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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가 불안하다

    학교가 불안하다

    학생 보호를 위해 일선 학교에서 일하는 60대 ‘배움터 지킴이’가 지적장애인 여고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잇단 성추행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는 고려대에서는 지난 6월에도 교수 성추행 사건이 있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정부가 ‘4대 악’의 하나인 성범죄 척결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교육기관에서 성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홍창)는 서울의 모 고등학교 배움터 지킴이 정모(61)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 3월 학교 경비실에서 지적장애 2급인 여학생에게 “방학 때 잘 지냈냐, 한번 안아 보자”며 신체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2010년부터 이 학교에서 일을 하면서 이 여학생을 8차례에 걸쳐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안팎을 순찰하며 학교 폭력 예방 활동 등을 하는 배움터 지킴이는 전국에 약 8000명이 활동 중이다. 지난해 7월 경남 창원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배움터 지킴이가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고려대에서는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해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고려대에 따르면 지난 6월 보건과학대 소속의 한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의혹이 제기됐다고 재단 이사회에 보고됐다. 해당 교수는 진로 상담을 하면서 여학생의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한 혐의와 학생의 장학금 등을 부당하게 집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이 대학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5월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 발각돼 수사를 받은 뒤 사직했고, 지난달 31일에는 한 남학생이 2년간 여학생 19명의 신체부위를 몰래 동영상으로 촬영해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이 대학은 필요한 징계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아 성추행 교수에게 억대 배상금까지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1부(부장 정찬근)는 성추행을 저질러 재임용을 거부당한 곽모(45)씨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면직처분을 무효로 하고 곽씨에게 1억 5143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7년 임용된 곽씨는 2010년 5월 대학원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2002년 6119건에서 지난해 1만 9458건으로 10년새 3배 이상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교육기관에서의 성범죄의 경우 갑(甲)역할을 하는 교수 등에게 학생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할 수 있는 만큼 감시체계나 예방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제도적 권력이나 지위상의 이점을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성범죄 행위 자체가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커진다”면서 “사건이 외부로 알려져도 이를 수습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심리도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성범죄의 경우 암수범죄(暗數犯罪·공식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범죄)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아 지금보다 더 많은 범죄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교수와 조교, 대학과 학생의 권력관계에서 합의에 의해 사건이 덮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성범죄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를 해도 유야무야될 수 없는 범죄가 될 만큼 인식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사설] 부패공화국 오명 씻는 ‘김영란 법’ 되도록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해 새달 초 국회로 넘겨질 것이라고 한다. 제정을 추진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이름을 따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법이다. 입법예고 당시만 해도 기존 법률로 처벌이 어려웠던 공직 비리의 범위를 넓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처벌 의지의 후퇴 논란을 빚으며 실효성이 낮아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법안을 처리해야 할 입법부 일각에서 과도한 처벌이라는 목소리가 또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다. 여야가 법안 심의 과정에서 당초 취지를 약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여망을 좇아 실질적 공직 비리 척결법이 될 수 있도록 보완하기 바란다. 논란의 핵심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의 처벌이었다. 정부 최종안은 국무총리가 중재에 나서는 우여곡절 끝에 대가성이 없더라도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되거나 자신의 지위·직책의 영향력을 통해 금품을 챙긴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 등을 수수했을 때는 받은 돈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형법의 한계를 보완한 것이다. 실효성 논란은 있지만, 정부안이 국회에서 원안대로만 통과된다고 해도 공직사회의 청렴의식을 끌어올리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이다. ‘김영란법’은 행정기관은 물론 입법기관인 국회에도 적용된다. 지역구 유권자의 온갖 청탁에 시달리는 것이 국회의원의 현실인 만큼 법 시행이 걱정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행정 공무원이든, 국회의원이든 공직자 보호법으로 이 법이 갖는 기능에 주목해야 한다. 법안은 공직자의 청렴한 공직 수행을 방해하는 청탁이나 알선 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해당사자의 부정한 청탁을 방지하면서 공직자 스스로 외부 청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국회는 이런 법 정신을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법에 대한 국민의 잠재적 기대는 여전히 식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선거판에서 설렁탕 한 그릇을 얻어 먹은 민간인에게는 그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물리는 나라에서 공직자가 부정한 돈을 받았다면 당연히 100배 이상을 토해 내게 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국민정서일 것이다. 역대 국세청장 18명 가운데 각종 비리로 사법처리되거나 불명예 퇴진한 사람이 8명이나 된다는 뉴스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汚名)을 후손들에게까지 물려주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 국회의원들의 손에 달렸다.
  • [주말 인사이드] 부정청탁 금지 ‘김영란 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주말 인사이드] 부정청탁 금지 ‘김영란 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

    ①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모든 공직자는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형사처벌한다. ②모든 금품수수 행위는 수수액의 5배 이하 과태료를 문다. 단 직무와 관련 있거나 사실상 영향력을 통한 수수는 대가와 관련이 없더라도 형사처벌할 수 있다. ①번과 ②번 사이에서 차이점이 느껴지십니까. ①번을 보면, ‘모든’과 ‘형사처벌’의 조합이 굉장히 강력해 보이죠. ②번에서는 형사처벌이 과태료로 수위가 떨어졌습니다. 형사처벌 대상은 일부로 제한됐고요. 얼마 전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다룬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얘기입니다. 지난해 8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면서 내놓은 법안인데요. ①번이 원안이었는데, ‘과잉 처벌’ 논란이 일면서 입법 작업이 1년 가까이 지체됐습니다. 결국 최근 총리 중재안으로 ②번을 채택했죠. ‘다소 낮아진 수위’를 두고 누더기 법안이 됐네, 의지가 후퇴했네 등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일까요? 실제로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부정부패 척결 시늉만 낸 것처럼 말하지만, 공직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면서 바들바들 떨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체감도가 다른 걸까요. 대체 이 법안의 진실은 무엇이고 어떤 오해가 있는지, 낱낱이 파헤쳐 봅니다. 자, 먼저 용어 설명부터 해보겠습니다. 법안 이름에 있는 ‘부정청탁’은 언뜻 알겠습니다. 공직자가 불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도록 ‘옆구리 찌르는’ 것이죠. 그런데 ‘이해충돌’은 감이 잘 안 옵니다. 이게 미국 공직자 윤리법에 있는, ‘컨플릭트 오브 인터레스츠’(Conflict of Interests)를 그대로 해석한 것이라 어색하죠. 공직자가 자신의 사적 이익이나 관계를 이용해서 공정하고 청렴한 업무 수행을 못하게 되는 상황을 일컫습니다. 어떤 행동으로써 공직자 자신이나 가족, 친지가 이득이나 혜택을 봤다면 ‘이해충돌’에 속하는 겁니다. 권익위가 내놓은 이 법안은 총 6장 35조로 구성돼 있습니다. 2장이 ‘부정청탁의 금지 등’(3개 조)에 관한 것이고, 3장은 ‘금품 등의 수수 금지 등’(4개 조)을 내용으로 합니다. 4장이 ‘이해충돌’을 다루는데, 15조부터 24조까지 무려 10개 조항이 담겼습니다. 그런데 왜 ‘금품 수수’에 관한 것만 언론에 부각됐을까요. 금품 수수에 대한 처벌 조항에 ‘3년 이하 징역’ 같은 꽤 센 내용이 있기 때문이죠. 그동안 공무원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모두 인정된 경우에만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했습니다. 권익위는 예외 없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수수 금품 5배 이하 벌금’에 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무원 상당수가 반대하고 나섰죠. “애가 아파 수술할 지경에 놓였는데 절친한 지인이 병원비에 보태라면서 200만원을 주었다면 징역을 살아야 하나”라는 논리였습니다. 법무부의 논리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입법을 할 때 고려해야 하는 ‘과잉금지 원칙’입니다. 양쪽 의견을 절충해 결국 총리 중재안이 나온 것이죠. 과연 대법원 대법관까지 거친 김 전 위원장이 이것을 고려하지 않았을까요. 권익위 관계자들은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합니다. “우선 강력한 내용으로 밀어붙인 뒤에 접점을 찾아나가자. 어느 정도 물러서도 애초에 원하는 만큼을 얻을 수 있다.” 권익위에서는 “후퇴 논란은 억울하다”고 울상이지만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 사회부처 고위 공무원은 이 법을 두고 “부패의 사슬을 끊는 것과 더불어 공무원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평가하기도 하니까요. ‘금품수수’에 앞서 명시된 조항이 ‘부정청탁’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김 전 위원장의 법 제정의 의도에는 공직자가 청탁을 거절하고 싶을 때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있습니다. 한 사회부처 사무관은 3만원짜리 화장품 세트를 받은 경험을 들면서 “껄끄러운 청탁을 거부할 이유가 생겼다”면서 반색합니다. 대부분 공직자가 이 부분에서는 같은 반응입니다. 한편 우리 국민도 이 조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아시나요. 공직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청탁을 했다가 딱 걸리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국민에게는 ‘공직자의 청렴하고 투명한 직무수행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책무가 있으니까요. 금품수수와 부정청탁 모두 중요하지만, 이해충돌 분야야말로 이 법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자행됐던 공직사회의 모든 부정부패 항목이 이 부분에서 거론됩니다. 공직자윤리법과 전관예우금지법에는 퇴직자 취업제한과 국가기관 사건수임 금지 조항이 있죠.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안 퇴직 전에 맡았던 업무나 기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인데요. 이해충돌 방지법에는 그 반대되는 상황을 언급합니다. 아무래도 업무를 할 때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이권 개입 여지가 농후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한 경제부처 공직자는 규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개방형직위라는 것이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만든 자리인데 전문가의 공직 임용에 제한을 두면 되겠느냐”고 의문을 드러냅니다. 이 규정에 단서 조항이 있긴 합니다. ‘국가의 안보·경제 등 공익증진 또는 민간부문의 전문성 활용 등을 이유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허용된 경우’입니다. 조금 애매하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해충돌 부문에서 열쇠말과 같은 것이 바로 ‘채용’과 ‘계약’입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공공기관에서는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대놓고 가족을 채용하거나, 가족이 있는 사업체가 공공기관 공사 계약을 따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거죠. 이렇게 대놓고 이익을 챙길 수 있냐고요? 공직자들에게 물어보면 실제 사례가 속출합니다. 한 지자체 의회 의장은 자신이 운영하던 A사업체의 대표 자리를 부인에게 넘겨 놓고는 지역 건설공사를 A사가 수주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외압을 넣는가 하면, 다른 지자체 고위직은 자신의 자녀를 채용하기 위해 채용 공고부터 절차까지 자녀에게 유리하게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그 자녀는 많은 이들이 꿈꾸던 7급 공무원이 됐고, 지금도 잘 근무하고 있다죠. 이 법이 제정되면 이런 공직자는 앞으로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합니다. 이렇게 ‘김영란법’은 예상 가능한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대해 다루고 처벌 조항을 덧붙여 놓았습니다. 과태료 처벌이 공무원들에게 얼마나 심리적 부담감을 주는지 궁금하시죠? 안전행정부는 “과태료를 물게 되면 일단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면서 “여기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으면 향후 승진과 승급에 지장을 받는 등 여러 불이익이 뒤따라 공무원에게는 치명적”이라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홍보 부족입니다. ‘금품 수수 시 처벌’만 조명하고 있어 실제 법안의 내용과 수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충남 지역 지자체의 한 공무원은 “친족이 같은 지역에서 사업하는 공무원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하느냐”고까지 묻습니다. 안행부 관계자는 “법 체계상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형법 등에 이 법안까지 얹혀 과잉입법 논란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영란법’에서 법 조항이 충돌할 경우 더 강력한 처벌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옥상옥’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겁니다. 이 법안은 다음 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금품수수 외에 다른 조항이 삭제되거나 처벌 수위가 조정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위클리 포커스] 교황이여, 굽어살피소서 민주화 목마른 중남미를

    [위클리 포커스] 교황이여, 굽어살피소서 민주화 목마른 중남미를

    로마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중남미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축제인 세계청년대회(WYD) 참석차 22일 브라질을 방문했다. 2012년 말 현재 1억 6478만 명의 신자를 지닌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교황이 지난 3월 즉위한 이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국제 행사다. 특히 교황은 최근 잇따른 반정부 시위 등으로 ‘열린 민주화’에 목마른 중남미 국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여 전 세계가 교황의 방문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 파라과이, 칠레 등 중남미 곳곳에서는 정치권의 부정부패 척결과 공공서비스 개선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계속되는 시위에도 대답 없는 정부에 지친 중남미 국민들은 빈민층에 대한 관심과 소탈한 태도로 대중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해 온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교황은 이번 브라질 방문시 신자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소통하기 위해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교황 공용차 대신 지붕이 없는 무개 차량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교황청이 브라질 전역을 휩쓴 시위가 교황이나 가톨릭 교회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정부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잇따른 반정부 시위로 치안이 불안한 상황에서 교황의 방문에 맞춰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만 2000여명의 병력을 요소에 배치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의 폐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가톨릭계 소식을 알려온 교황청은 이번 대회에서 신자는 물론 일반인들과 파격적인 소통에 나선다. 교황청은 TV, 라디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이번 대회를 시청하거나 교황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하는 신자들에게 죄로 인해 받아야 할 벌을 모두 사면받는 전대사(全大赦)를 베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1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아파레시다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100만여명의 청년들과 함께 ‘십자가의 길’ 행사를 하는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교황은 과라치바 지역에 마련된 캄푸스 피데이에서 청년들과 함께 밤샘 기도를 한 뒤 28일 폐막 미사를 주례하고 로마로 떠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용어 클릭] ■세계청년대회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젊은이들의 신앙을 독려하기 위해 1984년과 1985년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세계 각국의 젊은이를 초대한 일이 시초가 됐다. 1회 대회는 1986년 로마에서 열렸으며, 이후 2~3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 10억 받은 김광준 징역 7년형

    10억 받은 김광준 징역 7년형

    10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광준(52) 전 검사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이정석)는 9일 김 전 검사에게 징역 7년과 추징금 3억 8000여만원, 벌금 4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검사는 검찰 핵심간부로서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며 검찰생활의 대부분을 비리척결에 힘쓰는 특별수사 부서에 있었다”면서 “언제든지 직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대기업 총수의 일가 등과 교우하며 거액의 금품과 향응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아 수사기관의 공정성과 신뢰를 현저히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범죄를 교묘하게 은폐하려 시도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청탁에 따라 부정한 업무집행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 안 됐고, 재판 도중 병으로 부인을 잃는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했다”고 판시했다.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받은 유경선(58) 유진그룹 회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유죄라는 의심은 있지만 김 전 검사가 유 회장으로부터 5억 4000만원을 빌렸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같은 혐의를 받은 유순태 EM미디어 대표와 중소기업 대표 이모씨에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검사는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유 회장 형제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 측근 강모씨 등에게 내사·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총 10억여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6월 17일 결심공판에서 김 전 검사에게는 징역 12년 6개월, 유 회장에게는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서울광장] 본질 잊은 프레임 정치/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본질 잊은 프레임 정치/박현갑 논설위원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대통령기록물을 최소 30년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입법정신을 정치권이 망치고 있다. 여당은 이참에 야당이 ‘안보불감증 정당’임을 각인시켜 내년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속셈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참여정부가 NLL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재확인받겠다고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 규명을 후순위로 돌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문제는 여야가 으르렁대는 사이 민생이 수렁으로만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는 지난 3월 말 현재 961조여원으로 10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가계빚 증가세가 둔화되었다고 하지만 은퇴 선상에 있거나 빚 상환 가능성이 낮은 50세 이상의 가계 대출비중이 높아졌다. 3곳 이상의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전체 가계 대출자의 30.8%를 차지한다. 그러는 사이 ‘하우스푸어’는 늘어만 가고 주택가격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대출금액을 밑도는 이른바 ‘깡통주택’도 확산일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논란은 지난 대선 때 제기돼 일단락된 사안이다. 그 당시는 그나마 NLL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으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정권이 바뀐 시점에서 여전히 이 문제로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는 것은 여야가 세상을 보는 틀, 프레임이 달라서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이나 표심을 자극하는 방안으로 프레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프레임은 국민의 공감을 살 때 빛을 발한다. 역대 선거를 보면 드러난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은 경제와 능력을 내세운 프레임으로 이명박 후보를 포장했다. 대통합민주당은 BBK문제가 걸린 이 후보를 겨냥한 도덕성 프레임으로 맞불을 놨다. 결과는 이 후보 당선이었다. 당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에서도 경제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를 극복할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에 대한 관심이 이 후보 당선으로 이어졌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북풍’과 ‘노풍’이 충돌했다. 여당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국가안보를 강조함으로써 보수층 결집을 노렸으나 ‘무능 정권 심판론’을 내건 야당이 승리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정희 대 노무현’, ‘1 대 99’, ‘국정실패 세력 대 국가발전 세력’의 프레임이 혼전 양상을 보였다. 미래를 강조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여당의 프레임이 효과를 봤다. 공감 받지 못한 프레임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8 ·15일 경축사를 통해 공정사회 프레임을 제시했다. 하지만 후속 인사에서 이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미국의 경우 부시 행정부 시절, 이라크 전쟁을 ‘테러와의 전쟁’으로 규정하며 대량살상무기 척결을 전 세계에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 깨어 있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프레임의 결과가 던지는 교훈을 새길 줄 알아야 한다. 막상막하로 결론이 난 지난 대선은 승자든 패자든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NLL 논란도 마찬가지다. 절반 이상의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사를 뒤져보더라도 최고기밀인 정상 간 대화록을 까발리는 일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정치권이 이번 NLL 공방에서 거둘 실익은 없다. 국가기록원의 대화록 원본을 열람했다 하더라도 논쟁의 종식이 아니라 재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의 정치 혐오주의는 확산될 것이고, 다음 선거는 NLL 공방으로 국민 스트레스 지수 올리기에 앞장선 정치인을 국회에서 걸러내자는 목소리로 가득찰지도 모른다. 정치권은 국가기록원의 대화록 원문만 열람하고 그 이상은 하지 않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지금 중요한 것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차단할 제도 개혁과 민생 챙기기이다. eagleduo@seoul.co.kr
  • [오늘의 눈] 변양걸 포도대장과 이성한 경찰청장/하종훈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변양걸 포도대장과 이성한 경찰청장/하종훈 사회부 기자

    변양걸(1546~1610) 포도대장은 선조 37년(1604년) 조선 최대의 권력형 스캔들이었던 ‘유희서 살인 사건’을 계기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당시 선조의 큰아들인 임해군은 관료인 유희서의 첩과 간통하고 이에 저항하는 유희서를 살해했다. 변양걸은 조정의 온갖 압력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수사로 이 치정극의 주범이 임해군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아들을 보호하려는 선조에 맞서다가 곤장을 맞고 귀양 간다. 변양걸의 강단과 기개는 당시 실록을 기록한 사관(史官)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현대의 포도대장 격인 이성한 경찰청장이 6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이 청장은 취임과 동시에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축소·은폐 의혹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고위층 성 접대 로비 의혹 등 굵직굵직한 현안과 맞닥뜨렸다. 특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 접대 의혹 사건은 이제 수사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하지만 검찰은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 차례 반려했고, 성 접대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체포영장도 기각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미 ‘김샜다’는 말이 나온다. 김 전 차관을 소환하지 못해 ‘법 앞의 평등’이 요원하다는 비판적인 여론 외에도 검찰 앞에서는 여전히 무기력하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경찰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이를 대하는 총수의 태도다. 이 청장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에서 반려한 김 전 차관의 체포영장을 경찰이 재신청하지 않은 이유를 “기관 간 다툼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사건의 진실 규명과 원칙보다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라는 변수가 우선적으로 고려됐음을 시인하는 말이다. 경찰 스스로 수사의 한계를 자인한 셈으로, 눈치보기 수사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 청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축소·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현재 재판 중인 사안으로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국민 사과를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경찰은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4대 사회악’(성폭력·가정폭력· 학교폭력·불량식품) 척결과 관련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4대악 척결에 우선 순위를 둔 만큼 검거율이 올라간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이 청장은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뒤늦게 검거 건수 등 숫자에 치중한 보여주기식 홍보를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국민 눈높이에서 일하겠다고 다짐한 이 청장이 대통령의 눈높이에서 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여전히 갖고 있다. 현대의 사관들은 이를 400여년 전의 변양걸과 비교해 어떻게 기록할까. 이는 앞으로 이 청장의 몫이다. artg@seoul.co.kr
  • [사설] 용두사미 ‘김영란법’, 공직부패 척결 되겠나

    공직 사회의 부패를 척결하겠다며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김영란법’이 실효성은 사라지고 상징성만 남는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취지가 크게 훼손된 법안이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주창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대가성 없이 소액의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받은 것만으로도 형사처벌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하지만 법무부를 거치며 형사처벌 조항이 사라지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쪽으로 멀찌감치 후퇴한 것이다. 정부는 법을 어기면 과태료에 그치지 않고 소속 부처 및 기관 징계위원회 회부를 의무화했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법안은 처벌에 중점을 둔 게 아니라 오히려 관용의 여지를 넓혀 놓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공직자가 박봉에 시달린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우도 좋아지고 직업적 안정성은 더욱 높아져 우리 사회에서 가장 선망받는 직종으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공직 사회에 ‘김영란법’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법안이 글자 그대로 용두사미가 된 것은 법무부가 공직자가 연관된 일체의 금품수수에 대해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직자의 부패로 말미암은 국민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기관이 권익위다. 이런 기관이 앞장서서 입법을 추진한 것은 그야말로 충격 요법이 아니고는 부패를 막을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의 결과라는 사실을 법무부는 알아야 한다. 법안의 후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각계에서 원안 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진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영란법’의 후퇴는 공직 사회의 부패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의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직 사회의 각종 부패 양상을 특단의 조치 없이도 정화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한 정부의 인식은 더욱 걱정스럽다. 이제라도 정부는 법안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손질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정부안은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2건의 부정청탁 금지 법안과 경쟁해야 한다. 의원 입법인 이 법안들은 정부안보다 강력한 부패 척결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안이 당초 기대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칠 경우 공직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더욱 추락할 것이다.
  • [길섶에서] 잡초 제거/문소영 논설위원

    봄 가뭄이 들면 5월 중에도 잡초가 적다. 그러다 비라도 한번 오고 나면 벌판이 온통 새파랗다. 잡초는 뿌리를 채 내리기 전에 뽑아야 한다. 뿌리를 내리면 호미를 들어도 뿌리째 뽑아내기가 어려워 엉덩방아를 찧는 일도 있다. 그럴 땐 낫이나 가위로 싹둑 잘라줘야 한다. 유기농법을 사용하는 농부들은 ‘태평농법’이라고 해서 잡초를 적당히 남겨둬 채소들이 서로 경쟁하게 하기도 한다. 채소의 영양가와 맛이 높아진단다. 하지만, 잡초는 6~7월 장마 전에 제거하지 않으면 하루가 다르게 자라 농사를 망친다. 잡초 제거의 최적기는 비가 온 뒤. 땅이 질척해 손발을 더럽힐 각오를 해야 한다. 큰 키의 잡초를 뽑고 나면, 중키의 잡초가 보이고 그 잡초를 뽑아야 비로소 작은 키의 잡초를 뽑을 기회가 온다. 가장 악질적인 잡초 두 가지가 있다. 그놈들은 잡초 대신 이름을 불러주자. 쇠비름과 바랭이! 텃밭의 잡초를 제거할 때마다 엉뚱하게 부정부패 척결을 떠올린다. 뿌리를 채 내리지 못했을 때, 거악(巨惡)에서 시작해 소악 순으로 지치지 말고 꾸준히 제거해야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공공기관 - 토호 유착 구조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지자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와 지역 토호세력(지역 상공인, 관변 단체, 지역 언론, 지방 관료 등) 간의 유착관계 형성으로 인한 지역 개발이나 권력 독점은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남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8·15 경축사에서 “지역 토착 비리를 척결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이후 사정 당국의 지속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지방 선출직 공직자와 토호세력 간의 비리 고리는 여전하다. 특정인사 봐주기(취업 등), 특혜성 인·허가 남발, 수의계약 독점행위, 복지예산 횡령 등 음성적 토착비리를 둘러싼 잡음이 끓이지 않고 있어서다. 25일 경북의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선출직 공직자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여기에 각종 이권을 노린 지방 토호세력들이 거미줄처럼 조직적으로 결탁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4년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방 선출직들은 선거로 인해 ‘검은 돈’과 ‘청탁’의 유혹에 극히 취약하고, 토호세력들은 ‘뇌물’과 ‘표 몰아주기’ 등으로 각종 이권을 챙기는 등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토호세력은 친목단체 결성을 통해 현 자치단체장 체제 유지에 복합적으로 협력하는 한편으로 이권을 끼리끼리 챙기고 비호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어와 악어새의 공존관계나 다름없다. 토호세력들은 심할 경우 선출직 공직자들을 축출하겠다는 패악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토착비리가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다. 2011년 말에는 지자체장과 토호세력 간의 유착 ‘결정판’이 나왔다. 당시 검찰조사에서 강완묵 전북 임실군수가 2007년 10월 “인사권·공사권을 주겠다”는 각서를 토호세력인 선거 브로커에게 써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지방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인사권을 판다는 ‘검은 거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었다. 경북도 내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방 선출직 공직자와 토호세력이 결탁하면 해결하지 못할 어떤 문제도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면서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갈수록 이들 간의 공생을 위한 결탁이 더욱 공공해지고 청탁과 이권 챙기기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朴대통령 “공공기관도 국민 신뢰 못 받으면 없는 게 낫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공공기관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 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없는 게 나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혀 대대적인 공공기관 개혁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다음 달 초 발표 예정인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과 관련, “이런 차원에서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은 지금 국민들의 큰 관심사인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 문제와 방만한 경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공공기관도 정보공개를 확대해 나가면서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 방향으로 5년 내내 지속할 방안을 만들고, 계속 점검·보완해 가면서 이것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개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국민행복 시대를 열기 위해 과거에 오랫동안 누적돼 온 잘못된 관행들을 국민 입장에서 바로잡는 것인데, 예를 들어 국민안전 관련 각종 비리 척결 등이 이런 차원”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보조금 부정 수급은 단순히 도덕적 해이를 넘어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정말 필요한 분들에게 돌아갈 몫을 가로채는 범죄 행위라고 할 수 있다”면서 “강력한 의지로 부정 수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국 방문과 관련,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양국 공조를 더욱 내실화하고, 북한의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한·중 간의 협력과 공조를 다져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감사원장 “특별감찰관제, 감사원 기능과 중복… 재검토해야”

    양건 감사원장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고위공직자·권력형 비리 척결을 위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특별감찰관제 도입에 대해 “고위직 감찰은 감사원의 기능과 중복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항에 대해 정부 관계자가 부정적 입장을 내비쳐 논란이 됐다.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양 원장은 “전면적 반대는 확대해석”이라며 한 발 물러섰지만 “고위직 비리 감사가 미흡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고위직 비리 감사 강화를 위한 별도의 ‘과’ 신설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국정원을 감사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의에는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사법부 독립이라는 측면에서 감사 실시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소 부품 납품 비리에 대해선 감사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인정한 뒤, “원전 마피아 문제를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서 “이달 말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 합의문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례가 나온 지 20년이 됐는데, 고용노동부가 판결도 무시하면서 수십 건의 체불임금 문제를 쌓아 오다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주무장관으로서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사과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방하남 고용부 장관은 사과 표명 없이 “노사정이 모여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 환수 문제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김덕중 국세청장에게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요구했다. 김 청장은 “개별 사안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면서도 “탈세 혐의가 있다고 분석되면 개별 주체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통상 업무”라고 답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결과] “종북세력 척결” 온라인 여론 조작… 원세훈, 매일 보고받고 지시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결과] “종북세력 척결” 온라인 여론 조작… 원세훈, 매일 보고받고 지시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 지시로 국정원 직원들이 총선, 대선 등 각종 선거에서 야당 후보 낙선을 목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 선동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나 국가안전기획부 시절 횡행했던 ‘공작 정치’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의 선거·정치 개입을 계속 수사하고 있어 선거 공정성을 훼손한 국정원의 불법 행태가 더욱 광범위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선거·정치 개입은 ‘원 전 원장→이종명 전 3차장→민모 전 심리정보국장→사이버 4개 팀 팀장→직원’ 순으로 이뤄졌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심리정보국 산하 사이버 4개 팀을 동원해 선거와 정치에 개입했다. 원 전 원장은 2008년 전국을 들끓게 했던 ‘광우병 촛불 시위’가 종북좌파 세력들의 사이버상 선동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해 2009년 2월 국정원장에 취임한 이후 심리전단을 독립 부서로 만들고 사이버팀을 늘렸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는 4개 팀, 70여명으로 확대했다. 검찰은 “직원들은 각자 맡은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했다”면서 “여직원 김모씨와 김씨가 소속된 팀은 전원 소환 조사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그들이 사용한 아이디를 기준으로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은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 23일에는 “종북세력들이 사이버상에서 국정 폄훼 활동을 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직원들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는 등 매일 오전 브리핑과 회의, ‘지시·강조 말씀’ 등을 통해 심리정보국 전 직원에게 정치 관여, 선거 개입 사이버 활동을 지시하고 결과를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리정보국 직원들은 원 전 원장 지시로 지방선거, 총선 등에도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당 입장을 두둔하고 야당과 그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검찰은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뇌물수수 사건을 언급하며 공격하는 내용의 글 35건, 천안함·4대강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야당을 비판하는 글 등을 발견했다. 검찰은 “선거법 공소시효 완성으로 불법 정치관여죄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국정원 본부에 접속해 특정 후보를 지지, 비방한 게시글 60개를 추가로 파악해 심리정보국 직원인지 다른 부서 직원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서버가 외국에 있는 트위터는 국제 사법 공조를 요청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트위터 계정에 특정 대선 후보 지지·비방 글 320여개가 발견돼 확인하고 있고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게시글이나 트위터가 상당히 발견돼 조사하고 있다”면서 “향후 공소장 내용을 변경해 국정원 직원들의 불법 활동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전 원장 사법 처리로 검찰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의혹은 남는다. 정치·선거 개입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원 전 원장의 ‘윗선’ 여부, 국정원 직원들이 동원한 보조요원(PA) 규모와 활동 등은 베일에 가려 있다. 검찰은 “청와대 지시, 보고 여부는 증거가 없고 보조요원은 수사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검찰은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등 국정원 기밀을 민주당에 유출한 전·현직 직원들을 국정원직원법 및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 김씨 오피스텔 감금 사건은 민주당 당직자 정모씨 등 관련자가 소환에 불응함에 따라 추후 수사 뒤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사설] 심상정의 진보 반성문이 던지는 울림

    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진보 반성문’을 내놓았다. 심 원내대표는 “진보정치는 국민의 기대만큼 준비되지 못했다”면서 “과거의 낡은 사고 틀에 갇혀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지 못했다”고 했다. 나아가 “진보정당은 대기업 정규직 정당이 아니냐는 지적”이 “근거 있는 비판”이라고 시인했다. 또 “이념적 트라우마와 안보 불안을 깊이 주목하지 못했고, 이에 성실히 응답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도 “진보가 항상 옳은가”, “진보는 더 민주적인가”라고 자문하고 “민주주의 운영능력을 갖추지 못해 급기야 패권적 형태를 보이며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고 자인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해 4·11 총선에서 야권단일화 효과 등으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13명을 당선시켰지만, 이후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종북 논쟁’에 휘말리며 추락한 진보세력의 첫 번째 공개적인 자기반성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4~5월 국민은 일부 진보세력들이 그들이 손가락질하던 보수보다 더 비민주적이고 더 부패하거나 타락한 것을 목격했다. 정파적 이익에 사활을 거는 추태가 깨알같이 드러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환멸했다. 이들의 등장을 격려한 1970~1980년대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반(反)민주 척결’을 위해 뛰어다녔던 이른바 운동권 출신의 국민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소속 지역구 2명과 비례대표 8명이 등원할 수 있었던 배경은 우리 사회에도 진보적 가치를 내건 정당의 필요성을 국민이 인정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제도권에 진출한 진보정치세력들은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소외계층을 대변하기보다 등 따뜻한 대기업 정규직을 편드는 편향성을 드러냈고, 사회의 개혁, 복지의 확산, 경제 민주화 등에 힘을 쏟기보다 ‘민족해방’(NL)이니 ‘민중민주’(PD)니 하는 노선투쟁을 하며 사분오열했다. 큰 기대가 무산되니 그 반동으로 정치적 무관심과 불신이 찾아왔다. 지금은 진보세력들이 철저하고 진솔한 자기반성과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이다. 더불어 새누리당과 민주당도 ‘내 눈의 들보’를 들여다보고 자기성찰에 기반을 둔 국민의 뜻이 반영된 정치개혁을 진행해야 한다.
  • 경찰 ‘4대악 전담부대’ 빈수레만 요란했다

    경찰 ‘4대악 전담부대’ 빈수레만 요란했다

    경찰이 ‘4대 사회악’(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을 근절하기 위한 각종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급조한 탓에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4대 사회악 근절 전담부대의 경우 결과물도 부실해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4대 사회악의 근절 성과를 확인하고 표창 및 포상 수여식을 가졌다. 지난 4월 26일 구성된 4대 사회악 전담부대에는 한 달 새 모두 70개의 표창이 수여됐다. 하지만 정작 경찰은 서울에 잠입한 탈주범 이대우를 보름이 넘도록 검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자화자찬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청 소속의 5개 경찰관 기동대와 15개 방범순찰대(방순대)로 이뤄진 4대 사회악 근절 전담부대가 주로 하는 일은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학교 주변의 성폭력 우범 지역을 순찰하는 것이다. 한 기동대원은 “하루 종일 걷기만 하고 어디 앉아 쉬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시민들은 우선 경찰이 보이면 안심할 수 있겠지만 이게 진짜 4대악을 근절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실적 경쟁으로 대원들이 받는 압박도 상당하다. 한 팀장급 대원은 “예방하는 게 목적인데 부대별로 성과를 집계해 비교하다 보니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간 서울청 소속의 4대 사회악 근절 전담부대의 실적을 들여다봐도 ‘4대악 근절’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가정폭력이나 불량식품에 관한 실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성폭력과 학교폭력이 각각 6건, 19건으로 집계됐지만 이마저도 기타 형사범을 포함한 전체 실적(352건)의 10분의1 미만이다. 나머지는 모두 기소중지자, 무면허 운전자, 미등록 오토바이 등을 단속·검거한 실적이다. 기동대원 김재원(가명·32)씨는 “4대악 관련 교육을 받기는 했어도 우리가 하는 일은 무조건 걸어서 돌아다니는 것”이라면서 “갑자기 시행되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4대악 근절이라고 하는 게 결국 민생 안정을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원래 시위 대비 경력인 기동대를 시위가 줄어든 시즌에 4대악 전담부대로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서울 장충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강모(56·여)씨는 “4대악 없앤다면서 콘서트도 하고 전단지도 뿌리던데 이걸로 어떻게 4대악을 없앤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면서 “경찰관이 눈에 자주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범죄가 줄어들고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재 전국에는 4대악 척결을 위한 50개의 4대악 근절 전담부대와 4000여명의 부대원이 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오늘의 눈] 청렴 사회는 올 것인가/오세진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청렴 사회는 올 것인가/오세진 정책뉴스부 기자

    지난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공직박람회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9급 공무원 시험 선택과목에 고교 교과목 일부가 추가되면서 고등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진로 계획엔 없었는데 직접 와서 이야기를 듣고 나니 공무원이 되고 싶다”며 흐뭇해하는 여학생도 만났다. 공직을 향한 학생의 꿈은 순수해 보였다. 하지만 공직 사회는 아직 그렇게 깨끗하지 않다. 여전히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0년 실시한 부패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일반 국민 1400명 중 절반 이상인 54.1%가 공무원이 ‘부패하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생각과 괴리감이 큰 탓일까. 공무원의 금품 수수 및 알선·청탁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굼뜨기만 하다. 지난해 8월 권익위가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입법 예고했지만 아직 국회에 제출하지도 못했다. 김영란법을 국회에 내려면 각 부처 협의가 끝난 뒤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갈 길이 멀다. 그런데 권익위는 김영란법을 놓고 아직까지 법무부와의 합의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최근 협의 과정에서 직무 관련자 등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고치려는 움직임이 드러나자 오히려 논란만 불거졌다. 여론을 의식한 듯 권익위와 법무부는 직무 관련성을 불문한다는 원안 내용으로 돌아가는 대신 처벌 수위를 형사처벌 없이 과태료로 낮추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마저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안 후퇴 논란이 거듭되자 권익위는 진땀을 빼고 있다. 한 관계자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입법 예고 당시 직무 관련성 여부와 상관없이 금품을 받으면 처벌해야 하고, 처벌 근거가 확실하다면 형벌이 아닌 과태료를 부과해도 괜찮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지금도 김영란법 원안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협의가 끝난 것이 아니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우리가 원안대로 하고 싶어도 법무부에서 합의를 안 해 주니 수정안을 내놓는 것 아니냐. 우리도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법무부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상대적으로 편해 보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는 협의 기관일 뿐 김영란법을 발의한 기관은 아니다”라면서 “법안과 관련한 것은 권익위에 물어보라. 직무 관련성을 중시한다, 안 한다는 입장도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했다. 권익위가 법무부와의 합의만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법무부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러니 정부의 부패 척결 의지가 계속 의심을 받는 것이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청와대 업무보고 자리에서 “부정부패로 공직사회 기강이 무너지거나 복지부동으로 정부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5sjin@seoul.co.kr
  • [사설] 원전비리 근절, 한수원 개혁이 관건이다

    정부가 마침내 ‘원전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어제 원전 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원전 비리 척결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시험성적을 위조한 가짜부품을 사용한 원전이 가동 중단되면서 우리는 지금 초유의 전력대란 위기를 맞고 있다. 안전 문제와 직결된 원전 비리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치솟는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대책은 때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정부는 그야말로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원전 산업의 구조적 비리를 뿌리 뽑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원전 비리 대책의 핵심은 원전 공기업 퇴직자의 유관업체 재취업 금지를 확대하고, 민간 시험검증기관의 부품 검사결과를 국책연구기관이 재검증하도록 해 비리의 사슬을 끊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실천이 뒷받침되느냐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천인공노할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자성은커녕 ‘도덕적 말종’ 행태를 이어가는 집단이 건재하는 한 비리는 언제든 또 고개를 든다.원전 비리의 한가운데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해 뒷말을 낳고 있다. 책임을 통감해야 할 한수원은 경영실적과 관계없이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의 200%를 성과급으로 주고 있다고 한다. 한수원이 경영 부실과 잇단 비리 등으로 경영평가 성적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 와중에 ‘내부평가급’일 뿐 신설된 성과급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국민으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은 일이다. 도덕적 해이라는 말을 들어도 항변할 말이 궁할 듯하다. 한수원은 원전 업계의 ‘슈퍼갑’이다. 학맥과 인맥으로 얽힌 그들만의 폐쇄적 구조도 문제다. 서로 허물을 덮어주고 끌어주는 잘못된 문화, 수십년간 이어져온 원전 특유의 닫힌 의식과 관행이 비리의 인큐베이터 구실을 해왔음을 직시하기 바란다.한수원이 환골탈태하지 않고는 원전 비리 근절은 요원하다. 구조적인 납품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품관리시스템을 투명화해야 한다. 나아가 인적 쇄신을 통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외부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작업을 통해 원자력정책을 농단하다시피 해온 ‘원전 마피아의 제국’의 시장독식 구조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 특정 세력이 원전산업 전반을 좌지우지한다면 비리의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외부 감시와 견제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원전 비리 사태로 한국형 원전은 신뢰에 큰 흠집이 났다. 이미 진행 중인 해외원전사업은 물론 향후 수주활동에도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품 공급에서 관리와 운영에 이르기까지 원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보완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 [미주통신] 매춘부 위장 수사에 79세 변호사 등 104명 남성 체포

    [미주통신] 매춘부 위장 수사에 79세 변호사 등 104명 남성 체포

    미국 뉴욕주 낫소 카운티 경찰국이 약 한 달간 매춘부를 위장하여 펼친 함정 수사에 79세의 변호사를 비롯하여 104명의 남성들이 걸려들어 체포되었다고 3일(이하 현지시각) 뉴욕데일리뉴스가 보도했다. 낫소 카운티 경찰국은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24일까지 한 인터넷 사이트에 위장 매춘 광고를 내고 8개의 호텔 방에 잠복 수사를 펼친 끝에 17세 소년에서부터 79세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104명이 매춘을 하려고 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체포된 사람들은 법률회사 직원, 의료계 종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망라하고 있는데 가장 연장자인 변호사 이반 도터(79)의 아내 존(76)은 이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믿어지지 않는 듯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이가 79세인데, 평생 정말 들어보지도 못한 어이없는 일”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체포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이들이 매춘부로 만나러 온 호텔 방에 비밀 카메라를 설치하여 모든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의자들의 변호사들은 이 사건을 공개하는 것은 피의자 가족들의 상처를 생각하지도 않는 행위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낫소 경찰국은 “오히려 이러한 성 매수 행위는 매춘부가 희생자가 될 수도 있는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걸려든 피의자들을 동정하는 여론을 일축했다. 미국에서는 마약 및 총기류 불법 판매 등 모든 범죄 행위를 척결하기 위한 함정수사가 일반화되어 있다. 뉴욕시 경찰국(NYPD)도 지난해 1월 같은 위장 매춘부 함정 수사를 벌여 186명의 남성들을 체포한 바 있으나 이들의 명단과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언론은 전했다. 사진=뉴욕 낫소 경찰국 제공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靑 “원전 추가 비리 있을 것… 전면 재수사”

    청와대와 정부가 31일 원자력발전소 비리와 관련해 전면 재수사에 착수해 원인과 책임소재를 철저하게 규명하기로 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최근 원전 가동 중단 사태의 직접 원인이었던 위조 케이블 조사 과정에서 지난해 비리에 연루된 부품 수백개가 적발됐던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추가 비리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과 감사원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국민 안전과 직결된 원전 비리에 대해 한치의 의혹도 없이 밝힌 뒤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원전 안전 근본대책을 수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문제의 성적 위조사실이 드러난 제어케이블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총리실 등이 이러한 비리를 적발했던 사실을 확인했다”며 “부품 하나 때문에 원전 가동이 중단됐는데 비리에 연루된 부품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충격이 컸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도 “원전 사고는 국가 전체가 뒤집어지는 일이라 그냥 지나갈 수 없다”며 “과거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았지만 분명히 물밑에 거대한 ‘비리 커넥션’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전면 재수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에서 원전 관련 비리 척결을 위한 전면적인 수사가 이뤄지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원전 사고에 대한 확실한 원인 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소재를 분명하고 투명하게 밝히고, 거기에 맞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정홍원 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원전의 안전과 직결된 주요 부품의 시험성적을 위조해 납품한 것은 천인공노할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이어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모든 비리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감사를 통해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부정과 비리에 관련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고 징계 등 조치를 취하라”면서 “결과를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 총리가 이날 오전 발표하기로 한 절전 관련 담화가 전날 밤늦게 전격 보류된 것도 비리 척결을 위한 조사를 먼저 진행한 뒤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는 점에 청와대와 총리실이 공감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세종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원전 비리 전면 재수사] 朴대통령 국민안전 비리 척결 의지

    청와대가 원전 비리 문제에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원전 비리를 국민 안전과 비리 척결의 본보기로 삼아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31일 원전 부품 비리에 대한 전면 재수사로 가닥을 잡고 전면에 나서 검찰의 수사 내용과 방향을 제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박 대통령은 원전 비리를 보고받고 광범위하게 퍼진 부정부패의 심각성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짝퉁 부품’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서류 조작 등을 통한 ‘위조 부품’이 사용된 정황마저 드러나는 등 원전 부품 비리가 공개된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게다가 외부 제보가 있기 전까지 이러한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리 체계에도 구멍이 드러난 것이다. 어물쩍 넘어갈 경우 국가 안전시스템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강하다. 원전 비리가 현 정부 출범 이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과거 정부와의 ‘선긋기’로 볼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비리를 척결하고 오는 4일 취임 100일을 맞아 사회 전반의 기강을 다잡는 한편 전임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당초 31일로 예정됐던 대국민 절전 호소 담화문 발표를 돌연 연기한 것도 정 총리 본인의 의중보다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부품 비리에 대한 이렇다 할 원인 규명 없이 에너지 절약만 강조할 경우 정부가 국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혼선을 드러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원전 문제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없이 국민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담화문 발표를 보류한 것”이라면서 “청와대와 총리실이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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