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1-30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1-30
    검색기록 지우기
  • 반미
    2026-01-30
    검색기록 지우기
  • 17일
    2026-01-30
    검색기록 지우기
  • 30분
    2026-01-3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5,977
  • 낚아야 맛인가… 그이와♥ 함께하는 것이 樂이지

    낚아야 맛인가… 그이와♥ 함께하는 것이 樂이지

    ●생미끼 없이 인조미끼로 피크닉처럼 “우리 조상들은 물고기가 밤낮으로 눈을 뜨고 있어 정신이 늘 깨어 있다고 생각했다. 선비들의 정신을 일깨우는 뜻이 물고기 그림에 담겨 있다. 낚시 그림은 숨어 사는 사람의 고결한 의지를 표현한다. 옛 그림 속의 낚시는 현실 속의 낚시이면서 동시에 이상 추구의 낚시였다.” ‘낚시’(전영태·생각의 나무)라는 책의 서문에 등장하는 글귀다. 예전엔 낚시가 참 고절한 취미였던 듯하다. 공자님도 소문난 낚시꾼이었다니 말이다. 요즘은 딴판이다. 자연을 더럽히고 시간을 낭비하는 저급한 취미로 난타당하기 일쑤다. 이제 세간의 낚시에 대한 인식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는 듯하다. 낚시를 바라보는 사람뿐 아니라 낚시를 즐기는 사람의 인식도 변화했다는 뜻이다. 그 바람직한 변화의 가능성을 경북 칠곡의 낙화담(지천지)에서 열린 ‘스포츠 피싱 페스티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 외국 낚시인들에게 ‘꿈의 필드’입니다. 한국에 와서 스포츠 피싱을 즐기고 싶다는 외국인이 무척 많습니다.” 생전 처음 듣는 이 이야기를 들려준 이는 한국스포츠피싱협회(KSA) 소속의 박무석 프로다. K팝, K컬처는 익숙해도 ‘K낚시’라는 건 당최 생경하다. 그러니까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낚시의 ‘신세계’라고?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이다. 이 이야기는 잠시만 뒤로 미뤄 두자.‘스포츠 피싱 페스티벌’이 열린 곳은 칠곡 지천면의 낙화담이다. 전형적인 계곡형 저수지다. 지역명을 따 지천지라 부르기도 한다. 수질이 맑고 어종이 풍부해 지역 낚시인들이 즐겨 찾는다. 최근에 지역 주민들이 조직한 관광두레에서 캠핑장을 조성한 이후로는 야영을 즐기는 대구, 경북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부쩍 잦아졌다. 스포츠 피싱에 대한 명확한 개념은 없다. 지렁이 등 생미끼를 끼는 일반 낚시에 견줘 ‘루어’라는 인조 미끼를 쓴다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장비도 단출하다. 접이식 낚싯대 하나에 도시락 하나 싸 들고 나서면 그뿐이다. 생미끼를 쓰지 않으니 깔끔하고 자연을 어지럽힐 일도 적다. 이런 편의성 때문에 피크닉 개념으로 접근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KSA가 주관해 지난 15~16일 진행된 ‘스포츠 피싱 페스티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6월 여행 가는 달’ 행사의 하나로 열었다. 실제 낚시 경기가 열리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가족 단위 프로그램 마련에 더 중점을 두는 등 스포츠 피싱을 알리는 축제의 성격이 더 강했다. ●외국 낚시인들에게 ‘꿈의 필드’ 이번 대회가 의미를 갖는 건 무엇보다 정부가 스포츠 피싱을 지역관광 활성화의 유효한 수단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이번 행사를 이끈 이국희 한국관광공사 대구경북지사장은 “최근 취미 여행과 스포츠 관광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중 MZ세대를 중심으로 젊은층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스포츠 피싱”이라며 “젊은이들의 취미 여행을 관광과 연계해 지역 방문을 다수 유치하려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역의 관광두레, 캠핑 등 레저여행 콘텐츠를 통해 스포츠 피싱 관련 동호회원과 관심층의 지역 방문을 유도하면 결국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9월께엔 ‘배스 낚시의 성지’ 안동호에서 비슷한 축제를 또 한 차례 열 계획이다. 지난해 해양수산부의 통계를 보면 국내 낚시 인구는 2018년 기준 850만명이다. 올해는 1000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박무석 프로에 따르면 그중 루어낚시를 즐기는 인구는 100만명 정도다. 민물뿐 아니라 바다에서도 루어낚시 인구가 대폭 늘었다. 이들은 대상 어종이 있는 곳이라면 지역을 불문하고 찾아간다. 바꿔 말해 최소 100만명의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 여행) 관광객이 확보됐다는 뜻이다. 이들의 출조 일수를 1년 단위로 계산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아웃바운드, 그러니까 외국인 관광객 확보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 이쯤에서 박 프로의 말을 듣자. “전 세계적으로 배스 낚시를 즐기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20여개 정도입니다. 그중 일본에서만 해마다 100만명 정도가 미국 등으로 해외 출조를 나갑니다. 이들의 상당수가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곳이 한국입니다. 치안이 확보됐고, K컬처 등으로 국가 위상이 높아진 데다 배스 개체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인프라와 배스 낚시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현실적으로 아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이들을 국내로 이끌 수가 없다는 것이다.●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젊은 연인 많아 KSA의 박기현 프로는 스포츠 피싱 대상어 가운데 배스는 산업화의 대상으로 볼 시점이 됐다고 했다. 그는 “배스가 유해 어류로 분류된 건 맞지만 퇴치라는 정책의 방향성은 이제 수정이 필요한 것 같다”며 “생태계에서 배스의 완전 퇴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고 젊은 낚시인들이 특히 배스 낚시를 즐기는 만큼 환경과 취미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낚시객 중엔 유독 가족 단위 여행객과 젊은 연인들이 눈에 띄었다. 조과를 물어보니 대부분 ‘꽝’이란다. 진정한 루어낚시는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는 것이다. 그 정신을 표현한 게 ‘캐치 앤드 릴리스’다. 잡았다가 놓아준다는 뜻이다. 대자연의 품속에서 하루를 보냈으면 족한 것이다. 그러니 돌아오는 길이 빈손이면 또 어떠랴. 칠곡까지 와서 낚시만 하다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변에 돌아볼 곳이 꽤 많다. 칠곡은 정부에서 지정한 양봉산업 특구다. 그만큼 벌꿀이 유명하다. 벌이 꿀을 빨아 오는 밀원지(蜜源地)는 지천면의 신동재다. 칠곡군에서 아까시나무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우리나라 최대 아까시나무숲이다. 신동재를 오르는 숲길 5㎞ 구간 양쪽으로 아까시나무가 터널처럼 이어져 있다.석적읍엔 꿀벌나라테마공원이 조성돼 있다. 어린이 동반 가족이 찾을 만한 곳이다. 3층 규모의 전시실과 야외 체험시설, 어린이가 뛰어놀기 좋은 잔디마당 등으로 이뤄졌다. 주차와 입장은 무료다. ●꿀벌공원·민간정원 등 볼거리 많아 유학산 자락에 깃들여 있는 가산수피아는 국내 최대 민간 정원으로 꼽힌다. 면적이 약 4만 평에 이른다. 숲과 허브정원, 카페, 캠핑장 등의 시설물과 브라키오사우루스 공룡 모형 등 각종 조형물이 어우러진 이른바 ‘숲 테마파크’다.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도 있다. 여름철에 방문하는 이들은 대체로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려는 이들이다. 2개 코스에 약 5㎞의 황톳길이 조성돼 있다. 가산(902m)은 7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인 산이다. 뻗어 내린 골짜기도 일곱이다. ‘칠곡’이라는 지명이 여기서 비롯됐을 것이라 보는 현지인도 있다. 예전에 한자로 ‘七谷’이라 쓴 것이 방증이다. 그러나 지금은 ‘옻 칠(漆)’ 자를 쓴다.가산 중턱에 가산산성이 남아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두 차례 전란을 겪고 난 뒤 쌓기 시작한 성이다. 가산산성은 정상에 내성과 중성, 하단에 외성을 쌓은 3단 구조다. 전체 성벽 길이만 11㎞가 넘는다. 다 돌아보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관광객들은 보통 진남문 일대만 돌아본다. 진남문 아래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차로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다.대구 쪽 팔공산에 동화사가 있다면 칠곡 쪽엔 송림사가 있다. 개창 연대가 통일신라 때까지 거슬러 오르는 고찰이다. 송림사의 자랑은 대웅전 앞마당의 오층전탑이다. 전탑은 흙을 구워 만든 벽돌로 쌓은 탑을 일컫는다. 세우기가 쉽지 않은 데다, 전국에 남은 전탑도 6개에 불과해 대부분 국보나 보물 등의 국가 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송림사 오층전탑도 보물이다. 국보 승격을 기다리다 해체 보수 당시 기단 등 원형이 훼손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산된 바 있다. 비록 보물에 머무르고 말았지만, 장삼이사의 시선으로는 국보와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자태가 아름답다. 온전하게 보전된 금동제 상륜부가 특히 빼어나다. 오층전탑 뒤의 명부전은 다양한 형태의 벽화가 특히 볼만하다. 대웅전 현판은 조선의 19대 왕 숙종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대웅전 내부의 향나무 석가여래좌상과 삼천불전의 석조아미타삼존좌상 등도 보물이다. 한티재도 가볼 만하다. 칠곡에서 군위로 넘어가는 팔공산 자락의 산길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이 아름다워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지정됐다. 한티재 중간쯤에 ‘한티순교성지’가 숨어 있다. 조선 후기에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모여 살았던 마을이다. 조용하게 쉬어 가기 딱 좋다. 칠곡은 흔히 ‘호국의 고장’으로 불린다. 한국전쟁 중 낙동강 전투의 격전지였기 때문이다. 나라 안에 한국전쟁이 남긴 핏자국의 흔적이 어디 한둘일까만, 칠곡 일대의 낙동강과 그 언저리를 적신 자국은 유난히 붉다. 배수진을 친 곳인 만큼 칠곡 곳곳에서 치열한 격전이 펼쳐졌다. 전투가 벌어진 55일 동안 낙동강은 시퍼런 아가리를 벌려 남북한의 젊은 꽃 넋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그중 가장 극적인 승전보를 전한 곳이 다부동이다. 다부동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낙동강 변의 조붓한 언덕 위에 다부동 전적기념관이 들어선 건 이 때문이다. ●한국戰 격전지 곳곳에… 호국의 고장 낙동강 위에 놓인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등록문화재)도 유명한 전적지다. 원래는 1908년 일제가 대륙 침략을 목적으로 세운 다리다. 1941년 새 경부선 철교가 건설되면서 왜관철교는 인도교로만 쓰였다. 한국전쟁 때인 1950년 8월엔 북한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교량 일부가 폭파되기도 했다. 이후로도 왜관철교는 복원과 자연재해로 인한 붕괴 등 수난을 반복하다 2012년 인도교로 다시 태어났다. 전쟁박물관 격인 호국평화기념관도 인근에 있다.칠곡평화전망대는 저물녘에 찾아야 제격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일몰 뒤에 점등되는 경관조명이 아름답다는 것, 또 하나는 낙동강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를 굽어보는 게 무척 인상적이란 것이다. 평화전망대가 선 곳은 자고산(작오산) 정상(해발 303m)이다. 지금은 평화로워 보여도 한국전쟁 당시엔 격전지였다. 이른바 ‘자고산 303고지’를 두고 유엔군과 북한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평화전망대는 높이 12.1m로 지상 3층 규모다. 옥상엔 촛불 모양의 조형물을 세웠다. 높이는 5.5m다. 55일 동안 벌어진 낙동강 전투를 상징하는 숫자다. 옥상에 서면 사방이 일망무제로 트인다. 유장하게 흐르는 낙동강과 빠른 속도로 강을 넘나드는 KTX 열차, 멀리 금오산 등의 빼어난 경관이 한눈에 담긴다.
  • “어린이도 엄연한 문학 주인공… 걸맞은 대우해야죠”

    “어린이도 엄연한 문학 주인공… 걸맞은 대우해야죠”

    “동화의 주인공으로 어린이를 데려왔으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202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서 “‘200자 원고지 30장 안팎’이란 제한 가운데 이 시대의 사랑론을 설파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능력”, “아동문학의 잠재력을 새삼 일깨워 준 당선자”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조은비(31) 작가가 첫 동화집 ‘사랑은 초록’으로 어린이 독자를 찾아왔다. 등단작인 ‘사랑해’를 비롯해 6편의 단편 동화가 한 권에 묶였다.그의 동화 주인공들은 지레 겁먹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작가의 말처럼 ‘주인공에 걸맞게’ 끝까지 자신의 감정과 마주한다. ‘사랑해’에서는 웹소설로 사랑을 배운, 사랑에 대해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지니고 살아가던 주인공 세희가 같은 반 남자아이 윤수의 예상치 못한 고백을 받으며 조금씩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그려 낸다. ‘몽글몽글 가슴이’에서는 반에서 혼자만 브래지어를 안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은이가 겪는 생경하고도 미묘한 감정들을 포착해 낸다. 연애부터 교우 관계, 몸의 변화, 재혼 가정의 고민, 기후 위기에 대한 고찰까지 어린이가 맞닥뜨리는 성장의 순간을 정확하게 짚어 낸다. “언제 사랑할 수 있는데?”(사랑해), “얼마큼 커져야 브래지어 할 수 있어?”(몽글몽글 가슴이), “때가 되면 다 방법이 생길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 ‘때’라는 게 언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내일 지구가 망한다면), “내가 아저씨의 성을 따르고 그 여자애가 아빠의 성을 따르면 누가 아빠의 진짜 딸일까”(잎새뜨기) 등 작가는 어른들이 무심결에 넘겨 버렸던, 정말 중요한 어린이의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동화는 비로소 짙푸른 여름빛처럼 확연하다. 이런 선명함은 어린이를 ‘동료 시민’으로서 존중하는 작가의 자세에서 나올 수 있었다. 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성소수자, 페미니즘, 채식주의 등과 같이 우리 사회 쟁점들을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여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릴 때 ‘네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른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나빴던 것처럼 지금의 어린이들도 누군가 자신을 무시하면 기분이 나쁠 거라 생각한다”며 “어린이 또한 좋은 대접을 받고 싶고, 멋지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어하며,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갖고 싶어하는 나와 같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등단 후 2년여 동안 바쁘게 일하고 출판사에 투고도 하며 지냈다는 그는 첫 책 출간에 이어 내년 여름쯤 ‘조은비 표’ 장편 동화로 독자를 찾아올 예정이다. 앞으로도 ‘집단으로서의 어린이’가 아닌 한 사람의 어린이를 그리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책보다 재미있는 것이 넘치는 세상에서 동화를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할 뿐이에요.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책을 읽고 난 뒤에 ‘우리 주변에 분명 이런 친구가 있다, 이런 어린이가 있다’라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개별적인 한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세상이 좀더 안전해지고 넓어지지 않을까요.”
  • 사람이 싫어하는 일은 동물도 싫어요

    사람이 싫어하는 일은 동물도 싫어요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개의 위치는 현재와 천지 차이였다. 지금 40~50대가 어렸을 시절 개는 집안에 들어올 수 없었고 바깥에 있는 개집에서 지내던 존재였다. 그러나 이제 개는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반려동물이 됐다.동물보호단체들을 중심으로 인간을 위한 의학 기술이나 신약을 개발할 때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동물 실험을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동물의 권리나 동물 복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동물 권리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려동물과 육식을 위해 키우는 동물들 모두 인간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는지, 인권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나라가 여전히 많은데 동물권을 주장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 수많은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동물권과 동물 복지가 의외로 많은 생각 거리를 던진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동물사’로 인간과의 관계 풀어 ‘벌거벗은 동물사’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동물사’라는 주제로 인간과 동물 간의 관계를 말한다. 동물사는 영미권 학계를 중심으로 최근 15년 동안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분야로 ‘동물의 희로애락에 최대한 근사치로 접근하기 위한 학문적 시도’다. 과학사학자인 이종식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도시를 중심으로 현대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보여 준다. ●18세기 광견병 우려로 살처분 요즘도 간혹 버려진 개들이 난폭해져 사람을 공격한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 오며 그에 따라 유기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런데 약 200년 전인 18세기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떠도는 개들이 도심 거리에 늘어나면서 광견병을 퍼뜨리는 원흉으로 지목받았다. 그래서 당시 뉴욕에서 거리를 떠도는 개들을 잡아들여 강물에 수장시키거나 다른 방식으로 살처분했다는 장면에서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또 사파리 형태의 동물원도 알고 보면 야생동물 매매업자가 자신이 하는 동물 거래사업이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 한 조치였다는 사실도 놀랍다.●공장식 축산 문제 최초로 고발 그런가 하면 ‘돼지 복지’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고기인 삼겹살을 제공하기 위해 돼지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발적 성격이 강하다. 공장식 축산 문제를 최초로 고발하며 현대사회 축산 시스템에 경종을 울린 루스 해리슨의 ‘동물 기계’ 한국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사각지대 농장 동물의 삶 짚어 육식 문화가 기후 위기 주범으로 지목되고 동물권이 강조되면서 채식주의 담론이 일반인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활발하다. 그렇지만 “돼지의 복지를 위한다면서 돼지를 애지중지 키워 잡아먹는 것은 괜찮나”라는 질문처럼 동물권과 육식의 윤리성이 강조되면서 동물을 불편하게 하는 현재 축산 시스템의 개선 필요와 농장 동물의 삶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저자는 꼬집는다. 동물 복지로 박사 학위를 받은 윤진현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는 동물 복지를 관념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핀란드를 비롯한 동물 복지 선진국에서 연구한 경험과 한국 실정에 맞는 고유한 축산 시스템을 제시하는 등 실증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실정과 다른 외국 사례만 늘어놓은 책보다 훨씬 잘 읽힌다. 인간과 의사소통할 수 없는 동물이 진짜 원하는 권리와 복지가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진짜 동물권과 동물 복지는 많은 종교에서 말하는 ‘황금률’처럼 “인간이 싫어하는 일을 동물에게도 강요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 [냠냠도서관]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 [냠냠도서관]

    <편집자 주> 먹는 이야기는 일상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즐거운 주제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귀를 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바로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음식도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합니다. ‘냠냠도서관’은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는 것처럼 음식에 담긴 숨은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재료들에 대해 맛있게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재료와 재료가 더해져 더 맛있게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나만의 비법도 소개합니다.토마토는 19세기 초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관상용으로 키워졌으며, 일년내내 열매가 붉은색으로 달려있다고 해서 ‘일년감’이라고 불렸다. 차츰 영양가가 밝혀진 후에 밭에 재배하여 대중화가 되었다. 지금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과 낮은 칼로리, 새콤달콤한 맛, 전립선 기능에 도움을 주는 등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슈퍼푸드’로 변화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는 이유 토마토가 슈퍼푸드로 주목받는 이유는 ‘라이코펜’ 때문이다. 토마토의 붉은색을 만드는 라이코팬은 활성산소를 배출하고, 남성의 전립선암, 여성의 유방암, 소화기 계통의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알코올을 분해할 때 생기는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역할을 해서 술을 마시기 전에 토마토 주스를 마시거나 토마토를 술안주고 먹게 되면 숙취가 덜 해지는 효과가 있다. 토마토는 비타민K가 많아 칼슘이 빠져나가는 걸 막아주고, 노인성 치매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비타민C, 칼륨, 식이섬유, 수분 등을 포함하고 있어 다이어트에 제격이다. 열량은 65칼로리에 불과하여 식전에 토마토를 한 개 먹으면 식사량을 줄이는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소화를 돕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토마토에 있는 라이코펜은 강력한 항산화제로 혈전 형성을 막아주고, 토마토에 있는 루틴은 혈압,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토마토만 잘 섭취해도 병원 갈 일 적어져 토마토 한 알에 이렇게 많은 영양소가 들어있기 때문에 토마토만 잘 섭취하여도 병원에 갈 일이 적어진다. 이 때문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토마토는 끓이거나 으깨면 체내에서 영양성분이 더 잘 흡수되므로 다양한 요리법을 응용할 수 있다. 쉽고 편하게 토마토를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방울토마토 매실절임이다.방울 토마토 매실 절임 만들기 재료 : 방울토마토 1통, 매실청 6컵, 레몬즙 3컵, 민트 한 줌(깻잎 2장 대체가능) ① 토마토를 깨끗하게 물로 씻고 식초에 담궈 5분 대기한다. 이때 냄비에 물을 받아 병을 소독한다.(병 소독할 때 찬물무터 같이해줘야 유리가 깨지지않는다.) 잘 씻은 토마토 엉덩이에 십자로 칼집을 내준다. ②팔팔 끓는 물이 15초 담가 토마토를 데쳐준다. ③찬물로 샤워시킨 토마토의 껍질을 벗겨 레몬즙 3컵, 매실청 6컵, 잘게 썬 깻잎 또는 민트를 넣어 섞어준다. (레몬즙은 기호에 맞게 가감해주고, 깻잎 및 민트도 기호에 맞게 가감하여 넣는다) ④ 통에 잘 담아 실온보관 1일 후 냉장 보관한다. ⑤ 탄산수와 함께 에이드로 즐기거나, 식사 후 후식으로도 좋고, 샐러드에 올려 먹는다.
  • 서울국제도서전 26일부터 코엑스서 닷새간

    서울국제도서전 26일부터 코엑스서 닷새간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후이늠’(Houyhnhnm)으로 1726년 조너선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 여행기’ 4부에 나오는 말들의 나라를 가리킨다. 서울국제도서전 측은 19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간이 만들어 내는 ‘세계의 비참’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모색하고자 주제를 정했다”고 밝혔다. ‘후이늠’을 주제로 다양한 시각에서 세상을 탐구하고 통찰해 볼 강연·전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특히 도서전 첫날인 26일에는 김연수 소설가가 다시 쓰고, 강혜숙 작가가 그림을 더한 ‘걸리버 유람기’를 처음 선보인다. 육당 최남선이 1909년 번역·번안한 ‘걸리버 유람기’의 문체를 그대로 쓰고, 육당이 번역하지 않은 3부 ‘라퓨타’와 4부 ‘후이늠’을 더했다. 올해 66회를 맞이한 도서전에는 19개국 452개사(국내 330·외국 122)가 참가한다. 전시, 부대행사, 강연 및 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450여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오는 27일 ‘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이자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리드보컬인 미셸 자우너가 ‘기억으로 이어지는 레시피’를, 29일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사라져 가는 아름다움, 생태적 감수성’을 주제로 무대에 나선다. 30일에는 2019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자인 오만의 소설가 조카 알하르티와 은희경 작가, 허희 문학평론가의 북토크가 진행된다.
  • “첨단기술·주택정책, 전례 없던 해법으로 접근을”[인구 대반전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첨단기술·주택정책, 전례 없던 해법으로 접근을”[인구 대반전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서울신문 인구포럼’ 세 번째 세션 종합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면 첨단 기술과 주택 정책에서 전에 없던 혁신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지영 경제사회연구원 기술정책센터장은 “기술 혁신이 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보완할 도구로 논의되고 있다. 교육·재취업·창업 등 다양한 지원책, 자본의 질적 요소 강화와 함께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혁신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성 유지를 위한 기술혁신의 방향은 기존 R&D 정책과 차별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 감소하는 인구와 디지털 전환이 최적의 조합으로 생산성 유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단순하게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보다는 인간과 정보기술(IT)의 조합이 최적의 생산성을 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혁신이 추진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신혼부부가 바라는 금융정책 지원이 과연 금융 비용 지원인지, 대출한도 확대 등 자산이 부족한 세대의 주택시장 진입장벽 해소인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방 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전세대출은 만기일시상환 구조로 통상 계약기간 2년 동안 원금에 대한 이자만 내고 만기에 이사하면서 원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계약기간이 짧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다. 하지만 계약기간을 4~10년으로 늘리면 만기일시상환 구조에서 원리금 상환 구조로 개선된다. 방 위원은 “거주 기간 동안 상환된 원금은 가계의 자산이 돼 주거 상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가계의 자산 건전성 개선과 가계 부채 건전성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기봉 국토교통부 주거복지정책관은 “정부는 인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토·도시공간, 결혼 및 출산 제도, 주거 문화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권·도시 집중화로 인한 과도한 경쟁과 경제적 부담이 저출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국토 균형 발전이 곧 저출산 대책이다. 지방에서도 좋은 일자리와 우수한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초광역권 경제·생활권을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자녀를 출산하면 집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출산 가구 직접 지원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인구변화 충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유주택 등 새로운 주거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게 뒷받침하겠다”고도 했다.
  • “책방 사라지면 도덕도 윤리도 스러져… 서점 지원법 만들어 달라”[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책방 사라지면 도덕도 윤리도 스러져… 서점 지원법 만들어 달라”[황수정의 인터뷰 진심]

    책방, 지혜의 사랑방이자 공공재책 너무 안 읽어서 사회병증 앓아시인이 장관을 해도 바뀐 게 없어작은 서점 그물망처럼 퍼져 있어야서점 살리는 정책 더 미뤄선 안 돼기금 만들어 대출 이자 낮춰 주고전기·냉난방 요금 정도라도 지원동의하지 않는 여야 의원 없을 것 전남 신안에 ‘책이 있는 섬’ 추진 중서점·박물관·카페·호텔 어우러져강연하고 글이 숨쉬는 인문의 섬‘리딩 앤드 힐링’ 콘셉트 근사하죠? 김언호(79) 한길사 대표 앞에는 어떤 수식어가 붙어야 할까. 책 속에서, 글 속에서 한 생을 보내고 있는 사람. 사흘 밤낮을 고민해도 이 말만이 정답이다. 그를 만나러 가 보면 그것만이 정답인 줄 알게 된다. 파주 출판단지 한길사 꼭대기층 그의 방은 책으로 씨줄날줄이 엮인 책의 요새다. “사장님~” 하고 크게 부르면 “나 여어요” 책에 파묻힌 아득한 소리가 저쪽에서 깨어나듯 들려온다. 켜켜이 쌓인 책 더미 너머 작은 책상이 그가 세상을 투시하는 공간이다. 아니, 여전히 꿈을 꾸며 한 생을 보내고 있는 그의 아지트다.“신안 갔다가 어제 밤늦게 돌아왔어요. 아무래도 시간이 좀더 걸릴 것 같네요.” 전남 신안군과 추진하고 있는 ‘책 섬’ 이야기다. 아직은 얼개가 완전치 않은 얘기라면서도 책이 있는 섬을 만드는 꿈에 매달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 1월 그는 신안군에 책과 독서, 예술의 공간을 만들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파주 헤이리에 있는 책과 예술의 공간 북하우스를 남도의 섬(팔금면)에도 옮겨 놓겠다는 구상이다. 서점, 책 박물관, 갤러리 카페에 호텔까지 한데 어우러지면 ‘멀리서 책 읽으러 오는 섬’이 되리라는 꿈이다. 길을 걸으면서도 온통 그 생각뿐이다. 어떻게 해야 세상 사람들이 다시 책을 만지고 돌아볼까. “리딩 앤드 힐링. 이런 콘셉트의 ‘책 섬’이라면 어때요. 근사하지요?” 팔순을 바라보는 출판계의 거목. 이 낡은 표현으로는 그의 에너지를 다 설명할 수가 없다. “내년에도 문을 못 열지 몰라. 연주나 공연을 할 공간도 만드는데 (신안군이) 작은 건물을 한 채 더 짓겠다고 하니까. 40억원쯤 늘어난 예산도 마련해야 할 테고. 그쪽(신안군)에서도 속도를 내겠다고 하니 준비하며 기다리는 재미도 좋지 않겠어요?” 머릿속으로는 남도의 섬이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당장 그려 낼 수도 있다. 세부계획도 많다. 퇴임 학자들의 서재를 섬으로 옮겨 놓을 것. 전국 곳곳에서 찾아온 이들에게 그 책들 속에서 강연도 하게 할 것. 저절로 시민학교, 시민대학이 되는 섬. 글이 숨쉬는 인문의 섬. 1년 남짓 기다려 보면 될 일이다. 그와는 어떤 말을 꺼내도 기착점은 책이고 서점이다. 기자(동아일보)로 7년을 일하고 출판사를 차려 50년 가까이 책을 만들며 살았다. “사회의 깊이가 이렇게까지 얕았던 적은 없었다”면서 “책을 너무 안 읽어서 비로소 앓고 있는 사회병증”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 사회 할 것 없이 도덕이 무너지고 윤리가 스러지는 현실도 결국 그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은 서점들이 그물망처럼 퍼져 있어야 해요. 책방은 지식 아니 지혜의 사랑방이잖아요. 책을 사지 않더라도 오다가다 만져 보고 펼쳐 보고 냄새도 맡아 보고. 그런 스킨십을 하게 해야지요. 이대로 둬서 될 일이 아닙니다. 답답해 죽겠어요.”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서점은 2484개. “영화조차도 길면 못 보겠다는 세태 아닙니까. 책이 오죽하겠어요. 젊은 독자들은 본격적인 문학책은 읽어 내지도 못합니다. 고전을 소화할 역량은 더 형편없어요. 고전이나 문학의 효력은 금방 드러나진 않아도 훗날 숙성 효과를 내는 거잖아요. 그런 구성원들의 역량이 응축돼 사회의 깊이가 결정되는 것 아닙니까.” 더 두고 볼 수가 없어 팔소매를 걷어붙이려는 일이 ‘서점 지원법’ 만들기다. 책을 안 읽어 서점이 사라지고 서점이 곁에 없으니 책을 더 외면하는 악순환. 이 고리를 이쯤에서라도 끊으려면 정책의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복잡할 일이 아니에요. 힘들어도 문을 열겠다는 책방이 얼마나 기특합니까. 전기, 냉난방 요금 정도만이라도 지원하자는 겁니다. 한 사람쯤 시간제 인건비까지 살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서점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선진 문명국가에서 책방을 이렇게 주저앉게 방치하다니요.” 책을 살려야 하므로 책방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책방은 사유재가 아니라 공공재”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중국만 해도 24시간 불 켜진 서점을 곳곳에 열어 국가가 지원해 준다고 했다. “사회주의국가라서 그렇다고 간단히 말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새 국회의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판계 목소리를 모아 ‘서점 지원법’을 강력히 촉구할 계획이다. “성의만 있으면 얼마든 관심을 가져 줄 일 아니겠느냐”고 했다. “여당 의원이든 야당 의원이든 책을 살리자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퇴임 직후 곧바로 (평산)책방을 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래서 야속하다. “혼자만 잘할 게 아니라 대통령 재임 시절에 정책으로 챙겼어야지요. 안 그런가요. 서점을 살리는 정책을 청와대에서 살폈더라면 두고두고 의미 있는 치적으로 남았지 않겠나 이말이에요.” 도덕적 인간으로의 회복, 정의와 도덕 사회로의 복원. 이를 위해서는 책을 읽히고 사유하게 하는 것 말고 다른 방편이 무엇이 있느냐고 그는 반문했다. “책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이라면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서점을 살릴 방법은 많다고 했다. 정부가 기금을 만들어서 책방을 열겠다는 사람한테는 대출 이자를 파격적으로 낮춰 줄 수도 있다. “다른 법은 다 잘도 만들면서 왜 이런 중요한 법은 만들 생각도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우리 정치가 너무나 비도덕적이고 너무나 정의롭지 못한 것도 이유는 한 가지. 사유가 멈췄기 때문이에요. 그동안의 문화부 장관들, 생각 없는 인물들이 많았어요. 시인이 장관 자리에 앉았으면 뭐합니까. 시집 한 권, 소설 한 권 제대로 읽힐 정책을 고민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바꿔 놓지 않았어요.” 그의 고민은 스마트폰에 매달려 한 세대가 통째 암흑세대가 돼 버린 현실로 이어졌다. 독서 근력과 안목이 현저하게 떨어진 청년세대로는 양질의 출판 기획부터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학술책을 만들 기획자가 조만간 품귀현상을 빚게 될지도 모른다. 30년 전 시작한 한길그레이트북스 같은 학술서 시리즈는 지금이라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독서 시장만 쪼그라진 게 아니었다. 책을 만들 실력도 함께 쪼그라졌다. 출판계가 속앓이하고 있는 고민거리다. “지금 인공지능(AI) 없이는 아무것도 못할 것처럼 세상이 들떠 있어요. AI는 현대문명의 극단적 표현. 극단적 부작용이 반드시 뒤따를 겁니다. 핵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봐요. 이대로 무방비로 흘러간다면 디지털로 일어난 우리가 디지털로 망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런 제언을 덧붙였다. 삼성이 스마트폰 디톡스 캠페인으로 일년에 천억원쯤 지원하는 통큰 서점 운동을 펼쳐준다면. 우리한테도 그런 품격의 글로벌 기업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정부가 도와줘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책을 살리는 방편만큼은 얼마든 ‘관제’여도 좋다는 생각이다. 겨우 100명이 읽더라도 만들어야만 하는 책이 있고, 그 책들을 반드시 품어야 할 곳이 도서관이라는 생각도 확고하다. 우리 공공도서관 전체의 연간 도서 구입비보다 미국 하버드대의 도서 예산이 세 배쯤 많다니. 믿어지느냐고 되물었다. 그가 주도해 만든 파주출판단지의 무료 도서관 지혜의숲이 올해 개관 10년을 맞았다. “보르헤스가 말했지요. 천국은 도서관을 닮았을 거라고.” 요즘은 예전만큼 “남의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한다며 웃었다. “우리 책”(11월 25일 전 세계 동시 출간될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회고록) 원고를 보느라 바쁘다는 그가 틈틈이 매달리는 일이 또 있다. 40여년 써 모은 일기를 평생 해 온 방식대로 원고지에 일일이 옮겨 쓰고 있다. 그가 만든 책들이 울울창창 숲으로 서 있는 우리 시대의 정신사를 엮고 있는 중이다. ■김언호 대표는 1945년 경남 밀양. 동아일보 기자. 1976년 한길사 창립. 한국출판인회의 설립, 1·2대 회장. 파주출판도시·예술인 마을 헤이리 건설 주도. 저술 ‘책의 탄생’, ‘헤이리, 꿈꾸는 풍경’, ‘세계서점기행’, ‘그해 봄날’, ‘지혜의 숲으로’, ‘서재 탐험’ 등
  • “책과 생필품 넣어 26㎏ 완전군장”…‘얼차려 사망’ 훈련병 母 분통

    “책과 생필품 넣어 26㎏ 완전군장”…‘얼차려 사망’ 훈련병 母 분통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쓰러져 숨진 박모 훈련병의 어머니가 “우리 아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엇으로 책임질 것이냐”며 정부와 군 관계자들을 비판했다. 19일 군인권센터는 박 훈련병의 어머니가 전해 온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공개했다. 이날은 박 훈련병의 수료식이 예정돼 있던 날이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12사단에 입대하던 날 생애 최초로 선 연병장에서 엄마 아빠를 향해 ‘충성’하고 경례를 외칠 때가 기억난다. 마지막 인사하러 연병장으로 내려간 엄마 아빠를 안아주면서 ‘군생활 할만한 것 같다’며 ‘걱정 마시고 잘 내려가시라’던 아들의 얼굴이 선하다”고 아들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하고 훈련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님의 말을 기억한다. 우리 아들의 안전은 0.00001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엇으로 책임질 것인가”라고 물었다. 어머니는 “망나니 같은 부하가 명령 불복종으로 훈련병을 죽였다고 하실 것인가 아니면 아들 장례식에 오셔서 말씀하셨듯 ‘나는 그날 부대에 없었다’고 핑계를 대실 것인가, 아니면 ‘옷을 벗을 것 같습니다’라던 말씀이 책임의 전부냐”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얼차려’를 받은 상황과 쓰러진 뒤 군대의 조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군이 처음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에게 씌운 프레임은 ‘떠들다가 얼차려 받았다’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와 나눈 말은 ‘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 같은 말이었다고 한다. 자대배치를 염두에 두고 몇 마디 한 것일 뿐일 텐데 그렇게 죽을죄인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군장을 다 보급받지도 않아서 내용물도 없는 상황에서 책과 생필품을 넣어 26㎏ 완전군장을 만들고 총을 땅에 안 닿게 손등에 올려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총을 떨어뜨리면 다시 시키고, 잔악한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보를 뛰게 하다가 아들을 쓰러뜨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규칙을 더 많이 어겼느냐”고 지적했다. “수료생 251명 중 우리 아들만 없다” 박 훈련병이 명령에 따라 얼차려를 이행한 데 대해선 “괜히 잘못했다가는 자기 때문에 중대장이 화가 나 동료들까지 가중되는 벌을 받을까 무서웠을 것”이라며 “굳은 팔다리로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얕은 숨을 몰아쉬는 아들에게 중대장이 처음 한 명령은 ‘야 일어나. 너 때문에 뒤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 였다고 한다. 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고 비통해했다. 숨진 아들에 대한 그리움도 편지 곳곳에 담겼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다시 살아 돌아온다면 ‘더 일찍 쓰러지는 척이라도 하지 그랬느냐’고 전하고 싶다”며 “오늘 수료생 251명 중 우리 아들만 없다.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다 죽임당한 아들이 보고 싶다”고 썼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이날 서울 용산역 광장에 차려지는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오후 6시부터 직접 시민을 맞이한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곳에서 분향소를 운영한다.한편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은 전날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6일 만이자, 지난 13일 첫 피의자 조사 이후 닷새 만이다. 피의자들은 지난달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하면서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사고를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훈련병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 [씨줄날줄] 수포자 국포자

    [씨줄날줄] 수포자 국포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무운을 빈다”고 했다. ‘무운’(武運)이란 전쟁 등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를 뜻한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을 소개하던 한 방송사 기자가 “운이 없음(無)을 빈 것”이라고 해석하는 오류까지 더해져 “무운을 빈다”는 ‘과연 그렇게 될까’라는 비아냥이 더해진 말로 여겨지고 있다. 한자의 의미를 놓쳐 종종 오해가 발생한다. ‘심심(甚深)한 사과’는 ‘지루한 사과’가 되고, ‘금일’(今日)은 ‘금요일’이 되기도 한다. ‘중식’(中食)은 쓰이는 상황에 따라 점심일 수도, 중국 요리일 수도 있다. 순우리말이어도 그렇다. ‘사흘’이 3일이냐 4일이냐를 두고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한 적도 있다. 국어 능력은 다른 학습 능력의 기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유튜브, 쇼츠(1분 미만의 짧은 동영상)에 익숙해지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국어 능력에서 한문이 중요하지만 한문은 ‘제2외국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5교시는 제2외국어·한문 중 한 과목 선택이다. 교육부가 그제 발표한 2023년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중학교 3학년의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중이 9.1%였다. 고교 2학년의 미달 비중(8.6%)보다 높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매년 중3과 고2 3%의 국어·영어·수학 학업 성취도를 발표한다. ‘국어 포기 학생’(국포자)을 막아야 ‘수학 포기 학생’(수포자)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고2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중은 16.6%로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다. 고2 6명 중 1명꼴로 수학 실력이 기초학력에 못 미치는 수포자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고2는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 중2였다. 당시 휴교, 단축 수업 등의 학습 결손이 기초학력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이 60점 만점에 38점으로 나타났다. 전체 64개 평가국 중에서 2~4위 수준이다. 창의적인 학생들이 문해력 장벽에 막혀 있는 상황인 것이다. 어른들도 빠져드는 스마트폰에 학생들이 빠져 있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다. 영상세대에 맞는 교육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 가슴 울리는 섬세한 일상… 일흔 아홉 소녀의 보물들

    가슴 울리는 섬세한 일상… 일흔 아홉 소녀의 보물들

    “일상서 감동받고 감탄하는 연습”친구의 죽음 등 생각하며 쓴 詩수녀원의 고즈넉한 정경도 담아 일상을 보물로 만들며 살겠다는 수도자의 다짐은 단상 안에도 깊은 성찰을 담아낸다. 현란한 언어의 기교 없이도 깨끗하고 곧은 그 자체로 그의 글은 시가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이해인(79) 수녀의 새 단상집 ‘소중한 보물들’(김영사)이 출간됐다. 어머니의 편지부터 친구의 마지막을 배웅하며 쓴 시까지. 시인과 수녀원을 둘러싼 고즈넉한 정경이 책 안에 펼쳐진다. 1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시인은 여든을 앞둔 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기 있는 얼굴이었다. 한 기자가 “아직도 소녀 같으시다”고 하니 시인은 “시를 많이 읽어서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철이 없다기보다는 순수한 쪽의 소녀지. 일상에서 감동을 받거나 감탄을 하는 그런 연습을 많이 하니까요.” 시인이 수녀원에 입회한 지 올해로 60년이 됐다. 1964년 수녀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첫 서원(수도자가 되겠다는 맹세)을 한 게 1968년이다. 1976년에 종신서원을 하고 평생을 수도자로 살았다. 가진 걸 끝없이 비워 내야 하는 삶을 지탱토록 한 것이 바로 시 쓰기다. 지금도 널리 애송되는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1976) 이후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등을 출간했다. 일상에서 보이는 섬세한 서정의 순간을 포착해 아름다운 언어로 적어 낸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인 사랑을 솔직하고도 절절하게 그려 낸 시로 사랑받았다. “시는 저에게 인생의 모든 상징을 풀어내는 기도 같은 것이에요. 소설이나 산문이 주지 못하는 영롱한 구슬 같기도 하고요. 수도자의 삶과도 맞닿아 있죠. 길게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건강한 얼굴과 정정한 말씨로 어린아이처럼 수다스럽게 시 이야기를 했지만 나이가 들며 죽음과 가까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올해만 해도 벌써 지인 5명이 하늘로 돌아갔다고 한다. 신을 마음에 품고 사는 이라도 이별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 특히 화장장에서 친구의 육신이 한 줌의 재가 되는 걸 보는 게 힘들었다고 시인은 털어놨다. “그래서 계속 시를 썼어요. 하지만 이별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나도 언젠간 저 길을 갈 건데 죽음을 앞당겨 생각하는 연습이라고 여기면 어떨까요. 죽음이 언제나 삶 속에 가까이 있음을 생각하는 겁니다.” 2008년 대장암 투병 당시 스스로 여리고 가냘픈 줄로만 알았던 시인은 의외로 씩씩한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녀가 되지 않았다면 방송국 프로듀서(PD)도 잘했을 것 같다고도 했다. 다시 돌아가도 수녀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돌아가 봐야 알겠지”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삶을 후회하진 않는다고 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일어나려던 차, 꼭 읽어 주고 싶은 글이 있다며 기자들을 주저앉혔다. ‘봄 일기’라는 시다. “(전략) 바람에도 기분 좋게/흔들리면서/열심히 살아가는/꽃이 되리라/결심해 보는/이토록 눈부신 봄날”
  • 전교 1등 모범생 아들이 엄마를 살해한 이유

    전교 1등 모범생 아들이 엄마를 살해한 이유

    2011년 11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고3 수험생이 그해 3월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 시신을 8개월이나 내버려둔 사건이 드러나 세상에 충격을 안겼다. 학교에선 별 탈 없어 보이는 모범생이 패륜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어머니의 학대였다. 거의 사흘을 잠을 못 자게 하고 공부만을 강요했다. 어머니는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 밥이 고마운 줄 알아라”며 밥도 굶겼다. 책상 앞에 앉아 잠깐 졸았다는 이유로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9시간 동안 골프채로 200대를 맞았다. 당시 A군의 아버지는 5년 전 집을 나와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심각한 학대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A군은 결국 어머니를 살해했다. 잠든 엄마를 보고 화를 참지 못해 주방에서 칼을 가져와 어머니의 눈을 찔렀다. 잠에서 깨 아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A군의 어머니는 “이렇게 하면 넌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을 거야, 왜 이러는 거야?”라고 소리쳤다. 이에 A군은 “이대로 가면 엄마가 나를 죽일 것 같아서 그래. 지금 엄마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엄마 미안해”라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A군은 전교 1등을 다투는 최상위권 학생이 아니었다. A군은 고1 때부터 성적이 떨어지자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을 어머니 몰래 고치기 시작했고 이를 어머니는 몰랐다. 실제로 내신 성적이 곤두박질쳤고 수능성적도 수리 7등급, 언어 4등급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군은 전 과목 100점에 전교 1등으로 성적표를 조작했고, 전국 순위도 60등 정도로 고쳤다. 이때문에 어머니에게 그는 최상위권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 성적에도 어머니가 만족하지 못하고 매의 강도와 빈도를 높이자 A군은 범행을 결심했다. 어머니를 살해한 후 A군은 시신을 내버려 둔 채 영화나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었다. 어머니 등쌀에 하지 못했던 취미 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그전까지는 부른 적이 없는 친구들을 집에 불러 라면을 먹고 게임을 함께 했다. 친구들이 시신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안방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아들과 연락이 안돼 집을 찾은 아버지의 신고로 밝혀졌다. A군은 재판 끝에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교도소에서 A군은 친구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부모는 멀리 보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앞만 보라고 한다. 부모는 함께 가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앞서 가라고 한다. 부모는 꿈을 꾸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A군은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그리고 17일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에 출연해 심경을 고백했다. 13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선 A군은 “우선 비난하는 분들이 있으실 거라는 생각이 확실히 있다. ‘잘 전달될 수 있을까?’하는 염려가 조금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A군은 “공부와 관련해서 기억나는 거 첫 번째는 초등학교 4학년, 쉬는 날 기준으로 11시간 정도 공부했다.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다. 공부하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점점 성적에 대한 압박이 심해졌고, 어머니의 체벌이 시작됐다. A군은 “중1 때 첫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전했는데 혼나면서 맞았다. 전교 2등으로 만족했다고,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 하시더라. 약간 억울했지만 다음 시험에서 1등 해서 기쁘게 갔는데 ‘전국 중학교가 5000개인데 넌 5000등으로 만족할 거냐’고 또 혼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웬만큼 어렸을 때 종아리를 회초리로 맞았다. 맞는 매가 변했다. 초4 때는 알루미늄 노가 찌그러지도록 맞았고, 5~6학년 때는 대걸레 봉으로 맞았다. 중학교 때는 나무로 된 야구 배트로 맞았다. 아버지가 집에 오면 (체벌이) 멈춰서 ‘언제 들어오시나’ 하면서 기다렸다”고 했다. A군은 “태어났을 때 엄마가 20년 교육 플랜을 짜고 시작했다더라. 그걸 들었을 때 영화 ‘트루먼 쇼’ 주인공처럼 충격받고 섬뜩했다”라며 이 과정에서 별거 중이던 아버지가 외도로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자, 엄마의 공부 집착은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A군은 공부도 싫어졌고, 외고 입시에도 떨어졌다. 그때부터 7번 아이언 골프채가 매로 변했다. A군은 “준비하라고 하면 바지를 갈아입었다. 맞을 때 입는 바지가 있었다. 엉덩이 부분이 피로 절여졌는데, 피 나면 빨아야 하는 게 감당이 안 돼서 빨지도 않고 계속 그걸 입고 맞았다”며 “기대고 자고, 엎드려서 자다 걸리면 혼났다. 시간을 재서 40분에 한 번씩 정산하듯이 맞았다”고 털어놨다.반항도, 가출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자포자기한 A군은 성적표를 위조하기 시작했다. 사건 발생 2개월 전, 아빠는 정식으로 이혼 통보를 했다. 엄마는 부쩍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사건 발생 3일 전, 밥과 잠이 금지되는 체벌이 추가됐다. 사건 당일, 밤새 9시간 동안 골프채로 몇백대를 맞은 A군은 고통을 참고 의자에 앉았다. 그는 “그때 탁상 달력이 눈에 들어왔는데 가슴이 철렁했다. (달력에 적힌) 학부모 입시 상담 날을 보고 모든 게 다 끝나겠다고 생각했다. 엄마한테 맞아 죽겠구나 싶었다. 너무 무서웠고 그다음으로 죽기 싫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렇게 엄마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A군은 “(어머니를 살해하고) 사람 같지 않게 살았다. 어머니를 옮긴다거나 숨긴다는 생각은 안 했다. 처음에는 (안방) 문도 안 닫았는데 시간이 지나 냄새가 나서 문을 닫고 거실 불을 켜고 살았다. 죄책감이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최고의 사랑을 주신 거다. 인생을 갈아 넣어서 저를 키워주셨다. 어머니께서 점점 더 힘들어하실 때, 점점 더 저한테 푸시했을 때, 이제야 해석되는 건 어머니께서 점점 더 불안하고 두려워지셨다는 거다. 어머니께 내가 아니어도 어머니는 대단하고, 귀한 사람이고,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 만약에 돌아갈 수 있다면, 어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눈물을 쏟았다.
  • “6월 18일, 3차 세계대전” 예언…新노스트라다무스가 밝힌 이유

    “6월 18일, 3차 세계대전” 예언…新노스트라다무스가 밝힌 이유

    ‘신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리는 인도의 점성술사가 점친 제3차 세계대전의 시작일이 다가왔다. 그가 예언한 날짜는 2024년 6월 18일이다. 인도의 점성술사 쿠샬 쿠마르는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언제 시작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3차 대전을 촉발할 가장 강력한 행성 자극제로 인해 오는 6월 18일에 (세계대전이)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쿠마르는 그러면서 “(6월) 29일도 발발 가능성이 있다”며 “미래 예측을 위해선 행성의 영향에 대한 더 신중하고 진지한 해석이 필수지만, 의도하지 않은 인적 오류나 실수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쿠마르는 지난 14일 데일리스타에 재차 “최근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이유로 6월 18일을 제3차 세계대전 시작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유권 문제와 친중 행보 등을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 간 갈등,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및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한반도 대립,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 등과 같은 사건을 언급했다. 이외에 ‘쿠바 미사일 위기’를 연상케 하는 러시아의 핵잠수함 전개, 대만 인근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단행한 중국 등도 집중했다.쿠마르는 “이러한 세계 각지의 갈등은 중요한 행성들의 정렬로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성과 별의 정렬을 기반으로 하는 ‘베다 점성술’ 차트를 사용해 그 결과를 보고 미래를 예측한다”며 “이전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국과 대만, 한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 고조를 예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쿠마르가 ‘신 노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리는 이유는 16세기 프랑스 점성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영향이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쓴 책 ‘예언’은 미래에 벌어지게 될 사건을 예언한다고 알려진 942개의 구절로 이뤄져 있다. 노스트라다무스 역시 2024년을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 공수처 1기 검사 “가장 큰 문제는 외풍이었다”

    공수처 1기 검사 “가장 큰 문제는 외풍이었다”

    허윤(48·변호사시험 1회)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원래 종합일간지 기자였다. 5년 동안 근무하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기 검사’로, 또다시 ‘변호사’로 직업을 바꿨다. 2021년 출범 이후 3년간 공수처 검사를 지냈던 그는 수사기관으로서의 공수처를 어떻게 평가할까. 허 변호사를 17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공수처 출범 이후 지금까지 구속영장 발부 ‘0건’, 직접 수사해 유죄를 받아 낸 사건 ‘0건’이라는 성적표에 대해 “인력이 부족하고 정치적 외풍이 큰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정치권 싸움에 휩쓸리고 당리당략에 이용되기도 해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수사, 김석준 전 부산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부정 특별채용 의혹 수사에 대해선 “실적이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허 변호사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며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이 기자로서의 경험과 상당히 맞닿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 10일 ‘일반 시민’을 위해 ‘쫄지마! 압수수색’이라는 책도 써냈다. 압수수색 당사자가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담았다고 한다. 카카오톡 메시지는 복원이 어느 정도까지 되는지,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이뤄지면 비밀번호를 반드시 알려 줘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다. 허 변호사는 “압수수색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나중에 법원에서 불리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검찰, ‘허위 인터뷰 의혹’ 김만배·신학림 구속영장 청구

    검찰, ‘허위 인터뷰 의혹’ 김만배·신학림 구속영장 청구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 보도로 명예를 훼손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 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에 대한 신병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신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는 17일 김씨와 신씨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배임수·증재, 청탁금지법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및 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와 신씨는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허위 인터뷰를 진행하고, 뉴스타파가 이를 보도하도록 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의혹을 받는 인터뷰는 2021년 9월 15일 진행된 것으로, 김씨가 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씨에게 ‘윤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 사건을 덮어줬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김씨의 음성이 담긴 녹취록을 바탕으로 이를 보도했다. 그 대가로 김씨가 인터뷰 닷새 뒤인 2021년 9월 20일 신씨에게 책값 명목으로 1억 6500만원을 줬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검찰은 이들이 대장동 의혹의 책임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에서 윤 대통령으로 돌리기 위해 허위 인터뷰를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씨와 뉴스타파 측은 “비판 언론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정치적 수사”이며 1억 6500만원에 대해서도 “인터뷰에 대한 대가가 아닌, 신씨가 작성한 책에 대한 값”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신씨에게 건넨 돈이 김씨가 제안한 ‘100억원 규모 언론재단’ 설립과의 연관성이 있는지 등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을 조사과정에서 김씨가 “2021년 3월쯤 100억원을 출연해 언론재단을 만든 뒤 신씨를 초대 이사장으로 앉히려 한다” 등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위 인터뷰 의혹 수사는 검찰이 지난해 9월 1일 신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보도과정에서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지난 5일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 공수처 ‘1기 검사’에서 변호사로…허윤 “압수수색, 내 일이 될 수도 있다”

    공수처 ‘1기 검사’에서 변호사로…허윤 “압수수색, 내 일이 될 수도 있다”

    “공수처 저조한 성적표, 인력 부족·정치적 외풍 탓”“기자·변호사, 진실을 찾아낸다는 공통점 있어”‘쫄지마! 압수수색’ 출간…“모르면 당한다” 허윤(48·변호사시험 1회)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원래 종합일간지 기자였다. 5년 동안 근무하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기 검사’로, 또다시 ‘변호사’로 직업을 바꿨다. 2021년 출범 이후 3년간 공수처 검사를 역임했던 그는 수사기관으로서의 공수처를 어떻게 평가할까. 허 변호사를 17일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공수처 출범 이후 지금까지 구속영장 발부 ‘0건’, 직접 수사해 유죄를 받아낸 사건 ‘0건’이라는 성적표에 대해 “인력이 부족하고 정치적 외풍이 큰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정치권 싸움에 휩쓸리고, 당리당략에 이용되기도 해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수사, 김석준 전 부산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부정 특별채용 의혹 수사에 대해선 “실적이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허 변호사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만나고 있는 사람 중 상당수가 ‘약자’라고 한다. 그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이 기자로서의 경험과 상당히 맞닿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허 변호사는 “기자든 검사든 변호사든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건 같다”면서 “진실이 뭔지, 이 속에 감춰진 게 뭔지 밝혀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가 지난 10일 ‘쫄지마! 압수수색’이라는 책을 써낸 것도 ‘일반 시민’을 위해서다. 실제로 압수수색을 집행하면서 현장에서 느낀 것들이 법조문에서 접한 압수수색과 괴리감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실감했단다. 허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사이 큰 범죄에 연루돼 있을 수도 있다”면서 “압수수색을 당해보고 전과가 있는 사람들은 절차를 잘 알지만 일반 시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엮여있는 상황이 되고, 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책에 압수수색이 들어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영장은 어떻게 보는지, 카카오톡 메시지는 복원이 어느정도까지 되는지,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이뤄지면 비밀번호를 반드시 알려줘야 하는지 등을 상세히 담았다. 허 변호사는 “압수수색을 당하게 되면 적극적으로 개입하라고 조언하고 싶다”면서 “압수수색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법원에서 목소리를 높여도 소용이 없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우리 아이 독서 인생 강서구와 함께”

    “우리 아이 독서 인생 강서구와 함께”

    “우리 아이 독서 인생은 강서구와 함께!” 서울 강서구는 유아에게 책꾸러미를 선물하는 ‘북스타트’ 사업을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북스타트 사업은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취지로 북스타트코리아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추진하는 독서 운동이다. 구는 지난해 35개월 이하에서 올해는 취학 전 유아로 대상을 확대해 사업을 추진한다. 책꾸러미는 북스타트 엄마북돋움(1단계), 북스타트 플러스(2단계), 북스타트 보물상자(3단계) 총 3종류다. 구에서 지원하는 것은 2·3단계로 2단계는 12개월~35개월 이하, 3단계는 36개월~취학 전 유아가 대상이다. 책꾸러미에는 책을 담을 수 있는 에코백과 2종류의 그림책, 아이 연령에 따라 북스타트 방법을 단계별로 설명하는 가이드북 등이 담겨있다. 희망자는 예약 없이 주민등록등본과 신분증을 지참한 후 구립도서관 8개소 중 한 곳을 방문하면 즉시 받아볼 수 있다. 단, 도서관마다 휴관일이 달라 사전에 문의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1단계(임신 3개월부터 출산 후 3개월)는 서울시 사업으로 희망할 경우 ‘서울시 임산부 교통비 지원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진교훈 구청장은 “북스타트 사업을 통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책과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독서 문화를 장려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 [최보기의 책보기] 안 읽은 손해는 있어도 읽어 손해 없다

    [최보기의 책보기] 안 읽은 손해는 있어도 읽어 손해 없다

    2300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이름을 드높였던 철학자가 ‘책이 너무 많아 아무리 읽어봐야 새 발의 피다. 책을 차라리 읽지 마라’고 했다는 설(設)이 있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 얇게 잘라 엮은 대나무 조각에 글을 써 책을 만들었단 죽간(竹簡) 시대에 간행된 책 수가 아무리 많았다 한들 한 해 수만 권 넘는 새 책이 출판되는 지금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였을 것이다. 보통사람이 한 달에 네 권씩 읽는다 해도 일년이면 고작 48권인데 그만큼만 읽어도 책을 아주 많이 읽는 사람 축에 든다. 그러니 내게 좋은 책을 고르는 것은 실력이거나 우연이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김미옥. 파람북)에 이은 편성준 작가의 신간 『읽는 기쁨』은 책벌레인 저자가 ‘매우’ 감명 깊게 읽은 탓에 이웃들도 함께 읽었으면 좋을 책을 추천하는 독후감을 엮은 책이다. 국내외 명저 51권을 소개하는데 이미 읽은 책 네 권, 읽으려 쌓아둔 책이 한 권인 반면 나머지 마흔여섯 권은 처음 들어보는 책들이다. 책이 워낙 많으니 기죽거나 놀랍지 않은 대신 ‘이 책만큼은 나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정보를 얻었기에 ‘책값은 충분히 하는 책’이다. 과거 국선도(단전호흡)를 열심히 수련할 때 ‘법사’께서는 늘 “남이 한다고 다 따라하지 말고 내 몸에 맞추어 수련하라”는 말씀을 강조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남이 읽어 좋다고 다 따라할 필요는 없다. 나와 맞는 책, 나에게 필요한 책,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그냥 편하게 읽으면 된다. 저자 편성준 역시 책 마지막에 “지금 읽고 싶은 책부터 먼저 읽으십시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당신이 읽지 않는다면 세상에 없는 책이나 마찬가지니까요.”라고 썼다. 솔직하고, 맞는 말이다. 참고로 51권 중 이미 읽은 책은 『백년의 고독』(G.마르께스), 『소년이 온다』(한강), 『이방인』(알베르 카뮈), 『달과 6펜스』(서머싯 몸)다. 읽으려 쌓아둔 책은 『구름해석전문가』(부희령)이며, 장차 꼭 읽고 싶은 책은 『문학박사 정지아의 집』(정지아), 『안녕 주정뱅이』(권여선), 『세 여자』(조선희), 『무한화서』(이성복) 등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토니 타키타니』도 있지만 그의 책은 이 책이 저 책 같고, 저 책이 이 책 같아 별로 끌리지 않고,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깨끗하고 밝은 곳』, 스티븐 킹의 『빌리 서머스 1,2』 등 해외 명저 역시 ‘대부분은 가난한 국내 작가들’이 먼저라는 생각에 목록에 올리지 않았다. 물론, 개인적 취향일 뿐이므로 남이 따라올 이유는 없다. 책을 읽든가 말든가 각자 알아서 하는 일이나 김미옥, 편성준은 물론 ‘내 삶을 치유하는 철학 솔루션 『닥터 필로소피』’를 쓴 김대호 작가 등만 봐도 단언컨대 ‘안 읽은 손해는 있어도 읽어 손해 없는 것이 책’임은 분명하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검찰, ‘허위 인터뷰 의혹’ 김만배·신학림 구속영장 청구

    검찰, ‘허위 인터뷰 의혹’ 김만배·신학림 구속영장 청구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뤄진 ‘허위 인터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전 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신병 확보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는 17일 김씨와 신씨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배임수・증재, 청탁금지법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및 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21년 9월 15일 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씨와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사건을 덮어줬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고, 뉴스타파는 이를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보도했다. 또 김씨는 인터뷰 닷새 뒤인 2021년 9월 20일 인터뷰 대가로 신씨에게 책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3권 값 명목으로 1억 6500만원을 줬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신씨에게는 허위 인터뷰 의혹과 별도의 공갈 혐의도 적용됐다. 신씨는 2022년 정기현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에게 혼맥지도 책을 줬고, 정 전 원장은 후원의 의미로 수백만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전 원장이 전직 청와대 인사에게 건넨 이 책이 문재인 전 대통령 측으로 흘러갔고, 신씨가 ‘제3자에게 양도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어겼다며 문 전 대통령에게 직접 말하겠다는 취지로 압박해 정 전 원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아냈다는 것이 혐의의 요지다. 허위 인터뷰 의혹 수사는 검찰이 지난해 9월 1일 신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화했다. 검찰은 보도 과정에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이달 5일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신씨와 뉴스타파 측은 “비판 언론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정치적 수사”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 포레스트 리솜, 국내 최초 흙 체험교육기관 ‘고마워토토’ 오픈

    포레스트 리솜, 국내 최초 흙 체험교육기관 ‘고마워토토’ 오픈

    충북 제천의 포레스트 리솜은 자연을 접하기 힘든 도시 아이들이 진짜 흙과 놀며 자연식생을 알아가는 전문 키즈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15일 오픈한 ‘고마워토토’는 국내 최초 흙을 이용한 체험교육기관이다. 포레스트 리솜 리조트는 원시림 속에 자리하고 있어 철마다 변하는 자연에너지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실내에서 계절에 관계없이 쾌적하게 흙과 놀이할 수 있는 고마워토토으로 자연체험이 더욱 풍부해졌다. 고마워토토에서는 흙놀이를 통해 직접 수확한 재료로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만든다. 고마워토토는 건강한 두뇌의 기초를 만드는 것을 교육기조로 삼고 있으며 4세부터 10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두뇌, 감성, 감정, 식습관의 불균형을 효과적으로 잡아주는 교육을 지향한다. 디지털 영상에 빠지기 쉬운 아이들에게 아날로그식 감성을 전달해 정서적 안정과 균형 있는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포레스트 리솜에서는 평일 90분(주말은 80분) 동안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이들이 체험하는 동안 부모들은 리조트에서 보다 여유롭게 휴식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이유에서다. 프로그램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평일 4타임, 주말 5타임으로 운영된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운영하지 않는다. 입장료는 아이 1인 기준 5만2000원이다. 아울러 다음달 초에는 리조트 내 위치한 해브나인 스파 찜질방이 3개월의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프리미엄 찜질스파존 ‘온미당(溫美堂)’ 으로 운영을 재개한다. 780㎡ 면적에 최신식 황토불가마, 소금방, 편백방의 찜질스파를 이용할 수 있다. 자연풍경과 함께 족욕을 즐길 수 있는 노천 풋스파존, 시각적 자극을 통해 심리치유 효과를 주는 컬러테라피존, 다양한 장르의 500여권 책을 볼 수 있는 릴랙스존, 무인스낵존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별도 찜질복 착용 후 이용가능하다. 찜질복 대여료가 포함된 입장료는 성인 1만2000원, 소인 9000원이다.
  • 좁디좁은 골목길 틈새로 손 내밀어 멀리서 온 손님 반기듯… 넉넉히 팔 벌린 작은 숲처럼 세상을 배려하는 큰~ 쉼표[건축 오디세이]

    좁디좁은 골목길 틈새로 손 내밀어 멀리서 온 손님 반기듯… 넉넉히 팔 벌린 작은 숲처럼 세상을 배려하는 큰~ 쉼표[건축 오디세이]

    조선시대 한양은 경복궁과 창덕궁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궁궐을 옆에 낀 북촌 지역에는 권문세가들이 모여 살았다. 그때는 세상의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서울의 ‘구도심’으로 분류되는 종로구 안국동 일대. 시간이 정체된 것 같아도 풍경에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감지된다. ●다양한 땅모양에 문화재 심의까지 헌법재판소 옆 골목도 많이 변했다. 초입부터 헌법재판소 도서관을 증축하면서 발굴된 ‘능성위궁 터’ 보존 건물이 들어섰고 주변이 정비된 느낌이다. 골목을 따라 높게 둘려 있던 담장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지고 꽃과 나무로 잘 조성된 정원이 생겨 골목 안에 푸름을 더한다. 골목 중간쯤에 못 보던 자그마한 2층 건물이 눈에 띈다. 두 개의 큐브가 아주 미세하게 엇갈려 위아래에 놓인 모양의 이 협소 건축은 ‘작은 숲’이라는 이름을 가졌다.취재 약속을 잡기 위해 건축가에게 전화를 걸어 건물 위치를 물으니 헌법재판소와 스타벅스 사이 골목 중간에 예전 ‘아리랑’이 있던 자리라고 설명해 주었다. 카페도 아니고, 식당도 아니었으나 주인장의 입담이 재미있어서 종종 들러 와인을 마시곤 했던 곳이라 어렵지 않게 찾아갔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마침 건물 앞에 툇마루 비슷한 것이 있어 앉아 봤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 골목을 비추는 햇살은 따갑지만 그늘에 앉으니 선선한 바람결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강남의 대로변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정취다. “멀리서 보면 골목 안에서 건물이 사람들을 반기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지나쳐 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스트리트 벤치를 두어 작지만 정겨운 배려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작은 숲’을 설계한 정영한 소장(정영한 아키텍츠)은 “이런 디테일들이 쌓여서 도시의 표정을 만든다”며 인사를 건넨다. 택지개발로 정형화된 반듯한 모양의 필지와 달리 과거 한옥들로 채워졌던 도심 속의 필지는 규모가 작고 이형(異形)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옆집과 간격을 두어야 하고 지구단위계획 구역이 지켜야 하는 ‘2층 이하, 최대 8m 높이’ 제한, 문화재 심의까지 받아야 한다. 태생적으로 많은 한계를 지닌 도심 주택가의 58.83㎡(17.79평) 작은 땅에 건축면적 31.87㎡(9.64평), 연면적 71.37㎡(21.58평)인 2층 협소 건축이 탄생했다. 건축가가 내놓은 답은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작은 디테일들이 도시 표정 만들어 정 소장은 “한옥이 있던 구도심의 필지는 크지 않고 모양도 반듯하지 않아 설계가 까다로웠지만 이런 조건을 극복하고 장소의 특색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새로운 공간의 가능성을 탐색해 나갔다”며 “공간을 위한 구조, 구조에 의한 공간을 스스로 경계하면서 구조와 공간이 조화롭게 만날 수 있도록 초기 기획 단계부터 디테일들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필지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건물은 철근 콘크리트 대신 철골 구조로 지었다. 건물의 외부 마감은 자연스럽게 에이징된 탄화목과 차가운 물성을 가진 알루미늄 소재의 디자인 패널이 조화를 이뤄 단순함에서 탈피하도록 했다. 1, 2층이 앞쪽 도로와 일직선이 아니라 미세하게 틀어져 쌓여 있는 것이 묘한 긴장감을 준다. 1층의 스트리트 벤치도 전면에서 약간 안으로 틀어져 설치돼 있다. 2층 모서리의 작은 테라스 역시 약간 틀어서 배치했다. 왼쪽으로 비켜서 나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본다. 임대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1층은 일단 밝고 환해서 전혀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높은 층고와 4m 높이에 고창(高窓)을 두어 개방감을 주면서 협소함을 극복한 결과다. 천장 바로 아래 가로로 난 고창으로 옆집 한옥의 기와가 눈에 들어온다. 현대적인 철골 구조의 집 창문 너머로 시간이 켜켜이 쌓인 기와가 보이는 풍경이 무척 멋스럽다. 1층의 앞문과 뒷문을 일직선상에 놓아 바람길을 만들어 공기 순환이 순조롭다. 문과 문 사이의 벽에는 커다란 유리창을 내었는데 푸른 잎의 대나무들이 나란히 선 모습이 보인다. 옆집 담과 건물 사이 한 뼘 정도 폭의 공간에 길게 조성한 정원에 심은 대나무들이다. 바람결에 푸른 대나무 잎이 흔들리니 살아 있는 사군자 그림과 다름없다. 창문을 통해 푸른 생명의 향기가 실내로 전달되는 것 같다.●높은 층고와 넓은 창으로 개방감 뒷문으로 나가면 좁고 긴 통로를 지나서 뒤쪽의 골목으로 나가는 출입문으로 연결된다. 푸른 잎을 드리우고 서 있는 옆집의 감나무가 운치를 더하는 정겨운 골목 풍경은 앞쪽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붉은 벽돌로 된 다가구 주택과 새로 단장한 개량 한옥, 구옥들이 있는 골목 안은 무척 정갈하고 정겹다. 도심에 이런 조용한 주택가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게 신기했다. 평당 5000만원을 호가하는 지가와 필지의 협소함을 생각하면 한 치의 공간도 낭비할 수 없는지라 건축가는 예전에 창고가 있었던 뒷문과 출입문 사이의 좋고 긴 땅을 절묘하게 활용했다. 골목길 쪽으로 3m 정도 뻗어나간 작은 매스를 만들고 지름 89.1㎜의 CFT(Cement Filled Tube·시멘트를 채운 철관)기둥 4개로 받쳤다. 매스의 끝부분에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철계단을 설치했다. 1층 사용자는 앞쪽 문을 이용하고 2층 사용자는 뒤쪽 출입문과 나선형 계단을 이용하면 마주칠 일이 없을 것이다. 작은 공간의 협소함을 극복하고 1층과 2층 사용자가 각각의 사생활을 지킬 수 있는 구조다.나선형 철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좁고 긴 공간의 한쪽은 서재, 다른 쪽은 유리로 통창을 만들어 개방감을 주었다. 유리창을 통해 예상 밖의 풍경이 펼쳐진다. 정 소장은 골목 안 한옥들의 기와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구도심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매력적인 풍경”이라고 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마치 방이 연결된 것처럼 보이죠. ‘작은 숲’이라는 이 건물 디자인에 영감을 준 풍경입니다.” 오래된 구옥들 사이에 새로 지은 건물 본체에서 구도심을 향해 3m 정도 뻗어나간 매스는 마치 생명력이 강한 나무의 가지가 기존의 집들을 향해 새롭게 뻗어나가 구도심을 품는 듯하다.2층은 오랜 시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은퇴한 노년의 건축주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좁은 전실을 지나면 벽과 천장을 하나의 재료(자작나무 합판)로 마감한 단출한 공간이 나온다. 대각선 방향으로 저 멀리 인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자리에 있던 구옥을 보러 왔을 때 2층의 전망을 보고 단번에 구매를 결정했다는 그 인왕산이니, 공간의 주인이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측면만 열려 있고 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 발코니를 만들었다. 건축주는 아파트라는 편리하면서도 도식화된 주거 공간에서 벗어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서울의 도심에 꿈꾸던 공간을 갖고 인생 2막을 펼치고자 했다. 독서와 공부가 취미인 건축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지인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읽은 책에 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거나 인왕산을 바라보며 고요하게 자신을 마주하는 힐링의 공간을 원했다.●작지만 사용자의 다양한 번역 가능 정 소장은 “이곳은 주거 이외의 부수적인 기능을 가진 서재나 취미 공간, 손님을 맞이하는 기능을 외부로 분리한 도심 속의 작은 사랑방을 만들고자 했다”며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의 기능과 쓰임의 방식이 사용자에 의해 다양하게 번역될 수 있다면 시간의 변화에도 더 단단히 견뎌 낼 수 있는 ‘작은 건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에서 공간의 완결은 물리적 상태를 만들고 빈집을 떠나는 건축가의 몫이 아닌 사용자에 의해 완결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생각이다. 그가 2013년부터 기획해 오고 있는 건축전시 프로젝트 ‘최소의 집’도 건축가가 최소로 개입하고 사용자에 의해 정의되는 건축의 다양한 모습들을 다룬다. 정 소장은 과밀하고 획일화된 도시 풍경 틈에서 관습적인 구조방식을 탈피해 새로운 주거 유형을 탐색하며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프로세스를 도입한 설계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6×6주택’(2014·김수근프리뷰 어워드), 부산 구도심에 지은 ‘다섯그루 나무’(2015, 한국건축가협회상), ‘물 위의 방’(2018·시카고 아테네움 건축디자인박물관과 유럽건축예술디자인도시 연구센터 선정 2020년 국제건축상) 등이 있다. 함혜리 건축 칼럼니스트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