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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만 미운 오리새끼” 왕따 당하는 칠레 매몰 광부

    “나만 미운 오리새끼” 왕따 당하는 칠레 매몰 광부

    칠레 매물 광부 중에서 ‘미운 오리새끼’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동료 광부들은 ‘월드스타’로 변해 세계를 누비며 돈을 긁어모으고 있지만 유독 일자리를 걱정하며 처량하게 집을 지키고 있는 외톨이 광부가 있는 것. 카를로스 마마니라는 이름을 가진 24세 청년이 바로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장본인. 볼리비아 국적을 갖고 있는 그는 쓸쓸히 집을 지키며 맹활약(?) 중인 동료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모국으로 돌아가도 일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칠레에 남기로 했다.”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왜 마마니만 유독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일까. 외국인배척주의 등 다양한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정작 그는 스스로 처신을 잘못한 탓이라고 자책하고 있다. 마마니는 “구출된 직후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지만 주변의 권유에 따라 응하지 않았다.”며 “언론에 얼굴을 내밀지 않자 잊혀진 사람이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칠레의 코피아포에서 부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불안한 삶이다. 그가 살고 있는 집조차 판자집에 가까운 허름한 가옥이다. 그는 “집을 짓게 조그만 땅이라도 지원해 줄 수 없겠는가 라고 시에 문의했지만 빌려 얻은 건 쓰러져 가는 가옥뿐”이라고 말했다. 마마니는 광부조합에서 지원하고 있는 월 500달러(약 62만원)로 겨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는 “구출된 후 취직을 못해 경제적으로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마마니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매몰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광산 일은 겁이 나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마마니는 지난 8월5일 산호세 광산에 매몰됐다. 10월13일 동료들과 함께 극적으로 구출됐다. 현장에서 그를 기다리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환영을 받았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거기까지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내년 5~6 차례 연쇄 개각 가능성”

    청와대가 ‘순차 개각’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내년말까지 많게는 5~6차례의 소폭 개각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1월초 개각쪽에 여전히 ‘방점’이 찍혀있긴 하지만, 인사를 빨리 하라는 한나라당의 거센 요구가 잇따르면서 연내 개각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당 거센요구 잇따라 연내개각 가능성도 26일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따르면 곧 인사가 이뤄질 자리는 현재 공석인 감사원장, 국민권익위원장과 지난 8·8개각에서 이미 교체의사를 밝힌 지식경제부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모두 네 자리다. 이 가운데서도 현재 수장이 비어있는 감사원장과 권익위원장이 1순위, 지경·문화부 장관이 2순위로 각각 꼽힌다. 이미 이들 네 자리 후임을 위한 인사검증 작업은 마무리 단계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인선결과에 따라 두 자리씩 나눠서 따로 발표할수도 있고, 아니면 네 자리를 동시에 인선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연내 개각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은 열려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개각의 시점에 관해서 지금 언급을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면서 “연내에 하게 되면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예정됐던 권익위 업무보고가 공석인 위원장을 임명할 때까지로 연기됐고, 오는 29일 끝나는 업무보고 일정을 감안할때 1월초 개각설이 여전히 더 우세하다. 이번 개각에서 후보군에 들어있는 류우익 주중대사, 이동관 전 홍보수석, 박형준 전 정무수석 등 이른바 ‘MB맨’들의 컴백 여부를 둘러싸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날 정치인 입각을 공개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고, 홍준표 최고위원 등 당내에서도 2012년 총선·대선에 악영향을 줄수 있다며 부적절한 처신을 한 측근의 기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내년 2월 한·미FTA 관련부처 교체설 하지만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데다 안상수 대표의 실언으로 당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당의 입김이 크게 먹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들 네 자리 인선이 끝난 뒤 내년 2월을 전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과 연계된 관련부처(기획재정부, 통상교섭본부) 장관의 교체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장외투쟁중인 민주당과의 화해 등을 감안할 때 자연스럽게 고려해볼만한 카드라는 것이다. 이때 통일부 장관 등 일부 안보라인의 교체도 함께 이뤄질 수 있다. 이후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내년 5~6월쯤에, 또 장관중에서 총선에 나갈 마지막 대상자들을 고르는 과정으로 내년 12월을 전후해서 또 한번 소폭 개각이 단행될 수 있다. 때문에 돌발 정치변수까지 감안하면, 이르면 연말부터 내년말까지 많게는 5~6차례의 ‘순차 개각’이 소폭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훈련은 정당…남·북 ‘强 대 强 구도’ 풀 대화 필요”

    “훈련은 정당…남·북 ‘强 대 强 구도’ 풀 대화 필요”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연평도 해상사격훈련 자체는 정당하다고 평가했지만 시점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미·일·북한 모두 자국 영해 안에서 훈련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이번 훈련은 우리나라의 주권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사격훈련이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보는 건 지나치게 사변적이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쭉 해오던 훈련을 잠시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것뿐”이라고 정의했다. 다만 “북한의 도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지금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는 등 한반도 위기고조 상황을 살펴 유연하게 결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정기적인 군사훈련은 할 수 있지만 긴장 국면인 만큼 신중했어야 한다.”며 “북한을 도발하지 않고도 충분히 압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북한이 지금 원하는 것은 서해 5도 지역의 국제분쟁지역화인데, 서해 5도와 NLL 문제가 국제적 관심을 끌게 돼 북한에 도움을 준 꼴이 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국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경제에 타격을 받을 훈련을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남한이 북한을 자극하는 것처럼 세계 여론이 조성될 위험이 있다.”면서 “서해안이 국제분쟁지역화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향후 대북 관계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대북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일본, 중국·러시아 대결 구도가 강화된 만큼 외교 분야에서 적절한 처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었다. 김영수 교수는 “북한과 군사적 갈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도 힘을 갖춰야만 대북정책을 끌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교수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와도 당분간 껄끄러운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러시아와의 협력구도를 복구하는 데 힘써야 한다.”면서 “한쪽이 양보하지 않고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치킨게임’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철기 교수는 “이번 훈련으로 인해 여지껏 중립적 입장을 취해 왔던 중국과 러시아를 잃을까 걱정된다. 대중·대러 외교는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을 수용하기로 한 마당에 북에 포사격을 한 것이 국제사회에 좋지 않게 인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정인 교수는 “정부는 계속해서 강경책만이 해법이라고 보지만 강경책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며 “남북관계 해법은 강대강 대결구도보다 대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민영·김소라기자 min@seoul.co.kr
  • [시론] 균형있는 삶이 아름답다/김종회 경희대 교수·문학평론가

    [시론] 균형있는 삶이 아름답다/김종회 경희대 교수·문학평론가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걸쳐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 주최하는 해외동포문학상 시상식 행사를 위해 미국 뉴욕을 다녀왔다. 모두 500편이 넘는 미주 동포들의 작품이 접수되고 소정의 심사과정을 거친 다음 현지에 가서 시상을 하는 제도로 올해 제4회에 이르렀다. 대상 수상자의 이름은 권금성,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동포 문인이었다. 그런데 출국하기 직전, 잘 모르는 분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자신의 이름은 권천학이고 이번 문학상의 대상 수상자이며, 2년 전 서울신문의 칼럼 ‘문화마당’에서 필자가 그의 딸에 관련된 글을 쓰면서 이름을 거론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았으나 딸 김하나의 경우는 기억이 생생했다. 북미동아시아도서관협의회 한국분과위원회 회장이며, 미국의회도서관이 독도의 이름을 ‘리앙쿠르 바위섬’으로 바꾸는 회의를 저지시킨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그 칼럼을 찾아서 읽어 보니, 딸에게 ‘행동하지 않으면 매국노’라고 가르친 어머니의 이름이 권천학이었고 그때 나이가 62세였다. 권씨는 혹시 문학상 공모에 본명으로 응모했을 때, 행사를 주관하는 필자가 부담을 느낄까봐 설악산 바위 봉우리의 이름인 권금성을 필명으로 썼다고 했다. 딸을 올곧게 가르쳐서 정부로서도 어려운 나라 사랑의 모범을 보이게 한 것도 그렇거니와, 굳이 이름을 숨기고 몰래 작품을 낸 그 마음 쓰임새가 사뭇 감동적이었다. 권씨는 뉴욕의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날이 마침 딸 김하나씨가 둘째 아이를 출산하는 날인 까닭에서였다. 그러나 이 사연을 전해 들은 시상식장은 감탄의 소리와 박수의 열기로 넘쳤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필자는, 한 사람의 균형 있는 교양과 건전한 상식이 스스로를 귀하게 하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촉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너도나도 한쪽으로 치우쳐서 균형을 잃기 쉬운 시대에, 충직한 양심이 살아 있음을 보는 일은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0일,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앓던 영아가 수혈을 금기시하는 종교의 교리에 어긋난다는 부모의 반대로 수술을 받지 못한 채 숨진 일이 있었다. 해당 병원은 부모가 수술을 계속 거부하자 이례적으로 ‘진료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부모는 병원을 옮겼고 끝내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 사인(死因)에 대한 병원과 부모의 주장이 다르나, 인간의 생명권과 종교적 신념 사이의 논란을 촉발한 당사자인 것은 같다. 우주의 천지만물 가운데 인간의 생명이 가장 소중하고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보는 세계관이 인간중심주의이다. 아이의 부모는 이 주의가 가진 일반적 상식의 균형성을 지키지 않았고, 그로 인해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상식을 지키는 삶은 아름답다. 이는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 사이에 올바른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태도로부터 말미암는다. 어떤 종교적 신념도 이 금단의 선을 넘어서면 해악으로 발전할 길을 열어두는 셈이 된다. 신의 이름으로 벌이는 전쟁이나 투쟁에 상식이 결여되어 있으면, 그것은 공동선(公同善)을 향한 성전(聖戰)이 아니라 편협한 종교적 테러에 그칠 뿐이다. 민간인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탈레반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아주 적절한 사례가 가까이에 또 있다. 궁핍한 국가 환경을 지원해 온 한국에 대해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해 온 북한의 행태가 그러하다. 일찍이 공자가 가르쳤던 중용의 도리는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의 자세를 말한다. 그것이 정신 수양과 덕의 실천 방법이라는 데 유가(儒家)의 뜻이 있다. 이는 단순히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한가운데라는 소극적 의미가 아니다. 정신적으로 올바른 속에 평범하면서도 떳떳한 처신의 상황을 일컫는, 매우 진취적인 인식의 방식이다. 그러기에 중용은 곧 상식의 균형성과 소통된다. 연말연시의 다난한 시기에, 이 범상하면서도 소중한 삶의 길을 익혀 보았으면 한다.
  • 中, 노벨상 앞두고 CNN·BBC 등 접속 차단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격한 설전을 벌였다. 반체제인사 류샤오보(劉曉波)가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직후부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중국은 시상식이 임박하자 더욱 격렬한 반응을 쏟아냈다. 중국 정부는 미국 하원의 류샤오보 석방 촉구 결의안 채택에 대해 9일 “오만하고 비이성적인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 하원의원들이 오만하고 비이성적인 입장을 바꿔 중국 인민과 사법적 주권에 대한 적절한 존중을 표하길 촉구한다.”며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류샤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한 노벨위원회는 ‘소수’이며 중국 인민과 압도적인 다수의 세계 인민들은 노벨위원회의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앞서 미 하원은 8일(현지시간) 중국 정부를 상대로 류샤오보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402 대 1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미국은 류샤오보와 그의 부인 류샤(劉霞)가 시상식에 참석해 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는 중국 외교관들이 노르웨이의 중국인 단체들을 상대로 시상식이 열리는 10일 예정된 노벨상 반대 시위에 참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벨위원회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류샤오보를 대신해 상징적으로 ‘빈의자’를 설치할 계획이다. 토르비에른 야글란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류샤오보를 선정한 것은 중국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중국인들을 존중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류의 미래는 많은 부분 중국 같은 큰 나라 손에 달려있다.”는 말로 중국에게 ‘대국적인 처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오세훈 서울시장 단독인터뷰] “전국 첫 도입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유지·강화할 것”

    [오세훈 서울시장 단독인터뷰] “전국 첫 도입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유지·강화할 것”

    서울광장 조례에 이어 무상급식 조례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또다시 충돌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시의회와의 시정협의 중단까지 선언한 상태다. 물론 시의회도 물러설 기미가 없어 보인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예상된 갈등이다. 시민들은 오 시장과 민주당 중심의 서울시의회 간 갈등이 생산적인 시정 운영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9일 오전 시장 집무실에서 오 시장을 만나 최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듣는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국민권익위 청렴도 평가 발표에서 서울시가 지자체 1위라는 낭보를 접한 오 시장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유지·강화할 것이다. 학교 무상급식과 관련해 곽노현 시 교육감에게 TV 토론을 제안한 것은 정말 시민들 자녀 교육에 불요불급한 게 과연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따져 보자는 취지”라는 등 시정 현안에 대해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직후 상황을 ‘사면야가’, ‘악전고투’로 줄여 표현했다. 지금은 어떤 말로 대변할 수 있나. -‘건곤일척’을 겨루는 장수(將帥)의 심정이랄까. 지난 6개월을 시의회와 공존을 모색한 시기로 정의한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시각차를 좁히기 위해 애썼다. 거리 차를 줄인 부분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참 대화로 안 되는 것도 있구나 하는 점을 깨달았다. 결국 합의 처리가 아닌 일방 처리로 끝난 것을 보면서 지금까지 기울인 노력이…. →무상급식 조례안을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고 저지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유를 말씀해 달라. -정책이란 게 어렵고 복잡하다. 호도해서 인기영합적 정책을 펼치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하지 않나. 0.3% 가지고 집행부가 인색하게 군다. 이런 식이다. 첫째, 10년이면 5조원 들어가는 정책을 시범사업 한번 하지 않고 하자는 것은 상식 밖이다. 내년 초등 2500억원, 중학교 1500억원 등 최소한 4000억원 들어가는데 급식시설이 제대로 돼 있나, 조리시설이 제대로 돼 있나. 엉망 아니냐. 또 배식 도우미 등 인적 자원도 천차만별이다. 평균적으로 맞추려면 또 1000억원 들어간다. 이런 것을 갑자기 하자는 것이다. 한 해 5000억원 들어가는 것을 시범사업도 없이 하루아침에 말이다. 일해 본 사람은 다 아는 것이다. →무상급식 조례 여파로 시의회 시정 질의에 불참하는 등 너무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대화를 제안했더니 그럴 생각이 있으면 시의회 와서 하라고 한다. 겉보기엔 맞는 얘기다. 시정질의하는 장면을 봤을 것이다. 10~20분 질의하고 1분 내로 답하라고 하거나 40분 중 35분 일방적으로 발언하고 5분 내로 대답하라고 한다. 그래 놓고 억울한 것 있으면 오라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그런 시정질의 형태를 교육감이 모르겠나. 같이 앉아서 봤지 않나. 그런 대화가 오가는 것을 개탄했을 것이다. 그분도 3개 학년 전원 무상급식안을 마련했으면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나. 교육청 예산으로 안 되니 시에 요청한 것 아닌가. 그럼, 토론장에 나와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나까지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다수 의석에 숨어 그렇게 처신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TV 토론 제안도 시정을 책임진 시장으로서 교육철학을 얘기하자는 뜻이다. →끝내 토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아울러 시가 추진하려는 교육지원 정책은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토론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설명회를 열고 편지 보내기, 현장대화 등을 통해 시민들을 직접 설득하는 데 나서겠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을 늘리려고 한다. 현재 초·중·고교생의 11%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자녀 14만 3232명에게 급식비를 지원하는데 내년 16%, 2012년 21%, 2013년 26%, 2014년엔 30%로 하겠다. 시는 학급 전체에 무상급식을 하더라도 우선 내년 1개 학년부터 실시한 뒤 2012년 2개 학년을, 2013년 3개 학년을 늘리는 방식으로 하자는 단계별 ‘1+2+3 시스템’도 시의회 등으로 이뤄진 협의체에 제안한 바 있다. 또 학교급식 지원을 위해 올 3월부터 강서구 외발산동에 친환경 유통센터를 운영해 초등 및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우수 농·축산물을 공급, 식단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예산은 지난해 59개교에 14억원, 올해 468개교에 69억원을 지원했다. 내년 2월엔 바로 옆에 제2유통센터를 건립해 모두 700여 개교에 혜택이 돌아간다. 2013년 이후 전체 1305개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가 지원을 받는다. 이런데도 마치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 속상하다. →폭력·사교육비·학습준비물 없는 ‘3무(無) 학교’는 어떻게 되고 있나. -내년 527억원, 2012년 915억원, 2013년 1057억원, 2014년 1239억원 등 모두 3738억원을 투입하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무폭력을 위해 학교보안관을 배치한다. 내년에 143억 7100만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또 전문 심리상담사 양성에 20억 9000만원을 새로 배정했다. 초등학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확대를 위해 올해 58억 3500만원, 내년에 7억원을 투입한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크게 9개 분야로 나뉜다. 먼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예산을 올해 50억원에서 67억 5500만원으로 늘린다.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는 기존 60개 학교 95명에서 내년엔 155명으로 60명 늘린다. 방과후 학교 행정보조 인력 지원과 우수운영 주체에 대한 지원, 중·고교 자기주도 학습여건 조성 등 7개 분야를 합쳐 307억 5900만원을 투자한다. 올 예산은 211억 8800만원이었다. 또 학습준비물 지원에 예산 52억 4000만원을 새로 짰다. 시민들과 현장에서 만나 자녀들을 위해서는 바로 이런 것들을 바란다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시 나름대로 파악해 가장 급하다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미 몸에 맞지 않는 책걸상과 화장실을 바꾸는 사업 등에 4년간 2500억원 넘게 투입했다. 공교육 콘텐츠 강화는 물론 보편적 복지라는 게 이런 데 애쓰는 것 아니냐. 소득을 따지지 않고 급식비를 모두 지원하자는 주장은 이와는 다른 ‘무차별 복지’다. →무상급식 예산을 한푼도 편성하지 않았다는 일부 지적이 있다. 또 핀란드나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데. -앞서 밝힌 대로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내년에 278억원을 급식비 지원에 쓰는 예산안을 짰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별도 무상급식 항목으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모순이다. 이런 이유를 들어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실제 직원들이 업무를 처리할 수 없을뿐더러 실제를 봐도 내년엔 새로 어떤 사업도 펼칠 엄두를 도저히 못 낸다. 미국에서도 연방 빈곤지표 130% 미만 저소득자에게 무상급식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까지 얘기하는데 상황이 딴판이다. 핀란드나 스웨덴은 국민총생산(GDP) 대비 국가 재정지출이 50%대인 반면 우리나라는 21%다. 시 예산 중 깎을 게 없다. 도로 막히니까 보수하는 것이고, 내년엔 뭘 깎아서 전면 무상급식 예산을 짤 것인가.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사업도 시범시행을 거치는 법인데, 초대형 사업을 당장 하자는 제안은 1000만명이 사는 거대도시의 종합행정 원리에 맞지 않다. →화제를 바꾸자. 국민권익위 청렴도 평가에서 다시 1위를 한 비결이 뭔가. -국민권익위가 발표한 2010년 16개 광역 시·도 청렴도 평가 결과 시는 2008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1위를 탈환했다. 공무원이 합심해 내부 청렴도 9위까지 밀려났던 아픔을 회복해 의미가 남다르다. ‘청렴 서울’ 브랜드가 ‘글로벌 톱5’ 도시 도약의 원동력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청렴도가 하락했던 지난해 초 직원 정례조례를 통해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 나가겠다. →청렴한 서울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듣고 싶다. -시민과 함께하는 청렴 도시, 직원이 신나는 청렴 도시, 세계와 경쟁하는 청렴 도시를 목표로 설정해 추진하겠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도입한 원스트라크 아웃 제도(업무 관련해 100만원 이상 받은 직원은 곧바로 해임 이상 징계)도 발전시키겠다. 청렴도 1위는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다. 내 리더십 덕분은 더더욱 아니다. 물론 민선 4기 이후 각고의 노력을 했다. 시험만 봐서 승진하던 제도가 완전히 없어졌다. 과거에는 채워야 하던 연수를 채우지 않더라도 능력만 있으면 승진할 수 있다. 역대 시장들도 업무 스타일에 많은 변화를 주고, 직원들 스스로도 애쓴 게 켜켜이 쌓여 맺은 열매다. 송한수·김지훈기자 onekor@seoul.co.kr
  • ‘동네북’ 외환銀 괴롭다

    ‘동네북’ 외환銀 괴롭다

    외환은행이 현대건설 매각을 놓고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대주주인 론스타와 감독기관인 금융당국 사이에 끼여 처신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어느 쪽도 만족시킬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하지만 일정 부분은 외환은행이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하나금융지주에 팔린 것에 속상해하는 데다 현대건설 매각 잡음으로 ‘동네북’이 됐다며 씁쓸해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을 향해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의 대출확인서(1조 2000억원)가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이 검토도 하기 전에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가 결론을 내리고 채권단에 훈수를 둔 셈이다. 금융권은 현대차의 이런 행보에 오지랖이 너무 넓다고 꼬집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요즘 기업들이 은행보다 쌓아놓은 돈이 많다고 해도 현대차가 너무 무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도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 요청에 주거래은행(외환은행) 교체 추진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채권단이 공동 제재에 나서자 가처분 신청으로 맞섰다. 채권단은 오는 6일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에 응하라고 통보했지만 현대그룹 측은 “아직 입장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대주주인 론스타와 금융당국 간 보이지 않는 입장 차이도 외환은행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현대건설 매각 과정에서 보여준 외환은행의 갈팡질팡 행보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외환은행은 한동안 현대그룹 압박에 소극적이었다가 최근 강경 자세로 돌아섰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권단 내 2대 주주인 정책금융공사와 손발을 맞추려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나티시스은행에 예치된 1조 2000억원의 자금과 관련해 출처 확인이 필요하면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사실상 외환은행의 ‘단독 플레이’가 쉽지 않게 됐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현대그룹과의 MOU 교환 등 외환은행의 돌출 행동 배경에는 현대건설 매각을 서두르는 대주주 론스타의 의중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외환은행이 겪고 있는 굴욕은 남 탓이 아닌 본인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각 주관기관으로서 원칙을 갖고 대처해야 함에도 양측을 오가며 줄타기하다가 실기했다는 것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인수·합병(M&A)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면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졌다.”면서 “외환은행이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광장] 정두언 쓴소리 귀담아야 할 이유/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두언 쓴소리 귀담아야 할 이유/박대출 논설위원

    정두언은 ‘친이 1호’ 의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다. 이 대통령을 서울시장 때부터 보좌했다. 현역 의원 중 가장 먼저 이 대통령 편에 섰다. 이명박 정권의 일등 공신이다. 한발 더 나가면 원조 공신이다. 이쯤 되면 실세로 분류된다. 대개 정권의 방패막이가 된다. 그게 정치 상례였다. 정 의원은 이를 거부한다. 이단아 행보를 주저하지 않는다. 여권에 쓴소리를 쏟아낸다. 정권의 아픈 데를 콕콕 찌른다. 야당의 공격수 같다. 여권 핵심부에겐 밉상 수준이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그가 왜 그럴까. 여권에선 여러 분석들이 나온다. 깎아내리려는 내용이 주류다. 정치 위상을 높이려는 제스처로 보기도 한다. 정치적 주목을 받으려고 튄다는 것이다. 권력 핵심부로 복귀하려는 몸부림으로 보는 이도 있다. 대칭점에는 ‘이상득-박영준 라인’이 서 있다. 화풀이나 투정, 혹은 반발이나 보복 심리 등으로 연결짓기도 한다. 정 의원은 대포폰 논란을 주도하고 있다. 이상득-박영준 라인을 겨냥하는 모양새다. 그의 사찰 공세는 집요하다. 지도부의 자제 요청에 오불관언이다. 끝까지 몸통을 밝혀내겠다고 버틴다. 명분도, 실리도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여권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언론·야당만 해도 버거운 상황이다. 집안 식구마저 물고 늘어지니 몇 곱절 어려워졌다. 검찰과 정부가 국민을 농락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재수사론은 그만의 투정이 아니다. 메아리가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동조한다. 최고위원도 여럿이다.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정도가 반대다. 안상수 대표와의 설전은 압권이다. 한나라당이 청와대에 끌려다닌다고 했다. 안 대표는 모독발언이라고 발끈했다.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민은 오해가 아니라 직시하고 있다. 당·청 재정립 운운한 게 몇번인가. 모두 말에 그쳤다. 변화된 모습이 안 보인다. 4대강은 한나라당에 성역처럼 되어 버렸다. 입도 뻥긋하는 이가 없다. 지도부는 사찰 논란에 속수무책이다. ‘모독 발언’을 자초한 꼴이다. 그는 감세 논란, 외고 개혁론을 주도한다. 강만수 대통령실 경제특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타깃이다. “강만수 죽이고 싶겠네.”라는 해프닝까지 연출했다. 이 장관에겐 “트릭을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속임수 운운하니 인신공격 수준이다. 감세 논란은 여권이 덫에 걸렸다. 부자 감세란 정치 공세의 함정에 빠졌다. 국민들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모자란다. 위기 극복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쇠고기 촛불정국 때처럼. ‘정두언 쿠데타’니, 항명이니 말들이 많다. 여권에선 짜증 섞인 반응이 나온다. 정치적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최고 실세로 군림한다면 그러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본질은 그가 왜 그러느냐가 아니다.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배경이 순수하든, 그렇지 않든 중요하지 않다. 본질은 내용이다.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게 여권의 몫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론 위기를 키울 뿐이다. 정 의원을 향해 그만하라는 푸념이 나온다. 그의 처신을 반조직 행태로만 보는 이들이 진원지다. 부정에 매달려 긍정을 외면하는 게 더 큰 반조직 행태다. 비판에 마음을 열면 얻는 게 생긴다. 투정이라고 폄하하면 남는 게 없다. 그에 대한 평가는 뒤로 접는 게 낫다. 쓴소리 내용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의 쓴소리는 정곡을 찌르기도 한다. 날카로운 진단과 처방이 묻어 있는 칼날이다. 무시하면 베인다.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북한이 연평도 도발을 자행했다. 여의도 국회는 일순간에 방향을 틀었다. 어지럽게 나뒹굴던 정치 현안들도 그 속에 묻혔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멈췄다. 정두언 쓴소리도 수그러들게 됐다. 여권으로서는 뜻하지 않던 국면 전환이다. 하지만 안도할 게 아니다. 골칫거리들은 미뤄졌을 뿐이다. 쓴소리를 외면하면 쓴맛 본다. dcpark@seoul.co.kr
  • [길섶에서] 겨울 산/함혜리 논설위원

    차갑고 투명해진 겨울 공기 탓일까. 멀리 보이던 산이 유독 가까이 느껴진다. 울긋불긋 화려함을 자랑했던 단풍은 속절없이 사라지고 칙칙해진 겨울 산이지만 삭막하고 초라해 보이지는 않는다. 군데군데 소나무들이 푸릇푸릇 생명력을 뽐내고 있는 덕분이다. 공자는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라고 했다. 날씨가 차가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알 수 있다. 풍족할 때는 사람들의 인품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그때의 처신에 따라 인품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문인화의 최고 작품으로 꼽히는 완당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제호도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이 경구에서 따왔다. 지위와 권력을 박탈 당하고 제주도로 귀향 온 완당은 귀한 책들을 구해다 준 역관 이상적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했다. 추위와 비바람에 상관없이 늘 푸른 모습으로 산을 지키고 있는 소나무의 존재감을 드러내 준 겨울 산이 오늘따라 고마웠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외규장각 반환 VS 반란] “韓 동등한 수준 문화재 내놔라”

    지난 18일(현지시간) 일간 라 리베라시옹 기고를 통해 공식화된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사서들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반대 입장은 프랑스 정부는 물론 한국 측에도 상당한 부담이다. 이들은 지난 1993년 고속철도 도입 과정에서 구두 약속한 양국의 반환 합의를 20년 가까이 지연시킨 장본인들이다. 프랑스 내 여론이 이들의 입장에 지지를 보낼 경우 실제 도서 반환이 상당 기간 늦어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일정이나 협약서 작성 등 실제 반환 절차를 진행하면서 BNF와 사서들이 의도적인 방해에 나설 경우 현실적인 해결책도 마땅치 않다. 프랑스 내부에서는 양국 정상의 이번 합의에 대해 “절차를 무시했던 지난 1993년 합의가 재연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라 리베라시옹은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데 익숙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G20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출발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외교장관과 문화장관을 불러 반환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는 평소 습관대로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BNF 사서들은 반환 방식과 명분 모두를 문제 삼고 있다. BNF 측은 외규장각 도서가 반환이나 임대되기 위해서는 한국 측에서 동등한 수준의 문화재를 제공하는 등의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프랑스 문화계는 이집트의 문화재 반환 요구를 묵살해 오다 지난해 12월 ‘이집트에서 프랑스 연구단의 지속적인 발굴 허가’를 조건으로 일부 문화재의 반환을 결정한 바 있다. 사서들은 이번 사례가 향후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프랑스가 약탈해 온 다른 문화재에 대한 반환요구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문에 “이번 합의는 유일한 특성을 지니며 어떤 경우에도 선례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사서들은 이 문구가 오히려 앞으로 다른 국가들에 문화재를 반환해야 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열린세상] 적어도 위원회는 아니다/김병재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열린세상] 적어도 위원회는 아니다/김병재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이명박(MB) 정부 들어 두 번째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이 낙마했다. 조희문 위원장이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독립영화 심사위원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특정 작품을 거론한 외압사건 이후 기관장으로서의 부적절한 처신과 국감 준비소홀 등으로 불명예 퇴진한 것이다. 이로써 7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영진위의 무정부상태도 정리될 듯하다. 하지만 후유증은 심각하다. 조희문의 정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적인 색깔논쟁은 해방정국의 이념대립을 방불케 했다. 영진위는 물론 문화부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색깔논쟁은 분명히 지나쳤다. MB정부 들어 영화계에 대한 적대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관장으로서 공정치 못한 처신과 미숙한 업무추진방식 등 자질에 관한 사항을 싸잡아 이념 대립으로 몰고 간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동안 신문·방송·인터넷 언론에 비친 영진위의 모습은 최악이었다. 국회로부터 퇴진요구를 받던 중 위원장은 국감 준비소홀로 도망가듯 보고자료를 들고나갔고, ‘재수’ 국감장에선 여야의원들로부터 “답답한 분, 파렴치한…. 위원장이 아니라 조희문씨”라는 모욕적인 질책을 들어야 했다. 영진위 간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위원장은 영진위 소속 아카데미 책임교수직을 겸직해 봉급을 이중으로 받는 인사 난맥상의 당사자였음을 지적받고도 묵묵부답이었으며, 정확한 사실(fact) 없이 공식석상에서 영진위 심사에 문제가 많은 양 말을 흘렸다. 또한, 사무국장은 국회에 재탕자료를 돌려 ‘재수’ 국감을 유발한 기획팀의 치명적인 행정 잘못을 내버려 둬 결과적으로 위원장 해임에 일조했고, 아카데미 원장은 영진위 직원 신분을 망각한 채 영진위를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 기자회견에 참여해 자기 조직을 공개석상에서 비판하는 개념 없는 간부였다. 여기에 조직보다는 개인의 이익만 좇는 일부 비상임 위원 및 부장급 직원들의 부화뇌동하는 모습, 관습처럼 내려오는 일부 직원들의 장기 휴직, 대학 등 외부 강의 등 나사 빠진 조직의 관리는 위원회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오합지졸인 ‘당나라 군대’나 다름없다. 이처럼 영진위가 당나라 군대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위원회(commission)이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조직의 중요한 결정을 복수의 구성원이 합의하는 기관이다. 그럼 영화계를 대표하는 복수의 위원으로 구성된 영진위가 합의다운 합의를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불행하게도 1999년 출범 당시부터 진보·보수 두 진영으로 나눠 대립만 일삼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바람 잘 날 없는 기관이 됐다. 문화부 산하 50여개 관련기관 가운데 으뜸일 것이다. 9명의 위원은 영진위의 최고 결정자이다. 한해 500여억원의 사업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권한은 막강하다. 하지만, 위원장을 뺀 8명의 위원은 비상임이다. 학계나 영화현장, 언론계에선 나름의 전문가이지만 영진위 사업에 관한 한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루 몇 시간 안에 적게는 몇천만원 많게는 백억원대 주요 사업들을 한꺼번에 의결해야 한다. 그래서 권한은 있고 책임은 없다는 비판의 소리를 듣는다. 이번 44억원의 예술영화 제작지원 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영진위가 위촉한 외부 심사위원이 선정한 작품을 이렇다 할 이유를 밝히지도 않은 채 반은 결정하고, 반은 결정하지 않아 영화계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이제, 영진위는 위원회로서의 생명을 다했다. 새로운 시스템이 요구된다. 하루속히 영화 관련법을 개정해 새로운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독임제가 설득력이 있다. 관료적이지만 책임행정이 미덕이다. 가칭 영상진흥원이든 영상진흥공사든 권한과 동시에 책임이 수반되는 시스템이 소망스럽다. 사업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구성원이 책임을 가지고 결정한다는 명제에 들어맞는다. 이와 함께 다른 유사 콘텐츠 기관과의 기능 조정도 불가피하다. 거품을 빼고 효율적인 기구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면 적어도 영화인들로부터 불신은 덜 받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념을 위장한 밥그릇 싸움도 잦아들 것이다.
  • 인권위 ‘위원장 책임론’ 놓고 파행

    인권위 ‘위원장 책임론’ 놓고 파행

    상임위원 2명이 동반 사퇴한 뒤 처음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상임위원 사퇴 책임을 놓고 참석 위원 2명이 퇴장하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위 안팎에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인권위는 8일 오후 전원위를 열고 야간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표명 등 5건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 위원장이 최근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개회를 선언하자마자 장향숙 상임위원과 장주영 비상임위원이 현 위원장의 책임있는 처신을 요구하며 잇따라 퇴장, 3건의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현 위원장은 개회 선언과 함께 “저에 대한 여러 가지 질책을 항상 겸허하게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면서도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사건이 산적해 있고 국가기관으로서 맡겨진 소임을 지체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회의 시작 전 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 왼손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있던 장 위원은 현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책임 있는 말을 들을 수 없다. 상임위원 사퇴에 무책임한 태도로 넘어가면 안 된다.”고 강력 비판했다. 하지만 현 위원장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곧바로 장 위원과 함께 퇴장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버이회연합 회원 50여명이 ‘군대 내 동성애’를 인정한 인권위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회의장에 난입, 이를 막는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이날 전원위는 각종 소란으로 얼룩졌다. 현 위원장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자 정회를 선언하고 나서 10분 뒤 김태훈·황덕남·최윤희·김양원·한태식 비상임위원 등 6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속개해 1시간 10분 만에 마쳤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사퇴 파문’ 인권委 8일 전원위

    위원장의 ‘권력 눈치보기 처신’ 등을 비판하며 상임위원 2명이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로 논란을 빚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실상 파행 위기에 봉착했다. 인권위는 8일 오후 2시 전원위원회를 열어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 비상 운영방안을 두고 비공개 회의를 갖는다. 최근 상임위원 2명이 사퇴함에 따라 상임위는 물론 다른 4개의 소위원회 운영도 파행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상임위원으로 홀로 남은 장향숙 위원을 포함한 일부 위원들이 전원위에서 현병철 위원장에게 상임위원 사태에 대한 책임부터 물을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장 위원은 이에 대해 “전체적인 맥락에서 분명하게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위와 소위원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면 거의 모든 사안을 최상급 기구인 전원위에서 검토해야 한다. 전원위는 위원장 포함 상임·비상임위원 11명 가운데 6명 이상만 찬성하면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현재는 사안마다 비상임위원을 총동원해야 해 부담이 크다. 더욱이 상임위는 상임위원 3명과 위원장 등 4명으로 구성되지만 현재 남아 있는 상임위원은 장 위원 1명에 불과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소위원회 가운데 상임위원 3명으로 구성된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에는 장 위원 1명만 남아 있는 상태여서 위원회 내부 의견 조율조차 불가능하다. 다만 이날 전원위에서는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의 사퇴를 촉발한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은 논의하지 않을 방침이다. 인권위 조직이 갈등으로 분열되면서 현 위원장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한 측면이 적지 않으며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한편 전 인권위원장 2명과 전직 인권위원 14명도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원 사퇴와 최근 인권위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특정세력, 개헌 안되는 줄 알면서도 정국 몰아가”

    “특정세력, 개헌 안되는 줄 알면서도 정국 몰아가”

    “연출은 아무리 잘해도 부자연스러워요.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합시다.” 28일 오후 2시45분,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인터뷰에 앞서 연출 사진을 제안했다. 국회의 민주당 대표실에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두 사진 사이에 손 대표가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손 대표는 손사래를 치며 회의용 책상에 앉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손 대표가 앉은 자리도 김·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한꺼번에 카메라에 담기 좋은 위치였다. 손 대표는 인터뷰에서 10·27 재·보선과 개헌, 정치권 사정 움직임 등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이도운 정치부장이 1시간 10분 동안 진행했다. 대담 이도운 정치부 ●재·보선 평가 →정치부 기자들이나 교수, 최고경영자들이 뽑은 차기 대통령 1위로 여러 번 선정된 적이 있지만, 대중적인 지지도는 정치 엘리트들의 지지만 못한 것 같다. -가까이 아는 사람들은 능력이나 배경, 입장, 자세를 보고 나를 평가하지만, 일반 대중은 그럴 기회가 드물다. 외향적 이미지로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럼 대중과의 소통을 늘리면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보나. -대중과의 접촉도 중요하지만 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당의 신뢰를 높이는 게 우선이다. →10·27 재·보선을 어떻게 평가하나. 광주 서구청장 선거에서 패했는데. -글자 그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이 무섭다. 광주 시민들이 민주당에 다시 채찍을 들었다.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표로 나를 뽑은 것과 같은 변화 요구이다. 으레 민주당을 찍어 줄 것이라는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자세로는 민주당이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엄격한 교훈을 얻었다. →비록 손 대표가 공천은 안 했지만, 선거는 손 대표 지휘로 치렀다. 선거 패배에 책임감을 느끼나. -공천을 누가 했건 책임은 현 지도부가 져야 한다. 광주에서 ‘지금 우리가 어려우니 도와 달라.’는 게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큰 가르침을 준 것이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호남에 과도하게 의지해 온 방식에서 벗어난다는 뜻인가. -호남에 기대고 안 기대고의 문제가 아니다. 호남의 애정과 신망은 계속 이어가야 한다. 그 애정은 민주당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다만 호남이라고 당연히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안이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결국 전국적인 지지를 확장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수 있나. -다른 거 없다. 진정성을 갖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걸 하나하나 챙겨 아픔 덜어주고 어려움을 도와주고, 그런 모습이 쌓일 때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실천 능력을 보여 줄 때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대선 구도 →박근혜 전 대표가 호남 지역에서도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대선에서도 그 정도 득표를 할까. -지금 그걸 논할 때는 아니다. 다만 박 전 대표는 당이나 지역을 떠나 상당한 맹목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 현상을 좀 생각해 봐야 한다. →손 대표는 영남·호남·충청도 출신이 아니다. 이들 지역 외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나. -지역은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 영·호남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 필요로 하는 리더십을 갖췄느냐가 중요하고, 당의 선택이 중요하다. 당의 선택과 후보가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문제인데, 그런 게 시대정신이다. 지역보다는 시대정신이다. 역대 대통령도 시대정신에 의해 뽑혔다. →한나라당이 이른바 부자감세 철회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서민과 중산층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가. -한나라당이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박수치고 찬성할 일이다. 우리가 계속 부자감세를 철회하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게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면 된다. 우리의 목표가 집권이지만, 최종목표는 국민이 잘사는 것이다. 국민이 잘사는 문제를 놓고 겨뤄서 한나라당이 이기면 우리가 깨끗하게 승복하면 된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설령 부자감세를 철폐한다고 해서 반서민적인 철학이 바뀌겠나. 두고 보자. ●사정 정국 →검찰이 천신일 회장의 세중나모여행을 압수수색했다. 어떻게 보나. -진정으로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뤄지는 수사라면 환영할 일이다. 무늬만 하고 말 거면 이 정권 사정이 뭔지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해야 한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천신일 회장의 비리가 나와도 개인적인 것이고, 현 정권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는데. -그렇게 얘기하겠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이들을 적극 보호할 것인가, 일단 법 집행을 지켜볼 것인가. -법 앞에는 누구나 평등하다. 그래서 정권과 권력에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라고 하는 것이다. 비리는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공정하게 집행될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 여태껏 편파적으로 법의 잣대가 적용돼 왔기 때문이다. 법의 집행이 공정하면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공정하게 집행될 것이라고 누구도 기대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법이 부당하게 운영되면 분명하게 맞서 싸울 것이다. 사정이란 이름 아래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이나 야당 탄압이 이뤄지면 국민들이 먼저 알 것이다. 국민들과 함께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 →국민과 함께 싸운다면 장외로 나간다는 뜻인가. -장외라는 말 하지 말라. →손 대표 주변은 정치자금 문제에서 깨끗하다고 봐도 되나. -깨끗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다짐한다. ●개헌 논란 →손 대표 취임 직후 이재오 특임장관이 예방했는데 그때 개헌 얘기는 안 했나. -나에게는 ‘개’자도 꺼내지 않았다. 떳떳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개헌과 관련해 많은 얘기를 한다고 하는데, 왜 내 앞에선 말 한마디 안 꺼내나.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개헌 논의 자체가 불순하고, 온당치 않기 때문이다. 이건 세상이 다 안다. 개헌해서 서민생활이 나아지나 물가가 안정되나. 세상이 아는 얘기를 놓고 언론은 제대로 말도 못한다. 정권 내 특정 세력이 권력을 연장하려는 것 아닌가. →특정 세력은 누구를 말하나. -다 아는 거 아니냐. 이제 좀 성숙하고 솔직하게 말하자.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에서 개헌과 관련된 통일된 안을 가져 오면 얘기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그건 (그냥) 하는 얘기다. 지금 개헌 논의가 일어나면 모든 정책논의가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간다. 민생, 대북 문제 다 덮자는 얘기인가.정권말기가 됐으니, 어떻게든 권력을 연장하자는 의도가 아닌가. 하다가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정국을 그렇게 끌고 나가려고 한다. 지금의 헌법만 잘 지켜도 권력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그럼 당내 개헌 논의를 중단시킬 의사는 없나. -우리는 민주정당이니까 강제로 논의를 억누를 수는 없다. 이 정도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최근 관훈토론에서 다음 정권 출범 초에는 개헌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만일 집권을 하면 개헌 절차를 밟은 것인가. -그렇다. 시간은 충분하다. 그러나 현 정권은 사실상 1년밖에 안 남았다. 1년 뒤면 개헌 논의를 할 여유가 없다. ●FTA ·4대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한 당의 통일된 입장은 뭔가. -재협상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는 게 지금 상황이다. 미국은 강력하게 쇠고기와 자동차 부문에서 추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분명한 건 기존합의에서 우리가 더 불리한 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우리당 내의 재협상 주장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자는 게 아니라,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같은 독소조항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현 정부가 미국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면 우리도 단순하게 판단할 텐데, 정부의 태도가 모호하다. 우리는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 정부의 재협상 태도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 독소조항 제거가 목적인 재협상 요구가 제기된 만큼 공청회, 특위를 통해 논의한 뒤 결정하겠다. →4대강 사업 문제는 충남·경남도와 공동 대응하고 있나. -당의 입장은 분명하다. 운하사업으로의 전환 반대, 대규모 보와 준설 반대다. 제발 더 이상 공사를 진전시키지 말고 검증특위를 만들어서 검증해 보자. 4대강 때문에 수 많은 복지, 교육, 지방사업도 못 하고 있다. →손 대표는 경부고속도로, 청계천 사업에 찬성했나. -경부고속도로는 1960년대 사업이다. 왜 50년 전 얘기를 하나. 그때는 반대했는데 지금 찬성했다고 하는 논리가 웃기는 것이다. 야당은 여당의 선거공약에 반대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경부고속도로와 청계천을 누가 그렇게 심하게 반대했나. 내가 반대했나. 억지 논리다. 어떻게 청계천과 4대강이 같은가. →4대강 공사가 끝난 뒤 여론이 좋아지면 민주당도 좋다고 인정하지 않겠나. -당장 좋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100년 이상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나. ‘다 파헤쳤으니 어쩔건데’ 하는 게 나쁜 거다. ●통일·외교 →이명박 정부는 한·미 관계가 역대 정부 최고라고 자평한다. -뭐가 최고인가. 정권과 정권과의 관계가 좋다는 것인지, 장기적인 국가 이익에서 최고인지 봐야 한다. 물론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대한민국이 성장할 때는 이미 지났다. 다변적 관계, 동북아의 새 질서, G2라는 새 경제 질서 속에 살고 있다. 대미일변도의 외교가 최고의 국익인가는 생각해 봐야 한다. 대미관계가 좋아야 하지만 다른 우방국과도 균형을 이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충돌할 때 우리는 어느 쪽에 가까이 가야 하나. -냉전시대라면 둘 중 하나를 택해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해관계가 전부 다 걸려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외 경제 의존도가 미국이 70~80% 정도였지만 지금은 미국보다 중국, EU가 더 커지는 상황이다. →북한이 권력 승계 과정에 있다. 통일방안을 가지고 통일에 대비하는 게 가능할까. 아니면 전혀 예상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까. -3대 세습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상대를 안 할 것이냐. 이건 현실의 문제다. 상대가 있는데도 상대를 안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 개념으로 규정하는 게 맞다고 보나. -어떤 게 현명할까. 국방은 우리나라의 안전을 보호하는 게 최종 목적이다. 지금은 6·25 상황도, 1970년대 상황도 아니다. 과연 전쟁으로 승패를 판가름할 것인가. 가치의 문제다. 정부에 물어봐야 한다. ●당내 구도 →민주당 당원들이 손 대표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는데, 대선 국면에선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전략적 선택이란 게 그때그때 이용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당원들은 수권정당을 만드는 데 손학규가 적당하다고 본 것이다.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다. -내가 당권에 목표를 두고 있다면 기반을 강화하겠지만, 목표는 정권교체다. 어떻게 처신하는지 지켜보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롤 모델이라고 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섭섭하지 않겠나.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김 전 대통령을 다 존경한다. →한나라당이 공천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도 개혁안이 나오나. -바람직한 모습이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보고 자극 받았을 것이다. 서로 긴장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변하면 우리도 긴장해야 한다. 그게 선의의 정치다. →경기지사 시절 대표적 업적은 뭔가. -많다. 흔히 외자유치, LG필립스 유치 얘기를 많이 한다. 나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지사직을 수행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 데 경기도가 앞장섰다.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데도 앞장섰다. ●정치인 손학규 →손 대표의 이념은 뭔가. -굳이 얘기하면 중도진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념으로 묶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누가 보더라도 진보적인데, 그는 중도개혁을 말했다. 국민은 이념의 노예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병역을 마쳤다. 최근의 잇따른 병역기피 논란에 어떤 생각을 하나. -군대가 좋아서 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35개월 육군 사병 생활을 하면서 특별 휴가도 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복무했다. 내가 민심현장을 자주 찾는데, 그 바탕이 사병 생활에서 나왔다. 군에서 손학규 DNA가 만들어진 것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는데, 두 전직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나. -재평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도전과 모험에 대해 상대적으로 두려움이 없다. 고초를 겪고 무모한 도전을 하면서 싸우고 투쟁하면서 인생관을 단련해 왔다. 중요한 건 운동권 출신이라는 사실보다 그 정신을 제대로 지키느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종교 문제가 불거진다. 손 대표도 기독교 신자인데 종교와 정치 문제를 어떻게 보나. -종교는 두 개의 가치가 있다. 믿음과 관용이다. 이창구·구혜영·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금융 CEO에게 묻다] (11)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금융 CEO에게 묻다] (11)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증권사 업무는 하나도 ‘갑’이 없습니다.” 30년 넘게 세무관료를 지낸 최경수(60) 현대증권 사장은 2008년 민간인으로 내려오면서 ‘갑’에서 ‘을’로 위치가 180도 바뀌었다. “고객 유치나 투자은행(IB) 업무나 다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옛날의 갑 노릇하던 걸 완전히 바꿔야겠다 생각했죠. 을로 처신하기로 생각하니 자세가 확 달라지더군요.” 乙돼 CMA 영업도 척척 그가 조달청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조달청은 팀제 도입, 전자조달시스템 정착 등의 기업형 정부기관으로 거듭나 ‘정부혁신평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정부 예산 100조원으로 시장에서 재화를 조달하는 기관인 만큼 ‘비즈니스 마인드’가 없으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런 혁신적인 실험이 있었기 때문에 민간 금융기관에서의 적응도 수월했다고 최 사장은 회고했다. “기업에 와서는 ‘내가 과거에 차관했다, 뭐 했다’하는 자의식을 다 버려야 합니다. 옛날에 저한테 아쉬워서 부탁하러 온 사람들한테 제가 오히려 ‘밥 한 그릇 묵자’하고 찾아가 일거리를 받아오는 거죠.” 실제로 그는 직접 펀드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같은 금융상품을 지인들에게 팔거나 IB 계약을 성사키기는 데 발벗고 나선다. 고위관료의 지위를 누리다 갑자기 자세를 낮춰 영업에 뛰어든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솔선수범형 최고경영자(CEO)’가 되어야 직원들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이 그를 움직였다. “밑의 직원은 직원대로, CEO는 CEO대로 일을 해야 영업이 되죠. 올 때부터 나도 여러분과 똑같이 할 테니 도와줄 게 있으면 얘기하라, 뛰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세무 도사’로서의 이력도 증권사 운용에 보탬이 됐다. “각종 증권 상품들이 결국 과세냐 비과세를 따지는 것이니 공무원 생활 때 다 봐 놓은 것이라 펀드나 각종 파생상품 구조를 이해하는 게 누구보다 쉽죠.” 해외기업 국내 IPO 추진 최근에는 세계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 유치에 나섰다. 지난달 말 국내 6개 기업과 함께 미국 뉴욕에서 대형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과 만나고 돌아온 최 사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대해 느끼는 매력이 부쩍 높아졌음을 체감하고 돌아왔다. “외국인들은 우리 기업의 생산성이 높고 원·달러 환율도 올해 말 1100원, 내년 상반기 1050원, 하반기 100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환 차익에 채권 수익까지 먹을 수 있어 다들 국내 장에 몰려 시장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외국 투자자들도 ‘한국시장에 진출할 때 도움을 달라’고 손을 내밀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 사장은 최근 증시를 1900대 위에 올려놓은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쏠림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렇게 들어왔던 돈들이 언제 튀어나가느냐입니다. 나가는 순간 우리나라 주식·채권 시장이 완전히 붕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야 시장 안정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최 사장의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는 ‘응형무궁(應形無窮)’이라는 사자성어가 벽 한쪽을 지키고 있다. 새로운 상황에 맞게 적시에 적응해야 승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으로 사내 공모를 통해 뽑아낸 올해의 화두다. 기회되면 메가뱅크 검토 이 말처럼 현대증권은 시대 변화에 따른 새 먹을거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해외 기업의 국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국내 IPO시장이 중소형 증권사의 시장 진입과 이에 따른 제살 깎아먹기식 인수 수수료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포화상태라는 판단에 따라 해외 우수 기업을 발굴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면서 투자자들에게는 새로운 투자처를 제공하고 국내 주식시장에는 국제화를 견인하겠다는 취지다. 최 사장은 “지난해 상장시킨 중국원양자원은 3100원에 주가가 시작됐으나 현재 11000원대이며 국내 상장된 해외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 종목에 편입된 성공 사례”라면서 “현재도 해외 기업을 추가로 발굴해 주관사 계약 체결을 진행하고 있는 등 내년에도 최소 1개사 이상의 해외기업을 국내에서 상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가뱅크의 탄생에 동참할 기회를 가늠해 보는 것도 시대 변화에 몸을 맞추려는 노력이다. 최 사장은 “현재 정부 소유의 증권사들이 어디에 매각되느냐에 따라 메가뱅크 구도가 확 달라질 것”이라면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신생사가 20곳 정도 생길 것으로 보이지만 대형사가 이를 통폐합할 전망이다. 우리도 기회가 되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1950년 경북 성주 출생 ▲서울대학교 지리학 학사,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 석사, 숭실대 경제학 박사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 합격 ▲1995년 재정경제부 세제실 조세정책과장 ▲1997년 서울지방국세청 재산세국장 ▲2002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2003년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 청장 ▲2006년 계명대 세무학과 교수 ▲2008년 현대증권 대표이사 사장, 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
  • 경남경찰청장 돌연 명퇴신청

    조만기 경남지방경찰청장(치안감)이 갑작스럽게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휴가를 다녀온 데다 명퇴 신청까지 해 그 배경을 놓고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조 청장은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휴가를 다녀왔으며, 휴가 중 경찰청에 명예퇴직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청장의 명퇴 신청과 관련, 일부에서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자체 감찰에 적발돼 옷을 벗게 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이를 부인했다. 조 청장은 27일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며 내부 감찰설 진화에 나섰다. 한편에서는 다음 인사에서 치안정감 승진을 확신하지 못할 바에야 치안감 계급정년을 2년가량 남긴 지금이 명예퇴직의 적기라는 판단을 했으리란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시진핑 운명 가른 ‘2007. 6. 25’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명실상부하게 차세대 지도자군의 선두 위치에 올랐던 시점은 언제였을까? 2007년 6월 25일, 베이징 서쪽에 자리한 공산당 간부교육기관 중앙당교. 후진타오 주석은 전국에서 모인 성·시장, 부장(장관)급 이상 공산당 고위간부 400여명을 상대로 자신의 통치이념인 ‘과학발전관’을 역설한 뒤 황색 서류봉투 하나를 꺼내들었다. 참석한 간부들의 책상 위에도 똑같은 봉투가 놓여졌다. 봉투 겉면에는 ‘제17기 전국대표대회 정치국 위원에 새로이 지명될 수 있는 예비인선에 관한 민주적 추천서’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서류에는 200여명에 이르는 63세 이하의 공산당 고위간부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모두 17기 공산당대회에서 국가지도자급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인물로 시진핑(習近平) 상하이시 서기, 리커창(李克强) 랴오닝성 서기 등도 포함됐다. 1인1표 원칙으로 투표가 진행됐다.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날 ‘시진핑의 운명’이 결정됐다는 게 공산당사에 밝은 베이징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원만하고 겸손한 처신으로 공산당 간부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던 시진핑이 후진타오 주석의 적극적 지지를 등에 업은 리커창 등을 크게 앞섰다는 것이다. 절차와 결과가 어떻든 당시의 추천회의는 그동안 밀실에서 진행되던 지도자 선정 절차를 상당히 투명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간부들이 엄숙하고 진지하게 추천을 진행, 장엄한 한 표를 행사했다.”면서 “이는 중국공산당 최초의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민주적 추천회의였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中 2026년 월드컵 유치 포기

    2018년은 유럽, 2022년에는 비유럽에서.하루가 멀다 하고 월드컵 유치 관련 소식들이 터져 나온다. 2002 한·일월드컵 공동개최 이후 20년 만의 단독 개최를 신청한 한국은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다. 유치가 결정되는 날이 12월 3일이니, 이제 50일도 남지 않았다. 이번엔 중국의 유치 얘기다. 중국은 2026년 대회 유치를 공공연히 떠들어댔다. 지난 7월의 일이다. 그런데 중국이 유치를 포기했다. 무함마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은 지난 17일 밤 19세 이하 청소년선수권 결승전이 끝난 뒤 이같이 밝혔다. 함맘 회장은 “포기 의사는 중국축구 스포츠관리센터 웨이디 주임이 직접 내게 밝힌 것”이라며 신빙성을 높였다. 최근 중국 축구계의 ‘부적절한 처신’ 탓이다. 중국 공안당국은 후진타오 국가 주석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축구계 비리를 내사했다. 전 축구협회 부주석 등 고위 인사 6명이 체포됐고, 승부 조작과 국가대표 선발을 둘러싼 ‘검은돈’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중국이 2026년 대회 유치를 신청했더라면 2022년 대회의 유치 판도 역시 혼란에 빠질 뻔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대륙 순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이 발 벗고 나섰을 경우 한국·일본·카타르를 비롯해 아시아축구연맹에 편입된 호주까지 물먹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다. 결국 2022년 대회는 미국과 아시아 4개국의 ‘유치 전쟁’이 될 전망이다. 최근 잉글랜드가 2018년 대회에 주력하겠다고 선언, 대결 구도는 좀 더 간결하고 명확해졌다. 미국의 축구전문지 ‘사커 아메리카’는 “미국이 가장 유리한 가운데 아시아 4개국이 미국을 쫓고 있다.”면서 “카타르가 1위, 한국이 2위, 호주가 3위, 일본은 4위다. 기준은 유치 타당성과 FIFA 내 인기, 운동장 여건 등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실사단의 혹평에도 “전 경기장에 제2세대 에어컨을 달아 시원한 월드컵을 열겠다.”고 밝힌 카타르는 함맘 AFC 회장의 조국이기도 하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사설] 발뺌할 거면 골프장 허가는 왜 내줬나

    전·현직 경기도지사의 골프장 인허가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양측은 무더기 인허가 주체를 놓고 위증 논란까지 벌이며 티격태격하고 있다. 누가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논란 자체가 부적절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인허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발빼기 경쟁이나 다름없다. 양측은 자신들의 행정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비겁함을 드러내는 행태임을 알아야 한다. 어떤 방식이든 행정적 판단이나 결정을 내렸다면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공방은 김문수 지사가 승인한 38건을 놓고 말꼬리 물기식, 숫자 다툼으로 벌어지고 있다. 물론 김 지사는 손학규 대표가 인허가했고, 자신은 도장만 찍었다고 발을 빼려고 한 게 화근이 됐다. 인허가가 아니라 입안이라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이미 논란을 자초한 셈이 됐다. 이를 놓고 위증 논란에, 인허가를 몇 건씩 내줬느냐 등 2라운드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그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 서로 다투고 있는 숫자 속에는 행정책임이 깔려 있는데도, 양측은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김 지사 측이 마지막 관문인 최종 허가권을 행사해 놓고도, 손 대표 측에 책임을 돌리려 한다면 떳떳지 못하다. 손 대표 측이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도록 행정 절차를 승인해 주고도 김 지사 탓만 한다면 역시 마찬가지다. 입안이든, 최종 승인이든 행정행위다. 그런데도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면 하늘 보고 침뱉기나 다름없다. 김 지사나 손 대표는 대권 주자들이다. 골프장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을 의식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법대로, 규정대로 행정 절차를 밟았다면 당당히 처신하면 그만이다. 입안이든, 최종 승인이든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면 될 것이다. 이는 대권 주자에겐 더 요구되는 덕목이다. 책임 공방보다는 비전 경쟁이 더 낫다. 두 사람이 꿈꾸는 국정은 골프장 인허가와 차원이 다르다.
  • [현장 톡톡 인터뷰]뮤지컬 ‘스팸 어 랏’서 호수의 여인役 배우 신영숙

    [현장 톡톡 인터뷰]뮤지컬 ‘스팸 어 랏’서 호수의 여인役 배우 신영숙

    뮤지컬 ‘스팸 어 랏’(Spam a lot)에서 ‘호수의 여인’을 소화해낸 배우 신영숙(35)을 얼마 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호수의 여인’은 아서 왕에게 엑스칼리버 검(劍 )을 전해주고 영국 통일을 돕는 인물. 샬랄라~ 나타나서는 주인공을 흐물흐물 녹이는 ‘살인미소’ 한 방 날려줄 것 같았는데 전혀 딴판이다. 완전히 망가진다.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캣츠’ 최고의 그리자벨라로 꼽혔고, ‘모차르트’에서 관객들의 숱한 기립박수는 물론, 해외 제작진으로부터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은 그다. 1막에서는 오줌 마렵다고, 입냄새 난다고 노래하고 2막에서는 명색이 여주인공인데 등장하는 부분이 너무 적다며 행패부린다. 거기다 일그러진 표정까지. 아주 골고루다. 괜찮을까. →‘호수의 여인’ 완전 웃겼다. 처음 작품 받아 보고 어땠나.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재밌지 않나요. 곱상하지 않은, 그런 여배우. 덕분에 굴욕사진만 잔뜩 늘게 생겼어요. 슈퍼주니어 예성(갈라하르 경)의 팬클럽 같은 데 보면 예성하고 같이 찍힌 사진이 잔뜩 있는데 제 얼굴은 하나같이 이상해요. 예성 팬들도 미안했던지 밑에다 ‘지못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적어놨더라고요. 하하하. →작품 준비과정은 어땠나. 코미디는 언어와 문화 차이를 넘기 어려운데. -모두가 치열했어요. ‘배틀’이었다고 보시면 돼요. 모두 아이디어 내고, 자기 장면 더 재밌게 하려고 경쟁하고. 편히 쉬자고 모인 회식자리에서도 전부 아이디어 얘기만 해서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자.”고 할 정도였어요. 저도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밤잠을 설쳤지요. 가령 ‘호수의 여인’이 스캣하는 장면은 온전히 배우 몫이어서 어떻게 소화할까 고민 많이 했죠. →코믹연기가 자연스럽던데, 예전에 경험이 있나. -서울예술단에 있었을 때 창작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코믹한 역을 했죠. 코미디언 김미려씨하고도 코미디물을 했고. 그 뒤 너무 웃긴 역만 들어오는 것 같아 방향을 좀 틀었어요. 백작부인, 남작부인처럼 우아한 역할을 했죠. 그래서 예전 작품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왜 갑자기 고상하냐 그러시고, 최근 작품을 아시는 분들은 왜 갑자기 망가지냐 걱정하세요. →아서 왕 역의 박영규·정성화와의 호흡은 어떤지. -정성화는 주변 사람들 모두를 고루고루 배려하고 다 살려줘요. 박영규 선생님은 항상 “우리가 행복해야 관객이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세요. 연습도 제일 열심이시고요. 사모님이 성악하신 분이라 아침마다 함께 목을 풀고 오신다 그러더군요. 이 작품이 사실 스토리는 약하잖아요. 그냥 웃고 살자는 내용인데, 박영규 선생님은 (사고로 잃은)아드님 일이 있어선지 코미디 같지만 인생이 다 들어있다고 말씀하세요. →2막에 ‘아이돌 캐스팅’을 풍자하는 대목이 있다. 이번에는 예성, ‘모차르트’에서는 시아준수와 함께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 작품의 풍자가 콕콕 찌르는게 아니예요. 그냥 웃자는 거죠. 뮤지컬 배우만 해 온 입장에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아이돌 캐스팅을 염두에 두는 것을 보면, 이해하면서도 씁쓸하기도 해요. 그런데 요즘은 장르 구분이 무너졌잖아요. 뮤지컬 배우들도 TV에 나가고. 그래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그리고 시아준수와 예성은 소질과 자세가 너무 좋아요. 저도 처음엔 색안경을 약간 꼈는데 프로다운 처신을 보고 감동했어요. 인간적이고 성실하고. →원래 성격이 굉장히 쾌활한 것 같다. 예전의 진지한 작품이 되레 안 어울려 보이는데. -맞아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거든요. 그래서 괜히 신파 같은 요소가 들어가는 걸 싫어해요. 예전에 ‘캣츠’할 때 유난을 떨었던 것도 그 때문이예요. 그리자벨라가 소외된 고양이라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골방에 숨고, 사람도 안 만나고, 분장실에 불 꺼두고 그랬죠. 그때의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나중에 깜짝 놀라세요. 이 작품이 제 성격과 딱인 것 같아요. 출연 안 할 때도 공연을 슬쩍슬쩍 보는데 제가 제일 크게 웃어요. →말장난이 많은 데다 처음부터 코믹으로 밀어붙여서 극 초반에는 관객들이 좀 얼떨떨해하는 것 같았다. -맞아요. 형부와 언니가 처음 보고서는 부부싸움했대요. 형부가 웃질 않으셔서. 저는 도입부에 ‘제비와 코코넛’ 얘기부터 너무 웃기는데, 관객들은 ‘이게 뭐지?’ 싶어서 처음엔 경계하시는 것 같아요. 열린 마음을 가지시라고 부탁드려요. 2~3번, 아니 그 이상 보시면 볼 때마다 ‘아 저게 그거였구나’하고 웃을 부분을 더 많이 찾아내실 수 있을 거예요. 아이디어 배틀을 했던 배우 입장에서는 커튼 콜 때 관객 눈치를 엄청 살펴요. 행복한 표정을 짓고 계시면 ‘야, 오늘 성공했구나.’ 하는 거죠. 예의 때문에 우리나라 분들은 크게 웃으시는 편이 아닌데, 이번 작품만큼은 극장에 들어설 때부터 마음을 확 열어두시길 부탁드려요. 크게 웃어주시는 게 배우들에겐 최고의 응원이예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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