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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진실과 거짓, 잘못된 믿음/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진실과 거짓, 잘못된 믿음/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인간의 삶이란 결국 진리,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현실의 삶에서 우리는 크든 작든, 선의든 악의든 적지 않은 거짓말을 하게 되고, 또 의식하든 못하든 많은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산다. 수많은 생의 마지막을 지켜봤던 정신과 의사 퀴블러 로스는 ‘인생수업’이라는 저서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순간에서야 진짜 내가 누구였던가를 발견한다고 안타까워한 바 있다. 결국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이란 진짜 내가 누구인지를 좀 더 일찍 깨닫고 내 안의 거짓을 가려내고 진실된 삶을 살아가려는 지난한 노력의 과정이 아닐까 한다. 한 사회가 행복한 사회, 좋은 사회가 되려면 결국 거짓을 물리치고 제대로 진실과 진리를 추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때 가능할 것이다. 진실추구 능력이 부족할 때 사회는 부패로 빠져들고, 잘못된 정파적 믿음들만 난무하여 분열되기 십상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진실추구의 가치를 공유하고 진실과 거짓, 잘못된 믿음을 가려내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거짓을 멀리하고 진실을 추구한다는 구성원 간의 신뢰 자산이 없이는 선진국형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몇 가지 사례는 우리 사회의 진실추구 역량을 시험하는 듯하다. 먼저 청와대가 고민하고 있다는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에서의 거짓말 사건이다. 정 후보자는 생중계되는 청문회 현장에서 1987년 분양받은 조합아파트를 전매 금지 기간에 팔고도 팔지 않고 거주했다는 등 여러 가지 거짓말을 했다. 공직자 후보의 명백한 거짓말 앞에서 대통령이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에 사람들은 오히려 의아해하고 있다. 40여년 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을 사임케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의 핵심은 불법도청 그 자체보다는 대통령의 거짓말이었다. 공직자의 거짓을 단호하게 척결하지 못하는 사회는 불행해진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원 댓글 대선 개입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음을 폭로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7·30 재·보선 광주지역 후보로 공천한 이후 권 전 과장의 주장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진실 공방이라기보다는 갈등관계에 있는 정파가 벌이는 서로 편향적인 믿음의 공방에 가깝다. 드러난 사실은 명백하다. 2012년 대선 이틀 전인 12월 16일 경찰이 “국정원이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비방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권 전 과장은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사실을 근거로 수사축소 은폐를 위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 2심 재판부는 경찰 간부와 동료들의 진술과 배치돼 객관적 사실과 거리가 멀다며 김 전 청장의 수사 축소 은폐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신문은 권 전 과장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거짓 주장을 했다고 ‘공격’하고 있고, 야당과 진보진영에서는 권 전 과장의 정의로운 내부고발이 재판부의 잘못된 판결 때문에 거짓말로 매도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왜 보수진영은 권 전 과장의 정의로움을 한 치도 인정하지 못하고, 왜 진보진영은 재판부의 객관적인 판결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 편은 정의로운데 상대 편은 정치적 계산으로만 움직인다는 잘못된 자기 믿음 때문이다. 보수진영은 권 전 과장의 정의로운 측면을 인정하고, 진보진영은 권 전 과장 주장의 객관성 부족을 인정할 때만 두 진영이 진실추구의 길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초래한 KBS뉴스의 문 후보자 교회 강연 내용 보도의 잘잘못을 둘러싸고도 진영 간 다툼이 분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보수진영은 깨끗한 보수의 가치를 실천해온 문 후보자가 KBS의 왜곡된 보도로 인해 친일파, 매국노로 매도당했다고 분노하고 있고, 진보진영은 KBS가 문 후보자의 편향적인 역사인식과 민족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폭로한 좋은 보도였다고 두둔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KBS뉴스는 문 후보자의 강연내용 중에 너무 극단적이어서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이 있었다는 보도를 했을 뿐이다. 그후 KBS뉴스 보도를 확대 해석, 악의적 매도를 한 것은 불신과 분열의 진영논리였다. 지나친 자기확신은 건강한 사회, 좋은 사회의 적이다.
  • 법조출신 장관에 군출신 차관… 안행부 ‘술렁’

    법조출신 장관에 군출신 차관… 안행부 ‘술렁’

    안전행정부에 법조계 출신 장관과 군 출신 차관이 잇따라 임명되면서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안행부 공무원들은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조직 축소 방침에 이어 나온 장차관 인사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주로 임용된 관례에 비춰 이번 장차관 임명은 파격적인 인사라는 것이 그들의 반응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안행부 2차관에 3성 장군 출신인 이성호 국방대학원 총장을 임명한 데 이어 이날 헌법학자인 정종섭 한국헌법학회장을 장관에 임명했다. 안행부 공무원 A씨는 “내무부와 총무처 시절에는 군 출신 인사가 장차관에 임용되기도 했지만 법조계 출신 장관은 거의 없었고, 1998년 내무부와 총무처가 행정자치부로 조직이 통합된 이후에는 처음”이라면서 “헌법학자인 만큼 아무래도 원칙을 더 강조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공무원 B씨는 “오랜만에 내부 출신인 강병규 전 장관이 임명돼 기대가 컸는데 아쉽다”면서 “안행부는 조직이 방대하고 기능이 다양해 법조계 출신이 업무를 빨리 파악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장관이 평소 공직사회의 적폐 해소와 ‘관피아’ 척결을 강조하고, 행정고시 폐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 장관은 2011년 법률 전문지가 개최한 ‘로스쿨이 중심이 되는 미래의 법조계 발전 방향’ 좌담회에서 “행정고시 제도는 이제 폐지돼야 하고, 진입 장벽을 없애 수시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공무원 C씨는 “행시 인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17년 민간경력 채용을 50%로까지 확대하기로 한 정부 방침보다 오히려 행시 폐지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2차관에 군 출신 인사가 임명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그동안 2차관 자리에는 주로 광역시·도의 부지사나 부시장을 역임한 내부 관료가 임명되는 것이 관례였다. 군 출신 차관은 국가안전처 신설을 앞두고 나온 ‘과도기 차관’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 차관은 결국 국가안전처가 생기면 옮겨 갈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공무원 D씨는 “2차관은 주로 안전관리본부와 지방행정실, 지방재정세제실 등을 관할하는 자리라 군 출신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국가안전처가 생기기에 앞서 실무적인 경험을 쌓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안전처는 안행부 안전관리본부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등이 통합되는 조직으로 이 차관이 곧바로 장관급인 국가안전처장으로 옮기기에는 다소 변수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이 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방관련 업무의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질문에 “지방재정에 대한 공부가 많이 미흡하다”고 인정하면서 “장관을 잘 보필하겠다”고 답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정부출연 대학 총장도 퇴직관료 낙하산

    정부출연 대학 총장도 퇴직관료 낙하산

    퇴직 관료들이 관행적으로 정부 출연 대학의 총장·학장 자리를 차지하는 ‘전관예우’를 고치겠다는 정부의 작업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교육부 출신 공무원으로만 취업제한 대상을 한정하는 바람에 다른 정부 부처 출신들이 정부 조직의 힘을 배경으로 관행적인 총장 및 교수 자리를 챙기는 데 대해선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다. 14일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관료 출신 ‘낙하산 총장’에 대한 불만과 그로 인한 부작용이 불거지자 정부는 교육부 출신 관료가 현직 때 관할하던 대학의 총장 등에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취업 제한 대상에 교육부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 부처도 포함돼야 실효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자원부가 출자한 한국산업기술대학(산기대)의 경우 현임 이재훈(지식경제부 2차관 출신) 총장을 비롯해 그동안 6대 총장 전원이 산업부 퇴직 공무원이었다. 1997년 초대 총장부터 공업진흥청장 출신이었다. 경기과학기술대 등 지방의 정부 출연 대학 역시 퇴직 관료들이 꿰차고 있다. 경기과학기술대는 산업부 국장 출신의 김필구씨가 총장을 맡고 있다. 1992년 문을 연 한국기술교육대도 7대 총장까지 초대 총장을 제외한 전원이 공무원 출신이었다. 2, 3대 총장을 지낸 권원기 전 총장은 과학기술처 차관 출신이었고, 나머지는 고용노동부 출신이었다. 이 학교는 7대 총장을 지내던 이기권 전 고용부 차관이 최근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총장 자리가 공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공언한 대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차원에서 관료가 아닌 민간에서 신임 총장이 올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고용부 산하 산업인력공단의 출자 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의 경우도 8명의 권역대학장과 25명의 지역대학장 등 33명의 학장급 가운데 고용부 3명, 안전행정부 2명, 여성가족부 1명 등 퇴직 관료가 여섯 자리를 차지했다. 그외 여의도연구소 전문위원 등 정치권 출신 2명, 한국노총 등 유관단체 출신 3명 등이 학장 자리에 앉아 있다. 또 다른 국립대인 한국농수산대학의 현임 남양호 총장은 대통령실 농수산식품비서관 출신이다. 전임 배종하 총장도 농림축산식품부 국장 출신이다. 정부 출연 대학이나 국립대의 경우 총장 후보자를 뽑는 총장 후보자 선임위원회를 전·현직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 구조부터 고쳐야 낙하산 문제의 개선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기대 이사회의 경우 당연직 이사 9명 가운데 8명이 현직 관료 또는 퇴직 관료 출신이었다. 다른 대학들의 이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 총장은 대학사회의 리더로서 오랜 강의 및 연구 경험을 토대로 교수, 학생, 교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대학의 미래를 열어 나가는 자리로 통한다. 그러나 창조와 융합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오히려 관료 출신들이 총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경직된 관료 문화를 고스란히 옮겨 와 대학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석우 기자 jun88@seoul.co.kr [전문가 의견] “교수 관심사까지 간섭… 독립성 훼손” “정부 로비 채널 전락… 부정부패 초래” 퇴직 관료들이 대학교 총장 등으로 오게 되는 문제에 대해 현직 교수들 역시 대단히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특히 대학 독립성 훼손뿐만 아니라 예산낭비와 부정부패까지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윤영진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학에 아무려면 총장 할 만한 사람이 없겠느냐”면서 “전직 공무원이 해당 부처가 설립한 대학에 낙하산으로 온다는 것은 결국 정부 로비를 위한 채널이라는 목적 말고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관료들이 대학을 장악하게 되면 대학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높다”면서 제대로 된 심사 없이 예산 지원을 한다면 결국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직 관료 출신 총장에게는 분명한 장점도 있다. 그건 바로 정부 프로젝트를 따기 쉽다는 점과 학내 비리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 편하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학은 구조조정 압박에 몰려 있고 예산과 규제는 교육부 등 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상황에서 전관을 총장으로 임명하면 관리자 역할뿐 아니라 교수들의 학문적 관심사까지도 간섭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니 대학의 독립성이 더 약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준혁 한신대 역사학과 교수는 “결국 대학으로서는 정부 예산지원이 목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직 관료들을 총장이나 재단 이사진으로 초빙하는 건 그나마 규모가 있는 대학이고, 군소 대학은 그마저도 쉽지 않다”면서 “결국 낙하산 관행이 대학 간 불균형을 악화시키고 대학을 구조조정만이 지배하는 곳으로 전락시켜 버린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공공기관 감사들 외유성 출장 ‘입방아’

    공공기관 감사들 외유성 출장 ‘입방아’

    공기업과 공공기관 감사들의 최근 해외 출장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70여명의 감사들이 1인당 1500여만원씩을 들여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감사인대회에 참가한 것인데, 이들 중에는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가 진행 중인 공기업 소속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이들도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피아’ 척결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외유성 출장’이라는 눈총을 피할 수 없다. 13일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세계감사인대회는 지난 7일부터 9일 오전까지 진행됐지만 감사들은 연수를 이유로 5일 출국했다 11일 귀국했다. 특히 ‘철피아’ 비리 수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철도공단에서는 P 감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직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P 감사가 출국하기 전날인 4일 호남고속철도 레일체결장치 선정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김광재 전 이사장이 자살하면서 공단 전체가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폐쇄회로(CC)TV 공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수도권본부 간부가 자살하기도 했다. 공단을 겨냥한 비리 수사가 확대되고 전·현직 간부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상황에서 내부 부실 감사의 책임이 있는 감사는 정작 자리를 비운 것이다. 더욱이 그는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데다 해외출장 사실을 이사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P 감사는 감사원 조사1과장 등을 거쳐 2012년 11월 15일 임기 2년의 공단 감사에 임명됐다. 공단 관계자는 “이사장이 나중에 감사가 출장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감사실 직원들을 질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감사실 관계자는 “출장을 취소하면 1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참석하게 됐으며 다른 감사들보다 하루 앞당겨 지난 10일 귀국했다”고 해명했다. 감사들이 소속된 공기업·기관들은 행사 참석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행사를 주관한 한국감사협회의 참가신청 마감일은 4월 17일이었다. 하루 전인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 나라 전체가 충격과 도탄에 빠진 상태였다. 또 200만원이 넘는 대회 등록비 등이 환불되는 시점 역시 5월 2일이었다. 국민적 정서와 분위기를 고려했다면 한푼의 손실도 없이 충분히 취소할 수 있었던 셈이다. 감사협회는 관련 내용을 감추는 데 급급했다. 참가를 신청했다가 취소한 한 공기업 감사는 “회사 상황 등이 여의치 않아 취소했다”면서 “큰 행사이기는 하지만 굳이 참가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공기업 관계자는 “흔히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사는 조직에 대한 배려나 고려는 뒷전인 채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아무런 책임이 없으니 무관심으로 임기만 채울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전문가 의견] 감사 선발 투명하게… 책임 규정에 명시해야 전문가들은 감사직의 책임을 내부 규정으로 명시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감사의 목적을 사후 적발·처벌이 아닌 사전 청렴시스템 구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태원 한국투명성기구 투명사회팀장은 “2010년부터 외부 개방형으로 감사직을 모집한 이후 지금까지 감사직 임명에는 사실상 기관장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며 “공기관의 경우 응시자별로 채점 현황을 공개하고 선발과정 역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별로 내부 규정을 정해 감사직의 채점기준과 평가항목 등을 명시하는 것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안 팀장은 또 “각 기관들이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 출신이나 전직 감사원 출신을 뽑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사후 적발 위주로 감사가 운영되고 있다”며 “감사를 통해 부패를 사전에 예방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기능을 구현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감사의 권한만이 강조되고, 책임에 대해서는 규정에도 명시돼 있지 않은 기관들이 많다”며 “감사 역할을 하는 기간 동안 발생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면 무리한 감사를 진행하거나 부실 감사 등 문제점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퇴직 관료들 재취업 관피아 척결에 ‘막차’

    퇴직한 공무원의 재취업을 심사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마지막 비공개 심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번 달 말부터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결과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지난달 말에 열린 퇴직 관료 17명에 대한 취업심사에서 14명이 사기업체 취업을 승인받았다. 지난 4월 한국관광공사 본부장으로 퇴직한 A씨는 대기업 S사 자문으로의 재취업을 승인받았다. 지난해 5월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이사로 퇴직한 B씨는 한 회계법인 고문으로의 취업이 승인됐다. 한국서부발전의 본부장을 지낸 C씨도 S가스로 재취업하는 것을 승인받았다. 금융감독원 연구위원의 MG손해보험으로의 재취업 등 3건의 취업 승인 요청은 제한됐다. 17명의 퇴직 관료 가운데 14명의 재취업을 승인한 82%의 승인율은 평균 90%가 넘던 평소보다는 조금 떨어진 것이다.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이 공직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가 엄격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5월 취업심사를 받은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통과했지만 ‘관피아’란 논란이 일자 결국 포스코에서 취업 절차를 중단했다. 하지만 퇴직 공직자의 취업심사를 할 때 직무 관련성 기준을 훨씬 엄격하게 바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이달 말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다. 이번에 취업승인 막차를 탄 퇴직 공직자도 개정안의 잣대를 들이대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만 판단할 수는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결과는 실명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퇴직 당시 소속기관과 직급, 취업 예정 업체와 직위, 취업 허가 여부 등만 매월 말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지금까지 취업승인심사 결과는 비공개가 원칙으로 국회의원 요구나 정보공개 청구가 있을 때만 알려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공무원 목돈의 꿈 ‘명퇴수당’ 사라지나

    공무원 목돈의 꿈 ‘명퇴수당’ 사라지나

    #1 “1억원을 포기하며 차관이 됐습니다.”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1급 실장에서 차관으로 승진한 한 고위 관료는 차관이란 명예와 1억원 상당의 명예퇴직 수당을 맞바꿨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에 5급 사무관이 된 이 차관은 직업 공무원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인 차관이 됐지만 아직 50대 초반에 불과하다. 만약 1급 실장직에서 퇴직해 ‘명퇴 수당’을 받았다면 퇴직이 10년 가까이 남은 만큼 1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지금은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에 가로막혀 쉬운 길이 아니지만 박근혜 정부 초기만 해도 고위 관료들은 산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대표 또는 고위직으로 가며 퇴직 이후를 보장받았다. 명예퇴직을 하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때 차관급은 1급보다 몸이 무거워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게 공무원들의 인식이었다. 따라서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인 데다 명퇴 수당도 못 받는 정무직인 차관이 1급 명예퇴직보다 훨씬 유리한 것만은 아니란 게 차관의 솔직한 속내다. #2 ‘8년을 앞당겨 직장을 그만둔 대가로 명예퇴직금 수천만원을 수령했다. 이제 나는 전직 공무원으로서 나라님께서 주시게 될 매월 소정액의 연금 그리고 오늘의 퇴직금과 함께 더 이상의 부(?)란 바랄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지출 규모를 더욱 줄여야 하며 아직 직장을 얻지 못한 아들 녀석의 대학 뒷바라지와 무시할 수 없는 내 병원비, 나와 아내의 노후를 생각하며 맞춰 살아야 한다. 우리 가족의 쌀독은 이제부터 점점 더 깊이를 더해 바닥을 향해 비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33년의 공직 기간 동안 몸에 밴 저축과 검소한 생활 습관이 있기에 두려움은 없지만 우환이 도둑이라고, 지금 현재 내게 다가온 개울 둑막이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먹고살아 감이라는 냉정한 세상살이 속에서 우리 가족은 이제 시련의 길에 들어섰다.’(한 전직 공무원의 블로그 중에서.) ●공무원들 연금 수령액 삭감설에 줄사표 요즘 공무원들 사이에 카카오톡을 통해 출처가 분명치 않은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무원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정부에서 공무원 정년을 3년 연장하는 대신 30년에 걸쳐 연금을 20% 삭감할 것이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다. 1956년, 1957년생은 내년부터 퇴직 때까지 2∼3년간 연금 납입분에 대해 현재보다 수령액이 5%가량 적어진다는 것이다. 명퇴수당도 없애고 유족연금을 현재 70%에서 60%로 삭감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연금 개혁과 관련해 어떠한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은 적이 없다. “올 하반기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민, 공무원, 정부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바람직한 개선안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공무원노조 측에서는 이 연금 개혁안이 인터넷을 통해 퍼진 것이라고만 전했다. 반면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공무원노조 지도부의 스마트폰 카톡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퇴 수당 폐지가 논란이 된 것은 현재 공무원들의 명예퇴직 신청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은 연금이 깎일 것이라는 불안감을 견디지 못한 공무원들이 줄사표를 내 재정이 더 고갈되는 것이다. 안행부 측은 명퇴 수당을 없앨 수도 있다는 것은 유언비어이며 검토한 적도 없고 검토할 생각도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교사 평균 명퇴수당 1인당 9000만원 공무원 명예퇴직을 주도하는 것은 교사다. 교사의 평균 명퇴수당은 1인당 약 9000만원으로, 일반 공무원 평균인 4476만원의 2배 수준이다. 교사는 매 학기가 끝나는 8월 말과 2월 말에 명예퇴직을 신청할 수 있는데 서울시교육청의 명퇴 신청자는 초등학교 1000여명, 중등 900여명, 사립 중등 400여명 등 2300여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이맘때 신청자 383명(초등 120명, 중등 157명, 사립 중등 106명)에 비해 6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충북도에서는 2월에 초중등 교사 200명이 명퇴를 신청했다. 8월 말 명퇴를 신청한 이는 279명이다. 이는 지난해 2월 174명, 8월 68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일반 공무원의 명예퇴직은 지방공무원을 중심으로 조금 늘었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에만 공무원 132명이 명퇴를 신청했으며 이는 지난해 명퇴 공무원 숫자인 106명을 벌써 뛰어넘는다. 경기도는 지난 6월 말까지 명퇴를 신청한 공무원이 총 36명으로 지난 한 해 동안 명퇴한 27명보다 많다. 전북도의 명퇴자는 올 상반기에 모두 30명으로 2011년 12명, 2012년 19명, 2013년 20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올해 명예퇴직을 신청한 전체 지방공무원 숫자는 521명으로 지난해 말까지의 명퇴자인 531명과 맞먹는다. 중앙 부처에 근무하는 국가직 공무원의 명퇴 신청도 올해 154명이나 됐다. 연초에 공무원연금 개혁 얘기가 나오자 연금 수령액이 줄기 전에 명퇴하는 것을 고민하는 공무원들도 생겼다. 공무원 명예퇴직은 1973년 교육공무원에 대해 공로퇴직제란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다. 1979년 경찰 공무원, 1980년 소방공무원으로 확대됐으며 1981년 4월부터 현재처럼 정년이 보장된 모든 공무원에 대해 명퇴 수당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명예퇴직은 20년 이상 일한 공무원이 60살인 정년보다 일찍 그만두는 것을 말한다. 명퇴 수당은 퇴직 당시 월 봉급액의 절반에 남은 정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으로 정해진다.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2억원 수준이다. 교사의 명퇴 수당 액수는 최근 특별명예퇴직을 실시한 민영 통신회사 KT와 비슷한 금액이다. KT는 1인당 평균 2003년에는 1억 5000만원, 2009년에는 9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 전 급여의 2년치 수준을 나눠 줬다. 교사는 명예퇴직을 신청해도 모두 그만둘 수는 없다. 인사위원회를 열어 명퇴자 순위를 결정한다. 명퇴 수당으로 줄 돈이 부족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추가경정 예산이나 지방채 발행을 고민할 정도다. 예산이 없으면 다음 학기 명예퇴직을 기다려야 한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2월 말 교사 명퇴 신청자 755명 가운데 19%만 퇴직할 수 있었다. 지난해는 신청자 811명 가운데 85%가 퇴직했다. 서울시는 8월 신청자의 5%, 경남도는 40%, 전북도는 30% 수준만 명예퇴직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의 경우 명퇴수당 지급 문제없어” 교사들의 명예퇴직 사유는 다양하지만 서류상 가장 많은 것은 건강상의 이유다. 교실 붕괴 현상, 학생 지도의 어려움에다 연금 개혁설까지 보태진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교사의 명퇴 수당이 일반 공무원보다 많고 교사 가운데 여성 비율이 높은 점도 굳이 정년퇴직에 연연하지 않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교사의 정년은 62세로 일반 공무원보다 2살 많다. 안행부 관계자는 “명예퇴직은 조직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어떤 조직에나 있는 제도다. 인건비 측면에서 신규자를 충원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정부 조직도 명퇴 제도가 필요해서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공무원만 예산 범위에서 명예퇴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신청자의 50%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명예퇴직수당 지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예산이 부족해서 명예퇴직을 못 받아들이는 경우도 없다”고 설명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자가 출근… 관사 도민 품에… 反부패 칼날

    자가 출근… 관사 도민 품에… 反부패 칼날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과 교육감의 예산 절감 노력과 부패 척결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경차를 직접 몰고 출근하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관사운영비도 지원받지 않기로 했다. 사상 처음 진보성향으로 부산시교육청에 입성한 김석준 교육감은 부패 척결을 위해 가장 먼저 칼을 빼들었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남 지사는 배기량 1000㏄의 모닝을 최근 사비로 샀다. 남 지사는 “혁신 도지사로서 혁신은 나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자가 출근을 하기로 했다”며 “경차는 연비도 좋고 주차하기도 편하다. 앞으로 출퇴근은 계속 이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또 도지사 관용차인 체어맨(배기량 3600㏄)을 카니발(배기량 2200㏄)로 바꿔 오는 15일부터 사용하기로 했다. 체어맨 구입비는 7050만원, 카니발은 3920만원이다. 체어맨은 외부인사 의전용으로 돌려 쓰기로 했다. 기존 의전용 체어맨은 사용연한이 다해 매각하기로 했다. 남 지사는 이와 함께 47년간 사용한 관사를 도민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다음달 중순 용인 흥덕지구에 아파트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지사 관사는 다문화가족, 저소득층, 소외계층 등의 결혼식장과 외국 내빈용 게스트하우스로 개방하기로 했다. 도청사 인근 팔달산 자락에 있는 관사는 1967년 3850㎡의 부지에 건축면적 796㎡로 지어진 2층짜리 단독주택이다. 원 지사도 제주시 연동에 있는 관사를 도민의 문화공간으로 돌려주기 위해 자비 7억 5000여만원을 들여 제주시 아라동에 사택을 구입했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 사택의 전화나 TV, 인터넷 등도 모두 자신의 명의로 신청했다. 제주도지사 관사는 부지면적 1만 5025㎡에 건물 연면적만 1314㎡에 달한다. 민선 4기 김태환 지사는 ‘탐라게스트하우스’로 개방했지만 민선 5기 우근민 지사는 관사에 입주했었다. 취임 첫 일성으로 ‘반부패 청렴 실천’을 선언한 김 교육감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우선 고위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부패위험성을 진단한다. 이 진단은 개인 평가뿐만 아니라 교육청 조직과 업무에 대한 부패위험성을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상은 4급 이상 간부와 공·사립학교장 등 683명이다. 김 교육감은 취임과 동시에 고질적인 부산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사 등 업무 관련 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명절 떡값 및 출장 시 차비 지원 등 관행 중단’과 같은 반부패 청렴 실천 지침을 공개했다. 김 교육감은 “비리 연루자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며 “임기 안에 전국 꼴찌 수준인 부산교육청의 청렴도를 최상위 클래스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부산 오성택 기자 fivestar@seoul.co.kr
  • [사설] 국가개조 앞서 공직개조위원회 만들어야

    어제 아침 각 신문의 1면에서는 작지 않은 논리적 오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감사원이 세월호 참사의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한 내용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가대개조(國家大改造) 범국민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힌 담화의 모순이 그것이다. 감사원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 공직사회 각 부문의 비리와 업무 태만이 얽히고설킨 부실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공직 사회의 어느 한 부문이라도 두 눈을 부릅뜨고 소임을 다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라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한마디로 누적된 관재(官災)라는 것이 감사원의 결론이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감사원 책임론도 제기했다. 세월호 참사는 행정기관의 업무 수행을 감찰하는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탓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박 안전을 검사하는 한국선급은 10년 동안 감사원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결국 정책 수립에서부터 집행, 감시·감독과 감찰에 이르는 우리 공직 작동 시스템의 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정 총리가 낮은 수준의 국민 의식이 참사를 불러온 가장 중요한 원인인 양 국가대개조를 거론한 것은 본질을 호도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감사원이 밝힌 공직 사회의 민낯은 공직자 자신들이 보기에도 민망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세월호 참사는 청해진해운이 변조한 계약서를 인천지방해운항만청이 그대로 받아들여 배의 증축을 인가하면서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후에도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복원성 검사를 부실하게 수행하고, 해양경찰은 직원들이 청해진해운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운항관리 규정을 엉터리로 승인했다. 선박 운항 관리자인 해운조합은 세월호 출항에 앞서 화물 중량 및 차량 대수, 차량의 고박 상태를 점검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청해진 해운은 상습적으로 화물을 초과 적재하면서도 복원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해경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업무태만으로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고, 재난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대응역량 부족으로 구조기관 사이의 혼선을 부른 것도 이제는 온 국민이 모두 아는 사실이다. 이런 감사 결과가 걱정스러운 것은 공직사회가 다른 분야는 모두 선진적인데 해양 운송 및 해양 안전 분야만 후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이 이른바 ‘관피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처를 가리지 않고 부정과 비리가 포착되고 있는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정 총리는 국가대개조 위원회 구성 방침을 알리면서 공직개혁과 안전혁신, 부패척결, 의식개혁을 위해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전이 보장된 나라’로 가기 위한 범국민위원회의 이 같은 밑그림을 큰틀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궁극적으로는 공직사회의 변화가 국민의식 수준 향상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직 사회가 먼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국가대개조라는 어젠다는 자칫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국민과 공유하겠다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 정 총리도 우선순위로 안전체계 확립과 공직사회 개혁을 먼저 꼽았다고 한다. 문제의식이 다르지 않다. 그런 만큼 국가대개조 위원회에 앞서 공직대개조(公職大改造)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순서다.
  • 민간 참여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 만든다

    민간 참여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 만든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8일 세월호 참사 후 국가개조와 관련해 “민간 각계가 폭넓게 참여하는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를 구성해 민관 합동 추진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국가개조 여정에 국민 참여가 필요하다”며 “위원회 산하에 전문 분과를 둬 공직개혁과 안전혁신, 부패척결, 의식개혁 등 국가개조를 위한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면서 의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안전혁신과 관련,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내년 2월까지 완성하겠다”며 “공직자부터 안전이 최고의 가치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도록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안전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공직사회 혁신과 부패구조 혁파 등 공직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소위 ‘관피아’ 척결 등 공직개혁을 위한 과제들도 강력히 추진하고 이런 공직개혁의 제도적 틀을 7월 중으로 갖추도록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조직법과 공직자윤리법, 부정청탁금지법 등의 조속한 통과도 국회에 요청했다. 정 총리는 철도시설공단 비리와 원전·체육계 비리 등을 거론하면서 “앞으로 별도 팀을 구성해 이런 부정부패를 반드시 척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액션의 진수 보여주는 영화 ‘레이드2‘ 예고편 영상

    액션의 진수 보여주는 영화 ‘레이드2‘ 예고편 영상

    화려한 액션으로 구성된 영화 ‘레이드 2’의 예고편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전편 ‘레이드: 첫 번째 습격’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액션으로 중무장한 ‘레이드 2’는 도시를 장악한 범죄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해 그들의 일원이 된 언더커버 경찰의 이야기를 그린 하드코어 액션 영화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자신으로 인해 위험에 노출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범죄조직에 잠입하게된 ‘라마’가 성공적으로 조직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적들과 싸우게 된 라마의 액션 장면은 인물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것이 액션 영화의 마스터피스다!’라는 카피와 함께 헨델의 ‘사랑방드’ 클래식 BGM 위에 펼쳐지는 총격전과 액션 장면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극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이어 20여 초간 빠른 음악과 함께 선보이는 속도를 낸 액션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라마’와 무술 고수가 대결을 하게 되는 과정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끌고 간 후 펼치는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 ‘레이드 2’는 오는 10일 개봉된다. 사진·영상=타임픽쳐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철피아’ 핵심 피의자 자살… 제동걸린 檢

    ‘철도 마피아’(철피아)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주요 수사 대상이던 김광재(58)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수사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도 수사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 이사장은 이날 오전 3시 30분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잠실대교 전망대에서 한강으로 뛰어내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강경찰대는 2시간여 만에 시신을 찾았다. 전망대 주변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그간 도와주신 분들에게 은혜도 못 갚고 죄송합니다. 애정을 보여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원망은 않겠습니다. 나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은 널리 용서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이 레일 체결장치 수입·납품 업체인 AVT가 호남고속철도 궤도 공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고 특혜를 주지 않았는지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검찰은 권영모(55)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이 AVT 이모 대표의 부탁을 받고 김 전 이사장에게 금품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이사장이 중요한 수사 대상이었던 것은 맞지만 소환을 통보하거나 소환 시기를 조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의 자살 소식에 권 전 부대변인도 심리가 불안정해졌을 것으로 보고 이날 오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민관 비리 유착을 끊어내려는 첫 수사에서 악재가 터지자 검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관피아 비리 척결 의지를 천명한 지 1주일 만인 지난 5월 28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가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철피아 수사에 돌입했다. 이후 납품 업체의 정·관계 로비, 공사 수주 업체들의 담합 의혹을 추적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연간 사업비만 수조원에 달하는 각종 철로 공사를 따내려는 업계의 로비 대상으로 의심받았던 김 전 이사장이 자살하는 바람에 수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김 전 이사장을 직접 조사할 수 없게 돼 AVT와 권 전 부대변인, 발주 업무를 주도한 중간 간부 등의 유착 관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단순한 개인 비리로 보고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수사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7일 철피아 수사와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 이모 부장이 목숨을 끊었다. 지난 2월에는 사기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모 교수가 전남 여수 앞바다에 투신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액션 진수 보여줄 영화 ‘레이드2‘ 예고편

    액션 진수 보여줄 영화 ‘레이드2‘ 예고편

    화려한 액션으로 구성된 영화 ‘레이드 2’의 예고편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전편 ‘레이드: 첫 번째 습격’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액션으로 중무장한 ‘레이드 2’는 도시를 장악한 범죄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해 그들의 일원이 된 언더커버 경찰의 이야기를 그린 하드코어 액션 영화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자신으로 인해 위험에 노출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범죄조직에 잠입하게된 ‘라마’가 성공적으로 조직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적들과 싸우게 된 라마의 액션 장면은 인물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것이 액션 영화의 마스터피스다!’라는 카피와 함께 헨델의 ‘사랑방드’ 클래식 BGM 위에 펼쳐지는 총격전과 액션 장면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극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이어 20여 초간 빠른 음악과 함께 선보이는 속도를 낸 액션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라마’와 무술 고수가 대결을 하게 되는 과정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끌고 간 후 펼치는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 ‘레이드 2’는 오는 10일 개봉된다. 사진·영상=타임픽쳐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종교계,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 거듭나기 길 찾는다

    종교계,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 거듭나기 길 찾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의 거듭나기를 위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공청회가 열린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천도교 원로들이 주축인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이 오는 8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거듭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여는 토론회가 그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응책 마련과 관련한 각계 인사들의 솔직한 의견 교환이 예정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대선 원불교 교무(평양교구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공청회에서는 유가족과 젊은 세대의 바람, 관피아 척결 방안, 종교인의 자성과 진단, 정치인의 대안이 쏟아질 전망이다. 김형목(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목사의 인사말로 시작해 박남수 천도교 교령의 기조연설, 박종화(경동교회 당회장) 목사가 사회를 맡은 발표 순으로 진행된다. 특히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 공공성 회복으로’(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전관예우와 관피아 폐해 방지, 국가혁신의 출발’, ‘세월호가 보여 준 한국사회, 다시 근본으로’, ‘우리가 살고 싶은 대한민국을 말한다’, ‘안전한 사회로 어떻게 거듭날 것인가’ 등의 주제발표가 눈길을 끈다. 주제발표가 끝난 뒤 종합토론이 이어지며 법륜(정토회 지도법사) 스님이 마무리 인사말을 할 예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사설] 뒤로 가는 국회, ‘관피아’보다 ‘정피아’가 문제다

    국회가 후진을 거듭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건만 사회 어느 영역보다도 먼저 정치권은 세월호 이전으로 퇴행하기 시작했다. 입만 열면 ‘관피아’ 척결이니 국가개조니 하며 혁신을 부르짖고 있으나 정작 뒤로는 알량한 특권을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 혈안이 된 모습이다. 여야 정치권의 표리부동은 국회의원 겸직금지 방안의 후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겸직 금지와 관련한 최종 검토보고서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제출했으나 정 의장은 여야 간 논란 등을 이유로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국회의원 겸직 금지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여야가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앞다퉈 공약으로 내세운 사안이다. 논란 끝에 지난해 국회법 개정안에 이를 반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겸직금지 대상 등을 정하는 문제에 봉착하자 여야 의원들이 극렬하게 반발했고, 이에 정 의장이 두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자문위 안에 따르면 현재 각종 체육단체나 동창회, 장학회 등 외부기관의 직함을 갖고 있는 100여명의 현역 의원 가운데 40여명이 이를 내놓아야 한다. 정 의장이 자문위 안에 서명만 하면 끝나는 일이었으나 의원들의 등쌀에 고개를 돌리고 만 것이다. 정 의장 측은 여야가 국회 운영위 차원에서 겸직금지 관련 규칙을 논의하는 만큼 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지만 이 방안은 영리와 관련된 직함을 갖고 있는 극소수의 의원들만 해당돼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겸직금지 포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자문위 등 국회 안팎의 지적이다. 의원들의 후안무치는 다시 고개를 든 출판기념회 러시에서도 드러난다. 세월호 참사에다 6·4 지방선거와 맞물려 한동안 잠잠했으나 오는 8월 국정감사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다시금 의원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기 시작했다. ‘수금잔치’라는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올해 초 여야 대표가 나서 출판기념회 금지와 수익신고의무화 등을 다짐하기도 했지만 그저 빈말에 그치고 말았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워 국회가 공전하는 동안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한 약속 또한 늘 그렇듯 물거품에 그치고 있다. ‘관피아’보다 의원 마피아, 즉 ‘정피아’가 국가 개조의 핵심 대상임을 말해주는 증좌는 또 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국회의원의 낙하산 취업을 막기 위해 지난달 국회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발의에 필요한 동료의원 10명의 서명을 얻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퇴직 공직자들처럼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퇴임 후 4년까지 공공기관 취업을 엄격히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관료들의 취업을 묶는 ‘관피아법’ 제정에는 앞을 다투면서도 정작 ‘관피아’ 위에 있다는 정피아를 근절하는 데는 280여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단 10명도 동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시작된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를 지켜보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이 끔찍한 국가적 비극을 다루는 자리에서마저 졸고 있는 국회의원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질의와 답변에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국가 적폐의 1호로 꼽기에 손색이 없을 슈퍼갑(甲) 국회의원들에게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것부터가 그릇된 일인 듯하다. 이런 국회를 가진 국민이 불행하다.
  • 국가청렴위도?… 사라졌던 정부조직 속속 부활

    국가청렴위도?… 사라졌던 정부조직 속속 부활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대(大)부처주의’에 따라 통폐합되었던 정부 조직들이 박근혜 정부 들어 속속 부활하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수석실, 사회분야 부총리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인사혁신처(옛 중앙인사위원회)에 이어 국민권익위원회에 통합된 국가청렴위원회까지 부활할 움직임을 보인다. 인사수석, 부총리제, 인사혁신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에서 부활시킨 것이며, NSC 사무처 역시 지난해 말 장성택 숙청 이후 청와대에서 6년 만에 재설치했다. 청렴위는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 해결을 위해 야당에서 앞장서서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1일 관피아 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고, 국가 차원의 반부패·청렴 정책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청렴위 부활을 위한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렴위는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1월 부패방지위원회로 출범했다가 2005년 7월 청렴위로 이름을 바꿨으며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와 합쳐져 권익위로 흡수됐다. 권익위는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이 만든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김영란법은 2012년 8월 만들어져 입법예고를 했으나 공무원의 금품수수 처벌 조건을 놓고 여야 간의 의결이 엇갈리면서 1년 가까이 계류 상태다. 청렴위의 부활은 지난해 국회에서 운영된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반부패 등 제도개혁 심사소위원회를 통해 여당과 야당 모두 부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한 상태다. 현재 공무원의 부패방지 업무는 현직 공무원의 경우 권익위가, 퇴직 후 공무원은 안전행정부가 맡고 있다. 청렴위는 대통령과 정부 사정기관이 모두 참여한 반부패 관계기관 협의회를 열었지만,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권익위로 통합되면서 부패방지 업무는 위원회에서 하나의 국이 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는 청렴위의 축소로 인해 공직자의 부패 적발 현황도 늘고, 부패지수도 증가했기 때문에 공무원이 임용돼 퇴직 이후까지 한결같이 관리할 수 있는 청렴위와 같은 독립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치권은 청렴위를 권익위의 부패방지국과 안행부의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통합된 독립기구로 구상 중이다. 여기에 김영란 전 위원장이 권익위가 행정기관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직권조사권까지 청렴위에 부여한다는 생각이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 측은 “인사혁신처 신설은 안행부의 업무가 옮겨가는 것일 뿐 반부패 해소와는 상관없어 관피아 척결까지 하기에는 어불성설”이라며 “청렴위는 옛 기관의 부활이라기보다는 지금 꼭 필요해서 만들자는 것이며 정부에서 먼저 만들겠다고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전문가 의견] “숫자보다 조직합리화 차원서 접근을” 전문가들은 정부 기관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공직개혁 차원에서 기능에 맞는 합리적인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남준 행정개혁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정권이 바뀌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던 정책이 유지되지 않고 중단되기 마련이다”며 “정책의 단절은 곧 조직이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현상을 불러온다”고 전제했다. 정 대표는 “청렴위원회 부활 등 조직 개편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정책의 지속성은 물론 지금까지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짚어보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검증 작업을 거치지 않는다면 어떤 조직을 부활, 신설, 폐지하든 간에 크게 개선되는 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무현 상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게 실용적인 정부”라며 “숫자를 늘려 큰 정부를 지향하자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맞지 않는 조직들은 분리하고,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관들을 통합하는 등 조직합리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 당시 작은 정부 대세론에 편승해 전혀 다른 업무를 하는 부처들끼리 통합되는 등 졸속으로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며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잡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열린세상] 국가개조가 성공하려면/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국가개조가 성공하려면/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지금 온 나라가 국가 개조의 주문에 빠져 있다. 국가개조론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우리나라가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절박한 고민이자 의지의 산물이라고 하겠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각료들의 다짐까지 국가 개조는 이제 박근혜 정부의 신앙이 된 느낌이다. 며칠 전 유임된 정홍원 총리도 진도에 내려가 실종자 가족에게 국가 개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언론도 국가 개조를 걱정하면서 연일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 시급하고도 막중한 국정 의제가 최근 들어 국민의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왠지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가 개조의 전체적 얼개를 좀 더 짜임새 있게 짜면 좋겠다. 통상적으로 정책 의제는 어떤 사안이 사회 이슈가 되고 많은 사람들의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이룬 다음 설정된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국가개조론은 세월호 참사라는 특별한 상황을 계기로 정부 안에서는 물론 전문가나 여론 주도층, 그리고 일반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하향식으로 급조되었다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용어 자체도 민주성과는 동떨어진 감이 있고, 내용도 적폐와 관피아 척결이라는 너무 한정적이고 부정적인 주제에 함몰돼 있다. 이른바 국가를 개조할 양이면 제도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또한 당장 처리해야 할 사안부터 중장기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들을 추려내 가장 효과적인 정책 매트릭스를 설계해야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소위 관피아 척결이라는 의제가 전면에 부각되어야 할 사안인지도 의심스럽다. 마치 공무원 사회 하나 때려잡으면 이 사회가 상전벽해가 되는 양 생각한다면 착각도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관피아 척결은 분명 당장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를 국가 개조 제일의 정책 의제로 삼는다면 너무 근시안적이고 유물론적 접근법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적어도 국가 개조를 운위하려면 사람과 문화에 대한 고민이 정책에 녹아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정책의 성패와 한 사회의 수준은 결국 사람에 의해 이뤄지고, 사람의 사고와 행태는 그 사회의 문화적 소산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신문화와 규범문화를 바꾸는 일은 문화부와 교육부는 물론 범정부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유치원 교육부터 시작하는 교육적 노력은 물론 종교계와 문화예술계, 법조계의 협조를 얻는 일 등 전방위적 대응을 위한 각 부처의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 기왕에 설치된 대통령 소속의 문화융성위원회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좀 생뚱맞은 감이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국가 개조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리더십을 구축하는 일이 가장 급한 것 같다. 최근 국무총리 지명자가 둘이나 연이어 낙마함으로써 대통령과 정부, 나아가 집권여당의 리더십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리더십이 흔들리면 제아무리 그럴듯한 정책을 내놔도 성공하기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우선 리더, 곧 고위공직 인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리더는 상당한 도덕성과 뛰어난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이번 국무총리 낙마와 관련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도덕성을 너무 강조하지 말자는 요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러나 도덕성 없는 리더가 국가 개조를 어떻게 운위할 수 있겠는가. 또 철 지난 색깔론에 집착하거나 특정 지역 위주의 편향 인사로는 결코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탕평인사는 국민 화합은 물론 국가 개조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다음으로 좀 저어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각료, 국회의원 등 행정부와 입법부의 리더들이 그간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회개하는 운동이 일어나면 좋겠다. 보통사람들도 남을 불편하게 했거나 잘못이 있으면 용서를 구하고, 그러면 상대방이 이를 용납하고 화해하는 것이 상례다. 지금 국민들은 답답한 경제 외교상황은 둘째 치고 세월호 참사 처리와 고위공직 인사 실패에 따른 후유증으로 우울하고 심란하다. 닫힌 국민의 마음이 열리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다. 위로부터 리더들이 진심 어린 회개의 모습을 보일 때 국민도 비로소 국가 개조에 조금이나마 마음의 문을 열어 주지 않을까.
  • 정부 ‘관피아 척결’ 방침에도 인천공항 사장 줄줄이 지원

    제6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공모에 역대 최다 지원자가 몰렸다. 하지만 정부의 공기업 ‘관피아’(관료+마피아) 배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중앙부처 출신 인사들이 대거 응모해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30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27일까지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공모한 결과 모두 39명이 응시했다. 직전 사장을 공모한 2013년에는 19명이 신청서를 접수했으나 이번엔 2배에 달하는 인사가 지원했다. 여기에는 최홍열 인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부사장), 이영근 인천공항공사 전 부사장을 비롯한 고위 행정공무원 출신, 학계·민간업계 출신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도 공모에 응했다. 지역 정가에서 ‘내정설’이 나돌던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지원을 했다가 철회했다. 안 전 시장은 “선출직(국회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임기 문제가 있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장 공모에는 정창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처럼 직전 국토부(건설교통부) 출신이 아닌, 다른 공기업을 거친 전 국토부 관료들이 상당수 응모한 상태다. 특히 경찰청장과 코레일 사장 등을 지낸 허준영씨가 임명될 경우 서울경찰청장 출신인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이어 국내 양대 공항공사가 모두 경찰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현대해상 ‘4대악 보험’ 첫 출시

    박근혜 정부의 ‘4대악’(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등) 척결에 발맞춘 공적 성격의 ‘4대악 보험’이 업계 최초로 출시된다. 현대해상은 다음달 1일부터 ‘행복지킴이 상해보험’을 판매한다고 30일 밝혔다. 이 상품은 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계층, 다문화 가정 자녀 중 19세 미만자가 대상이다. 4대악 관련 피해가 발생할 때 사망과 후유장애는 최대 8000만원, 상해나 정신치료는 4주 이상의 진단이 나오면 10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 입원 땐 하루 3만원, 통원 치료는 하루 1만 5000원이 지급된다. 월 보험료는 1인당 1만~2만원으로 저렴하다. 지방자치단체나 학교에서 단체보험 형식으로만 가입이 가능하다. 현대해상 측은 “피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개인식별 정보는 보유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김희정, 지방선거 출마자에 후원금 받아 논란

    김희정, 지방선거 출마자에 후원금 받아 논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6년간 부산지역 지방선거 출마자 10명으로부터 886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김 후보자는 17대에 이어 19대 현역 국회의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 후보의 지난 6년간 고액 후원자는 총 78명으로 전체 액수는 3억 7228만원이며, 그 가운데 구청장 및 시·군·구의회 출신 후원자는 10명”이라고 밝혔다. 진 의원은 “김 후보 지역구인 부산 연제구청장과 시의회, 구의회 출마자 8명이 7620만원을 후원해 공천을 위한 보험성, 대가성 후원금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고액 후원자는 이위준 연제구청장 1240만원, 안재권 시의원 1880만원, 이주환 전 시의원 680만원, 이해동 시의원 500만원, 주석수 구의원 480만원, 정경규 전 구의회 부의장 1940만원, 이삼렬 전 구의원 600만원, 김홍재 전 구의원 300만원 등이다. 새정치연합 금태섭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참사 이후에 관피아 척결을 내세운 정부가 가장 전형적인 갑을 관계인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후보자 사이에 고액의 후원금이 오고 간 사실을 외면하고 김희정 후보를 지명한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라며 새누리당의 검증 동참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후원금을 낸 당사자들과 김 후보자 측은 후원금이 지방선거 공천과는 관련이 없으며, 공천 심사는 지역 시당의 공천심사위원회를 통해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서울광장] 국민 무시하는 ‘오기 인사’와 ‘양심 냉장고’/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국민 무시하는 ‘오기 인사’와 ‘양심 냉장고’/문소영 논설위원

    1996년 4월 시작된 MBC의 ‘이경규가 간다, 숨은 양심을 찾아서’라는 프로는 ‘횡단보도 신호를 지킨 운전자’를 찾아 냉장고를 선물하는 오락 예능 코너였다. 교통신호를 지킨 운전자를 찾겠다는 의도는 간단했지만 어려웠다. 제작진은 서울 여의도 횡단보도 앞에서 첫 방송을 위해 새벽까지 날을 지새웠다. 운전자를 찾지 못해 포기하려던 새벽 4시 13분, 신호를 위반하며 쌩쌩 달리는 차들과 달리 파란불에 선 경차 운전자가 있었다. “신호를 왜 지켰느냐”는 질문에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답했다. “저·는·늘·지·켜·요.” 그는 장애인이었다. ‘법을 지키고 살면 손해본다’라던 한국 사회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갛게 됐다. 소위 큰 차 타고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관행이었다”거나 “불가피했다”라며 각종 편법과 특혜를 누렸지만, 오히려 사회적 특혜가 필요한 그는 묵묵히 법과 원칙을 지키고 살아왔다니 말이다. 없이 살고 부족한 이들이 대한민국을 밑에서 단단히 지탱하며, 나라가 비틀거릴 때마다 복원력을 회복하던 실체였다. 박근혜 정부의 2기 개각을 보며 약 20년 전의 ‘양심 냉장고’가 새삼 떠올랐다. 총리와 장관에 지명된 교수, 변호사, 기자 출신의 그들은 각종 법 위반과 의혹에 휩싸였다. 제자 논문 표절의 의혹을 받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북풍 공작 의혹’과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을 받는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습관성 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정성근 문화부 장관 후보자 등등이다. 만일 이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양심 없이 살다가 고위직에 오른 셈이다. 이들이 막상 장관이 돼 국민에게 ‘법과 원칙을 지키고 살아야 한다’고 엄포를 놓고, 공권력을 들이대며 강요한다면 국민이 이를 따르고 싶을까. 만약 국민이 “나도 당신들처럼 편법으로 능력을 쌓고 고위직에 올라야겠으니 법과 원칙을 요구하지 말라”고 저항하면 대체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옛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윗물이 맑지 않으면 당연히 아랫물이 흐려지고, 국가를 좀먹고 기강을 혼탁하게 해 스스로 자멸하는 길로 가는 것이다. 비정상의 적폐다. 청와대는 탈세, 부동산 투기, 병역문제, 자녀 취업 등에서 어지간하게 구정물이 묻은 인사를 내놓고 국민에게 여론재판을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우수마발(牛?馬勃·소오줌과 말똥)같은 인사를 내놓고 어떠냐고 물어보면, 제도적 결정권은 여대야소의 국회에 있으니 국민은 분통이 터지고 애가 타지 않겠느냐 말이다. 더 나아가 얼마나 국민의 수준을 우습게 봤으면 저런 인사들을 장관 후보라고 내놓고 이런 모욕을 안기는가 싶기도 하다. 또 여당이 인사청문법을 손보겠다고 하는데 헛웃음이 나온다. 2006년 당시 야당 대표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싹 무시하는 개각”이라며 인사청문회를 거부한 적도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장관급으로 확대한 취지가 국민의 여론재판이 너무 추상같아서 국회의원들의 손을 빌려 임명하려던 시도였다는 점을 잊은 것이다. 국회의원이 장관 후보를 초록동색(草綠同色)처럼 편들어주기를 기대했고, 실상 그래왔다. 총리를 시작으로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지 벌써 14년이다. 공직을 꿈꾼다면 공직에 걸맞은 자격을 준비할 시간도 14년이나 있었다는 이야기다. 국민은 이제 ‘양심 냉장고’를 만나고 싶지, 더는 변명을 듣고 싶지 않다. 국가에 큰 문제가 없을 때 “저요! 저요”라며 줄 서기를 하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썰물 빠지듯이 외국으로 내뺄 궁리를 할지도 모를 인재를 국민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고 국정쇄신·관피아 척결을 하겠다며 경질한 총리를 60여일 뒤 유임했다. 국민과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조선 후기 왕과 신료의 무능함과 부패에도 불구하고 왕조가 500년이나 지속한 비결을 개인적으로 ‘백성들이 순하고 부조리를 견디는 맷집이 좋았던 것’에서 찾는다.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적 개각을 얼마나 더 맷집 좋게 견뎌야 할 건가. 비정상화와 적폐가 지속하는 속에서 대한민국이 복원력을 잃어버릴까 우려된다.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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