱뚱이가 오래 살 수 있는 스트레스 대응의 차이인 셈이다. 그런 차이는 이미 의학·뇌과학계 양쪽에서 모두 인정하는 흐름이다. 책은 그런데도 그 차이를 애써 모른 체하는 제약회사나 병원 등 상업적 이해의 주체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한다. 과체중이란 ‘뇌를 살리기 위한 정상의 몸 대응’이지만 정상 체중과 대비한 해악과 척결의 개념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과체중은 없고 모든 이는 각자 뇌 작용에 따른 정상 체중을 갖고 있을 뿐이다.’ 저자의 이 지론은 가설을 넘어 이제 실험 단계에 이르렀다. 확실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엔 조금 이르지만 그 이론의 단초이자 비만 원인인 스트레스 없애기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책 속의 실험은 그 지론에 무게를 더한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 5개 도시 거주 여성 4498명과 그 자녀들을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이주시켜 15년 후 한 조사에서 잘 정착해 사는 여성들의 신체 건강이 나아졌고 비만도도 훨씬 낮았다. 인간이 살고 있는 스트레스 뭉치의 환경을 ‘상어가 살고 있는 물속’으로 표현한 저자는 이렇게 말을 맺는다. “살찐 사람을 의지력 약하고 게으르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체중 증가의 주요인인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물속의 위험한 상어를 피하든지 힘을 합쳐 제거하자는 말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아직도 못 믿을 원산지 표시

    수입 가격을 부풀려 신고한 뒤 부당하게 보험급여를 챙기고, 인기가 많은 중국산 셀카봉 등을 국산으로 속여 판매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관세청은 4일 성인용 보행기와 지팡이 등 노인복지용구 수입 업체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여 수입 가격을 허위로 부풀려 43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7개 업체를 적발했다. 이 업체들은 8만 3000여점의 용품을 수입하면서 실제 가격보다 139% 높게 세관에 신고한 후 허위 수입신고자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해 보험급여 43억원을 받아내는 등 장기요양보험 재정에 손실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단속은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청에 따라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이뤄졌다. 적발된 부당 이득금은 환수 조치된다. 관세청은 정부기관과 공조해 정부지원금이 투입되는 분야에 대해 감시 및 기획 단속을 실시하는 등 국가 재정 부정 수급 관행을 척결하고 비리 업체를 퇴출시킬 방침이다. 앞서 서울본부세관은 최근 수요가 많은 폐쇄회로(CC)TV와 셀카봉, 유아용품 등에 대한 원산지 표시 단속을 벌여 18개 업체 107억원 상당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원산지를 알아보기 어렵게 표기한 부적정 표시가 60%를 차지했고 원산지를 허위로 표기한 거짓 표시(27%),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미표시(10%) 제품도 많았다. CCTV는 중국산 주요 부품을 사용했으면서도 국산으로 거짓 표시하고 방송 광고 등을 해 대량 판매한 것으로 확인돼 소비자 주의가 요구됐다. 아동용 인형은 중국과 미국 등 2개의 원산지가 표기돼 소비자를 오인케 했고, 셀카봉은 대부분이 중국산임에도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채 판매됐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사설] 국회 민생 살리기 현안 해 넘길 생각 말라

    국회는 그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한 데 이어 어제부터 민생 법안과 쟁점 현안을 심의하기 위해 상임위들을 가동했다. 그러나 여야가 당략을 앞세워 동상이몽의 ‘입법 전쟁’을 벌일 기미가 보여 사뭇 걱정스럽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 등에 집중해야”, “사자방 국정감사 결론 없이 연말 못 보내”라는 등 서로 억양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는 국민이 절실히 원하는 법안부터 처리하는 합리적 자세를 견지하기 바란다. 정기국회에 계류 중인 안건은 산더미다. 공무원연금·공기업·규제개혁 등 이른바 3대 개혁안은 물론 경제 활성화와 관피아 척결 등을 겨냥한 민생개혁 법안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상임위별 법안 심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형편이다.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하기까지 국회가 몇 달간 공전한 데다 한 달 이상 끈 예산 공방 탓이다. 9일 정기국회 폐회일까지 남은 닷새 동안 수백 개의 법안을 심사해 처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응당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개혁법안 모두를 연내에 처리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임시국회를 열더라도 절충과 타협이란 대의정치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여든 야든 다수결 원칙에 따른 표결 대신에 법안의 합의 처리를 요구하는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 여야, 특히 야권은 그러지 못할 경우 국회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증폭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각종 개혁 입법과 민생 현안을 먼저 처리하는 등 입법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다수 국민과 눈높이를 맞춰야 할 이유다. 무엇보다 디플레 우려까지 제기되는 등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벌써 엄동설한임을 직시하기 바란다.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을 최우선 심의하란 얘기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육성해 양극화 해소와 사회적 낙오자의 자활을 돕기 위해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사회적경제기본법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개혁 법안을 다른 쟁점 현안과 연계하는 구태를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법의 연내 처리에 ‘올인’하는 경위는 십분 이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내 처리를 강조했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전현직 관료 집단이나 교사·군인 등 이해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을 고려하면 각급 선거 캠페인 국면에 들어가기 전에 처리해야 할 시급한 과제임은 틀림없지 않은가. 그렇다 하더라도 여당이 이른바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국정조사나 최근 불거진 ‘비선 의혹’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야당과의 빅딜에 매달리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사자방이든 비선 의혹이든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의 추이를 보며 필요할 때 하면 될 일이 아닌가. 공무원 표를 의식해 연금 개혁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정당은 다수 국민의 지탄을 받게 해야 한다.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이해충돌방지법) 처리에도 꼼수가 끼어들어선 안 될 것이다. 이 법의 적용 대상에 언론사 기자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니 하는 얘기다. 법리상 맞느냐를 따지자는 게 아니라 정치권이 내키지 않는 김영란법 처리를 무산시키려는 방편이 아니어야 한다는 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민생을 살리려면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각종 개혁 입법들과 경제 활성화 법안들만큼은 반드시 연내에 매듭짓기를 당부한다.
  • 마오처럼 ‘新하방’ 펴는 시진핑

    중국 당국이 주요 방송과 영화계 종사자들을 일정 기간 시골로 내려보내 인민의 생활을 체험하면서 정신을 개조하도록 하는 일명 ‘신(新)하방(下放·지식인을 노동 현장으로 보냄)운동’을 실시한다. 관영 신화통신은 2일 언론·미디어 총괄부처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영화와 방송에 종사하는 감독, 작가, 연기자, 아나운서 등 문화예술계 주요 인력들을 상대로 기층(基層) 체험 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당국은 분기마다 영화 관계자들을 농촌, 탄광 등 오지로 내려보내고 매년 중앙과 지역 방송사 아나운서 100여명을 선발해 소수민족 거주지나 변방, 공산당 혁명 성지가 있는 곳으로 파견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또한 매년 각각 5개의 중점 영화와 특별드라마를 선정해 관련 제작자들에게 농촌 체험 생활을 시킬 계획이다. 교육기간은 최소 연 30일 이상이다. 신화통신은 이 같은 ‘신하방운동’이 “예술인들에게 예술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갖고 대작을 더 많이 창조하도록 도와주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권력 집중을 위한 반부패 캠페인에서 자신을 반대하는 비판 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이 같은 운동을 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이 지식인들을 하방시켜 반대 여론을 잠재운 것과 같은 수법이라는 것이다. 홍콩시립대학 조지프 쳉 교수는 “과거 마오의 하방운동이 지식인만을 겨냥했다면 이번에는 훨씬 광범위한 사람들이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열린세상] 집권 2년차의 빛과 그림자/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열린세상] 집권 2년차의 빛과 그림자/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박근혜 정부의 집권 2년차인 올해도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현 정부의 집권 2년차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정부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외생적 변수에 의해 국가 재앙 수준의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정치 실종, 국회 마비’를 초래하면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어렵게 했다.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로 풀지 못하면서 국정은 장기간 표류했다. 둘째, 대통령 어젠다의 과잉으로 극도의 피로감이 쌓였다. 박 대통령은 올해 벽두 ‘통일 대박론’을 시작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국가 개조→ 규제 개혁과 관피아 척결→공무원연금 개혁 등 너무나 많은 대형 국가 어젠다를 쏟아냈다.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의 진정성과 집중력이 사라졌다. 셋째, 여당에 비주류 지도 체제가 등장했다. 역대 정부에서는 집권 초기 대통령 친위 세력이 집권당의 주류를 차지하면서 일사불란한 당·청 관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올해 7월 비박의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등장하면서 당·청 간에 긴장적 협력관계가 구축됐다. 급기야 박 대통령이 ‘개헌은 경제 블랙홀’이라며 논의 자제를 당부했음에도 김 대표가 해외에서 “정기 국회 이후 봇물이 터질 것”이라면서 ‘개헌 불가피론‘을 제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고 대통령의 권위는 크게 흔들리면서 대통령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더 심각한 것은 집권한 지 2년이 다가오는데 이렇다 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집권 2년차의 부족함을 극복해 정부가 약속한 “국민이 행복한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인식과 행동에서 담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현 상황을 국정 운영의 큰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수평적 당·청 관계를 목청껏 외쳤던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 경고 한마디에 바짝 엎드려 “대통령과 싸우지 않겠다”고 백기 투항하고 야당은 여전히 무기력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청와대로 하여금 마치 ‘대통령 천하 시대’가 온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착각은 위기를 위기로 깨닫지 못하게 하는 암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세월호 정국 이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40% 중반대에서 고착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가 ‘잘한다’는 긍정 평가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만약 ‘초이 노믹스’로 불리는 현 정부의 경제 활성화 대책이 내년 상반기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그동안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는 ‘새정치연합’이 주는 반사이익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둘째, 대통령이 ‘정치 정상화’에 몰입해야 한다. 그 핵심은 통치에서 정치로, 불통에서 소통으로, 밀실에서 투명으로, 힘에서 권위로, 밀어붙이기에서 설득으로 국정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더불어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킬 필요가 있다. 경제 활성화 대책, 공무원연금 개혁,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한 재원 조달, 남북한 관계 개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의제를 갖고 야당 대표와 수시로 만나 대화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통해 극단과 배제의 정치를 통합과 포용의 정치로 바꾸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어젠다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고 기존 어젠다 중 우선순위를 정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3당(민정-민주-공화) 합당’,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와 전두환·노태우 구속’,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 회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정사회 구축’ 모두 집권 3년차 때 나온 것이다. 대통령의 독단과 독선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막고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제기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어젠다들은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제기돼 진정성을 의심받고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실패를 막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기적적으로 구했던 것과 같이 박 대통령은 위기 속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집권 2년차 때 겪은 시행착오와 위기를 집권 3년차에 긍정의 에너지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 [기업 가치경영 특집] 교통안전공단-일류 교통전문기관 위해 부패척결 선언

    [기업 가치경영 특집] 교통안전공단-일류 교통전문기관 위해 부패척결 선언

    교통안전공단은 세계최고의 교통안전 전문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가치로 ‘청렴’을 내세우고 있다. 202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5천만 안심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청렴한 내부 조직문화 형성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우선 공단 내부 업무포털을 활용, 누구나 쉽게 비위행위 등에 대해 제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철저한 신고자의 신분보호를 위해 신고자의 기본 정보가 정보시스템에 아예 저장되지 않도록 했다. 금품 수수나 비위행위 등 조사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별도 조직인 ‘청렴감찰팀’에서 조사하고, 결과는 전 직원에게 게시판으로 공지된다. 업무개선이나 고충처리 사항은 해당 업무 담당 부서장에게 개선을 요청하거나 이사장에게 제언해 업무에 적극 반영하도록 했다. ‘부패위험 조기경고시스템’은 부패 위험에 노출된 직원에게 사전 경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다른 직원이 익명으로 해당 직원에게 문자와 메일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경고 메시지는 공단 ‘클린 서포터즈’ 명의로 발송된다. 또 청탁등록시스템을 통해 인사나 업무처리에 대한 청탁을 받은 임직원이 청탁내용을 시스템에 자율적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임직원이 청탁내용을 시스템에 등록하면 청탁 거부로 간주된다. 청탁을 한 사람이 내부직원일 경우에는 공단 규정에 따라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고, 외부 사람인 경우 소속기관에 내용을 통지한다.
  • [사설] ‘김영란법’ 어떤 형태로든 시행돼야 한다

    방위산업 비리 혐의로 구속된 김모 전 해군 대령의 공소장을 보면 부패의 몰골이 얼마나 추한지 거듭 깨닫게 된다. 미국 방위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소해함 부품을 도입한 최모 전 해군 중령의 경우 범죄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뇌물을 매월 한 번씩 39개월간 쪼개 받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계좌 추적을 피하려 해사 동기생 부인과 아들의 통장을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사 선후배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며 비리 커넥션을 형성한 정황도 밝혀졌다. 관피아(관료+마피아), 군피아(군인+마피아)의 이런 전형적 부패상은 제정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논의에 적지 않은 함의를 던져 준다. 제아무리 법을 촘촘하게 만든다 한들 범의(犯意)를 지니고 있는 한 얼마든 빠져나갈 구멍이 있으며, 따라서 법을 시행하는 데 규정 못지않게 실효성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엄격한 법규로 인해 사문화(死文化)돼서도 안 되고, 반대로 너무 조항이 느슨해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돼서도 안 되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그제 김영란법 검토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불거진 법 조항 후퇴 논란은 바로 이런 법의 엄중성과 실현성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운다. 권익위는 보고서를 통해 김영란법 원안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법 적용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일부 완화를 주장했다. 대체 어떤 행위까지를 부정청탁으로 볼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법 적용 대상 또한 지나치게 넓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취업 제한도 너무 엄격해 원안대로 하면 국무총리의 자녀는 아예 국내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시민사회 진영은 사안별로 이런저런 예외를 두는 것이야말로 김영란법을 빈껍데기로 만드는 것이라며 권익위의 수정 의견에 극력 반발하고 있다. 시행도 해보기 전에 이런 식으로 후퇴한다면 관피아 척결과 부패 청산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여야는 김영란법 제정을 늦출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안 될 말이다. 김영란법 원안을 고수하자는 의견과 실천 가능하도록 조정하자는 의견은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이견은 법 시행 후 얼마든 수정·보완할 수 있는 문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법의 내용보다 타이밍이다. 공직사회 부패 척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응축된 현 시점에서조차 김영란법을 제정하지 못한다면 세월호 이후를 향한 개혁의 동력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반년이 됐는데도 지금껏 절충점을 찾지 못한 여야가 한심하다. 여야는 올해 안에 김영란법을 제정한 뒤 내년 상반기 중 보완 입법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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