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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실 실려온 美 여성의 ‘파란색 피’…스머프병 때문?

    응급실 실려온 美 여성의 ‘파란색 피’…스머프병 때문?

    치통을 앓던 미국인 여성이 구강용 마취제인 벤조카인을 복용한 후 피가 파랗게 변하는 부작용을 겪었다. 포브스는 19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의학저널 '뉴 잉글랜드 오브 메디슨'에 실린 보고서를 인용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보고서를 제출한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소재 마리암종합병원의 응급의학과전문의 오티스 워런과 벤저민 블랙우드는 "벤조카인 부작용으로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이 발생한 여성 환자에게서 파란색 혈액 샘플이 채취됐다"고 밝혔다. 최근 25세 여성 환자는 치통 때문에 벤조카인을 복용한 후 호흡곤란과 청색증이 나타났다며 마리암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일단 혈액 검사를 통해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기로 한 의료진은 채혈과정 중 놀라운 장면과 마주쳤다. 환자의 몸에서 마치 영화 '캡틴마블' 속 캐릭터처럼 파란색 혈액 샘플이 채취된 것. 환자를 담당한 닥터 워런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늘 배우고 공부한 현상이었지만, 실제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라고 설명했다.벤조카인 다량 복용시 그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은 혈액 내 메트헤모글로빈 농도가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헤모글로빈 산화물인 메트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기는 하지만 필요한 신체 조직에 산소를 전달하지 못한다. 때문에 혈중 내 메트헤모글로빈의 수치가 20%를 넘어서면 심장발작이 일어나며 70% 이상이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24개월 미만 영아에게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유발할 수 있는 벤조카인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우리나라 식약처도 같은 해 8월부터 2세 미만 영아에게 벤조카인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켰다.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피부뿐만 아니라 혈액까지 청색을 띠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병원 측은 혈액검사 결과 이 여성의 혈중 메트헤모글로빈 농도는 44%였으며, 산소포화도는 67%였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메트헤모글로빈 농도가 10%를 넘어서면 청색증이 나타나며, 산소포화도 정상 범위는 95~100%다. 의료진은 메틸렌블루 정맥주사 2회 처방 후 하루 경과를 지켜본 뒤 환자의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와 퇴원시켰다고 설명했다.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이번 사례처럼 벤조카인이나 말라리아 치료제, 아닐린계 등 특정 화학물질 등 후천적 요인으로 발병하거나, 선천적으로 메트헤모글로빈을 헤모글로빈으로 환원하는 효소가 부족해 발생한다.선천성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은 피부 청색증 때문에 일명 '스머프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푸가트 가문은 과거 이 병 때문에 '살아있는 스머프'로 주목을 받았다. 1820년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마틴 푸가트는 켄터키주 출신 엘리자베스 스미스와 결혼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선천적으로 메트헤모글로빈혈증에 대한 희귀 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고, 이 때문에 7명의 자녀 중 4명이 파란색 피부를 가지게 됐다. 최소 150년 후 후대까지 이 열성 유전자가 대물림 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80년대 초 이 가문 사람 중 단 3명만이 생존해 있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974년 지역신문 '트라이시티 헤럴드'는 푸가트가의 후손에 관한 기사에서 “푸가트가 사람들의 피부는 마치 여름날의 호수처럼 푸른색이었다”라는 주치의 찰스 베른 2세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국민 의료정보 활용 길 열린다… 공공기관 ‘빅데이터 플랫폼’ 개통

    국민 의료정보 활용 길 열린다… 공공기관 ‘빅데이터 플랫폼’ 개통

    건보공단·질병본부 등 4곳 정보 한데 모아“수술·합병증 기록 등 연계 건강 증진 기여” 새달 4개 과제에 빅데이터 제공 ‘스타트’ 공공 연구 목적 제한… 상업적 활용 못해 정부 “사회적 공론화 거쳐 논의할 문제” 개인정보 보호 관건… 유출·악용 우려도보건의료 분야 공공기관에 흩어져 있는 국민의 의료 정보를 한데 모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보건복지부는 각 공공기관이 보유한 의료데이터를 정책연구 등 공공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17일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통했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 등이 각각 보유한 데이터는 보건의료 분야 연구의 가장 중요한 정보 원천으로 꼽혔으나 상호 연계가 어려워 활용도가 떨어졌다. 가령 신장이식수술 이후 합병증 예방·관리 방안을 연구하려면 신장이식 환자의 수술 기록과 이후 합병증 기록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술 기록은 질병관리본부가, 합병증과 약제처방 기록은 건보공단이 갖고 있어 연구자는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합병증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이 본격 가동되면 연구자들은 여러 기관의 관련 정보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개통식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은 의료데이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의 첫 결과물”이라며 “앞으로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국민건강 증진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는 공공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상업적으로는 일절 활용할 수 없다. 우선 정부는 다음달 중 심의·의결을 거쳐 공익성을 인정받은 4개 연구과제에 빅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국민 누구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 주제 등을 제안할 수 있다. 빅데이터 활용의 첫발을 뗐지만 관건은 개인정보 보호다. 가능성은 작지만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돼 악용될 우려가 있다.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자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빅데이터에 ‘비식별’ 조치를 하고 특이한 값은 삭제하기로 했다. 정보를 연계할 때는 암호화된 성명, 생년월일 등을 활용한다. 공공기관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는 인터넷과 분리된 별도의 망을 활용하게 했다. 또 연구자는 건보공단, 심평원 등 폐쇄된 연구 공간의 지정 컴퓨터에서 데이터를 열람하고 나가도록 했다. 반출할 수 있는 것은 분석 결과뿐이다. 그럼에도 정보 재식별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위험성을 100% 막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공익 목적으로만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지만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선 가명정보(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정보)를 통계작성, 산업적 목적을 포함한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목적으로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빅데이터 사업 확대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이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 전체적인 기반이 달라지게 되고 이를 토대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도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파주에서 국내 첫 사례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파주에서 국내 첫 사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는 17일 오전 6시 30분쯤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에 있는 한 돼지사육 농장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농가로 확진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개발돼 있지 않아, 살처분외 다른 대처 방법이 없어 국내 양돈산업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이날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ASF의심축은 어제 오후 8시쯤 북한과 가까운 파주시 연다산동에 한 돼지사육농가에서 발생했다, 농장주는 돼지가 사료를 잘 먹지 않고 비장이 커지는 등 이상증세를 보여 방역당국에 신고했다. 이 농장에서는 2500두가 사육중이었으며, 반경 3km이내 지역에는 돼지사육농가가 없다. 현재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감염경로 등 역학조사를 진행중이다. 이 농가는 북한 접경지역과 직선 10km 거리에 있다. 북한에서는 지난 5월, 중국에서는 지난 4월 발생해 국내 전파는 시간문제 였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이 이날 오전 9시 이와 관련한 내용으로 브리핑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지방세 늘리면 지역 간 격차도 커져… 자기모순에 빠진 재정분권

    지방세 늘리면 지역 간 격차도 커져… 자기모순에 빠진 재정분권

    재정분권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다. 전문가 그룹에서도 정책에 대한 찬반을 떠나 분권의 필요성 자체는 이견이 거의 없다. 하지만 ‘어떤 분권인가’라는 디테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저마다 주장하는 분권의 목표, 재정분권과 균형발전의 관계 등에서 통일된 의견을 찾기 힘들다. 이 같은 혼선은 왜 발생할까. 재정분권과 균형발전을 구분하지 못하고, 재정분권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 보고, 선진국일수록 재정분권을 더 이루고 있다고 오도하는 3차원의 ‘인식 혼란’을 핵심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재정분권과 격차의 상관관계 적극적 재정분권론자인 A교수는 “궁극적으로 모든 재정 관련 권한을 지방정부에 넘겨야 한다”는 소신을 펴고 있다. 그가 보기에 “재정이 부족하거나 넘치는 불균형”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균형발전은 물론 지역 간 격차 해소에 정부가 나서는 것조차 재정분권의 원칙을 훼손하는 나쁜 정책이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재정분권론은 작동할 수 없다. 하지만 A교수가 지적하듯이 중앙정부의 재정과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것과 열악한 지방을 돕는 게 별개의 문제라는 건 사실이다. 원론적으로 말해서 재정분권은 지방 간 격차를 감수하거나 심지어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 정책은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초점을 맞춘다. 지방재정 규모를 늘리는 방법으로는 대체로 지방세 비중을 높여 지자체가 자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늘리는 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방소비세 확대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아니다. 지방세를 가장 많이 걷을 수 있는 지자체는 곧 재정력이 가장 좋은 서울·경기다. 지방세 확대를 요구했던 비수도권 지자체는 이제 지역 간 격차 문제 해결도 요구한다. 정부는 서울·경기·인천에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출연하도록 하는 등 ‘균형장치를 마련’하는 걸로 보완했다. 결국 재정분권은 ‘중앙의 재정을 지방에 넘기라’는, 정부의 힘을 빼라는 요구와 ‘중앙이 나서서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라’는, 정부의 힘에 기대는 요구가 함께 등장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이에 대해 윤영진 계명대 공공인재학부 명예교수는 “재정분권은 단순히 지자체에 돈을 더 주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건 무엇보다 정부 스스로 상호 모순된 목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분권과 균형발전의 관계 설정이 혼란스럽다. 당장 ‘국정개혁 5개년 계획’만 하더라도 ‘국세·지방세 비율을 장기적으로 6대4 수준까지 개선’한다는 목표와 ‘지자체 간 재정 격차 완화 및 균형발전 추진’이 나란히 등장한다. 지방세 비중을 늘리면 지역 간 격차가 더 벌어지는 건 무시하고 마치 상호보완 관계인 것처럼 기술했다. 심지어 정책의 대상인 ‘지방’의 개념조차 혼란스럽다. 지방에는 지방자치나 지방선거처럼 중앙정부와 대칭되는 수직적인 의미의 지방, 지방도시나 지방이전처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을 가리키는 수평적 의미의 지방 등 두 가지 서로 다른 범주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편의에 따라 지방이 비수도권이 되기도 하고 전체 지방이 되기도 한다.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배분해야 한다’고 할 때 지방은 수도권을 포괄하는 반면 ‘지방재정이 열악하다’고 할 때는 비수도권만 가리키는 게 대표적이다. ●‘분권=민주화’는 근거 없는 신앙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 정책의 뿌리는 1980년대 민주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 권위주의에 대한 반감은 중앙집권주의를 문제의 근원으로 비판하는 ‘(중앙)집권은 나쁜 것, (지방)분권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거기다 지방자치제도 실시와 활발해진 풀뿌리운동, 지역 간 격차 문제는 지방분권과 민주화를 동일시하는 경향마저 낳았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 3대 특별법(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에서 보듯 지방분권을 정책이 만들 수 있는 ‘선의 대명사’로 간주했다.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2001년 논문에서 이런 경향을 ‘운동으로서의 분권’ 개념으로 정리하면서 “분권화야말로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해결을 위한 열쇠가 된다고 간주하는 단순 도식화의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입장을 계승한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보기에 현 정부의 재정분권 정책은 ‘잘못된 진단’에 따른 ‘엉뚱한 처방’과 다름없다. 그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라는 선언이야말로 재정분권이 얼마나 철학 없이 진행되는지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증거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재정분권 정책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 바로 ‘분권이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접근법이다. 김상철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기획위원은 “무조건 좋은 것, 가야 할 길로 보기 이전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그만한 역량과 책임성이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면서 “재정분권이 시민분권을 강화한다는 기대가 없다면 분권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결국 핵심은 지방자치다. 재정분권은 지방자치를 위한 수단일 뿐”이라면서 “재정분권이 없다고 지방자치가 안 된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인식의 혼란이 정책 혼선으로 이어져 재정분권이 ‘선한 정책’의 대명사가 되면서 해외 사례나 중장기적인 시대 변화를 외면하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재정분권 정책의 근거로 자주 거론되는 ‘선진국일수록 재정분권 수준이 높다’는 식으로 호도하는 게 대표적이다. 일본이 도입한 고향납세제도를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고향사랑기부제란 이름으로 도입하는 것 역시 이런 경향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지방세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것 자체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총조세 대비 지방세 비중 평균은 20.2%로, 한국(23.7%)보다도 낮다. 연방제가 아닌 단일형 국가 평균은 15.7%다. 지방자치 역사가 오래됐다고 지방세 비중이 높은 것도 아니다. 이탈리아는 21.7%, 노르웨이는 16.2%, 영국은 6.0%, 네덜란드는 5.9%, 심지어 체코는 2.0%였다. 연방제 국가라도 독일(52.0%), 미국(43.3%)과 달리 호주는 20.7%뿐이다. 한국의 재정분권 수준이 낮다는 근거로 거론하는 ‘재정자립도’는 정반대 의미에서 상황을 호도한다.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 일반회계 중 자체수입(지방세+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2019년 기준 재정자립도는 51.4%다. 하지만 재정자립도는 OECD 공식지표에는 없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지표다. 이에 비해 OECD와 비교가 가능한 지표를 보면 한국은 세입분권지수(일반정부세입 대비 지방정부자체세입)는 OECD보다 2.3% 포인트 낮은 17.0%, 세출분권지수(일반정부세출 대비 지방정부세출)는 10% 포인트 높은 42.9%다. 정작 재정분권이 지방세 확대로만 치우치게 되면서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인구감소 문제가 외면받는다. 한국지방재정학회장을 지낸 D교수는 정부의 재정분권 정책이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와 심각한 지역 간 격차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방세 확대는 지역 간 형평성과 충돌한다. 현 시점에서 굳이 지방세 확대를 하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지방분권은 가뜩이나 인구감소와 격차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한 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분권은 그 자체로 진보적 정책도 아니고 보수적 정책도 아니다. 재정분권 옹호론과 비판론 역시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이 혼재돼 있다. 각자 구상하는 재정분권의 목표와 방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분권 방향이 문재인 정부 스스로 내세웠던 ‘총론’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대목에선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정분권과 지방자치, 균형발전을 뭉뚱그려 버리는 ‘인식의 혼란’, 목표와 수단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 부재”를 비판하며 이를 ‘분권지상주의’라고 지적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美 제약사 퍼듀, 오피오이드 손배소송 못 견뎌 파산 신청

    美 제약사 퍼듀, 오피오이드 손배소송 못 견뎌 파산 신청

    미국 제약업체 퍼듀 파르마가 진통제 옥시콘틴이 오피오이드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고객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견디다 못해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그런데 이 회사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이 상당한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이미 제기된 터라 당국의 대처가 주목된다. 이 회사 이사회는 15일(현지시간) 채프터 11조를 근거로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오피오이드 감염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만 2000건을 넘었는데 지난 12일 잠정 화해 방안에 합의했는데 새클러 가문이 최대 주주의 지위를 포기하고 사재에서 30억 달러를 회사에 출연하기로 했다. 그 다음 회사는 파산 보호를 신청하고 해체와 개혁을 감행해 다음달 진행될 예정인 법적 절차를 피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뉴욕과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등 이 회사 본사가 있는 주들에서는 소송 당사자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이 회사와 법정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회사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의 구성원들은 성명을 통해 “지금 진행되고 있는 파산 재조정을 통해 퍼듀의 소유를 끝내고 자산들이 공중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쓰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오피오이드는 코데인부터 헤로인 같은 불법 마약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약품을 가리킨다. 처방 받은 오피오이드는 주로 진통을 더는 효과를 노리지만 중독성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평균적으로 130명의 미국인이 매일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목숨을 잃으며 20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지난 20년 동안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희생됐다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USCDC)는 집계하고 있다. 퍼듀를 비롯한 제약사들은 중독성 높다는 사실을 가급적 감춘 채 오피오이드 약품을 많이 팔기 위해 사기 수법을 동원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데 퍼듀의 최대 주주인 새클러 가문이 이미 스위스 비밀계좌 등 은행들에게 적어도 10억 달러를 빼돌려 숨겨두고 있는 것으로 미국 정부 관리들이 밝혔다고 여러 매체들이 전했다. 이 가문의 재산은 130억 달러 정도라고 포브스 잡지는 추정했다. 그러나 많은 주 정부들은 이 가문이 빼돌린 돈이 더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레티티아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33개 금융기관에 자료들을 달라고 해 취합하려 했는데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기관이 10억 달러짜리 전신환 한 장만 달랑 내놓더라고 혀를 끌끌 찼다. 한때 퍼듀 파르마의 이사를 지냈고 가문의 대변인인 모르티머 DA 새클러는 현지 언론에 전달한 성명을 통해 “수십년 묵은 송금을 통틀어도 뉴스로 보도할 만한 거리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한 뒤 “수십억 달러를 해당 지역사회에 떨어뜨리고 이 나라 모든 개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화해를 망가뜨리기 위해 명예를 실추시키는 어뢰 공격을 가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서와 모르티머, 레이먼드 새클러 삼형제가 브루클린 의사로 활동하며 1950년 창업한 퍼듀 프레드릭이 지금의 퍼듀 파르마가 됐다. 삼형제는 자선사업가로 이름 높으며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등 전 세계 문화 관련 건물들에 자신들의 이름을 거룩하게 새기고 있다. 오피오이드 파문이 이 가문을 삼키자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짐 오브 아트 등은 더 이상 이 가문으로부터 기부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됐다. 이미 새클러 가문은 퍼듀 파르마 이사회에서 소극적인 의견 표명만 하고 일상적인 경영 요구를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으며 옥시콘틴의 마케팅 등에는 일절 간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퍼듀 파르마와 별개로 존슨 앤드 존슨은 지난달 오클라호마주의 오피오이드 남용을 초래한 것과 관련, 법원으로부터 5억 7200만 달러란 거금을 토해내라는 판결을 받았다. 퍼듀는 이미 연초에 이 주와 2억 7000만 달러에 화해한 바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10개월 몸살 앓은 ‘ILO 협약’… 정부 처방전 국회 문턱 넘을까

    10개월 몸살 앓은 ‘ILO 협약’… 정부 처방전 국회 문턱 넘을까

    노사정 대화 접점 못 찾은 채 ‘허송세월’ 정부안으로 입법예고… 여야 합의 주목 노사, 핵심요구 빠진 ‘정부입법안’ 불만 정기국회를 앞두고 노동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노동계를 뜨겁게 달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라서다. 정부의 입법예고는 지난 9일로 마무리됐다. 노동계는 절실하지만, 비준이 달갑지 않은 야당이 쉽사리 통과시켜 주지 않을 모양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제 기준보다 뒤떨어진 국내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ILO 협약을 비준하면 강성노조가 판친다’는 프레임을 씌웠다. 노사는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고, 정부가 공익위원안으로 입법안을 만들었지만 불만만 가득하다. 집권 3년차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이 갈림길에 섰다. 지금 비준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는 기회가 없을 거란 전망이다. 꺼져 가는 불씨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대화 작년 7월~올해 4월 ‘헛바퀴’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이었던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3개 법률 개정안(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에 총 7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비로소 정기국회로 넘어간다.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은 ILO 핵심협약 비준 카드를 수시로 꺼내 들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 등 보수정권이 외면한 문제들이 거론되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노동계는 들떴지만 경영계는 그 반대였다. 평행선을 달리는 노사 대립에서 정부가 찾은 방법은 사회적 대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 새롭게 출발한 사회적 대화기구는 기대와 책임을 동시에 떠안았다. 그러나 타협은 쉽지 않았다. 경사노위 의제별 위원회인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 노사정이 모여 머리를 맞댔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10개월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투입됐지만 헛바퀴만 돈 셈이다. 결국 정부는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공익위원안’으로 정부입법안을 만들어 지난 7월 입법예고했다. ●노사 모두 반발하는 정부입법안 노동계가 보기에는 부족하고 경영계가 보기에는 과했다. 각자 보기에 꼭 들어가야 하는 조항도 빠졌다. ILO가 제시하는 핵심협약은 총 8개로 이 중에서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것은 ‘결사의 자유’(제87·98호)와 ‘강제노동 금지’(제29·105호) 등 총 4개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105호 협약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 협약 비준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입법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동자의 단결권 강화’다. 실업자·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과 노조 전임자 급여금지 규정 삭제, 사용자가 개별교섭을 동의할 때 노조 차별 금지의무 부여 등은 모두 이에 따르는 조치들이다. 경영계의 입장도 어느 정도 담겼다. 해고자·실업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시키되, 반드시 노조 임원은 재직자만 가입할 수 있다. 노조 전임자의 급여는 반드시 근로시간 면제한도 내에서만 지급한다. 노사가 맺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사용자 측 요구안 가운데 가장 논쟁이 되는 지점은 ‘사업장 점거 금지’다. 노조가 사업장 안에서 생산 시설이나 주요 업무 시설을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파업하는 것은 앞으로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경영계는 당연한 조치라고 보지만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과 전혀 관련이 없고 오히려 파업 행위 자체를 무력화하는 내용이라고 맞서고 있다. 공직사회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내용도 포함됐다.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에서 퇴직 공무원·교원도 앞으로는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 ‘법외노조’ 처분을 받은 전교조를 합법화하는 조치다. 법 개정과 ILO 핵심협약 비준이 이뤄진 뒤 전교조가 새로이 등록 절차를 밟으면 비로소 합법적인 노조로 거듭난다. 이 외에도 소방공무원과 대학교원, 5급 이상 공무원에게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使 “노조 쏠림 심화” vs 勞 “구시대적 주장” 경영계는 최근 성명에서 정부입법안에 반대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산별노조 체제인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업별 노조 중심 체제라는 노사관계 특수성이 존재한다”면서 “오랜 기간 산업현장에서 대립·갈등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입법안대로 노조법을 개정하면) 지금도 힘의 우위를 가진 노조 쪽으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계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규정 신설’ 등 자신들이 주장했던 내용이 법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는 정부의 비준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현재 전교조에 내려진 법외노조 처분을 정부의 직권으로 취소하고 특수고용노조의 설립 신고를 수리하는 등 정부가 국회의 입법 없이도 바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장 점거 금지 조항 외에도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등 ILO 핵심협약 비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도 끼워 넣으면서 노조법을 ‘개악’하고 있다고 날을 세운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전체 표결로 통과된 ‘특수고용노동자 규제법안’(AB5)을 거론하기도 했다.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노동자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법에 따라 개인사업자(프리랜서)로 분류하던 각종 배달기사, 우버 등 플랫폼 노동자, 화물기사 등은 앞으로 유급휴직, 최저임금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가 된다. 사업주가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두려면 법에서 정한 까다로운 판단 기준을 증명해야만 가능하다. 민주노총은 “노동후진국인 미국에서조차 플랫폼 경제 체제에서 비롯되는 심각한 노동 문제에 대해 의회 등이 올바른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다면서 특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장기 과제로 미뤘다. 사용자단체의 구시대적인 주장에 귀 기울일 게 아니라 ILO 핵심협약 비준안을 어떻게 통과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면피용 비준 아닌 대통령 의지 보여야” 노사의 반발에도 정부가 비준을 서두르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에서 규정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한국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분쟁 해결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에 들어갔다. 전문가 패널에서 권고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직접적인 경제 보복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관 절차 강화 등 ‘보이지 않는 제재’는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ILO 차원의 제재도 가능하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ILO 역사상 실제로 제재를 받은 국가는 미얀마가 유일하다. 과거 미얀마 정부는 강제노동 철폐를 요구한 ILO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ILO는 2000년 회원국에 “미얀마와의 관계를 재검토해 달라”고 압박했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회의에서도 미얀마의 강제노동 문제를 특별 의제로 채택하도록 했다. 이런 ILO의 다각적 외교 공세에 버티지 못한 미얀마는 권고사항을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비준 절차 강행의 배경에는 미중 무역전쟁이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또 다른 부담까지 정부가 짊어질 수는 없다는 판단이 짙게 깔려 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정부입법안과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야당을 얼마나 잘 설득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노동계가 야당보다 정부의 행보에 더욱 예의 주시하는 이유다. 자칫 이번 기회를 놓치면 ILO 핵심협약은 이대로 영영 표류해 버릴 거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가기 위한 ‘면피용’ 비준 노력이 아닌 더욱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가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멀어지고 있다”면서 “이를 만회하고 국정 기조였던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하려면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반드시 비준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짧은 연휴에 읽은 책 3권 소개한 이낙연 총리

    짧은 연휴에 읽은 책 3권 소개한 이낙연 총리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장대환의 ‘우리가 모르는 대한민국’‘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이낙연 국무총리가 추석연휴 동안 읽은 책 3권을 SNS(소셜미디어)에 소개했다. 불평등의 구조에 대한 분석과 한국 사회의 과제를 다룬 책들이다. 이 총리는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연휴를 맞아 읽은 책 3권의 간단한 감상평을 올렸다. 가장 먼저 소개한 ‘20 vs 80의 사회’는 미국 사상가 리처드 리브스가 쓴 책이다. 이 총리는 “상위 20%가 기회를 ‘사재기’하며 하위 80%와의 격차를 넓히고 그것을 세습하는, 그런 미국 사회를 진단하며 처방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고민하며 읽는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에 이미 소개된 로버트 퍼트넘의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아이들’은 빈부 격차가 어떻게 아이들의 삶을 파괴하는지를 추적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한 책이다. 이 총리는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이 쓴 ‘우리가 모르는 대한민국’도 소개했다. 이 총리는 “세계가 놀란 한국의 기적, 기적을 일군 강점과 저력, 기적을 망치는 내부의 적들, 또 한 번의 기적을 위하여”라며 “우리를 객관적으로 돌아본다”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14일 저녁 이 총리가 독파한 책은 ‘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이다. 이 총리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통합 갈등해결, 평화와 국제정치, 지속적 성장과 번영, 지속가능한 민주복지 국가, 에너지와 환경문제” 등 책이 제시한 대한민국 6대 과제를 거론하며 “모두 만만찮은 과제다. 그러나 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다”고 적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9·13대책 1년만에 서울 집값 다시 꿈틀…약발 끝났나 우려도

    9·13대책 1년만에 서울 집값 다시 꿈틀…약발 끝났나 우려도

    초강력 부동산 규제 정책인 9·13부동산 대책이 시행 1년을 맞는다. 초강력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청약제도 강화, 3기 신도시 공급 등 규제의 ‘끝판왕’으로 여겨졌다. 각종 규제 탓에 9개월 간의 하락 안정세를 유도하는 등 한동안 집값 안정세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 집값이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분양시장도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결국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역부족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1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32주 연속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7월부터 상승 전환해 10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거래 건수 역시 올해 7월 7009건으로 지난해 8월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지난 3월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생각에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화되기 시작했고, 점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더욱이 최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디플레이션(저물가) 우려, 화폐개혁(디노미네이션) 가능성 등으로 부동산과 같은 실물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정부는 9·13대책의 효과가 약화하고,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후분양을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가려는 단지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결국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칼을 빼내들었다.하지만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양가뭄’ 우려에 최근 신축 아파트값이 불붙기 시작해 종전 최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98㎡는 올해 6월 24억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말에는 27억 7000만원으로 4억원 가까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란 극약처방을 내릴 경우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외교분쟁 등으로 불안해지는 대내외 환경에서 주택 공급감소와 시장불안이란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사유재산의 가격을 국가가 통제한다는 점에서 시장 경제에 반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가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화 시킬 수 있지만 결국 길게보면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을 줄여 집값을 올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4~5년 후 집값 상승으로 부작용이 본격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감기로 응급실갔더니 90분 대기…추석연휴 병원 이용법

    감기로 응급실갔더니 90분 대기…추석연휴 병원 이용법

    지난해 추석에 독한 감기에 걸려 무작정 응급실을 찾은 A씨는 무려 90분을 기다린 끝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진료비에 응급의료관리료(2~6만원)까지 추가돼 적지 않은 돈을 내야 했다. A씨처럼 명절에 문 연 병원을 찾을 수 없어 급한 마음에 응급실부터 찾은 환자들은 진료를 받기도 전에 대기 시간에 지치기 일쑤다. 명절이나 공휴일에는 많은 병원이 문을 닫기 때문에 으레 동네 병원도 문을 닫았으리라 여기지만, 검색만 하면 쉽게 주변 문 연 병원을 찾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추석 연휴 기간(12~15일) 전국 521개 응급의료기관과 하루 평균 6873개의 병·의원과 약국이 문을 연다고 밝혔다. 응급실은 평소처럼 24시간 진료하며,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은 대다수 민간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설 당일(5일)에도 진료한다. 연휴에 문을 여는 병·의원, 약국 정보는 보건복지콜센터(129)나 구급상황관리센터(119), 시도콜센터(120)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이나 복지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으면 편리하게 문 여는 의료기관을 확인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명절병원’을 검색해도 알 수 있다. 12일 복지부의 응급의료센터 내원 현황을 보면 지난해 추석 연휴(9월22일~26일) 기간 응급의료센터 환자 내원은 약 13만건으로 하루 평균 2만 6000건 발생했다. 명절 전날과 당일에 가장 많은 사람이 응급의료센터를 이용했으며, 평상시와 비교하면 평일의 2.2배, 주말의 1.6배까지 증가했다. 주로 감기, 두드러기, 장염, 염좌, 얕은 손상, 열, 복통으로 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가벼운 질환은 상비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약마다 올바른 사용법이 있어 복용 전 숙지하는 편이 좋다.명절 때 소화불량으로 많이 찾는 소화제는 위장관 내 음식을 분해하는 ‘효소제’와 위장관 운동을 촉진하는 ‘위장관운동개선제’ 등이 있다. 효소제는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위장관 운동 개선제는 의사가 처방해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일정기간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장기간 복용하지 않은 편이 좋다. 설사약에는 ‘장운동 억제제’와 ‘수렴·흡착제’가 있다. 장운동억제제는 장의 연동운동을 감소시켜 설사를 멈추게 한다. 설사와 함께 발열, 혈변, 심한 복통 등이 나타나면 감염성 설사일 수 있어 먼저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수렴·흡착제는 장내 독성물질이나 세균을 장 밖으로 빠르게 배출시켜 설사를 멈추게 한다. 이 약은 공복에 복용하고,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면 간격을 두고 먹는 게 좋다.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된 감기약은 간을 손상시킬 수 있어 명절기간 과음했다면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또 24개월 이하 영·유아는 반드시 의사 진료에 따라 감기약을 복용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약을 먹어야 한다면 보호자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어린이 해열제에도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등이 들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연령에 맞지 않게 많은 양을 복용하거나 복용 간격을 지키지 않으면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부프로펜은 위를 자극하거나 신장이 기능 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어 어린이가 토하거나 설사를 한다면 탈수할 수 있기 때문에 먹이지 않는 편이 좋다. 한편 추석 연휴 기간 전국 공공기관과 주민센터 등의 주차장 1만6636곳이 무료로 개방된다. 중앙행정기관 406곳과 지방자치단체·교육청 1만5561곳, 공공기관 669곳 등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3152곳), 경남(2307곳), 경북(1688곳), 전남(1255곳), 강원(1212곳) 순이었다. 지역별 무료 개방 주차장 현황과 위치, 개방시간 등의 정보는 정부 행정서비스 포털 ‘정부24’(www.gov.kr)의 ‘공공자원 공유’ 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개방하는 주차장 정보는 ‘공공데이터포털’(www.data.go.kr)로도 확인 가능하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명절음식 과식 주의하세요…“송편 5∼6개=밥 1공기”, 식혜 1컵은?

    명절음식 과식 주의하세요…“송편 5∼6개=밥 1공기”, 식혜 1컵은?

    넉넉한 명절 음식에 자꾸 손이 가지만 기름을 많이 이용하는 만큼 추석 연휴에 과식으로 인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송편은 5~6개, 약과는 2개만 먹어도 밥 한 공기의 열량과 맞먹는다. 식혜 1컵도 밥 한 공기에 버금간다. 12일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 과식으로 소화불량을 겪거나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의 혈당, 혈압 관리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혜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사량 조절을 위해서는 개인 접시로 몇 가지의 음식만을 덜어 먹고 채소 등의 저열량 음식을 주로 먹는 것이 좋다”면서 “음식을 장만할 때 부침이나 튀김 요리 시 최소한의 기름을 사용하고, 지방이 많은 육류 대신 살코기 위주로 상차림을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명절 음식은 기름에 튀기거나 구워서 조리하는 경우가 많아 평소 음식과 달리 열량이 2배 이상 높은 만큼 칼로리를 생각하면서 식사량을 조절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과식하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고, 남은 영양분이 지방 형태로 축적돼 혈당 조절에 악영향을 준다. 고혈압 환자도 폭식을 하면 혈압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만큼 조절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추석 음식인 깨를 넣은 송편의 열량은 5∼6개 혹은 약과 2개만 먹으면 밥 한 공기와 맞먹는 300㎉다. 토란국 한 그릇은 150㎉, 식혜 1컵(200㎖)은 250㎉에 달한다. 간식으로 먹는 햇밤이나 사과, 배 등 과일도 칼로리가 높은 편에 속한다. 밥, 국수, 튀김, 한과 등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음식도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식이나 과음, 기름진 음식의 과다 섭취는 갑작스럽게 위와 장에 염증이 발생하는 ‘급성위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 소화불량에는 덜 자극적인 음식을 취하고 위장 운동을 촉진하는 소화제 복용이 효과적이다. 이 교수는 “급성위장염은 일반적으로 안정을 취하면서 수액을 보충해 탈수 증세를 치료하면 대부분 3∼4일 후 증세가 완화된다”면서 “만약 복통과 설사가 수일 이상 지속하고 발열이나 혈변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수액을 투여하거나 항생제를 처방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벤투호 남은 숙제는 ‘텐백 격파’

    벤투호 남은 숙제는 ‘텐백 격파’

    부정확한 크로스에 김신욱 투입도 늦어 북한 2연승 조 선두… 새달 15일 맞대결“득점 기회를 살리는 효율적인 축구가 필요합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한국시간) 새벽 끝난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0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첫 경기를 마친 뒤 뱉은 말이다. 그는 2-0 승의 성과보다는 전·후반전의 경기력 차이를 꼬집으면서 자책에 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대표팀은 이날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첫걸음부터 널뛰는 경기력과 비효율적인 득점으로 답답함을 안겼다. 나상호(FC도쿄)와 정우영(알사드)의 전·후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지만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2위로 한 수 아래의 약체였던 터라 스코어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벤투 감독이나 이날 경기를 지켜본 팬들에게는 닷새 전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드러났던 ‘밀집수비 깨기’가 여전히 ‘난공불락’에 가까운 난제로 확인됐다는 게 더 시급하게 다가왔다. 밀집수비를 뚫는 방법으로는 측면의 크로스가 기본이다. 중앙에 집중된 상대를 분산시켜 공격수가 문전으로 침투할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하지만 측면 크로스의 정확도가 떨어진 데다 1~2선 공격수들마저 중앙을 헐겁게 하는 위협적인 드리블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공격 횟수는 많았지만, 이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효율 축구’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공격 과정도 마무리하지 못해 상대의 ‘선수비 후역습’ 작전에 말려들어 실점 위기도 맞았다. 여기다 역습을 차단할 ‘전방 압박’도 부족했다. 그동안 만지작거렸던 ‘김신욱(상하이 선화) 카드’가 늦어진 것도 벤투호의 ‘비효율적인 축구’에 한몫했다. 김신욱이 투입된 건 후반 37분. 1년 3개월 만에 A매치에 복귀한 그는 좌우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잇따라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특히 이용(전북)의 크로스를 받아 시도한 헤딩슛은 상대 골키퍼를 골대 안으로 밀고 들어갈 만큼 파괴력이 대단했다. 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45분 내내 답답하던 경기의 흐름이 이 헤딩슛 한 방에 바뀌었다. 벤투 감독 스스로가 역설한 효율적인 축구를 위해서는 선수의 교체 투입 시기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김신욱이 증명한 셈이다. 대표팀은 10월에 다시 모여 스리랑카, 북한과의 2차 예선 2, 3차전(10일, 15일)을 치른다. 벤투호는 투르크메니스탄전 결과로 얻은 처방전으로 다소 껄끄러운 상대인 북한과 스리랑카를 상대로 대량 득점을 통한 공격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북한은 이날 스리랑카를 1-0으로 잡고 2연승, H조 선두로 뛰어올랐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기초학력 진단평가, 학습 부진 예방할까

    서울교육청의 ‘초3·중1 기초학력 진단평가’ 방침에 교육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내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한다는 계획에 일부 반발의 기류도 있어 제도의 안착까지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은 내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한다. 결과는 학부모들에게 통지되며 기초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은 단위학교 안에서 보정지도를 받거나 서울학습도움센터 등의 지원을 받는다. 학교별로 평가 결과가 공개돼 서열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진단 도구는 학교별로 자율 선택할 수 있으며 학교별 진단 결과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김홍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최근 칼럼을 통해 “학교에서는 수업과 관찰, 상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진단하고 있다”면서 “진단을 통해 선별한 학생들을 별도로 지도하는 데 따른 낙인 효과 때문에 참여도가 떨어져 학습 부진이 개선되지 않는 게 현실인데도 교육청은 진단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학력 부진은 진단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데에 한계가 있어서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전국평등교육학부모회도 성명서를 통해 “뒤떨어지는 아이가 없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각되는 정책”이라면서 “사교육 시장만 뜨거워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검사가 지원 대상 학생을 누락시킬 가능성은 낮다”면서 “학교별로 이미 하고 있는 진단을 교육청이 강조하는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교육부 역시 지난 3월 기초학력 진단평가 의무화 방안을 발표했다가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학년 초 진단평가를 실시하기로 하고 현재 제정을 추진 중인 ‘기초학력보장법’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지필시험인 진단평가가 개별 학생의 복합적인 학습 부진 원인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는 학년별 문제은행 형식의 ‘기초학력 진단 보정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의 시스템 활용률은 60%선에 그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년별로 제공된 문제를 푸는 시스템은 6학년인데 3학년 수준에 머무르는 아이 등 개별 학생들의 제각각인 수준을 명확히 진단하지 못한다”면서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문제풀이보다 수업 시간에 관찰해 수준을 파악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학년 초에 상담과 관찰, 쪽지시험 등을 통해 학생 수준을 진단하고 있는데 별도의 시험을 의무화하는 게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평가 결과를 통지하고 보충수업을 시킬 경우 자녀가 ‘부진아’로 낙인찍힐 것을 두려워한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지원을 거부할 경우 학교로서는 대책이 없다. 학년 초 진단평가를 법제화하면 초등 저학년들까지 사교육에 내몰릴 공산도 크다. 기초학력보장법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학교가 진단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학부모에게 통지할 것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검토됐지만, 이 같은 부작용을 감안해 “학교장이 진단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매듭지어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학교들이 학년 초에 이뤄지는 진단 활동을 강화하도록 교육청 차원에서 정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학력 진단평가의 실시 여부가 사실상 각 교육청의 재량에 맡겨진 상황에서 시도교육청들은 저마다의 기초학력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분주하다. 전북교육청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평가 대신 수업을 통해 교사가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교육청은 각 학교들이 ‘1수업 2교사제’ ‘한글책임교육‘ 등 기초학력 지원 프로그램을 하나 이상 반드시 실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계에서는 ‘진단보다 처방’에 주력하며 학교와 교사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지원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희정 서울 정릉초등학교 교사는 “복지와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초학력 지원보다 생활을 돌보는 것”이라면서 “학생의 생활을 돌보는 것과 기초학력울 돌보는 것을 분리해서 접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기초학력 지원을 담당하는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행정업무와 수업시수의 부담을 줄여 교사가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모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학교장의 권한으로 학생에게 개별 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울교육청이 꺼내든 ‘초3·중1 기초학력 진단평가’ 카드가 타 시도교육청에 미칠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육청은 “진단평가의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 내년 초까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쉴 권리 보장” vs “학습자유 침해”…학원 일요휴무제 성공할까

    “쉴 권리 보장” vs “학습자유 침해”…학원 일요휴무제 성공할까

    고교생 55% 하루 여가 2시간조차 안 돼 시민포럼 “과열경쟁… 통째로 쉬게 해야” 기존 야간교습 금지와는 다른 ‘극약처방’ 학원가 “학원 쉰다고 공부 쉬겠냐” 반박 과외·스터디카페 등 타 사교육 팽창 우려 학부모 “평일 교습제한 밤 9시로 당겨야” 서울시교육청, 이달 말부터 공론화 추진“일요일에 집에 있으면 공부가 잘 안 돼서 학원에 가요.” 지난 8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등학교 2학년 박모(17)양은 일요일인 이날도 학원에서 4시간동안 수학 강의를 들었다. 박양은 월요일과 금요일은 학원을 쉬는 대신 화·수·목요일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가 4시간 동안 수학과 영어 공부를 하고 밤 10시에야 집으로 향한다. 학원에서의 4시간 수업은 주말에도 이어진다. 박양은 “일요일에 학원 문을 닫게 하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한숨을 쉬었다. “독서실이든 스터디카페든 가서 공부할 것 같아요. 남들은 다 공부할 텐 데, 불안하잖아요.” 서울의 대표적인 학원가 중 한 곳인 중계동 은행사거리 일대는 일요일에도 학생들로 붐볐다. 배낭 같은 책가방을 등에 맨 트레이닝복 차림의 학생들이 버스에서, 부모님의 승용차에서 내렸다. 분식집과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학생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전화 화면에 코를 박은 채 ‘혼밥’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길가의 테이크아웃 커피숍에 줄을 서 버블 밀크티 한 잔씩 손에 든 채 종종걸음으로 학원으로 향했다. 중계동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일요일 수업은 ‘필수’다. ‘A고등학교 1학년 수학’, ‘B고등학교 2학년 국어’ 등으로 수업이 잘게 쪼개지면서 일요일 오전 8시에 시작하거나 오후 10시에 끝나기도 한다.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총정리와 논술 수업은 주말에 몰려 있다. 중학교 내신 대비나 ‘특목고 대비’ , ‘예비 고1 대비’ 수업, 초등학생 대상 학원에서 평일에 놓친 수업의 보강이 일요일에 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일요일도 밤 10시까지… 쉬지 못하는 학생들 일요일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학생들에게 휴일을 돌려주기 위해 서울교육청이 ‘학원 일요휴무제’라는 처방전을 내놓았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2014년(1기) 교육감선거 공약으로, 학원과 교습소가 일요일에 운영하지 못하도록 법률을 제정하거나 서울시 조례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학원의 야간 교습(밤 10시~12시 이후)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요일 하루를 통째로 쉬게 한다는 점에서 야간 교습 금지와는 다른 차원의 ‘극약처방’인 셈이다. “학생들을 쉬게 하려면 입시 경쟁부터 완화돼야 합니다. 하지만 녹록지 않으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라도 하자는 겁니다.” ‘학원 일요휴무제’ 추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쉼이 있는 교육 시민포럼의 김진우(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상임위원장은 일요일 ‘학원 러시’를 “학원이 문을 열고 학생들이 다니니 너도나도 학원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과열 경쟁’”이라고 정의했다. 학원의 공급을 줄여서라도 도무지 식을 줄 모르는 사교육 열기에 ‘찬물’을 끼얹어 보자고 시민포럼은 제안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주당 학습시간은 70.1시간이다. 근로자가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하면 과로로 인정받는다. 초등학생의 34.5%, 중학생의 40.4%, 고등학생의 54.8%는 하루 중 여가 시간이 2시간도 되지 않는다.(2019 청소년 통계) “학원 야간교습 금지를 통해 ‘학생들이 밤 10시 이후에 학원 수업을 받는 건 지나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듯, 일요일엔 학원 문을 닫는 제도를 통해 학생들이 일요일만큼은 쉬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자는 것입니다.”(김 상임위원장)초등학교 5학년인 김모(11)양과 최모(11)양은 이날도 책가방을 등에 메고 중계동 학원가로 나왔다. 김양은 수학학원을, 최양은 영어학원을 다녀왔다. 김양과 최양은 “일요일에도 학원에 다니느냐”는 질문에 비명을 질렀다. “이 동네 애들은 거의 다 일요일에도 학원에 가요. 중계동엔 별별 이상한 학원들이 많아요.”(최양) 기자가 ‘학원 일요휴무제’ 이야기를 꺼내자 학생들은 “일요일도 평일도 학원은 다 싫다”고 외쳤다. “그런데 엄마가 가만 안 놔둘 걸요? 평일에 하나 더 다니라고 하실 거예요.”(김양) 일요일 학원 수업이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고등학생들에게는 절실한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목요일 하루만 학원을 쉬고 매일 4시간씩 학원에 가는 고교 1학년 김모(16)양은 “일요일에 학원에 가는 건 학생의 자유”라고 선을 그었다. “저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학원에 가는 거예요. 평일에 시간이 없어 주말에 몰아서 학원에 가는 친구들은 어떡하나요. 일요일에 학원을 가든 집에서 쉬든 독서실에 가든 학생들이 선택할 일이에요.” 학원 일요휴무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학원을 쉰다고 공부를 쉬겠느냐”라는 회의론이다. 박종덕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인터넷 강의와 과외 등도 함께 금지돼야 학원도 동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일요일에 학원 가는 것’ 때문에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을까요? 평일 저녁에 쉬고 일요일에 학원에 가는지, 일요일에 인터넷 강의나 과외를 얼마나 이용하는지 등 실태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과외나 스터디카페 등 다른 사교육이 팽창하는 ‘풍선효과’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과외를 받을 수 있는 경제력이 되는지, 학원 대신 갈 수 있는 학습 공간이 지역에 있는지 여부가 학생들에게 격차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학원 대신 과외” vs “풍선효과 크지 않아” 그러나 일부 학생과 학원가에서 나타나는 풍선 효과에 발목 잡힐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 상임위원장은 “고액 과외를 받을 수 있는 학생은 일요 휴무제와 상관없이 과외를 받는다”면서 “전체 학원의 파이를 줄여 학원 이용조차 어려운 서민들이 겪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원 학습실에서 강사가 몰래 수업하는 등의 불법 행위는 단속을 강화해 대응할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학원 일요휴무제는 치열한 입시 경쟁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최소한의 쉴 권리는 지켜주자는 일종의 ‘정전협정’이다. ‘사교육 특구’의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학원 일요휴무제가 사교육이라는 망망대해에 미미하게나마 파장을 일으켜 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은 분명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정진후(15)군은 “‘일요일에는 학원을 쉬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요일은 쉬는 날인데 학원에 가는 걸 다들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잖아요. 한 번쯤은 이상하다, 너무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학부모 조미경(46)씨는 ‘일요일 휴무’에 얽매이기보다 다양한 해법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다. “평일 교습 제한을 밤 9시로 당기는 게 아이들의 건강권에 더 절실할 것 같아요. 주말에는 오후 7시까지만 수업하도록 하면 아이들이 집에서 저녁을 먹고 쉴 수도 있겠죠.” 초등학생과 중학생부터 제도를 도입하는 ‘연착륙’ 방안도 거론된다. 서울교육청의 학원 일요휴무제 공론화는 이달 말 시작된다. 오는 27일과 다음달 22일에는 학원 관계자 등 이해 당사자들 100명이 찬반 동수로 참여하는 ‘열린 토론회’가 진행된다. 이어 다음달 26일과 11월 9일에는 정식 공론화 절차인 ‘시민참여단 토론회’가 열린다. 서울교육청은 토론회 결과와 연구용역 보고서의 내용을 종합해 연내 결론을 내놓을 계획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정해진 결론이나 방향은 없다”면서 “토론회에서 찬반 양론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노인장기요양서비스 ‘필요한 것’ 골라 받으세요

    노인장기요양서비스 ‘필요한 것’ 골라 받으세요

    거동이 불편해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이제 집에서 가사 지원 등 방문요양뿐만 아니라 목욕·간호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부터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서비스 중 필요한 것들을 골라 패키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노인장기요양보험 통합재가서비스를 시행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정부가 장기요양 재가급여(집에서 받는 서비스) 통합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다양한데도 노인 수급자의 82%가 한 가지 서비스만 이용하고 있어서다. 간호 등 다른 서비스를 신청하려고 해도 서비스 제공 기관 자체가 많지 않고 서비스 신청을 주로 노인의 가족이 대신 하다 보니 수요자의 욕구와 관계없이 가사 지원을 해 주는 방문요양만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건보공단은 선택의 어려움을 덜어 주고자 수요자의 건강 상태와 가정 상황 등을 조사해 필요한 서비스를 묶어 제시하기로 했다. 노인은 이 중 원하는 서비스 묶음을 선택해 가까운 통합재가서비스 제공기관을 찾아 한 번에 신청하면 된다. 다만 정부는 노인이 어떤 묶음을 선택하더라도 방문간호는 꼭 포함해 월 4회 이상 필수적으로 이용하도록 했다. 노인 절반 이상이 3개 이상의 질환을 갖고 있어 평소 예방적 차원의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통합재가서비스 제공 기관은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해 노인의 건강관리를 돕도록 했다. 그간에는 주로 가족이 노인의 간호를 책임진 탓에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고단하고 노인은 전문적인 간호를 받지 못했다. 독일 등 복지 선진국은 이미 의사 처방에 따른 간호 처치와 기본 간호, 가사 지원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간호 처치 없이 기본 간호와 가사 지원 급여만 이용하는 사람은 22%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78%는 의사 처방에 따른 간호 처치도 함께 이용하고 있다. 양성일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재가서비스 제공기관(현재 89곳)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합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명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www.longtermcare.or.kr)에서 지역별로 확인할 수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크루그먼 “한국 디플레 막으려면 재정 투입 단기부양책 필요”

    크루그먼 “한국 디플레 막으려면 재정 투입 단기부양책 필요”

    크루그먼 “SOC 투자, 시간 오래 걸려 확장적 재정정책 통해 긴급 처방해야” 홍남기 “日 수출규제로 불확실성 가중” 크루그먼 “2차 대전 후 최대 보호무역 중국발 경제 위기 발생할 가능성 있다”세계적인 석학이자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 우리 정부에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때 확장적 재정 정책을 추진하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대신 재정을 통한 단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콘퍼런스’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한국과 세계 경제 현안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와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하면서 스타 경제학자의 명성을 얻었다. 홍 부총리는 크루그먼 교수에게 내수와 수출 양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고 ‘총요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조언을 구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같은 달 대비 -0.038%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뒷걸음질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은 단기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의 역할을 확대할 여력이 있다”며 “SOC 투자 등 시간이 걸리는 것보다는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재정을 통한 단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때 신중한 기조가 위험을 더 키울 수 있으므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일본의 조치로 한국의 불확실성이 한층 가중됐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 전체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여기에 대해 “많은 주목을 받은 미중 무역분쟁에 비해 한일 긴장 관계는 이제야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며 “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다”고 동의했다. 또 “당장 내년에 불황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무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루그먼 교수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과거 일본은 경제가 (정상 궤도에서 이탈해)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며 “현재 경기가 나쁜 만큼 한국은 단기적인 대응을 취해야 하며 그럴 여력도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소비 지출을 늘려 경제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이 영향은 크지 않으며 지금처럼 세계 경기 전망이 어두운 시기에는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을 펴 경기를 부양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발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분쟁 심화는 중국이 위기를 맞는 ‘티핑 포인트’(급격한 변화 시점)가 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투자를 꺼리고,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도 “세계 2차대전 이후로는 보지 못했던 엄청난 보호무역주의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인도와 무역전쟁을 하고 있으며 한국 철강산업도 피해를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수납원 1861명 중 499명만” 도공 일방통행式 직접 고용

    “수납원 1861명 중 499명만” 도공 일방통행式 직접 고용

    대법서 승소 노동자만 환경정비 등 담당 요금수납 업무는 자회사에서 전담 유지하급심 재판 중인 1116명은 기간제 검토 노조 “땜질식 최악 처방” 본사 점거 투쟁한국도로공사가 대법원 판결 대상자인 일부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499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 1,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요금수납원 1116명에 대해서는 직접 고용 대신 본사 기간제 채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들에 대해서도 ‘도로공사 직원으로 인정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동일하게 나온다면 직접 고용할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어렵다는 얘기다. 톨게이트 수납 노조원들은 “땜질식 최악의 처방”이라고 비판하며 본사를 점거했다. 당분간 양측의 마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요금수납원 고용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표면적으로 형평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경영 효율화를 위해 노조의 요구를 묵살했다는 평가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외주사 직원으로 전환됐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요금수납원 368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이들이 도로공사 근로자가 맞다고 지위를 인정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로 근로자 지위가 회복된 수납원은 모두 745명이다. 이 가운데 220명은 자회사 전환에 동의했다. 정년이 초과하거나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수납원 26명을 제외하면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인원은 자회사 전환 비동의자(296명)와 고용단절자(203명) 등 총 499명으로 추려진다. 고용의무 대상자(745명)와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은 1, 2심 판결 대상(1116명) 등 1861명 가운데 499명만 사실상 본사 직접 고용 대상이 된 것이다. 도로공사는 현재 요금 수납 업무는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가 전담하고 있는 만큼 본사에서 근무하게 되면 수납 업무 대신 버스 정류장과 졸음쉼터 및 고속도로 환경 정비 등 현장 조무 업무가 부여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로공사는 18일까지 개인 의사에 따라 고용 대상 인원을 확정하고 다음달 중 근무 배치를 마칠 방침이다. 다만 도로공사는 현재 근로자 지위를 두고 1,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요금수납원 1116명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들은 자회사 전환을 받아들여 자회사 직원이 되든지, 도로공사의 기간제 채용을 받아들이든지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 사장은 “노조는 대법원 판결 결과를 하급심 대상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1, 2심 인원은 법적 절차에 의해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하게 되면 1년 새 도로공사 직원이 1만 4000명이 되는데 이는 방만 경영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요금 수납 노조원 250여명은 이날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의 사장 집무실 등을 점거해 농성을 이어 갔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20년 가까이 불법파견 피해자로 고통받던 톨게이트 노동자에게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양심을 저버린 이강래 사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밝혔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당정청 밀실 논의로 시늉만 하겠다는 대입 개편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대학입시 제도 개편에 들어간 교육부가 별도의 논의 기구 없이 당정청 협의만 진행하기로 한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백년대계를 손대도 될 일인지 이만저만 걱정스럽지 않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6일 대입 개편 논의를 위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을 비공개로 만나 실무협의를 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교육부는 태스크포스(TF)를 따로 만들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신뢰도 제고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하더니 당정청 협의로 일단락 짓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공정성 시비가 갈수록 높은 학종을 손보겠다면서 교육 현장이나 대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할 계획조차 없다니 차라리 그대로 둬서 혼란이라도 없게 하라는 쓴소리가 터진다. 대입 개편 시도는 지난 1일 대통령의 갑작스런 말 한마디로 시작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어지자 여론을 무마하려는 일과성 처방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안 그래도 컸다. 그런 마당에 교육부가 이렇게 졸속으로 입시 개편 작업을 진행해 학생과 학부모, 대학의 불신과 혼란은 어떻게 감당할 요량인지 궁금할 뿐이다. 아무리 사정이 급해도 정치적 셈법으로 저울질해서는 안 될 것이 교육 정책이다. 자기소개서, 동아리 및 봉사 활동, 교내 상 등 학종의 평가 장치가 부모의 능력과 학교장의 개인적 의지, 교사의 역량에 따라 ‘복불복’인 현실은 더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턱없이 낮은 정시 비율을 상향할 수 없다면 교육부는 금수저 전형으로 불신받는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방안을 전방위로 강구해야 한다. 뜻이 맞는 당정청 관계자들끼리 어물쩍 입시 개편의 생색만 냈다가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반영해야만 한다.
  • 경제학자가 만든 ‘주주 자본주의’ 종언… 그 이후엔

    경제학자가 만든 ‘주주 자본주의’ 종언… 그 이후엔

    미국의 유수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최근 뉴스를 만들었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최고경영자(CEO)들이 수십년간 충성했던 ‘주주 자본주의’를 깨고, 기업이 지역사회에도 봉사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자본주의가 급속히 퍼지면서 지구촌 대다수의 경제 여건은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하층 노동자들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이같은 문제의식에 경제전문 채널 CNBC가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기자 비냐민 아펠바움이 쓴 신작 ‘경제학자들의 시간(The Economists’ Hour)’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CEO들의 지역사회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선언데 대해 일각에서는 기업이 미덕을 추구한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서 반기업 정서를 진정시키려는 것이라며 회의적으로 봤다. 그러나 CNBC는 미국이 자유시장에 대한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전환점이 아닐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 21세기 초 미국과 영국 등에서의 부조화는 이런 가능성은 가르킨다. 아펠바움의 새책 ‘경제학자들의 시간’은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제학자들의 영향력 증가와 그들이 구체화한 가치를 추적했다. 이런 경제학자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강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1883~1946)와 함께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은 1970년 주주 자본주의의 개념을 도입해 설파했다. 특히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자본주의라는 냉전의 후광으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번영을 지탱하고, 사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시장의 힘을 받아들였다.소비자들과 기업가들은 특별한 기술이나 재능이 없는 노동자들보다 더 큰 이득을 봤다. 그 과정에서 수백만명이 외국과의 경쟁에서 생활터전을 잃었다. 소비에트 공산주의는 붕괴했고, 개발도상국에서 생활수준은 높아졌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점점 더 통합되면서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둔화는 멈추지 않았다. 아펠바움은 이 책에서 “시장을 받아들임으로서 전세계 수억명이 처참한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들은 상품과 자본, 아이디어의 흐름으로 서로 결속되어 있다”며 “그 결과 전세계 77억 인구 대부분이 더 부유하게,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산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 혁명은 너무 나가버렸다. (현재의 부는) 미국과 다른 선진국에서 경제적 평등, 건강한 자유 민주주의, 미래 세대의 희생의 결과로 성취되었다”고 덧붙였다. 아펠바움은 이를 자세히 설명한다. 시장혁명은 전통적 경제 정책이 미치지 않는 곳에 도달한 것이다. 예컨대 미국 사람들은 베트남전 징집에 저항했지만, 경제학자들은 자원자부대의 우월성을 옹호했다. 그 이후 모든 전쟁에서 자원자들이 전투에 참여했다. 1960년대의 경제붐을 지탱하기 위해 케인즈학파들은 감세와 소비 지출 증가라는 재정 부양책을 제공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프리드먼 추종자들은 1980년대의 잔혹한 침체기에도 긴축 금융정책을 처방했다. 스태그네이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공급 사이드에서 감세를 되풀이하는 정책을 촉발시켰다. 미국은 규제를 완화했다. 선택의 폭을 넓히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항공사와 월가의 규제를 풀었다. 반독점 집행 당국은 느즌해졌고, 보건과 안전에서도 비용 편익 분석 규칙이 적용됐다. 그 결과 산성비 오염에서부터 외환 유동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해외 정부에 의한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파견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효율적인 시장은 대체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확신에서 정치적 선택에 의한 왜곡을 제한하려는 목적이었다. 정치인들은 정부를 시장 사상자들을 돕는데 사용할 수 있었다.그러나 사상자들은 도울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고, 미래 세대를 위한 정부 투자는 줄어들었다. 사회의 넓은 범위는 경제적으로 뒤쳐졌지만,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은 앞으로 나갔고, 대부분의 재산은 급격히 늘어났다. 아펠바움은 “몇몇 사람들은 크로이소스 왕보다 더 많은 부를 이루었다”면서도 “중산층은 지금 자녀들이 더 풍유롭게 살지 못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와 대공황은 이런 결과들을 더욱 악화시켰고, 회복기 10년의 결과는 지워지지 않았다. 분노한 세대의 증가는 경제학자들의 시간이 지나갔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산업의 심장에서 살육을 끝내겠다고 명세하면서 취임했지만 그의 세금 및 관세 정책에서 그런 신호는 감지되지 않는다. 2020년 대선의 민주당 후보들은 기업과 부자들의 비용으로 일하는 계층을 부양하겠다며 세금, 소비지출 그리고 규제개입을 약속하고 있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명확히 밝힌 대로 기업가들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레이 달리오는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대다수 사람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며 “그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더 좋은 사회안전망과 강한 노조와 같은 구체적인 단계를 넘어서 아펠바움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제안하고 있다. 즉 선출된 지도자들이 경제학자들이 찬양하는 시장 효율성보다는 유권자들의 지분을 높이는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아펠바움은 “시장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목적은 사람들에 의해 선택된다”며 “이런 것들은 바뀌고, 재건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초3·중1 기초학력진단검사’ 서울교육청 방안에 교육계 엇갈린 반응

    ‘초3·중1 기초학력진단검사’ 서울교육청 방안에 교육계 엇갈린 반응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학년 초에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한다는 서울교육청의 기초학력 보장 방안에 교육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긍정론과 함께, 이미 학교별로 실시하고 있는 기초학력 진단과 중복되며 일선 학교에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초3·중1 모든 학생에 대한 진단검사 실시는 사교육 시장만 들썩이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학교에서는 이미 수업과 관찰, 상담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학생들을 진단하고 있는데, 초3·중1 모든 학생에게 진단검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중복된 조� 굡箚� 지적했다. 특히 중학교 1학년에 대해서는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학습능력’을 진단한다는 건 초등 고학년을 중심으로 사교육 광풍이 불게 할 것이며 자유학년제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좋은교사운동은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 중 한 명이라도 누락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필요성에 동의한다”면서 “지금도 모든 학년에 걸쳐 1학기 초에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를 교육청이 좀 더 강조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학생에 대한 진단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만 강조되고 기초학력 부진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 지원을 제공할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진단만 있고 처방은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좋은교사운동은 “학부모의 동의 없이 학생을 학습부진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수 없는 현실에서 자녀의 낙인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불안 때문에 학생에게 지원의 기회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교가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교육청은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학생에 대한 학습 지원 방안 마련을 중장기 과제로 남겨둔 상태다. 전교조 서울지부 역시 “학생들을 선별·분리하지 않고 교실 수업 안에서 기초학력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정규 수업시간에 학생 개별 맞춤지원을 위한 ‘더불어교사’는 기존 16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초학력 지원 업무를 맡는 교사의 전문성 강화와 행정업무 경감 등의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학습지원 전문교사’와 같은 전문성 가진 교사를 학교에 배치하고 이 교사를 중심으로 기초학습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면서 “기초학력을 맡은 교사의 행정 업무와 수업시수를 경감하고 담임교사와 밀착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설] ‘금수저 반칙’ 없게 대입제도 개혁 절실하다

    교육부가 대학입시제도 개편 논의에 들어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제 비공개 실무진 회의를 열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입시제도 개편 논의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어지자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한 결과다.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입시 제도가 어떻게든 개선돼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예정에도 없던 입시 개편은 졸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은 게 사실이다. 일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내놓다 보니 현재 우리 고교 1, 2, 3학년은 입시 제도가 모두 다르다. ‘금수저 전형’ 장치를 손보겠다고 번번이 공언했으나 근본적인 수술은 되지 못한 채 온갖 시비와 논란 속에서 세월만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후보자 딸이 고려대에 입학할 당시인 2010년 입학사정관제는 “누가 왜 합격했는지 며느리도 모른다”는 우스개가 돌 정도로 공정성 논란이 컸던 제도다. 불공정 의혹을 털겠다고 2014년 학교 밖 수상 경력이나 논문 경력 등은 기재하지 못하게 하면서 지금의 ‘학종’으로 바꿨다. 그러나 경제력 있는 부모들은 값비싼 컨설팅으로 자녀의 진학에 유리한 쪽으로 학생부를 ‘디자인’하는 등 편법이 여전히 극성을 부리는 현실이다. 어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2%가 정시가 바람직한 입시제도라고 답했다. 내신성적과 학생부가 기준이 되는 수시에 찬성하는 응답은 22.5%에 불과했다. 이런 현장의 체감온도와는 크게 다르게 교육부는 현행 학종의 세부 장치를 손보는 선에서만 개편 작업을 진행할 모양이다. 물론 정시 모집 규모를 크게 확대한다면 경제력이 좋은 ‘강남 학부모’가 유리해지는 측면도 있는 만큼 공정성 논란의 여지 또한 없지 않다. 불공정 입시에 국민 불신은 임계점에 이른 상황이다. 교육부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은 대입제도 개혁안으로 입시 불신을 한 뼘이라도 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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