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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뷰] ‘장미란재단 이사장’ 장미란의 또 다른 도전과 삶

    [스타뷰] ‘장미란재단 이사장’ 장미란의 또 다른 도전과 삶

    ‘역도 여제’ 장미란(32)은 바벨을 내려놓은 지 꼭 2년 반 만인 지난 8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끝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선수위원의 임기를 마치는 문대성(39)의 ‘예비 후계자’에 이름을 올렸다. 4명의 후보 가운데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이 최종 낙점됐지만 예상을 깨는 결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탈락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2년 전 그의 은퇴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20대에 세계를 들어 올렸던 장미란은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미래를 말했다. 당시 장미란은 IOC선수위원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제 와서 그에게 탈락의 변을 듣고 싶은 건 아니었다. 올림픽 스타에서 장미란재단 ‘이사장’으로 변신한, 서른두 살 인간 장미란의 새로운 삶이 궁금해 그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캐주얼 셔츠 차림에 안경을 낀 그의 모습이 약간은 낯설었다. 근육은 여전했지만 더이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매로 선정될 정도는 아닌 듯했다. “운동을 관두면 바벨은 쳐다보기도 싫을 줄 알았는데, 운동을 안 하니 오히려 몸이 쉽게 피곤해지더라고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1시간에서 1시간 30분씩 바벨운동을 합니다. 당연히 무게는 운동할 때의 50%에도 못 미치죠.” ●총선 출마설 금시초문… 제안 와도 생각 없어 그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체력이 못 버틴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도 그럴 것이 은퇴 후 장미란은 잡힌 일정대로 움직여야 할 만큼 하루하루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운동할 때는 운동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지금은 재단 일을 비롯해서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 강연, 은퇴선수 모임 등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아 정신이 없단다. “얼마 전에는 체육인 대표로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활동을 했는데, 정부에 이렇게 다양한 부처가 있는지 미처 몰랐어요. 새로운 것을 배워 간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은퇴한 스포츠 스타 중 유독 사회적으로 왕성한 외부 활동을 하다 보니 뜻하지 않은 소문도 무성했다. 지난 6월 여의도에는 국내 최고 역도 선수의 총선 출마설이 담긴 증권가 정보지가 나돌았다. 많은 사람들이 장미란을 거론했다. 그의 친분과 행보를 정치적으로 연관시키는 시선도 생겼다. “총선 출마설은 금시초문입니다. 제안받은 적도 없고요.” 제안이 오면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냐고 물었더니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저는 뭔가를 할 때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작하는 편이 아닙니다. 지금 하는 활동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하는 것뿐이고요. 저는 제 능력이 안 되는 일에 대해서는 하려고 하지 않아요. 평소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비결이죠.” ●IOC선수위원 탈락 아쉽지만 선정된 분 응원 IOC선수위원에 도전한 것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었다. “선수위원은 올림픽 금메달하고 같은 거예요. 운동선수라면 모두 하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운도 따라줘야 하고요. 아쉽긴 했어요. 하지만 되신 분이 열심히 하셔서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빡빡한 그의 일정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재단 일이다. 그는 현재 비인기 종목 꿈나무를 지원, 육성하고 은퇴 선수 재교육·청소년 체육활동 권장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는 ‘장미란재단’의 어엿한 이사장이다. 그는 “이사장 할 사람이 없어서 내가 하는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지만 체육인 후배들에 대한 애정은 깊었다.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던 역도 후배 아이가 있었어요. 성적이 신통치 않아 불러 주는 대학도 없고 팀도 없는 상황이었죠. 겨우 19살인데 자기가 실패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안타까웠습니다. 운동만 했던 친구들, 특히 지방에 있는 아이들은 대학, 실업팀에 가는 것 외에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잘 몰라요. 그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재활, 스포츠 행정 등 사회 진출에 대해 조언도 해주고 용기도 북돋아 줍니다. 애들이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많은 보람을 느껴요. 인생에서 중요한 건 과정이지 성공이 아니잖아요.” 최고의 자리에 올라봤기에 할 수 있는 말 아니냐고 되물었다. “저는 올림픽에서 1등도 해보고, 2등도 해보고, 4등도 해봤어요. 메달 못 땄다고 위축된 적도 없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나는 금메달리스트다’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죠. 하루하루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보냈는지, 목표를 위해 잘 싸웠는지 아닌지가 제일 중요했어요. 운동하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10대들이 결과에만 매몰돼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소외된 체육인들 환경 개선 위해 노력 선수 시절 양손을 꼭 쥔 채 무릎을 꿇고 두 눈을 꼭 감았던 장미란의 ‘기도 세리머니’가 떠올랐다. 그가 2012년 런던에서 ‘4등’의 감동을 선사했던 것도 떳떳한 과정을 거쳐 온 장미란의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20대에는 올림픽 챔피언이 됐고 32세에는 IOC선수위원에 도전했다. 그의 새로운 꿈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저한테 다들 이젠 목표가 뭐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럴 때마다 더이상 제게 비전을 묻지 말아 달라고 대답해요(웃음). 당분간 전 제가 할 수 있는 일(체육인 관련)을 하면서 현실에 충실하고 싶어요.” 그가 하고 있는 일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결국 현실을 바꾸는 일이 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의문이 들었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2012년 발의한 체육인 처우 개선 관련 내용을 담은 체육인복지법은 국회에 3년 넘게 계류 중이고 지난 7월에는 역도 영웅 김병찬의 비극적인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쉽게 바꿀 수 없는 현실을 제가 어떻게 하겠어요. 다만 제가 하는 일, 그 과정을 통해서 한두 명이라도 변화되기를 바라면서 하는 거죠. 무엇보다 아이들하고 노는 것이 재밌습니다. 당분간은 목표를 두지 않고 일을 즐기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그는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선택할 만큼 신중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에는 확신에 차 있었다. 아테네에서 런던까지 세 번의 드라마를 쓴 ‘영웅’ 장미란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가든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 같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장미란은 ▲1983년 10월 9일 출생 ▲170㎝ ▲고려대 체육교육학 학사 ▲용인대 대학원 체육학 박사과정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역도 75㎏ 이상급 은메달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여자 역도 75㎏ 이상급 은메달 ▲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역도 여자 75㎏ 이상급 금메달 ▲2009년 체육훈장 청룡장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 역도 75㎏ 이상급 금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역도 75㎏ 이상급 4위 ▲ 2013년 1월 10일 현역 은퇴 선언 ▲ 2013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 2015년 광복70주년 기념사업회 위원 ▲ 현 장미란재단 이사장
  • [나우! 지구촌] 실적 미달 직원들에게 ‘포복’ 벌칙 내린 회사

    [나우! 지구촌] 실적 미달 직원들에게 ‘포복’ 벌칙 내린 회사

    업무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직원들이 ‘땅을 기어 다니는’ 벌칙을 수행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도시보도 등 현지 언론의 3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일 허난성 정저우시의 한 공원에서는 30~40대로 보이는 남녀 수 명이 호수를 끼고 있는 공원 바닥에서 무릎 또는 등으로 기어가는 모습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나무로 된 바닥에 손과 무릎을 짚고 기어가거나 포복 자세 또는 아예 등을 대고 누워서 몸을 비틀어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일부는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기도 했다. 이를 목격한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들 곁에는 감독을 하는 또 다른 남성이 서 있었고, 제대로 기어가지 못하거나 속도가 느릴 경우 매우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땅을 짚고 기어가며 호수 주위를 돌았던 한 남성은 “우리는 이 근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인데, 업무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회사로부터 벌칙을 받고 있다”고 말했으며, 일부 시민이 다가가 쓰러져 있는 직원을 부축하려 하자 감독관으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들이 정확히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해당 장면을 목격한 시민들이 이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자 비난이 속출했다. 한 네티즌은 “업무실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비인간적인 처벌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네티즌 역시 “회사가 직원들에게 부당한 처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박현갑의 시사 궁금증 풀이 6] 대학강사 신분보장하고 채용 공정성 높다지만 강사들은 반대, 왜?

    [박현갑의 시사 궁금증 풀이 6] 대학강사 신분보장하고 채용 공정성 높다지만 강사들은 반대, 왜?

    내년부터 강사도 대학교원에 포함되며 최소 1년은 신분을 보장받게된다. 교육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강사 임용절차 등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 등을 2일 입법예고했다.  앞서 교육부는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와 생활고 문제를 개선하기위해 일주일에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에 한해 공개채용, 재임용 기회 제공, 4대 보험 보장 등 채용요건과 처우를 강화하는 내용의 관련 법을 개정, 2013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간강사 대량 해고 우려, 실효성 논란 등으로 대학과 강사 모두 반발하면서 내년 1월 시행으로 제도개선을 2년간 유예한 상태다. 하지만 2년 유예기간 동안 정부와 강사측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내년 시행을 앞두고 또다시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입법예고 골자는  교육부가 2일 입법예고한 것은 ‘고등육법 시행령’, ‘대학설립·운영 규정’, ‘사이버대학 설립·운영 규정’,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 4개 법령의 개정안이다.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23일까지다. 정부는 이 입법예고 기간 중 의견을 수렴한 뒤 규제심사 및 법제심의 등을 거쳐 연말까지 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의 경우, 대학이 일주일에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 임용시 심사위원 위촉 및 임명, 심사단계·방법 등을 정관이나 학칙에 규정하도록 했다. 강사 임용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시비 등을 해소하기위해서다. 개정안은 이와함께 강사가 임용기간 만료, 재임용 조건 등을 예측할 수 있도록 재임용 절차도 정관 및 학칙에 포함하도록 했다.  ‘대학설립·운영 규정’ 및 ‘사이버대학 설립·운영 규정’ 개정안은 대학에서 교원 확보율을 산정할 때 교수, 부교수, 조교수는 포함하되 강사는 제외했다. 정부의 대학평가에 활용되는 교원확보율에 강사를 포함하면 강사 대량해고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교원확보율에 주당 수업시수가 9시간 이상의 강사를 포함하면 대학들이 수업이 적은 강사들을 많이 해고할 개연성이 있다.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강사의 자격 기준을 교육·연구경력 2년 이상으로 규정했다. 기존 대학교원의 자격기준은 변함이 없다. 조교수 4년, 부교수 7년, 교수 10년이다. 겸임·초빙교원은 조교수 이상의 자격(4년 이상)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법령개정작업이 연말까지 마무리되면 내년 1월부터 강사는 임용을 1년 이상 보장받고, 학교내 불체포특권과 의사에 반한 면직 금지 등 신분보장과 고용안정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채용 시 국공립대는 대학인사위원회, 사립대는 교원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강사들은 신분보장보다 강의료 인상 요구  하지만 강사들은 반발한다. 허울뿐인 신분보장보다 강의료 인상과 강의시수 확대 등을 요구한다.  대학들로서는 강사에게 1년 이상 고용을 보장해야 해 전임교원의 강의시수를 늘리고 강사 채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년 이상 신분을 보장받는 강사가 나온다 하더라도 이들에게 강의시수를 맞추다보면 다른 시간강사가 일자리를 빼앗기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교협 관계자는 “학기별로 강의를 하는 체제에서 강사 신분을 1년 보장하게 되면 두번째 학기 강의는 다른 강사의 강의를 빼았는 문제가 생긴다”면서 교원신분 부여보다는 강의료 인상, 강의기회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내년 시행을 유예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대교협에 따르면 현재 시간강사는 전국적으로 6만~7만명 수준이다. 이들은 대학강의의 26.2%(사립대)~29.5%(국공립대)를 맡고 있다. 하지만 강사료는 전임교수에 비해 턱없이 빈약하다. 전임교수 연봉은 국공립의 경우 6400만원(조교수), 7570만원(부교수), 9100만원(정교수)수준이다. 사립대는 5000만원(조교수), 7570만원(부교수), 9570만원(정교수)수준이다. 반면 강사는 일주일에 10시간씩 강의한다고 하더라도 연봉이 1600만원에 그친다.  현 강사료도 국공립과 사립대간 수준차이가 있다. 국공립대의 평균 강사료는 시간 당 7만 300원이나 사립대의 경우 5만 600원이다. 사립대 강사 강의료를 국공립대 수준으로 올리는데는 연간 1308억원이 소요된다. 이밖에 4대 보험료 및 퇴직금 지원에 따른 예산도 350억원으로 추정돼 강사 채용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와관련, “이미 2년이나 법률 시행이 유예된 터라 다른 대안 등이 나오지 않는 이상 더이상 시행령 제정을 미룰 수 없는 실정”이라며 “국립대 강사료 지원과 강사료 정보공시, 재정지원사업의 지표 반영 등으로 강사료 인상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처우 개선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갑 기자 eagleduo@seoul.co.kr .
  • [열린세상] 임금피크제, 야무지게 해야 헛수고 안 돼/강태혁 한경대 교수

    [열린세상] 임금피크제, 야무지게 해야 헛수고 안 돼/강태혁 한경대 교수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몰아치듯 밀어붙이고 있다. 동력을 잃어 가는 한국 경제가 기사회생하고 일자리가 잭팟 터지듯 창출되는 마법의 호리병이라도 될 것 같은 환상에 빠져들게 한다. 그러나 쓰나미에 떠밀리듯 허둥대는 공공기관들의 임금피크제 실상을 보면 적잖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일자리를 애타게 갈구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실망과 분노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거나, 공공기관의 비대화·비효율만 초래했다는 지탄을 받지 않으려면 새로운 제도가 정교하게 설계되고 빈틈없이 시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름만 새로운 제도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발등의 불은 일자리다.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 낼 것이냐 하는 것은 새 제도의 성패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일자리란 것이 어차피 정부의 정원 통제로 결정되는 것 아닌가. 형식적으로 본다면 공공기관의 일자리 창출은 기관별 정원을 늘려 주면 되고, 늘어난 정원을 채용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있으면 된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지 않는다고 정원을 늘려 줄 수 없는 것이 아니고,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고 곧바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한 기관의 사례를 보자. 정년을 3년 앞둔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 위해 ‘전문직’이라는 명칭으로 구분해 ‘별도정원’으로 관리하고, 정년까지 연차적으로 인건비를 10%, 15%, 25%씩 축소한다고 한다. 절약된 인건비 재원을 활용하면 ‘별도정원 전문직’에 해당하는 인원만큼의 신규 인력 채용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건비 재원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까. 제도를 시행해 3년이 지나면 ‘전문직’에 편입된 직원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재원이 절약된다. 평균적으로 보면 연봉의 16.7%[(10+15+25)/3] 수준이다. 임금피크제에 편입된 직원의 연봉이 1억원 수준이라면 한 사람당 연간 1670만원 정도 절약된다. 임금피크제 편입 인원의 평균 잔여 정년 연한에 따라 그 비율은 다소간 달라질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몇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까. 계산상으로 본다면 초임 연봉이 2000만원 수준이라면 임금피크제에 편입된 ‘전문직’ 3명마다 추가로 2.5명의 신규 채용이 가능해진다. 초임 연봉이 2500만원 수준이라면 2명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왜 반갑지 않겠나. 흡족하지는 않더라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데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현행 공공기관의 총인건비 통제 방식은 임금피크제로 발생하는 여유 재원이 신규 인력을 추가 채용하기 위해 썼는지, 기존 인력의 처우 개선에 충당했는지 알 길이 없다. 기득권층이 잠재적 동료의 일자리를 위해 임금 인상을 선뜻 포기할까. 임금 협상이 전투화돼 있는 우리의 노사협의 풍토 아래서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임금피크제도는 시행만 하면 일자리가 당장 쏟아지는 마법의 호리병이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다. 뒤집어 보면 임금피크제는 공공부문의 비대화와 비효율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업 일선에서 근무하던 일반직을 전문직으로 전환하면 그 전문직이 자칫 군식구로 전락할 개연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 특별히 새로운 업무가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러니 전문직에게 줄 업무가 따로 있지 않다. 맡긴 일이 없으니 성과를 낼 수 없다. 또 우리 조직문화상 고참 선배인 전문직에게 이래라저래라 업무 지시나 통제는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러니 임금피크제는 자칫 공공기관의 조직 비대화와 생산성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기왕에 야무지게 해야 한다.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단박에 시행한다는 실력 과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목표를 달성할 수도 없다. 각각의 공공기관들이 시행한다고 하는 제도의 구석구석을 살펴야 한다.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는지 확인하고 점검해 나가야 한다. 전문직으로 전환되는 인력도 진정 그들의 전문성이 사장되지 않고 자긍심을 가진 생산적 인적 자원으로 활동하게 하는 방안도 꼼꼼하게 마련돼야 한다. 제도는 다만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일 뿐 목표 달성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10] 짜장면과 탕수육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10] 짜장면과 탕수육

     짜장면은 혀끝에서 느끼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 저편에 떠오르는 추억이다. 어릴 적 가족 외식 땐 이만한 맛이 없었고 학창 시절엔 친구들과 눈을 마주하며 웃음꽃을 피우게 하던 성찬이다. 중년이 되고도 그 느끼한 기름 맛이 가끔 생각나는 것은, 짜장면이야말로 한국인의 ‘국민 음식’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탕수육 한 접시를 곁들이면 부러울 게 없다. 그러나 짜장면과 탕수육에는 중국인들의 고단한 역사가 담겼다.  짜장면의 유래를 따지다 보면 1882년 구한말 임오군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식 유신(維新) 움직임 탓에 형편없는 처우를 받던 조선군 병사들이 무장봉기를 하자 일본군은 유혈 진압을 했고, 이에 맞서 청나라 군대가 상인들과 함께 한반도에 진주했다. 이후 중국과의 교역이 크게 늘었는데, 주로 산둥 지역 상인들이 인천항을 통했다. 인천항에는 중국에서 온 일용 노동자들도 많았다. 이때 산둥식 된장을 밀국수에 간단히 비벼 먹는 음식이 등장했는데, 산둥 사람들은 예부터 한반도의 우리와 피를 나눈 형제처럼 가까워 서로 입맛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툼하게 구운 빵인 호떡도 함께 인기를 끈다. 호떡의 설탕 소는 나중에 들어간다.  산둥 출신인의 음식점은 빨리 먹고 힘을 써야 하는 부두 노동자들을 겨냥해 춘장에 물을 타서 푼 뒤 양파와 돼지고기 등을 넣고 단맛의 소스를 곁들인 짜장면을 탄생시켰다. 산둥 된장 본래의 짠맛을 줄이고 달척지근하고 구수한 맛을 더했다. 그래서 최초의 중국집으로 불리는 K점이 인천에 있었고 지금 차이나타운 축제도 인천시에서 주재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중국 화교는 1940년대 최대 8만여명이 이르다가 남북이 분단되고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하나둘씩 한국을 떠났고, 1960~70년대에는 우리 정부가 그들의 재산권 행사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면서 눈물을 훔치며 돌아갔다. 또 1990년대에는 중국 인민국 수교와 타이완의 국교 단절로 귀향 행렬이 계속된다. 중국인들이 떠난 음식점은 한국인들이 인수했고, 더욱 우리 입맛에 맞는 오늘날의 짜장면을 만든 것이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중국집 2만 4000여개 가운데 화교가 직접 운영하는 게 500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짜장면이라는 이름에서 바뀐 간짜장은 주문을 받은 뒤 면과 채소 등을 넣고 볶는다. 1970년대 이후에는 간짜장을 더 빨리 테이블에 내놓기 위해 물을 넣은 소스를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면에 붓는 일명 ‘물짜장’이 등장했다.  탕수육도 물고 뜯기는 19세기 제국주의 패권 다툼 시절에 탄생한 음식이다. 대영제국의 기세를 자랑하던 영국은 청나라에서 수입한 차와 도자기, 비단 등에 열광했다. 과거 로마제국 때도 한나라의 비단이 인기였다. 영국은 동양의 신기한 물건들을 수입하면서 매년 막대한 양의 은을 지불했으나, 나중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무역 적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러자 영국 상인들은 몹쓸 꾀를 냈는데, 식민지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귀해진 은 대신에 지불 대금으로 유통시킨 것이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백성들의 아편 사용을 금지시키고 영국 상인들의 아편을 압수해 불에 태웠다. 결국 영국과 중국 사이에 아편 전쟁이 터졌고, 1842년 해전에서 패전한 중국은 강화조약을 통해 영국인들의 상주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홍콩도 영국의 손에 넘어가 150여년 동안 영국령으로 지냈다.  중국 땅에서 마치 주인처럼 굴던 영국 상인들은 중국의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불만이었고 젓가락을 쓰는 음식 문화도 마땅치 않았다. 눈치만 살피던 중국인들은 하는 수 없이 돼지고기를 한 입 크기로 썰어 간장, 생강, 후추 등으로 밑간을 하고 계란 흰자와 녹말가루를 푼 물로 튀김옷을 입혀 튀겼다. 소스는 녹말가루와 설탕, 간장 등을 푼 물에 버섯, 당근, 오이 등 채소와 식초를 넣어 만들었다. 탕수육은 ‘달고 신맛이 나는 고기’라는 뜻이다. 또 포크로도 충분히 찍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이후 탕수육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에도 전해져 고급 청요릿집에서 맛볼 수 있게 된다.  중국인들의 사연이나 음식의 유래가 어찌 됐든, 졸업식 날 어머니가 사주신 탕수육과 짜장면은 그동안 학교생활을 잘해줘 고맙고 기특하다는 애정이 담긴 부모의 마음이다.    <짜장면 짬뽕 우동> 시인 최정례    가난이 힘인 줄 몰랐던 형제들과  짜장면 한 접시에 금 그어놓고 핥아 먹다  싸우던 저녁 그때 우리들 머리통도  멀리서 보면 불빛이었을까??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서울 성북구의원 연구회 “생활폐기물 처리 대행업체와 종사자도 적정이윤 보장돼야”

    서울 성북구의원 연구회 “생활폐기물 처리 대행업체와 종사자도 적정이윤 보장돼야”

    서울 성북구의원 연구단체 ‘생활폐기물 대행체계 개선 연구회(대표의원 정형진)는 21일 성북구청 4층 아트홀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에서는 연구단체 소속 정형진, 김일영, 권영애, 오중균, 조민국 의원을 비롯, 유기영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원,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연구 사무총장, 장만수 서울시 도시환경과 도시청결팀장, 정진택 한성대 지식서비스 컨설팅대학원장, 백두홍 철한정화(주) 전무가 발표했다. 주민 100여명도 참석했다. 정형진 의원은 ‘다양한 대행체계의 비교’ 발표를 통해 “직영의 경우 청소의 질이 떨어지고 비용이 증가하며, 독립채산제의 경우 청소의 질 향상, 청소비용 절약, 행정업무 부담 완화 등의 효과가 있으나 조사의 복지가 열악하고 회계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는 등 부작용도 있다” 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에서 2017년부터 실적에 따라 t당 가격제로 바뀔 예정에 있는 만큼 생활폐기물 처리가 대행업체와 종사자에게도 적정한 이윤이 보장되고 주민들도 큰 부담 없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고 제안했다. 조민국 의원은 생활폐기물 대행업체 현황’ 과 관련, “현재 성북은 3개의 대행업체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재활용품 수거는 9개동이 대행업체, 11개동은 구청 소속 미화원이 처리하고 있다” 면서 “성북구 직영 청소원이 맡고 있는 가로청소와 11개동 재활용품 수거를 대행업체에 위탁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작업강도가 심한 대행업체 종사자에 대한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김일영 의원은 ‘종량제 봉투가격의 현황 및 현실적 대안 마련’ 에 대해 “낮은 수집‧운반 수수료로 감량 의욕 저하 및 재활용 분리배출 필요성 체감이 저조하고 주민부담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대행업체 시설 장비 노후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고 저임금 등의 낮은 수준 복지로 청소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면서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례개정을 완료한 단계로 최소한 수집‧운반 원가는 주민이 부담하고, 처리비 등은 자치단체가 부담해 인상된 재원을 청소서비스에 투입, 주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고 강조했다.   권영애 의원은 ‘대행업체 종사자 임금 등 현황’ 발표에서 “서울시에서 대행업체 환경미화원 임금을 연차적으로 인상할 계획이 있어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고, 대행업체가 효과적으로 사업을 이행하고 공공사업자로서 책임성 있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핵심적인 계약조건을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 고 말했다.   오중균 의원은 ‘독립채산제의 특성 및 문제점 분석’ 발표를 통해 “종량제 봉투 가격을 지자체에서 결정하고 대행업체에 판매권한을 부여하여 징수된 수수료를 대행비용에 충당하는 독립채산제 제도가 지방재정법 제15조(수입의 직접사용 금지) 및 제34조(예산총계주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과 환경부의 폐지권고가 있어 지난 5월 관련조례를 개정했고, 봉투 판매대금을 구 예산에 편입할 수 있게 되었다” 며 “2016년에 개선된 독립채산제를 운영하면서 합당한 환경미화원 임금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혈세 줄줄… 회계 투명성 확보돼야, 돈벌이 급급한 사업자 과감히 퇴출”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혈세 줄줄… 회계 투명성 확보돼야, 돈벌이 급급한 사업자 과감히 퇴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년 가까이 낮잠을 자는 법안이 있다. 장기요양기관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재무회계 자료 제출을 의무화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이다. 방만하게 운영되는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바로잡으려면 이 법이 통과돼야 하지만 사업자들은 법 통과 시 요양기관의 대량 폐업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며 반대한다. 이스란보건복지부 요양보험제도과장에게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된 배경과 개정안 마련의 뒷얘기를 들어봤다. “복지부는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공무원은 다 나쁜 사람들이다.” 지난 1월 복지부 요양보험제도과장으로 부임한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입니다. 노인장기요양법 개정안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마련한 공청회에서 고성이 오갔습니다. 노인장기요양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단체가 회의실을 점거해 아수라장이 됐고 결국 공청회 자체가 무산됐죠. 망연자실했습니다. 국민과 정부 간 신뢰가 이렇게까지 산산조각난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무엇이 문제인지 세밀하게 살펴봤습니다. 정말 근본적인 문제부터 복잡하게 얽혀 있더군요. ●올 건보료 6.55%가 장기요양보험료로 이 문제에 대한 이해를 도우려면 먼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해 설명해야겠네요. 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노인 또는 치매·뇌혈관 질환 등 노인성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 신체활동과 일상 가사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6월 기준으로 42만여명이 1만 7229개 기관에서 서비스를 받고 있죠. 왠지 나와는 상관없어 보인다고요? 그렇다면 지금 월급 명세서를 확인해 보세요. 인식을 못 하고 있을 뿐이지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누구나 건강보험료액의 6.55%(올해 기준)에 해당하는 장기요양보험료를 내고 있습니다. 바로 내 월급에서 빠져나간 보험료로 운영되는 제도가 노인장기요양보험입니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소중한 돈이 재원인 만큼 투명성,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죄송하게도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마인드를 갖춘 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설은 수급자의 표정부터 밝아요.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시설도 깨끗합니다. 그러나 엉망으로 운영한다는 곳을 가 보면 돌봄에 정성이 느껴지지 않아요. 식사를 엉망으로 주는 곳도 있습니다.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인건비 가이드라인조차 없어요. 정부가 장기요양기관에 급여를 지급하면 장기요양기관이 일부를 인건비로 지출하는데, 지난해 수가(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평균 4.3% 인상했는데도 임금이 오른 요양보호사는 49.9%에 불과했어요.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궁극적으로 장기요양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데도 말이죠. ●기관평가 피하려 설치·폐업 반복도 노인복지법에 근거한 기관은 재무회계규칙을 적용받지만 장기요양보험법에 근거한 기관은 재무회계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 공공 재원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정부가 들여다볼 수도 없습니다. 정부의 기관 평가를 피하고자 4600여개 장기요양기관은 설치와 폐업을 반복하고 있어요. 평가 기간에 폐업하면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신고만 하면 누구나 장기요양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보니 서비스의 질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노인장기요양법 개정안은 지난 8년간 이토록 무질서하게 방치된 장기요양기관 ‘시장’에 일종의 규칙과 질서를 만드는 법입니다. 장기요양사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해 그 결과를 공표하고, 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비율에 따라 요양보호사에게 인건비를 주고,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재무·회계 기준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다고 해서 당장 서비스 질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첫 단추조차 끼우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가 없어요. 장기요양 민간 사업자들의 심정도 이해합니다.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 복지부는 인프라를 확대하고자 민간 사업자에게 장기요양기관 설립을 허용했어요. 장기요양기관을 세울 때 담보의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죠. 민간이 경쟁하면 서비스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어요. 정부가 제시한 장밋빛 청사진을 믿고선 부채를 안고 장기요양기관을 시작한 사업자들은 지금 너무 힘들어합니다. 돈이 남아도 개인이 가져갈 수 없게 돼 있어요. 시설 운영에 투자해야 합니다. 경쟁 시장이 형성됐는데 정부는 사회복지시설의 틀을 고집하다 보니 법과 현실의 괴리가 커진 거죠. 상황이 이런데 재무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압박하니 사업자 입장에선 화가 날 수밖에 없겠지요. ●“오류 수정… 미래 맞춤 서비스 준비” 그러나 이 법안의 취지는 수가를 현실화하고 이익이 생기면 일부라도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사업자의 숨통이 트여야 좀 더 좋은 서비스가 제공될 테니까요. 다만 국민이 낸 보험료로 운영되는 사업인 만큼 회계 투명성을 먼저 확보하자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기관을 잘 운영하는 분들은 보호하고, 평가를 회피하거나 돈벌이에만 몰두하는 기관은 과감히 퇴출할 겁니다. 과도하게 설정된 대출 한도도 조정할 것입니다. 시설 난립을 막으려면 신규 진입도 까다롭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0년이면 경제적 풍요를 누린 베이비붐 세대가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노인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거죠. 지금처럼 단조로운 서비스로는 이분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습니다. 과거의 오류를 수정하고 미래의 맞춤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최대 과제입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집필부터 검정까지 총체적 난국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정치·사회적 논란이 거세다. 역사가 정치적 이념과 사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가 큰 분야이다 보니 접점을 찾기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어떻게 봐야 할까. 현행 역사 교과서 검정 시스템이 집필에서부터 검정 과정까지 ‘총체적 난국’이라는 지적은 여야 공통이다. 2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이 교육부 등에서 제출받은 검정 제도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역사 교과서 집필자에 대한 자격 기준이 없다. 집필 기준 또한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했다. 2013년 검정 과정을 거친 고교 한국사 교과서 한 권당 집필자는 평균 7.3명에 그쳤다. 교과서 400페이지를 기준으로 1인당 평균 57페이지씩이다. 교사 단 7명이 자신의 시대별, 분야별 전공을 뛰어넘어 반만년의 역사 전체를 저술했다는 의미다. 집필자에 대한 처우도 열악하다. 교육부는 집필자 1인당 인세를 재료비, 인쇄제조비, 일반관리비, 발행자 이윤을 모두 더한 값의 9분의1 수준으로 권고한다. 한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경우 3만부를 발행해 2000만원이 산출됐다. 이를 9등분하면 1인당 222만원씩 배당된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집필자에 대한 인세 배분, 계약금 등이 출판사별로 제각각”이라면서 “교사 대부분이 교과서 집필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는 집필진의 질과도 연결된다. 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역사학자들은 이런 열악한 처우 탓에 집필진 참여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집필자의 정치적 편향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3년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집필자 59명 중 36명(61%)이 이른바 진보 성향의 단체에 속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경력은 전교조 소속,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 국가보안법 폐지 및 이명박 정부 비판 시국선언 참여자 등이다. 들쑥날쑥하고 짧은 집필 기간도 문제다. 2012년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집필 기간은 7개월이었지만, 2013년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간은 1년 4개월이었다. 집필이 일과 외 시간이나 휴일에만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집필 시간은 더욱 짧다. 일각에서는 ‘족보’를 통한 교과서 베끼기가 이뤄진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집필 이후 검정 과정에도 문제가 적잖다. 2013년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기초조사’와 ‘본심사’ 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 검정 인력도 부족해 1권당 3명의 연구위원을 위촉해야 하지만 실제는 평균 1.7명 배정에 그쳤다. 인건비도 턱없이 낮다. 위원별·시대별 전공 분포도 고르지 않아 심도 있는 검정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실제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오류가 수정·보완된 건수는 2013년 8월 30일부터 지난해까지 2736건에 달했다. 검정위원들이 내용이 아닌 오타 수정만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역사 교과서 39권이 출원돼 38권(97.4%)이 검정에 합격했다. 검정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책 1권당 2000만원에 이르는 검정수수료 전액을 출판사가 부담한다는 것도 문제다. 서 의원은 “검정 심사를 국가 예산 지원 없이 출판사가 낸 돈으로만 운영하다 보니 검정 부실이 가속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겉도는 해외석학 초빙] 특강 2~3번에 연봉 2억 ‘노벨상 교수님’

    [겉도는 해외석학 초빙] 특강 2~3번에 연봉 2억 ‘노벨상 교수님’

    #1. 국내 S대 A교수는 얼마 전 해외 학회에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외국인 교수들이 대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부탁을 해 왔기 때문이다. 몇몇 교수들이 “한국 대학에 초빙교수나 석좌교수로 갈 수 있게 다리를 놔달라”고 했다. 외국인 교수에 대한 금전적 처우는 좋지만 강의 부담은 크지 않은 한국 대학에서 연구년 개념으로 쉬면서 일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A교수는 기자에게 “한국 정부나 대학들이 목적의식 없이 외국인 교수들을 경쟁하듯 초빙하고 있는 사실이 외국 학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2. 한 학회 실무자 B씨는 최근 개최했던 국제포럼만 생각하면 넌더리가 난다. 무조건 노벨상 수상자를 섭외해 초청하라는 지시에 골머리를 앓았다. B씨는 “노벨상 수상자만 모셔 오면 학회 홍보가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다 보니 현재 학문 추세와 상관없이 거액을 들여서라도 수상자를 데려오라는 식의 주문이 포럼 때마다 되풀이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예산 문제로 노벨상 수상자 초빙이 무산됐지만 다음 행사 때는 또 닦달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해외 석학들을 앞다퉈 국내에 불러오고 있지만 겉만 요란할 뿐 실속은 못 차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고액을 들여 외국인 학자를 초빙하고도 홍보를 위한 ‘얼굴마담’이나 각종 평가지표의 국제화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당초 외국인 연구자를 초빙하려고 했던 초심(初心)이 퇴색했다는 목소리도 학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21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02년 1454명이었던 국내 외국인 교수 영입 규모는 2007년 2919명으로 두 배가 됐고, 2013년 613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6034명으로 소폭 감소한 데 이어 올해에도 9월 현재 5961명으로 줄었다. 국내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외국인 교수 1인당 투자하는 비용은 1년에 1억~2억원선이다. 주요 타깃은 노벨상 수상자이지만 실제 유치한 사례는 10명 안팎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오히려 해외 저명 연구자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을 주로 석좌 혹은 석학교수, 초빙교수 등으로 모시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대부분 1년에 3~4차례 혹은 한번에 1주일 정도 국내에 체류하며 2~3번 특강을 하는 수준에 그친다. 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거론됐던 그래핀 분야의 석학 김필립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2012년 3월 서울대 초빙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김 교수는 하지만 공동연구나 대학원생 지도는 하지 않고 한 학기에 한 번씩 1년에 두 차례 서울대 특강만 진행할 뿐이다. 외국인 석학에게는 일반적으로 기본 연봉에다 방한 시 여행 경비와 국내 체재비가 제공된다. 연간 유지 비용은 1억~2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한 과학계 인사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경우는 수상 시기나 연구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 체류 중 1회 강연에 5000~1만 달러 안팎의 강연비를 받는다”고 전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대학들이나 연구기관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얻겠다는 사전 계획이 없이 해외 석학들을 데리고 오기 때문에 비싼 돈만 주고 아무런 효과가 없는 특강이나 몇 번 하고 끝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구 능력이나 국내 적응 등의 여건을 고민하지 않고 초빙 자체를 목적으로 하다 보니 중도에 떠나는 외국인 연구자도 속출한다. 건국대는 2009년 당시 19세였던 알리아 사버 박사를 공대 신소재융합학과 외국인 전임교수로 채용하면서 ‘최연소 교수로 기네스북 기록을 갈아치웠고 국내 연구에도 활력을 줄 것’이라고 대대적 홍보를 했다. 하지만 사버 박사는 정규 강의가 아닌 특강만 하다 한 학기 만에 되돌아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남았다. 서남표 전 카이스트(KAIST) 총장은 “한국 대학의 경우 총장은 학교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부, 특히 외국에서 총장을 데려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며 “이런 사회적 폐쇄성은 대학이나 정부가 해외 석학을 데려오고 정착시키는 데 실패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국인 연구자들의 유치 실패는 한국식 연구 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연구 풍토에서 장기적 연구 내용보다는 단기적인 논문 생산 편수를 따지고, 연구자들에게 행정 업무까지 떠안기는 현실이 해외 우수 인재들을 중도에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감옥서 성관계 맺는 러시아 마피아 두목

    감옥서 성관계 맺는 러시아 마피아 두목

    감옥에 수감된 러시아 마피아 두목의 성관계 장면이 언론에 공개돼 러시아 사회가 공분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4월 중앙 러시아 스베들롭스크주(州) 감옥에서의 마피아 두목과 여성 인권운동가의 성관계 영상을 보도했다.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는 수감자들의 수형 상태와 처우를 조사하러 감옥을 방문한 금발의 한 여성 인권운동가와 키스를 하며 성관계를 맺는 마피아 보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은 여성의 방문이 정기적으로 지속되면서 마피아 두목과의 면회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 걸리는데 의심을 품은 교도소장에 의해 밝혀졌다. 둘의 관계를 이상하게 여긴 교도소장이 마피아 보스의 독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들통 난 것. 한편 이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의자와 커피 테이블, 커튼있는 창 등 나무 침대에서 편안하게 수감생활을 하는 범죄자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사진·영상= News Tv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감방 조사간 여성 인권활동가, 죄수와 성관계 파문

    감방 조사간 여성 인권활동가, 죄수와 성관계 파문

    수감자들의 수형 상태와 처우를 조사하러 간 여성 인권운동가가 죄수와 감방에서 성관계를 한 믿기힘든 사건이 벌어졌다. 최근 러시아 지역언론은 스베르들롭스크주 감옥에서 벌어진 한 마피아 보스와 여성 인권운동가의 '몹쓸짓'을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4월.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현지 여성단체 소속의 이 여성은 마피아 보스 출신으로만 알려진 남성의 감방을 직접 방문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이 방문은 인권단체 회원이 죄수의 감방을 직접 찾아가 수감생활 등을 점검하는 민관 행사다. 취지는 건전했지만 두 사람의 행동은 그렇지 못했다. 마피아 보스가 홀로 사용하는 감방을 방문한 그녀는 조사는 뒷전으로 미뤄둔 채 그와 성관계를 가졌다. 이같은 사실은 교도소장이 해당 감방 안에 설치한 몰래카메라에 그대로 촬영되면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진 것이 이 영상이 지역언론사에 유출되면서다. 정확한 입수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몰래카메라 촬영의 법적, 윤리적 문제, 두 사람의 부적절한 행동 여기에 호화로운 감방까지 모두 노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현지언론은 "해당 교도소장은 과거 같은 행사에서 조사 시간이 이상하게 길다는 의심이 들어 감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면서 "침대와 테이블, 그림까지 걸려있는 호화로운 감방도 문제가 많다"고 보도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최두선 행자부 회계제도과장의 ‘지방회계법 제정’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최두선 행자부 회계제도과장의 ‘지방회계법 제정’

    공급자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려 든다는 말을 듣기 쉬운 게 정책이다. 그래서 정부는 ‘정부3.0’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개방·공유·소통·협력’을 통해 정부부처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 국민들의 피부에 가닿는 편익을 안겨 주자는 것이다.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에 대해 직접 입안한 담당 공무원에게 주요 내용과 배경, 뒷얘기를 들어본다. 과거 공무원 직급 중 ‘5급을류’란 게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9급이다. 197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남 금산군 남이면사무소에서 공무원 생활에 첫발을 뗀 최두선 행정자치부 회계제도과장은 읍·면·동사무소와 구청·시청을 모두 거친 데다 30여년에 걸친 공직생활에서도 회계 업무 한우물만 팠다. 지방계약법 제정을 비롯해 업무추진비집행규칙 제정,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집행기준 제정 등 지방회계와 관련한 중요한 정책 생산에 참여했다. 그가 요즘 ‘지방회계법’ 제정에 꽂혀 있다. 다음은 최 과장을 주인공으로 한 얘기다. ●면사무소 9급으로 공무원 첫발 지난해 2월 재정관리과장으로 부임했는데 얼마 전 회계제도과와 재정협력과로 분리되면서 회계제도과를 맡게 됐습니다. 회계제도과는 지방재정 결산과 공유재산 등을 총괄합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우리 부서의 핵심 과제를 한마디로 줄이면 ‘지방회계법’ 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법제처에서 법안심사를 하고 있죠. 이달 안으로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고 올해 제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렇게 되면 내년부터는 지방회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회계제도를 개편하게 됩니다. 국가재정은 국가재정법과 국가회계법 두 법률로 구분되지만 지방재정은 아직 지방재정법으로만 돼 있습니다. 지방재정법이 포괄하는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회계·결산 등에 특화된 제도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학술단체만 해도 한국재정학회와 한국회계학회가 따로 있듯이 재정과 회계의 경우 성격에 차이가 있습니다. 회계업무 담당 공무원들에게 강연을 할 때면 “회계는 결국 예산집행”이라고 설명하곤 합니다. 예산 편성을 아무리 잘해도 집행을 잘못하면 헛수고죠. 사실 저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전시 감사관으로 일하면서 현장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일선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고충도 많이 들을 수 있었죠. 그 무렵 배운 게 행자부 돌아와서 지방회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자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예산 결산이 실효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결산 지적 사항은 대부분 사후약방문에 그치는 데다 결산 검사위원 구성 자체가 부실한 곳도 많습니다. ●공직 30여년 회계업무 한우물 지방의회가 임명하는 결산 검사위원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라면, 결산 시기도 앞당겨 다음 연도 예산안 편성에 반영되도록 하면, 지방재정에 상당한 혁신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 위해 결산 검사위원 선임을 전문기관에 의뢰할 수 있도록 하고 결산 검사위원 실명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려는 게 지방회계법안에서 우리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입니다. 지자체 실·국장을 회계책임관으로 지정해 지자체 전체 회계에 대한 지도감독 책임을 부여하는 것도 내부 책임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법적 근거가 없던 자율적 내부통제제도에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면 비위행위를 더 체계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계공무원이 재정집행을 할 때는 신용카드나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 취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한 것도 있습니다. 회계 업무를 하는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의무화한 건 지자체 공무원들의 고충을 오래 들어 본 경험에 따른 것입니다. 지자체 회계 담당 공무원들이 고민과 경험담을 나누고 정보교류도 하는 ‘예산회계실무’ 카페가 있습니다. 6년 넘게 이 카페에서 상담을 해 주고 있습니다. 현장에선 규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부터 시작해 난감한 일이 수두룩합니다. 이들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처우개선과 교육프로그램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지방계약법 제정 때 끝장토론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대부분의 기간을 회계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지방회계와 관련한 굵직한 제도개선에 참여한 건 충분히 성취감을 느낄 만한 경험이었습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에 남는 게 재정정책과 사무관으로서 지방계약법 제정을 준비할 때 지자체 공무원과 업계 관계자 등 이해관계자 30여명이 경기 평택시 무봉산수련원에서 2주간 숙식을 함께하며 토론을 했던 일입니다. 말 그대로 끝장토론을 거쳐 법안을 다듬었습니다. 당시 참석자들은 지금도 가끔 모임을 갖습니다. 당시 가장 큰 쟁점을 손꼽자면 지방의원이 가족이나 친구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뒤 관급공사에 수의계약 당사자로 참여하는 관행을 금지하는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수의계약 상한선이 1억원이라 규제 사각지대였습니다. 그만큼 비리도 심각했고 쇠고랑 차는 사람도 여럿이었습니다. 시행령을 바꿔 상한선을 물품용역 500만원, 관급공사 1000만원으로 낮추니까 전국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그래도 수의계약 비리는 확 줄게 됐습니다. 사실 공무원들조차 회계 업무라고 하면 멀리하는 걸 느낍니다. 그럴 때마다 회계 업무를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고 보람도 많이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하곤 합니다. 제도를 연구하고 제도를 개선해서 느끼는 성취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게 바로 공무원으로 일하는 보람이며 재미가 아닌가 합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노사정 대타협 이후] 직장인 “쉽게 잘릴까 불안”… 청년층 “일자리 약속 기대”

    [노사정 대타협 이후] 직장인 “쉽게 잘릴까 불안”… 청년층 “일자리 약속 기대”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안이 14일 오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집행부의 승인으로 추인된 가운데 이번 합의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반해고 지침이 사용자에 의한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전 연령대에서 고용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반대로 일반해고 활성화가 고용 유연성 강화로 이어져 청년 실업난 해소 등에 숨통을 틔워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다.  대기업 정규직인 이모(31)씨는 이날 “고용주와 노동조합의 입장이 공평하게 반영된 일반해고 지침이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기업의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진 ‘일방(一方) 해고’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회사 직원 박모(42)씨는 “저성과자들의 연봉(임금)을 삭감하고 퇴출하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곳이 금융업계”라며 “일반해고 지침이 마련되면 중견급 직장인들의 해고가 상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대타협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형마트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는 전모(53)씨는 “인사평가를 하는 주체는 회사이기 때문에 만일 노조 활동 등에 불이익을 주게 되면 장시간 노동과 같은 회사의 부당한 요구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비정규직인 하모(29)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은 합의안에 하나도 없다”면서 “정부와 경영계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늘리는 것을 ‘고용 안정’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오래 쓰고 버린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 대표 이모(52)씨는 “직원 숫자가 많지 않은 만큼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회사 성과가 좌우되는 게 현실”이라면서 “일방적 해고보다는 근무 태도가 불량한 직원에게 지침에 나와 있는 해고 요건을 상기시켜 열심히 일을 하도록 독려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년 단체들은 진보와 보수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등 12개 청년단체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모님 월급을 깎아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임금피크제는 취업 안 되는 책임까지 엄마, 아빠가 지게 하는 반인륜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청년단체 ‘청년이 여는 미래’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금피크제 도입 단초를 마련한 타협안을 환영했다. 이들은 “현재의 경직적인 임금체계와 노동시장 구조는 정규직 중심의 일부 세대와 계층에만 유리해 청년들은 일할 기회마저 갖지 못했다”며 “합의문에 청년 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은 청년 고용에 활용할 것을 명시해 기업들의 청년 채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청년층은 노사정이 약속한 청년 고용 확대에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자리의 양적 확대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시각을 보였다. 취업 준비생 박모(26·여)씨는 “비정규직으로 취직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의 노후를 챙기기에는 너무 빡빡하다”며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되면 청년 고용 문제는 그저 도돌이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한노총 노동개혁 의결] 통상임금 제외 금품·근로시간 단축… 만만찮은 ‘디테일 전쟁’

    [한노총 노동개혁 의결] 통상임금 제외 금품·근로시간 단축… 만만찮은 ‘디테일 전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노사정 합의문 추인 이후에도 합의문을 둘러싼 노동계 내부의 이견으로 향후 추진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노사정 대타협이 한국노총 내부 추인이라는 고비를 넘으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개혁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 정부가 추진할 노동 개혁은 크게 입법과제와 취업규칙 변경 및 일반해고에 대한 정부의 행정지침(가이드라인)으로 나뉜다. 노사정 합의문은 큰 틀에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는 입법과정에서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업급여 확대 및 출퇴근 재해 시 산재인정 등 사회안전망 구축은 무난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에 따르면 노사정은 2013년 12월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통상임금의 개념 정의와 제외 금품 등에 대한 기준을 입법화(근로기준법)하게 된다. 기존에 기본급만 포함되던 통상임금은 대법원 판결로 상여금, 근속수당 등까지 포함됐다. 노사정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통상임금을 정의하고, 제외되는 금품은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통상임금의 개념 정의에 대해서는 노사정 간 이견이 없지만, 제외 금품 명시를 허용하는 것에 반대한 노동계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았다. 시행령에 명시되는 제외 금품은 여야 합의로 결정되기 때문에 진통이 예상된다. 노사정 공동 실태조사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 입법에 반영하기로 한 비정규직 사용 기한 연장 및 파견 대상 업무 확대는 구체적인 내용에서 노사정 간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다. 합의문에 ‘노사합의’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방안의 일방 추진은 불가능하다. 정부 방안은 만 35세 이상 노동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비정규직 기한을 2년 더 연장해 총 4년으로 늘리고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노사정위는 기간제의 사용 기간 및 갱신 횟수, 파견근로 대상 업무, 노조의 차별신청대리권 등 의견이 갈리는 사안을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정이 타협을 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며 “정규직 노조나 대기업의 입장에서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가 참여하는 형태의 실태조사를 통해 당사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능성을 열어 주고, 차별을 없애는 등 처우 개선에 방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가운데 주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까지 최대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특별연장근로 포함 6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도 다소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에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초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 도입에 반대했지만, 결국 노사합의를 거쳐 4년간 시행한 이후 지속 여부를 재검토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사정이 합의한 내용이니만큼 이를 바탕으로 국회 입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정뿐 아니라 전문가들이 참여한 특위에서 현장 실태조사 등 오랜 기간 논의에 걸쳐 합의에 이른 것”이라면서 “입법화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취업규칙 변경과 일반해고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법제화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일반해고도 논란이 예상되는 사안이다. 정부는 저성과자,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퇴출을 위한 고용 유연성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향후 법제화 과정이 주목된다. 전문가들도 당장의 가이드라인 시행보다 앞으로 진행될 법제화 과정에서 고용안정성과 유연성을 모두 보장할 수 있는 법제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합의문은 가이드라인보다 중장기적 법제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사안인 만큼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한노총 노동개혁 의결] 직장인 “쉽게 잘릴까 불안”… 청년층 “일자리 약속 기대”

    [한노총 노동개혁 의결] 직장인 “쉽게 잘릴까 불안”… 청년층 “일자리 약속 기대”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안이 14일 오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집행부의 승인으로 추인된 가운데 이번 합의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반해고 지침이 사용자에 의한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전 연령대에서 고용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반대로 일반해고 활성화가 고용 유연성 강화로 이어져 청년 실업난 해소 등에 숨통을 틔워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다. 대기업 정규직인 이모(31)씨는 이날 “고용주와 노동조합의 입장이 공평하게 반영된 일반해고 지침이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기업의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진 ‘일방(一方) 해고’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회사 직원 박모(42)씨는 “저성과자들의 연봉(임금)을 삭감하고 퇴출하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곳이 금융업계”라며 “일반해고 지침이 마련되면 중견급 직장인들의 해고가 상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대타협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형마트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는 전모(53)씨는 “인사평가를 하는 주체는 회사이기 때문에 만일 노조 활동 등에 불이익을 주게 되면 장시간 노동과 같은 회사의 부당한 요구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비정규직인 하모(29)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은 합의안에 하나도 없다”면서 “정부와 경영계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늘리는 것을 ‘고용 안정’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오래 쓰고 버린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 대표 이모(52)씨는 “직원 숫자가 많지 않은 만큼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회사 성과가 좌우되는 게 현실”이라면서 “일방적 해고보다는 근무 태도가 불량한 직원에게 지침에 나와 있는 해고 요건을 상기시켜 열심히 일을 하도록 독려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년 단체들은 진보와 보수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등 12개 청년단체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모님 월급을 깎아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임금피크제는 취업 안 되는 책임까지 엄마, 아빠가 지게 하는 반인륜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청년 단체 ‘청년이 여는 미래’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금피크제 도입 단초를 마련한 타협안을 환영했다. 이들은 “현재의 경직적인 임금체계와 노동시장 구조는 정규직 중심의 일부 세대와 계층에만 유리해 청년들은 일할 기회마저 갖지 못했다”며 “합의문에 청년 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은 청년 고용에 활용할 것을 명시해 기업들의 청년 채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청년층은 노사정이 약속한 청년 고용 확대에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자리의 양적 확대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시각을 보였다. 취업 준비생 박모(26·여)씨는 “비정규직으로 취직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의 노후를 챙기기에는 너무 빡빡하다”며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되면 청년 고용 문제는 그저 도돌이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용어 클릭] ■정리해고 경영이 악화된 기업이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 등 긴박한 이유가 있을 때 해고할 수 있는 제도다. 대법원 판례로 규정된 정리해고 요건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 회피 노력, 대상자의 공정한 선정, 노조 또는 노동자 대표와의 협의 등 4가지다. ■일반해고 성과가 낮거나 근무 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해고하는 것으로, 현행 근로기준법상에는 없는 제도다. 기업 질서 유지를 위한 ‘징계해고’나 인원 정리를 위한 경영상의 해고인 ‘정리해고’를 제외한 모든 형태가 포함된다.
  • 전업주부 0 ~2세 아이 어린이집 종일반 못 보낸다

    전업주부 0 ~2세 아이 어린이집 종일반 못 보낸다

    온종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종일반 어린이집 중심의 보육이 맞춤형으로 재편된다. 전업주부는 하루 6~8시간만 아이를 맡기는 맞춤형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으며 종일반 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나 일부 전업주부만 이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맞춤형 보육정책을 추진해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전업주부가 종일반을 이용하려면 직업훈련학원 등을 다니는 수강증을 제시해 현재 구직 중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자녀가 셋이거나 만 5세 미만 영유아가 2명 있고 임신한 전업주부도 따로 신청해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다. 구직, 다자녀, 임신 등의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전업주부는 맞춤반을 이용해야 한다. 맞춤반 이용 시간은 하루 6~8시간이며 한달에 15시간 한도 내에서 긴급보육바우처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맞춤반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쯤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업주부들에게 물은 결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어린이집 보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앞뒤로 1~2시간 늘려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정 양육을 하면서 필요시 월 40~80시간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시간제 보육반은 현재 196개 반에서 2016년 340개 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주는 가정양육수당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한다. 정부는 35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가정양육수당은 만 0세가 20만원, 만 1세가 15만원, 만 2세 이상의 경우 10만원을 주고 있다. 앞서 당정은 어린이집 보육료를 3% 인상하고 교사처우개선비는 3만원, 원장교사겸직수당은 7만 5000원을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카드뉴스] 공항 불나도 소방대가 문고리 못 따는 이유

    [카드뉴스] 공항 불나도 소방대가 문고리 못 따는 이유

    2015년 8월 29일,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열차에 치여 숨진 20대는 서울메트로가 고용한 외주업체 직원이었습니다. 이후 서울메트로는 안전 관련 업무를 직영 또는 자회사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서울메트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천국제공항 직원 7490명(지난 6월 기준) 중 84.6%(6336명)도 외주업체 소속입니다. 특히 보안경비, 순찰, 소방 등 안전 관련 업무는 민간업체 직원들이 맡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정규직 외주업체라는 신분상의 제약 때문에 안전 업무가 제대로 이행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공항소방대에서 일하는 A씨는 “공항 건물 안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나중에 배상 책임 때문에 우리가 먼저 문고리를 강제로 뜯고 들어갈 수 없었다”라면서 “외제차에 연기가 피어올라 물 호스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차주가 배상을 요구할까 봐 차량 소화기 2개만 썼다”고 말합니다. 안전 업무 외주화에 따른 문제점은 KTX도 비슷합니다. 코레일에서 열차 정비와 선로 유지보수 일을 하는 984명(지난 3월 기준) 중 907명(92.2%)이 용역직입니다. KTX 차량 정비 직원은 “정규직보다 처우가 낮아서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정비 경험이 제대로 쌓이지 않아 차량 및 선로 점검이 부실해질 위험이 다분하다”고 말합니다. 버스업계는 어떨까요?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장 관계자 말을 들어 보면 전세버스(관광버스) 업체의 경우 자체 정비·유지 보수 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이 80%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서울시내 운행 버스회사 정비 인력들의 경우 열악한 노동 조건 때문에 2009년 993명에서 2013년 890명으로 해마다 줄어 정비 업무 외주화와 더불어 안전 자체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건비 절약을 이유로 외부위탁에 눈을 돌린 공공 교통 기관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만큼은 직접 고용을 통해 국민의 안전 또한 위협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모습 아닐까요? <2015년 9월 7일 오세진 기자가 취재한 (바로가기☞)‘공항 불나도 문고리 못 따는 하청소방대’의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공항 불나도 문고리 못 따는 ‘하청’소방대

    공항 불나도 문고리 못 따는 ‘하청’소방대

    지난달 29일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20대 근로자는 공기업 서울메트로와 위탁계약을 맺은 외주업체 직원이었다. 사고 발생 후 서울메트로는 중·장기적으로 안전 관련 업무를 외주 용역이 아닌 직영 또는 자회사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공항·철도 등 공공 교통 분야의 안전 관련 업무가 서울메트로처럼 외부위탁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대형 사고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 인프라를 운영하는 공공기관들이 효율성을 이유로 자체 조직을 두기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외부위탁에 눈을 돌린 데 따른 것으로, 국민 안전을 위해 큰 틀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6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 등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직원 7490명(지난 6월 기준) 중 84.6%(6336명)가 외주업체에 소속돼 있다. 특히 보안경비(대테러 업무, 폭발물 반입 차단 등), 순찰, 소방 등 안전 관련 업무는 인천공항공사가 위탁계약을 한 민간업체 직원들이 집중적으로 맡고 있다. 문제는 비정규직 외주업체 신분상의 제약 때문에 안전 업무가 제대로 이행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10년 넘게 인천국제공항에서 민간 특수경비원으로 일하는 용역직 A(45)씨는 “면세구역으로 들어가는 공무원, 항공사 직원, 면세점 임직원들이 검문검색을 하지 말라고 하면 이를 따라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2~3년 단위로 회사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갑(甲)들의 불만이나 불이익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또 “가스총을 착용한 특수경비원 2명만 면세구역 보안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보안이 취약해 특수경비원을 늘려 달라고 인천공항공사 측에 요구하고 싶지만 잘릴까 봐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공항 내 소방 활동도 비슷하다. 공항소방대에서 일하는 B(35)씨는 “공항 건물 안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나중에 배상 책임 때문에 우리가 먼저 문고리를 강제로 뜯고 들어갈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약 2년 전 공항 앞 도로에서 5t 트럭과 외제차가 충돌해 외제차 보닛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물 호스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차주가 배상을 요구할까 봐 차량 소화기 2개만 썼다”며 “소화기로는 잔불을 끄기 어렵고 만일 보닛 안에 잔불이 남아 엔진이 터졌다면 피해는 더 커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전 업무의 외주화에 따른 문제점은 KTX도 비슷하다. 전국철도노조에 따르면 코레일에서 KTX 및 일반열차(새마을·무궁화호) 등을 정비하거나 선로 유지 보수 일을 하는 984명(지난 3월 기준) 중 907명(92.2%)이 용역직이다. KTX 차량 정비 직원은 “정규직보다 처우가 낮아서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정비 경험이 제대로 쌓이지 않아 차량 및 선로 점검이 부실해질 위험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앞서 감사원은 2012년 ‘KTX 운영 및 안전 관리 실태’ 보고서를 통해 외주업체 직원들의 인건비 수준이 코레일 정규 직원 인건비의 36%에 불과해 이직률이 24%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2011년 승객 149명을 태운 KTX산천 열차가 탈선 사고가 났을 때도 선로전환기를 제어하는 장치의 유지 보수 업무를 외주업체에서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버스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장 관계자 말을 들어 보면 전세버스(관광버스) 업체의 경우 자체 정비·유지 보수 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이 80%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서울시내 운행 버스회사 정비 인력들의 경우 열악한 노동 조건 때문에 2009년 993명에서 2013년 890명으로 해마다 줄어 정비 업무 외주화와 더불어 안전 자체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만큼은 외주용역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세월호 참사 등을 계기로 안전 업무를 철저히 관리, 감독하지 않고 외부에 맡겼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목격하고도 각 공기업들이 경영 효율화(인건비 절약)만을 내세우며 외주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직접고용을 통해 근로자들의 소속감을 높이고 고용 불안을 해소해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오늘의 눈] 서울대의 비정규직 사용설명서/이슬기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서울대의 비정규직 사용설명서/이슬기 사회부 기자

    “다음에 좋은 인연으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머리가 하얗게 돼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박수정(26·여)씨는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지 중간중간 말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지난 7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서울대 비정규직 직원 중 처음으로 정규직과의 차별을 인정받았던 당시의 고무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서울신문 7월 20일자 29면> 서울대 미술관에서 비정규직 비서로 일해 온 박씨는 지난 5일 미술관 측으로부터 돌연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 무기계약직 전환 기준일(근속 2년)을 딱 한 달 앞두고 재계약은 없다는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중노위가 서울대에 지급하라고 한 명절휴가비와 정액급식비, 맞춤형 복지포인트 등 어떤 것도 박씨는 받지 못한 채 해고 통보부터 먼저 받았다. 박씨는 계약서에 명시된 비서 일 외에도 미술관 대관, 회계 업무 등 정규직 직원들이 하는 일을 분담해 왔다. 그러나 정규직 직원들이 받는 수당이나 상여금도 없었다. 월급은 최저시급을 조금 웃도는 120만원이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기간제 직원 정모(29)씨도 앞서 지난달 31일 박씨와 똑같은 이유로 ‘마지막 출근’을 해야 했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한 사업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는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가 된다. 그러나 서울대는 2010년 10월 발송한 ‘비정규직 운영 개선계획’ 공문을 통해 ‘무기계약의 경우 재정 부담 가중을 감안해 계약 기간 만료 시(2년 도래 시) 원칙적으로 전환 금지’를 지시했다. 이를 충실히 지킨 결과 서울대는 국립대 31곳 중 무기계약직 전환율이 21.3%로 최하위 수준인 28위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겪는 차별과 퇴출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비단 서울대 정책 결정자들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7월 20일자 박씨의 인터뷰 기사에는 박씨에 대한 응원글도 있었지만 ‘비정규직 처지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 아니냐’는 조소와 비난 댓글이 적지 않았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도 억울한 처우에 우는 비정규직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노동 감수성의 단면이다. 박씨는 직접적인 차별뿐 아니라 세간의 시선에도 맞서 싸우는 중일지 모른다. 박씨는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서울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대학 측의 비정규직 차별에 대해 증언하기로 했다. 그의 발언이 우리나라의 척박한 비정규직 노동 인권을 개선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울림이 되길 기대해 본다. seulgi@seoul.co.kr
  • [이명선 기자가 만난 사람] 이화여대 2014년후기 전체수석졸업 “공부의신” 양영아씨

    [이명선 기자가 만난 사람] 이화여대 2014년후기 전체수석졸업 “공부의신” 양영아씨

    지난달 말 2014학년도 대학교 후기졸업식이 잇따라 열렸다. 서울 신촌 이화여자대학교(총장 최경희)는 2014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을 갖고 학사 1027명, 석사 843명, 박사 112명 등 총 198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새 출발하는 졸업생들에게는 확실해 보이는 모든 것들에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변화를 맛보며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새로운 여정이기도하다.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베트남, 가나, 아프가니스탄, 중국, 미국 등 총 21명의 외국 국적 학생들도 학부 졸업장을 받았다. 학부 졸업생 중 최연소자는 만 21세이며, 최고령자는 만 44세다. 존체 졸업생 중 누계 평점 4.0 이상의 최우등 졸업자는 총 25명이며, 4.3 만점에 4.25를 받아 학부 전체 수석을 차지한 불어불문학전공 양영아씨가 대학 대표로서 학위기를 받았다. 이화여대 “공부의 신” 양영아씨를 만나 전체수석 비결과 학창시절 얘기를 들어봤다. → 이번에 수석 졸업을 했는데 소감 한마디 한다면. ― 대학 4년 동안 힘들기도 했지만 즐겁게 공부한 결과로 학부 전체 수석이라는 큰 선물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다. 이화에서 공부하면서 인간과 삶에 대한 애정을 배울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저에게 굉장히 큰 선물인데 수석 졸업의 영예까지 얻게 돼 고맙다. →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성적이 좋은데, 공부비결이 있다면. ― 스스로 이런 말을 하기 좀 부끄럽지만 수업시간 만큼은 성실한 학생이 됐던 것이 공부 비결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4년 동안 결석과 지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복습은 꼬박꼬박 하진 않더라도 예습만큼은 매 수업 전에 해갔다. 안 그러면 집중이 안되니까 수업시간에 졸게 되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예습을 하는 학생이 되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예습이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고 다음 수업시간에 다룰 내용을 한번 쓱 훑는 정도였지만 수업을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됐다. 또 불문과 특성상 많은 작품과 작가들을 접하게 되는데 전 소설 속 인물들이나 작가들과 연애한다는 기분으로 공부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연인이 많아졌다. 공부할 때 이걸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로만 여기지 않고, 정말로 그들이 되어보고 교감하면서 공부하려고 했다. 이것도 저의 부끄러운 비밀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공부할 때나 수업을 들을 때 혼자 감동받거나 정이 느껴져서 눈물 날뻔한 적도 몇 번 있었다. → 평소에 공부 외에 모든 일에도 열심인지. ― 대학 4년 동안 공부 외에 제 열정을 쏟아 부은 것은 동아리 활동이었다. 입학 때부터 졸업하기 직전까지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했다. 다섯 번의 연주회를 준비하는 동안 수석도 두 번 하고 마지막 연주회에서는 악장도 하게 됐다. 대학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번역 관련한 활동도 꽤 한 것 같다. 1학년 땐 과에서 주최하는 프랑스 원어 뮤지컬에서 노래 가사를 번역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고, 또 SBStv나 KBS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부당 해고에 관한 내용도 번역해 제가 번역한 자료가 방송에 쓰이기도 했다. 또 한국외대에서 모의 유엔 통역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 프랑스어 통역사로 활동했다. 대학 다니면서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자 하는 심정에 아나운서 아카데미도 다녀봤는데, 결국 진로가 그쪽이 되진 않았지만 뉴스 진행, MC, 라디오 DJ, 리포터도 해보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대화 채플에서 진행자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 대학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 ― 아무래도 대학 생활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던 오케스트라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 동아리에 들어왔을 때는 연주회 준비 특성상 엄격한 분위기에 동아리를 탈퇴하고 싶기도 했고, 뮤직캠프에 가서는 혼자 탈출하는 버스를 찾아보기까지 했는데, 결국엔 그 힘들었던 기억마저 미화돼 지금은 추억으로 남은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연주회에서는 제가 악장으로, 아버지가 협연자로 나서 함께 무대에 서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프랑스에서 6개월간 교환학생으로 지냈던 생활도 꿈 같은 시간으로 남아 있다. 처음 프랑스 수업에 말 그대로 ‘내던져’졌을 땐 말을 따라가기도 힘들고 매주 과제물을 제출해야 하는 압박감 속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프랑스에서 불문학을 공부하는 건 마치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학생들과 국문학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지금은 프랑스에서 공부했던 시간을 굉장한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다. → 학창시절 가장 재미있었던 일과 가장 아쉬운 점은. ― 재미있었던 일은 처음 입학했을 때 불문 전공 수업에서 학교 근처의 안산이라는 곳으로 야외 수업을 나갔던 날이다. 봄이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교실에 앉아 수업하는 대신 교수님과 학생들이 다같이 뒷산으로 소풍을 나갔는데 이런 게 대학 생활의 낭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한국 대학생으로서 클럽에도 못 가보고 소개팅 한 번도 못해본 게 너무 아쉽다. 하지만 대학은 졸업했지만 제 청춘은 아직도 많이 남았기에 아직 기회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 졸업 후 진로와 향후 꿈은 무엇인지. ―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불어불문학과에 진학해 불문학 공부를 계속하게 됐다. 지난 9월1일에 개강했는데 벌써부터 읽을 게 산더미라 걱정이지만 좋아하던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돼 마음이 매우 설렌다. 아직 먼 이야기긴 하지만 석사 졸업 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불문학과 음악학을 연계해 프랑스 작가들의 예술론을 연구하고 싶고,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프랑스의 풍부한 문화 예술 자료들을 번역해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싶다. 최종적인 꿈은 공부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요즘 청년취업난이 이슈인데, 청년실업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나. ― 요즘 청년실업 문제가 아주 심각해서 많은 대학생들이 졸업을 계속해서 미루고 학생 신분으로 머물며 스펙을 쌓아가고 있다. 학생들은 취업 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스펙을 보이기 위해 대외활동이나 인턴 등 어떤 기회라도 잡으려고 열심인데, 이런 환경 속 학생들의 처지를 이용해서 기업이나 심지어 대사관 같은 정부 기관까지도 ‘서포터스’나 ‘무급 인턴’이라는 제도로 학생들의 노동력을 이용해먹는 듯하다. 급여를 주지 않아도 학생들이 많이 지원할 걸 아니까. 그런데 이렇게 노동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지 않고, 값싸게 이용하려는 기업과 기관들은 반성하고 젊은 인력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할 듯하다. 인간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결국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고 그런 생각을 젊은 세대에까지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졸업 선배로서 학교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프랑스 속담 중에 ‘Vouloir, c’est pouvoir’라는 말이 있다. ‘원한다는 것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는 말인데, 이 말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곳이 이화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한다면 각자가 원하는 것을 얼마든지 이루고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화라고 생각한다. 또 채플시간에 교목님이 하신 말씀 중에 “우리 이화인들이 이화동산에서 사색력과 공감력을 기르게 하시고 성실함과 겸허함 속에 살아가게 하소서”라고 기도한 게 기억에 남는다. 학교의 정신인 진, 선, 미가 사색력과 공감력, 성실함과 겸허함 그리고 이화동산이라는 각 단어에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이화동산에서 성실함과 겸허함이라는 선을 추구하며 사색력과 공감력 속에 진리를 좇으려는 노력을 한다면 보람차고 아름다운 대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 양영아씨 본인 소개를. ―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지만 고등학교는 서울로 진학했다. 어머니는 군산에서 마취통증의로 근무하시고, 아버지는 전북 군산대에서 관현악과 교수로 근무하기 때문에 저 혼자 서울로 올라와 생활했다. 프랑스어의 울림이 아름답다는 단순한 이유로 중학교 2학년 때 프랑스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군산이 그다지 크지 않은 도시라 불어를 배우기가 힘든 환경이었는데, 제가 불어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자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 부모님께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불어를 계속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군산에 있는 외고에는 당시 불어과가 없어서 서울로 진학해 대원외고 불어과에서 공부하게 됐다. 처음 불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프랑스 시낭송대회를 준비하면서였는데, 그때 낭송할 시를 고르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프랑스 시들을 접해보고 느껴본 기회였다. 대상이라는 좋은 결과도 얻었지만, 제가 앞으로 계속 공부하게 될 불문학을 처음 접한 때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땐 제가 불문학을 계속하게 될 줄 전혀 몰랐지만) 지난 고등학교 땐 사실 방황을 많이 했는데, 졸업하기 전에 제가 존경하던 불어 선생님께서 대학에 가서 한번 열심히 해보라는 말씀이 가슴 깊이 와 닿아 대학입학 초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3학년 1학기에는 파리3대학(소르본대학)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주로 문학 수업을 들었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국에서만 공부하다가 프랑스라는 낯선 곳에 내던져진 상황이었는데 처음엔 수업을 알아듣기도 벅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굉장히 도움이 된 것 같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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