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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대학생 라오스에서 구슬땀

    대구대학교(총장 홍덕률) 학생들이 라오스에서 해외봉사를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구대는 해외봉사단 26명(학생 23명, 단장 및 인솔직원 등 3명)이 지난 1월 1일부터 2주간 라오스 빠까딩 지역의 한 마을에서 교육 및 노력봉사를 펼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빠까딩 지역은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안에서 남쪽으로 80여 km 떨어진 곳으로, 대구대는 지난 2014년 1월에도 이곳에 해외봉사단을 파견해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봉사단 학생들은 이 지역의 빡방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태권도, 한국동요, 놀이 댄스 등 예체능 수업을 하며 교육봉사를 하고 있다. 또한 교육 환경개선 활동으로 초등학교 건물의 천장과 바닥 보수 작업을 하고, 학교 내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책장을 제작하고 100여권의 라오스 현지 책과 한국어 및 영어교재, 학용품 등을 기증했다. 현지 문화를 배우기 위한 문화교류 행사도 열었다. 지난 7일 학생들은 현지 가정에서 하루 동안 생활하며 라오스 문화를 배웠고, 10일에는 운동회를 열어 계주, 단체줄넘기 등을 함께 즐기며 현지 주민들과 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해외봉사단 학생 대표인 김영후 학생(25·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년)은 “현지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으로 느끼는 바가 컸다”면서 “봉사를 하면서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장인 김영표 대구대 학생행복처장은 “대구대는 일회성 봉사활동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이곳을 ‘DU Village(대구대 마을)’로 만들어갈 계획이다”면서 “학생들의 봉사 열정을 통해 세계 속에서 빛나는 대구대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현장 행정] 열린 성동 책마루 힐링의 문 열린다

    [현장 행정] 열린 성동 책마루 힐링의 문 열린다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성동구청 1층 로비는 사람들의 탄성으로 가득했다. 지난 두 달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성동 책마루’가 이날 열린 현장 브리핑에서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브리핑에 참석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보완할 점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했다.성동 책마루는 열린 도서관을 지향하는 다목적 문화복합공간으로, 오는 18일 정식 개관한다. 713㎡ 규모의 1층 로비는 전체가 서가로 꾸며졌다. 서가의 최고 높이는 13.2m에 달한다. 서가 위쪽에는 미디어 아트를 위한 ‘미디어파사드’도 설치됐다. 중앙에는 카페가 들어섰다. 카페에는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된 ‘성동일자리주식회사’에서 채용한 노인들이 바리스타로 일한다. 앉아서 책을 읽거나 소규모 강연장으로 사용될 ‘계단마당’도 조성됐다. 1∼3층 계단에도 서가가 만들어졌다.서가에는 약 4만권의 책을 진열할 수 있다. 책은 구청 직원과 구민, 출판사, 기업 등으로부터 기증을 받거나 구비로 구매한다. 구 관계자는 “현재 8000여권을 기증받았고 신간 6844권을 구매했다”며 “연중 수시로 기부를 받고 매달 신간 잡지와 도서를 구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보통 작은 도서관의 서적이 4만~6만권인 점에 비춰 볼 때 책마루는 도서관으로도 손색이 없다”며 “18일 개관 일에 맞춰 서가를 서적으로 모두 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선(34·성동구 마장동)씨는 “구청에 들어섰다 깜짝 놀랐다”며 “관공서가 아니라 대형 고급 서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성동 책마루는 유네스코 지정 글로벌 학습도시와 교육특구 성동의 특화사업 일환으로 기획됐다. 관공서를 주민 힐링 공간으로 바꿔 관공서 주인인 구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다. 구 관계자는 “조성 취지에 맞게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개방한다”고 했다. 성동구는 책마루 조성을 위해 지난해 9월 공무원, 주민 등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10월 설계와 용역보고회를 거쳐 11월 착공했다. 구 관계자는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 파주 ‘지혜의 숲’, 서울시청 ‘시민청’ 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책마루 명칭은 직원 대상 설문을 통해 정했다. 책을 의미하는 한자어 ‘책’(冊)과 가장 높은 곳이나 으뜸이 되는 것을 뜻하는 순우리말 ‘마루’의 합성어다. 정 구청장은 “성동 책마루가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와 교육특구 성동을 대변하는 랜드마크로 발전해 지역 안팎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라이프 톡톡] 구정에 상상력 불어넣는 시인ㆍ캘리그래퍼 동장님

    [라이프 톡톡] 구정에 상상력 불어넣는 시인ㆍ캘리그래퍼 동장님

    “공무원이라고 딱딱하란 법 있나요? 주민을 위한 행정에도 ‘시적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31년차 공무원… 직접 글씨 새긴 명함 홍보 31년 차 공무원이자 시인, 캘리그래퍼로 공직과 예술계를 오가며 맹활약 중인 한규동(58) 서울 은평구 증산동장은 2일 공직 안팎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규동 동장입니다’라는 문장을 캘리그래피로 직접 새겨 넣은 그의 이색 명함에는 공직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 담겼다. 그는 “시와 캘리그래피는 주민들을 위한 행정에 활용할 수 있는 저만의 도구”라며 “제가 잘하는 것을 살려 주민들의 행복을 위해 쓸 수 있는 공무원 일이 참 좋다”며 힘주어 말했다. # 윤동주 탄신 100주년 공연서 특별 공연도 한 동장은 1999년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시 ‘개심사’로 상을 받고, 2003년 문학과 창작에 ‘한 알의 모래가 되어’를 발표하며 정식 등단한 시인이다. 어머니가 본 사주에서 나온 ‘공무원이 될 운명’을 그대로 따라 공무원이 됐지만 어릴 적부터 사랑했던 시를 놓을 수 없었다. 공직생활 중이던 1996년 아내에게 ‘시를 쓰고 싶다’고 선언하곤 본격적인 문학도가 됐다. 최근에는 캘리그래피까지 섭렵해 지난달 30일 ‘2017년 윤동주 시인 탄신 100주년 기념 공연’에 특별 출연해 캘리그래피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주민들과 함께하던 ‘서예 동아리’가 그 시작이었다. # 서예동아리ㆍ문화예술마을 등 주민 행정 그가 있는 마을에는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로 늘 활기가 넘친다. 그는 “행정과 예술이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과, 행정을 통해 주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행정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 동장은 문화예술을 통한 주민 행정을 펼쳤다. 증산동을 ‘문화예술마을’로 조성해 동 주민센터에 갤러리를 만들고 마을 작가들을 발굴했다. 재능 있는 주민에게는 능력을 펼칠 기회가, 모든 주민에겐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제공됐다. 갈현2동장 시절에는 애국지사 후손과 6·25 참전용사 등 보훈 가족을 위한 초청공연을 열어 그분들을 예우했다. # 택시에 시집 보급 등 책 읽는 마을 성공적 여러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는 그는 매일 아침 5시 50분 첫 버스를 타고 일과를 시작한다. 그는 “이젠 한풀 꺾일 때도 됐지만 나는 더 일하고 싶다”면서 “내가 가진 재능을 맘껏 펼칠 때 행복하듯, 주민들의 역량도 최대한 끄집어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동장으로서 저는 돈도 없고 힘도 없고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마을이 뭉치면 뭔가 되더라”며 “내 역할은 마을에 있는 각 단체와 개인이 역량을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한 동장의 목표는 지난달 19일 증산동주민센터에서 선포한 ‘책 읽는 마을’ 프로젝트의 성공이다.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은 기증받은 시집을 택시 업체에 보급해 기사들이 장거리 승객에게 시집을 권하는 ‘시 읽는 택시’다. 그는 “고단한 사람, 외로운 주민에게 문화가 자연스레 스며들어 주민들의 일상에 행복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삼국사기 국보 된다

    삼국사기 국보 된다

    ‘삼국유사 파른본’도 함께 신윤복 미인도 등 8건 보물로 국내 역사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삼국사기’가 처음으로 국보가 된다. 문화재청은 보물 제525호와 제723호로 지정돼 있는 ‘삼국사기’ 완질본 2건을 국보로 승격 예고한다고 4일 밝혔다. 이미 2건이 국보로 지정돼 있는 ‘삼국유사’와 달리 ‘삼국사기’는 그간 국보가 없었다. 때문에 이번 승격으로 우리 고대사의 뼈대를 이루는 두 역사책의 위상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신라·고구려·백제의 흥망을 기술한 삼국사기는 김부식 등 고려 문신들이 고려 인종의 명을 받아 1145년 국가 차원에서 펴낸 최고(最古)의 역사서다. 이 가운데 경북 경주 옥산서원에 있는 보물 제525호 삼국사기는 고려시대에 새긴 목판과 조선 태조, 중종 7년(1512년)에 각각 새로 만든 판을 혼합해 선조 6년(1573년)에 경주부에서 찍은 판본이다. 또 다른 삼국사기 완질본(보물 제723호)은 옥산서원 판본과 유사한 목판으로 찍은 것으로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문화재청은 “두 삼국사기는 현재 보물로 지정된 3건 가운데 50권 9책을 갖춘 완질본으로, 고려 때부터 조선 초기까지의 학술 동향과 인쇄술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임을 인정받아 국보로 승격됐다”고 설명했다. ‘삼국유사 파른본’으로 불리는 보물 제1866호 삼국유사도 함께 국보로 지정 예고됐다. 파른 손보기(1922~2010) 박사가 연세대에 기증한 이 판본은 빠진 장이 없고, ‘삼국유사 임신본’(국보 제306-2호)에서 판독하기 어려운 글자나 현재 전해지지 않는 인용 문헌을 확인할 수 있어 국보로 지정된 다른 삼국유사 2건에 상당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정연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학예연구사는 “삼국유사와 고대 상고사의 기초 연구 자료로 쌍벽을 이루는 삼국사기의 국보 승격은 우리 역사와 민족의 정체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사료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조선 후기 최고의 화가인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작품 등 8건의 회화와 공예품은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선비가 말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 버드나무 위의 꾀꼬리를 바라보는 모습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김홍도의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 당시로서는 드물게 여인의 전신을 그린 신윤복의 ‘미인도’ 등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과 서첩, 인장 6건과 해인사 용탑선원에 있는 ‘금강반야바라밀경 및 제경집’,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시대 ‘나경전함’이 포함됐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문화재 지정을 결정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현장 행정] 소통의 공간으로… 어르신들이 웃었다

    [현장 행정] 소통의 공간으로… 어르신들이 웃었다

    서울 동작구는 지난해 12월 21일 사당1동에서 어르신복합시설 개소식을 열었다.30년 이상 된 낡은 건물이었던 경로당을 다시 지으면서 작은도서관을 포함한 지역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면적 320㎡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경로당으로 쓰인다. 지하 1층은 할아버지방이 있고 지상 1층에는 할머니방과 거실, 주방 등이 마련됐다. 승강기와 주차장 등도 갖췄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경로당 회장 김계현씨는 “동작구에 130여개의 경로당이 있는데 사당1동 경로당은 제일 나이 어린 사람이 84세일 정도로 연로한 사람이 많다”면서 “이제 동네 주민들이 더 마음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개소식 인사말에서 “경로당을 포함해 어르신 문화 공간이 마련됐다”면서 “여러분이 뽑아주신 머슴들이 드리는 작은 선물이니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3층에는 작은도서관인 ‘다울작은도서관’이 마련됐다. ‘다울’은 ‘누구나 다 같이 어우러져 책을 읽는다’는 뜻이다. 주민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이자 작은도서관을 매개로 ‘함께 사는 마을’을 만들어 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구 관계자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행복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울작은도서관의 이름은 지난 9월 도서관 명칭 제안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다울작은도서관은 작은도서관인 만큼 규모는 작지만 경로당을 찾은 어르신을 포함한 동네 주민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3층은 유아들이 신발을 벗고 부모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내부는 넓은 창으로 개방감을 주는 한편, 계단에도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게 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도서 3000여권이 구비됐고 이 중 유아·아동도서가 1251권이다. 이날 작은도서관을 방문한 강한옥(더불어민주당) 구의원은 어린이들을 위해 책을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어르신복합시설 신축을 위한 사업 예산은 약 10억원이 소요됐다. 모두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를 통해 확보했다. 이 구청장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을 올해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행정타운 조성사업에서 발생하는 잉여재원을 사당권역에 투자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사당동 89번 종점과 흑석빗물펌프장 부지 등 주민 접근성이 높은 곳을 문화와 여가가 어우러지는 주민복합시설로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지진 딛고… 韓·中 함께 꿈꾸는 비상

    지진 딛고… 韓·中 함께 꿈꾸는 비상

    책 3000권·탁구대 등 제공 북춤·탈춤 등 문화교류 공연도 “한·중 관계 복원 디딤돌 되길”히말라야 산맥 남서쪽 끝자락에 있는 옥룡설산은 중국 윈난성 소수민족들의 영산이다. 27일 옥룡설산이 고즈넉이 내려보는 윈난성 리장의 진산(山)초등학교에선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다. 나시족, 바이족, 회족, 푸미족, 타이족 등 5개 소수민족 어린이 230여명은 새로 생긴 도서관에서 새 책 냄새를 맡으며 행복해 했다. 이날 축제는 주중 한국문화원과 대한항공이 주최한 ‘꿈의 도서실’ 개관식 일환으로 열렸다. 운동장에서는 한국 다식 만들기 행사가 열렸고, 탁구 경기도 펼쳐졌다. 지난 10월31일 한·중 양국이 관계 개선을 합의한 이후 처음으로 중국에서 열린 양국 정부 부문 간 문화교류 행사다. 한국 측은 이날 어린이들에게 동화책, 과학책, 한국어 교본 등 3000여권과 탁구대 등 체육시설을 기증했다. 진산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새 책 3000권은 큰 의미가 있다. 1996년 2월 리장에는 강도 7.0의 대지진이 발생해 309명 사망하고 1만 7000여명이 다쳤다. 진앙의 중심지였던 진산초등학교도 완파됐고, 어린이들의 희생도 컸다. 이후 학교는 재건됐지만, 책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였다. 이 학교를 졸업한 교장 허청창(38) 선생님은 “학교 90년 역사상 외국과 교류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돼 뜻 깊다”고 말했다. 나시족인 허 교장은 “태어나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며 자라온 우리 학교 아이들은 1학년 1학기 1개월만 지나면 모두 친한 친구가 된다”면서 “오늘의 추억이 한국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주중 한국문화원과 리장시문화국이 수교 25주년을 기념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소개하는 ‘헬로시티-리장’ 문화교류 공연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리장 시민 600여명이 참가한 행사에서는 리장을 대표하는 북춤과 나시족의 민속무용, 한국의 봉산탈춤과 진도 북춤 등이 어우러졌다. 지진의 폐허를 딛고 일어난 작은 초등학교와 한국 기업이 교류의 물꼬를 튼 것은 양국 관계가 새 출발 하는 시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리장 고성과 옥룡설산엔 한국인의 발길이 끊겼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소도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었는지 여실히 증명하는 도시가 바로 리장이다. 대한항공 채종훈 중국지역본부장은 “리장에 오는 유일한 하늘길이었던 인천~쿤밍 노선은 사드 때문에 적자만 쌓였고 리장에 전세기를 언제 다시 띄울지도 막막했는데, 이젠 희망이 보이고 있다”면서 “이번 교류가 한·중 관계 재정립의 튼튼한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리장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현장 행정] IT 체험·첼로 수업… 여기, 도서관 맞아요

    [현장 행정] IT 체험·첼로 수업… 여기, 도서관 맞아요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 성산로 마포중앙도서관. 주민들이 연면적 2만 229㎡(약 6119.3평),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 건물을 빼곡히 채웠다. 옛 마포구청사 자리에 지어진 마포중앙도서관은 서울 자치구 최대 규모인 데다, 첨단 정보기술(IT) 체험이 가능해 개관 전부터 이목이 쏠렸다.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까지 도서관 잔디광장과 대강당(마중홀)에서 열린 개관식에 참석했다. 박 구청장은 “당인리발전소(현 서울화력발전소) 지하화 기금(130억원) 등 국비 확보에 애써 준 국회의원·시의원, 공사 소음을 잘 참아 주신 구민 여러분 등 모두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미래형 복합기능 도서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마포중앙도서관은 디지털 미디어를 읽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하에는 보존서고와 기타 편의시설이 있으며 지상에는 IT 체험실, 영어교육센터, 글로벌존, 멀티미디어실, 소프트웨어실, 애니메이션실 등이 마련됐다. 마포구는 서강대 등 지역의 대학과 협력해 자치구 중 처음으로 초등학생 대상 코딩 등 소프트웨어 교육을 해 왔다. 박 구청장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목전에 있는데 넘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사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청소년에게는 문을 활짝 열었다. 도서관이 다음달 1일부터 내년 2월까지 진행하는 음악, 무용, 연기, 미술, 공예, 만화,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문화창작 등 프로그램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취약계층에 먼저 수강 신청 기회가 돌아간다. 연주실에 비치된 바이올린, 첼로, 드럼 등 고가 악기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피아노실은 6곳으로 1대1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 와콤, 태블릿, 3D 프린터 고성능 장비도 구비됐다. 지난 9월 공개 전형을 통해 특기 적성 강사 80명을 채용했다. 청소년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한편 도서관에 비치할 가구 등 비품 등은 주민들로부터 기증을 받았다. 구 관계자는 “구민 모두가 함께 만드는 도서관이 되기 위해 사무용 책상·의자, 사물함, 캐비닛 등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품 등을 받아 자원 재활용과 예산절감 효과를 봤다”고 귀띔했다. 보유 장서 중에는 박 구청장을 비롯해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 등 단체로부터 기증된 책도 있다. 박 구청장은 ‘10년차 직장인 사표 대신 책을 써라’ 등 223권을 기증했다. 그는 “전통적인 도서관 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교육으로 청소년이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데스크 시각] 작은 정책이 사회를 크게 바꾼다/문소영 금융부장

    [데스크 시각] 작은 정책이 사회를 크게 바꾼다/문소영 금융부장

    사는 지역에서 공공도서관 민간자문위원이다. 지역 어린이 전문서점의 사장님과 저명한 번역가 선생님, 책읽기 캠페인 등 시민활동을 하는 또 다른 서점 사장님과 공무원 등 10명 안팎이 모여서 한다. 중앙정부 위원회와 달리 생활밀착형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에 아기자기하다. ‘어떤 책을 구매할 것인가’와 같이 ‘작은’ 결정들이 대부분이다. 분기별 모임에 참석하면 문득 공동체에 대한 각성이 찾아온다. 기초정부의 활동을 좌지우지하는 중앙정부 정책의 변화에도 민감해진다. 며칠 전 모임에서는 심하게 훼손된 도서를 폐기하는 안건이 올라왔다. 도서관마다 두세 줄로 책을 쌓아 놓을 정도로 서고가 슈퍼 과포화 상태이고, 훼손된 책도 많은데 그간 도서관들은 책을 폐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침에는 한 해에 최대 7%의 책을 폐기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문체부가 공공도서관의 목표로 ‘시민 1인당 장서수’를 주요한 지표로 삼는 탓에 감히 폐기를 생각하지 못했다. 매년 쥐꼬리만 한 책 구입비가 내려오는데 시민 1인당 보유 권수를 늘리려면 낡은 책도 기증을 받고, 폐기해야 할 책이라도 끌어안고 있어야 도서관 장서 숫자를 늘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공공도서관의 사정을 모르는 도서관 이용객들은 너무 낡고 더러운 책을 빌릴 수밖에 없고, ‘이따위로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다니’ 하고 공공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들에게 분노를 터뜨렸을지도 모른다. 최근 이 지표의 중요성이 줄었다고 했다. 최근 주요한 지표는 행정자치부가 정부합동평가에서 내세운 공공도서관의 ‘시민 1인당 장서 구입액’ 등이다. 이렇게 정부가 정책의 작은 부분을 변화시키자 기초정부의 공공도서관에서는 과감하게 낡은 책을 폐기할 수 있게 됐다. ‘시민 1인당 장서 구입액’으로 정책이 전환하면 침체하는 출판 산업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기초정부 등에서 동네 서점을 살리고자 공공도서관에 책의 납품을 허용했는데, 이런 기조와도 통한다. 의정부시가 시작해 고양시가 벤치마킹한 사례도 신선하다.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면 마일리지를 주고, 그 마일리지로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역시 공공도서관 이용률을 높이고, 동네 서점을 살리는 작은 정책의 변화다. 한 사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는 혁명과 같은 극단적 환경 변화이겠으나, 생활의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면서 좋은 환경을 찾아가는 상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폐기될 책의 운명이 궁금했다. 미국의 공공도서관들은 보유했던 책을 처리할 때 지역사회로 돌려주기도 한다. 책의 상태에 따라 1달러나 5달러, 아무리 비싼 양장본 책도 10달러 안팎으로 사들일 수 있었기에 국내에서도 그러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 공공도서관에서는 폐기할 책이 시민의 자산을 처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각만 할 수 있다고 했다. 물품관리 조례가 있기 때문이란다. 언젠가는 그 조례도 시민에게 더 우호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 또 한 가지 더 바뀌었으면 하는 규정이 있다. 몇 년 전 공공도서관에 어린이 그림책을 기증하려고 하니, 출판 5년 이내의 책이어야 한다는 규정 탓에 거부당했다. 새 책이나 다름없었는데, 상태도 보지 않고, 출판 연도만 따져서 기증 여부를 평가하는 태도에 섭섭했다. 어린이 그림책은 잘 훼손되는 만큼 기증을 받아 잘 돌려 쓰고, 훼손되면 바로 폐기하는 방향이 더 낫지 않을까 한다. symun@seoul.co.kr
  • 강남 독서경영 우수직장 선정

    서울 강남구는 사단법인 국가브랜드진흥원이 주최한 ‘제4회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제’ 시상식에서 독서경영 우수 직장으로 선정됐다고 30일 밝혔다. 강남을 포함해 전국 60여개 기관이 독서경영 우수 직장으로 뽑혔다. 구는 2013년부터 ‘책 읽는 강남, 행복한 강남’을 선포하고 직원들에게 다양한 독서 지원 정책을 추진해 왔다. 작가와 만남의 시간을 갖는 독서특강, 직장 내 북 카페 조성, 사내 독서방송 운영, 독서 통신 교육, 독서 동아리 활동 지원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 휴가 주기, 가을 문학기행 등 독서 제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는 이 외에도 문화 소외 지역에 도서를 모아 기증하거나, 강남 책 페스티벌 등 각종 독서 행사를 통해 독서 문화를 확산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미술은 공공의 것… 수집은 역사 보존”

    “미술은 공공의 것… 수집은 역사 보존”

     “100권의 책보다 1점의 미술 작품으로 더 많은 역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공립미술관의 역할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을 수집해서 역사 기록으로 보존하고 후세에 남겨야 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못한다면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스위스 외교관 출신 사업가로,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인 울리 지그(71)는 지난 22일 서울 소격동 한 갤러리 카페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좋은 컬렉터는 자신만의 원칙을 가져야 한다”면서 “40년 전 중국 현대미술 수집을 시작할 때부터 언젠가 중요한 공립 미술관에 기증할 계획으로 역사를 대변할 수 있는 작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했다”고 말했다. 주중 스위스 대사를 지낸 그는 대사 시절 수집한 2300여점 중 1500점을 홍콩 서주릉문화지구에 2019년 개관 예정인 복합문화공간 ‘M+(뮤지엄플러스)’ 미술관에 기증해 주목받았다. 그가 기증한 작품은 장페이리, 팡리준, 위에민준, 쩡판즈, 장샤오강, 장후안, 아이웨이웨이 등 중국 현대미술사를 태동기부터 최근까지 총망라하며 그 가치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중 80여점은 지난해 3월 홍콩 아트바젤 기간 중 ‘지그 컬렉션’이란 제목으로 전시되기도 했다.  한국국제미술제(KIAF) 기간에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코리아갤러리위켄드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지그는 “중국 작품 외에 역사적 리얼리즘 작품에 관심이 많다”면서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한국 작품들, 한국의 역사적 리얼리즘 작품과 북한 미술 작품도 몇 점 소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대한 컬렉션의 수집 계기는.  -법학을 공부하고 저널리스트로 일했었다. 석유파동 이후 엘리베이터 제조회사인 쉰들러사에서 일하면서 1970년대 말부터 중국을 왕래했다. 중국과 외국기업이 합작한 첫 조인트벤처 회사의 아시아 담당자였다. 그러던 중 스위스 정부로부터 대사직을 제안 받아 중국, 몽골, 북한을 담당하는 외교관이 됐다. 중국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기에 중국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술품 1점이 100권의 책보다 더 많은 것을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열과 통제가 심했던 중국에서는 더욱 그랬다. 당시 아무도 중국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큐레이터도,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어서 혼자 공부하며 수집을 시작했다. 당시는 작품 가격도 아주 낮아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수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중국 현대미술의 태동기를 목격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M+ 기증을 후회하지는 않는지.  -공공미술관은 역사를 보존하고 보여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 현대미술 작품을 컬렉션하면서 언젠가 공공기관에 기증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 어디에 할 것인가가 문제였는데 나는 홍콩을 선택했다. 최근 상하이에 많은 사립미술관이 들어서고, 예술특구로 시에서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검열이나 통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본다. M+는 최적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컬렉션 기준과 규모는.  -미술은 돈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나는 돈 벌려고 수집하지는 않는다. 미술은 공공의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얼마나 되는지 보다는 얼마나 좋은 작품인지를 중시한다. 중국 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를 중심으로 400명 작가의 작품 2300점을 소장했다. 그밖에 개인 취향으로 몇 백 점을 소장하고 있다. 박서보, 이세현, 함경아 등 한국 작가도 있다. 분단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을 반영하거나 상호 작용하는 한국 작품들에 관심이 있다. 요즘 관심이 높아지는 아프리카와 유럽, 인도 작품도 몇 점 있다.  →좋은 예술작품이란.  -시각예술은 말보다 훨씬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좋은 작품이란 시각예술만의 특이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텍스트로 표현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좋은 작품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은 예술 작품이다. 글·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오늘은 내가 사장님” 성남 어린이 벼룩시장 열린다

    “오늘은 내가 사장님” 성남 어린이 벼룩시장 열린다

    어린이들이 사장이 돼 실물 경제를 체험하고 나눔의 미덕을 실천할 수 있는 벼룩시장이 오는 9일 시청 광장에 펼쳐진다. 경기 성남시는 이날 오후 1시~4시 ‘어린이 경제벼룩시장’ 행사 연다고 1일 밝혔다. 어린이 경제벼룩시장은 2010년부터 매년 1~2회 열려 이번에 12회째다. 행사장에는 1만여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500여 팀의 가족단위 어린이가 판매자로 참여해 재활용 가능한 의류, 학용품, 책, 생활용품 등 다양한 중고 물품을 직거래한다. 기간 내 판매자 참여 신청을 하지 못한 어린이들을 위해 행사 당일 현장 접수도 한다. 어린이들은 판매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 가운데 10% 이상을 자율적으로 기부하고, 팔고 남은 물품 역시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동안 시청 광장 주변에는 15개의 체험 부스가 설치·운영된다. 도전 경제 골든벨, 뚝딱뚝딱 목공방, 천연염색, 환경놀이터, 성남FC 홍보존, 에코백 그림 그리기, 우리 집 미니태양광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책이 손을 내밀었다… 그 거리에서

    책이 손을 내밀었다… 그 거리에서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사람들이 여름휴가 때 더 많은 책을 본다는 통계 탓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란 구호가 무색해 지긴 했지만, 서늘한 가을이 책 읽기 좋은 계절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계절에 가볼 만한 전국의 책방과 책거리를 모았다. ‘그날의 현재’를 파는 헌책방이 있고, 문화가 어우러진 책거리도 있다. 글 사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그날의 현재’를 파는 산 속 헌책방-단양 새한서점 충북 단양의 새한서점은 무엇을 파느냐보다 대체 왜 이런 곳에 자리를 잡았을까에 더 관심이 쏠리는 책방이다. 1979년 서울 잠실에서 노점으로 출발한 새한서점은 답십리, 안암동 고려대 앞 등을 전전하다 2002년 단양으로 옮겨왔다. 애초 폐교인 적성초등학교에 자리를 잡았다가 2009년 적성면 현곡리에 새 둥지를 틀었다. 헌책엔 과거의 추억보다 그날의 현재가 담겨 있다. 새한서점은 이 같은 낡은 책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무려 13만권에 달하는 헌책들이 낡은 건물 두 동에 빼곡하게 차 있다. 서점 안으로 들어서면 낡은 책들의 향기가 먼저 달려나온다. 헌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마음이 편안해질 기분 좋은 향기다. 책방 옆은 계곡이다. 맑은 계곡물이 쉼 없이 흘러간다. 계곡 옆의 의자에 몸을 기대고 책을 읽다 보면 온갖 시름이 저만치 달아날 듯하다. 책들은 대체로 깔끔하지 않다. 시간과 흙먼지가 켜켜이 쌓인 탓이다. 책값 역시 그리 싼 편이 아니다. 낡은 서가 특유의 분위기와 풍경을 즐긴 대가가 책값에 포함돼 있다 치면 맞을 듯하다. 새한서점이 명소 반열에 올라선 것은 영화 ‘내부자들’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영화에서 새한서점은 우장훈 검사(조승우)의 본가로 나온다. 우 검사가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를 숨기기 위해 저녁 무렵에 굽이굽이 시골길을 운전해 찾아간 곳이 바로 새한서점이다. 그 흔한 컴퓨터 그래픽 하나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등장한다. 사실 새한서점은 영화처럼 저물녘에 가야 제맛이다. 어둠이 스멀스멀 깔리고 바람벽에 전등이 켜질 무렵의 느낌이 참 좋다. 하지만 새한서점은 오후 7시면 문을 닫는다. 가급적 낮 동안에 찾는 게 좋다. 새한서점 주변에 풍등을 체험할 수 있는 감골바람개비 마을, 도담삼봉 등의 명소가 있다. 중앙고속도로 북단양 나들목으로 나와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한참 들어가야 한다. 적성면 소재지부터 책방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한다.출판인들이 모여 만든 지혜의 숲-파주 출판도시 경기 파주 출판도시는 출판인들이 모여 조성한 일종의 출판산업 단지다. 여기에 독특한 문화를 입힌 건축물들이 더해지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파주 출판도시의 랜드마크는 ‘지혜의 숲’이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이 만든 독서공간이다. 지혜의 숲은 모두 3개 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20여만 권의 책이 빽빽하게 채워진 서가는 모두 합한 길이가 3.1㎞에 달한다고 한다. 개방형 서가의 형태로,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가 책을 꺼내 볼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1관이다. 학자, 지식인, 전문가들이 기증한 도서가 소장된 공간이다. 높이 8m의 서가가 로비와 복도를 따라 이어져 있다. 평일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2, 3관은 출판사 기증도서가 소장돼 있다. 특히 3관의 경우 매일 제한시간 없이 무료로 개방돼 독서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출판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다. 아름답고 독특한 공간 구성으로 2004년 김수근건축문화상을 수상했다. 건물 옆은 ‘김동수 가옥 별채’다. 전북 정읍에 있는 김동수 가옥의 사랑채를 그대로 옮겨왔다. 옛것을 본받아 우리 문화를 바로 세우자는 출판인들의 의지가 담겼다. 고택 옆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1975년 서울 여의도의 국회의사당 도서관 조성 당시 식재된 나무다. 2002년 출판도시로 옮겨 심어졌다. 피노키오뮤지엄, 미메시스아트뮤지엄 등 개성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감응의 건축가’ 정기용이 설계한 피노키오뮤지엄이 특히 인상적이다. 지혜의 숲 맞은편에 있다. 출판단지 곳곳에 북카페들도 많다. 따스한 차 한 잔 들고 책갈피를 넘기다 보면 마음 깊은 곳까지 평화로워지는 듯하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주변에 주차공간이 있다. 차는 세워두고 걸어서 천천히 돌아보는 게 좋겠다.옛 경의선 철길 위 독서 공간-마포 경의선 책거리 경의선 책거리는 옛 철길 위에 조성한 책 테마거리다. ‘독서문화가 살아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며 지난해 10월 들어섰다. 서울 마포 홍대입구역에서 와우교까지 약 250m 정도 이어져 있다. 10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지역을 갈라놓았던 철길이 사라진 뒤 주변 풍경이 한결 넓고 여유로워졌다. 석탄을 싣고 달리며 경제를 일궜던 철길의 역사성과 책 문화가 절묘하게 경계를 이루고 있다.경의선 책거리는 출판사가 위탁 운영하는 열차 모형의 도서 부스 6동 등 8동의 전시공간이 핵심이다. 시민이 사랑하는 책 100선 조형물 등 볼거리도 적절하게 배치해 뒀다. 전시회와 조각전 등 문화 행사들도 수시로 열린다. 책거리의 테마는 ‘312일간의 산책’이다. 한 해 312일 동안 저자와 시민들의 만남을 이끌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연중 이어진다. 9월에는 ‘시로 만나는 윤동주’ 이벤트가 열린다. 인문학 강좌와 시 낭송 등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책거리 양옆으로는 경의선 숲길이 이웃해 있다. 길이가 무려 6.3㎞에 이르는, 길쭉한 형태의 공원이다. 특히 양화로 건너편의 연남동 구간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닮았다 해서 ‘연트럴 파크’라 불리기도 한다. 주말이면 액세서리 등을 파는 벼룩시장이 곳곳에서 열린다.
  • [식음료 특집] 동아오츠카, 북드림 키우는 응원 ‘톡톡’

    [식음료 특집] 동아오츠카, 북드림 키우는 응원 ‘톡톡’

    ‘오란씨’로 유명한 동아오츠카가 독립서점 및 중소출판사를 돕는 등 침체된 출판계 살리기에 나섰다. 동아오츠카는 독립서점 미스터버티고, 위트앤시니컬, 쉼표하나, 짐프리에서 열린 작품 낭독회, 북콘서트, 세계출판독립물 전시를 후원했고 한길사, 알마, 샨티, 제철소 등 출판사들의 작가 강연회 및 신간 발표회 개최를 도왔다.경의선책거리에서 펼쳐진 ‘트렁크책축제’와 ‘파주출판도시 어린이 책잔치’에 후원사로 참여한 것은 물론 ‘세계 책의날 문화행사’, ‘서울국제도서전’ 같은 책 관련 축제에 신제품인 ‘오란씨 깔라만시’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가졌다. 지난달에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함께 ‘오란씨와 함께하는 하이! 하이! 북드림 콘서트’를 열고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의 저자인 김수영 작가를 초청해 경기 수원시 창현고와 유신고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행사 뒤에는 300만원가량의 청소년 권장 도서를 기증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올해 1월 송인서적의 부도 사태로 인해 위기에 빠진 중소출판사를 지원하고, 침체된 출판계와 문화산업의 활성화를 바라는 취지에서 다양한 지원행사를 기획했으며 앞으로도 문화 후원을 계속 이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의 꿈, 들꽃으로 다시 피다

    위안부 할머니의 꿈, 들꽃으로 다시 피다

    故 김군자 할머니 등 5명 조명 시각 장애인 위한 입체적 제작 “목화 등 표현… 삶·추억 담아”“김군자 할머니 생전에 책을 안겨 드려야 했는데 영정 앞에 올리게 돼 속상했어요. 책을 못 보고 돌아가셔서 안타까웠습니다.” 지난달 23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 영정 앞에 어린 시절 삶을 담은 천으로 만든 두툼한 그림 동화책 한 권이 헌정됐었다. ‘꽃 중의 꽃 김군자 할머니 동화’라는 제목에 쑥부쟁이가 수놓인 이 책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도서다. 경기 의정부시의 미술작가 모임인 문화살롱 ‘공’이 2012년부터 경기 문화바우처 프로젝트로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 5명의 이야기를 촉각도서로 만든 것이다. 15일 의정부 작업 공간에서 기자와 만난 기획자 문미희(38·여) 설치작가는 “지난해 배춘희·이옥선 할머니 이야기책 등 3권을 전해 드렸고, 올해 김군자 할머니 이야기책을 포함한 3권을 기증하려고 했는데 책이 나오는 것을 못 보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할머니들의 삶과 꿈을 알리기 위해 많은 예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촉각동화 제작에 참여했다”며 “개인 사정으로 원치않는 할머니도 있고 처음엔 서먹했으나 매주 월요일 나눔의 집을 방문해 말벗이 되고 일상을 함께 나누자 작가들에게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맞아주셨다”고 했다. 책에서 강일출 할머니는 목화, 김군자 할머니는 쑥부쟁이, 박옥선 할머니는 용담, 배춘희 할머니는 엉겅퀴, 이옥선 할머니는 패랭이꽃으로 표현됐다. 문 작가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처음 찾아갔을 때 “사진 찍지 마”라며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해줬다고 했다. 박 할머니는 수줍음 많고 조용한 성격이나 노래시간에는 점잔을 빼지 않고 춤사위도 수준급이라고 한다. 음악과 영화에 관심이 많은 배 할머니는 나눔의 집에서 예술가로 통하는데, 마이산으로 가을 소풍 갔을 땐 20분간 ‘단독 콘서트’를 했다. 차분한 성품의 이옥선 할머니는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이런 책들이 만들어져 우리 아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며 신기해 했다고 한다. 문 작가는 이날 광복절을 맞아 “서른일곱 분의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한·일 위안부 문제가 빨리 해결되고 행복한 여생을 보냈으면 좋겠다”면서 “촉각도서 6권을 1권으로 묶어 내년에 종이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했다. 글 사진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이곳이 바로 ‘지옥섬’ 군함도…참상 담은 사진 공개

    이곳이 바로 ‘지옥섬’ 군함도…참상 담은 사진 공개

    행정안정부 국가기록원은 일본 서남(西南) 한국기독교회관으로부터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 사본 6000여점을 기증받아 공개했다고 13일 밝혔다.기록원이 이번에 기증받은 문서 5000여 점과 사진 1000여 점은 일본 내 강제동원 연구자로 잘 알려진 하야시에이다이(林えいだい)가 수집하거나 직접 생산한 것들이다.하야시에이다이는 조선인 강제동원 연구를 위해 후쿠오카(福岡), 홋카이도(北海道), 한국 등을 찾아다니며 관련 자료를 수집해 『청산되지 않은 소화(昭和)-조선인 강제연행의 기록 』(1990) 등 57권의 책을 펴냈다.기록물에는 ‘군함도’ 관련 사진도 다수 포함됐다. 군함도는 미쓰비시가 1890년 사들여 개발한 해저 탄광으로, ‘감옥섬’, ‘지옥섬’으로 불려왔다. 국가기록원은 분류작업을 거쳐 홈페이지를 통해 기록물 전체를 공개할 예정이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도망 나온 조선인 광부 숨겨줬다는 일본인 증언 공개

    도망 나온 조선인 광부 숨겨줬다는 일본인 증언 공개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13일 일본 서남한국기독교회관으로부터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 사본을 기증받아 공개했다. 이번에 국가기록원이 기증받은 기록물은 일본 내 강제동원 연구자로 잘 알려진 하야시 에이다이가 수집하거나 직접 생산한 문서와 사진기록 6000여점이다. 하야시는 조선인 강제동원 연구를 위해 후쿠오카, 홋카이도, 한국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관련 자료를 수집했고, 지금까지 ‘청산되지 않은 소화-조선인 강제연행의 기록’(1990) 등 57권의 책을 썼다. 일본 서남한국기독교회관은 규슈 지역 서남한국기독교가 2007년 설립한 부속기관으로 하야시로부터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수집한 바 있다.특히 1944년 8월부터 1945년 9월에 걸쳐 후쿠오카의 메이지 광업소 메이지 탄광이 생산한 ‘노무월보’는 당시 조선인이 처한 혹독한 노동 상황 등을 보여 주는 중요자료로 평가된다. 1944년 8월 누계 자료에는 탄광에 도착한 광부 1963명 중 1125명(약 57%)이 도주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어 강제노동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일본 지쿠호 일대에서 아소광업이 운영한 7개 탄광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던 아소 요시쿠마 탄광에서 1936년 발생한 갱도 사고와 관련한 신문 보도도 눈길을 끈다. 신문 기사에는 “갱도 화재사고로 인해 사망 20명, 중상 3명, 경상 12명, 행방불명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적혀 있다. 하야시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군함도(하시마섬) 관련 사진도 여러 점 공개됐다. 군함도는 미쓰비시가 1890년 사들여 개발한 해저 탄광으로 혹독한 노동조건 탓에 ‘감옥섬’ 또는 ‘지옥섬’으로 불렸다. 공개된 사진은 군함도의 전경, 신사 및 초소, 채굴한 석탄을 씻는 세탄장, 조선인이 수용되었던 시설 등이다. 하야시가 강제동원 피해 유족 등을 직접 만나 촬영한 사진과 면담 내용도 함께 공개되었다. 미쓰비시 사키토 탄광 피해자의 유족 사진에는 “부친이 면 순사에게 체포되어 연행된 후 1944년 병사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모친은 갑자기 가출하고 나는 친척집에 맡겨졌다. 부친의 유골은 전후 동료가 가지고 돌아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도치기현 아시오 마을의 한 일본인 노부부는 “아시오 구리광산 고타키 갱도의 조선인 광부가 도망을 오면 그들을 숨겨 주고 주먹밥을 줘 달아나게 했다”며 당시 조선인에게 도움을 줬던 사실을 증언했다. 일제 강제동원 전문가인 정혜경 박사는 “이들 기록은 하야시가 일제 강제동원 관련 저술 등에 이미 활용한 바 있으나 대량으로 입수돼 공개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가기록원은 기증받은 6000여점의 기록물에 대한 분류작업을 마무리한 뒤 기록원 홈페이지를 통해 내용 전체를 공개할 예정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타오르는 사랑나눔 열정…무더위보다 뜨겁다

    타오르는 사랑나눔 열정…무더위보다 뜨겁다

    KT&G, 협력사와 목표 초과분 이익 나눠 현대오일뱅크, 월급 1%를 나눔 기금으로수출입은행, 다문화가족지원단체 車 기증캠코, 시각장애인 위한 오디오북 제작케이토토, 불법도박 근절·예방 캠페인●KT&G KT&G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잎담배 농가 지원 등 활발한 상생경영을 펼치고 있다. 먼저 KT&G가 협력사들과 맺는 계약서에는 다른 회사와는 달리 ‘갑’과 ‘을’이라는 표현이 아예 없다. 지난 2013년부터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갑’과 ‘을’이라는 표현 대신 ‘회사’, ‘공급사’ 등으로 사내 규칙을 바꿔 사소한 관행부터 협력사들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KT&G는 또 협력사들에 매월 결제용 어음이 아닌 전액 현금으로 납품대금을 지급한다. 현금 유동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한 협력사들의 사정을 고려한 것. 특히 명절과 연말연시에는 협력사들에 물품대금을 예정일보다 앞당겨 지급해 이들의 자금 부담 해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협력사의 고충을 함께하는 차원에서 계약체결 후 90일 단위로 원재료 가격 상승 시 이를 반영해 구매계약 금액을 재조정하고 있다. 아울러 목표 원가제를 도입해 목표를 초과하는 성과에 대해서는 협력사와 이익을 서로 분배하는 방식으로 상생경영에 힘쓰고 있다. 협력사 지원과 더불어 KT&G는 국내 유일의 담배기업으로서의 담뱃잎 원료를 공급하는 잎담배 농민들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잎담배 농사의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임직원들이 직접 잎담배 수확을 돕고 있다. 잎담배 농사는 무더운 7∼8월에 수확이 집중돼 있고, 기계화 농업이 많이 이뤄진 다른 작물과 달리 잎을 따고 말리는 과정 대부분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게다가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농가들은 수확 철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임직원들의 일손은 농민들에게 소중한 도움이 되고 있다. 잎담배 농가들에 대한 KT&G의 지원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KT&G는 춘분기 농가들이 겪는 영농 자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경작인별로 잎담배 예정 판매대금의 30%를 3~4월에 현금으로 사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국내 잎담배 농민들의 복리후생 증진을 위해 4억원의 후원금을 지원했다. 이 지원금은 잎담배 경작인 1100명에 대한 종합 건강검진비와 저소득 농가 자녀 53명의 장학금으로 활용된다. KT&G는 지난해 3억원보다 지원금을 늘렸다. 지난 2013년부터 국내 잎담배 농가 지원 차원에서 시작한 이 사업을 통해 올해까지 360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이 베트남 국립중앙도서관 내 유휴공간에 어린이문화도서관을 조성, 베트남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 어린이문화도서관은 도서관, 악기관, 장난감관, 영상관 등의 복합공간으로 조성되며 모든 공간이 유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설계, 베트남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게 된다. 한국과 베트남의 전통악기가 전시되는 악기관에서는 베트남 어린이들이 악기를 직접 연주해 볼 수 있고, 각종 인기 캐릭터 인형과 놀이도구 등이 비치될 장난감관은 베트남 어린이들이 양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친밀도를 높이는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영상관은 한국의 뮤직비디오와 만화,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상영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베트남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100주년과 한·베트남 수교 25주년을 맞아 추진되는 교류협력사업으로 더욱 의미가 있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해 오는 11월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임직원 월급 일부를 재원으로 하는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2012년 출범했다. 퇴직 시까지 매달 월급 1%가 공제되는 이 나눔 운동은 첫 출발부터 70%대 참여율을 기록하며 구성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제는 급여 외에도 상금·강의료·경조사비로 받은 돈 일부를 재단에 기부하는 등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의 일상과 문화가 돼가고 있다. 전사 체육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내놓거나 결혼 후 돌리는 떡값 등을 아껴 기부한 직원들도 많다. 초기 70%대였던 급여 1% 나눔 참여율은 5년이 지난 현재 98%까지 올라갔다. 본격적으로 기금을 조성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모인 기금은 75억 원에 달한다. 연평균 15억원 정도다. 협력업체도 급여 나눔에 동참했다. 대산공장 출퇴근 버스를 운영하는 성신STA를 비롯해 대동항업, 새론건설 등 지역 협력업체의 직원들이 월급의 1%를 기부하고 있다.●한국수출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국 8개 다문화가족지원단체에 차량 8대(1억6000만원 상당)를 기증했다. 홍영표 수출입은행 전무이사는 지난 18일 오후 수출입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박찬봉 사랑의열매 사무총장과 함께 한국이주노동재단 등 다문화가족지원기관 8개 단체 대표들에게 차량을 전달했다. 차량은 각 기관의 수요에 따라 준비한 승합차 4대와 경차 4대가 제공됐다. 이 기관들은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복지지원활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이동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단체들로 사랑의열매가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홍영표 전무이사는 이날 차량을 전달한 후 “수출입은행의 희망씨앗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다문화가족을 포함한 신구성원의 안정적인 정착”이라면서 “수출입은행이 제공한 차량이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에 유익하게 쓰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같은 규모의 차량을 기증하는 등 2011년부터 올해까지 총 9억 8600만원 상당의 차량 60대를 다문화가족지원기관 등에 기증해왔다.●캠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는 2014년부터 지식·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시각장애인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함께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마음으로 듣는 소리’를 제작하고 있다. 캠코 시각장애인 오디오북은 시즌1 65권, 시즌2 70권에 이어 시즌3 65권까지 총 200권의 오디오북이 제작됐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오디오북 제작은 단순 기부나 일회성 나눔활동 대신 임직원들의 참여와 재능기부를 바탕으로 일반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캠코형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캠코는 국내 최초로 ‘그림해설’과 ‘만화도서’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하는 등 다양하고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단순한 텍스트 전달을 넘어 책 속의 그림과 상황까지 전달해 시각장애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케이토토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인 케이토토가 활발한 건전화 활동으로 건강한 스포츠레저 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케이토토는 지난달 27일 안양시청에서 FC안양 선수들과 코치들을 대상으로 승부조작과 불법스포츠도박의 심각성을 알리고, 자칫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법률과 정보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선후배 등을 이용해 선수들에게 접근하는 불법스포츠도박 브로커의 수법과 승부조작 등으로 몰락한 선수들의 실제 사례를 공유했는데 이 자료는 교육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던졌다는 평가다. 지난달 28일에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부산센터 및 부산동부준법지원센터와 함께 부산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불법도박 근절을 위한 예방 캠페인을 했다. 터미널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불법도박의 폐해에 관한 OX퀴즈, 다트 맞추기 등의 게임을 통해 불법도박과 도박중독의 위험성을 알렸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송파 ‘책박물관’ 첫 삽 뜨던 날

    송파 ‘책박물관’ 첫 삽 뜨던 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는 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가 모유를 먹고 몸이 튼튼해지듯 엄마와 함께 책을 읽고 자란 아이는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지지 않을까요.”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 내년 12월 무려 9510가구가 입주하는 ‘송파헬리오시티’ 단지 안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어지는 공립 ‘송파책박물관’(가칭) 기공식이 열렸다.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으로 기부채납된 6000㎡(약 1815평) 규모의 부지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구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춘희 송파구청장의 힘이 실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3년 전 송파책박물관 건립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날 기념사를 맡은 박 구청장은 “‘송파책박물관’은 2012년부터 구가 심혈을 기울여 진행한 ‘책읽는송파’ 사업의 완결판이자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송파구민의 지적 쉼터이자 독서문화대표도시 송파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구성되며 2개의 상설전시장, 어린이체험실, 북카페, 수장고 테마도서관 등 이용자 중심의 체험 특화 공간으로 꾸며진다. 박물관에 전시될 자료 2362점은 현재 송파구 충민로에 위치한 송파글마루도서관에서 보관 중이다. 구가 기증받은 자료 2007점 중 눈에 띄는 것은 서울시립대 독립사 전공 교수인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 명의로 기증한 근대기 사회 및 정치사 관련 전문 서적이다. 책과 관련된 생활용품, 기구나 인쇄 문화를 보여 줄 만한 인쇄기기 등 자료 338점은 구 차원에서 직접 구입했다. 지역의 각 동주민센터에서 작은 도서관으로 운영 중인 ‘새마을문고’ 회원 김지미(48·여·마천2동)씨는 “주민센터 안에 문고가 들어선 후로 자녀를 둔 엄마들이 직접 책 대여 봉사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책을 많이 읽게 됐는데 책박물관까지 들어선다고 해 환영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여야 대표 등 각계각층 조문 이어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 장례식장에는 24일 각계각층의 조문 행렬이 이틀째 이어졌다. 이날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빈소를 찾았다. 이 대표는 조문 뒤 빈소를 지키고 있는 이용수 할머니를 위로하며 “오늘 가서 당 입장으로 ‘위안부 합의는 무효다. 파기는 우리한테 책임 있는 게 아니라 일본 측에 있다. 빨리 사과 제대로 해라. 재협상이다’는 뜻을 모으려고 한다”고 했다. 오후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대표들이 잇따라 조문했다. 추 대표는 이 할머니에게 “반드시 사과드리게 하겠다. 만천하에 ‘잘못했다’라고”라고 말했다. 소녀상 농성 대학생, 시민단체 회원, 시민 등의 조문도 하루 종일 이어졌다. 나눔의 집은 25일 오전 8시 30분 분당차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한 뒤 나눔의 집 역사관 앞에서 1시간여 동안 노제를 열 예정이다. 노제 뒤 서울 양재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하고 유해는 나눔의 집 법당에 안치한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수원교구의 은인이었던 김 할머니를 예우하고자 25일 오전 10시 30분 경기 광주시 퇴촌성당에서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로 장례미사를 한다. 천주교 신자로 세례명이 요안나인 김 할머니는 2년 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수원교구에 1억원을 쾌척했다. 인터넷 누리꾼들도 일본 정부의 사과를 끝내 받지 못하고 숨진 김 할머니를 애도했다. 네이버 아이디 ‘doub****’는 “할머니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chek****’는 “할머니 편한 곳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애도의 글을 올렸다. 한편 김군자 할머니의 어린 시절 삶을 담은 그림 동화책이 고인의 영정 앞에 헌정됐다. 미술작가들의 모임인 문화살롱 ‘공’이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엮어 시각장애 아이들을 위해 촉각도서로 만든 책이다. 작가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가을까지 3개월간 매주 김군자 할머니를 찾아가 위안부로 끌려갔던 아픈 시기를 제외한 나머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정리했다. 이 작업에 참여한 설치미술작가 문미희(38·여)씨는 “지난해 배춘희·이옥선 할머니 이야기책 등 3권을 전해 드렸고 올해 김군자 할머니 이야기책을 포함한 3권을 기증하려고 했는데 책 나오는 것도 못 보시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나치 금서 불태운 땅 위에… 지혜와 자유의 상징 세우다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나치 금서 불태운 땅 위에… 지혜와 자유의 상징 세우다

    독일 중부에 위치한 인구 20만의 도시 카셀은 5년마다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가늠하는 카셀 도쿠멘타가 열리기 때문이다. 도쿠멘타의 해가 되면 6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카셀 시내 전체는 ‘100일간의 미술관’으로 변한다. 그랜드투어의 해인 2017년 14회째를 맞은 도쿠멘타가 열리는 카셀은 여러 방향으로 뻗어가는 화살표를 바탕에 깐 포스터와 배너, 입간판들이 곳곳을 장식하며 도시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주 전시장인 시내 한복판의 프리데리치아눔 건물 꼭대기에서 피어오르는 흰 연기는 축제 분위기를 한 층 고조시켰다. 간편한 복장에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지도를 들고서 전시장을 찾아다니는 방문객들 사이에서 현지인들이 오히려 머쓱해질 정도였다. 2012년 열린 ‘도쿠멘타 13’의 유료 관람객이 90만명을 육박했다는데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베니스 비엔날레가 겹치는 이번 ‘도쿠멘타 14’에는 적어도 100만명이 미술관을 찾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9월까지 전시… 올해 100만명 찾을 듯 도쿠멘타의 실험성과 주제의식은 예술 감독의 성향에 따라 전적으로 결정되게 마련이다. 올해 도쿠멘타의 예술감독은 폴란드 출신의 큐레이터 아담 심칙이 맡았다. 바젤 쿤스트할레 관장을 지냈고 베를린 비엔날레 공동 감독을 맡았던 그는 실험정신과 리서치, 작가들과의 협업을 중시하는 기획자로 알려져 있다. 심칙은 처음으로 그리스 아테네와 독일 카셀 두 도시에서 도쿠멘타를 여는 모험을 감행했다. 전시 주제는 ‘아테네로부터 배우기’다. 아테네에서는 지난 4월 8일 시작해 이달 16일까지 열렸다. 6월 10일 공식 오프닝을 가진 카셀에선 오는 9월 17일까지 160명의 예술가들이 프리데리치아눔 외에 프리드리히광장, 도쿠멘타홀, 옛 기차역 등 30여 곳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도쿠멘타는 아테네라는 특정 도시를 주제로 하고 있어 접근방식에서 확연히 차별성을 띨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그리 알려지지 않은 그리스 작가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생경했고 주제의 전개 면에서도 식상하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아테네국립현대미술관(EMST)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프리데리치아눔의 전시는 과연 지금 이 순간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그리스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와 닿지 않았다. 이미 국가 간의 경계가 없어진 현대미술에서 서구문명의 출발점인 아테네에서 배우자는 구호가 비서구권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쟁과 난민문제를 거론하고 학살이나 탄압, 차별, 침략을 고발하는 기록, 사진, 회화, 오브제, 영상 등을 나열한 전시는 지금 이 세계의 문제에 주목했다고 하지만 진부한 느낌이었다.그럼에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카셀까지 찾아온 보람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도쿠멘타 14의 대표작품으로 프리데리치아눔 앞 프리드리히 광장에 설치된 마르타 미누힌의 ‘책의 파르테논’은 다른 모든 작품들의 존재가 무의미하게 여겨질 정도로 강렬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개념미술가인 미누힌은 1983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와 비슷한 작품을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한 층 더 진전된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금서 약 10만권으로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모양의 구조물을 채우고 전시가 끝나면 시민들에 다시 나눠주는 것이다. 기증받은 책을 비닐에 넣어 밀봉한 뒤 전시 구조물에 부착하는데 전시 기간 중에도 시민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기증을 받아 매일 사다리차가 책을 설치하고 있다. ‘책의 판테온’이 더욱 상징성을 갖는 이유는 바로 이 장소에서 1933년 5월 19일 나치가 ‘독일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약 2000권의 금서를 불태웠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나치의 만행을 상기시키면서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금서’들을 지혜의 사원에 되돌려 주려는 의도를 작품에 담았다. 신전 앞에는 책을 기증받는 상자가 설치돼 있다. 자전거를 타고 책을 가져 온 헤스타씨는 “알제리 작가의 책 두 권을 상자에 넣었다”며 “오늘날 만연한 폭력과 어딘가에서 계속되는 검열 등 온갖 종류의 편협함에 항거하는 작가의 정신에 공감하기 때문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시민 기증 책 10만권으로 신전 쌓아 미누힌은 사회참여적인 이 작품을 통해 집안에 꽂혀 있던 책으로 미술작품을 만들고, 미술작품이 됐던 책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보내는 순환을 시도했다. 미술 작품이 지니는 신비감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우리가 처한 현실적 문제와 미술이 직접 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미대 서양화과 윤동천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미누힌의 기념비적인 작품은 예술이 더이상 엄숙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지난번 도쿠멘타에 비해 규모가 좀 줄어들고 주제전에도 스펙터클한 작품이 적었지만 현대미술이 점차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아지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현상”이라고 평했다. 유한회사인 카셀도쿠멘타가 헤센주와 카셀시의 지원을 받아 주관하는 도쿠멘타는 전위적인 실험미술의 산실로 현대 미술의 흐름을 읽는 데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초대형 미술행사다. 도쿠멘타에 초대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제무대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중요한 행사가 왜 하필 카셀에서 열리고, 전시회를 의미하는 단어들 대신 독일어로 교훈, 기록, 문서를 의미하는 ‘도쿠멘타’라는 단어를 썼을까. 카셀에는 나치 독일의 제9관구 국군사령부가 있었고 독일 최대의 군수회사 헨셸의 공장도 있었다. 1830년 설립된 헨셸은 연합군을 공포에 떨게 했던 대전차부터 항공기, 탱크 등 무기와 운송장비를 생산해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의 주요 타깃이 됐다. 1941년 9월 영국공군은 카셀에 폭탄 70여개를 투하했다. 이어지는 폭격으로 도시는 폐허가 됐다. 도시의 90%가 파괴되고 최소 1만명이 목숨을 일었으며 15만명이 집을 잃었다. 전쟁 후 동서독으로 나뉠 때 동독과의 경계를 불과 30㎞ 거리에 둔 카셀은 서독에 속하게 된다.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도시는 미국의 마셜플랜에 힘입어 급속도로 재건됐다. 전쟁이 끝난 지 10년 만인 1955년 전쟁의 상처를 예술로 치유한다는 명목으로 기획된 것이 첫 번째 도쿠멘타였다. ‘반성과 자각의 토대 위에 새로운 예술의 역사를 쓰자’고 제안한 사람은 카셀 국립대학 회화과 교수인 아놀드 보데(1990~1977)였다. 국제정원박람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첫 번째 도쿠멘타는 나치에게 ‘퇴폐미술가’로 낙인찍혀 핍박받았던 예술가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회고전 형식으로 진행됐다. 보데는 자기성찰과 반성의 토대 위에 새로운 현대미술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로 도쿠멘타라는 단어를 채택했다. 도쿠멘타는 4회부터 유럽 작가들을 수용하면서 현대의 미술 담론을 제시하는 중요한 미술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전위적인 실험성을 띠기 시작한 것은 하랄트 제만이 예술감독을 맡았던 5회(1972년)부터이다. ‘도쿠멘타 5’는 68혁명 이후 유럽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정치적 메시지와 실험성 강한 전시로 국제 미술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플럭서스 그룹, 아르테 포베라, 개념미술에 참여하는 최전선의 예술가들이 도쿠멘타로 몰려들었다.●떡갈나무 7000그루, 계속되는 프로젝트 독일 전위예술가 요제프 보이스는 그해 100일 동안 매일 시민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며 ‘사회적 조각’을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카셀 도쿠멘타를 국제 미술계에 각인시킨 일등공신이다. 실천하는 예술을 주장했던 보이스는 1982년 열린 ‘도쿠멘타 7’에서 긴급히 복원된 도시 카셀에 7000그루의 떡갈나무를 현무암 기둥과 한쌍으로 심는 거대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예술의 행위로 카셀에 역사와 자연을 심는 이 프로젝트는 보이스가 사망하고 1년 뒤 열린 1987년 도쿠멘타에서 그의 아들이 7000번째 나무를 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보이스의 작품은 2012년 ‘도쿠멘타 13’에서 발표한 주세페 페노네의 작품 ‘돌의 아이디어’에 모티프를 제공했다. 청동과 강철로 된 나무가 돌을 떠안고 있고 주변에 묘목을 심은 작품으로 카를스아우에 공원에 설치돼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나치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가들에게 저지른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반성과 자각에서 출발한 카셀 도쿠멘타는 하나의 종결된 미술을 보여주기보다는 지속적이고 변화하는 미술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조명하고 실험하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한다. 도쿠멘타의 정신을 오롯이 살린 ‘책의 판테온’, 광장에 서 있는 보이스의 떡갈나무들은 도쿠멘타가 가꿔 가는 현대미술의 살아 있는 역사가 되고 있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역사를 만들어가는 도쿠멘타, 5년 뒤를 기다리게 되는 이유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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