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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료사회의 꽃’ 1급의 두 얼굴] 없습니다, 사생활… 못쉽니다, 주말… 그래도 ☆은 뜬답니다

    [‘관료사회의 꽃’ 1급의 두 얼굴] 없습니다, 사생활… 못쉽니다, 주말… 그래도 ☆은 뜬답니다

    “고위공무원단이 되면 사생활이 없어집니다. 주말에도 못 쉴 때가 많아요. 서기관 시절에는 바빠도 꼬박꼬박 주말에는 등산하러 다녔지만, 실장이 되고 나선 등산화를 신어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헌신으로 얻은 보람이 더 큽니다.” 이철우(작은 57·행시 31회)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실장은 등산 애호가다. 5년에 걸쳐 백두대간을 섭렵하는 등 국내에서 가보지 않은 봉우리가 없을 정도로 산을 탔다. 그러나 2014년 1월 고위공무원인 정부업무평가실장(가급)이 되고 나선 시간에 쫓겨 산에 오르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일요일은 당연 출근일이 돼 버렸고, 간혹 토요일에도 일정이 생기면 불려나가곤 했다. 업무에 대한 부담으로 ‘낙관주의자’였던 그에게 두통이 생기기도 했다. 이 실장이 밝힌 고위공무원단(옛 1급 공무원)의 애환이다.그럼에도 그는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다고 밝혔다. 고위 공직자로서 주어진 책임과 권한이 무겁지만, 헌신한 끝에 오는 보람이 크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위공무원의 책임과 애환을 풀어냈다. # “낯선 업무 개방형 지원했다 업무서 배제될 뻔” 이 실장은 사실 공직사회에서 승승장구한 스타일은 아니다. 총리실 안에서 장차관급을 제외하면 행시 기수가 가장 높고, 고위공무원단 생활을 오래하긴 했지만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89년 4월 전라북도청에서 처음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고위공무원단에 진입하기까지 21년 2개월이 걸렸다. 국장(나급)이 되기까지 과장 보직을 11개나 거쳤고, 중견 과장 시절 특허청으로 전출 갔다가 2년 만에 총리실로 복귀하는 ‘방황’을 하기도 했다. 또 총리실 인사과장이던 2007년 8월에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됐지만, 참여정부에서 MB 정부로 바뀌는 정권교체와 맞물려 국장으로 승진도 못 하고 다시 총리실로 복귀해야만 했다. 이 실장은 “청와대 행정관 파견 당시 정권교체가 뻔히 예상됐던 터라 그 누구도 청와대로 가려 하지 않았다”며 “인사과장인 제가 책임을 지고 청와대로 파견을 갔고, 예상대로 국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총리실로 돌아와야 했다”고 말했다. 또 “MB 정부 초기에 국무조정실 조정기능을 자원외교 지원관련 업무로 한정하는 등 조직이 축소된 탓에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할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국장으로 승진한 건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 원양협력관으로 발령을 받으면서다. 개방형 직위에 응모해 면접 심사에 합격해서야 겨우 고위공무원단 진입이 가능했다. 국무조정실에선 매우 드문 경우로 엑스포 유치위원회에서 유치총괄과장으로 근무했던 국제업무 경험을 살려 일해보고 싶었기에 개방형에 지원했다. 수산업무는 생소한 일이라 주변 동료가 만류했지만, 이 실장은 도전했다. 고위공무원이 되고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이때를 꼽는다. 실제로 담당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요 업무 가운데 하나인 한·일어업회담에서 배제될 뻔했다.이 실장은 “국장이 되면 여러 재량과 권한이 생기지만 실무적 책임을 지는 만큼 고위공무원단이 되고서 느끼는 책임감은 서기관이나 부이사관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며 “배타적 경제수역 내 어업규모를 결정짓는 한·일어업회담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종무식 때 상사로부터 격려를 받았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돌아봤다. 흔히들 고위공무원단을 ‘파리 목숨’이라 부른다. 정권이 바뀌면 줄줄이 옷을 벗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오히려 이를 두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공무원법 제68조에 신분보장을 규정한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고위공무원단 가급은 제외한다고 돼 있다”며 “정권이 바뀌고 국정철학이 바뀌면 새 정권은 자신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공직자와 함께 일하고 싶어하고, 이러한 흐름에 순응하는 게 맞다. 그만두라고 하면 언제든지 그만두겠다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 “어떤 업무든 공익·국익에 맞는지 고려” 이 실장은 후배 공무원들에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강조했다. 어떤 업무에 임하든 공익과 국익에 맞는지 엄정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수립 이후 공무원들이 작성한 정책 보고서를 경복궁 근정전 앞에 쌓으면 아마도 북한산 높이는 될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 국민의 편익이 생산한 보고서 양에 걸맞게 향상됐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고위공무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조직의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직원들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모으는 것”이라면서 “아무리 탁월한 사람이라도 조직의 일을 혼자 다 할 수 없는 만큼 직원들에 대한 배려와 솔선이 소명의식과 책임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살림남2’ 김승현, 미혼부 고백 후 힘든 생활 “빚 떠안고 팬들도 떠나”

    ‘살림남2’ 김승현, 미혼부 고백 후 힘든 생활 “빚 떠안고 팬들도 떠나”

    모델 겸 배우 김승현이 ‘살림남2’에 출연해 화제다. 7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2’(이하 ‘살림남2’)에서는 미혼부 김승현이 딸과 함께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1990년대 하이틴 스타로 유명세를 탄 김승현은 숨겨 둔 3살 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김승현은 “우리 집에 잠복근무를 하던 기자에게 들켰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어치파 기사는 나갈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다 사실이라고, 맞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김승현은 “당시 매니저와 소속사 대표도 기사가 나가고서야 (딸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래서 소속사 대표는 일단 어디 숨어있으라고 말했고, 병원 1인실에 혼자 숨어 있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발목까지 다쳤던 그에게는 이후에도 악재가 계속됐다. 소속사도 해체되고, 회사의 빚까지 떠안게 됐으며 팬들도 다 돌아섰다. 그는 “대인기피증도 생겼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숙덕거렸다. 그래서 나쁜 생각도 많이 했다”며 힘들었던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김승현은 당당히 방송활동을 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KBS2 ‘살림남2’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리얼 맨체스터 정신’…아이들과 춤추는 英경찰 (영상)

    ‘리얼 맨체스터 정신’…아이들과 춤추는 英경찰 (영상)

    현지 시간으로 4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원 러브 맨체스터’ 자선 콘서트가 열린 가운데, 맨체스터와 전 세계가 진정 필요로 하는 화합의 정신을 보여준 경찰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SNS를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자선 콘서트가 열리는 도중 한 제복을 입고 모자를 쓴 경찰관이 공연을 보고 있던 10대 아이들 쪽으로 다가간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과 경찰관이 함께 손을 잡고 뱅글뱅글 돌며 흥겹게 자선 콘서트를 즐긴다. 당시 현장에 있던 많은 경찰들이 같은 방식으로 시민들과 추모 콘서트를 즐겼다. 현장에서 이를 본 사람들도, SNS를 통해 접한 사람들도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비록 자선 콘서트 현장에 있던 아이들은 여전히 테러의 공포에 휩싸여 있었고, 경찰들 역시 반복되는 테러에 극심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반복되는 테러의 위협에 놓인 맨체스터 및 전 세계가 바라는 '화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콘서트에는 아리아나 그란데를 비롯해 저스틴 비버, 케이티 페리, 콜드 플레이 등 유명 가수들이 출연했지만, 10대 아이들과 손을 잡고 춤을 춘 경찰의 ‘무대’가 가장 인상깊었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SMS에 “아이들과 춤을 추는 이 경찰의 모습은 우리 경찰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글과 함께 ‘#원러브맨체스’ 해시태그를 달았고, 또 다른 네티즌은 해당 영상을 본 뒤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모습을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22일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열린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 22명이 숨지고 59명이 다쳤다. 이 테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이번 콘서트에서는 후원금이 무려 30만 달러(약 3억 2000만원)이 모였으며, 이는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일 처리는 척하면 착!” vs “꿀보직, 끼리끼리만”

    [관가 인사이드] “일 처리는 척하면 착!” vs “꿀보직, 끼리끼리만”

    “책임감이 강해서 어떤 업무든 맡기면 무조건 해낸다. 개인적으로 일반 순경 출신보다 믿음이 더 간다.” -경찰대 출신 A경감 “성실하지만 수사 능력은 약간 뒤떨어진다. 자신만의 기수 문화가 있어 소위 ‘라인’을 만드는 성향이 있다.” -순경 출신 B경위 경찰 상위 직급에서 논란의 대상이 경찰대학 출신이라면 하위 직급에서는 101경비단 출신이 해당한다. 청와대를 경비하는 업무 특성상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경찰 내부에서 이들은 늘 ‘뜨거운 감자’였다.일반 순경과 별도로 선발되고, 집단의식 및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다소 이질적인 집단으로 간주된다. 경찰 간부들은 101경비단 출신들 특유의 책임감과 저돌적인 일처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반면 서무, 경무, 경비 등 비수사 부문의 노른자 보직을 독점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일반 순경 출신들은 이들의 빠른 승진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101경비단에 대한 경찰 내부의 다양한 시선을 살펴봤다. # 정원은 710명… 1년에 두 차례 120명씩 선발 청와대 담장 안팎을 경비하며 사실상 대통령을 원거리에서 경호하는 101경비단은 경찰 편제상 서울지방경찰청 직할대로 돼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지휘나 작전통제는 대통령 경호실이 맡고 있다. 경찰과 경호실의 경계에 있는 셈이다. 2012년 이후 710명 선의 정원을 이어오고 있는 101단은 일반 순경과 별도로 공개경쟁채용시험을 통해 충원한다. 1년에 두 차례 120명 정도씩 선발한다. 지원 자격과 필기시험 과목은 일반 순경 채용과 같지만 키 170㎝ 이상, 체중 60㎏ 이상, 좌우시력 1.0 이상(교정시력 불가) 등의 신체조건이 붙는다. 시험에 합격하면 중앙경찰학교에서 2주간의 경호교육을 포함해 34주간 교육을 받는다. 이들은 청와대 출입 관리와 내부 경비, 비번, 행사, 교육 등으로 이어지는 4교대 순환 근무를 한다. 청와대 경비라는 업무 특수상 규율이 엄격하고, 군대식 기수 문화를 갖고 있다. 훈련 수준은 군 특수부대 못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1단 출신인 한 경찰은 “30초나 1분만에 자신의 경비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도록 매일 밤마다 훈련을 한다”며 “속된 말로 101단 쪽으로 소변도 안 본다고 할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다. 또 그는 “101단이라는 이름에는 대통령에 대한 경호 및 청와대 경비는 100%를 넘어 1% 더 완벽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 순경 출신보다 1~2년 승진 기간 빨라 순경부터 경장·경사로 승진하는 기간이 일반 순경 출신보다 1~2년 빠른 것도 특수 업무에 대한 보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통상 6년간 근무하면 경사 계급을 달고 101단을 벗어나 일선 경찰서로 간다. 이에 대해 일반 순경들의 평가는 부정적인 편이다. 한 순경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승진이 빠른 것은 일종의 특혜”라고 지적했다. 일선서의 C경위는 “경호·경비 업무는 잘하는 편이지만, 다른 업무는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승진만 하는 것”이라며 “가장 많은 일을 하는 경사·경위 직급으로 일선서에 오는데 업무는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상관들은 101단 출신들의 일 처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D경정은 “어떤 업무를 맡겨도 정해진 기한과 형식에 맞춰서 일을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E경감은 “성실함, 인내심, 조직적응 측면에서는 순경으로 입직한 경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며 “윗선의 지시가 다소 불합리하거나 부당해도 따지기보다는 일단 하고 보는 편이라 서무, 경무와 같은 분야에 잘 맞는다”고 전했다. F경위는 “예전에는 신체 능력이 좋은 대신 법 지식은 조금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요즘은 우수한 인재가 많아지고 있다”며 “응시 인원이 많아지다 보니 실력 면에서도 일반 순경과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2014년 1차 시험에서 101경비단의 경쟁률은 9.7대1이었지만, 올해 1차 시험에선 20대1을 기록했다. # 101 출신들 “지금이 그런 게 통하는 시대냐” 101경비단 출신이 서무, 경무, 경비 등 비수사 분야에서 노른자 보직을 독차지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G경정은 “경무 분야는 직원 교체 비율이 가장 높을 정도로 모두가 꺼려하는 업무”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 내는 101경비단 출신들이 주로 배치되는 건 특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H경사는 “서무 분야의 경우 다른 동료들보다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며 “힘들어도 101경비단 출신이 서무·경무를 선호하는 것은 그만큼 장점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경사는 “문제는 중요 보직을 떠날 때 또 101단 후배 중에 후임자를 뽑아 두는 식으로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101단 출신만 갈 수 있는 모임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101경비단 출신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01경비단 출신인 한 경찰관은 “10년 전에나 가능했을 이야기다. 지금은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더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경찰 전체의 일반적인 직장 문화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씨줄날줄] 지구온난화와 지도자/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지구온난화와 지도자/최광숙 논설위원

    2000년대 아프리카 수단 내 인종학살 참사는 표면적으로는 민족 갈등이 원인이었지만 저변에는 기후변화가 분쟁의 씨앗이 됐다. 과거 목축을 하던 북부 아랍계와 농사를 하는 남부 기독계 흑인들은 평화롭게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기후변화로 수단 남부에서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과거에는 식수가 넉넉해 북부 사람들이 가축을 몰고 남쪽으로 내려와 물도 먹고 풀을 뜯어 먹어 너그럽게 봐주던 남부 농민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가 양측의 대립을 가져오면서 내전으로 비화된 것이다. 2007년 6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 같은 내용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했다. 반 전 총장의 가장 큰 업적은 파리기후협약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그는 재임 10년 동안 기후변화 문제에 열과 성을 다했다. 반 전 총장의 조용하고도 끈기 있는 리더십이 없었다면 2015년 12월 195개국이 동참하는 파리기후협약은 성사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역시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녹색성장’을 내세우며 파리기후협약 체결에 앞장서 왔다. 올해 1월 퇴임을 앞두고 그의 ‘거스를 수 없는 청정 에너지의 추세’라는 제목의 논문이 미국의 저명한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렸다. 이 논문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배출이 이대로 증가한다면 2100년쯤 전 지구 평균기온이 4도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시작된다. 보통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고, 이는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정반대의 결과를 증명했다. 자신의 재임 기간 중 2008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실시해 2015년까지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 줄였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 경제는 침체하지 않고 오히려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청정 에너지가 환경과 기업, 모든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오바마가 논문을 쓴 것은 석유, 석탄산업계와 가까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청정 에너지 정책을 ‘퇴출’시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불길한 예감은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으로 현실이 됐다.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는 트럼프의 황당한 주장과 그의 행보에 전 세계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저버리는 그에게서 지도자의 책임감을 찾을 수 없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심상정, 차기 당 대표 불출마…정의당, 내달 11일 대표 선출

    심상정, 차기 당 대표 불출마…정의당, 내달 11일 대표 선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3일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심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당이 새로운 도약을 함에 있어서 많은 결단과 실천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 우리 당의 지도력 기반을 확충하는 과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당의 새로운 지도력을 발굴하고 그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비롯해 여러 이유에서 당 대표를 한 번 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저는 리더십은 자리가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우리 당이 워낙 생존에 허덕이고 제도적 제약 때문에 유능한 잠재적 리더들이 성장하지 못한 현실에 국민도 안타까워하고 무엇보다 여러분들과 제가 큰 책임감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이날 전국위 논의 결과, 내달 6일부터 전당원 투표를 실시해 11일 당 대표 1인과 부대표 3인, 지역위원장 및 대의원 등을 선출하기로 했다. 당 대표 후보자 중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득표자가 7월 12일부터 결선투표를 진행해 17일 최종 승자를 가린다. 노동 운동가 출신의 심 대표는 2004년 당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했다. 2008년 탈당 후 진보신당을 창당해 대표를 지냈다. 2011년에는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창당해 공동대표직을 맡았다. 2012년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를 거친 후 창당된 정의당에서 2015년 7월 당 대표로 선출됐으며, 지난 5·9 대선에서는 정의당 후보로 나서 6.17%를 득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해양수산부 김영춘, 개혁성향 ‘86그룹’… “세월호 진상 규명에 최선”

    해양수산부 김영춘, 개혁성향 ‘86그룹’… “세월호 진상 규명에 최선”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영춘 의원은 부드러운 스타일의 3선 국회의원(부산진구갑)으로 정치권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핵심 중 한 명이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농림해양정책위원장을 맡으며 일찌감치 해수부 장관 후보로 부각됐다.전두환 정권 때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김 후보자는 1987년 김영삼 전 대통령(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서울 지역구(광진구갑)에서 재선을 한 뒤 야인 시절을 거쳐 고향인 부산에서 3선 고지에 올랐다. 초선 때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국가보안법 개정을 주장했고 2003년 김부겸 의원 등과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2007년 대선 때 창조한국당에 입당했지만, 2010년 민주당에 복당했다.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선출되기도 했으나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단일화를 하면서 양보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세월호와 한진해운 사태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다뤘다. 지역구가 부산인 만큼 해운·항만·수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높다는 평이다. 지난 3월 국회에서 부산해운거래소 신설을 담은 해운법 개정안이 통과됐는데, 법안을 김 후보자가 대표 발의했다. 김 후보자는 30일 “해운, 수산 모두 어려운 시기에 장관에 내정돼 기쁨보다 책임감이 앞선다”며 “위기에 처한 해운·항만·수산업을 재건하고 지속가능한 해양 자원의 이용과 보전, 해양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해양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수습의 마무리와 진상 규명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55) ▲부산동고 ▲고려대 영문학과 ▲고려대 총학생회장 ▲16·17·20대 국회의원 ▲통일민주당 총재비서 ▲한나라당 대외협력위원장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사무총장 ▲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LG전자, 가정의 날·팀장 없는 날… 일과 삶 균형 맞췄다

    LG전자, 가정의 날·팀장 없는 날… 일과 삶 균형 맞췄다

    가정의 날, 팀장 없는 날, 안식휴가…. 임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LG전자가 채택한 제도들이다.매주 수요일마다 찾아오는 가정의 날은 오후 5시 30분 정시에 퇴근하는 날이다. 야근, 회식 등의 활동을 자제하고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팀장 없는 날은 휴가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팀장들이 솔선수범해 쉬는 날로, 팀장이 쉼으로써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휴가를 사용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계획이다. ‘위’가 쉬어야 ‘아래’가 마음 편하게 쉴 수 있기도 하고, 팀장의 경우 책임감 때문에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던 분위기를 쇄신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LG전자는 또 조직별로 자율적으로 안식휴가제도를 도입하게 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게 업무 효율을 높이는 한편 개인 역량 계발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고 LG전자는 설명했다. 보통 회사에서 제공하는 유급 휴가에 연차를 붙이면 최소 2주에서 최장 5주까지 안식휴가 기간을 가질 수 있다. 야근한 임직원이나 육아기 자녀를 둔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축적인 출퇴근제도 실시된다. 전날 야근한 임직원들은 퇴근 시간에 따라 1시간 또는 2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할 수 있다. 8세 이하 육아기 자녀를 둔 임직원은 자녀 일정에 맞춰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어린이집 등원 시간이 대부분 오전 8~9시로 출근 시간과 겹쳐 ‘등하원 도우미’ 구인난이 펼쳐지곤 하는데, 신축적 출퇴근제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정기 병원 진료와 같은 부득이한 개인 사정 때문에 출퇴근 시간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 출퇴근제를 활용할 수 있다. 휴식을 취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일에 치일 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을 포착하거나 참신한 발상을 할 여지가 커진다. LG전자가 운영하는 아이디어발전소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도구다. 아이디어발전소는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소속 연구원들이 낸 기술, 제품, 서비스 아이디어에 다섯 달 동안의 개발기간과 개발비 1000만원을 지원해 아이디어 원안자가 직접 시제품을 만들고 사업화에 도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CTO 부문에서 개발하던 프로젝트 중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프로젝트를 사외벤처 형태로 분사시킨 사례도 있다. 지난해 2개 프로젝트 사업화가 결정됐는데,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LG전자는 관련 특허 및 기술을 제공하고 창업 전문가 컨설팅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외벤처 직원들이 원하면 약 3년 내 언제든 회사로 돌아올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 프로젝트가 성과를 못 내도 재기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 좀더 과감한 프로젝트를 유도할 수 있고, 사외벤처 직원들이 회사로 돌아왔을 때 조직에 도전과 혁신 정신을 이식할 수 있다는 두 가지 포석이 담긴 제도다. LG전자 관계자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불편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하는 방식과 패러다임을 바꿔 급변하는 세상에 걸맞은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구성원이 가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집중하고 발산해 퍼스트무버(선도자)로서 미래를 주도할 추진력을 얻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경총 ‘비정규직 책자’ 발간은 보류…획일적 정규직화 비판 기조는 유지

    경총 ‘비정규직 책자’ 발간은 보류…획일적 정규직화 비판 기조는 유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비정규직 설명 책자인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 발간을 보류했다. 지난 25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가 정부로부터 호되게 비판을 받은 영향이다.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당사자인 노사정이 계속 대립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러나 경총은 각 회사의 특성이나 근로자의 개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정규직 전환 요구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은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경총 관계자는 29일 “비정규직 관련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책을 조만간 공식 발간하려고 했는데 관련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책자는 2015년에도 한 차례 출판됐다. 이번에 나오는 책자는 그동안의 변화된 통계 수치와 새로운 사례 등을 담아 지난 3월부터 준비됐으며 42쪽 분량이다. 비정규직의 의미, 현황, 정규직 전환, 원인과 해법 등이 경영계 시각으로 정리됐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서의 비정규직은 어떤 근로자들인가요’, ‘사내도급 근로자는 취약계층이고, 그렇다면 비정규직 아닌가요?’ 등 15개의 질문에 경총이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설명을 각각 달았다. 국내 5대 경제단체 가운데 하나인 경총은 노사문제를 담당하며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앞서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지난 25일 경총포럼에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며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재계가 압박을 느껴야 한다”고 경총의 주장을 반박했다. 결국 경총은 “정부 정책을 반대하려는 게 아니라 노사정이 힘을 합해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자는 뜻이었다”고 곧바로 해명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해외에서 온 편지] 가슴은 한국, 시야는 세계로… 국제학교의 백년대계

    [해외에서 온 편지] 가슴은 한국, 시야는 세계로… 국제학교의 백년대계

    나는 14년차 교사로, ‘날국쌤’(날라리 국어쌤의 준말)으로 불린다. 열정적이고 뜬금없고 끊임없는 도전을 하는 내게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인데, 난 이 별명이 참 좋다. 교사로서 학생들을 위한 열정이 일상 속에서 무뎌져갈 때 나를 채찍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2015년 날국쌤의 열정은 중국의 선양이란 낯선 곳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선양한국국제학교는 2006년 개교해 유치원생부터, 초·중·고등학생까지 200여명의 한국 학생을 교육하는 기관이다. 교육부에서 파견된 교사와 교직원 60여명이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한다. 한국의 교육과정에 따라 한국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처음 선양에 왔을 때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외국에서 한국 학교의 위상과 역할은 한국과 많이 달랐다. 지식 전달의 장이며 사회화 기능을 담당하는 곳, 이런 학교로서의 기능을 넘어 그 이상의 책임감을 강하게 느꼈다. 학생들을 만나보니 내가 사는 중국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도록 올바른 기준을 갖추고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양은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 중심 지역이다. 우리나라 역사와도 깊은 관계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선양한국국제학교에서 나의 첫 내디딤은 ‘나는 누구? 여긴 어디?’로 시작됐다. 2014년부터 선양한국국제학교는 매년 전교생이 한 주간 주제 학습 기행을 계획해 고구려 유적지, 하얼빈 역, 뤼순 감옥, 대성학교, 윤동주 생가, 단둥 철교 등 우리 역사의 ‘희로애락’이 깃든 장소를 다니며 우리의 뿌리를 찾고 있다. 부모님을 따라 어쩔 수 없이 타지에서 생활해야 하는 한국인이지만, 이런 뿌리 찾기를 통해 학생들은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낀다. 또 TV에서만 보던 곳을 직접 방문했다는 데 대한 뿌듯함, 그리고 그런 자랑스러움을 적극적으로 말하게 된다.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게 ‘가정법’이라 한다. 학교에서는 “옛날에는 이곳이 고구려 땅이었는데 만약 고구려가 삼국 통일을 했더라면…” 식으로 억지로 정체성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역사는 과거이지만 미래형이다. 역사를 통해 앞으로 내가 있는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게 바로 역사 교육이다. 역사와 국어 수업을 접목하면서 대구에서 몇 년 동안 추진했던 ‘진로 탐색을 위한 책 쓰기’ 프로젝트를 선양에 있는 학생들과 함께 했다. 학생들이 직접 주제를 잡고 책을 쓰는 프로젝트 수업이다. 이를 통해 2015·2016년 2년 연속 외국의 한국 학교에서 유일하게 교육부 주관 ‘학생 저자 책 축제’에 책을 출품할 기회를 얻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아이들이 꿈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은 책을 만들면서 작가로서의 꿈을, 어떤 학생은 모델로서의 꿈을 찾았다. 프로젝트 수업 하나로 올 9월에는 학생들을 데리고 박지원의 열하일기 여정을 따라 여행을 할 계획이다. 박지원이 청나라의 발전한 모습을 보고 우물 안 개구리와도 같은 조선의 현재를 느끼며 발전한 조선을 꿈꾸었듯, 세간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모아 허생전, 호질 등 멋진 작품을 만들어 냈듯, 우리 또한 압록강을 건너 단둥에서 시작된 중국에서의 첫 발걸음을 하려 한다. 단순히 과거에 얽매여 그곳을 한번 밟아본다는 의미가 아닌 수백 년 전 박지원이 그랬듯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사소한 것에 깃든 의미를 파악하고 토론하며 글로벌 인재로서 활동할 우리 학생들을 기대해본다.
  • [여성이 말하는 저출산①] “결혼은 희생…삶을 올인하는 느낌”

    [여성이 말하는 저출산①] “결혼은 희생…삶을 올인하는 느낌”

    여성들은 왜 결혼을 왜 미룰까.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분석결과 주된 가임기 연령층 중 하나인 25~29세 여성의 미혼율은 1980년 14.1%에서 2015년 77.3%로 급증했다. 30~34세 여성의 미혼율도 같은 기간 2.7%에서 37.5%로 급격히 높아졌다. 35~39세 여성의 미혼율은 1980년에 1.0%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19.2%로 거의 20%에 육박했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복지위에 제출한 ‘결혼·출산 및 양육 친화적 사회 구축 방안’ 보고서에서 미혼여성과 기혼여성 23명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여성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이유, 기혼여성이 아이를 더 낳지 않으려는 이유를 공개했다. ‘백약이 무효’인 저출산 원인을 여성들의 입을 통해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여성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정부와 기업, 사회가 나서야 할 부분들을 거론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결혼 경제적 부담 다른 사람들은 대출 받고 다 빚으로 시작하는 거예요. 저는 빚이 없는데 제 친구들은 처음 사회에 나오면 마이너스. 그 사람들은 마이너스로 시작해야 해요.(26세 미혼여성 B)  기업들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위기라는 게 있으니까 저랑 비슷하게 안정적이거나 비슷한 조건의 사람을 만나고 싶죠.(32세 미혼여성 E) 제 주변에 미혼들이 많아요. 비혼이라 해야 하나. 그 얘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제적인 게 좀 많아요. 회사가 변변치 않다 하면 ‘그래도 해야지’가 아니라 ‘아, 그럼 가기 어렵지’라는 그런 게 있어요. 그래서 느꼈는데 이제는 이게 신분이 돼버렸구나. 정규직, 비정규직이 완전 신분인 거예요. 비정규직인데 결혼을 했죠? 그럼 결혼을 우연히 한 거예요. 못 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고요. 그 분이 단신이거나 성격이 나쁘거나 이런 걸 다 떠나서 결혼을 했죠? 그럼 직장이 좋아요.(39세 기혼여성 M) 결혼식을 아무리 작게 하더라도 순수하게 드는 비용이 있잖아요. 집이 필요하고 집을 구하기 힘드니까. 우리나라 문화는 아직도 결혼식을 남자와 여자 둘이 하는 게 아니라 집안이 하는거잖아요. 그러니까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걸 부담할 자신도 없어요. 친구는 전세이고 2년 계약이 끝났는데 하는 말이 ‘집주인이 돈 올려 달라 하면 이사해야 한다’고. 그럼 집을 어디 구할지 이런 게 다 걱정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집값이 뭐 적금을 한다고 해서 모으는 게 아니라 그냥 나가는 돈 붙잡아두는 거예요.(26세 미혼여성 B)  일단 저도 지금 차를 사서 할부를 갚고 있고 상대편도 그렇고, 집이나 다른 것이든 경제적으로 풍성한 사람이 아니면 처음부터 다 빚이잖아요. 대출받아야 하고 빚내야 하고, 결혼할 때 드는 비용도 한두 푼도 아니고. 저는 스몰웨딩 하고 싶어도 부모님은 아닐 수 있고. 결혼하면서 경제적인 부분, 아이들 양육하면서 드는 돈을 무시 못 하는데 또 집 사면 집 대출금도 갚아야 하지. 어린이집 보내면 나라에서 보육비 지원하기는 하지만, 그 외에 어린이집에 내야 하는 게 또 있잖아요. 보육료 내고 따로 돈을 또 내고 그 외에 추가적으로 하는 걸 보면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돼야 아이도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키울 수 있구나’라는 그런 게 보여요.(31세 미혼여성 D)  ●전통적 성 역할 말로는 요즘에는 남자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 아들 아침밥 못 얻어먹었니?’라고 하는 거죠. 뭐라고 할 수는 없는데 약간 속이 상하는 그런 게 있어요. (새언니가) 어쨌든 시댁을 가는 게 편하지는 않으니까 긴장 상태인 거예요. 어른들이 자기 할 일 하는데도 계속 긴장 상태로. 그런 걸 보면 ‘안타깝다.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외국처럼, 정말 가족처럼 시댁이나 친정이 한 가족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하죠.)(26세 미혼여성 A)  결혼 계획은 있죠. 안 할 생각은 아닌데. 결혼을 아예 안 하겠다는 사람은 없는데, 지금 살고 있는 삶보다 희생이나 여러가지 요구하는 게 많아지니까 주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챙길 게 많아진다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듣게 되니까요. 책임감…책임감이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32세 미혼여성 E) 그런데 저는 그것 자체가 너무 부담이 되는 거예요. 나는 아직 놀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일도 하고 싶고. 그러니까 결혼하면 얽매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사람만 좋으면 이 사람이랑만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이 사람 가족들이랑 해야 하잖아요.(31세 미혼여성 D)  면접에서도 ‘결혼 하냐, 마냐’ 이런 거 묻고, 삶을 올인해야 하는 느낌으로 결혼해야 하잖아요. 당장 회사에서도 안 좋게 하는 것도 있고. 회사에서도 ‘결혼하면 애 낳으러 가겠네’, ‘언제 결혼할거냐’라고 계속 묻는 거예요. 그리고 ‘뭐 여자는 남자만 잘 만나면 되지’라는 얘기들도요.(26세 미혼여성 A) 언니가 석사하고 있는데 그걸 지금 멈추고 있거든요. 아기 때문에. 그런 것도 못하고. 그리고 아기가 둘이다 보니까 자유도 없고 친구들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니까. 그게 너무 불쌍했어요. 여자로서의 자유가 아예 없어지고 꾸미지도 못하고 그냥 엄마로서 살아가는 게. 친언니니까 그게 더 와 닿아 가지고 여자인 게 아니라 이제 그냥 엄마가 된 게 너무 불쌍해서. 언니가 이제 29살인데 언니는 빨리 결혼 했어요. 그래서 그걸 보면서 나는 빨리 안 하려고 했거든요.(25세 미혼여성 G)   ‘결혼을 굳이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믿을 만한 사람도 없고 인생을 소비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싫어요. 아직 제 생활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한데 결혼하면 애 가지는 게 의무니까 경력 단절도 되고. 아직은 경력을 쌓고 하는 게 좋아요. 저는 주말 근무가 많고 결혼한 사람들은 거의 다니기가 힘든 것 같아요. 결혼해서 아이 있어도 거의 내가 키우고 하는 것도 안 되고 하니까. 그래서 ‘내가 책임을 못 질 바에는 안 낳는 게 낫다’는 뭐 이런 생각을 하죠.(26세 미혼여성 B) 저도 처음에는 결혼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굳이 결혼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현재 상황에 대해 만족을 해요. 결혼을 하면 손해 본다는 생각을 많이 하니까. 시간이라던지 애기 키우는 친구들보면 어려운 게 많더라고요. 챙길 것도 많고. 육아를 공유하는 남자가 있으면 생각해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굳이 해야 하나.(31세 미혼여성 F) 기성세대들이 아이 키우면서 힘들어하는 그런 게 보이니까. ‘아, 우리나라는 아이 낳고 키우는 게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생기는 것 같아요. 결혼하는 건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는것이고) 그 사람도 마음 있으면 할 수 있는데. 얼마든지 이 사람이 좋다면 감수하고 할 수는 있는데. 잠재의식 속에 깔려 있는 거죠. 아이를 키우고 나면 나중에 이렇게 되고.(31세 미혼여성 D)  ●일 위주의 삶 지금은 집에 가면 뻗기 바쁘거든요. (칼퇴근하면) 취미생활이나 여가생활을 할 수 있게 되고 활동 범위가 넓어지잖아요. 그럼 좀 더 만날 수 있는 확률이라든지 그런 게 많아질 것 같아요.(31세 미혼여성 F)  일을 기혼이 잘하더라도 제재받는 게 많다고 해야 하나. ‘땡’하고 끝나면 안 하는 게 맞는데, 애 엄마니까 퇴근 후에 일을 못하잖아요. 주말에 쉬는 게 맞는 건데 나와야 하니까 문제인 거죠. 업무 시간을 제대로 지켜야 하겠죠.(26세 미혼여성 A)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정권은 유한하지만 조국은 영원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의미 있는 오찬을 주재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유일호 경제부총리 등 16개 부처 장관 등을 청와대로 초청, 식사를 함께한 것이다. 신임 대통령이 과거 정권에서 임명된 국무위원들을 불러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오찬 간담회는 정오부터 1시간 동안 예정됐으나 시종 진지한 분위기에서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 오후 1시 30분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으므로 개각이 불가피하나 문재인 정부의 첫 내각이라는 생각으로 협력해 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국정 운영의 연속성을 강조하면서 “정권이 바뀌긴 했으나 단절돼서는 안 되고 잘한 것은 이어져야 한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조국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유능하고 성공한 정부를 약속한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사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물론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 국무위원들과의 오찬을 통해 각 부처의 어려움과 건설적 건의 사항을 경청한 뒤 새로운 정책에 참고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임이 틀림없다. 고질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넘어 새로운 통합의 길을 제시한 만큼 앞으로도 말로 그치지 않고 정책을 통해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까지도 포용해야 진정한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다. 소통과 경청 대신 네 탓과 비난으로 반대편을 몰아붙였던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물론 이념과 코드 인사로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던 노무현 정부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동시에 무원칙적 포용과 화합의 제스처는 국민적 요구인 적폐 청산의 의지와 방향에 대해 오도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어제 한국경영자총협회를 향해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으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경고한 것은 분명한 원칙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국정 운영 과정에서 사회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저마다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려다 보면 갈등이 계속 노출될 것이 분명하다. 명확한 목표 없는 개혁은 표류하기 쉽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폐 청산을 향한, 추상같은 원칙도 아울러 제시해야 한다. 포용과 소통, 그리고 원칙 있는 적폐 청산은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 절대로 필요한 요소다.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균형과 견제의 묘미를 살려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 이대 첫 직선제 총장 김혜숙 “정유라 사태 공식 사과할 것”

    이대 첫 직선제 총장 김혜숙 “정유라 사태 공식 사과할 것”

    “학교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서 안정화 작업을 해 나겠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처럼 학교의 원래 모습을 되찾고 명예를 회복하겠습니다.”김혜숙(63) 이화여대 신임 총장(철학과 교수)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법인행정동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쁜 마음보다 상당히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장은 지난 24~25일 이화여대 개교 131년 만에 처음으로 학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해 치른 직선제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김 총장은 24일 첫 선거에서 7명의 후보 중에 33.9%로 1위를 했지만 선출 기준인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고, 25일 2위 득표자와 결선투표를 펼쳐 57.3%의 득표율로 선출됐다. 이화여대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26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그를 제16대 총장으로 임명했다. 취임식은 오는 31일 이대 창립 131주년 기념식에서 열린다. 김 총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진 일련의 사태에서 저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학내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추스리고 신뢰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 비리에 대해서는 “체육특기생 문제는 비단 이대뿐 아니라 전체 대학 사회의 틀 속에서 해결해 나가야 될 문제”라며 “체육학과 교수들과 상의해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또 “(정씨 특혜 비리에 대해) 이사회와 상의해서 적절한 시점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지난해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갈등으로 인한 학생들의 본관 점거 사태와 정씨의 부정입학 의혹 제기 당시 최경희 전 총장의 반대편에서 교수 시위를 주도했다. 또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대 학생들의 학내 시위 동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김 총장 임명으로 지난해 10월 최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 7개월간 지속된 총장직무대행 체제는 끝났다. 앞서 학교 측은 갑론을박 끝에 지난 4월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 모든 구성원이 참가하는 총장 직선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선거권자 1명마다 교수는 1표, 직원 0.567표, 동창 0.025표, 학생 0.00481표로 환산됐다. 1990년 윤후정 전 총장 선출 당시에도 직선제를 시행했지만 당시에는 교수만 참여했다. 결선투표에는 선거권자 2만 4859명 가운데 1만 1270명(45.3%)이 참여했다. 학생의 95.4%(9384명)가 김 총장을 지지했고 교수(52.7%), 직원(69.7%), 동문(57.2%)들도 절반 이상이 표를 줬다. 이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김 총장은 미국 시카고 대학원에서 철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1987년부터 모교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해 왔다. 이화여대 관계자 다수는 김 총장에 대해 학내 적폐를 청산할 적임자라고 평가했지만 일각에선 이사회와 관계가 먼 인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새로운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저는 반(反)재단이었던 적이 없고 우리 학교 재단의 소중함을 잘 안다”며 “잘 화합해서 여러 난관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죽으면 안 돼, 꼭 살아”… 그때 엄마의 메시지

    “죽으면 안 돼, 꼭 살아”… 그때 엄마의 메시지

    최종 작동 시각 4월 16일 10시 1분 해당구역 침수시각 추정 결정적 근거 단원고 교감 출항 반대 정황도 나와 “죽으면 안 돼, 꼭 살아 있어야 돼….”세월호 참사 3년 만에 수습된 휴대전화의 일부 문자 메시지가 26일 공개됐다. 아이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휴대전화 문자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가족들, 하지만 답을 해줄 수 없었던 아이의 서로 닿지 못한 기록들이었다. 세월호 참사 후 책임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강민규 교감이 당시 출항을 반대했던 정황도 나왔다. 침몰 상황을 알려줄 실마리가 될 휴대전화, 카메라 등 디지털기기는 모두 135대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이날 전남 목포신항 사무실에서 복원업체인 모바일랩이 작성한 휴대전화 2대의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를 공개했다. 희생자 2명의 휴대전화에서는 통화 목록,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 수십만 건의 데이터가 비교적 온전히 되살아나 침몰 당시 상황을 조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숨진 단원고 주모 군의 휴대전화에서는 통화 목록(4142건), 문자메시지(2952건), 카카오톡(3만 1895건), 사진(14만 2162장) 등의 데이터가 복구됐다. 휴대전화의 최종 작동 시각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1분이었다. 침몰 당시 휴대전화의 위치를 확인한다면 해당 구역의 침수 시각을 추정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군은 오전 9시 30분부터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이후 휴대전화를 분실했거나 휴대전화를 놓고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모바일랩 측은 설명했다. 미처 읽지 못한 수신메시지에는 “꼭 연락해야 돼”, “해경이 경비정 투입했대. ○○야 죽으면 안 돼, 꼭 살아 있어야 돼”, “○○야 헬기 탔어???” 등 내용으로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오전 10시 1분 마지막으로 수신된 메시지는 “나왔어? 다른 사람 핸드폰으로라도 연락해줘”였다. 특히 출항일인 2014년 4월 15일 오후 6시 24분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안개로 못 갈듯”, 오후 7시 2분에는 “교감은 취소 원하고”라는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인솔단장이었던 강 교감이 안개 속 출항을 반대했던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강 교감은 참사 발생 이틀 후인 4월 18일 진도 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이 벅차다”는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희생자 구모씨 휴대전화에서도 참사 당일 오전 9시 37분부터 ‘부재중 전화’ 4통이 찍힌 통화 목록 등이 복원됐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경총, 양극화의 한 축” 文대통령 첫 ‘경고장’

    “경총, 일자리정책 곡해… 먼저 성찰을 공공부문부터 직접 고용… 민간 확대 노·사·정 비정규직 대책 지혜 모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 부회장이 정부 일자리 정책을 정면 비판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춘추관에서 “전날 경총의 정부 일자리 정책 비판 발언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 의지에 곡해가 있어서 바로잡는다”면서 문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후 특정 사안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회장은 전날 경총포럼에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직접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하고 일자리 정책을 직접 챙기고 있는 상황에서 경총의 비정규직 일자리 정책과 다른 의견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부문부터 적극적 모범을 보여서 안전·관리·청소·경비 등 필수 업무를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고 합리적 절차를 통해 민간기업에 점차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마치 정부가 민간기업에 일방적으로 일자리 정책을 강압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데다 경총의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고 정부 정책을 심각하게 오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경총도 일자리 문제의 당사자”라면서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말씀”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작심하고 경총을 비판한 이유는 새 정부의 핵심 정책 추진에 발목을 잡으려는 데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부각된 재벌개혁 문제에 대해 이 일을 계기로 본격 작업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수렴, 토론하는 과정은 필요하고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정부와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가 지혜와 힘을 모아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 “경총, 일자리 양극화 한축...반성을” 정색 비판

    문재인 대통령 “경총, 일자리 양극화 한축...반성을” 정색 비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일자리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이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 위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도 설치해 매일 챙기고 있다. 이런 정책에 대해 이익단체인 경총이 비판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정색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경총은 양극화와 청년실업 문제 등 우리가 안은 모든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정부·노동계와 함께 책임져야 할 분명한 축이고 당사자인데, 이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 없이 잘못된 내용을 가지고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함으로써 정부와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일자리 문제가 표류하지 않을까 굉장히 염려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문 대통령은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전날 경총포럼에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방안을 비판했다. 김영배 부회장은 “정부의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추진 정책 발표 이후 민간기업에서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며 “기업 운영에 꼭 필요하지만 핵심이 아닌 업무라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만 (비정규직을)좋다 나쁘다 된다 안 된다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갈등만 부추긴다”고 말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이 오히려 사회 전체 일자리를 감소시킬 위험이 크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우새’ 주상욱 MC 출격에 어머니들 “심장이 뛴다”

    ‘미우새’ 주상욱 MC 출격에 어머니들 “심장이 뛴다”

    새신랑 주상욱이 ‘미우새’에 출연한다. 오는 28일 일요일 밤 9시 15분에 방송되는 SBS’미운 우리 새끼’(미우새)에는 25일 배우 차예련과 결혼식을 올리고 품절남 대열에 합류한 주상욱이 출연한다. 최근 진행된 ‘미우새’ 녹화에서 주상욱이 스튜디오에 먼저 들어섰다. 이어서 어머님들이 등장하며 주상욱을 발견하고 몹시 반가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머님들은 “심장이 뛴다” ”드라마에서 많이 봤다. 실물이 훨씬 좋네”라며 소녀팬의 마음으로 주상욱을 환영했다. 주상욱은 녹화 당시에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있어, 평균 생후 536개월의 노총각 아들을 둔 ‘미우새‘ 어머님들은 부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차예련과의 연애 스토리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어머님들의 질문 공세에 쑥스러워하던 주상욱은 “사랑이란 감정을 처음 느꼈다.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는 등 사랑꾼다운 답변들을 쏟아냈다. 또 주상욱은 평소에도 집에서 어머님과 함께 ‘미우새’를 시청한다며 ‘애청자’임을 인증하기도 했다. 이날 결혼 생활의 산 증인인 어머니들은 시종일관 ‘책임감과 양보’를 강조하며 연륜이 묻어나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서장훈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어머니들의 말을 들으며 ‘넓은 마음과 배려’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는데, 이에 신동엽은 주상욱을 향해 “장훈이 말은 새겨들어야 한다”며 짓궂은 맞장구로 스튜디오를 발칵 뒤집어 높았다는 후문이다. 차예련을 향한 사랑꾼 주상욱의 모습과, 예비신랑을 위한 인생 선배 어머니들의 조언은 오는 28일 일요일 밤 9시 15분 ‘미우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실패한 조조 독살… 모진 고문에 길평이 자백했다면 효력 있을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실패한 조조 독살… 모진 고문에 길평이 자백했다면 효력 있을까

    조조를 그대로 두면 결국 한나라가 망할 것은 명약관화. 황제는 조조를 없애기 위해 믿을 만한 사람을 찾다 동승에게 밀지를 내린다. 황제의 뜻에 공감한 동승은 혈판장(血判狀)을 만들어 동지를 모은다. 여기에는 조조의 주치의 길평도 참여한다. 어느 날 조조가 두통약을 지어 달라고 하자 길평은 독을 넣은 탕약을 건넨다. 하지만 조조는 이미 동승의 하인 경동의 밀고로 모든 상황을 꿰고 있다. 결국 동승과 길평의 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조조는 자백을 받아 동참자를 알아내기 위해 길평에게 온갖 고문을 자행한다. 하지만 길평은 끝내 입을 열지 않는데….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조조를 독살하려던 길평의 시도는 아무런 소득 없이 암살 계획만을 노출시킨 채 발각되고 만다. 조조는 동승의 집에서 황제의 밀서와 혈판장을 찾아낸다. 그러곤 혈판장에 서명한 신하와 일족을 잡아들여 700여명이나 참수한다. 길평은 조조를 독살하려다 실패했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며 부인한다. 그러자 조조는 길평으로부터 자백을 받기 위해 혹독한 고문을 한다. 조조가 이처럼 고문을 해서라도 길평에게 자백을 받으려는 이유는 뭘까. 만약 고문에 의해 길평이 자백을 했다면 그것이 과연 죄를 인정한 것으로서 효과가 있을까. ●자백은 ‘증거의 왕’? 조조는 실제로 길평이 자기를 죽이려고 했는지 확신할 수 있을까. 탕약 안에 독을 넣은 사람이 길평이 맞는지 알 수 없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경동이 동승과 길평을 미워해 조작한 일일 수도 있다. 동승의 집에서 찾아낸 혈판장에 기재된 장수들이 스스로 서명했는지도 알 수 없다. 누군가 동승을 모함하려고 거짓으로 혈판장을 작성해 일부러 동승의 집에 숨겨 놓았을 수도 있다. 일부 서명이 위조됐을 수도 있다. 이처럼 모든 증거는 그 자체만으로 완벽하게 범행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다른 증거들과 유기적으로 결합돼야만 비로소 범행을 증명할 수 있다. 그것이 잘못된 판단을 막는 길이다. 아무리 스스로에게 객관적인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하긴 쉽지 않다. 사또는 ‘네 죄를 네가 알렸다’고 추궁하지만, 인간이란 이기적인 존재여서 자신의 죄를 스스로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평이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면 어떨까. 다른 어떤 증거보다 조조의 귀를 달콤하게 간지럽힌다. 혹시 모를 오판(誤判)으로 인한 죄책감으로부터 해방될 수도 있다. 조조로 하여금 ‘제가 다 인정했는데 뭐’라고 자위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백은 오랫동안 ‘증거의 왕’으로 군림해 왔다. 자백만큼 명백한 증거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백이 증거의 왕이었던 만큼 자백을 받기 위한 수단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조조처럼 무시무시한 고문을 가하기도 하고, 때로는 달콤하게 회유하기도 했다. ‘자백하지 않으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협박이 가해지기도 했다. 자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문, 회유, 협박과 같은 수단이 필요하다고 합리화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고문·회유 의한 자백, 진실일까 매를 맞던 길평이 결국 자백을 했다고 치자. 이처럼 고문, 회유, 협박에 의한 자백이 진실일까. 그런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자유로운 의지에 의한 자백이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허위로 자백한 것이라는 의심이 훨씬 강하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제12조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고문을 받지 않을 권리와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권리는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다. 고문을 하는 주된 목적은 자백이라는 진술을 얻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진술 자체를 거부할 권리를 인정하면 저절로 자백을 강요하지 않게 된다. 헌법의 정신을 이어받아 형사소송법에서도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있다.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진술은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유죄로 추정되지도 않고, 형량을 정할 때 불이익을 받지도 않는다. ●혈판장은 증거로 쓸 수 있을까 길평이 주리를 틀고 곤장을 때리는 조조의 고문에 못 이겨 암살 계획을 자백했다고 치자. 효과가 있을까. 조조의 이런 노력은 헛수고에 불과하다.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신의에 반해 상대를 착오에 빠지게 하는 모든 행위), 기타의 방법에 의해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에는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헌법 제12조 제7항). 결국 길평의 자백은 길평과 동조자들의 암살 계획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 한 걸음 더 나가 보자. 길평이 “동승의 집에 가면 혈판장이 있다. 거기에 모든 계획이 다 있다”고 자백했다. 그래서 조조가 동승의 집에 가서 혈판장을 찾았다면 그것을 증거로 쓸 수 있을까. 혈판장은 자백과는 다른 증거이므로 이것을 증거로 쓸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혈판장도 증거로 쓸 수 없다. 길평의 자백을 얻는 과정에 고문이라는 위법이 개입됐기 때문에 그로부터 얻은 증거인 혈판장도 위법으로 오염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독(毒)이 있는 나무에서는 독이 들어 있는 열매가 열린다. 문제는 길평을 처벌할 수 없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역으로 조조 자신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 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받기 때문이다(형법 제125조). 나아가 위와 같은 행위로 상해에 이르게 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사망에 이르게 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받는다(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의 2). 특별한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강하게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 규정에 의해 고문을 금지하는 헌법 이념이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반성 담은 자백, 죄를 덜 수도 진술을 거부하는 것과 자신의 범행에 대해 반성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해서 그것이 형량을 정하는 데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해 순전히 자신의 의지로 반성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자백을 통해 책임을 지는 것이 때로는 죄를 저지른 사람의 책임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형법은 범죄를 저지른 후 자수를 한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52조). 또 다른 증거에 의해 범행이 충분히 입증됐는데도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것으로 보여 구속의 사유가 될 수도 있다(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호). 양중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여진구 “사람을 사랑하는 광해의 품성 닮고 싶어요”

    여진구 “사람을 사랑하는 광해의 품성 닮고 싶어요”

    1592년. 왜적의 침입으로 조선 팔도가 불탄다. 선조는 원군을 청해 보겠다는 핑계로 명나라를 향해 피란을 떠난다. 열여덟 광해(여진구)를 허수아비 삼아 조정을 쪼개 준다. 아비 대신 조선에 남아 의병을 모집하라며. 이른바 분조(分朝)다.핏덩이 왕세자 곁을 지키는 것은 식솔들 입에 풀칠하려고 남의 군역을 대신 서는 하류 인생, 토우(이정재), 곡수(김무열) 등 대립군(代立軍)이다. 험난한 산행을 이어가며 굶주린 분조와 우연히 마주친 피란민들은 소중한 식량을 나누어 준다. 광해는 “내 목숨보다 귀한 밥을 얻어먹었는데 해줄 것은 없고 저들의 시름이나 달래 주리라”며 곡수가 토해내는 구성진 남도 민요 자진육자배기에 맞춰 너울너울 춤사위를 펼친다. 광해와 민초들은 그렇게 교감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에요. 무열 선배와의 합은 하루 맞춰 봤고, 개인적으로는 한 달 정도 연습했지요. 모두들 걱정이 많았어요. 대사나 표정이 아닌 상황만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장면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자 현장 분위기가 숙연해지며 모든 걱정이 사라졌어요. 그 공간의 모두가 통했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기분은 처음 느껴봤어요.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연습한 것을 다 까먹었지만 서툰, 광해다운 춤을 춘 것 같아요. 민망하면서도 부끄럽지만 뿌듯하기도 하네요.” ●열여덟 광해의 성장기 그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은 임진왜란 전란 속에 던져진 광해의 성장기가 이야기의 한 축이다. 어린 광해는 우리가 익히 보아 오던 왕이나 왕세자와는 다르다. 버거운 짐을 두려워하고 도망치고 싶어 한다. 울먹울먹 눈망울엔 ‘내가 이러려고 왕세자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 가득하다. 광해는 그러나, 대립군을 비롯한 백성들과 부대끼며 군주로 성장하고, 백성들도 광해의 성장을 보며 희망을 품는다. 여진구는 수면 위로 크게 드러나는 게 아닌 내면으로 침잠하는 감정선을 조금은 연기해낸 것 같다며 눈을 빛냈다. 사극 경험은 드라마까지 합쳐 열 편에 육박한다. 노하우가 도움이 됐을 법했는데,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통 왕이나 왕세자 하면 어릴 때부터 비범하고 용맹하죠. 광해는 그렇지 않아요.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참고할 만한 작품이 없어서 처음엔 막막하기도 했지요. 용포 자체가 안 어울렸으면 했어요. 그런 것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아역 이미지 탈피, 조급한 마음은 없어요” 배우 여진구 또한 연기를 통해 광해를 막역한 벗으로 사귀며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이다. “광해가 타고난 게 있다면 사람을 사랑하는 품성,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믿음을 주는 품성이에요. 그런 점을 배우고 싶더라고요. 앞으로 제게 고난이 닥쳤을 때 이 작품을 돌이키며 광해는 이랬지 하고 힘을 얻을 것 같아요. 광해를 맡은 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한동안 남자 아역을 휩쓸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스무 살이 된 지금도 아역 이미지가 남아 있다고 말하는 팬들이 있다. 그러나 성인 연기에 대한 강박은 없다고 했다. “어서 빨리 아역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은 없어요. 여진구라는 배우가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될 수 있는 점은 오히려 큰 행운이라고 봐요. 지금은 그저 많은 분들에게 저를 보여드리는 그 자체가 좋습니다.” ●“배우로서 무게감·책임감 생겼죠”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 이후부터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오롯한 자기 연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5~6년 사이 여진구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며 느껴지는 무게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해품달’ 때 선배님들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연기해야 한다고 말해 줬던 게 기억나요. 당시에는 별 생각 없이 네~하고 대답했죠. 지금은 그 의미를 알 것 같아요. 그때는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재미있어서 편하게, 순수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표현하고 싶은 것,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있어 생각이 많아지고 배우로서 무게감과 책임감이 생겼죠.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연기인 것 같아요. 하하하.”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열린세상] 자존감 높은 사회를 만들자/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자존감 높은 사회를 만들자/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엊그제가 소만(小滿)이었다. 햇볕이 풍부하고 식물은 꽃을 피우니 만물이 생명력으로 가득 찬다는 24절기 중 하나다. 들판의 보리가 누렇게 익어 수확하면 곧 모내기를 시작하는 시기로 결실과 희망의 두 가지 뜻도 담고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인생이 소만 정도만 차도 무릇 행복한 삶이라고 할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감지되는 국정의 기운이 소만과 일치하는 느낌이 들어 화두로 삼아 보았다. 보리 수확은 촛불 시위에 의한 국민 행동의 결실로 비유되고, 모내기는 국민과 소통하는 데 공을 들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으로 보인다. 정치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데 대한 국민적 자존감이 소만처럼 채워지는 느낌이다. 56년 전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조국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국민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라는 명연설을 남겼다. 세계인들을 향해 그는 미국이 그들을 위해 무엇을 베풀 것인지 묻지 말고, 모두 함께 손잡고 인류의 자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고 질문을 던졌다. 능동적인 국민, 참여하고 행동하는 국민의 역할을 제시했고, 국가 간 협력을 기반으로 세계 민주주의를 추구한 메시지다. 그의 이상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표로서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오히려 한국은 탄핵 정국에서 새 정부 출범에 이르기까지 케네디 대통령이 제시했던 이상을 직접 실천함으로써 세계에 민주주의의 모범을 일깨웠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면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민에게 소만의 기운과 같은 충만감을 맛보도록 해 주는 것이다. 우선 개인이든 사회든 ‘자아존중감’(이하 자존감)이 높은 체질로 개선해야 한다. 자존감이란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는 소중한 사람이며 책임감과 능력을 갖춘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을 말한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정체성도 뚜렷하고 대인 관계에서도 원만하게 소통한다. 개인에게 자존감은 합리적이고 주도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며, 부정적인 경험을 할 경우에도 쉽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개인의 자존감은 건강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성향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그동안 국민이 상실했던 개인적, 사회적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정치지도자와 국민의 관계는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존감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변화와 혁신, 도전과 성취, 참여와 리더십, 위기극복에 이르기까지 자존감이 높은가 낮은가에 따라 사회는 이 같은 동력을 성취할 수도 상실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자존감 높은 사회를 만드는 데 언론과 미디어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다시 케네디 대통령의 지혜를 빌려 본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신문기자로 활동하고, 당시 국제 정세를 좌우하던 포츠담회담을 직접 취재한 바 있어 언론 감각을 잘 갖춘 대통령이었다. 그의 언론관은 오늘 한국의 언론과 미디어가 배워야 할 점을 시사하고 있어 인용해 보기로 한다. “토론과 비판 없이는 행정부와 국가는 성공할 수 없다. 헌법이 언론을 보호하는 이유는 대중에게 진실을 알리고 깨우침을 주며, 진실을 반영하고 위험과 기회를 사실대로 기술하고, 당면한 위기와 선택을 지적해 줌으로써 여론을 이끌고 조성하며 필요할 때는 분노하게 할 수도 있는 언론이 되라는 뜻이다”라고 강조했다. 민주 사회의 토론장으로서,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통로로서 역할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언론이 정권과 자본의 눈치를 보면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국민은 자존감을 잃었다. 새 정부는 언론의 비판을 받게 되더라도 달게 받아들이고 불쾌하게 여기지 말자. 언론으로 정권을 홍보하며 언론을 장악하면 민심을 장악하는 것이라는 선대의 전철을 밟지 말자. 케네디가 역설한 언론 본연의 토론과 비판 기능을 존중한다면 국민은 건강한 민주 사회에 살고 있다는 자존감이 높아질 것이다. 권력과 언론은 열린 광장에서 함께 선의의 경쟁을 펼쳐 국민 자존감이 충만하도록 체질 개선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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