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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설·불륜 거리낌 없는 이 작품, 20세기 최고의 영어소설이라고?

    배설·불륜 거리낌 없는 이 작품, 20세기 최고의 영어소설이라고?

    비장한 마음으로 책을 펼치지만, 역시 쉽지 않다. “독자들의 완독을 기원한다”는 출판사의 격려가 왜인지 서늘하게 들린다. 어쩌면 읽기 시작한 것 자체에 의의가 있을지도 모른다. 출간된 지 10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 영문학자들이 이 책과 씨름하고 있으니 말이다. 부디 이번에는 ‘더블린의 미로’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기를. 문학 역사상 가장 난해한 동시에 가장 매력적이라고 불리는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장편 ‘율리시스’(1·2권)를 문학동네가 새롭게 펴냈다. 두 권 합쳐 1420쪽. 문학동네는 “방대한 주석에 짓눌려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꼭 필요한 것만을 엄선했다”고 전했다. ‘오디세이아’와 같은 듯 다른 ‘율리시스’ ‘오디세우스’의 로마식 표현이기도 한 ‘율리시스’는 ‘오디세이아’와 이야기 구조가 유사하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를 떠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다. 율리시스는 더블린에 사는 ‘리어폴드 블룸’이라는 남자가 1904년 6월 16일 하루 시내를 쏘다니는 이야기다.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용감한 영웅 오디세우스와는 달리 블룸은 볼품없는 소시민이라는 점. 그리고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가 오랜 세월 변치 않는 믿음의 아이콘인 데 반해 블룸의 아내 ‘몰리’는 ‘보일런’이라는 남성과 불륜을 저지른다. ‘화장실에서 대변을 누며 하루를 시작한 블룸이 집으로 돌아와 몰리의 엉덩이에 키스하며 끝나는 이야기.’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것만 보면 어려울 게 없지만, ‘의식의 흐름’에 따라 현실과 공상을 어지럽게 오가는 문체가 독자를 좌절케 한다. 어찌나 정교하게 써놨는지, 배경인 더블린을 소설에 깨알같이 옮겨놨다고 한다. 심지어 현재도 더블린에 가면 조이스가 묘사해놓은 상점들이 있을 정도라고. 조이스는 한 편지에서 “더블린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리고 싶었다”면서 “언젠가 그 도시가 갑자기 지구상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내 책을 통해 재건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었다고 한다. 난해하고 더럽고 외설적인 문장들 소설의 처음과 끝에서 보듯 배설, 불륜과 관련한 적나라한 문장들이 거침없이 등장한다. “개 두 마리가 앞발을 들고 암놈 뒤에 집어넣고 있는 꼴을 바라보고 있을 때 우린 함께 꼴렸어”(2권 652쪽) 블룸과 몰리 사이에는 죽은 아들 루디가 있었는데, 이 아이를 잉태하는 장면을 블룸은 이렇게 회고한다. 13장(나우시카)에서 블룸은 처녀 ‘거티’의 치마 속을 훔쳐보며 몰래 자위행위를 하기도 한다. 4장에서 블룸이 대변을 누며 영국인이 쓴 소설 ‘팃비츠’를 읽다가 이 소설을 반으로 쫙 찢어 밑을 닦는 데 쓴다. 국내 조이스 연구자인 진선주 충북대 영어교육과 명예교수는 이 모습을 당시 아일랜드를 억압하던 영국을 비판하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하기도 했다. 첫 출간 당시 한 신문이 “조이스의 작품은 변소 문학을 전공한 도착증 환자가 쓴 것 같다”는 서평을 실은 이유다.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미국에서 10년간 판매가 금지되기도 했다. 물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작품은 재평가됐고, 세계적인 출판사 미국 랜덤하우스는 율리시스를 ‘20세기 영어로 쓰인 걸작 중 최고’라고 칭송했다. 조이스는 생전 ‘율리시스’를 “수수께끼를 워낙 많이 심어놓았기 때문에 장차 수백년간 내가 뭘 의미했는지를 두고 왈가왈부할 것이며, 이야말로 자신의 불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 적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많은 걸 감춰뒀으니 알아서들 찾으시오’다. 조이스를 읽는 것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숨바꼭질인 것 같기도 하다. 대표적으로는 17장(이타카)이 끝나는 2권 571쪽에 찍힌 크고 동그란 마침표다. 이것이 인쇄 과정에서 실수로 떨어진 잉크 방울인지, 아니면 조이스가 일부러 의도한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후대 학자들은 이것을 새알, 정액, 지구, 우주, 무, 엉덩이, 멜론, 자궁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놨지만, 어느 하나 똑 부러지는 정답은 없다. 조이스조차도 생전 “끔찍한 괴물”이라고 불렀던 ‘율리시스’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68년이다. 반세기가 넘어 이 책을 다시 번역한 이종일 세종대 영문과 교수에게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어떻게, 왜 읽어야 하는지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작품이 읽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면 안 읽힌다고 낙담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실제 사건과 사건 사이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지 않나. 의식의 흐름에 익숙해져야 한다. 작품에서 세계의 모습을 제시하는 조이스는 가식이나 위선을 철저히 배제한다. 분변학적이거나 외설적인 묘사가 난무하지만, 결국 이것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들이다. 그리하여 독자는 비상한 실감을 느끼며 소설에 빠지게 된다.” 소설과 달리 깨끗하고 정직한 사랑의 노래 더블린 시내에서 길을 잃었다면 잠시 시로 탈출해봐도 좋다. 조이스의 시를 엮은 ‘사랑은 사랑이 멀리 있어 슬퍼라’(아티초크)도 최근 번역 출간됐다. 시집을 들춰보면 작가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지러운 소설과는 달리 깨끗한 목소리로 정직하게 사랑을 노래하고 있어서다. 시집의 원제는 ‘실내악’(체임버뮤직)으로 조이스는 이 시들이 노래로 만들어지길 원했다고 한다. 일부는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조이스가 직접 곡을 붙인 16번째 ‘앳된 시절에 이별을 고하다’(Bid adieu to girlish day)는 아일랜드에서 지금도 애송되고 있다. “안녕, 안녕, 안녕을 고해요 / 앳된 시절에 안녕을 고해요, / 복된 사랑이 그대에게 구애하러 / 그대의 앳된 모습에 구애하러 왔어요.”
  • 최기식 국힘 의왕·과천 당협위원장 자서전 ‘마파람’ 출판회

    최기식 국힘 의왕·과천 당협위원장 자서전 ‘마파람’ 출판회

    최기식 국민의힘 의왕·과천당원협의회 위원장이 16일 오전 의왕시 부곡동 한국교통대학교 본관 1층 철마홀에서 자서전 ‘마파람’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검사 출신의 최 위원장은 어린 시절 성장기와 검사로서의 성공기, 변호사로서의 전향기, 그리고 정치에 입문하게 된 변곡점에 이르기까지 후배 세대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솔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다. 최초의 민·관 북한 인권 기록보존 소장을 역임한 최 위원장은 자유 통일 대한민국의 목표와 꿈을 이루고자 평소 끊임없이 노력하며 뚜벅이처럼 걸어온 인생 여정을 소개했다. ‘북한·통일 전문가’인 최 위원장은 이날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최 위원장은 이번 출판기념회를 통해 검사와 변호사가 아닌 ‘정치인 최기식’의 새로운 도전과 도약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최 위원장은 “의왕과 과천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지역 현안이 가득하다”며 “집권당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 국민의힘 소속인 김성제 의왕시장·신계용 과천시장 등과 두 도시가 한단계 더 도약·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또 “다양한 경력과 검증된 능력, 실력까지 겸비한 정치인 최기식의 면모를 낱낱이 보여줄 것”이라며 “지역 내 많은 시민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참석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인 최 위원장은 서울고등검찰청 송무부 부장검사, 대구지방검찰청 제1차장검사,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차장검사,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을 역임했다.
  • “86운동권의 이기적 정치 끝내자”, 與 ‘동부벨트’ 이승환·이재영·김재섭 [주간여의도Who?]

    “86운동권의 이기적 정치 끝내자”, 與 ‘동부벨트’ 이승환·이재영·김재섭 [주간여의도Who?]

    매주 금요일 [주간 여의도 Who?]가 온라인을 통해 독자를 찾아갑니다. 서울신문 정당팀이 ‘주간 여의도 인물’을 선정해 탐구합니다. 지난 일주일 국회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정치인의 말과 움직임을 다각도로 포착해 분석합니다. “빼앗긴 ‘서울의 봄’을 돌려달라.”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지역 국민의힘 소속 30·40대 젊은 당협위원장들이 야권의 86세대 운동권 정치인들을 향해 던진 일성이다. 이승환·이재영·김재섭 위원장 등 3인방이 ‘이기적 정치: 86 운동권이 뺏어간 서울의 봄’이란 책을 내고 86세대 운동권 정치인들의 “이기적 정치를 끝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삶의 변화가 아닌 여전히 이념의 변화만 추구하면서 국민의 현실적인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무급 입법 보조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끝으로 내년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승환(40) 중랑을 당협위원장은 지난 14일 북콘서트에서 민주당의 ‘86 운동권’을 빗대 “산동네 달동네는 화장실도 공동으로 써야 하는 곳인데 정치인들이 그곳에서 집을 고쳐주지는 않고 벽화를 그린다. 그리고선 ‘동네가 예뻐졌다’고 한다”며 “국민을 우민화시키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각종 편법으로 다음 세대의 출현을 억누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재섭(36) 도봉을 당협위원장은 “재개발·재건축이 돼서 아파트 평수가 좋아지면 보수정당 득표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민주당이 서울 외곽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며 “‘개발돼서 바뀌면 우리 표가 떨어진다, 그러니까 방치하자’가 (민주당 86세대의) 공통된 생각이 아니었을까”라고 비판했다. 그는 2020년 미래통합당 창당에 참여했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비대위원으로 이름을 알렸다. 19대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이재영(48)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그들은)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 편법을 사용하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서 “86세대 위선을 이제는 몰아내야 하는 시대다. 내년 총선에서 이를 부각해야 한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3인방이 출마하는 서울 강동을(이해식 의원·60), 중랑을(박홍근 의원·54), 도봉갑(인재근 의원·70)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50·70대 운동권 정치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신구(新舊) 대비 효과를 통해 자신들의 지역구인 서울 동부에서부터 세대교체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포부다. 이념대립에서 자유로운 30·40세대로서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자신의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이력을 쌓은 점은 이들 3인방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승환 위원장은 “시대적으로는 세대교체에 대한 사명감, 정치적으로는 86 운동권 청산에 대한 사명감, 개인적으로는 고향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정치 전문성을 발휘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 동남아에 버스 1800대 기증… ‘한류 산타’ 이중근의 기부 외교

    동남아에 버스 1800대 기증… ‘한류 산타’ 이중근의 기부 외교

    “동남아시아 출장 중에 혹서의 날씨에도 보호조치 하나 없이 오토바이로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어머니의 모습을 봤어요. 뒤에서 엄마 허리를 잡고 졸고 있는 아이가 혹여나 손을 놓치게 되면 생명을 잃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거나 다치지 않고 탈 수 있는 안전한 대중교통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국경 없는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중근(82) 부영그룹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이 오토바이와 ‘뚝뚝이’(삼륜차)가 주 교통수단인 라오스의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버스 600대를 기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캄보디아에 버스 1200대를 기부한 데 이은 선행이다. 기업의 선행이 단순한 기부 차원을 넘어 국가 간의 우호 관계 강화는 물론 대한민국의 국격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부영그룹은 13일(현지시간) 라오스 총리실 앞 광장에서 버스 기증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 참석한 손사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로부터 라오스의 사회·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시민권과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등급 훈장인 ‘1등 개발훈장 대통령 훈장’을 받았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캄보디아왕국 최고 훈장인 국가유공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냉방장치가 있는 버스를 이용하면 안전한 이동은 물론 학생과 시민들이 이동 시간을 활용해 책을 보는 등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주 교통수단이 버스로 전환된다면 국력 또한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증된 버스에는 부영의 브랜드 이미지인 원앙 마크와 함께 아파트 브랜드인 ‘사랑으로’가 적혀 있어 한국어 알리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영그룹은 현재까지 라오스에 디지털 피아노 2000여대, 교육용 칠판 3만여개를 기증했으며 초등학교 300곳의 건립 기금 약 780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또한 라오스 동남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해 골프 클럽을 조성했으며, 태권도센터 건립 발전기금으로 약 4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잇따른 선행으로 이 회장을 동남아에서는 ‘한류 산타클로스’로 부른다고 부영 측은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30일 취임식을 통해 경영 일선에 복귀했으며 지금까지 1조 1000억원이라는 금액을 사회에 기부했다.
  • 서럽도록 푸른 비극… 점옥이 눈에 비친 그날[어린이 책]

    서럽도록 푸른 비극… 점옥이 눈에 비친 그날[어린이 책]

    영문도 모를 일이었다. 시월의 그날, 암흑처럼 검은 큰 새가 날아와 까만 씨앗을 떨어뜨린다. 집과 밭에 빨갛고 노란 꽃들이 쿠궁쿵 대지를 뒤흔들며 피어나자 꽃밥을 나눠 먹던 언니도, 꽃밥을 지키던 백구도 자취를 감춘다. 함께 소꿉을 놀던 오동나무 밑을 점옥이 혼자 우두커니 지킨다. ‘언니는 어디 있을까….’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사이 비와 바람이 점옥이 얼굴을 서서히 지운다. 헝겊 인형 점옥이의 눈에 비친 여순항쟁의 비극이다. 작가는 어른, 아이, 동물 할 것 없이 ‘파랑’이 묻은 생명을 무참히 앗아간 그날의 참혹을 서럽도록 푸르고 아득해지도록 아픈 검은 색조의 그림에 켜켜이 재현해 냈다.장면 장면마다 서사를 응축하고 있는 그림의 깊이와 아름다움도 빼어나지만 순진무구한 점옥이의 말투로 이야기를 이끄는 시적인 문장들은 감정선을 더 깊이 파고들며 잊힌 기억을 현재로 불러들인다. 오지 않을 언니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해질수록 점옥이는 지워지고 바스러져 간다. 하지만 점옥이가 느꼈을 슬픔과 통증은 서서히, 또렷이 배어들며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되새기게 한다.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는 “작가는 어린이의 반대말은 전쟁이라고 말한다”며 “그림책 속의 푸른색이 겹겹이 서럽게 시려서 책을 읽고 나서는 눈물 없인 눈을 뜰 수 없었다”고 했다. 삶의 곡절과 인간 감정의 심연을 꿰뚫는 작가의 푸른색은 마지막 장면, 그 모든 비극을 지켜보며 우뚝 자란 오동나무꽃의 보랏빛으로 영근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는 전쟁의 한복판에도 생기와 희망의 보랏빛이 피어나길 바라는 염원처럼.
  • 나의 뇌에 여럿의 자아가 연결된다면…나는 나인가

    나의 뇌에 여럿의 자아가 연결된다면…나는 나인가

    “뇌사 판정을 받았던 남편이 오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황당하면서도 강렬한 첫 문장이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의문문을 끝없이 반복하는 소설의 독특한 문체 탓일까. 이야기를 진행해도 의혹은 좀체 해소되지 않는다. 책을 덮었을 땐 두 가지 묵직한 질문이 머릿속에 맴돈다. ‘나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세계에서 여성의 자리는 어디인가.황모과의 신작 SF소설 ‘노바디 인 더 미러’(아작)는 하나의 뇌에 여러 자아를 연결하는 기술 ‘브레인 페어링’이 현실화했을 먼 미래의 이야기를 그린다. 2019년 ‘모멘트 아케이드’로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그의 이번 소설은 첫 장부터 독자를 꽉 붙들고 끝까지 놔주지 않는다. “인간의 뇌파 움직임을 고스란히 재현한 인공 뇌를 만들었는데, 그 뇌가 자아를 갖게 된다면 그건 사물인가요, 사람인가요?”(65쪽) 기능이 멈춘 뇌사자의 뇌에 살아 있는 인간의 뇌파를 이식한다. 그러자 뇌가 별안간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혜’의 남편 ‘영일’도 뇌사에 빠졌다가 이 기술로 되살아났다. 그러나 이 남자는 이혜가 예전에 알던 사람이 아니다. 그는 “김영일의 뇌에 보존된 기억을 꺼내 볼 수는 있으나 김영일과는 다른 새로운 존재”(49쪽)로 정의된다. “평균적인 인식을 벗어난 말을 하는 젊은 여자는 작은 발언에도 어마어마한 비난을 감수해야 하지요.”(51쪽) 전작처럼 예민한 젠더 감수성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송곳처럼 삐죽한 문장들은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황모과는 이름뿐 아니라 성씨도 필명이다. 황씨는 어머니의 성”이라며 “부계 쪽 친척들이 다소 서운해하실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아버지 시대와 단절하겠다는 내 결심을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제 몸으로 모두의 존재가 한꺼번에 그리고 한없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울분과 슬픔과 허망함과 살해 충동, 모두의 감정과 의지가 제 몸을 통해 폭발했습니다.”(103쪽) 현실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박탈당한 여성(또는 존재)들은 브레인 페어링을 통해 이혜의 뇌에서 연대한다. 하나의 몸을 공유하며 서로의 반려자가 된다. ‘아줌마 좀비’로 불렸던 ‘주희’를 시작으로 ‘수연’, ‘용현’, ‘유정’ 그리고 고양이와 토끼에게도 이혜는 기꺼이 몸을 내준다. 처음엔 의식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경쟁도 있었지만 이내 질서를 회복하고 서로의 필요에 따라 몸을 차례로 점유한다.“사람의 의지나 욕망, 또는 중독이라는 것도 단기간에 특정한 방식으로 외부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요.”(148쪽)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다. ‘나’라고 여기는 존재는 어쩌면 미디어를 통해 나의 몸에 전사된 수많은 ‘타인’이 아닐까. 마치 하나의 몸에 여러 자아가 깃든 이혜의 몸처럼 말이다. 내가 과연 나인지 의심되는 상황에서 “거울 속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허망함”(151쪽)도 느끼지만 작가의 말은 자못 긍정적이다. “작가 정체성을 포함해 인생에 그 어떤 경력도, 성취도, 자산도 남지 않았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자부할 수 있을까? (…)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던 것들이 모두 해체됐을 때도 내가 나일 수 있다면 그건 내가 그 순간에 함께했던 타자들 때문일 거라 믿는다.”
  • 표준길이 1m 탄생 뒤에 프랑스혁명 있었다

    표준길이 1m 탄생 뒤에 프랑스혁명 있었다

    프랑스가 ‘가장 크고 변하지 않는 물체’를 기준 삼아 단위로 만든 미터법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측정 체계로 꼽힌다. 1m는 적도에서 북극까지 거리를 1000만분의1로 나눈 값이다. 각 변 길이 10분의1m인 정육면체 부피를 1ℓ 그리고 물 1ℓ의 질량을 1㎏으로 정했다. 당시 프랑스에 1000여개의 단위가 있고, 지방에 있는 여러 변종 측정까지 합치면 무려 2만 5000종의 단위가 난립했다고 하니 그 불편함을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단위 통일은 프랑스혁명 당시 중요한 의제이기도 했다. 교역과 농업 생산을 촉진하려는 귀족 그리고 귀족의 속임수에 속지 않으려는 평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측정 방법과 단위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치열한 탐구,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 시대정신 변화 그리고 기존의 것을 지키려던 이들의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표준 길이 1m가 탄생한 배경에 프랑스혁명이 있었고, 토지를 측량하면서 그린 지도는 제국의 식민지 지배에 막대한 역할을 했다. 책은 역사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철학을 넘나들며 도량형의 변천을 살핀다. 뼈에 그은 금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면에 숨겨진 갈등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컨대 영국 정부가 1965년 미터법 사용을 위한 10년 계획을 발표하자 자경단인 ‘미터법 저항단’이 전통적 제국 도량형인 마일, 야드, 피트를 쓰자며 전국에서 3000개가 넘는 표지판을 뽑기도 했다. 18세기 미국 개척자들이 ‘야생의 땅’을 측량해 ‘관리할 수 있는 땅’으로 바꾸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지도를 그린 역사, 미터법이 전 세계를 정복하게 된 과정, 통계가 학문으로 자리잡는 과정 등을 살피는 일도 흥미롭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자기 자신을 자연스럽게 숫자로 표현하는 모습 등을 거론하며 현대사회에서 측정의 힘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커진 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조언한다.
  • 한국인의 삶을 바꾼 잡동사니들

    한국인의 삶을 바꾼 잡동사니들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겠어요.” 겨울이 되면 항상 떠오르는 광고 문구다. 1990년대 초반 등장한 보일러 광고로 요즘도 각종 예능에서 패러디되고 있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한국 고유문화로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바닥을 달구던 온돌 시스템은 언제 온수보일러 시스템으로 바뀌었을까. 지금처럼 바닥에 온수 순환 파이프를 묻어 방을 덥히는 온수보일러 난방은 1961년 서울 마포아파트에서 처음 시도됐다. 1975년에는 기존 구들장을 그대로 둔 채 온수 배관 시공을 할 수 있는 새마을 보일러가 개발되면서 전국 거의 모든 집의 난방 방식이 바뀌었다. 안방 아랫목만 따뜻했던 과거 구들장과 달리 온수보일러는 집안 곳곳에 훈기를 불어넣어 ‘온기의 평등’을 가져왔고 한국 가족문화를 수평적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하기도 했다. 알아도 딱히 쓸모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역사적으로는 중요한 사실들을 모은 책이 나왔다. 역사학자 전우용이 지금은 너무 익숙해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물 281개를 골라 언제 유입됐고 한국인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설명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잡동산이(雜同散異) 현대사’다. ‘잡다한 것이 한데 뒤섞인 것’을 일컫는 잡동사니의 어원이기도 한 잡동산이는 조선 정조 때 안정복의 53권짜리 유작의 제목이기도 하다. ‘잡동산이’는 안정복이 조선과 중국의 역사와 제도(경·사·자·집)에서 글을 추려 모으고 물건의 이름, 소문과 패설 등을 수집해 정리한 백과사전이다. ‘신(新)잡동산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소개된 사물들은 19세기 말부터 서구화, 식민주의, 산업혁명이 추동한 대량 생산, 대중 소비, 기술 혁신이라는 시대 조건에서 유입돼 한국인의 삶을 180도 바꿔 놨다. 그래서 “전등이 없는 시대에서 있는 시대, 냉장고가 없는 시대에서 있는 시대로의 이행은 그 어떤 역사적 분기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역사가 재미없고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읽어 볼 만하다. 세 권을 합쳐 1500쪽이 넘지만 항목당 2~3쪽으로 짧게 구성돼 술술 읽힌다.
  • “생성형 AI 개념·활용법 소개…유튜브 운영 노하우도 전달”

    “생성형 AI 개념·활용법 소개…유튜브 운영 노하우도 전달”

    “100만 구독을 꿈꾸는 많은 유튜버에게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개념부터 활용법까지 심도 있는 내용과 20여개 채널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모두 전달할 것입니다.” 송태민(44) 히든브레인연구소 대표는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G크리에이터 페스타’에서 팬들도 39개국 100개 팀의 국내외 크리에이터들과 소통하며 견문도 넓히고 현장에서 콘텐츠 콜라보를 하는 등 다채로운 경험과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송 대표는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 주최로 16~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G크리에이터 페스타에서 ‘인공지능과 크리에이터’를 주제로 기조발표한다. 이번 행사는 1인 미디어 체험, 콘서트, 패션쇼, 크리에이터와의 팬 만남, 팝업스토어, 네트워킹 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청년들에게 취업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검정복숭아(59만)’ 등 구독자 10만 이상인 유튜브 20여개 채널을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운영 중인 100만 유튜버인 송 대표는 정보기술(IT) 대기업 디자이너, 교수, 작가, 가수 등으로 활동하는 ‘프로 N잡러’이다. 최근에는 20여년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방송 진행과 창작·강의·책쓰기 등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10월 영국 런던에서 구글이 주최한 ‘사용자전문가정상회의(PES) 2023’에서 유튜브 교육 분야에서 쌓은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부문 한국인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구글은 전 세계에서 10명의 전문가를 선정해 이 상을 준다. 송 대표는 “K팝과 먹방 등은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이라며 “1인 크리에이터들이 생성형 AI와 만나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으니 G크리에이터 페스타를 통해 최신 기술들을 배우고 소통·교류하면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해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명 유튜버는 연예인과 같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 책임감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송 대표는 “G크리에이터 페스타는 전 세계 39개국에서 100여명의 크리에이터가 모인다.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콘퍼런스를 통해 지식과 정보들을 얻고 유명 크리에이터, 팬들과 소통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1인 크리에이터도 규모가 커질수록 협업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文 대통령, 일본에 따박따박 대응하라고 했다” 청와대 비서관 회고

    “文 대통령, 일본에 따박따박 대응하라고 했다” 청와대 비서관 회고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당한 최우규 전 홍보·연설기획비서관이 ‘대통령의 마음’(다산북스)를 펴냈다. 1년 8개월여간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의 고민을 함께한 흔적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조금 지난 2017년 7월 임종석 전 비서실장으로부터 메시지비서관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대통령이 해야 할 발언이나 메시지를 기획하는 업무로 노무현 정부 시절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맡았던 직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저자에게 새 업무를 맡기며 “내 나이에 맞게 내가 할 말과 쓸 글이 뭔지 고민할 것”을 당부했다. 저자는 “문 대통령은 아침에 눈이 충혈돼 출근한 적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새벽까지 보고서를 읽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문 대통령은 국정과제가 아닌 잠깐 만나는 행사, 큰 행사들 사이에 낀 작은 일정, 권세가나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시민을 만나는 일도 내용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참석했다”면서 충혈된 눈으로 출근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책에는 문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담겨있다. 2018년 12월 11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사망한 후 문 전 대통령은 “부모님이 사준 새 양복을 입고 웃는 모습, 손팻말을 든 사진, 남겨진 컵라면이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저자가 짠 초안이다. 저자는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라고 써 보고했지만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로 고쳤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저자는 문 전 대통령이 일본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보고 “따박따박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고 털어놨다. 한일 관계가 민감하던 시절의 일이다. 저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일본의) 외교적 대응이 현명하지 못하다. 우리가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후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와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의 유감 표명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일본은 오히려 공세를 강화했다. 우리 정부는 항의했지만 일본은 반응하지 않았다”면서 “문 대통령은 그래도 일본과 관계 개선 복원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책에는 남북 정상회담과 얽힌 일화도 담겼다. 문 전 대통령은 비서관들에게 “한 번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겠다는 지나친 의욕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오랜 기간 단절됐던 남북 관계를 복원하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나아가는 튼튼한 디딤돌을 놓는다는 생각으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하고 정상회담을 준비했다. 저자는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26일 김정숙 여사의 의전차량을 타고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던 일이나 평양에 방문했던 과정 등을 상세하게 담았다.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 운용에 뿌듯함을 표시했다는 이야기,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묻자 “참지요”라고 거듭 강조했다는 이야기, ‘첫째, 둘째, 셋째’와 같은 넘버링을 즐겨 썼다는 이야기,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임명식 때 시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시어머니를 가운데 모시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일화가 담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책 추천사로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전복되는 지금, 이 책은 퇴행과 역진이 있더라도 역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썼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를 안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그냥 이 책 한 권 읽기를 권한다”고 썼다.
  • 제주의 끌림… ‘유네스코 3관왕’ 세계자연유산, 해외에서 더 빛나다

    제주의 끌림… ‘유네스코 3관왕’ 세계자연유산, 해외에서 더 빛나다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7일까지 8일간 베트남 하롱베이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를 알리는 ‘세계자연유산 제주 특별전’이 베트남 최대 규모 박물관 꽝닌 박물관에서 열려 화제가 됐다. 30여개 현지 언론사의 열띤 취재와 더불어 2만 5000명이 넘는 베트남 관람객들로 붐벼 눈길을 끌었다. 더욱이 유네스코 3관왕을 달성한 세계자연유산의 아름다운 모습은 물론 14m 길이의 대형 스크린에서 국제사진공모전 작품들이 빅데이터 아트로 선보여 매력을 알렸다. 이처럼 세계에 제주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을 알리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가 이번엔 크로아티아 최대 규모 자그레브 국립도서관에서 14일부터 23일까지 ‘세계자연유산 제주 특별전’을 연다. 오는 20일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국립공원과 자매결연을 체결한 기념으로 열리는 특별전이기도 하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전시에 이어 3번째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서도 ‘세계자연유산 제주’를 주제로 대형 미디어아트, 도심항공교통(UAM) 가상현실(VR) 콘텐츠, 숏폼 콘텐츠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전시될 예정이다. 특히 2009년부터 2022년까지 14회 동안 진행된 국제사진공모전의 수상작들을 빅데이터 아트로 선보인다. 이와 함께 ▲도심항공교통(UAM)을 타고 성산과 한라산, 중문을 여행하는 ‘J-UAM VR, 제주형 도심항공교통 가상현실체험’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1분으로 소개하는 ‘숏폼 콘텐츠’ 18종 ▲국제사진공모전 수상작 50여 작품과 3D 작품 10점 ▲세계자연유산 제주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팝업키트와 제주문양 컵받침 만들기도 진행된다. 특히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어린이 팝업, 화보집, 제주탄생과정 책자 등 제주 관련 책 20여권을 국립도서관에 기증하는 기증식도 이어지며, 유럽 최대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펼쳐지는 공간에서 제주문양 컵받침 만들기 체험 등 제주 알리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김희찬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크로아티아 특별전은 플리트비체국립공원과 자매결연을 체결하는 기념으로 개최돼 의미가 남다르다”며 “크로아티아 뿐 아니라 주변 유럽 국가에 제주를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제주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회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에 이어 2007년 세계 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 지질공원 인증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자연 과학 분야에서 3관왕을 차지했으며 지난달에는 제주해녀 어업시스템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 GIAHS)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 “전쟁의 반대말은 어린이”…점옥이 눈에 담긴, 서럽도록 푸른 비극의 그날[이주의 어린이책]

    “전쟁의 반대말은 어린이”…점옥이 눈에 담긴, 서럽도록 푸른 비극의 그날[이주의 어린이책]

    점옥이 오승민 지음/문학과지성사/64쪽/1만 8000원 영문도 모를 일이었다. 시월의 그날, 암흑처럼 검은 큰 새가 날아와 까만 씨앗을 떨어뜨린다. 집과 밭에 빨갛고 노란 꽃들이 쿠궁쿵 대지를 뒤흔들며 피어나자 꽃밥을 나눠먹던 언니도, 꽃밥을 지키던 백구도 자취를 감춘다. 함께 소꿉을 놀던 오동나무 밑을 점옥이 혼자 우두커니 지킨다. ‘언니는 어디 있을까….’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사이 비와 바람이 점옥이 얼굴을 서서히 지운다. 헝겊 인형 점옥이의 눈에 비친 여순항쟁의 비극이다. 작가는 어른, 아이, 동물 할 것 없이 ‘파랑’이 묻은 생명을 무참히 앗아간 그 날의 참혹을 서럽도록 푸르고 아득해지도록 아픈 검은 색조의 그림에 켜켜이 재현해냈다.장면 장면마다 서사를 응축하고 있는 그림의 깊이와 아름다움도 빼어나지만 순진무구한 점옥이의 말투로 이야기를 이끄는 시적인 문장들은 감정선을 더 깊이 파고들며 잊혀진 기억을 현재로 불러들인다. 오지 않을 언니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해질수록 점옥이는 지워지고 바스라져 간다. 하지만 점옥이가 느꼈을 슬픔과 통증은 서서히, 또렷이 배어들며 ‘잊지 말아야할 것’들을 되새기게 한다.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는 “작가는 어린이의 반대말은 전쟁이라고 말한다”며 “그림책 속의 푸른색이 겹겹이 서럽게 시려서 책을 읽고 나서는 눈물 없인 눈을 뜰 수 없었다”고 했다. 삶의 곡절과 인간 감정의 심연을 꿰뚫는 작가의 푸른색은 마지막 장면, 그 모든 비극을 지켜보며 우뚝 자란 오동나무 꽃의 보랏빛으로 영근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는 전쟁의 한복판에도 생기과 희망의 보랏빛이 피어나길 바라는 염원처럼.
  • 남편의 탈을 쓴 낯선 존재…거울 앞에 선 나는 누구인가

    남편의 탈을 쓴 낯선 존재…거울 앞에 선 나는 누구인가

    “뇌사 판정을 받았던 남편이 오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황당하면서도 강렬한 첫 문장이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의문문을 끝없이 반복하는 소설의 독특한 문체 탓일까. 이야기를 진행해도 의혹은 좀체 해소되지 않는다. 책을 덮었을 땐 두 가지 묵직한 질문이 머릿속에 맴돈다. ‘나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세계에서 여성의 자리는 어디인가. 황모과의 신작 SF소설 ‘노바디 인 더 미러’(아작)는 하나의 뇌에 여러 자아를 연결하는 기술 ‘브레인 페어링’이 현실화했을 먼 미래의 이야기를 그린다. 2019년 ‘모멘트 아케이드’로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그의 이번 소설은 첫 장부터 독자를 꽉 붙들고 끝까지 놔주지 않는다. “인간의 뇌파 움직임을 고스란히 재현한 인공 뇌를 만들었는데, 그 뇌가 자아를 갖게 된다면 그건 사물인가요, 사람인가요?”(65쪽) 기능이 멈춘 뇌사자의 뇌에 살아 있는 인간의 뇌파를 이식한다. 그러자 뇌가 별안간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혜’의 남편 ‘영일’도 뇌사에 빠졌다가 이 기술로 되살아났다. 그러나 이 남자는 이혜가 예전에 알던 사람이 아니다. 그는 “김영일의 뇌에 보존된 기억을 꺼내 볼 수는 있으나 김영일과는 다른 새로운 존재”(49쪽)로 정의된다. 젠더적 위계 파헤치는 예리한 시선 “평균적인 인식을 벗어난 말을 하는 젊은 여자는 작은 발언에도 어마어마한 비난을 감수해야 하지요.”(51쪽) 전작처럼 예민한 젠더감수성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송곳처럼 삐죽한 문장들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황모과는 이름뿐 아니라 성씨도 필명이다. 황씨는 어머니의 성이다”라며 “부계 쪽 친척들이 다소 서운해하실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아버지 시대와 단절하겠다는 내 결심을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제 몸으로 모두의 존재가 한꺼번에 그리고 한없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울분과 슬픔과 허망함과 살해 충동, 모두의 감정과 의지가 제 몸을 통해 폭발했습니다.”(103쪽) 현실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박탈당한 여성(또는 존재)들은 브레인 페어링을 통해 이혜의 뇌에서 연대한다. 하나의 몸을 공유하며 서로의 반려자가 된다. ‘아줌마 좀비’로 불렸던 ‘주희’를 시작으로 ‘수연’, ‘용현’, ‘유정’ 그리고 고양이와 토끼에게도 이혜는 기꺼이 몸을 내어준다. 처음엔 의식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경쟁도 있었지만, 이내 질서를 회복하고 서로의 필요에 따라 몸을 차례로 점유한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사람의 의지나 욕망, 또는 중독이라는 것도 단기간에 특정한 방식으로 외부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요.”(148쪽)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다. ‘나’라고 여기는 존재는 어쩌면 미디어를 통해 나의 몸에 전사된 수많은 ‘타인’이 아닐까. 마치 하나의 몸에 여러 자아가 깃든 이혜의 몸처럼 말이다. 내가 과연 나인지 의심되는 상황에서 “거울 속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허망함”(151쪽)도 느끼지만, 작가의 말은 자못 긍정적이다. “작가 정체성을 포함해 인생에 그 어떤 경력도, 성취도, 자산도 남지 않았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자부할 수 있을까? (…)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던 것들이 모두 해체됐을 때도 내가 나일 수 있다면 그건 내가 그 순간에 함께했던 타자들 때문일 거라 믿는다.”
  • [서울 on] 개헌 저지선까지 차오른 위기/손지은 정치부 기자

    [서울 on] 개헌 저지선까지 차오른 위기/손지은 정치부 기자

    시작은 과반 의석이었다. 여당이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151석.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목표 의석이다. 111석의 국민의힘이 40석을 추가하면 얻는 의석이자 서울 49석 중 9석, 경기 59석 중 6석을 가진 국민의힘이 쏠림현상만 바로잡으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여당 프리미엄에 ‘어둠의 국정 파트너’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있는 만큼 151석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거둬야 할 최소 의석으로 보였다. 그러나 총선을 4개월 앞둔 국민의힘에서 ‘과반 의석’ 이야기는 사라졌다. 지난 총선에서 거둔 개헌 저지선을 턱걸이한 103석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더 나쁘게는 100석 밑으로 의석수가 주저앉는 앞날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지역구 하나하나를 뜯어 보면 ‘서울 6석’ 보고서가 틀릴 게 없다. 전국의 지역구를 뜯어 봐도 추가할 의석이 보이지 않는다. 해를 넘기기 전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퇴장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전히 여권에는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고 판단력이 뒤틀린 사람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김장 연대의 동지들은 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폭등한 부동산 가격에 서울은 이미 중도 보수화가 돼 판이 좋아졌다며 수도권 위기론을 부정했던 1기 지도부의 실력자가 여전히 총선 준비의 주요 파트를 맡았던 게 현실이다. 심기가 불편하다 싶으면 자동반사로 ‘내부 총질 수호자’를 자처하는 여당 초선 의원들은 모두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에서 오영환, 홍성국, 이탄희 의원이 불출마를 고심하는 불면의 밤을 보내는 동안 이들은 동료에게 연판장 초안을 속여 참여 숫자를 늘리고,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집단 괴롭힘을 일삼았다. 지난 총선 공천을 받는 과정이 떳떳하지 못했던 일부 초선 의원들도 아무렇지 않게 재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용산’으로 통칭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1~2년차를 보좌했던 대통령실 인사들은 앞다퉈 총선 출마를 알리는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 20대 대선 슬로건 ‘국민이 키운 윤석열’의 지지율을 지난 1년 내내 30%대에 묶은 장본인들이 어떤 내용의 책을 썼다는 건지 좀스럽고 민망하다. ‘나는 어떻게 대통령의 지지율을 30%로 만들었나’에 대한 반성문이나 비망록을 썼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대한민국 국무위원으로서 17개월 근무했다”며 경기 성남 분당을과 서울 서초을 중 어디에 출마할지 고민 중이라고 페이스북에 ‘ㅎㅎㅎ’를 여러 번 적은 글을 뒤늦게 지운 장관은 딴 나라 국무위원인지 의심해 봐야 할 정도다. 지지율 고공행진의 전임 정부 어떤 국무위원보다 여유가 넘쳐 보인다. 이런 이들의 총합이 내년 4월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을 지킬 수 있을까. 개헌 저지선의 또 다른 이름은 탄핵 저지선이다. 헌법 65조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국정 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도 5년 만에 정권을 되찾게 해준 ‘대통령 윤석열’의 앞날이 이들에게 달려 있다.
  • 시대 초월한 환경 담론… 기후위기 시대에 다시 읽는 ‘난쏘공’

    시대 초월한 환경 담론… 기후위기 시대에 다시 읽는 ‘난쏘공’

    ‘가난한 자의 벗이 되고, 슬퍼하는 자의 새 소망이 되어라.’(조세희 ‘침묵의 뿌리’) 조세희 작가 1주기를 앞두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기후위기, 자본주의의 폭압적 그늘이 극심해지는 우리 시대에 건네는 울림을 재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30년 넘게 소설을 거듭 읽고 신판 해설, 작가 특집 기획 등에 꾸준히 참여해 온 우찬제(61) 문학평론가(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발표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카오스모스 수사학’이다. 우 평론가는 조세희의 문학적 생애를 ‘깊은 고통에 깊은 공감을 보낸 시대’라 정의한다. 그러면서 ‘난쏘공’을 거듭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해 “난장이로 상징되는 취약한 인간 존재의 ‘깊은 고통’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한다”며 그것이 “문학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한다.‘그는 일련의 ‘난장이 체험’을 통해 ‘나도 난장이다. 우리는 난장이다’라는 생각을 지니게 되었고 난장이의 고통에 깊게 스며들어 갔다. 그렇게 엄중한 글쓰기를 수행하며 분명한 윤리적 전망을 내보였다.’(10쪽) 특히 최근에 소설을 다시 살핀 결과물인 7장에서는 소설이 생태적 애도의 서사에서 더 나아가 지구 차원의 생태 공동체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세계시민주의를 모색하고 지향했음을 포착한다. 저자는 조세희 문학이 산업화 시대 정치경제학의 교과서이자 환경생태학의 교과서라고 평가한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된 1970년대에 사회생태적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했다는 이유에서다. 작가가 작품에서 다룬 죽음이 대부분 자연사가 아닌 생태적, 사회생태적 곡절로 인한 죽음이며 작가는 그런 죽음을 애도하며 이를 예방할 방안과 회한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할 생태 윤리는 어떤 방향일지 고민했다는 지적이 이와 맥을 같이한다. 그는 “체계적인 생태환경 담론을 펼칠 단계가 아니었던 1970년대 한국 지식 사회에서 생태적 각성과 환경 윤리를 환기하고 환경 정의를 추구하는 서사 기획을 심미적으로 승화했다는 것은 매우 값진 성과”라며 “난쏘공은 이 기후위기 시대에 다각도로 다시 읽혀도 좋을 텍스트”라고 평했다.
  • “남이 하지 않는 일, 못 하는 일에 집중하라”

    “남이 하지 않는 일, 못 하는 일에 집중하라”

    지난해 92세의 일기로 별세한 구자학 아워홈 창업주의 회고록이 발간됐다. 아워홈은 구 전 명예회장의 회고록 ‘최초는 두렵지 않다’를 펴냈다고 13일 밝혔다. 저자는 구 전 명예회장의 딸인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다. 구 부회장은 서문에서 “아버지의 기록을 찾고 정리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면서 “이제야 비로소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걷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회고록을 발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책은 국내 산업화 1세대인 구 전 명예회장이 삼성과 LG에서 30년간 최고경영자(CEO)로서 기업을 이끈 뒤 70세에 아워홈을 설립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주요 업적 및 경영 노하우를 기록했다. 구 전 명예회장은 평소 “남이 하지 않는 것, 못 하는 것에 집중하는 일이 남을 앞서는 지름길”이라는 주문을 되뇌었다. ‘창의’와 ‘모험’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만들었다. 그는 럭키(현 LG화학) 사장으로 있으면서 1981년 잇몸질환 예방 페리오 치약을 개발했고 1984년에는 한국 기업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했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현 LG반도체)에서는 세계 최초로 램버스 D램 반도체를 개발했다. 구 전 명예회장이 2000년 창립한 아워홈은 업계 최초로 ‘센트럴키친’을 설립해 한식 양념 산업을 개척했다. 2010년 중국에서 단체 급식사업을 시작하며 업계 최초로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먹거리 사업을 하면서 그는 ‘사람의 삶과 가장 가까이 있어 더욱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틈만 나면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맛을 평가했다는 이야기는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다. 구 전 명예회장의 경영철학 밑바탕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잘살았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잘 먹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아워홈은 설명했다.
  • 조세희 1주기…기후 위기 시대, 생태적 애도로 다시 읽는 ‘난쏘공’

    조세희 1주기…기후 위기 시대, 생태적 애도로 다시 읽는 ‘난쏘공’

    ‘가난한 자의 벗이 되고, 슬퍼하는 자의 새 소망이 되어라.’(조세희 소설 ‘침묵의 뿌리’ 가운데) 조세희 작가 1주기를 앞두고 ‘난쏘공’(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기후 위기, 자본주의의 폭압적 그늘이 극심해지는 우리 시대에 건네는 울림을 재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30년 넘게 소설을 거듭 읽고 신판 해설, 작가 특집 기획 등에 꾸준히 참여해온 우찬제(61) 문학평론가(서강대 국문학과 교수)가 발표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카오스모스 수사학’이다. 우 평론가는 조세희의 문학적 생애를 ‘깊은 고통에 깊은 공감을 보낸 시대’라 정의한다. 그러면서 ‘난쏘공’을 거듭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해 “난장이로 상징되는 취약한 인간 존재의 ‘깊은 고통’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한다”며 그것이 “문학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일련의 ‘난장이 체험’을 통해 ‘나도 난장이다. 우리는 난장이다’라는 생각을 지니게 되었고 난장이의 고통에 깊게 스며 들어갔다. 그렇게 엄중한 글쓰기를 수행하며 분명한 윤리적 전망을 내보였다.’(10쪽)특히 최근에 소설을 다시 살핀 결과물인 7장에서는 소설이 생태적 애도의 서사에서 더 나아가 지구 차원의 생태 공동체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세계시민주의를 모색하고 지향했음을 포착한다. 저자는 조세희 문학이 산업화 시대 정치경제학의 교과서이자 환경 생태학의 교과서라고 평가한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된 1970년대에 사회 생태적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했다는 이유에서다. 작가가 작품에서 다룬 죽음이 대부분 자연사가 아닌 생태적, 사회 생태적 곡절로 인한 죽임이며, 작가는 그런 죽음을 애도하며 이를 예방할 방안과 회한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할 생태 윤리는 어떤 방향일지 고민했다는 지적이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그는 “체계적인 생태 환경 담론을 펼칠 단계가 아니었던 1970년대 한국 지식 사회에서 생태적 각성과 환경 윤리를 환기하고 환경 정의를 추구하는 서사 기획을 심미적으로 승화했다는 것은 매우 값진 성과”라며 “난쏘공은 이 기후위기 시대에 다각도로 다시 읽혀도 좋을 텍스트”라고 평했다.
  • [기고] AI시대의 유튜브 교육법/김남훈 훈픽처스 대표·한라대 겸임교수

    [기고] AI시대의 유튜브 교육법/김남훈 훈픽처스 대표·한라대 겸임교수

    “아빠 유튜브에서 봤는데~ 매는 시력이 9.0이래” “유튜브에서 봤는데~” 라는 말은 우리집 초등학생 아이가 말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우리 아이에게 유튜브는 백과사전이자 트렌드를 알게 하는 마법상자와 같다. 특히 최근엔 슬릭백 댄스를 춘다며 온 집안을 뛰어다니고 있다. 필자의 세대는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에서 정보를 얻었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있다. 올해 한 조사에선 전 세대의 유튜브 이용률이 89% 이상 나왔다. 많은 전세대의 이용률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튜브의 가짜뉴스와 편향된 알고리즘으로 아이들은 정확하지 않은 콘텐츠로 지식을 쌓고 있다. 또한 숏폼 콘텐츠가 활성화되고, 빨리 보기를 통해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도 높아져 골똘히 생각하는 능력 또한 줄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단어는 도파민이다. 도파민(dopamine)은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숏폼 콘텐츠를 소비할 때 도파민이 활성화 때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파민이 자주 활성화되면, 도파민 역치가 높아져 더욱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이것은 마치 도박이나 마약 중독을 만드는 도파민의 과잉 활성화와 비슷하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 세상에서 살아온, 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스마트 폰을 손에서 떨어뜨리려고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는 카페가 있다. 이 카페에 입장할 땐 소지한 핸드폰을 잠금장치에 넣어야만 입장을 할 수 있는데, 카페 안에서 핸드폰 없이 반강제적으로 책을 읽게 하는 “욕망의 북카페”라는 곳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숏폼 콘텐츠의 인기와 함께 챗GPT와 같은 AI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점점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유튜브의 AI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화면을 계속 보여준다. 몇초의 지루함도 용서하지 않고, 숏폼 콘텐츠에 빠져 스와이핑을 반복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과거 세대가 워드프로세서의 흰 화면을 보고 글을 썼었다면, 향후엔 백지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보면서 글을 쓰는 사람의 수가 현재보다 현저히 줄 것이다. 이미 다수의 대학에서도 생성 AI를 통한 과제 제출 때문에 오히려 이를 활용한 수업방법을 고심 중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가 사고력을 가지고 집중하면서 유튜브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아이와 함께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보길 제안한다. 영상을 잘 만들려면, 원고도 잘 써야 하고 사전 조사도 충실히 해야 한다. 촬영이나 편집이 어려울 것 같다고 고민하지 말라. 쉽게 핸드폰으로 촬영하면 되며, 캡컷과 같은 AI 편집 프로그램도 있어 이젠 정말 초보자도 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미래 아이의 세대는 영상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일상이 된다. 과거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했던 것 만큼 앞으로는 좋은 영상을 만드는 능력이 주목받을 것이다. 특히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롱폼 콘텐츠를 아이와 함께 만들어 본다면 지겨워하지도 않고 즐겁게 제작에 참가할 것이다. 또한 부모에게 기획하는 방법이나, 인터넷 검색법, 자연스러운 글쓰기 등을 배우며, 관계도 좋아질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 너무나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는 원고도 대신 써주고, 촬영도 편집도 AI가 모두 알아서 해주는 시대에 살게 된다. 하지만 좋은 결과물을 위해서라면 좋은 질문(프롬프팅)이 필요하듯이 영상을 기획하고, 주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표현할지는 결국 인간의 창의력으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AI를 컨트롤 하는 능력을 아이에게 길러 주기 위해 함께 유튜브용 영상을 만들어 보기를 바란다. 이제 곧 겨울방학이 시작된다.
  • 소문 안 낼 수 없는 정재형의 치명적인 매력

    소문 안 낼 수 없는 정재형의 치명적인 매력

    상처가 깊은 야수처럼 긴 머리를 휘날려가며 정열적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들길 때 ‘순정마초’가 따로 없었다. 노래할 때는 또 어땠나.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은 “이 시대의 진정한 종합엔터테이너는 바로 나”라고 말하는 듯했다. 정재형이 헤어 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며 ‘클럽 아트X안테나’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클럽 아트X안테나’는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지난 6일 개막해 오는 17일까지 하는 행사로 안테나뮤직 소속 싱어송라이터 6인이 꾸미는 무대다. 전시, 바(Bar), 콘서트가 결합한 독특한 공연이다. 정재형은 지난 9~10일 무대에 섰다. 불과 얼마 전까지 연극 ‘튜링머신’의 공연이 있던 무대는 얼굴을 확 바꿔 예술가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클럽 아트X안테나’는 들어가기 전 바에서 웰컴 드링크를 선물 받고 공연장에 들어서면 윤석철, 박새별, 정재형, 샘김, 이진아, 루시드폴이 직접 고르고 선별해 준비한 소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관객들은 6인의 아티스트가 좋아하는 책, 자주 가는 공간, 직접 쓴 악보와 가사, 사랑하는 반려동식물들의 모습 등을 통해 그들의 음악에 영감을 주는 원천을 살펴볼 수 있다.전시를 편하게 관람하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면 무대 위 소품들이 하나둘 정리되면서 완벽하게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가까운 관객은 1m 정도 거리에서 예술가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정도여서 정재형은 “생각보다 가까워서 놀랐다. 떨리니까 나 보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황하며 횡설수설하면서도 정재형은 음악가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첫 곡인 ‘비밀’을 시작으로 ‘바람에 이는 나뭇가지’, ‘사랑하는 이들에게’, ‘내 안에 작은 숲’, ‘Andante’, ‘La Mer’, ‘편린’, ‘Summer Swim’까지 피아노 연주를 이어갔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떤 그리운 순간들이 생각나는 음악들에 관객들은 저마다 깊은 감상에 젖어 들었다.사뭇 진지한 음악들이었지만 정재형은 중간중간 유머를 곁들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관객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웠던 탓에 당황하면서도 “오늘 공연 마음에 든다”고 했다가 “내가 마음에 들면 어떡해 미친놈”이라고 말하는 등의 모습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1부 격인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정재형은 MBC ‘무한도전’에서 선보였던 ‘순정마초’를 시작으로 직접 노래를 불렀다. 앞서 가사 없는 음악들로 공연장을 자신만의 깊은 색채로 물들였던 그는 유명한 곡들을 선보이며 신바람을 냈다. ‘순정마초’로 가볍게 목을 푼 후에 ‘열정’,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Running’을 연달아 불렀다. 몸을 아끼지 않는 그의 춤사위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를 부를 때는 백댄서로 세이하이, 카야, 허니제이가 나와 함께했다. 정신줄을 놓은 것 같은 무대에 정재형은 소문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그저 추억으로만 묻어두기엔 아까울 정도로 매력이 철철 넘쳤다.정재형은 마지막 앙코르로 ‘내 눈물 모아’를 불렀고 관객들은 자발적으로 휴대전화 불빛을 켜며 애틋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관객과 실시간으로 대화가 가능했고 덕분에 어떤 공연보다 가까이서 함께 호흡하는 공연이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던 장관이다. 이번이 올해 마지막 공연이라고 밝힌 정재형은 피아노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정재형이 “앨범 나오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관객들도 “네”, “그럴게요”로 화답하며 애정하는 아티스트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앞서 윤석철(6~7일), 박새별(8일), 정재형(9~10)의 무대로 꾸몄던 클럽 아트X안테나는 13일까지 샘김, 14~15일 이진아, 16~17일 루시드폴의 공연으로 이어진다. 샘김은 공연장에서 직접 쿠키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나누어 주는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고 이진아는 애착인형 테디베어가 있는 ‘진아의 방’을 만들어 초대한 음악 친구들과 연말 분위기 가득한 콘서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미를 장식하는 루시드폴은 공연에 맞춰 발간하는 신간 에세이 ‘모두가 듣는다’의 북토크를 수어통역과 함께 진행한다. 또한 현대무용수와 함께하는 무대, 세션들과 함께하는 콘서트, 사인회 등 풍성한 종합선물 세트 같은 시간을 준비했다.
  • [마감 후] 대법원장도 ‘미스터 소수의견’이기를 바라는 이유/임주형 사회부 차장

    [마감 후] 대법원장도 ‘미스터 소수의견’이기를 바라는 이유/임주형 사회부 차장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은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린다. 대법관 시절 전원합의체에서 소수의견을 많이 내서다. 소수의견은 대법관 다수의 견해에 반대하거나 별개로 낸 의견을 말한다. 판례로 세워지지 못한 의견이지만 다양한 생각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수의견은 훗날 다수의견으로 발돋움해 사회 변화와 발전을 이끌기도 한다. 전원합의체가 판결문에 소수의견을 기록하는 이유다. 조 대법원장은 진보 색채가 강했던 ‘김명수 코트’ 시절 소수의견을 많이 냈다. 이에 ‘보수 대변자’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법조문을 문헌 ‘그대로’ 해석하는 원칙론자이기 때문이란 의견도 많다. 조 대법원장은 진보 성향 대법관과 같은 목소리를 낸 경우도 많다. ‘땅콩회항’ 사건에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로변경(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다수의견과 달리 유죄 의견을 냈다. 비행기가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도 운항으로 봐야 하는 만큼 항로변경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이 강한 박보영 전 대법관과 같은 의견이었다. ‘고성 군부대 총기 난사’ 사건에선 군인 5명을 살해한 병사에게 사형을 선고한 다수의견에 반대했다. 이 병사가 집단따돌림을 당했음에도 군이 소홀하게 관리하는 등 범행의 책임을 오로지 그에게만 돌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진보 성향의 이상훈 전 대법관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조 대법원장은 앞으로도 소수의견을 낼까. 앞서 재임한 16명의 대법원장은 소수의견을 낸 적이 없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 소수의견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대법원장이라는 이유로 소수의견에 가담하지 못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진 않았다. 대법원장이 소수의견을 내지 않는 이유는 중립성이 꼽힌다. 전원합의체는 최종 결론을 낼 때 ‘신참’ 대법관부터 의견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장은 가장 마지막에 의견을 밝히는데 다수에 서는 게 관행이다. 찬반 의견이 같은 수로 맞설 때만 ‘캐스팅보트’를 쥔다. 대법관 임명 제청권자인 대법원장이 먼저 의견을 내면 다른 대법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대법원장은 판례로 세워지는 다수의견만 내야 한다는 일종의 권위의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반면 헌법재판소장은 종종 소수의견을 낸다. 지난달 퇴임한 유남석 전 헌재소장은 ‘재판 개입’ 의혹을 받은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심판에서 ‘각하’ 의견인 다수(6명)에 반대하며 ‘인용’ 의견을 냈다. 2005년부터 미국 사법부 수장을 맡고 있는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도 소수의견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조 대법원장이 여전히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리길 기대해 본다. 2020년 작고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은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사회적 약자 권익 옹호에 앞장서 많은 존경을 받았다. 그가 숱한 소수의견을 내면서 외친 “나는 반대한다”(I Dissent)는 그를 소재로 한 책과 영화 제목이다. 그는 소수의견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많은 소수의견이 시간이 흐르면 다수의견이 됩니다. 따라서 저는 소수의견을 낼 때 미래의 대법원이 과거의 잘못된 결정을 뒤집을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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