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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회자 사례비, 교단별 호봉제 도입을”

    “목회자 사례비, 교단별 호봉제 도입을”

    한국 개신교계가 일반 사회의 눈총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물질에의 지나친 예속이다. 실제로 대형교회를 비롯한 많은 교회에서 돈과 관련한 비리와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교회, 목회자의 과도한 지출이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교회 재정의 불투명성과 맞물려 지탄의 으뜸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정부의 ‘종교인 과세’ 추진을 앞두고 개신교계 내에서 사례비(교회에서 교역자에게 지급하는 급여나 보수) 책정, 교회 지출 등과 관련한 논의가 무성하다. 최근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서울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마련한 교회 재정 세미나는 비뚤어진 상황을 종합적으로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한국교회의 재정건강성 증진을 통한 신뢰회복을 목표로 2005년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경영연구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바른교회아카데미’, ‘재단법인 한빛누리’가 힘을 모아 결성한 연대단체다. ‘목회자 처우, 공과 사의 구분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목회자 사례비의 성격과 운영방식, 그리고 대안적 기준 마련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가운데 감리교신학대 유경동 기독교윤리학 교수와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회계사의 주장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유경동 교수는 “목회자 사례비는 성직수행의 노동이나 교회 재정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 단지 하나님이 부탁하신 거룩한 소명을 감당할 때 주어지는 선물임을 먼저 각성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특히 교회별로 천차만별인 목회자 사례비를 지적하고 목회자 간 빈부격차 해소방법을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 유교수는 “교회별로 들쭉날쭉한 목회자 사례비는 기준 설정이 안 된 탓이 크다”면서 과도한 사례비의 오명을 벗기 위한 방편으로 일반 사회의 호봉제를 참고해 교단별 호봉제를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목회 기간과 교회재정, 학력, 가족관계 등을 고려해 재무와 회계법을 기반으로 기준을 세우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호윤 회계사는 “목회자 처우를 교회가 감당하는 게 잘못이 아니라 일반적 상식을 초월한 지출이 문제”임을 지적했다. 그는 “목회자가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재정 집행과정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목회자가 당초 교회가 책정한 사례비를 초과해 집행한 금액은 목회자 개인의 지출인데 이를 교회의 공적인 지출에 포함시킨다면 신도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최 회계사는 따라서 “청지기 역할을 수행하는 교회가 사회의 모델이 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더 엄격한 기준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천차만별인 목회자 사례비, 교단별 호봉제 바람직”

    “천차만별인 목회자 사례비, 교단별 호봉제 바람직”

     한국 개신교계가 일반 사회의 눈총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물질에의 지나친 예속이다. 실제로 대형교회를 비롯한 많은 교회에서 돈과 관련한 비리와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교회, 목회자의 과도한 지출이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교회 재정의 불투명성과 맞물려 지탄의 으뜸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정부의 ‘종교인 과세’ 추진을 앞두고 개신교계 내에서 사례비(교회에서 교역자에게 지급하는 급여나 보수) 책정, 교회 지출 등과 관련한 논의가 무성하다. 최근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서울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마련한 교회 재정 세미나는 비뚤어진 상황을 종합적으로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한국교회의 재정건강성 증진을 통한 신뢰회복을 목표로 2005년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경영연구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바른교회아카데미’, ‘재단법인 한빛누리’가 힘을 모아 결성한 연대단체다.  ‘목회자 처우, 공과 사의 구분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목회자 사례비의 성격과 운영방식, 그리고 대안적 기준 마련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가운데 감리교신학대 유경동 기독교윤리학 교수와 최호윤 삼화회계법인 회계사의 주장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유경동 교수는 “목회자 사례비는 성직수행의 노동이나 교회 재정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 단지 하나님이 부탁하신 거룩한 소명을 감당할 때 주어지는 선물임을 먼저 각성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특히 교회별로 천차만별인 목회자 사례비를 지적하고 목회자 간 빈부격차 해소방법을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  유교수는 “교회별로 들쭉날쭉한 목회자 사례비는 기준 설정이 안 된 탓이 크다”면서 과도한 사례비의 오명을 벗기 위한 방편으로 일반 사회의 호봉제를 참고해 교단별 호봉제를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목회 기간과 교회재정, 학력, 가족관계 등을 고려해 재무와 회계법을 기반으로 기준을 세우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호윤 회계사는 “목회자 처우를 교회가 감당하는 게 잘못이 아니라 일반적 상식을 초월한 지출이 문제”임을 지적했다. 그는 “목회자가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도록 제도와 절차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재정 집행과정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목회자가 당초 교회가 책정한 사례비를 초과해 집행한 금액은 목회자 개인의 지출인데 이를 교회의 공적인 지출에 포함시킨다면 신도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최 회계사는 따라서 “청지기 역할을 수행하는 교회가 사회의 모델이 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더 엄격한 기준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난민은 사람이 아니었다… 크리스마스섬, 예고된 비극

    난민은 사람이 아니었다… 크리스마스섬, 예고된 비극

    ‘호주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불리는 인도양 크리스마스섬의 난민 수용 시설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호주 ABC방송 등 외신들은 난민들이 시설을 사실상 장악하고 처우 개선과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지난 7일 시설을 탈출한 30대의 쿠르드계 이란인 남성이 이튿날 해안가 절벽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폭동이 시작됐다. 격앙된 중동 출신 수용자들은 방화와 폭력을 일삼았고 이 섬에 자리한 무시무시한 구금 시설의 실상도 전 세계에 드러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남성은 2010년 호주로 밀입국한 뒤 강제로 크리스마스섬의 시설에 수용돼 바깥세상과 격리됐다. 난민들은 그의 사망 소식에 “수용소 경비원들이 살해했다”며 누적된 불만을 터뜨렸다. 경비원과 직원들이 모두 대피하면서 수용소는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망명 신청자와 난민의 인권을 돌보지 않은 호주 당국의 가혹한 태도가 불러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크리스마스섬은 예쁜 이름과 달리 슬픈 역사를 지녔다. 섬의 이름은 1634년 동인도회사의 함장이 크리스마스 전야에 이 섬에 처음 발을 디딘 데서 유래한다. 이후 영국 함대가 주둔하면서 영국령이 됐다가 1957년 영연방의 호주에 양도됐다. 호주 서부 퍼스에서 북서쪽으로 2600㎞ 떨어진 작은 섬으로,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는 불과 360㎞ 거리에 있다. 면적은 135㎢에 불과하고 열대우림과 해안,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뤄졌다. 북동부 끝자락에 1400명 남짓한 주민이 거주하는 정착지구만 자리할 따름이다. 주민의 80%는 중국·말레이계다. 호주 정부가 수용소를 세워 외딴섬에 난민들을 몰아넣기로 한 것은 2001년 9·11테러 직후였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미군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버금가는 시설을 호주에도 만들자는 밀약 아래 2003년 난민 수용소를 설치했다. 대규모 난민선 입항을 금지하는 이민 정책을 내놓고 난민들의 밀입국 루트 길목에 자리한 이 섬을 지목했다. 인권단체들은 수용소를 교도소로 규정하고, 과거 원주민들을 분리 수용하면서 박해하던 ‘백호주의’의 잔재라고 비난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수용소가 인종차별주의와 반테러리즘, 이슬람혐오증 등의 복합품이라고 진단했다. 호주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추방당한 뉴질랜드인도 수용돼 있지만 이 섬은 ‘난민들의 무덤’으로 더 악명을 떨쳐 왔다. 2010년 12월 중동 출신 난민 100여명을 태운 어선이 섬 절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지만 호주 구조대가 구조에 불성실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너살 아이들이 부서진 배의 파편을 붙잡고 울부짖었으나 출동한 구조요원들은 구명조끼만 던져 줘 70명 넘는 난민이 익사했다. 호주 정부는 현재 크리스마스섬에 2900여명의 난민이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주 야당 측은 수용 인원이 2배가 넘는 5400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호주 정부의 태도는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호주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국제적인 분쟁 지역에 자국 군대를 파견하면서 난민이 발생한 책임을 일부 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롯데케미칼 “삼성화학 직원, 고용 보장”

    롯데케미칼은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롯데케미칼은 8일 자료를 내고 “삼성정밀화학 노사가 함께 롯데케미칼의 삼성정밀화학 지분 인수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와 환영’이라는 결정을 내려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지난 3일 삼성정밀화학 노사가 롯데케미칼의 삼성정밀화학 지분 인수에 ‘적극적인 지지와 환영’을 표하며 ‘고용 보장’을 촉구한 데 대한 답으로 나온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삼성SDI 케미칼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의 인수는 2020년까지 ‘글로벌 톱 10 종합화학회사’라는 롯데케미칼의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인수 과정에서 불합리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종업원들에게 불리한 처우를 강요하지 않았다”면서 “직원들의 고용에 대해 합리적으로 보장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의 우수한 인재들을 한 가족으로 맞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롯데 가족으로 편입되는 회사의 노사와 협력해 성공적으로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달 30일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과 정밀화학, BP화학을 롯데그룹에 넘겼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국사 교과서 논란 넘어서기(조동일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저자는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다.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문학사와 세계문학사 비교연구에 천착해 ‘한국문학통사’ 등 불멸의 저서를 남긴 원로 국문학자다. 그는 ‘문학사는 역사의 문화사이고, 역사는 총체사여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한다. 조 명예교수는 ‘삼국통일과 후삼국 통일은 어떻게 다른가’, ‘함석헌이 해방은 도둑처럼 왔다고 한 말에 동의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학생들이 발견해야 하는 문제를 미리 말하는 것은 월권이고 교육을 망치는 배신행위라고 일갈한다. 현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극우파로 기울어진다는 사자후와 함께 총체사적인 역사 교육, 다양성, 창의성의 존중의 대안은 오히려 현실적이다. 200쪽. 1만 3000원. 엄마들(마영신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우리네 엄마들의 삶은 헌신적인 어머니로, 지혜로운 아내 언저리로 박제화됐다. 그 고정된 역할의 경계 바깥으로 발을 내밀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면 곧바로 사회의 불편한 시선들이 쏟아진다. 건물 청소노동자로 일하며 부당한 처우와 해고 위협에 조심스럽지만 분연히 싸우는 엄마, 20대 못지않게 사랑의 감정 앞에 흔들리며 마음앓이하는 엄마, 변변히 모은 재산은 없지만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엄마 등 엄마들의 사생활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만화가 마영신의 그림체는 세련되지는 않지만 장면마다 담은 묘사는 핍진하기만 하다. 작가의 어머니가 직접 적은 연애, 우정, 노동, 가족의 이야기를 초안 삼았기에 작품 속 서사의 진정성이 더욱 절절하다. 372쪽. 1만 5000원. 펜으로 길을 찾다(임재경 지음, 창비 펴냄) 임재경은 1961년 조선일보로 입사해 대한일보, 한국일보 등을 거쳐 한겨레 부사장을 지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8·15, 6·25전쟁, 4·19 등 현대사의 한복판을 직접 몸으로 겪은 원로 언론인인 임재경이 팔순을 맞아 쓴 자서전이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해직과 투옥 등을 겪었지만 그의 출발은 시대의 주변인이었다. 서울대 문리대 시절 모두가 데모할 때 차마 끼지 못한 채 어슬렁거렸고, 6·25전쟁 관련 소설을 써보려 했지만 시대와 전쟁에 대한 통찰이 부족했다고 회고한다. 그가 경제부 기자 시절인 1967년 쓴 삼성 기사 대신 광고가 들어간 사연 등 언론과 자본의 문제를 비롯해 수습기자 제도, 기자단 문제, 그리고 언론과 정치권력의 관계에 대한 통찰이 빼곡하다. 440쪽. 1만 8000원. 헌법의 발견(박홍순 지음, 비아북 펴냄) 1987년 체제가 만들어낸 총체적 결과물인 헌법의 뿌리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1조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하는 헌법은 모두가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법학 전공자 등이 아니면 전문을 읽어본 이는 극히 드물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기본정신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 보장 ▲차별받지 않는 공평한 삶의 보장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 등 네 영역으로 크게 묶어서 이해를 높인다. 철학과 역사를 넘나드는 헌법 조문에 대한 해석을 보면 헌법이 왜 ‘시민의 교과서’인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플라톤의 ‘법률’,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루소의 ‘사회계약론’ 등 7권을 필독서로 꼽는다. 356쪽. 1만 5000원. 비싼 원전 그만 짓고 탈핵으로 안전하자(오시마 겐이치 지음, 장영배 옮김, 이매진 펴냄) ‘원전’과 ‘안전’은 한 획 차이지만 그 작은 차이가 불러오는 후폭풍은 하늘과 땅 차이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겪은 일본 리츠메이칸대 교수인 저자는 원전이 값싼 에너지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할 뿐이라며 사회적 비용과 환경 피해를 고려하면 비용 측면에서 결코 값싸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그는 정계, 관계, 경제계, 노동계, 학계, 언론계 등으로 구성된 원자력 관련 이해공동체 집단의 관계 및 실태를 고발하며, 그들의 원자력 복합체를 ‘원자력 마피아’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를 해체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탈핵 안전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240쪽. 1만 2000원.
  • [K스마일 친절 캠페인] (하) 韓관광 업그레이드 전문가 3인 좌담회

    [K스마일 친절 캠페인] (하) 韓관광 업그레이드 전문가 3인 좌담회

    외래 관광객 1000만명을 돌파한 2012년 이후 한국의 관광산업은 3.0 시대로 업그레이드되는 전환기를 맞았다. 이는 지금부터 설계를 잘해야 외래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앞당기고 관광대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그 마중물이 바로 ‘K스마일 캠페인’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2일 ‘한국 관광의 업그레이드와 K스마일 캠페인의 역할’을 주제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훈(50)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맹찬호(52) 모두스테이 대표, 강홍준(70) 푸드앤데코 대표가 참석해 한국 관광 3.0의 키워드가 될 K스마일 캠페인의 추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K스마일 캠페인이 국내 관광산업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훈 한양대 교수(이하 이 교수): K스마일 캠페인은 외래 관광객들이 담아 갈 그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정이나 친절 등으로 채우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외래 관광객 1400만명을 넘어서면서 올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어려워졌다. 관광산업에도 항상 등락이 있다. 한데 위기 상황을 순간적으로 모면하려 하다 보면 오래 지속되는 정책을 만들지 못한다. 요즘 양보다는 질적인 면에서 진정한 관광의 힘을 기르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K스마일 캠페인은 아직 다듬어야 될 부분이 많이 있지만 질적 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 볼 수 있다. →다듬어야 될 부분이 뭔가. 구체적인 예를 들어 달라. -이 교수: 먼저 톱다운(Top-Down) 방식, 그러니까 정부에서 밑으로 전해져서는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시간이 걸려도 업계와 국민의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는 대상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에 대한 친절(캠페인)인지, 국민에 대한 것인지 모호하면 전략 또한 분명하지 않을 수 있다.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것은 재교육 등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고, 국민에 대해서는 타 문화에 대한 문화적 수용력을 기르도록 해야 진정한 웃음을 짓게 만들 수 있다. →그간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환대 캠페인을 벌였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맹찬호 모두스테이 대표(이하 맹 대표): (친절이) 캠페인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인지 의문이다. 사회적으로 감정 노동자 대부분이 환대 서비스에 종사한다. 지금 사회가 이 사람들을 웃게 할 수 있는가. 길 가다 마주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내가 왜 친절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기반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왜’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몸만 움직이라고 한다 해서 실효를 거둘 수 있겠나. →관광 접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먼저라는 뜻으로 들린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뭔가. -강홍준 푸드앤데코 대표(이하 강 대표): 캠페인을 통해 단지 많이 웃으라는 게 아니라 웃음 속에 충분한 여건을 갖추라는 뜻일 거다. 음식의 경우 단순히 음식의 맛만 파는 게 아니라 한국의 음식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교수: 중요한 건 글로벌화다. 우리처럼 인구에 비해 많은 외국인을 만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만남에서 역동성이 만들어진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세계사에서도 몽골이나 로마, 미국 등이 타 문화를 능동적으로 잘 받아들이고 자기화함으로써 번성할 수 있었다. 문화에 대한 이해, 수용력을 높여야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다. →불친절 사례들이 축적되면 재방문율도 떨어지게 된다. 특히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재방문 의지 약화가 문제인데, 대안이 있을까. -맹 대표: 해결 방법만 보면 어렵지 않다. 과도한 택시비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 쉽게 정리될 법한 문제 아닌가. 하지만 이는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인프라와 관계가 있다. 바가지요금 등은 누군가가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개선되는 문제다. 해결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느냐, 즉 자원 배분의 문제라는 것이다. →관광경찰을 창설하는 등 개선 노력을 많이 한 건 맞지 않나. -맹 대표: 관광경찰이 생겨서 한 달에 100건이던 불만이 95건으로 줄 수는 있다. 하지만 태가 나게 좋아지지 않는 건 자원 배분이 그만큼 안 됐다는 뜻이다. 제한된 세금을 써야 되니까. -이 교수: 통계를 과도하게 인용하는 것도 문제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우리의 환대 수준이 141개국 중 129위라고 했다. 재방문 비율도 중국의 경우 20%대라 큰 문제라는 것이다. 한데 통계가 갖는 함정들이 있다. 통계는 참고자료일 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론적으로 불만족은 안내 정보 등 인프라가 불편했을 때 느끼는 수치다. 이에 반해 만족은 기대하지 않았던 서비스나 감정적인 것들로 인해 발생한다. K스마일 캠페인은 이 만족도를 증폭시키는 면에서 영향력이 있다. →하드웨어보다 관광객의 정서에 호소할 수 있는 휴먼웨어에 초점을 맞추라는 뜻인가. -이 교수: 시스템으로 해결할 것과 캠페인으로 해결할 것을 나눠야 한다. 택시 바가지요금 문제가 많이 나오는데 이런 건 다른 부처와 함께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택시 기사들에 대한 처우가 낮다. 불친절은 이런 데서 나온다. 근본적으로 이런 걸 해결해야 한다. 현금영수증을 철저히 발행하는 것도 시스템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외국인은 카드보다 현금을 더 많이 쓰지 않나. 그리고 친절이나 정 등에 대한 부분은 우리의 사랑방 문화와 결합시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맹 대표: 직원들에게 친절 교육을 시키는 건 굉장히 어렵다. 반면 불만족을 줄이는 건 쉽다. 고객 만족보다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캠페인이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과연 우리가 그런 수준에 와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강 대표: 내가 행복해야 웃을 수 있다고만 생각하면 이 문제는 풀기 힘들다. 최소한 매너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매너는 배려다. 거시적으로 끌고 가지 말고 개개인이 매너를 갖추는 일에 초점을 맞추자. →캠페인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추진 방향은 어때야 하나. -맹 대표: 접점에 있는 직원에 대한 서비스 교육은 아닌 것 같다. 소기의 효과를 거두려면 총지배인 등 관리자에 대한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지배인에게 욕먹었는데 웃음 캠페인을 한다고 효과가 있겠나. -이 교수: 불친절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도 많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한국에 쓰레기통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한다. 왜 우리에게 쓰레기통이 없는지를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 오기 전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강 대표: 요즘 (요식업계의) 구인난이 심각하다. 어쩌다 구한 직원에게 직업의식이나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시킬 만한 시간이 없다. 이런 교육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 →다시 가고 싶은 나라를 만들려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맹 대표: 다시 가고 싶은 나라보다는 불만족 요인을 제거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나라를 만들지 않는 쪽에 맞춰야 한다. -이 교수: 재방문을 위해서는 친절과 콘텐츠, 장소가 결합돼야 한다. 친절만으로는 부족하다. 관광객 80%가 서울 위주다. 이를 분산시켜야 한다. 광주, 강원 등 권역별로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줘야 한다. 여기에 친절 등이 결합됐을 때 재방문율이 높아질 것이다. →우리의 관광 수준을 높이려면 무얼 바꿔야 할까. 영역을 가리지 말고 얘기해 달라. -강 대표: 여행은 먹거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미식 여행, 한옥 탐구 여행 등 전문화된 콘텐츠를 많이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캠페인이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끝까지 성공적인 사례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맹 대표: 택시, 호텔, 식당 등 관광의 요소들이 각자 알아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사회적으로 무리수를 두게 되고 새로운 부작용도 낳게 된다. 고객에게 좋은 게 아니라 각 관광 요소에 좋은 것만 추구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이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방법을 찾아 줘야 한다. -이 교수: K스마일 캠페인을 통해 관광을 업그레이드시키려면 두 가지 방안을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는 구체적으로, 그러니까 연구나 자료에 입각한 구체적 전략이 나오고 이 전략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광정책이) 수행돼야 한다. 캠페인만이 아닌, 구체적인 전략과 연계됐을 때 성과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현재의 관광산업은 관광정책기관들만 수행하기에는 너무 다양하고 복합적인 현상을 포함하고 있다. 택시 문제의 경우 국토교통부에서 같이 해 줘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관광 현상을 놓고 법무부나 보건복지부 등 다양한 부처가 함께 고민하고 정책을 고안하는 협력체제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K스마일 캠페인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회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정리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삼성정밀화학 노조 새 상생 모델 제시

    삼성정밀화학 노조 새 상생 모델 제시

    삼성과 롯데의 빅딜에 따라 롯데로 주인이 바뀐 삼성정밀화학 노사가 3일 매각에 반대하기보다는 롯데 측에 고용과 처우 보장을 요구해 새로운 상생 문화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노사공동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빅딜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의 생존을 확보하고 모두의 공멸을 피하기 위한 삼성의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이해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롯데케미칼의 지분 인수를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롯데의 비약적 성장과 발전을 이끈 신동빈 회장이 보여 준 탁월한 경영 리더십에 무한한 신뢰와 지지를 보낸다”면서 “신 회장이 회사를 방문해 롯데의 새 식구가 될 임직원들을 만나 미래 비전을 공유해 달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고용과 처우에 대한 명확한 보장도 요구했다. 롯데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와 아낌없는 지원도 요청했다.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성인희 사장과 이동훈 노조위원장이 맡았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30일 삼성정밀화학 지분 31.5%(삼성BP화학 지분 49% 포함)와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의 지분 90%를 인수하기로 했다. 삼성정밀화학의 이번 성명은 빅딜 이후 노사 양측 간 윈·윈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지난해 말 한화종합화학(구 삼성종합화학)은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 온 삼성에서 한화로 넘어간 직후 노조를 설립하고 강력한 노조 활동으로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인수 과정에서 1인당 5500만원의 위로금을 받았으나 이 회사 울산공장 노조는 지난달 중순부터 올해 임금 단체협상 결렬을 이유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이 지난달 말 직장폐쇄로 대응하면서 이날 현재까지도 공장이 멈춰선 상태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딸 있는 CEO가 더 자비로운 기업 경영한다”

    “딸 있는 CEO가 더 자비로운 기업 경영한다”

    앞으로는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그 기업 CEO의 가족관계까지 잘 살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딸을 키우는 CEO들은 그렇지 않은 CEO들 보다 비교적 자비로운 기업 경영방침을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마이애미 대학교 헨릭 크론크비스크 교수와 중국·유럽 국제비즈니스 스쿨(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 프랭크 유 교수는 미국 내 400여 대기업 CEO들이 과거에 내린 사업 방침들을 분석한 뒤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기존 연구들에서 딸을 키우는 판사들은 좀 더 진보·민주적인(liberal) 판결을 내리는 편이며, 이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며 “그러나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연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조사 결과 딸을 가진 CEO들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부문에 있어 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직원들의 육아 권한보장, 탄력적 근무시간 보장, 합리적 정리해고, 직원에 대한 기업이익 공정분배, 여성·미성년자·장애인 직원 처우 개선 등의 사안을 아우르는 것이다. 연구팀은 “딸을 가진 CEO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활동에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며 “그러나 아들을 가진 CEO를 둔 기업들은 동일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더 나아가 CEO가 딸을 가진 사람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바뀐 기업들은 이러한 사안들에 있어 두드러지는 퇴보를 보였다는 점을 특기할 만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딸이 있는 CEO를 새로이 기용한 기업들은 그 이후로 사회적 책임 관련 활동이 증강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거꾸로, 사회적 책임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활발히 수행해 온 기업들은 딸 있는 CEO를 기용할 확률이 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남성과 여성 CEO를 비교해본 결과 남성 CEO중 딸이 있는 사람들은 여성 CEO들이 내린 것과 유사한 종류의 사회적 책임 관련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미국 상장기업 CEO 중 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분에 있어 좀 더 관대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부모들은 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딸들 또한 부모의 직장에서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렇듯) 자녀들은 부모의 신념과 성향을 결정짓기 마련이며 이는 현재 미국 경제계 최고 사업가들의 실질적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딸 있는 CEO, ‘기업 사회적 책임’ 더 활발하다 (연구)

    딸 있는 CEO, ‘기업 사회적 책임’ 더 활발하다 (연구)

    앞으로는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그 기업 CEO의 가족관계까지 잘 살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딸을 키우는 CEO들은 그렇지 않은 CEO들 보다 비교적 자비로운 기업 경영방침을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마이애미 대학교 헨릭 크론크비스크 교수와 중국·유럽 국제비즈니스 스쿨(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 프랭크 유 교수는 미국 내 400여 대기업 CEO들이 과거에 내린 사업 방침들을 분석한 뒤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기존 연구들에서 딸을 키우는 판사들은 좀 더 진보·민주적인(liberal) 판결을 내리는 편이며, 이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며 “그러나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연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조사 결과 딸을 가진 CEO들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부문에 있어 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직원들의 육아 권한보장, 탄력적 근무시간 보장, 합리적 정리해고, 직원에 대한 기업이익 공정분배, 여성·미성년자·장애인 직원 처우 개선 등의 사안을 아우르는 것이다. 연구팀은 “딸을 가진 CEO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활동에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며 “그러나 아들을 가진 CEO를 둔 기업들은 동일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더 나아가 CEO가 딸을 가진 사람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바뀐 기업들은 이러한 사안들에 있어 두드러지는 퇴보를 보였다는 점을 특기할 만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딸이 있는 CEO를 새로이 기용한 기업들은 그 이후로 사회적 책임 관련 활동이 증강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거꾸로, 사회적 책임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활발히 수행해 온 기업들은 딸 있는 CEO를 기용할 확률이 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남성과 여성 CEO를 비교해본 결과 남성 CEO중 딸이 있는 사람들은 여성 CEO들이 내린 것과 유사한 종류의 사회적 책임 관련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미국 상장기업 CEO 중 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분에 있어 좀 더 관대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부모들은 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딸들 또한 부모의 직장에서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렇듯) 자녀들은 부모의 신념과 성향을 결정짓기 마련이며 이는 현재 미국 경제계 최고 사업가들의 실질적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31) 엄마의 눈으로 본 저출산 대책은 슬펐다

    [독박(讀博) 육아일기](31) 엄마의 눈으로 본 저출산 대책은 슬펐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나는 아이를 세 명은 낳겠다고 말하곤 했다. 세 자매 중 첫째로 자랐다 보니 형제가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막둥이를 키우며 부모님이 즐거워하셨던 모습도 강하게 남았다. 나를 닮은 자녀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을 것 같고, 가족 사진도 다섯 명이 있으면 알차 보이는 것 같았다. 결혼을 하고 보니 일을 하면서 셋을 낳는 것은 무리로 보였다. 상황을 봐서 두 명으로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 물정은 모르고 막연한 환상만 가득했던 계획이었다. 어쩌다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도 너무 버겁다. 아이가 주는 기쁨을 생각하면 둘이고 셋이고 많을 수록 좋은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이 한 명 제대로 키워내는 것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이를 셋 낳겠다고 장담했던 것은 2006년 무렵부터였다. 그 때 나는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사회복지를 공부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이자 공부하는 내용의 핵심 과제였다. 당시 합계출산율은 1.12명이었다. 저출산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하며 내가 엄마가 될 즈음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고, 나 역시 세 명을 낳아 저출산 극복에 이바지하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그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 사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숫자는 1.21로 소수점 뒷자리의 순서만 바꼈다. 약 100조원의 돈을 투자했는데도 좋아진 게 없다는 비판이 여당에서도 나온다. 오히려 달라진 것은 나였다. 나는 엄마가 되었다. 책으로 배웠던 저출산 대책들이 이제 생활이 되었다. 한 줄 한 줄 피부에 와닿는다. 다만 정부의 대책에 영향을 받아 출산을 결정하거나 자녀 계획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실은 10년 전 학생으로 지켜보던 것보다 더 가혹해졌다. 나는 이제 아이 셋은커녕 하나를 겨우 키우면서도 과연 이 상태로 언제까지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 외줄을 타는 처지가 됐다. 정부가 10년 만에 대대적으로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발표했다. 무슨 전문가도 아니고 담당 분야를 깊이 취재한 기자도 아니고, 그냥 두 살배기 아이의 엄마로서 접했다. 열심히 만드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일단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화가 났다. 억울했고 안타까웠고, 또 막막해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믿었던 작은 기대들이 무너지는 듯해 슬프기까지 했다. 도대체 왜 이런 감정들을 느꼈는지, 부모님의 도움을 하나도 받지 못하면서 맞벌이를 하는 직장맘으로서 간절하게 몇 가지만 알리고 싶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보육’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정부에서 무상보육을 실시하면서 양육수당을 주거나 어린이집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단 몇 푼이라도 돈을 주는데 도움이 안 될 리 없다. 하지만 어린이집 비용을 매달 40만 6000원(만 0세 기준)이나 받으면서도 나는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내가 40만 6000원으로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단 6시간 뿐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어린이집들이 “아이가 머물기에 적당한 시간”이라며 권장한 시간이다. 조금 더 보내는 엄마들도 오전 9시~오후 5시 전후일 뿐이다. 조금 더 보내자니 눈치가 보인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박봉을 받으며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아는 데다 내 아이를 직접 돌봐주는 분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맞춤형 보육을 실시한다면서 “종일반 위주의 어린이집 운영이 부모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지만 현실과 다른 이야기다. 정부에서 말하는 종일반이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 동안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그런데 이렇게 12시간을 꽉 채워 보내는 부모를 아예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문을 여는 어린이집이 없기 때문이다. 12시간 문을 여는 어린이집은 우리 동네에 딱 한 군데, 사회복지법인에서 위탁해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뿐이다. 문을 열더라도 어린 아이가 한 곳에 12시간이나 머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때문에 엄마들이 잘 보내지도 않는다. 아무튼 어린이집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은 ‘반일반 위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추가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 특히 나는 친정이나 시부모님의 양육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베이비시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출퇴근형 160~180만원, 입주형 200만원 이상. 이 비용을 댈 수 없어서 어린이집에 6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출퇴근 시간을 합쳐 6~7시간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로 등하원 도우미 겸 시터를 구했다. 아이를 ‘잘’ 봐주는 사람을 구하기가 워낙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에 시급은 1만원 안팎으로 월 100만원대 급여를 드린다. 때마다 선물도 하고 과일이나 명절 떡값 정도도 챙긴다. 그걸 따지지 않더라도 내가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맡기는’ 비용만 벌써 150만원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매달 내면서도 혹시 한 달에 두어 번 회식이 생기면 남편과 서로 시간을 조절하고 혹시 일정이 안 맞으면 이모님에게 아주 간곡히 사정을 해가며 한 두시간을 더 봐달라고 부탁한다. 공휴일이나 ‘샌드위치’ 휴일이 다가올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주중에 있는 달력의 빨간 숫자가 아주 달갑지 않다. 아이가 수족구에 걸렸을 때,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에도 아이가 아픈 것보다도 어린이집을 못 보내게 되는 것을 걱정하게 되는 내 자신에게 말할 수 없이 짜증이 났다. 그나마 재택야근이 가능한 부서에 있어서 지금은 매우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이렇게 살면서 월급의 절반 이하를 이모님께 드리고 나머지로 아이의 먹을 것을 비롯해 생활비로 쓴다. 책이나 장난감은 주로 중고를 산다. 남편은 월급의 상당 부분을 아파트 전세 대출 이자와 원금을 갚는 데 쓴다. 지난해 이사한 서울 변두리의 아파트는 1년 사이 전세가가 1억 원이 올랐다. 결혼할 때는 당연히 부모님의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맞벌이니 둘이 열심히 벌고 모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출발선부터 뒤쳐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고, 그걸 따라잡을 엄두조차 안 난다. 이런 상황에서 40만 6000원은 매우 감사한 돈이다. 그런데 이 돈을 좀 제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시설을 만들면 되고, 교사를 더욱 늘리면 되고, 교사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면 된다. 그런데 돈이 많이 드니까 이런 문제는 잘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차라리 40만 6000원을 안 받아도 좋으니 내가 원하는 시간 만큼, 정말로 믿고 의지하며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기관이 생길 수만 있다면 좋겠다. 비슷한 맥락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대신 사설 놀이학교 등을 보내는 엄마들도 많다. 돈을 내는 만큼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다. 예전에는 직장 어린이집이 최선일 거라고 생각도 했고, 지금도 서울 광화문 인근 기업의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정작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의 수요 조사를 실시해 보면 “이용하겠다”는 의사가 적다고 한다. 결국 “가뜩이나 돈도 많이 들고 성가실 게 뻔한데, 정작 직원들도 원하지 않더라”는 말로 어린이집 설치가 무산되는 듯 하다. 이른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이도 함께 준비를 시키고 시내까지 데리고 나오는 자체도 간단치 않은 일이라서다. 자차를 이용한다면 좀 수월하겠지만 그게 아닌 엄마들은 매일 아이를 데리고 출근길 지옥철에 몸을 실어야 한다. 차라리 아쉬운 대로 부모님에게 아이를 밀어넣고,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맡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규모가 매우 큰 기업이 아닌 이상 직장 내 어린이집 시설을 갖추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 될 거다. 시설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좋은 인력과 프로그램도 보장되어야 한다. 한 회사의 힘으로 어렵다면 여러 회사들이 힘을 모아서, 아니면 정부에서 나서서 지역별, 권역별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면 좋겠다. 이렇게 회사들이 많이 모인 광화문에 직장 연합 어린이집, 신문사 연합 어린이집 같은 게 생기면 얼마나 좋을지 꿈을 꿔본다. 내가 일하는 근처에서 아이가 지낼 수 있고, 일과 중 가끔씩이라도 아이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나처럼 의지할 데가 없는 엄마는 출근길 고통 쯤이야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자랄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어린이집이야 지원금도 나오고 시간을 정해 ‘봐주는’ 곳이니 일단 맡길 수는 있으니 말이다.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면 모든 게 돈이다. 게다가 정규 시간이 오후 2시 안팎으로 끝난다. 이후에는 보충수업이나 특별활동 등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며 아이를 머물게 해야한다. ‘좋은’ 유치원에 들어가는 것은 아마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바늘구멍일 거다. 나는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직전까지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도 하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말귀야 다 알아듣고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생기겠지만, 그래도 혼자 두는 것은 여전히 불안한 세상이다. 학교 수업이 12시, 1시에 끝나버리면 그 때부터는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다가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아이를 챙겨줄 ‘이모님’이라도 존재는 10년 가까이 옆에 둬야 하고, 그러면 계속 월급의 일부를 남에게 떼어주면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 아직 두 돌도 안 된 아기의 얼굴을 보며 나는 10년 안에 벌어질 이런 상황들이 너무 미안하기만 하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비판하면서 내놓은 여당의 아이디어다. “생각의 틀을 바꿔버리자”는 멋있는 제안을 하더니 대뜸 학제를 개편하자니. 아이의 입학 연령을 낮춰서 입직 연령을 앞당기자는 거였다. “아이가 일찍 학교에 들어가면 엄마의 취업률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억울함마저 들었다. 모두가 나처럼 아이를 힘들게 키우는 게 아니었구나, 아이를 단 한 시간도 맡길 데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굴러본 사람은 나밖에 없었구나. 다들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편하게 아이를 잘 키웠나보다, 허무했다. 직장맘의 가장 큰 고비가 두 차례라고 들었다. 내 생각도 다름 없다. 첫 번째는 아이를 낳아 육아휴직을 한 뒤 복직을 하기 직전, 12개월 전후다. 핏덩이 같은 젖먹이를 떼어놓고 회사로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어미의 심정을 과연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정부에서 전업주부들더러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라면서 “가정 양육이 아이에게 가장 좋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직장맘들도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그렇게 중요하다던 36개월까지 휴직 기간을 늘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직장맘들은 돌쟁이들을 매몰차게 놔두고 자기 일을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만들고, 전업주부들은 “할 일 없이 놀면서 애도 안 보고 어린이집을 보내는 한심한” 사람들로 만드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또 겨우 1년 3개월 동안 출산+육아휴직을 꽉 채워 쓰면 그렇게도 온갖 눈치를 주면서 겨우 복직을 하면 “애 보기 싫어서 일하러 나왔다”, “잘 쉬다 왔냐”고 수근거리기도 한다. 두 번째 고비가 초등학교 입학 전후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보육’의 울타리가 사라진다. 학교마다 방과후 교실이나 돌봄교실이 만들어진 것은 안다. 그래봐야 오후 5시까지다. 지역 아동돌봄센터든 학원이든 아무튼 계속 아이를 어디론가 보내야 한다. 현재 만 6세 아이들도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는 아기나 다름 없다. 선생님에게 화장실에 가겠다는 말도 못하고 참다가 긴장하면 바지에 오줌을 싸기도 하는 나이다. 돈 개념도 아직 없어서 아이 손에 돈을 쥐어주기도 조심스러운 나이다. 그런데 만 5세를 초등학교에 보내놓고 엄마들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학교를 보내 놓은 시간 동안 일을 한다 해도 겨우 몇 시간, 파트타임일 뿐이다.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에 치어가며 힘들게 공부를 하며 자라야 하는 아이다. 여자 아이라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늘 불안해 하며 노심초사할 것이고, 혹시나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요즘에는 SNS를 통해서 눈에 띄지 않는 폭력도 허다하다는데 과연 내 아이는 무사할 수 있을까. 정말 말 그대로 별의 별 일들이 다 일어나고 있는 이 곳에서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이 미안하다. 그런데 이 험난한 세상에 1, 2년 더 빨리 뛰어들고, 더 빨리 경쟁해서 어떻게든 결혼하고 애를 낳으라니. 화가 난다. 보육 문제를 통틀어 가장 바꿔야할 것은 사실 너무 근본적인 문제다. ‘아빠의 달’ 인센티브를 한 달에서 3개월로 늘리고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는 내용은 사실 별 도움이 안 된다. 왜 꼭 아빠가 일을 쉬어야지만 육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이건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보육 문제가 이토록 해결할 수 없는 고리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것은 바로 ‘일’에 대한 전반적 분위기 때문이다. 오후 6~7시에 집에 도착할 수 있는 퇴근시간을 가진 직장이라면 더 이상 하원 도우미를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 나처럼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아이의 어린이집 일과 시간에 맞춰 일을 하도록 해주면 월 10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안 써도 된다. 꼭 근무시간이 길어야만 일을 열심히, 잘하는 듯한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는 사회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를 키우는데 긴 근무시간 만큼 , 아이를 봐주는 곳이 없다. 이 자체로도 모순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나와 남편, 두 사람이 사랑하는 아이를 한 명 낳았는데 도저히 둘의 힘만으로는 키울 수가 없다. 친정이든 시댁이든 부모님이나 남의 도움을 꼭 더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을 하는 게 오히려 철이 없는 게 아닌가. 몇 달 전, 내가 쓰는 글을 읽고 한 40대 독자가 보내주신 메일에서 나는 눈물이 쏟아졌다. “저보다 한참 어린 기자님의 삶이 저의 지난 삶과 너무 비슷해서, 세월이 이렇게 흘렀어도 일하는 엄마의 삶은 여전히 힘들고 예전의 상황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음에, 딸 가진 엄마로서 가슴이 미어지네요” 나는 10년 뒤 또 다른 직장맘 후배에게 이런 연민을 느끼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30년 남짓 뒤, 내 딸이 엄마가 되는 시간까지. 나의 눈물과 불안함은 가시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안타깝고 슬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25)아들 딸 구별 말자던 세상, 정말 달라졌을까 (26)가끔은 그냥 ‘나’이고 싶다 (27)1년에 단 며칠인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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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들 보육료 싸움에 매년 애들만 볼모”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집단 휴가로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 동안 ‘육아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의 보육예산 삭감과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 편성을 둘러싼 충돌에 뿔난 어린이집들이 집단행동을 선언한 탓이다. 어린이집 말고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워킹맘’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28∼30일 보육교사들이 연차 휴가를 동시에 사용해 사실상 휴원을 하는 방식의 비상 운영체제에 들어간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집단휴원에는 전국 1만 4000여곳의 연합회 소속 민간 어린이집 중 1만여곳이 참가할 예정이다. 연합회 측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영아반(만 0∼2세) 보육료 지원단가를 3% 인상할 것처럼 발표했지만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는 보육료 지원단가가 동결됐다”며 “내년도 누리과정(만 3∼5세) 보육료 예산 역시 편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쟁점 중 영아반의 보육료 인상은 정부와 여당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만, 누리과정 보육료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예산 편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집단 휴원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밝히며 민간 어린이집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 어린이집들이 지난주 ‘교사 연차휴가 동시사용에 따른 희망보육 안내’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각 가정으로 보내 희망자에 한해 대체 교사를 활용한 ‘통합보육’(연령대와 상관없이 아이들을 한 데 모아 보육하는 것) 계획을 공지했다. 워킹맘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회원수 200만명이 넘는 네이버 육아 카페 ‘맘스홀릭베이비’나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어린이집 휴원 기간 동안 아이 어떻게 하시나요?” 등 문의 글이 쇄도했다. 3세 아들을 둔 회사원 최모(34·여)씨는 “어린이집에서 휴원을 알리는 가정통신문과 함께 ‘희망보육동의서’를 보내왔지만 애를 보낸다고 해도 텅 빈 어린이집에 아이만 덩그러니 앉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아쉬운 대로 나보다 덜 바쁜 남편이 연차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 사는 직장인 김모(36·여)씨는 “어린이집에 못가는 사흘 동안 애를 시부모님께 맡길 생각”이라면서도 “하루도 아니고 사흘을 맡기려니 시부모님들께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대부분 학부모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보육 시설과 교사에 대한 처우가 개선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회사원 박모(37·여)씨는 “매년 비슷한 내용의 통신문을 받는데,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이는 많이 낳으라고 하면서 정작 아이를 돌보는 보육 시설에 대한 지원에 박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장인 박모(35·여)씨는 “솔직히 어린이집 파업은 나 같은 직장맘들한테 피해 입혀서 나라에 항의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어른들 싸움에 애들만 볼모로 잡혀 힘든 게 보기가 싫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EU-발칸 난민대책 특별 정상회의, 부적격 난민신속 송환 추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유입사태를 맞은 유럽연합(EU)이 난민 경유지인 발칸 국가와 함께 난민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모두 13개국이 참여한 회의는 헝가리의 국경 통제로 발칸 국가인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등지로 난민이 몰려들면서 소집됐다.  25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난민대책 특별 정상회의에선 겨울철을 앞두고 발칸 지역 국경에 묶여 있는 수만명의 난민에 대한 인도적 처우와 함께 부적격 난민에 대한 신속한 송환 등 현안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발칸 지역에 체류 중인 난민들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회의 직후 EU는 서부 발칸 국가 국경에 일주일 안에 경비병력 400여명을 증강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경제적 이주민에 대해선 본국으로 신속하게 송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15일 열린 EU 정상회의도 EU 외부 국경통제를 강화하고 불법 이민자를 송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 발칸 지역 8개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했다. 그리스,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등 EU 소속 5개국과 EU 회원국이 아닌 세르비아와 마케도니아, 알바니아까지 8개국 정상들이다. 이들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닫고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국 국경도 폐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웨덴, 네덜란드, 헝가리까지 13개국이 참여한 회의에선 EU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난민문제를 효율적으로 조율하느냐에 방점을 찍었다.  회의를 소집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서부 발칸 국가들이 난민과 이민자들의 유럽 유입 통로로 부상함에 따라 이들 국가와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EU 국가로 입국한 난민과 이주민은 71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에 비해 3배에 달하는 숫자다.  한편 리비아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는 지난 24일 리비아 북부 해변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의 시신 40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알마스라티 적신월사 대변인은 “트리폴리 동족 즐리텐 서쪽 해안에서 시신 27구, 나머지 13구는 트리폴리와 콤스 해안에서 발견됐다”며 “실종된 30명의 행방을 추가로 쫓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엄마는 항상 ‘을’ 신세…맞춤형 보육은 꿈인가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엄마는 항상 ‘을’ 신세…맞춤형 보육은 꿈인가

    21개월 아이가 어린이집 생활을 한 지도 벌써 1년이 됐다. 언제 다시 날지 모르는 빈자리를 얼른 채우느라 10개월짜리를 기관에 들여보냈다. 잊을 만하면 콧물을 달고 오고 놀다 넘어져 이마에 멍이 들어 오기도 한다. 그저께도 얼굴에 반창고가 붙여졌다. 아이들이야 다치는 일이 부지기수지만 이렇게 내가 안 보이는 곳에서 상처를 내 오면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다. 그러나 이번에도 풀 수 없는 속상함을 삼켰다. 남는 건 결국 자책감이다. ●어린이집 보내기 어려워… 태아 때 400번대 대기어린이집 이야기는 언제나 조심스럽다. 굳이 갑을 관계를 따지자면 나는 철저한 을(乙), 아니 ‘병’(丙) 정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일을 하는 엄마라서 그렇다. 작은 불만 정도는 아예 말도 꺼내지 않는 게 상책이다. 어린이집이 아니면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마음에 안 든다고 당장 어린이집을 옮길 수도 없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대하는 시선은 늘 복잡하다. 그저 무한한 신뢰감으로, 내 아이는 잘 지내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살짝 경계가 되기도 한다. 평소에 나 대신 아이를 잘 돌봐 주는 정말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공휴일이 다가오거나 아이가 아프게 되면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복잡한 시선은 어린이집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사실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임신을 해서 태명으로 어린이집 대기를 걸면서 ‘저출산 국가라면서 왜 이렇게 어린이집 보내기가 어려운 것인가’ 불만이 처음 생겼다. 입소 1순위인 맞벌이인데도 뱃속 아기의 대기 번호가 400번대였던 탓이다. 그마저 지난해 이사를 하면서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다시 대기를 올려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아기가 5개월 때 걸어 둔 어린이집은 200번대로 시작했다. 이번 주에 58번까지 당겨져 있는 것을 보고 그저 감격스러울 뿐이다. ●어린이집 국공립 비중 5.7%뿐… 훨씬 많아져야 정말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 아니다.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은 모두 4만 3742곳, 정원은 총 180만 659명이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149만 6671명이었다. 통계상으로는 전국 시·도 지역에서 모두 어린이집 정원이 현원보다 많았다. 100번대 대기번호를 기다려야 하는 곳은 국공립어린이집이다. 전체 어린이집 4만 3742곳 중에 국공립어린이집은 2489곳(5.7%)에 불과했다. 가정어린이집이 2만 3318곳(53.3%)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민간어린이집(1만 4822곳·33.89%)이었다. 내가 처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처럼 지금도 가정어린이집 중에는 상담을 받으면 바로 입소할 수 있는 곳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아무 데나 보내면 되지 왜 굳이 국공립어린이집을 고집하느냐. 일하는 엄마로서 조금이라도 눈치를 덜 보고 더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지금은 가정어린이집에 아이를 오전 10시에 등원시켜서 오후 4시에 데려온다. 나의 출퇴근 시간과 비교해 보면 어림도 없는 시간이라 등하원을 도와주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을 고용한다. 나는 직장맘이니 내 아이만 더 늦게까지 봐 달라고 말이야 해 볼 순 있다. 그래 봐야 오후 6~7시까지인데 그걸로도 모자라긴 마찬가지다. 더구나 어떻게든 그 시간까지 계속 근무를 해 달라고 하기에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업무가 너무 무겁다는 것도 내 아이 한 명을 키우면서 이미 절감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고 인증받은 기관에서 위탁해서 운영하는 국공립어린이집이라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아이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다. 오후 8시가 될 때까지 불을 밝히고 있는 집 앞 국공립어린이집은 특히 이 환상을 키워 준다. ●보육료 지원 축소 정부정책 엄마들 바람과 딴판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유치원·어린이집 운영 실태 비교 및 요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집 정원은 평균 58.8명인데 교사 수는 7명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공립과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의 교사가 7~9명이었고 민간, 가정어린이집은 4~6명의 비율이 가장 많았다. 교사의 90%가 담임교사를 맡았다. 담임교사들은 평균 오전 9시 16분에 근무를 시작해 오후 6시 50분까지 일했다. 평균 근무시간이 9시간 34분이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평균 기본급은 147만 8000원이다.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는 180만 1000원이었지만 민간은 127만원, 가정은 113만 8000원을 받았다. 일의 강도는 숫자로 표기할 수도 없다. 나는 내 자식 한 명 밥 먹이고 하루 종일 놀아 주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은데, 저마다 특성이 다른 아이들 여럿을 먹이고 재우고 돌보는 일을 10시간 가까이 하는 보육교사들이 120만원도 못 받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보육교사들도 누군가의 엄마이고 직장인인데 더 많은 돈을 받고 더 좋은 환경에서 수월하게 일하는 편이 내 아이에게도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기대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보육정책이 움직인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영유아보육료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3조 1377억 200만원이던 영유아보육료 지원 사업 예산은 내년도 2조 9617억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내년부터 ‘맞춤형 보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업주부들의 어린이집 이용을 대폭 줄이겠다는 취지다. 전업주부는 12시간 종일반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6~8시간만 어린이집에 보내도록 하겠단다. 이로 인해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이 20% 줄어 예산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정작 현실에서는 맞벌이인 나조차 12시간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을 꿈도 못 꿔 봤다. 12시간 동안 문을 안 열기 때문에 어린이집들이 권장한 ‘오전 10시~오후 4시’ 등원 시간을 최대치로 여기고 보내고 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을 꽉 채워 보낼 수 있는 시설은 국공립이나 일부 규모가 큰 어린이집뿐이다. 당연히 전업주부들도 12시간은 아예 보내지도 않는다. 지금도 6~7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와 크게 달라질 것도 없을 텐데 또다시 전업주부와 직장맘들의 편 가르기에 나섰다. 오히려 오후 4시 이전에 전업주부의 자녀들이 우르르 하원하게 되면 내 아이를 비롯한 겨우 2~3명의 아이들만 눈칫밥을 먹게 된다. 그럼 나는 여전히 등하원 도우미에게 의지해 내 아이를 일찍 하원시킬 것이다. 엄마로서 느끼는 진짜 문제는 ‘전업주부’가 아니라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공립어린이집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민간·가정어린이집도 전업주부나 직장맘의 비율과 관계없이 모두가 운영 시간을 지키도록 바뀐다면 더 좋겠다. 하지만 그러려면 보육교사들을 더 많이 충원해야 한다. 아이들 돌보는 일을 한 사람이 12시간씩 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그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역효과만 날 것이다. 대체교사, 야간교사 등 교대 근무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월급도 훨씬 많아져야 한다.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점심 식사도 쪼그리고 앉아 마음 편히 하지 못하는 교사들이 겨우 100만원 안팎의 돈을 받는 환경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 야간·대체 교사 도입 필요 보육교사는 어린 아이들의 정서에까지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육아 전문가다. 아이 보는 일이라고 하찮고 쉬운 일로 여겨져선 안 된다. 어린이집 보내는 엄마들을 이기적이라고 낙인찍고 죄인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한다면 누구나 좋은 환경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키워 가는 것이 진짜 맞춤형 보육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그래야 정부에서 그토록 외치는 ‘일과 가정의 양립’도 가능하다. 하지만 갈 길은 너무나 멀어 보인다. baikyoon@seoul.co.kr
  • [사설] 국회 인턴도 열정페이 받는대서야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인턴들도 ‘열정 페이’를 받고 있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국회 인턴들의 평균 시급은 4751원으로 최저임금 5580원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국회 청년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면서 인턴과 입법보조원 등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일주일에 70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한 사람도 13%나 됐다. 인턴이라는 이유만으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감수하는 상황은 국회라고 예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국회판 열정 페이’라는 청년들의 호소가 또 안쓰럽다. 열정 페이란 취업 준비생이나 인턴들의 절박한 사정을 미끼 삼아 임금을 착취하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 취업 준비를 위한 스펙을 쌓게 해주니 급여는 제대로 주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렸다. 국회라고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국회의원실 인턴은 스펙쌓기용으로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극심한 취업난에 좋은 인턴 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정감사 기간에는 3주 동안 2~3일밖에 집에 못 들어가고 의원실 간이침대나 국회 휴게실에서 잠을 잤다는 이도 있다. 분위기가 이러니 주말에 일을 해도 별도 수당을 받기가 어려운 건 당연할 듯싶다. 올 초 유명 디자이너가 상식 이하의 조건으로 인턴을 부려 먹은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이 대단했다. 외면했던 인턴 부당 처우 문제가 사회 공론의 장으로 들어오긴 했으나,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국회 인턴들의 주장이 다소 사실과 다르거나 오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실에서 열정 페이 논란이 터져 나온다는 것 자체가 딱한 이야기다. 청년 취업과 노동 문제가 사회 현안인 마당에 국회와 정당이 앞장서 모범을 보였어야 하는 일이다. 국회 인턴들은 국회청년유니온 노조를 결성하면서 “잘못된 것을 고치라고 말하기 전에 국회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아무쪼록 국회가 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긴 했지만 인턴 처우에 대한 사회 인식은 여전히 빈약하다. 가뜩이나 전례 없이 혹독한 취업 한파를 겪고 있는 청년들이다. 열정 페이는 시작도 해 보기 전에 그들의 희망을 꺾는다는 점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인턴 활용 기준을 만들고, 선진국처럼 근로계약 방법을 명시한 지침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 2차대전 日 포로수용소장 사과문 공개…“전범 처벌 피하려”

    2차대전 日 포로수용소장 사과문 공개…“전범 처벌 피하려”

    난징 대학살 관련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전시 일본의 만행이 다시금 조명되는 가운데, 일본의 또 다른 악행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문서가 공개돼 눈길을 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후쿠오카 포로수용소장 카즈야 후쿠야가 일본 항복 이후 포로들에게 쓴 ‘사과문’ 사본이 이달 말 경매에 오르게 되면서 70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이 사과문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 선언 후 일주일 뒤인 22일, 주로 영국인들로 구성된 300여 명의 포로들 앞에서 후쿠야가 공개적으로 낭송한 것이다. 편지는 연합군의 승리를 축하하고 그간 포로들에 대한 처우를 사과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후쿠야는 “(전승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의 뜻을 밝힌다. 하지만 동시에 질병이나 기타 불행한 이유로 인해 오늘 이 기쁜 날을 맞이하는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사망한) 포로 분들에게는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를 크게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자신과 간수들이 굶주리는 전쟁포로들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후쿠오카의 ‘낙후된 환경’으로 인해 사망하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후쿠다는 이어 “포로로서의 지위가 지속됨에 따라 많은 문제와 고통을 겪었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은 그 모든 것을 이겨냈다”고 말하는 등 사태에 직접적 책임이 없는 제 3자에 해당한다는 인상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쟁동안 일본은 수많은 연합군 병사들에게 노역을 강요하고 아사로 몰아가며 전쟁포로에 대한 대우를 명시한 제네바 조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1944년 처음 문을 연 후쿠오카 수용소의 300여 포로들 또한 총 11개월 동안 지역 석탄 광산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으며 이 중 4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쿠오카 수용소에 실제 억류됐던 포로 중 한명인 영국인 알리스테어 어커트 또한 수용소 해방 시점에 포로들이 이미 ‘피골이 상접’했을 정도로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해당 사과문을 검토한 영국인 전사학자 그래엄 레이는 “이 사과문의 작성자는 연합군에 의해 보복당할까 크게 두려워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전후 일본 수용소장들에게서 흔히 나타났던 모습이다. 일부는 포로들을 버려둔 채 야반도주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서신 사본의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회사 본함스의 대변인은 “이 사과문에 담겨있는 지나치게 감상적인 태도는, 수용소장이 연합군의 보복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보여주는 단서”라며 “(그러나) 전쟁포로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던 대부분의 수용소장들은 전범재판을 통해 처형됐다”고 전했다. 사진=ⓒ본함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포로 사망은 환경 탓” 뻔뻔...2차대전 ‘日수용소장 사과문’ 첫 공개

    “포로 사망은 환경 탓” 뻔뻔...2차대전 ‘日수용소장 사과문’ 첫 공개

    난징 대학살 관련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전시 일본의 만행이 다시금 조명되는 가운데, 일본의 또 다른 악행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문서가 공개돼 눈길을 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후쿠오카 포로수용소장 카즈야 후쿠야가 일본 항복 이후 포로들에게 쓴 ‘사과문’ 사본이 이달 말 경매에 오르게 되면서 70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이 사과문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 선언 후 일주일 뒤인 22일, 주로 영국인들로 구성된 300여 명의 포로들 앞에서 후쿠야가 공개적으로 낭송한 것이다. 편지는 연합군의 승리를 축하하고 그간 포로들에 대한 처우를 사과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후쿠야는 “(전승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의 뜻을 밝힌다. 하지만 동시에 질병이나 기타 불행한 이유로 인해 오늘 이 기쁜 날을 맞이하는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사망한) 포로 분들에게는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를 크게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자신과 간수들이 굶주리는 전쟁포로들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후쿠오카의 ‘낙후된 환경’으로 인해 사망하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후쿠다는 이어 “포로로서의 지위가 지속됨에 따라 많은 문제와 고통을 겪었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은 그 모든 것을 이겨냈다”고 말하는 등 사태에 직접적 책임이 없는 제 3자에 해당한다는 인상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쟁동안 일본은 수많은 연합군 병사들에게 노역을 강요하고 아사로 몰아가며 전쟁포로에 대한 대우를 명시한 제네바 조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1944년 처음 문을 연 후쿠오카 수용소의 300여 포로들 또한 총 11개월 동안 지역 석탄 광산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으며 이 중 4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쿠오카 수용소에 실제 억류됐던 포로 중 한명인 영국인 알리스테어 어커트 또한 수용소 해방 시점에 포로들이 이미 ‘피골이 상접’했을 정도로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해당 사과문을 검토한 영국인 전사학자 그래엄 레이는 “이 사과문의 작성자는 연합군에 의해 보복당할까 크게 두려워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전후 일본 수용소장들에게서 흔히 나타났던 모습이다. 일부는 포로들을 버려둔 채 야반도주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서신 사본의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회사 본함스의 대변인은 “이 사과문에 담겨있는 지나치게 감상적인 태도는, 수용소장이 연합군의 보복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보여주는 단서”라며 “(그러나) 전쟁포로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던 대부분의 수용소장들은 전범재판을 통해 처형됐다”고 전했다. 사진=ⓒ본함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길섶에서] 노인 인턴2/손성진 논설실장

    퇴직하면 아파트 경비원이나 하겠다는 말은 이제 함부로 할 수 없다. 노후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경비원 자리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경쟁이 심한 만큼 처우는 더 나빠진다. 박봉에 용역회사의 횡포는 점점 더 극심해지고 있다. 정당 연구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뒤 3년 동안 경비원으로 일했다는 70세의 노인이 경비원의 고충을 담은 메일을 보내왔다. 적은 봉급과 고된 일, 주민의 멸시보다 더 참기 힘든 것은 경비원들끼리의 갈등이라고 한다. 아마도 한정된 자리를 놓고 서로 빼앗기지 않으려고 다툰다는 말일 터이다. 비유하면 적은 모이를 주는 주인에게 대들기보다 부족한 모이를 놓고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싸우는 닭과 같은 처지라고 할까.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경비원을 할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한다. 골판지나 재활용품을 가득 실은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는 노인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바로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들이다. 노인 일자리를 늘려서 노인들에게 일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하는 책임을 우리 모두 져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본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병사들 30년 된 모포 쓰는데 비축품이라 괜찮다는 국방부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병사들 30년 된 모포 쓰는데 비축품이라 괜찮다는 국방부

    밀리터리 인사이드는 최근 열악한 병사들의 봉급 문제를 지적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좀 더 이야기를 진전시켜 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장병 복지 개선입니다. 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미국처럼 디지털 조준 장치가 달린 신형 총기나 보급하라”고 말씀하시는데요. 무기가 좋아야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장병들의 스트레스 상당 부분이 병영 생활에서 나옵니다.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려면 우선 전반적인 생활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계 전투복 빨라야 2017년 보급… 6년 걸려 먼저 입는 문제를 보겠습니다. 2011년 군은 위장 효과를 강화하고 신축성이 뛰어나다는 ‘디지털 무늬 사계절 전투복’을 야심차게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기존 전투복보다 오히려 통기성이 떨어져 장병들 사이에서 ‘땀복’이라고 불리는 등 불만이 속출했습니다. 사계절용으로 만들어 소재가 두꺼워지면서 땀 배출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죠. 언론 비판까지 이어지자 군은 부랴부랴 여름철 전용 전투복을 새로 만들어 2013년 보급하게 됩니다. 하지만 임시방편이었죠. 당시 군 관계자는 “하계 전투복을 신소재로 개발해 보급하려면 시험 평가만 2~3년이 소요된다. 최단 기간에 장병에게 전투복을 보급하기 위해 기존 전투복 소재로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군은 또다시 신형 군복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는데요. 사계절 군복 대신 여름과 겨울, 소재가 다른 군복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름철에 좀 더 시원한 군복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 목표입니다. 하계 전투복 개발 완료 시점으로 예상하는 시기는 내년 12월입니다. 예정대로라면 보급은 2017년 6월에 이뤄집니다. 기관을 선정하고 여름철 시험평가를 하려면 내년 여름이 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계획으로만 있는 사업이지만 시원한 군복이 장병들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무려 6년이 걸리게 된 겁니다. 돌고 돌아 6년. 21~24개월을 복무하는 장병들에겐 짧다고 할 수 없는 기간입니다. 이것이 우리 병사 복지의 현주소입니다. 방위사업청은 올 1월 말 많고 탈 많은 전투복 등 피복 물품 공급에 ‘수의계약’ 대신 ‘경쟁계약’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겠지만 ‘이제는’이 아니라 ‘이제서야’ 도입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하는 전투복도 국방부가 직접 정부 연구개발 예산 3억 8600만원을 투입해 관리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방부 표현대로라면 “경쟁계약 품목을 정부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해 국방부 주도로 품질 개선을 추진하는 최초의 사업”이랍니다. ‘최초’라고 하니 허탈하긴 해도 이번에 진행을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여름철 무더위에 시달리는 장병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한다면, 군에 아들을 둔 부모들의 마음을 떠올린다면 이번 계획은 무조건 차질 없이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장병들 건강 위해 온수 공급 확대 의견 많아 군에서 발표한 내년도 예산 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군은 여름철 병영에서 온수 공급을 주 4회에서 주 5회로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 군 생활을 하신 분들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얘기인데요. 여름에 ‘온수’가 나온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여름철 온수 공급 정책이 도입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 이전에는 “군인은 찬물 한 바가지 뒤집어쓰면 된다”며 냉수 목욕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도 과거에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여름철 온수를 제대로 구경해 보지 못했는데요. 군은 2011년부터 여름철 온수 공급 제도를 만들었고 2014년 주 2회, 올해 4회, 내년 5회로 공급 기간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주 6회, 겨울에는 매일 나온다는 것이 군의 설명인데요. 병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좋은 정책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더 제안할 부분이 있습니다. 온수 샤워가 가장 필요할 때는 역시 날씨가 추워질 때인데요. 지난해 모 방송사에서 훈련 나온 연예인 병사들이 온수 샤워하는 내용을 내보냈다가 많은 예비역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누가 야외 훈련지에서 온수 목욕을 한다는 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 “연예인 병사만 사람이냐”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알고 보니 모 부대에서 방송 촬영을 돕기 위해 온수 공급 장비를 지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대 사정이 천차만별이고 온수 공급은 부대장의 권한입니다만, 추운 겨울 야외 훈련 시 온수를 제공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현재의 빠듯한 예산으로 온수를 1년 365일, 24시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히려 예산 낭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따라서 꼭 필요한 곳에 온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장병들의 건강을 고려해 훈련지 온수 공급 제도를 마련하고, 일일 온수 사용 시간을 늘려 장병들이 좀 더 여유 있게 샤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 장병들의 개인 위생 강화 차원에서 샤워시설은 아니더라도 세면대의 온수 공급 시간을 대폭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감기, 독감 등 각종 감염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군에서 세심한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 주길 기대합니다. ●일부 병사들 자기 나이보다 오래된 모포 사용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육군 32사단이 실시한 모포 제조 연도 전수조사 자료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체 1만 1543장의 모포 중 432장은 1980년대, 1167장은 1990년대에 제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군 생활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 1990년대 중반 출생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일부 병사들은 자신의 나이보다도 오래된 모포를 쓰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예비역 사이에서는 너무 일반적인 얘기라 놀랄 만한 것도 아니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국방부의 궁색한 해명이 공분을 자아냈습니다. 국방부는 “1980~1990년대 제조된 모포는 전시를 대비해 저장해 놓은 것을 보급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사용 기간에는 차이가 있고,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오래된 모포라도 비축용이라 실제 사용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낡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인데요. 곧바로 예비역들의 실소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모포 세탁률 점차 하락… 올 8월 69% 그쳐 더 황당한 상황은 낡은 모포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육군 8군단을 표본으로 조사한 ‘모포 세탁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모포 세탁률은 계획 대비 6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포 세탁률은 2013년 89%에서 2014년 72%, 올해 8월 말에는 69%로 낮아졌죠. 국방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분기 1회 세탁하던 것을 2개월에 1회 세탁하는 것으로 규정을 강화하다보니 목표 대비 세탁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여건과 예산 부족으로 일선 부서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들도 이런 문제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모포는 평소 생활할 때도 덮고 자지만 야외훈련을 할 때도 사용하기 때문에 각종 먼지와 전염성 질환을 옮기는 진드기가 달라붙기 쉽습니다. 지난 1일은 국군의 날이었습니다. 거창한 행사도 좋지만 앞으로 병사들의 복지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정현용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병사들 30년 된 모포 쓰는데 비축품이라 괜찮다는 국방부

    [정현용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병사들 30년 된 모포 쓰는데 비축품이라 괜찮다는 국방부

    밀리터리 인사이드는 최근 열악한 병사들의 봉급 문제를 지적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좀 더 이야기를 진전시켜 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장병 복지 개선입니다. 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미국처럼 디지털 조준 장치가 달린 신형 총기나 보급하라”고 말씀하시는데요. 무기가 좋아야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장병들의 스트레스 상당 부분이 병영 생활에서 나옵니다.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려면 우선 전반적인 생활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계 전투복 빨라야 2017년 보급… 6년 걸려 먼저 입는 문제를 보겠습니다. 2011년 군은 위장 효과를 강화하고 신축성이 뛰어나다는 ‘디지털 무늬 사계절 전투복’을 야심차게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기존 전투복보다 오히려 통기성이 떨어져 장병들 사이에서 ‘땀복’이라고 불리는 등 불만이 속출했습니다. 사계절용으로 만들어 소재가 두꺼워지면서 땀 배출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죠. 언론 비판까지 이어지자 군은 부랴부랴 여름철 전용 전투복을 새로 만들어 2013년 보급하게 됩니다. 하지만 임시방편이었죠. 당시 군 관계자는 “하계 전투복을 신소재로 개발해 보급하려면 시험 평가만 2~3년이 소요된다. 최단 기간에 장병에게 전투복을 보급하기 위해 기존 전투복 소재로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군은 또다시 신형 군복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는데요. 사계절 군복 대신 여름과 겨울, 소재가 다른 군복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름철에 좀 더 시원한 군복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 목표입니다. 하계 전투복 개발 완료 시점으로 예상하는 시기는 내년 12월입니다. 예정대로라면 보급은 2017년 6월에 이뤄집니다. 기관을 선정하고 여름철 시험평가를 하려면 내년 여름이 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계획으로만 있는 사업이지만 시원한 군복이 장병들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무려 6년이 걸리게 된 겁니다. 돌고 돌아 6년. 21~24개월을 복무하는 장병들에겐 짧다고 할 수 없는 기간입니다. 이것이 우리 병사 복지의 현주소입니다. 방위사업청은 올 1월 말 많고 탈 많은 전투복 등 피복 물품 공급에 ‘수의계약’ 대신 ‘경쟁계약’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겠지만 ‘이제는’이 아니라 ‘이제서야’ 도입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하는 전투복도 국방부가 직접 정부 연구개발 예산 3억 8600만원을 투입해 관리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방부 표현대로라면 “경쟁계약 품목을 정부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해 국방부 주도로 품질 개선을 추진하는 최초의 사업”이랍니다. ‘최초’라고 하니 허탈하긴 해도 이번에 진행을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여름철 무더위에 시달리는 장병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한다면, 군에 아들을 둔 부모들의 마음을 떠올린다면 이번 계획은 무조건 차질 없이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장병들 건강 위해 온수 공급 확대 의견 많아 군에서 발표한 내년도 예산 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군은 여름철 병영에서 온수 공급을 주 4회에서 주 5회로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 군 생활을 하신 분들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얘기인데요. 여름에 ‘온수’가 나온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여름철 온수 공급 정책이 도입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 이전에는 “군인은 찬물 한 바가지 뒤집어쓰면 된다”며 냉수 목욕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도 과거에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여름철 온수를 제대로 구경해 보지 못했는데요. 군은 2011년부터 여름철 온수 공급 제도를 만들었고 2014년 주 2회, 올해 4회, 내년 5회로 공급 기간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주 6회, 겨울에는 매일 나온다는 것이 군의 설명인데요. 병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좋은 정책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더 제안할 부분이 있습니다. 온수 샤워가 가장 필요할 때는 역시 날씨가 추워질 때인데요. 지난해 모 방송사에서 훈련 나온 연예인 병사들이 온수 샤워하는 내용을 내보냈다가 많은 예비역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누가 야외 훈련지에서 온수 목욕을 한다는 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 “연예인 병사만 사람이냐”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알고 보니 모 부대에서 방송 촬영을 돕기 위해 온수 공급 장비를 지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대 사정이 천차만별이고 온수 공급은 부대장의 권한입니다만, 추운 겨울 야외 훈련 시 온수를 제공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현재의 빠듯한 예산으로 온수를 1년 365일, 24시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히려 예산 낭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따라서 꼭 필요한 곳에 온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장병들의 건강을 고려해 훈련지 온수 공급 제도를 마련하고, 일일 온수 사용 시간을 늘려 장병들이 좀 더 여유 있게 샤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 장병들의 개인 위생 강화 차원에서 샤워시설은 아니더라도 세면대의 온수 공급 시간을 대폭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감기, 독감 등 각종 감염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군에서 세심한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 주길 기대합니다. ●일부 병사들 자기 나이보다 오래된 모포 사용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육군 32사단이 실시한 모포 제조 연도 전수조사 자료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체 1만 1543장의 모포 중 432장은 1980년대, 1167장은 1990년대에 제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군 생활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 1990년대 중반 출생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일부 병사들은 자신의 나이보다도 오래된 모포를 쓰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예비역 사이에서는 너무 일반적인 얘기라 놀랄 만한 것도 아니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국방부의 궁색한 해명이 공분을 자아냈습니다. 국방부는 “1980~1990년대 제조된 모포는 전시를 대비해 저장해 놓은 것을 보급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사용 기간에는 차이가 있고,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오래된 모포라도 비축용이라 실제 사용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낡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인데요. 곧바로 예비역들의 실소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모포 세탁률 점차 하락… 올 8월 69% 그쳐 더 황당한 상황은 낡은 모포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육군 8군단을 표본으로 조사한 ‘모포 세탁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모포 세탁률은 계획 대비 6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포 세탁률은 2013년 89%에서 2014년 72%, 올해 8월 말에는 69%로 낮아졌죠. 국방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분기 1회 세탁하던 것을 2개월에 1회 세탁하는 것으로 규정을 강화하다보니 목표 대비 세탁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여건과 예산 부족으로 일선 부서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들도 이런 문제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모포는 평소 생활할 때도 덮고 자지만 야외훈련을 할 때도 사용하기 때문에 각종 먼지와 전염성 질환을 옮기는 진드기가 달라붙기 쉽습니다. 지난 1일은 국군의 날이었습니다. 거창한 행사도 좋지만 앞으로 병사들의 복지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아동 88만명 지자체 보육 지원 끊길 위기

    민간어린이집이나 가정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저소득층 아동 88만명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더는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저소득 아동에 대한 지자체의 보육료 지원 사업마저 유사·중복 복지사업 통폐합 대상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지자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지침’을 보내 자체적으로 정비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9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보육교사 18만명, 미취학 어린이 88만명 등 106만명을 대상으로 3391억원을 투자해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의 보육사업 164개가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정비사업 목록에는 보육교사 지원, 보육료 지원, 아동 돌봄 지원, 보육시설 아동 및 시설 지원, 수당 지원 사업 등이 올랐다. 경기도는 저소득 가구의 보육료 부담을 덜어 주고자 민간어린이집이나 가정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3~5세 저소득층 아동에게 최대 6만 6000원의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다. 가정어린이집 보육료 수납 한도액(3~5세 기준)은 29만 1000원인데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료는 22만원이다 보니 차액인 7만 1000원을 부모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해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저소득 가구에 7만 1000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러나 정부는 3~5세 누리과정 지원 사업과 겹친다며 이 사업을 정비 대상 명단에 올렸다.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지자체가 지급해 온 수당도 끊길 가능성이 커졌다. 충남 서천군은 보육교사 중에서도 급여가 낮은 민간어린이집이나 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매월 5만원씩 수당을 지급해 왔다. 대구 달성군도 보육교사가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5년 이상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에게 월 5만원의 장기근속수당을, 경남 김해시는 격무에 시달리는 장애아 담당 보육교사에게 월 5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들 역시 중앙정부의 ‘어린이집 근무 환경 개선 및 보육돌봄서비스’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2012년 전국 보육 실태 조사를 보면 보육교사의 평균 월급은 155만원으로 하루 9시간 이상의 노동 강도에 비하면 박봉인 데다 그마저도 민간어린이집(145만원)과 가정어린이집(138만원) 보육교사는 평균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있다. 이런 열악한 처우로 보육교사의 평균 근속 연수는 4년 5개월에 불과하다. 전국 83개 육아종합지원센터 가운데 11개 육아종합지원센터 운영 사업도 중앙의 육아종합지원서비스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폐지될 위기에 놓여 있다. 최 의원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도 지자체 보육사업을 축소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저출산 해소에 필요하다면 오히려 지자체 보육사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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