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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임총리제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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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의 남자·호남 파격인사… “민심반전 의도” “권한유지 표출”

    盧의 남자·호남 파격인사… “민심반전 의도” “권한유지 표출”

    수석 인선 마무리도 안됐는데 여야 협의도 없이 기습 발표野 거센 반발로 오히려 역풍박홍근 “김기춘 前비서실장 작품” 2일 박근혜 대통령의 김병준 총리 지명은 여야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전격적이었다. 기자들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일부 수석 인선을 먼저 한 뒤 내각 쇄신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었다. 중립내각 여부 등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데다 청와대 공백부터 메우는 게 순리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인사의 내용보다는 시기와 과정을 놓고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정황과 직결된다. 내용적으로 대표적인 노무현 정부 사람을 총리로 지명하고 호남 출신들을 경제부총리와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나름대로 거국중립내각 색채가 날 만큼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야가 한창 내각 쇄신 여부를 놓고 씨름 중일 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인사를 발표한 것은 야당을 한껏 자극한 꼴이 되고 말았다. 야당의 반발은 우선 자존심 손상에 대한 불쾌감 표출로 보인다. ‘비상시국’인 만큼 청와대가 야당에 먼저 양해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일방적으로 인사안을 발표한 것은 야당을 무시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또 하나는 청와대가 노무현 정부 사람을 총리로 지명함에 따라 야당의 공격 명분이 약해질지 모른다는 딜레마를 애당초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자칫 박 대통령의 ‘쇄신 공세’에 끌려가면서 정국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반발이라는 얘기다. 어쨌든 박 대통령의 김병준 총리 임명 카드는 야당으로 하여금 겨우겨우 자제하고 있던 ‘공세의 둑’을 한꺼번에 허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금기시됐던 하야(下野)라는 단어가 일부 야당 의원은 물론 유력 대선주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등 야당의 공세는 급격히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혀 자칫 김 총리 후보자는 상당기간을 총리 서리로 지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청와대가 이처럼 리스크가 큰 총리 지명 카드를 서둘러 꺼낸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파격 인사로 성난 여론을 일단 반전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과 함께 최순실 비리에 박 대통령의 직접 개입설까지 제기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총리 후보자가 명실상부한 책임총리로서 내치에 대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박 대통령은 외치만 맡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날 총리를 먼저 임명한 뒤 그 총리에게 사실상의 조각(組閣) 권한을 주는 형식보다는 경제부총리와 국민안전처장관을 총리와 함께 지명함으로써 앞으로도 변함없이 실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소한 외치와 안전, 경제 분야만큼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놓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이라는 셈이다. 그렇게 보면 장기적으로는 책임총리제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대통령과 총리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처럼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내각 쇄신 카드가 야당을 자극해 ‘하야 대 비(非)하야’ 구도가 빚어지더라도 나쁠 게 없다는 계산을 청와대가 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적 시각도 나돈다. 이와 관련,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병준 총리 카드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김무성 “朴대통령 개각, 김병준 총리 내정자 지명 철회해야”

    김무성 “朴대통령 개각, 김병준 총리 내정자 지명 철회해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2일 개각을 단행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비판한 뒤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순실 사태 이후 그동안 ‘어떻게든 헌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게 저의 기본 입장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오늘 대통령의 총리 지명 방식은 사태수습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거국중립내각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특히 경제부총리와 국민안전처장관까지 내정하는 것은 거국중립내각제는 물론 책임총리제도 아님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리더십을 복원하고 국정정상화를 위해 필요성이 인정되는 거국중립내각은 야당이 주장해서 이를 여당이 수용했고 각계각층 지도자들도 동조하고 있다”며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거국중립내각 취지에 맞게 국회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권 인사들을 향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헌정 중단을 막으면서 국가의 장래를 가이 협의해 나가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누란의 위기 한국, 길을 묻다/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누란의 위기 한국, 길을 묻다/강동형 논설위원

    1972년 6월 미국 워싱턴DC 워터게이트 복합센터. 이곳에 민주당 대통령 선거운동 본부인 전국위원회가 입주해 있었다. 워터게이트 복합센터 경비원들이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5명의 용의자를 붙잡았다. 범인 중에는 닉슨 대통령 경호원 출신과 중앙정보국(CIA) 전직 직원도 있었다. 이들은 도청 장치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단순 절도범으로 취급됐다. 닉슨 대통령 측은 이들과의 관련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이 사건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주지 못했고, 공화당 후보였던 닉슨 대통령은 민주당의 조지 맥거번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사건은 세인의 관심 속에서 사라졌다. 이후 워싱턴포스트 두 기자가 끈질긴 보도를 이어 가면서 닉슨 대통령 관련설이 제기됐다. 사건 발생 1년 후 관련자들은 기소됐고, 백악관은 법무부를 통해 경찰 수사에 압력을 넣으며 사실 은폐를 시도했다. 도청 장치를 설치한 범인들은 스스로 애국자요, 반공주의자를 자처하며 대통령 관련설을 부인했지만 닉슨 대통령은 탁핵 위기에 몰리고 1974년 8월 사임하게 된다. 그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의 줄거리다. 단순 절도 사건이 이렇게 된 것은 거짓말과 진실 은폐가 결정타였다. 이후 대통령과 관련된 추문과 대형 사건에 워터게이트의 ‘게이트’를 접미사처럼 사용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최순실 게이트’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대통령 친인척 관련 각종 게이트와 성격이 다르다.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각종 의혹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동력을 상실한 청와대와 정부, 집권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도 딱 부러지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책임총리제에 이어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이르기까지 백가쟁명식 처방전이 나오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당리당략 아닌 게 없고, 올바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 총체적인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한자리수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의 지지율로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것 못지않게 헌정 중단 사태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탄핵과 하야는 말은 쉽지만 우리가 취해야 할 선택지는 아니다. 문제는 쉬운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해법이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대통령의 귀책 사유가 큰 탓이다.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대통령을 배제한 채 해결책을 모색하다 보니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고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는 이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서 확인됐다. 또한 대통령의 발언이 실체적 진실과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안다. 여기에 의혹들을 덮기 위해 개헌 카드를 던졌다는 불순한 의도가 더해졌다. 거짓과 진실 은폐 시도는 워터게이트 사건과 그 맥을 같이한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청와대와 집권 여당은 진실만을 이야기해야 한다. 거짓과 은폐 시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국중립내각이 됐든, 책임총리가 됐든 이제 민심의 향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만이 헌정 중단 사태 등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그럼 누가 길을 찾아야 하는가.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나서야 한다. 소통의 정치와 상생의 정치는 이제 야당의 몫이라 할 수 있다.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놓인 것은 불통 정치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야당 지도자를 포함한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당리당략을 떠나 헌정 중단 사태를 막을 책무가 있다. 야 3당 원내대표가 만나 사건의 진실 규명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고 작명만 할 게 아니라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는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야당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보여 줄 적기라 할 수 있다. 그래야만 수권 정당으로서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정권 창출만이 목적이 돼선 안 된다. 청와대나 여당도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보인다는 교훈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yunbin@seoul.co.kr
  •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여야, 거국내각 총리 추천 절차·대통령 2선 후퇴 놓고 맞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여야, 거국내각 총리 추천 절차·대통령 2선 후퇴 놓고 맞서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파문 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국중립내각이 거론되고 있지만 논의의 시작점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거국내각이라는 개념이 헌법과 법률에 명시되지 않고 정치적으로만 존재하다 보니 모호한 측면이 많아 해석을 두고 여야가 곳곳에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각각의 정치적 셈법이 얽혀 논쟁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여야는 시작부터 어려움에 부딪혔다. 당초 거국내각을 구성하라고 가장 먼저 주장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 유출에 대해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를 하자 문 전 대표는 26일 “박 대통령은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강직한 분을 국무총리로 임명, 총리에게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라”고 강조했다. 침묵을 지키던 새누리당 지도부도 30일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듯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에게 김병준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와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등을 거국내각의 총리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지자 민주당은 “국면 전환용 꼼수”라며 반발, 거국내각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1일 “거국내각을 제안하려면 적어도 제1야당 대표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전에 전화 한 통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야당의 협조를 받는다더니 사전에 의논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거국내각에 대한 이해에도 상당한 차이가 드러난다. 새누리당은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대통령에게 촉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당이 동의할 만한 중립 성향의 총리를 임명하는 등 야권 인사 일부를 내각에 포함시킨다는 개념으로 이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동의’는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 과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 교수와 같은 야권 성향의 정치권 밖 인사를 총리 후보로 추천한 것이 그런 맥락이다. 반면 야권은 박 대통령이 2선으로 아예 물러나 국정에서 사실상 손을 떼야 하고, 실질적인 전권을 쥐게 되는 거국내각의 총리를 여야가 협의를 거친 뒤 인선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날 “거국중립내각 구성의 선결 조건은 ‘최순실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대통령의 눈물 어린 반성, 박 대통령의 탈당”이라면서 “중립내각 구성을 위해선 대통령이 3당 대표와 협의하고 그 결과의 산물로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그에 앞서 “대통령의 권한을 최소화하고 여야 합의로 임명된 총리가 국정을 수습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서는 총리의 역할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에서 외교·안보는 박 대통령이 맡고 내치(內治)는 총리가 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에게 집중됐던 권한과 책임을 분산해 국무총리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도록 하는 책임총리제를 접목시킨 개념이다. 다만 국무총리에 대한 임명·해임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보니 대통령을 견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SBS에 출연해 “거국중립내각 총리로 제안이 온다면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누가 됐든 적극적인 상태로 임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야가 진정으로 합의한다면 어느 누구도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국정 올스톱… 중심추는 관료다

    국정 올스톱… 중심추는 관료다

    400조 7000억 ‘슈퍼 예산안’ 시한 한 달 남았는데 조율 중단 “법정시한이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이건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아니라 최순실 청문회입니다. 솔직히 예산을 봐 달라고 읍소할 의욕도, 물밑에서 조율할 능력도 없습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의 한 공무원은 1일 “속이 타들어 간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부는 400조 7000억원으로 짜인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9월 말부터 논의가 시작돼 한창 ‘자르고 붙이고’ 할 시점이지만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법에서 정한 예산안 국회 통과 시한은 다음달 2일이다. ‘최순실 사태’로 국정 시계가 사실상 멈춰 섰다. 전광우(연세대 석좌교수) 전 금융위원장은 “경제·외교·안보 등에 걸쳐 총체적이고 전례가 없는 국정 공백 사태를 맞고 있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관료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도 “책임총리제이든 거국내각제이든 거버넌스(통치) 부문은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영역”이라고 선을 그은 뒤 “결국 행정은 일선에 있는 관료들이 챙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경제는 내가 책임지겠다”며 한강 다리를 일곱 번이나 건넜던(정부서울청사→정부과천청사→명동 은행회관)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처럼 전문 관료들의 소명 의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정권은 유한해도 공직자들의 임무와 책임은 영원히 진행형”이라면서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관피아(관료+마피아)라고 매도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 공복(公僕)으로서의 사명감을 강요하느냐’고 불만일 수 있겠지만 이것이 바로 세금을 주는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임지원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7%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 수치의 상당 부분은 정부 재정에 기댄 것”이라면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내수 위축 등으로 올 4분기에 마이너스성장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가 계획한) 11조원이 예정대로 풀릴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요 조짐이 없지만 거버넌스 위기 속에서도 국정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국가 장래 위해 정략 버리고 거국내각 구성을

    정치권에서 책임총리제에 이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으로 기울어진 민심은 시간이 흐른다고 개선될 기미가 없이 계속되는 등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려면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야는 당리당략을 버려야만 한다. 셈법이 서로 다른 정치권으로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휴일인 그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통령에게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책임총리제를 요구했던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은 정략을 넘어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거국중립내각 구성은 야당의 전유물이었다. 야당은 어차피 주장해도 대통령이나 여당이 받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공격 소재가 없었다. 대통령중심제하에서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도 남북전쟁을 치르던 링컨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민주당의 앤드루 존슨을 임명한 적은 있지만 이를 우리 상황과 비교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2년 8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 관리를 위해 현승종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중립내각을 구성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야당이 국정에 참여하지는 않은 탓에 이를 거국중립내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대통령 중심제에서 거국중립내각은 구성 그 자체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당이 하자고 하는데 야당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특히 거국중립내각은 야당이 당론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틈만 나면 주장해 온 국정 수습 방안이 아닌가. 그런데도 갑자기 민주당이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며 발뺌을 하는 것은 야당의 당리당략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여당의 거국중립내각 촉구도 책임 회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를 구성하려면 대통령이 당적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여당 수뇌부 그 누구도 대통령에게 당적을 버리라고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현 정국을 안정시키는 1차적인 책임은 집권당인 새누리당에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무엇 하나 주도적이지 못하다. 이 기회에 지도부를 쇄신하고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 대통령에게 거국내각 구성을 건의하고, 야당에 실무 협상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야당도 책임총리제나 거국내각 구성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면 야당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거국중립내각은 일정 기간 대통령제를 포기하고 내각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여야 정치권의 역할은 거국중립내각을 포함한 모든 국정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 외신 ‘샤머니즘 연관’ 보도에 靑 “어이가 없어서…”

    외신 ‘샤머니즘 연관’ 보도에 靑 “어이가 없어서…”

    청와대는 31일 최순실씨 관련 의혹 사건이 샤머니즘적 주술과 연관돼 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어이가 없어서 말을 못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육·해·공군 합동훈련인 호국훈련이 시작된다”며 “북핵 문제 등 주요 외교 안보 사안을 흔들림 없이 해내 갈 것임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최순실 씨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와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서 철저히 규명되기를 바란다”는 원칙적 입장을 반복했다.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미르·K스포츠 재단운영과 관련해 수시로 보고했다’는 최씨 측근인 고영태씨 지인의 주장을 담은 의혹 보도와 검찰이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니까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고만 답했다. 거국중립내각이나 책임총리제 등에 관해서는 “대통령께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으니까 지켜봐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후임 인선 계획으로는 “알려드릴 게 있으면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비리 핵심 수석 교체, 후속 쇄신책도 서둘러야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물결을 이뤘다.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수능을 앞둔 수험생, 어린 아이를 안은 시민까지 가세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에 성난 민심은 폭발 직전의 화약고다. 대통령 퇴진 요구와 집회는 앞으로도 들불처럼 계속 번져갈 조짐이다. 이런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제서야 의혹의 핵심 인물들이 교체됐다. 박 대통령은 이원종 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김재원 정무·우병우 민정·김성우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재만 총무·정호성 부속·안봉근 국정홍보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사표도 전격 수리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각계의 인적 쇄신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인사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실 국민의 눈에는 수사를 자청해야 할 처지의 박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한다는 사실조차 어불성설이었다. 그럼에도 성난 민심을 수습하려는 최소한의 의지가 있었다면 의혹에 연루된 참모들을 분초를 다퉈 청와대 밖으로 빼내야 했다. 그래도 모자란 판에 참모들과 함께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할 것”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마저 보였다. 박 대통령의 심각한 현실 오판과 민심을 더 이반시키는 참모들의 후안무치에 연일 할 말을 잃은 단계였다. 안· 우 수석과 ‘문고리 3인방’을 어린아이들조차 장난삼아 입에 올리며 나라 걱정을 하는 판국이다. 악몽이다. 오죽했으면 이들의 자리는 차라리 비워두는 게 나라와 국민에 이롭다는 넋두리가 쏟아졌겠는가. 박 대통령은 한 자릿수 지지율을 바라보는 ‘식물 대통령’이란 절벽 앞에 서 있다. 국정 농단 의혹의 청와대 참모들이 건재한 와중에 버티던 최씨는 느닷없이 귀국했고 검찰은 갑자기 휘몰이 수사를 시작했다. 의혹의 눈길이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일의 선후(先後)를 모르는 대통령의 대응에 국민 화병이 깊어진다. 박 대통령은 참모들에 이어 총리와 장관 등 후속 인사도 서둘러야 한다. 인적 쇄신을 더 미적대면 성난 민심을 수습할 방도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책임총리제를 정국 돌파 대안으로 고심하는 중이다. 또 새누리당 지도부는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박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거국내각이든 책임총리든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최선의 후속 쇄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 與지도부 “정상적 국정운영 불가능” 총사퇴 배수진

    비주류 외면 땐 분당 사태 우려… 내각총리 후보 야권 인사 거론 정진석, 김종인·손학규 추천… 구성안 정치쟁점 비화 가능성 새누리당 지도부가 30일 ‘거국 중립 내각’ 구성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배경에는 ‘정상적 국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상황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결정은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계 중심의 당 지도부가 야당과 비박계의 요구를 수용한 모양새가 됐다. 대외적으로는 여권에 등을 돌린 여론과 각계각층의 시국선언, 이를 명분으로 한 대규모 집회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는 비주류인 비박계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지도부 퇴진을 넘어 자칫 분당 사태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지도부는 외치와 내치를 각각 대통령과 총리가 분담하는 ‘책임총리제’를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87조 1항)과 각료해임 건의권(87조 3항)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 대통령 권한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책임총리제는 현 사태를 푸는 처방전이 될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원 대변인은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은 선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31일 의원총회를 열어 ‘거국 내각 구성’ 결정에 대한 추인 절차를 진행한다. 새누리당은 또 “최순실씨를 긴급체포해 수사하고 엄벌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을 불러 검찰이 최씨의 귀국 사실을 알고도 신병확보를 하지 않은 것이 법률에 저촉되진 않는지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지시했다. 이와 함께 당은 거국 내각 총리 후보로 당내 인사는 물론 야권 인사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총리 후보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민주당을 최근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박 대통령은 당 지도부가 ‘총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거국 내각 구성을 촉구한 터라 단칼에 거절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더라도 여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는 점에서 내각 구성안이 정치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순실 특검’ 도입을 놓고도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국 내각 구성 문제까지 얹혀지면, 여야의 대치만 더욱 첨예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최순실 전격 귀국…朴대통령 조순·고건 등 사회 원로들과 면담

    최순실 전격 귀국…朴대통령 조순·고건 등 사회 원로들과 면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파문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시민사회 원로들을 만나 사태 수습책과 관련된 의견을 들었다. 30일 청와대에 따르면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이번 면담는 조순 전 서울시장과 고건 전 국무총리,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 12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최씨 파문 사태로 마비된 국정에 대한 우려와 민심 수습책 등에 대한 의견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전날에도 여권 원로인 김수한·박희태·박관용·김용갑 등 총 8명의 새누리당 상임고문들을 만나 민심 수습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28일에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당 차원의 목소리도 들었다. 한편 이번 면담을 통해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비롯한 인적쇄신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책임총리제 도입,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 핵심적인 정국 해법 관련 논의도 이뤄졌을지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대수’ 만연 공무원 사회] 靑 ‘만기친람’ 고착화… 대처·자율·소통 ‘公職 신경계’ 마비됐다

    [‘오대수’ 만연 공무원 사회] 靑 ‘만기친람’ 고착화… 대처·자율·소통 ‘公職 신경계’ 마비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공직사회 무기력증의 제도적 극복을 위해 ‘사회부총리’ 자리가 신설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안들을 하나하나 직접 챙기는 이른바 ‘만기친람’에서 벗어남으로써 공직사회의 능동성과 자율성을 높여보자는 게 주된 취지였다. 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눈과 귀를 청와대에만 집중하고 있다가 뭐라고 한 줄 시그널이 떨어지면 그제서야 액션을 취하는 공직사회의 행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 4월 총선으로 정국이 여소야대로 재편되면서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하자) 현상은 한층 더 심각해졌다. 정부세종청사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18일 “공직사회는 국회 탓만 하면서 현안 해결에 미온적이고, 시급한 현안의 해결이 지체되는 것을 마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는 대통령이 결국엔 전면에 나서는 현상이 4·13 총선 이후 부쩍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에 시급한 현안에 대응하는 ‘반사신경’, 스스로 정책을 생산하는 ‘자율신경’, 민간 및 타 부처와 소통·조율하는 ‘교감신경’ 등 공무원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3대 신경’이 마비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교육·사회·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사회부총리가 주재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는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총 22차례 열렸다. 하지만, 회의에서 다뤄진 안건은 시급한 민생 현안과는 거리가 있는 불요불급한 주제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문화가 있는 날 확산 계획’,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이상 지난해 5월 5차 회의), ‘광복 70주년 태극기사랑 70일 운동 추진 계획’(지난해 6월 6차 회의), ‘이야기산업 육성 추진 계획’(지난해 8월 8차 회의) 등이다. 그나마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다룬 안건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관계부처 협조 대응’(지난해 7월 6차 회의), ‘미세먼지 관리대책 및 부처 간 협조’(지난해 12월 13차 회의), ‘아동학대 예방 강화를 위한 미취학 장기결석 아동 관리 대책’(지난해 12월 14차 회의) 정도였다. 이마저도 심도 있는 토론과 조율이 이뤄졌다기보다는 사건이 터진 뒤 수습을 위한 형식적 논의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정작 대책이 필요한 안건은 한 차례도 회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공약으로 내세웠던 ‘책임총리제·책임장관제’의 실패에 이어 내각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부총리 제도까지 유명무실하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그러는 사이 정책 방향과 포인트를 짚어 주는 대통령의 만기친람이 다시 강화됐다. 무신경한 정책의 종합판은 지난 6월 발표된 미세먼지 대책이었다. 환경부 등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박 대통령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자 그제서야 움직였다. ‘특별대책’이라고 이름 붙인 패키지 정책이 발표됐지만, 효율성 문제에 더해 재탕·삼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환경부는 당초 미세먼지 대책에 경유값 인상안을 넣으려 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부처 간 난맥상도 도드라졌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자율신경계도 무뎌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대기업집단의 자산총액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공정위는 지난 2년여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관계와 타 부처와의 조율 문제를 들어 기준을 높이는 게 어렵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난 4월 언론사 편집국장들과 만나 “대기업 지정 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자 급히 기준 상향으로 자세를 전환했다. 춘천과 속초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 사업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업의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난달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춘천~속초 고속철 사업처럼 수십년간 지역주민이 애타게 원하는 데도 과거 틀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사업이 관광·스마트헬스케어 산업 등과 시너지를 내도록 만들면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자 곧바로 사업이 추진됐다. 2조여원의 사업비 전액을 국가 재정으로 충당하기로 한 것이다. 전기료 누진제 완화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논란은 민심을 살피는 교감신경이 공직사회에서 작동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 전기료 부담을 호소하는 민심을 향해 산업부는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누진제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집에서 에어컨도 마음 놓고 쓰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산업부는 하루 만에 일시적인 누진제 요금 경감안을 내놓았다. 국방부는 경북 성주 미사일 포대를 사드 부지로 발표해 놓고 “레이더는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제3의 장소는 검토하지 않는다”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소속 대구·경북(TK) 지역 국회의원들과 만나 “성주 내 다른 지역으로 사드 주둔지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자 국방부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성주 군민들에게 “제3 후보지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고용노동부의 ‘구직수당’을 핵심으로 한 청년취업 지원제도 부처 간 교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복지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에 청년들에게 직접 현금을 주지 말라고 하는데, 고용부는 “재단이 주체이고 지원 요건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울시와 비슷한 정책을 발표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백가쟁명식 개헌론 쏟아내는 정치권

    백가쟁명식 개헌론 쏟아내는 정치권

    새누리, 필요성엔 공감…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 더민주, 주류 ‘4년 중임제’… 비주류 ‘책임총리제’ 국민의당 “기본권이 먼저… 선거제도 변화가 시급” 정치권에 개헌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백가쟁명식’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개헌 논의의 필요성에만 여야가 공감대를 이뤘을 뿐 시기·방식·방향 등은 모두 제각각이다. 특히 각자 계파 진영 논리, 혹은 고도의 정치 셈법에 따른 개헌론이 대부분이다 보니 이번에도 ‘말의 성찬’ 속에 개헌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에서는 개헌론이 의원별로 산발적으로 분출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이후 입을 굳게 닫았던 19대 국회 때보단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다. 그러나 개헌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논의 시기에 있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개혁법 처리 등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야권의 개헌특위 구성 제안에 대해서도 일단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6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개인적으로 ‘87년 체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지만 정치인 몇몇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는 필패할 것”이라면서 “범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도 “대한민국이 새로운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개헌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게 되면 결국 정치는 올스톱된다. 모든 것이 개헌의 블랙홀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분권형 이원집정부제든 의원내각제든 권력 구조 개편에는 동의하지만, 현 정부 내 개헌이 성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국회의장 중심으로 개헌연구모임을 하거나 대선 후보들이 공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논의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주류와 비주류 간 주장의 결은 조금씩 다르다. 뚜렷한 차기 대권 주자가 있는 주류(친노무현계) 측에선 ‘4년 중임제’를 중심으로 하는 개헌을, 마땅한 주자가 없는 비주류(비노무현계) 측에선 ‘책임총리제’와 같은 권력 나누기 형태의 개헌을 희망하는 분위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개헌은 해야 한다.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 “헌법만 다루기보다 선거제도 개선 문제까지 광범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상호 원내대표는 “개헌은 차기 대권 후보들이 고민할 문제다. 박근혜 정부 임기 말에 개헌이 설마 되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부겸 의원과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내년 대선 출마자들이 개헌 공약을 하고, 다음 대통령이 임기 중에 추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조속한 개헌 논의에 대해선 찬성하면서도 논의 방식과 방향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국민의 기본권이 먼저고 그다음이 권력 구조인데, 정치권에선 권력 구조 얘기만 한다”면서 “먼저 국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향상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개헌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개헌보다 시급한 것이 선거제도의 변화”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헌법개정안이 확정되더라도 국회 의결 등 100일 이상 소요되는 일정을 생각할 때 개헌 논의는 ‘조조익선’(早早益善·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의미)”이라고 밝혔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글로벌 시대] 한국 총리, 중국 총리 단상/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 한국 총리, 중국 총리 단상/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사퇴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후임 총리는 무소식이다. 정부 수립 이래 44번째 총리를 기다리는 국민의 마음은 무관심과 냉소에 가까울 정도다. 청와대 고위 공직자가 총리 인선의 기준으로 다른 무엇보다 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우선한다는 말에도 안타까움을 느낀다. 어차피 우리 현실에서 책임총리제 구현이 어렵다면 총리제를 없애고 대통령이 직접 내각을 총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자조감도 든다. 책임총리가 실질적 책임과 권한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 총리가 돼야지 책임만 지고 물러나는 것이 책임총리가 돼서는 안 된다. 제헌 헌법 초안에 내각책임제로 운영하고자 명목상의 대통령과 실권을 쥔 총리를 두었는데, 이승만 대통령이 대통령 중심제로 전환하면서 현재처럼 총리의 권한이 어정쩡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총리는 어떠한가. 중국은 공산당 중심 체제이지만, 실질적으로 당, 군, 국무원으로 나뉜 체제다. 따라서 국무원의 수장인 총리는 독자성과 권한을 갖는다. 우리의 총리에 비해 중국의 국무원 총리는 상당히 중요한 존재다. 주석과 총리의 업무 분담이 확실한 편이다. 예를 들어 마오쩌둥(毛澤東)은 국방에 전념하고, 외교는 프랑스 유학파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맡았었다. 27년간 총리로서 저우언라이는 중국인들에게 인자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주룽지(朱鎔基) 총리 역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100개의 관을 준비하라. 99개의 관은 부패공직자 것이고, 1개는 내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명총리였다. 우리는 1987년 직선제 이후 정당의 부침에 따라 주로 정치형 총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중국의 총리는 철저히 실무형 현실 정치형으로 지방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중앙에서 발탁하는 인사 시스템이었다. 중국 지도자들의 막후 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결정되지만, 행정 능력을 철저히 판단한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간쑤(甘肅)성 지질국 간부를 거친 지진 전문가로, 1976년 베이징 근처 탕산(唐山) 대지진 때 능력을 인정받아 중앙 정부로 진출했다. 쓰촨(四川)성 대지진 당시 현장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현 총리인 리커창(李克强)도 안후이(安徽)성, 허난(河南)성과 같은, 중국에서도 경제력이 낮은 성의 성장과 서기를 거치며 지도력과 능력을 인정받았다. 중앙 고위 공직을 맡으려면 2~3년 지방 현실 파악을 위한 근무를 해야 하는 중국의 독특한 인사제도가 있다. 중앙의 고위 공직 진출을 위해 철저한 경력 관리와 경험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깜짝 발탁, 깜짝 인사라는 말이 중국에는 없다. 중국의 미래 권력은 지방에서 부상한다는 말이 있다. 파워 엘리트들이 중앙이 아닌 지방 현장에서 치열한 내부 경쟁을 한다. 지방 행정의 리더십에 대한 엄격한 평가라는 중국 특유의 인재 등용 시스템이 고위 관료를 단련해 준다. 또한 순환 보직을 통해 유능한 인재를 발굴한다. 중국의 행정 관리들은 정치에 끼어들 틈이 없다. 고위 공직자가 되려고 정치권을 기웃대는 우리의 현실과 다르다. 대한민국 정부와 신중국 수립 이후 중국은 7명의 총리가 있었던 데 반해 한국은 39명(4명은 두 차례 총리)의 총리를 경험했다. 대한민국 총리 수난사, 잔혹사라는 말이 회자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총리가 없어도 국정 공백이나 국가 혼란을 느끼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공직 인사 시스템을 살펴보고 총리 제도에 대한 대변화 또는 선임과 임명 방식의 개선이 있었으면 좋겠다.
  • [커버스토리] 萬人之上 오른 총리, 一人之下에서 463일

    [커버스토리] 萬人之上 오른 총리, 一人之下에서 463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뒤 새로운 총리 후보자가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한 데서 보듯 혹독한 여론 검증과 인사청문회 절차가 버티고 있어 새 총리를 임명하는 게 만만치 않아 보인다. ‘권한 없는 넘버2’의 한계를 벗어나 도덕적 권위와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책임총리의 위상과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1948년 정부수립 이래 명암과 영욕이 교차한 ‘대한민국 총리’를 되돌아본다. ●첫 후보자 이윤영, 네 번 지명받고도 한번 못해봐 대한민국 국무총리는 첫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자리였다. 1948년 당시 이윤영 총리 지명자는 이런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평북 영변군 출신 개신교 목사이자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고초를 당했던 이윤영은 해방 이후 고당 조만식과 함께 활동하다 월남한 뒤 제헌의회 의원이 됐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이 첫 총리 지명자로 이윤영을 지명했지만 다수당이던 한국민주당의 반대로 인준표결에서 부결됐다. 결국 이 대통령은 광복군 참모장을 지냈던 이범석을 총리로 지명해 국회인준을 받았다. 당초 대한민국 제헌헌법 초안은 의원내각제를 모델로 했고 이에 따르면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원수에 그쳤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대통령중심제를 고수하면서 결국 의원내각제 기반 위에 대통령중심제를 덧붙이는 식으로 절충이 됐다. 한민당은 이에 협조하는 대신 한민당 지도자인 김성수를 총리로 지명하라고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윤영은 1950년 4월 다시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국회표결에서 찬성 68표, 반대 83표로 부결됐다. 1952년 4월에도 장면 총리가 사퇴하자 국무총리 서리로 임명됐지만 이번에도 역시 국회에서 부결됐다. 그해 10월 장택상 총리가 사임하자 이 대통령은 4번째로 이윤영을 총리에 지명하지만 또다시 국회의 벽에 막혔다. 결과적으로 이윤영은 총리에 4번 지명받고도 한번도 국무총리가 되지 못한 유례없는 기록을 갖게 됐다. 제2공화국이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는 개헌을 하면서 국무총리는 사실상 국가원수가 됐지만 5·16쿠데타 이후 다시 임명직 국무총리가 등장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무총리는 법적으로는 권한이 막중하지만 실제로는 인사권 자체가 전적으로 대통령 소관이어서 실권을 가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책임총리제를 강조하며 이해찬 전 총리에게 상당한 권한을 주려고 노력한 바 있지만, 전반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총리는 ‘방탄총리’, ‘실권 없는 2인자’라는 논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1대 이범석 나치 연구자… ‘친일 전력’ 총리 3명 이윤영 총리안의 부결로 대한민국 초대 총리는 한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쳤던 이범석이 맡게 됐다. 15세에 중국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홍범도 장군이 주도한 청산리전투에 참여했고 임시정부 한국광복군 참모장과 제2지대장 등을 지냈다. 그는 나치를 연구하고 히틀러 사망을 안타까워하는 등 나치를 추종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역대 총리 가운데 3명은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친일파에 포함돼 있다. 정일권·김정렬 두 총리는 일본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군 소속 장교로 복무했다. 김정렬 총리는 태평양 전쟁에 조종수로 참전했고, 장면 총리는 종교계 총동원을 논의하는 시국간담회에 천주교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43대 중 재임은 4명… 실제 총리 수 39명 이완구 총리는 43대 총리이지만 이범석 초대 국무총리가 취임한 뒤 현재까지 국무총리로 일했던 사람은 모두 39명이다. 이 가운데 4명이 총리를 두 번 맡았다. 장면은 1950년부터 1952년까지 총리를 지냈지만 이승만 대통령과 갈등 끝에 사임했다. 4·19혁명 뒤에는 내각책임제 정부수반인 총리에 선출됐지만 이번에는 5·16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총리에서 물러났다. 이 밖에 백두진은 이승만·박정희 정부, 김종필은 박정희·김대중 정부, 고건은 김영삼·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로 일했다. 이완구 총리는 63일 만의 사의표명을 기준으로 하면 총리로서 가장 단명한 총리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 총리를 포함해 역대 총리의 평균 재임기간은 463.5일로, 1년 3개월 남짓이다. 6대 허정 총리는 외무장관으로 재임하던 도중 4·19혁명이 일어나고 대통령이 사임하는 등의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임시로 맡은 총리였다. 22대 노재봉 총리는 1991년 1월에 취임한 뒤 명지대 1학년이던 강경대씨가 시위 도중 경찰에게 구타당해 숨지면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를 수습하는 차원에서 4개월 만에 경질됐다. 총리로서 재직일수가 가장 긴 총리는 9대 정일권 총리이며, 김종필 총리가 두 번째다. 정일권 총리는 재임기간이 1964년부터 1970년까지 6년으로 한국의 현실에서는 이례적으로 ‘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다. 김종필 총리는 1971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총리를 지냈지만 정일권 총리가 세운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민주화 이후 가장 오랫동안 재임한 사람은 김황식 총리다. 그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약 2년 5개월간 재직했다. ●역대 총리 평균 연령 61.5세… 최고령은 74세 역대 총리 39명의 취임 당시 평균 연령은 61.5세다. 연령별로 보면 70대에 총리가 된 사람이 7명이다. 취임 당시 가장 고령이었던 총리는 24대 현승종 총리와 32대 박태준 총리로, 두 사람 모두 74세에 총리가 됐다. 19대 김정렬 총리와 39대 한승수 총리는 73세였고 34대 김석수 총리는 71세였다. 8대 최두선 총리와 42대 정홍원 총리는 70세였다. 반면 4대 백두진 총리와 11대 김종필 총리는 취임 당시 46세, 9대 정일권 총리는 47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총리가 됐다. 고향으로 살펴보면 이북 출신이 꽤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황해도 4명, 평남 5명, 평북 2명, 함남 1명으로 모두 12명이다. 노태우 정부 당시에는 강영훈(평북 창성), 정원식(황해 재령), 현승종(평남 개천) 등 총리 5명 중 3명이 이북 출신이었다. 단일 지역으로는 서울이 7명으로 가장 많다. 충남과 경남이 5명씩이고 경기와 전북이 4명을 배출했다. 정일권 총리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태어나 유일한 재외동포 출신 총리로 기록됐다. 이 밖에 37대 한명숙 총리부터 38대 한덕수 총리, 39대 한승수 총리까지 세 번 연속 청주 한(韓)씨에서 총리를 배출한 것도 특이한 기록이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깊고 큰 성찰 없이 위기 극복 없다

    [김형준 정치비평] 깊고 큰 성찰 없이 위기 극복 없다

    #1. 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차떼기당’이란 오명이 너무나 두터웠던 2004년 3월 23일 당 대표로 선출됐다. 선출 다음날 박 대표는 당 간판을 떼서 여의도에 천막 당사를 짓고 입주했다. “국민에게 지은 죄를 진심으로 참회하면서 천막에서 새로운 한나라당의 길을 설계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이런 각오와 “마지막 기회를 달라”는 호소는 결국 한나라당을 살려 냈다. 총선에서 50석도 못 건질 것이란 예상을 깨고 121석을 획득했다. #2. 박 대표가 2006년 5월 20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위해 단상에 오르는 순간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심하게 다쳤다. 박 대표는 병원에서 깨어나자마자 “대전은요?”라는 말로 대전시장 선거 상황부터 챙겼다. 당시 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열세였던 대전 지역 선거 판세를 뒤집어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 줬다. #3. 2007년 8월 20일 치러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2450표(1.5% 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박 후보는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밝혔고 “한나라당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대선 막판에 이회창 전 총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박 전 대표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이명박 후보의 승리를 위해 올인했다. #4. 박 전 대표는 2010년 6월 29일 국회 본회의 세종시 수정안 표결에 앞서 반대 토론을 했다. 박 전 대표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신뢰가 깨지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기와 분열이 반복될 것이므로 이로 인한 국력 낭비와 비효율이 매우 클 것이다”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밀어붙였던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재석 275명 중 찬성 105명, 반대 164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됐다.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갖고 있는 좋은 이미지와 ‘박근혜의 힘’은 이런 사례들을 통해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히 박 대통령은 참회와 책임감, 자기 절제와 소명 의식, 원칙과 신뢰, 약속과 실천 같은 소중한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었다. 이를 극대화해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현시점에서 박 대통령과 관련된 과거 사례들을 반추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처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집권 2년 동안 박 대통령에게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특유의 장점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가 정치 실종, 인사 실패, 정책 혼선, 소통 부족, 임기응변, 약속 파기 등으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인사(2012년 12월 19일)에서 “국민께 드린 약속은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책임총리제, 대탕평 인사, 여성의 대표성 제고를 통한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 공기업 낙하산 인사 척결, 4대 중증 환자 국가 보상, 대학생 반값등록금, 전시작전권 환수, 증세 없는 복지 등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이 약속했던 공약들이 파기됐거나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바뀌고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약은 수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상세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이를 애써 무시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교만한 태도이며 평소 박 대통령의 이미지와도 맞지 않는다. 전체 임기의 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급격하게 추락하는 것은 나쁜 징조다. 그런데 민생 경제를 살리지 못한 채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을 교체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대통령 특보를 임명하고, 전략적 모호성으로 민감한 외교안보 문제를 풀려고 해도 위기는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 극복의 최고 해법은 대통령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다시 살려 내는 것이다. 국민들이 싫어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말고, 대통령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 추진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원칙대로 할 것 같아서’ 지지한 면이 강하다. 따라서 박 대통령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자신이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와 원칙’이 없었는지 깊이 성찰해 이를 시정하는 것이다.
  • [단독][2월 정국 전망] 與·野·政·靑 동시다발 인물 교체… 치열한 주도권 경쟁

    [단독][2월 정국 전망] 與·野·政·靑 동시다발 인물 교체… 치열한 주도권 경쟁

    ‘2월 정국’을 주목하라. 이달 들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당·정·청과 야당의 인물 교체가 곧바로 ‘설 밥상’에 오르며 올 한 해 정치판의 변화를 추동할 역학 관계와 방향성을 드러낼 것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설 민심은 연말 이후 정체됐던 정치를 자극하면서 향후 치열한 정국 주도권 경쟁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새누리당의 2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은 당·청 관계 재정립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는 8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대표와 지도 체제를 출범시키며 4월 재·보선을 첫 시험대로 맞게 된다. 9~10일로 예정된 책임 총리를 표방하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와 이달 내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김기춘 비서실장 거취 등 청와대 후속 인사와 개각도 정치적 휘발성이 만만치 않은 국정 변수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 생일인 2일 대중에게 공개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이 전 대통령 증인 채택 여부와 맞물려 연쇄적인 정치·외교적 갈등을 유인하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일] 새누리 원내대표 경선 친박 vs 비박… 여권 내 권력 구도 변화 예고 2일 마무리되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는 향후 당·정·청 관계 및 여권 내 역학 구도 변화에 영향을 끼칠 주요 변수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취임 이후 당·청 간 잦은 잡음이 나오는 상황에서 누가 원내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정책 추진 등을 둘러싼 당·청 간 주도권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이번 선거에서 맞붙은 기호 1번 유승민·원유철 의원 조와 2번 이주영·홍문종 의원 조는 친박근혜계 대 비박근혜계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유·원 의원 조가 청와대와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민심에 좀 더 가까이 있는 당이 당·청 관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이에 이들 조가 승리할 경우 당이 여권 내 혁신을 주도하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홍 의원 조는 당·청 간 협력을 주장하고 있다. 불필요한 잡음보다는 당·청 소통을 강화해 여권 내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기존 이완구 전 원내대표 체제와 비슷한 원만한 당·청 관계가 예상되며, 청와대가 당에 정책 협조를 당부하는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8일] 새정치연 전당대회 6개월 만에 비상위 탈출… 야당성 드러낼까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는 8일 전당대회를 통해당 지도부를 교체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벗어난다.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합당한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만에, 7·30 재·보선 패배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가 무너진 지 6개월 만에 조직과 지도부를 모두 갖추게 된다. 문재인·박지원·이인영 당 대표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선명한 야당성’을 내세우고 있고, 야당성을 드러낼 만한 정국 조성도 예상된다. 청와대 비선 개입 의혹 사건, 연말정산 개편 파문 등으로 인해 박근혜 정권의 리더십이 흔들렸고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외교 국조, 야당 텃밭 위주의 4월 보궐 선거가 예고되어 있다. 역으로 ‘네거티브 선거전’의 후유증을 추스르고 당내 계파 정리를 하는 일이 새 대표에게 급선무가 될 수도 있다. 재야 진보인사들로 구성된 ‘국민모임’의 신당 추진, 나아가 진보정당 간 통합 논의 등 야권 전체의 재편 움직임도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결과와 연계돼 있다. 지난달 29일 국민모임이 신당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30일 원외 진보정당인 노동당의 새 대표로 ‘정의당과의 통합 공약’을 내건 나경채 후보가 선출됐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1일 “정의당은 어떻게든 진보재편 논의를 되는 판으로 만들 책임이 있다”며 의지를 보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9 ~10일] 이완구 총리 후보자 청문회 박근혜 정부 ‘내각·당·청 관계’ 분수령 될 듯 이달 중순쯤 예상되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탄생은 현 정부의 내각과 당·청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첫 정치인 출신 총리 후보자라는 점이 여·야·정 간의 원활한 소통과 책임총리제 실현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키워 놓았기 때문이다. 당초 정치권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인 출신 총리 기용을 기피한다고 인식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번에는 3선 의원인 이 후보자를 지명하며 ‘전향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총리 후보자의 두 번의 낙마 탓도 있겠지만 국회와의 소통에 방점을 찍고 여권에 악화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이 후보자가 오는 9~10일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별 탈 없이 통과할 경우 향후 내각 운영과 당·청 관계가 기존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청 간 불협화음이 줄어들 뿐 아니라 총리가 ‘대독총리’라는 오명을 씻어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물론 부동산과 관련한 연이은 의혹 제기로 인해 낙마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만에 하나 이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박근혜 정부는 치명상을 입게 돼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초~중순] 청와대 개편·개각 김기춘 교체 여부·신임 비서실장 후보에 관심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이래 진행 중인 청와대 개편과 개각 역시 정국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이다. 특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교체 시점과 신임 비서실장이 누가 되느냐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김 실장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시도됐던 국무총리 교체 과정에서 빚어진 후보자 낙마와 추가 인사 추천 실패, 거듭된 인사 검증의 실패, 정윤회 사건에 대한 대처 미흡, 각종 정책 혼선 등 드러난 문제들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떠나는 만큼 정국의 흐름을 바꾸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여권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이미 새 국무총리 내정, 청와대 조직개편과 수석비서관 교체 등이 단행됐음에도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한 것도 민심이 ‘책임 소재’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방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실장은 재임 기간 ‘정치의 영역’을 축소시킴으로써 청와대 비서실에 ‘불통’ 이미지를 더한 측면이 있는 만큼 여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 및 내각 등과의 원활한 소통 능력이 신임 비서실장의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개각은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이후인 이달 중순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개각의 폭과 인선에 박 대통령의 정국 운용 방향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18~20일] 설 연휴 설날 ‘밥상 민심’ 촉각… 정치권 여론전 나서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의 ‘밥상머리 민심’도 정치 지형을 좌우할 요소 중 하나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나눈 정치 화두가 전국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매년 여야 정치권이 설날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책 홍보물 배포’, ‘귀성 인사’ 등 여론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올해는 설날을 앞두고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연말정산 논란’ 등이 최대 이슈로 ‘밥상머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신용카드사 개인정보유출’ 문제와 ‘조류인플루엔자’(AI), ‘6·4 지방선거’ 등이 설날 민심의 최대 화두로 꼽혔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는 8일 새롭게 선출되는 당 대표를 중심으로 전선을 형성해 대여 견제력을 강화하고, 새누리당은 당·청 관계를 새롭게 정립,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동력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윤희웅 민 여론분석센터 센터장은 “최근 박근혜 정부에 대해 악화된 여론이 회복의 기류로 갈지, 악화된 흐름이 그대로 이어질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정권을 뒷받침하던 장년층인 50~60대의 지지율 회복을 놓고 여야가 각자의 노력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정책 컨트롤타워 실종] “靑, 정책 흔들지 말라”

    전직 경제부총리와 장관들은 지금의 국정 난맥상을 바로잡으려면 당초 정권이 표방했던 책임총리제와 부총리제 부활의 초심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대통령 중심제에서 총리와 부총리가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려면 대통령이 얼마나 힘을 실어 주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총리, 부총리와 가까운 관계에 있고 정말로 밀어준다는 인상을 다른 장관들에게도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도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총리, 부총리의 책임을 분명하게 짚어야 하지만 권한부터 확실하게 주는 게 먼저”라면서 “정책을 보고받고 발표한 뒤에는 절대 부처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강 전 장관은 “연말정산 등 세금 관련 정책은 부처에서 당연히 청와대의 승인을 받아 발표한다”면서 “여론 반발을 의식해 정책을 바꾼 것은 전적으로 청와대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부총리와 장관들도 최근 ‘춤추는 정부 정책’의 근본 원인으로 하나같이 청와대를 지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 총리제를 강조하고 부총리제까지 부활시켰지만 정작 정부 정책은 청와대가 쥐락펴락하고 있고, 그랬다가 역풍이 불면 청와대만 뒤로 숨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철학 부재를 탓하는 쓴소리도 있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는 “정부가 정책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없기 때문에 여론에 휘둘리는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지난해 갑자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을 때 내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출범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경제 정책을 짜는 일인데 처음부터 명확한 대책이 없었다는 방증”이라는 얘기다. 관료들 사이에 ‘다거’(大哥·큰형님)로 불렸던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은 하루빨리 국정 동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윤 전 장관은 “노조는 명분에 어긋나면 바로 반대 투쟁에 나선다”면서 “(지금처럼 당·정·청이 제각각이면) 이해관계자가 확실한 4대 부문 개혁을 어떻게 밀고 나갈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책·임·완·구

    책·임·완·구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총리의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집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책임총리’로서의 권한 행사와 관련한 질문에 “책임총리란 말이 법률 용어는 아니고 정치적 용어”라며 이같이 말했다. 책임총리라는 말이 법 규정에 없는 용어인 만큼 원칙론을 밝힌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국정 운영과 조정 권한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때부터 책임총리제를 강조했지만 정홍원 총리가 보여준 모습은 책임총리와 거리가 멀었다. 또 지난해 총리 후보자들이 연이어 낙마하면서 총리의 위상이 상당히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후보자는 야당과의 개헌 합의설 등에 대해서는 “예민한 문제인 만큼 나중에 말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만나 “오물딱조물딱(상의 없는 일 처리) 하지 않고 ‘아웃 오브 사이트’가 되지 않도록 야당과 자주 만나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그는 본인과 부인 명의의 재산으로 모두 11억 1463만원을 신고했다. 인사청문회는 다음달 4일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사설] 책임총리 이번부터는 제대로 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책임총리제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총리가 행정부를 통괄하고,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국무위원의 임명·제청권, 해임 건의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는 헌법 정신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솔선해서 분산시키겠다는 대국민 약속은 엄청난 지지를 받았고 대통령의 당선에도 기여한 측면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책임총리는 여전히 실현되지 못한 미완의 공약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국정의 2인자이자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 불리는 총리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게 투영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 운영이나 내각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의 권력행사 방식을 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명실상부한 총리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총리 지명 직후 이 후보자가 “쓴소리를 하는 직언 총리가 되겠다”고 말한 것은 책임총리로 가는 1단계 수순에 불과하고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국민들은 직언으로 보좌하는 총리 이상으로 헌법이 규정한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총리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 전 총리가 헌법에 보장된 총리 권한을 행사하려다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전격적으로 사표를 낸 사례도 있다. 대부분 총리들은 ‘대독(代讀) 총리’, ‘행사장 총리’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단 채 의전형 총리로 자리매김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친일 논란으로 낙마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지명 직후 “책임총리는 처음 듣는다”고 말해 국민들의 실망과 언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그가 국민들의 바람을 충족시킬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5월 그가 원내대표에 선출됐을 때 “대통령께 어려운 고언의 말씀을 드릴 생각이다”고 공언했지만 제대로 실천에 옮겼다는 기억은 별로 없다. 오히려 지난해 12월 7일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오찬 때는 청와대 문건 파문으로 정국이 어지러운 상황인데도 “대통령 각하”라는 말을 세 번씩이나 하면서 쓴소리와는 정반대 방향의 길을 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충남지사직을 던지는 소신을 보였지만 이런 자세라면 책임총리는 고사하고 박 대통령 친정 체제를 강화하는 ‘받아쓰기 총리’가 될 가능성도 높다. 더욱이 이 후보자의 총리 발탁 배경에는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선두권을 달리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견제 카드라는 여론도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다. ‘예스맨 총리’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책임총리는 화려한 수사로 이뤄지지 않는다. 실천을 통해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책임총리제 실현 여부는 최고통수권자의 확고한 의지에 달린 만큼 대통령은 핵심적 국정 운영 과제에 집중하고 대신 총리에게 활동의 공간을 넓혀 주는 결단이 필요하다.
  • [정부조직 개편] “재난관리체제 혁신 계기” 기대감… “한지붕 세 가족” 우려도

    [정부조직 개편] “재난관리체제 혁신 계기” 기대감… “한지붕 세 가족” 우려도

    18일 정부조직법의 국무회의 통과로 신설된 국민안전처의 역할과 운영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적 관심을 등에 업고 재난관리체제를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옥상옥’과 ‘한지붕 세 가족’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인사혁신처가 독립 기관으로 출범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일각에선 인사뿐 아니라 조직 기능까지 안전행정부에서 분리시켰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소방과 해경 현장 인력들이 활기를 되찾고 일할 수 있도록 상당한 독자성과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보면 국민안전처 조직이 미흡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안행부 안전관리본부 인력들이 사실상 승진에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면서 “이 정도 포상을 해 주는 것은 선례가 없는 일로, 해당 공무원들 스스로도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동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 교수는 “한마디로 한지붕 세 가족이고 ‘적과의 동침’”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재난 관리를 위한 일사불란한 총괄기구에 너무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 싶다”면서 “당장 조직 화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무총리가 중앙대책본부장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어차피 총리는 대통령에게 보고를 할 테니 결국 보고 체계만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재일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전에 비해 재난 대응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관리감독 권한을 중앙에 집중시켰으니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난안전 전문가는 “이른바 ‘제복’ 조직은 배타성이 강하다. 소방과 해경, 군이 각자 따로 움직이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차관은 물론이고 국회 관련 업무나 법률안 정비 등 행정을 이해하고 총괄해 줄 고위직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난 관리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 4단계로 나뉜다. 국민안전처의 장·차관 모두 직업군인이다 보니 대응 분야에선 역량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예방 전략 수립, 즉 국가 재난대응체제를 설계하는 과제는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재난 관리와 군사작전은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규 교수는 “장관은 해군, 차관은 육군 출신인데 육군과 해군이 조직문화도 다르고 경쟁 관계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혔다. 이어 “사용하는 용어도 차이 날 정도로 이질적인 군, 소방, 해경 조직이 각자 자기 차관을 중심으로 상호 간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직군별 이기주의, 조직 융합의 어려움, 업무 갈등 등 예전 소방방재청이 탄생했을 당시의 문제점을 되짚어 봐야 한다”면서 “해경, 방재청, 안행부 등 전혀 다른 기능을 해 왔던 3개 부처가 합쳐져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 중심이 아니라 ‘머리만 굵어지는’ 조직 개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재난 관리 전문가는 “결국 재난이 발생하면 초동 대응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게 돼 있다”면서 “지자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공조하는 게 재난 대응에서 관건인데 안행부도 없어진 상황에서는 국민안전처와 지자체 간 연결고리를 잇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장관 자리 하나 더 생기고 관련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들을 하나로 모은 것이니 결국 머리만 더 커진 것에 불과하다”면서 “안전 기능은 현장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현장) 위주로 대응해야 한다. 새 시스템은 현장 입장에서 보면 보고 체계만 복잡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무현 상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사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이 종합 부서인 안행부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무총리실 소속이 된 것은 아쉽다”면서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갔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왕 총리실 산하로 갔으니 총리가 실질적인 권한과 집행력을 확보하는 책임총리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학 박사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 조직을 안행부에서 분리시켜 별도 조직을 만든다고 했을 때 혹시나 했는데 얼마 되지도 않아 조직 기능은 안행부에 남는 걸로 바뀌는 걸 보고 역시나 했다”면서 “인사와 조직 기능을 모두 총리가 거느리는 게 권력 분립 차원에서도 더 좋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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