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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불거지는 책임론] ‘허둥지둥’ 안행부

    세월호 참사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일어났다. 정부가 지난 2월 완성했다는 재난대응 체계는 실전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머리와 손발이 따로 놀았다. 현장에선 허둥댔고 총괄조정기구는 구조해야 하는 사람이 몇 명이고 몇 명을 구조했는지 파악도 못 했다. 국민 안전을 국정 전략으로 내건 현 정부의 재난대응 체계는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범정부 사회재난 대응 조직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컨트롤타워’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현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을 바꾸면서 5600만원의 예산을 썼다. 또 정부 재난대응 체계의 설계도격인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지난 2월 7일부터 시행됐다. 이후 잇따라 대형 사건이 두 건이 터진 셈이다. 재난기본법의 핵심은 안행부에 중대본을 설치하고, 그전까지 소방방재청이 맡았던 사회재난의 총괄 기능을 안행부에 맡기는 것이다. 기능은 넘겨받았으나, 방재청의 전문 인력은 흡수하지 않았다. 중대본은 사고 현장을 책임진 해양경찰청을 지원하는 건 고사하고 각 기관이 보고하는 숫자를 모으는 역할조차 제대로 못했다. 중대본이 제 구실을 못하자 이번에는 국무총리가 나서 법에도 없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며 중대본이 유명무실해졌다. 중대본이 준비 없이 대형 사고를 만난 상황에서 수습 역량이 부족했지만, 그나마 법으로 정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를 사실상 ‘무의미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대응 방침을 제시한 것이 되레 기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기회를 없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무원들이 시스템에 따라 재난 대응을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의중과 지시만을 바라보는 현상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세월호 침몰-불거지는 책임론] ‘멀뚱멀뚱’ 해경

    [세월호 침몰-불거지는 책임론] ‘멀뚱멀뚱’ 해경

    목포해양경찰서가 세월호의 사고 신고를 받은 시간은 16일 오전 8시 58분. 목포해경 상황실은 8시 59분 서해해양경찰청에 헬기 구조를 요청하고 100t급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123정’을 급파했다. 완도·제주·여수해경에도 함정을 비상 소집할 것을 요청했다. 헬기(B511호)와 ‘123정’이 사고 해역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 30분. 헬기는 15분 뒤인 9시 45분쯤 승선원 6명을 처음 구조한 뒤 모두 18명을 구조했다. 5분 뒤에는 ‘123정’이 추가로 80명을 구조했다. 당시 구조 작업에 투입된 해경 함정은 모두 38척이고, 헬기는 7대였다. 하지만 해경의 구조가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세월호가 전복될 때까지 해경의 구조작전은 선박 주변에서만 이뤄졌다. 배 밖으로 탈출했거나 눈에 보이는 선체에 있는 승객들을 구조하는 정도였다. 지원 나온 어선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당시 바닷물 속으로 침몰하는 여객선 안에는 300명 이상이 남아 있었지만 여객선 내부에는 진입하지 않았다. 배가 가라앉기 직전 곧바로 수중 구조대를 투입했더라면 몇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는 123정 자체 판단에 의한 구조작업이었다. 해경 측은 “123정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세월호는 이미 왼쪽으로 50∼60도 기울어진 상태여서 수중 수색 전문 특공대가 아닌 한 선체 진입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서해해양경찰청 소속의 특공대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목포항에 대기했지만 10시 11분에야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선체 진입을 시도한 것은 여객선이 전복된 지 1시간 가까이 된 11시 24분. 이마저도 강한 조류 탓에 16분 만에 선체 진입을 중단했다. 세월호 사고는 이러한 초기 대응 미흡으로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관제 시스템의 문제도 드러났다. 진도교통관제센터(VTS) 교신 기록에는 관제센터가 오전 9시 5분까지 세월호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돼 있다. 세월호는 신고 접수 전 1시간 이상 사고 해역에 머무는 등 이상 징후를 보였다. 본분을 어기고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전혀 모니터하지 못한 것이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세월호 침몰-불거지는 책임론] ‘얼렁뚱땅’ 해수부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부실한 정부의 선박 안전관리 실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해사 안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관리감독만 제대로 했어도 희생자 규모가 크게 줄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도 서류상으로는 승객 대피 훈련을 해 왔다. 올 2월 훈련계획표를 작성해 해양경찰청 심사를 통과했다. 10일마다 소화훈련·인명구조·퇴선·방수 등 해상인명 안전훈련을 하고, 3개월마다 비상조타훈련을, 6개월마다 선체손상 대처훈련·해상추락 훈련을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세월호 소속 청해진해운은 이 같은 훈련을 거의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해수부(해경)나 국토교통부(지방해양항만청)가 훈련이 계획대로 실시되는지 감독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승선 인원과 화물 적재량 관리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청해진해운은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서 화물 657t, 차량 150대를 실었다고 보고했지만 사고 후 화물이 1157t, 차량이 180대라고 바꿔 발표했다. 이런 축소 보고를 걸러 냈어야 할 감독기관은 이 사실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점검보고서는 오직 한국해운조합에만 제출되는데 이 조합이 해운사들의 회비로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화물적재 등에 대한 관리감독이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해수부 현직 공무원들이 사안마다 책임을 하급기관으로 미루는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항로 이탈 의혹이 일자 일부에서 세월호의 항로도를 요구했지만 해수부는 “그건 해경에서 갖고 있다”고 답변했고, 운항관리 규정을 요청해도 “해경에서 심사하고 심사필증을 내준 것이어서 우리는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운법 21조는 운항관리 규정을 심사할 의무는 해수부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朴, 남재준 재신임하며 ‘초강력 경고’… 선거 악영향 차단

    朴, 남재준 재신임하며 ‘초강력 경고’… 선거 악영향 차단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해 15일 정부와 청와대는 일제히 사과를 쏟아냈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오전 10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비슷한 시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사과했다. 오후에는 황교안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사과했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이 같은 여러 각도의 사과는 전례를 찾기 쉽지 않다. 박근혜 정부로서도 처음이다. 특히 남 원장은 지난해 3월 임명 이후 국정원 대선 댓글 사건이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파문 당시에도 사과한 적이 없었다.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내보이는 조치로 여겨진다. 박 대통령은 이날 “또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가장 강력한’ 경고를 냈다. 지난 1월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에 대해 이런 형태의 경고가 나온 뒤 2월에 윤진숙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퇴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해임된 것을 감안할 때 ‘국민에게 신뢰를 잃게 될’ 부처·기관에 대한 마지막 경고인 셈이다. 이는 바꿔 얘기하면 이번 사태로 남 원장에 대한 인책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전날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것도 이에 대한 전조였을 수 있다. 앞서 지난 1월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에 대한 경고 때에도 사실상 경고의 당사자였던 현오석 부총리는 이 발언을 통해 면책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증거자료에 위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며 ‘엄중한 경고’를 내놓은 적이 있어 ‘관대한 대처’라는 논란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정원에 대해서는 그간 대선개입 의혹 등을 거치며 사회로부터 추궁당했던 대대적인 개혁 요구에 대해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터여서 “또다시 ‘쇄신책’으로 책임론을 넘어가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다가오는 6·4 지방선거는 이 일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야권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청와대가 내놓은 다각적 사과의 이면에는 이런 점에 대한 감안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에는 공세의 각도를 어떻게 잡느냐 하는 고민이 생겼다. ‘증거조작’과 ‘안보 무능’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지의 문제이다. 다만 증거조작은, 이미 수사 결과가 발표됨으로써 추가적인 사실 발견이 없다면 동력을 크게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안보 무능에 대한 비판은 과도하게 밀어붙이면 도리어 여권에 득이 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 지방선거가 ‘중앙 이슈’에 대한 흡수율이 떨어지는 것도 고민이 될 수 있다. 딜레마에 빠진 야권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北 무인기 사태로 본 득실은

    북한 소형 무인기는 기술 수준이나 파괴력 등의 측면에서 미사일 발사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의 포격 도발 등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급’이 낮다. 하지만 우리 영토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단지 추락했을 뿐인데도 우리 정부와 군에 심리적 부담감을 줬다는 것 자체만으로 북한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본 셈이다. 이번 추락 무인기 사태는 북한의 NLL 포격 도발과 맞물리며 우리 군의 책임론이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군은 북한의 해상훈련에 ‘신속·정확·충분성’의 교전규칙에 따라 대응하며 무력시위에 대한 준비태세를 과시했지만, 하루 뒤 발견된 무인기는 이러한 대내외적인 선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까지 들어왔지만 기체가 추락하기 전까지 우리 군은 인지조차 하지 못했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파주 무인기가 추락한 지 9일이 지나서야 1차 조사 결과를 보고받는 등 군의 보고 및 대응체계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이후 대남 도발에 대한 태세는 더욱 강화됐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저강도 위협’에는 속수무책임을 자인한 꼴이 됐다. 하지만 군으로서는 북의 저강도 도발에 대응할 장비 도입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얻은 것도 있다. 국방부는 11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무인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탐지·식별·타격체계를 최단 시간 내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10대 미만의 이스라엘제 저고도레이더를 올해 안에 긴급 도입해 국가 중요 시설과 서부전선의 주요 축선에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또 전방 경계 강화를 위해 차기 열상감시장비(TOD)와 다기능관측경 등의 감시장비도 보강할 계획이다. 소형 무인기 타격체계로는 독일제 레이저무기가 검토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소행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 국제 공조를 통해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역설적으로 우리 군이 ‘완제품’에 가까운 북한 무인기를 직접 손에 넣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시각도 있다. 무인기의 인공위성위치정보(GPS)를 비롯, 배터리, 엔진 등을 통해 북한의 통신기술과 IT기술력, 배터리 제작 수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군은 GPS칩 분석을 통해 북한의 IT기술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서울광장] 책임지는 장관도, 문책하는 대통령도 없는 정부/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책임지는 장관도, 문책하는 대통령도 없는 정부/문소영 논설위원

    ‘무인기 사건’을 보고 있으면, 북한은 한국에서 선거가 있는 해에는 반드시 ‘한방’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4년 전인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3월 26일에 ‘천안함 사건’이 터졌다. 해군자료실 정의로는 ‘천안함(PCC-772)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공격으로 침몰해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한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한 사태’다. 당시 괴이했던 점은 북한의 도발이 확실했고 따라서 그 도발을 사전에 감지하지도, 격퇴하지도 못했으니 책임지겠다는 국방부 장관이나 군인도, 문책하겠다는 대통령도 없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그해 6월 17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지 않았더라면 당시 합참의장도 책임을 지고 사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공교롭게도 4년 전과 비슷한 시기에 ‘무인기 사건’이 발생했다. 올 3월 24일 파주에서 민간인이 최초로 무인기를 발견해 나라가 벌집 쑤신 듯했다. ‘평화의 댐’같이 과장됐지만 북한이 무인기로 남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공포가 확산됐다. 11일 국방부의 중간조사 결과는 “북한 소행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서해전쟁’의 저자이자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전화통화에서 “무인기 사건은 북한 어뢰 폭침으로 인한 천안함 사건보다 더 황당한 사건으로, 무인기 첩보는 올 3월이 아니라 지난해 9~10월에 이상물체에 대한 신고가 더 많았는데 묵살됐던 사건”이라며 “지난해 3월부터 북한이 무인기를 활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는데, 안보책임자들이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고 국회에서 답변하는 자체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김 편집장은 이번 사건에서 합참의장과 육군 1군·3군 사령관, 기무사령관, 국방부 정보본부장 등 최소 5명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를 강조하는 보수정권에서 북한 무인기에 지리멸렬하게 대응하고, 자국의 무인기 전력을 노출한 것은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맡긴 업무에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국민의 세금으로 고액의 연봉만 따먹는다면 그 자리에 무기력한 그 인물을 놓아두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다양한 문제가 터졌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정부에서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퇴, 또는 경질된 사람은 겨우 2명이다.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미국 국적의 인턴을 성추행해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던 윤창중 대변인과, 기름유출 현장에서 코를 막은 ‘혐의’를 받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여전히 살아남은 장관들을 보면 윤 전 해양부 장관이 경질된 이유는 너무나 경미해 들끓는 민심을 무마하기 위한 희생양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윤 해양부 장관 경질 직전에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인물은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국민 책임론’을 제기했던 현오석 부총리였다. 또 ‘개인정보 유출로 2차 피해는 절대 없다’고 장담하던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 황교안 법무장관 등은 2차 피해들이 줄줄이 제시되는 상황에서 무슨 변명을 할지 궁금하다. 책임질 자리에 있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도, 문책을 당하지도 않는 상황이 놀라울 뿐이다. 또 간첩증거 조작사건을 지켜보는 상당수 국민은 언제 나도 간첩으로 내몰릴지 몰라 마음이 뒤숭숭한데, 오히려 외교문서까지 조작해 간첩으로 몰아갔던 검찰과 국정원 등도 “그래도 유우성은 간첩”이라며 ‘유사 갈릴레이 행세’만 하고 있다. 1년을 넘게 끌어온 국정원의 18대 대통령선거 개입의혹에 대한 사법적 재단과 응징은 ‘간첩’과 ‘북한 무인기’ 등 안보·공안사건에 떠밀려 흐지부지되는 듯하다. 여당 일각에서도 남재준 국정원장 지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당사자도 청와대도 오불관언이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장관 등을 경질하기 싫어도, 여론을 살피어 그들의 잘못을 인사로 문책하지 않는다면, 행정부의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없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아무리 호령을 해도 대통령 눈치만 보면서 일할 것이다. 그럴 경우 대통령을 왕처럼 모시는 전제국가라면 모르되 개인의 자유와 권리, 이에 상응한 책임을 근본으로 한 민주공화국이 될 수는 없다. symum@seoul.co.kr
  • [새정치연합 무공천 철회] ‘기호 2 부활’ 다시 1대1 정면대결 구도… ‘용광로 선대위’로 승부수

    [새정치연합 무공천 철회] ‘기호 2 부활’ 다시 1대1 정면대결 구도… ‘용광로 선대위’로 승부수

    새정치민주연합이 10일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면서 6·4 지방선거가 ‘두 개의 규칙’으로 치러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선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 모두 여야 ‘1대1 구도’가 형성돼 여야의 정면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11일 공동선대위원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선대위 첫 회의를 열고 선대위 체제로 본격 전환할 방침이다. 새정치연합은 야권의 대선 공약 파기를 줄곧 비난해 왔지만 이번에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공천으로 ‘회군’함으로써 ‘약속 대 거짓’ 프레임을 더 이상 주장할 수 없게 됐다. 또 당 지도부가 무공천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선거 준비가 늦어진 것도 타격이다. 반면 안철수 대표가 친노무현계 등 비주류와 다수의 당원이 주장해 온 무공천 철회 주장을 수용함에 따라 계파 간 단합의 계기가 마련된 점은 유리해진 측면이다. 여야 모두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하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의 판세도 상당 부분 뒤바뀔 전망이다. 우선 새정치연합이 기초선거에 정당 후보를 낼 수 있게 돼 후보 난립 등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은 대부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선거 출마를 위해 3000여명이 대규모로 탈당하는 사태 역시 막을 수 있게 됐다. 반면 ‘새 정치’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실망감과 비판 목소리 등은 넘어야 할 산이다. 당 관계자는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불만 등 공천 후유증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가 광역단체장 선거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기초선거와 광역선거 후보들이 지방선거에서 같은 기호 2번을 강조하며 공동 선거 전략을 펼 수 있다. 기초 단위의 풀뿌리 조직을 활용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현역 단체장들이 많은 만큼 인물 경쟁력으로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YTN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장 선거 가상 대결 결과 지지율이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43.8%, 박원순 시장 42.7%로 정 의원이 1.1%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여권 후보에 비해 박 시장이 우세할 거라는 그간의 평가와 달리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박 시장은 이날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출입기자단과 만찬간담회를 갖고 “서울시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 않느냐. 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화력을 최대한 집중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안 대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면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대패하지 않는다면 7·30 재·보궐 선거의 결과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金·安, 겉으론 한마음 물밑선 두마음

    金·安, 겉으론 한마음 물밑선 두마음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통합 신당 창당 후에 무난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양측 간 견제 움직임이 팽팽해지고 있다. 공개적으로 화합을 외치고 있지만 막후에선 당내 지분과 주도권을 놓고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당직 배분과 6·4지방선거대책위 인선이 주요 싸움터다. 김 대표 측은 안 대표 측에 비해 당직 인선보다 선대위에 관심이 많다.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당원투표+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르면 11일 선대위 인선을 발표하고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안 대표 측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 대표 측이 당직 인선을 차일피일 미룬 채 선대위 체제로 넘어가고 싶어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신당이 창당되면 당직 인선을 새로 하는 것이 맞는데 당이 출범한 지 2주가 넘었지만 구 민주당계 사람들이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결국 시간을 끌면서 흐지부지되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 대표 측에서는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안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지분 싸움에서 밀릴 수 있어 지방선거 전에 당직 인선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안 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재검토를 결정한 것을 두고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안 대표 측에서 구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부터 통합 신당, 무공천 재검토 등 일련의 과정을 두고 “결국 김 대표의 시나리오에 안 대표가 끌려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공천이든 무공천이든, 기초선거 패배땐 安 책임론

    공천이든 무공천이든, 기초선거 패배땐 安 책임론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정치 생명’이 기로에 섰다. 새정치연합은 9일 하루 동안 기초선거 무공천 유지 여부를 묻는 전(全)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했다. 이 결과에 따라 향후 지방선거가 ‘2개의 규칙’으로 치러질지 기존 방식대로 치러질지 판가름 난다. 전 당원 투표 및 국민 여론조사 관리위원회는 이날 조사기관 2곳에서 가져온 설문 문구 초안을 놓고 3시간 가까이 논의한 뒤 가까스로 설문을 확정했다. 당초보다 1시간 50여분 지연된 오전 10시 50분에 시작돼 오후 10시까지 실시됐다. 새정치연합은 조사를 진행한 뒤 데이터 자체를 봉인했고 결과는 10일 오전 집계를 마치고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된 뒤 곧바로 발표된다. 전 당원 투표와 조사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 판도도 확 뒤바뀌게 된다. 기초선거에서 공천을 하게 되면 수도권의 기초선거 후보들은 새누리당과 1대1 구도로 선거를 치를 수 있어 지금보다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야권 통합의 명분인 ‘약속 대 거짓’ 프레임이 퇴색돼 어려운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초선거를 공천하게 되면 ‘새 정치’를 내세웠던 안 대표 역시 정치적 입지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에 하나 기초선거 무공천 유지로 결론이 나온다면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기존의 ‘약속 대 거짓’ 프레임을 더욱 강화하면서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공격 포인트로 삼을 수 있다. 다만 ‘2개의 규칙’으로 인한 기초선거 현장의 혼란은 감수해야 할 몫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기초선거에서 최종적으로 야권의 패배로 결론이 나면 현장의 혼란을 초래한 안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노무현계와 비노무현계 간의 세(勢) 대결 양상이 거세지고 향후 당권 경쟁을 둘러싼 조기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지방선거 이후 안 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방안도 친노 측으로부터 흘러나온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7월 재·보선 결과가 남아 있어 안 대표의 위상에 급작스러운 변화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기초선거 무공천 관련 최종 방침이 정해지는 대로 조기 선대위 체제로 돌입할 방침이다. 김·안 공동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문재인·손학규·정세균·정동영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2+5’ 7인 선대위 체제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안 공동대표가 친노 진영의 좌장인 문재인 의원과 전격 회동해 선대위원장직을 공식 요청했고, 문 의원은 “당의 결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고민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원장직 수락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커지는 문책론… 수방사령관·靑 경호실장도 거론

    커지는 문책론… 수방사령관·靑 경호실장도 거론

    북한의 무인항공기 사태와 관련, 그동안 청와대나 군은 심각성은 절감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이를 드러내려 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각종 시스템의 문제를 공개하는 게 전력상·전략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다. ‘전략적 모호성’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관련 발언은 대단히 강도 높은 질책으로 받아들여진다. 인책론에 대해 군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인책 불가피론이 제기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문책 불가론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파주와 백령도, 삼척 등 개별 사건에 대해 모두 문책론을 제기하면 관련 육군 사단과 해병대 관련 부대장 등을 모두 줄줄이 문책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책의 범위를 한정짓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고 말했다. 삼척 같은 사례는 휴전선에서 130㎞ 밑으로 내려왔다는 점에서 책임 대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군에서는 억울하다는 의견도 많다. 일각에서는 수도방위를 책임진 김용현 수도방위사령관과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합참의 방공담당 실무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국방부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인책론에 부정적이다. 이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주재한 전군주요지휘관회의가 끝난 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군 수뇌부의 책임론이 불거진다는 지적에 대해 “그동안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추궁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도 앞서 지난 4일 국회에서 “소형 무인기 탐지에 소홀했던 점을 인정하고 송구스럽다”면서도 “우리 군이 보유한 방공 시스템은 크고 정상적 비행체에 대응한 것”이라면서 문책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에서는 “설령 문책이 이뤄진다 해도 적어도 즉각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상처를 준 사례’를 제외하고는 어떤 경질성 인사도 책임 문제를 드러나게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한편 김 대변인은 “무인기 침투가 북한의 소행으로 확정되면 우리 영공에 불법으로 비행체를 침투시킨 것 자체가 정전협정 위반이며, 다른 나라 영공에 비행체를 불법으로 보낸 것도 국제협약 위반”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고위급접촉·특사 가능성… 北 반응 미지수

    정부는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이 현실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나온 선언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북한이 네덜란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전한 비핵화 메시지와 관련해 강경하게 반발한 것은 우리 정부의 향후 제안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날 우리 군이 백령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 어선을 나포한 사건과 관련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것도 최근 대남메시지의 연장선에서 보면 긴장 고조의 징후로 해석된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단행된 대북 5·24 제재 조치 해제 문제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제안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5·24 조치 해제 문제가 언급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결국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도 속도 조절을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남북이 천안함 폭침의 책임론을 놓고 팽팽하게 충돌하고 있는 현실도 5·24 조치 해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는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다. 정부로서는 내주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이번 드레스덴 선언을 구체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과 같은 특사 교환 제안이 이번 드레스덴 선언에서 빠진 만큼 정부가 지난달 14일 1차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했던 남북 후속 접촉을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남북 고위측 접촉 가능성에 대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며, 북한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혀 상황에 따라서는 고위급 접촉뿐 아니라 큰 틀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모자패키지’(1000days Project) 사업과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등 이번 선언에서 나온 박 대통령의 대북 구상 상당수가 북한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아닌 국제사회를 우회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대북 지원 경로를 다양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5·24 조치와 관련해서도 최근 북한이 “5·24 대북조치와 같은 모든 동족대결 조치들을 대범하게 철회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어느 시점에서는 출구를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5·24 조치 해제는) 국민적 공감대를 기초로 단계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최민석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거죠”…女컬링 파문 어쩌다 이 지경까지

    ‘최민석’ “진지하게 해. 이럴 바에는 차라리 관둬”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최민석(35) 코치가 지난해 12월 20일 이탈리아 트렌티노에서 열린 제26회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결승전 직전 선수들에게 한 말이다. 최민석 코치는 이어 선수들에게 폭언을 했다. 최민석 코치의 폭언 직후 여자 컬링 대표팀은 러시아에 4-8로 패해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이 역시 한국 여자 컬링 사상 첫 동계유니버시아드 은메달이었다. 위의 사례는 경기도와 도체육회 합동조사단이 28일 밝혀낸 최민석 코치의 폭언 관련 중 일부다. 합동조사단은 김지선(27),이슬비(26),김은지(24),엄민지(23) 선수들을 상대로 최민석 코치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조사했다. 선수들은 최민석 코치가 폭언과 성추행을 하는가 하면 포상금을 기부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집단 사표를 제출했다. 이번 파문으로 최근 전국민적 인기를 얻은 컬링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경기도청과 도체육회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경기도청 여자컬링팀은 국가대표로 러시아 소치올림픽과 캐나다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잇따라 선전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선수들 개개인 역시 연예인 못지 않은 사랑을 받기 시작한 터였다. 이 와중에 최민석 코치가 선수들에게 폭언과 성추행을 하고 포상금 기부를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칫 컬링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으로 비춰질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조사결과 선수들이 문제 삼은 최민석 코치의 발언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최민석 코치는 자신의 발언사실은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최민석 코치는 동계유니버시아드 결승전 직전 한 말도 폭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선수의 손을 잡고 “내가 손잡아 주니까 좋지”라고 한 것도 화이팅을 불어넣은 격려차원이지 성추행은 아니라고 했다. 최민석 코치는 조사과정에서 “난 성추행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최민석 코치의 성추행 의혹은 손을 잡힌 당사자가 아닌 다른 선수가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사로부터 선수당 700만원씩 지급될 예정이었던 소치 동계올림픽 포상금을 강제로 기부하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최민석 코치와 선수들의 생각이 달랐다. 최민석 코치는 “중·고교 후배 컬링팀이 어려우니 장비를 사도록 각자 100만원씩 내자”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선수 2명이 이의를 제기했고, 최 코치는 “우리가 어려웠을 때를 생각하라”고 질책했다. 선수들은 최민석 코치의 말을 강요로 느꼈고 최민석 코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경기도는 “최민석 코치가 ‘내 뜻이 그런 것이 아닌데 선수들이 그리 느꼈다면 그런거죠’라며 ‘쿨하게’ 인정했다”고 전했다. 도 관계자는 “선수들을 예전 스타일대로 강압적으로 훈련시킨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제는 그런 게 안 통하지 않으냐”면서도 “최 코치가 나쁜 사람은 아닌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민석 코치의 의도가 선수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악한 것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누구보다 많은 대화를 나눠야할 코치와 선수 사이에 엇박자가 생긴 것은 자명한 만큼 이번 컬링 사태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 때까지 조치를 취하지 못한 도와 도체육회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공천 유감/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공천 유감/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공천 전쟁’이 시작됐다. 공천은 지방선거를 향한 첫 번째 관문이다. 지난 2월부터 시·도지사와 교육감 출마예정자의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됐고, 오늘부터 군 의원 및 군의 장(長) 선거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된다. 정당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중앙당과 시·도당에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했고 공천방식도 확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직 구체적 공천방식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통합 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내세웠던 방식을 절충하는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천은 선거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었다. 공천방식은 공천이라는 게임의 룰이다. 따라서 공천방식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결과가 달라진다. 방식에 따라 공천받기 어려울 것 같았던 후보가 공천장을 받을 수도 있다. 후보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길목이다. 새누리당 제주지사 후보 선출 방식이 대표적 사례이다. 여론조사 100% 반영이냐, 아니면 당원과 국민 각각 50% 반영이냐가 쟁점이었다. 후보 모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을 각각 주장한 것은 당연지사. 새정치민주연합도 예외는 아니다. 조직력이 앞서는 민주당 출신 후보들은 당원중심의 경선을 주장하지만 새정치연합 출신들은 이에 반대한다. 자신들이 명분에서는 앞설지 모르지만 조직력은 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천, 대체 무엇이 쟁점이고 문제인가. 첫째, 정당공천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당공천을 하는 것이 맞다. 오늘 시점에서 보면 기초선거에서 한 정당은 공천을 하고 다른 한 정당은 공천을 하지 않는다. 유권자는 혼란스럽다. 특히 같은 기초의회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상반된 요구를 받게 된다. 기초의회의원 지역구 선거에는 민주당 후보가 없지만 비례대표 선거에는 민주당 후보가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유권자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후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호 2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가장 앞선 기호는 5번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현재 선관위에 등록된 14개 모든 정당이 후보를 낸다면 무소속 후보들은 15번 이후를 받을 수도 있다. 무소속 후보들은 벌써부터 각각 자신이 “기호 2번” 정당의 정통후보임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사용하는 예비후보도 있고 지역출신 국회의원과 함께 시장을 누비는 예비후보도 있다. 결국 유권자와 후보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 출발은 대선 상황에 따라 정치적으로 제시됐던 공약 때문이다. ‘무(無)공천’은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명분’으로 유턴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무공천 재검토”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법이 있고 타당한 공천을 우리만 폐지하면 후보난립 등의 혼란으로 패배하고 조직도 와해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정치적 책임론까지 등장했다. 정동영 고문은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서울시 현역 구청장이 전멸하고 서울시장까지 놓치면 안 의원 역시 정치적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선택과 설명이 주목된다. 둘째,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천은 국민이 하는 것이 아니고 정당이 하는 것이다. 공천권은 처음부터 국민들의 것이 아니었다. 공천은 정당이 선거에서 국민 선택을 받기 위하여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후보를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천은 정당의 의무이자 권리이고 유일한 존재 이유다. 셋째, “상향식 공천은 좋은 것”이라는 주장은 편견이다. 상향식 공천이 좋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선진민주주의 국가의 경험을 보면 상향식 공천이 민주주의 가치 증진과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우리의 경험을 보면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치러지는 대선을 제외하면 총선과 지방선거의 상향식 공천은 결국 조직력 싸움이었다. 대의 민주주의의 발전은 정당의 역할 강화와 함께 가능하다. 정당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공천이고 정당이 공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당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당의 각성을 촉구한다.
  • [열린세상] 미디어, 아프리카 재현방식 바꿔야 한다/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미디어, 아프리카 재현방식 바꿔야 한다/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지난해 한 구호개발단체로부터 한국의 미디어들이 아프리카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언론의 사회적 현실 구성에 관한 연구가 전공이기도 하지만, 집의 아이들이 해외와 국내 구호단체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내고 있는 터라 선뜻 받아들였다. 먼저, 다국어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뒤졌다. 아프리카는 지표 표면의 6%와 육지면적의 20.4%를 점유하고, 54개의 자치 국가에 세계 인구의 15%인 11억명 이상(2013년 기준)이 살고 있는 거대한 대륙이었다. 하지만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아프리카의 교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규모에서 아프리카 지역 수출액(111억 달러)과 수입액(57억 달러)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99%와 1.12%(관세청·수출입무역통계 자료)였고, 아프리카 대륙 출신 등록외국인 숫자는 6382명으로 전체의 0.68%(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2012년도 출입국 통계연보’)에 불과했다. 아프리카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된 현실에서 대개의 한국인들은 미디어를 통해 관련정보를 학습한다. 그리고 미디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아프리카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 우리의 머릿속에 형성되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미디어의 묘사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미디어가 아프리카의 객관적 현실을 충실히 전달한다면 실제의 아프리카와 머릿속에 그려진 아프리카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미디어가 특정 측면에만 주목할 경우 우리는 왜곡된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2012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신문과 방송의 뉴스를 분석해보니 아프리카 국내 정치상황이나 외교문제를 다룬 기사가 70%에 달했다. 정치의 경우 쿠데타, 내전, 폭동, 정부군과 반군의 무력 충돌에 관한 내용이, 그리고 외교는 외국인 인질 참사, 리비아 사태에 대한 유엔 제재, 나이지리아 한국인 납치 사건, 유럽의 아프리카 정치 개입, 소말리아 해적 등이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전근대적인 정치체제와 권력자의 독재, 내전으로 인한 불안정, 이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 등 우리 미디어에 비추어진 아프리카는 폭력과 갈등으로 가득한 위험사회였고, 아프리카인들은 서방세계의 지원 없이는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였다. ‘갈등·폭력·배고픔으로 가득한 아프리카’, ‘외부의 도움 없이는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무능력한 아프리카인’이라는 이미지는 뉴스와 광고 그리고 모금방송에 의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프리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미디어 묘사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초등학생·중고등학생·대학생·성인들을 대상으로 초점집단인터뷰를 진행했더니 서두에 언급한 아프리카 관련 기초 정보를 알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아프리카를 실제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마치 직접 체험한 것처럼 머릿속의 이미지를 현실로 인식하고 있었다. 초점집단인터뷰 참가자들의 답변은 연령층에 관계없이 유사했다. 그런데 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한 경험이 있거나 다큐멘터리와 같은 진지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시청한 이들 혹은 아프리카 문화를 체험한 학생들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이들에게 아프리카는 폭력과 배고픔이 만연한 검은 대륙이 아닌 다양성이 가득하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푸른 대륙이었다. 전문가들은 언론인들의 무지와 자민족 우월주의가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적 관점을 확대 재생산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갈등과 인간적 흥미에 높은 뉴스가치를 부여하는 언론의 관행 또한 아프리카 묘사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소말리아의 기근과 수단의 난민이 아프리카 전체의 문제가 아니듯이, 일부 지역의 사건을 일반화하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프리카 개별 국가의 정치·사회적 배경과 역사적 맥락에 관심을 갖고 외부 관찰자 관점이 아닌 내부자 관점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조명하려고 노력할 때 미디어는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주범이라는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가계빚 부실 가능성 낮지만 한은 금리인상 조정 폭 미흡”

    “가계빚 부실 가능성 낮지만 한은 금리인상 조정 폭 미흡”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가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가계빚이 1000조원 이상으로 급증한 데는 금리 대응의 미흡함이 있었다며 ‘한은 책임론’을 일부 시인했다.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하향조정)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16일 이런 내용의 인사청문회 1차 답변자료를 국회에 공식 제출했다. 답변서에서 이 후보자는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상위 소득계층 중심으로 분포돼 있는 데다 금리 상승 시 이자상환 부담 증가도 어느 정도 감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부실로의 발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어 “가계 부채만 놓고 보면 (한은의) 금리 인상 시기나 조정 폭에 있어 미흡한 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당시의 경기,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미국의 테이퍼링(돈줄 죄기)과 관련해서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함께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후보자는 또 “(한은과 정부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환율정책은 서로 밀접한 영향을 미치므로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굳이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사안별로 정책 공조를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 주장과 관련해서는 “현행 물가안정목표제하에서도 물가 안정과 함께 성장, 고용 및 금융안정 등을 고려하면서 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고 말해 당장 큰 변화를 시도하진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지난해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물가 목표(2.5~3.5%)를 밑돌고 있는 만큼 구조적 변화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다음(2016~2018년) 물가목표 설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감안해 충분한 사전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추진돼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부정적인 견해를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한은 조직과 관련해서는 “한은법에 주어진 고유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해 김중수 총재가 단행한 조직 개편을 다시 바꿀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간첩사건 증거조작] 檢 앞에 선 檢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문서 위조 및 증인 회유 등을 주도한 국가정보원뿐 아니라 검찰 역시 허위 진술을 유도하고 법정에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팀이 사건을 수사한 공안1부(부장 이현철) 검사들에 대해서도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지 주목된다. 1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유우성(34·전 서울시 공무원)씨 사건을 담당한 수사팀은 지난해 11월 항소심 재판부에 ‘유씨가 2006년 5월 27일 정상적인 방법으로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내용의 출입경기록을 제출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위조된 것이라고 밝힌 문서 가운데 하나다. 당시 재판부는 “공식적인 루트로 입수한 것이냐, 사적인 루트로 입수한 것이냐”고 물었지만 검사는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받았다”고 대답했다. 검찰은 이후 재판부에 낸 의견서 등에서도 일관되게 “대검찰청이 중국 지린(吉林)성 공안청에 출입경기록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뒤 지린성 허룽(和龍)시 공안국으로부터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증거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해당 문서에 대해 “지난해 7월 대검찰청을 통해 중국 지린성 공안청에 공식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이후 국정원을 통해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조된 문서에 대해 입수 경로를 알면서도 공식 루트를 이용했다고 거짓말을 한 셈이다. 검찰은 유씨의 여동생 가려씨가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것을 묵살했을 뿐 아니라 유씨 측에 유리한 증거들은 제출하지 않기도 했다. 가려씨는 지난해 5월 유씨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조사에서 검사에게 지금까지 한 말은 허위 진술이고 거짓’이라고 털어놨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어 “진술을 번복하니 검사가 ‘그렇게 진술하면 안 된다’고 말해 다시 진술을 바꿨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유씨가 북한에 들어갔다는 2012년 1월 22~23일에 유씨가 중국에서 통화한 기록을 확보하고도 공소사실을 변경하지 않았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 유씨의 지인 A씨가 ‘2012년 1월 23일 유씨 가족과 함께 있었다’는 진술을 하는 등 이를 반박하는 증거가 나오자 뒤늦게 ‘2012년 1월 24일 새벽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공소사실을 변경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박홍환의 시시콜콜] ‘조작의 추억’? 장세동과 남재준

    [박홍환의 시시콜콜] ‘조작의 추억’? 장세동과 남재준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국가정보원의 전신)과 남재준 국정원장은 닮은 구석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육사 출신에 베트남전 참전 경험이 있다. 둘 다 현역 군인 시절에는 ‘작전’에 능했고, 국가 최고지도자의 신임을 받아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이 됐다. 신군부의 ‘12·12 쿠데타’에 맞서다 숨진 육사 동기 고 김오랑 중령을 추모하며 전두환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던 남 원장은 펄쩍 뛰겠지만 공통점이 더 늘지도 모르게 됐다. 2001년 12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안기부장 재직 당시 이른바 ‘수지김(김옥분) 사건’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에 출두한 장씨는 “한 조직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그 조직의 장(長)에게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검찰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안기부는 1987년 1월 홍콩에서 함께 살던 아내 수지김을 살해한 뒤 월북을 시도했던 남편 윤태식을 ‘북괴’가 납북하려 했던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죽어서 말이 없던 수지김은 공작원들과 함께 남편을 납치하려던 간첩으로 탈바꿈시켰다. 윤태식이 범행을 자백했지만 장씨의 안기부는 정권안보를 위해 군사작전하듯 ‘조작 작전’을 밀어붙였다. 살해 용의자를 보내달라는 홍콩 정부의 요청도 묵살하고, 오로지 미리 정한 시나리오대로만 움직였다. 안기부장이던 장씨가 조작 작전의 최고 지휘관이었다. 남편 손에 횡사한 수지김이 안기부에 의해 억울하게 간첩으로 조작된 지 27년, 이번엔 간판을 바꿔 단 국정원이 재북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협력자를 매수해 외국 공공기관의 서류를 위조하고, 피고인 측 증인을 회유·협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뻔히 드러날 거짓을 진실이라고 우긴 국정원의 ‘용기’가 측은할 따름이다. 혹시라도 이 같은 ‘무리수’가 힘이 쏠린 남 원장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면 우리의 정보기관 수준은 27년 전으로 후퇴한 것과 진배없어 슬프기까지 하다. ‘조작의 추억’이 연상되고, 남 원장 얼굴에 장씨의 표정이 오버랩되는 것은 불길한 징조다. 여권 내에서조차 남 원장 책임론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정작 그는 내곡동 심처에 은거하며 얼굴조차 내밀지 않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육사 9년 선배인 장씨와 마찬가지로 조직의 수장으로서 깨끗하게 지휘 책임을 인정하는 게 그나마 군인 출신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다. 간첩 잡는 데 그만한 잘못도 용인하지 못하냐고 떼쓸 일이 아니다.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 ‘남재준 사퇴 촉구’ 여권서도 확산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비주류를 중심으로 여권 내부로 번지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함에 따라 여권도 더 이상 ‘국정원 감싸기’에 한계를 느끼는 분위기다. “본질은 간첩 사건이며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사태가 급변하자 입을 꾹 닫았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남 원장 사퇴 촉구에 시동을 걸었다. 김용태 의원은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번 증거 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살이 부들부들 떨린다”면서 “잘못하면 이 한방으로 정말 ‘훅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장이 대충 ‘송구하다’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자진 사퇴를 하지 않고서는 문제가 수습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 이재오, 정몽준 의원도 일제히 남 원장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상황이 이쯤 되면 남 원장이 물러나는 것이 수순”이라는 목소리도 당 안팎에서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는 남 원장을 겨냥하기를 머뭇거리고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국정원개혁특위 등에서 국정원을 겨냥한 야권의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지금 갑작스레 야권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의 빌미를 야권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런 까닭에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중국대사관과 민변 간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는 등 사건 대응에 힘써 온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입을 닫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발언에 따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공정 수사를 촉구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호기’를 잡은 야권은 파상공세를 이었다. 일제히 남 원장의 해임과 함께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 김현 민주당 의원은 “이 사건이야말로 암 덩어리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특검이라는 수술을 통해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2차 휴진 막자” 공감대 속 대화 재개 눈치만

    “2차 휴진 막자” 공감대 속 대화 재개 눈치만

    원격의료와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의료수가 인상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물론 의료계 내에서도 2차 집단휴진(24~29일)만은 막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1차 집단휴진 하루 만에 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지난 10일 집단휴진을 벌인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주 5일 주 40시간’만 근무하는 2주간의 적정근무 투쟁에 돌입하면서 정부를 향해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대화를 제의해 온다면 바로 응하겠다”면서 “협의가 진전되면 당연히 2차 집단휴진은 철회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청와대 책임론’까지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1차 집단휴진 결과 휴진율이 정부 추산 20.9%, 의협 추산 49.1%에 그치는 등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의협 지도부는 파업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다. 의료계 안팎에선 노환규 지도부가 파업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의사들이 밥그릇 싸움에만 열중한다’는 비난 여론도 거세다. 2차 집단휴진 성공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협 지도부는 강대강 대치를 계속하기보다 돌아가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원격의료 도입 관련 의료법 개정안 처리를 뒤로 미루고 의협의 반응을 지켜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와 유관기관은 불법 집단휴진 주동자와 참여자의 위법 행위에 대해 관련 법에 따라 행정처분과 형사고발 등 후속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하면서도 “의료계 현안에 대해선 정부와 의료계, 관련 단체 등 보건의료 당사자가 참여하는 협의채널을 통해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을 당부한다”고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조금씩 대립에서 대화로 국면 전환을 유도하는 모습이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협 집행부가 의료발전협의회의 협의 결과를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인다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원들에 대한 15일간 업무 정지 등 행정처분 범위도 사전 경고 당시와 달리 축소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집단휴진과 관계없이 개인 사정으로 문을 닫은 의원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10일 휴진한 5991개 의원을 상대로 소명 절차 등을 거쳐 불법 행위가 확인된 의원만을 선별한 뒤 15일간 업무 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국정원 정상화’ 언급한 靑, 檢 수사 뒤 문책 범위 결정

    박근혜 대통령의 유감 표명 이후 국정원에 대한 전격적인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서울시 공무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이 10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당초 청와대에서는 이날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이 일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비교적 우세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고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시기적으로 언급이 나오기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 일이 앞선 국정원 댓글 사건처럼 국기문란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비정상화의 정상화’ 개혁을 강조해 온 박 대통령으로서는 국가기관의 증거조작 의혹 논란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며 국정원 관련자에 대한 문책 등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세간의 눈은 문책의 범위와 대상으로 쏠리게 됐다. 야권은 당장 남재준 국정원장을 겨냥하고 나섰다. 새해 들어 국정원 댓글 사건 공방이 사실상 정치권에서 소멸된 이래 정치적 인화성이 가장 큰 사건으로 보고 있다. 우선 검찰도 사안과 직접 관련이 있는 만큼 수사의 강도를 낮추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를 모르고 물꼬를 돌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로 볼 때 수사 결과가 문책의 범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적 파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나아가 이 일은 민주당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 간 공조의 주요 고리가 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장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검찰이나 경찰에 이관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안 의원도 “검찰도 (증거조작의) 당사자로, 특검이 필요하다”거나 “국정조사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빨리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정치권은 한동안 공방을 이어 갈 전망이다. 마침 새누리당 중진 이재오 의원이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증거위조 논란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고 나서면서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장 책임론을 주장했다. 한편 국정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개입하지도, 조작을 지시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며 “조작에 관여하거나 사주했다면 협조자 김씨의 입국은 물론 검찰 출석에 협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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